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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로즈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로즈

자신의 선택 끝까지 고집하다 50년간 정신병원서 삶 파괴 아일랜드 서배스천 배리 소설 원작…1차 대전 시기 미모의 여성 수난기 제1차 세계대전 시기,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여성이기에 받아야 했던 50년의 수난을 강인한 정신력과 의지로 이겨낸 한 여성의 이야기를,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인 짐 쉐리단이 연출했다. 영화는 아일랜드 작가 서배스천 배리의 소설 '로즈'(원제: The Secret Scripture)를 원작으로 한다. 시인과 극작가로도 활동 중인 서배스천 배리는 이 소설로 2009년 아이리시 어워즈에서 '올해의 소설'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짐 쉐리단 감독은 '나의 왼발'(1989), '아버지의 이름으로'(1993) 등 강인한 아일랜드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가족과 정의를 주제로 하는 영화들을 연출했다. '로즈'는 원작가와 감독의 유명세뿐만 이니라 지난해 '캐롤'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미국 배우 루나 마리와 영국 출신의 연기파 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각각 20대와 70대의 로즈를 2인 1역으로 선보인다. 아일랜드가 처해 있던 영국의 식민지라는 상황, 전쟁이라는 위기의 시대, 그리고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종교가 사람들을 지배했던 환경에서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고집했다는 이유로 삶을 파괴당한 한 여성이 있었다. 영화는 이 여성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내 진실을 알리려고 애쓰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담는다. 로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50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지낸다.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에릭 바나)는 그녀가 책 속에 수십 년 동안 써내려간 글들을 발견하고, 서서히 로즈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관심을 둔다. 때는 1942년. 전쟁을 피해 고향 아일랜드에 정착한 아가씨 로즈(루니 마라)는 푸른 눈, 맑은 피부, 아름다운 미소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며 동네 최고의 인기녀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영국을 위해 전쟁에 참여한 동네 청년 마이클(잭 레이너)과 운명적 사랑에 빠지며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며 사는 평범한 꿈을 가졌던 로즈가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게 된 과거의 이야기가 시점을 오가며 미스터리하게 전개된다. 가톨릭 사제인 곤트 신부는 로즈 주위를 맴돈다. 비극은 곤트 신부가 로즈에게 매혹되면서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인 그는 로즈를 향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질투에 사로잡혀 로즈를 비극 속으로 몰아넣는다. 피식민지인인 아일랜드인이며, 전쟁 시에는 더욱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에 순응하도록 교육받는 여성이고, 아버지의 사후 정신병 판정을 받은 엄마를 둔 딸이기에, 로즈에게 가해지는 주변인의 편견의 틀은 견고하다. 여성의 아름다움과 발랄함마저 죄가 되는 곳에서 로즈는 결코 자신의 중심을 놓지 않는다. 그녀가 강고하고도 폐쇄적으로 형성된 억압 구조에 저항하는 방식은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 평생을 갇혀 지내게 된 그녀는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글로 남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여성이 죄악시되고, 아는 것이 많다는 이유로 마녀로 처형됐던 유럽 중세시대에서부터 교육받은 여성은 '못된 여성'으로 취급받던 식민지 시기 우리나라까지, 공부하고 글을 쓰는 여자가 핍박받던 시대는 그리 멀지 않다. 긴 세월 동안 병원에서 생활해 온 로즈를 정신과 의사가 방문하고 그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미스터리가 서서히 풀려나간다. 영화는 우아하고 짙은 감수성으로 충만하며, 아일랜드의 거칠고도 숭엄한 자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남성 정신과 의사와 여성 환자라는 수직적 관계, 해결사 남성 덕분에 여성이 자아를 회복한다는 구도는 어쩐지 진부하다. 초중반, 고딕풍의 미스터리한 공포 분위기와 우아한 멜로드라마 전개가 후반부에 손쉽게 해결되는 부분은 진부한 남녀 구도와 관계가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독립적 선택만으로도 정신병자로 취급받던 근세기 사건은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2017-04-14 00:05:00

[새 영화] 댄서/지니어스/분노의질주 더 익스트림

[새 영화] 댄서/지니어스/분노의질주 더 익스트림

◆댄서 2015년 2월,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은 'Take Me To Church'라는 곡에 맞춰 고뇌에 가득 차 있는 한편의 공연을 공개한다. 유튜브에서 1천9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애호가들의 호평을 끌어낸 이 영상이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발레계의 배드 보이'로 불리는 세르게이 폴루닌은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형편에도, 어머니와 가족의 헌신 덕에 영국 로열발레단에 입단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최연소 수석 무용수 자리에 오른다. ◆지니어스 소설가 토마스 울프의 실화에 기반을 둔 영화. 창작자와 조력자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1929년 뉴욕, 소설가 토마스 울프(주드 로)는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원고를 들고 헤밍웨이,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출간한 편집자 맥스 퍼킨스(콜린 퍼스)를 찾는다. 자유로우면서도 시적인 문체에 매료된 맥스는 토마스의 소설을 출간하지만,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성공을 맛본 토마스는 광적이고 무례한 모습을 보이며 맥스와 갈등을 빚는다. 토마스는 연인 엘린(니콜 키드먼)에게도 소홀해진다. ◆분노의질주 더 익스트림 2001년 '분노의 질주'부터 이어진 7편. 폭발적인 카레이싱 추격 액션과 맨주먹 결투 장면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블록버스터 시리즈이다. 리더 도미닉(빈 디젤)과 멤버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멤버들은 도미닉이 첨단 테러 조직의 리더 사이(샤를리즈 테론)와 함께 사상 최악의 테러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리더의 배신으로 위기에 놓인 멤버들은 한때 팀을 모두 전멸시키려 했던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까지 영입해 최악의 적이 되어버린 도미닉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앞둔다.

2017-04-14 00:05:00

할리우드 유망주 이기홍, '특별시민'으로 한국영화 첫 출연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 이기홍(31)이 '특별시민'으로 한국영화에 첫 출연한다.  이기홍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메이즈 러너' 시리즈(2014∼2015)에서 미로에서탈출하기 위해 단서를 찾는 러너팀의 리더 민호 역을 맡아 국내외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1일 쇼박스에 따르면 이기홍은 오는 26일 개봉하는 '특별시민'에서 3선 서울시장을 노리는 변종구(최민식)에 맞서 후보로 나서는 양진주(라미란)의 아들 스티브로출연한다.  스티브는 하버드 출신 미국 변호사이자 한국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야망을 지닌 인물로,엄마 양진주의 지지율 상승세에 힘을 싣기 위해 '엄친아' 이미지를 내세워 유권자들의 호감을 끌어내는 인물이다.  이기홍은 "최민식 등 한국의 베테랑 배우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이 영화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기홍은 5살 때 가족들과 뉴질랜드로 이주했으며 2년 뒤 미국으로 옮겨갔다.이후 쭉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자란 그는 대학 졸업 후 2010년 미국 드라마 '빅토리어스 시즌1'을 통해 데뷔한 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오는 7월북미에서 개봉되는 공포영화 '위시 어폰'(2017)의 주연을 맡았으며,2018년 개봉 예정인 '메이즈 러너:더 데스 큐어'에도 출연한다. 연합뉴스  

2017-04-11 11:39:56

제34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입장권 예매 돌입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사무국은 11일부터 제34회 올해 영화제 입장권 예매에 들어갔다.  예매는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이뤄진다.개막식 입장권을 비롯해일반 상영작 입장권 예매가 동시에 이뤄진다.  폐막식 입장권은 오는 30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영화의전당 씨네마운틴 6층 티켓매표소에서 선착순으로 무료 발권한다.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예매를 한 경우 현장 매표소에서 입장권으로 교환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올해 제34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영화의전당,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산복도로 옥상달빛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43개국에서 출품한 161편의 단편영화가 선보인다. 연합뉴스  

2017-04-11 11:39:08

[새 영화] 랜드 오브 마인 / 시간위의 집 /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

[새 영화] 랜드 오브 마인 / 시간위의 집 /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

#랜드 오브 마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군이 매설한 해변의 지뢰를 독일 소년병에게 해체하도록 한 덴마크 어른들의 역사를 담은 영화로, 마틴 잔드블리엣 감독은 수치스러운 덴마크의 역사를 스스로 비판한다.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전쟁이 끝난 후, 덴마크는 독일 소년병을 포로로 잡아온다. 독일군이 서쪽 해변가에 매설한 4만5천여 개의 지뢰를 모두 제거할 때까지 감시감독을 맡은 중년 군인 카를은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업무에 점점 더 견디기 어려운 죄책감을 느낀다. #시간위의 집 미희(김윤진)는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25년간 수감 생활을 한다. 석방돼 집으로 돌아온 미희는 과거의 사건 현장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아들을 찾으려고 진실을 추적한다. 그녀는 집 안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사는 듯한 낌새를 느끼며 불안과 공포에 떤다. 최신부(옥택연)는 그녀가 진실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의문에 둘러싼 집을 조사하고, 어느 날 미희는 집 안 지하실에서 섬뜩한 경험을 한다. 우리 집에 누군가 함께 살고 있다는 오싹한 하우스 미스터리 설정에 시간 판타지 코드까지 더한 개성 있는 호러 영화이다.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 반려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즉흥적인 욕구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작품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방송국 PD 카나미(고바야시 사토미)는 반려견 나츠를 병으로 떠난 보내고서 유기동물을 위한 유의미한 일을 하고자 카메라를 들고 동물보호센터를 찾는다. 그곳에서 카나미는 살처분 될 운명에 처한 동물들을 목도하고 가슴 아파한다. 그녀는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려고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을 찾아가고 그들과 함께 동일본 대지진 이후 더욱 심각해진 유기동물 문제를 세세히 들여다본다. '카모메 식당'(2007)으로 알려진 고바야시 사토미가 감성연기를 펼친다.

