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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굿바이 싱글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굿바이 싱글

김혜수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코미디 영화다.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싱글로서 또 여성 팬들의 지지가 더 높은 자연인으로서의 김혜수, 그리고 카리스마 있거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배우 이미지를 결합해서 만든 신선한 시도다. 이 영화로 상업영화계에 첫발을 내민 김태곤 감독은 '1999, 면회'(2012)라는 독립영화로 장편 데뷔를 했고, 2014년 독립영화계 최대 화제작이었던 안재홍 주연의 '족구왕'의 각본 및 제작을 맡았다. 독립영화계에서 상업영화계로 이동한다는 것은 한국영화계의 현실에서 매우 드문 일이기에, 김태곤 감독의 경우 그의 특별한 영화적 재능이 상업영화계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인정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참신한 캐릭터와 현실감 넘치는 대사, 탄탄한 서사적 전개를 잘 이끌 것으로 기대가 된다. 고주연(김혜수)은 서른아홉 살임에도 철이 안 든 발연기의 대가이자 톱스타다. 몰래 연애 중인 남자친구 지훈(곽시양)의 엄마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대작 드라마 출연을 거절하고, 주목할 만한 신인배우로 키운 지훈이 여대생과 양다리를 걸치면서 구설에 오르자 속상해한다. 좌충우돌하는 철없는 그녀 때문에 함께하는 동료들도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뉴욕패션스쿨 출신 스타일리스트 평구(마동석), 사고뭉치 주연을 뒷감당하는 김 대표(김용건), 주연의 전담 매니저 미래(황미영) 등 소속사 식구들이 주연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다. 어느 날 사랑에 실패하고, 드라마 주연인 줄 알았지만 감초 조연임을 알게 되면서 좌절에 빠진 그녀는 중대 결정을 내린다. '진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것. 다짜고짜 주연은 임신을 발표했지만, 나이가 많아 임신을 할 수 없는 주연의 일은 점점 커진다. 평구는 주연이 벌여놓은 스캔들을 뒷수습하기 위해 나선다. 영화는 세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어버린 골드미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바깥으로 나돌다 덜컥 임신이 되어 버린 중학생, 정글 같은 경쟁의 장에서 성공을 위해 한참 연상인 여성을 이용하는 젊은 남자, 유학파 실력 있는 디자이너이지만 고용주의 허드렛일까지 해야 하는 가장, 흥미위주의 가십거리만 찾아 벌떼처럼 몰려드는 기자들, 이기적인 학부모들, 무관심한 교사들. 미운 짓거리와 인물들이 차고 넘친다. 균열과 갈등, 혐오와 비아냥거림, 가난과 나이로 인한 주눅듦으로 가득한 헬조선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는 위와 같은 수많은 갈등 요소들을 캐릭터의 심리 안에 녹여내지 못하고 배경 정도로 단순화시킨다. 그리하여 좋은 소재와 이야기의 전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어이없는 해프닝을 벌이는 한 여성의 좌충우돌 성장담으로 평범하게 마무리되어 버린다. 극 중 고주연의 대사처럼 "캐스팅을 기다리는 배우, 캐스팅을 선택하는 배우, 캐스팅을 만들어내는 배우 중 캐스팅을 만드는 배우" 바로 김혜수의 원맨쇼가 볼거리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한 몸매와 미모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평소 패셔니스타로서의 감각을 유감없이 뽐낸다. 장면마다 매번 바뀌는 의상과 헤어는 길게 진행되는 패션쇼를 보는 느낌이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선한 의도는 분명 있다. 인연으로 맺어진 대안가족의 미덕을 강조하고, 어린 임산부를 사회가 품어줘야 한다고 설득하며, 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것이 삶의 기쁨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의도는 명쾌하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좌충우돌의 해프닝 후에 주인공은 현실을 자각하고 갑자기 성장한다. 그리고 이후 응당 따라붙는 눈물 흘리게 하는 장면의 배치는 진부한 코미디의 전형성을 답습한다. 영화 '차이나타운'(2014)과 TV 드라마 '시그널'(2016)을 거치며 성격파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중견배우 김혜수의 성장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입장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엉뚱함과 순수함, 그리고 성숙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녀의 노력이 스크린에 묻어나지만, 어정쩡한 전개의 서사와 리듬감을 놓친 편집은 전체적으로 맥이 빠진다. 여성 주인공 원톱 영화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한국영화계 현실에서 고군분투한 영화라 더욱 안타까움이 남는다.

2016-06-30 16:08:35

[새영화] 사냥 / 레전드 오브 타잔 / 500일의 썸머

[새영화] 사냥 / 레전드 오브 타잔 / 500일의 썸머

산 속에서 16시간 동안 벌어지는 처절한 사투 ◆사냥=금을 차지하려는 엽사 무리와 소중한 것을 지켜야 하는 사냥꾼의 목숨을 건 산 속 16시간 추격전을 그리는 액션 스릴러. 대규모 탄광 붕괴 사고가 일어난 무진의 외딴 산, 이상한 것이 출몰한다는 소문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다. 여기서 거대한 금맥이 발견된다. 금맥 정보를 입수한 동근(조진웅)은 엽사들을 이끌고 산에 오른다. 한편 탄광 붕괴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기성(안성기)은 산사태 때문에 출입이 불가하다던 산에서 수상한 남자들을 발견하고 뒤쫓는다. 이때 사고로 죽은 동료의 딸 양순(한예리)마저 우연히 산 속에 들어갔다 함께 쫓기게 된다. 이들은 한 번 올라온 이상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갇힌 공간인 산 속에서 경찰(손현주) 수사팀이 올 때까지 살육전을 벌인다. 인간의 탐욕에 맞서 밀림으로 돌아간 타잔 ◆레전드 오브 타잔=아프리카 가봉의 우거진 숲과 절벽, 강, 폭포 등에서 촬영한 광활한 대자연의 장관과 최첨단 CG 기술로 완성한 고릴라, 사자, 코끼리 등 동물들의 볼거리가 풍성한 밀림 액션 블록버스터. '해리 포터' 시리즈를 연출한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타잔(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이 제인(마고 로비)을 만나게 되면서 밀림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의 이야기를 담는다. 8년 전, 타잔은 아프리카 밀림을 떠나 이제는 런던 도심에서 사랑하는 제인과 함께 문명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하지만 타잔은 밀림 개발 음모를 꾸미는 일당들에게서 사랑하는 아내 제인과 밀림을 지키기 위해 다시 밀림으로 돌아와 탐욕스러운 인간과 대결을 펼친다. 크리스토프 왈츠, 사무엘 L. 잭슨 등 존재감을 과시하는 명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운명 믿는 男과 사랑 안 믿는 女의 500일 연애사 ◆500일의 썸머=운명을 믿는 순수청년 톰(조셉 고든 래빗)과 사랑을 믿지 않는 복잡한 여자 썸머(주이 디샤넬)가 500일간 엮어나가는 연애사를 그린 로맨스 영화. 재개봉하는 로맨스 걸작이다. 톰과 썸머의 기억의 편린을 따라 이야기가 시간 순서와 상관없이 기발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진정한 사랑을 믿는 카드 디자이너 톰과 구속 받기 싫어하는 자유로운 여자 썸머의 사랑과 오해가 그들이 인연을 맺는 장소를 따라 펼쳐진다. 사랑의 기억 조각들을 파편적 시공간으로 엮어낸 로맨스 태피스트리로, 싱그럽고 풋풋하며 애처롭다. 미국 LA를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영상미와 시원한 음악이 연애의 행복감과 아픔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연애를 통해 한 인간이 성장하고 변모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랑학 교과서 같은 영화다.

2016-06-30 16:06:45

[새 영화] 서프러제트/ 비밀은 없다/ 크리미널

[새 영화] 서프러제트/ 비밀은 없다/ 크리미널

20세기 초 영국 여성 노동자의 참정권 투쟁 #서프러제트=서프러제트(suffragette)는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를 지칭하는 용어다. 영국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지게 된 것은 1928년이었다. 1903년 에머린 팽크허스트가 여성사회정치동맹을 결성한 후, 25년간 참정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이 죽어나갔다. 영화는 20세기 초 영국 세탁공장 노동자였던 한 여성이 서프러제트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초기 여성운동의 역사를 그린다.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는 아내, 엄마, 그리고 노동자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녀는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며 거리에서 투쟁하는 서프러제트 무리를 목격한 그날에도 그들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여성이라는 이름 앞에 무너져버린 정의와 인권 유린 세태에 대해 분노하게 되고, 부당함에 맞서고자 거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선거 앞두고 사라진 딸의 행적 홀로 추적하는 엄마 #비밀은 없다=공효진이 4차원 캐릭터를 연기하는 코미디 '미쓰 홍당무'(2008)로 데뷔한 이경미 감독이 8년 만에 내놓는 스릴러로, 역시 여주인공의 개성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국회 입성을 노리는 야심 많은 신진 정치인 종찬(김주혁)은 선거를 앞두고 예민해져 있다.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은 물심양면으로 남편을 보필한다. 그런데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딸 민진(신지훈)이 실종된다. 종찬과 참모진이 민진의 실종보다 선거의 향방에 더 관심이 가 있자 연홍은 이에 화를 내며 혼자 민진의 흔적을 되짚기 시작한다. 학교와 경찰서를 분주히 오가던 연홍은 민진과 가까운 친구였다는 미옥(김소희)을 의심한다. 딸이 남긴 단서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연홍은 점차 드러나는 충격적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기억 이식으로 핵무기 테러 막기 위한 단서 쫓아 #크리미널='인셉션'이나 '토탈 리콜'같이 기억이식을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CIA 요원 빌(라이언 레이놀즈)은 핵무기 제어 시스템을 해킹해 워싱턴, 베를린, 베이징 3개 도시를 모두 폐허로 만들 국제적 테러의 징후를 포착하고 단서를 추적한다. 그러던 중 반정부 테러조직에 쫓기는 몸이 된다. CIA는 테러를 추적할 단서를 지키기 위해 빌이 가진 기억을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기로 한다. 20년 가까이 뇌 과학을 연구해온 프랭크 박사(토미 리 존스)의 주도하에 빌의 기억은 강력 범죄로 복역 중인 사형수 제리코(케빈 코스트너)에게 이식되고, CIA의 수장 퀘이커(게리 올드만)는 제리코로 하여금 테러를 막을 단서를 찾도록 한다. 빌의 기억을 이식받은 제리코는 테러를 막아내기 위해, 그리고 빌의 아내인 질리언(갤 가돗)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2016-06-23 18:41:39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

"이야기는 단순화하고, 볼거리로 약점을 메울 것." 그야말로 폭탄급 예산을 퍼붓고 전 세계 남녀노소 모든 관객들을 타깃으로 폭발적인 흥행 수익을 노리는 것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본질이지만, 필자는 블록버스터가 바보 같은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터미네이터' '로보캅' '매트릭스' '매드맥스' '토탈 리콜' '다크 나이트' '인셉션' '엑스맨' 등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명제로 가득한 블록버스터 영화 리스트를 끝도 없이 읊을 수 있다. 관객은 우매하지 않고, 돈과 노력을 쏟아부어 선택한 영화는 조금이라도 나의 사고에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란다. 그러나 여름방학 성수기를 노리고 개봉하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예산을 투입하여 전 세계 관객을 끌어들이는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바보 같음은 어쩔 수 없다. 이래서 관객은 더 똑똑해져야 한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볼거리가 풍부한 오락물 이상의 어떤 의미를 갖기 힘든 영화다. 이야기는 허약하고 볼거리는 풍성한, 그야말로 두뇌는 없이 몸만 잘 빠진 어른을 보는 느낌이다. 할리우드의 축적된 시각효과 기술이 총동원된 최고 수준의 스펙터클 장면들은 틀림없으나, 이것이 서사에 녹아들어가지 않으면 관객의 뇌리에 남는 것은 없다. 최고의 액션 장면을 봐도 하품만 나올 것이다. 이 영화는 1996년 전 세계적으로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며 그해 흥행 1위를 기록한 '인디펜던스 데이'의 속편이다. 전편은 지구 멸망을 노리는 외계인의 침공 때문에 미국 중심부의 백악관이 파괴되었는데, 영화사상 백악관 파괴는 최초의 시도라서 많은 관객들에게 충격과 함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선사했다. 당시는 2000년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 상황이었고, 미국 영토가 외부에 의해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때이니, 전편의 백악관 파괴는 그저 상상의 산물이었다. 2000년에 실제로 미국 본토 내의 테러를 경험한 이후 미국인들에게 생긴 트라우마는 영화 속 재난이나 테러를 재미로 즐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속편이 나오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20년 후, 그 시절의 영웅들이 다시 등장하고, 2세들이 바통터치를 하며 자연스럽게 신구 세대교체를 이루는 속편이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20년 전 외계의 침공으로 인류의 절반을 잃고, 재건에 힘쓴 지구에 다시 찾아온 멸망의 위기를 그린 SF 재난 블록버스터다. 전편의 감독인 롤랜드 에머리히가 속편도 지휘했다. 에머리히는 '고질라' '투모로우' '2012'를 거치며 재난영화 장인으로서 솜씨를 쌓았고, 이번 영화에는 그의 재난 스펙터클 노하우가 총집결되었다. 지구 전쟁에서 패한 외계인들은 더욱 강력해진 기술로 파괴와 재건을 거치며 더 진보한 지구를 위협한다. 인류는 외계인의 압도적인 기술력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한층 강력해지고 무시무시해진 외계인들은 자기중력기술을 활용해 지구의 중력을 거슬러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린다.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 주인공들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뭉친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영웅주의와 신파를 적절하게 이용하고 논리가 꼬이면 우연에 기대어 풀어내면 된다. 미국이 세상의 중심이며, 백악관이 공격받으면 세계가 재앙에 맞닥뜨리게 되고, 미국의 영웅들은 세계 평화를 위해 싸운다는 고결한 정신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번에 조금 달라진 점은 중국의 역할이다. 중국인인 최고 사령관이 영웅적인 최후를 맞이하고, '안젤라 베이비'라는 중국 최고 미녀가 정의로운 전투기 조종사로 등장한다. 상하이가 통째로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은 장관이다. 엄청난 흥행수익을 보전해 줄 중국 시장을 노리기 위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중국을 조금이라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모든 요소들을 지운다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다. 백인 남성 영웅주의라는 비판을 의식하여 다문화요소를 적절히 가져오지만, 구색 맞추기 이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없다. 선과 악의 대결은 명징해서 진부하다. 그래도 3편은 제작될 것 같다. 영화는 우주 전쟁을 예고하는 미끼를 이미 던졌고, 첫날 흥행수익은 고공행진이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다. 전직 대통령인 늙고 쇠약해진 히트모어가 딸을 대신하여 전투기에 오르며 "너희들은 나라를 재건해야 하니, 전쟁에는 내가 나가겠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드물게 뭉클한 장면이다.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젊은이를 희생하는 세태를 꼬집고 있는 듯하다.

