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20년간 남편의 착취와 폭행에 시달린 한정순 씨

일상이 된 남편의 심한 폭행에 치아 3개만 남고 뇌졸중까지
20년간 월급통장 뺏긴 채 목욕비만 받아… 월세 보증금 등 자립준비 막막

 

한정순(가명·52) 씨는 남편의 착취와 폭행으로 치아가 3개 밖에 남지 않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한 씨에 대한 주거지원이 9월말에 끝났지만 한 씨는 아직 월세보증금도 마련하지 못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한정순(가명·52) 씨는 남편의 착취와 폭행으로 치아가 3개 밖에 남지 않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한 씨에 대한 주거지원이 9월말에 끝났지만 한 씨는 아직 월세보증금도 마련하지 못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그날도 남편은 아침부터 욕설을 퍼붓고 마구 때렸어요. 퇴근길에 울면서 집 대신 경찰서를 향해 걷는데 남편이 쫓아오진 않을까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지구대에 도착해 경찰 아저씨를 붙들고 펑펑 울었어요. '괜찮아요. 우리가 도와드릴게요'라는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놓이더군요"

당시 심정을 털어놓던 한정순(가명·52) 씨가 끝내 눈물을 훔쳤다. 한 씨의 몸과 마음은 수십년간 이어진 남편의 폭행으로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폭력과 학대로 얼룩진 결혼생활

한 씨가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남편을 만나 결혼한 것은 20년 전이었다. 당시 46세였던 남편은 혼기는 놓쳤지만 착실해보였다. 첫해에는 평범한 결혼생활을 이어갔지만 남편은 이듬해 돌연 직장을 그만두고 한 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기 시작했다. 한 씨의 월급통장을 빼앗아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고 유흥에 탕진하곤 했다.

한 씨는 "내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만들고 대출을 받아 채무불이행자로 만들었고, 가족이나 친척들까지 찾아가 돈을 빌려달라며 행패를 부려 가족들과도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오랫동안 가족들과 연락이 두절되면서 최근에야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았을 정도였다.

남편은 한 씨를 착취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한달에 두세차례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폭행이 이어졌다. 견디다못한 한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10년 전쯤 고통에서 벗어나려 맹독성 약품도 먹었는데…때마침 전기요금을 받으러 온 집주인이 발견해 목숨을 건졌어요." 한 씨는 "그런 극한적인 상황에도 남편에게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고통을 참고만 살았던 한 씨가 변화를 선택한 건 6개월 전이었다. 한 씨는 "TV를 보다 나 같은 사람을 도와주는 여성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돼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3월 17일 퇴근길에 집 대신 경찰서 지구대로 향하면서 지독한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뇌졸중 등 후유증에 앞으로 생계도 막막

한 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6개월간 지낼 거처를 구했고, 새 출발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긴 세월동안 이어진 폭행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병원에서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고 있지만 여전히 평형감각이 불안정하고 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한 씨는 "폭행으로 골절됐던 갈비뼈는 어긋나게 붙어있었고, 금이 간 갈비뼈도 여러개 있었다"면서 "아프다고 하면 남편이 더 때리니까 병원에도 못가고 그냥 참았다"고 털어놨다.

치아상태도 엉망이다. 지속적인 폭행으로 윗니는 전혀 남지 않았고 아랫니만 세 개가 남아 틀니를 사용한다. 6년째 쓰고 있는 틀니는 수명이 다했지만 당장 월세 보증금조차 없는 형편인지라 교체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성치 않은 몸이지만 한 씨는 자립을 준비하려 8월부터 작은 속옷공장에서 포장원으로 일하고 있다. 주 6일 간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선 채로 일하고 매달 100만원 남짓을 받는다. 남편은 최근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어 피해 보상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내가 왜 이렇게 됐나 싶어 밤에는 잠이 안 오고… 울면서 일하고 있으면 동료들이 위로해줘요. 많이 힘들지만 제가 잘 살아야 남편도 후회하겠죠. 앞으로 더 악착같이 살 겁니다." 고개를 숙인 한 씨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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