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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리뷰 '루카'

[김중기의 필름통] 리뷰 '루카'

픽사의 '루카'(감독 엔리코 카사로사)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다.'인사이드 아웃'(2015)나 '소울'(2020)처럼 기발하지도, '코코'(2017)처럼 색다르지 않으면서도 정감 가는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동안 픽사 애니메이션이 집중하던 유니크한 비주얼보다 순수함과 유쾌함이라는 전통적인 미덕에 충실한 영화이다.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원형적인 진정성과 가치를 알게 해준다고 할까.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떠날 수 없는 우리들에게 이국의 풍경을 한껏 전해주면서, 어릴 적 순수한 동심까지 자극한다.'루카'는 바다 속에 살고 있는 종족의 소년이 뭍으로 나와 인간처럼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화면은 이탈리아 해변의 하늘처럼 밝고 깨끗하며, 캐릭터들도 사랑스럽고, 서사 또한 솔직하고 맑다.루카는 바다 속에서 사는 한 가족의 호기심 많은 아들이다. 해저에 가라앉은 시계나 카드 그림을 보며 물 밖 세계를 동경한다. 해변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바다괴물'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한다.어느 날 루카는 알베르토를 만나면서 물 밖 세계를 경험한다. 둘은 바닷물 속에서는 '괴물'로 변하지만, 땅에서는 여느 아이들과 같은 모습이다. 둘은 인간 친구 줄리아를 만나 자전거대회에 출전하면서 용기와 우정을 깨닫는다.모험과 용기, 우정과 가족애 등 많은 감정과 감성을 담고 있지만, '루카'는 용기와 포용이라는 두 가지 큰 주제를 다루고 있다.알베르토는 겁이 많은 루카에게 두려울 때 마다 '실렌시오 브루노!'라고 외치라고 가르친다. 브루노는 내면의 겁쟁이고, '실렌치오(Silenzio)'는 '조용해!'라는 뜻이다. 자신감을 잃었을 때 자신을 다독이며 용기를 불어넣는 주문이다.작은 섬에 있던 둘은 용기를 내어 마을로 들어가 인간들의 삶 속으로 뛰어든다. 행여 비라도 오거나, 분수에라도 빠진다면 '바다괴물'로 변할 위험도 있지만, 루카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에 이를 마다하지 않는다.얼기설기 엮은 스쿠터로 하늘을 날고, 멸치떼인 줄 알았던 별도 만져본다. 감독은 이런 상상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보여준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자신이 어릴 적 꿈꾸던 것을 영화에 투영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경험을 어른의 시선으로 현란하게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아이들의 생각처럼 묘사한다.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은 항상 위험을 수반한다.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루카'는 두려움에 선뜻 손 내밀지 못했고, 그래서 후회하는 어른들에게도 큰 공감을 던져준다.또 하나 '루카'가 주는 것이 이 시대 가장 필요한 미덕인 포용이다. 루카는 바다괴물 종족이다. 오랜 세월 동안 마을사람들은 바다괴물을 증오한다. 그것은 루카의 바다 속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육지괴물은 늘 위협적인 종족이었다. 그래서 이 둘은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적이다.그러나 루카의 엄마나 줄리아의 아빠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안전하게 울타리를 쳐주는 똑같은 존재들이다. 선입견이 만들어낸 증오가 문제인 것이다.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화포스터 '심해의 공포'가 이를 잘 대변해준다. 루카를 찾아다닐 때 루카의 아빠가 이 포스터를 보고 "우고 형?"이라고 놀라는 장면이다. 우고는 심해에 살고 있는 루카의 큰아버지인데, 그 모습을 심해의 괴생명체처럼 그려놓은 것이다.1980년대까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간과 다른 모든 생명체는 괴물이었다. 외계의 생명체나 바다 속 생명체도 모두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E.T.)'(1982)에 이르러서 그 두려움이 우정으로 승화된다. '루카'는 포스터가 등장하는 짧은 장면 속에서 이를 압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타인종에 대한 배려와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이 현재 지구촌의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면서 벌어지는 증오범죄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루카'는 '다름'이 주는 낯섦을 수용하는 넓은 포용심을 강조하고 있다. 줄리아가 그런 강한 여주인공이고, 줄리아의 아빠나 루카의 할머니 등이 지혜로운 캐릭터들이다. 이런 거대한 주제를 큰 눈에 비늘이 예쁘게 반짝이는 '바다괴물'로 묘사한 것도 '루카'의 매력이다. 95분. 전체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6-25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킬러의 보디가드2' '발신제한' '메이드 인 루프탑'

[김중기의 필름통] ‘킬러의 보디가드2' '발신제한' '메이드 인 루프탑'

◆킬러의 보디가드2감독:패트릭 휴즈출연:라이언 레이놀즈, 사무엘 L. 잭슨 킬러의 경호를 맡은 보디가드의 좌충우돌 코믹 액션이 2편에서 더욱 커졌다. 킬러의 아내까지 가세한 것이다. 미치광이 킬러 다리우스(사무엘 L. 잭슨)의 경호를 맡은 후 매일 밤 악몽을 꾸는 보디가드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 어느 날 그의 앞에 '무대포'의 여성 소니아(셀마 헤이엑)가 나타난다. 남편 다리우스가 납치되었다면서 함께 구해야 된다고 몰아친다. 자기 멋대로에 폭력적인 것은 부창부수. 하나도 힘들었던 마이클은 둘을 상대해야 한다. 다리우스를 구하고 나니 이번에는 인터폴이 이들 셋을 납치한다. 유럽을 위기에 몰아넣는 사건이 터지면서 이들을 통해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 싶었던 것. 차에 치이고, 물에 빠지는 등 킬러와 그 아내, 그리고 보디가드의 '청불' 액션이 불을 뿜는다. 117분. 청소년 관람불가. ◆발신제한감독:김창주출연:조우진, 이재인, 진경 평범한 출근길, 자신의 차에 폭탄이 설치된 것을 알게 된 한 은행원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출발한 출근길에 한 통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차에 폭탄이 설치돼 있어 자리에서 일어날 경우 폭탄이 터진다는 경고를 한다. 성규는 보이스피싱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곧 눈앞에서 회사 동료의 차가 폭파되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이 도심 테러의 용의자가 돼 경찰의 추격까지 받게 된다. 내릴 수도, 전화를 끊을 수도 없는 위기 속에서 성규는 테러리스트의 요구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스페인 스릴러 '레트리뷰션:응징의 날'(2015)을 한국 배경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메이드 인 루프탑감독:김조광수출연:이홍내, 정휘, 곽민규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그린 다른 작품과 달리 밝고 경쾌한 퀴어영화. 3년 동안 함께 지내온 남자친구 정민(강정우)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습관처럼 해온 취준생 하늘(이홍내). 이날도 가짜 이별을 통보하지만, 다른 날과 달리 30분 만에 캐리어와 함께 집에서 쫓겨난다. 전전긍긍하던 하늘은 봉식(정휘)의 옥탑방에 머물게 된다. 봉식은 인기 BJ로 번 돈을 아쉬울 것 없이 쓰는 타입이다. 남성 성소수자들의 연애에 대한 색다른 묘사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퀴어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발표한 김조광수 감독의 신작으로, '자이언트 펭TV'의 메인 작가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염문경 작가가 각본을 맡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기생충'의 이정은 배우도 출연한다. 8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6-25 06:30:00

칸 영화제 2021년 경쟁 부분 심사위원에 송강호 선정, 이유는?

칸 영화제 2021년 경쟁 부분 심사위원에 송강호 선정, 이유는?

칸국제영화제가 다음달 열리는 제74회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배우 송강호를 포함한 9명을 공식 발표했다.칸국제영화제는 23일(현지 시각) 미국 감독 스파이크 리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7개국에서 활동 중인 감독·배우 등을 최종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들은 경쟁부문에 오른 24편의 영화를 심사한다.배우로는 송강호를 포함해 '타인의 친절' '모리타니안' 등에 출연한 프랑스 배우 타하르 라힘, 리스본행 야간열차' '나우 유 씨 미: 미술사기단'의 프랑스 배우이자 감독인 멜라니 로랑, '나의 작은 시인에게' '프랭크'의 미국 배우 매기 질런홀이 선정됐다.프랑스·세네갈 출신의 마티 디옵 감독과 캐나다·프랑스 출신 가수 밀레느 파머, 오스트리아 감독 제시카 하우스너, 브라질 감독 클레버 멘돈사 필류도 심사위원에 이름을 올렸다.칸국제영화제는 송강호에 대해 출연 작품들을 언급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상을 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주연으로 한국 영화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작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송강호는 신상옥 감독, 이창동 감독, 배우 전도연, 박찬욱 감독에 이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에 이름을 올린 다섯 번째 한국 영화인이 됐다. 그는 올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인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에도 주연으로 출연했다.한편, 올해 칸영화제는 다음 달 6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지 칸에서 열린다.

2021-06-24 18:07:12

[김중기의 필름통]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 ‘콰이어트 플레이스2’

[김중기의 필름통]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 ‘콰이어트 플레이스2’

슬슬 공포영화들이 기지개를 켤 때다.이번 주 가장 먼저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감독 이미영·이하 여고괴담6)와 '콰이어트 플레이스2'(감독 존 크래신스키)가 포문을 열었다. 전작의 후광을 입은 속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공포영화들이다.◆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여고괴담'은 한국의 대표적인 공포영화 시리즈다. 1998년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으로 5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지면서 사랑을 받았다. 매 편마다 따돌림과 폭력 등 새로운 소재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면서 큰 반향을 얻었다.시리즈 5편이 나온 지 12년이 지난 지금, 시리즈 6편이 개봉했다. 1편 이후 23년이 흐른 시점인 만큼 이번에는 학생이 아닌 선생님이 주인공이다. 모교에 부임한 선생님이 교내 문제아를 만나면서 잃어버렸던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은희(김서형)는 광주에 있는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한다. 가족들은 그녀의 낙향을 반대하지만, 은희는 상담교사까지 자처하면서 열의를 보인다. 하영(김현수)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학교를 겉도는 문제아. 특히 담임인 박연묵(장원형)과 갈등이 심하다.어느 날 하영이 은희의 상담실을 찾아와 박연묵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다. 그러나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하영의 음해라고 주장한다. 한편 은희는 모교로 온 이후 알 수 없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린다.'여고괴담6'은 두 개의 사건이 맞물리면서 진행된다. 하나는 담임 박연묵과 하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갈등이고, 두 번째는 기억까지 잊게 할 정도로 은희가 겪은 과거의 트라우마다. 이 두 가지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이 학교의 폐쇄된 공간이다. 캐비닛으로 막혀 있지만 들어가면 과거 화장실로 쓰이다가 지금은 창고로 버려진 곳이다. 하영은 이곳에서 귀신의 존재를 느끼고, 은희 또한 기억나지 않는 과거를 만나게 된다.이제까지 속편들이 모두 교내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영화는 학교뿐만 아니라 은희의 집과 수목원, 동네 골목 등 배경이 한층 더 넓어졌다. 귀신보다 악한 인간의 본성, 여고에서 쌓이고 쌓여온 원한과 공포 등 '여고괴담'의 정석적 스토리가 펼쳐진다.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콰이어트 플레이스2'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의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3년 만에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이 시리즈는 공포의 대상인 괴생명체의 실체보다 소리를 내면 죽는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가 짜릿한 긴장감을 주는 영화다. 일상적인 소음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스릴과 공포를 선사한다. 그래서 대사 없이 청감을 통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자아내기도 한다.괴생명체의 무차별적 공격으로부터 극적으로 살아남은 엄마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과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는 생존을 위한 소리 없는 싸움을 계속해 나간다. 갓 태어난 막내까지 세 아이를 홀로 지켜야 하는 에블린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 집을 나선다.그러나 텅 빈 고요함으로 가득한 바깥세상은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또 다른 생존자들의 등장과 함께 가족은 죽음과 맞서는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1편은 전 세계 3억4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제작비 대비 20배에 달하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소리'라는 새로운 공포 콘셉트와 함께 예측 불허의 스토리와 팽팽한 긴장감, 시각과 청각효과를 영리하게 배치해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연출이 불러온 성적이었다.1편이 주로 농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면, 2편은 거대하고 낙후된 공업지대부터 버려진 기차와 선착장까지 전작에 비해 다양해진 배경과 확장된 세계관으로 더욱 업그레이드된 스케일을 자랑한다.각자가 고립된 공간에서 소리 없이 갇혀 지내야하는 설정이 팬데믹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 때문일까. 지난 5월 28일 북미 개봉에서 전편을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팬데믹으로 전체 극장의 72%만 오픈됐지만 4천838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이는 '고질라 대 콩'의 오프닝(3천160만 달러)을 뛰어넘은 성적이다.이러한 흥행 성공에 힘입어 벌써 '콰이어트 플레이스 3'의 제작이 확정돼 새로운 공포영화 시리즈로 발돋움하게 됐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6-18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루카'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클라이밍'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루카'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클라이밍'

