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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강의 LIKE A MOVIE]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수조 갇힌 채 실험 당하는 반인반어 목소리 잃어버린 실험실 女 청소부 불완전한 존재 간의 따뜻한 로맨스 판타지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기괴하지만 동화 같은 영상미 선사 *해시태그 : #아카데미13개부문후보 #판타지 #기예르모 델 토로 *줄거리 :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 미 항공우주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일하는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곁에는 수다스럽지만 믿음직한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서로를 보살펴주는 가난한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가 있었다. 어느 날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가 수조에 갇힌 채 들어오고, 엘라이자는 신비로운 그에게 이끌려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음악을 함께 들으며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목격한 호프스테틀러(마이클 스털버그) 박사는 그 생명체에게 지능 및 공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험실의 보안책임자인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그를 해부하여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 하자 엘라이자는 그를 탈출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3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다. 최고 화제작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전 세계 언론의 극찬 속에 개봉작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국내 관객들의 이목도 사로잡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미리 살펴본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은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다. 언뜻 미녀와 야수를 떠올리게 하는 엘라이자와 괴생명체의 로맨스는 기괴하다. 하지만 괴기스럽기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서로 다른 종(種)의 이해와 공감으로 궁극적 사랑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상을 넘어서 꿈을 꾸는 듯 오묘한 느낌의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의 배경은 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 항공우주연구센터 비밀 실험실에서 야간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일어나 도시락을 챙겨 출근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 버려져 고아로 자라며 목소리를 잃었다. 엘라이자의 유일한 가족은 이웃집에 사는 가난한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이며, 친구는 수다스럽지만 믿음직한 직장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다. 어느 날, 실험실에 남미에서 잡힌 괴생명체가 수조에 갇힌 채 들어온다. 괴생명체는 반인반어로 아마존 부족에게 신처럼 숭배받는 존재다. 엘라이자는 신비로운 그의 모습에, 마치 첫눈에 반한 듯 묘한 호감을 느낀다. 두려움도 없이 괴생명체에게 다가가 달걀을 건네고 음악을 들려주며 점점 가까워진다. 말을 못하는 엘라이자는 괴생명체와 교감을 하며 엘라이자의 마음은 어느덧 호기심이 아닌 애정으로 바뀌게 된다. 엘라이자가 괴생명체와 있는 모습을 본 호프스테틀러(마이클 스털버그) 박사는 괴생명체에게 지능과 공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실험실의 보안책임자인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생명체를 해부해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엘라이자는 괴생명체를 구출할 계획을 세운다. 괴생명체는 전지전능한 신처럼 강하지만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약자이기도 하다. 미지의 존재이기에 두려움의 대상이며 동시에 숭배의 대상이다. 그는 철저하게 엘라이자에 의해 움직인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는 대부분 엘라이자가 있다. 엘라이자가 건네주는 음식을 먹고, 엘라이자가 들려주는 음악에 반응한다. 엘라이자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이들의 대화에서 오히려 장점으로 발휘된다. 둘 사이에는 인간의 언어로 소통이 불가하기에 수화가 사용된다. 엘라이자는 간단한 수화를 알려주고, 이를 통해 엘라이자는 상황을 이해하면서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인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엘라이자와 낯선 세상에 고립된 괴생명체가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교감하게 된 것이다. 반면 엘라이자는 말은 없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적극적이다.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꽤 과감하게 그려지는데 그녀의 행동에는 어떠한 주저함도 흔들림도 없다.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인 엘라이자의 모습은 집착으로도 느껴진다. 언어 이해와 공감 능력은 있지만 말할 수 없는 그는 어쩌면 엘라이자에게 필요했던 존재였을지도. 엘라이자의 직업 또한 의미심장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고 하루의 고단함을 욕조에서 푼다. 반대로 잠시 물 밖에서 지낼 수 있는 반인반어인 괴생명체는 대부분 대형 어항 안에 묶여있는 신세다. 그래서 그들의 감정 교류는 더 애틋하고 절실해진다. 인간 세계에서 수화는 신체적 장애자를 위한 불완전함을 대변한다. 하지만 언어가 소통되지 않는 괴생명체 앞에서 수화는 가장 훌륭한 대화로 탈바꿈한다. 엘라이자는 괴생명체가 자신을 불완전한 존재 대신 있는 그대로 본다고 말한다. 엘라이자는 그 앞에서 만큼은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보면 '셰이프 오브 워터'는 성소수자와 여성, 흑인, 장애인을 스트릭랜드로 대표되는 사회주류계층과 대립점에 놓으면서 연대 의식을 가진다.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가 인종 차별, 장애인 차별, 여성 비하 등 발언을 일삼는 인물이기에 이런 점은 더 노골적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설정이 빚는 주제 의식보다 시각적 아름다움과 따뜻한 로맨스에 더 집중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세이프 오브 워터'는 곳곳이 물로 채워져 있다. 첫 장면부터 물 속 장면으로 시작하여 영화는 어두운 블루톤이 지배적이지만 그리 무겁지 않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디테일과 뮤직비디오 같은 주옥같은 OST가 맞물려지며 둘의 사랑은 감미롭게 펼쳐진다. 스토리 역시 따뜻한 로맨스를 그리고 있으며 때로는 웃음을 주는 코믹한 상황도 있다. 샐리 호킨스는 수화와 눈빛으로만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감정은 말보다 진했으며 대사 한마디 없이도 고고하게 빛났다. 잔혹동화 같은 기괴한 영상미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매력. 그게 바로 이 영화를 보는 재미다. 판타지의 거장으로 불리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그 분야의 장인답게 빠져드는 스토리에 매력적인 비주얼의 판타지 로맨스를 완성했다. 감독은 섬세한 교감을 통해 사랑은 다가오고, 사랑의 힘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심어준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리얼하게 그려낸 반인반어의 괴생명체와 엘라이자 역 샐리 호킨스의 연기력은 영화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2018-02-23 00:05:00

'게이트' 임창정 "웃기고 싶을뿐··· 국정농단 다룬 영화 아녜요"

'게이트' 임창정 "웃기고 싶을뿐··· 국정농단 다룬 영화 아녜요"

28일 개봉하는 '게이트'는 본격적인 시국 풍자극을 표방하는 영화다.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던 김규철 검사가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직후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지난 정권에서 권력 핵심부를 겨냥했다가 갖은 불이익을 떠안은 검찰 내 일부 인사들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좌천당하거나 옷을 벗은 정도가 아니다. 규철은 바보가 됐다. 기억을 잃어 자신이 한때 검사였는지도 모른다. 혀짧은 목소리로 옆집 사는 처자 소은에게 구애하다가 결국 그녀와 함께 금고털이에 가담하게 된다. 바보인 규철이 집단 도둑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란 고작 망을 보거나 어수선한 몸짓으로 감시자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일 정도. 노란색 이소룡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바보를 연기한 임창정을 20일 만났다. "영화에서 최순실이라고 한 적 없잖아요? 강남의 어느 아줌마예요. 그 아줌마가 비리를 저질렀다고 한 것도 아니고요. 국정농단 사건을 다룬 건 아녜요." '게이트'는 촬영을 시작하던 지난해 봄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역사적 평가가 채 시작되지도 않은 대형 사건을 실시간에 가깝게, 그것도 코미디 영화에 담는 게 무리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영화 속 캐릭터에는 실제로 국정농단 사건에 관계된 인물들이 반영됐다. 배우 정경순이 머리에 선글라스를 얹고 의상실에서 '갑질'을 한다. 강남 아줌마는 비밀금고에 거액의 현금을 숨겨놓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상 강남 아줌마가 등장할 필요는 없다. 김규철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도둑질에서 그의 역할은 전직 검사 신분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검사가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이었어도 이야기는 같다. 결과적으로 국정농단 사건에 얽힌 인물들을 금고털이 이야기에 얹었을 뿐이다. 국정농단의 구체적 과정은 상징적으로도 그려지지 않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풍자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냥 웃기고 싶었어요. 뭔가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요. 가벼운 느낌의 '도둑들'을 하려고 했는데 그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보여드리는 거예요. 커다란 사건사고들을 겪으면서 작년과 올해를 보냈고 내년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완성되는 사이 검찰과 법원에선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법적 처벌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 이에 반해 영화는 관객에게 현실과 결부된 카타르시스를 주지도 않는다. 임창정은 "단죄는 촛불이 했다"며 "영화가 왜 해결을 안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국이 해결했고 영화는 그걸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훨씬 노골적으로 국정농단 사건을 반영한 장면들이 많았다고 한다. 신동엽 감독에게 "제정신이냐, 미친 것 아니냐"고 했다. "욕먹으니까요. 지난 한해 동안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사람들한테…. 말려주고 싶었어요." 완성본 '게이트'는 일종의 절충안으로 나왔다. 임창정이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이유는 따로 있다. 주연에 음악·제작까지 맡으며 공을 들였다. 처음에는 '치외법권'(2015)을 함께 했다가 관객수 34만명으로 흥행에 쓴맛을 본 신동엽 감독에 대한 의리로 시작했다. 신 감독은 개명까지 해가며 절치부심하던 차였다. "처음에는 우정출연 정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돈이 좀 필요한 것 같아서 좀 넣다가, 공동으로 영화사를 하나 만들어서 같이 하게 됐어요. 첫 작품이 '게이트'예요." '치외법권'과 지난해 '로마의 휴일'(13만명) 등 근작들의 흥행참패에 부담을 느낄 만도 하다. 그러나 임창정은 "최선을 다해 이끌어낸 결과라면 후회하지 않는다"며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단기간을 놓고 보면 가수로서, 연기자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다가 내려온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100년을 살 거예요. 어느 땐가 좋은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칠순 돼서 남우주연상 받고 '40대에 영화마다 망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네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죠.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래요." 연합뉴스

2018-02-21 08:38:11

[박스오피스] '블랙 팬서' 설연휴에 250만명 봤다··· 압도적 1위

[박스오피스] '블랙 팬서' 설연휴에 250만명 봤다··· 압도적 1위

마블 영화 '블랙 팬서'가 설 연휴 극장가의 최강 히어로 자리를 차지했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블랙 팬서'는 설 연휴(15∼18일)에 246만4천297명을 불러모으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역대 설 연휴 기간 개봉한 외화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은 '적벽대전 2부-최후의 결전'(2009) 이후 처음이다. '블랙 팬서'는 지난 14일 공개된 뒤 개봉 2일째 100만 명, 개봉 4일째 200만 명을 돌파했으며 개봉 5일째인 18일 300만 명을 넘어섰다. 김명민·오달수 콤비의 코믹 사극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은 이 기간 85만7천488명을 동원하며 흥행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1년과 2015년 각각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전편들만큼의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강동원 주연의 '골든슬럼버'는 설 연휴에 81만1천953명이 관람해 3위에 올랐다. 총 관객수는 98만2천155명으로, 1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주혁의 유작인 '흥부'는 27만4천400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누적 관객 수는 32만1천876명이다. 이외에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극장판 11-감벽의 관', '코코', '패딩턴2' 등이 가족 관객을 끌어들이며 각각 5∼7위를 차지했다. 올해 설 연휴 때 극장을 찾은 총 관객은 487만8천652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나흘간(583만명)보다 100만 명가량 줄었다. 한국영화들의 예상 밖 흥행 부진과 동계올림픽 응원 열기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올림픽과 극장 관객 수는 큰 상관관계가 없지만, 개최도시와 시차가 적거나 국내에서 열릴 경우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8-02-19 08:57:26

