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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영화계]상상의 정치 스릴러…현실 막장 '순실 정치'와 흥행 경쟁

[신년 영화계]상상의 정치 스릴러…현실 막장 '순실 정치'와 흥행 경쟁

영화는 동시대 사회의 반영이자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집단 무의식의 반영체이면서 다수의 소망 충족 기제이다. 따라서 한 사회의 영화, 특히 대중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영화는 그 사회를 읽을 수 있는 열쇠가 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충격과 변화가 함께한 2016년 한 해 한국 영화계는 풍성했다. 바야흐로 시민의 주도권이 공고해지는 결정적 전환기인 지금, 2016년 영화계의 키워드를 살펴보고 2017년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2016년, 여성'역사'사회 비판 주류 속 터진 '최순실 스캔들 2016년 유일한 천만 관객 영화이며 최고 흥행 영화인 '부산행'은 좀비영화라는 B급 장르를 통해 무한 경쟁사회의 비인간성과 국가의 무능함을 꼬집는다. 이와 같은 계열의 사회 비판 의식을 가진 영화로 '터널' '판도라' '마스터' '아수라' 등이 있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또한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현 정부의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사태 등 집단적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굵직한 사건들이 영화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복잡한 상징들을 활용하고 있는 '곡성' 역시 이 계열의 영화다. 이 영화들은 오랫동안 쌓인 적폐, 불의에 눈감는 사회, 무능한 국가 시스템 등에 맞서 생존해야 하는 개인의 분투를 그린다. 이렇듯 사회에 대한 예리한 비판 의식을 가지며, 동시에 장르라는 틀 안에서 감독 개인의 예술적 성취를 보여준 영화들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2016년 가장 논쟁적인 단어가 된 '여성 혐오'를 놓고 페미니즘 논쟁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와 함께 여성 이슈를 담은 영화들이 관객의 관심을 받았다. 해외의 호평과 국내 관객의 사랑을 함께 받은 '아가씨'를 필두로, 여성감독의 영화들인 '비밀은 없다' '미씽: 사라진 여자' '우리들'이 여성 주체의 시각에서 젠더 이슈를 부각시킨 작품이다. 또한 여성 스타의 반영적 재현을 통해 결혼, 출산, 육아 문제를 되짚는 코미디 '굿바이 싱글'도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역사, 그중에서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특히 2016년 관객의 커다란 사랑을 받았는데, 이는 국정교과서 문제를 둘러싸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행한 '역사 바로 보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무수한 문제가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 시기 및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집단적 자각은 영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밀정' '덕혜옹주' '귀향' '동주' 등의 영화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마냥 진지한 시각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역사가 훌륭한 예술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무능함을 체험하고 있는 현실은 일제강점기를 소환하게 만들었다. '4등' '죽여주는 여자' '우리 손자 베스트' 등 어린이와 노인, 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주인공인 비주류영화는 신자유주의 경쟁 체제 그리고 사회 복지 시스템 미비가 불러오는 개인의 불행 등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2016년 한국 영화는 훌륭한 장르 영화와 훌륭한 비주류 영화가 조화를 이뤄 풍요로웠고,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외국 영화의 경우 한편에서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젠더, 인종, 문화적 진화를 보여줬고, 또 한편에는 신자유주의 슈퍼모더니즘 시대에 더 척박해진 양극화 상황을 빗대는 인디 영화들이 있었다. 현재 극장가에는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를 그리는 '마스터', 스타워즈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오디션과 경제적 불평등을 연결한 감동적인 애니메이션 '씽', 고전 뮤지컬의 향수를 활용한 '라라랜드',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에코 블록버스터 '판도라'가 흥행 순위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관객은 현재 한국 영화를 통해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외국 영화를 통해서 영화 관람의 순수한 즐거움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분위기 속 정치 소재 영화 강세 이어갈 듯 대선을 앞두고 있으며 새로운 체제가 등장할 2017년은 또 어떤 영화들이 관객을 즐겁게 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베테랑' '내부자들' '아수라' 등의 정치 스릴러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듭하여 한국 영화의 대표 장르로 정점을 찍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진흥위원회 사이트의 2017년 한국 영화 제작 상황판을 살펴보면 정치 스릴러 제작 경향이 여전히 주류를 차지한다. 21세기 들어 한국 영화의 중심을 남성 스타들이 확고히 차지하고 있는 현재, 남성 투 톱 캐릭터의 조합이 두드러지는 브로맨스 플롯은 정치 스릴러 장르와 공고하게 결합되고 있다. 남북 형사들의 공조 수사를 다룬 현빈'유해진'김주혁 주연의 액션영화 '공조'(김성훈 감독), 조인성과 정우성 주연의 정치 스릴러 '더 킹'(한재림), 설경구와 임시완 주연의 액션 누아르 '불한당'(변성훈), 김수현과 성동일 주연의 액션 누아르 '리얼'(이사랑), 장동건과 류승룡 주연의 스릴러 '7년의 밤'(추창민), 장동건'김명민'이종석 주연의 'V.I.P.'(박훈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치 스릴러 장르에서 강한 내공을 입증한 '내부자들'의 추창민 감독과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 기다려진다. 그러나 현실 정치가 더 복잡하고 반전을 거듭하며 막장스러운 가운데, 영화가 이보다 더한 자극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러한 경향 가운데, 여성 캐릭터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영화가 드물다는 점이 아쉽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영화가 있다. 몇 주 전 타개한 홍기선 감독의 차기작이자 김상경과 김옥빈이 주연을 맡아 군 내부 비리를 다룬 '일급기밀', 이병헌과 공효진 주연의 미스터리 '싱글라이더'(이주영), 김혜수와 이선균 주연의 범죄 액션 누아르 '소중한 여인'(이안규)이 있다. 브로맨스 스릴러 영화가 한국 고예산 영화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여배우가 플롯을 이끄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드물어 위 영화들을 특히 눈여겨보게 된다. 2017년에도 영화가 역사를 콘텐츠로 활용하는 경향은 지속될 것 같다.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가까운 과거를 다루는 시대극 영화가 거장 감독들의 손에 의해 제작된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를 다루는 류승완 감독, 황정민'소지섭'송중기 주연의 '군함도', 광주민주화운동 시기 택시 운전사의 활약상을 그리는 장훈 감독, 송강호'류준열 주연의 '택시운전사'가 특히 주목된다. 임금과 사관이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조선시대 배경의 추리 활극으로 이선균'안재홍'주진모 주연의 '임금님의 사건수첩'(문현성), 이병헌'김윤석'박해일 주연의 조선시대 배경 '남한산성'(황동혁), 선조와 광해 시대를 다루는 이정재'여진구 주연의 '대립군'(정윤철) 등이 있다. 웹툰 원작을 영화화한 대작들도 보이는데, 하정우'차태현'주지훈이 주연으로 나와 저승세계를 다루는 판타지 '신과 함께'(김용화), 제피가루의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가 원작인 백윤식'성동일 주연의 '아리동'(김홍선)이 대표적이다. 2017년에는 사회의 위기를 열정적인 참여로 뛰어넘는 시민의 성공 스토리가 완성되길 희망하며, 영화가 개인의 고난의 삶 가운데 작은 여유와 즐거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

2017-01-02 04:55:01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에피소드 4' 이전 역사 다룬 스핀오프 새 주인공 진의 이야기로 액션 선보여 얼마전 숨진 '레아 공주' 캐피 피셔 등 반가운 오리지널 배우들의 얼굴 등장 '스타워즈'는 역사와 전통이 미천한 미국에서 신화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시리즈이며, 미국인에게는 거의 국민영화로 받아들여진다. 1977년 유럽의 뉴웨이브 영화의 공격으로 휘청거리던 할리우드에서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조지 루카스는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고개를 흔들 프로젝트를 들고서 스튜디오들을 찾아다녔다. 여러 군데에서 거절당하던 그에게 기회를 준 곳은 영화사의 명가 20세기 폭스사였다. 그간 2류 장르로 취급받아 오던 SF를 들고 와, 가장 미국다운 장르라고 불리는 서부극에 전쟁영화, 모험영화, 갱스터, 공포영화, 뮤지컬 등의 장르적인 요소들을 뒤섞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손질을 한 후 영화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당시까지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의 최고 흥행영화가 되었고, 이 영화로 인해 SF는 지금까지도 미국 영화산업을 대표할 최고의 장르로 등극하게 되었다. 이후 속편이 제작되면서 1977년 오리지널 '스타워즈'에는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이라는 제목이 다시 붙여졌다. 오리지널 삼부작, 프리퀄 삼부작, 지난해에 선보인 시퀄 '깨어난 포스'까지 7편의 '스타워즈'가 관객과 만났고, 이번에 선보이는 '로그 원'은 스타워즈 앤솔로지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77년 '에피소드4'의 이전 역사를 다루는 스핀오프 시리즈이다. 따라서 '로그 원'의 중간중간에는 오리지널 '스타워즈'의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이미 사망한 배우도 있으며, 배우의 얼굴에 드리워진 40년이란 세월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CG로 배우의 얼굴을 복원한 작업도 관심을 끈다. 게다가 '로그 원'이 한국에 개봉하는 그 시각에 영원한 레아 공주로 팬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배우 캐리 피셔가 사망했다는 뉴스는, 오랜 스타워즈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유명 가수와 배우의 딸로 태어나 평생을 레아 공주라는 레터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캐리 피셔의 젊은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감독은 괴수영화 '고질라'(2014)를 연출했던 영국 출신 가렛 에드워즈이다. 그는 일본 괴수영화 마니아이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열혈 팬이라고 알려져 있다. 조지 루카스가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1954)에 대한 오마주를 자신의 영화에 넣은 것은 유명한 사실인데, 가렛 에드워즈 또한 이번 영화에 일본 액션영화의 요소들을 삽입한다. 40년 동안 7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5편의 영화가 기획되고 있는 장대한 시리즈인 만큼 '스타워즈' 마니아가 아닌 젊은 영화팬을 유입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로그 원'은 기존 줄거리를 몰라도 볼 수 있는 스핀오프 영화로 소개되고 있으며, 이 영화 한 편은 그 자체로 완결적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40년 동안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이전 작품을 보지 못한 새로운 관객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그리하여 스타워즈를 잘 모르는 관객도 부담 없이 영화에 도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다. 새로운 '스타워즈' 스토리는 새로운 주인공 진(펠리시티 존스)으로 시작된다. 아버지(매즈 미켈슨)가 적의 대량 살상 무기인 데스 스타의 개발에 긴밀하게 참여했던 과거 때문에 반군에 의해 데스 스타와 관련된 비밀을 캐내는 임무를 맡게 되는 진과 그녀를 중심으로 뭉친 로그 원 팀이 실패 확률 97.6%에 달하는 성공 불가능한 미션을 완수해가는 이야기이다. 데스 스타는 단숨에 행성 하나를 파괴해 버리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적의 최종 병기로 이것의 설계도를 훔쳐내야만 하는 로그 원 팀이 적진 한가운데로 침투하면서 스펙터클한 액션을 선보인다. 할리우드가 백인 남성 위주의 캐스팅 경향을 보인다는 오랜 비판에 대한 응답으로 젊은 여성 스타 펠리시티 존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아시아 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시아 무협스타 견자단과 강문을 캐스팅하였다. 거기에 연기파 배우 매즈 미켈슨과 포레스트 휘태거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다. 영화는 터지고 폭발하는 액션 스펙터클과, 가족애와 로맨스를 곁들인 감동의 순간을 적절하게 넣었으며, 고전 장르에 대한 향수에, 독재에 저항하며 우주의 평화와 공화정의 가치를 숭상하는 정치적 알레고리까지 많은 것을 집어넣었다. 스타워즈 팬들에게 충실한 영화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스타워즈에 열광하는 현상이 한국에서는 분명 다르다. 그것은 콘텍스트가 없는 이식된 문화 현상이다. 스타워즈 파생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기 위한 다국적 기업의 전략이 무방비 상태로 흡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장난스러운 귀여운 스타워즈 상품들이 덕후 취향을 제대로 저격함은 물론이다.

