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의 영장 거부, 대법원장은 뭐 하고 있나

청와대가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일주일째 거부하고 있다. 법원의 명령을 무시하는 법치 파괴이자 헌법 위반이며, 사법부 위에 군림하려는 시대착오적 독재 회귀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증명서 허위 발급 의혹으로 검찰이 수사 선상에 올린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찰 소환 통보를 뭉개고 있는 것도 청와대의 이런 오만함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는 지난 10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청와대의 거부로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후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위해 조율을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청와대는 가타부타 반응이 없다고 한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한 이유로 든 것이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은 위법 수사"라는 것이었다. 이 말대로라면 법원은 위법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이 된다. 이것부터 말이 안 되는 소리지만 무엇보다 기가 막히는 것은 청와대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진보 성향 판사들 사이에서조차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을 대상자가 부적법하다고 거부할 수 있다면 어떻게 형사사법 절차가 운용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위법 여부의 판단은 법원의 불가침 영역이다. 청와대가 언제부터 법원까지 겸하게 됐나.

더 참담한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아무 말도 없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대법원장으로 만들어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보은(報恩) 때문에 그러나.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사법부의 권위에 대한 근본적 부정이다. 이를 방치하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거부하는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을 여는 꼴밖에 안 된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 석좌교수는 "청와대가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거부한 모습을 보면 국민도 그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김 대법원장의 침묵은 사법부 스스로 권위를 추락시키는 굴종이자 법치의 붕괴를 조장하는 사법부 존재 이유의 포기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누구보다 먼저 헌법을 준수하고 법치를 지켜야 할 청와대가 앞장서 법치를 파괴하고 사법부 수장이 무언(無言)으로 동조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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