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결혼 한 달만에 직장암 선고…"아내·가족에 죄책감만"

결혼 하자마자 찾아온 직장암, 아내에게 부담줄 수 없어 별거 택해
수천만원의 병원비로 부모님께도 미안한 마음만, 대인기피증까지 와

대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직장암에 걸린 김기훈(가명·34) 씨. 그는 대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직장암에 걸린 김기훈(가명·34) 씨. 그는 "먹을 약만 해도 수십개에 이른다"며 약을 정리하고 있다. 배주현 기자

11일 오전 3시 텅텅 비어 있는 대구의 어느 한 신혼집. 안방에서 들려오는 한 남성의 끙끙 앓는 소리가 집의 빈 공간을 가득 채운다. 침대에 몸을 뉜 김기훈(가명·34) 씨는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뒤척인다. 아랫배에서 올라오는 묵직한 통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몸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은 줄줄 흘러내린다. 그는 직장암 3기 말이다. 동이 트고 나서야 기훈 씨는 겨우 잠에 들었다.

정오가 다 돼서야 일으킨 몸. 허기가 져 끼니라도 챙겨 먹을까 냉장고를 열어보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대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음식은 먹는 족족 대변으로 다 흘러나온다. 대변 조절도 쉽지 않아 이미 엉덩이 피부는 마치 화상을 입은 듯 다 뒤집혔다. 온갖 통증과 싸운 지는 벌써 2년째.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있다.

◆결혼 직후 찾아온 직장암, 미안한 마음에 아내와 별거

신혼 생활 한 달 만에 찾아온 암이었다.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기훈 씨는 2년 전 짝을 만나 결혼했다. 결혼 전에도 아랫배와 항문 통증이 이따금 찾아왔지만, 단순 피곤함에 그러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병원에서도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통증은 결혼 후 급격히 심해졌다. 대학병원에서 받은 대장 내시경. 의사는 직장암 3기랬다. 신혼여행을 막 다녀온 직후였다.

얼른 몸을 회복해 신혼 생활을 즐기고 싶은 마음과 달리 몸 상태는 자꾸만 악화됐다. 1년간 홀로 서울에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버텼지만 암세포는 폐와 간으로 전이됐다. 하지만 상태가 심해 암세포 크기를 줄여야 수술이 가능했다. 그는 기약 없는 항암치료 끝에 전이된 지 1년 만에 겨우 세 차례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기훈 씨는 여전히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끝없이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다.

무엇보다 그를 괴롭히는 건 항암치료보다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다. 이젠 결혼 생활마저 흐지부지돼 버렸다. 계속된 항암 치료 병간호와 수천만원대로 올라가는 치료비를 차마 막 시집온 아내에게 부담 지을 수 없었다. 자신만 아니었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었을 아내에게 미안함이 컸다. 이제 막 새로운 삶을 시작한 둘은 별거를 택했다.

◆죄책감에 대인기피증까지…병원비도 더 이상 감당 어려워

요즘 기훈 씨는 자책으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맺는다. 병간호를 하는 60세가 넘는 어머니, 아버지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자꾸만 움츠러 든다. 부모님은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 마음이 타들어 가고, 그 모습을 보여줘야만 하는 기훈 씨 역시 괴롭다. 수심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 매일 위장약을 털어 넣는 아버지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한 죄책감만 밀려온다. 아내와 별거 후 부모님 집에 들어온 기훈 씨는 올해 다시 텅 빈 신혼집으로 돌아갔다.

쌓여가는 병원비도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동안의 수술비와 치료비만 해도 어느덧 5천만원이 훌쩍 넘었다. 기계 부품 판매일을 하는 월 200만원의 아버지의 소득과 대출금이 꾸역꾸역 병원비를 갚아나가는 중이다. 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에 기훈 씨는 올해부터 아픈 몸을 이끌고 온라인 사업에 나섰다. 지인의 소개로 애견 물품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봤지만 광고·마케팅 등 품을 많이 들이지 못해 소득은커녕 다시 빚만 잔뜩 안게 됐다.

계속되는 좌절과 실패로 대인기피증까지 찾아왔다. 그는 제 인생을 잘 살아가는 친구들과 달리 집에서 고통만 참아야 하는 본인의 인생이 서글프기만 하다. 이제 지인과 가족들의 '힘내라'라는 응원의 말조차 듣기 싫다. 대변 조절 실패로 벗겨진 피부와 수십 가지에 이르는 약을 보고 있자면 나날이 기운만 쭉 빠진다.

기훈 씨는 "기적처럼 몸이 회복된다면 아내와 다시 만나 사업을 하며 번듯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순간의 달콤한 상상이 무색한 채 그는 곧 넋을 잃고 저물어가는 창밖의 해를 하염없이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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