2016-06-23 18:40:48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본 투 비 블루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본 투 비 블루

재즈 트럼펫 주자이자 가수인 쳇 베이커는 낭만적이면서도 극도의 우울함을 연주와 노래에 담았다. 잘생긴 외모로 인해 1950년대 '재즈계의 제임스 딘'이라 불리며 웨스트코스트 쿨 재즈의 한 축이 되었으나, 1960년대에는 약물 중독으로 인해 막장 인생을 살며 음악인으로서 추락했다. 그리고 다시 재기하게 된 결정적 시기를 다룬 영화다. 전설적인 재즈인의 전기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실존 인물인 쳇 베이커를 중심에 두지만, 그의 일대기를 다루지 않은 채 많은 부분에서 픽션을 가미한다. 충실하게 사건을 재연하는 방식을 버린 자리에는 초현실적인 무드가 흐르며 베이커의 영혼의 울림에 더욱 가까이 다가선다. 그리하여 삶의 우울이 창조해낸 그의 음악적 정수가 심장을 두드리는, 아프고 시리며 아름다운 서정적인 영화가 되었다. 재즈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음악가인 쳇 베이커를 기억하는 재즈 마니아에게 호소하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쳇 베이커나 당대 재즈 분위기를 몰라도 에단 호크가 분한 쳇 베이커 그 자체인 음악, 그리고 그의 사랑, 정신적 방황과 선택을 둘러싼 이야기는 충분히 즐길거리가 풍부한 예술적 요소들이다. 영화는 1966년 쳇 베이커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마약 중독과 폭행 사고로 더 이상 연주가 불가능해 보이던 쳇 베이커(에단 호크)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제작 현장에서 여배우 제인(카르멘 에조고)을 만나 다시 트럼펫을 들고 재기의 희망을 가진다. 하지만 쳇은 길에서 심하게 폭행당해 잇몸이 주저앉고 이가 망가지게 된다. 관악기 연주자인 그에게는 치명적인 사고였다. 쳇은 틀니를 낀 채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야 했다. 그의 초기 시절부터 함께했던 음반 제작자들은 약을 끊었다지만 다시 손대기를 반복해온 쳇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였다. 그의 곁에 남은 건 제인과 재즈뿐이다. 영화는 두 개의 시간대를 오간다. 현재 시점인 1960년대 중반과 쳇 베이커의 영광스러운 시절인 1950년대 중반이다. 컬러로 구성된 현재 시점과 흑백으로 이루어진 과거 시점이 교차하는데, 특이한 점은 1950년대 과거 시점은 회상이 아니라 쳇이 연기하는 촬영된 필름이다. 영화는 몽롱한 쳇의 정신 상태를 보여주듯이, 컬러와 흑백, 과거와 현재, 현실과 연기 사이를 오가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이루어져 있다. 재즈가 불러일으키는 낭만적이면서 몽롱하고 또한 극도로 우울한 감각을 시청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쳇 베이커의 전성기였던 1950년대에 이미 재즈는 로큰롤과 포크록에 자리를 내주며 몰락의 길에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잘생긴 외모와 반항적인 이미지는 당대의 청년문화와 맞물리며 마지막 재즈의 불꽃을 일으키는 요인이었다. 그리고 1960년대 재즈는 완전히 몰락한 상태였고, 약물로 만신창이가 된 쳇의 인생과 일치한다.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는 그는 재기를 꿈꾸지만, 유약한 심신과 잘못된 선택은 그를 제대로 일어설 수 없게 했다. 온갖 장르적 실험을 통해 재즈의 새 길을 개척한 마일스 데이비스에 대한 콤플렉스, 프로 음악인이었던 아버지와의 인간적 갈등, 약과의 끝없는 싸움, 동업자들과의 다툼, 그리고 미숙한 사랑. 이 모든 것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유약한 인간이지만, 그의 음악만은 언제나 청춘이었다. 예술가의 두려움, 불안함, 우울은 창작열로 승화되어 듣는 이에게 심장을 찌를 듯이 아프게 전해지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감동을 준다. 쳇 베이커는 한없이 초라했다가도 진심을 다하는 무대에서 진정성 있는 노래를 관객에게 들려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재즈란 바로 굴곡진 인생'이라는 점을 체험하게 된다. 재즈 전설로 불리는 한 인간의 나약한 본 모습에서, 덧없는 세상살이를 '쿨하게' 견뎌보자는 묘한 다짐이 생겨난다. 영혼의 떨림까지 연기한 에단 호크는 15년 전 리처드 링클레이터와 함께 쳇 베이커 영화를 구상하다가 무산된 이후, 다시 한 번 쳇 베이커를 연기할 일생일대의 행운을 잡았다. 그는 내년 아카데미영화제가 기대될 만큼의 명연기를 펼친다. 애틋하고 불가사의한 그의 눈동자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가슴 속에 남았다.

2016-06-09 18:03:40

[새 영화] 정글북 / 컨저링2 /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새 영화] 정글북 / 컨저링2 /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늑대에게 키워진 '인간 소년' 모글리의 모험 ◆정글북=자신이 늑대인 줄 알고 자란 인간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정글북'의 실사영화 버전. 1894년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책을 썼고, 1967년 디즈니사가 유머가 흐르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으며, 2016년 디즈니가 또 한 번 21세기 영화기술을 적극 활용, 3D와 CG로 정글과 동물들을 섬세하게 재현했다. 늑대 무리에서 길러진 인간 소년 모글리(닐 세티)는 어미 늑대 락샤(루티나 니옹고)와 늑대들의 리더 아킬라(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자신의 부모라 여기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휘두른 횃불에 큰 상처를 입고 인간을 증오하게 된 정글의 무법자 쉬어칸(이드리스 엘바)은 모글리를 정글에서 쫓아내려 한다. 모글리는 쉬어칸의 위협을 피해 인간 세상으로 향하고, 그 여정에 든든한 멘토 흑표범 바기라(벤 킹슬리)와 유쾌한 곰 발루(빌 머레이)가 동행한다. 실화 바탕으로 무서운 장면 없이 공포 선사 ◆컨저링2=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로 알려지고 흥행에도 성공한 '컨저링'(2013)의 속편이다. 속편은 전편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출신 감독 제임스 완이 계속해서 연출을 맡았다. 악령 퇴치사 워렌 부부(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는 1977년 영국 엔필드에서 초자연적 현상과 마주한다. 엔필드의 호지슨 일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심령 현상에 시달리고, 엄마 페기(프랜시스 오코너)와 네 남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은 영국판 '아미타빌 사건'이라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모은다. 한편 교회의 요청을 받은 워렌 부부가 호지슨 저택을 조사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하지만 악령의 실체는 의심과 회의 속에 점차 멀어져간다. 워렌 부부는 엄청난 상대와 마주하다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탄탄한 드라마 구조가 호러 장르의 격을 높인다. 실화 바탕으로 무서운 장면 없이 공포 선사 초보 집사와 천방지축 고양이들의 동거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초보 집사와 천방지축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동거를 그린, 고양이 마니아들이 환영할 일본 영화. 고양이들의 연기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마추어 복서 출신으로 시합 도중 부상을 입어 백수가 된 미츠오(카자마 순스케)는 어느 날 형이 아기 길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오면서 고양이들과 함께 살게 된다. 미츠오는 고양이에게 정을 붙여보려고 하지만 부를 때는 안 오고 안 부를 땐 다가오는 고양이들과 친해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형이 결혼을 위해 집을 떠나게 되고, 미츠오 혼자 두 고양이를 돌보게 되면서 점점 고양이의 마성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원작을 쓴 작가 스기사쿠는 실제로 복서의 길을 포기하고 고양이를 소재로 한 만화를 그려 만화가로 데뷔했다.

2016-06-09 18:02:41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아가씨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아가씨

#일제강점기, 아가씨·하녀·백작 얽혀 #서로 착취하고 속이며 반전에 반전 #감각적 카메라 구도'화려한 의상 향연 #과감한 연기 더해져 지루할 틈 없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한국에 개봉도 하기 전에 화제가 만발한 작품이다.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를 거치면서 탐미적 영상, 도착적 취향, 클래식에 대한 오마주가 특징이 된 영화감독 박찬욱의 개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예술 취향의 영화이기보다는 볼거리가 풍부한 상업영화에 가깝다. 칸에서 공개된 후 '재미있지만 메시지는 애매하다'는 평이 이어졌고, 소문대로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가진 영화다. 화려하고 웅장한 프로덕션디자인, 패션쇼를 보는 것 같은 주인공들의 의상의 향연, 감각적인 카메라 움직임, 배우들의 과감한 연기, 주연 김민희의 신비로운 매력과 신인 김태리의 풋풋한 에너지, 엎치락뒤치락 이어지는 반전 구조까지 2시간 24분이 지루하지 않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조선 땅에 세워진 영국풍과 일본풍이 어우러진 기이한 대저택에서 조선인 하녀, 일본인 귀족 아가씨, 백작으로 위장한 사기꾼, 친일파 백작 등 4명의 주요 인물이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고 속이다가 최후를 맞이하는,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 드라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인 조선인 출신 코우즈키(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상속녀 히데코(김민희)에게 백작(하정우)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 숙희(김태리)가 찾아온다.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녀의 정체는 유명한 도둑의 딸로,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이다. 그녀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하여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코우즈키의 저택으로 들어간다. 백작과 숙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숙희의 내레이션으로 사건을 다루고, 2부는 히데코의 내레이션으로 사건을 전달한다. 처음에는 아가씨를 속이기 위해 들어간 숙희가 오히려 속게 되는 사건이 펼쳐지고, 이후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지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난다. 1부와 2부의 시점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다시 한 번 반복한다. 3부는 숙희와 아가씨 사건 이후 백작과 코우즈키의 현재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1860년대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다룬 로맨스 소설 '핑거 스미스'가 원작이다. 원작자 사라 워터스는 영문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영문학자로 빅토리아 시대의 외설문학을 연구한 성과 위에 레즈비언 소설을 썼다. 그녀는 레즈비언 로맨스를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가부장제와 견고한 계급 구조를 통렬하게 풍자한다. 박찬욱은 탄탄한 원작 소설을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로 각색했다. 시대 배경으로 인해 더욱 풍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원래 원작이 가지고 있던 가부장제, 계급, 성별 문제 위에 민족 문제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심오함을 영화는 가지고 있지 않다. 영화는 이 온갖 모순과 경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로와 조소라는 카타르시스를 가질 만큼 영리하게 구성되어 있지 못하다. '라쇼몽 효과'라는 것, 즉 누군가의 시각에 따라 사건을 다르게 보는 방식은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가 1950년도 동명영화 '라쇼몽'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이후, 이미 익숙한 영화적 장치가 된 지 오래다. 또한 비선형구도를 차용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 스릴러 영화의 장르적 관습이므로 새로울 것이 없다. 영화가 가질 새로움은 일제강점기라는 비극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양극단 계급에 위치해있으며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두 여성이 섹슈얼리티를 통해 꽉 막힌 가부장제의 위선, 군국주의의 오만한 폭력을 시원하게 까발리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깊이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오시마 나기사의 걸작 에로영화 '감각의 제국'(1976)의 한 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는 오프닝인, 행진하는 일본 군인들과 그를 뒤따라가는 조선 아이들 장면이 영화에 커다란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여배우들의 신비로운 연기와 눈부신 나신이 '섹슈얼리티를 통해 각종 억압으로부터 해방되기'라는 의미를 가지지 못한 채, 남성 관객들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낭비된다는 점에서 불편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배경은 시각적 화려함과 이국성을 위한 장치 이상의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다. 탐미적 영상미가 깊이 있는 주제의식과 결합되지 않을 때의 허무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2016-06-02 19:17:42

