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비일관성(非一貫性)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월성1호기 영구 정지 승인 비난 빗발
안전성으로만 판단내렸다는 원안위
사고관리계획서는 왜 검토 안 했나
지금은 맞고 그땐 틀렸다는 것인가

2019년 12월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월성1호기 영구 정지를 승인했다. 이 결정에 대한 비판이 많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8년 6월 월성1호기가 안전하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원안위에 영구 정지를 신청했다. 현재 감사원이 한수원의 경제성 분석이 타당한지 조사하고 있다. 감사원이 월성1호기가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한수원의 신청이 잘못된 것이므로 원안위의 승인은 효력을 잃을 것이다. 다른 비판은 원안위의 승인으로 한수원이 월성1호기 개보수(改補修)에 지출한 7,000억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원안위의 입장은 "원안위는 경제성이나 매몰(埋沒)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한수원이 영구 정지를 신청했으므로 영구 정지의 안전성만을 판단했다"이다. 이는 재미있는 논리이다. 한수원이 영구 정지를 신청할 때 월성1호기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고려했으나 원안위는 '영구 정지'의 안정성만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원안위는 별로 할 일이 없는 기관이다. 정말 그런가? 원안위법을 보자. 제11조에 원안위의 사무는 원자력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이라고 되어 있다. 또한 제12조에 의하면 원안위의 의결 사항은 원자력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의 종합·조정이다.

원안위법 제11조와 제12조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안전관리'와 '종합·조정'이다. 원안위는 원전의 안전을 관리하고 관련 사항을 종합·조정하는 기관이다. 제11조의 안전관리는 원전사고의 위험을 관리한다는 의미이다. 위험관리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적은 비용으로 위험을 최소화(最小化)하는 것이 위험관리이다. 관리라는 개념에는 경제성이 내포되어 있다. 제12조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의 종합·조정은 원전의 안정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원전의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종합·조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현재 원안위의 인적 구성을 보면 이 기관의 기능이 명확해진다. 8명의 위원 중에서 원전전문가는 3~4명이다. 나머지 위원들의 전공분야는 다양하다. 원안위의 기능이 원전의 안전성만을 판단하는 것이면 원전전문가들로 원안위를 구성하면 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원안위를 구성한 이유는 이 기관이 원전의 안정성,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상충(相衝)하는 사회적 가치를 조정해서 원전 관련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이 영구 정지를 결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립적인 원안위가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한 번 더 평가하기 위해서이다. 일종의 더블 체킹(double checking)이자 권한 분산이다. 원안위는 한수원의 보조기관이 아니다.

"원전은 안전하다"라고 말할 때 그것이 원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0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적은 비용으로 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원전은 위험하다"는 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이 비경제적이라는 뜻이다. 원전의 안전성은 그 자체로 경제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원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0인 원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리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므로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안전성이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것이 절대적이고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경제성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정책적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2020년 1월 10일 원안위는 4년 전 한수원이 신청한 월성1~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맥스터)' 증설(增設)을 승인했다. 이번에는 원안위가 사고관리계획서도 검토하지 않았다. 원안위는 「사고관리계획서」 검토와 증설 심의가 별개라고 했다. 월성 2~4호기는 연간 136억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맥스터가 증설되지 않으면 2021년 11월 월성 2~4호기가 멈춘다. 월성 2~4호기가 멈추면 전력 공급이 감소하므로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원안위가 경제성도 고려한 것인가? 원전의 안정성만 판단하는 원안위라면 「사고관리계획서」를 검토했어야 하지 않은가? 원안위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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