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를 '도구'로 이용하지 마라

박한우 영남대 교수

23일 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평소 수십만명의 유동인구로 북적이던 동성로가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3일 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평소 수십만명의 유동인구로 북적이던 동성로가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요즘처럼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적이 없다. 눈을 뜨자마자 TV에서 들려오는 대구경북 코로나 확진자 뉴스 때문이다. 무섭게 증가하는 확진자 숫자를 볼 때마다 몰려오는 불안감을 견디기가 힘들다. 이 와중에 중앙언론의 헤드라인을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나올 당시의 보도태도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대구시 브리핑을 중계하는 TV 화면에 '대구발 코로나 19 확산'이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크게 띄었다. 제목을 뽑은 언론사는 아마도 전염병의 근심으로부터 멀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데' 누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을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마침 그 곳이 바로 '고담대구'였다. 대구시가 대형사고와 엽기범죄로 가득 찬 배트맨의 '고담시'와 완전히 다르다는 팩트체크는 중요하지 않다. 중앙언론에게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은 사건사고의 현장이 되어야만 뉴스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대구 폐렴' 'TK 코로나' '한국의 우한' '대구 봉쇄' 등은 시작에 불과했다. 종편의 '서초구 상륙한 대구 코로나'를 보는 순간 TV를 끄고 말았다. 중앙언론이 재난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발생 지역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번 확산의 주된 원인은 '신천지' 집회임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중앙언론은 지역을 생산의 전초기지가 아니라 재난위험이라는 꼬리표 붙이기를 좋아한다. 아니면 지역을 관광축제의 장소로 소개하며 소비와 휴가의 프레임 안에서 가두어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연유로 서울 사람들은 지역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아니라 무기력하고 비활성화된 국토로 생각하는 편이다.

서울권 문화는 우수하며 지역의 행사, 오락, 콘텐츠 등은 주변적 위치에 있거나 열등한 것으로 나온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지역의 독창적, 전통적, 고유한 문화적 요소가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업주의 플랫폼과 통신환경에 일방적으로 종속되거나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라져가고 있다.

정보소통의 기반시설에서도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는 심각하다. 통신 3사의 5G LTE 속도는 농어촌이 대도시에 비해서 느리며, 경북은 전국서 가장 느리다. 동일요금 동일서비스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1970년대 허버트 쉴러가 서구 제국주의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제기한 '문화 제국주의'가 또 다른 모습으로 대한민국 내부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서구 국가들이 방송뉴스와 영화 등으로 제국주의를 강화한 과정의 축소판을 목격하고 있다.

시청률과 클릭률에 미친 중앙언론이 대구의 안타까운 상황을 수익을 올리기 위한 흥미로운 소재도구로 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들 스스로 중앙언론에 대해서 무한 신뢰를 보내는 반면 지역언론을 냉대해 왔기 때문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의미를 되새겨 볼 시기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게 이치이다. 지역언론이 망하거나 불행해지면 우리는 서울제국주의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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