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백지장을 맞드는 것에 대하여

박천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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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들에게 1월과 2월은 매우 바쁘고 정신없는 시기이다. 마치 취업 준비생처럼 각종 공모나 지원사업에 대한 서류와 포트폴리오(자기소개서)를 보내고 면접을 본다. 그리고 최종 합격이 되는 공모 사업으로 한 해의 계획을 세운다. 반면, 어느 하나 선정되지 않은 예술가들은 나름의 방안을 세우고 활동을 준비한다. 서류 작성과 면접에 익숙하지 않은 신진예술가들이 공모에 떨어지는 것은 예삿일이다.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10번 지원해서 1번 선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공식으로 통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이 익숙하지 않은 서류 작성에 목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술 이외의 일들을 병행하며 활동을 지속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관이나 기업에서 주관하는 공모 사업은 예술가들의 활동을 이어감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예술인들의 수에 비해 지원사업의 수가 부족하지만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사업 중 '융복합'이라는 목적으로 장르 간의 통합을 시도하는 사업이 종종 등장한다.

'융복합'의 유행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가속화되기 시작했는데, 과학기술과 인문학, 예술 등이 융합하며 각 분야의 한계를 극복하는 등의 여러 성공적인 사례를 남겼다. 이에 힘입어 교육 분야에서는 스팀(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 교육이 새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융복합'은 오늘날의 주요 키워드가 되었다.

하지만 순수예술 분야에서는 예외 지점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뚜렷한 지향점을 설정하지 않는다면 융복합 형태의 순수예술은 오히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술은 각 장르마다 각각의 고유한 특성과 높은 완성도를 가지기에 장르 간 균형을 잡지 못한다면 한 장르가 다른 장르의 서브가 되는 역할에 머물거나,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는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융복합 예술의 지향점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은 대중매체, 즉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이러한 융복합 예술의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문학, 연극, 음악, 미술 등을 포괄하며 여기에 더해 게임 분야는 관객(사용자)의 능동적 역할과 자유도까지 제공한다. 이미 융복합 예술은 20세기부터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애초에 '융복합'이라는 방식은 '실용성'을 전제로 한다. 이에 반해 순수예술은(보편적으로) 실용성과는 궤를 달리한다. 때문에 유행에 편승하여 순수예술을 억지로 묶는 방법보다는, 심도 있는 연구와 기획을 통해 사업 공모를 하여 예술 간 융합을 이뤄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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