2016-12-30 05:20:01

[새 영화] 사랑은 부엉부엉/루돌프와 많이 있어/맨하탄 녹턴

[새 영화] 사랑은 부엉부엉/루돌프와 많이 있어/맨하탄 녹턴

◆사랑은 부엉부엉 부엉이와 판다의 탈을 쓴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귀여운 영상미의 프랑스 영화. 람지 베디아가 기획, 극본, 연출, 주연까지 1인 4역을 해낸다. 현대사회의 익명성과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판타지 로맨틱코미디가 깊은 공감을 준다. 존재감 제로, 자신감 제로의 평범한 남자 로키(람지 베디아)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수리부엉이가 집에 있다. 희귀한 부엉이가 들어왔다고 직장 동료들에게 말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루돌프와 많이 있어 아동문학의 거장 사이토 히로시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영화화한 일본 애니메이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 우연히 만난 두 고양이가 함께 세상을 배워 나가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과 그 우정 속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따뜻한 마음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까지 사로잡는다.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호기심 많은 집냥이 루돌프는 어느 날 우연히 열린 문틈으로 집을 나섰다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된다. ◆맨하탄 녹턴 아카데미 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에드리안 브로디가 제작 겸 주연을 맡은 미스터리 스릴러. 뉴욕의 스캔들, 살인 등의 이야기를 파는 신문 기자인 포터 렌(에드리안 브로디)은 기업 행사 파티에서 치명적인 매력의 팜므파탈 캐롤라인(이본 스트라호프스키)을 만나게 된다. 영화감독인 남편의 죽음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는 그녀에게 시선을 뗄 수 없던 포터는 결국 그녀의 집까지 찾아가게 된다. 핸드폰을 두고 나와 다시 집에 들어선 포터는 샤워 중이던 캐롤라인을 훔쳐보게 된다.

2016-12-30 05:20:01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영화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영화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음악 사랑하는 부동산 브로커 토마 10년간 손 안댄 피아노 다시 치지만 천한 밥벌이와 예술적 성취서 갈등 1978년作 영화 '핑거스' 원작 파리 배경으로 현대적 재해석 2005년에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다. 한국에서는 11년이 지나 처음 개봉한다. '디판'으로 2015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전 연출작으로, 명작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영화를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설렘을 준다. 자크 오디아르는 '위선적 영웅'(1996)으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예언자'(2009)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어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디판'까지 차근차근 한 계단씩 올라선,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영화의 거장이다.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고, 프랑스 자국을 대표하는 영화제인 세자르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8개 부문 상을 받으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무드 인디고'(2013), '빅 픽처'(2010) 등의 작품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가 된 로망 뒤리스의 젊은 모습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로망 뒤리스를 현대의 알랭 들롱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 영화 속 그는 젊은 시절 로버트 드니로 같은 거친 매력이 있다. 어쩌면 한국 드라마 '밀회'와 같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천하고 거친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속 깊이 간직한 예술에 대한 열망이 그를 쓰레기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는 이야기다. 섣불리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예술적 성취를 미리 진단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달리 현실은 그로 하여금 음악에 열중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범죄가 늘 도사리는 시궁창 같은 현실과 예술을 향한 길, 두 개의 환경을 대비시키며 두 개의 플롯이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부동산 브로커라고 하지만 실상은 건달에 지나지 않는 스물여덟 살의 토마(로망 뒤리스)는 피아니스트였던 엄마가 돌아가신 후, 우연히 그녀의 옛 에이전시 대표와 마주친다. 토마의 피아노 재능을 기억하던 그는 오디션을 제안하고, 10년간 손대지 않던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된 토마는 중국인 과외 선생(린 당 팜)까지 두며 준비에 열의를 보인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동업자들의 거친 일에 불려다니고, 아버지는 그에게 무모한 부탁을 들이밀곤 한다. 토마는 생계인 브로커 일과 진짜 꿈인 피아니스트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이 영화는 1978년에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핑거스'가 원작이다. '핑거스'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정신질환을 겪는 어머니 사이에서 방황하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뉴욕을 배경으로 펼쳤다.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은 파리를 배경으로 가져와 현대적인 재해석을 해낸다. 영화는 다양한 인종들이 때로는 갈등을, 때로는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는 파리의 다문화 현실을 반영한다. 토마는 아버지의 요청으로 아랍인 가족을 괴롭히지만 그들의 처지에 동정을 보내기도 하고, 러시아 마피아로 인해 심각한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인 피아노 선생과는 음악으로 소통한다. 각자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더라고 통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꿈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민하는 청춘의 감수성이며, 또한 음악을 통한 감동과 교감이다. 영화는 매우 프랑스적인 현실을 반영하지만, 또한 누구나 가지는 보편적인 고민을 이야기한다. 내 심장이 시키는 일이 무엇인지,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실을 쫓아가며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영화는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토마는 정의롭거나 선한 인물이 아니다. 클로즈업으로 바짝 그의 뒤를 쫓는 카메라는 그의 심리를 제대로 전달한다. 오디아르 특유의 현실감을 전달하는 거친 스타일은 누군가의 애정에 목말라 하는 토마가 왜 그런 폭력적인 일에 자꾸 휩싸이게 되는지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해하게 한다. 그는 아버지의 부정을 돕고, 친구의 불륜을 부추기며, 약한 자를 마구 대한다. 이렇게 천한 그도 갱생의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음악은 그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사는 데 급급한 우리가 그럼에도 예술과 문화를 향유해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이 말한 것처럼 '예술과 로맨스가 목적이 되는 삶', 그것의 의미를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지금 바로 한국 이곳에서 온몸으로 이해하고 있다.

2016-12-16 04:55:02

[새 영화] 목숨 건 연애/스노우타임/비치 온 더 비치

[새 영화] 목숨 건 연애/스노우타임/비치 온 더 비치

◆목숨 건 연애 한국과 중국 합작 영화로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를 조합했다. 추리소설작가 한제인(하지원)은 차기작 구상만 5년째다. 그녀는 이태원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신작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다른 촉으로 위층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정황을 포착하지만, 경찰은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결국 직접 살인범을 잡기로 결심한 제인은 이태원지구대 순경인 소꿉친구 설록환(천정명)의 지원과 매력남 제이슨(진백림)의 도움을 얻어 본격적인 범인 추적에 나선다. ◆스노우타임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가족 애니메이션. 2015년 캐나다 개봉 당시 '겨울왕국'을 제치고 그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스노우볼을 무한대로 만들어내는 얼음요새를 먼저 차지하기 위한 상상을 초월하는 스노우볼 전쟁을 그린다. 아이들의 경쟁과 우정, 그리고 사랑에 초점을 맞추었다. 셀린 디온과 심플 플랜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영화 OST에 참여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친구들은 루크 팀과 소피 팀으로 나뉘어 눈싸움을 시작한다. ◆비치 온 더 비치 어느 대낮, 가영은 전 남자친구 정훈의 집에 들이닥친다. 가영이 다짜고짜 꺼낸 말은 "우리 자면 안 돼?". 가영은 이 목적을 이루지 않고는 도저히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완강히 거부하던 정훈도 가영이 주도하는 분위기에 점점 휩쓸린다. 가영의 엉뚱하면서도 끈질긴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실소를 터뜨리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을 헤어진 전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예상치 못한 재미와 사랑에 대한 여운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2016-12-16 04:55:02

[새 영화] 선생님의 일기/ 두 번째 스물/ 로스트 인 더스트

[새 영화] 선생님의 일기/ 두 번째 스물/ 로스트 인 더스트

#선생님의 일기 아날로그 감성으로 충만한 태국의 로맨스 드라마로 태국 개봉 시 흥행 1위에 오른 작품이다. 다른 시간, 같은 공간, 하나의 일기장을 통해 서로에게 빠져드는 두 교사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전직 레슬링 선수 송은 전기도 수도도 없는 오지 마을 수상학교의 임시교사로 가게 된다. 송은 우연히 이전 담당교사인 앤이 놓고 간 일기장을 발견한다. 송은 일기장을 통해 앤에 대해 알아가며 점차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1년 후, 앤이 수상학교로 다시 돌아오지만 송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난 뒤였다. #두 번째 스물 마흔을 맞이하는 주인공이 잊지 못할 첫사랑과 재회하는 로맨스 드라마. 90% 이상 이탈리아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되었다. 두 남녀의 인연이 카라바조의 명화를 따라가는 여정과 겹쳐져, 한 편의 예술기행을 보는 것 같다. 민하(이태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첫사랑 민구(김승우)를 만나고, 각자 영화제 심사위원과 학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에서 일주일 동안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한다. 과거 사소한 오해로 헤어졌던 두 사람은 13년 만에 만나 20대의 풋풋함을 되살린다. #로스트 인 더스트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미국 인디영화. 벼랑 끝에 내몰린 형제와 베테랑 형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리는 서부극이다. 빚더미에 시달리던 두 형제 토비(크리스 파인)와 태너(벤 포스터)는 가족의 유일한 재산인 농장의 소유권마저 은행에 차압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둘은 절망적인 현실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은행 강도 계획을 꾸민다. 전과자 출신의 태너와 이성적인 성격의 토비는 범죄에 성공한다.

2016-11-04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램스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램스

인구 33만 명의 북유럽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 얼음으로 뒤덮인 곳이라는 인상 외에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겐 낯선 나라다. 1년 내내 겨울이어서 황량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여느 북유럽 국가들처럼 복지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1인당 GDP가 5만달러가 넘는 부유한 나라이다. 인구가 작은 나라여서 그런지 1년에 고작 10편 정도의 영화를 만든다. 그런데 아이슬란드 영화의 힘이 만만치 않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램스'는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였고, 전 세계 영화제에서 20여 개의 상을 받았으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설원이 펼쳐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아이슬란드의 시골 마을에서 개최된 우수 양 선발대회로 시작한다. 애지중지 키우던 숫양과 대회에 나선 굼미는 2등을 하고, 아슬아슬한 차이로 이웃 키디의 양이 1등을 한다. 그러나 굼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1등을 못했다는 패배감 이상의 어떤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웃 주민인 키디와 굼미는 실은 40년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내는 친형제 사이이다. 자연 풍광은 대단하지만, 실제 녹지와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은 아이슬란드에서 양은 가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양은 아이슬란드인에게 생활의 근간이며, 자식 같은 존재이고, 또한 정체성이기도 하다. 대회 때문에 속이 상한 굼미는 키디의 양을 자세히 살펴보고, 양이 치명적인 전염병인 스크래피에 감염된 것을 발견한다. 곧 이 마을 전체의 양을 모조리 도살해야 할 위기에 빠진다. 성질 나쁜 형 키미와 부지런하고 이성적인 동생 굼미는 다른 선택을 한다. 굼미는 자신의 손으로 양들을 죽이고, 키미는 끝까지 저항하지만 정부의 강압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굼미로 인해 소중한 양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키미는 틈나는 대로 굼미를 습격한다. 서로 죽일 듯이 달려드는 형제는 애처롭지만 때론 유머를 만들어낸다. 두 사람이 왜 이 지경으로 고집불통이 되었는지 영화는 자세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가 유산을 둘째에게 모두 남겨주었다는 단서로 보아, 아버지와 첫째 사이의 갈등이 형제간의 갈등으로 이어졌으며, 그것이 땅을 둘러싼 소유권 문제로까지 이어졌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가족도 없이 홀로 양들과 살아가는 늙은 형제에게 같은 혈통을 가진 양들은 가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소중한 가치인 것이다. 양들이 사라지자 형제만 남아서 서로 더 고통을 주기 위해 경쟁한다. 서로 대화가 없는 형제이기에 영화 전체에 대사가 거의 없다. 대신 아이슬란드 시골 마을을 보여주는 거대한 풍광, 거친 날씨, 인물들의 행동, 소품 등이 이들의 변화된 심경을 표현한다. 동생이 아픈 형을 대신해 농장을 정리할 때 발견하는, 삼 부자의 어린 시절을 찍은 낡은 사진 액자는 많은 것을 전달한다. 가족은 가족이다. 동생이 남몰래 숨기며 지켜온 7마리의 양 가족을 대하는 형의 행동은 40년이 지나도 이들이 형제임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마지막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어서 가슴이 북받쳐 오른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 덮인 산속에서 두 노인이 펼쳐보이는 행동은 형제애가 인생의 난관을 헤쳐나갈 힘을 될 것이라는 암시를 던진다. 대화가 없는 두 사람 사이에 메신저로 오가는 영리한 개와 두 집안을 왔다 갔다 하는 7마리 양 가족은 영화의 귀요미 담당이다. 고집스러운 노인들의 주름진 얼굴이 마지막에 가면 더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뭉클하고도 뜨거운 영화다.