[새영화] 양치기들 / 더 보이 / 미 비포 유

[새영화] 양치기들 / 더 보이 / 미 비포 유

거짓말 일삼다가 결국 자신도 거짓말의 덫에 빠져 ◆양치기들=거짓말을 일삼다가 결국 본인이 거짓말의 덫에 빠지는 양치기 캐릭터의 딜레마를 그린 스릴러.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 과정 중에 있는 신인 김진황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수상했다. 연극배우인 완주(박종환)는 한때 주목받는 배우였으나, 지금은 역할대행업을 하며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죽은 피해자의 엄마라는 중년 여인에게서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망설이던 완주는 보상금 유혹에 못 이겨 목격자 역할 대행을 수락한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본인의 가짜 증언을 토대로 용의자로 지목된 준호(이가섭)가 자신의 단골 횟집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완주는 뒤늦게 진범을 알아내려 동분서주한다. 죽은 아들 대신한 인형과 단둘이 남게 되는데… ◆더 보이=공포영화의 고전적 요소인 대저택과 인형을 활용한 공포 스릴러. 죽은 아들을 대신한 인형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다. 그레타(로렌 코핸)는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외딴 마을의 대저택에 유모로 들어간다. 그러나 노부부(짐 노튼 & 다이아나 하드캐슬)가 아들 브람스라며 소개한 건 소년 인형이다. 장난이라는 의심과 달리 부부는 너무나 진지한 태도로 인형을 대하고, 심지어 10가지 규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당부한 후 여행을 떠난다. 대저택에 인형 브람스와 단둘이 남게 된 그레타는 자꾸만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을 겪으며 점점 인형이 살아있다고 믿게 된다. 그녀는 간간이 생필품을 전해주러 오는 말콤(루퍼트 에반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인형의 기행과 압도적인 분위기의 대저택이 내내 불안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존엄사 문제와 다른 계급 간의 사랑 따뜻하게 다뤄 ◆미 비포 유=6년 동안이나 일하던 카페가 문을 닫는 바람에 백수가 된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새 직장을 찾던 중 촉망받는 젊은 사업가였던 전신마비 환자 윌(샘 클라플린)의 임시 간병인이 된다. 윌은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남에게 쌀쌀맞게 대한다. 윌은 루이자의 우스꽝스러운 옷과 썰렁한 농담이 신경 쓰이고, 루이자는 말만 하면 멍청이 보듯 하고 개망나니처럼 구는 윌이 치사하게만 여겨진다. 어느 날 윌이 루이자에게 심한 독설을 퍼붓자 루이자는 그의 태도를 따끔하게 지적하고, 그때부터 윌은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는 사이, 루이자는 윌이 존엄사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렇게 둘은 서로의 인생을 향해 걸어 들어간다. 존엄사 문제와 다른 계급 간의 사랑이 사려 깊게 다루어진다.

2016-06-02 19:16:07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엑스맨: 아포칼립스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엑스맨: 아포칼립스

마블 코믹스가 원작인 '엑스맨' 시리즈는 2000년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져, '엑스맨2'(2003)와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으로 이어지는 3부작이 흥행에 성공하며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양산해 내었다. 이후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과 '더 울버린'(2013) 등 시리즈 속 인기 캐릭터인 울버린의 독자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방향을 돌리다가, 엑스맨 주인공들의 과거를 다룬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라는 프리퀄로 다시 인기몰이를 했다.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는 방대한 시리즈를 아우르는 동시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을 다졌다. 초대형 SF 블록버스터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16년간 이뤄진 엑스맨들의 활약 결정판이다. 최초의 돌연변이가 등장한 가장 오래된 과거로 간다. 이번 편은 기원전 고대 이집트와 1980년대 미국을 오간다. 영화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서 깨어난 최초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가 인류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네 명의 돌연변이로 구성된 '포 호스맨'을 구성한다. 이에 맞서 '찰리'를 중심으로 한 엑스맨들이 뭉쳐 일대 전쟁에 나선다. 엑스맨 시리즈의 대표 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이번에도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편에도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세대교체를 알리는 떠오르는 젊은 신예 배우들의 진용도 화려하다. 슈퍼 히어로 영화가 아이들, 혹은 유아기를 그리워하는 어른이나 보는 유치한 영화라는 생각은 절대적으로 편견이다. 미국 출판 만화를 지칭하는 '코믹스'는 일본 만화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이 도래하던 시대에 코믹스가 등장했으니 80여 년이라는 만만치 않은 역사를 쌓아왔는데, 등장 당시 침체된 경제와 대조적으로 대중문화는 크게 성장했다. 코믹스는 빈곤한 도시 노동자들이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값싼 여가 수단으로 영화와 함께 도시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하여 코믹스는 미국 사회의 문제, 도시의 문제를 담고 있는 사회 반영성의 매체가 됐다. 1938년 슈퍼맨이 등장한 이후, 코믹스의 95%가 슈퍼 히어로를 등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에서 볼 때 슈퍼 히어로 영화는 미국사를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참조물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슈퍼 히어로물은 전쟁 선전의 기능을 담당했고, 전후 여성 소비자층의 증가로 여성 히어로가 인기를 끌었다. 서부영화의 몰락 이후 코믹스 슈퍼 히어로가 법을 준수하고 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캐릭터로 다져져, 당대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는 대체 영웅이 되었다. 1970년대 말 SF 블록버스터 영화의 성장은 슈퍼 히어로의 대대적인 확장과 맞물렸다. 배트맨과 같은 반영웅이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다. 엑스맨의 일원인 울버린 또한 반영웅의 대표적 인물이다. 21세기 들어 슈퍼 히어로물은 다양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며 인종, 성적, 계급적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있다. 돌연변이가 대거 등장하는 '엑스맨'은 그야말로 소수자들의 연합을 보여준다. 매그니토(마이클 파스빈더)와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이 돌연변이로서의 능력을 세상에 공개했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워싱턴 사건으로부터 10년이 흐른 1983년. 고대 이집트에서 신으로 숭배받았던 최초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초능력을 흡수해 가며 수천 년을 살아온 아포칼립스는 스톰(알렉산드라 십), 사일록(올리비아 문), 아크엔젤(벤 하디) 그리고 매그니토(마이클 파스밴더)에게 자신의 힘을 나누어준 뒤, 그들과 함께 현재의 세상을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 한다.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미스틱은 아포칼립스의 지구 종말 계획을 알아채고, 진 그레이(소피 터너), 사이클롭스(타이 셰리던), 퀵 실버(에반 피터스), 나이트크롤러(코디 스밋 맥피) 등 젊은 돌연변이들과 함께 아포칼립스에 대항한다.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이었던 1980년대는 경제적 번영과 평화 속에 불안이 잔존하던 시대이며, 현재 표면화된 사회적 모순의 싹을 키우던 시기라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적 맥락이 예사롭지 않다. 찰스는 돌연변이들과 세상의 화합을 꿈꾸지만, 매그니토는 인간을 배제하고 뮤턴트 왕국을 만들려 하면서 절친이었던 둘은 대립한다. 이 두 캐릭터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X를 모티프로 삼았다는 공공연한 이야기는 슈퍼 히어로가 얼마만큼 사회현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잘 보여준다. 영화는 다음 편에서 확실히 돌연변이들의 세대교체가 있을 것을 예고한다. 엑스맨 시리즈의 점차 확장되어 가는 세계는 슈퍼 히어로 장르가 사회 변화에 따라 얼마나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라는 점에서 영화감상의 재미는 배가된다.

2016-05-26 19:30:00

[새영화] 레이스 / 미스터 홈즈 / 달에 부는 바람

[새영화] 레이스 / 미스터 홈즈 / 달에 부는 바람

'베를린 올림픽 영웅' 제시 오언스의 승리 드라마 ◆레이스=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영웅 제시 오언스의 승리 드라마를 그린 실화 영화. 히틀러의 나치 정권은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나치를 선전하기 위한 장으로 올림픽을 이용한다. 인종차별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미국의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가 4관왕을 차지하고 동양의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걸며 히틀러의 구상에 찬물을 끼얹은 역사적 순간을 그렸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스테판 제임스)는 코치 래리 스나이더(제이슨 서디키스)를 만나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운다. 흑인과 백인이 완벽하게 분리됐던 시대지만, 제시가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세계기록을 갈아치우자 사람들은 환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한편 베를린올림픽 보이콧을 고민하던 미국올림픽위원회는 결국 참가 결정을 내린다. 은퇴한 '셜록 홈즈' 미해결 사건이 떠오르는데… ◆미스터 홈즈='셜록 홈즈'의 원작자 코난 도일은 홈즈가 탐정직에서 은퇴 후 고향에서 양봉을 하며 여유로운 황혼기를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소설가 미치 컬린은 도일이 끝낸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이라는 소설을 썼다. 영화 '미스터 홈즈'는 홈즈의 마지막 순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1947년 전설의 명탐정 셜록 홈즈(이언 매켈런)는 은퇴 후 고즈넉한 시골에서 황혼기를 보낸다. 가정부 먼로 부인(로라 리니)과 그녀의 호기심 많은 아들 로저(마일로 파커)만이 그의 곁을 지키는 가운데, 홈즈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은 사건을 정리하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30년 전,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마지막 사건과 한 여인이 있었다. 해결하지 못하고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그 사건은 여전히 홈즈의 기억을 사로잡는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딸과의 소통 ◆달에 부는 바람=시청각장애인과 척추장애인 부부의 아름다운 손의 대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2012)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국인 사상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이승준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이번에는 시청각장애를 안고 있는 18세 소녀와 엄마의 이야기다. 시청각 중복 장애를 안고 살아온 예지는 단 한 번도 무엇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 예지와 평생 함께해 온 엄마지만 성질 부리며 머리를 박고, 때리고, 발 쾅쾅 구르는 예지의 행동을 다 이해할 수 없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딸과의 소통은 요원하다. 엄마는 웃고, 춤추고, 매달리고, 자학하는 행동들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예지의 언어를 해석하려 한다. 영화는 서로에게 닿을 듯 닿지 못하는 예지와 어머니의 세계를 예민하게 응시한다.

2016-05-26 18:50:42

[새 영화] 계춘할망, 하드코어 헨리, 제3의 사랑

[새 영화] 계춘할망, 하드코어 헨리, 제3의 사랑

12년 만에 찾은 손녀, 상처 보듬는 할머니 계춘 #계춘할망='고死(사): 피의 중간고사'와 '표적'을 연출한 창 감독(윤홍승)의 신작. 12년 만에 잃어버린 손녀 혜지(김고은)를 기적적으로 찾은 해녀 계춘(윤여정)이 펼치는 눈물과 감동의 영화. 할머니와 손녀는 단둘이 제주도 집에 살면서 서로에게 적응해간다. 그러나 아침부터 밤까지 오로지 손녀 생각만 가득한 계춘과 달리 혜지는 도통 속을 알 수 없다. 어딘가 수상한 혜지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의심이 커지는 가운데, 혜지는 서울로 미술경연대회를 갔다가 사라진다. 지난날의 사고와 관련하여 사고뭉치 혜지가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게 된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라는 특별한 소재를 채택한 이 가족 드라마에서 상처와 비밀을 간직한 여고생의 섬세한 내면과 할머니의 따사로운 마음이 감정을 건드린다. 1인칭 카메라 시점으로 전개되는 실험적 액션 #하드코어 헨리=카메라 시점이 영화 내내 1인칭으로 전개되는 실험적인 형식의 SF 액션영화. 사고를 당한 헨리가 눈을 뜨자, 실험실의 한 여자가 그의 잘린 팔다리에 로봇 팔다리를 붙여준다. 에스텔(헤일리 베넷)이라는 그 여자는 자신이 헨리의 아내라고 말한다. 심각한 부상을 당한 헨리는 기억이 지워진 채 강력한 힘을 가진 사이보그로 부활하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그에게 세계지배를 꿈꾸는 아칸(다닐라 코즐로브스키)이 나타나 아내를 납치하고, 헨리는 아칸과 그의 용병들을 상대로 목숨을 건 최후의 전쟁을 시작한다. 주인공의 몸에 카메라를 장착한 채 촬영을 하여, 관객이 사건 한가운데 직접 들어가 있는 생생한 느낌을 전한다.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FPS 게임의 방식을 따른 독특한 작품. 송승헌'유역비 주연…우연이 만들어준 사랑 #제3의 사랑=한국, 중국 합작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주인공 역의 송승헌과 유역비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여 화제가 되었다. 치림 그룹의 후계자 임계정(송승헌)은 우연히 비행기 옆 좌석에 앉아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추우(유역비)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과 호기심을 갖게 된다. 공항에서 다시 보게 된 그녀는 기내에서와는 달리 활기에 넘쳐 환하게 웃는다.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계정은 시선을 떼지 못한다. 완벽한 외모, 부와 명예, 권력, 그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지지 못한 단 하나 진정한 사랑을 원하는 계정은 계속되는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사랑은 필요 없다고 믿는 추우의 당당하고 솔직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만든 멜로영화의 강자 이재한 감독의 작품이다.