[이사강의 LIKE A MOVIE] 장르 푸짐하네 골라보는 재미

[이사강의 LIKE A MOVIE] 장르 푸짐하네 골라보는 재미

이번 설 연휴 극장가는 여느 때보다도 풍성하다. 국내 4대 투자배급사가 모두 한 편씩 대작을 내놓았고,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시리즈까지 가세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양새도 다양하다. 범죄 드라마, 코미디, 애니메이션, 히어로 액션물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설 연휴, 아쉽지 않은 두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영화를 봐야 할까. # 코믹수사극-조선명탐정3: 흡혈괴마의 비밀 믿고 보는 설 연휴 대표 시리즈 두 시간 내내 웃고 싶다면 강추! 조선명탐정3는 괴마의 출몰과 함께 시작된 연쇄 예고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 기억을 잃은 여인 월영(김지원)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코믹 수사극이다. 매년 설에 개봉해 300만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뒀던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이미 믿고 보는 우리 영화가 되었다. 이번에는 흡혈귀라는 소재를 더해 신선함을 더했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높아지며 기존 1편과 2편보다 추리의 재미는 다소 낮아졌지만 오락 영화의 장르적인 성격, 또한 전 연령대를 상대로 한 설 연휴 대표 영화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돌아왔다는 평이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연기는 언제나 그래 왔듯 훌륭하고 이 작품의 히든카드라는 김지원은 연륜 있는 두 배우 사이에서도 기울지 않고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조선명탐정은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시리즈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고, 8년을 이어온 시리즈의 고유한 코드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하다. 호불호를 떠나 절대 지겨울 리 없는 영화로 두 시간 동안 생각 없이 웃고 싶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면 된다. # 액션-블랙 팬서 마블 스튜디오 새 히어로 활약 왕좌 노리는 숙적들 음모 맞서 최고 기대작은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액션 영화 '블랙 팬서'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첫선을 보여 화제를 모은 블랙 팬서의 솔로 무비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블랙 팬서'는 아프리카의 최빈국으로 알려진 와칸다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가 와칸다에만 존재하는 최강 희귀금속 '비브라늄'과 왕좌를 노리는 숙적들의 음모를 막아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블랙 팬서는 아이언맨을 능가하는 재력과 캡틴 아메리카에 필적하는 신체 능력을 가진 액션 히어로지만 기대와는 달리 영화에서 액션 비중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영화는 흑인 히어로를 전면에 내세우고 여기에 아프리카의 정서, 그리고 부산 광안리, 자갈치시장과 같은 장면을 더하여 이색적인 매력으로 기존 히어로 액션물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닌 이념 대결로서의 구도, 흑인 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과 말콤 엑스를 떠오르게 하는 대립 관계와 같은 서사 구조를 마블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롭다. # 애니-패딩턴2 英 국민동화 '패딩턴 베어' 원작 삭막한 세상살이 따뜻한 위로 어린이와 함께 보는 영화라면 '패딩턴2'가 딱이다. 패딩턴은 영국의 국민 동화 '패딩턴 베어'를 토대로 만든 코미디 영화로 전편보다 한층 풍성해진 에피소드와 뛰어난 시각적 아이디어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1편에서 런던의 한 가정에 정착한 곰돌이 패딩턴(벤 위쇼)은 루시 숙모의 100번째 생일 선물로 팝업북을 사기 위해 알바를 시작한다. 패딩턴은 창문을 닦으며 착실하게 돈을 모으지만 팝업북에 숨겨진 보석을 노린 이웃의 계략에 의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고 만다. 감옥에서도 패딩턴의 선량함과 용기는 통하였고, 무모하리만큼 긍정적인 패딩턴의 진심은 살벌한 재소자들도 변화시킨다. 실물처럼 구현된 패딩턴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 다양한 감정의 폭을 표현하고, 눈빛은 뭇 사람들을 마음 약하게 사르르 녹여버린다. 짧은 팔과 다리, 통통한 엉덩이, 순하게 처진 눈매에 촉촉이 젖어 있는 콧방울. 외모 매력만으로도 압도적인 패딩턴은 마음씨까지도 완벽하다. 인간보다 인간미 넘치는 패딩턴은 존재 자체만으로 이 삭막한 세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위안을 준다. #팩션사극-흥부 조선 팔도가 다 아는 천재작가 故 김주혁이 남긴 마지막 유작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 작가 흥부가 남보다도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팩션 사극 영화다. '흥부'는 흥부전의 작가가 흥부(정우)라는 설정을 갖고 조선 헌종 14년, 양반들의 권력 다툼에 백성들이 피폐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글로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한 흥부는 조선의 최고 작가로 자리 잡게 되고, 어느 날 친구 김삿갓(정상훈)에게 놀부에 대해 알고 있다는 조혁(김주혁)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한편 백성을 생각하는 동생 조혁과 달리 권세에 눈이 먼 형 조항리의 야욕을 목격한 흥부는 전혀 다른 이 형제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는다. 그렇게 탄생한 '흥부전'은 조선 전역에 퍼져 나가고 조항리의 음모로 이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 영화에는 많은 관객이 기대하는 고 김주혁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김주혁은 연륜에서 묻어나는 정감 있는 연기와 무게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줬고, 그만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연기는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눈물샘을 자극할 것이다. # 범죄드라마-골든슬럼버 강동원 소탈한 매력 안구 정화 스릴 우정 사랑 '종합감동세트' 강동원이 택배기사를 하면 과연 설득력 있을까? 영화 '골든슬럼버'를 만든 노동석 감독은 바로 이 부분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우월한 '기럭지'에 타고난 자연미남으로 강동원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소탈한 차림을 한 강동원은 매력적이긴 하나 이질감 없이 역을 소화했다. 택배기사 건우(강동원)는 성실하고 거절을 못할 정도로 착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인물이다.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는 톱스타가 납치될 뻔한 순간 범인을 잡으면서 모범시민으로 선정되어 유명세를 타게 된다.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 무열(윤계상)이 8년 만에 만나자며 접근하는데 의심 없이 나섰다가 건우는 유력 대선후보가 폭탄 테러로 암살당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순식간에 용의자로 몰린 건우는 국가 기관의 추격을 피해 필사의 도주를 벌이며 사건의 실체를 조금씩 알게 된다. '골든슬럼버'는 박진감 넘치는 추격극에 우정, 애틋한 사랑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영화다. 평범하다 못해 지질한 강동원은 의외로 그럴싸하다.

2018-02-15 00:05:00

[박스오피스] '1987' 흥행질주··· '코코' 2위

[박스오피스] '1987' 흥행질주··· '코코' 2위

영화 '1987'이 개봉 3주차에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세를 이어갔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987'은 주말 이틀간(13∼14일) 84만4천909명을 모아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1987'은 '신과함께-죄와 벌'에 뒤졌다가 지난 8일 처음으로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데 이어 주말까지 관객몰이를 계속하면서 누적관객수 578만을 기록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가 61만7천632명을 동원해 2위를 기록했다. '코코'는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이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되면서 펼쳐지는 모험 이야기다. '코코'는 일요일인 14일 관객수가 31만1천441명으로 전날 토요일(30만6천191명)보다 오히려 늘면서 흥행을 예고했다. '신과함께'는 주말 관객수 59만9천134명으로 3위를 기록해 개봉 4주 만에 주말 박스오피스 선두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개봉일인 지난달 20일부터 누적관객수가 1천284만명을 넘어 '7번방의 선물'(1천281만명)을 제치고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 6위까지 올랐다. 22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할리우드 어드벤처 '쥬만지: 새로운 세계'가 주말 동안 26만2천14명을 동원해 4위를 차지했다. 11일 상영을 시작한 맷 데이먼 주연의 '다운사이징'은 이틀간 관객 6만6천932명으로 5위에 그쳤다. 휴 잭맨의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페르디난드'가 각각 6∼7위로 뒤를 이었다. 정우성·곽도원 주연의 '강철비'는 이틀 동안 2만3천709명이 관람해 8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개봉 이후 한 달간 누적 관객수는 443만명이다. 편견을 딛고 일어선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원더'가 9위, 일본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8-01-15 09:03:07

마블영화 '블랙 팬서' 출연진 다음달 내한

마블영화 '블랙 팬서' 출연진 다음달 내한

마블 스튜디오의 액션 블록버스터 '블랙 팬서' 출연진과 감독이 다음달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다. 15일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에 따르면 이 영화에 출연하는 채드윅 보스만(블랙 팬서 역), 마이클 B. 조던(에릭 킬몽거), 루피타 뇽(나키아)과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다음달 초 방한해 기자간담회와 레드카펫 행사 등에 참석한다. '블랙 팬서'는 와칸다의 국왕 블랙 팬서가 희귀금속 비브라늄을 둘러싼 전세계의 위협에 맞서 전쟁에 나선다는 내용의 블록버스터다. 마블 스튜디오가 올해 선보이는 첫 작품이자 흑인 히어로를 처음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다. 지난해 초 부산 일대에서 영화 속 액션 장면을 촬영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블랙 팬서'는 다음달 14일 개봉한다. 연합뉴스

2018-01-15 09:01:57

방산비리의 깊은 뿌리 파헤치는 영화 '1급기밀'

방산비리의 깊은 뿌리 파헤치는 영화 '1급기밀'

야전 생활만 하던 육군 중령 박대익(김상경 분)은 국방부 항공부품구매과장으로 인사발령이 난다. 출세 가도가 눈앞에 보인다. 서울로 떠나기 전 사단장은 "야전에서처럼 딱딱하게 굴지 말라"고 조언한다. 고지식할 만큼 투철한 군인정신과 애국심의 소유자인 박 중령에게 곧 고난 길이 열린다. '1급기밀'은 군내 비리를 파악하게 된 박 중령이 진상을 추적하고 세상에 알리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비리 폭로, 2002년 공군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해군 납품비리 폭로 등 실제 외부로 드러난 군내 비리 사건들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영화는 건조하고 묵직하다. 흔한 유머도, 화려한 편집이나 카메라 워크도 없다. 분노와 불안이 섞인 박 중령의 표정에 가끔 카메라를 들이댈 뿐이다. 진실이 밝혀진 뒤의 카타르시스보다는 거기까지 가는 과정의 고통이 관객을 압도한다. 방산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완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말하려는 듯한 태도다. 납품업무를 처리하던 박 중령은 외국 항공기 부품업체 에어스타가 군으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국내 업체 제품은 성능검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군 대위 강영우(정일우)가 찾아와 "파일럿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며 제대로 된 검사를 요구하지만, 박 중령은 관행대로 일한다. 그러던 중 강 대위가 비행 중 부품결함에 의한 사고로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군수본부 외자부장 천 장군(최무성)과 그의 오른팔 남 대령(최귀화)은 인사기록까지 조작해가며 사고를 강 대위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간다. 에어스타의 로비스트 캐서린(유선)과 군 수뇌부의 은밀한 뒷거래까지 알게 된 박 중령은 탐사보도 전문기자 김정숙(김옥빈)과 함께 비리를 폭로하기로 한다. 영화는 내부고발을 결심하기까지의 갈등,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집단의 치졸한 방해 공작, 그로 인해 내부고발자뿐 아니라 그의 가족까지 겪어야 하는 고난을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박 중령과 김정숙은 1급 군사기밀 누설죄로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했다. 박 중령은 배신자로 찍혀 집단 따돌림도 당한다. 천 장군은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해 폭로를 막고 박 중령을 체육부대로 보내버린다. 박 중령의 입을 막는 데 군 검찰까지 동원된다. 뒷돈을 나누며 비리를 공모하는 군 수뇌부 인사들은 '식구'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리며 건전한 비판을 무력화한다. "네가 처음이 아니다"라는 천 장군의 비아냥은 비리 관행의 뿌리가 생각보다 훨씬 깊음을 보여준다. '1급기밀'은 고(故) 홍기선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다. 장편 데뷔작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는 새우잡이 선원 80여 명이 태풍으로 목숨을 잃은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선택'(2003)과 '이태원 살인사건'(2009) 역시 실화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영화의 역할은 우선 현실을 알리고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게 그의 신조였다. 홍기선 감독은 '1급기밀' 촬영을 마치고 엿새 뒤인 2016년 12월 15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후반 작업은 이은 감독이 맡았다. 연합뉴스