2017-04-07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어느 날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어느 날

아내 죽은 후 희망 잃은 보험사 과장 교통사고로 혼수상태 여성 사건 맡아 갑자기 나타난 영혼 따라 단서 찾아 김남길·천우희 주연 판타지 미스터리 4월, 5월은 극장가에 흥행몰이 작품이 눈에 크게 띄지 않는 비수기이다. 더군다나 탄핵 정국에 이어 세월호 인양과 대선 정국에 접어들며, 사람들의 관심은 정치, 사회 문제에 쏠려 있다. 그리고 현재 뜨겁게 달궈지는 대선 경쟁판은 각종 각본 없는 드라마로 흥미진진하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특별한 2017년 봄을 맞는 우리에게도 잠시 머리를 식혀줄 휴식 같은 영화가 필요하다. 영화보다도, 드라마보다도 더 흥미로운 현실의 사건들이 연일 펼쳐지고 있기에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덜 해진 것도 있지만,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대기하는 여름 시즌 전 이 시기는 한 템포 쉬어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벚꽃 시기에는 보통 예술영화나 잔잔한 로맨스물, 혹은 가족 드라마들이 떠들썩하지 않게 개봉해서 조용히 극장가를 지키는 양상이 펼쳐진다. 이번 주에 다룰 영화 '어느 날'도 지금 이 계절에 적절한 영화이다. 개성 강한 두 남녀의 로드무비. 그러나 이 영화의 특이점은 남녀의 로맨스가 아니라 '판타지 미스터리'라는 점이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윤기 감독은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여자의 무덤덤한 일상을 그린 데뷔작 '여자, 정혜'(2005)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넷팻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는 전도연, 하정우가 헤어진 연인으로 등장하는 '멋진 하루'(2008)에서 사건 중심의 영화 전개가 아닌, 캐릭터의 개성을 통해 일상성을 특별하게 담아내는,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펼쳐보였다. 일상에서 체험하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살려내는 섬세한 연출법을 특징으로 하는 이윤기 감독은 '어느 날'에서 자신의 장기를 되살린다. 아내가 죽은 후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던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는 회사로 복귀한 후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미소(천우희)의 사건을 맡게 된다. 강수는 사고 조사를 위해 병원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스스로 미소라고 주장하는 한 여자를 만난다. 자꾸만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미소를 수상하게 여긴 강수는, 어느 날 그녀가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김남길, 천우희 두 청춘스타가 분한 캐릭터가 극을 끌어가는 이 영화에서 두 남녀는 각기 자기만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강수는 오랫동안 병치레를 했던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고, 시각장애인인 미소는 어린 자신을 버린 엄마를 그리워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죄책감과 상실감으로 무기력한 강수와 영혼이 되어 이제야 세상을 두 눈으로 보게 된 활기찬 미소는 아이러니한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제압해야 하는 보험회사 직원과 보험 청구인 관계이다. 영화는 돈으로 목숨 값을 흥정하는 비인간적인 현실을 반영한다. 우리는 혼수상태로 누워 있는 불쌍한 미소의 사연을 미소의 영혼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며, 미로 속에서 단서를 찾아나간다. 이와 더불어 강수와 아내와의 사연의 전말도 드러난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의 남은 이의 삶, 억울한 죽음과 이를 둘러싼 추악한 자본의 얼굴, 억울한 죽음이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남은 이들이 해야 할 일,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희망, 이것이 영화가 잔잔하게 사건을 전개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젊은이의 죽음'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것이 세월호다. 2015년 4월에 일어난 그 사건 이후, 영화 속 죽음에 세월호를 떠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억울한 죽음이었고, 그 비극을 애도하지 못하게 만든 몹쓸 정권이었기에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통해하는 것이다. 최근 많은 한국영화가 젊은이의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은 충분한 집단적 애도의 필요성과 관련이 있다. 영화에서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며 아픔을 직시하는 순간, 주인공들은 치유되며 희망을 향해갈 수 있게 된다. 자본의 편이 아니라 인간의 편에 선 강수의 정의로운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2017-04-07 04:55:02

[새영화] 원라인/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분노

[새영화] 원라인/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분노

◆원라인 임시완, 진구 주연의 범죄 코미디 영화. 은행 대출이 안 되는 사람들의 직업, 신용등급, 신분 등 자격 조건을 조작해 은행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이는 '작업 대출'이라는 신종 사기 범죄를 소재로 한다.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는 모든 걸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일명 작업 대출계 전설의 베테랑 장 과장(진구)을 만나 업계의 샛별로 거듭난다.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며 돈이란 돈은 모두 쓸어 담던 5인의 신종 범죄 사기단은 서로 믿지 못한다. 그러다가 믿을 수 없는 사기꾼들은 서서히 다른 속내를 드러낸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1990년대에 만들어져 SF 걸작들에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 된 동명 일본 애니메이션의 할리우드 실사 버전.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진 가까운 미래, 엘리트 특수부대 섹션9은 강력 범죄와 테러 사건을 담당한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해 탄생한 특수요원이자 섹션9을 이끄는 메이저(스칼렛 요한슨)는 세계를 위협하는 음모를 지닌 범죄 테러 조직을 저지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첨단 사이버 기술을 보유한 한카 로보틱스를 파괴하려는 범죄 테러 조직을 막기 위해 섹션9이 나서고, 사건을 깊이 파고들수록 메이저는 자신의 과거와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분노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악인'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을 수상한 수작이다. 와타나베 켄, 마야자키 아오이, 츠마부키 사토시 등 일본 인기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무더운 여름의 도쿄, 평범한 부부가 무참히 살해된다. 피로 쓰인 '분노'라는 글자만이 현장에 남은 유일한 단서다. 1년 후, 연고를 알 수 없는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범인을 쫓고 있던 경찰은 새로운 수배 사진을 공개한다.

2017-03-31 04:55:40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배우 임시완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배우 임시완

배우 임시완(28)은 보기보다 그렇게 선하지 않다고 했다. "스스로 포장을 잘한 것 같다"며 웃은 그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 것만큼의 천사는 아니다. 박보검이나 유재석 같은 분들은 '위인'"이라며 "그분들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뭔가를 하는 게 보이는데 난 내 이미지의 어떤 틀이 깨지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시완이 영화 '오빠생각' 이후에 선택한 영화 '원라인'은 그런 그의 이미지를 역으로 잘 이용했다. 평범한 대학생이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을 만나 모든 것을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하면서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통해 관객은 착하고 순한 이미지인 임시완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는다. 임시완은 "이전 캐릭터의 모습을 고수하려고 하거나 '이전 모습과는 다른 캐릭터를 보여야만 해'라는 등의 욕심은 없다"며 "감독님들이 내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려고 하시는 것이 다행스럽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즐거워했다. "사실 전 아직 '내 어떤 모습이 매력적이야'라고 접근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나와야 좋은 작품이 되겠다'라는 생각도, 내 역량에 달린 것도 아닌 것 같고요. 다만 '내가 연기하는 것이 진짜 같은가, 아닌가'에만 오로지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가수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임시완은 부산에서 열린 한 대학가요제에 참가해 예선 탈락했는데 명함을 받았고, 그렇게 그룹 제국의아이들 멤버가 됐다. '미생' '변호인' 등을 통해 연기자로서도 나쁘지 않은 평을 듣는 그는 "내 연기는 걸음마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들어가게 됐을 때 부랴부랴 연기 레슨을 받았는데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나 연기 가치관이라는 게 생겼다"며 "그 뒤로 현장에서 바뀌는 것도 많고 감독님과 의사소통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유동적인 현장이기에 내가 답을 정해놓고 가면 안 되니 마음을 열어놓고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 한다"고 말했다. "물론 항상 재미있는 작품,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그 작품의 영향을 받아서 저라는 사람이 바뀌기도 하고, 발전하기도 하면 금상첨화고요.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상을 바라면 건방져 보이기에 상 욕심은 없는데 칸영화제 같은 곳은 가보고 싶어요. 구경하러요. 재미있을 것 같거든요."(웃음) 임시완은 현재 MBC에서 준비하는 사전 제작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를 촬영 중이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입대하고 싶다"고 한 그는 "이제까지 밀린 숙제를 안 한 느낌이었는데 빨리 갔다 오고 싶다"며 "숙제를 빨리 해결하면 묵은 때를 벗긴 것처럼 시원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원라인'은 사기와 대출을 소재로 했는데 현실 속 그는 어떤 경험이 있을까. 임시완은 보이스피싱 전화는 바로 끊어버리는 성격이고, 사기 칠 깜냥은 안 된단다. 그는 "사기를 치려면 머리도 좋고 능력도 뛰어나야 하는 것 같다. 어떤 시나리오를 절대 짤 수 없는 머리"라고 했다. 과거 방송을 통해서는 똑똑한 이미지가 나오기도 했다고 하자 임시완은 손을 저으며 "그것도 포장을 잘한 겁니다. 큐브도 일부러 취미를 들였고요. 저는 엄청 노력형입니다"라며 진지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혼술'을 자주 한다고 밝힌 그는 MBC '무한도전' Comedy TV '맛있는 녀석들' SBS '미운 우리 새끼'가 술친구라고 했다. tvN '신서유기'도 즐겨보는데,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란다. "사실 그동안 포장한 게 탄로 날 수 있어 예능을 피했다고 할 수 있다"고 고백(?)한 그는 "왠지 '신서유기'는 부담도 없고, 내가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욕심이 난다. 물론 포장된 것이 드러나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실 크게 숨길 일도 많지 않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2017-03-31 04:55:40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아뉴스 데이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아뉴스 데이

전쟁이 끝난 직후, 독일의 공격으로 잿더미가 된 1945년 폴란드를 배경으로, 수녀들과 그들을 돕는 프랑스 출신 여의사의 실화를 영화화한 프랑스 영화이다. 감독은 '코코샤넬'(2009), '투 마더스'(2013) 등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안느 퐁텐이다. 영적이고 경건한 수녀들의 기도와 합창은 보는 이에게 평화로움을 주지만, 그건 그저 보이는 것일 뿐이다. 이 수녀원은 엄청난 비극과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빛과 어둠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물리적 공간은 실제로 빛과 어둠의 이야기를 숨기고 있었다. 순결서약을 맹세한 수녀들의 믿음과, 전쟁 탓에 어쩔 수 없이 육체에 가해진 수난이 충돌할 때, 사람은 피폐해지게 마련이다. 의대를 막 졸업한 젊은 마틸드는 프랑스 적십자 소속으로 폴란드로 들어가 다친 프랑스 병사들을 돕고 있었다. 어느 날 젊은 수녀가 그녀를 찾아와 도와달라고 애원하고, 수녀를 따라 수녀원 문턱을 넘은 마틸드는 깜짝 놀랄 현실을 목격한다. 독일군이 철수한 후 소련군이 바르샤바 지역에 침투해 수녀들은 독일군과 소련군에게 연이어 강간당하고, 일곱 명의 수녀가 곧 출산을 앞두고 있었던 것이다. 철저한 유물론자인 마틸드는 출산을 앞둔 수녀들의 신앙과 죄책감의 충돌을 정서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는 병원과 수녀원, 두 공간을 긴밀하게 오가며 마틸드와 수녀들의 문제 해결 의지와 깨달음, 그리고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밑바닥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는 위대한 결정을 시간순으로 보여준다. 의사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이들을 버릴 수 없어 상부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몰래 수녀원을 넘나들던 마틸드의 개인사도 수녀원 사건의 전개와 함께 진행된다. 병원 규율을 어기며 수녀들과의 약속을 지키느라 늘 고달픈 그녀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며 긴급한 순간에도 하느님에게 기도를 올리는 수녀들이 영 마땅치가 않다. 그러나 수녀를 돕는다고 생각했던 그녀에게도 수녀로부터 도움을 받는 순간이 찾아오고, 힘들기만 한 의료 행위가 어느 날 기쁨으로 다가온다. 마틸드와 수녀의 관계는 공적인 의사와 환자 관계에서 사적인 인간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으로 발전한다. 영화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지 않아도, 전쟁의 결과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힘겨운 잔재를 남기는지 충분히 보여준다. 격리되어 있어서 더욱 폐쇄적으로 일 처리를 해야 했던 수녀원이기에, 겉으로는 영적으로 충만해 보여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내적인 갈등이 극에 달해 있다. 평온하고 고요한 가운데 분출되는 극적인 긴장감을 끌어내는 연출력이 일품이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이 기도하며 비슷한 얼굴을 한 수녀들 같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생각과 해석을 가진 개성 있는 개인들이다.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원장 수녀의 선택은 충격적이지만 일면 이해가 간다. 폴란드어를 못 하는 마틸드와 주로 대화하게 되는 마리아 수녀가 원장 수녀의 뜻을 거스르게 되는 용기에 찬 결단에는 박수를 보내게 된다. 임신 사실에 충격을 받고 의사의 손길을 거부하는 수녀, 아기를 돌보려고 모성애를 발휘하며 새로운 인생을 선택하는 수녀, 좌절하는 수녀와 이 가운데 기쁨을 깨닫는 수녀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은 우리 현대인이 경험하는 끝없는 갈등이나 선택과 다르지 않다. 수녀원이나 병원 안에는 의견 충돌이 있을지언정 악인은 없다. 폴란드에서 활동했던 프랑스 의사 마들렌 폴리악이라는 여성이 쓴 노트가 발견되며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전쟁은 끝없이 일어나고 있고, 여성의 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인식되어 전리품처럼 점령국 군인에 의해 멋대로 유린당한다. 위급한 시기일수록 인간으로서의 여성 존재성은 상실된다. 전쟁 성 노예가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엄연히 생존해 있고, 국가가 마땅히 국민의 일원인 이들을 짓밟은 상대국에 합당한 보상과 사과를 요구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 또한 큰 비극이다. 마들렌 폴리악의 목숨을 건 위대한 인류애에 경의를 표한다. 그녀는 이 사건이 있은 이듬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하지만, 70년이 지난 후 후대는 그녀의 용감한 짧은 생에 대해 곱씹고 있다. 영화의 힘이 다시금 느껴진다.

