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대구 전기차생산, 좌절하긴 이르다

박상구 경제부 기자 박상구 경제부 기자

지난달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전기 화물차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포터2 일렉트릭'을 출시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6일 기아차도 '봉고3 EV'를 내놨다.

작년 5월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제인모터스가 1t 전기 화물차 '칼마토' 양산을 시작하며 국내 최초 전기 화물차 생산 도시라는 타이틀에 들떠 있던 대구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격, 최대 주행거리 등 비교 항목 상당 부문에서 칼마토가 포터2 일렉트릭, 봉고3 EV 등 경쟁 차량보다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제인모터스는 완성차 업체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는 분위기다. 제인모터스는 특장차 분야와 전기 경운기 등 틈새시장 공략으로 방향을 틀었고, 대구시도 올해 들어 자율주행차산업 육성, 자동차 튜닝을 비롯한 대체부품산업 활성화 등 다른 분야 지원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대구 자동차부품업계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오히려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 화물차 양산으로 기존 협력업체였던 곳들은 수주 물량 증가를 예상하는 곳도 적잖다. 대기업에서 전기 화물차 생산에 뛰어든 것이 대구 경제 전반의 악재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품목 전환을 모색하던 업체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대구시가 전기차 생산에 손을 놓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달성군 소재 한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는 "대구에서 전기 화물차 생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업 규모가 크지 않고, 차체를 현대차 포터 그대로 쓰다 보니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오히려 전기차 저변이 넓어지면 대구 자동차부품업체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여전히 대구 주력 업종이 자동차부품인 만큼 전기차 생산에 대한 지원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완성차 생산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구 주요 협력업체들은 전기차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삼보모터스는 전기차 시장이 막 생겨나던 2015년 감속기 사업부를 신설해 지금까지 양산하고 있다. 평화오일씰공업은 수소차 전기발생장치인 스택에 들어가는 부품 '가스켓'을 개발해 현대차에 단독 납품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업체들 얘기대로 여전히 대구 대표 산업은 자동차부품 업종이다. 전기차와 더불어 대구 미래차 육성 업종의 한 축인 자율주행차 부문에도 유망 기업이 많지만, 상당수가 IT기업으로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대구시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경창산업과 업무협약을 맺어 원천특허기술인 차세대 전기모터기술을 이전키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내연차 시장 부진으로 지역 업계에서 '상장폐지 위기'라는 얘기까지 나왔던 경창산업 입장에서도 오히려 전기차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됐다.

전기차 생산에서도 선도 도시가 되겠다는 대구시의 목표는 아직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이를 위해선 자체 연구역량을 갖춘 곳보다 당장 어려움을 겪는 2, 3차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원이 급선무다. 전기차 경우 배터리·모터 등 핵심 부품을 제외하면 생산구조가 내연차에 비해 단순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들도 뛰어들 여지가 충분한 시장이다. 자율차 육성에 나서되 수천 곳에 달하는 대구 자동차부품업체들이 고사하지 않도록 기술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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