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중기의 필름통] '정글 크루즈' '갈매기' '우리, 둘'

[김중기의 필름통] '정글 크루즈' '갈매기' '우리, 둘'

◆정글 크루즈감독:자움콜렛 세라출연:드웨인 존슨, 에밀리 블런트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디즈니랜드의 인기 놀이기구를 영화로 옮긴 액션 어드벤처 영화다. 정글 크루즈는 1955년 디즈니랜드 테마파크가 개장할 때 탄생한 것으로 선장이 모는 유람선을 타고 강줄기를 따라 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원시 열대우림을 탐험하는 놀이기구다.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재치 넘치는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에게 고대 아마존의 전설을 쫓아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면서, 순탄치 않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열대우림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고 수많은 역경과 초자연적인 힘을 마주하게 된다.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 ◆갈매기감독:김미조출연:정애화, 이상희, 고서희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중년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이후 세상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수산시장 재개발 반대 모임에 참석한 오복(정애화)은 그날 밤 시장의 동료이자 재개발 반대 위원장인 기택(김병춘)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집에 홀로 누워 있던 오복은 일어나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청한다.하지만 오히려 오복에게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가해자에게는 비난의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눈치 보면서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일해온 시장 바닥이 낯설어지고 배신감이 밀려온다. 성폭력에 무심했던 사회인식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를 제기한 작품이다. 75분. 15세 이상 관람가. ◆우리, 둘감독:필리포 메네게티출연:바바라 수코바, 마틴 슈발리에 2021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미나리'와 함께 후보로 올라 경합을 벌인 색다른 로맨스 영화. 70대 정도로 보이는 두 노인 여성이 주인공이다. 독일 출신으로, 여행 가이드 일을 하다가 은퇴한 니나(바바라 수코바)는 프랑스의 지방 도시에 와서 마도(마틴 슈발리에)의 옆집에 살게 됐다. 마도는 남편을 떠나보낸 뒤, 혼자 살고 있다.복도를 사이에 두고 이웃으로 사는 두 주인공은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커다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둘은 20년 넘게 사랑을 이어온 연인이라는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새로운 곳에 가서, 지금까지와 다르게 살고 싶은 두 사람은 로마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끝나지 않은 노년의 로맨스를 감각적인 연출로 그렸다. 95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7-30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여름 한국 대작영화 4편

[김중기의 필름통] 여름 한국 대작영화 4편

'코로나 정면 돌파'뜨거운 대구의 여름을 시원하게 식혀줄 한국 대작영화 4편이 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보고 싶은 배우와 믿고 보는 감독, 액션과 범죄, 공포와 재난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재로 무장한 영화들이다. 질긴 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침체된 극장가를 구해낼 수 있을까. 올 여름 빅히트가 예상되는 4편의 한국영화를 소개한다. ◆생사를 건 남북의 실화 탈출영화 '모가디슈'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일어난다. 이때 대한민국은 UN 가입을 위해 전력을 쏟던 때다. 듣도 보도 못한 아프리카 소국 소말리아의 한 표가 더 없이 소중했던 시절이다. 대한민국 한신성 대사(김윤석)와 안기부 출신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등은 당시 북한보다 열세였던 이곳에서 총력전을 펼친다.그러나 시민 시위가 내전으로 번지며 대한민국 대사관은 전기, 식량 등 기본적인 자원부터 이웃나라와의 연락마저 끊긴 상태에 놓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의 림용수 대사(허준호)와 태준기 참사관(구교환) 및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구조를 요청하면서 긴장감이 감도는 동행이 시작된다'모가디슈'는 당시 모가디슈를 탈출하는 남한과 북한 대사관 일행들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제작진은 당시 기록과 자문 등을 통해 극적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애를 썼고, 신파로 빠질 수 있는 감정들도 잘 절제했다. 전작 '군함도'로 한차례 곤욕을 치른 터라 류승완 감독이 고증에 힘을 쓴 것이다.총 255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액션에 장점을 보여준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긴박하면서 빠른 전개로 관객의 몰입감을 끌어낸다. 28일 개봉.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 ◆되살아난 시체의 기이한 살인 공포물 '방법:재차의'기이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현장에는 피해자와 함께 용의자도 사체도 발견된다. 그러나 용의자는 이미 3개월 전에 사망한 사람이다.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기자 임진희(엄지원)는 라디오 출연 중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자신이 살인사건의 범인이며 생방송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것.모두의 주목 속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범인은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3번의 살인을 예고한다. 이 모든 것의 배후가 있음을 직감한 임진희와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방법사 백소진(정지소)은 미스터리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부산행'의 연상호 각본으로 가장 한국적인 오컬트 스릴러물이라는 호평을 받았던 tvN 드라마 '방법'을 스크린으로 확장한 공포영화다. 스크린에 걸맞게 액션과 속도감이 강화됐다. 지능적이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재차의의 특성이 기존 좀비영화와는 다른 공포감을 선사한다. 특히 재차의 군단이 벌이는 카체이싱 액션은 관객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28일 개봉.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내 집이 땅 속으로 꺼졌다 재난영화 '싱크홀'드디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가장 동원(김성균)은 이사 첫날부터 빌라 주민 만수(차승원)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동원은 직장 동료들을 초대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빌라 건물이 땅 속으로 꺼지고 만다. 동원의 집들이에 왔던 김대리(이광수)와 인턴사원 은주(김혜준)까지, 지하 500m 싱크홀 속으로 떨어진 이들은 과연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해 벌어지는 재난영화다. 한국에서 싱크홀을 소재로 한 영화로는 처음이다. 108층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의 화재를 다룬 '타워'(2012)의 김지훈 감독 작품이다. 모든 통신이 끊긴 지하 500m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건물이 꺼지는 한계 상황을 실감나는 영상으로 극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등의 캐릭터에서 보듯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긍정 메시지를 담아낸다. 8월 11일 개봉 예정.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 ◆납치된 황정민을 황정민이 연기하는 스릴러 '인질'배우 황정민이 인질로 잡혔다. 어느 새벽,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된다. 그리고 목숨을 건 극한의 탈주가 시작된다.'배우 황정민이 실제 인질로 잡힌다면'이라는 신선한 콘셉트의 영화다. 영화에서 형사, 스파이 등 억세면서 강인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황정민이 이번엔 본인이 속수무책 당하는 '인질' 역을 맡았다. '베테랑'과 '엑시트'의 제작진이 선보이는 리얼리티 액션스릴러. 8월 18일 개봉 예정. 94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7-30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보스 베이비2’ ‘호스트:접속금지’ ‘액션 히어로’

[김중기의 필름통] ‘보스 베이비2’ ‘호스트:접속금지’ ‘액션 히어로’

◆보스 베이비2감독:톰 맥그래스목소리 출연:알렉 볼드윈, 아미 세다리스 글로벌 수익 5억 달러 이상, 한화로 약 6천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며 국내에서만 245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보스 베이비'(2017)의 후속작. 진짜 보스가 된 테드(알렉 볼드윈)가 조카인 줄만 알았던 뉴 보스 베이비 티나(아미 세다리스)의 지시로 다시 베이비로 돌아가야 하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전편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음악을 좋아했던 팀은 성인이 됐고, 열정적인 사업가 캐롤과 결혼해 슬하에 두 딸 타비사와 티나를 두고 있다. 티나는 보스 베이비 주식회사의 새로운 임원. 팀과 테드는 마법의 약을 먹고 다시 베이비가 되고 만다. 유쾌하면서 진한 가족애를 그리고 있다. 전편에 이어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가 다시 OST를 맡았다. 107분. 전체 관람가. ◆호스트:접속금지감독:롭 새비지출연:헤일리 비숍, 젬마 무어 코로나 시대를 잘 반영한 영국 공포영화. 화상회의 어플 줌(ZOOM)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몰입도 높은 생생한 공포를 전한다. 코로나19로 헤일리(헤일리 비숍) 역시 친구들과 온택트로 모임을 갖는다. 자가격리 중 일상을 나누기 위해 친구들을 화상회의 어플인 줌으로 초대한 것. 그들은 마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만난 것처럼 화상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이젠 기침만 해도 코로나19에 걸린 건 아닌지 의심을 한다. 실제 감독과 제작진이 줌을 통해 대화를 나누다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온라인 공간에서 시작된 공포라는 놀라운 아이디어로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현실 반영 100% 리얼 팬데믹 호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러닝타임이 짧다. 58분. 15세 이상 관람가. ◆액션 히어로감독:이진호출연:이석형, 이주영, 김재화 유쾌, 경쾌, 발랄한 한국 독립영화. 꿈은 액션 배우, 현실은 공무원 준비생인 대학생 주성(이석형)이 악당을 때려잡는 코믹액션 영화다. 사회복지학과 대학생이자 공무원 준비생인 주성은 홍콩 액션영화 마니아. 액션 배우가 되는 게 늘 소원이었다. 그래서 연극영화과 청강을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열정적인 학생으로 주목받는다. 어느 날 아웃사이더인 찬열(이세준)과 함께 조별 과제로 영화를 찍던 도중 우연히 연극영화과 차옥주 교수(김재화)를 협박하는 편지를 발견한다. 입시비리를 끊임없이 저지르는 차 교수의 약점을 포착한 누군가의 소행이 분명하지만, 주성은 이를 액션영화 소재로 삼을 계획을 세운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 배우상, 왓챠상, CGV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90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7-23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워스(Worth)'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워스(Worth)'

9.11 테러는 금세기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견고하던 쌍둥이 무역센터 빌딩이 힘없이 무너지고, 국방의 심장인 펜타곤까지 공습을 받았다. 2천977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사랑하는 이를 잃고 상실감과 분노에 빠졌다.'레인 오버 미'(2007),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2011) 등 9.11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상처와 후유증을 다루었다. 그러나 이번 주 개봉한 '워스'(감독 사라 콜란겔로)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그리고 있다. 당시 희생자들의 보상금을 두고 벌어지는 실화다. 제목(Worth)처럼 '목숨 값'을 '흥정'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9.11 테러가 터진 지 열흘 만에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다. 피해자 보상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선의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피해자와 가족들이 소송을 벌여 기업을 파산하게 하고 국가 경제를 흔들게 할까 두려웠던 미국 의회와 정부가 선수를 친 것이다. 피해자들이 국가가 제시한 보상 기금을 받고, 소송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워스'의 원제는 '목숨 값이 얼마일까?'(What is Life Worth?)이다. 이 영화의 바탕이 된 보상기금 특별위원장이었던 변호사 케네스 파인버그의 회고록 제목이다.'목숨 값이 얼마일까?'는 주인공 켄(마이클 키튼)의 로스쿨 강의 제목이기도 하다. 콤바인에 끼어 사망한 농부의 목숨 값을 산출하라고 학생들에게 제시한다. 학생들은 200만 달러, 300만 달러라고 얘기하고, 그 중 한 학생이 270만 달러라고 답한다. 바로 270만 달러에 합의를 선언하며 "이 과정은 늘 정답이 있고, 수치가 답이며, 그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한다.그는 평생을 협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9.11 테러를 목격하고, 무보수로 특별위원장을 맡는다. 아내가 반대하자 "내가 적격"이라며 "나보다 잘 할 사람 없다"고 자신한다.그러나 현실에서 단호한 벽을 만난다. 늘 해오던 대로 보험회사 공식 같은 것을 대입해 산정한 보상금을 제시했다가 피해자와 가족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다."어떻게 다를 수가 있어요. 모두 소중한 생명인데."24개월 안에 대상자의 80%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기한이 다 되도록 진척이 없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켄은 뉴욕에 근거지를 둔 전형적인 변호사다. 돈이 가치의 척도라고 믿는다. 집에 오면 오페라 '라 왈리'의 아리아를 듣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 공헌하고 싶은 공명심도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반대의 정치 성향이지만, 부시의 전화에 감읍하기도 한다.그는 피해자들의 호소에 건성으로 호응한다. 머리에는 액수와 환산표만 가득 차 있고, 가슴은 그들을 받아들일 공간이 없다. 그가 결정한 목숨 값이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리가 없다.반대로 그의 평생 동료이자 부위원장인 카밀(에이미 라이언)과 신입사원 프리야 쿤디(수노리 라마나단)는 피해자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지장을 받을 정도. 결국 켄이 가슴을 열고 피해자들의 사연을 듣는 순간 그들의 마음도 움직인다.남편을 잃은 아내, 연인을 잃은 남자, 자식을 잃은 부모 등 그들의 아픔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던 남편의 마지막 인사, 형을 구하려 뛰어든 동생 소방관의 죽음 등 사연들이 가슴 뭉클하게 한다.망자의 목숨 값을 수치로 환산하려고 했던 이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이 영화의 큰 줄기지만, 영화는 사건의 희생자들과 남은 자들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고, 이를 이해하고 보듬는 데 세심한 신경을 쓴다.9.11 테러를 다룬 영화가 지키는 선이 있다. 희생자들에 대한 예우를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적대감이나 비판보다는 화해와 용서, 포용의 정서를 더 부각시키는 것이다.'워스'도 빨리 사건을 잠재우고 싶은 위정자들이나, 수백억원의 목숨 값을 제시하는 월 스트리트의 금융인들에게도 적개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심지어 켄에 대해서도 그가 변할 수 있는 여지를 두며 기다려준다. 마치 지금은 무엇도 이 슬픔보다 더 큰 것은 없다는 듯, 전대미문의 대사건 앞에 모두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듯이 말이다. 내심 조지 부시 대통령의 '뻘짓'에 대해 비판하기를 바랐지만, 그것 또한 마찬가지였다.'워스'는 21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했으며, 오는 9월 북미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2018년 '나의 작은 시인에게'로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사라 콜란겔로의 연출작이다. 나이가 들수록 '버드맨'(2015), '스포트라이트'(2016), '파운더'(2017) 등 사회성 짙은 영화에 더욱 잘 어울리는 마이클 키튼이 켄의 고뇌를 잘 연기하고, '칠드런 액트'(2019)와 '사일런스'(2019)의 스탠리 투치가 켄을 압박하는 희생자 남편으로 출연한다.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7-23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리뷰 '아이스 로드'