2017-03-31 04:55:40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미녀와 야수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미녀와 야수

성에 상류층 흑인·백인 섞여 영국 연기파 배우 대거 등장 주인공 벨 캐릭터 변화 없어 '미녀와 야수'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 전해온 전래 동화로, 오페라, 연극, 뮤지컬, 영화, TV 드라마에서 단골로 다루는 소재다. 우리의 '춘향전'이나 '콩쥐팥쥐'처럼 계속해서 변주되며 리메이크되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원래 이야기는 대가족의 막내인 벨이 상인인 아버지가 야수에게 잡히자 아버지를 대신하여 성으로 들어가고, 언니들이 성에서 호의호식하는 벨을 질투하면서 그녀를 감금해 놓는 동안 야수가 죽어가다가 극적으로 해후한 벨 덕분에 왕자로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스토리라인을 현대적인 인물 구조와 풍부한 사건들로 재가공하여 성공한 것이 1991년 작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였다. 이 작품은 '인어공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디즈니로 하여금 르네상스를 활짝 열어젖히게 한 작품이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 후보에 오르고,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실사판 '미녀와 야수'는 '드림걸즈'와 '브레이킹던' 시리즈를 만든 빌 콘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 역으로 세계적인 톱스타가 된 엠마 왓슨이 주인공 벨 역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낳았다. 엠마 왓슨은 미국의 명문 브라운대학교에 다니는 수재 이미지가 있는 데다, UN 성 평등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하는 연설로도 유명하다. 그녀는 각종 사회 활동과 정치적 발언으로 연기 외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소셜테이너이다. 그런 그녀가 벨 역할을 맡았다고 하니 '미녀와 야수' 팬들뿐만 아니라 엠마 왓슨에 의해 새롭게 탄생하게 될 벨 캐릭터에 많은 여성이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지난해 커다란 화제를 모으며 흥행에서 성공하고,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엠마 스톤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뮤지컬 '라라랜드'의 여주인공 역할을 일찌감치 거절하고 '미녀와 야수'를 선택했다는 소식도 새로운 모습의 벨 캐릭터에 거는 기대를 한껏 드높였다. 결과적으로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 그리 한 발짝 나아간 작품은 아니다. CG를 활용하여 야수 및 성의 물건들로 변한 하인들, 그리고 성의 그로테스크함이 환상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현대판 실사영화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일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성 안 사람들이 한판 벌이는 전투는 잔인하고 실감 나게 표현되었으며, 모든 것이 끝난 후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는 화려하며 현란하여 성인 관객에게 만족스러운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더군다나 인종과 성 소수자를 고려한 캐릭터 분배는 찬사받을 만하다. 성에 사는 상류층 사람들이 흑인과 백인으로 골고루 섞여 있고, 마초적인 악당 개스톤의 친구 중에 게이 캐릭터가 포함되어 있어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눈에 띈다. 하지만, 벨이 1991년 버전 벨과 비교하면 무엇이 달라지고 얼마큼 더 나아갔는지는 의문이다. 26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적으로 뉴 페미니즘 바람이 불고 있으며, 새로운 의식과 애티튜드로 무장한 젊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 비해, 벨은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을 비하하고 왕자의 등장을 기다린다. 엠마 왓슨이 드레스 속 코르셋을 거부했다는 뉴스로는 신세대 미녀 캐릭터를 바랐던 진보적인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책을 읽고, 싫고 좋음을 마음껏 표현하는 말괄량이이자, 자신의 발로 야수의 성에 들어가 야수와 대면하는 벨은 1991년에는 충분히 독립적이고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2017년인 지금도 이전과 똑같은 벨 캐릭터와 플롯을 가진 영화는 화려한 시각 효과와 인상적인 캐스팅 향연에도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이완 맥그리거, 이안 맥컬런, 엠마 톰슨, 케빈 클라인 등 영국의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여 기쁨을 주지만, 영화를 보고 난 이후 개운치 못한 감정은 어쩔 수 없는데, 이는 바로 이 영화가 가진 올드함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리메이크 영화 사례 이상의 어떤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지는 못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감하게 시도한 인종적 다양성과 동성애 캐릭터의 활용은 새로움을 부각하기 위한 양념이 되고 말았다.

2017-03-17 04:55:01

[새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토니 에드만/어폴로지

[새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토니 에드만/어폴로지

◆비정규직 특수요원 여성 버디물 코미디라는 흔하지 않은 장르에 비정규직과 보이스피싱이라는 사회의 첨예한 문제를 녹여내었다. 해고 위기에 놓인 국가안보국 비정규직 요원 장영실(강예원)은 상사 박 차장(조재윤)이 보이스피싱으로 날린 조직 예산 5억원을 되찾아오는 조건으로 정규직을 약속받는다. 양 실장(김민교)의 보이스피싱 조직에 위장 취업한 그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잠복수사에 나선 열혈 형사 나정안(한채아)을 만나고, 그녀와 함께 좌충우돌 공조 수사를 펼친다. ◆토니 에드만 반려견이 죽고 난 후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 없던 빈프리트(페테르 시모니슈에크)는 말없이 딸 이네스(산드라 휠러)의 직장을 찾아간다. 그는 괴짜 같은 분장을 하고 제2의 자아인 토니 행세를 하며 딸과 가까워지려 하지만, 중요한 계약을 앞둔 이네스는 아버지의 장난스러운 행동이 달갑지만은 않다. 인생의 재미를 잃은 딸과 괴상한 몰골을 한 아버지의 좌충우돌 상황과 사연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여성 감독 마렌 아데의 작품이다. ◆어폴로지 캐나다 출신 티파니 슝 감독이 일본군 성 노예 생활을 한 한국의 길원옥, 중국의 차오,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 등 3개국의 여성을 6년 동안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피해 당사국의 시선이 아니라 제3자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객관적이고 냉철한 의견을 담고자 한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길원옥 할머니의 활동, 사랑하는 가족에게 비밀을 털어놓을 용기가 필요한 차오, 그리고 아델라 할머니의 사연이 펼쳐진다.

2017-03-17 04:55:01

[새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콩: 스컬 아일랜드/ 파도가 지나간 자리

[새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콩: 스컬 아일랜드/ 파도가 지나간 자리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류현경, 박정민 주연의 신예 김경원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돌아온 지젤(류현경)은 국내 전시회를 열려고 갤러리를 찾지만 애매한 거절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갤러리 대표 재범(박정민)의 도움으로 지젤의 첫 전시회가 개최되고, 소소한 성공을 앞둔 순간 그녀의 심장이 멎고 만다. 데뷔와 동시에 아티스트 지젤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재범은 이를 이용해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극 중 대한민국 대표 화가 박중식 역으로 배우 이순재가 특별출연한다. #콩: 스컬 아일랜드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온 킹콩의 최신 모습이 담긴 영화. 괴생명체를 쫓는 모나크팀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섬 스컬 아일랜드에서 위성을 통해 무언가를 포착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이에 탐사팀의 리더 랜다(존 굿맨)를 필두로 지질학자와 생물학자로 탐사팀이 구성된다. 수많은 전투에서 잔뼈가 굵은 베트남 전쟁 베테랑인 패커드 중령(사무엘 L. 잭슨)과 부대원들, 그리고 전직 군인 출신의 정글 전문 가이드 콘래드(톰 히들스턴)와 반전 사진기자 위버(브리 라슨)가 합류하고 마침내 스컬 아일랜드로 향한다. 스컬 아일랜드의 수호자 콩의 거대한 사이즈에 승부를 거는 영화로 시각적 재미가 쏠쏠하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톰(마이클 패스벤더)은 외딴섬 야누스의 등대지기에 자원하고, 그곳에서 만난 여인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과 혼인하지만 두 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는다. 그때 한 구의 시신과 갓난아기가 뗏목을 타고 흘러오고, 갈등하던 톰은 아내 뜻에 따라 시신을 땅에 묻어 은폐하고서 아이를 키우던 중, 우연히 아이 생모의 존재를 알게 된다. 예측 불가능한 바다에 떠있는 외롭고 척박한 외딴섬은 주인공들의 공허한 마음을 시각화하는 배경이다. 묵직한 멜로드라마로, '블루 발렌타인'(2010)의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이 연출했다.

2017-03-10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내 이름은 꾸제트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내 이름은 꾸제트

사고로 엄마와 헤어져 보육원에 둥지 가족 갈등의 아픔'첫사랑 환희 겪어 아이들 눈높이로 심리 미세하게 표현 컴퓨터 그래픽 없이 일일이 수작업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부모가 버렸거나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보육원에서 살게 된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으로, 어른들에게도 아이들만의 아픔을 이해함과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품격 높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얼마 전 끝난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고, 골든글러브에서도 후보에 올라, 수상작인 '주토피아'를 비롯하여 '모아나' 등 쟁쟁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했다.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문의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수상하지 못했어도 작품성에 충분히 기대를 걸게 한다. 디즈니나 워너브러더스 애니메이션, 혹은 재패니메이션과 다른 그림체와 감각이 신선하다. '내 이름은 꾸제트'가 선보이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정지한 물체를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조금씩 움직이며 정사진으로 찍어, 사진들을 쭉 이어붙이면 마치 물체가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동적으로 보인다. '어린 왕자' '레고 배트맨 무비' '쿠보와 전설의 악기' 등의 애니메이션들이 스톱모션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컴퓨터그래픽이 들어가지 않는 데가 없는 영화 제작 현실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감상에 빠져들게 한다. 꾸제트를 비롯하여, 마음이 잔뜩 쓰이는 안타까운 어린 캐릭터들 각자의 이야기는 서정적인 그림체 때문에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우연한 사고로 엄마와 헤어지고 퐁텐 보육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된 꾸제트는 비밀스러운 사연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처음에는 못되고 퉁명스럽게 굴며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항상 함께 있어주는 친구들 덕분에 꾸제트는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꾸제트는 보육원에 새로 온 여자아이 까미유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아이들도 제각기 사연을 가진 개성적인 캐릭터들이지만, 어른들도 모두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다. 아이를 학대하는 어른, 사랑으로 감싸는 어른이 있게 마련이고, 영화는 혈연 가족이 아니라 애정으로 맺어지는 대안적인 가족에 초점을 맞춘다. 가족 갈등으로 인한 아픔과 첫사랑의 환희를 겪으며 아이는 자란다. 그러는 가운데 나쁜 어른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 가족을 개척해 나가는 독립 주체로 성장한다. 얼굴의 많은 부분을 채우는 커다란 눈동자의 흔들리는 움직임은 캐릭터의 심리를 미세하게 담았다. 다크서클로 피로한 그들의 얼굴은 경쟁과 시기심으로 점철된 이 잔혹한 세상이 아이들을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 섬세하게 표현한다. 7년간의 기획과 3년의 제작 기간, 촬영 기간 만 1년 6개월이 걸린 '내 이름은 꾸제트'는 진정한 수공예 아날로그 예술품이다. 이러한 노고는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라고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그랑프리와 관객상 등 2개 부문 수상으로 보상받았다. 66분의 러닝타임도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무리가 없다. 이 작품은 '400번의 구타'(1959)나 '포켓머니'(1976) 같이 아이를 어른의 시선에서 보길 거부하고 아이들의 감각과 눈높이에서 만든 프랑수와 트뤼포의 정신을 이어받는다. 아이들이 동시 속 세상처럼 선하고 사랑스럽고 순진하다는 어른들의 착각을 투영하지 않아서 더욱 실감이 난다. 아이들은 때론 음흉하고 거칠고 삭막하기도 하다. 또래 아이들의 현실을 표현하려고 감독은 무수한 오디션을 통해 아이들을 선발하고 이들의 행동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하는 목소리 연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어른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2017-03-10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로건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로건

