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밀리의 서재가 이기적인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전자책의 흥행 소식을 알렸다. 밀리의 서재 제공

밀리의 서재,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전자책 흥행몰이

월정액 독서앱 밀리의 서재가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전자책이 최근 자사 회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서 나아가 신규 회원 유치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밀리의 서재는 자사 플랫폼에서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전자책을 이번 달 4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단독 서비스하고 있다. '전자책'과 더불어 '리딩북'으로도 서비스 중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딩북 리더로는 지난해 11월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사피엔스'의 리더인 배우 이병헌이 참여했다. '리딩북'은 각 분야의 자타공인 독서 고수들이 책 한 권을 30분 내외로 요약한 후 해설과 함께 읽어주는 밀리의 서재만의 독특한 콘텐츠다.'이기적 유전자'는 1995년 국내 출간 이후 40만부 가량 팔린 스테디셀러로써 최근에는 JTBC 드라마 'SKY캐슬'의 독서모임 책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 출시된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은 작가 리처드 도킨스의 에필로그가 새롭게 수록된 것이 특징이다.밀리의 서재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이창훈 팀장은 "배우 이병헌씨의 리딩북 출시와 인기 드라마 등장으로 인해 신규 회원 가입자 중 상당수가 '이기적 유전자'를 전자책으로 읽거나 리딩북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제 서비스 출시 만 2년이 조금 넘은 밀리의 서재가 독서 인구 증가에 기여를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이에 '이기적 유전자'의 단독 서비스 기간이 끝난 후에도 전자책과 리딩북 서비스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최근 들어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김윤재씨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통해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읽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다음 달 밀리의 서재는 아나운서 배성재가 리더로 참여한 '하버드 협상 강의'와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의 리딩북을 공개한다.