2018-01-13 08:21:04

[새 영화] 굿타임 / 하이 스트렁 / 극장판 포켓 몬스터: 너로 정했다

[새 영화] 굿타임 / 하이 스트렁 / 극장판 포켓 몬스터: 너로 정했다

# 굿타임 미소년 로버트 패틴슨을 연기파 배우로 각인시킨 영화 '굿타임'은 지적장애를 지닌 동생 닉(베니 사프디)과 형 코니(로버트 패틴슨)가 하루 동안 겪는 일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코니는 뉴욕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서 동생과 담합하여 은행을 턴다. 그러나 어설픈 강도 행각에 은행 문을 나서자마자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동생은 경찰에 붙잡혀 구치소에 갇히고, 죄수들에게 구타를 당한 뒤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코니는 동생을 병원에서 천신만고 끝에 구출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꼬이고 경찰 수사망은 코니를 더욱 조여 온다. 이민자가 많이 모여 사는 뉴욕 퀸스를 무대로 미국 이방인의 모습을 담으며 소외 계층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았다. # 하이 스트렁 '스텝업' 안무가 데이브 스콧과 작곡가 나단 래니어가 참여한 댄스 영화 '하이 스트렁'은 다른 장르의 음악과 춤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어울리면서 생겨나는 컬래버레이션을 그리고 있다. 버스킹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니(니콜라스 갈리친)와 예술학교에 갓 입학한 무용수 루비(키넌 캄파)는 바이올린 도난 사건으로 가까워지고, 조니의 아랫집 이웃 스위치 스텝스 멤버들과 친해지면서 상금 2만5천달러가 걸린 경연대회에 참여하기로 결심한다. '스텝업'의 화려한 장면 구성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운 작품이나, 음악과 댄스의 결합과 안무의 완성도 면에서는 수준 높은 시각적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 극장판 포켓 몬스터: 너로 정했다 1997년 처음 모습을 드러내 무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포켓 몬스터의 극장판. 포켓몬 트레이너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열 살이 되는 아침을 맞이한 지우는 오 박사 연구소에서 파트너 포켓몬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늦잠을 자게 되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낯을 가리고 사람을 잘 안 따르는 포켓몬 피카츄와 파트너가 된다.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하며 우정을 쌓아가던 중 우연히 전설의 포켓몬 '칠색조'를 목격하게 된 지우와 피카츄는 다시 한 번 전설의 포켓몬 '칠색조'를 찾아 떠나기로 약속한다. 20년 전 방영된 애니메이션 속 '포켓 몬스터 오리지널'의 스토리를 반영해 기존 관객들의 추억까지 제대로 자극한다.

2018-01-12 00:05:00

[이사강의 LIKE A MOVIE] 쥬만지: 새로운 세계

[이사강의 LIKE A MOVIE] 쥬만지: 새로운 세계

현대화된 영웅과 추억 모험 유머'액션'반전 연기 폭소탄 역대급 꿀잼 정글 서바이벌 하와이 로케 압도적 비주얼 *해시태그 #게임영화 #정글 #어드벤처 #리메이크 *명대사 '우리는 모두 원래 목숨은 하나야.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지' 줄거리: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벌로 학교 창고를 청소하게 된 네 명의 아이들은 '쥬만지'라는 비디오 게임을 발견하고 게임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순간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린다. 거대한 몸집의 고고학자 닥터 브레이브스톤(드웨인 존슨)으로 변한 공부벌레 스펜서, 슈퍼 여전사 루비 라운드하우스(카렌 길런)가 된 운동신경 제로 마사, 저질 체력 동물학 전문가 무스 핀바(케빈 하트)가 된 예비 풋볼선수 프리지, 중년의 지도연구학 교수 셸리 오베론(잭 블랙)으로 변해버린 SNS 중독 퀸카 베서니까지 이들은 자신의 아바타가 가진 능력으로 게임 속 세계를 구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 고백하건대 재미있었다. 폭소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혹자는 다소 유치한, 아이들을 위한 영화라던데 그럼 나는 어린이인가. 예상 가능한 플롯에서 벗어나지 않고 마무리되는 영화라는 점에서 식상하다고 비난할 수 있다. 다만 전형적인 틀과 캐릭터들이 감독의 의도였다는 점이 놀랍다. 둥둥둥둥둥둥! 22년 만에 북소리가 돌아왔다. 추억의 액션 어드벤처 영화 쥬만지가 코믹 액션을 강화하여 성공적인 리부트(전작의 연속성을 거부하고 시리즈를 새롭게 만드는 것)를 당겼다. 주사위를 던지던 보드 게임은 비디오 게임으로 업그레이드되었고, 로빈 윌리엄스의 바통을 드웨인 존슨과 잭 블랙이 이어받아 현대에 맞춰 차별화도 확실히 시도했지만, 오리지널의 고유성도 놓치지 않았다. '쥬만지: 새로운 세계'로 떠나기 전에 먼저 전설의 오리지널 '쥬만지'를 복습해보자.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로빈 윌리엄스의 '쥬만지'는 우리가 즐기는 보드 게임의 매력을 영화로 옮겨놓은 작품이다. 주사위를 던져 다음 신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칸을 이동하고, 그 칸에 정해진 벌칙을 받는 식이다. 쥬만지 게임 세상은 정글 속 세상으로 게임 진행에 따라 정글의 요소나 동물들이 현실로 튀어나온다. 주사위를 던졌더니 벽난로에서 박쥐가 후두두둑 날아 들어오고, 원숭이나 사자를 비롯한 맹수부터 식인식물까지 정글 속 동식물들이 마을을 휩쓸고 다닌다. 난데없이 늪이 출현하는가 하면 폭풍우 같은 천재지변까지 정글의 것들이 현실의 마을로 온다는 것이 이색적인 재미이다. 동심을 자극하는 연기로 타고난 로빈 윌리엄스의 캐스팅도 전설의 영화로서의 한 수다. 당시로선 혁신적이었던 CG 기술력도 봐줄 만하다. 특히 12세 소년 앨런이 게임 속으로 빠져 들어가며 분열되는 장면은 영화의 추억과 함께 남던 시각적 충격이었다. 게임 속 미션을 완수하는 것이 외부적인 플롯이라면 영화가 담는 메시지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과 이의 해소였다.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부모님과 생이별을 하게 된 앨런은 쥬만지 게임이 끝나고 1969년으로 돌아가 다퉜던 아버지와 화해를 한다. 아버지가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 남자 대 남자로'라고 하자 앨런이 '아버지와 아들로서 어때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주제를 단도직입적으로 드러내는 명대사이다. 사실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전작 쥬만지를 보지 않아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 시퀄 영화다. 리부트 영화로서 모태는 가지고 있지만 아예 새 출발인 셈이다. 새롭게 돌아온 쥬만지의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들이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게임 캐릭터로 변한다는 점이다. 쥬만지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아바타 특성을 활용하고 서로 합심해야 하는데 자신의 원래 성향과 전혀 다른 아바타 캐릭터라는 점에서 갈등이 생기고 코믹 요소가 더해진다.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전형적인 구조는 코믹 연기력 갑인 배우들의 '대사빨'로 문제없이 넘어간다. 딱 봐도 상남자일 것 같은 드웨인 존슨에게 소심한 범생이를 내재해주니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허당 터프가이가 되었고, 웃기는 배 나온 아저씨 잭 블랙이 새침한 여고생이라니 웃음 그 자체였다. 스토리상 한 인물이지만 완전 다른 네 배우가 나타나 캐릭터를 이어가는데도 아바타가 되기 전 원래 인물의 특징과 디테일을 잘 살려낸 연기 덕분에 혼란스럽지 않다. 뻔한 캐스팅이라 매도당할 만큼 고정된 이미지가 강한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은 감독의 치밀한 계획이었으리라. 이미지로 봤을 때 싱크로율 100%인 게임 아바타에게 완전 다른 내적 자아를 심어줌으로써 재미는 배가 되었다. 드웨인 존슨은 "여고생을 표현하는 잭 블랙의 연기를 넋을 잃고 바라봤다" "겁 많고 소심한 고등학생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연기였다"며 캐릭터의 매력을 짚었다. 이 와중에 드웨인 존슨의 '이글거리는 강렬한 눈빛' 연기는 관전 포인트. 게임 테마 영화로 게임적 요소 역시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각각의 아바타는 초능력 혹은 약점을 가지고 있고, 목숨이 세 개라 죽으면 사라졌다가 저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떨어져 리부트된다. 목숨이 세 개라는 설정으로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지만 반면 겁쟁이가 용맹하게 재탄생하고 목숨을 나누며 우정과 사랑이 싹튼다. 이 과정에서 명대사가 나오는 것은 물론이다. 마지막 목숨만을 남겨놓은 스펜서에게 프리지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원래 목숨은 하나야.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지.' 업그레이드된 특수효과도 인상적이다.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게임 속 정글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블루스크린 촬영 대신 실제 하와이에서 촬영했다. 특수 효과로 구현된 알비노 코뿔소, 재규어,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들은 CG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리얼하다.