17년 엑스맨 시리즈 고별작 비장한 서부극 스타일 접목 운명·삶의 가치 온전히 표현 가까운 미래, 능력을 잃어가는 로건(휴 잭맨)은 멕시코 국경 근처의 한 은신처에서 병든 프로페서 X(패트릭 스튜어트)를 돌보며 살아간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고자 했던 로건은 정체불명의 집단에 쫓기는 돌연변이 소녀 로라(다프네 킨)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지키고자 모든 것을 건 대결을 펼친다. '로건'은 '더 울버린'(2013)의 후속작으로 엑스맨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울버린의 최후를 담았다. 코믹스를 영화화한 슈퍼히어로 무비로, 세상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눈초리를 받는 돌연변이이자 세상 모든 슬픔을 가진 인생을 사는 남자 울버린의 마지막 영화이며, 17년간 울버린을 연기한 휴 잭맨이 엑스맨 시리즈를 떠나는 작별의 시간을 그린다. '로건'은 엑스맨 시리즈 관련 열 번째 영화이고, 울버린 세 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영화이다. 마크 밀러의 코믹북 '울버린: 올드 맨 로건'을 바탕으로, '더 울버린'을 연출했던 제임스 맨골드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울버린이라 불리던 그가 왜 로건이 되었나 하면 사정이 복잡하다. 울버린의 아버지 이름이 로건이었으나, 어머니의 외도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고, 우연히 아버지를 살해하게 된다. 울버린은 태생 자체가 악랄한 악당의 운명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조리 죽는 운명의 장난 때문에 끝없는 고통 속에 사는 슬픈 슈퍼히어로이다. 때는 2040년대 중반, 뮤턴트와 히어로가 모두 최후를 맞이한 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히어로인 늙은 울버린의 활약을 그린 이번 작품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담는다. 슈퍼히어로의 슬픈 생의 마지막 관문을 쓸쓸하게 관찰하는 진지한 영화로, 제임스 맨골드는 서부극 스타일을 슈퍼히어로 무비에 도입하였다. 이 영화 중간 삽입되는 서부극 고전 '셰인'(1953)과 제임스 맨골드가 직접 참조했다고 언급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1992)의 정서가 변주되어 담겨 있다. 그리하여 화려하고 현란한 액션보다는 처절하고 잔인한 액션이, 빠르고 유쾌한 리듬감보다는 쓸쓸하고 관조적인 무드가 영화를 가득 메운다. 슈퍼히어로가 서부극과 성공적으로 결합한 액션영화로 현대 클래식 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탄탄한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라는 레터르가 이 슈퍼히어로 영화의 가치를 더욱 상승시킨다. 늙어버린 울버린의 모습, 그리고 울버린과 휴 잭맨을 대체할 새로운 소녀 슈퍼히어로의 등장은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팬들의 크나큰 관심사였다. 스스로 자가 치유되는 초능력을 가진 자였지만 점차 힐링 팩터를 잃어버린 상처입고 주름진 울버린의 육체, 순수하고 맑은 어린아이라는 선입견을 산산이 깨뜨리는 강렬하고 강인한 슈퍼히어로 소녀, 그리고 치매기가 살짝 비치는 순수한 미소의 노인이 된 프로페서 X, 아름답고 악랄한 빌런까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하모니가 여느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압도한다. 영화는 슈퍼히어로 무비 특유의 CG와 현란한 스펙터클, 그리고 잘 디자인된 액션신들의 향연과 달리, 고전 서부극의 톤처럼 쓸쓸하고 애처로우며 비장하다. 꼬장꼬장한 자존심과 노쇠한 육체의 울버린의 얼굴에 깊이 아로새겨진 외로움과 고통의 흔적들, 그 어디에도 유머가 끼어들 새 없는 진지하고 척박한 환경은 수정주의 서부극의 정서를 잘 되살리고 있다.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상처 입은 맹수 같은 소녀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액션신은 강렬하다. 소녀 울버린인 '로라' 역을 맡은 12세 스페인 소녀 다프네 킨의 데뷔는 영화사상 가장 강렬한 아역 배우의 등장이라 할 것이다.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와도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 로건이 소녀를 받아들이며 둘 사이에 부녀 같은 교감이 피어나는 순간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제임스 맨골드는 앤젤리나 졸리에게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안긴 작품 '처음 만나는 자유'(1999), 무명의 휴 잭맨과 처음 인연을 맺은 '케이트 & 레오폴드'(2003),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역작 '아이덴티티'(2003), 리즈 위더스푼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작이며 골든글러브 작품상에 빛나는 '앙코르'(2005), 부성애를 담은 서부극 '3:10 투 유마'(2007), 톰 크루즈 주연의 코믹 액션 '나잇 & 데이'(2010)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후 '더 울버린'(2013)으로 슈퍼히어로 무비에 도전하여 성공했다. 아마도 '로건'은 그의 최고 작품이자 대표작이 될 것이며, 그간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어온 자신의 과거를 말끔하게 씻어줄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멸종한 절망의 시대를 육체노동자로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로건이 프로페서 X와 생활하면서 로라를 만나 유사 가족 관계를 형성한다. 인간적인 고뇌와 운명, 삶의 가치가 삭막한 사막을 배경으로 온전하게 표현되는 질적으로 뛰어난 슈퍼히어로 무비를 보고 나니, 소녀 슈퍼히어로로 세대교체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시리즈의 다음 작품이 몹시도 기다려진다.

2017-03-03 04:55:02

[새 영화] 사일런스/눈길/해빙

[새 영화] 사일런스/눈길/해빙

◆사일런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일찍이 전파됐지만 쉽게 뿌리내리지 못한 일본 가톨릭의 순교 역사를 담았다. 예수회 소속 포르투갈 출신의 페레이라 신부의 배교 실화에서 시작된다. 17세기, 선교를 떠난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의 실종 소식을 들은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는 사라진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본으로 떠난다.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인 그곳에서 두 신부는 어렵게 믿음을 이어가는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눈길 일본군 성 노예의 참상을 극화한 작품으로 2015년에 방영된 TV 특집 드라마를 영화 버전으로 재편집했다. 1944년 일제강점기, 부잣집 딸 영애(김새론)는 훌륭한 일본어 실력을 활용해 일본 일본군 강제위안부에 자원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일본군 성 노예로 끌려간다. 정착지를 알 수 없는 기차 안에서 같은 동네에 살던 종분(김향기)을 만나지만 두 소녀는 이내 비참한 위안소 생활을 강요받는다. KBS PD 이나정 감독의 영화 데뷔작으로, 극악무도한 일본 제국주의의 성폭력을 묘사하는 장면을 배제하고, 위안소 생활을 버티는 소녀들의 서글픔에 초점을 맞춘다. ◆해빙 전지현, 박신양 주연의 호러영화 '4인용 식탁'(2003)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수연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심리 스릴러. 내과의사 승훈(조진웅)은 한 때 미제 연쇄살인 사건으로 유명했던 지역에 들어선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병원 도산 후 이혼하고 선배 병원에 취직한다. 그는 치매 아버지 정노인(신구)을 모시며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의 건물 원룸에 세를 든다. 어느 날, 정노인이 수면내시경 중 가수면 상태에서 흘린 살인 고백 같은 말을 들은 승훈은 건물주인 성근 부자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그러던 중, 승훈을 만나러 왔던 전처가 실종되었다며 경찰이 찾아온다.

2017-03-03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싱글라이더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싱글라이더

잔잔한 멜로드라마에 막판 반전 이병헌 내면 심리 연기 다시 기대 '싱글라이더'는 지난해 '밀정'의 대성공 이후 워너브러더스사가 두 번째로 제작한 한국영화이며 이병헌이 주연하는 가족 멜로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눈길이 간다. 최근 이병헌이 등장하여 성공을 거둔 대부분 영화들이 요즘 한국영화 주류 장르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미스터리 스릴러나 사극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가 선택한 멜로드라마가 어떤 것인지 몹시도 궁금해진다. 게다가 오직 연기 하나로 한국영화판을 평정하였으며 할리우드 진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터라, 이병헌의 내면 심리가 드러나는 이 영화에 다시 한 번 기대를 하게 된다. 성공한 증권맨인 한 가장이 모든 것을 잃은 후,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로 떠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감성 드라마이다. '싱글라이더'는 홀로 하는 여행이라는 의미이다. 이 영화로 데뷔한 이주영 감독은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안정된 직장과 반듯한 가족,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부실 채권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재훈(이병헌)은 가족이 있는 호주로 떠난다. 그러나 다른 삶을 준비하는 아내 수진(공효진)의 모습을 보고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그녀의 주위만 뱅뱅 맴돈다. 한순간에 추락한 샐러리맨, 떨어져 생활하는 기러기 가족,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외국을 떠도는 청년, 어영부영 놀면서 살아가는 불법체류자 등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성공을 향해서만 달려온 인생인 재훈은 영어라는 든든한 무기를 위해 가족을 호주로 보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고서 찾은 마지막 안식처인 가족이 자신이 없어도 완벽해 보이는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지켜보며 말할 수 없는 통렬한 아픔을 느낀다. 이 아픔은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보편적 감정이다. 여기에 영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돈도 벌고자 외국으로 가지만 노동 착취나 사기꾼의 포획물이 되어버린 젊은 세대가 등장하여 재훈의 비극 위에 작은 이야기를 하나 더 보태어 영화 서사를 풍성하게 한다. 둘은 외로운 여행길을 함께한다. 그러나 서로 도울 길은 없다. 한 방향만을 향해 달려온 자신들을 각자 다시 뒤돌아볼 뿐이다. 안소희가 연기한 젊은 여성 지나와 재훈은 각기 세대를 대표하는 얼굴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처음에는 현실에서 실패한 남자가 삶의 안식처를 찾으려고 떠났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막장 드라마의 스토리로 전개될 가능성으로 시작한다. 그가 검은 양복에 빈손으로 시드니의 텅 빈 주택가를 배회하는 모습은 유령처럼 보인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는 재훈으로, 재훈의 시선에서 보는 인식과 오해로 영화가 내내 진행된다. 흔한 오해들이 영화의 초반부와 중반부를 채운다. 기러기 아내인 수진과 친밀한 친구로 지내는 백인 남자, 그리고 수진의 호주 정착 노력으로 그 오해는 더욱 증폭된다. 그러나 영화가 평범한 드라마로 치우치는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미스터리한 장면의 삽입과 암시적인 상황들로 영화에 어떤 중요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생겨난다. 반전이 있는 영화라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많이 알지 않는 것이 재미를 위해 좋다. 현재 재훈의 기억 속에 섬광처럼 과거의 장면들이 떠오르고, 이는 지금의 재훈과 그의 가족을 있게 하는 단서로 작용한다. 영화는 생활과 죽음, 성공과 실패, 정착과 여행이 삶의 한 단면들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극적인 이야기이며 마지막에 가서는 큰 충격을 받게 되지만, 그렇게 슬프게 여겨지지 않는다. 거대한 좌절과 실패는 세상의 또 다른 면을 보게 하는 기회가 됨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떠돌고 떠돌다 사람이 없는 아름다운 섬의 벼랑에서 지켜보는 바다와 하늘은 유달리 축복으로 느껴졌다. 휘몰아치는 감정의 파고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생생한 현실의 드라마로 만든 것은 연기의 덕이 크다. 이병헌은 역시 명불허전의 연기자이다.