2019-01-29 11:15:09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③열망

똑같은 연세에 성자아버지는 우리아버지와 달리 면사무소에 다니며 펜을 굴리고 있다. 그것하나만 보더라도 배움의 차이는 참으로 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성자아버지는 배움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 반면에 우리아버지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핀잔만 늘어놓는다. 어머니도 똑같다. 하긴 그 아버지와 함께 사는 부부니 같을 수밖에. 사람은 끼리끼리 사는 법이니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허허로운 웃음을 날렸다. 하지만 진정 내 판단으로는 성자아버지의 생각과 말이 백번 옳다고 여겨졌다. 나는 머리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했으므로."숙자야, 공부 열심히 해."어느 날, 당숙모의 딸이 싱글벙글 웃으며 내 곁으로 다가온 다음 느닷없이 내뱉는 말이었다.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당숙모의 딸을 바라봤다. 뜻밖이었다. 아니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당숙모의 딸로부터 듣고 보니 나는 어안이 벙벙해 두렵기까지 했다. 농담이려니 여기며 숨을 거푸 몰아 내쉬는데 당숙모의 딸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너 곧 다른 곳으로 가거든. 그래서 내가 선심 쓰는 거야."당숙모의 딸이 웃음을 멈추지 않고 또 말을 뱉는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때야 입을 열고 물었다."무슨 소리야? 내가 가긴 어디로 가?""그런 거 있어. 비밀."당숙모의 딸이 또다시 헤헤거린다."말해봐, 궁금하잖아. 농담이지?" 내가 눈망울을 굴렸다."아냐. 진짜야."도무지 알 수 없는 당숙모 딸의 말, 나는 머리끝이 쭈뼛 가슴속이 떨려왔다. 하지만 당숙모의 딸을 믿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입술을 삐죽한 다음 곧바로 내가 기거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왠지 어설픈 밤이었다.당숙모 딸의 말을 믿지 않으면서도 내내 마음에 걸리고 찝찔한 기분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싱숭생숭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밤새 뒤척이다보니 자주 소변이 마렵다. 뒷간을 들락거렸다. 미적지근한 기분이 영 개운하지 않다. 소변을 몇 번이고 확 쏟아냈지만 꺼림칙한 기분이다. 나는 뒷간에서 나온 뒤 마당가를 서성거렸다. 밤하늘의 별빛이 유독 애처롭게 느껴졌다 유별스럽게 밝은 별 하나가 반짝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져간다. 나는 숨을 거푸 내쉬고 다시 내 방으로 가기위해 발길을 옮겼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귀를 쫑긋하고 가까이 다가가 봤다. 다름 아닌 당숙모의 방이었다. 숨을 죽였다. 당숙모의 목소리와 섞여 새어나오는 웃음소리는 당숙모의 딸이 분명했다. 나는 더욱 발자국을 죽이고 마루 끝에서 신경을 곤두세웠다. 헌데 좀 더 정확하게 들려오는 당숙모와 딸의 목소리가 나를 일순 당황하게 만들었다. 나는 사지를 벌벌 떨며 몸을 바짝 움츠렸다."어머니, 그게 정말이야? 숙자를 그 병신한테 시집보낸 다는 게?""그렇다니까. 내가 숙자를 데려올 때 쌀 두가마를 줬잖아. 그러니 본전은 뽑아야 되지 않겠니. 곱에다 더 보태 다섯 가마를 준다는데 그런 횡재가 어디 있겠니. 빨리 서둘러 보내야지."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발을 떼 옮기려 해도 도무지 움직여주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본전생각에 이중으로 나를 팔아넘기려는 당숙모의 속심, 나는 더 이상 들을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뒤돌아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뛰고 있었다. 어찌해야 좋을까. 내 머릿속은 그 순간 오로지 이 생각뿐이었다. 당장 갈 곳도 없는데 어디로 갈까. 오만가지 근심걱정이 한데 어우러져 나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체할 수 없다. 머뭇거렸단 내 신세가 어찌될지 모르는 판국에 뭘 망설이고 뒷일을 염려해야한단 말인가. 나는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겼다. 그리고 부리나케 뒷길을 향해 내달렸다. 밤은 더욱 깊어졌고 사방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나는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들짐승도 귀신도 멀리서 짖어대는 사나운 개의 소리도 전혀 무섭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었다. 다만 사람을 만날까 그것이 겁나고 조바심쳐질 따름이었다.얼마나 달리고 거듭되는 발걸음을 뗐을까. 저 멀리 희미한 가운데 시내가 보인다. 드디어 목포역에 도착했다. 나는 거침없이 역 안으로 달려 들어가 마침 움직이는 기차를 탔다. 잠시 후, 기차는 머리 부분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우렁찬 기적소리와 함께 어딘가를 향해 마구 달려 나갔다. 아직도 가슴속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스르르 눈을 감았다. 당숙모의 얼굴이 눈앞을 스쳐 지난다. 표독스런 모습이다. 이내 매를 든다. 그리고 사정없이 내 몸을 내리친다. 나는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고통을 안으로 삭이며 감내해야만 했다. 마음속으로 A B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 R S T U V, W X Y Z,를 외우며.3. 세상의 벽눈을 떴다. 들녘의 푸른색깔이 차창 밖으로 쉴 새 없이 스쳐간다. 얼마나 오랜만에 가슴으로 바라보는 자연의 경관인가. 저 멀리 하늘엔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다. 나는 숨을 훅 뿜었다. 내부에 쌓여있던 고통의 시간들을 전부 내뱉어버리고 싶었다. 당숙모의 집에서 2년을 살았으니 이제 내 나이 16살이다. 세상에 눈뜨기엔 아직 어린나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보다 강하게 맞서고 싶다. 짧은 삶에서 느꼈던 숱한 사연을 거울삼아 나는 반드시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련다. 나는 다시 한 번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굳은 의지를 마음에 다졌다. 차창 밖 하늘은 마치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한껏 청아하고 맑아보였다.무임승차를 한 탓에 나는 승무원에게 끌려 서울역에서 내리자마자 역무실로 직행했다. "너, 가출했지?"대뜸 나를 향해 내뱉는 역무실 직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바짝 수그렸다."집이 어디야? 되돌려 보내줄 테니 말해봐. 이곳이 어딘 줄 알고 무작정 상경을 해. 눈뜨고 코 베어간다는 말 못 들어봤어? 부모님은 또 얼마나 속을 썩을 것이며. 휴!...... 너희 같은 애들 때문에 골치가 아파 죽겠다. 제발 주는 밥 먹고 공부나 열심히 하면 될 걸, 왜 가출은 하는지 모르겠구나.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뛰어들면 누가 밥 주고 재워준대? 하긴 착각은 자유지만. 집 생각, 부모생각 간절하게 될 건데 뭣 땜에 그러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너무 호강스러워 탈 난 거 아냐? 집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다고. 쯧쯧."(2월12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인 '열망' 4회가 게재됩니다)