2016-11-04 04:55:02

[새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라우더 댄 밤즈/와와의 학교 가는 날

[새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라우더 댄 밤즈/와와의 학교 가는 날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영남과 호남 구분 없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발자취를 좇으며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 속 변호사 카튼을 닮은 노무현 대통령을 잃은 7년, 그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김원명 작가,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이박사, 윤종훈, 여수에서 출사표를 던졌다가 낙선한 시사만화가 고(故) 백무현 후보의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라우더 댄 밤즈 노르웨이의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작품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젊은 교수 조나(제시 아이젠버그)가 어머니(이자벨 위페르)의 기일을 맞아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종군 사진작가였던 어머니의 3주기 기념 전시를 위해 그녀의 자료들을 정리하는 조나는 어머니가 떠난 뒤 사이가 서먹해진 아버지(가브리엘 번)와 동생(데빈 드루이드) 사이에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와와의 학교 가는 날 세계 각국의 어린이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중국 고산지대 소수민족의 등굣길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차마고도 윈난성의 경이롭고 장대한 영상미가 특징이다. 우애 깊은 남매 나샹과 와와가 학교에 가는 길은 누강 협곡 사이에 놓인 외줄 '짚라인'을 통하는 범상치 않은 길이다. 험난한 등굣길 동선으로 인해 엄마는 누나만 학교에 가는 것을 허락하고 와와에게는 어리다는 이유로 통학 금지령을 내린다. 어느 날 와와는 엄마와 누나 몰래 학교에 가게 되고, 선생님, 친구들, 재미있는 공부 등 학교에 대한 모든 것이 신기해 그 뒤로도 몰래 학교에 가서 도둑 수업을 받는다.

2016-10-28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

1960년대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그들의 음악, 패션, 말투, 행동은 전세계 10대들을 사로잡았다. 아이돌 밴드에서 사회적 왜 그리 빨리 해산되었을까, 라이브 공연 실황 앨범이 왜 없을까, 진짜 오노 오코 때문이었을까, 가볍게 통통 튀는 사랑 노래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음악 세계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짧은 기간 활동했지만 음악사에 거대한 혁명을 일으킨 비틀스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의문이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비틀스 마니아에게 큰 선물 상자 같은 영화이며, 청년 세대가 끌어간 전복의 문화사에 관심이 있는 지적인 관객에게 중요한 비밀을 풀어낼 열쇠가 될 것이다. 영국의 작은 도시 리버풀의 바에서 공연을 하다 1963년 미국에 발을 디딘 4명의 더벅머리 청년. 이 청년들은 그냥 록 밴드가 아니었다. 그들의 음악, 패션, 말투, 행동은 전 세계 10대들을 사로잡아 혼절하게 만들었다. 바로 '비틀스의 미국 침공'(British Invasion)이라는 대사건이다. 이 사건은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이 되었다. 2차 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였던 10대가 똘똘 뭉쳐 비틀스를 내세워 문화의 전면에 등장했고, 이는 1960년대가 어떤 사회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 영화는 그 전설적인 비틀스의 1963년에서부터 1966년까지의 세계 투어 콘서트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큐멘터리다. 비틀스 다큐멘터리를 만든 론 하워드 감독은 '아폴로 13'(1993)과 '다빈치 코드'(2006) 같은 품격 있는 블록버스터로 유명하지만, '뷰티풀 마인드'(2001)와 '신데렐라 맨'(2005)처럼 실존 인물을 영화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1954년생인 하워드 감독은 자신이 10대 시절 겪었던 비틀스 현상을 치밀하게 구성한다. 4인의 멤버 중 생존해 있는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를 인터뷰하고, 사망한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이 생전에 여러 미디어에서 행했던 인터뷰 영상을 따온다. 비틀스 투어에 동행했던 젊은 저널리스트였던 래리 케인은 40년이 지난 후 그때 당시를 기억한다. 10대 소녀였던 배우 시거니 위버와 우피 골드버그는 간신히 콘서트 티켓을 손에 넣고 들떴던 과거를 회상한다. '하드 데이즈 나이트'(1964)와 '헬프!'(1965) 두 편의 영화를 비틀스와 함께 만들었던 리처드 레스터 감독도 증언한다. 그리고 영화감독, 역사학자, 작곡가, 저널리스트 등 어린 시절 '비틀마니아'였던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과거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하며, 비틀스가 행한 문화사적 의의와 영향력에 대해 진단한다. 놀라운 점은 SNS를 통해 수집한 2천 점이 넘는 팬들의 소장 사진과 영상이 담겼다는 점이다. 비틀스 콘서트만 보여주어도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비틀스가 왜 신드롬이 되었고, 그들은 왜 그렇게 빨리 흩어졌으며, 어떻게 귀여운 아이돌 밴드에서 진짜 뮤지션이 되었는지를 촘촘하게 엮는다. 처음 그들의 등장은 당돌했다. 리버풀 노동자 집안 출신 아들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낄낄대며 유머를 즐겼고, 어른들은 그런 모습에 혀를 끌끌 찼지만, 10대들은 당당하고 거리낌 없는 그들의 태도에 대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전후와 냉전의 1950년대를 지나 민권투쟁과 자유분방함이 휩쓴 1960년대 한복판에서 당돌하고 장난스러운 그들의 언행과 태도는 얌전하게 어른들 말에 순종하던 젊은이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침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과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전략하에 스튜디오에서 작곡을 하고, 앨범을 발표하고, 콘서트 투어를 하는 빽빽한 스케줄이 4년간 이어졌다. 1965년 뉴욕 세어 스타디움 공연은 5만 명이 넘는 관객 앞에서의 공연이었고, 이 공연은 록 밴드 스타디움 공연의 시초가 되었다. 이 공연은 역사적인 공연이었지만, 비틀스는 지쳐버렸다. 그들에게는 스튜디오에 들어가 음악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었지만 쇼 비즈니스와 팬들은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패션과 가벼운 데이트 음악을 가지고 소녀 팬들에게 호소하는 아이돌 밴드로 남기에 그들 모두는 남다른 개성이 있었다. 1966년 8월 샌프란시스코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돌연 모든 공연을 중단했으며, 1967년에 완전히 다른 음악 세계를 보여준 실험적 앨범은 지금까지도 역대 명반 1위로 자주 지목된다. 돈과 인기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최고의 위치에서 그들은 멈춰 섰다. 흑백 인종의 자리를 구분하는 분리 정책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공연을 하지 않겠다는 도발적인 발언을 하던 때처럼, 그들은 각자의 길을 가는 데 거침이 없었다. 화려함을 벗어던지고 고뇌의 세계로 들어가 각자의 철학적 깊이를 노랫말로 끌어올렸다. 음악으로 변혁을 그리고 자유를 꿈꾸었던 비틀스의 거대한 울림은 지금도 깊은 감동을 준다. 얼마 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크 뮤지션 밥 딜런의 영향은 영화에 직접 나오지 않지만, 아이돌 밴드에서 사회적 철학적 메시지가 담긴 음악을 만든 비틀스의 변신은 시대의 소산이었다. 언제나 멋진 시대와 음악이다. 비바 1960년대! 비바 비틀스!

2016-10-21 04:55:01

[새 영화] 춘몽/ 럭키/ 비바

[새 영화] 춘몽/ 럭키/ 비바

#춘몽 재중동포 출신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장률의 신작이다. 3명의 젊은 영화감독이 한 여자를 좋아하는 경쟁자로 출연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다. 시장을 어슬렁거리며 농담 따먹기나 하는 건달 익준(양익준). 월급도 받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난 정범(박정범). 어설픈 금수저 종빈(윤종빈). 그리고 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예리(한예리)가 있다. 병든 아버지를 돌보는 예리가 운영하는 고향주막은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이다. #럭키 유해진이 단독 주연으로 등장하는 반전 코미디다. 잘나가던 킬러가 기억을 잃고 무명 배우와 인생이 바뀌면서 코믹한 상황이 전개된다. 냉혹한 킬러 형욱(유해진)은 사건 처리 후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과거의 기억을 잃게 된다. 인기도, 삶의 의욕도 없어 죽기로 결심한 무명배우 재성(이준)은 신변 정리를 위해 들른 목욕탕에서 그런 형욱을 보게 되고, 자신과 그의 목욕탕 열쇠를 바꿔 도망친다. 이후 형욱은 자신이 재성이라고 생각한 채,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비바 쿠바를 배경으로 하는 음악영화. 성 정체성, 가난, 아버지라는 소재가 음악과 결합되어 마음을 울린다. 쿠바 아바나의 빈민가에서 사는 가난한 청년 헤수스(엑토르 메디나)는 남자를 좋아한다. 여장한 게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클럽에서 가발을 손질하던 헤수스는 오디션을 통해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데뷔 날, 태어나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 앙헬(호르헤 페루고리아)이 나타나 주먹을 날린다.

2016-10-14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자백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자백

MBC 해직 기자이자 인터넷 대안 뉴스 채널 '뉴스타파'의 피디인 최승호가 한 가지 소재를 집요하게 파고든 끝에 완성한 다큐멘터리 영화 데뷔작이다. 출연진의 면면이 화려하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장 등 유신 시대부터 2010년대까지 현대사에서 가장 화려한 공무원 생활을 해온 김기춘, MB맨으로 국정원장이 된 원세훈. 우리가 아는 그 사람들이 출연진 리스트에 올라 있다. 영화는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다. 우연히 간첩으로 지목되어 가족 구성원 모두의 삶이 무너지고만 어느 불행한 청년의 삶을 기록한 휴먼다큐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권력의 심장부 국정원을 겨냥하는, '미스터리 액션 추적극'이다. 탐사 다큐멘터리 '자백'은 미스터리로 출발하여 하나하나 사건의 본질에 접근해나가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한국, 중국, 일본, 태국 등 4개국을 넘나들며 40개월간 추적한 끝에 간첩 조작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응당 언젠가는 영화로 만들어지겠지 기대하던 소재이다. 하지만 재미보다는 의미를 찾는 장르인 다큐멘터리이고, 간첩으로 몰렸다 무죄로 풀려난 유우성의 이야기를 이미 잘 알고 있고, 국정원 개혁이라는 이슈는 저 멀리 가버렸다. 그래서 재미를 그다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방송국 출신 감독이 영화라는 매체가 방송과 얼마나 다른지 잘 알까' 하는 의심으로 가득한 채 극장으로 들어섰다. 점점 더 비정상이 정상인 양 활개를 치며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여기 한국에도 '마이클 무어' 비슷한 사람이 나타난 것 같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당위성을 주장하는 수많은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들은 잠깐 열혈 관객들의 호의를 받게 되지만 길게 가지는 못한다. 영화로서의 예술적 완성도와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대중성 없이 당위성만 가진다면, 그 영화는 같은 생각을 가진 소수 집단에게만 호소하고 끝날 운명을 가진다. 단연코 '자백'은 그렇지 않다. 다큐의 핵심인 사회 고발성, 그를 뒷받침할 만한 탄탄한 탐사보도성, 차근차근 끌어당기는 설득성, 적절한 휴머니즘적 순간과 깨알 같은 유머가 골고루 섞여 있다. 분노가 치솟다가 이내 피식 거리게 만드는 영화적 재미가 만만치 않다. 영화에서는 3가지 이야기가 섞인다. 유우성 가족 이야기가 큰 축으로 전개되고, 두 개의 또 다른 간첩사건들이 펼쳐진다. 간첩으로 몰리다 자살하고만 어느 남자가 있고, 북한에 살고 있는 그녀의 어린 딸은 아빠의 운명을 모르고 있다. 그리고 1970년대 재일동포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이 있다. 조국을 더 잘 알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온 이들은 유신이라는 엄혹한 정치적 환경에서 간첩으로 둔갑한 후 수십 년 뒤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대 푸릇푸릇한 청춘이었던 김승효는 극심한 고문을 받고 정신이 피폐해졌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삶으로 고통받던 그가 똑똑히 카메라 앞에서 말한다. "한국은 나쁜 나라입니다." 용산 참사를 다룬, 성공한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이 가해자에게도 카메라를 가져가 사건의 이면을 공정하게 파헤치고자 애썼듯이, '자백' 또한 국정원과 검찰 권력자들에게 다가간다. 한나 아렌트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아무렇지도 않게 기계적으로 협력한 보통사람을 보며 '악의 평범함'에 대한 개념을 만들어내었다. 그들은 자신이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아렌트는 이들에 대해 그들이 타고난 악마적 성격 때문에 반인륜적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결여 때문에 부당한 직무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직무에 충실하는 모범 국민이 있고, 부당한 것에 저항하는 사유하는 시민이 있다. 우산 아래 웃고 있거나 도란도란 웃으며 지나가는 그들의 얼굴에서 악의 평범성과 심리적 불감에 대해 생각해본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연민의 성정이 사회를 보다 인간다운 곳으로 만들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끝도 없이 올라가는, '간첩 조작 사건 무죄 판결 리스트'는 영화가 보여준 것 이상의 것을 말해준다. 영화는 개봉 전 진행된 '다음 스토리펀딩'에 참여한 1만7천261명과 뉴스타파 회원을 포함한 4만3천566명의 후원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지난 4월 개최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과 넷팩상 등 2관왕을 차지했다.