2016-05-19 16:40:5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싱 스트리트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싱 스트리트

가난한 길거리 뮤지션들의 노래와 로맨스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원스'(2006),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 마룬5의 애덤 리바인을 기용하여 뉴욕에서 만든 뮤지션들의 드라마 '비긴 어게인'(2013)의 성공으로, 음악영화라는 자신만의 장르적 세계를 구축한 존 카니의 신작이다. 다양성 영화인 '비긴 어게인'은 국내에서 340만 관객을 동원하며 '아트버스터'라는 신조어의 유행을 이끌었다. '싱 스트리트'까지 세 개의 음악영화로 존 카니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조화시키는 개성적 감독임을 입증한다. 불황이 몰아치던 1980년대 아일랜드 더블린이 배경이다. 영화는 첫눈에 반한 라피나(루시 보인턴)를 위해 첫 밴드를 만들고, 생애 처음으로 음악을 만드는 소년 코너(페리다 월시-필로)의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이 10대 때 실제 경험한 그 시절과 음악을 영화에 녹여낸다. 첫사랑과 첫 밴드의 설레는 감정이 영화에 매력적으로 담뿍 실린다. 80년대 인기 뮤지션이었던 듀란듀란, 아하, 더 클래쉬 등 뉴웨이브 팝의 명곡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악화된 집안 경제로 인해 고등학생 코너는 가난한 동네로 전학을 가게 된다. 엄격하고 억압적인 규율을 가진 가톨릭 학교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던 코너는 길에서 모델처럼 멋진 소녀 라피나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덜컥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뮤직비디오에 그녀의 출연 승낙을 얻어낸다. 코너는 어쩔 수 없이 진짜 밴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는 어설픈 친구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급결성하고 집에 있는 인기밴드들의 음반을 찾아가며 노래를 연습한다. 어설프게 남의 노래를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던 대학 중퇴자인 형 브랜든은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 것을 조언한다. 아이들은 음악을 직접 만들고, 연주하고, 또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스스로 힘으로 콘서트를 준비한다. 음악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첫사랑의 열망과 좌절이 음악과 어우러지며 감동을 자극하는 그저 그런 류의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뮤지컬이 아니며,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다. 영화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사방이 곤란함으로 가득한 그 시절을 살아낸 소년의 용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청년들은 그 나라에서 희망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80년대 경제 위기는 가정과 개인들을 위기로 내몰았다. 코너의 부모는 파산 직전에 몰렸고, 부부 사이도 회복불능이다. 갑작스레 가난한 동네로 옮기는 것도 힘든 마당에, 코너가 다니는 학교의 가톨릭 신부들은 앞뒤로 꽉꽉 막힌 데다 학생들을 학대하기까지 한다. 새로운 전학생을 괴롭히는 동급생까지, 부모, 선생, 친구가 모두 적으로 보이는 험난한 현실에서 코너는 현실도피의 도구로 음악을 끼고 산다. 바야흐로 비디오의 시대가 열리는 때였다. 뮤직비디오가 음악의 한 축을 이루는 새로운 비주얼의 시대를 아이들은 환희를 가지고 대하고 있었다. 가정의 위기와 학교의 엄숙함, 가난한 학생들의 폭력을 견디고 이겨내는 내면의 동력이 이 어린 뮤지션에게 있다. 분노와 사랑과 열망을 담아내는 음악이 바로 그것이다. 밴드를 만들고, 콘서트를 하고, 좋아하는 여자아이와 친하게 지내게 되는 코너의 작은 승리는 앞으로 더 큰 삶의 장애물들을 꿋꿋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큰 경험 자산이 될 것이다. 천박하다고 비난받던 80년대 비주얼 팝이 새로운 시대를 연 시대정신이었음을 30년 후 확인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비루한 환경을 남긴 꽉 막힌 어른 세대에 맞서는 청소년 세대는 그 사회 미래의 향배를 보여준다. 20대에 이미 낙오자가 되어버린 형 브랜든이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있는 조언으로 코너의 진정한 멘토가 된다. 현실을 꼬집는 노랫말은 웃기면서도 통쾌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무책임한 말이나 던지는 어른들 앞에 아이들은 자신만의 언어를 무기로 당당한 자존감을 드러낸다. 주인공은 위태로운 순간을 자주 겪는다. 소년이 각종 사건을 겪으며 내면의 성장을 꾀하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고 보게 하는 이야기의 힘이 있는 영화다. 소년의 멍든 얼굴로 바라본 세상은 그의 노래처럼 미래를 향해 열려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6-05-19 16:40:01

[새영화] 나의 소녀시대 / 사돈의 팔촌 /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새영화] 나의 소녀시대 / 사돈의 팔촌 /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풋풋했던 첫사랑 소환하는 하이틴 로맨스 ◆나의 소녀시대=풋풋했던 첫사랑을 회고하는 대만의 복고풍 청춘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 류의 영화로 순정만화와 하이틴 로맨스의 정서가 녹아있는, 대만 최고의 히트작이다. 1994년 대책 없이 용감했던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린전신(송운화)에게 받은 지 일주일 내로 누군가에게 보내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는 '행운의 편지'가 도착한다. 소심한 린전신은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몇 명에게 행운의 편지를 보내는데 그중 한 명이 학교의 천덕꾸러기 쉬타이위(왕대륙)다. 불행히도 눈치 빠른 쉬타이위는 편지의 발신인이 린전신임을 알아내고 린전신을 못살게 군다. 미운 정도 정이라던가. 붙어다니는 동안 둘은 어느새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되고 각자의 짝사랑이 성사되도록 서로 돕는다. 사촌이라는 금기 앞에서 아슬아슬한 감정 변화 ◆사돈의 팔촌=저예산으로 만들어진 패기 넘치는 독립영화. 병장 태익(장인섭)은 어린 시절 풋풋한 감정을 품었던 사촌 아리(배소은)와 12년 만에 모인 친척들 모임에서 재회한다. 아리는 예전 모습 그대로 스스럼없이 태익에게 장난을 걸지만, 태익은 어린 시절 옥상에 물을 받아놓고 아리와 짓궂은 장난을 치다 서로 끌어안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태익은 사촌형이자 아리의 오빠인 수현의 파티 기획을 돕기로 하고 그들의 집에서 숙식하게 된다. 함께 지내는 동안 태익과 아리는 서로에게 이끌리며 자신의 감정을 깨달아가고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감정이 깊어질수록 현실의 무게 또한 느껴진다. 어린 시절 느꼈던 성적 호기심, 그리고 금기 앞에서 멈춰서야 하는 아픔 등 감정 변화를 편집과 촬영의 리듬을 살려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부모님 실종을 둘러싼 비밀과 예술가로서의 삶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력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감독이 주인공까지 겸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행위예술가인 아버지(크리스토퍼 워컨)와 어머니(마리안 플런킷) 밑에서 누나 애니(니콜 키드먼)는 꽤 유명한 배우로, 남동생인 벡스터(제이슨 베이트먼)는 소설가로 성장한다. 남매에게 부모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하지만 어이없는 사건에 휘말려 남매는 부모 집에서 한동안 지내야 할 상황에 빠지고, 다시 한 번 '공연'을 하자고 우기는 부모와 언쟁을 벌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부모가 갑자기 실종되고 남매는 부모가 남겨놓은 흔적을 따라 그들을 찾아 나선다. 부모의 실종을 둘러싼 비밀과 예술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회의가 뒤얽혀 이야기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2016-05-12 18:24:13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곡성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곡성

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몹시도 곤란한 일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특유의 연이은 미끼와 반전, 그리고 비밀을 말하는 것은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에게 최고의 재미를 빼앗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포영화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선과 악을 둘러싼 의심과 확신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그 어떤 것을 말해도 치명적인 스포일러(미리 줄거리나 내용을 알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뛰어난 오컬트 영화(초자연적 현상, 악령이나 악마를 다루는 심령 영화)이며,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관객을 중심으로 수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상호텍스트적인 영화다. 영화는 모호함으로 가득하지만 상징과 비유로 인해 수많은 이야기를 생산해낼 열린 영화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얼개를 추리하는데 머리를 쓰기 싫다 하더라도, 세심하게 공들인 비주얼과 사운드 요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 들을 거리가 된다. 끔찍하게 재현된 이미지 때문에 눈을 가리면서도 곁눈으로 보고 싶은, 보기 싫지만 보고 싶은,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장면의 향연이다. 원시적인 제의들인 무당, 까마귀, 연기, 흰 염소, 북소리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인간 광기의 표현인 분노, 고함, 눈물, 식탐이 신경을 자극하며, 피, 구토, 침이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영화의 카피 '절대 현혹되지 마라'와 '미끼를 물었다'가 영화를 설명하는 적확한 표현이다. 기독교적인 메타포로 가득하다. 흔히 공포영화에서 악마는 신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사람들을 홀리는데, 이 영화는 오컬트 영화의 장르적 공식에 충실하면서, 샤머니즘이라는 우리의 토속 신앙을 결합하여 장르에 로컬적 색채를 강렬하게 더한다.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리지만, 모든 사건의 원인이 그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다. 경찰 종구(곽도원)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면서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확신하기 시작한다. 종구는 딸 효진(김환희)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으로 아프기 시작하자 다급해져 외지인을 찾아 난동을 부리고,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인다. 모든 일이 혼란스러운 종구는 외지인과 일광, 무명 사이에서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마을 외부에서 온 자들인 외지인, 일광, 무명 중 누가 악의 편인지 끝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서사가 전개된다. 2시간 36분의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관객은 함께 두뇌를 가동하며 영화가 숨겨놓은 미끼를 찾아내고, 추리를 하고, 그리고 이전 장면에서 훤히 보여준 증거를 되새기며, 한 판 게임에 참여하듯 영화 속에 빠져들게 된다. 부르주아 가정의 소녀가 악령에 사로잡혀 충격적인 영상을 선사했던 '엑소시스트'(1973), 악마의 아이 이야기인 '오멘'(1976), 대학살이라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가부장의 광기와 연결한 '샤이닝'(1980)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가사의 존재로 인한 공포가 소름 돋게 하며, '살인의 추억' '극락도 살인사건' '추격자'처럼 끝을 향해 질주하는 영화적 쾌감이 풍부하게 살아있다. 그리고 예수 신화를 패러디하는 과감함은 나홍진이라는 감독의 작가적 위치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아마도 영화는 끊임없이 종교적 논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첫 주연을 맡은 묵직한 배우 곽도원은 간이 콩알만 한 소심한 가장이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앞뒤 보지 않고 뛰어드는 몸 연기에 최선을 다하고, 무명 역의 천우희는 역시나 존재 자체가 신비롭다. 박수무당을 연기하는 황정민은 그간 몇 편의 천만 관객 영화로 인해 드리워진 매너리즘을 완벽하게 지우고 강렬한 광기의 연기를 선보인다. 외지인을 연기한 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의 카리스마 넘치는 묵직함은 그를 재평가하게 하며, 무엇보다도 소녀 역의 배우 김환희는 한국판 '린다 블레어'('엑소시스트'의 악령 들린 소녀를 연기한 아역 배우)로 천재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본 이후 여운이 깊게 남았다. 악마와 신, 의심과 믿음, 죽음과 부활이라는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 존재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혼란스러웠다. '우는 소리'라는 뜻의 제목 '곡성'은 전라남도 '곡성군'과는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곡성에 가보고 싶다.