◆루카감독:엔리코 카사로사목소리 출연:제이콥 트렘블레이, 잭 딜런 그레이저 이탈리아의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바다 괴물 루카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픽사 애니메이션.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에 바다 밖 세상이 궁금하지만, 두렵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가 살고 있다. 루카는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비밀을 가지고 있다. 물에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하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모험을 감행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비밀을 감출 수 있을까. 루카는 픽사가 도전하는 새로운 캐릭터. 물에 닿으면 괴물로 변하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몽상가 기질까지 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용기와 함께 세상은 즐겁고 빛나는 것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도 전해준다. 이탈리아의 음악과 관광명소, 파스타와 젤라또 등 이탈리아 휴양지의 즐거움이 가득하다. 95분. 전체 관람가.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감독:미키 타카히로출연:하마베 미나미, 키타무라 타쿠미 네 명의 소년소녀가 각자 마음속에 좋아하는 상대를 품으며 진짜 나를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성장형 청춘 로맨스다. 아카리(하마베 미나미)와 리오(키타무라 타쿠미)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다. 리오가 아카리에게 고백하려던 날, 리오의 아버지와 아카리의 어머니가 재혼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숨긴다. 엄마의 재혼 때마다 전학을 하게 된 아카리는 새로운 학교에서 유나(후쿠모토 리코)를 만나게 된다. 유나는 남자 아이들과 대화를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지만, 유나에게는 유일하게 편하게 대하는 소꿉친구 카즈(아카소 에이지)가 있다. 사키사카 이오의 '청춘' 3부작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가 함께 제작돼 공개, 관심을 끈 작품이다. 124분. 12세 이상 관람가. ◆클라이밍감독:김혜미목소리 출연:김민지, 박송이, 구지원 애니메이션계의 칸 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초청돼 주목을 받은 한국 미스터리 공포 애니메이션. 세계 대회를 앞두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클라이밍 선수의 기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세현은 세계 클라이밍 대회 참가를 앞두고 있지만 석 달 전 있었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컨디션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어느 날 밤 사고 당시 고장났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바로 세현 자신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다. 이후 휴대폰으로 연결된 두 명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기이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지난해 국내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10만 관객을 돌파한 '기기괴괴 성형수'에 이어 K-공포 애니메이션의 흥행 열풍을 이어갈지 기대된다. 7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6-18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캐시트럭

[김중기의 필름통] 캐시트럭

영국의 가이 리치 감독이 아드레날린 폭발하는 액션물로 찾아왔다.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를 그린 영화 '캐시트럭'(Wrath of Man)이다. 그것도 액션영화로는 흔치 않게 '청소년관람불가'라는 화끈한 태그를 달고 말이다.'분노의 사나이'라는 원제를 제쳐놓고 한국에서는 '현금 수송트럭'이란 뜻의 영어 제목을 달았다. 트럭의 저돌적인 느낌과 현금의 범죄적 느낌을 담으려는 의도였을까.아들이 악당의 총에 숨진다. 아빠가 아들을 혼자 둔채 부리토를 사러 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들은 차 안에서 아빠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곳이 현금 수송트럭을 강탈하던 범행 현장 옆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아들이 총에 맞는 모습을 보고 달려오던 아빠도 그들이 쏜 총에 맞는다. 그러나 아빠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먼저 복면을 한 그들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아들의 죽음에 분노하지 않을 아빠는 없다. 범인들이 몰랐던 것이 하나 있다. 그 아빠가 조직의 보스이면서 총칼과 주먹에, 냉혹함까지 갖춘 킬링 머신, 복수를 위해 완전군장을 갖춘 인물이었던 것이다.'셜록 홈즈'(2009), '알라딘'(2019)의 가이 리치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감각적인 연출로 새바람을 몰고 온 감독이었다. 1999년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2001년 '스내치' 등 영국식 블랙 유머가 담긴 색다른 영화로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연출과 함께 각본까지 쓰면서 그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특징이 있었으니 바로 요란한 대사(?)다. '젠틀맨'(2020)은 관객이 자막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수다스러웠다.그러나 '캐시트럭'은 이런 것들을 모두 내려놓았다. 유머도, 말수도 줄이고 오로지 화끈한 복수극에 매진한다. 그 주인공이 수다와 거리가 먼 배우 제이슨 스타뎀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이 리치는 이 영화를 구상할 때부터 제이슨 스타뎀을 염두에 뒀고, 전화를 걸어 2분 만에 그를 캐스팅했다고 한다.제이슨 스타뎀은 확실히 '젠틀맨'의 매튜 맥커너히와 '알라딘'의 윌 스미스, '셜록 홈즈'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결이 다른 인물이다. 말없이 주먹이, 설명 없이 방아쇠를 먼저 당길 캐릭터이고, 영화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하게 그 일을 수행한다.재기발랄하던 스타일은 버렸지만 연출의 솜씨는 역시 가이 리치다운 맛을 보여준다. 특히 오프닝신이 인상적이다. 현금 수송트럭이 강탈당하는 순간을 보여주는데 현금자루를 옮기는 악당의 모습을 카메라가 차 안에서 비춘다. 그때 총 소리가 들려온다. 화면 좌측 상단, 전면 유리창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바로 문제의 총격이다. 무심하게 비추는 듯하지만, 관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이야기의 진행 순서를 달리 배열하면서 단순한 플롯을 다채롭게 조절한 기교도 돋보인다. 영화의 전개는 현금 수송회사에 위장 취업한 H(제이슨 스타뎀)를 보여준 뒤에 그가 어떤 인물이고 무슨 이유로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그때까지 H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그는 몇 차례의 현금 강탈시도를 원샷 원킬의 화려한 총 솜씨로 격퇴시킨다. 이 같은 폭발력의 긴장감이 수그러들 때 원한에 사무친 H의 사연이 드러나면서 관객을 다시 극 속으로 몰입시킨다. 그래서 119분의 제법 긴 러닝타임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1억5천만 달러를 노리는 악당들의 블랙 프라이데이 습격 계획과 이들과 맞서는 H의 총격신은 귀를 때리는 음향효과와 함께 긴장감을 더한다. 찾아 헤매던 원수를 드디어 만났으니, 오죽할까. 원 없이 치고받고, 깔끔한 결말까지 이어진다.제이슨 스타뎀은 그의 출세작인 '트랜스포터' 시리즈의 성격에 좀 더 중후한 느낌과 더 완숙된 존재감으로 H역을 '딱 맞아떨어지게' 소화한다. 사실 그는 말하지 않을 때 더 긴장감을 주는 배우이기도 하다. 꽉 다문 입이 자비 없는 복수를 예고한다. 액션의 리듬과 함께 음악도 분위기를 잘 고조시킨다.'캐시트럭'은 스트레이트의 정공법을 구사하는 액션 영화다. 어퍼컷이나 라이트펀치 없이 쭉 직진한다. 가이 리치의 화려한 언변과 재치 있는 기교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자신만의 장기를 걷어내고 우직하게 밀고 간 가이 리치의 포지셔닝이 오히려 더 적절하고 주효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캐시트럭'은 저돌적인 액션영화여야 하기 때문이다. 119분. 청소년 관람불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6-11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실크로드' '플래시백' '아야와 마녀'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실크로드' '플래시백' '아야와 마녀'

◆실크로드감독:틸러 러셀출연:닉 로빈슨, 제이슨 클락 비트코인을 소재로 한 범죄 영화. 2010년 국가가 법률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청년 로스(닉 로빈슨)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다크 웹사이트 실크로드를 개설한다. 자금 추적이 불가능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결재 수단으로 전 세계에 마약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흔적 없이 마약이 거래되는 완벽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연 것이다. 한편 마약에 취해 교통사고를 낸 마약단속국 요원 릭(제이슨 클락)은 중독 치료를 마치고 아내와 딸의 곁으로 돌아온다. 상관의 배려로 파면을 면한 릭은 사이버범죄팀으로 자리를 옮겨 인터넷과 실크로드에 대해 배운다. 그 사이 실크로드는 하루 120만 달러의 마약이 거래되는 사이트로 급성장한다. 비트코인과 다크 웹에 대한 실체를 알 수 있게 하는 영화다.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 ◆플래시백감독:크리스토퍼 맥브라이드출연:딜런 오브라이언, 마이카 먼로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스릴러. 약 하나로 과거와 미래를 갈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머큐리'는 과거, 현재, 미래를 초월하는 금지된 약이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직장인 프레드릭(딜런 오브라이언)은 어느 날 길에서 마주친 낯선 남자에게서 데자뷰를 느낀 뒤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고등학생 시절 첫사랑 신디(마이카 먼로)를 떠올린다. 신디가 졸업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프레드릭은 그녀의 실종이 친구들과 호기심에 삼킨 금지된 약 머큐리와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과거의 미스터리를 파헤칠수록 시공간이 무너지는 기묘한 감각을 느끼게 되고 과거와 미래의 경계에 갇힌 프레드릭은 자신의 현실을 결정할 최후의 선택을 한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아야와 마녀감독:미야자키 고로목소리 출연:테라지마 시노부, 토요카와 에츠시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가 내놓은 3D 애니메이션. 마녀지망생 아야의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모험을 그리고 있다. 아야는 갓난아기 때 '동료 마녀 12명을 완전히 따돌리면 아이를 찾으러 오겠다'는 수수께끼 같은 편지와 함께 보육원인 '성 모어발트의 집'에 맡겨졌다. 10살이 된 어느 날, 아야는 갑자기 찾아온 마법사 벨라와 맨드레이크를 따라 미스터리한 저택에 발을 들이게 된다. 순간 이동할 수 있는 문부터 비밀의 방까지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그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고, 아야는 벨라를 돕는 조건으로 마법을 배우기로 한다. 하지만 마법은 알려주지 않고 잔심부름만 시키는 마녀 벨라. 벨라를 골탕 먹이기 위한 마녀지망생 아야와 말하는 고양이 토마스의 아주 특별한 주문이 시작된다. 83분. 전체 관람가.