2016-10-14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맨 인 더 다크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맨 인 더 다크

철부지 10대들과 군인 출신 맹인 노인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호러 스릴러 영화이다. 수위 높은 잔인한 묘사 때문에 국내에 정식 개봉하지 못하고 DVD로 직행한 전작 '이블 데드'(2013)로 이미 국내 호러 팬들에게 유명세를 탄 우루과이 출신의 젊은 감독 페드 알바레즈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원제는 '숨 쉬지 마'(Don't Breath e)이다. '맨 인 더 다크'라고 바뀐 제목은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눈을 감은 사람을 가리킨다. 실제로 맹인인 자, 그리고 돈의 노예가 되어 어떠한 윤리적 감각도 없는 자들이 주인공이다. 정말 영화를 보면서 숨이 안 쉬어질 정도의 공포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잔인한 장면이 많은 게 아니다. 서로 물고 물리는 서스펜스 상황으로 인해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느끼게 되는 공포와 경악은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인간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고 비참해진 약자들의 다툼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커진다. 암흑 같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록키(제인 레비)와 알렉스(딜런 미네트), 머니(다니엘 조바토)는 도둑질을 계획한다. 세 명의 친구들 중 제일 절박한 사람은 친모와 양부로부터 학대받고 있으며 어린 동생과 탈출을 계획하고 있는 록키이다. 목표는 전직 군인인 맹인 노인(스티븐 랭)의 집이다. 그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시력을 잃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후 음주운전자로 인해 딸이 사망하게 되었는데, 가해자는 유유히 풀려난 대신 그는 거액의 보상금을 챙겼다. 노인이 잠든 사이 록키 일행이 돈을 훔치려는 순간 그가 깨어나고, 모든 불이 꺼진 집에서 맹인과 도둑들의 상황은 완전히 반전된다. 이야기 자체는 특별한 게 없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정상인인 도둑들은 허둥대고 맹인은 후각과 청각만으로도 유능하게 이들을 조여 간다. 쫓기는 도둑들의 시점에 일치된 카메라로 인해 관객은 폐쇄회로의 미로 공간 속에 갇힌 느낌을 받으며 바짝 긴장하게 된다. 낯선 외딴 공간이라는 배경, 눈은 보이지 않아도 잘 단련된 신체와 기술, 그리고 놀라울 정도의 괴력을 발휘하는 악당, 힘없고 정당성도 없는 허약한 주인공으로 이루어진 배경과 캐릭터, 그리고 호러 특유의 청각 장치, 캐릭터가 위치를 바꾸며 상황의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 구조 등 공포영화의 장르적 문법을 충실하면서도 영리하게 활용한다. 촉각성으로 공포를 유발하며 인간의 원초적 두려움을 잘 끌어내는 영화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사람 대부분이 제도화, 구조화되어 있는 불안에 시달린다.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만이 풍요로울 수 있는 이 시대에 세계 최고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도 중하층을 이루는 대부분의 시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불행한 일로 딸을 잃은 노인은 가해자가 권력층이기 때문에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현실에 대해 어마어마한 분노와 슬픔을 쌓아간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고 불구가 되었지만 현실은 그를 극도의 외로움에 시달리는 비참한 곳으로 몰고 가서 방치한다. 분노, 절망, 복수심으로 똘똘 뭉친 노인은 악당이라 부르기도 미안할 지경으로 연민을 자아낸다. 그가 던지는 한마디 "이 세상에 신은 없다"는 절규는 정확하게 우리의 가슴을 찌른다. 도둑 3인방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해도 이 험한 세상을 벗어날 정도의 자본을 모으지 못하고, 더구나 부모를 포함한 어른 세대는 가련한 10대들을 착취하지 못해 안달이다. 구조화되어 있는 불안으로 인해 중하층민의 생명이 너덜거린다. 그리고 더욱 나쁜 것은 사회가 이들을 서로 싸우게 만든다는 점이다. 스스로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권력층은 하층민들의 싸움을 멀리서 지켜보며 분리 통치하고 있다. 불행한 노인이지만 딸에 대한 복수의 행동은 심히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그는 관객의 환심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제 동등해졌다. 10대 도둑과 도덕적이지 못한 사적 복수의 화신 노인. 돈이 필요한 아이들과 가해자에 대한 복수가 목표인 노인은 결국 연대할 수 있을까. 결말은 충분히 논쟁거리이다. 그러나 돈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어서 만족스럽다. 도저히 편들어줄 수 없는 악당이지만, 그에 대한 연민을 거두지는 않겠다. 호러영화사에 길이 남을 매력적인 악당의 변주이다.

2016-10-07 04:55:04

[새 영화] 죽여주는 여자 / 그물 / 디시에르토

[새 영화] 죽여주는 여자 / 그물 / 디시에르토

◆죽여주는 여자 노인 빈곤과 자살이 소재인 윤여정 주연의 실감 나는 이야기. 종로 뒷골목의 낡은 주택에 모인 사회적 타자들의 삶이 연민을 자아낸다. 노년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일명 박카스 할머니 소영(윤여정)은 종로 일대에서 끝내주게 잘하는 여자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녀는 성병 치료차 찾은 산부인과에서 우연히 코피노 민호(최현준)를 만나 집으로 데려온다. 집주인인 트랜스젠더 티나(안아주)와 옆집 총각 도훈(윤계상)은 민호를 돌본다. 어느 날, 소영은 병으로 앓아누운 옛 고객에게서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물 김기덕 감독과 배우 류승범이 호흡을 맞추었다. 북한의 어부 남철우(류승범)는 모터가 고장 난 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쪽으로 떠밀려 내려온다. 그가 간첩이라는 증거를 찾아내려는 한국정보국 조사관(김영민)은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고, 반인권적인 관행에 반대하는 후배 오진우(이원근)는 남철우를 보호하려 든다. 실제로 있었던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영화로, 이념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우리의 현실을 지독하게 그린다. 김기덕 영화 하면 떠올리곤 하는 폭력성과 선정성의 선입견을 깰 수 있는, 현실의 울림이 있는 영화다. ◆디시에르토 '그래비티'의 멕시코 출신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제작하고, 그의 아들 조나스 쿠아론이 연출한 스릴러. 사막이라는 극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는 이야기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극한 생존 드라마 '그래비티'와 유사한 주제와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멕시코 국경 지대를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던 일행은, 이들을 우연히 발견한 한 킬러에 의해 무참히 죽임을 당한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모세(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자신을 쫓는 킬러를 피해 사막 한가운데서 분투한다.

2016-10-07 04:55:04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69개국 301편 초청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69개국 301편 초청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 오후 영화의전당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올해 영화제는 이달 15일까지 영화의전당,CGV센텀시티,롯데시네마센텀시티,메가박스 해운대 등 5개 극장 34개 스크린에서 세계 69개국 301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개막식 행사는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맞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합니다'라는 부산시장의 개막식 선언은 없어진다.  김동호 민간이사장 체제로 출범함에 따라 그동안 당연직으로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부산시장의 개막선언은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된 것이다.  해외 게스트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던 개막선언 후 폭죽행사도 없다.  개막작은 한국 장률 감독의 '춘몽'(A Quiet Dream)이,폐막작은 이라크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The Dark Wind)이 각각 선정됐다.  개막작으로 한국 작품이 선정되기는 2011년 '오직 그대만'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춘몽'은 작은 술집을 운영하며 전신마비 아버지를 둔 젊은 여자와 주변의 세 남자의 이야기를 유머 있게 그리고 있다.  폐막작 '검은 바람'은 지고지순한 사랑과 전통적 가치관,종교관 사이의 갈등과충돌을 그린 영화다.  동시대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화제작을 만날 수 있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미국 벤 영거의 '블리드 포 디스' 등 4개국 4명의 거장 작품이 선보인다.  뉴 커런츠 부문에서는 인도 작품 '백만개의 컬러 이야기' 등 아시아 10개국 11편의 작품이 초청된다.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문에는 김기덕 감독의 '그물',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등 17편이,비전 부문에는 장우진 감독의 '춘천 춘천' 등 11편이 상영된다.  한국영화 회고전에는 액션,멜로,사극,사회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이두용 감독의 작품이 소개된다.  한해 비아시아권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보는 월드 시네마에는 42편이 선보인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는 지난 7월 고인이 된 그리스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회고전과 중남미 영화 신흥 강국인 콜롬비아의 영화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제18호 태풍 '차바' 탓에 영화제 일부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개막 하루 전인 5일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비프빌리지가 파손됐기 때문이다.  비프빌리지는 핸드프린팅 행사를 비롯해 감독과의 대화,주요 배우 인터뷰와 야외무대 인사 등이 계획된 곳으로 영화제에서 꼭 필요한 시설이다.  영화제 사무국은 이곳에 계획된 모든 일정을 영화의전당 '두레라움'으로 옮겨 열기로 했다.  

2016-10-06 17:38:44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아수라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아수라

#권력층 내부의 구조적 폭력 다뤄 #잔인함 수위 높여 생생한 현실감 #김성수 감독-정우성 다시 뭉쳐 #황정민·곽도원 섬뜩한 연기 빛나 배우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과 함께할 때면 빛이 난다. '비트'(1997)와 '태양은 없다'(1998)에서 반짝이던 20대의 정우성이 19년이 지난 후 40대가 되었을 때, 이 세상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영화는 지금 세상이 더 잔인한 지옥도가 되어 있음을 뼈아프게 보여준다. 이병헌 주연의 미스터리 액션 '런어웨이'(1995)로 데뷔하고 '비트'로 전성기를 맞이한 김성수 감독은 그간 팩션사극 '무사'(2001), 로맨틱코미디 '영어완전정복'(2003), 재난영화 '감기'(2013)로 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돌고 돌았다. 그리고 김성수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하드보일드 스릴러 액션영화 원점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직접 쓴 각본을 연출할 때 가장 빛이 나던 김성수 감독이 정우성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만들어낸 스릴러 액션영화 '아수라'는 '비트'의 에너지를 기억하던 많은 영화팬들을 설레게 한다.  끝까지 밀고 가는 하드고어(hard gore) 액션이다. 그 지독한 장면과 결말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주류 영화에서 이렇게까지나 타협 없이 끔찍한 현실을 보여주는 전개에 환호할 것이다. 폭력 장면의 수위가 높다. 지난 몇 년간 정치, 검찰, 언론 등 권력층의 이너서클로 형성된 구조적 폭력을 다룬 영화들이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들고 온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다수를 옥죄며 더욱 비인간화되어가는 현실에서, 우리가 알 리 없는 권력층의 추문들이 은밀하게 바깥으로 새어 나올 때, 영화는 상상력을 더해 현실을 날카롭게 직시한다. '아수라'는 '부당거래', '베테랑', '내부자들'처럼 권력층의 단단한 내부 연대로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적 폭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실체적 폭력이 드러나게 하기 위해 이전 영화들보다 잔인한 폭력 장면을 더 많이 배치한다. 영화에서 그리는 폭력은 빼어난 연출력을 과시하기 위해 미학적으로 배치되기보다는 현실의 끔찍함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삽입된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그리하여 더 현실감이 펄펄 살아 숨 쉰다.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말기 암환자인 아내의 병원비 때문에 돈이면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양쪽 사이에서 벗어날 길을 찾지 못하던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낸다.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나쁜 놈들 사이에서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골목과 폐쇄 공간을 유려하게 따라가는 카메라 움직임, 빛과 어둠의 콘트라스트 효과를 강조하는 조명, 지옥도의 시각화로 설정된 변두리 재개발 도시의 오염된 경관, 적재적소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팝 음악 등이 영화 서사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잔인한 가운데 가끔씩 유머가 터져 나오는 순간이 있으며, 멀티캐스팅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긴장감을 상승시킨다. 정치인의 따가리 노릇이나 하는 경찰이 영화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이다. 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과 끝을 맺는 회상 구조는 할리우드 고전 '선셋대로'(1950)가 사용한 획기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잘한 악을 저지르며 불행한 처지를 연명하는 경찰의 목숨 줄을 잡고 있는 두 악당, 정치인을 잡고 승승장구하려는 검찰과 무한대의 악성을 보여주는 정치인의 대결 및 정복은 낯설지가 않다. 정치인 주변을 둘러싸고 온갖 나쁜 짓을 대신해주는 조직폭력배와 소시민들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각종 재난이 매년 발생하고도 안전에 무능한 국가 권력, 현대 민주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온갖 기이한 권력형 비리, 돈에 미쳐 날뛰는 사람들. 사회 전체가 병리학적으로 피폐해져 가고 희망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헬조선을 반영하는 고통의 폭력 이미지이다. '이러다 다 죽는다'는 섬뜩한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이것은 '핏빛 미학'이 아니라 '핏빛 고통'이다. 단순 오락물로 영화를 소비할 수 없는 이유다.

