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한윤조 경제부 차장 한윤조 경제부 차장

데이터 홍수 시대다. 아침 출근길 교통 이동 경로부터 카드 결제, 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용, 스마트폰 검색 내역 등 한 개인에게서만도 매일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새롭게 생성되고 그 내역들은 대부분 기업·정부 등에 의해 차곡차곡 쌓인다.

이렇게 특정 개인에게서 파생되는 다양한 디지털 정보는 과연 '내 것'일까, 아니면 소유권 개념을 논의할 수 없는 무형물일까.

과거에는 '자원'이라고 하면 석탄·석유·광물 등을 맨 먼저 떠올렸지만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데이터가 황금알을 낳는 최고의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있다. 여기서 디지털 데이터는 '원유'에 비유되기도 하고, '21세기 자본'으로 불리기도 한다.

얼마든지 돈이 되는 데이터는 우리 사회에 이미 넘쳐난다. 비즈니스의 데이터화에다 사물통신 사용 등이 급증하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조사기관 IDC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연간 디지털 데이터가 2025년에는 163조 기가바이트(GB)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풀HD급 영화 44조 편에 달하는 분량이다.

계속 국회를 표류하던 '데이터 3법'이 연초 통과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숙제가 '데이터 소유권'이다.

앞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가명정보'는 지금까지의 '익명정보'와는 그 양상이 사뭇 달라 일각에서는 그 부정적인 영향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익명정보는 식별자가 완전히 삭제되고 범주화된 정보이지만 가명정보는 좀 더 자세하다.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만 암호화해 알아볼 수 없게 처리했을 뿐 실존하는 인물의 정보 그대로인 것이다. 그래서 가명정보 데이터들은 몇 번의 분석과 처리 과정을 거치면 누구 정보인지 특정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은행이나 포털사이트, SNS 등을 통한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빈발한 탓에 우리나라의 가장 고유한 개인식별정보인 주민등록번호까지도 나만의 것이 아닌 현실을 감안한다면 가명정보를 통한 개인 식별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 개인정보 이용은 동의하에 이뤄졌지만 가명정보는 동의 없이도 활용될 수 있다 보니 내 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쓰고 있는지도 알 수 없어 불안감을 키운다.

이번 데이터 3법 통과로 나에게서 생성된 소비 패턴부터 민감한 신용·의료정보까지 온갖 정보들이 기업의 돈벌이에 이윤 창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는 시행령 마련 등 후속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데이터 자원이 가진 가능성으로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갈 장밋빛 전망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데이터 소유권' 문제부터 공론의 장에 올려 시민사회 합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이미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민법상 '물건'의 개념에 데이터를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기도 하다.

또 데이터와 개인정보 규제 완화가 개인의 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데이터는 잘 쓰면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삶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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