2016-05-12 18:23:15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4등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4등

메달 근처에서만 맴도는, 수영이 진짜로 좋아서 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희망과 아픔이라는 두 단어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1등만 기억하는 잔인한 세상이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서 하는 일임에도 1등을 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어린 수영선수 준호의 일화는 우리 모두가 징글징글하게 겪고 있는 정글 같은 경쟁사회의 대표적인 한 단면이다. 영화는 매우 보편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대회만 나갔다 하면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12세 수영선수 준호(유재상)는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이항나)의 닦달에 새로운 수영 코치 광수(박해준)를 만난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회 1등은 물론, 대학까지 골라 가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한 광수는 엄마에게 연습 기간 동안 수영장 출입금지 명령을 내린다. 대회를 코앞에 두고도 연습은커녕 PC방 마우스나 소주잔을 손에 쥔 미덥지 못한 광수이지만, 이래 봬도 16년 전 아시아 신기록까지 달성한 국가대표 출신이다. 의심 반, 기대 반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수영 대회에 출전한 준호의 기록은 거의 1등인 2등이고 준호네 집은 웃음꽃이 핀다. 하지만 동생 기호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는 반전된다. "정말 맞고 하니까 잘한 거야? 예전에는 안 맞아서 맨날 4등 했던 거야, 형?" 국가인권위원회의 열두 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로, '해피엔드'(1999)와 '은교'(2012)의 정지우 감독 작품이다. 멜로드라마의 틀 안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질투를 섬세한 영화 언어로 포착하는 품격 높은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왔던 정지우 감독이 이번에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수영을 몹시도 좋아하는 꼬마 수영선수가 닦달하는 엄마와 엄하게 훈육하는 코치 사이에서 큰일을 겪으며 좌절을 경험하다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는 이야기다. 여기서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폭력'이다. 아이를 때리는 코치 광수에게는 자신이 그렇게 된 과거 사연이 있다. 영화는 16년 전 젊은 광수로부터 시작한다. 게으르고 오만한 천재적인 수영선수였던 광수는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선수촌 무단이탈을 이유로 체벌을 당하고, 이에 반발해 그 길로 수영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이제 코치가 되어 준호 앞에 선 광수는 준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크게 키워보고 싶어 한다. 그런 광수의 생각을 단단하게 붙들어 매는 것은 단 하나, 수영에 집중하도록 매를 드는 스승이 진정한 스승이라는 것이다. 준호가 미워서 때리는 게 아니라 '너를 위해서' 매를 든다는 게 광수의 생각이다. 수영으로 금메달을 따고 대학에 보내려던 꿈을 가진 엄마는 아이가 매를 맞더라도 성적이 쑥쑥 올라가자 침묵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체벌의 대물림 문제도 심각하다. 준호는 동생에게 매를 들기 시작한다. 영화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경쟁 사회에서 아이를 위해 부모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더 잘하기 위해 잘못된 것에 눈 감을 것인가. 자율교육과 훈육교육의 균형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한 사람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사회 공동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성취감을 위해 즐거움을 희생해야 하는가. 이 많은 심각한 질문거리들이 영화 전개 내내 던져진다. 그렇지만 영화가 무겁고 심각하지만은 않다. 유머가 적재적소에 잘 들어가 있고, 캐릭터들이 무심코 내뱉는 대사는 폐부를 찌른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화면이 영화의 장점이다. 진정으로 수영을 좋아하는 준호는 물 아래 비쳐지는 태양빛을 잡으러 유영하거나, 창가를 통해 화분에 내리꽂히는 빛을 소재로 시를 쓴다. 아이의 빛나는 감수성은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다. 마음속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 강하고 찬란한 자아는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해답을 찾아나가게 할 것이다. 몸도 마음도 성장하는 아이를 어른은 지켜볼 뿐.

2016-04-14 19:29:12

[새영화] 해어화 / 헌츠맨: 윈터스 워 / 시간이탈자

[새영화] 해어화 / 헌츠맨: 윈터스 워 / 시간이탈자

재능과 사랑을 둘러싼 기생들의 다툼 ◆해어화=1943년 경성의 기생학교 대성권번은 예인을 길러내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빼어난 미모에 전통 가곡 '정가'의 명인인 소율(한효주)과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대중가요를 즐겨 부르는 연희(천우희)는 둘도 없는 동무다. 어느 날, 유학을 떠났던 소율의 정인 윤우(유연석)가 작곡가가 되어 돌아오고, 윤우는 소율을 위해 노래를 만들어줄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연희의 노래를 듣게 된 윤우는 그녀의 목소리에 이끌리고, 이들의 운명은 엇갈린다. 친구의 천재성을 질투하고, 빼앗긴 꿈과 사랑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2인자 콤플렉스를 다룬 영화다. 살리에리 서사가 한국으로 무대를 옮기고 여성 간의 이야기를 내세워 멜로드라마 코드를 강화한다. 최강 '헌츠맨' 절대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라 ◆헌츠맨: 윈터스 워=3부작으로 기획된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2012)의 속편. 전작의 주인공인 스노우 화이트(크리스틴 스튜어트)와 감독이 하차하고, 헌츠맨 에릭(크리스 헴스워스)을 전면에 내세웠다. 헌츠맨의 탄생 비화부터 시작하는 이번 편은 프리퀄과 시퀄,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아이스 퀸(에밀리 블런트)은 죽은 언니 이블 퀸(샤를리즈 테론)의 거울을 차지하기 위해 최강의 군대 헌츠맨을 불러 모은다. 가장 뛰어난 헌츠맨이었던 에릭(크리스 헴스워스)은 아이스 퀸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먼저 거울을 찾아 나선다. 그러다 죽은 줄 알았던 연인 사라(제시카 차스테인)를 우연히 만나게 되지만, 사라는 에릭을 배신하고 아이스 퀸에게 거울을 바친다. 마침내 아이스 퀸은 거울의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려 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강력한 힘은 절대악 이블 퀸을 부활시켜 버린다.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한 시간 뛰어넘는 추적 ◆시간이탈자=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SF스릴러에 멜로적인 감성 코드를 결합한 영화로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의 곽재용 감독 스타일이 물씬 묻어난다. 1983년 1월 1일, 고등학교 교사 지환(조정석)은 같은 학교 동료이자 연인인 윤정(임수정)에게 청혼을 하던 중 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의식을 잃는다. 2015년 1월 1일,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 역시 뒤쫓던 범인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30여 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병원으로 실려 간 지환과 건우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살아나게 되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게 된다. 건우는 1980년대 미제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윤정이 30년 전에 살해당했다는 기록을 발견하고, 두 남자는 윤정의 예정된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뛰어넘는 추적을 함께하기 시작한다.

2016-04-14 19:28:37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트럼보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트럼보

달튼 트럼보. 그는 194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에 40여 편 이상의 영화 각본을 썼을 뿐 아니라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던 스타작가였다.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던 그는 냉전시대에 '공산주의자 색출'을 구호로 결성되었던 '반미활동 조사위원회'(HUAC)가 만든 영화계 블랙리스트 '할리우드 10'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매카시 상원의원이 시작하여 미국 전역에 악명을 떨친 '빨갱이 사냥'은 황금기를 구가하던 할리우드를 온통 뒤흔들었다. 이 사건 이후 할리우드의 황금기는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된다. 영화 '트럼보'는 영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사건이 배경이다. '할리우드 10'의 중심인물이었던 달튼 트럼보가 바로 주인공이다. 관객들은 그의 이름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의 영화를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트럼보는 오드리 헵번을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로마의 휴일'(1953)을 쓴 실제 작가로서, 1947년부터 1960년까지 11개의 가짜 이름으로 활동하며 '로마의 휴일'과 '브레이브 원'(1956)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엑소더스' '스파르타쿠스' '영광의 탈출' '빠삐용'이 그가 쓴 시나리오다. 그리고 '로마의 휴일'이 개봉한 지 40년 만에 오스카상(아카데미상)은 원래의 주인을 찾아갔다. 1943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던 시나리오 작가 달튼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톤)는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그 후 반미활동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되고 급기야 의회 모독죄로 감옥에 가게 된다. 출소 후에도 트럼보는 본인을 고용해 줄 영화사를 찾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그는 B급 영화 제작사인 킹 브라더스와 손잡고 필명으로 극본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매카시즘이라는 광기와 할리우드의 여파를 다룬 작품으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로버트 레드퍼드가 주연한 영화 '추억'(1973)이 있다. '트럼보'는 '추억' 이후 할리우드의 매카시즘을 가장 잘 다룬 영화인 듯하며, 최근 개봉한 코엔 형제의 영화 '헤일, 시저!'의 진지한 드라마 버전이다. 007 패러디 영화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감독 제이 로치가 연출을 맡았으며, 브라이언 크랜스톤, 다이안 레인, 헬렌 미렌, 존 굿맨, 엘르 패닝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영화는 황금기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 이면과 실명으로 등장하는 유명인들의 활약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한다. 근육질 스타라고 생각했던 커크 더글러스가 강단 있고 영리한 제작자였음을, 서부극의 영웅이자 고독한 사나이의 표상 존 웨인이 당시 소심하고 쩨쩨하게 행동했음을,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되며 영화 역사상 가장 힘센 배우임을 증명한 도널드 레이건이 어떻게 정치적 존재감을 확고히 드러냈는지 등, 깨알 같은 정보를 알아가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자잘한 이야기들 가운데 트럼보라는 한 작가의 흥망성쇠 및 극적인 개인사가 주요 이야기로 전개된다. 영화는 트럼보의 작가로서의 직업적 영역과 가장으로서의 가족 영역을 서로 교차시키며, 미국 근대사의 집단적 광기가 재능, 열정, 소신을 간직한 한 개인의 명예와 실존을 어떤 식으로 짓밟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작가가 주인공이니만큼 재기 넘치는 대사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거나 새롭게 재연한 거친 질감의 흑백 다큐멘터리 영상이 삽입되어 역사적 사실성을 더욱 다채롭게 펼쳐 보인다. 부유한 좌파에서 교도소 생활 이후 생존을 고민할 정도로 피폐해졌음에도 지적인 유머 감각을 버리지 않는 모습은 우리 삶에 큰 귀감으로 다가온다. 목욕을 하는 중에도 글을 쓰고, 쉴 새 없는 노동의 와중에도 걸작을 만들어내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것은 스스로를 끝까지 단단하게 붙잡아 주는 자존감과 어른으로서의 품위일 것이다. 자유주의 시스템에서 한 사람의 뇌 속까지 샅샅이 검토하고자 했던 무모한 행위가 전체에게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오는지 역사는 말해준다. 70년 전 미국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지만, 국가기관의 개인 사찰 사건이 흔하게 드러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오버랩되며 개인의 표현과 권리가 유린되는 현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이 등장하는 볼거리와 극적인 이야기 구조, 트럼보 가족들의 소신 있는 선택, 저항과 전복의 시대인 1960년대가 어우러진 매우 의미 있는 영화다.

2016-04-07 19:01:45

[새영화] 날 보러와요 / 독수리 에디 /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

[새영화] 날 보러와요 / 독수리 에디 /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

합법적인 정신병원 감금 이면의 충격적 진실 ◆날 보러와요=보호자 2명과 의사 1명의 동의만 있다면 누구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정신병원에 감금됐던 강수아(강예원)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자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인 나남수(이상윤)는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며 진실을 찾아나간다.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강제 이송된 강수아는 강제 약물 투여와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며 당한 끔찍한 일들을 세세하게 기록한다. 나남수는 수아의 수첩을 손에 넣고 그녀를 찾아간다. 합법적 감금 이면의 충격적 사실이 드러나는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혼란스럽다. 이야기는 숨 가쁘게 의외의 진실에 도달한다. '열정은 금메달' 스키점프 선수 올림픽 도전기 ◆독수리 에디=열정만큼은 금메달급이지만 실력은 미달인 국가대표 에디(태런 에저튼)와 비운의 천재 코치 브론슨 피어리(휴 잭맨)가 펼치는 올림픽을 향한 유쾌한 도전을 그리는 스포츠영화다. 실화가 바탕이다. 영국 스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에디는 동계 올림픽 출전에 대한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키점프 선수가 되기로 결심하지만, 돌아오는 건 비웃음과 상처뿐이다. 부모님의 걱정을 뒤로한 채 무작정 독일의 스키점프 훈련장으로 떠난 그는 그곳에서 반항적인 성격을 가졌으며 미국 국가대표에서 퇴출된 천재 스키점프 선수 브론슨을 우연히 만난다. 막무가내로 자신의 코치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는 에디의 열정 앞에서 까칠한 브론슨도 무너진다. 편견과 비웃음을 뒤로한 채, 두 사람은 특급 훈련에 돌입한다. 예민男과 까칠女, 벽 사이에 두고 벌이는 로맨스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클로비스 코르니악이 연출과 주연을 겸한 프랑스 로맨틱코미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게임 개발자(클로비스 코르니악)의 옆집에 홀로서기를 시작한 피아니스트(멜라니 베니어)가 이사를 온다. 하루 종일 피아노를 치며 자신을 방해하는 옆집 여자를 내쫓기 위해 남자는 공포감 유발 작전을 펼치는 등 온갖 방법을 총동원한다. 이에 질세라 여자는 남자의 신경을 긁는 소음을 낸다. 그러다 누구 하나 이로울 게 없는 소음 전쟁에서 그들은 마침내 합의에 도달한다. 그리고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서로를 '아무개' '모모'로 부르며 벽을 사이에 두고 점차 친밀해진다. 즉흥적이고 짜릿한 묘사보다는 탄탄한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로맨스물이다. 두 명의 괴짜 도시인이 진정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해해 나가는 깊이 있는 영화다.