2016-09-30 04:55:02

[새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립반윙클의 신부

[새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립반윙클의 신부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골드미스 솔로 탈출의 고군분투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브리짓 존스' 시리즈 2편 이후 12년 만에 3편이 제작되었다. 1, 2편이 삼각관계와 결혼을 다뤘다면, 3편은 출산, 육아 소동과 함께 새로운 인물과의 삼각관계를 그린다. 브리짓(르네 젤위거)은 잘나가는 뉴스쇼 PD이지만 아직도 홀로 생일을 보내는 43세 싱글이다. 어느 날, 그녀는 음악 페스티벌에서 연애정보회사 CEO(패트릭 뎀시)와, 이후에는 우연히 마주친 변호사 전 남자친구(콜린 퍼스)와 하룻밤을 연달아 보내게 된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2009년 탑승객 155명 전원이 생존한 비행기 추락사고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그린 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 연출과 톰 행크스 주연이라는 정보만으로도 묵직한 작품성을 기대하게 한다. 허드슨강 인근에 비상착륙한 US항공 1549편의 승객과 승무원이 전원 생존한 사건은 '허드슨강의 기적'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이 기적에 보낸 찬사도 잠시, 국가운수안전위원회는 기장의 선택이 적절했었나를 두고 설렌버거 기장을 청문회에 제소한다. ◆립반윙클의 신부 '러브레터'의 감독 이와이 지가 '하나와 앨리스'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극영화 신작이다. 이와이 지는 청춘의 사랑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의 개성적인 영상미학으로 펼치며 삶을 날카롭게 성찰하여 젊은 영화팬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이번에는 랜선 세상에서만 살아가며 진짜 세상을 외면하고 있는 이들의 삶을 그린다. SNS 플래닛이 자신의 전부인 나나미(쿠로키 하루)는 플래닛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에게 거짓말을 잔뜩 하게 된다.

2016-09-30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아이 엠 어 히어로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아이 엠 어 히어로

시체·피·잔인한 살해 장면… B급 좀비 영화의 정서 그대로 인간을 물어뜯어야 사는 좀비 타인 짓밟고 생존하려는 사람 일본의 현 사회적 문제 담겨 살아있는 시체인 좀비가 등장하는 좀비영화는 호러영화의 한 하위 장르다. 미국에서는 B급 호러영화로 확실한 장르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만화와 영화에서 좀비물이 인기를 얻으며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비영화가 거의 없다가 2014년에 개봉한 '좀비스쿨'이 호러영화 팬들의 기대를 샀지만 이내 실망으로 바뀐 적이 있다. 그러다가 어쩐 일인지 올해 3편의 좀비영화가 등장했고, 그 파장은 실로 강렬했다. '곡성'의 후반부에서 시체가 좀비가 되어 다시 살아나는 장면에서 호러영화 팬들은 환호했고, 본격 좀비 재난물을 표방한 '부산행'은 천만 관객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행'에 이어 곧 개봉한 애니메이션 '서울행'도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좀비영화의 출발은 대개 1968년에 만들어진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 본다. 그 이전에도 좀비영화는 간간이 있었으나 기이한 괴물을 구경하는 재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이후 좀비영화는 사회풍자성과 블랙코미디의 경향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가 공개된 시기는 바야흐로 베트남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였고, 흑백 인종 문제, 반공 이데올로기, 냉전 문제 등 사회 문제를 골고루 영화에 반영해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일반적으로 좀비영화라고 하면 시체, 피, 잔인한 살해 장면이 연상된다. 이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매우 싫어하거나 매우 열광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경우가 많다. 전 세계 6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만화가 원작인 일본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는 매우 잔인한 영화다. 도대체 이 세상이 살아갈 희망이 있는지를 묻는 어두운 아포칼립스물로, 일본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도입 이후 신음하는 자본주의의 추한 몰골을 날카롭게 겨냥한다. 시체를 물어뜯어야 생존할 수 있는 좀비나,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자신의 안위만을 지키는 사람이나 매한가지인 잔인한 세상에서 누가 살아남일 수 있을지 비관적이다. '부산행'과 '월드워 Z'가 좀비 사이에 가족 이야기를 넣어 대중적으로 호소했다면, '아이 엠 어 히어로'는 B급 좀비영화 정서에 더 충실하다. 더 마니아적인 영화로, 좀비 장르의 원형적인 매력을 경험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영화에는 현재 일본이 경험하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담겨 있는데, 이 문제는 우리에게도 보편적인 문제이다. 만화를 그리는 히데오(오오이즈미 요)는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15년째 보조 만화가로 전전하고 있다. 오랫동안 동거 중인 여자친구의 인내심도 이제는 한계에 달해서, 그녀는 한밤중에 히데오를 내쫓아버린다. 그는 다음 날 좀비로 변해버린 여자친구를 목격하고, 일본 전역에 ZQN(조큔)으로 알려진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사격용 클레이 총 한 자루를 들고 무작정 도망치던 중 여고생 히로미(아리무라 카스미)와 동행하고, 후지산 아래에 위치한 아울렛으로 피신하면서 야부(나가사와 마사미)를 비롯해 옥상에 모인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주인공 히데오는 서른 살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 자리를 못 잡은 '루저' 캐릭터다. 나약할 대로 나약해진 그가 위기를 겪으면서 제목처럼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인지가 기본 서사 구조다. 좀비의 변형으로 등장하는 뮤턴트(변종), 총 한 자루 쥔 채 히어로가 되고 싶지만 소심한 성격대로 좀비를 향해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약한 남자, 인간 무리 가운데 생겨나는 독재와 전횡의 악한 본성, 그리고 폭발적인 전투 장면 등 캐릭터와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 영화가 이전 좀비영화와 차별화되는 점은 좀비에게 사연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이다. 사람으로 살아갈 때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좀비는 각자 개성적으로 움직인다. 또한 좀비 가운데 돌연변이가 나타나고, 의심스럽지만 사람과 연대하기도 한다. 인간이 좀비로 변할 때 그의 가장 취약한 내면 심리가 드러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호러영화가 응당 보여주는 성적 과감함은 빠져 있지만 신체를 놓고 벌이는 잔인성은 수위가 높다.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상, 판타스포르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 등 3대 세계 판타지 영화제를 석권했다.

2016-09-23 04:55:01

[새 영화] 나홀로 휴가/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칠드런 오브 맨

◆나홀로 휴가 배우 조재현의 감독 데뷔작으로, 한 중년남성이 스토킹과 지고지순한 사랑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도발적인 작품이다. 모범 가장 강재(박혁권)의 취미는 사진촬영이다. 아내는 때때로 불만을 토로하지만, 오늘도 강재는 홀로 제주도로 왔다. 꽃, 바다, 해녀를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잠시, 그의 카메라는 단란해 보이는 한 가족을 포착한다. 클로즈업되는 여자의 얼굴은 강재가 10년 전에 놓친 사랑 시연(윤주)이다. 어두운 주제를 담지만 대중적으로 무난하게 감상하도록 연출했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지금, 만나러 갑니다', '눈물이 주룩주룩' 등과 같은 감성적인 드라마로 유명한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연출한 10대 영화.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것이 인생 최고의 낙인 전교 꼴찌 사야카는 공부와 담을 쌓은 문제아다. 하지만 그녀를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엄마와 포기를 모르는 츠보타 선생을 만나 명문대 진학 도전을 선포한다. 문제아에서 열정 넘치는 소녀로 변신하는 사야카를 연기하는 아리무라 카스미는 이 영화로 일본아카데미 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칠드런 오브 맨 2014년 SF의 명작으로 길이 남을 '그래비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멕시코 출신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앞서 2006년에 만든 또 하나의 SF 걸작으로, 이번에 한국에 처음으로 개봉한다. 서기 2027년, 아기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어두운 미래를 그려낸다. 세계 각지에서는 폭동과 테러가 비일비재해 지고, 대부분의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무너져 내린 가운데 유일하게 군대가 살아남은 국가 영국에는 불법이민자들이 넘쳐 난다.

2016-09-23 04:55:01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밀정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밀정

1923년 황옥 경부 폭탄사건 토대로 일본 경찰·의열단원·밀정 암투 그려 일제강점기 '민족주의 코드' 벗고 스파이 누아르에 충실한 연출 돋보여 공교롭게도 올해 오랜만에 영화를 내놓은 거장 감독들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준익의 '동주', 박찬욱의 '아가씨', 허진호의 '덕혜옹주'가 모두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그리고 '라스트 스탠드'(2013)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김지운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밀정' 역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암살'이 지난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점은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의 연속된 제작과 무관하지 않다. 일제강점기 영화의 계속되는 제작은, 성공한 영화의 전례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 장르의 본질이 한 가지 이유이며,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야깃거리로 떠오른 역사 담론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회자되는 친일파 문제와 건국절 논란은 현재 갈등의 사회상을 만든 뿌리로 일제강점기를 다시 공부하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은 이전에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은 1930년대 만주를 근거지로 활약하는 독립군, 마적단, 일본군 간의 대결을 서부극이라는 장르의 틀 안에서 그려낸 작품이다. 김지운은 박찬욱과 봉준호가 스릴러에 집중하고, 이창동이 멜로드라마, 류승완이 액션, 이준익이 사극에 천착하는 등 감독들이 특정 장르를 계속해서 개발하는 것과 달리, 여러 장르들을 실험한다. 그는 코미디, 호러, 누아르, 액션, SF 등을 거쳐 이번에는 스파이 영화에 도전했다. 배경과 캐릭터로 인해 여러모로 한데 묶여 비교된 '암살'과 '밀정'은 장르가 다르다. '암살'이 액션과 로맨스를 엮은 대중적인 작품이라면, '밀정'은 묵직한 무드에 숙명적인 세계관을 가진 예술성이 높은 작품이다. 아마도 '암살'만큼의 대중적인 호소력은 약할 테지만, 김지운의 예술세계가 이번에 폭발했다고 느껴진다. '밀정'은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가 가질 수밖에 없을 민족주의 코드와 비장함 및 비극성을 벗고, 스파이 누아르에 충실하게, 자유롭게 노닌다.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경험한 '놈놈놈' 이후, 김지운 감독이 비로소 작가감독으로 우뚝 섰다고 여겨진다. 1923년,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은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일본인 상사인 경시의 특명으로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한다.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를 알면서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 간에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기 위해 모이고, 일본 경찰들은 그들을 쫓아 상해에 모인다. 서로를 이용하려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이 숨 가쁘게 펼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폭탄을 실은 열차는 국경을 넘어 경성으로 향한다. 영화는 1923년에 실제로 있었던 '황옥경부 폭탄사건'을 토대로 한다. 송강호가 연기하는 이정출은 위장 친일파인지 아니면 의열단에 침투한 밀정이었는지 아직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인물 황옥을 모델로 한다. 공유가 연기하는 김우진은 의열단 단원 김시현 선생이 모델이다. 이병헌이 특별출연해 연기하는 정채산은 의열단 단장 김원봉, 한지민이 연기하는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은 현계옥 열사를 모델로 한다. 폭탄을 경성으로 가져오기 위해 벌이는 의열단원과 일본경찰, 그리고 보이지 않는 밀정 간에 펼쳐지는 며칠간의 암투와 대결이 영화에서 그리는 사건이다. 냉전기를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물을 주로 만들었던 프랑스의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실제 레지스탕스 출신인 멜빌 감독은 '그림자 군단'(1969), '한밤의 암살자'(1967)와 같은 영화들을 통해 '콜드 누아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대사나 설명을 통한 정보의 효과적인 전달보다는, 잔뜩 멋을 낸 스타일이 클리셰(상투적인 표현)나 매너리즘으로 오인받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숙명론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무겁고 숭고한 아름다움이 있다. 김지운 감독은 이전 '달콤한 인생'이나 '놈놈놈'에서 성취하고자 했지만 도달하지 못했던 매너리즘 위에 선 숭고한 아름다움을 '밀정'을 통해 구현해낸다. 그는 의미의 무게감과 미학적 성취를 모두 달성했다. 일제강점기라는 무겁고도 진부한 소재는 다양한 장르적 진화를 겪으며 관객에게 새롭고 신선한 의미로 다가온다. 역사를 다루는 미디어가 가야 할 제대로 된 길이며, 계속해서 혁신하는 한국 영화에서 희망의 빛줄기를 본다.