[김중기의 필름통] 리뷰 '아이스 로드'

'공포의 보수'(The Wages Of Fear, 1953)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프랑스 배우 이브 몽땅이 주연한 영화다. '고엽'을 부른 그 이브 몽땅이 맞다. 프랑스인 마리오(이브 몽땅)는 남미의 시골 오지까지 밀려온 실패한 인생의 사나이다. 어느 날 미국인이 개발하는 유전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폭탄의 원료인 질소를 쏟아 부어 산소를 고갈시키는 것이 유일한 화재 진압 방법이다.그러나 질소는 작은 충격에도 폭발하는 민감한 물질이다. 거액의 보수를 내걸고 질소를 운반할 트럭 운전사를 모집한다. 여기에 마리오를 비롯해 4명의 지원자가 나선다. 목숨을 담보로 일확천금을 노린 막장 인생들이다. 이들은 끊어진 다리를 건너, 정글을 뚫고 조금씩 나아간다. 죽음의 공포는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이들은 오직 그 보수만을 꿈꾸지만 운명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이 영화는 곧 터질 것 같은 위험과 벼랑 끝에 선 인간군상의 모습, 삶의 허무함 등을 잘 그려낸 수작 영화다. 70년이 다 된 영화지만 지금 봐도 공포와 서스펜스는 탁월한 작품이다.21일 개봉 예정인 '아이스 로드'(감독 조나단 헨슬레이)는 '공포의 보수'를 차용한 스릴러 영화다.캐나다 매니토바 주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폭발해 26명의 광부가 갱도에 매몰된다. 이들을 구할 유일한 방법은 산소가 고갈되기 전 구조용 파이프로 이들을 구하는 것이다. 파이프를 운송할 대형 트레일러 운전자를 모집한다. 이라크 파병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마이크(리암 니슨)가 여기에 합류한다.가장 큰 난관은 이들이 가야할 길이 땅이 아니라 얼음이고, 이때가 얼음이 곧 녹기 시작하는 4월이라는 점이다.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는 미국 오대호 바로 위쪽에 위치한 캐나다령 위니펙 호수다. 겨울에는 영하 50도로 내려가 호수 위로 얼음길(아이스 로드)이 열리는 곳이다. 길이만 425km로 서울-부산 거리보다 더 길다.영화가 시작하면서 비장한 음악과 함께 아이스 로드의 실체가 드러난다. 공중 촬영과 얼음 속 장면 등을 통해 전 세계 유례가 없는 도로의 모습을 관객에게 웅장하게, 소름 돋게 전해준다.아무리 두텁다 해도 얼음은 깨어지기 마련이라, 관객에게 아이스 로드는 훌륭한 공포의 대상이 된다. 곧 녹기 시작해 폐쇄된 도로를 열고 달리기에 그 서스펜스는 더하다. 거기에 갱도의 산소가 고갈되기 전 30시간이라는 타임라인까지 설정됐다.'아이스 로드'는 한 여름 무더위에 관람하기 좋은 영화다. 온통 얼음과 눈뿐이고, 눈사태에 거센 눈바람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니 아이스바를 먹는 것처럼 시원하다. 배우들이 차가운 얼음물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온몸이 오싹해진다.그러나 '아이스 로드'는 그것이 전부다. 얼음길이라는 설정에만 최대한 의지한 서스펜스 영화다. 광부들을 구할 트레일러 트러커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 혹독한 자연만이 아니라는 것이 더해질 뿐이다. 이 사실을 안 순간부터 아이스 로드가 가진 위험한 서스펜스와 긴장감은 사라진다. 인간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이, 한낱 인간의 농간과 어깨를 견주면서 영화는 여느 액션영화와 다를 바가 없어진 것이다.이와 함께 위대한 인간의 승리라는 휴머니즘도 색을 잃는다. 왜 아이스 로드라는 천혜의 서스펜스 재료를 이렇게 낭비할까. 혹독한 자연을 뚫고 인간을 구한 위대한 승리의 스토리를 왜 액션의 상투성으로 덮어버릴까 아쉬움이 남는다.'아이스 로드'가 또 하나 기댄 것이 배우 리암 니슨이다. '테이큰'(2008)을 비롯해 숱한 영화에서 듬직한 캐릭터를 맡아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아이스 로드'에서도 예의 그 면모가 그대로 담겨 있다. 또 한 명 '매트릭스'(1999)의 로렌스 피쉬번까지 가세했다.'공포의 보수'는 치열한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그것이 헛된 욕망이라는 것과 함께 미국 대자본의 이익 추구라는 자본주의까지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뭐 그렇게 까지야" 할 필요가 없다고 양보를 해도, '아이스 로드'는 자연재해와 맞서는 서스펜스를 버리고, 타락한 기업성이라는 진부하며 편협한 오락성으로 방향을 급선회한다.식재료도 좋고, 양념까지 훌륭한데 나온 음식이 돋보이지 않는다면 요리사의 잘못이 크다. '쥬만지'(1995), '다이하드3'(1995), '세인트'(1997) 등의 각본가 조나단 헨슬레이가 이번에는 연출까지 맡았는데, 과한 욕심이었던 것 같다.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7-16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스페이스 잼:새로운 시대'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오필리아'

[김중기의 필름통] '스페이스 잼:새로운 시대'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오필리아'

◆스페이스 잼:새로운 시대감독:말콤 D. 리출연:르브론 제임스, 돈 치들 1996년 '스페이스 잼'의 속편.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출연한 애니메이션으로 당시 전 세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5년 만에 돌아온 '새로운 시대'는 21세기 농구 황제 르브론 제임스를 주인공으로 NBA 스타 캐릭터들과, 조커, 마스크, 킹콩, 볼드모트, 매드맥스 워보이 등 워너브러더스의 영화 캐릭터들까지 총출동해 농구경기를 펼친다. 사라진 아들을 찾아 나선 제임스(르브론 제임스)가 매트릭스 공간에 빠진다. 매트릭스 공간의 왕은 제임스가 아들을 만나려면 자신과 농구 경기를 해서 이겨야 한다고 제안하고, 제임스는 아들을 찾기 위해 드림팀을 구성해 시합을 펼친다는 줄거리. 3차원 가상 세계를 스크린에 그려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그래픽 공간에 끌어와 3D 가상현실을 눈앞에 펼쳐낸 것이다. 115분. 전체 관람가.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감독:도이 노부히로출연: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20대 젊은 연인에게 찾아온 사랑과 현실의 벽, 그리고 헤어짐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 일본영화.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21살 대학생 무기(스다 마사키)와 키누(아리무라 가스미)는 첫차를 기다리며 시간을 함께 한다. 알고 보니 둘은 영화, 음악, 미술 등 취향이 똑같다. 호감을 느낀 둘은 연애를 시작한다. 일러스트 작가가 꿈인 무기, 취업을 앞둔 키누는 서로 의지하며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무기가 영업사원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둘의 행복했던 시간들은 금이 간다. 점점 만나기 어렵게 되고, 지하철 같은 칸에 앉아가면서도 각자 이어폰을 낀 채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를 연출한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연출작. 123분. 12세 이상 관람가. ◆오필리아감독:클레어 맥카시출연:데이지 리들리, 조지 맥케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오필리아의 시선에서 새롭게 재탄생시킨 영화. 타고난 현명함으로 왕비의 총애를 받아 왕실의 시녀가 된 오필리아가 햄릿 왕자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면서 왕국을 둘러싼 음모에 맞서는 로맨스 시대극. 오필리아(데이지 리들리)는 왕비 거트루드(나오미 왓츠)의 총애를 받아 왕실의 시녀가 된다. 왕실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오필리아에게 첫눈에 반한 왕자 햄릿(조지 맥케이)은 운명적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격차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선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왕국은 혼란에 빠지고, 오필리아는 이 사건의 배후에 커다란 음모가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된다. 기존 '햄릿'의 플롯을 따라가면서도 조연이었던 오필리아를 주인공으로 색다른 이야기를 펼친다.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7-16 06:30:00

[주간 스케치북]이소룡 딸, '아버지 비하' 타란티노 감독에 "지겨운 백인 남성"

[주간 스케치북]이소룡 딸, '아버지 비하' 타란티노 감독에 "지겨운 백인 남성"

미국 할리우드와 홍콩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전설의 액션 스타 이소룡의 딸이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자신의 아버지를 비하했다고 최근 강력히 비판했다.지난 5일 미국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등에 따르면 이소룡(영어이름 브루스 리)의 딸 섀넌 리는 타란티노 감독을 겨냥해 "이소룡이 누구인지를 말하려는 할리우드의 백인 남성들이 정말로 지겹다"고 말했다.섀넌 리는 최근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한 타란티노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 이소룡을 비하했다면서 할리우드리포터에 타란티노 감독을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했다.타란티노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에서 이소룡을 건방지고 오만한 액션 배우로 묘사했고 최근 이 영화를 소설로 출간하면서 다시 이소룡을 깎아내렸다. 타란티노 감독은 팟캐스트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이소룡 묘사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영화계 사람들을 욕한 뒤 이소룡의 한 전기를 인용해 그가 과거 영화 촬영장에서 스턴트맨을 무례하게 대했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섀넌 리는 할리우드의 백인 남성들은 중국계 미국인인 자신의 아버지가 1960∼70년대 할리우드에서 일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모른다고 반박했다.그는 "할리우드 백인 남성들은 이소룡이 액션 영화에 미친 영향력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이소룡의 업적이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자부심을 불러일으킨 것을 가볍게 평가절하한다"고 꼬집었다.이어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아시아계 증오 범죄를 언급하면서 이소룡에 대한 "타란티노 감독의 지속적인 공격과 잘못된 캐릭터 묘사, 그릇된 표현은 환영받지 못 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2021-07-09 13:30:00

[김중기의 필름통] 리뷰 '제8일의 밤'

[김중기의 필름통] 리뷰 '제8일의 밤'