2017-02-24 04:55:02

[새 영화] 루시드 드림/핵소 고지/문라이트

[새 영화] 루시드 드림/핵소 고지/문라이트

◆루시드 드림 스스로 자각한 채 꿈을 꾸는 현상인 루시드 드림(자각몽)을 소재로 하는 영화.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 대호(고수)는 3년 전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을 찾고자 루시드 드림을 이용, 과거의 기억으로 가 범인의 단서를 추적한다. 오른팔에 문신을 한 남자, 사진을 찍던 수상한 남자, 꿈마다 등장하는 의문의 인물 등이 있다. 베테랑 형사 방섭(설경구)과 정신과 의사 소현(강혜정)의 도움으로 대호는 모든 단서가 지목하는 한 남자를 마주한다. 신예 김준성 감독이 기획, 각본, 연출까지 맡았다. ◆핵소 고지 1980, 9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스타 멜 깁슨의 다섯 번째 연출작. 전쟁영화가 으레 가지는 메시지인 반전과 대중성을 잘 배합한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비폭력주의자인 도스(앤드류 가필드)는 전쟁으로부터 조국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고 총을 들지 않아도 되는 의무병으로 육군에 자진 입대한다. 총을 들 수 없다는 이유로 필수 훈련 중 하나인 총기 훈련마저 거부한 도스는 동료 병사들과 군 전체의 비난과 조롱을 받게 된다. 결국, 군사재판까지 받게 되지만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도스에게 군 상부는 오키나와 전투에 총기 없이 의무병으로 참전할 것을 허락한다. ◆문라이트 감독 배리 젠킨스가 전미비평가협회 사상 흑인감독으로서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전 세계 152개의 상을 수상한 화제작.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흑인 아이 리틀(알렉스 히버트)이 소년 샤이론(애쉬튼 샌더스)으로, 또 어른 블랙(트레판테 로데즈)으로 아주 조금씩 성장해간다. 홀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이 아이가 성장해 가는 동안, 마약거래상 후안(마허샬레하쉬바즈 엘리)의 세상을 향한 가르침부터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깊이 있는 메시지가 펼쳐진다.

2017-02-24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더 큐어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더 큐어

젊은 증권사 간부 알프스서 새 경험 현실과 비현실 경계를 시각적 표현 '캐러비안의 해적' 버빈스키 감독 예술적 자유 마음껏 표출한 작품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와 '론 레인저'를 성공시키며 액션 어드벤처에 특화된 감독이라고 생각되는 고어 버빈스키는 일본 호러영화를 리메이크한 '링'(2002)에서 특유의 비주얼과 음산한 분위기로 호러 마니아들의 박수를 받은 감독이었다. 그가 어드벤처 블록버스터로 큰 상업적 성공을 이룬 후 내심 진짜 하고 싶었던 예술적 자유를 마음껏 표출한 영화가 '더 큐어'일 것이다. 완벽한 상류층 도시인의 삶을 누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심한 병을 앓는 현대인들이 스위스 외딴 산속에 위치한 재활센터에서 생활하며 겪게 되는 수수께끼들을 신비로운 비주얼과 섬뜩한 스토리에 담았다. 아름답고도 끔찍한 것이 기묘하게 어울리는 예술영화다. 완벽해 보이지만 병든 인물들처럼, 영화 역시 시각적으로 매우 아름답지만,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은 추악하다. 스토리라인보다는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수수께끼로 가득한 단서들이 나열된 시각성에 주목하다 보면 영화의 매력이 한껏 들어오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잔뜩 멋을 부렸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고예산 어드벤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육탄전과 손쉬운 해결점을 향해가는 것이 허술하게 느껴진다. 하여튼 이미 거물이 된 고어 버빈스키가 초기 영화적 실험으로 다시 돌아와 자신만의 예술적 세계를 보여주려고 애쓰는 모습은 반갑다. 젊은 나이에 증권사 간부가 된 록하트(데인 드한)는 의문의 편지를 남긴 채 떠나버린 CEO를 찾아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재활치료센터인 웰니스 센터로 향한다. 그러나 CEO를 만나지 못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센터를 떠나려던 중, 사슴과 부딪치는 사고를 당하고 센터에 입원하게 된다. 웰니스 센터는 물을 통한 치료법을 사용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록하트 역시 디톡스 기법의 일종인 수치료법을 받게 되지만 치료 도중 벌어지는 기묘한 현상들로 센터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한다. 한편, 의문의 소녀 한나(미아 고스)는 바깥세상에 나가본 적이 없는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녀 역시 센터의 환자이지만 센터장은 유독 그녀를 과잉보호하며 록하트를 견제한다. 화려하고 속물적인 뉴욕 증권가와 고즈넉하고 쓸쓸한 스위스 산골짜기, 전 세계에서 온 상류층 사람들이 생활하는 웰니스 센터와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스위스 서민들의 모습, 도시인 남자 주인공과 산속의 신비로운 여성이 대비를 이루며 영화적 긴장감을 초반부에서 형성한다. 웰니스 센터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겉으로는 성공한 증권맨이지만 실상은 실적을 맞추려고 별별 사기로 위장하다 들통난 주인공이 낯선 웰니스 센터의 비현실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두려움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영화는 확실하게 드러나는 공포의 원인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긴장감과 편집증으로 힘겨워하는 현대인들의 악몽을 하나씩 상징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웰니스 센터에 모인 모든 노인들은 과거 하나씩 죄악을 행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과거의 죄가 현재의 공포로 이어지는 이곳은 꿈의 공간이다. 그러나 그 꿈은 악몽이다. 비주얼리스트 고어 버빈스키의 장기는 여러 면에서 확인된다. 물의 공포, 시체의 공포, 병원 기기의 공포, 뱀의 공포, 낯선 자의 공포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공포적 순간들을 한 공간에 옮겨 놓았다. 초반의 스릴러 서사와 중반부의 호러 장치들이 부여하는 호기심은 관객으로 하여금 충분히 영화에 빠져들게 하지만, 후반부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 146분의 긴 러닝타임도 후반부에 가서 지치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악몽에 들어선 남자가 꿈에서 깨어나는 과정"이라는 감독의 설명을 적용한다면, 영화 보기는 꿈의 미로 속에서 헤매다 깨어나 허탈해지는 꿈의 속성을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다. 2012년 인디영화 '크로니클'로 혜성처럼 나타나 제2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 불리는 데인 드한이라는 젊은 배우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연기 경력을 쌓고 있다. 단독 주연을 맡은 이번 영화는 그의 연기 인생에서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고전영화 시대의 몽고메리 클리프트나 제임스 딘처럼 깨질 것 같은 예민한 심성을 섬세하게 해석해서 연기한다. 실험적인 선택을 주도적으로 함으로써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할리우드의 촉망받는 젊은 배우다.

2017-02-17 04:55:02

[새 영화] 재심/그래, 가족/맨체스터 바이 더 씨

[새 영화] 재심/그래, 가족/맨체스터 바이 더 씨

◆재심 '또 하나의 약속'(2013)의 김태윤 감독이 이번에도 실화를 영화화했다. 일명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이라 불리는 살인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송된 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유일한 목격자인 10대 소년 현우(강하늘)는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한편, 돈도 백도 없이 빚만 쌓인 변호사 준영(정우)은 거대 로펌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한 무료 변론 봉사 중 현우의 사건을 알게 되고 명예와 유명세를 얻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현우를 만난 준영은 잊고 있던 정의감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 가족 핏줄이고 뭐고 모른 척 살아오던 삼 남매에게 막냇동생이 예고 없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치열한 가족의 탄생기를 그린 가족 코미디. 번듯한 직장이 없는 철부지 장남 성호(정만식), 잘난 체해도 결국 흙수저인 둘째 수경(이요원), 끼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예쁜 셋째 주미(이솜), 달라도 너무 다른 오씨 남매 앞에 막둥이 오낙(정준원)이 갑자기 나타난다. 성호의 계략으로 낙이를 떠맡게 된 수경은 짐인 줄 알았던 낙이가 사상 최대 특종 사건의 유일한 희망임을 깨닫게 되고 낙이와 함께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며 혼자 사는 리(케이시 애플렉)는 어느 날 형 조(카일 챈들러)가 심부전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맨체스터로 향한다. 하지만 결국 형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이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의 후견인으로 지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혼란에 빠진 리는 조카와 함께 보스턴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패트릭은 떠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한편 전 부인 랜디(미셸 윌리엄스)에게서 연락이 오고, 리는 잊었던 과거의 기억을 하나둘 떠올린다.

2017-02-17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퍼스널 쇼퍼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퍼스널 쇼퍼

