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치는 외국인 무자격 영어강사 왜?

'백인(白人)이면 만사형통?'

최근 원화 가치 하락과 강사 자격 강화로 외국인 강사 모시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무자격 강사가 판을 치고 있다. 일부 학원들은 무자격 강사임을 알고도 쉬쉬하는가 하면 심지어 국적을 속이면서 비(非)영어권 체류자에게 강의를 맡기는 사례도 있다. 학원가에서는 학부모, 학생들이 원어민 강사라면 무조건 믿는 풍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인에게 영어를 배우다?=16일 대구 남부경찰서 외사계. 덩치 큰 벽안의 외국인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경찰관에게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자격도 되지 않으면서 학원에서 초·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적발됐다.

이들 무자격 강사 11명 중 4명은 대구 모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온 우즈베키스탄인들이었다. 학생들 앞에서는 자신의 국적을 '캐나다인'이라고 속이고 강의를 계속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금발에 파란 눈의 외모로 봐 국적을 구별할 수 없고, 4명 모두 캐나다에서 1년가량 어학연수까지 한 터라 학생들이 잘 알지 못한 것 같다"며 "이들은 러시아계여서 악센트나 실력이 원어민과 다를 텐데도 속아 넘어간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머지 7명의 외국인들은 미국, 캐나다 국적자였지만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거나 교원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아 '강사'로 활동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이 중 A(41·미국)씨는 9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몇 차례 일본을 오가며 비자를 연장하다 지난해 말부터 "여권을 분실했다"며 불법체류해 왔다. A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신병이 인계돼 강제 출국된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무자격 외국인 강사들이 사설 학원뿐 아니라 대학교와 초·중·고교, 유치원·어린이집 등에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에 무자격 강사들과 함께 적발된 브로커 K(65)씨가 대구지역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교에도 외국인 강사를 오랫동안 알선해온 만큼 유사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어교육협의회 조준영 회장은 "K씨는 대구에서 학원 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인물"이라며 "이번 수사를 학원뿐만 아니라 교육계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학원가에서는 '워낙 강사 모시기가 어려운데다 비용까지 비싸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러시아인이나 중국인 등 한국에 체류하는 유학생들까지 강사로 나서기 위해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내오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며 "일부 학원에서 무자격자를 고용한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놨다.

원어민 강사 한 명을 고용하려면 학원에서 한 달에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300만~350만원 선. 한달 월급은 200만~250만원 수준이지만, 아파트 임대료와 가재도구, 왕복 항공비, 퇴직금과 보너스 등을 모두 합치면 월 3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소위 '괜찮은 학벌'을 갖춘 강사의 경우는 월 400만원은 보장해줘야 한다. 이렇다 보니 아예 한국에 거처를 두고 있는 무자격 강사들을 싼값에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환율 급등 전만 해도 월 250만원 선이면 충분했던 비용이 요즘 100만원 이상 상승했다"며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신체검사와 범죄경력증명서 등 서류를 갖추는 데 2개월간 시간이 필요해 예전보다 외국인 강사를 데려오는 데 어려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대구에는 500여개의 영어학원이 있으며 학원마다 적게는 1, 2명 많게는 7, 8명의 외국인 강사가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8년 10월 말 현재 올해 회화지도 체류자격인 E-2비자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은 모두 3만4천936명이고 이 중 1만9천869명이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만5천여명으로 가장 많고 캐나다 1만100여명, 영국 3천여명, 남아공 1천400여명 등의 순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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