'제8일의 밤'(감독 김태형)이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했다.원래 극장 개봉을 위해 제작했지만, 넷플릭스가 구입해 지난 주 전 세계에 공개했다. 제작사는 흥행의 부담을 덜었고,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하나 더 추가했으니 만족스러운 거래라 할 수 있겠다. 관객 또한 마찬가지다.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볼 수 있기 때문이고, 플레이어의 기능을 통해 빨리 감아볼 수도 있고,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관람을 중단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제8일의 밤'은 한국형 오컬트 영화다. 오컬트는 초자연적인 악령을 바탕으로 한 심령 공포영화로 '사바하'(2019), '곡성'(2016)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2천500년 전, 인간을 괴롭히려는 요괴를 '붉은 눈'과 '검은 눈'으로 나눠 봉인해 땅에 묻는다. 그런데 붉은 달이 뜨는 밤, '붉은 눈'의 봉인이 풀리고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검은 눈'을 찾아간다. 마지막 제8일의 밤, 둘이 하나가 되면 인간 세상은 어둠과 고통만이 존재하는 지옥이 된다.영화의 기본 설정이다. 인간을 제물 삼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거대해지는 요괴와 마지막 징검다리를 없애야 하는 퇴마스님의 과제가 제8일이라는 타임라인에 올라타는 제법 긴장감 넘치는 시놉시스다.이를 끌어가는 캐릭터가 퇴마 스님 선화(이성민)와 묵언 수행자 청석(남다름)이고, 마지막 징검다리가 될 처녀보살과 경찰 2명이 여기에 가세한다.그러나 '제8일의 밤'은 외피는 그럴 듯하지만 오컬트영화가 가져야 할 악령의 공포와 미스터리가 설익은 영화가 되고 말았다. 공포영화가 공포스럽지가 않으니 말이다.우선 그럴 듯한 설정부터 '사바하'나 '곡성'과 결이 다르다. 인간세상을 지키기 위해 부처님이 요괴를 봉인했다는 설정은 다분히 서양식 창작이다. 불교적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붉은 눈'이 인간의 몸을 징검다리 삼아 전이하는 설정은 '신체 강탈자의 침입'(1956) 등을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들이 즐겨 쓰던 바디 스내처의 클리셰다.악령의 기운을 검은 연기로 CG처리 하는 등 전반적인 묘사의 수준이 한국형 오컬트 영화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양식이다. 그러다보니 관객이 몰입할 수준의 공포나 스릴을 건져 올리지 못하고, 독창적이거나 색다른 맛을 주지도 못한다.여기에 내러티브도 템포를 조절하지 못해 강약과 이완의 긴장미마저 놓치고 있다. '붉은 눈'이 저지르는 살인은 무의미한 반복이고, 과거의 번민을 이겨내지 못해 속세로 내려와 공사장 노무자로 일하고 있는 선화와, 돌아가신 노스님의 유언을 들고 찾아온 청석의 만남은 지나치게 지루하고 상투적이다. 둘의 인연이 남다르지만, 이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부자지간의 뜨거운 정으로 끌어올려야 하지만 실패한다.끔찍한 변사체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등장하는 형사의 캐릭터도 신선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선임인 호태(박해준)는 사사건건 후임을 갈구고, 후임인 동진(김동영) 또한 전전긍긍하는, 뻔한 한국 경찰물의 전형성을 보여준다.이성민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온 몸을 던져 뛰고 달리지만, 혼자 이를 커버하기에는 무리다. 애란 역의 김유정 배우도 제 무게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징검다리 중 하나인 여고생 단역이 희번득 웃는 장면은 그 중에 건진 색다른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감독은 인간의 인연과 번뇌의 고통을 오컬트를 통해 그려지기를 바란 듯하다.선화와 청석, 호태와 동진이 모두 옛 인연의 끈으로 엮여 있고, 선화와 노스님 하정(이얼), 애란의 존재 또한 그 끈을 피해가지 못한다. 옆으로 누운 '8'이 무한대를 형상화한 것은 불교의 윤회처럼 질기고 질긴 그들의 인연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을 관객에게 개연성 있게 전달해주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제8일의 밤'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밤새 준비했지만, 결국 시간이 없어 완성하지 못한 과제물 같은 영화다. 시나리오를 손보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7-0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블랙 위도우' '트립 투 그리스' '이번엔 잘 되겠지'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블랙 위도우' '트립 투 그리스' '이번엔 잘 되겠지'

◆블랙 위도우감독:케이트 쇼트랜드출연:스칼렛 요한슨, 플로렌스 퓨 '아이언맨2'에서부터 '어벤져스:엔드게임'까지 무려 7편의 영화에서 활약한 마블 히어로 블랙 위도우. 그러나 영화 속 블랙 위도우의 과거는 늘 가려져 있었다. 그가 감추고자 했던 비밀이 이번 작품을 통해 베일을 벗는다. 캡틴 아메리카 팀이 세상에서 종적을 감추고, 아이언맨 팀과 함께 할 수도 없는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는 잠시 몸을 숨긴다. 하지만 과거에 헤어졌던 동생이자 레드룸 최고의 암살 요원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가 나타나고,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숨겨진 음모를 막기 위해 몸을 던진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노르웨이, 모로코, 미국 애틀란타, 영국 등 다국적 로케이션 촬영으로 다채로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돼 7월 7일 전 세계 동시 개봉했다. 134분. 12세 이상 관람가. ◆트립 투 그리스감독:마이클 윈더버텀출연:스티브 쿠간, 롭 브라이든 유럽 여행 시리즈로 마니아 관객을 확보한 '트립 투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이번엔 그리스다. '트립 투 그리스'는 영국 배우 스티브와 롭이 그리스에서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는 미식 투어. 터키 아소스부터 그리스 이타카까지 6일간의 낭만적인 여행을 통해 인생과 예술, 사랑에 대한 유쾌한 대화를 하는 두 남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리스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절친과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의 여행은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관객들에게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을 준다. 여기에 그리스의 역사, 예술, 음식을 경험하는 동시에 삶을 성찰해보는 시간도 갖게 해준다.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번엔 잘 되겠지감독:이승수출연:윤다훈, 이선진, 이상훈 관객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줄 휴먼 코미디영화. 토종닭, 오골계 등 닭이라면 자신 있는 치킨집 사장이 영화 제작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리고 있다. 에로영화 감독을 하다가 먹고살기 힘들어 치킨집을 연 승훈(윤다훈). 그러나 코로나19로 또다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그때 그의 앞에 '엄청난'(?) 시나리오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잘 되겠지' 하는 마음에 심기일전하고 다시 영화 제작에 뛰어든다. 재기를 꿈꾸지만 역시 쉽지 않다. 가는 곳마다 번번이 퇴짜를 맞고, 영화 촬영에 들어가서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잇따라 터진다. 배우 윤다훈이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영화. 배우 이선진이 영화를 꿈꾸는 철부지 남편을 대신해 고군분투하는 아내 미선 역으로 출연했다. 96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7-0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미드나이트' '체르노빌 1986' '빛나는 순간'

[김중기의 필름통] '미드나이트' '체르노빌 1986' '빛나는 순간'

◆미드나이트감독:권오승출연:진기주, 위하준, 박훈 소리를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목격자가 연쇄살인마의 타깃이 된 추격 스릴러.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경미(진기주)는 청각장애 상담사 일을 하고 있다. 힘들지만 돈을 모아 엄마와 제주도에 놀러가는 것이 꿈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퇴근길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소정(김혜윤)을 목격한다. 그녀를 도와주려던 경미는 뜻하지 않게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의 타깃이 된다. 도식은 말끔한 외모에 착한 연기로 경찰을 농락하는 지능형 살인마. 경미는 도식에게서 도망치려 하지만, 살인마의 발걸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도와 달라고 소리치지만,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도식은 또 다른 얼굴로 나타나 경미를 위협한다. 주인공의 장애를 고려해 소리를 영리하게 활용해 긴장감을 더한다.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체르노빌 1986감독:다닐라 코즐로브스키출연:다닐라 코즐로브스키, 옥사나 애킨시나 1986년 4월 26일 벌어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건을 배경으로 한 휴먼 스릴러. 노심이 녹아내리면서 방사성 물질이 냉각수와 만나 증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해결책은 배수밸브를 열어 물을 빼내는 방법뿐. 그러자면 원전 안으로 사람이 진입해야 했다. 이때 임무에 투입된 실존 인물이 알렉세이 아나넨코, 발레리 베스파로프, 보리스 바라노프 등 3명이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알렉세이(다닐라 코즐로브스키)는 소방관으로 원전 사고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겨우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배수밸브를 열기 위해서는 내부 통로를 알고 있는 알렉세이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향한다. 136분. 12세 이상 관람가. ◆빛나는 순간감독:소준문출연:고두심, 지현우, 양정원 바다에서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에 오른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 성질도, 물질도 제주에서 그를 이길 사람이 없다. 서울의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이 진옥을 취재하기 위해 접근하지만, 진옥의 반응은 차갑다. 진옥은 바다에 빠진 경훈의 목숨을 구해준 이후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졌음을 알고 경훈에게 마음을 연다. 제주 해녀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게 된 경훈을 통해 진옥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고 제16회 제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제주 출신인 고두심(70)은 이번 영화에서 제주방언으로 연기를 펼쳐 제18회 아시안 필름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95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7-02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리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김중기의 필름통] 리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번 주에는 뭘 볼까?'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영화로 감동 샤워를 해 보고 싶다고? 그렇다면 이 영화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명배우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의 연기 하모니가 기가 막혔던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감독 제임스 L. 브룩스)이다. 23년 만에 재개봉했다.TV에서 봤다고? 10번을 봤는데도 보고 또 봐도 좋은 영화가 이 영화다. 20대에 본 것과 40대에 본 것은 틀림없이 다를 것이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영화 또한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명작의 맛이다. 이 영화는 그런 깊은 맛을 준다.멜빌(잭 니콜슨)의 예를 들어볼까?그는 괴팍하고 신경질적이다. 강박증상까지 있다. 길을 걸어도 보도블록 경계선을 피해 밟는다. 식당에 가면 늘 앉던 테이블에 앉아야 하고, 남들이 쓰던 나이프와 포크도 사용하지 않는다. 혹시 자기 자리에 남이 앉아 있으면 고약한 언사로 쫓아 보낸다.멜빌은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자. 그는 숨김이 없다.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그것도 가식이다. 속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지 않다. 그의 진실됨을 가장 먼저 간파한 것이 강아지 버델이다. 옆집 게이 화가 사이먼(그렉 키니어)이 키우던 개다. 사이먼이 강도를 만나 다치면서 잠시 떠맡았는데, 나중에는 주인보다 멜빌을 더 따른다.멜빌에게 연애의 달달함 또한 언감생심이다. 사랑의 '사'자도 모르면서 로맨스 소설 작가로 성공하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런 그가 캐롤(헬렌 헌트)에게 이런 멘트를 날린다."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마른 땅처럼 까칠한 멜빌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진심이 폭풍처럼 전해져 캐롤을 감동시킨다. 도저히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람이 나로 인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데, 감동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대사는 영화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대사로 손꼽힌다.캐롤(헬렌 헌트)은 어떤 사람일까?마흔 넷의 싱글맘이다. 천식을 앓고 있는 아들이 걱정이다. 없는 형편에 약값도 부담이 되고, 친정 엄마까지 함께 살고 있다. 식당 웨이트리스 일을 하면서 얼마 안 되는 팁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아들 걱정에 변변한 연애 한 번 못해봤다.아이 때문에 식당일을 못하게 되자 멜빌이 유명한 의사를 소개해준다. 진료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캐롤이 없으면 밥맛이 안 난다는 것이 멜빌의 이유. 캐롤은 그것이 너무나 고마워 장문의 감사의 편지를 쓴다.캐롤은 힘들게 살아가지만, 인간성은 놓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상당히 현실적인 캐릭터다. 이에 반해 멜빌은 인간성은 '개차반'이지만, 돈도 많고 인맥도 탄탄하다. 그의 강박 행동은 그를 상당히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비치게 한다.이런 상반된 둘이 서서히 다가서는 과정이 영화의 큰 줄기이다. 여기에 또 하나 등장하는 캐릭터가 바로 사이먼이다.그는 부모와 담을 쌓고 살아가는 동성애자다. 화가로 이름을 알리지만, 어느 날 강도가 들면서 몸도 마음도 다친다. 애견 버델마저 자신을 떠난다. 그를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없자 결국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 위해 찾아간다. 그 동행이 바로 멜빌과 캐롤이다.옆집 남, 멜빌은 자신을 개보다 더 혐오한다.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거침없는 폭언이 그를 더욱 괴롭힌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폭언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배고픈 밤에 야식을 들고 문을 두드리는 것도 멜빌이다.'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차가운 도시의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인정의 꽃밭을 가꾸는 영화다. 멜빌과 캐롤의 사랑도 익어가고, 사이먼에 대한 따뜻한 우정도 살아난다. 차갑고 날카롭고 어둡던 마음들이 환하게 밝혀지는 신비로운 영화다.이 모든 것이 도저히 변할 것 같지 않던 멜빌이 변하면서 생기는 마법이다. 어느덧 멜빌이 보도블록의 경계선을 밟고도 의식하지 못할 때, 짙은 휴머니즘의 향기가 피어오른다.'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단순한 영화 제목을 넘어 가장 충만한 상태를 뜻하는데, 영화는 그런 만족감과 행복감을 관객에게 여실히 전해준다. 보고 또 봐도 그랬다. 138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7-02 06:30:00

영화 ‘흩어진 밤’ GV(관객과의 만남)

영화 ‘흩어진 밤’ GV(관객과의 만남)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과 배우상 2관왕을 달성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독립영화 '흩어진 밤' GV(관객과의 만남)가 7월 1일(목) 오후 7시 30분 대구 중구 오오극장에서 열린다.지난 24일 오오극장, 메가박스 대구 등에서 개봉한 '흩어진 밤'은 평단의 극찬을 이끌며 관객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에서 열리는 관객과의 만남에는 이지형, 김솔 두 감독을 비롯해 김채원(엄마 역) 배우가 함께한다. 사회는 최은규 씨가 맡는다.러닝타임 81분의 영화는 부모가 이혼을 결심한 후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 '진호'까지, 네 가족이 더 이상 함께 살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 막내 '수민'의 일상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가족의 해체를 바라보는 아이의 심리를 세심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특히 전주국제영화제 최연소 배우상 수상자인 문승아 양의 인상적인 연기가 압권이다. 문 양은 영화가 끝나도 '수민' 역을 맡은 어린 배우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는 찬사를 받았다.