쌍둥이 오빠 죽음 경험한 마린 숨겨진 타인의 욕망·정체 만나 크리스틴 스튜어트 연기 변신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2016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영화로, 혼령과 마주하는 여성이 이끄는 신비로운 이야기이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할 때 찬사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온 영화로 이제야 우리도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역시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영화다. 혼령과 대화하는 젊은 여성 영매 캐릭터를, 할리우드에서 동연령대 중 최고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젊은 스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한다고 하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연출자인 올리비에 아싸야스 감독은 영화평론가 출신의 감독으로 프랑스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2014년 작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를 연출했는데, 당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할리우드 10대 아이돌이 된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조연으로 캐스팅하여 그녀에게 제대로 연기할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로 세자르영화상과 전미비평가협회 연기상을 수상하며 발연기의 오명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 영화를 통해 두 번째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고, 올리비에 아싸야스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단독 주연을 맡겼다. 영화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일인극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모든 장면과 상황을 그녀가 홀로 이끌어나간다. 영화가 가진 주제나 스토리라인은 난해하고 추상적이다. 형이상학적 이야기에 현실의 숨결을 불어넣은 이는 바로 크리스틴 스튜어트이다. 영화를 스토리중심으로 따라가다 보면 미로에 빠지기 십상이겠지만, 가면을 벗고 자신의 진짜 내면과 마주하는 한 여성의 심리적 성장을 중심으로 본다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화적 매력의 결정적 요인인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아마 10대의 우상이자 가십을 몰고 다니는 스타라는 가면을 벗고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해가는 기쁨을 이 예술영화를 통해 느꼈을 것이다. 한 인간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미국인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은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는 퍼스널 쇼퍼다. 최근 쌍둥이 오빠의 죽음을 경험한 그녀는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죽게 되면 특정한 신호를 보내겠다는 오빠와의 약속을 기억하는 모린은 오빠의 신호를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난 널 알아, 너도 날 알고"라는 발신자 불명 문자메시지를 받고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초자연적 호러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예술영화에 호러 스릴러라는 장르적 요소를 결합하였다. 마린의 직업이 퍼스널 쇼퍼라는 점, 그녀가 고향을 떠나 타지를 떠돌며 생활한다는 점, 그리고 죽은 혈육과 끊임없이 접촉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머물지 못한 채 군중 속에서도 외롭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현대인의 대표성을 상징한다. 마린은 허상뿐인 패션계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퍼스널 쇼퍼로 일한다. 남을 대신하여 옷을 골라주는 일이다. 시간이 없고 안목도 없는 유명인을 대신하여, 고용주의 이미지를 만들어주고자 명품 숍을 다니며 쇼핑을 하는 마린은 늘 남을 위해 산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죽은 오빠의 영혼을 느끼는 마린이 정체불명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와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신비로운 현상인 영혼과의 접속이 최신식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은 꽤나 역설적이면서 흥미롭다. 물론 그 익명의 발신자가 혼령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존재를 추적하면서 영화는 후반부 반전을 위해 달려간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논리적 전개와 분명한 결말 및 메시지를 기대한다면 그 기대를 충족시키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묘한 무표정 속에 많은 의미를 담은 마린의 신선한 얼굴과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생각할 거리를 수없이 던진다. 이미지로 존재하는 현대인의 삶,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오인하며 나를 오롯이 알지 못하는 현실, 물질문명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그리고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정체성. 이 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될 것이다. 허영으로 가득한 패션리더로서의 스타 이미지를 벗고 아직 20대 젊은 나이에 자신의 연기관을 성실하게 구축하고 있는 연기자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찬사를 보낸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강단 있게 오가는 그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게 된다. 이미 우디 앨런, 이안 등 전 세계 거장들이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고 있다. 영화의 호불호의 정체를 직접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2017-02-10 04:55:02

[새 영화] 스노든/조작된 도시/발레리나

[새 영화] 스노든/조작된 도시/발레리나

◆스노든 테러 방지라는 이름으로 개인 정보를 불법 수집하는 국가의 감청 행위를 폭로한 스노든의 실화를 극화한 영화. 오스카 수상작 다큐멘터리 '시티즌포'(2014)와 같은 이야기가 '플래툰' '7월 4일생'으로 오스카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백전노장 올리버 스톤의 손에서 재탄생되었다. CIA와 NSA(미 국가안보국) 정보 분석원인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조셉 고든 레빗)은 정부가 테러 방지라는 명분으로 국경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조작된 도시 '웰컴 투 동막골'(2005)의 박광현 감독이 청춘스타들과 함께 만든 범죄 액션 영화. 게임 세계에서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평범한 백수인 권유(지창욱)는 PC방에서 우연히 휴대폰을 찾아 달라는 낯선 여자의 전화를 받게 되고, 영문도 모른 채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모든 증거는 짜맞춘 듯 권유를 범인이라 가리키고, 아무도 그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권유의 게임 멤버이자 초보 해커인 여울(심은경)은 이 모든 것이 단 3분 16초 동안 누군가에 의해 완벽하게 조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발레리나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아이와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좋은 가족용 영화. 불우한 환경의 여주인공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교훈적으로 담았다. 펠리시(엘르 패닝)와 빅터(데인 드한)는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다. 각각 최고의 발레리나와 발명가를 꿈꾸는 그들은 보육원을 벗어나 파리로 향한다. 도착하자마자 우연한 계기로 헤어지게 되고 펠리시는 오페라 하우스 발레 스쿨을 찾아간다.

2017-02-10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컨택트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컨택트

비행물체가 보내는 의문의 신호 인간·외계인 교감 담담하게 그려 세계적 인기 테드 창 소설 원작 드니 빌뇌브식 신선한 반전 일품 SF 영화는 우주여행, 외계인 침공, 미래 사회를 그리는 것 등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중 외계인 침공을 소재로 하는 SF는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제작되기 시작한 이래로 수없이 많이 만들어졌다. 영화 속 외계인 침공은 현 사회의 인종차별주의를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1950년대는 전 세계가 자본주의국가 미국과 사회주의국가 소련을 양대 축으로 하여 냉전 기류가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미국인들은 이 시기 매카시즘이라고 불리는 마녀사냥식 공산주의자 색출로 불안과 공포를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었고, 할리우드는 이러한 상황을 장르영화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시기 SF는 외계인의 침입으로 인간이 위기에 처한다는 스토리 라인을 구축해나갔다. 이러한 재현이 서서히 바뀌어가는 양상이 SF 영화사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는 '미지와의 조우'(1977)와 'E.T.'(1982)에서 인간보다 훨씬 진화한 생명체인 외계인이 인간에게 겸손을 교훈으로 남긴다는 주제 의식을 담았다. 이 장르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인종차별주의와 배타주의에 대한 경고를 담기도 했다. 물론 '에일리언'(1979)이나 '우주전쟁'(2005)처럼 공포스럽고 파괴적인 외계인을 재현한 SF 호러도 동시에 제작되며 다양한 외계인 SF 영화의 진화를 이끌어갔다. 외계인과의 전쟁을 다루는 SF 영화들은 최첨단 무기와 액션, 징그럽고 무섭게 생긴 외계인 형상 등 볼거리와 속도감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장르적 요소들을 떠올리며 '컨택트'를 본다면 완전히 예상이 빗나간다고 느낄 것이다. 빠른 액션이 없다. 대폭발 신이 꼭 한 번 나올 뿐이다. 엄청난 규모와 최신식 테크놀로지를 자랑하는 우주선이 없다. 그러므로 레이저 광선이 팍팍 튀는 최첨단 무기의 대결도 볼 수 없다. 외계인이 특이하게 생겼지만 그다지 무섭게 보이지는 않으므로 볼거리도 별로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이 SF 영화는 다른 곳을 향하는 매우 특별한 영화이다. 그곳은 바로 지적 상상력과 세밀한 심리적 표현이 놓여 있는 곳이다. 그리고 대결과 전쟁이 아닌, 소통과 연대에 대해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외계로부터 날아온 거대한 비행 물체들이 세계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자 인류는 거대한 혼란에 빠진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물리학자 이안(제러미 레너)과 팀을 이뤄 외계인과의 대화에 나선다. 루이스와 이안은 비행 물체 내부로 진입해 '에봇과 코스텔로'라고 이름을 붙인 두 명의 외계 생명체와 마주한다. 그들에게 질문해서 알아내야 할 사항은 '지구에 온 목적이 무엇인가'이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언어 체계 때문에 난항을 겪다가, 대화의 물꼬가 트이게 되지만 그때부터 루이스는 이해하기 어려운 환상을 보기 시작한다. 영화는 불치병을 안고 태어난 딸의 탄생과 죽음을 하나하나 기억하는 루이스의 아픔에서 시작된다. 그녀가 외계인과 소통하고자 애쓰는 장면과 고통스러운 기억은 서로 교차하면서, 외계인과의 접촉 플롯과 루이스와 딸의 가족 플롯이 각기 따로 전개된다. 여느 SF 스릴러처럼 현재와 과거가 뒤섞이는 시간 구조 탓에 긴장감을 통해 몰입감을 끌어내는 구조라고 여겨지는데, 이러한 우리의 SF 보기 관습은 결말부를 향해 가며 완전히 깨진다. 이 영화는 우주적 시간관에 대한 영화이며, 언어가 소통일뿐만 아니라 의식 체계임을 밝히는 철학적인 작품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지적이고 세련된 예술 작품임을 감각적으로 깨닫게 된다.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를 놓아버린다면 말이다. 영화 원제는 도착이란 뜻의 '어라이벌'(arrival)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접촉'이라는 뜻의 제목으로 바뀌었다. 이번 달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등 9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영화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는 캐나다 출신 감독으로 '그을린 사랑'(2010), '프리즈너스'(2013),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에서도 결말부의 충격적인 드러남을 통해 인간성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 영화의 결말도 역시 충격적이다. 이러한 뛰어난 SF 영화의 탄생은 원작소설에 기인한다.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중국계 미국인 SF 소설가 테드 창은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도로서 SF 독자들의 기대와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15개국에 번역된 단편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컨택트의 원작이다. 과학자나 우주탐험가가 아닌 언어학자가 주인공인 이 SF 영화는 시작과 끝, 추억과 고통, 현실과 미래 등 각자의 삶에 던지는 지적인 화두이다. 또한, 신냉전의 징후가 포착되는 트럼프 시대에 던지는 경고이기도 하다.

2017-02-03 04:55:02

[새 영화] 라이언/뚜르: 내 인생 최고의 49일/사랑의 시대

[새 영화] 라이언/뚜르: 내 인생 최고의 49일/사랑의 시대

◆라이언 인도에서 태어나 호주로 입양된 사루 브리얼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 5살 소년 사루는 야간 일을 하러 간 형을 기다리다 기차역에서 잠이 든다. 눈을 뜨니 형은 보이지 않고, 낯선 분위기에 겁이 나 아무 열차에나 올라탄 사루는 길을 잃는다. 얼마 뒤 사루는 호주의 존(데이비드 웬햄)과 수(니콜 키드먼) 부부에게 입양된다. 대학원생이 된 사루(데브 파텔)는 자신의 근본에 대해 궁금해하다가 위성영상지도 서비스 구글어스를 통해 고향을 검색한다. ◆뚜르: 내 인생 최고의 49일 희귀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이윤혁의 도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윤혁은 아마추어 보디빌더이자 체육교사를 꿈꾸던 26살 청년이었다. 항암 치료를 중단한 그는 국제 사이클대회 뚜르 드 프랑스 완주를 위해 매일 4시간씩 사이클 훈련을 한다. 드디어 그는 프랑스에 도착하고 49일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첫 페달을 밟는다. 윤혁의 외로운 사투와 팀원들 간의 유머러스한 상황과 갈등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는 감동적이고 숭고한 인간 드라마다. ◆사랑의 시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덴마크 멜로드라마. '더 헌트'(2012)로 유명한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신작으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에릭(울리히 톰센)과 안나(트린 디어홈) 부부는 상속받은 대저택에서 살게 된다. 공동체 생활에 동경을 품고 있던 안나는 친구들과 함께 살자고 에릭을 설득한다. 부부는 자유분방한 친구 올레를 시작으로 입소 테스트를 거쳐 동거인들을 들이고, 대인원이 된 그들은 규칙을 만들어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즐긴다.