2016-04-07 19:01:05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대배우'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대배우'

'괴물'(2006)에서 '도둑들'(2012)과 '국제시장'(2014)을 거쳐 '베테랑'(2015)까지, 1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에 거듭 출연한 것을 비롯해 누적 관객 수 1억 명을 기록하며 '천만 요정'이라고 불리는 배우가 있다. 한국영화 흥행의 보증수표가 된 배우 '오달수'다. 그가 감초 조연이 아닌 주연을 맡아 극을 이끌어간다. 20년째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장성필이 새로운 꿈을 좇아 영화계에 도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공감 코미디이다. '대배우'라는 제목은 역설적이다. 박찬욱 사단 석민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오달수의 첫 주연작이라는 점이 영화의 기대 포인트다. 20년째 대학로에서 배우 생활을 하다 영화배우에 도전하는 성필 역할은 오달수의 실제 경험과 흡사하여 진정성이 느껴진다. 오달수는 실제로 1990년 연극 무대에 데뷔했으며, 2002년 '해적, 디스코 왕 되다'로 스크린으로 진출한 후,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치며 예의 그만의 독특한 페이소스가 넘치는 코미디 연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저마다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한 수많은 중년과 청춘들에게 울림을 주는 이야기다.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의 개 파트라슈 역할 전문으로 20년째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 성필은 극단 생활을 함께했던 설강식(윤제문)이 국민배우로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언젠가 자신도 대배우가 되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사 한마디 없는 개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이제는 가족들마저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전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 대표 감독 깐느박(이경영)은 새 영화 '악마의 피'의 사제 역할로 새 얼굴을 찾고 있다. 성필에게는 자신의 연기를 만인 앞에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는 일생일대의 메소드 연기를 준비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한다. 영화는 한국 영화계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조연 군단의 절대 강자들인 오달수, 이경영, 윤제문의 삼각 편대가 눈길을 끄는데다, 충무로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 제작 관련 뒷이야기를 담고 있어 더욱 흥미를 자극했다. 게다가 오랫동안 박찬욱 감독 밑에서 연출 수업을 받은 신예 감독이 충무로 영화계에 대해 어떤 시선을 보여줄지, 영화계의 실제 인물들을 패러디해 어떤 재미난 유머를 쏟아낼지 잔뜩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또한 오랫동안 조연 활동을 경험한 오달수가 한국 영화계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의 연기관은 무엇인지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에 담길 것으로 보였다. 자기성찰적인 코미디이자 오달수의 '본격적인 영화'에 대한 영화를 예상하게 했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배우 오달수를 통해 영화계 현실에 대해 풍자하는 대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애쓰는 극 중 한 가부장의 고군분투, 그리고 좌절 끝에 얻게 될 가족의 소중함과 부성애의 애틋함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블랙 코미디로 현실의 어려움과 맞서기보다는 과잉된 신파적 감수성으로 관객에게 호소한다. 연극과 영화 무대 뒷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에피소드화하는 데에서 몇몇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방향성을 상실하며 진부한 전개를 보여준다. 생활인으로서의 무명배우가 화려한 스타 감독, 스타 배우들과 점점 더 처지가 벌어지며 양극화를 몸소 체험하는 장면은 특수한 직업 영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렇기에 매우 공감이 가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으나, 영화가 선택한 웃음과 눈물의 감성적 신파 코드는 공감 스토리를 오히려 억지스럽게 보이게 한다. 영화는 오디션 현장을 누비며 희망을 놓지 않는 수많은 무명 배우들, 더 나아가 인간다운 삶과 가족의 안녕을 위한 필수 요소인 직업적인 안정을 향해 나아가는 수많은 서민들을 위한 영화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큰 위안이 될 것 같지 않다. 오달수의 실험 역시 도전 그 자체에 그칠 것 같다.

2016-03-31 17:57:29

[새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 2 / 미스컨덕트 / 아노말리사

[새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 2 / 미스컨덕트 / 아노말리사

무슨 일만 생기면 우르르 '오지랖 대가족' ◆나의 그리스식 웨딩 2=2002년 저예산 독립영화로 제작되어 어마어마한 성공을 기록했던 로맨틱 코미디 '나의 그리스식 웨딩'(2002)의 속편이다. 전편의 각본을 썼고, 여주인공 툴라 역으로 출연했던 니아 바르달로스가 이번에도 각본을 맡았다. 전작은 그리스인 툴라가 보수적인 그리스 이민 가족의 오지랖을 견디며 미국인 이안과 결혼에 성공하는 이야기였던 반면, 이번에는 엉뚱한 가족들에게 골고루 초점을 맞추어 저마다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존재감을 뽐낸다. 툴라와 이안 부부는 대학 진학을 앞둔 딸 패리스에 대해 유별나다. 학교에서 무슨 일만 생겼다 하면 대가족이 우르르 몰려와 패리스를 곤란하게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재계 거물과 위험한 소송 ◆미스컨덕트=이병헌이 안소니 홉킨스, 알 파치노 등 명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할리우드 범죄 스릴러. 벤(조쉬 더하멜)은 전 여자 친구를 만났다가 재계의 거물 아서(안소니 홉킨스)를 고꾸라뜨릴 수 있는 내부 문건을 확보한다. 전 여자 친구 에밀리(말린 애커맨)가 아서의 내연녀였던 덕분이다. 최고의 변호사가 되겠다는 야망 아래 벤은 로펌 사장인 찰스(알 파치노)의 힘을 빌려 소송을 건다. 끝까지 뻗댈 것이라 생각했던 아서가 순순히 패소를 인정한 이상한 상황 아래 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로부터 쫓기기 시작하고, 어느덧 벤은 수배자가 된다. 이병헌은 비밀스러운 해결사 '히트맨' 역을 연기한다. 이병헌의 출연작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비중은 미미해서 국내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범죄 스릴러의 익숙한 요소들로 버무려진 할리우드 오락물이다. 무기력 직딩 삶 속으로 찾아온 운명적 사랑 ◆아노말리사=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SF 로맨스 '이터널 선샤인'(2004)의 작가 찰리 카우프만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어른을 위한 감성적인 애니메이션이며, 꿈같은 상상력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는 매우 인간적인 영화다. 고객 서비스 전문가 마이클 스톤(데이비드 튤리스)은 강연을 위해 미국 신시내티로 향한다. 지독한 무기력에 찌든 그는 '프레골리 망상'(자신이 만난 여러 사람들을 모두 동일인으로 인식하는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고독을 이기지 못한 마이클은 호텔에 머무르는 동안 옛 애인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경멸 어린 시선뿐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리사(제니퍼 제이슨 리)를 만나고, 마이클은 순식간에 그녀에게 빠져들어 청혼을 한다.

2016-03-31 17:56:06

[새 영화] 너는 착한 아이/글로리데이/배트맨 대 슈퍼맨

[새 영화] 너는 착한 아이/글로리데이/배트맨 대 슈퍼맨

아동학대의 그늘…상처받은 모두를 위로한다 #너는 착한 아이=재일동포 3세 오미보 감독이 만든 영화로, 최근 연일 뉴스가 터지는 민감한 소재인 아동학대를 다룬다. 하루에 식빵 한 개밖에 먹지 못해 학교 급식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11살 간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맞서는 초등학교 교사 오카노, 공원에서는 상냥하고 멋진 엄마지만 자신의 집 현관에 들어서면 연약한 어린 딸에게 상처를 입히고 마는 젊은 엄마 미즈키, 가족이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치매 할머니와 매일 아침 첫인사와 끝인사를 동시에 하는 특별한 학생 히로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한다. 영화는 아동학대의 원인을 찾거나 가해자를 심판하는 방식보다는 상처받은 모두를 위안하는 태도를 취한다. 서로 마주치지 않는 세 개의 다른 이야기임에도 흩어지거나 산만해지지 않고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한다. 혈기왕성한 4명의 청년, 숨겨진 절망적 현실 #글로리데이=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용비(지수)는 곧 입대하는 상우(김준면)를 위해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한다. 입대 하루 전 용비는 엄마의 눈초리를 피해 몰래 빠져나온 재수생 지공(류준열), 떨어지는 실력에도 아버지 '빽'으로 대학 야구팀에 입단한 두만(김희찬), 홀로 남겨질 할머니에게 차마 입대 소식을 말하지 못한 상우와 함께 포항으로 떠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그들은 한밤중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있는 여자를 도와주다가 격렬한 몸싸움에 휘말리고, 네 명은 순식간에 사건의 주범이 되어버린다. 무심한 경찰과 속 타는 부모들은 "세상에는 친구보다 지킬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 거리를 내달리는 혈기왕성한 청춘영화처럼 보이다가 이야기는 곧 청년의 막막한 현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뀐다. 청년들이 처한 곤란함과 자신의 안위에만 신경이 가 있는 기성세대를 대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절망적인 사회를 직시한다. 외계서 온 초인 슈퍼맨 vs 인간적 지혜 승부 배트맨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코믹스계의 거대한 두 히어로가 격돌하는 꿈의 빅매치가 성사되었다.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상징하는 희망적인 존재 슈퍼맨과, 스스로 어둠의 기사가 되어 악당에게 공포를 심어줌으로써 또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상징하는 배트맨의 가는 길은 전혀 달랐다. 외계에서 온 절대적 힘의 존재 슈퍼맨, 인간이 가진 빛과 어둠을 통해 지혜를 발산하는 배트맨, 이 거대한 존재들의 대결은 히어로 영화 팬들의 오랜 바람이었다.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격렬한 전투 이후 메트로폴리스는 파괴되었고 슈퍼맨은 세계 최고 논쟁의 인물이 되어버린다. 한편 배트맨은 그동안 타락했던 많은 자처럼 슈퍼맨 역시 언젠가 타락을 할 것으로 생각하며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로 여긴다.

2016-03-24 19:08:19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헤일, 시저!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헤일, 시저!

30여 년간 영화를 만들어오면서 아카데미와 칸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탄 코엔 형제가 영화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하여 할리우드 황금기에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다. 코엔 형제는 블랙코미디에서 자신들의 개성을 가장 잘 발휘한다. 미국의 영화예술을 이끄는 이들에 대한 배우들의 존경도 상당해서 이번에도 여러 스타들이 작은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감초 같은 열연을 펼친다. 조지 클루니, 조슈 브롤린,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등 연기파 배우들에서부터 스칼렛 요한슨, 채닝 테이텀, 엘든 이렌리치, 조나 힐 등 개성 있는 젊은 스타들, 또한 프란시스 맥도먼드, 크리스토퍼 램버트 등 보고 싶은 얼굴까지, 명망 있는 배우들이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빛낸다. 영화는 이야기 자체로도 포복절도할 만하지만, 1950년대 당시 미국의 정치사회적인 상황과, 곧 위기를 맞게 되는 할리우드 대기업 스튜디오의 전성기 끝자락에 대한 영화사적인 상황을 알면 더더욱 재미가 상승하는 영화다. 은막 위의 화려한 스타들의 아름다움 이면의 실생활이 보여주는 어처구니없음은 실제 할리우드 유명인들을 떠올리게 하며 흥미를 자극한다. 또한 빨갱이 사냥으로 알려진 당시 '매카시즘'이 어떻게 할리우드를 파괴했는지, 그리고 사회주의에 대한 과장된 기대가 어떤 우스운 결말로 향하는지를 지켜보는 과정도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게 느껴지지만, 가볍고 요란한 상품으로서의 속성을 꿰뚫는 감독 특유의 풍자적 시선이 주류 장르를 뒤틀고 비틀어서 관객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는 가상의 스튜디오인 '캐피틀 영화사'의 총괄 제작자 에디 매닉스(조시 브롤린)의 시선에서 사건의 요모조모로 옮겨 다닌다. 에디는 스튜디오 내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해내는 실력자다. 영화사가 공들이는 대규모 영화 '헤일, 시저!'의 촬영이 진행되던 중, 주연배우 베어드 히트록(조지 클루니)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생활 면에서 워낙 방만한 인기 스타라 으레 있곤 하던 잠적이라고 여기지만 스스로를 '미래'라고 칭하는 납치단은 거액을 영화사에 요구한다. 에디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사이, 감독 로렌스 로렌츠(랄프 파인즈)는 신인 액션스타 호비 도일(엘든 이렌리치)의 발연기에 짜증을 내고, 순수함의 상징인 뮤지컬 영화 인기 여배우 디애나 모란(스칼렛 요한슨)은 계속해서 스캔들을 일으킨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떠받치던 당시 최고 인기 장르인 에픽 대작, 서부극, 싱크로나이즈 뮤지컬, 탭댄스 뮤지컬, 실내극 멜로드라마가 영화 속 영화의 장면으로 등장하여 다채로운 장르의 향연을 펼친다. 관객을 화려한 화면에 홀딱 빠지게 하는 환영주의의 현신인 장면들 바로 다음에 스타와 제작자의 실랑이가 펼쳐진다. 영화는 더 없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상품이 되기 전, 이를 만드는 과정의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드러냄으로써 자본주의 상품 생산과정의 본질과 허상을 풍자한다. TV가 본격적으로 경쟁 매체로 떠오르던 1950년대에 영화계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화려한 볼거리의 향연은 이 영화의 재미 그 자체가 된다. 영화 전체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에디가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제안을 받고 갈등하는 더 큰 플롯으로 구성된다. 에디가 신부에게 고백성사를 하면서 영화는 히치콕식의 미스터리로 시작하는 듯하지만, 그의 죄는 너무도 사소하여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큰 플롯 구성은 필름 누아르 형식을 따라 이루어진다. 이야기는 영화사 안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하는 에디의 공적인 업무를 따라가지만, 영화의 시작과 끝은 에디라는 스튜디오 실력자의 개인적인 고민과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카시즘의 광기와 함께 막을 내렸던 거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붕괴를 아직까지 모르는 자의 헌신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21세기를 살아가는 관객은 안다. 낄낄거리게 하는 소소한 유머의 마지막은 냉전시대를 낳은 관념적이고 소모적인 체제 전쟁과, 곧 낡은 것이 될 시대를 읽지 못하는 인물들의 고군분투에 대한 아련한 연민 의식이다. 영화는 대중영화로서의 유희로 가득하면서도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공격 정신이 살아있다. 걸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1959) 이후 최고의 할리우드 풍자물이다.

