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공수처는 누가 수사하나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창조론은 생명체는 해부학적, 세포학적, 분자학적으로 매우 정교한 시스템으로 우연히 생겨날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 중의 하나가 영국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의 '보잉 747과 고물 야적장'으로, 지구상에 생명체가 우연히 출현할 확률은 고물 야적장을 휩쓰는 태풍이 보잉 747을 조립해낼 확률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를 비개연성 논증이라고 하는데 생명의 우연한 출현은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라는 소리다. 결론은 신이 아니고서는 생명체 같은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더 세련되게 포장한 것이 미국 생화학자 마이클 베히의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이다. 생명체는 구성 요소 중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전체가 망가지는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irreducible complexity)으로, 우연히 생겨날 수 없으며 오직 고도의 지적 설계자의 설계로만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을 '지적 설계자'로, 창조를 '설계'로 바꿨을 뿐 창조론과 똑같은 논리다.

이에 대한 진화론의 반박은 '그 설계자는 누가 설계했나'이다. 설계자의 존재는 그 설계자의 설계자, 다시 그 설계자의 설계자의 설계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절망적 무한회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창조론의 대답은 간단하다. 신은 누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 중 어느 말이 맞는지 따질 필요가 없다. 끝없는 논쟁만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다만 진화론자들의 '무한회귀' 논리는 다른 분야에서 쓰임새가 있다는 점만 알면 된다.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이는 공수처 설치도 그렇다. 공수처는 판사나 검사까지도 수사하고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이유 불문하고 넘겨받으며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또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정치적으로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 법관도 수사 대상이어서 판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법부 독립이 사실상 와해되는 것이다. 그래서 드는 의문이 있다. 공수처 소속 고위공직자는 누가 수사하나? 불행히도 그런 기관은 없다. 현행 법률 체계에서는 공수처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 이것이 문 정권의 노림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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