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The Best We Can)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715 브로드웨이, NYU 2층 공연장. 이 날은 청년의 졸업작품인 뮤지컬 '러브 랭귀지'가 첫 선을 보이는 날이다. 어느새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고 공연 시작이 임박하자 청년도 객석 중앙에 마련해 놓은 창작자 지정석으로 향한다. 담당 교수인 프레드 칼이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와 화려한 언변으로 창작진들을 소개한다.

흑인 대머리 아저씨 프레드 칼. 인자한 얼굴과는 달리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청년에게 천국과 지옥을 몇 번이나 경험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캐릭터가 어떤 감정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들의 내면을 읽어야 해."

며칠 밤을 꼬박 새워 작품을 완성해 가면 대머리 교수는 정답을 알려주기는커녕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창작진의 소개를 마친 프레드가 그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인다. '프레드라면 지금 내 떨리는 마음을 읽을 수 있겠지?' 청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객석의 불이 꺼진다. 그는 두 손을 꼭 모으고 질끈 눈을 감는다. '신이여.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길….' 세상에 태어난 지 딱 30년이 흘렀지만 이렇게 신앙심이 깊었던 날은 없었다.

뮤지컬 한편 만드는데 꼬박 365일을 쏟았다. 고작 한편을 만들어 리딩 한번 하는 데 짓고 부수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한 시간 반이 쏜살같이 흐르고 마지막 곡인 'Best We Can(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가사가 흘러나온다.

"우린 사랑을 말해. 최선을 다해서"

관객석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훌쩍이는 소리가 잦아들자 해설자가 우렁차게 외친다.

"End Of The Show.(막이 내린다)"

객석에 서서히 불이 들어오자 조용했던 객석에서 박수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두가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을 함께 해온 창작진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대머리 아저씨 프레드는 관객들 사이를 비집고 가장 먼저 청년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마치 사랑하는 여인을 안듯 볼을 맞대곤 포옥 안으며 등을 토닥토닥한다.

"You made it(해냈구나)."

긴 말보다, 어떤 칭찬보다, 지금 이 순간 프레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왜 이것이었는지 청년은 알 것 같았다. 인물의 감정을 리듬에 담길, 인물의 말을 음표에 담길, 인물의 경험을 화성에 담길 바라며, 프레드는 왜 이 학문이 연극이 아닌 뮤지컬인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 찾아내기를 청년에게 바랬던 것이다. 청년을 따뜻하게 축하해주는 모든 관객들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지금의 작은 성공을 가슴에 새기고 나아가야겠다고. 그리고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 뮤지컬 수록곡은 뉴욕뮤지컬페스티벌 트레일브레이저(Trailblazer)부문에 선정되었고, 이후 2019년 대구시립극단 제작으로 초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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