2017-02-03 04:55:02

설연휴 극장가, 특급 미남? 액션 여걸? 누구랑 스크린뷔페 갈까

설연휴 극장가, 특급 미남? 액션 여걸? 누구랑 스크린뷔페 갈까

#쏟아지는 다양한 메뉴 사회적 화두 던진 '더 킹'과 '공조' 美'日 애니 '너의 이름은''모아나' 블록버스터 대작 '레지던트 이블 #감동과 유머 맛보려면 아카데미 14개 후보작 '라라랜드' 가족 로맨틱 코미디 '매기스 플랜' 김시스터즈 생애 다큐 '다방의… ' 여느 때와 달리 긴박하게 돌아가는 정치적 사건사고들로 화젯거리가 많은 설 연휴다. 가족·친지들과 함께, 혹은 친구들, 연인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유흥거리를 나눌 유용한 공간이 바로 극장이다. 설 연휴 극장에는 어떤 흥미로운 영화들이 관객을 유혹할까. 1월 말 현재 박스오피스를 살펴보면, 한국영화 '더 킹'과 '공조'의 1, 2위 경쟁이 뜨겁다. 현 정권의 레임덕과 대선 시계가 빨라진 만큼 정치에 대한 관심과 정의로운 사회 건설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을 극장가도 반영한다. 30년에 걸친 정치검찰의 흥망성쇠를 그리는 코미디로, 정의로운 검찰에 대한 집단적 열망이 담긴 '더 킹'은 지난주 개봉하여 계속해서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남북 형사의 예측 불가능한 공조를 그리는 액션영화 '공조'가 만만치 않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조인성과 정우성 대 현빈과 유해진, 남자 스타 콤비 플레이의 대결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현재 애니메이션이 흥행 선두 그룹을 차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 시대를 여는 재패니메이션의 흥행 성공과 방학 시즌이라 어린이 관객, 가족 단위 관객의 극장가 나들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타임 슬립, 보디 체인지를 소재로 하는 재패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내한해 세월호 참사에서 충격을 받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인터뷰를 한 후 영화 자체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영화 외적인 요소도 이슈를 모아 장기 흥행에 돌입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잇는 작품 '모아나'는 태평양 섬의 이야기와 문화를 애니메이션화하였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최우수상과 주제가상 등 2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한국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W: 블랙미러의 부활'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동용 애니메이션 중 하나다. 2014년에 방영한 후 완구 시장에서 터닝메카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카드와 미니카가 대형 로봇으로 변신하는 볼거리를 커다란 화면으로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다. 어린이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작품이다. 2월 26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덕분에, 설 연휴에는 아카데미 후보작들과 만나며 시상식 결과를 미리 예측해보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 아카데미 역대 최다인 14개 부문 후보에 오른 '라라랜드'는 반복 관람을 이끌며 장기 흥행하고 있는데, 작품상, 감독상, 남녀배우상, 각본상, 촬영상 등 주요 부문에서 동반 수상이 예상되는 강력한 작품이다. 배우를 꿈꾸는 여자와 재즈 연주자를 꿈꾸는 남자의 사랑과 갈등을 고전 뮤지컬 형식에 담아 그려낸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환희와 고통 속에 표현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나이 든 관객의 향수와 명작을 새롭게 확인하고자 하는 젊은 관객의 바람을 담은 재개봉작들도 훌륭하다. 감독판으로 재편집된 확장 버전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판타지 어드벤처의 전설을 재확인하는 기회이다. 영국 탄광촌 발레 소년의 성장기 '빌리 엘리어트'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관객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이번 주에 개봉하는 작품들은 대작보다는 예술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다양성 영화가 주를 이룬다. 김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방의 푸른 꿈'은 1950년대에 미국에 진출해 성공한 걸 그룹이 우리에게도 있었음을 기록 화면을 통해 확인해준다. 영화는 애자, 숙자, 민자 자매로 구성된 3인조 걸 그룹 '김시스터즈'의 미국 진출기와 그들의 생애를 조망한다. 한국전쟁 당시, 음악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자매들로 결성된 김시스터즈는 주한 미군 부대에서 큰 인기를 얻은 후 미국에 진출하기에 이른다. 노래, 춤, 악기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했던 김시스터즈는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 스톤즈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만 출연한다는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하며 큰 사랑을 받는다. 세월이 지난 지금,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는 김민자는 열정적이었던 당시를 회고하며 음악가인 남편 토미 빅과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전설의 가수 '목포의 눈물'의 이난영과 일제강점기 시대 천재 뮤지션 김해송의 자녀이자 조카인 이들의 활약상을 설명하려고 삽입되는 흑백의 옛 영상들을 통해 대중음악사 조각들이 촘촘하게 꿰어진다.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사 자료로서도 훌륭한 작품이다. '재키'는 1960년대 초 대중문화의 시대에 등장한 미국의 진보적이고 젊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내조자였던 재클린 케네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기영화다. 이 작품에서 재키를 연기하는 나탈리 포트먼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블랙 스완' 이후 두 번째 수상을 기다린다. 영화는 케네디 암살 후 '라이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를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의 슬픔과 별개로 케네디 시대의 등장과 퇴장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블랙 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피노체트, No.'(2012)와 '네루다'(2016) 등 전기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칠레 출신의 파블로 래레인이 연출을 맡았다. 뉴욕 배경의 로맨틱 코미디 '매기스 플랜'은 결혼, 출산, 가족에 대해 달라진 현대인의 시대 의식을 담는다. 거대 예산의 블록버스터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은 15년간 이어진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최종편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상을 구할 백신에 대한 결정적 정보를 입수한 인류의 유일한 희망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파멸의 근원지 라쿤 시티로 돌아와 엄브렐라 그룹과 벌이는 마지막 전쟁을 그린다. 밀라 요보비치의 한층 업그레이드된 강렬한 액션 연기가 관람 포인트이다. 또한, 한류스타 이준기가 엄브렐라 그룹의 아이삭스 박사(이아인 글렌)와 함께 행동하는 악역 리를 맡아 열연한다.

2017-01-27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더 킹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더 킹

1980년부터 2009년 현대사 30년 요리조리 변신 '철새' 검사 일대기 반전·역공…시궁창 같은 현실 풍자 조인성'정우성 앙상블 '안구 정화' 그는 목포 출신, 고등학교 일진 싸움왕이다. 어느 날 주먹왕에 사기꾼으로 목포 일대를 주름잡던 아버지가 집안으로 들이닥친 검사님의 옷자락을 잡고 고개를 조아릴 때, 진정한 힘은 권력에서 나온다는 걸 깨닫는다. 날렵한 몸으로 주먹을 흔들어봐야, 앞자리에 자리 잡고서 책에 코를 박고 있는 멸치 여드름 박사 안경쟁이들의 발아래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세상사의 법칙이란 것을 아는 순간 그의 운명은 변한다. 영화는 서울대 법학과 85학번 박태수의 회고록이다. 컬러TV가 시작된 1980년부터 한 대통령의 서거가 있던 2009년까지 30년 세월을 다룬다. 조인성의 말 빠른 내레이션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5명 대통령의 시기에 요리조리 변신했던 한 검사의 일대기를 읊는다.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복고풍,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하는 정치 드라마, 남자 스타들의 앙상블 등 최근 한국영화의 흥행 요소들을 두루 가져왔다. 2013년도에 910만 관객을 모은 흥행작 '관상'의 한재림 감독의 차기작이며, '쌍화점' 이후 9년 만에 주연을 맡은 조인성의 복귀작이다. 또한, 관록의 미남 배우 정우성이 카리스마 연기를 펼친다는 점에서 '더 킹'은 자연스레 2017년을 여는 최고 화제작으로 관심을 모은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 사태 이전인 지난해 초에 촬영이 시작된 작품이지만, 최고 권력층의 갖가지 비리와 불법이 하나씩 드러난 지금, 시기를 잘 만난 작품임이 틀림없다. 검사 박태수(조인성)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자 한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부장검사 한강식(정우성)과 그의 수하 양동철(배성우)을 만나게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라인을 갈아타며 권력을 잡는 이들에게 어느 날 위기가 도래하고, 강식은 태수를 정리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태수의 오랜 벗이자 조폭인 두일(류준열)은 사고를 치며 태수를 곤란하게 만든다.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처럼 실제 역사 속에 살아간 한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서사구조를 갖춘다. 또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처럼 엄청난 권력과 부를 향해가다 좌절한 한 개인의 흥망성쇠를 화려하고 빠른 리듬감의 스타일을 통해 이야기를 엮어간다. 주인공의 일인칭 시점과 독백, 극적으로 치닫는 그의 인생 연대기는 다이내믹한 스타일과 속도감 있는 전개 방식에 실린다. 권력 기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무거운 주제가 풍자적인 캐릭터화와 현란한 각종 표현적 스타일 탓에 코믹하게 전달된다. 상황 전개의 가벼움으로 인해 영화는 무게감이나 성찰성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낄낄거리며 울분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적 효과에 방점을 찍는다. 신군부 쿠데타에서 민주정부를 지나 신권위주의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정권과 함께하며 권력을 휘둘렀던 검찰 조직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국민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현재, 영화는 검찰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과 열망이 반영된다. 권력에 맞게 얼굴을 바꾸어왔지만, 이제는 진짜 정의로운 검찰 조직을 바라는 집단의 희망 섞인 바람은 몇몇 영화들에서 발휘되어왔다. '부당거래'처럼 깰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가 관객으로부터 훌륭한 평가를 받았지만, '내부자들'처럼 진짜 정의로운 검사가 권력욕의 화신이 되길 거부하고 정의의 편에 서는 판타지 같은 결말에 관객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영화는 현실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매체이며, 또한 집단의 기원을 환영적으로 해소해 주기도 한다. 현실이 막장일수록 영화에서나마 판타지 같은 행복한 결말을 염원하는 것이다. '더 킹'에서 거듭하는 반전과 역공은 시궁창 같은 현실을 한 발짝 떨어져 키득거리며 감상하게 하는 오락적 힘을 가진다. 30년 시간 전개는 시대별, 공간별로 달라지는 프로덕션 콘셉트 덕분에 지루하지 않으며, 실제 대통령들의 영상이 군데군데 삽입되어 한국 현대사를 한눈에 보는 재미를 준다. 권력자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서 그들의 시스템을 공격하는 영화의 이야기 전개에서 정치 검찰은 샤머니즘을 신봉하며 계절에 맞게 철새처럼 이동하는 우스꽝스러운 속물적 모습으로 표현된다. 현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영화 제작에도 정권이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재갈을 물려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비판정신과 풍자정신으로 충만한 영화가 밀려올 때이지만, 그 통쾌함은 권력자의 기세가 등등할 때만 못한 것 같다. 여러모로 전환기인 지금, 정치 풍자 서사가 다양한 장르의 틀 안에서 멋지게 변주되는 양상은 계속될 것이다.

2017-01-20 04:55:02

[새 영화] 공조/단지 세상의 끝/도쿄 연애사건

[새 영화] 공조/단지 세상의 끝/도쿄 연애사건

◆공조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으려고 남북한 공조수사가 시작되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특수부대 북한 형사와 임무를 막아야 하는 생계형 남한 형사의 예측할 수 없는 팀플레이가 펼쳐진다. 현빈과 유해진의 공조에 김주혁, 장영남, 임윤아, 이해영, 이동휘 등 조연 진의 면모가 화려하다. 북한 형사 림철영(현빈)은 자신의 아내를 죽인 후 위조지폐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동판을 훔쳐 달아난 북한 특수부대 조직의 리더 차기성(김주혁)을 잡으려고 서울로 따라 내려온다. ◆단지 세상의 끝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유명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려고 고향을 떠난 지 12년 만에 집을 찾는다. 정성껏 요리를 준비한 어머니(나탈리 베이), 오빠에 대한 환상과 기대로 예쁘게 치장한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 못마땅한 표정으로 동생을 맞이하는 형 앙투안(뱅상 카셀), 그리고 처음으로 루이와 인사를 나누는 형수 카트린(마리옹 꼬띠아르)이 그를 맞이한다. 시끌벅적하고 감격적인 재회도 잠시, 가족들은 저마다 감정을 쏟아낸다. ◆도쿄 연애사건 스무 살 청춘과 친구 아버지 사이의 로맨스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일본 로맨틱코미디. 대학 새내기가 된 마야(안도 와코)는 친구 타에코(키시이 유키노)에게 타에코의 아빠를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다. 타에코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마야의 마음은 점점 더 커지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타에코의 부모가 이혼을 선언하고 마야의 적극적인 애정공세가 시작된다.