2018-01-12 00:05:00

'1987' 박스오피스 첫 1위··· '신과함께'는 아시아서 돌풍

'1987' 박스오피스 첫 1위··· '신과함께'는 아시아서 돌풍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이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987'은 전날 17만9천815명을 동원하며 지난달 27일 개봉 이후 처음으로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426만9천287명이다. '1987'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관람해 화제의 중심에 섰고, 정치권과 경찰, 학생, 민주화단체 등 각계각층에서도 단체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장준환 감독의 밀도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명연기도 호평을 받고 있어 장기흥행이 예상된다. '신과함께'는 전날 17만4천224명을 불러모아 지난달 20일 개봉 이후 처음으로 2위로 밀려났다. 누적 관객 수는 1천167만6천701명이다. '신과함께'는 그러나 한국을 넘어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권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대만에서 개봉한 '신과함께'는 3주 연속 대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주말까지 200만 대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2017년 개봉한 아시아 영화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신과함께'는 오는 11일에는 홍콩 전체 53개 극장 가운데 51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이는 홍콩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상영관 수로, 사전 유료 시사 당시 관객들의 엄청난 호평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신과함께'는 베트남에서는 2위,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각각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다. 이번 주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개봉하며 미얀마, 필리핀에서도 1월 중 공개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신과함께' 열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아시아권에서 '신과함께'의 인기는 흥미로운 스토리에 가족이라는 전통적 화두를 담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5∼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신과함께'를 1회 관람한 관객의 33.5%, 2회 이상 본 관객은 50.0%가 가족과 함께 극장에 갔다고 답했다. 2회 이상 관람객은 전체 응답자의 4.8%에 달했다. 영화에서 가장 만족한 점을 묻는 질문에는 '스토리'를 꼽은 관객이 44.9%로, '특수효과'(34.6%)나 '원작 웹툰의 영화화'(30.8%)보다 많았다. 가장 많은 답변은 '배우들의 연기'(56.2%)였다. 올 여름 개봉할 2편 '신과함께-인과 연'에 대한 기대도 큰 편이다. 전체 응답자의 91.1%가 2편을 관람하겠다고 답했다. 이들 중 55.1%는 속편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으로 새로운 캐릭터 성주신을 꼽았다. 1편 쿠키영상에 성주신으로 분한 마동석이 등장해 2편의 활약을 예고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고 반복 관람을 해도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 등이 흥행의 요인이었다"며 "해외 열풍에 대해서도 90.8%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새로운 한류 발판을 마련한 데 대한 호감도도 높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2018-01-09 08:53:14

[새 영화] 페르디난드 / 원더풀 라이프 / 튤립 피버

[새 영화] 페르디난드 / 원더풀 라이프 / 튤립 피버

# 페르디난드 덩치만큼 러블리한 녀석이 온다. 꽃을 사랑하는 소블리의 컴백홈 어드벤처. 몸집은 거대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소블리 페르디난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름다운 꽃향기와 사랑스러운 친구 니나. 어느 날 꽃축제를 구경 간 페르디난드는 벌에 엉덩이를 쏘이고 만다. 너무 아파서 날뛰는 모습을 오해한 사람들은 페르디난드를 싸움소 훈련장에 끌고 간다. 하지만, 싸움은 해본 적도, 관심도 없는 페르디난드는 수다쟁이 염소, 시끌벅적 황소들, '깨방정' 고슴도치 삼 남매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좌충우돌 모험을 시작한다. #원더풀 라이프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역작 '원더풀 라이프'가 16년 만에 재개봉하여 관객을 만난다.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이곳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야 한다. 림보의 직원들은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 그들을 영원으로 인도하며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에 대해 조명한다. #튤립 피버 젊고 아름다운 여인 '소피아'(알리시아 비칸데르), 그녀의 남편 거상 '코르넬리스'(크리스토프 왈츠), 그리고 이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매력적인 화가 '얀'(데인 드한). 17세기 암스테르담 튤립 열풍보다 더 뜨겁고 치명적인 사랑과 위험한 거짓을 그린 클래식 로맨스로 데인 드한과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출연만으로도 화제를 불러모았고 개봉 이후 두 남녀의 핫한 러브신, 비트코인 이슈까지 더해져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2018-01-05 00:05:00

[이사강의 LIKE A MOVIE] 패터슨

[이사강의 LIKE A MOVIE] 패터슨

詩 쓰는 버스 운전사의 세상 관찰 마니아 많은 짐 자무시 감독 작품 아카데미가 놓친 명작 탄식 들어 #태그: #짐자무시 #일상 #심플라이프 #버스드라이버 #호불호: 소소하지만 평온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면 #줄거리: 미국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신년 극장가에는 블록버스터급 대작들이 줄을 잇지만 놓치기 아까운 명작들도 숨어 있다. 이들 중에서도 짐 자무시 감독의 '패터슨'은 조용하지만 마니아층이 두터운 영화다. 이 작품은 인터넷 평점 포털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96%의 신선도를 기록하며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었고, 아카데미 어워즈가 놓친 명작이라는 탄식을 듣고 있다.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주의 패터슨이라는 도시에서 버스를 운전하는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그의 일상은 보통의 버스 드라이버들이 그러하듯 평범하다. 다만, 패터슨은 시를 쓴다. 그는 매일 아침 알람 없이 눈을 뜨고 잠들어 있는 사랑하는 아내 로라(골시프테 파라하니)에게 입 맞추고 간밤에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고 걸어서 출근한다. 도보로 출근하는 동안 시상을 구상하고 동료가 올 때까지 운전석에 앉아 메모해둔다. 23번 버스를 운전하는 동안 귀에 흘러드는 승객들의 대화와 거리 풍경이 그의 마음에 심상으로 쌓이고 점심때면 도시락을 먹으며 시를 쓴다. 퇴근하면 다정한 아내 로라와 저녁을 먹으며 로라의 하루가 어땠는지 들어주고 반려견 마빈과 산책하러 나가 동네 바에서 맥주잔을 들며 하루를 마감한다. 이처럼 패터슨이 독립적이고 정돈된 심플라이프를 실현하는 데에는 핸드폰도 쓰지 않고 걸어다닌다는 점이 도움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엇비슷한 일과를 몇 차례 보낸다. 그러다 주말에는 이례적 일이 일어나고 패터슨은 잠시 사건의 여파 속에 가라앉아 있다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조용히 회복한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다시 패턴이 반복된다. 디테일이나 샷 구성은 조금씩 변주된다 해도 이쯤 되면 관객은 어렵지 않게 패터슨의 리듬에 동화된다. 기상, 산책, 드라이빙, 식사와 같은 정해진 일상이 운율이 되고 크고 작은 사건이 영감을 준다. 패터슨이 접하는 사건들은 철저히 수동적이다. 패터슨은 관찰자로서 모든 것을 체득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찰할 뿐이다. 패터슨 역의 애덤 드라이버는 액션을 취하는 대신 오롯이 리액션으로 인물을 구현해낸다. 요컨대 패터슨은 외부로부터의 액션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만, 자신의 내밀한 세계는 묵묵히 지키는 조용한 관찰자이다. 덕분에 관객은 삶 자체가 예술이 되는 순간을 여과 없이 즐길 수 있다. 짐 자무시는 이처럼 평범한 시인 겸 드라이버의 일상을 명상적인 필치로 조명하며 삶 자체가 예술이 되는 아름다운 순간을 밝혀낸다. 짐 자무시 감독은 도통 영화가 될 것 같지 않은 소재와 인물에 주목한다. 첫 번째 장편 영화 '천국보다 낯선'은 별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어디론가 떠나는 젊은이들의 로드무비였으며, '데드맨'은 총에 맞고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인서트로 잠깐 나올 풍경 컷이 플롯이 되는가 하면 커피를 마시는 동안 벌어지는 대수롭지 않은 수다가 영화 한 편이 된다. 짐 자무시는 세련되고 영화적인 미장센을 추구하면서도 블루칼라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친화적이다. 그리고 인물의 행동 결과는 세상으로부터 인정으로부터 자유롭다. 애초부터 남다른 잠재성을 타고난 캐릭터가 주인공이 아닐뿐더러 목표를 위해 인내를 감내하거나 사회적 갈등에 부딪히는 일도 없다. 짐 자무시의 영화관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나 자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숭고한 세계를 가진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패터슨'은 현실의 잦은 바람 속에서 나의 고요를 지키는 사람의 이야기로 소박한 일상이 감동이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2018-01-05 00:05:00

재일동포 3세 윤미아 감독 동일본대지진 다큐영화 '일양래복'

재일동포 3세 윤미아 감독 동일본대지진 다큐영화 '일양래복'

2011년 동일본대지진 생존자를 소재로 한 재일동포 감독 윤미아(42·여) 씨의 다큐멘터리 영화 '일양래복'(一陽來復,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뜻)이 오는 3월 도쿄에서 상영된다. 재일동포 3세인 윤 감독의 데뷔작으로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봄까지 10개월간 당시 지진 피해가 극심했던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미나미산리쿠쵸, 이와테현 가마이시시, 후쿠시마현 가와우치무라·나미에쵸 등 3개 현을 돌며 촬영했다. 쓰나미로 한꺼번에 3자녀를 잃은 부부, 평소 씩씩해도 속상한 일이 생기면 지진으로 사망한 아빠를 그리워하는 소녀, 전통 농법을 고수하는 농부, 피폭된 소를 버리지 못하고 돌보는 농장주, 새로운 어업을 시작한 어부 등 100여 명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찬 내일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그는 2일 연합뉴스에 "1만8천440여 명의 희생자를 낸 대지진의 비극을 되새기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절망 속에서 피어난 행복과 모두가 합심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3월 3일 도쿄 휴먼트러스트시네마 유락초 개봉을 시작으로 오사카, 후쿠오카, 나가노 등 전국에서 순차적으로 상영된다. 이 영화는 동일본대지진 복구를 돕는 일본 부흥청의 후원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일본 단편영화제인 에이분랜(映文連)영화제 준그랑프리를 수상했고 문부과학성은 청소년·성인 권장영화로 선정했다. 쓰다주쿠대 국제관계학과를 졸업하고 인도 타고르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윤 씨는 광고전문가로 활동하다가 일본 NHK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스태프을 거쳐 2010년 종합영화제작사인 헤이세이프로젝트의 PD로 발탁됐다. '이예-최초의 조선통신사', '시네마 천사', '결혼 매칭 크루징' 등을 연출했다. 연합뉴스

2018-01-03 08:49:32

'귀공자 이미지' 로버트 패틴슨의 재발견··· 영화 '굿타임'

'귀공자 이미지' 로버트 패틴슨의 재발견··· 영화 '굿타임'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영화 '트와일라잇'(2008) 시리즈의 뱀파이어 역으로 10대 여성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배우다. 그러나 시리즈 초반 '발연기' 논란을 겪으며 오랜 시간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오는 4일 개봉하는 영화 '굿타임'은 패틴슨에게 따라붙던 발연기 꼬리표를 완전히 떼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이 작품이 공개됐을 때도 해외 언론들은 "패틴슨이 인생연기를 펼쳤다"며 일제히 놀라움을 표시했다. '굿 타임'은 지적장애를 지닌 동생 닉(베니 사프디)과 형 코니(로버트 패틴슨)가 하루 동안 겪는 일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코니는 뉴욕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동생과 함께 은행을 턴다. 하지만 어설픈 강도 행각에 은행 문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동생은 경찰에 붙잡혀 구치소에 갇히고, 구치소에서 죄수들에게 구타를 당한 뒤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코니는 그런 동생을 병원에서 천신만고 끝에 구출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꼬이고 경찰 수사망은 코니를 더욱 조여온다. 코니 역을 맡은 패틴슨은 그동안 맡은 배역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탈색한 머리에 후줄근한 후드티를 입고 거친 욕설을 내뱉는 그에게서 기존의 귀공자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현실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불안한 청춘의 모습만 남아있다. 이 영화는 이민자들이 모여있는 뉴욕 퀸스를 무대로 미국 사회의 이면을 담는다. 마약을 하는 10대 소녀나 마약 밀매로 살아가는 젊은이 등 꿈과 희망없이 살아가는 소외계층의 모습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위기 상황을 임기응변으로 모면하면 할수록 더 큰 난관에 빠지는 코니의 모습은 코미디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미국 하층민의 현실을 반영한 듯해 편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다. 시종일관 귓가를 때리는 빠른 비트의 음악과 화려한 조명, 속도감 넘치는 편집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 전개가 러닝 타임(101분) 내내 눈과 귀를 붙든다. '좋은 시간'이라는 영화 제목은 마치 '운수 좋은 날'처럼 역설적이다. '더 플레저 오브 빙 로브드'(2008), '검은 풍선'(2012), '헤븐 노우즈 왓'(2014) 등을 공동 연출한 조시 사프디와 베니 사프디 형제가 연출했다. 사프디 형제는 주로 화려한 뉴욕에서 버림받은 사람이나 약자, 마약중독자, 범죄자 등을 스크린에 불러내 그들의 거친 삶을 담아왔다. 베니 사프디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닉 역으로 직접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연합뉴스