2019-01-28 18:30:00

'언론에 비친 재난·안전 사고 현장과 안전수칙' 표지

김종욱 보좌관 '언론에 비친 재난·안전 사고현장과 안전수칙' 출간

"제발 소 잃은 후에라도 외양간 고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김종욱(51세) 이완영 국회의원 보좌관이 '언론에 비친 재난·안전 사고현장과 안전수칙'이라는 책을 냈다.'언론에 비친 재난·안전 사고현장과 안전수칙'은 지난 70여 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주요 재난·안전 사고사례를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총 정리한 도서다.대한민국 역사 속에 발생했던 사회재난, 화재참사, 자연재해, 산업재해 등을 연도 별로 주요 개론과 신문기사 및 사진자료를 수록했다.김종욱 보좌관은 이를 위해 지난 5년에 걸쳐 편집 기간에 갖고 사건사고를 조사, 자료를 수집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이 책은 지난 70여 년의 각종 재난·안전 사고사례를 언론보도, 보도사진을 통해 정리함으로써 당시의 생생한 현장과 상황을 볼 수 있게 시각화했다.또한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유형별 안전사고 대처법와 행동요령을 수록하고, 그 외 응급처지 방법도 제공해 국민안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또한 부록으로는 미국, 일본 등 해외 자연재해 사례와 UN 세계재난위험감소회의 행동원칙 '센다이 재난위험경감 강령'을 실어 지구 자연재난 문제도 다뤘다.저자 김종욱은 "재난이 나는 것을 100%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최소화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실패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내일을 대비하는 것인 만큼 점점 잊히고 있는 사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이어 그는 "이 책은 우리에게 뼈아픈 실패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라며, "전국 초중고교 교실 및 병원, 공공기관에 비치되어 이 책으로 말미암아 단 한건이라도 안전 사건·사고가 줄어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2019-01-24 18:32:12