2016-09-09 04:55:02

[새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거울나라의 앨리스/다음 침공은 어디?

[새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거울나라의 앨리스/다음 침공은 어디?

◆고산자, 대동여지도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원작으로 강우석 감독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극이다. 영화는 조선 최고의 고지도인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삶에 집중한다. 김정호의 지도에 대한 순수한 열정, 그리고 지도를 독점하려 했던 당대 권세가들의 탐욕, 일제강점기를 살며 격랑의 시대로 인해 고충을 겪는 가족의 슬픈 이야기가 결합된다. '지도에 미친 사람'이라 불렸던 지도꾼 김정호(차승원)는 완벽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팔도를 누비느라 몇 달씩 집을 비우기 일쑤다. ◆거울나라의 앨리스 팀 버튼이 연출한 1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가 앨리스의 등장을 혁명으로 그려내어 성공한 후, 이번 영화에서 팀 버튼은 프로듀서 역할로 물러나고 영화는 완전히 디즈니다운 색채로 가득하다. 루이스 캐롤의 원작이 정말로 이상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날카로운 풍자와 기이한 묘사를 담고 있다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어드벤처 오락영화 공식에 충실하다. 배의 선장으로 지내온 앨리스(미아 와시코브스카)는 런던에서 참석한 연회에서 나비가 된 압솔렘을 만나고, 거울을 통해 이상한 나라로 돌아간다. ◆다음 침공은 어디? '볼링 포 콜럼바인' '화씨 9/11' '식코' 등 논란의 화제작으로 칸영화제와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최고의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마이클 무어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그는 비밀리에 펜타곤의 전사로 투입된다는 기발한 설정을 세웠다. 살기 좋은 9개국의 근로조건, 급식제도, 교육제도, 범죄예방, 양성평등 등 현재 미국에 필요한 사회제도를 정복한다는 스토리이다.

2016-09-09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서울역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서울역

천만 관객을 동원하여 올여름 최고 흥행작이 된 '부산행'과 나란히 놓인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은 원래 애니메이션으로 출발한 감독으로, 리얼리즘 사회 비판 애니메이션이라는 영역의 실험을 꾸준히 이어오다가 '부산행'을 통해 실사영화로 선회했고, 그의 어둡고 무지막지하고 날카로운 세계관은 좀비 장르를 만나 상업영화계에서 대폭발했다. 좀비 스릴러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부산행'의 이전 이야기인 프리퀄로 소개되고 있다. 두 영화의 소재는 같지만 이야기나 캐릭터가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서울역'은 '부산행'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의 이야기를 담는다. 적당한 웃음과 눈물 코드가 있고, 어쨌든 결말을 희망으로 마무리한 '부산행'에 비해, '서울역'은 연상호 감독 특유의 거칠고 묵직한 감각으로 대한민국 지옥도를 묘사한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을 걷어버린 채 어른들이 보라고 만든 '서울역'은 신랄하고, 비관적이고, 어둡고, 잔혹하다. 연상호의 애니메이션은 작화의 아름다움을 버리고 최소한의 선으로 배경과 인물을 만들어낸다. 그림체는 단순하고 거칠지만 그의 스토리텔링은 깊고 풍부하다. 잔인한 세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나타내고, 분노와 폭력이 서사 구조 안에 유려하게 녹아든다. 따라서 그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재미나 미학적 즐거움을 발견하기보다는 세상을 향한 섬뜩한 시선을 느끼고, 마초적 가부장제 구조가 얼마나 사회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보게끔 한다. '부산행'에서 좀비 감염은 심은경이 KTX에 올라타면서부터 시작되고, 곧 심은경은 좀비가 되어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사라진 좀비 소녀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서울역'에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역'은 19세 가출 소녀 심은경이 주인공이다. 어느 날 서울역에 정체가 불분명한 부상자 노인이 나타난다. 좀비가 되어 다시 살아난 그는 삽시간에 서울역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한편 가출한 딸 혜선(심은경)을 찾아 나선 아빠(류승룡)는 그녀의 남자친구 기웅(이준)을 만나러 왔다가 좀비의 습격을 당한다. 서로를 찾으려는 세 사람의 분투 속에서 좀비로 뒤덮인 서울역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진다. 삽시간에 이상 바이러스가 퍼지고 서울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계엄령이 선포된다. 바이러스의 원인에 대한 설명은 영화에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 어떤 질병이나 재난의 원인을 명확하게 찾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서로 물고 잡아 뜯어 모두가 똑같은 괴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개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이기적이 되어가고, 세상은 더욱 지옥이 되어가는 바로 지금 현실을 직시한다. '부산역'에서도 경험했듯이 일단 나부터 살고 보기 위해 더더욱 잔인해지는 인간이 좀비보다 더 무섭다. 영화는 일제강점기를 지나, 근대화와 도시 개발의 상징처럼 우뚝 서 있는 서울역이라는 역사적 공간에 무게를 싣는다. 정부 주도로 개발이 진행된 도시화로 인해 고향을 잃은 수많은 이들이 노숙자가 되어 서울역에서 살아간다. 늘 우리 주위에 있지만 애써 관심을 두지 않는 타자인 이들은 당연히 저마다 사연이 있다. 아직 10대 소녀, 소년인 혜선과 기웅은 서울역 근처의 싸구려 여인숙에 기거하며,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원조교제에 달려든다. 어쩔 수 없다기보다는 애써 살아보려 노력하는 것의 의미조차 잃어버린 이들이 찾을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이기 때문이다. 혜선을 찾아 나선 아빠의 진짜 정체가 영화 중간에 드러나며, 영화는 잔인한 마초 가부장의 민얼굴과 그를 중심으로 증식하는 자본의 본질을 보고자 한다. 서울역에서 조금만 더 가면 있는 재개발지 용산의 아픔을 아는 우리로서는 용산 근교에 재빨리 퍼지는 좀비 바이러스와 아수라장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역시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살기 위해 공권력에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을 정부는 사회 불순분자로 몰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정의로운 시민들의 연대가 무력해질 지경까지 악의 세력이 창궐하는 가운데 우리는 아비규환의 도시를 체험한다. 그리고 실제로 좀비는 존재하지 않지만, 무지막지한 좀비처럼 무한 증식하며 민초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자본의 탐욕이 진정 재앙임을 깨닫는다.

2016-08-19 04:55:06

[새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 굿 윌 헌팅

[새영화] 스타트렉 비욘드 /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 굿 윌 헌팅

50년간 '스타워즈'와 쌍벽 이룬 13번째 극장판 ◆스타트렉 비욘드=한국에서 크게 팬덤을 형성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스타워즈'와 쌍벽을 이루며 큰 사랑을 받아 온 SF 시리즈로 이번이 13번째 극장판이다. J.J. 에이브럼스가 이 시리즈를 리부트하면서 만든 '스타트렉: 더 비기닝', '스타트렉 다크니스'에 이은 3편이다. 위험한 미션을 무사히 수행한 후 평화롭게 우주를 항해하던 거대함선 엔터프라이즈호. 최첨단 기지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던 중 엔터프라이즈호와 대원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사상 최대의 공격을 당한다.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인해 엔터프라이즈호는 순식간에 붕괴되고, 커크 함장을 비롯한 대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낯선 행성에 불시착하게 된다. 멈추지 않는 적의 공격, 함선과 팀원, 모든 것을 잃은 엔터프라이즈호 대원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한국 정서·풍광 입힌 '눈의 여왕' 애니메이션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을 리메이크한 한국 애니메이션. 디즈니 작 '겨울왕국'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한국적 정서와 풍광을 담은 이 작품은 한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 이성강과 연상호가 협업하여 만들어졌다. 연출의 이성강 감독은 '마리 이야기'(2002)로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천년여우 여우비'(2007)' 등의 작품이 있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이번에는 제작자로 나섰다. 카이가 살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이 눈의 여왕 하탄의 마법에 걸려 얼음으로 뒤덮인다. 마을의 수호신인 강의 정령은 용감한 소년 카이에게 하탄에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인 영혼의 구슬을 건네며 위기에 빠진 마을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카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이다. 천재적 두뇌를 가진 반항아 윌의 심리 치료 과정 ◆굿 윌 헌팅=각본과 주연을 맡은 맷 데이먼을 일약 할리우드 총아로 만들어준 1998년도 작품으로 이번에 재개봉한다. 사망한 로빈 윌리엄스의 모습과 벤 애플렉의 20년 전 풋풋한 얼굴을 볼 수 있다. '엘리펀트'(2003)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구스 반 산트가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으로 맷 데이먼은 오스카 각본상을, 로빈 윌리엄스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인상적인 위로의 말로 유명하다. 수학에 재능이 있는 윌(맷 데이먼)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불우해진 반항아다. 그의 절친인 처키(벤 애플렉)와 어울리던 윌의 재능을 알아본 MIT 수학과 램보 교수는 대학동기인 심리학 교수 숀(로빈 윌리엄스)에게 윌을 부탁한다.

2016-08-19 04:55:06

[새 영화] 국가대표 2/마일스/마이 리틀 자이언트

[새 영화] 국가대표 2/마일스/마이 리틀 자이언트

한국 최초 女 아이스하키 대표팀 뜨거운 도전 #국가대표 2=2009년 여름 84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스포츠 영화 1위를 기록한 '국가대표' 이후 7년 만에 만들어진 속편. 전편은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이야기를 담아내었고, 이번 '국가대표2'는 대한민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창단 과정을 모티브로 하여, 여성 스포츠인의 고뇌를 담았다. 평창 올림픽을 위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급창설된다. 정통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에이스 지원(수애), 쇼트트랙에서 강제 퇴출된 채경(오연서), 사는 게 심심한 아줌마 영자(하재숙), 아이스하키협회 경리 출신 미란(김슬기), 취집으로 인생 반전을 꿈꾸는 전직 피겨요정 가연(김예원), 최연소 국가대표 꿈나무 소현(진지희), 국대 출신 감독 대웅(오달수) 등, 오합지졸로 구성된 대표팀은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 게임 출전을 위한 특훈에 돌입한다. 재즈 역사를 바꾼 천재 마일스 데이비스 #마일스='재즈의 제왕'이라 불리며 30년간 재즈의 역사를 바꾼 마일스 데이비스가 대중 곁에서 사라진 1970년대 말 5년간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는다. 연기파 배우 돈 치들이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마일스 데이비스(1926~1991)는 1940년대 비밥 시대에 등장한 이후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적 상상력으로 쿨 재즈, 하드 밥, 퓨전 재즈 등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물론 타고난 역량으로 재즈의 역사를 바꾼 천재라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롤링스톤즈'지 기자인 데이브(이완 맥그리거)는 특종 기사를 위해 마일스(돈 치들)를 찾아가고 영화는 현재와 연인 프란시스와의 파국을 맞았던 과거를 교차시킨다. 허비 행콕, 웨인 쇼터 등 재즈 거장들이 함께하는 엔딩 장면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 꿈을 채집하는 거인과 10살 소녀 특별한 우정 #마이 리틀 자이언트=스티븐 스필버그와 디즈니가 만든 가족 판타지 영화. 거인 나라로 납치된 고아 소피와 그곳에서 꿈을 채집하는 거인의 위험한 모험을 그린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이 원작이다. 모두가 잠든 밤, 런던의 고아원에 살고 있는 10살 소녀 소피는 우연히 인간 세상에 나온 한 거인을 보게 되고, 눈 깜짝할 사이 거인 나라로 납치된다. 무시무시한 거인들의 모습에 소피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자신을 납치해온 거인이 사실은 외톨이이며 꿈을 채집한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을 느끼면서 특별한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소피는 다른 무자비한 거인들에게 발각될 위험에 처하고, 그들의 끔찍한 계획을 알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소피와 거인은 위험한 여행을 떠난다.