2021-06-11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 '컨저링3:악마가 시켰다' '낫아웃'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 '컨저링3:악마가 시켰다' '낫아웃'

◆프로페서 앤 매드맨감독:P.B. 셰므란출연:멜 깁슨, 숀 펜, 나탈리 도머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옥스퍼드 사전의 출간 비사를 그린 영화. 빅토리아 시대, 대영제국의 부활을 위해 세상을 정의할 옥스퍼드 사전 편찬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책임자로 부임한 이는 수십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괴짜 교수 제임스 머리(멜 깁슨). 그는 영어를 쓰는 모든 이들로부터 단어와 예문을 모으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전국에서 편지가 빗발치던 어느 날, 머리는 고전을 풍부하게 인용한 수백 개 예문이 담긴 편지를 발견한다. 보낸 이는 닥터 윌리엄 마이너(숀 펜), 그의 천재적인 능력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사전 편찬 작업엔 속도가 붙는다. 하지만 윌리엄이 정신병원에 구금된 미치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영국 가디언지 기자 출신인 사이먼 윈체스터가 쓴 논픽션이 원작이다. 124분. 15세 이상 관람가. ◆컨저링3:악마가 시켰다감독:마이클 차베스출연: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제인스 완 감독의 '컨저링'(2013)은 새로 이사한 집에 얽힌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 일가족의 실제 경험담을 영화화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공포영화. 3편은 1981년 미국 최초의 빙의 재판 사건인 '아르네 존슨 살인사건'이 바탕이다. 19살 아르네 존슨이 집주인을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그러나 존슨은 악마가 자신을 살인하게끔 시켰다면서 무죄를 주장한다. 여자 친구의 11살 남동생이 악마에 씌어 자신에게 살인을 시켰다는 것이다. 워렌 부부는 11살 소년에게 3번이나 엑소시즘을 하고, 소년의 몸에 43개의 악마가 들어 있다고 증언한다. 시리즈 중 가장 큰 스케일로 제작된 3편은 제임스 완 감독이 기획과 제작을 담당하고, '요로나의 저주' 등을 연출한 마이클 차베스가 감독을 맡았다.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 ◆낫아웃감독:이정곤출연:정재광, 이규성, 송이재 19살 고교야구 선수의 무모한 도전과 실패, 그리고 재기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광호(정재광)는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결승타를 친 야구 유망주. 그러나 자신했던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끝내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 대학 야구부에라도 가겠다고 나섰다가 동기, 감독과도 마찰을 빚는다. 인생의 전부인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광호는 먼저 야구를 그만둔 친구 민철(이규성)에게 불법 휘발유를 파는 일을 소개받아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제목 '낫아웃'은 투수가 던진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포수가 받지 못해 삼진 아웃이 되지 않는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의 줄임말. 타자가 삼진아웃을 당하고도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룰이다. 끝난 것 같지만, 아직 기회가 남은 광호의 분투를 상징한다.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6-04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크루엘라

[김중기의 필름통] 크루엘라

크루엘라 드빌은 사악한 캐릭터의 대명사다.귀여운 달마시안 강아지의 모피로 코트를 해 입고, 악당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거느리며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악녀다.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패션에 클래식한 팬더 드빌 자동차를 몰고 질주하기도 하는 엄청난 부의 소유자다.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1961)에서 묘사된 크루엘라 드빌이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부자가 됐고, 달마시안과는 어떤 악연이 맺어진 것일까.1961년 애니메이션의 프리퀄(그 전의 일을 그린 속편)이라고 할 '크루엘라'(감독 크레이그 길레스피)가 그 이야기를 풀어낸다. 경쾌한 연출에 매력적인 서사, 여기에 화려한 의상과 감각적인 음악이 더해 땅 속에 묻혀있던 크루엘라 드빌을 스크린에 살려냈다.에스텔라는 어릴 때부터 보통 아이들과 달랐다. 개성이 강했고, 특히 패션 감각이 뛰어났다. 엄마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녀를 이해하는 따뜻한 후원자였다. 그러나 그녀의 잘못으로 엄마가 죽자 에스텔라는 런던으로 와서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만나 좀도둑질로 살아간다.마침내 어른이 된 에스텔라(엠마 스톤)는 꿈에 그리던 리버티 백화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런던 패션계의 폭군인 남작부인(엠마 톰슨)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에스텔라 속에 갇혀 있던 파괴적인 DNA가 살아나 크루엘라로 폭발한다.'크루엘라'는 억압받고 상처입은 '내면아이(inner child)'가 도발적인 인격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서사로 잡고 있다. 에스텔라가 크루엘라로 면모해가는 탈각의 변화다. 별처럼 맑고 깨끗한 에스텔라(Estella)가 사악한 크루엘라(Cruella)로 역성장하는 것이지만, 고담시의 광대 아서가 악당 조커로 변모하는 과정처럼 드라마틱하고 강렬하게 관객을 끈다.'조커'에서 아서를 도발하는 것이 머레이(로버트 드 니로)라면 '크루엘라'에서는 남작부인이다. 그녀는 런던 패션계를 쥐락펴락하는 사이코패스다. 주변의 모든 인물이 그녀의 화려한 불꽃에 희생되는 나방과 같은 존재로 에스텔라도 마찬가지다. 바닥청소나 하던 에스텔라가 술을 마시고 쇼윈도를 마음대로 뜯어고치면서 그녀의 눈에 띈다. 패션을 향한 꿈이 이뤄지나 싶지만, 남작부인에게 에스텔라는 그저 소모품일 뿐이다.그러던 어느 날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자신이 아니라 남작부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에스텔라는 분노의 화신으로 변하고, 그녀의 패션쇼를 자신만의 코드로 부숴나가기 시작한다.이 서사의 흐름을 이끄는 것이 세 캐릭터의 충돌이다. 에스텔라와 크루엘라, 그리고 남작부인이다. 순수와 사악함, 그리고 마성의 대결이고 이를 비주얼로 보여주는 것이 패션이다. 크루엘라의 흑백 헤어컬러와 붉은 색의 강렬한 드레스 등 '크루엘라'는 이미 색감으로 스크린을 흠뻑 적신다. 남작부인이 50년대 고전적인 디오르풍이라면, 에스텔라는 70년대 전위적인 스타일로 맞바람을 놓는다.여기에 그래피티 아트로 유명한 뱅크시와 장 미셀 바스키아 풍의 캘리그라피가 더해지면서 시대와 공간을 파괴하는 크루엘라의 테러 본능을 잘 묘사하고 있다.특히 관객을 매료시키는 것은 70년대를 휘감았던 팝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크루엘라의 심정을 잘 대변해주는 것이다. 헬렌 레디의 'I am Woman',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 데보라 해리의 'One Way or Another' 등이 쉴 새 없이 스크린의 화려한 캔버스 색 위에 드레싱처럼 뿌려진다. 레드 제플린, 퀸, 비지스, 도어스, 비틀스 등의 명곡도 튀어나온다.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은 2천여 곡을 후보로 골라낸 뒤 그 중에 50여 곡을 선택, OST를 완성했다고 한다.'엠마 대 엠마'로 화제가 된 두 배우 스톤과 톰슨의 연기도 뛰어나다. 특히 엠마 스톤의 발랄한 악마성은 그동안 크루엘라 드빌이 가지고 있던 음습함을 깨며 스타일리시한 매력으로 다가온다.'101마리 달마시안'을 본 관객이라면 '크루엘라'를 훨씬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크루엘라가 팬더를 몰고 달리는 장면의 얼굴 숏, 재스퍼(폴 월터 하우저)와 호레이스(조엘 프라이)의 절묘한 싱크로, 마침내 '드빌'이라는 성을 가지게 되는 장면 등에 무릎을 치게 된다.'크루엘라'는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의 DNA가 잘 발현된 실사영화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귀여운 앙상블과 서사의 비주얼, 이를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 음악 등이 디즈니의 염색체를 풍성하게 자가 분열시킨다.특히 '101마리 달마시안'과 이어주는 돌다리와 같은 쿠키 영상을 놓치면 찰떡을 놓친 팥빙수가 된다. 그리운 그 이름이 나온다. 133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6-04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보이저스

[김중기의 필름통] 보이저스

86년간 한 우주선에 지내기 위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26일 개봉한 '보이저스'(감독 닐 버거)는 이런 고민으로 설계된 봉인이 풀리면서 인간의 야만적 본성이 드러나는 SF영화다.서기 2063년 지구는 온난화로 멸망의 위기를 맞는다. 인류의 새로운 이주지를 개척하기 위해 우성 인자로 태어난 아이 30명을 태운 우주선이 '제2의 지구' 행성으로 떠난다. 이 아이들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또 자식을 낳을 때 도착하는 86년의 긴 항해 기간이다.아이들은 식사할 때 정체불명의 액체 '블루'를 마신다. 소화를 돕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감정과 성욕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자칫 무분별한 성관계로 우주선 내 인구가 늘어나 식량이 고갈되거나, 폭력성이 드러나 항해가 위험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시간이 흘러 아이들은 성숙한 청년 대원이 된다. 크리스토퍼(타이 셰리던)가 '블루'의 성분을 알게 된 후 잭(핀 화이트헤드)과 함께 마시지 않으면서 사건이 일어난다. 혈기 왕성한 젊은 두 청년의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보이저스'는 '리미트리스'(2011), '다이버전트'(2014)를 연출한 닐 버거 감독의 작품이다. 인간의 두뇌를 100% 가동시키면서 벌어지는 일('리미트리스')이나 분파로 나눠진 미래 세계('다이버전트') 등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 그가 우주선을 무대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실험을 한다.아이들은 지구에 대한 향수나 전쟁과 약육강식 등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교육받았다. 동일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실험체들이 태초의 인간이 되었을 때 어떤 결정들을 내리는지를 SF 스릴러로 보여준다.영화는 성욕의 봉인이 풀려버린 젊은 대원들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지만, 실제는 선상반란을 그린 정치성이 강한 영화다.우주선의 유일한 성인 리처드(콜린 패럴)가 사고로 죽으면서 10대 대원들이 대장을 선출한다. 크리스토퍼가 대장이 되지만, 잭은 사사건건 그와 맞서면서 세력을 키운다. 그리고 추종자들을 선동해 반란을 일으킨다.'보이저스'는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의 SF 버전이다.'파리대왕'은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이 질서를 파괴하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폭력으로 치닫는 과정을 충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이 원시 야만으로 퇴행하는 과정을 우화적으로 그리고 있다.소설의 랠프와 잭은 '보이저스'에서 크리스토퍼와 잭으로 나뉘어 대립한다. 크리스토퍼가 이성이 강한 선한 편이라면 잭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시키는 악의 화신이다.특히 선동 정치의 모든 요소를 태생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바로 대중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이다. 에일리언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폭력을 교묘하게 포장하고, 대중을 위해 무제한적인 선심을 풀면서 궁극적으로 그의 추종자로 만들어 버린다.이런 점에서 크리스토퍼의 대응은 한계가 명확하다. 일일이 대중을 이해시켜야 하는 절차는 극한 상황에서 무력할 뿐이다. 마치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것만큼이나 소모적이며 불필요한 일이다.'보이저스'는 인간 내면의 사악한 본성과 이를 다스리는 이성의 대립이라는 인류사를 SF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 속에 우매한 군중심리도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리더의 자질에 대한 성찰도 함께 드러내주고 있다.그러나 오래된 인류사의 대립이지만, 그 묘사가 치밀하지 못하고 겉도는 것이 흠이다. '파리대왕'은 생존이라는 극도의 환경을 상정하고 있다. 이는 랠프와 잭이 공통적으로 인지하는 위험이다. 그러나 '보이저스'는 이런 공통된 위험이 없다. 외계인의 존재 위협은 잭의 추종자들만 느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단의 무리들이 저지른 철없는 반란으로 설정되면서 '파리대왕'의 집단 광기와 생존의 처절함은 사라져버린다.그래서 크리스토퍼의 무기력한 리더십은 관객의 '발암요소'로 작용해 보는 내내 답답하고 용이 쓰인다. 차라리 고답적인 정치성을 걷어내고, 성욕과 질투, 시기와 소유욕 등 인간의 사적인 욕망을 대립각으로 그려냈더라면 더 색다른 SF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5-28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파이프라인' '굴뚝마을의 푸펠' '애플'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파이프라인' '굴뚝마을의 푸펠' '애플'

◆파이프라인감독:유하출연: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송유관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기름도둑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 천공기술자 핀돌이(서인국)는 수천억원 상당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의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한다. 프로 용접공 접새(음문석), 땅 속을 장기판처럼 꿰고 있는 나과장(유승목),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태항호),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배다빈)까지 한 팀이 되어 땅굴을 파기 시작한다. 경찰 만식(배유람)은 도유 범죄 계획을 눈치 채고 핀돌이의 뒤를 쫓는다. 도유꾼들을 방해하는 것은 만식만이 아니다. 변수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굴뚝마을의 푸펠감독:히로타 유스케목소리 출연:아시다 마나, 쿠보타 마사타카 아티스트 34명이 4년 동안 제작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별을 믿는 외톨이 소년 루비치와 쓰레기에서 태어난 푸펠의 우정,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낼 밤하늘의 기적을 이야기한다. 새까만 연기로 뒤덮여 아무도 별을 본 적 없고, 믿지도 않는 굴뚝 마을. 외톨이 소년 루비치는 아빠가 이야기해준 별의 존재를 믿으며 높은 굴뚝에 오른다. 운명처럼 푸펠을 만나 친구가 된 루비치는 별을 찾기 위한 진실에 접근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일본에서 69만 부가 판매된 니시노 아카히로의 동화책을 원작으로 했다. 꿈을 향해 살아가는 외톨이 소년의 우정과 믿음, 기적과 모험 등을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냈다. 따뜻한 색감의 매력적인 캐릭터, 환상적인 풍경 등이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애니메이션이다. 100분. 전체 관람가. ◆애플감독:크리스토스 니코우출연:아리스 세르베탈리스, 소피아 지오르고바실리 갑자기 기억상실증을 진단 받은 주인공이 병원의 제안으로 새로운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뜻밖의 여정을 담은 감성 드라마. 원인 모를 단기 기억상실증 유행병에 걸린 알리스(아리스 세르베탈리스)에게 유일하게 남은 기억은 이름도 집 주소도 아닌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맛. 며칠이 지나도 그를 찾아오는 가족이 나타나지 않자 무연고 환자로 분류된 알리스에게 병원에서는 새로운 경험들로 기억을 만들어내는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알리스는 자신처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안나(소피아 지오르고바실리)를 만난다.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제작해 관심을 끌었으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부문에 그리스 대표작으로 출품됐다. 91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5-28 06:30:00