[책] 노인은 없다/지은이 마크 아그로닌/한스미디어 펴냄

100세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다. 식생활 개선과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 기대수명이 100세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00세 이상 고령자는 3천906명으로 7년 전에 비해 2배이상 늘었다.정말 100세까지 산다면 어떨까. 대부분은 100세를 축복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생명은 유지하고 있지만, 100세의 신체는 기능이 어딘가 망가져 거동이 불편해질 수 있고, 뇌의 기능도 저하돼 정신 또한 온전치 않을 수 있을 것이란 두려움이다. 노년에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치매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미국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 마크 아그로닌이 쓴 '노인은 없다'는 이처럼 노화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건강한 노년 안내서다. 우리 몸과 두뇌는 나이가 들면 기능이 쇠퇴하지만, 전체적인 기능은 전과 다름없이 안정적으로 작용하며, 오히려 개선되기도 한다는 노년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나이 듦은 쇠퇴가 아닌 성장아그로닌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나이 든다는 것은 쇠퇴하는 것이 아닌 성장한다는 것"이라 주장한다. 때문에 노년을 단순히 쇠락하는 시기로 여겨서는 안 되고, 나이 듦에 아무런 장점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지은이는 나이 듦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만 노년에 잠재돼있는 '엄청난 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엄청난 능력으로 '지혜', '회복탄력성', '창의성' 등을 꼽는다.인간의 두뇌가 손상이나 질병, 장애가 발생하더라고 계속해서 기능할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인 '비축분'을 만들어두는데, 신경가소성 과정을 통해 노년의 '지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노년에 두뇌의 감정 조절 중추가 두려움을 유발하는 영역보다 우세해지면서 젊은 시절보다 충동적 감정을 잘 다스리고 스트레스에 노련해진다.이전에 없던 통찰력이 생겨 젊은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했거나 꺼려했던 방식을 새롭게 탐색하며 '창의성'도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노년의 마티스가 병환으로 침대에 누워 생활하면서 전처럼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지 못하자 종이를 오려 캔버스에 배치하는 새로운 화풍을 개발했다는 창의성 강화의 사례도 소개된다.◆나이 듦을 긍정할 때 발현되는 능력지은이는 노인정신의학 전문의로 일하면서 그가 주장하는 노년의 강점을 직접 확인했다.그가 진료하는 환자는 평균 80대 중후반에서 90대 초반으로, 대부분 신체와 정신 건강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 환자들이다. 아그로닌 박사는 그간 노년의 최선과 최악의 모습을 모두 목격하며,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어떻게 하면 보다 더 나은 노년을 보낼 수 있을지 연구해왔다.아그로닌 박사가 직접 진료한 환자들의 사례도 소개한다. 노년에 배우자를 잃고 큰 상실감에 빠져 삶의 모든 의욕을 잃은 환자, 쫓겨나듯 은퇴하며 극심한 노인 갱년기를 앓는 환자, 반복되는 수술과 약물 치료로 깊은 우울증에 빠졌던 환자 등 이들이 어떻게 육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노년을 맞을 수 있었는지를 들여다보면 '나이 듦'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모든 사람들에게서 노년의 강점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든다고 이러한 능력이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노년에 부정적인 태도로 남과 담을 쌓고 지내고 완강하게 변화를 거부하는 노인들에게서는 이러한 지혜가 발현되기 쉽지 않으며, 성장하기보다 퇴보한다는 것.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긍정할 때,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맺을 때, 우리의 몸과 두뇌는 젊은 시절 못지않게 성장을 거듭한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자기 긍정'과 '깊은 목적의식'이다.나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신체 기능, 건강,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보다 생존율 중위값이 7.5년 더 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책의 마지막에는 독자 스스로 작성할 수 있는 실천 계획표를 실어 건강한 노년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평생을 살아오며 쌓아온 것은 무엇인지, 가족과 공동체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이며, 또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족과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 등을 하나씩 적어보는 시간을 통해 '나이 들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20쪽. 1만5천800원

