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울림] 대한민국 A+의 조건

한국 사회 성공의 열쇠인 서울대 학벌

상위 1% 학생 공부법 '교수 따라 하기'

무비판적 사고는 국가 발전엔 F학점

더 성숙하려면 '서울대 따로 하기'해야

대한민국이 잘 되려면 서울대만 따라 하지 않으면 된다. 대한민국에서 서울대가 성공의 길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말은 도발적 비판이기는커녕 허튼소리로 치부될 공산이 크다. 누가 뭐래도 서울대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다. 한국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대일 수도 있다.

대학에 대한 국가 R&D 지원금이 가장 많이 흘러가는 곳도 서울대이니 좋은 시설과 좋은 교수들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교수와 좋은 시설, 그리고 좋은 학생들이 몰려 있는 곳이니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서울대에 올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가 이만큼 잘살게 된 것이 과연 서울대 덕택인지는 모르지만 서울대는 한국 사회에서 성공 자체를 상징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 사회를 '학벌 사회'로 규정한 김상봉 교수에 의하면 서울대 학벌은 어림잡아 우리나라 대학교수의 4분의 1, 국회의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법조인의 2분의 1 이상과 행정부 최고위직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는 권력 그 자체이다. 그러니 서울대를 따라하지 말라는 말처럼 뚱딴지같은 소리가 어디 있겠는가?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서울대 학벌을 가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따라 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한 학생이 서울대에 들어가고 서울대에서 공부를 성공적으로 마친 사람이 교수, 국회의원, 법조인과 최고위 공직자가 된다면, 서울대 상위 1% 학생들의 공부법을 따라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굳이 논리학을 배울 필요는 없다. 서울대 상위권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가까이서 지켜보면 성공의 노하우를 따라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15년도 마지막 달에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시험-서울대 A+의 조건'은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서울대 2, 3학년 학생들 중 2학기 이상 A+를 받은 소위 상위 1%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시험공부법을 분석한 결과 좋은 성적을 받는 비법은 다름 아닌 '따라 하기'였다는 것이다. 서울대 우수 학생들이 따라 하는 것은 물론 교수의 말이다. 교수의 말을 통째로 다 적는 노트 필기가 A+를 받는 지름길이다. 교수의 강의 내용을 키워드 중심으로 요점 정리를 해서도 안 된다. 키워드를 서로 연결시키거나 요점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학생 자신의 생각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의 말을 단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필기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자신의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고, 자신의 생각이 아무리 좋더라도 교수의 생각과 다르면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판적 사고력보다는 수용적 사고력, '다르게 하기'보다는 '따라 하기', 이것이 서울대의 교육이다.

우리 사회의 최고 권력기관인 서울대는 국민 모두를 따라오게 만들기 위해 '따라 하기'를 가르친다. 모름지기 따라오는 사람이 많아야 권력은 더욱 강해진다. 기득권이 정해 놓은 기준을 잘 따르는 사람들만이 기득권 사회에 편입될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한 사람들의 기준도 한 가지 방식으로 표준화하는 것이 좋다. 이 표준화된 시험을 잘 치르는 사람들이 서울대에 가고, 그곳에서 교수의 말을 잘 베끼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인도한다.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 '따라 하기'가 성공의 열쇠인 것이 틀림없다면, 서울대 A+가 대한민국도 A+로 만드는가? 우리 사회가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발전시켜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탈바꿈하려면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라고 많은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서울대 A학점은 두말할 나위 없이 미래의 대한민국에겐 F학점이다. 새해에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성숙하려면 서울대 '따라 하기'를 그만두고 감히 '따로 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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