2016-03-24 19:07:38

[새 영화] 오 마이 그랜파/이니시에이션 러브/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새 영화] 오 마이 그랜파/이니시에이션 러브/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열정 넘치는 할아버지와 범생이 손자의 여행 #오 마이 그랜파=자유분방한 노인과 바른 생활을 하는 손자가 동행하는 코미디 로드무비. 72살의 나이가 무색한 딕(로버트 드 니로)은 결혼은 물론 모든 인생을 아빠의 성공 공식에 따르려는 무사 안일한 손자 제이슨(잭 에프론)이 안타깝기만 하다. 손자가 자유로운 사고를 갖고 살아가길 원하는 닉은 운전면허 정지를 핑계 삼아 자신의 플로리다 여행에 변호사 일로 바쁜 제이슨을 동행시킨다. 열정이 넘치는 거침없는 할아버지와 고지식한 범생이 손자의 여행은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 제이슨의 결혼식마저 무산될 위기를 만든다. 외설스러운 대사가 많고, 과도한 설정들이 보이지만, 진실한 사랑과 가족관계의 회복, 그리고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가치라는 주제는 분명하게 전달된다. 아련한 첫사랑 미스터리하게 풀어낸 반전 로맨스 #이니시에이션 러브=첫사랑의 아련한 향수를 미스터리하게 그린 일본 영화. 정통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독특한 장르의 영화다. 1987년 여자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본 적 없는 수줍은 청년 스즈키(마쓰다 쇼타)는 미팅에서 만난 청순한 여대생 마유(마에다 아쓰코)에게 첫눈에 반한다. 스즈키의 순수함에 마유도 점점 사랑을 느끼고,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스즈키가 도쿄에 취직하면서 장거리 연애를 하는 둘의 관계는 조금씩 멀어져가고, 자신만 기다리는 마유를 두고 스즈키는 직장 동료 미야코(기무라 후미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첫사랑의 전반부와 삼각관계의 후반부 전개 이후, 마지막 반전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비인기남과 사랑에 빠진 인기녀라는 설정, 다짜고짜 남자에게 접근하는 제3의 여성의 행동이 의심을 만들어내고 비밀에 접근하게 한다. 마지막 강연 마친 교수 괴한의 칼에 쓰러지는데…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큰 사건의 진행 없이 여러 개의 자잘한 이야기들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스릴러 드라마.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 중인 소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사람들 틈에서 소통하지 못하고 자해를 시도한다. 그녀가 그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월터 교수(샘 워터스톤)는 30년 넘게 교단에서 철학을 가르쳐오다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시간을 본인을 위해 쓰고자 은퇴를 결심한다. 마지막 강연을 마치던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꽃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가던 월터는 괴한의 칼에 맞아 쓰러진다. 그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같은 건물에 사는 샘(코리 스톨)이다. 샘에겐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내 몰래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있다. 월터에게 도움을 받았던 마약중독자 청년 조(K. 토드 프리먼)도 월터를 돕기 위해 나서지만 역부족이다.

2016-03-17 18:48:34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무스탕:랄리의 여름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무스탕:랄리의 여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었고,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프랑스 세자르영화제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한 기대작이다. 아마도 지난해 나온 데뷔작 중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도발적이고 신선한 영화다. 터키의 신예 여성 감독 '데니즈 감제 에르구벤'이 터키의 작은 외딴 마을에 사는 다섯 자매의 일상을 활기 있게 그린다. 흑해 연안에 위치한 터키 이네볼루를 배경으로 자유롭고 길들여지지 않은 다섯 소녀가 특별한 여름을 겪는다.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삼촌의 보호 아래 다섯 자매는 평화롭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간다. 달콤한 첫사랑이 진행 중인 첫째 소냐, 우직하고 묵묵한 성격의 둘째 셀마, 감수성 넘치는 셋째 에체, 착하고 순종적인 넷째 누르, 다혈질이지만 따뜻하고 정의로운 마음을 가진 막내 랄리. 이들 자매는 늘 함께하며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자매애로 가득하다. 이들은 어느 날 좋아하는 선생님이 전근을 가게 되자 울적해진 랄리를 달래기 위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남자아이들과 함께 물장난을 친다. 이게 마을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게 된다. 그 후 소녀들은 외출 금지를 당하고 집안에 갇힌 채 할머니로부터 신부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맞선이 시작되면서 소녀들은 서로 이별해야 할 처지가 된다. 영화는 웃음과 눈물, 희극과 비극이 조화를 이루며 유머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다 후반부로 가며 진지한 성장 드라마로 바뀐다. 젊은 감독의 작품답게 세련미는 덜하지만 패기가 넘친다. 이야기에는 감독의 자전적 요소도 가미됐다. 서사는 이슬람의 보수적 전통을 지키려는 기성세대와 이에 반발하는 어린 여성들의 작은 반란이 충돌을 일으키며 진행된다. 영화는 독립적이고 현대적인 막내 랄리의 시선에서 언니들과 어른들의 세계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정제되지 않은 채 어수선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꽤나 비밀스럽고 신비롭다. 어려서 잘 이해되지 않는 어른들의 대화법과 때때로 성적인 상징을 발견하면서 관객들은 충격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는 친절하게 장면을 넣어 설명하지 않고, 툭툭 건너뛰면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간다. 이러한 전개 방식 때문에 영화는 빠른 속도감을 보여주면서 관객의 허를 찌르며 긴장감도 높인다. 관객의 상상과 다르게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낯선 이슬람 문화, 그리고 보편적인 현대 여성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의 행동을 지켜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축구에 열광하는 터키에서 열혈 관중의 난동을 막고자 남성의 경기장 출입을 금지하고, 여성과 12세 이하 어린이들만 입장시켰던 2011년 터키 프로축구팀 페네르바체 대 아키사르의 '금남' 축구 경기가 실제 에피소드로 등장해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금지된 첫사랑의 짜릿함, 순결한 처녀임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의식, 부모들의 의사로 결정되는 청혼 관습과 강제결혼 등 보수적인 전통에 대한 묘사를 바탕에 깔고, 그 위에 개성 넘치는 소녀 각각의 이야기와 감성을 담아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예상치 못했던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서 랄리와 자매들은 한층 성숙해질 것이다. 임신 중 촬영을 했다는 감독의 경험과 다섯 자매 역 배우들의 캐스팅 비화 역시 놀랍다. 에르구벤 감독은 신비로운 셋째 역의 아역 배우는 한 단편영화에 출연한 모습을 인상 깊게 보고 시나리오를 써나갔고, 무뚝뚝한 둘째 역의 배우는 비행기 안에서 즉석 캐스팅했으며, 다른 소녀들은 오디션 과정을 거쳐 선발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기가 처음인 아마추어 배우들이다. 그러나 비직업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환상적이다. 연기가 아니라 실제 같은 자연스러움이 생생함을 더욱 살린다. 보수적인 이슬람 공동체에 대한 묘사, 터키의 아름다운 풍광, 아름다운 소녀들 하나하나를 개성적인 인간으로 포착한 재기 넘치는 카메라, 그리고 코미디, 스릴러, 성장 서사를 복합적으로 버무려 그 안에서 웃음과 슬픔을 담담하게 채워낸 각본 등 이 영화는 여러 영역에서 새롭다. 터키의 주목할 만한 여성감독의 등장에서 '코즈모폴리턴'으로서의 희망을 본다.

2016-03-17 18:46:50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룸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룸

#방 안에서 품은 희망'방 밖에서 만난 벽 #충격 실화에 묻히지 않고 담담히 그려 #브리 라슨,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며칠 전 막을 내린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엄마 역을 맡은 할리우드의 젊은 여배우 브리 라슨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다. 배우와 가수를 겸업하는 브리 라슨은 '룸'에서의 연기로 미국 내에서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연기상을 휩쓸었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의 수상은 이변이 없는 한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올해에는 유독 성폭력과 관련된 영화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SF영화 '매드맥스'에서부터 실화를 다룬 '스포트라이트', 그리고 현재 예상외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영화 '귀향'까지. 이 중에서도 '룸'은 단연 충격적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더욱 인간의 잔혹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원작은 아일랜드 출신의 인기작가 엠마 도노휴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밀실 감금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어 구성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원작자가 영화의 각색을 직접 맡았다. 연출은 같은 아일랜드 출신인 '프랭크'(2013)의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이 맡았다. 영화는 아카데미영화제에서 각색상과 감독상, 작품상에 모두 후보로 올랐다. 저예산의 작은 영화이고, 출연자의 수가 매우 적다. 엄마와 어린 아들이 이야기의 거의 모든 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이 사회로 돌아온 후의 이야기에서는 주제가 '가족'으로 전환되며 가족 구성원 몇 명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영화는 낡은 침대와 세면대, 변기, 탁자, 조그만 햇빛이 통하는 천장의 창이 전부인 작은 방에서 태어난 다섯 살 소년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하루 종일 울며 지내던 엄마는 하늘에서 선물로 내가 오고 나서 눈물을 멈췄다"라고 시작하는 잭의 목소리는 밝고 사랑스러우며, 카메라는 아기자기한 작은 방을 훑는다. 사랑스러운 모자의 대사가 펼쳐지며 전개되는 장면이 거듭되면서, 이들이 실은 방에 감금되어 있다는 점이 감지된다. 여성이 어떤 범죄자의 성 노예가 되어 아이를 힘겹게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분위기는 범죄사건의 미스터리와 모자 가족의 애틋한 드라마를 오간다. 실제 사건이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므로, 영화가 이들의 탈출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영화는 기구한 그녀의 인생 역정과 나락에서 솟아오른 성공담을 담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는 다른 길을 택한다. 절망만이 숨 쉬는 꽉 막힌 세상에 갇힌 모자가 어떻게 하여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지, 그리고 진짜 세상을 만난 적이 없는 소년이 세상으로 내던져져 어떻게 자신을 단단하게 세워나가는지. 이 모든 것들이 경이롭기만 하다.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은 인간에 대한 분노와 공포, 그리고 더불어 인간에 대해 가질 수밖에 없는 희망과 감동이 뒤범벅된 것이다. 실화는 더 끔찍하다. 피해자 여성은 24년간 친아버지에 의해 지하 밀실에 갇혀 그의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영화는 소재의 자극성을 지워내도록 실화를 변경하였다. 열아홉 살에 납치되어 7년간 작은 방에 갇혀 사는 엄마 조이는 다섯 살 난 아들 잭에게서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구원을 본다. 잔악한 범죄의 결과로 태어난 잭은 갇힌 방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방의 모든 것을 친구로 여기며 살아간다. 룸에 갇힌 동안에도 두 사람의 인생은 있었고, 눈물과 함께 웃음이 있었다. 룸에서 벗어난 후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디어의 지나친 관심, 무너지지 않고 일상을 영위하는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원망, 아들을 구원의 도구로 삼아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조이의 몸은 세상으로 나왔지만, 진짜 세상 밖으로 걸어나가기가 힘겹다. 영화는 절망 속에서 간직한 희망이 일으키는 무한대의 기적과 세상이라는 커다란 벽을 여전히 깨부수며 살아야 하는 인간의 숙명, 그리고 그 안에서 맛보게 되는 작은 행복감 등 많은 것을 전한다. 신파로 떨어지지 않는 담담한 연출력이 훌륭하며, 브리 라슨의 과장되지 않은 깊이 있는 연기는 올해 최고의 배우로 등극하기에 손색이 없다. 다섯 살 잭을 연기한 꼬마 연기자 제이콥 트렘블레이도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올랐어야 했다. 그의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오래도록 귓가에 머문다.