2019-01-24 11:16:12

[반갑다 새책]산산수수화화초초'풀잎에 쓴 시/이기철 시집/서정시학'시선사 펴냄

지은이 이기철은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로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권의 시집을 연거푸 냈다. '산산수수화화초초'는 나제여조(羅濟麗朝) 선인들과 천년의 대화를 시집으로 엮은 시집이고, '풀잎에 쓴 시'는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나머지 1권은 지은이가 지금까지 발표한 시집에서 '선'(善)한 시 61편을 가려 영문학자 노정용 교수가 영역했다.'산산수수화화초초'는 이 시집을 기점으로 지은이가 우리 서정시의 새로운 현대적 지평을 얻었다고 평가된다. 3년여 적공의 노력을 통해, 고만고만한 서정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그가 선조들의 율조를 빌려 법고창신의 문체를 선사한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이 시집에서 지은이는 풍류와 자기비판의 눈길, 득의의 깨달음 3가지 색깔을 기조로 이전 울타리를 타파하고 선인들이 발효시킨 천년 서정의 전통에 새로운 길로 가는 한 켤레의 신발을 놓은 것이다. 지은이는 이 시집의 첫 장 '시인의 말'에서 "지금까지 손에 밴 내 시의 관습을 깨뜨리고 싶었다. 뼈를 바꾸고 태를 벗고 싶었다. 인습을 벗어나 새 삶의 얼굴을 보고자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었다는 '풀잎에 쓴 시'는 '해맑고 희망적이고 새싹 같이 청순하고 봄볕 같이 따뜻한 시'에 대한 열망으로 지은이가 직접 명명한 '소년시' 묶음이다. 지은이가 몇 년 전 충주 호반 청소년 문학캠프에 가서 가슴이 뜨거운 대학생 문청(文靑)들과 눈이 반짝이는 남녀 고교생들에게 지금까지의 시와 달리 꿈과 희망, 쉽고 친절한 시를 쓰고 싶다고 했던 약속의 결과물이다.그간 문학이 발전을 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정작 청소년을 위한 시는 없거나 빈약했음을 부인할 수 없었던 그는 우리 문학에 없는 장르 창출의 제의로 이름 하여 '소년시'를 쓰게 됐다는 것이다.한편 27일(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대구 그랜드호텔 2층 다이너스티홀에서 제자들이 마음을 합친 '출판기념회'가 열릴 예정이다. '산산수수화화초초' 133쪽, 1만2천원. '풀잎에 쓴 시' 95쪽, 6천500원.

2019-01-22 19:12:33

달구벌수필문학회 연간집 출판기념회

달구벌수필문학회(회장 신은순)는 21일 대구 라온제나호텔에서 연간집 14호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이규석 직전 회장, 장호병 한국수필문인협회 이사장, 박방희 대구문인협회장, 신노우 대구수필가협회장 등 회원 50여 명이 함께했다. 제1회 달구벌문학상은 윤영 수필가가 받았다.