대구단편영화제 사전 제작 워크숍 참가자 모집

대구단편영화제 사전 제작 워크숍 참가자 모집

제22회 대구단편영화제가 다음달 1일(화)까지 사전 제작 워크숍 '딮하고 숏하게'에 참여할 예비영화인을 모집한다.대구단편영화제와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함께 진행하는 사전 제작 워크숍에는 단편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부터 약 2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단편영화 제작 과정을 경험하는 수업(8회)과 현직 영화감독의 전문 멘토링이 제공된다. 시나리오, 촬영 및 동시녹음 실습, 프로덕션 등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주요 작업은 팀 체제로 이뤄진다.참여 신청은 대구단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diff.kr)에서 신청서 작성 후 접수하면 된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인터뷰를 통해 최종 선정된다. 문의 053)629-4424

2021-05-26 21:25:20

[김중기의 필름통]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

[김중기의 필름통]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

시리즈 영화의 생명력은 너무나 명쾌하다. 관객이 찾지 않으면 끝내는 것이다. 그것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힘이 있는 것이다.시리즈 9번째 작품인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감독 저스틴 린)가 19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에게 공개됐다. 200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20년간 2년에 한번 꼴로 관객을 찾는 시리즈다. 지난해 봄 개봉해야 할 것이 코로나19로 연기돼 이제 개봉했다. 그것도 북미 개봉일보다 무려 37일이나 앞선 스케줄이다.자동차 액션은 영화의 한 가지 메뉴였다. 액션의 강도를 높여주는 볼거리 중 하나가 카체이스(car chase)였다. 그런데 이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2001년 첫 편이 개봉했을 때는 고만고만한 저예산 B급 영화로 취급받았다.그러나 길거리에서 보기 어려운 고급 스포츠카의 질주와 엔진에서 뿜어내는 굉음이 남성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했다. 스토리는 덤이었다. 자동차 액션을 위한 액세서리일 뿐, 어떻게 하면 더 크고 새로운 자동차 액션을 선보일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그래서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액션의 강도와 상상력은 더욱 커졌다. 자동차끼리의 대결은 이제 식상하다. 전투기와 탱크, 심지어 잠수함과 맞붙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관객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형 블록버스터로서 볼거리가 사실 주인공인 셈이다. 레벨에 따라 진행하는 게임 세대의 취향에 맞췄고, 그것이 적중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제까지 전 세계 약 59억 달러(한화 약 6조9천억)를 벌어들였다.'분노의 질주:더 얼터메이트'는 제이콥(존 시나)이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와 연합해 전 세계를 위기로 빠뜨리자 도미닉(빈 디젤)과 패밀리들이 컴백해 그것을 저지하는 스토리다.사막의 황무지에서 일본 도쿄, 영국 런던의 도심 등을 옮겨 다니며 벌이는 자동차 액션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것이 아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자기장을 활용한 추격 액션이다. 수십 대의 자동차를 끌어당겨 휴지조각 던지듯 쓸어버린다.벤틀리에 롤스로이스 등 수십억에 달하는 하이엔드 슈퍼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전편의 악당 사이퍼가 다시 등장하고, 제이콥과 도미닉이 얽힌 과거사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빠졌다는 것이다. 빈 디젤과 함께 가장 큰 인기를 끌어오던 드웨인 존슨과 도미닉 패밀리의 오랜 숙적인 제이슨 스타뎀이 하차한 것이다. 두 사람은 빈 디젤이 본인 위주로 시리즈를 끌어가려고 하자 불화를 일으킨 뒤 시리즈에서 떠났다.폴 워커가 2013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그 공백은 오히려 시리즈의 힘이 되기도 했다. 절친을 보낸 후 남은 자들의 절절함을 '분노의 질주;더 세븐'(2015)에서 담아 관객들과 아픔을 나누기도 했다.그러나 시리즈를 견인했던 두 캐릭터가 빠진 것은 메우기 어려운 공백이다. 영화는 이미 죽었던 한(성강)을 다시 살려내고 오코너(폴 워커)와 결혼하며 7편으로 은퇴한 미아(조다나 브류스터)까지 다시 호출해 서사를 보강시키려고 시도하지만 역부족이다.그동안 자동차 액션으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준 시리즈다. 관객들 사이에서 '우주로 가는 것 빼고는 다 보여주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 우주까지 나오고 말았다. 자동차에 로켓을 달아 어설픈 우주복을 입고 무중력 액션을 시도한다.고속도로를 고속으로 질주하는 탱크에, 얼음을 뚫고 솟아나는 잠수함 액션까진 그런대로 양해가 되지만, 로켓까지 장착해 대기권 밖을 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수다. 현실에 바탕을 둔 상상력이 그 자장의 고리를 끊어버린 것이다.릴레이 경주에서 한 명이라도 허덕댄다면 그 경기는 끝이다. 볼거리에 치중한 시리즈의 한계는 너무나 뚜렷하다. 볼거리가 바닥나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무리수를 두지 않을 수 없고, 그것으로 릴레이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 시리즈 영화의 전철이었다. 20년간 즐거움을 준 '분노의 질주'가 그 끝에 온 것 같다. 142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5-21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도라에몽:스탠바이미2'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도라에몽:스탠바이미2'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홍성은출연:공승연, 정다은, 김모범 5가구 중 2가구가 1인 가구인 2021년을 배경으로 다양한 세대의 1인 가구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드라마. 20대 후반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20대와 30대의 옆집 남자들, 그리고 그의 60대 아버지까지 다양한 세대의 혼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점점 파편화 되어가는 시대의 내밀한 풍경을 그린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공승연)는 사람들이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그저 불편하기만 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인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 등 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91분. 12세 이상 관람가. ◆도라에몽:스탠바이미2감독:야기 류이치, 야마자키 타카시목소리 출연:윤아영, 김정아, 김혜성 도라에몽 탄생 50주년을 맞아 3D로 제작돼 한국에서 시리즈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2015년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후속작. 어느 날 진구는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낡은 곰 인형을 발견하고 할머니가 보고 싶은 마음에 도라에몽의 4차원 비밀도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향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소년을 금세 진구라고 믿어주는 할머니는 한 가지 소원을 말한다. 진구의 아내를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다. 도라에몽과 진구는 결혼식을 보여 드리기 위해 미래로 가지만 이슬이와의 결혼식 당일 신랑 진구는 도망가 버린다. 퉁퉁이와 비실이가 진구를 찾는 동안 이슬이는 진구를 믿고 기다린다. 할머니의 소원을 위해 도라에몽과 진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대모험이다. 95분. 전체 관람가.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감독:아릴 외스틴 오문센, 실리에 살로몬센출연:베가 외스틴, 빌리 외스틴 사랑스러운 자매가 슈퍼파워를 찾아 떠나는 노르웨이 영화. 온 가족이 영화에 참여한 이색 영화다. 부부 감독과 어린 두 딸이 만든 '패밀리 무비'다. 아름다운 대자연으로 캠핑 여행을 떠난 베가와 빌리. 5살 나이에 딱 걸맞게 모든 게 신나기만 한 빌리와 달리, 9살 나이에 어른스러운 베가는 병원에 있는 엄마의 특명을 받아 아빠와 동생 챙기기에 바쁘다. 그런데 아빠가 강가 바위틈에 추락하고 만다. 두 딸은 아빠를 구하기 위해 왔던 길을 거슬러 가보지만, 곧 드넓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약 2년간 아름다운 여름 풍광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는 마음까지 청정해지는 노르웨이의 탁 트인 대자연 영상미를 자랑한다. '토토리'는 마법의 주문으로 꿈과 환상의 유니콘 이름이다. 78분. 전체 관람가.

2021-05-21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김중기의 필름통]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감독 테일러 쉐리던)은 산불 속에서 살인자들과 맞서 싸우는 여성 소방대원의 활약을 그린 서바이벌 스릴러 영화다. '솔트', '툼레이더'를 통해 강렬한 여성 전사의 이미지를 보여준 안젤리나 졸리가 이번에는 모성애까지 장착하고 악당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한나(안젤리나 졸리)는 4,000m 상공에서 불길 속으로 투입되는 공수 소방대원의 대장이다. 험하고 위험한 임무를 맡다보니 대원들은 모두 거친 사나이들이다. 한나 또한 대원들 못지않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판단 착오로 세 명의 아이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늘 그 죄책감에 시달린다.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코너(핀 리틀)는 회계사인 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년이다. 등교 중에 아버지가 갑자기 차를 돌려 도주하기 시작한다. 음모 집단의 비밀을 알고 있던 아버지가 살해 위협을 느낀 것이다.깔끔한 일처리를 하는 살인청부업자 잭(에이단 길레)과 패트릭(니콜라스 홀트)은 첫 번째 표적을 요란하게 날려버린다. 그러나 이 소식이 방송에 전파되는 바람에 두 번째 표적이 낌새를 차리고 도망쳐 버린다. 노련한 이들은 단서를 찾아 그들을 쫓는다.이들이 향하는 곳은 몬테나의 울창한 산림지역이다. 아름다운 산악지역이지만 늘 산불 때문에 애를 먹는 곳이다. 이제 이곳은 산불, 번개 뿐 아니라 킬러들의 무자비한 살육이 자행되는 끔찍한 추격전의 현장이 된다.'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작가 마이클 코리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테일러 쉐리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테일러 쉐리던은 황량한 변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범죄를 서부극의 긴장미로 그려내던 각본가이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형제의 은행 강도 행각을 그린 '로스트 인 더스트'(2016)나 애리조나와 멕시코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마약 카르텔을 쫓는 CIA의 활약을 그린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가 대표적이다. 특히 와이오밍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벌어진 여성 살인사건을 그린 '윈드 리버'(2017)는 직접 연출까지 맡아 그의 아메리칸 프론티어 3부작을 완성시켰다.미국이란 국가의 한 모퉁이, 그것도 황량하고 고독한 지형을 따라 펼쳐지던 사회성 짙은 전작들과 달리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오락성을 강조하고, 스펙터클한 측면을 부각한 스릴러다.절제된 대사와 응축된 감정의 전작과 달리 이 영화의 감정은 다소 노골적이다.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한나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려대는 통에 테일러 쉐리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다. 거기에 사회문제를 남성적인 터치로 그려온 것과 달리 한 여성의 개인적 아픔을 거대한 재앙 속에서 극복하는 오락적 레벨로 그려낸 것도 낯선 부분이다. 조직의 비밀을 쥔 소년과 그를 쫓는 노련한 살인청부업자, 소년을 지키려는 의인의 스토리는 이미 숱한 영화들이 써먹은 레퍼토리가 아닌가.그럼에도 테일러 쉐리던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위협과 위험이 마치 스톱워치처럼 긴장감을 준다. 평화롭고 사람의 발길조차 뜸한 산악 지역에 잔혹한 살인자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바람과 함께 뜨거운 산불이 넘실댄다. 두 가지 재앙을 맞은 약자는 아버지를 잃은 소년과 과거의 상처 때문에 아파하는 여성이다. 서바이벌 콘셉트로는 최상의 조합이다.잔혹한 사냥꾼에게 쫓기던 짐승의 반격도 짜릿하고, 산불 속 액션도 스펙터클하다. 배우들이 산불 속에서 연기하는 장면은 CG가 아닌 실제 촬영 장면이라고 한다. 나무에 가스관을 설치해 불을 조절하면서 촬영한 세트 장면이라는 것이다. 화재는 20여 그루의 나무를 태우며 4일간 진행됐다. 그래서 연기를 더욱 리얼하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상처를 극복하는 서사와 아름다운 연대가 재앙 속에 잘 녹아든 액션 스릴러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의 충격을 핀 리틀이 잘 연기해 관객을 공감하게 한다.소년을 없애야 하는 집단의 정체와 소년이 가지고 있는 비밀이 어떤 것인가는 맥거핀 효과로 처리한다. 맥거핀 효과는 관객의 기대심리만 자극하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연출 기법이다. 그래서 답답할 관객도 있지만, 그것이 큰 대수는 아니다.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던 살인청부업자들의 허술한 결말이 다소 어이없기는 하다. 그럼에도 킬링타임용으로는 제격인 서바이벌 액션 스릴러 영화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5-14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스파이럴' '아들의 이름으로' '슈퍼노바'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스파이럴' '아들의 이름으로' '슈퍼노바'