2021-06-29 19:28:22

[김중기의 필름통] 리뷰 '루카'

[김중기의 필름통] 리뷰 '루카'

픽사의 '루카'(감독 엔리코 카사로사)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다.'인사이드 아웃'(2015)나 '소울'(2020)처럼 기발하지도, '코코'(2017)처럼 색다르지 않으면서도 정감 가는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동안 픽사 애니메이션이 집중하던 유니크한 비주얼보다 순수함과 유쾌함이라는 전통적인 미덕에 충실한 영화이다.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원형적인 진정성과 가치를 알게 해준다고 할까.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떠날 수 없는 우리들에게 이국의 풍경을 한껏 전해주면서, 어릴 적 순수한 동심까지 자극한다.'루카'는 바다 속에 살고 있는 종족의 소년이 뭍으로 나와 인간처럼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화면은 이탈리아 해변의 하늘처럼 밝고 깨끗하며, 캐릭터들도 사랑스럽고, 서사 또한 솔직하고 맑다.루카는 바다 속에서 사는 한 가족의 호기심 많은 아들이다. 해저에 가라앉은 시계나 카드 그림을 보며 물 밖 세계를 동경한다. 해변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바다괴물'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한다.어느 날 루카는 알베르토를 만나면서 물 밖 세계를 경험한다. 둘은 바닷물 속에서는 '괴물'로 변하지만, 땅에서는 여느 아이들과 같은 모습이다. 둘은 인간 친구 줄리아를 만나 자전거대회에 출전하면서 용기와 우정을 깨닫는다.모험과 용기, 우정과 가족애 등 많은 감정과 감성을 담고 있지만, '루카'는 용기와 포용이라는 두 가지 큰 주제를 다루고 있다.알베르토는 겁이 많은 루카에게 두려울 때 마다 '실렌시오 브루노!'라고 외치라고 가르친다. 브루노는 내면의 겁쟁이고, '실렌치오(Silenzio)'는 '조용해!'라는 뜻이다. 자신감을 잃었을 때 자신을 다독이며 용기를 불어넣는 주문이다.작은 섬에 있던 둘은 용기를 내어 마을로 들어가 인간들의 삶 속으로 뛰어든다. 행여 비라도 오거나, 분수에라도 빠진다면 '바다괴물'로 변할 위험도 있지만, 루카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에 이를 마다하지 않는다.얼기설기 엮은 스쿠터로 하늘을 날고, 멸치떼인 줄 알았던 별도 만져본다. 감독은 이런 상상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보여준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자신이 어릴 적 꿈꾸던 것을 영화에 투영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경험을 어른의 시선으로 현란하게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아이들의 생각처럼 묘사한다.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은 항상 위험을 수반한다.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루카'는 두려움에 선뜻 손 내밀지 못했고, 그래서 후회하는 어른들에게도 큰 공감을 던져준다.또 하나 '루카'가 주는 것이 이 시대 가장 필요한 미덕인 포용이다. 루카는 바다괴물 종족이다. 오랜 세월 동안 마을사람들은 바다괴물을 증오한다. 그것은 루카의 바다 속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육지괴물은 늘 위협적인 종족이었다. 그래서 이 둘은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적이다.그러나 루카의 엄마나 줄리아의 아빠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안전하게 울타리를 쳐주는 똑같은 존재들이다. 선입견이 만들어낸 증오가 문제인 것이다.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화포스터 '심해의 공포'가 이를 잘 대변해준다. 루카를 찾아다닐 때 루카의 아빠가 이 포스터를 보고 "우고 형?"이라고 놀라는 장면이다. 우고는 심해에 살고 있는 루카의 큰아버지인데, 그 모습을 심해의 괴생명체처럼 그려놓은 것이다.1980년대까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간과 다른 모든 생명체는 괴물이었다. 외계의 생명체나 바다 속 생명체도 모두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E.T.)'(1982)에 이르러서 그 두려움이 우정으로 승화된다. '루카'는 포스터가 등장하는 짧은 장면 속에서 이를 압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타인종에 대한 배려와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이 현재 지구촌의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면서 벌어지는 증오범죄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루카'는 '다름'이 주는 낯섦을 수용하는 넓은 포용심을 강조하고 있다. 줄리아가 그런 강한 여주인공이고, 줄리아의 아빠나 루카의 할머니 등이 지혜로운 캐릭터들이다. 이런 거대한 주제를 큰 눈에 비늘이 예쁘게 반짝이는 '바다괴물'로 묘사한 것도 '루카'의 매력이다. 95분. 전체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6-25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킬러의 보디가드2' '발신제한' '메이드 인 루프탑'

[김중기의 필름통] ‘킬러의 보디가드2' '발신제한' '메이드 인 루프탑'

◆킬러의 보디가드2감독:패트릭 휴즈출연:라이언 레이놀즈, 사무엘 L. 잭슨 킬러의 경호를 맡은 보디가드의 좌충우돌 코믹 액션이 2편에서 더욱 커졌다. 킬러의 아내까지 가세한 것이다. 미치광이 킬러 다리우스(사무엘 L. 잭슨)의 경호를 맡은 후 매일 밤 악몽을 꾸는 보디가드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 어느 날 그의 앞에 '무대포'의 여성 소니아(셀마 헤이엑)가 나타난다. 남편 다리우스가 납치되었다면서 함께 구해야 된다고 몰아친다. 자기 멋대로에 폭력적인 것은 부창부수. 하나도 힘들었던 마이클은 둘을 상대해야 한다. 다리우스를 구하고 나니 이번에는 인터폴이 이들 셋을 납치한다. 유럽을 위기에 몰아넣는 사건이 터지면서 이들을 통해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 싶었던 것. 차에 치이고, 물에 빠지는 등 킬러와 그 아내, 그리고 보디가드의 '청불' 액션이 불을 뿜는다. 117분. 청소년 관람불가. ◆발신제한감독:김창주출연:조우진, 이재인, 진경 평범한 출근길, 자신의 차에 폭탄이 설치된 것을 알게 된 한 은행원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출발한 출근길에 한 통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차에 폭탄이 설치돼 있어 자리에서 일어날 경우 폭탄이 터진다는 경고를 한다. 성규는 보이스피싱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곧 눈앞에서 회사 동료의 차가 폭파되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이 도심 테러의 용의자가 돼 경찰의 추격까지 받게 된다. 내릴 수도, 전화를 끊을 수도 없는 위기 속에서 성규는 테러리스트의 요구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스페인 스릴러 '레트리뷰션:응징의 날'(2015)을 한국 배경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메이드 인 루프탑감독:김조광수출연:이홍내, 정휘, 곽민규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그린 다른 작품과 달리 밝고 경쾌한 퀴어영화. 3년 동안 함께 지내온 남자친구 정민(강정우)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습관처럼 해온 취준생 하늘(이홍내). 이날도 가짜 이별을 통보하지만, 다른 날과 달리 30분 만에 캐리어와 함께 집에서 쫓겨난다. 전전긍긍하던 하늘은 봉식(정휘)의 옥탑방에 머물게 된다. 봉식은 인기 BJ로 번 돈을 아쉬울 것 없이 쓰는 타입이다. 남성 성소수자들의 연애에 대한 색다른 묘사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퀴어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발표한 김조광수 감독의 신작으로, '자이언트 펭TV'의 메인 작가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염문경 작가가 각본을 맡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기생충'의 이정은 배우도 출연한다. 8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6-25 06:30:00

칸 영화제 2021년 경쟁 부분 심사위원에 송강호 선정, 이유는?

칸 영화제 2021년 경쟁 부분 심사위원에 송강호 선정, 이유는?

칸국제영화제가 다음달 열리는 제74회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배우 송강호를 포함한 9명을 공식 발표했다.칸국제영화제는 23일(현지 시각) 미국 감독 스파이크 리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7개국에서 활동 중인 감독·배우 등을 최종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들은 경쟁부문에 오른 24편의 영화를 심사한다.배우로는 송강호를 포함해 '타인의 친절' '모리타니안' 등에 출연한 프랑스 배우 타하르 라힘, 리스본행 야간열차' '나우 유 씨 미: 미술사기단'의 프랑스 배우이자 감독인 멜라니 로랑, '나의 작은 시인에게' '프랭크'의 미국 배우 매기 질런홀이 선정됐다.프랑스·세네갈 출신의 마티 디옵 감독과 캐나다·프랑스 출신 가수 밀레느 파머, 오스트리아 감독 제시카 하우스너, 브라질 감독 클레버 멘돈사 필류도 심사위원에 이름을 올렸다.칸국제영화제는 송강호에 대해 출연 작품들을 언급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상을 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주연으로 한국 영화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작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송강호는 신상옥 감독, 이창동 감독, 배우 전도연, 박찬욱 감독에 이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에 이름을 올린 다섯 번째 한국 영화인이 됐다. 그는 올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인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에도 주연으로 출연했다.한편, 올해 칸영화제는 다음 달 6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지 칸에서 열린다.