2017-01-20 04:55:02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7년-그들이 없는 언론

부당하게 '잘린' YTN·MBC 기자들 해직무효소송서 승소하기까지 과정 파업 당시 현장 영상·생생한 인터뷰 시대의 아픔 그대로 전해져 '울컥' 지난해에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의미 있는 흥행을 하였다. 국가기관에 의한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자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각각 14만, 19만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이 수치는 다큐멘터리 시장에서는 엄청난 성공으로 자축해도 될 정도의 기록적 숫자다. 2009년에 개봉하여 300만 관객을 모으며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불멸의 기록을 남겼던 '워낭소리' 이후 극장용 다큐멘터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후 '울지마 톤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춘희막이' 같은 다큐멘터리들이 줄줄이 성공했는데, 이 영화들은 모두 사람들의 드라마 같은 일상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은 이전과 다른 상황을 맞이하였다. 공영방송사들은 줄줄이 '공정 방송'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파업에 돌입하였고, 20여 명의 언론인이 해직되었으며, 수십 년을 이어온 탐사 보도 프로그램들이 폐지되거나 축소되었다. 2014년 세월호 보도가 정점을 찍게 되는데, 언론사의 오보나 왜곡 보도를 통해 국민과 세월호 피해자를 분리시키는 방식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시민들은 기성 언론이 기사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의미에서 '기레기'로 부르며 기성 언론인들을 공격했고, 대안 언론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공중파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진실,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또한 다큐멘터리이다. 그리하여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이라는 저널리즘 다큐멘터리가 휴먼 다큐멘터리 못지않게 극장에서 관객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바야흐로 방송에서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진실을 극장에서 찾는 경향이 생겨나게 되었다. 지금의 상황은 극장용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기회이지만, 방송 다큐멘터리의 위기이기도 한 것이다. 방송을 통제하고 언론인의 입에 재갈을 물린 후 수년이 흘렀고, 감시받지 않은 정권은 한계를 모른 채 법 위에 군림하였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그 끝을 보고 있다. 언론의 공정한 보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권력자도 깨닫고 있을 것이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를 카메라에 담는다. YTN에 이명박 정권 특보 출신 사장이 선임되자 파업이 시작된 해에서 MBC 해직 정직 소송에서 해직 언론인들이 승소하기까지의 7년이다. YTN과 MBC의 해직 언론인의 과거와 현재가 EBS PD 출신인 김진혁 감독에 의해 그려진다. 김진혁 감독은 '지식채널 e'를 연출했던 PD로, 반민특위를 소재로 프로그램을 만들다 외압에 의해 방송사를 스스로 나왔고, 이 장편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고 있다. 영화는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을 통해 정권에 의한 언론 장악의 과정과 그 때문에 붕괴한 저널리즘을 재조명한다. 영화에는 거칠게 촬영된 파업 당시의 현장 영상들이 삽입되고, 7년이 지난 후 회고조로 당시와 지금을 이야기하는 해직 언론인 당사자들의 인터뷰가 실린다. 거칠지만 진정성이 있는 다큐멘터리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내고 있다. 공정 언론을 사수하고자 하는 사명감을 지닌 공인일 뿐 아니라, 한 가족의 일원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직업을 잃은 그들의 아픔과 회환이 그대로 전해져 울컥하게 된다. 상식적으로 살고자 했던 그들이 모욕을 받으며 떠난 자리가 얼마나 큰가는, 기레기라 통칭하며 공식 언론을 믿기 꺼리는 시민들의 현재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야만이 지배하던 시대가 가고 이제 곧 오게 될 새벽을 기다리며, 다시는 이런 역사가 없기를 다큐멘터리를 통해 또 한 번 깨닫는다. 다큐멘터리가 재미없다는 편견을 버리고, 너무 비장한 심정으로 대하지 않으며 이 작품을 보면 의외로 깨알같이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방송사 전 사장들의 비논리적이고 구차한 말들은 거리를 두고 보면 코미디이다. 모두 함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자니 힘겹지만, 이 또한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한 집단 학습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겨낼 용기가 생겨난다. 해직 언론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곳, 어서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길 응원한다.

2017-01-13 04:55:01

[새 영화] 모아나/어쌔신 크리드/녹터널 애니멀스

[새 영화] 모아나/어쌔신 크리드/녹터널 애니멀스

◆모아나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가 2017년을 맞이하며 선보이는 신작. '겨울왕국' '주토피아'의 성공을 이어가도록 이번에는 바다를 선택했다. 소녀 모아나가 부족의 저주받은 섬을 구하려고 모험에 나서는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모투누이 섬이 저주에 걸리자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는 섬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항해를 떠난다. 저주를 풀려면 오직 신이 선택한 전설의 영웅 마우이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아나는 마우이를 우여곡절 끝에 설득하여 운명적 모험을 함께 떠나게 된다. ◆어쌔신 크리드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로, 유전자 속 기억을 통해 과거로 모험을 떠나는 서사구조를 통해 과거와 현재, 선과 악을 대립적으로 보여주는 블록버스터 영화.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어둠의 길을 걸었던 사형수 칼럼 린치(마이클 패스벤더)는 앱스테르고의 과학자 소피아(마리옹 꼬띠아르)에 의해 납치된다. 칼럼 린치는 과거의 비밀을 캐내기 위한 일환으로 유전자 속에 숨겨진 기억을 통해 15세기로 이동한다. ◆녹터널 애니멀스 구찌 디자이너 출신 감독 톰 포드가 '싱글 맨'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모든 것을 가졌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사는 수잔(에이미 아담스)은 어느 날, 소설가를 꿈꾸던 이혼한 전 남편 에드워드(제이크 질렌할)로부터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제목의 소설을 받는다. 그의 이야기 속 슬프고 폭력적인 사연의 주인공이 되어 있는 수잔은 잊었던 과거의 기억으로 혼란과 충격에 빠진다.

2017-01-13 04:55:01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너의 이름은.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너의 이름은.

딴 세상 꿈꾸는 두 학생 '체인지' 판타지에 깃든 사회적인 메시지 후반부 등장하는 비극적 상황들 원전 폭발·세월호 떠올라 '뭉클' 복잡한 빌딩 숲 도쿄에서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오가며 바쁜 생활을 하는 남자 고등학생, 한적하고 인구도 적은 시골 마을에 살며 마을에 전통으로 내려오는 바느질을 배우거나 제사를 치르는데 공을 들여야 하는 여자 고등학생. 둘은 다른 세계를 동경한다. 도쿄 소년 타키는 따뜻하고 소탈한 곳을 그리워하고, 시골 소녀 미츠하는 도시에서 화려하게 카페 생활을 해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어느 날, 그들의 소망이 이뤄지는 꿈을 꾼다. 영화는 타임슬립, 몸체인지, 데자뷰, 인연과 운명 등 멜로드라마 장르의 관습적 요소들을 가져온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전형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매우 거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폭발력을 가진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며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애니메이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일본에서 1천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수치는 일본영화 역대 흥행 순위 4위이며, 애니메이션으로서는 2위의 기록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3위)과 '원령공주'(4위)라는 전설적인 애니메이션들을 넘어섰고, 오직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전설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 애니메이션들로 채워진 역대 흥행 순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 흥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중국에서 개봉 3일 만에 1천만 관객을 동원하였으며, 아시아 5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LA 비평가협회상 애니메이션 상을 받음으로써 다음 달 개최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의 수상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는 '초속 5센티미터'로 한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는데, 1인 창작 시스템으로 완성한 그의 애니메이션 세계는 그만이 가진 작가적 개성으로 충만하다. 인물 표현에서 극적인 명암 대비, 그리고 실제 배경을 사진으로 촬영한 후 배경을 디테일하게 그리는 그만의 장인 정신은 애니메이션을 사실감 넘치는 실사영화처럼 보이게 한다. 빛의 장인이며 '배경 왕'이라는 별명이 괜한 것이 아니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확인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세밀한 표현들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입체적이고 서정적인 그림체는 그림의 기술에만 기반한 것이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너의 이름은.'을 고퀄리티 애니메이션으로 한껏 끌어올린다. 도쿄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는 서로 몸이 뒤바뀌는 꿈을 꾸는데, 반복되는 꿈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들의 뒤바뀜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타키는 미츠하를 만나러 시골로 가지만, 두 사람은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사뭇 다르다. 전반부는 남녀 육체가 바뀌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낯선 경험, 시골과 도시의 대비, 전통과 현대적인 것의 교차 등에서 유러머스한 상황들을 펼쳐낸다. 이 가운데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 미지의 인물에 대한 신선한 호기심 등 10대 로맨스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그려진다. 그러나 타키가 미츠하를 만나러 가는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두 사람은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재난영화의 비극적인 상황을 가져온다. 극을 위해 도입된 허구적 사건이지만, 영화 속 사건은 일본인들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은 쓰나미로 인한 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한국인에게도 유사한 기억이 소환된다. 바로 '세월호'다. 이 영화가 쓰촨성 대지진이라는 집단 트라우마를 가진 중국을 비롯하여 쓰나미 상처를 안고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영화 후반부에서 표현되는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집단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을 영화 속 캐릭터들의 활약에 의해 위안받고,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애도의 마음과 위로의 감정으로 뭉클해진다. 꿈처럼 서로 뒤바뀌는 체험을 하는 소년 소녀가 잠에서 깨어나면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애달파한다.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기억을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서로의 징표를 간직함으로써 기억하려는 캐릭터들의 안타까운 노력은 영화를 보는 내내 커다란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건, 그리고 그 이름들. 오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고자 한다.

2017-01-06 04:55:01

[새 영화] 여교사/패신저스/파파좀비

[새 영화] 여교사/패신저스/파파좀비

◆여교사 독립영화 '거인'(2014)의 김태용 감독이 내놓은 상업영화 신작이다. 비정규직, 을(乙), 흙수저, 여성인 한 기간제 교사가 정직원이며 이사장 딸인 후배 교사에 대해 느끼는 열등감, 그리고 그에 대비돼 상승하는 자존심이 극적으로 충돌하는,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두 여성 사이에 소년 로리타 같은 존재로 그려지는 제자와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두 사람의 위치를 엎치락뒤치락시키며 서스펜스가 지속된다. 계약직 교사 효주(김하늘)는 자기가 될 차례였던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이 몹시 거슬린다. ◆패신저스 '이미테이션 게임'(2014)의 감독 '모든 틸덤'의 신작 SF 블록버스터. SF에 사랑과 희생의 멜로드라마적 장치를 가져왔다. 120년 후의 개척 행성으로 떠나는 초호화 우주선 아발론호에는 새로운 삶을 꿈꾸는 5천258명의 승객이 타고 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과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은 90년이나 일찍 동면 상태에서 깨어나게 된다. ◆파파좀비 백수 생활만 올해로 4년째인 아빠는 하는 일마다 허탕에, 면접은 매번 낙방이다. 아빠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엄마, 철없는 삼촌, 아무 생각 없는 5살 동생과 살고 있는 승구는 아빠의 사업 실패로 이사 온 수상한 동네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동네에 좀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좀비 얼굴이 낯이 익다. 바로 아빠가 아닌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승구는 좀비가 된 아빠를 퇴치해야 한다고 결심한다. 아빠는 승구의 오해를 풀어줄 수 있을까.

2017-01-06 04: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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