◆스파이럴감독:대런 린 보우스만출연:크리스 록, 사무엘 L. 잭슨 2000년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호러 영화 '쏘우' 시리즈의 새로운 버전. 경찰을 표적으로 한 연쇄살인이 시작되고, 그들에게 정체불명의 소포가 배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대선배 마커스(사무엘 L. 잭슨)가 퇴직하면서 그의 파트너였던 형사 뱅크스(크리스 록)는 신인 솅크(맥스 밍겔라)와 파트너로 짝을 이룬다. 어느 날, 뱅크스는 의문의 소포가 배달되면서 무시무시했던 과거의 살인사건을 떠올린다. 8편까지 이어진 기존 '쏘우' 시리즈가 게임 위주의 전개였다면, 이 작품은 이야기와 긴장감을 주며 차별화된 전개로 관객을 찾는다. 대런 린 보우스만 감독은 '쏘우' 시리즈 2, 3, 4편을 연출하며 시리즈의 세계관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더 커지고, 정교해진 트랩이 긴장감을 더한다. 93분. 청소년 관람불가. ◆아들의 이름으로감독:이정국출연:안성기, 윤유선, 박근형 40년이 넘었지만 과거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분노를 통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되새기고 가해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영화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 살아가는 오채근(안성기)은 대리운전 기사다. 그는 군 소장 출신 박기준(박근형)의 주변을 맴돈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는 이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아버지가 피해자의 한 사람인 진희(윤유선)를 만나며 더욱 결심을 굳히게 된다. 그리고 당시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박기준에게 접근한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최초의 장편 극영화 '부활의 노래'(1990)로 데뷔했던 이정국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명언을 연출의도로 전했다. 90분. 12세 이상 관람가. ◆슈퍼노바감독:해리 맥퀸출연: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친구이자 연인을 위해 떠나는 마지막 여행을 그린 영화. 20년을 연인이자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는 작은 캠핑카를 타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북부로 여행을 떠난다. 오래된 노부부처럼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이 여행은 치매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를 위한 마지막 여행이다. 샘은 내색하지 않지만, 터스커는 그에게 힘든 짐을 지우지 않고, 더 망가지지 않은 자신을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몰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한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설명하는 녹음테이프를 만들어둔다.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라는 최고 명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아련한 감성을 자아낸다.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5-14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묵직한 실화 '블랙 팬서', 스크린 소환

[김중기의 필름통] 묵직한 실화 '블랙 팬서', 스크린 소환

'블랙 팬서'하면 마블 코믹스의 와칸다를 떠올리겠지만, 검은 표범을 상징하는 이 단어는 1960년대 말 미국을 뒤흔든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이 오리지널이다. 흥미롭게도 50년이 지난 지금 이 이름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올해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감독 샤카 킹)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감독 아론 소킨) 때문이다. 두 편의 영화가 동시대를 다루면서 당시 혼란했던 미국 사회를 스크린으로 소환한 것이다.흑표당은 1966년 구성된 흑인 무장조직이다. 흑인의 강인함을 검은 표범에 빗대어 검은 바지와 재킷, 베레모와 총으로 유니폼을 구성했다. 외형적으로 흑표당은 흡사 여느 국가의 반군 조직과 같은 형태를 보였다. 그러나 26개의 흑표당 당규를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마약을 가질 수 없다', '마약이 발견된 당원은 쫓겨난다', '활동 중에 술에 취할 수 없다', '술이나 마약에 취한 상태로 총을 소지할 수 없다', '불필요하게 총을 겨누거나 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훔칠 수 없다'….흑인 무장조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착한' 규칙들이다. 더구나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아침식사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흑인들을 위한 완전고용과 주택권리, 의료지원을 외쳤다. 총으로 무장을 한 메시아 같은 일을 시작한 것이다.그러나 FBI 국장 에드거 후버는 1968년 9월 흑표당을 "국가의 내부 안전에 강대한 위협"으로 보고 와해시키는 공작에 돌입한다. 흑인 인권운동가들을 '블랙 메시아'로 규정하고 이들의 무력화를 시도한 것이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큰 줄기다.FBI는 차를 절도하다 체포된 윌리엄 오닐(라케이스 스탠필드)에게 7년간 투옥될지, 아니면 흑표당에 잠입할 것이지를 제안한다. 오닐은 FBI 요원 로이 미첼(제시 플레먼스)의 지시를 받고 임무를 받는다.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인 스무 살 대학생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을 감시하는 일이다.오닐이 예수를 배신한 유다, 햄프턴이 메시아인 셈이다. 오닐은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철폐를 외치는 햄프턴에 조금씩 끌린다. 영화는 유다 오닐의 시점으로 시작해 메시아 햄프턴의 이념과 사상, 흑인인권운동과 그의 비극적 죽음을 그리고 있다. 햄프턴은 1969년 시카고에서 경찰의 급습으로 사망한다.이 지점에서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햄프턴이 죽기 1년 전 1968년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시위가 발단이었다. 이때 미국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의원이 암살되고, 린든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전 지속 정책으로 젊은이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다.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주동자 8명이 체포돼 재판을 받는 과정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8명이 체포됐는데 왜 '시카고 7'일까. 흑표당을 창당한 바비 실(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을 재판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아론 소킨 감독은 실화를 기가 막힌 재주로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각본가로 유명하다. '어 퓨 굿 맨'(1992)을 비롯해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드라마 '뉴스룸' 등이 대표작이다. 이 영화는 '몰리스 게임'(2017) 이후 두 번째 연출작이다.영화는 '아론 소킨'의 손재주(연출)와 글재주(각본)가 빛을 발한다. 시위가 폭력으로 번진 것도 어처구니없고, 재판도 피의자들의 조롱과 판사의 고함으로 얼룩진다. 더구나 재판에 참석한 주동자들 모두 중구난방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대학생, 히피처럼 차려입은 청년국제당 리더, 점잖은 시민운동가, 거기에 급진 흑인단체인 흑표당 리더까지. 흑백에 나이, 문화와 교육수준이 다른데 여기에 검사와 변호사, 고집불통인 판사까지 가세해 '시카고 7'의 재판은 당시 혼란상을 그대로 재판정으로 옮겨온 듯하다.그러나 아론 소킨은 이러한 불협화음을 적절한 완급조절과 사실적인(?) 유머, 설득력 있는 상황묘사로 흡인력 있게 끌어나간다. 캐릭터들도 각자 색깔이 확실하다보니 입체적인 느낌으로 살아난다.이 재판은 150일이 넘게 진행된다. 그 사이에 프레드 햄프턴이 사망하기도 한다. 처음 시위 주동자들은 가벼운 처벌로 풀려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 닉슨 대통령은 엄벌을 지시하고, 영화는 판사를 조롱하는 등 미국 사법체계를 블랙코미디로 만드는 힘을 얻는다.특히 여덟 번째 인물인 흑표당 바비 실은 변호사도 없이 재판에 참석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 발언을 하면서 극적 재미를 선사한다. 미국 사법정의를 '밥 말아 드신' 호프만 판사는 그에게 16건의 법정 모독죄를 적용한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5-07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학교 가는 길' '크루즈 패밀리:뉴 에이지' '아이들은 즐겁다'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학교 가는 길' '크루즈 패밀리:뉴 에이지' '아이들은 즐겁다'

◆학교 가는 길감독:김정인출연:이은자, 정난모, 조부용 17년만의 서울시내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어머니들과 장애학생들의 투쟁과 일상을 그린 다큐멘터리.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안지현 양의 등굣길을 따라가며 시작한다. 아침 해가 채 뜨기도 전에 집을 나서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지현이와 어머니의 모습, 스쿨버스 안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특수학교 재학생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발달장애를 가진 지현이의 어머니이자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주인공 중 한 명인 이은자 씨는 먼 곳까지 학교에 다니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신규 특수학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7년 장애학생 부모가 무릎을 꿇은 사진 한 장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사회에서 배제된 장애인 교육권, 장애 인권 등의 문제를 조명한다. 99분. 12세 이상 관람가. ◆크루즈 패밀리:뉴 에이지감독:조엘 크로포드출연:엠마 스톤, 라이언 레이놀즈 어린이날을 맞아 개봉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동굴을 떠나 집을 찾아 나선 크루즈 패밀리가 진화된 인류, 베터맨 패밀리를 만나 벌어지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모험을 담았다. 크루즈 패밀리는 맨손으로 사냥하는 '구식' 원시인이다. 동굴을 떠나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나섰다가 진화된 인류를 만난다. 그들은 도구를 사용하고, 집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지능형 베터맨 패밀리. 둘은 너무나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사사건건 부딪힌다. 이프(엠마 스톤)는 가족들과 달리 베터맨 던(켈리 마리 트랜)과 우정을 쌓아가지만, 점점 두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위협이 닥쳐온다. 2013년 첫 선을 보인 '크루즈 패밀리'는 전 세계 5억8천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리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95분. 전체 관람가. ◆아이들은 즐겁다감독:이지원출연:이경훈, 박예찬, 홍정민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어딘가 아파서 병원에 있는 엄마와 항상 바쁜 아빠, 조금은 외롭지만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에 9살 다이(이경훈)는 즐겁다. 어느 날, 엄마와의 이별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 다이. 친구들과 함께 엄마를 만나기 위해 어른들 몰래 여행을 떠난다. 9세 인생 최초로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떠난 여행의 끝에는 엄마와의 마지막 인사가 기다리고 있다. 웹툰은 지난 2013년 7월 8일부터 2014년 5월 20일까지 연재돼, 간결하고 단순한 그림체로 미세한 감정의 흐름을 완성도 높게 표현해 깊은 여운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엄마와의 이별과 그 사이 성장한 아이의 모습이 따뜻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 108분. 전체 관람가.

2021-05-07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마크맨' '바그다드 카페'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마크맨' '바그다드 카페'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조진모출연:강하늘, 천우희, 강소라 힘든 일상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자극하는 멜로 영화.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강하늘)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기억 속 친구를 떠올리고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자신의 꿈은 찾지 못한 채 엄마와 함께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소희(천우희)는 언니 소연에게 도착한 영호의 편지를 받게 된다. "몇 가지 규칙만 지켜줬으면 좋겠어.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 소희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답장을 보내고 두 사람은 편지를 이어나간다. 우연히 시작된 편지는 무채색이던 두 사람의 일상을 설렘과 기다림으로 물들이기 시작하고, 영호는 12월 31일 비가 오면 만나자는 가능성을 제안하며 그날을 고대한다. 117분. 전체 관람가. ◆마크맨감독:로버트 로렌즈출연:리암 니슨, 제이콥 페레즈 '테이큰' 등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낸 리암 니슨 주연 액션영화. 최고의 사격수였다가 은퇴한 군인 짐(리암 니슨)은 애리조나 국경 지역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은행의 부채를 못 갚아 농장이 넘어갈 위험에 처한 것 빼곤 조용한 말년 생활이다. 어느 날, 우연히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쫓기는 모자를 구해주지만 무자비한 놈들의 공격에 소년의 어머니가 숨을 거둔다. 소년을 시카고에 있는 친척에게 데려가 달라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던 짐은 길을 나서고, 마약 카르텔은 그의 흔적을 따라 추격전을 벌인다. 멕시코로 돌아가면 살해당할 것이 확실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카르텔과 싸우는 한 전쟁 참전용사의 분투를 그린 액션. 리암 니슨의 전작들에 비해 액션이 약한 편.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바그다드 카페감독:퍼시 애들론출연: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 CCH 파운더 1987년 작품이다. 영화음악 'Calling You'로 너무나 유명한 명작이다. 국내에 1993년 개봉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제작 30주년을 맞아 17분이 추가된 리마스터링 감독판으로 재개봉했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낡은 바그다드 카페. 커피머신은 고장난 지 오래고, 먼지투성이 카페의 손님은 사막을 지나치는 트럭 운전사들뿐이다.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쫓아낸 카페 주인 브렌다(CCH 파운더) 앞에, 남편에게 버림받은 독일여성 야스민(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이 찾아온다. 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던 바그다드 카페가 둘의 우정으로 인해 따스한 공간이 되어간다.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해가는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아름다운 여성주의 영화다.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4-30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더 스파이'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더 스파이'