2021-06-24 18:07:12

[김중기의 필름통]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 ‘콰이어트 플레이스2’

[김중기의 필름통]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 ‘콰이어트 플레이스2’

슬슬 공포영화들이 기지개를 켤 때다.이번 주 가장 먼저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감독 이미영·이하 여고괴담6)와 '콰이어트 플레이스2'(감독 존 크래신스키)가 포문을 열었다. 전작의 후광을 입은 속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공포영화들이다.◆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여고괴담'은 한국의 대표적인 공포영화 시리즈다. 1998년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으로 5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지면서 사랑을 받았다. 매 편마다 따돌림과 폭력 등 새로운 소재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면서 큰 반향을 얻었다.시리즈 5편이 나온 지 12년이 지난 지금, 시리즈 6편이 개봉했다. 1편 이후 23년이 흐른 시점인 만큼 이번에는 학생이 아닌 선생님이 주인공이다. 모교에 부임한 선생님이 교내 문제아를 만나면서 잃어버렸던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은희(김서형)는 광주에 있는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한다. 가족들은 그녀의 낙향을 반대하지만, 은희는 상담교사까지 자처하면서 열의를 보인다. 하영(김현수)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학교를 겉도는 문제아. 특히 담임인 박연묵(장원형)과 갈등이 심하다.어느 날 하영이 은희의 상담실을 찾아와 박연묵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다. 그러나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하영의 음해라고 주장한다. 한편 은희는 모교로 온 이후 알 수 없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린다.'여고괴담6'은 두 개의 사건이 맞물리면서 진행된다. 하나는 담임 박연묵과 하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갈등이고, 두 번째는 기억까지 잊게 할 정도로 은희가 겪은 과거의 트라우마다. 이 두 가지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이 학교의 폐쇄된 공간이다. 캐비닛으로 막혀 있지만 들어가면 과거 화장실로 쓰이다가 지금은 창고로 버려진 곳이다. 하영은 이곳에서 귀신의 존재를 느끼고, 은희 또한 기억나지 않는 과거를 만나게 된다.이제까지 속편들이 모두 교내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영화는 학교뿐만 아니라 은희의 집과 수목원, 동네 골목 등 배경이 한층 더 넓어졌다. 귀신보다 악한 인간의 본성, 여고에서 쌓이고 쌓여온 원한과 공포 등 '여고괴담'의 정석적 스토리가 펼쳐진다.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콰이어트 플레이스2'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의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3년 만에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이 시리즈는 공포의 대상인 괴생명체의 실체보다 소리를 내면 죽는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가 짜릿한 긴장감을 주는 영화다. 일상적인 소음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스릴과 공포를 선사한다. 그래서 대사 없이 청감을 통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자아내기도 한다.괴생명체의 무차별적 공격으로부터 극적으로 살아남은 엄마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과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는 생존을 위한 소리 없는 싸움을 계속해 나간다. 갓 태어난 막내까지 세 아이를 홀로 지켜야 하는 에블린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 집을 나선다.그러나 텅 빈 고요함으로 가득한 바깥세상은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또 다른 생존자들의 등장과 함께 가족은 죽음과 맞서는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1편은 전 세계 3억4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제작비 대비 20배에 달하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소리'라는 새로운 공포 콘셉트와 함께 예측 불허의 스토리와 팽팽한 긴장감, 시각과 청각효과를 영리하게 배치해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연출이 불러온 성적이었다.1편이 주로 농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면, 2편은 거대하고 낙후된 공업지대부터 버려진 기차와 선착장까지 전작에 비해 다양해진 배경과 확장된 세계관으로 더욱 업그레이드된 스케일을 자랑한다.각자가 고립된 공간에서 소리 없이 갇혀 지내야하는 설정이 팬데믹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 때문일까. 지난 5월 28일 북미 개봉에서 전편을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팬데믹으로 전체 극장의 72%만 오픈됐지만 4천838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이는 '고질라 대 콩'의 오프닝(3천160만 달러)을 뛰어넘은 성적이다.이러한 흥행 성공에 힘입어 벌써 '콰이어트 플레이스 3'의 제작이 확정돼 새로운 공포영화 시리즈로 발돋움하게 됐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6-18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루카'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클라이밍'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루카'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클라이밍'

◆루카감독:엔리코 카사로사목소리 출연:제이콥 트렘블레이, 잭 딜런 그레이저 이탈리아의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바다 괴물 루카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픽사 애니메이션.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에 바다 밖 세상이 궁금하지만, 두렵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가 살고 있다. 루카는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비밀을 가지고 있다. 물에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하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모험을 감행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비밀을 감출 수 있을까. 루카는 픽사가 도전하는 새로운 캐릭터. 물에 닿으면 괴물로 변하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몽상가 기질까지 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용기와 함께 세상은 즐겁고 빛나는 것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도 전해준다. 이탈리아의 음악과 관광명소, 파스타와 젤라또 등 이탈리아 휴양지의 즐거움이 가득하다. 95분. 전체 관람가.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감독:미키 타카히로출연:하마베 미나미, 키타무라 타쿠미 네 명의 소년소녀가 각자 마음속에 좋아하는 상대를 품으며 진짜 나를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성장형 청춘 로맨스다. 아카리(하마베 미나미)와 리오(키타무라 타쿠미)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다. 리오가 아카리에게 고백하려던 날, 리오의 아버지와 아카리의 어머니가 재혼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숨긴다. 엄마의 재혼 때마다 전학을 하게 된 아카리는 새로운 학교에서 유나(후쿠모토 리코)를 만나게 된다. 유나는 남자 아이들과 대화를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지만, 유나에게는 유일하게 편하게 대하는 소꿉친구 카즈(아카소 에이지)가 있다. 사키사카 이오의 '청춘' 3부작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가 함께 제작돼 공개, 관심을 끈 작품이다. 124분. 12세 이상 관람가. ◆클라이밍감독:김혜미목소리 출연:김민지, 박송이, 구지원 애니메이션계의 칸 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초청돼 주목을 받은 한국 미스터리 공포 애니메이션. 세계 대회를 앞두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클라이밍 선수의 기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세현은 세계 클라이밍 대회 참가를 앞두고 있지만 석 달 전 있었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컨디션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어느 날 밤 사고 당시 고장났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바로 세현 자신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다. 이후 휴대폰으로 연결된 두 명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기이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지난해 국내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10만 관객을 돌파한 '기기괴괴 성형수'에 이어 K-공포 애니메이션의 흥행 열풍을 이어갈지 기대된다. 7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6-18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캐시트럭

[김중기의 필름통] 캐시트럭

영국의 가이 리치 감독이 아드레날린 폭발하는 액션물로 찾아왔다.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를 그린 영화 '캐시트럭'(Wrath of Man)이다. 그것도 액션영화로는 흔치 않게 '청소년관람불가'라는 화끈한 태그를 달고 말이다.'분노의 사나이'라는 원제를 제쳐놓고 한국에서는 '현금 수송트럭'이란 뜻의 영어 제목을 달았다. 트럭의 저돌적인 느낌과 현금의 범죄적 느낌을 담으려는 의도였을까.아들이 악당의 총에 숨진다. 아빠가 아들을 혼자 둔채 부리토를 사러 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들은 차 안에서 아빠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곳이 현금 수송트럭을 강탈하던 범행 현장 옆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아들이 총에 맞는 모습을 보고 달려오던 아빠도 그들이 쏜 총에 맞는다. 그러나 아빠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먼저 복면을 한 그들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아들의 죽음에 분노하지 않을 아빠는 없다. 범인들이 몰랐던 것이 하나 있다. 그 아빠가 조직의 보스이면서 총칼과 주먹에, 냉혹함까지 갖춘 킬링 머신, 복수를 위해 완전군장을 갖춘 인물이었던 것이다.'셜록 홈즈'(2009), '알라딘'(2019)의 가이 리치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감각적인 연출로 새바람을 몰고 온 감독이었다. 1999년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2001년 '스내치' 등 영국식 블랙 유머가 담긴 색다른 영화로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연출과 함께 각본까지 쓰면서 그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특징이 있었으니 바로 요란한 대사(?)다. '젠틀맨'(2020)은 관객이 자막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수다스러웠다.그러나 '캐시트럭'은 이런 것들을 모두 내려놓았다. 유머도, 말수도 줄이고 오로지 화끈한 복수극에 매진한다. 그 주인공이 수다와 거리가 먼 배우 제이슨 스타뎀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이 리치는 이 영화를 구상할 때부터 제이슨 스타뎀을 염두에 뒀고, 전화를 걸어 2분 만에 그를 캐스팅했다고 한다.제이슨 스타뎀은 확실히 '젠틀맨'의 매튜 맥커너히와 '알라딘'의 윌 스미스, '셜록 홈즈'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결이 다른 인물이다. 말없이 주먹이, 설명 없이 방아쇠를 먼저 당길 캐릭터이고, 영화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하게 그 일을 수행한다.재기발랄하던 스타일은 버렸지만 연출의 솜씨는 역시 가이 리치다운 맛을 보여준다. 특히 오프닝신이 인상적이다. 현금 수송트럭이 강탈당하는 순간을 보여주는데 현금자루를 옮기는 악당의 모습을 카메라가 차 안에서 비춘다. 그때 총 소리가 들려온다. 화면 좌측 상단, 전면 유리창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바로 문제의 총격이다. 무심하게 비추는 듯하지만, 관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이야기의 진행 순서를 달리 배열하면서 단순한 플롯을 다채롭게 조절한 기교도 돋보인다. 영화의 전개는 현금 수송회사에 위장 취업한 H(제이슨 스타뎀)를 보여준 뒤에 그가 어떤 인물이고 무슨 이유로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그때까지 H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그는 몇 차례의 현금 강탈시도를 원샷 원킬의 화려한 총 솜씨로 격퇴시킨다. 이 같은 폭발력의 긴장감이 수그러들 때 원한에 사무친 H의 사연이 드러나면서 관객을 다시 극 속으로 몰입시킨다. 그래서 119분의 제법 긴 러닝타임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1억5천만 달러를 노리는 악당들의 블랙 프라이데이 습격 계획과 이들과 맞서는 H의 총격신은 귀를 때리는 음향효과와 함께 긴장감을 더한다. 찾아 헤매던 원수를 드디어 만났으니, 오죽할까. 원 없이 치고받고, 깔끔한 결말까지 이어진다.제이슨 스타뎀은 그의 출세작인 '트랜스포터' 시리즈의 성격에 좀 더 중후한 느낌과 더 완숙된 존재감으로 H역을 '딱 맞아떨어지게' 소화한다. 사실 그는 말하지 않을 때 더 긴장감을 주는 배우이기도 하다. 꽉 다문 입이 자비 없는 복수를 예고한다. 액션의 리듬과 함께 음악도 분위기를 잘 고조시킨다.'캐시트럭'은 스트레이트의 정공법을 구사하는 액션 영화다. 어퍼컷이나 라이트펀치 없이 쭉 직진한다. 가이 리치의 화려한 언변과 재치 있는 기교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자신만의 장기를 걷어내고 우직하게 밀고 간 가이 리치의 포지셔닝이 오히려 더 적절하고 주효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캐시트럭'은 저돌적인 액션영화여야 하기 때문이다. 119분. 청소년 관람불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6-11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실크로드' '플래시백' '아야와 마녀'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실크로드' '플래시백' '아야와 마녀'

◆실크로드감독:틸러 러셀출연:닉 로빈슨, 제이슨 클락 비트코인을 소재로 한 범죄 영화. 2010년 국가가 법률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청년 로스(닉 로빈슨)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다크 웹사이트 실크로드를 개설한다. 자금 추적이 불가능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결재 수단으로 전 세계에 마약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흔적 없이 마약이 거래되는 완벽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연 것이다. 한편 마약에 취해 교통사고를 낸 마약단속국 요원 릭(제이슨 클락)은 중독 치료를 마치고 아내와 딸의 곁으로 돌아온다. 상관의 배려로 파면을 면한 릭은 사이버범죄팀으로 자리를 옮겨 인터넷과 실크로드에 대해 배운다. 그 사이 실크로드는 하루 120만 달러의 마약이 거래되는 사이트로 급성장한다. 비트코인과 다크 웹에 대한 실체를 알 수 있게 하는 영화다.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 ◆플래시백감독:크리스토퍼 맥브라이드출연:딜런 오브라이언, 마이카 먼로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스릴러. 약 하나로 과거와 미래를 갈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머큐리'는 과거, 현재, 미래를 초월하는 금지된 약이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직장인 프레드릭(딜런 오브라이언)은 어느 날 길에서 마주친 낯선 남자에게서 데자뷰를 느낀 뒤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고등학생 시절 첫사랑 신디(마이카 먼로)를 떠올린다. 신디가 졸업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프레드릭은 그녀의 실종이 친구들과 호기심에 삼킨 금지된 약 머큐리와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과거의 미스터리를 파헤칠수록 시공간이 무너지는 기묘한 감각을 느끼게 되고 과거와 미래의 경계에 갇힌 프레드릭은 자신의 현실을 결정할 최후의 선택을 한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아야와 마녀감독:미야자키 고로목소리 출연:테라지마 시노부, 토요카와 에츠시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가 내놓은 3D 애니메이션. 마녀지망생 아야의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모험을 그리고 있다. 아야는 갓난아기 때 '동료 마녀 12명을 완전히 따돌리면 아이를 찾으러 오겠다'는 수수께끼 같은 편지와 함께 보육원인 '성 모어발트의 집'에 맡겨졌다. 10살이 된 어느 날, 아야는 갑자기 찾아온 마법사 벨라와 맨드레이크를 따라 미스터리한 저택에 발을 들이게 된다. 순간 이동할 수 있는 문부터 비밀의 방까지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그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고, 아야는 벨라를 돕는 조건으로 마법을 배우기로 한다. 하지만 마법은 알려주지 않고 잔심부름만 시키는 마녀 벨라. 벨라를 골탕 먹이기 위한 마녀지망생 아야와 말하는 고양이 토마스의 아주 특별한 주문이 시작된다. 83분. 전체 관람가.

