[이른 아침에] 대구경북이 만만한가?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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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한 바퀴 휙 돌고 나서는
TK가 자기 것이라도 되는 양 행세
미래통합당의 내리찍는 공천 행태
지역 정서 안중에도 없는 업신여김

역동적이다. 그리고 변화무쌍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뉘고 더불어민주당은 줄곧 이어져 이달 들어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낳았다. 그새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을 만나 바른미래당이 되었고 이때, 민주평화당이 갈라져 나왔으며 민주평화당은 지난 1월 대안신당을 파생시켰다. 바른미래당은 파행을 거듭한 끝에 양대 세력이 당을 나가 새로운보수당과 한 번 더 국민의당을 만들고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이 껍데기만 남은 바른미래당과 살림을 합쳐 민생당이 되었다. 이게 다 3년 남짓 만에 일어난 일이다.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서 잘 모른다.

다시, 새누리당이 이름을 바꿔 자유한국당이 되고 지난달에 새로운보수당과 미래를향한전진4.0 등 군소 정당을 통합해 미래통합당이 되었다. 이어 스스로 자매정당이라 일컫는 미래한국당을 낳았다. 다른 한편으로 자유한국당 출신이 만든 대한애국당은 우리공화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자유통일당을 만나 자유공화당이 되었으나 금세 또 헤어져 지난주부턴 도로 우리공화당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우리공화당에서 갈라져 나온 친박신당도 있다. 이것도 3년 남짓 만에 일어난 일이다.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어렵지만 이건 집안 족보 꿰듯이 안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그렇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다시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으로 이어지는 이 정당을 우리 편, 우리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이 정당과 관련된 일 또한 우리 동네 우리 일처럼 받아들인다. 스포츠로 치면 대구FC나 삼성라이온즈 격인 셈이다. 물론 대구경북 사람들이 시민축구단 만들 듯 힘을 모아 자발적으로 이 정당을 만든 건 아니다. 그리고 원래부터 이렇게 애착했던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대한 지지율은 부산경남이 대구경북보다 훨씬 더 높았다. 즉, 이 정당의 가장 강력한 연고 지역이 TK가 아니라 PK였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신한국당의 전신인 민자당과 민정당에 대한 정서도 지금과는 성격이 좀 달랐다. 그땐 우리 정당이라기보단 집권여당 또는 전국정당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덧붙여 이보다 더 전인 1971년의 제7대 대통령선거는 영호남 지역 간의 표 쏠림 현상이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고 또 더 전인 1960년에는 이 당의 원조 격인 자유당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TK 지역에서 제일 먼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거를 뒤로한 채 지금, 면면히 이름을 바꿔온 이 미래통합당의 가장 강력하고도 확실한 연고지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대구경북이다. 오래전 이 지역 출신들이 대통령을 할 때에 비해 근래 특별히 더 그럴 만한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고 대구경북에 사는 사람들이 이 정당으로부터 무슨 대단한 혜택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현재 미래통합당은 보수정당의 맥을 잇는 적장자, 그리고 대구경북은 그 보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내지는 보수의 심장이 되어 있다. 1990년 민자당 창당 당시 노태우 최고위원의 인사말이 '우리 당은 중도, 민주, 민족 세력의 믿음직한 결집처'였던 것에 비하면 지금 맹렬히 나부끼는 보수의 깃발이 좀 맥락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 최후의 보루, 즉 보수지킴이 역할을 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지난 총선 때는 소위 진박감별사의 온갖 추태를 참아내야 했고 어느 날 갑자기 내려온 이른바 서울 TK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4년을 감내했건만 이번 4·15 총선의 미래통합당 공천 행태를 보면 그건 약과였다. 사천, 막천, 기원전공천, 호떡공천 등 별별 말이 나올 만큼 기준도 원칙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리찍은 공천이었고 어찌나 만만하게 보였는지 그 대부분이 대구경북에서 행해졌다. 그야말로 TK의 정서나 형편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대구경북 사람들을 철저하게 업신여긴 '능천'(凌薦)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고 보면 근래에 들어 이 정당에서 득세한 이들이 서문시장 한 바퀴 휙 돌고 나선 마치 TK가 자기 것이라도 되는 양 행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신동이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이다. 우리가 무슨 보수지킴이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이제 그만하자. 대구 사람들은 그냥 대구를 지키고 경북 사람들도 그냥 경북을 지키자. 이 끝 모를 업신여김을 더는 못 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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