2016-08-12 05:00: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터널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터널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재난과 참사에 우리 사회는 원인을 꼼꼼히 파헤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데 미흡했다. 결론은 언제나 경제논리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경제가 우선이니 그만 덮자." 자본주의는 본질상 성장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이어서 누군가의 눈물을 싫어한다. 늘 밝고 희망차게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모습을 선호한다. 그리하여 애도는 실종되고 트라우마는 남아서 유령처럼 이 사회를 맴돈다. 예술, 그리고 영화가 포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예술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란 소수자를 둘러보고, 망각된 역사를 복원하며, 애도되지 못한 트라우마를 보듬는 것이다. 최근 '부산행'이 천만 관객을 넘어서며 한국 재난영화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그 뒤를 '터널'이 잇는다. '터널'은 자연스레 최근 한국사회를 뒤덮었던 재난으로 인한 집단적 상처를 건드린다. 거기에는 우연히 피해자가 된 인물, 이를 해결해야 할 국가의 무능, 직업윤리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직업인들의 위선, 잘못도 없이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피해자 가족, 미디어 선정주의가 불러오는 더 큰 참사. 이 많은 것들을 담고 있어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안에는 소시민의 연대와 희생정신, 아무런 빛이 보이지 않는 데서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 불굴의 의지, 고난 앞에 좌절하지 않는 진정한 영웅이 있다. 자동차 판매원 정수(하정우)는 집으로 가는 길에 하도터널 붕괴로 매몰된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터널이 붕괴되고, 이야기는 대부분 캄캄한 터널 안에서 진행된다. 의식을 찾은 정수는 자신이 터널 안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에 깔렸음을 알게 된다. 구조대책본부 김대경(오달수) 대장의 노력과 아내 세현(배두나)의 무사 염원에도 불구하고 매몰된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구조가 지지부진해지면서 구조 작업을 둘러싼 여론이 분열된다. 완공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인근 제2터널 공사의 재개를 위해서도 구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데뷔작인 '끝까지 간다'(2014)의 김성훈 감독은 끝까지 긴박감 있게 몰아치는 자신의 개성적인 연출 스타일을 이 영화에서도 제대로 발휘한다. 터널 안에서 대부분 이루어지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긴박감이 넘친다. 하정우의 변화무쌍한 감정 연기가 단순한 배경임에도 긴장감을 놓지 않는 요인인데, 이는 하정우가 역시 주연을 맡았던 '더 테러 라이브'(2013)를 떠올리게 한다.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면서 영화 전체를 책임지는, 엄청난 역량을 보여준다. 터널 밖은 여러 사람들이 몰려 우왕좌왕하고, 터널 안에 홀로 살아남은 정수는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외로움과 싸우면서 수십 일을 버틴다. 터널 안과 밖의 대조적인 상황에서 두 공간을 연결하는 것은 오로지 휴대전화뿐이다. 김성훈 감독은 "인간의 생명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데, 희생자의 수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한 사람이 거대한 재난을 홀로 마주했을 때 외로움이나 두려움은 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단 한 명 홀로 남은 희생자가 살아남기까지 그가 이겨내야 했던 것은 음식과 부상뿐만 아니라 외로움이다.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조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최근 몇 년간 많은 가슴 아픈 사건들을 거치며 국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부실공사로 참사는 예고되어 있고, 사람보다는 특종이 먼저인 언론은 기자 윤리를 왜곡하고 있으며, 너무 바쁜 정치인들은 하나 마나 한 지시나 내리며 사진 찍기에 공을 들인다. 이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영화는 이 처참한 참사를 심각하게만 묘사하지는 않는다. 벼랑 끝에 내몰린 삶에도 가끔씩 유머와 이완의 순간이 있다. 그래야 더 길게 생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블랙코미디와 재난물이 복합된 이 영화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불안한 사회라는 섬뜩한 메시지를 던진다. 제도의 허점과 원인을 짚고 있으면서도 풍자 정신을 잃지 않고, 스피디한 긴박감이 넘치는 잘 만들어진 재난영화다. 더불어 인간과 동행하는 귀여운 생명체 역시 이 땅의 주인이며 마땅히 존중받아야 함을 섬세하게 꼬집는다.

2016-08-12 05:00: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덕혜옹주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덕혜옹주

고종이 몹시도 아낀 고명딸, 조선의 마지막 황녀, 일제강점기 일본에 볼모로 잡혔고, 이혼과 딸의 자살을 겪음, 오랫동안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았으며 실어증과 가난에 시달린 황실 가문의 비운의 여인. 마지막 생은 한국에서 보냈지만 덕혜옹주는 대중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고종이 환갑에 낳은 늦둥이 딸로, 깜찍한 외모와 어리지만 당당한 태도로 왕실의 사랑을 받은 인물, 그리고 비극적 생을 살았던 인물 정도로 알려져 왔다. 워낙 파란만장한 생을 겪어왔던 터라 덕혜옹주는 몇몇 신문기사와 여성지의 르포기사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디어에서 그녀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것은 1996년 MBC 8'15 광복 특집극 '덕혜-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와 2007년 KBS 역사 다큐멘터리 '한국사 전(傳)'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2009년 소설가 권비영의 소설 '덕혜옹주'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귀한 탄생과 비극적 죽음은 조선의 암울한 역사에 대한 은유가 될 수 있는 좋은 영화적 소재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행복'(2007) 등으로 정통 멜로드라마에서 장기를 발휘하던 허진호 감독이 21세기 멜로 퀸 손예진과 손잡고 만든 실존 인물 드라마라는 점에서 특별한 일제강점기 소재 영화가 한 편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간 심은하, 이영애, 임수정을 캐스팅하여 섬세한 내면 연기를 이끈 감독이기에 여배우-감독의 좋은 앙상블을 기다리게 했다. 8'15 광복절을 공략하며 영화가 개봉되었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황녀, 일본에 볼모로 잡힌 신세, 정략결혼, 왕가 복원을 우려한 이승만 대통령의 명령으로 한국으로의 입국 거부, 뒤늦은 나이에 귀국, 쓸쓸하게 병마와 가난과 싸운 마지막 등 이미 알려진 역사 위에 영화는 개인 덕혜옹주를 둘러싼 일화를 픽션으로 덧붙인다. 1910년 일제의 조선에 대한 강제 국권 피탈 이후, 이완용을 포함한 친일파들은 고종(백윤식)을 노골적으로 궁지에 몰아넣는다. 어느 날, 고종은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이완용의 수하인 한택수(윤제문)는 영친왕(박수영)을 설득해 고종황제의 외동딸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손예진)를 일본에 강제로 유학 보내기로 한다.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떠나게 된 덕혜옹주는 유모인 복순(라미란)과 함께 새장에 갇힌 새 같은 삶을 살아간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 정혼 상대자였으나 지금은 일제 장교가 된 김장한(박해일)을 만난다.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하는 김장한은 독립운동가의 수장인 김황진(안내상), 동료 복동(정상훈)과 함께 영친왕과 덕혜옹주를 임시정부가 있는 상하이로 망명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신문사 주필이 된 김장한이다. 그의 눈에 비친 덕혜옹주의 삶이 그려진다. 노인이 된 김장한이 1962년 당시 박정희 군사혁명위원회가 한일회담을 전격 발표하자 일본으로 가서 행방불명이 된 덕혜옹주를 찾아나서는 것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여기에는 약간의 각색이 들어가서, 실제로 덕혜옹주를 찾은 역사 속 인물은 김장한의 형인 기자 김을한이지만 드라마적 긴장을 위한 장치로 장한이 약혼자, 옹주의 보디가드, 그리고 그를 찾아낸 기자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덕혜와 장한 간의 로맨스가 생겨나서 영화는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담아낸다. 멜로드라마 장르에 밝은 허진호 감독의 선택은 고증을 철저히 한 시대극이기보다는 애틋하지만 서로를 엇갈리게 하는 역사적 소용돌이로 인해 감정의 고통을 겪는 두 인물의 감정에 방점을 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덕혜가 악덕 일본 기업의 노역에 시달리는 조선인들 앞에서 조선말로 "희망을 잃지 말자"는 연설을 하다 핍박을 당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로 망명하려고 시도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영화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성을 충분히 살려내려고 한다. 그러나 대한제국 황실의 생존자들이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데 몸을 사렸다는 점, 일제에 협력했던 자들이 곧 친미파로 변신하고 대한민국 건설의 주도자가 되었다는 아픈 역사적 사실이 영화에 간혹 드러나면서 개인 덕혜의 비극적 삶보다는 박복한 조선인'한국인 민초들의 삶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2016-08-05 05:20:04

[새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 / 수어사이드 스쿼드 / 비거 스플래쉬

[새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 / 수어사이드 스쿼드 / 비거 스플래쉬

반려견 맥스와 듀크의 좌충우돌 생활기 ◆마이펫의 이중생활='슈퍼배드'와 '미니언즈'를 통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명가로 부상한 일루미네이션의 신작. 주인이 집을 나선 후 자기들끼리 생활하는 반려동물을 상상하며 만들어진 작품으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주인 케이티만 바라보는 충성심 강한 개 맥스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케이티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개 듀크를 데려오면서 맥스의 평화는 깨진다. 덩치가 크고 시끄러운 듀크는 맥스의 침대와 밥그릇을 빼앗는 등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맥스는 듀크를 쫓아낼 계획을 세우지만, 실수로 함께 길을 잃어버리고 둘은 유기견 단속반에 잡히고 만다. 둘은 우연히 주인에게 버림받고 복수를 꿈꾸는 성난 펫들의 대장인 지하세계의 토끼 스노볼에게 구조된다. 할리퀸·데스샷…악당 중의 악질만 뭉쳤다 ◆수어사이드 스쿼드=히어로들이 할 수 없는 특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슈퍼 악당들로 조직된 특공대의 활약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특별 사면을 대가로 결성한 자살 특공대라는 독특한 설정 아래 DC코믹스 대표 빌런 캐릭터인 조커와 할리퀸, 데드샷, 캡틴 부메랑 등 악질 중의 악질인 악당들이 모여, 악으로 악을 제압한다는 별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미국 정보국 요원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 국장은 악당들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해 묘수를 낸다. 맞불 작전으로, 월러는 악당을 저격하는 슈퍼 악당 팀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꾸린다. 이에 데드샷(윌 스미스), 할리퀸(마고 로비), 인챈트리스(카라 델레바인) 등 악당들이 한데 모인다. 네 남녀의 서로 다른 욕망과 비극적 상황 ◆비거 스플래쉬='아이 엠 러브'(2009)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이탈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신작. 영화는 네 남녀의 서로 다른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적인 상황을 그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기 가수 마리안(틸다 스윈튼)은 남자 친구 폴(마티아스 쇼에나에츠)과 함께 이탈리아의 어느 섬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만의 시간은 깨지고 만다. 오랜 친구인 해리(레이프 파인즈)가 자신의 딸 페넬로페(다코타 존슨)와 함께 두 사람을 불쑥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까운 것 같지만 때로는 매우 불편한 사이처럼 보인다. 그리고 네 사람의 사연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숨어 있던 갈등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이들의 관계 사이에 성적 욕망과 열등감, 근친상간, 아프리카 난민 등 다양한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16-08-05 05:20:04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부산행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부산행

KTX안에서 좀비와 처절한 사투 벌여 짓밟고 속이는 '헬조선'의 현실 보여줘 사랑과 희생 '신파적 연출'에 눈물 펑펑 '돼지의 왕'(2011)이라는 작품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실사 영화다. 애니메이션만 연출하던 감독이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실사 영화를 찍는다고 하자 내심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물론 '사이비'(2013)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 세계는 훌륭하다. '돼지의 왕'의 중학교, '사이비'의 수몰 직전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기적인 인간들의 아비규환 상황은 점점 지옥도를 향해가는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우화다. 그의 이전 영화에는 지독한 악인들이 등장하고, 감당하기 힘들게 엉망이어서 버겁기만 한 사회가 그려져서, 실사로 이 장면을 봤다가는 현실감의 무게 때문에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번 영화 장르가 좀비 스릴러라고 하니, "과연 한국에서 전통이 없는 좀비영화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가득 품었다.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다. 부산으로 향하는 KTX 안에서 좀비 대 인간이 사투를 벌이는 속도감 있는 액션은 볼거리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가 그리는 인간과 좀비의 세계는 바로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헬조선의 현재이자 미래다. 완벽하게 한국형으로 구현된 좀비들의 아귀다툼은 생생한 현실로 다가온다. 바로 우리가 사는 지금 이 공간에 대한 상징으로 그려진 곳이 열차 안이다. 속도감으로 팽배한 세상에서 누군가가 잡아 먹혀야 내가 잠깐이라도 더 살 수 있는, 그래서 연대나 배려 따위보다는 짓밟고 속이는 것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끝도 없이 비참한 세상이 되어가는 바로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춘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부산행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석우(공유 분)와 딸 수안(김수안 분), 상화(마동석 분)와 성경(정유미 분) 부부, 고등학생 영국(최우식 분)과 진희(안소희 분), 그리고 노숙자(최귀화 분)와 중년의 비즈니스맨 용석(김의성 분)은 감염된 사람들의 공격을 피해 열차 안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좀비, 스릴러, 액션, 재난물이 어우러진 '부산행'은 재난 블록버스터 '괴물'이 성공했지만 '연리지'와 '감기'로 인해 깨달았던바, "한국형 재난영화는 정말 힘들구나"하는 생각을 일시에 말소시켜 버린다. 불특정 다수가 목적지의 안전을 알지 못한 채 오판하고, 서로를 속이고, 미워하고, 혹은 서로를 배려하고, 또 희생하는, 그 많은 행동들이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펼쳐진다. 여기에 국가는 없다. 믿을 사람은 나 자신, 그리고 가족과 친구이지만, 그 가족과 친구 역시 언제 감염되어 괴물이 될지 예측할 수 없다. 오로지 자신의 안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과 배제냐, 배려와 연대냐의 갈림길에서 악과 선이 나뉜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사건이 펼쳐지고, 인간 대 감염자라는 대결 구도에서 벌어지는 액션이 반복적이라는 한계를 가지지만, 목적지까지 점점 더 증폭되는 액션과 감염자 무리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렬하다. 이 영화가 가진 큰 미덕과 장점은 공포와 폭력이 매혹적으로 보이지 않고, 고통 그 자체로 보인다는 점이다. 많은 액션 블록버스터가 폭력을 찬양하듯이 보일 정도로 액션을 아름답게 그려낸다면, '부산행'의 액션은 지금 한국 사회의 폭력적 구조에 대한 은유이기 때문에 더 처절하고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고통과 공포의 이면에 선한 개인들의 개심과 사랑이 눈물짓게 한다. 어떤 이들은 장면과 음악의 신파적 연출에 대해 말들을 하지만, 그런 따뜻한 사랑과 희생이 없다면 이 거친 세상을 어찌 버티랴. 좀비영화를 보고 눈물을 주룩주룩 흘릴 줄은 몰랐다. 이 영화는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어 해외에 먼저 선을 보였고 호평을 받았다. 한국 블록버스터에 대한 예술영화계에서의 대접이 이례적인데, 이는 이 작품이 단순히 재미를 보장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풍부한 내포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미래의 전망을 밝히는 영화라는 것을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연상호의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서울역'은 '부산행'의 프리퀄로, 왜 감염자가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한다. 형제 영화의 공개가 기다려진다. 연상호의 폭주 기관차 같은 질주는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