2021-06-11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 '컨저링3:악마가 시켰다' '낫아웃'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 '컨저링3:악마가 시켰다' '낫아웃'

◆프로페서 앤 매드맨감독:P.B. 셰므란출연:멜 깁슨, 숀 펜, 나탈리 도머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옥스퍼드 사전의 출간 비사를 그린 영화. 빅토리아 시대, 대영제국의 부활을 위해 세상을 정의할 옥스퍼드 사전 편찬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책임자로 부임한 이는 수십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괴짜 교수 제임스 머리(멜 깁슨). 그는 영어를 쓰는 모든 이들로부터 단어와 예문을 모으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전국에서 편지가 빗발치던 어느 날, 머리는 고전을 풍부하게 인용한 수백 개 예문이 담긴 편지를 발견한다. 보낸 이는 닥터 윌리엄 마이너(숀 펜), 그의 천재적인 능력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사전 편찬 작업엔 속도가 붙는다. 하지만 윌리엄이 정신병원에 구금된 미치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영국 가디언지 기자 출신인 사이먼 윈체스터가 쓴 논픽션이 원작이다. 124분. 15세 이상 관람가. ◆컨저링3:악마가 시켰다감독:마이클 차베스출연: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제인스 완 감독의 '컨저링'(2013)은 새로 이사한 집에 얽힌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 일가족의 실제 경험담을 영화화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공포영화. 3편은 1981년 미국 최초의 빙의 재판 사건인 '아르네 존슨 살인사건'이 바탕이다. 19살 아르네 존슨이 집주인을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그러나 존슨은 악마가 자신을 살인하게끔 시켰다면서 무죄를 주장한다. 여자 친구의 11살 남동생이 악마에 씌어 자신에게 살인을 시켰다는 것이다. 워렌 부부는 11살 소년에게 3번이나 엑소시즘을 하고, 소년의 몸에 43개의 악마가 들어 있다고 증언한다. 시리즈 중 가장 큰 스케일로 제작된 3편은 제임스 완 감독이 기획과 제작을 담당하고, '요로나의 저주' 등을 연출한 마이클 차베스가 감독을 맡았다.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 ◆낫아웃감독:이정곤출연:정재광, 이규성, 송이재 19살 고교야구 선수의 무모한 도전과 실패, 그리고 재기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광호(정재광)는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결승타를 친 야구 유망주. 그러나 자신했던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끝내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 대학 야구부에라도 가겠다고 나섰다가 동기, 감독과도 마찰을 빚는다. 인생의 전부인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광호는 먼저 야구를 그만둔 친구 민철(이규성)에게 불법 휘발유를 파는 일을 소개받아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제목 '낫아웃'은 투수가 던진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포수가 받지 못해 삼진 아웃이 되지 않는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의 줄임말. 타자가 삼진아웃을 당하고도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룰이다. 끝난 것 같지만, 아직 기회가 남은 광호의 분투를 상징한다.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6-04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크루엘라

[김중기의 필름통] 크루엘라

크루엘라 드빌은 사악한 캐릭터의 대명사다.귀여운 달마시안 강아지의 모피로 코트를 해 입고, 악당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거느리며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악녀다.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패션에 클래식한 팬더 드빌 자동차를 몰고 질주하기도 하는 엄청난 부의 소유자다.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1961)에서 묘사된 크루엘라 드빌이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부자가 됐고, 달마시안과는 어떤 악연이 맺어진 것일까.1961년 애니메이션의 프리퀄(그 전의 일을 그린 속편)이라고 할 '크루엘라'(감독 크레이그 길레스피)가 그 이야기를 풀어낸다. 경쾌한 연출에 매력적인 서사, 여기에 화려한 의상과 감각적인 음악이 더해 땅 속에 묻혀있던 크루엘라 드빌을 스크린에 살려냈다.에스텔라는 어릴 때부터 보통 아이들과 달랐다. 개성이 강했고, 특히 패션 감각이 뛰어났다. 엄마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녀를 이해하는 따뜻한 후원자였다. 그러나 그녀의 잘못으로 엄마가 죽자 에스텔라는 런던으로 와서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만나 좀도둑질로 살아간다.마침내 어른이 된 에스텔라(엠마 스톤)는 꿈에 그리던 리버티 백화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런던 패션계의 폭군인 남작부인(엠마 톰슨)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에스텔라 속에 갇혀 있던 파괴적인 DNA가 살아나 크루엘라로 폭발한다.'크루엘라'는 억압받고 상처입은 '내면아이(inner child)'가 도발적인 인격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서사로 잡고 있다. 에스텔라가 크루엘라로 면모해가는 탈각의 변화다. 별처럼 맑고 깨끗한 에스텔라(Estella)가 사악한 크루엘라(Cruella)로 역성장하는 것이지만, 고담시의 광대 아서가 악당 조커로 변모하는 과정처럼 드라마틱하고 강렬하게 관객을 끈다.'조커'에서 아서를 도발하는 것이 머레이(로버트 드 니로)라면 '크루엘라'에서는 남작부인이다. 그녀는 런던 패션계를 쥐락펴락하는 사이코패스다. 주변의 모든 인물이 그녀의 화려한 불꽃에 희생되는 나방과 같은 존재로 에스텔라도 마찬가지다. 바닥청소나 하던 에스텔라가 술을 마시고 쇼윈도를 마음대로 뜯어고치면서 그녀의 눈에 띈다. 패션을 향한 꿈이 이뤄지나 싶지만, 남작부인에게 에스텔라는 그저 소모품일 뿐이다.그러던 어느 날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자신이 아니라 남작부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에스텔라는 분노의 화신으로 변하고, 그녀의 패션쇼를 자신만의 코드로 부숴나가기 시작한다.이 서사의 흐름을 이끄는 것이 세 캐릭터의 충돌이다. 에스텔라와 크루엘라, 그리고 남작부인이다. 순수와 사악함, 그리고 마성의 대결이고 이를 비주얼로 보여주는 것이 패션이다. 크루엘라의 흑백 헤어컬러와 붉은 색의 강렬한 드레스 등 '크루엘라'는 이미 색감으로 스크린을 흠뻑 적신다. 남작부인이 50년대 고전적인 디오르풍이라면, 에스텔라는 70년대 전위적인 스타일로 맞바람을 놓는다.여기에 그래피티 아트로 유명한 뱅크시와 장 미셀 바스키아 풍의 캘리그라피가 더해지면서 시대와 공간을 파괴하는 크루엘라의 테러 본능을 잘 묘사하고 있다.특히 관객을 매료시키는 것은 70년대를 휘감았던 팝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크루엘라의 심정을 잘 대변해주는 것이다. 헬렌 레디의 'I am Woman',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 데보라 해리의 'One Way or Another' 등이 쉴 새 없이 스크린의 화려한 캔버스 색 위에 드레싱처럼 뿌려진다. 레드 제플린, 퀸, 비지스, 도어스, 비틀스 등의 명곡도 튀어나온다.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은 2천여 곡을 후보로 골라낸 뒤 그 중에 50여 곡을 선택, OST를 완성했다고 한다.'엠마 대 엠마'로 화제가 된 두 배우 스톤과 톰슨의 연기도 뛰어나다. 특히 엠마 스톤의 발랄한 악마성은 그동안 크루엘라 드빌이 가지고 있던 음습함을 깨며 스타일리시한 매력으로 다가온다.'101마리 달마시안'을 본 관객이라면 '크루엘라'를 훨씬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크루엘라가 팬더를 몰고 달리는 장면의 얼굴 숏, 재스퍼(폴 월터 하우저)와 호레이스(조엘 프라이)의 절묘한 싱크로, 마침내 '드빌'이라는 성을 가지게 되는 장면 등에 무릎을 치게 된다.'크루엘라'는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의 DNA가 잘 발현된 실사영화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귀여운 앙상블과 서사의 비주얼, 이를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 음악 등이 디즈니의 염색체를 풍성하게 자가 분열시킨다.특히 '101마리 달마시안'과 이어주는 돌다리와 같은 쿠키 영상을 놓치면 찰떡을 놓친 팥빙수가 된다. 그리운 그 이름이 나온다. 133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6-04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보이저스

[김중기의 필름통] 보이저스

86년간 한 우주선에 지내기 위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26일 개봉한 '보이저스'(감독 닐 버거)는 이런 고민으로 설계된 봉인이 풀리면서 인간의 야만적 본성이 드러나는 SF영화다.서기 2063년 지구는 온난화로 멸망의 위기를 맞는다. 인류의 새로운 이주지를 개척하기 위해 우성 인자로 태어난 아이 30명을 태운 우주선이 '제2의 지구' 행성으로 떠난다. 이 아이들이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또 자식을 낳을 때 도착하는 86년의 긴 항해 기간이다.아이들은 식사할 때 정체불명의 액체 '블루'를 마신다. 소화를 돕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감정과 성욕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자칫 무분별한 성관계로 우주선 내 인구가 늘어나 식량이 고갈되거나, 폭력성이 드러나 항해가 위험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시간이 흘러 아이들은 성숙한 청년 대원이 된다. 크리스토퍼(타이 셰리던)가 '블루'의 성분을 알게 된 후 잭(핀 화이트헤드)과 함께 마시지 않으면서 사건이 일어난다. 혈기 왕성한 젊은 두 청년의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보이저스'는 '리미트리스'(2011), '다이버전트'(2014)를 연출한 닐 버거 감독의 작품이다. 인간의 두뇌를 100% 가동시키면서 벌어지는 일('리미트리스')이나 분파로 나눠진 미래 세계('다이버전트') 등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 그가 우주선을 무대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실험을 한다.아이들은 지구에 대한 향수나 전쟁과 약육강식 등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교육받았다. 동일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실험체들이 태초의 인간이 되었을 때 어떤 결정들을 내리는지를 SF 스릴러로 보여준다.영화는 성욕의 봉인이 풀려버린 젊은 대원들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지만, 실제는 선상반란을 그린 정치성이 강한 영화다.우주선의 유일한 성인 리처드(콜린 패럴)가 사고로 죽으면서 10대 대원들이 대장을 선출한다. 크리스토퍼가 대장이 되지만, 잭은 사사건건 그와 맞서면서 세력을 키운다. 그리고 추종자들을 선동해 반란을 일으킨다.'보이저스'는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의 SF 버전이다.'파리대왕'은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이 질서를 파괴하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폭력으로 치닫는 과정을 충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이 원시 야만으로 퇴행하는 과정을 우화적으로 그리고 있다.소설의 랠프와 잭은 '보이저스'에서 크리스토퍼와 잭으로 나뉘어 대립한다. 크리스토퍼가 이성이 강한 선한 편이라면 잭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시키는 악의 화신이다.특히 선동 정치의 모든 요소를 태생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바로 대중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이다. 에일리언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폭력을 교묘하게 포장하고, 대중을 위해 무제한적인 선심을 풀면서 궁극적으로 그의 추종자로 만들어 버린다.이런 점에서 크리스토퍼의 대응은 한계가 명확하다. 일일이 대중을 이해시켜야 하는 절차는 극한 상황에서 무력할 뿐이다. 마치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것만큼이나 소모적이며 불필요한 일이다.'보이저스'는 인간 내면의 사악한 본성과 이를 다스리는 이성의 대립이라는 인류사를 SF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 속에 우매한 군중심리도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리더의 자질에 대한 성찰도 함께 드러내주고 있다.그러나 오래된 인류사의 대립이지만, 그 묘사가 치밀하지 못하고 겉도는 것이 흠이다. '파리대왕'은 생존이라는 극도의 환경을 상정하고 있다. 이는 랠프와 잭이 공통적으로 인지하는 위험이다. 그러나 '보이저스'는 이런 공통된 위험이 없다. 외계인의 존재 위협은 잭의 추종자들만 느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단의 무리들이 저지른 철없는 반란으로 설정되면서 '파리대왕'의 집단 광기와 생존의 처절함은 사라져버린다.그래서 크리스토퍼의 무기력한 리더십은 관객의 '발암요소'로 작용해 보는 내내 답답하고 용이 쓰인다. 차라리 고답적인 정치성을 걷어내고, 성욕과 질투, 시기와 소유욕 등 인간의 사적인 욕망을 대립각으로 그려냈더라면 더 색다른 SF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5-28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파이프라인' '굴뚝마을의 푸펠' '애플'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파이프라인' '굴뚝마을의 푸펠' '애플'