2019-01-22 09:42:28

일러스트 전숙경 (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②열망

반들반들 윤이나 보이던 모래사장이 그 어느 날부터 온통 글자로 뒤덮였다. 가끔 밀물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흔적도 없이 지워져버렸지만 그러기에 내 공책은 더욱 넓어졌고 맘껏 쓰고 또 써도 돈이 드는 공책 염려는 절대로 없었다."쓸데없는 짓 어지간히 하고 자빠졌네."어머니는 그런 나를 발견할 때면 혀를 차며 못마땅해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그럴 시간 있으면 마루나 한 번 더 닦아!"호된 꾸지람에도 나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내 목적 달성을 위해 전진만 할 뿐이었다.2. 남의집살이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13살 어린 나이에 남의 집 식모로 팔려갔다. 생활고에 허덕이던 우리 부모님은 많은 생각 끝에 결정을 내리고 쌀 두 가마를 받고 나를 목포 시내 당숙모네 집으로 가게 했던 것이다. 나는 울며 가지 않겠노라 떼를 썼지만 도저히 가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는 여건이 나를 등 떠밀어 가게 했다. 노망이 들어 벽에 똥칠을 하는 할머니와 어린 두 동생들의 배고픔을 지켜보는 나로서는 끝까지 우기며 나 자신만을 위해 고집부릴 수가 없었다. 사립문 밖에 서서 치맛자락으로 눈시울을 닦아내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나는 내 뒷덜미를 무겁게 만들었지만 나는 이를 앙다물고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그 시간에는 부모님이 원망스럽고 미웠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나를 설득하는 부모님을 한편으로는 이해하고 싶었고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 부잣집이라는 당숙모네 집으로 가서 사는 편이 훨씬 나을 거 같다는 얄팍한 내 마음속의 계산도 있었기에 그다지 서럽거나 애달프지는 않았다. 더욱이 그때 내 나이 13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나로서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 줄만 알고 곧 순응하며 부모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비록 먼 친척인 당숙모네라고는 하지만 남의집살이가 편할 리가 없었다. 낮 동안 고된 일에 지친 나는 밤이 되면 녹초가 돼 이불깃을 적시며 울어댔다. 부모님도 보고 싶고 동생들 그리고 할머니도 그리워 견딜 길이 없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으로 절절히 느꼈다. 일도 버거웠다. 하지만 일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보고픈 가족들과 헤어져 산다는 사실이었다.거기다 내 나이와 동갑내기인 당숙모의 딸이 매번 음으로 양으로 괴롭힐 때는 정말이지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더욱이 당숙모는 성격이 급하고 참을성이 없는 터라 조금만 일이 더디다 싶으면 곧잘 매질을 해댔다. 그것도 등허리든 머리든 아니면 종아리든 닥치는 대로 때리곤 했다. 물을 길어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든지 때로 힘에 부쳐 엎는 날은 영락없이 호된 꾸지람과 더불어 매질을 당했다. 나는 너무도 당숙모가 무서웠다. 그렇다고 도망도 갈 수 없었고 또 갈 곳도 없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책을 펴들고 스스로 마음을 달랬고 더욱 어금니를 꽉 깨물며 후일을 위해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어느 때는 그것이 화근이 돼 더 심하게 매를 맞았다. 당숙모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눈꼬리를 올리고 내 손에 든 책을 빼앗아 아궁이에 집어던진 뒤 작대기로 실컷 두들겨 팼다. 나는 잘못했다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지만 당숙모는 조금도 인정을 두지 않았다."뱁새가 황새 걸음 걷다간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거 몰라? 꼴값을 떨어도 분수가 있지, 어디 남의집살이 하는 년이 공부를 한답시고 책을 끼고 살아! 주제도 모르고."매보다 더 아픈 당숙모의 이런 말들은 어린 내 가슴에 비수가 돼 꽂히곤 했다. 나는 서러움을 우물가로 달려가 씻어냈다.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며 입으로는 A B C D E F G! 하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우물은 당숙모네 집과 상당히 먼 곳에 있었기에 들킬 염려는 거의 없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당숙모의 딸은 그런 나를 볼 때마다 입술을 삐죽거리며 시기질투를 하는 듯싶었다. 얼굴도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는 입장이었기에 나와 늘 자신을 비교하며 더욱더 못살게 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당장 달려가 당숙모에게 고자질한다."어머니, 숙자 지금 책 보고 있어. 못 믿겠으면 직접 가보셔.""정신 나간 년! 얼마나 맞아야 정신이 들 건감!"숨을 씨근덕거리며 곧바로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 당숙모는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 저만큼 내동댕이쳤다."야, 이년아! 널 얼마 주고 데려온 줄 알아? 밥값도 제대로 못 하면서 속이나 썩이지 말아야지! 네 팔자에 공부는 해서 뭐 하게?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 된다고 몇 번을 말했어. 맞아죽기 전에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 죽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버릴 거니까. 알아들었어!"머리를 쿡쿡 쥐어박으며 당숙모는 두 눈을 부라려보였다. 나는 너무도 무섭고 겁이나 온몸을 벌벌 떨었다. 그러나 내 공부에 대한 열망은 전혀 식을 줄 몰랐고 그러면 그럴수록 내 마음 안에 어떤 오기가 가득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해질 무렵 물을 길어오던 중 먼 곳 하늘을 바라봤다. 붉은 노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아름답게 펼쳐져있다. 그리움이 묻어난다. 노을 속 어딘가에 내 가족들이 살고 있는 모습이 내 시야를 얼핏얼핏 지난다. 밥상에 둘러앉아 꽁보리밥을 목구멍으로 삼키던 그때 그 시간, 입안에서 뱅뱅 도는 보리알이 지금 생각해보니 사뭇 그립다. 가을걷이가 끝난 뒤 어머니가 들판을 헤매며 주워온 잔치래기 무를 소금간만 해 담가둔 다음 숭덩숭덩 썰어 밥상에 올려놓으면 유일한 반찬으로 그보다 별미는 없는 듯 여겨졌다. 동생들은 동치미 국물을 조금이나마 더 먹겠다고 아우성이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어머니의 숟가락 응징이 동생들의 머리 위로 날아다니곤 했다. 어머니는 뜨는 둥 마는 둥 숟가락을 내려놓고 하염없이 눈물지으며 한탄의 목소리를 쏟아냈고 나는 슬며시 일어나 방밖으로 나오는 게 언제나처럼 일상이었다. 방안에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가난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방 밖으로 새어나온다. 나는 급히 몸을 움츠리고 가슴을 졸였다."에고, 가난한 집구석에서 뭐 하려고 새끼들만 주렁주렁 낳아 이 고생이람. 더러운 내 팔자."또 팔자타령이다. 나는 그 소리가 너무도 지긋지긋했다. 왜 가난하게 사는가는 깨우치지 못하고 늘 팔자라는 단어에 매달려 신세 한탄만 한다. 가난이 어디서 오는가. 가진 거 없으면 가난한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가질 수가 없다. 부모 때부터 뼈 빠지게 농사짓고 허덕여보지만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 더욱 고달플 뿐이다. 그러므로 자식에게 물려줄 것도 없고 역시 가난은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시대가 변해간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 평생 농사일밖에 매달릴 곳이 없다. 그것은 육체의 고된 노동이다. 그렇다고 대가가 큰 것도 아니고 농사도 머리로 짓지 않으면 더욱 힘든 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난은 게으른 데서 오기도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남달리 부지런한데도 가난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아무리 돌려 생각해봐도 배우지 못한 탓인 것만 같다. [1월29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인 '열망' 3회가 게재됩니다]