2018-01-03 08:46:29

김주혁 유작 '흥부' 다음달 설 연휴 개봉

김주혁 유작 '흥부' 다음달 설 연휴 개봉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김주혁의 유작 '흥부'가 다음달 설 연휴에 개봉한다고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3일 밝혔다. '흥부'는 천재작가 흥부가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다. 영화는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흥부전'을 쓴 작가가 흥부이며, 어릴 적 홍경래의 난으로 헤어진 형 놀부를 찾기 위해 소설을 썼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흥부전을 재해석한다. 정우가 조선 최고의 작가 흥부 역을 맡았다. 김주혁은 어지러운 세상에 맞서며 백성을 돌보는 정의로운 양반 조혁을 연기한다. 정진영이 조혁의 형 조항리로 출연한다. 김주혁은 이 작품 촬영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별세했다. 연합뉴스

2018-01-03 08:44:48

[이사강의 LIKE A MOVIE] '대부3'-2일 오후 10시 케이블 TV 스크린

[이사강의 LIKE A MOVIE] '대부3'-2일 오후 10시 케이블 TV 스크린

*줄거리=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대부' 시리즈의 완결편. 이제는 60대 노인이 되어버린 마이클(Don Michael Corleone, 알 파치노)은 거대해진 패밀리의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합법적인 사업체로 전환하는 데 힘쓴다. 이 과정에서 특히 그는 바티칸 은행의 책임을 맡은 대주교와 거래함으로써 합법적인 사업을 행할 수 있었고 바티칸의 대주교 역시 마이클의 사업에 참여하여 이익을 얻고 있었다. 마이클은 자신의 뜻과 달리 오페라 가수가 되려는 아들 안소니(Anthony Corleone, 프랑크 댐브로시오) 대신 딸 매리(Mary Corleone, 소피아 코폴라)로 하여금 자신이 설립한 콜레오네 재단을 운영하게 한다. 집안의 어두운 과거를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계획에 새로운 세대의 보스인 조이 자자(Joey Zaza, 죠 맨테그나)가 정면으로 도전한다. 자자와 그를 따르는 세력은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 도전을 받은 이상 마이클은 응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 시리즈를 리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장대한 러닝타임만큼이나 수많은 캐릭터와 사건, 대를 걸친 가족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캐릭터들이나 캐릭터들의 관계가 다층적이고, 긴 여정을 통해 비치는 코스모스적인 인생사는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준다. '대부3'에서는 대부로서 살아온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의 말년을 보여준다. 한때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자의 노년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는 콜레오네가의 과거로 돌아가 부모가 만든 업보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후손들의 모습을 그린다. 마이클 콜레오네는 마약 거래와 같은 부정한 돈벌이는 새로운 세대의 보스에게 넘기는 등 패밀리의 사업을 합법화하여 범죄로부터 벗어나려고 수년간 노력한다. 이제 늙고 기력이 쇠한 데다 당뇨병도 앓는 마이클의 꿈은 여생 동안 그의 패밀리를 밝은 곳으로 인도하는 것. 교회로부터 영예로운 상도 받고 엄청난 부도 모았다. 심지어 교회에서 그 상을 받던 날, 콜레오네가는 자선단체에 1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내가 죄를 잊으려 노력해도 죄는 나를 기억하는 법. 죄의 얼룩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마이클은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아버지의 뜻과 달리 오페라 가수가 되길 원하는 아들 안소니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인 메리다. 그는 그나마 그를 따르던 메리에게 합법적인 방법으로 재단을 물려주려 하나 죽은 형 소니의 사생아인 빈센트와 메리가 사귀게 되자 마이클의 계획은 꼬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메리로 분한 소피아 코폴라는 프라시스 코폴라 감독의 딸이다. 영화계 대부의 딸이 가족사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은 꽤 괜찮은 이미지 캐스팅같이 들리기도 한다. 아쉽게도 소피아 코폴라는 허접하기 짝이 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최악의 영화상 '래즈베리 어워드'에까지 오르게 된다. 평단과 관객들은 판단력 없고 무책임한 캐스팅을 한 아버지에게 분노했고, 재능이 없는 딸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실 마이클의 사랑을 독차지한 메리는 플롯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역으로 상당히 비중이 크다. 소피아 코폴라가 메리 역할을 소화해내지 못하자 메리의 분량은 줄어들기 시작했고, 스토리는 공백을 채우지 못한다. 결국 소피아 코폴라는 두 번 다시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게 되었고, 십수 년 후 아카데미 어워드에 빛나는 감독이 되어 래즈베리 어워드로 얻은 불명예를 극복해낸다.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와 함께 새로운 영화 세대를 이끄는 무서운 신인이었다. 음악가와 배우인 이탈리아계 부모 아래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물려받고, UCLA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그에게 메이저 영화와의 인연은 일찍 찾아왔다. 작품이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연출력만큼은 인정받았다. 1972년 선보인 '대부'는 코폴라를 전 세계의 이목을 받는 감독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탈리아계로서 이탈리아인 특유의 끈끈한 가족애를 다룬 영화를 맡은 것 역시 적절한 선택으로 한몫했다. '대부1'은 빚에 쪼들리던 코폴라에게 명예와 부를 쥐여줬고 곧이어 '대부2'를 만들며 '1편보다 나은 속편'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이후 코폴라의 전성기는 급격히 쇠퇴하여 꾸준한 작품활동을 했지만, 범작에 머무르는 작품만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우리는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 하면 영화계의 '대부' 같은 존재라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코폴라 감독이 완성한 '대부' 시리즈에는 하나의 세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우 영화적이고 누아르한 매력으로 가득 차 있는 그 세계는 우리가 친밀하게 느끼는 군상과 많이 닮아 있다. 설령 마피아에 관심이 1도 없다 하여도, 애써 외우려 하지 않아도 돈 콜레오네와 마이클 콜레오네란 이름은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돈 콜레오네와 마이클 콜레오네. 한순간의 실수로 마지막 한 조각을 모으는 데 실패했지만 그들은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영원한 대부다.

2018-01-02 00:05:04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2일 오후 10시 30분 채널CGV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2일 오후 10시 30분 채널CGV

'무한대를 본 남자'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인도 빈민가의 이방인이 영국에 진입해 멸시와 편견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수많은 공식을 세상 밖으로 펼치고 싶었던 인도 빈민가의 수학 천재 '라마누잔'과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영국 왕립학회의 괴짜 수학자 '하디 교수'는 성격도 가치관도 다르지만, 수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모두가 불가능이라 여긴 위대한 공식을 증명하려 한다.

2018-01-01 17:08:39

[영화] '국제시장'- 2일 오후 5시 20분 OCN

[영화] '국제시장'- 2일 오후 5시 20분 OCN

대한민국 최초의 휴먼 재난영화 '해운대'로 전 국민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던 윤제균 감독이 오직 가족을 위해서 굳세게 살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 '덕수'(황정민 분). 그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오직 가족을 위해 살던 아버지로 분한 황정민은 진정성 있는 연기로 '국민 아버지'를 대변한다.

2018-01-01 17:05:19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2일 오후 8시 30분 SUPER ACTION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2일 오후 8시 30분 SUPER ACTION

전설적인 명성을 가진 게임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새로운 창작을 불어넣어 영화화된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천하를 정복한 페르시아제국 이야기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고대의 단검을 둘러싸고 진정한 용기를 가진 페르시아의 왕자와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반역자, 그리고 단검을 비밀의 사원으로 가져가야만 하는 공주의 운명이 격돌한다.

2018-01-01 17:03:49

[새 영화] 초행/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엘리스 헤지나

[새 영화] 초행/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엘리스 헤지나

# 초행 결혼 연령기에 접어든 남녀라면, 사회적 여건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확신 문제로 결혼할지 말지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소재를 다룬다. 7년 차 커플 수현(조현철)과 지영(김새벽)에게 결혼을 생각할 시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두 사람은 미술강사와 방송국 계약직이라는 현실에 쉽게 결혼을 결정하지 못한다. 지영은 어머니의 결혼 강요가, 수현은 복잡한 가정사가 괴롭다. 수현 아버지의 환갑을 맞아 지영은 처음으로 수현의 집에 인사를 하러 삼척으로 향한다. 김대환 감독은 이 작품으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여자들의 14년에 걸친 우정과 성장을 다룬 중국영화.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중화권 대표 영화제인 금마장에서 최초로 공동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자국에서 대흥행한 작품이다. 열셋, 운명처럼 우리의 우정은 시작되었다. 열일곱, 우리에게도 첫사랑이 생겼다. 스물, 어른이 된다는 건 이별을 배우는 것이었다. 스물셋, 널 나보다 사랑할 수 없음에 낙담했다. 스물일곱, 너를 그리워했다. 오랜 세월 엇갈리며 닮아갔던 두 여성의 청춘 이야기가 따스하고 사랑스럽다. # 엘리스 헤지나 1970년대 흥겨운 리듬 속에 서글픈 가사를 담은 노래로 명성을 떨쳤던 브라질의 대표 가수 헤지나의 실제 삶을 담은 영화. 엘리스는 가수의 꿈을 안고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하지만, 시골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한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엘리스는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며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호소력 넘치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고, TV 노래경연 대회 우승을 통해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브라질 국민 가수로 거듭난다. 하지만 엘리스의 당당하고 솔직한 성격은 군부의 신경을 거스르게 한다.