지구에 핵이라는 재앙적 무기가 개발되었지만 그동안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렇지만 핵전쟁 발발 초읽기에 들어간 위험시기는 있었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중 과도한 핵개발 경쟁의 시기였다.'더 스파이'(The courier, 감독 도미닉 쿡)는 일촉즉발의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핵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신념을 지킨 두 남자의 실화를 그린 첩보물이다. 고전적이며 정통적인 첩보영화의 스타일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긴장과 감동을 주는 웰메이드 스릴러다.소련 군사정보국 올레크 대령(메랍 니니트쩨)은 나날이 광포해지는 당 서기장 후르시초프가 불안하기만 하다. 언제 핵전쟁을 일으킬지 모를 충동적인 인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올레크는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를 핵전쟁을 막기 위해 소련의 핵개발에 대한 실상을 서방에 알리기로 결심한다.영국의 사업가 그레빌 윈(베네딕트 컴버배치)은 동유럽을 무대로 서구의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다. 어느 날 영국 상무국 직원과 미국 여성이 그에게 접근한다. 소련에 가서 물건을 받아오는 운반책(courier)을 맡아달라 부탁한다. 이들이 영국의 대외정보국 MI6와 미국 CIA 요원이라는 것을 직감한 그는 이 일을 거절한다. 단순하고 위험하지 않으며, 조국을 위한 일이라는 거듭된 부탁에 마음이 흔들려 일단 모스크바로 가기로 한다. 이렇게 이 둘의 만남은 시작된다.'더 스파이'는 미소 냉전시절 첩보전에 뛰어든 영국 사업가가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첩보물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브리지 오브 스파이'(2015년 작)가 미국과 소련의 스파이 교환 작전에 투입된 변호사의 실화를 그려 감동을 준 것처럼 '더 스파이'는 오직 가족을 위해 세일즈를 하던 사업가가 스파이 세계의 한복판에 떨어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중심이 된다. 그것은 바로 소련의 쿠바 핵미사일 배치다.이때 미국은 소련의 핵무기 개발을 과소평가했다. 그레빌의 '심부름 일'이 아니었으면 알아채기도 어려웠다. 올레크의 정보를 CIA를 통해 보고 받고 위성의 방향을 바꾸어 쿠바를 정밀 촬영한다. 그리고 미사일 기지를 밝혀내고 존 F. 케네디 대통령까지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영화는 이런 세기적 사건과 함께 당시 첩보전의 첨예한 긴장감을 잘 그려내 주고 있다. 영국대사관 내에도 도청장치가 설치되고, 첩자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KGB의 계략 등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긴장한 그레빌이 기내 화장실에 들어가 토하는 장면 등 여느 스파이 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설정들도 눈에 띈다. 첩보의 문외한이 첩보전 한가운데 투입되다 보니 그 긴장감이 관객에게 더욱 강하게 전해지는 것이다.영화는 두 주인공의 '브로맨스'(남성간의 깊은 우정) 감성도 잘 키워나간다. 형식상 올레크는 서방의 대외협력자를 포섭한다는 명목으로 그레빌을 만난다. 둘의 사업적 만남이 이어지면서 올레크는 영국 그레빌의 집으로 와서 그의 가족과 식사를 하기도 하고, 그것은 그레빌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둘의 신뢰는 더욱 깊어가고, 둘의 안위까지 챙길 정도로 성숙해간다. 올레크는 자신을 알렉스라 불러달라고 한다.한 번도 발레를 본적이 없는 그레빌을 볼쇼이 공연에 초대해 함께 관람하는 장면은 둘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무대에는 소련의 자부심이었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공연되고 있다. 왕자와 악마 사이에서 갈등하는 백조 오데트가 올레크의 처지와 비슷해 비극미를 더해준다.올레크는 소련으로 보면 배신자다. 조국의 일급 기밀자료를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에 넘겨준 반역자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인류를 핵전쟁의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정보가 서방과 소련 핵경쟁의 균형을 맞춰 지구의 평화를 유지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랐다.당시 소련과 서방의 첩보는 상상을 초월한다. 당연히 정보가 샌 것을 소련 정부는 알아차리고 KGB의 감시망도 좁혀진다. 그렇지만 둘의 신념을 위한 선택은 멈추지 않는다.그레빌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뛰어난 연기가 극의 중심을 잡는다. 사익만 쫓던 장사꾼의 인류애적 변신을 관객이 충분히 설득될 수 있도록 사실적인 연기를 펼친다. 소련에 다녀온 후 바뀐 그를 바람이 난 것으로 오해하는 아내와의 갈등 속에서도 올레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후반에는 등뼈가 보일 정도로 감량하는 연기 투혼을 보이기도 한다.실화의 힘은 역시 강하다. 엔드크레딧과 함께 당시 기록 사진들이 보이는데, 그들의 희생과 숭고한 신념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 28일 개봉.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4-30 06: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미나리’, 윤여정이라는 K할머니의 탄생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미나리’, 윤여정이라는 K할머니의 탄생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국내 최초이자, 자국어로 연기한 아시아권 배우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윤여정은 어떻게 '미나리'를 통해 이런 성과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아카데미에서도 빛났던 윤여정결국 윤여정이라는 이름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서 불렸다. 공교롭게도 시상자는 '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한 브래드 피트였다. 전년도에 그 상을 수상한 다른 성의 배우가 시상하는 아카데미의 전통에 따라, 작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브래드 피트가 시상자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윤여정은 시상 소감을 하기에 앞서 브래드 피트에게 "드디어 우리가 만났다"며 "그런데 우리 영화 찍을 땐 어디 있었냐?"고 유쾌한 농담을 던져 좌중을 빵 터트렸다.그리고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을 갖고 또 한 번 재치 있는 농담을 던졌다."저는 윤여정인데 유럽 분들이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정'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모두 용서하겠다."지난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특히 고상한 척하는(Snobbish) 영국인들이 나를 알아봐주고 인정해줘서 감사하다"는 솔직함과 위트가 섞인 농담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윤여정다운 모습이었다.그는 자신이 상을 받은 것이 운이 좋아서였다며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예우도 빼놓지 않았다. "나는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 글렌 클로즈 같은 대배우와 어떻게 경쟁을 하겠나." 대신 다섯 후보들이 다 각자의 영화에서 최고였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또 자신의 두 아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해서 그 덕에 열심히 일했더니 이 상을 받게 됐다는 사적이면서도 공감 가는 이야기와, 자신의 첫 감독이었던 고 김기영 감독에 대한 존경의 마음도 전했다.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은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타전됐다. 로이터 통신은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수상까지 이뤄냈다며 그가 수십 년 간 한국 영화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주로 재치 있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작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배우 수상에는 불발됐지만 올해에는 윤여정이 상을 받았다고 전했고, AFP통신은 윤여정이 수상소감에서 글렌 클로즈에 경의를 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윤여정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화제가 된 건, 특유의 유머감각과 더불어 할 말은 하는 '직설적인 화법'에 상대방에 대한 예우까지 갖추는 모습 때문이었다. 윤여정은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범죄가 늘고 있어 미국에 오는 걸 아들이 걱정한다는 이야기로 심각성을 전하기도 했고, 시상식 후 치러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도 '무지개'를 언급하며 소신을 밝혔다."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다.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다." ◆윤여정을 통해 다시 보이는 '미나리'의 가치'미나리'는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작품이다. 정이삭이라고도 불리지만 한인 2세인 그는 미국인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제작자가 브래드 피트다. 미국영화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미국영화가 힘을 발휘한 부분은 '미국적인 문화'가 담겨서가 아니라 오히려 '한국적인 문화'가 전해져서다. 그건 다름 아닌 순자(윤여정)라는, 한국에서 딸 가족을 위해 고춧가루며 멸치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역만리를 찾아온 할머니를 통해서다.'미나리'는 제이콥(스티븐 연)이 아칸소로 이주해 농장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특별히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있지는 않다. 다만 황무지나 다름없는 그 곳을 일궈 농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 가족이 맞닥뜨리는 위기의 순간을 잔잔한 카메라로 포착한 영화다. 농장에 들어가는 돈을 벌기 위해 제이콥과 모니카(한예리)는 병아리감별사로 공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한국에서 온 순자는 몸이 좋지 않은 데이빗(앨런 킴)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그런데 어린 데이빗이 보기에 이 할머니는 여느 할머니 같지 않다. 쿠키를 굽기보다는 화투를 치고, 욕도 잘 하고, 남자팬티를 입고 잔다. 그런데 진짜 다른 점은 힘겨운 상황들 속에서도 낙천적인 모습이다. 가난해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는 꼴을 보여주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딸에게 "바퀴달린 집에서 사니 재밌다"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어떻게든 땅을 일구고 물을 대 농장을 만들어내 큰돈을 벌려는 제이콥과도 순자는 사뭇 다르다. 그는 데이빗을 데리고 산책을 하다 어느 물가에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를 뿌린다. 그러면서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다 같이 먹을 수 있으며 건강하게 해준다고 말한다.물을 대서라도 농장을 일궈 큰돈을 벌려는 제이콥의 다분히 미국식 자본주의적 사고방식과, 그저 물가에 씨를 뿌려두고 누구나 뜯어 먹을 수 있게 미나리가 자라게 해주는 순자의 자연주의적이고 생태주의적인 사고방식은 그렇게 극명하게 대비된다.즉 '미나리'는 순자가 조연이지만, 사실상 순자의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영화다. 제이콥으로 대변되는 한국식의 가부장적인 모습과 미국식의 자본주의적인 모습이 결합된 삶의 방식에, 순자라는 지혜롭고 슬기로운 한 인물이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순자를 자기만의 색깔로 해석하고 표현해낸 윤여정이야말로 지금의 '미나리'의 성과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형성을 거부한 배우, 윤여정의 미나리 같은 삶윤여정은 어떻게 순자를 그토록 생명력 강하고, 유머러스하며, 한국적인 정이 가득하면서도, 트렌디하고 쿨한 할머니(K할머니라고도 불리는)로 그려낼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그가 작품들을 통해 그려온 배우로서의 여정에 담겨 있다. 그는 이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소감에도 거론했듯, 고 김기영 감독의 '화녀'를 통해 데뷔했다. 흔히들 여배우라고 하면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스타로 시작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그는 '악녀'로 데뷔한 셈이었다.결혼 후 미국 생활을 하다 돌아와 처음으로 한 작품도 박철수 감독의 '어미'로, 이 작품에서 윤여정은 딸을 자살하게 만든 인신매매범들을 처단하는 엄마 역할을 연기했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에서는 욕망에 충실한 어르신 역할을 연기했고,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에서는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박카스 할머니'라는 파격적인 연기에 도전한 바 있다.물론 윤여정은 더 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연기를 해왔던 게 사실이지만, 늘 틀에 박힌 전형성을 거부하는 역할을 연기했던 배우였다. 'K할머니'라 불리는 '미나리'의 순자가 전형성을 벗어난 우리 시대의 어르신상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 역시 윤여정의 이런 특별한 연기 여정의 자연스러운 귀결이 아닐 수 없다.영화 제작 현장에서 윤여정은 '배우 같지 않은 배우'로 통한다. 최고 선배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성실하게 임하며, 특유의 유머로 그 힘겨운 작업을 즐겁게 만들고, 틀에 박힌 전형성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배우. 그의 배우로서의 삶은 그래서 미나리를 닮았다.자신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지만 주변도 함께 살리는 그런 존재. 그 삶에 대한 자세들이 '미나리'라는 작품 속 순자를 통해 그려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건 우리 시대가 처한 많은 위기들을 넘어서기 위한 슬기로운 지혜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2021-04-30 06:30:00

"전 세계가 윤며들다"…'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전 세계가 윤며들다"…'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오스카가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한국 여배우 윤여정(74)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 영화 102년사에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오스카 작품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기생충'에 이은 쾌거다. 윤여정은 운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LA 유니언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서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순자) 역할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할머니 역할로 미국 현지에서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는 호평을 받았다.무엇보다 내로라하는 여우조연상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보랏2 서브 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이 윤여정과 경쟁했다.수상은 우리 시각으로 26일 오전 11시쯤 확정됐지만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윤여정은 앞서 미국배우조합상(SAG)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가장 유력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혔다.아카데미는 지난해에도 '기생충'을 작품상 등 4개 부문 수상작으로 호명해 세계가 우리 영화에 집중하게 했다. 김중기 영화평론가는 "BTS를 비롯한 K-팝과 '기생충'을 필두로 한 K-무비 등 K-컬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우리 문화를 보는 서구의 시선이 바뀌었다"며 "지난해에는 '미나리'가 그 가운데에 있었고, 윤여정의 할머니 연기가 그들에게는 신선하면서 새로운 영상 문법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해석했다.윤여정은 수상소감에서 '미나리'를 만든 정이삭 감독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오늘 이 자리에 그냥 운이 좀 더 좋아서 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첫 영화 데뷔작인 '화녀'를 만든 김기영 감독에게도 감사하다고 언급했다.1966년 동양방송(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 작품으로 윤여정은 제4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10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을 휩쓴 바 있다.한편 영화 '미나리'는 올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까지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윤여정만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노매드랜드'가 작품상, 감독상(클로이 자오),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남우주연상은 영화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 각본상은 에머럴드 피넬(프라미싱 영 우먼), 미술상과 촬영상은 '맹크'에 돌아갔다.

