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선거 이기려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사람들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한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인사 이동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후 첫 지방검찰청을 격려 방문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한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인사 이동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후 첫 지방검찰청을 격려 방문했다.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바에 의하면 문재인 정권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민심(民心) 탈취이자 민주주의를 파괴한 범죄다. 대통령 비서실 조직 8곳이 일사불란하게 경찰까지 동원해 대통령의 30년 지기 당선을 위해 선거에 개입하고, 매관매직까지 시도했다. "끔찍한 민주주의 살해 현장"이라는 김웅 전 검사의 표현은 적확(的確)하다.

처지를 바꿔 박근혜 정부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가만히 있었겠나. 대통령 탄핵을 열 번은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에 대한 검찰 공소장은 조국 사태에 이어 문 대통령을 필두(筆頭)로 한 집권 세력의 민낯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정권을 지키려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대통령 지기 당선을 위해 이런 일을 저질렀는데 '정권의 운명'이 달린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훨씬 더 한 일도 저지르리란 합리적 추론(推論)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집권 세력은 정권을 잃으면 어떤 일을 당하는지 몸으로 체험했다. 주군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자신들은 폐족(廢族) 신세까지 갔다.

이런 까닭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4월 총선 관련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총장은 여론 조작과 공무원의 불법 선거 개입을 '국민의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또한 "선거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정치 영역에서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것으로 우리 헌법 체제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키는 일"이라며 "선거 범죄에 엄정하게 대처해 달라"고 검사들에게 지시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지난 대선 때의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이 없었다면 윤 총장 발언은 선거를 앞두고 나온 원칙을 밝힌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두 사건이 윤 총장 발언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번 총선은 집권 세력 입장에서는 져서는 안 되는 선거다. 질 경우 오매불망 바라는 정권 재창출은 고사하고 문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할 상황까지 맞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 심판론'이 '야당 심판론'을 추월하는 등 선거 구도가 집권 세력에게 만만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정권 출범 후 잘한 것이라고는 내놓을 게 거의 없는 처지인 데다 표심(票心)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경제는 폭망 수준이다. 중국 우한 폐렴 사태 같은 악재(惡材)는 많은 반면 지난 지방선거 당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같은 호재(好材)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에 휩싸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정봉주 전 의원,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석균 씨를 공천에서 날린 것도 집권 세력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민주당을 비판한 칼럼을 쓴 대학교수와 신문사를 검찰에 고발했던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집권 여당에 만만찮게 돌아가는 선거 구도, 무엇보다 지난 대선·지방선거에서 자행한 일들을 고려하면 집권 세력은 총선에서 지지 않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게 뻔하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를 다시 들고나올 수도 있고, 세금 퍼주기와 정권 지지 지역에 대한 예산·국책사업 몰아주기에도 열을 올릴 것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 법을 어기는 일까지 거리낌 없이 저지를지도 모를 일이다. 한 지인은 야당 승리를 점친 정보지 내용을 언급하며 걱정을 했다. "무슨 짓을 저지를지 가늠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민의가 담긴 투표함을 잘 지켜야 한다." 지금껏 집권 세력이 저지른 일들과 총선 결과가 갖는 무게를 생각하면 기우(杞憂)로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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