2017-12-08 00:05:01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에드워드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에드워드

사진사 에드워드의 인생 기록 일'가족 두개의 플롯으로 진행 역사'교육적 자료로 가치 충분 1893년 미국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 1895년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 덕분에 영화가 최초로 탄생하였다는 공식 기록이 있기 전, 영국의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주프락시스코프가 있었다. 바야흐로 영화의 시대가 되었던 20세기를 코앞에 둔 세기말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각국의 걸출한 발명가들은 정사진에 움직임을 넣은 활동사진을 창조하고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영화 '에드워드'는 영화 탄생 전사(前史)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인 사진사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움직임을 사진에 담기 위해 바쳤던 그의 인생을 기록한다. 유명 사진작가 에드워드(마이클 에클런드)는 한 파티에서 플로라(사라 캐닝)를 만나고 서로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사물의 동작을 사진에 담고 싶었던 그는 플로라와 함께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촬영장을 만든다. 이후 에드워드는 여러 대의 사진기를 이용하여 동물과 사람의 연속적인 움직임을 담는 작업에 몰두한다. 그리고 이에 비례하여 홀로 가정을 지키는 플로라의 불만도 커져만 간다. 영화는 두 개의 플롯으로 진행된다. 에드워드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사진작업, 그리고 훨씬 어리고 아름다운 아내와의 사랑과 파멸. 에드워드는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 시각을 비롯한 모든 감각을 잃어버린 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적이 있다. 그는 시각을 점차 되찾자, 움직이지 않는 인체일지라도 끊임없는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으며, 순간의 움직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고 그 모든 것을 기록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했다. 마이브리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달리는 말의 연속 사진이다. 이 사진으로 인간의 눈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사실, 즉 말의 네 다리가 공중에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카메라의 눈으로 보게 되었다. 1885년 12대의 사진기를 동원한 이 역사적인 시도는 인류가 기계장치의 시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들었음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연속 사진을 주프락시스코프라는 기계 장치에 넣어 돌리면 동물이나 인간의 움직임이 끝없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도박으로 시작했고, 그리고 하나의 놀잇거리로 옮겨갔다. 동물의 움직임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과학적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옷을 걸치지 않은 신체 그 자체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벌거벗은 젊은 남녀가 온종일 대학 캠퍼스 한쪽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돌아다니자 마을 사람들은 그를 정신이상자이며 도덕심이 모자란 변태로 몰아간다. 그러나 그의 과학적 호기심은 말릴 도리가 없다. 연속사진 작업의 성공과 명성에도 에드워드의 사생활은 불행으로 치달았다. 인간의 나체가 외설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이라는 항변은 시대를 전복하는 자의 모습이지만, 젊은 아내를 의심하고 그녀에게 집착하며 꽁꽁 묶어두려는 태도는 구시대적인 봉건주의자로서의 모습이다. 그의 이중적인 생각과 태도는 자신을 파멸로 밀어 넣는다. 평생 여러 도시를 여행했던 마이브리지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에도 머문 적이 있기에, 영화는 캐나다에서 제작되었다. 외모와 성격을 보면 에드워드는 꽉 막힌 노인이다. 그러나 그의 집착과 고집이 있었기에 곧 '영화'라는 새로운 기계이며 문화이자 상품을 우리는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는 그의 숭고한 장인정신을 담는다. 비극적인 인생사 탓에 그의 업적은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영화 탄생'이라는 교육적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 역사책에서 '연속사진과 주프락시스코프'라는 한 줄로 소개된 인물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해야 했던 그의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노력은 필름의 역사를 한층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켰다. 외롭고 불행한 인생을 희생하고 얻은 마이브리지의 10만 장의 사진과 그 성과는 영화 탄생의 길을 훨씬 더 빨리 열어젖혔고, 훗날 우리는 그의 노력의 성과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 마이브리지가 1893년 에디슨과 조우하는 장면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대를 예감하고 질투심과 패배감으로 바들바들 떨던 그의 눈동자가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는다. 그의 장인정신은 또 다른 새 시대를 열망하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이다.

2017-12-08 00:05:01

[새 영화] 기억의 밤 / 반드시 잡는다 /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새 영화] 기억의 밤 / 반드시 잡는다 /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 기억의 밤 '라이터를 켜라'(2002)의 장항준 감독은 TV 오디션 프로나 예능 프로 출연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코미디 전문 감독으로 인식되지만, 이번에는 유머가 없는 진지하고 묵직한 스릴러 영화를 가지고 관객을 찾는다. 새집으로 이사 온 날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형 유석(김무열)이 납치되고, 동생 진석(강하늘)은 형이 납치된 후 매일 밤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며 불안해한다. 납치된 지 19일째 되는 날 돌아온 유석은 그동안의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말한다. 돌아온 뒤로 어딘가 변해버린 유석을 의심하던 진석은 매일 밤 사라지는 형을 쫓던 중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한다. # 반드시 잡는다 동네에서 벌어진 의문의 죽음들과 사건을 파헤치는 두 노인의 끈질긴 추격기를 그린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30년 전 해결되지 못한 장기 미제사건과 동일한 수법으로 또다시 살인이 시작된다. 동네를 꿰뚫고 있는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는 사건을 잘 아는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과 의기투합해 범인을 잡으려 한다.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기본이지만 영화 버전은 드라마와 코미디 요소를 많이 활용하였다. 홈몸노인, 청년실업, 고독사 같은 사회적 이슈들이 잘 녹아들어 있다. #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이제 막 가까워지려는 남녀가 묘사하는 방식이 특별한 교감을 자아내는 영화이다. 도축장 관리자 엔드레(게자 모르산이)는 모든 게 권태로운 남자다. 도축장에 새롭게 출근해 소의 품질 등급을 매기는 박사 마리어(알렉산드라 보르벨리)는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여자다.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서로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꿈속에서 한 마리의 사슴이 되어 만나는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강렬한 자극 때문에 모든 게 심드렁한 남자와, 과도할 정도로 조심스러워 어떤 감정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여자, 완전히 다른 두 남녀의 만남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2017-12-01 00:05:05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오리엔트 특급 살인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오리엔트 특급 살인

크리스티 원작 1974년 영화화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제작 살해 용의선상에 오른 승객 13명 범행 동기·알리바이 모두 갖춰 기네스북에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성경에 이어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재되어 있다는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원작을 각색한 영화이다. 영국 귀족 출신 애거서 크리스티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활약했던 코난 도일과 쌍벽을 이룰 정도의 명석한 추리 전문 작가다. 크리스티는 사건의 전개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물론 뛰어나지만,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유머 감각이 특히 일품인 글쓰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1974년 시드니 루멧 감독이 만든 적 있으며, 2001년에 TV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원작소설은 크리스티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 탑 10에 올릴 정도로 명소설이다. 1974년 영화 버전은 고전영화의 여신 잉그리드 버그만이 할머니가 되어 출연한 컴백작인데, 초라하고 늙은 하녀 역할로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버그만은 명불허전의 연기로 아카데미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소설과 영화로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작품이며, 게다가 추리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은 새 영화를 만들 때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탐정의 범인 추리가 이야기의 핵심 매력이어서 끝까지 궁금해하며 긴장감을 놓치지 말아야 할 범인의 정체를 미리 알고 영화를 보게 된다면,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범인이 누구인지'가 아닌 다른 요소들로 관객의 흥미를 자극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드니 루멧의 영화는 크리스티도 생전 좋아했던 명작이기에 이야기가 가진 매력적인 힘 대신, 새로운 무언가를 가지고 승부를 봐야 할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디지털 시네마 시대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65㎜ 필름으로 촬영한 후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한껏 활용하여, 클래시컬한 영상미와 화려한 스펙터클을 창출하였다. 거기에다 연기파 배우들의 캐스팅 퍼레이드는 영화에 대한 궁금증으로 들뜨게 한다. 셰익스피어를 가장 잘 각색하여 영화화한다고 정평이 자자한 영국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과 주연을 맡아, 자신의 주특기인 소설 각색 영화 연출 및 드라마 연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세계적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는 사건 의뢰를 받고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초호화 열차인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탑승한다. 폭설로 열차가 멈춰선 밤, 승객 한 명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기차 안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 포와로는 현장에 남은 단서와 용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궁에 빠진 사건 속 진실을 찾기 위한 추리를 시작한다. 악독한 사업가 조니 뎁을 살해한 용의자 선상에 페넬로퍼 크루즈, 윌렘 대포, 주디 덴치, 미셸 파이퍼, 데이지 리들리를 비롯한 열차 탑승객 13명 전원이 오른다. 모두 범인을 살해할 동기를 가지고 있고, 또 모두가 알리바이가 있는 상황이다. 동방에서 서방으로 향하는 열차 안이라는 빠져나갈 수 없는 환경 속에 있는 인물들 간의 두뇌 게임이 서스펜스를 약화시킬 틈 없이 팽팽하게 펼쳐진다. 캐릭터마다 각자 살아온 배경이 하나씩 단서처럼 툭툭 던져지면 관객은 그것을 낚아채 이전 장면과 연결하여 이후 벌어진 전개를 탐정과 함께 추리하게 된다. 매우 지적인 영화다. '작가주의 블록버스터'라는 신개념에 적합한 영화다. 원작은 1934년에 발표됐는데, 영화는 1, 2차 대전 사이 어느 시간적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 시기의 인종문제, 계급문제가 인물들 사이에 엮이는데, 영화는 전작 영화보다 훨씬 현대적이다. 영화의 오프닝을 여는 포와로의 활약 장면은 종교 갈등을 겪는 현대를 풍자한다. 이스라엘에 있는 '통곡의 벽' 앞에서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 도난당한 다이아몬드 때문에 수사받는데, 범인은 종교 갈등으로 이득을 보는 세력이며, 탐정은 그 점을 정확하게 꿰뚫는다. 영화에서 이후 펼쳐질 본격적인 사건은 다채로운 현대적 갈등들을 포함함으로써 영화는 고전적 스토리에 현대성을 덧입힌다. 애거서 크리스티를 잘 모르는 젊은 관객들은 웬만하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않은 채 극장에 가길 바란다. 이미 이 이야기를 잘 아는 관객이라면, 큰 스크린에서 장대한 스펙터클과 인물들 각각의 심리가 드러나는 얼굴들의 미묘한 표현이 영화를 보는 커다란 즐거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클래식 영화적 아우라를 체험한다는 것도 또 다른 큰 기쁨이다.

2017-12-01 00:05:05

[새 영화] 빛나는 / 꾼 / 미스테리어스 스킨

[새 영화] 빛나는 / 꾼 / 미스테리어스 스킨

# 빛나는 일본이 자랑하는 여성감독 가와세 나오미의 작품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였으며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다. 시력을 잃어가는 포토그래퍼 나카모리(나가세 마사토시)는 앞을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영화 음성 해설을 만드는 모임에 참여하고, 해설을 쓰는 초보 작가 미사코(미사키 아야메)를 만난다. 사사건건 의견이 부딪치던 두 사람은 점점 서로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함께 아름다운 라스트 신을 써 내려간다. 시력을 잃는 포토그래퍼라는 극적인 설정에 사랑이야기가 얹혀 상실과 부재라는 감독 특유의 메시지가 화려하게 빛난다. #꾼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범죄 오락물.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이 돌연 사망했다는 뉴스가 발표된다. 그러나 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소문과 함께 그를 감쌌던 권력자들이 의도적으로 풀어준 거라는 추측이 나돌기 시작한다.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 지성(현빈)은 장두칠이 아직 살아있다며, 사건 담당 검사 박희수(유지태)에게 그를 확실하게 잡자는 제안을 한다. 박 검사의 비공식 수사 루트인 사기꾼 3인방 고석동(배성우), 춘자(나나), 김 과장(안세하)까지 합류하여 잠적한 장두칠의 심복 곽승건(박성웅)에게 접근하기 위한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한다. #미스테리어스 스킨 2005년 북미 개봉 당시 문제적 소재와 이색적인 미장센으로 영화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긴 영화로 뒤늦게 국내 개봉한다. 어릴 적 기억의 일부를 잃은 브라이언(브래디 코베)은 기억을 되찾고자 계속 노력하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갈수록 선명해지는 의문의 잔상들로 괴로워하던 브라이언은 당시 자신이 외계인들에게 납치당했고, 그 결과 기억상실증이 생겼다고 믿기 시작한다. 결국, 브라이언은 같은 야구팀 멤버였던 닐(조셉 고든 레빗)도 그날 그곳에 함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사라진 기억에 대한 키를 쥐고 있을지도 모르는 닐을 찾아 나선다.