2021-04-26 17:05:44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3개 품은 '노매드랜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3개 품은 '노매드랜드'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세간의 예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노매드랜드'(클로이 자오 감독)가 마침내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까지 3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도장깨기 하듯 주요 영화제를 석권해온 터였다.'노매드랜드'는 25일(현지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미나리', '프라미싱 영 우먼',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맹크', '사운드 오브 메탈' 등을 제치고 작품상을 안았다.클로이 자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과 아름다운 책을 써준 제시카 브루더, '노매드랜드'의 모든 가족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저널리스트인 제시카 브루더가 쓴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지난해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차지한 '기생충'보다 상의 개수는 하나 적지만 중량감은 그에 못지않다. 특히 아시아 여성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건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역대 최초다.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장편 데뷔작 '내 형제가 가르쳐준 노래'(2015)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세 번째 장편 영화인 '노매드랜드'는 전 세계에서 200여 개의 영화상을 휩쓸며 클로이 자오라는 이름을 영화계에 새겨 넣었다.클로이 자오 감독만큼 주목을 끈 여우주연상 수상자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이번이 세 번째 오스카 수상이다. 1997년 제69회 시상식에서 영화 '파고'로 처음 오스카를 거머쥔 그는 3년 전인 2018년 제90회 시상식에서는 영화 '쓰리 빌보드'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이번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최다 수상 기록은 캐서린 헵번의 4회)다른 주요 부문 수상자도 예상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각본상을 받은 에머럴드 피넬은 앞서 영국아카데미,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작가조합상을 모두 휩쓸었다.남우주연상은 영국아카데미에서 수상한 바 있는 영화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에게 안겼다. 1992년 영화 '양들의 침묵'으로 수상한 이후 29년 만의 수상이다. 남우조연상은 미국배우조합상, 영국아카데미,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등을 휩쓴 대니얼 칼루야(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가 차지했다.한편 이번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영화 '맹크'는 미술상과 촬영상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또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던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의 영화 '오페라'도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2021-04-26 16:56:07

[김중기의 필름통] 소년시절의 너

[김중기의 필름통] 소년시절의 너

최근 들어 웬만하면 중국영화와 일본영화는 거르는 편이다. '나를 따르라' 식의 지나친 중국 애국주의와 '나를 좀 봐주세요' 식의 일본 멜로는 이제 식상하다 못해 속까지 불편해진다. 1970~80년대 두 나라 영화인들이 보여준 그 묵직함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요즘은 못 볼 걸 본 것 같은 잔뇨감이 오래 남아 여간해서는 손이 가지 않는다.그러나 22일 개봉한 '소년시절의 너'(감독 증국상)는 주연배우들의 호연에 주제를 파고드는 집중력 있는 연출이 여느 중국영화 같지 않아 반가운 마음이 드는 영화다.'소년시절의 너'는 학교 폭력을 소재로 입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힘든 '10대 살이'를 그리고 있다. 가장 향기롭고, 달콤해야 할 10대가 겪는 쓰디쓴 사회 맛보기가 관객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2011년 중국 지방 소도시. 우등생인 첸니엔(주동우)은 늘 혼자다. 그나마 가까웠던 친구가 학교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투신하고, 친구들의 괴롭힘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끔찍한 현실을 이기는 길은 오직 하나, 좋은 대학에 가는 길뿐이다. 수능시험만 잘 치면 된다. 그래서 주먹질도 발길질도 참아낸다.베이(이양천새)는 양아치 소년이다. 뒷골목에서 혼자 살아가는 앵벌이다. 참지 못하는 성격에 늘 얻어맞고 다닌다. 어느 날 곤경에 처한 첸니엔을 구해주고, 첸니엔은 그에게 수능시험을 칠 때 까지 자신을 지켜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제 둘은 힘들지만 외롭지 않다. 그러나 둘은 곧 큰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소녀와 소년은 헐벗은 맨발의 청춘이다. 첸니엔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어머니마저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다. 이제 혼자 살아가야 하고, 앞으로 어머니까지 떠안아야 한다. 유일한 희망은 명문대로 진학해 이 작은 동네를 떠나는 것뿐이다.베이도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벼랑 끝 인생이다. 어느 날 연약한 소녀가 가슴 속에 날아든다.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게" 이제 삶의 의미가 생겼다.'소년시절의 너'는 세상의 끝에서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의 가냘프지만 간절한 마음이 잘 묻어나는 영화다.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는 선생님과 책임 떠넘기는 경찰 등 현실비판적인 요소로 출발하지만, 곧 소년과 소녀의 멜로로 선회한다. 둘의 절절하고 애틋한 로맨스는 통속의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외로운 영혼들의 서로 보듬기와 같은 것이다.집단 괴롭힘으로 첸니엔의 머리카락이 뜯겨나가자 베이가 머리를 깎아주고, 자신도 삭발을 하는 장면은 상처받는 청춘들의 초상을 보는 듯해 가슴이 먹먹해 진다.'소년시절의 너'는 사회고발적인 주제의식을 살리면서도 서정성을 더해 관객의 시선을 끝까지 붙잡아 맨다. 이야기의 흐름도 속도가 있고, 구성도 짜임새가 있다. 길거리 CCTV나 휴대폰 화면 등을 활용한 연출은 영리하고 재치가 있다.여기에 배우들의 호소력 짙은 연기도 영화를 생동감 넘치게 한다. 특히 주동우는 실제 10대 소녀를 앉혀 놓은 듯 어린 첸니엔의 수난을 사실적으로 연기해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촬영할 때 주동우는 27세였다.주동우는 2010년 '산사나무 아래'를 통해 거장 장이모우 감독에게 발탁돼 중국 20대 청춘배우의 대표 아이콘이 됐고, 이후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 '먼 훗날 우리'(2018) 등을 통해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중국 인기 아이돌그룹 티에프보이즈 멤버인 이양천새도 첫 스크린 데뷔지만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감독 증국상은 배우로 출발해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등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의 신진 감독이다. 여류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여정평 촬영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도 빼어나다. '첨밀밀'(1996)의 진가신 감독이 기획에 참여했다.연출과 음악, 영상 등 두루 완성도가 높은 영화다. 물론 영화 말미 장황한 자막이 눈에 거슬렸지만, 중국정부의 검열을 비껴가려는 제작진의 애쓴 흔적으로, 애교로 봐줄만 하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7월 동성아트홀에서 개봉했고,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르면서 22일 확대 재개봉했다. 135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4-23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내일의 기억' '스프링 송'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내일의 기억' '스프링 송'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내일의 기억감독:서유민출연:서예지, 김강우, 염혜란 사고로 기억을 잃은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 주인공의 혼란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물. 수진(서예지)은 사고로 기억을 잃은 후 깨어난다. 집으로 돌아온 후 이웃들의 위험한 미래가 보이기 시작하자 혼란에 빠진다. 길에서 만난 옛 직장 동료는 수진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고민을 자신에게 털어놨다고 말한다. 동료가 건넨 사진 속에는 남편 지훈(김강우)이 아닌 다른 남자가 환하게 웃고 있다. 거기다 수진은 알 수 없는 남자가 자신을 위협하는 환영에 시달린다. 도대체 나는 누구이고, 내 기억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가까운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그 빈자리에 불신과 공포가 채워지는 두려움을 그리고 있다. 기억이 왜곡되고 변형되는 공포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스프링 송감독:유준상출연:유준상, 김소진, 나카가와 아키노리 미완성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무작정 여행을 떠난 밴드의 유쾌한 제작기를 그린 영화. 새로운 곡을 준비하던 밴드 멤버 준화(이준화)와 프로듀서 준상(유준상)이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신곡의 멜로디는 완성됐지만, 아직 가사는 붙여지지 않았고 누가 출연할지도 정해놓지 않은 채 무작정 출발한 여행이다. 일본에 도착한 이들은 배우의 필요성을 느꼈고, 준상은 즉석에서 일본 뮤지컬 배우 아키노리(나카가와 아키노리)를 섭외한다. 여배우가 필요하자 즉흥적으로 한국 배우 소진(김소진)을 초대하고, 또 순원(정순원)까지 가세한다. 소품도 마찬가지다. 자유롭고 열정적인 아티스트들의 소박한 뮤직비디오 제작 현장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분투기가 유쾌함을 선사한다. 83분. 전체 관람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감독:샤카 킹출연:다니엘 칼루유야, 라케이스 스탠필드 21세의 나이에 미국 정부에 암살당한 흑표당(블랙 팬서)의 리더 프레드 햄프턴과 FBI 정보원 윌리엄 오닐의 운명적인 배신과 비극적인 선택을 그린 실화이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각본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주제가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1968년 미국 FBI는 흑인 민권 지도자들을 '블랙 메시아'로 규정해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작을 펼친다.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으로서 투쟁을 이끄는 20살의 대학생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유야)을 감시하기 위해, 절도로 체포된 윌리엄 오닐(라케이스 스탠필드)을 잠입시킨다. 조직에 들어간 오닐은 흑표당이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사회적 불평등을 경험하면서 햄프턴의 메시지에도 동화되기 시작한다. 126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4-23 06:30:00

'인디플러스'포항' 김종관 감독 특별전

'인디플러스'포항' 김종관 감독 특별전

경북 포항시 포항문화재단 '인디플러스 포항'이 김종관 감독의 초기 단편영화를 재조명하는 '단단한 영화展-김종관 감독 특별전'을 개최한다.작년 '조제'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김종관 감독이 최근 신작 '아무도 없는 곳'을 발표하면서, 김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시각으로 청춘과 연애에 관한 단편작을 중심으로 한 특별전이다.이번 특별전은 지금은 접하기 힘든 김종관 감독의 2000년 대 초반 단편작품을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로서, 그의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단편영화만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김감독 초기 단편영화 11편을 묶은 옴니버스 '연인들'이 상영된다. 기획전 상영 이후에도 감독의 신작 '아무도 없는 곳' 관람이 가능하다.영화 '연인들'은 열한 개의 각각 다른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로 ▷폴라로이드 작동법 ▷누구나 외로운 계절 ▷낙원 ▷영재를 기다리며 ▷운디드 △메모리즈 ▷드라이버 ▷모놀로그#1 ▷길 잃은 시간 ▷헤이 톰 ▷올가을의 트렌드의 단편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특히, '폴라로이드 작동법'은 제3회 홍콩아시안영화제,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 제4회 앵커리지국제영화제 등 여러 단편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낙원 또한 제5회 미장센단편영화제, 제31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연출 활동을 시작한 후 꾸준히 단편 작업을 해온 김종관 감독은 그동안 장편을 압축한 것이 아닌 단편만의 호흡과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며 고유의 완결성을 보여줬다.포항문화재단 인디플러스 관계자는 "김종관 감독만의 섬세한 스토리텔링에 주목하여 장편영화와는 또 다른 단편영화만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또한 4월 24일은 김종관 감독의 신작인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이지은) 주연의'아무도 없는 곳'과 그리고 박선주 감독의 '비밀의 정원'을 상영한다.'단단한 영화展-김종관 감독 특별전'은 오는 4월 24일 오후 2시에 개최되며, 상영 일정과 정보는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 인디플러스 포항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독립예술영화 통합 예매사이트 인디앤아트 시네마(www.indieartcinema.com)에서 수수료 없이 예매가 가능하다.