2016-03-03 17:04:26

[새영화] 설행 눈길을 걷다 / 트윈스터즈 / 섬, 사라진 사람들

[새영화] 설행 눈길을 걷다 / 트윈스터즈 / 섬, 사라진 사람들

알코올 중독자 정우와 수녀 마리아의 특별한 교감 설행 눈길을 걷다='열세 살 수아'(2007)을 만들었던 김희정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의 내밀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눈 오는 추운 겨울, 정우(김태훈)는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수녀들이 운영하는 산 중의 요양원을 찾는다. 현실과 꿈속을 오가며 술에 대한 유혹과 고독한 싸움을 벌이던 그는 그곳에서 만난 수녀 마리아(박소담)와의 교감을 통해 회복의 싹을 찾기 시작한다. 금단 증상으로 혼몽을 숱하게 겪는 정우에게 마리아는 힘을 실어주려는 한편, 입 밖에 내지 않는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정우는 수도원을 찾은 포수 베드로(최무성)가 자신의 괴로움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거친 공간이 인물의 황폐한 정서와 조화를 이루는, 상징성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자매, SNS서 조우 트윈스터즈=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의 다큐멘터리. LA에 사는 사만다는 어느 날, 낯선 이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받는다. 그녀는 프랑스에 사는 동갑내기 아나이스다. 아나이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자신과 똑 닮은 사만다를 발견한 뒤 SNS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외모, 생년월일, 출생지까지 같은 두 사람은 25년 동안 서로 존재조차 모른 채 살아온 쌍둥이 자매였다. 한국에서 나서 미국과 프랑스 가정에 각기 입양되어 서로 존재를 모르고 자라온 쌍둥이 자매는 디지털 세상에서 감각적인 방식으로 재회한다. 하지만 영화는 한국의 영유아 수출이라는 어두운 문제도 생각하게 한다. 배우로 활동하던 사만다 푸터먼이 자전적인 사연을 담은 재기 발랄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염전 노예' 사건에 의문의 살인 더한 스릴러 섬, 사라진 사람들=초저예산영화 '공정사회'(2013)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지승 감독의 신작으로, 최근 큰 이슈가 됐던 '염전 노예' 사건에 의문의 살인이라는 요소를 더한 스릴러이다. 어느 날, 기자인 혜리(박효주)는 외딴섬의 염전에 노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그녀는 카메라 기자 석훈(이현욱)과 섬을 찾아가 취재를 시작하지만 염전 집 아들(류준열)을 포함한 주민들은 두 사람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범죄의 증거들을 하나씩 찾으며 섬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취재 도중 섬에서 일어난 집단 살인사건에 얽힌 혜리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염전 주인과 아들, 인부 상호는 행방불명이 된다. 취재 카메라 형식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허구 이야기에 사실성을 높인다.

2016-03-03 17:03:20

[새영화] 사울의 아들 / 남과 여

[새영화] 사울의 아들 / 남과 여

아우슈비츠 수감 중 아들의 주검 발견하는데… ◆사울의 아들=헝가리 감독 라슬로 네메시의 데뷔작으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전 세계 예술영화계의 찬사를 받았다. 여느 아우슈비츠 영화와는 다른 형식과 주제를 담은 걸작이다. 아우슈비츠에 수감된 사울은 시체처리반에서 일한다. 그는 아들로 추정되는 시체를 발견한 뒤, 장례를 치르기 위해 랍비를 찾는 일에 사활을 건다. 이로 인해 사울은 동료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인간의 비이성과 광기의 산물인 아우슈비츠 안에서 죽음과 함께 생활하는 자들에게 있어 이성적인 사고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는 특별한 형식을 취한다. 카메라는 클로즈업으로 가까이에서 사울을 따라가고, 그의 주변에서 펼쳐지는 죽음과 고통은 희미하거나 분절되어 표현된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사운드를 통해 극악무도한 고통의 현장 한복판에 있는 것과 같은 기운을 고스란히 전한다. 눈 덮인 핀란드서 시작된 사랑의 끌림 ◆남과 여='멋진 하루'(2008)의 이윤기 감독이 전도연, 공유와 함께 완성한 멜로드라마.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통적 형식의 멜로드라마이며, 1966년도에 칸영화제 대상을 받은 프랑스 영화 '남과 여'의 기본 플롯과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핀란드의 서늘한 풍경은 맺어지기 힘든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의 불안감을 연상시키는 공간적 메타포로 활용된다. 헬싱키에 위치한 아이들의 국제학교에서 만난 상민(전도연)과 기홍(공유)은 먼 북쪽의 캠프장을 향해 우연히 동행하게 된다. 폭설로 도로가 끊기자 아무도 없는 숲 속 오두막에서 둘은 안게 되고, 서로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다. 핀란드에서의 시간을 설원이 보여 준 꿈이라 여기고 서울의 일상으로 돌아온 상민 앞에 8개월 만에 거짓말처럼 기홍이 다시 나타나고 둘은 걷잡을 수 없는 끌림 속으로 빠져든다.

2016-02-25 16:58:21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귀향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귀향

#열여섯에 위안부 강제 동원된 실화 #위안소 참상 재현…14년 만에 완성 이 작은 영화를 둘러싸고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대기업 영화의 스크린 독점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에서 제작하고 배급하는 영화가 아닌 저예산 작은 영화는 개봉 첫날부터 스크린을 잡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홍보와 입소문을 타지 못한 채 조용히 사장되어 버리는 것이 지금 우리 영화계의 상영 현실이다. 스타가 등장하는 거대 자본의 장르영화가 아닌, 예술영화, 저예산영화, 작가영화, 다양성영화 등 여러 용어로 불리는 영화들은 알게 모르게 극장에 잠깐 걸렸다가 사라지는 운명을 겪는다. 저예산 영화, 손숙이나 오지혜 정도를 제외하고는 알 만한 배우가 없는 영화, '위안부' 실화를 다루는 영화,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의 영화 '귀향'은 극장가에 내어놓기도 전에 이미 상업적으로 사망선고를 받고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현재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관객이 '귀향' 보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개봉 첫날 예매율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이러한 관객의 반응은 대기업도 움직이게 하여,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도 스크린을 '귀향'에 대거 내주었다. 2016년 새해 벽두부터 전개되는 한국인으로서는 복장 터지는 국내외 상황이 '귀향'에 관심을 두게 한다. 2015년 12월에 타결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위안부' 협의, 일본군 '위안부'의 상징이 된 '평화의 소녀상' 지키기 행동, 박유하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에 이어 '위안부' 영화 '귀향'이 '위안부' 이슈의 중심부로 등장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하는 사건을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위안부'는 식민지 조선이 당한 가장 큰 고통 중 하나이며, 현재 반일감정이 유지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외로 '위안부'를 다룬 미디어 재현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유대인이 '아우슈비츠' 관련 영화나 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역사적 비극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과 달리, 우리는 아직도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일에 힘겨워한다. 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고, 극영화로는 '사르빈강에 노을이 진다'(1965), '어미 이름은 조센삐였다'(1991), '소리굽쇠'(2014), '마지막 위안부'(2014) 정도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재현물은 TV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있다. '귀향'은 아마도 가장 성공한 '위안부' 소재 영화가 될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것에서 출발하여 배급과 상영에 이르기까지 나날이 기적의 연속이다. 조정래 감독은 2002년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하던 당시,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불타는 처녀'를 보며 영화를 구상했다. 그리고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14년이 걸렸다. 제작비를 모금하기 위해 2014년부터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에 티저 영상을 게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7만5천여 명으로부터 후원금을 모았다. 2015년 12월부터 1월까지 국내와 해외의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후원자 시사회를 열었고, 눈물의 후기가 기사화되었으며, 그리고 이번 주에 정식 개봉했다. 2차대전 당시 20만 명의 '위안부' 여성이 있었다고 추정되지만, 238명만이 돌아왔다. 그리고 현재, 46명만이 생존해 있다. 강일출 할머니는 열여섯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어, 소각 명령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영화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1943년,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차디찬 이국땅으로 끌려간 열네 살 정민(강하나)과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무지막지한 군홧발 아래서 성노예로 부림당하지만, 끔찍한 삶 속에서 소녀들은 존재 자체로 서로 위안이 된다. 1991년 현재엔 성폭행을 당해 반쯤 정신이 나간 소녀 은경(최리)이 있다.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밝힌 때이다. 은경은 만신 송희(황화순)의 신딸로 지내다 과거 위안소 생활을 했던 영옥(손숙)을 만난다. 은경은 꿈을 통해 영옥의 악몽을 보고 이들의 넋을 고향으로 데려올 씻김굿을 준비한다. 영화는 현재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들을 영화에 녹여낸다. 일본군을 위해 위안소를 운영했던 조선인 업자가 등장하고, 시골 소녀뿐만 아니라 기생도 위안소로 끌려갔다는 사실, 강제성과 자발성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 등이 드러난다. 조정래 감독은 한 개인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보다는 전장에 설치된 비참한 위안소 재현에 중점을 두어, 영화를 역사적 증거물이 되게 한다. 영화는 신파적 표현을 절제하고 있지만 보는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은 소녀들이 훨씬 많다는 점, 살아있는 할머니들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는 점에서 영화는 사회적 각성을 일으키는 소중한 도구가 된다. 영화의 역할을 둘러싼 또 하나의 논쟁거리다.

2016-02-25 16:57:21

포항 관광지 배경 영화 '글로리데이' 3월 개봉

경북 포항 주요 관광지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글로리데이'가 3월 24일 개봉한다.  임순례 감독이 대표인 보리픽쳐스가 제작하고 최정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년 5월부터 6개월간에 걸쳐 영화를 만들었다.  포항IC,죽도시장,포항운하,영일대해수욕장,설머리방파제 등 포항 유명 관광지에서 영화 대부분을 찍었다.  영화는 스무 살 동갑내기 네 친구의 운명을 흔드는 하루 밤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응답하라 1988'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류준열,'앵그리맘' 지수,'치즈인더트랩' 김희찬,그룹 신화 김동완,아이돌그룹 EXO 리더 수호 등이 출연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예매 15분 만에 전석이 매진돼 화제를 모은 기대작이다.  포항시는 영화 흥행을 위해 배급사와 함께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정경락 포항시 공보담당관은 "영화와 관련한 스토리텔링를 개발하고 촬영지를 관광 자원화해 포항을 전국에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6-02-21 09:57:36

[새 영화] 좋아해줘 / 대니쉬 걸 / 데드풀

[새 영화] 좋아해줘 / 대니쉬 걸 / 데드풀

SNS로 사랑 시작하는 남녀 다양한 모습 그려 #좋아해줘=신예 여성감독 박현진이 연출한 로맨틱 코미디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구성된 영화로 이미연, 최지우, 김주혁, 유아인, 강하늘, 이솜 등 주연급 배우들의 캐스팅이 눈에 띈다. 성격도 직업도 너무 다른 커플들의 각양각색 연애 방식을 만나보는 재미를 노리며, 디지털 세상의 새로운 사랑 방식인 SNS로 사랑을 시작하는 남녀의 다양한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스타작가와 한류스타는 치고받다가 좋아진 케이스, 노총각 셰프와 노처녀 스튜어디스는 서로 속마음을 알지만 절대 말하지 않는 긴장감 가득한 케이스, 천재 작곡가와 드라마 PD는 시작하는 단계에 접어든 커플의 순수한 연애 케이스를 보여준다. 겨울 끝자락을 따뜻하게 할 '러브 액츄얼리' 같은 달달한 데이트용 영화다. 여자가 된 남자, 그 곁을 지키는 아내 이야기 #대니쉬 걸=남성에서 여성이 된 어느 화가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1926년 덴마크,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이자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이다. 어느 날, 게르다의 모델 울라(엠버 허드)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대역을 부탁한다.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날 이후, 에이나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여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 영화는 에이나르의 변화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의 변신을 지켜봐야 하는 여성 게르다의 입장에 초점을 맞춘다. 에드 레드메인은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도전한다. 정의감 제로, 웃기는 안티히어로 탄생 #데드풀=마블 코믹스 캐릭터를 영화화한 SF 액션 영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놀즈)은 암 치료를 위한 비밀 실험에 참여한 후, 강력한 힐링팩터를 지닌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난다. 탁월한 무술 실력과 거침없는 유머 감각을 지녔지만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갖게 된 데드풀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린 놈들을 찾아 뒤쫓기 시작한다. 정의감과 책임감은 제로이지만 매력이 철철 넘치는 웃기는 안티히어로이다. 지난주 북미 오프닝 성적 1위에 올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 이유는 잔인무도한 액션과 살인 장면, 욕설 때문이다. 천방지축 안티히어로, B급 영화의 맛을 제대로 선사한다.

2016-02-18 18:33:10

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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