2016-07-21 18:47:34

[새 영화] 아이스 에이지: 지구 대충돌/이레셔널 맨/알파 독

[새 영화] 아이스 에이지: 지구 대충돌/이레셔널 맨/알파 독

◆아이스 에이지: 지구 대충돌 #아이스 에이지, 14년간 길었던 여정의 마침표 2001년 1편이 흥행에 성공하자 속편이 거듭해서 나왔다. 이번 편은 다섯 번째이자 14년간 긴 여정의 마지막 편이다. 굴러간 도토리를 정신없이 쫓던 스크랫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빙하 밑에 숨겨져 있던 우주선을 작동시킨다. 좌충우돌 떠도는 스크랫의 우주선은 행성들을 교란시키고, 결국 커다란 운석 하나를 지구로 날려 보내게 된다. 한편 운석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지구는 평온하기만 하다. 남자친구 줄리안과의 결혼을 꿈꾸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피치스와 그런 딸이 섭섭하기만 한 아빠 매머드 매니, 2세를 계획 중인 검치호랑이 디에고와 쉬라, 어리숙한 나무늘보 시드는 안전한 곳을 찾아 머나먼 땅으로 떠나야 한다. 땅속 공룡 세계에 살던 족제비 벅은 그들을 이끄는 길잡이가 된다. ◆이레셔널 맨 #살인사건 놓고 인간 윤리의 깊은 성찰 다뤄 미국 독립영화의 거장 우디 앨런의 46번째 연출작. 살인사건을 놓고 인간 윤리에 대한 무겁고 깊은 주제를 다루는 동시에 앨런 특유의 가볍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살아있다. 철학과 교수인 에이브(호아킨 피닉스 분)는 친구를 잃은 충격에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끔찍한 결혼생활에서 탈출하고 싶은 동료 교수 리타(파커 포시 분)가 에이브 앞에 나타나지만, 그의 관심을 끈 건 학생 질(에마 스톤 분)이다. 활력 넘치는 질은 자신만이 이 음울한 남자를 구원해줄 수 있다는 판타지에 사로잡힌다. 한편 점점 가까워지던 에이브와 리타는 어느 날 식당에서 도덕적이지 못한 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질은 무심코 에이브에게 이 판사가 심장마비에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얼마 뒤 그 판사가 조깅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알파 독 #FBI 지명 '최연소 수배자' 조니의 충격적 실화 실화를 토대로 한 범죄 드라마. FBI 지명 수배자 리스트에 최연소 수배자로 기록된 제시 제임스 할리우드가 조니의 모델이다. 신구세대 스타들의 화려한 조합만큼이나 영상 스타일이 화려하여 MTV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충격적 실화와 화려한 영상이 에너지를 일으킨다. 1999년 미국 LA. 방탕한 청춘 조니(에밀 허쉬 분)에겐 꿈이 있다. 아버지(브루스 윌리스 분)의 뒤를 이어 성공한 마약 딜러가 되는 것. 하지만 프랭키(저스틴 팀버레이크 분)를 비롯한 똘마니 친구들은 그의 돈으로 흥청망청 즐기기에만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제이크(벤 포스터 분)가 빌려준 돈을 갚지 않는 당황스러운 사태가 벌어진다. 조니는 가차 없이 응징을 가하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제이크 때문에 오히려 숨어다니는 굴욕적인 신세가 된다.

2016-07-21 18:45:28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데몰리션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데몰리션

제목은 '해체' 또는 '파괴'를 뜻한다. 한국어 제목이었으면 영화의 정체를 조금은 알고 극장 안으로 들어갈 텐데, 원어를 그대로 사용한 점 때문에 자칫 액션영화로 오해하기 쉽다. 다 때려 부수는 장면이 수시로 나오지만, 액션이 아닌, 심리 드라마다. 캐릭터와 설정이 꽤 흥미진진하다. 잘나가는 투자분석가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 분)는 장인 소유의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며 명성과 부를 축적한다. 미국 뉴욕 근교의 커다란 저택, 착한 아내, 미래가 보장된 직업. 그에게는 결핍이 없어 보인다.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함께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아내는 즉사하지만, 데이비스는 몸에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다. 자, 그러면 아내 덕에 잘나가던 그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까. 전혀 아니어서 당혹스럽다. 데이비스는 슬프지가 않아서 힘들다. 아내의 죽음을 안 순간에도 병원에 설치된 자판기의 초콜릿이 기계에 걸려 나오지 않는 게 더 짜증이 나고, 배가 고픈 것에만 신경이 가 있을 뿐이다. 장례식에서 모든 이들이 데이비스를 걱정하고 위로하지만, 그는 남의 이목이 두려워 화장실에서 우는 연습을 해본다. 멀쩡히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고, 멀쩡히 밥을 먹고, 멀쩡히 회사로 출근한다. 영화를 연출한 장 마크 발레 감독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에서 매튜 매커너히의 압도적인 연기를 끌어내어 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겼고, '와일드'(2014)에서는 배우 리즈 위더스푼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두 영화는 모두 삶의 나락에 떨어진 이들이 갱생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방탕한 에이즈 환자의 삶의 분투기(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와 탕녀의 모하비 사막 횡단(와일드)을 그리되, 사건보다는 캐릭터의 심리를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이므로, 그의 영화를 보면 사람이 길게 남는다. 이 영화 역시 보고 난 후 주인공을 연기한 제이크 질렌할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오래도록 새겨진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내가 사라져서 슬픈 게 아니라, 도무지 슬프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더 힘들다는 것. 그는 이 감정의 정체를 엉뚱한 곳에서 나눈다. 자판기 회사의 고객센터 직원 캐런(나오미 와츠 분)에게 매일 편지를 보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평소 거슬렸던 물이 새는 냉장고를 때려 부수고, 회사 화장실의 삐걱대는 문을 뜯어내며, 평소 버그를 일으키곤 했던 컴퓨터를 산산이 분해한다. 파괴 후에 새롭게 생성할 수 있다는 자연의 섭리를 따라가려는 것인 양, 그는 계속해서 때려 부순다. 15살 말썽쟁이 아들 크리스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 캐런은 삶에 지쳐버린 상태다. 각자 결핍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세 명의 인물들이 관계를 형성한다. 사실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극도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상류층의 데이비스는, 매일매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캐런과 비밀을 간직한 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루저로서의 미래가 남은 크리스와 교류할 일이 없다. 하지만 무너져 내리기 직전에 처한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어떠한 기대나 욕망 없이 진솔하게 마음을 나누자, 삶의 욕망이 되살아난다. 인물들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봐줄 때, 몸을 가린 명품 슈트를 벗고 망치를 들고 육체노동의 고통을 경험할 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거리에서 손발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며 춤을 출 때, 가진 것을 다 내던지고 파괴할 때, 우리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을 버릴 때 진정 삶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매일매일 죽음을 마주한다. 변화란 이전의 것을 버릴 때 가능한 것이다. 데이비드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카메라, 심리와 조응하는 깊이 있는 음악, 섬광처럼 떠오르는 그 옛날의 따사로운 이미지가 불현듯 삽입되는 편집술 등으로 인해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는 과정은 조용하게 '힐링'하는 과정이다. 화려한 이미지와 꽉 짜인 서사, 청각을 자극하는 복잡한 사운드로 가득한 블록버스터 시즌에 이 기이한 영화가 파이팅할지는 의문이지만, 영화를 통해 다양한 삶의 이면들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긴 잔영을 남길 것이다.

2016-07-14 18:27:39

[새영화] 트릭 / 아이 인 더 스카이 / 나우 유 씨 미 2

[새영화] 트릭 / 아이 인 더 스카이 / 나우 유 씨 미 2

시청률에 목맨 연출자, 다큐멘터리 조작 ◆트릭=방송 조작 파문을 소재로 하는 서스펜스 드라마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설정과 연출로 방송을 조작할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가지는 현 세태를 반영한다. 방송기자 석진(이정진 분)이 보도한 기사로 인해 관련 인물이 자살한 뒤, 해당 기사가 오보였음이 밝혀진다. 그는 교양국으로 발령을 받게 되고, 보도국 복귀를 꿈꾸며 자신이 연출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높이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한다. 석진이 연출을 맡은 '병상일기'는 폐암 환자 도준(김태훈 분)과 그의 아내 영애(강예원 분)를 다룬 다큐멘터리 연작이다. 석진은 부부의 사연을 실제보다 극적으로 보이도록 포장하는 일을 서슴지 않으며 둘의 대화와 행동을 코치하기도 한다. 시청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방송국 임원과 석진은 시청률 35%를 걸고 모종의 거래를 한다. 신무기 드론 사용에 대한 윤리적 책임'갈등 그려 ◆아이 인 더 스카이=전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드론 전쟁의 실상을 담은 드론 전쟁 스릴러. 최근 민간인의 드론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본래 드론은 영국이 군사용으로 개발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 신무기 드론 사용에 따른 부수적인 피해와 윤리적인 책임을 둘러싸고 여러 인물들의 갈등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케냐에 은신 중인 테러 조직 생포를 위해 영국-미국-케냐 3개국은 드론을 이용한 합동작전을 실시한다. 그러던 중 영국 합동사령부의 작전지휘관 파월 대령(헬렌 미렌 분)은 테러 조직의 자살폭탄테러 계획을 알게 되고, 생포 작전을 사살 작전으로 변경한다. 하지만 미국 공군기지에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던 드론 조종사 와츠 중위(아론 폴 분)는 폭발 반경 안으로 들어온 소녀를 목격하고 작전 보류를 요청한다. 돌아온 마술사기단, 기업 옥타 실상 까발려 ◆나우 유 씨 미 2=2013년에 개봉하여 전 세계 15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마술 범죄 영화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의 속편. '스텝업' 시리즈의 존 추 감독이 새롭게 연출을 맡았다. 마술사기단 호스맨 일당은 후원자 트레슬러(마이클 케인 분)의 계좌에 든 돈을 눈 깜짝할 사이 관객의 계좌로 송금하는 희대의 마술쇼를 벌인 뒤 종적을 감춘다. 호스맨 딜런(마크 러팔로 분)은 동료들의 의심의 눈초리 속에 여전히 FBI 요원으로 활동 중이다. 뉴페이스 룰라(리지 캐플란 분)의 등장을 계기로 오랜만에 다시 모인 호스맨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기업 옥타의 실상을 까발리기로 한다. 호스맨이 옥타의 음모를 폭로하던 찰나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사망한 것으로 위장한 잭(데이브 프랭코 분)이다. 잭은 이중생활 중인 딜런 등 호스맨의 실체를 폭로한다.

2016-07-14 18: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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