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원더 우먼 1984'

영화 '원더 우먼 1984'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원더 우먼 1984'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23일 개봉한 '원더 우먼 1984'(감독 패티 젠킨스)는 1984년 미국을 배경으로 여성 슈퍼 히어로가 인류를 구한다는 영웅 액션 영화다.

코로나19로 초토화된 극장가에 60%가 넘는 예매율로 슈퍼 파워를 자랑하며 개봉했다. 개봉이 연기되기는 했지만 온라인 개봉을 한 '뮬란'과 같은 '꼼수' 없이 정면 돌파를 꾀한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반가운 히어로 영화다.

'원더 우먼 1984'는 2017년 개봉한 '원더 우먼'의 속편. 이번에는 두 명의 빌런을 등장시키고, 전편의 사랑과 재회하는 등 색다른 원더 우먼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1984년은 미국으로서는 풍요의 시대. 전편에서 1차 대전의 전장을 누비며 인류를 구했던 다이애나(갤 가돗)는 자신의 능력을 감춘 채 박물관의 고고학자로 살아간다. 간혹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지만, 외견상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런 그녀 앞에 소원을 빌면 들어주는 보물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66년 전 사망한 연인 스티브(크리스 파인)를 살려내 행복을 느끼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 앞에 두 명의 빌런(악당)이 등장한다.

 

영화 '원더 우먼 1984'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원더 우먼 1984'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원더 우먼은 여러 모로 색다른 코믹 캐릭터였다.

'놀라운 여성', 요즘으로 보면 다소 남녀차별적 요소를 가진 원더 우먼은 슈퍼맨, 배트맨 등 슈퍼 파워를 가진 '맨'들 틈바구니에서 여성적 섬세함과 우아함을 겸비한 헤로인(히어로의 여성형)이었다.

중년 관객들은 빙글빙글 돌면서 원더 우먼으로 변신하던 린다 카터를 떠올릴 것이다. 깎은 듯 예쁜 얼굴에 잘록한 허리, 섹시함을 강조한 코스튬은 원더 우먼의 상징이었다. 1976년부터 4년간 방영된 미국 TV 시리즈의 모습이다.

그녀가 탄생한 것은 1941년. 2차 세계대전이 확전일로에 있던 시기로 막 대공황을 이겨낸 미국이 또 다른 시련에 들어가던 어두운 시절이었다. 여성의 힘이 필요했고, 또 여성의 권익이 움트던 시대였다.

'맨' 중심의 히어로 세계에 원더 우먼이 나타난 것은 당시 사회적 여건과 힘이 작용한 덕택이었다. 그녀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 코믹 작가가 아닌 심리학자였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윌리엄 마스턴은 만화의 교육적 효과를 강조하던 심리학자였다. 그는 남성 중심의 마초가 아닌 사랑과 선함을 가진 여성 영웅이 필요한 시대임을 보여주기 위해 그녀를 고안했다.

 

영화 '원더 우먼 1984'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원더 우먼 1984'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원더 우먼은 헤라 여신의 피를 이어받은 아마존 종족 여왕의 딸이다. 점토로 빚어 생명을 얻은 반신반인이었고, 헤라클레스의 힘과 아테나의 지혜,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리스 신화에서 태어난 영웅으로 완벽한 삼위일체의 캐릭터였다.

'완벽함'은 캐릭터의 완성이지만 한편으로 패착이 되기도 했다. 시대에 맞춰 성격을 달리하면서 관객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유연함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래서 원더 우먼은 슈퍼맨이나 배트맨이 재탄생되면서 새로운 인기를 구가하던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눈에 띄는 빌런이 없던 것도 악재였다.

그랬던 것이 2017년 이스라엘 배우 갤 가돗이 주연을 맡은 '원더 우먼'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1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하는 히어로라는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21세기형 원더 우먼의 등장을 알렸다. 그동안 히어로 영화계의 마블에게 밀렸던 DC의 야심찬 출발이었다.

 

영화 '원더 우먼 1984'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원더 우먼 1984'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원더 우먼 1984'는 히어로 영화답게 첫 장면부터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아마존 여전사들의 경기가 웅장하고 박진감 넘친다. 그러나 영화는 액션 보다 원더 우먼의 삶과 생활, 사랑에 방향성을 맞춘다.

여타 히어로물이 액션 위주였다면 '원더 우먼'은 멜로가 가미된 것이 다르다. 선과 악의 승부 앞에 사랑이란 말랑함과 달콤함을 주입시킨 것이다. 전편에서 처음 느낀 스티브와의 사랑이 이번에는 시대를 넘는 애틋함으로 커졌다.

매력 있고 당당한 다이애나를 동경한 동료와 욕망에 사로잡힌 사업가가 빌런으로 등장하지만 파괴력이나 긴장감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한 편이다. 대신 인간과 섞여 살아가려는 원더 우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더 우먼 1984'는 올해 개봉된 몇 안 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하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이후 4개월 만이다. 대부분의 기대작들이 연내 극장 개봉을 포기한 가운데 만난 히어로영화라는 것이 다행스럽게 다가온다. 151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관련기사

AD

연예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완독률이 좋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