◆파이프라인감독:유하출연: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송유관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기름도둑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 천공기술자 핀돌이(서인국)는 수천억원 상당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의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한다. 프로 용접공 접새(음문석), 땅 속을 장기판처럼 꿰고 있는 나과장(유승목),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태항호),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배다빈)까지 한 팀이 되어 땅굴을 파기 시작한다. 경찰 만식(배유람)은 도유 범죄 계획을 눈치 채고 핀돌이의 뒤를 쫓는다. 도유꾼들을 방해하는 것은 만식만이 아니다. 변수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굴뚝마을의 푸펠감독:히로타 유스케목소리 출연:아시다 마나, 쿠보타 마사타카 아티스트 34명이 4년 동안 제작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별을 믿는 외톨이 소년 루비치와 쓰레기에서 태어난 푸펠의 우정,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낼 밤하늘의 기적을 이야기한다. 새까만 연기로 뒤덮여 아무도 별을 본 적 없고, 믿지도 않는 굴뚝 마을. 외톨이 소년 루비치는 아빠가 이야기해준 별의 존재를 믿으며 높은 굴뚝에 오른다. 운명처럼 푸펠을 만나 친구가 된 루비치는 별을 찾기 위한 진실에 접근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일본에서 69만 부가 판매된 니시노 아카히로의 동화책을 원작으로 했다. 꿈을 향해 살아가는 외톨이 소년의 우정과 믿음, 기적과 모험 등을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냈다. 따뜻한 색감의 매력적인 캐릭터, 환상적인 풍경 등이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애니메이션이다. 100분. 전체 관람가. ◆애플감독:크리스토스 니코우출연:아리스 세르베탈리스, 소피아 지오르고바실리 갑자기 기억상실증을 진단 받은 주인공이 병원의 제안으로 새로운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뜻밖의 여정을 담은 감성 드라마. 원인 모를 단기 기억상실증 유행병에 걸린 알리스(아리스 세르베탈리스)에게 유일하게 남은 기억은 이름도 집 주소도 아닌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맛. 며칠이 지나도 그를 찾아오는 가족이 나타나지 않자 무연고 환자로 분류된 알리스에게 병원에서는 새로운 경험들로 기억을 만들어내는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알리스는 자신처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안나(소피아 지오르고바실리)를 만난다.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제작해 관심을 끌었으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부문에 그리스 대표작으로 출품됐다. 91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5-28 06:30:00

대구단편영화제 사전 제작 워크숍 참가자 모집

대구단편영화제 사전 제작 워크숍 참가자 모집

제22회 대구단편영화제가 다음달 1일(화)까지 사전 제작 워크숍 '딮하고 숏하게'에 참여할 예비영화인을 모집한다.대구단편영화제와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함께 진행하는 사전 제작 워크숍에는 단편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부터 약 2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단편영화 제작 과정을 경험하는 수업(8회)과 현직 영화감독의 전문 멘토링이 제공된다. 시나리오, 촬영 및 동시녹음 실습, 프로덕션 등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주요 작업은 팀 체제로 이뤄진다.참여 신청은 대구단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diff.kr)에서 신청서 작성 후 접수하면 된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인터뷰를 통해 최종 선정된다. 문의 053)629-4424

2021-05-26 21:25:20

[김중기의 필름통]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

[김중기의 필름통]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

시리즈 영화의 생명력은 너무나 명쾌하다. 관객이 찾지 않으면 끝내는 것이다. 그것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힘이 있는 것이다.시리즈 9번째 작품인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감독 저스틴 린)가 19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에게 공개됐다. 200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20년간 2년에 한번 꼴로 관객을 찾는 시리즈다. 지난해 봄 개봉해야 할 것이 코로나19로 연기돼 이제 개봉했다. 그것도 북미 개봉일보다 무려 37일이나 앞선 스케줄이다.자동차 액션은 영화의 한 가지 메뉴였다. 액션의 강도를 높여주는 볼거리 중 하나가 카체이스(car chase)였다. 그런데 이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2001년 첫 편이 개봉했을 때는 고만고만한 저예산 B급 영화로 취급받았다.그러나 길거리에서 보기 어려운 고급 스포츠카의 질주와 엔진에서 뿜어내는 굉음이 남성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했다. 스토리는 덤이었다. 자동차 액션을 위한 액세서리일 뿐, 어떻게 하면 더 크고 새로운 자동차 액션을 선보일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그래서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액션의 강도와 상상력은 더욱 커졌다. 자동차끼리의 대결은 이제 식상하다. 전투기와 탱크, 심지어 잠수함과 맞붙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관객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형 블록버스터로서 볼거리가 사실 주인공인 셈이다. 레벨에 따라 진행하는 게임 세대의 취향에 맞췄고, 그것이 적중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제까지 전 세계 약 59억 달러(한화 약 6조9천억)를 벌어들였다.'분노의 질주:더 얼터메이트'는 제이콥(존 시나)이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와 연합해 전 세계를 위기로 빠뜨리자 도미닉(빈 디젤)과 패밀리들이 컴백해 그것을 저지하는 스토리다.사막의 황무지에서 일본 도쿄, 영국 런던의 도심 등을 옮겨 다니며 벌이는 자동차 액션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것이 아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자기장을 활용한 추격 액션이다. 수십 대의 자동차를 끌어당겨 휴지조각 던지듯 쓸어버린다.벤틀리에 롤스로이스 등 수십억에 달하는 하이엔드 슈퍼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전편의 악당 사이퍼가 다시 등장하고, 제이콥과 도미닉이 얽힌 과거사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빠졌다는 것이다. 빈 디젤과 함께 가장 큰 인기를 끌어오던 드웨인 존슨과 도미닉 패밀리의 오랜 숙적인 제이슨 스타뎀이 하차한 것이다. 두 사람은 빈 디젤이 본인 위주로 시리즈를 끌어가려고 하자 불화를 일으킨 뒤 시리즈에서 떠났다.폴 워커가 2013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그 공백은 오히려 시리즈의 힘이 되기도 했다. 절친을 보낸 후 남은 자들의 절절함을 '분노의 질주;더 세븐'(2015)에서 담아 관객들과 아픔을 나누기도 했다.그러나 시리즈를 견인했던 두 캐릭터가 빠진 것은 메우기 어려운 공백이다. 영화는 이미 죽었던 한(성강)을 다시 살려내고 오코너(폴 워커)와 결혼하며 7편으로 은퇴한 미아(조다나 브류스터)까지 다시 호출해 서사를 보강시키려고 시도하지만 역부족이다.그동안 자동차 액션으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준 시리즈다. 관객들 사이에서 '우주로 가는 것 빼고는 다 보여주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 우주까지 나오고 말았다. 자동차에 로켓을 달아 어설픈 우주복을 입고 무중력 액션을 시도한다.고속도로를 고속으로 질주하는 탱크에, 얼음을 뚫고 솟아나는 잠수함 액션까진 그런대로 양해가 되지만, 로켓까지 장착해 대기권 밖을 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수다. 현실에 바탕을 둔 상상력이 그 자장의 고리를 끊어버린 것이다.릴레이 경주에서 한 명이라도 허덕댄다면 그 경기는 끝이다. 볼거리에 치중한 시리즈의 한계는 너무나 뚜렷하다. 볼거리가 바닥나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무리수를 두지 않을 수 없고, 그것으로 릴레이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 시리즈 영화의 전철이었다. 20년간 즐거움을 준 '분노의 질주'가 그 끝에 온 것 같다. 142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5-21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도라에몽:스탠바이미2'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도라에몽:스탠바이미2'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홍성은출연:공승연, 정다은, 김모범 5가구 중 2가구가 1인 가구인 2021년을 배경으로 다양한 세대의 1인 가구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드라마. 20대 후반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20대와 30대의 옆집 남자들, 그리고 그의 60대 아버지까지 다양한 세대의 혼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점점 파편화 되어가는 시대의 내밀한 풍경을 그린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공승연)는 사람들이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그저 불편하기만 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인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 등 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91분. 12세 이상 관람가. ◆도라에몽:스탠바이미2감독:야기 류이치, 야마자키 타카시목소리 출연:윤아영, 김정아, 김혜성 도라에몽 탄생 50주년을 맞아 3D로 제작돼 한국에서 시리즈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2015년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후속작. 어느 날 진구는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낡은 곰 인형을 발견하고 할머니가 보고 싶은 마음에 도라에몽의 4차원 비밀도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향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소년을 금세 진구라고 믿어주는 할머니는 한 가지 소원을 말한다. 진구의 아내를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다. 도라에몽과 진구는 결혼식을 보여 드리기 위해 미래로 가지만 이슬이와의 결혼식 당일 신랑 진구는 도망가 버린다. 퉁퉁이와 비실이가 진구를 찾는 동안 이슬이는 진구를 믿고 기다린다. 할머니의 소원을 위해 도라에몽과 진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대모험이다. 95분. 전체 관람가.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감독:아릴 외스틴 오문센, 실리에 살로몬센출연:베가 외스틴, 빌리 외스틴 사랑스러운 자매가 슈퍼파워를 찾아 떠나는 노르웨이 영화. 온 가족이 영화에 참여한 이색 영화다. 부부 감독과 어린 두 딸이 만든 '패밀리 무비'다. 아름다운 대자연으로 캠핑 여행을 떠난 베가와 빌리. 5살 나이에 딱 걸맞게 모든 게 신나기만 한 빌리와 달리, 9살 나이에 어른스러운 베가는 병원에 있는 엄마의 특명을 받아 아빠와 동생 챙기기에 바쁘다. 그런데 아빠가 강가 바위틈에 추락하고 만다. 두 딸은 아빠를 구하기 위해 왔던 길을 거슬러 가보지만, 곧 드넓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약 2년간 아름다운 여름 풍광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는 마음까지 청정해지는 노르웨이의 탁 트인 대자연 영상미를 자랑한다. '토토리'는 마법의 주문으로 꿈과 환상의 유니콘 이름이다. 78분. 전체 관람가.