2017-11-24 00:05:01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아기와 나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아기와 나

제대 후 결혼 앞둔 여친 사라져 난생 처음 아이 책임지게 될 처지 혈연 아닌 애정으로 엮인 가족 '진짜 가족' 의미 되돌아보게 해 '야간비행'(2011)으로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3등상을 수상하고 부산국제영화제, 미장센단편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받아왔던 손태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대 풋풋한 젊은이들이 사회로 막 나오면서 겪어야 하는 아픔과 두려움이 아기를 매개로 하여 드라마로 엮인다. 영화는 졸업, 입학, 취업, 결혼 등 갓 사회로 진입하는 세대인 '갓세대'가 사회 속에서 겪게 되는 힘겨움을 현실감 있게 그린다. 군대 전역을 앞두고 세상 밖으로 나갈 일이 막막한 도일(이이경)은 하는 일도 없고,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다. 그는 덜컥 낳은 아기를 도일의 어머니(박순천)와 함께 키우는 여자친구 순영(정연주)과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친구가 사라진다. 영화는 군대에서 막 제대한 도일이 여자친구 순영을 찾아나서는 추적 플롯을 중심으로 한다. 그 와중에 도일의 가족과 순영의 가족에 대한 진실들이 드러난다. 아기를 어떻게 할지 중대한 결정을 하고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도일이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성장 서사이다. 영화 초반부, 휴가를 맞아 집으로 온 도일은 대책 없는 인간으로 비호감의 전형이다. 엄마에게는 함부로 대하고, 아기에게는 무관심이며, 결혼할 순영에게 힘든 일은 미룬다. 제대 후 일자리를 찾아야 하지만 허드렛일은 못하겠다는 배짱에,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지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욕하기 일쑤다. 그는 몸은 성장했지만, 여전히 유아기적 습성에 머물러 있는 아이-어른이다. 어릴 적부터 내던져진 경쟁 체제에서 대물려 내려온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 없는 청춘은 그렇게 분노를 내뱉으며 마음대로 살아가고 있다. 놀고 싶으면 놀고, 욕하고 싶으면 욕하고, 풀고 싶으면 푼다. 그렇게 아무 계획 없이 살아가는 도일은 난생처음으로 아기를 책임지고 병원에 데려가던 날, 어떤 의문에 휩싸인다. 이 아기는 과연 누구의 아기인가? 그리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순영은 사라진다. 처음 도일의 탐사 여정은 괘씸한 순영이 목표이기보다는 아기의 아빠가 누구인지 물색하는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는 병으로 쓰러지고, 비교적 괜찮게 살던 형네 가족은 더 큰 부담은 지기 어려워 도일을 도와주지 않는다. 도일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이유가 있다. 이제 도일의 여정은 본격적으로 순영을 찾아나서는 길로 접어들고, 그는 자신보다 더 환경이 형편없는 순영의 가족 스토리를 알게 된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순영은 집을 나와서 살려고 험한 일들을 해왔다. 도일의 친구들은 순영을 놓고 거침없이 난도질을 해댔지만, 도일은 순영을 성적 욕망의 출구로서가 아닌, 살아가고자 몸부림치는 가련한 한 인간으로 점차 인식하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기처럼, 도일도 사회에 아기처럼 내던져졌다. 그가 아기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인으로서의 자신의 홀로서기를 의미한다. 아기는 바로 도일의 성장 메타포이다. 귀여운 아기가 화목한 가정에서 잘 자라기를 바라듯이, 도일도 녹록지 않은 거친 사회이지만 잘 견뎌내기를 응원하게 된다. 비호감 아이에서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기로에 선 도일의 변화는, 기성세대가 청춘에 향하는 바람 같은 것을 반영한다. 혈연이 아닌 애정으로 엮인 가족, 그것이 진짜 가족임을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하게 보여준다. 도일의 엄마와 순영이 진짜 모녀간처럼 보일 정도로 서로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가슴을 찡하게 한다. 두 사람은 도일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공감대로 시작하여 각기 힘겨운 개인 서사를 공유하는 인격체로서 진정으로 맞닿아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병든 엄마가 방황하는 아들에게 들려주는 평범한 말인데, 이 말은 이 사회의 어른들 모두가 고통스러워하는 청춘들에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이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이 한마디가 큰 위안이 되는 때이다. 평범하지만 귀한 이 말이 도일의 앞으로의 인생에 얼마나 큰 응원이 될지 지켜보고 싶다.

2017-11-24 00:05:01

[새 영화] 7호실/ 러브, 어게인 / 이 세상의 한 구석에

[새 영화] 7호실/ 러브, 어게인 / 이 세상의 한 구석에

# 7호실 적자 인생 자영업자와 학자금 대출의 짐을 안고 사는 아르바이트생 청년이 주인공인 블랙코미디. 파리만 날리는 DVD방 사장 두식(신하균)은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의 임금을 체불한다. 태정은 빚을 없애 주겠다는 범죄조직의 제안으로 DVD방 7호실에 마약을 잠시 감춰둔다. 새로운 조선족 아르바이트생 한욱(김동영)이 등장하고 때마침 가게를 매수하겠다는 사람까지 나타난 상황. 공교롭게도 두식이 예상치 못한 사고와 맞닥뜨리고 DVD방 7호실에 시체를 숨기게 되자, 그곳에 먼저 마약을 숨겨둔 태정은 전전긍긍한다. #러브, 어게인 '인턴'(2015)의 낸시 마이어스가 제작하고, 그의 딸 핼리 마이어스-샤이어가 연출한 로맨틱코미디. 홀로서기를 선언한 싱글맘 앞에 나타난 세 청년, 남편과 헤어진 앨리스(리즈 위더스푼)는 두 딸과 함께 LA로 이사를 오게 되고 그곳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재기하려 하지만 무시당하기 일쑤다. 어느덧 다가온 40세 생일날, 모처럼 친구들과 파티를 가진 앨리스는 우연히 세 남자 해리(피코 알렉산더), 테디(냇 울프), 조지(존 루드니츠키)를 만나 즐겁게 지내고,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앨리스의 집에 잠시 머물기로 한다. #이 세상의 한 구석에 1941년 겨울 시작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던 1945년 여름 종결된,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히로시마 출신 소녀 스즈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그녀는 18세가 되던 해에 군함이 드나드는 산 너머 항구 마을 쿠레로 시집간다. 남편은 따뜻한 사람이지만, 외지 생활은 쓸쓸하고 그림 그릴 시간마저 줄어든다. 1941년 마을에 공습경보가 반복되고 폭탄까지 투하되면서 그녀는 소중한 것들을 하나둘 잃게 된다. 제40회 일본 아카데미에서 '너의 이름은.'을 제치고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했다.

2017-11-17 00:05:05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

여자 선수에 부당대우 개선 걸고 前남자 윔블던 챔프 자존심 대결 세상을 바꾼 1973년 실화 소재로 하나, 1973년에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인 테니스 성 대결 소재. 둘, '라라랜드'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인기와 연기 모든 면에서 최고로 핫한 스타로 떠오른 엠마 스톤의 차기작. 셋, 루저들로 이루어진 가족들의 여행을 그린 코미디 데뷔작 '미스 리틀 선샤인'(2006)으로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한 발레리 페리스와 조나단 데이톤 부부의 신작. 이 세 가지 이유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기대를 하게 한다. 때는 1973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위기에 봉착한 대통령 닉슨이 통치하던 미국은 변화의 바람이 거셌다. 베트남 전쟁의 막바지에 냉전 분위기를 쭉 끌고 가려는 보수주의자들이 마지막 발악을 하던 때이고, 사회 곳곳의 자유주의에 대한 열망, 그리고 남성우월주의와 멋지게 한판 뜨는 여성들의 독립 선언은 많은 이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주었다. 전통적 가치를 옹호하려는 보수주의와 새 바람을 몰고 오려는 자유주의의 한판 대결. 그 대결의 압축장으로 테니스 코트가 선택되려는 참이다. 윔블던에서 우승하면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 세계 여자 테니스 랭킹 1위에 오른 챔피언 빌리(엠마 스톤)는 남자 선수들과 같은 성과에도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상금에 대한 보이콧으로 세계여자테니스협회를 설립한다. 남성 중심 스포츠업계의 냉대 속에서도 빌리와 동료는 발로 뛰며 협찬사를 모집하여 자신들만의 대회를 개최하면서 화제를 모은다. 한편, 전 남자 윔블던 챔피언이자 타고난 쇼맨 바비(스티브 카렐)는 그런 빌리의 행보를 눈여겨본다. 동물적인 미디어 감각과 거침없는 쇼맨십을 지닌 그는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고자 빌리에게 자신과의 빅매치 이벤트를 제안한다. 무모해 보이는 제안이지만, 빌리는 이 시합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단 한 번의 기회임을 직감한다. 그리하여 세기의 대결이 이루어진다. 이야기는 두 축으로 전개된다. 29세 현역 여성 챔피언 빌리의 개인사와 55세 챔피언 출신 남성 도박꾼 바비의 개인사가 교차한다. 유부녀인 빌리는 투어 경기 중 함께 따라다니는 전속 미용사와 나누던 감정으로 자신의 동성애 정체성을 발견한다. 또한, 여성 챔피언으로서 해야 할 사회적 역할에 대해 깊이 자각한다. 도박 중독을 고칠 의지가 없는 무대책의 낙천주의자 바비는 부유하고 현명한 아내의 기에 눌려 지낸다. 두 사람에게 이 세기의 대결은 자신의 인생을 바꿀 절체절명의 가치이다. 빌리는 여자 선수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대우를 개선할 것을 걸었고, 바비는 나이 들며 점점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린 중년 남성의 자존심을 걸었다. 로큰롤이 점점 화려한 글램록과 요란한 디스코로 분화하여 진화해가던 시절, 두 사람의 대결은 화려함과 요란함으로 시끌벅적하다. 이미 이 대결의 승자가 누구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도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대결 장면은 긴장감으로 팽배하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다. 승리한 자는 대중의 환호성을 한껏 만끽하는 대신 대기실에서 홀로 눈물을 흘린다. 패배한 자는 완전히 뭉개진 자존심 때문에 홀로 남았다. 의미 없는 스포츠 성 대결이라는 야단스러운 이벤트가 끝난 후 두 선수는 서로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빌리에 비해, 바비는 '여성 테니스는 열등하다' '제모 안 하는 페미니스트와 경기해 보고 싶다'는 등 차별적 단어를 연일 쏟아 내거나, 소녀 복장을 우스꽝스럽게 입고 경기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러한 여성 모욕적인 쇼맨십으로 그는 일약 여성들의 비호감으로 등극하며 기꺼이 남성우월론자들의 아이콘이 된다. 그러나 강한 마초의 상징 같았던 닉슨의 파멸을 목격하던 시대에 자신도 권위를 잃어버린 가장으로서 결혼 관계의 파국을 앞두고 있던 바비의 괴기스러움은 노년을 향해 가는 여정의 마지막 발악처럼 여겨진다. 홀로 자신을 돌아보던 두 사람이 다시 환호하는 대중 앞에 섰을 때, 그들은 힘겨운 대결 후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알게 된다. 이 대결로 인해 여성 테니스 리그 상금은 올랐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달라졌다. 빌리 진 킹은 2015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역사를 바꾼 7인의 여성에 올랐다. 스포츠와 코미디, 실화와 재연, 연출과 연기, 여성과 남성, 승자와 패자, 우스꽝스러움과 진지함,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지는 훌륭한 드라마다. 테니스 코트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꿔버린 세기의 사건이다. 그리고 양성평등과 미디어 스펙터클로 후끈 달아올랐던 1970년대를 상징하는 이벤트이다.

