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코로나의 추억'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봉준호의 영화 '살인의 추억' 엔딩은 오래 여운을 남긴 명장면이다.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진 시골의 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의 표정과 시선을 클로즈업한 이 장면은 감독의 제작 의도를 압축한 상징 프레임이라는 점에서 압권이다.

대체로 중의적 해석으로 이 장면에 접근한다. 하나는 감정적이고 비과학적 수사로 일관하다 좌절하고 경찰 옷을 벗은 두만의 애환을 한 화면에 각인시킨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전지적 감독 시점에서 '너'(범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봉 테일'(봉준호 디테일) 별명답게 감독이 영화에 엮어 놓은 극적 장치와 상징 고리 중 두만과 서태윤(김상경)의 성격 대립과 갈등 또한 스토리 전개의 큰 줄기다. 자청해 수사본부에 참여한 서 형사는 육감과 자백 강요 등 폭력적인 수사 방식이 몸에 익은 두만과는 다르다. 작은 단서에서 실마리를 찾아 사건을 풀려는 태윤의 캐릭터는 과학과 논리, 사회 변화 등 시대성을 암시한다.

그렇지만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이 둘은 그렇게 욕하고 경멸하던 서로의 스타일을 향해 바뀌어나간다. 좌충우돌하던 두만은 차분해지고, 냉정하던 태윤은 반대로 감정적으로 변한다. 이런 변화는 살인사건이라는 극단적 환경과 절박한 상황이 인간 심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영화 문법이다.

코로나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두만과 태윤이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주었듯 한국 사회가 대립하고 갈등 중이다. 확진자가 열흘 가까이 매일 세 자릿수로 늘면서 사태가 미궁인 데도 여야가 갈리고 국민은 패를 이루며 진영 논리가 판을 친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만 바이러스와의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도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논객, 유튜버, 댓글꾼 등 제각각 상황을 해석하고 비판하며 제 생각을 보태느라 여념이 없다. 바이러스나 국가 위기는 뒷전이고 특정 지역을 향해 거칠고 저급한 언어폭력을 동원해 헐뜯고 공격해댄다. 사스·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시간이 흐르면 코로나도 잠잠해질 것이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 엔딩처럼 막이 내릴 때 과연 어떤 우리의 모습이 클로즈업되고 또 어떤 메시지가 남을지 궁금하다. 가히 '코로나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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