2021-05-21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김중기의 필름통]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감독 테일러 쉐리던)은 산불 속에서 살인자들과 맞서 싸우는 여성 소방대원의 활약을 그린 서바이벌 스릴러 영화다. '솔트', '툼레이더'를 통해 강렬한 여성 전사의 이미지를 보여준 안젤리나 졸리가 이번에는 모성애까지 장착하고 악당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한나(안젤리나 졸리)는 4,000m 상공에서 불길 속으로 투입되는 공수 소방대원의 대장이다. 험하고 위험한 임무를 맡다보니 대원들은 모두 거친 사나이들이다. 한나 또한 대원들 못지않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판단 착오로 세 명의 아이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늘 그 죄책감에 시달린다.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코너(핀 리틀)는 회계사인 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년이다. 등교 중에 아버지가 갑자기 차를 돌려 도주하기 시작한다. 음모 집단의 비밀을 알고 있던 아버지가 살해 위협을 느낀 것이다.깔끔한 일처리를 하는 살인청부업자 잭(에이단 길레)과 패트릭(니콜라스 홀트)은 첫 번째 표적을 요란하게 날려버린다. 그러나 이 소식이 방송에 전파되는 바람에 두 번째 표적이 낌새를 차리고 도망쳐 버린다. 노련한 이들은 단서를 찾아 그들을 쫓는다.이들이 향하는 곳은 몬테나의 울창한 산림지역이다. 아름다운 산악지역이지만 늘 산불 때문에 애를 먹는 곳이다. 이제 이곳은 산불, 번개 뿐 아니라 킬러들의 무자비한 살육이 자행되는 끔찍한 추격전의 현장이 된다.'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작가 마이클 코리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테일러 쉐리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테일러 쉐리던은 황량한 변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범죄를 서부극의 긴장미로 그려내던 각본가이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형제의 은행 강도 행각을 그린 '로스트 인 더스트'(2016)나 애리조나와 멕시코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마약 카르텔을 쫓는 CIA의 활약을 그린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가 대표적이다. 특히 와이오밍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벌어진 여성 살인사건을 그린 '윈드 리버'(2017)는 직접 연출까지 맡아 그의 아메리칸 프론티어 3부작을 완성시켰다.미국이란 국가의 한 모퉁이, 그것도 황량하고 고독한 지형을 따라 펼쳐지던 사회성 짙은 전작들과 달리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오락성을 강조하고, 스펙터클한 측면을 부각한 스릴러다.절제된 대사와 응축된 감정의 전작과 달리 이 영화의 감정은 다소 노골적이다.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한나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려대는 통에 테일러 쉐리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다. 거기에 사회문제를 남성적인 터치로 그려온 것과 달리 한 여성의 개인적 아픔을 거대한 재앙 속에서 극복하는 오락적 레벨로 그려낸 것도 낯선 부분이다. 조직의 비밀을 쥔 소년과 그를 쫓는 노련한 살인청부업자, 소년을 지키려는 의인의 스토리는 이미 숱한 영화들이 써먹은 레퍼토리가 아닌가.그럼에도 테일러 쉐리던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위협과 위험이 마치 스톱워치처럼 긴장감을 준다. 평화롭고 사람의 발길조차 뜸한 산악 지역에 잔혹한 살인자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바람과 함께 뜨거운 산불이 넘실댄다. 두 가지 재앙을 맞은 약자는 아버지를 잃은 소년과 과거의 상처 때문에 아파하는 여성이다. 서바이벌 콘셉트로는 최상의 조합이다.잔혹한 사냥꾼에게 쫓기던 짐승의 반격도 짜릿하고, 산불 속 액션도 스펙터클하다. 배우들이 산불 속에서 연기하는 장면은 CG가 아닌 실제 촬영 장면이라고 한다. 나무에 가스관을 설치해 불을 조절하면서 촬영한 세트 장면이라는 것이다. 화재는 20여 그루의 나무를 태우며 4일간 진행됐다. 그래서 연기를 더욱 리얼하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상처를 극복하는 서사와 아름다운 연대가 재앙 속에 잘 녹아든 액션 스릴러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의 충격을 핀 리틀이 잘 연기해 관객을 공감하게 한다.소년을 없애야 하는 집단의 정체와 소년이 가지고 있는 비밀이 어떤 것인가는 맥거핀 효과로 처리한다. 맥거핀 효과는 관객의 기대심리만 자극하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연출 기법이다. 그래서 답답할 관객도 있지만, 그것이 큰 대수는 아니다.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던 살인청부업자들의 허술한 결말이 다소 어이없기는 하다. 그럼에도 킬링타임용으로는 제격인 서바이벌 액션 스릴러 영화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5-14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스파이럴' '아들의 이름으로' '슈퍼노바'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스파이럴' '아들의 이름으로' '슈퍼노바'

◆스파이럴감독:대런 린 보우스만출연:크리스 록, 사무엘 L. 잭슨 2000년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호러 영화 '쏘우' 시리즈의 새로운 버전. 경찰을 표적으로 한 연쇄살인이 시작되고, 그들에게 정체불명의 소포가 배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대선배 마커스(사무엘 L. 잭슨)가 퇴직하면서 그의 파트너였던 형사 뱅크스(크리스 록)는 신인 솅크(맥스 밍겔라)와 파트너로 짝을 이룬다. 어느 날, 뱅크스는 의문의 소포가 배달되면서 무시무시했던 과거의 살인사건을 떠올린다. 8편까지 이어진 기존 '쏘우' 시리즈가 게임 위주의 전개였다면, 이 작품은 이야기와 긴장감을 주며 차별화된 전개로 관객을 찾는다. 대런 린 보우스만 감독은 '쏘우' 시리즈 2, 3, 4편을 연출하며 시리즈의 세계관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더 커지고, 정교해진 트랩이 긴장감을 더한다. 93분. 청소년 관람불가. ◆아들의 이름으로감독:이정국출연:안성기, 윤유선, 박근형 40년이 넘었지만 과거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분노를 통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되새기고 가해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영화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 살아가는 오채근(안성기)은 대리운전 기사다. 그는 군 소장 출신 박기준(박근형)의 주변을 맴돈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는 이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아버지가 피해자의 한 사람인 진희(윤유선)를 만나며 더욱 결심을 굳히게 된다. 그리고 당시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박기준에게 접근한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최초의 장편 극영화 '부활의 노래'(1990)로 데뷔했던 이정국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명언을 연출의도로 전했다. 90분. 12세 이상 관람가. ◆슈퍼노바감독:해리 맥퀸출연: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친구이자 연인을 위해 떠나는 마지막 여행을 그린 영화. 20년을 연인이자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는 작은 캠핑카를 타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북부로 여행을 떠난다. 오래된 노부부처럼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이 여행은 치매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를 위한 마지막 여행이다. 샘은 내색하지 않지만, 터스커는 그에게 힘든 짐을 지우지 않고, 더 망가지지 않은 자신을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몰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한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설명하는 녹음테이프를 만들어둔다.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라는 최고 명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아련한 감성을 자아낸다.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5-14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묵직한 실화 '블랙 팬서', 스크린 소환

[김중기의 필름통] 묵직한 실화 '블랙 팬서', 스크린 소환

'블랙 팬서'하면 마블 코믹스의 와칸다를 떠올리겠지만, 검은 표범을 상징하는 이 단어는 1960년대 말 미국을 뒤흔든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이 오리지널이다. 흥미롭게도 50년이 지난 지금 이 이름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올해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감독 샤카 킹)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감독 아론 소킨) 때문이다. 두 편의 영화가 동시대를 다루면서 당시 혼란했던 미국 사회를 스크린으로 소환한 것이다.흑표당은 1966년 구성된 흑인 무장조직이다. 흑인의 강인함을 검은 표범에 빗대어 검은 바지와 재킷, 베레모와 총으로 유니폼을 구성했다. 외형적으로 흑표당은 흡사 여느 국가의 반군 조직과 같은 형태를 보였다. 그러나 26개의 흑표당 당규를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마약을 가질 수 없다', '마약이 발견된 당원은 쫓겨난다', '활동 중에 술에 취할 수 없다', '술이나 마약에 취한 상태로 총을 소지할 수 없다', '불필요하게 총을 겨누거나 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훔칠 수 없다'….흑인 무장조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착한' 규칙들이다. 더구나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아침식사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흑인들을 위한 완전고용과 주택권리, 의료지원을 외쳤다. 총으로 무장을 한 메시아 같은 일을 시작한 것이다.그러나 FBI 국장 에드거 후버는 1968년 9월 흑표당을 "국가의 내부 안전에 강대한 위협"으로 보고 와해시키는 공작에 돌입한다. 흑인 인권운동가들을 '블랙 메시아'로 규정하고 이들의 무력화를 시도한 것이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큰 줄기다.FBI는 차를 절도하다 체포된 윌리엄 오닐(라케이스 스탠필드)에게 7년간 투옥될지, 아니면 흑표당에 잠입할 것이지를 제안한다. 오닐은 FBI 요원 로이 미첼(제시 플레먼스)의 지시를 받고 임무를 받는다.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인 스무 살 대학생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을 감시하는 일이다.오닐이 예수를 배신한 유다, 햄프턴이 메시아인 셈이다. 오닐은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철폐를 외치는 햄프턴에 조금씩 끌린다. 영화는 유다 오닐의 시점으로 시작해 메시아 햄프턴의 이념과 사상, 흑인인권운동과 그의 비극적 죽음을 그리고 있다. 햄프턴은 1969년 시카고에서 경찰의 급습으로 사망한다.이 지점에서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햄프턴이 죽기 1년 전 1968년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시위가 발단이었다. 이때 미국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의원이 암살되고, 린든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전 지속 정책으로 젊은이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다.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주동자 8명이 체포돼 재판을 받는 과정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8명이 체포됐는데 왜 '시카고 7'일까. 흑표당을 창당한 바비 실(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을 재판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아론 소킨 감독은 실화를 기가 막힌 재주로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각본가로 유명하다. '어 퓨 굿 맨'(1992)을 비롯해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드라마 '뉴스룸' 등이 대표작이다. 이 영화는 '몰리스 게임'(2017) 이후 두 번째 연출작이다.영화는 '아론 소킨'의 손재주(연출)와 글재주(각본)가 빛을 발한다. 시위가 폭력으로 번진 것도 어처구니없고, 재판도 피의자들의 조롱과 판사의 고함으로 얼룩진다. 더구나 재판에 참석한 주동자들 모두 중구난방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대학생, 히피처럼 차려입은 청년국제당 리더, 점잖은 시민운동가, 거기에 급진 흑인단체인 흑표당 리더까지. 흑백에 나이, 문화와 교육수준이 다른데 여기에 검사와 변호사, 고집불통인 판사까지 가세해 '시카고 7'의 재판은 당시 혼란상을 그대로 재판정으로 옮겨온 듯하다.그러나 아론 소킨은 이러한 불협화음을 적절한 완급조절과 사실적인(?) 유머, 설득력 있는 상황묘사로 흡인력 있게 끌어나간다. 캐릭터들도 각자 색깔이 확실하다보니 입체적인 느낌으로 살아난다.이 재판은 150일이 넘게 진행된다. 그 사이에 프레드 햄프턴이 사망하기도 한다. 처음 시위 주동자들은 가벼운 처벌로 풀려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 닉슨 대통령은 엄벌을 지시하고, 영화는 판사를 조롱하는 등 미국 사법체계를 블랙코미디로 만드는 힘을 얻는다.특히 여덟 번째 인물인 흑표당 바비 실은 변호사도 없이 재판에 참석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 발언을 하면서 극적 재미를 선사한다. 미국 사법정의를 '밥 말아 드신' 호프만 판사는 그에게 16건의 법정 모독죄를 적용한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5-07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학교 가는 길' '크루즈 패밀리:뉴 에이지' '아이들은 즐겁다'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학교 가는 길' '크루즈 패밀리:뉴 에이지' '아이들은 즐겁다'

◆학교 가는 길감독:김정인출연:이은자, 정난모, 조부용 17년만의 서울시내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어머니들과 장애학생들의 투쟁과 일상을 그린 다큐멘터리.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안지현 양의 등굣길을 따라가며 시작한다. 아침 해가 채 뜨기도 전에 집을 나서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지현이와 어머니의 모습, 스쿨버스 안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특수학교 재학생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발달장애를 가진 지현이의 어머니이자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주인공 중 한 명인 이은자 씨는 먼 곳까지 학교에 다니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신규 특수학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7년 장애학생 부모가 무릎을 꿇은 사진 한 장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사회에서 배제된 장애인 교육권, 장애 인권 등의 문제를 조명한다. 99분. 12세 이상 관람가. ◆크루즈 패밀리:뉴 에이지감독:조엘 크로포드출연:엠마 스톤, 라이언 레이놀즈 어린이날을 맞아 개봉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동굴을 떠나 집을 찾아 나선 크루즈 패밀리가 진화된 인류, 베터맨 패밀리를 만나 벌어지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모험을 담았다. 크루즈 패밀리는 맨손으로 사냥하는 '구식' 원시인이다. 동굴을 떠나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나섰다가 진화된 인류를 만난다. 그들은 도구를 사용하고, 집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지능형 베터맨 패밀리. 둘은 너무나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사사건건 부딪힌다. 이프(엠마 스톤)는 가족들과 달리 베터맨 던(켈리 마리 트랜)과 우정을 쌓아가지만, 점점 두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위협이 닥쳐온다. 2013년 첫 선을 보인 '크루즈 패밀리'는 전 세계 5억8천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리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95분. 전체 관람가. ◆아이들은 즐겁다감독:이지원출연:이경훈, 박예찬, 홍정민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어딘가 아파서 병원에 있는 엄마와 항상 바쁜 아빠, 조금은 외롭지만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에 9살 다이(이경훈)는 즐겁다. 어느 날, 엄마와의 이별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 다이. 친구들과 함께 엄마를 만나기 위해 어른들 몰래 여행을 떠난다. 9세 인생 최초로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떠난 여행의 끝에는 엄마와의 마지막 인사가 기다리고 있다. 웹툰은 지난 2013년 7월 8일부터 2014년 5월 20일까지 연재돼, 간결하고 단순한 그림체로 미세한 감정의 흐름을 완성도 높게 표현해 깊은 여운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엄마와의 이별과 그 사이 성장한 아이의 모습이 따뜻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 108분. 전체 관람가.

2021-05-0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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