2017-11-17 00:05:05

[새 영화] 대장 김창수/ 잇 컴스 앳 나인/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새 영화] 대장 김창수/ 잇 컴스 앳 나인/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대장 김창수 그간 알지 못했던 김구 선생의 젊은 시절을 영화화한 작품. 1896년,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했던 김창수(조진웅)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인을 죽인 죄로 감옥에 수감된다. 일본 편에 선 인천감옥소장 강형식(송승헌)은 수용된 조선인을 가혹하게 대하지만 김창수는 그에 굴하지 않고 조선인에게 글을 가르친다. 일본의 철도 부설 공사가 시작되자 강형식은 김창수를 비롯한 조선인 수감자를 공사 현장 인부로 뽑아낸다. 조진웅, 정만식, 정진영을 비롯한 남자 배우들의 열연이 진한 감동을 일으킨다. #잇 컴스 앳 나인 미국 개봉 시 예상치 못한 흥행으로 성공한 미스터리 호러. 폴은 알 수 없는 힘이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하자 세상과 단절된 외딴집으로 가서 안전을 위해 철저한 규칙에 따라 살아간다. 어느 날 한 가족이 찾아와 구원을 요청해 함께 지내게 되는데,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과 외부의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더 끔찍한 사건들을 낳는다. '문라이트' '더 랍스터' 등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신흥 제작사 A24가 제작한 영화로, 상상을 뛰어넘는 위협적인 공포를 선사하는 문제작이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일본 영화로 제목만으로도 공감을 자아낸다. 힘겨운 회사생활 중인 신입사원 다카시(구도 아스카)는 계속되는 야근으로 지하철에서 쓰러진다. 선로에 떨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 그를 구해준 이는 다름 아닌 초등학교 동창 야마모토(후쿠시 소우타)다. 운명적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지고, 우울하기만 했던 다카시의 인생에도 즐거운 변화가 찾아온다. 그러나 미스터리한 야마모토가 궁금한 다카시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그가 이미 3년 전에 죽은 사람이란 걸 알고 충격을 받는다.

2017-10-20 00:05:04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마더!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마더!

심리극 달인 아로노프스키 감독 극찬·비난 극명한 논쟁적 작품 창조주·종교적 상징 바탕으로 흥미·매력있는 심리 스릴러물 신이 창조한 세상, 남자로 육체화된 신을 숭배하는 인류 사이에서 여신은 어디에 있나? 느낌표가 붙은 '어머니'란 제목의 미국 영화 '마더!'의 의미가 자못 궁금하다. 이 작품은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로, 공개된 후 극찬과 비난, 두 극명한 반응을 일으킨 논쟁적 작품이다. 종교적 상징을 바탕으로 날카롭게 우화적인 경고를 하고 있다. 영화는 서양의 문화를 전반적으로 지탱하는 기독교를 가져와서 서사화했는데, 이야기와 캐릭터는 기독교의 많은 요소를 반성하며 반영한다. 감독은 '블랙스완'(2010)과 '노아'(2014)를 만든 대런 아로노프스키이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도사린 탐욕과 허세의식을 끌어올려 대면하게 하는 심리극의 달인인 그가 이번에도 흥미진진한 심리 스릴러를 내놓은 것이다. 제니퍼 로렌스, 하비에르 바르뎀, 에드 해리스, 미셸 파이퍼, 도널 글리슨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공간은 단 한 곳, 초원 위에 우뚝 솟은 대저택이다. 아내(제니퍼 로렌스)는 시인인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이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홀로 대저택 곳곳을 직접 수리하고 가꾼다. 어느 날, 평화롭던 부부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시한부인 남자 손님(에드 해리스)은 시인인 남편을 열렬히 추종하지만, 여자 손님(미셸 파이퍼)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낯선 이들의 방문이 불편하기만 하던 중 손님의 짐에서 남편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 아내는 이들을 환대하는 남편의 모습이 의심스럽기만 하고, 그들의 무례한 행동은 갈수록 극에 달한다. 계속되는 손님들의 방문과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은 아내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초원 위의 집은 세상의 축소판이고, 시인의 집에 찾아온 손님은 아담과 이브이며, 살인을 저지르는 그들의 아들들은 카인과 아벨이다. 이후 들이닥치는 낯선 손님들은 기독교 인류를 의미한다. 영화는 성경 속 주요 사건들을 서사의 고비마다 효과적으로 배치한다. 그 퍼즐을 맞추어가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도 꽤 쏠쏠한 재미를 준다. 장례식을 빌미로 아담과 이브의 친구들이 들이닥쳐 집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은 노아의 홍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예수의 탄생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그의 죽음 서사는 손님들에 의해 처참하고 끔찍하게 펼쳐지며, 이어서 인류가 기독교를 추악하게 만드는 현상이 비유적으로 표현된다. 무례하고 뻔뻔한 사람들이 시인에게 몰려들고, 남편은 자신을 숭배하고 추종하는 이들을 모두 두 손 벌려 환대한다. 파라다이스 같았던 가정을 지키는 일은 오롯이 아내의 일이지만 그 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가 한 부부와 그를 찾아온 손님들로 은유적으로 전개되니, 이후의 진행이 계속해서 궁금해진다. 여기에서 아내의 시점을 중심으로, 관찰하듯 카메라가 인물들을 훑는 역동적인 진행 방식 때문에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없다는 점이 기이할 정도로 영화는 왁자지껄하다. 부부간의 갈등, 손님들과의 사사로운 다툼으로 펼쳐지던 드라마가 예수 서사로 들어서면서 호러 분위기를 풍기게 되고,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에는 극적인 역전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징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는 그 자체로 재미있다. 성경적 상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집 안에 들이닥친 유색인종들의 뻔뻔함, 원숙한 중년 남성의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아내의 집착이 가끔은 관객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논쟁적이지만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이다. 제니퍼 로렌스는 블록버스터와 아트무비를 오가는 유연한 연기력을 발휘하며, 하비에르 바르뎀의 카리스마와 남성적 에너지가 이번에도 빛이 난다. 불쾌와 재미를 오가며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영화로, 선입견을 버리고 즐긴다면 창조주와 종교를 바라보는 현대 예술가의 시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초반의 화두로 돌아가 마더와 느낌표의 의미에 대해 질문해본다. 이 세상의 창조주는 남성 혼자가 아님을, 대지를 가꾸던 여신이 인류 문명에 의해 사라진 그 자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어머니 대자연을 파괴하는 대책 없는 인류를 여신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엔딩 이미지가 뇌리에 깊숙이 박힌다.

2017-10-20 00:05:04

[진현철의 '별의 ★이야기'] 영화 '남한산성'  박해일

[진현철의 '별의 ★이야기'] 영화 '남한산성' 박해일

왕의 무게 견디기엔 약한 캐릭터 무능한 장면은 톤 다운으로 연기 출연 배우들 모두 쟁쟁한 베테랑 연기 같기도 하고 지옥 같기도 해 배우 박해일(40)은 영화 '남한산성' 출연을 앞두고 꽤 고민을 했다. 이렇게 고민한 적은 오랜만이다. 사실 그는 '남한산성' 출연 제의를 처음에는 고사했다. 기본적으로 인조 역할을 준비할 '물리적'인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해일은 거의 마지막으로 '남한산성'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다. 거절했으나 황동혁 감독을 만난 그는 '설득' 당했다. "해일 씨가 꼭 필요합니다"라는 황 감독의 말에 더 이상의 변명거리를 찾지 못했다. 참여하기로 하고 '내가 과연 얼마만큼 인조에 빠져들어 갈 수 있는지'가 중요했기에 또 고민을 많이 했다.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쪼개 쓰고 준비했다. "일차적이고 무식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나 캐릭터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고 왕릉과 남한산성 성곽을 따라 걷기도 했어요. 이전에는 가벼운 산책로로 경험했는데 49일 고립된 상태로 있어야 하는 곳이니 그 공간이 사뭇 달리 느껴지더라고요. 유달리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때,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청과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예조판서 김상헌 역의 김윤석과 순간의 치욕을 견디어 후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조판서 최명길 역의 이병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 속에서 고뇌에 빠진 인조 역의 박해일 연기도 일품이다. 김윤석과 이병헌은 공식 석상에서 "박해일이 아니었으면 안 됐다"라고 수차례 힘주어 강조한 바 있다. 칭찬에 손사래 친 박해일은 "왕의 무게를 견뎌내기에는 부담감 큰 인물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을 뼈대로 잡았다"며 "인조의 무능한 지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연기하기보다 그걸 절제된 톤으로, 스멀스멀 냄새가 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러다 청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을 때 급격히 감정이 드러나는 지점을 잡았고, 단계적으로 톤을 맞추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김윤석, 이병헌과 맞춘 호흡은 긴장감을 유발하긴 했으나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굳이 따지자면 과거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 선배와 작업했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박해일은 "연기 잘하는 두 분을 한꺼번에 만나는 기회를 얻어 더없이 기쁘더라"며 "서로에 대해, 각자의 연기에 대해 궁금해하는 표정이면서 동시에 방대한 대사를 준비하는 열정이 넘쳤다"고 즐거워했다. "건강한 경쟁의식이 이어졌어요. 사실 김윤석, 이병헌 뒤에 있는 다른 배우들도 모두 연극계 베테랑이었거든요. 그게 부담이라고 느끼면 내 손해고, 건강한 에너지의 발산이라고 느끼면 좋은 지점이죠. 마치 연극 무대 같았어요. '살인의 추억' 때도 김뢰하, 김상경, 송강호 선배와 마주하고 혼자 앉아 있었던 경험이 있는데, 그게 마치 지옥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피할 데가 없었어요. 이번에도 그랬죠. 오래 연기했는데도 지옥 같으냐고요? 아마 연기자로 일하면서 평생 그럴 것 같아요. 익숙해지는 순간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은데요?" 박해일은 "40대 나이에 인조를 만나 연기를 해본 게 다행인 것 같다"며 "특히 어느 장르에 기대지 않고 정통사극으로 이 작품을 만난 건 자주 만날 수 없는 기회이기에 가치가 있다. 심지어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고 감독이 이렇게 밀어붙인 작품에 합류한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과거의 치부이자 민낯이 가슴 아프긴 하지만 잘 만들어내면 오래오래 두고 볼만한 사극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최종병기 활'처럼 육즙을 쏟아내면서(웃음) 피로도를 끌어올려 보여준 작품이 꽤 있었는데 연기를 하다 보니 결국 사람의 마음을 잘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배우마다 자기의 장점을 보여줄 스타일은 각자 다르겠지만 저는 요즘 마음을 정제시켜 보여드리는 영화가 더 끌려요. 살다 보면 변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그래요. 체력 문제 때문이냐고요? 음, 제가 체력은 원래 좋지 않습니다. 전 단거리 선수는 아니고 긴 호흡으로 터벅터벅 걸어 가는 스타일 같아요."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17-10-13 0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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