2021-04-20 17:43:29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서복' '레 미제라블' '어른들은 몰라요'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서복' '레 미제라블' '어른들은 몰라요'

◆서복감독:이용주출연:공유, 박보검, 조우진 '건축학개론'(2012)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요원 기헌(공유)은 정보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마지막 제안을 받는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일을 맡게 된 것. 하지만 임무 수행과 동시에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게 되고, 가까스로 빠져나온 기헌과 서복은 둘만의 특별한 동행을 시작하게 된다. 실험실 밖 세상을 처음 만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서복과 생애 마지막 임무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싶은 기헌은 가는 곳마다 사사건건 부딪친다. 인간과 복제인간이 동행하면서 삶과 죽음의 본질적 가치에 물음을 던진다.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레 미제라블감독:레쥬 리출연:다미앵 보나르, 알렉시 마넨티 뮤지컬과 영화로 나왔던 빅토르 위고의 소설과는 다른 스토리다. 소설과 같은 몽페르메유를 배경으로 1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유와 평등, 박애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고발한 작품이다. 이곳으로 새로 전근 온 경감 스테판(다미앵 보나르)과 소년 이사(이사 페리카)를 통해 현실을 보여준다. 스테판은 이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동료 경찰들과 함께 마을을 순찰하며 범죄조직, 부패한 정권과 연계된 주민들의 행동과 주민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동료들의 행태를 목격한다.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아기 사자의 행방을 찾던 중 마을 소년 이삭이 범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삭을 쫓던 중 순간적으로 고무탄이 발포되는데 이 모든 상황이 드론에 찍히고 있다. 제7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104분. 15세 이상 관람가. ◆어른들은 몰라요감독:이환출연:이유미, 하니, 신햇빛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신부가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18살 여고생 세진(이유미)은 임신을 하게 되고, 교장 선생님께 불려가 각서를 쓰게 된다. 하룻밤 보낸 남자가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낙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무작정 집을 나온 세진은 가출 경력 4년 차인 동갑내기 주영(하니)을 만난다. 둘은 처음 만났지만 처지가 비슷해 곧 절친이 된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 나타난 재필과 신지까지 합세해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10대 청소년들의 흡연과 음주, 욕설이 가득하고 학교폭력과 자해, 성매매 등 갖가지 비행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정작 10대가 주인공이면서 청소년이 관람할 수 없는 등급을 받았다. 127분. 청소년 관람불가.

2021-04-16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노매드랜드

[김중기의 필름통] 노매드랜드

도대체 희망이란 있는 것인가? 주어진 삶이니까, 그냥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나에게 하루는, 숨 쉬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노매드랜드'(감독 클로이 자오)는 이런 물음에 답을 하는 영화다.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는 한 여인의 '길 위의 인생'을 통해 우리 삶을 성찰하게 해준다.해발고도 1,219m 네바다주 엠파이어. 한때 잘나가던 공업도시였지만, 경제 위기로 버려진 도시가 됐다. 도시가 무너지자 모두 떠났다. 그러나 펀(프란시스 맥도맨드)과 남편은 떠나지 못했다.이제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고 펀은 혼자 남았다.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낡은 밴에서 살아간다. 홈리스(Homeless)냐는 물음에 그냥 집이 없을 뿐(Houseless)이라고 답한다. 그 어떤 여유와 희망도 없다. 그녀는 동료의 권유로 애리조나주에 있는 노매드(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한다. 펀과 같은 사람들이 황량한 벌판에 모여 함께 지내며 얘기를 나누는 모임이다.'노매드랜드'는 2017년 출간된 제시카 브루더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3년간 취재해 엮은 책으로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라는 부제를 빼고 '노매드랜드' 제목만 썼다. 원작의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걷어내고, 살아남은 펀의 일상과 내면만 그렸다.그녀의 삶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삶의 목표를 잃은 지도 오래다. 이젠 희망이란 단어조차 낯설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아마존 물류센터, 식당, 농장일꾼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지만 손에 쥐는 것은 겨우 하루를 견딜 수 있는 돈뿐이다. 차 안에서 용변을 보고, 공중화장실을 찾아 씻고, 밤이 되면 주차장을 찾아 전전한다. 그녀의 종착지는 어디일까.'노매드랜드'는 한없이 외롭고 쓸쓸한 영화이다. 펀의 하루하루를 다큐멘터리처럼 담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들을 그 위에 쌓을 뿐이다. 내러티브도 단순하고, 캐릭터들의 톤도 저음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울림을 주는 영화다.영화는 제도와 국가를 탓할 만도 하지만, 어떤 주장과 비판도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삶이 당연한 듯 노매드로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도는 부초같은 인생들이다. 길 위에서 만난 부서진 작은 돌과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켜켜이 쌓이면서 삶의 가치와 의미들이 살아난다.생명은 서약과 같은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위대한 삶의 존재 이유가 스크린을 뚫고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펀이 만난 위대한 자연들이 그것을 간증한다.천 년을 이어온 거대한 나무와 공룡, 깎이고 깎인 바위와 하늘, 아름다운 석양, 절벽에 붙어 살아가는 바다제비. 심지어 제비가 날고 부화된 알 껍질에서도 위대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자연의 신비로운 황홀경은 작은 소통에서도 일어난다. 펀이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작은 정과 그들의 소박한 삶 또한 위대한 것이다. 소통과 연대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차를 끓여 나누고, 그들이 필요한 것을 교환하는 일은 사소하지만 길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고귀한 일이다.펀의 일상은 단순한 방황이 아니다. 갈피를 못 잡는 방랑도 아니다. 나를 찾기 위한 길고 긴 여정이다. 그녀가 이미 버려진 도시에서 옛 기억을 떠올리며 흘리는 눈물이 가슴을 처연하게 해준다. 우리가 찾아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영화는 세속적인 가치가 아닌 그 어떤 영성적인 것을 느끼게 해준다.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연기가 또다시 감탄을 자아낸다. 그녀는 '파고'(1996), '쓰리 빌보드'(2017)로 두 차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에선 그녀가 제작까지 맡았다. 감독 클로이 자오를 영입한 것도 그녀였다.'노매드랜드'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 등 전 세계 주요 영화상을 휩쓸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미국 감독조합상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했다.오는 26일(한국시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각색상, 편집상 등 주요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큰 이변이 없다면 여우주연상을 비롯한 주요 상을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4-16 06:30:00

윤여정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한국배우 처음

윤여정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한국배우 처음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미국배우조합상(SAG)에 이어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받으면서 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한층 올라갔다는 관측이 나온다.영국 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는 11일(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개최된 '2021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발표했다.영미권 최고 권위의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아카데미상은 영국과 미국 영화 구분 없이 진행되는 만큼 미국 아카데미상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한국인 배우로선 첫 수상으로, 앞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외국어영화상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윤여정은 화상으로 전한 수상 소감에서 감격한 표정으로 "한국 배우 윤여정입니다"라며 영어로 인사를 했다.그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후보로 지명돼서 영광이다"라고 했다가 "아니, 이제 수상자죠"라고 고쳤다. 이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 별세에 애도를 전했다.그는 "모든 상이 의미가 있지만 이번엔 특히 '고상한 체한다'고 알려진 영국인들이 좋은 배우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고 영광"이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2021-04-12 15:34:11

[김중기의 필름통] 더 파더

[김중기의 필름통] 더 파더

한 노인이 오페라 '킹아더'의 장엄하며 힘찬 아리아를 듣고 있다.그를 찾아온 딸 앤(올리비아 콜맨)이 창문을 활짝 열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는 "아무 일 없었어"라고 답한다. 노인은 간병인을 쫓아낸 이유가 "내 시계를 훔쳐갔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딸이 런던을 떠나 파리에서 살 것이라고 하자 노인은 "난파된 배에서 쥐가 도망치듯 떠난다"며 화를 낸다. 그리고 딸은 집은 나선다."나 혼자 잘 할 수 있다"며 간병인을 세 번째 쫓아낸 괴팍한 노인과 딸의 대화. 영화가 시작된 후 10분 정도의 이 시퀀스는 여느 부녀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곧이어 이 모든 시간과 기억이 헝클어져버린다.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내 기억이 맞는가? 여기는 어딘가?7일 개봉한 영화 '더 파더'(감독 플로리앙 젤러)는 치매 노인의 머릿속을 97분 동안 헤집으며 관객을 숨 막히게 하는 영화다. 무슨 상황인지 모를 때는 긴장감이, 상황을 알고부터는 공포심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 공포는 늙음과 죽음에 대한 슬프고도 거부할 수 없는, 원초적인 것이다.우아한 클래식을 듣는 이 고상한 노인은 한때는 울창한 나무였을 것이다. 딸 둘에 아내도 있으며 직장에서 인정받고 유복한 삶을 살았을 것으로 비친다. 사고로 둘째 딸을 잃었지만, 그의 삶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나이가 들어 불편하지만 아직 신체도 건강한 편이다. 문제는 치매가 온 것이다.영화는 첫 시퀀스가 끝난 이후 문을 왈칵 열어 관객을 노인의 뇌 속으로 집어넣는다.앤이 떠난 후 오페라 '노르마'의 마리아 칼라스 아리아를 듣고 있는데 문소리가 난다. 다가갔더니 낯선 남자가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누구냐?"고 묻자 남자는 앤의 남편 폴(마크 게티스)이라고 말한다."10년이나 됐는데 모르냐?"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곧이어 앤이 집에 오는데 그녀(올리비아 윌리암스)는 조금 전 그 앤이 아니다. "앤은 어디 갔느냐"고 묻자 그녀는 "저 여기 있잖아요. 방금 쇼핑 보고 왔어요"라고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무슨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 노인의 눈빛은 당황하고 황망한 기색이 역력하다.이 사람이 내 딸인지, 딸이 결혼했는지 이혼했는지, 손목시계를 어디에 뒀는지 모든 것이 모호하다. 기억도 지워지고, 순서마저 뒤죽박죽이다. 이젠 내가 누구인지도 명확하지가 않다.'더 파더'는 치매에 걸린 노인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심리 드라마다. 감독 플로리앙 젤러는 이 희곡의 원작자로 2012년 연극으로 선보였다가, 본인이 각색해 첫 영화 연출까지 맡았다. 첫 영화지만 밀도 있는 연출에 안소니 홉킨스라는 걸출한 배우와 조연들의 호연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연극의 탄탄한 스토리가 영화로 옮아오면서 더욱 풍성해진다. 연극처럼 노인의 아파트가 주된 배경이지만, 배우들의 얼굴에 비친 섬세한 감정의 변화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더 파더'는 올해 아카데미상에 작품상, 남우주연상(안소니 홉킨스), 여우조연상(올리비아 콜맨),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와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에서 경쟁한다.안소니 홉킨스(84)는 '양들의 침묵'(1991)에 이어 두 번째 남우주연상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더 파더'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분노, 당황, 후회, 슬픔, 그리움 등 치매에 걸린 노인의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을 놀라운 연기력으로 보여준다."내 이파리가 다 떨어진 것 같다"며 흐느끼는 장면은 가슴을 저민다. 안소니 홉킨스는 촬영할 때 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고 했다. 노배우마저 감정을 달래기 위해 촬영 후 휴식을 요구했을 정도였다.'더 파더'는 치매 당사자 뿐 아니라 간병하는 가족의 어려움도 잘 묘사하고 있다. 앤 역할을 맡은 올리비아 콜맨이 이를 잘 연기해주고 있다.오페라 아리아로 구성된 OST도 격조 높고, 기억의 흐름이 바뀌면서 닥치는 이야기의 구성도 밀도 있다. "시계가 없으면 시간을 알 수 없어"라며 노인은 손목시계에 집착한다. 시간의 기억을 부여잡으려는 행동을 은유하는 것으로 영민한 설정이다.'더 파더'는 단순한 이야기에 등장인물도 대여섯 명이 고작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모두가 한때는 울창한 나무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원할 수가 없다. 어느 순간 나뭇잎을 다 뱉어내고 앙상해진다. 이것이 필연적이라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안소니의 마지막 초상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97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4-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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