2019-01-21 09:56:23

밀리의 서재가 이국종 교수의 저서 골든아워를 자사 플랫폼에서 공개했다. 밀리의 서재 제공

베스트셀러 한가득 '밀리의 서재', 이제 『골든아워』까지 본다!

독서 어플리케이션 '밀리의 서재'가 이국종 교수의 저서 『골든아워』를 자사 플랫폼에서 공개했다고 21일 알렸다. 『골든아워』는 '2018년 출판인들이 뽑은 올해의 책'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출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골든아워』는 20대부터 40대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고른 판매량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붙은 월정액 전자책 대여 시장에서 『골든아워』는 가장 주목하던 서적 중 하나라고 밀리의 서재 측은 말했다. 밀리의 서재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이창훈 팀장은 "많은 회원들이 플랫폼 내 게시판 등에서 『골든아워』를 보고 싶어 하는 요청이 많았다"며 『골든아워』의 공개 배경을 말했다.밀리의 서재 콘텐츠전략팀 김태형 팀장은 "『골든아워』에 이어 2018년 베스트셀러인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연애의 행방』을 이번 달 안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월 중에는 『마더 크리스마스』와 『눈보라 체이스』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현재 밀리의 서재에는 『골든아워』를 비롯해 지난 해 6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 2018년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인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 다양한 베스트셀러들을 볼 수 있다. 최근 밀리의 서재가 '무제한 정액제' 형태로 대여 서비스하고 있는 전자책은 총 3만 권에 이른다.

2019-01-21 09:17:08

시화집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 표지.

칠곡 할매시인들, 시화집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 출간

거침없는 경상도 사투리로 시집(시가 뭐고?)을 내 전국적 유명세를 탔던 칠곡 할매 시인들이 이번에는 시화집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를 출간했다.이 시화집은 할머니들이 마을학당(성인문해교실)에서 쓰고 그린 글과 시화를 엮어낸 것으로, 총 92편이 수록됐다.시화집의 제목은 약목면 교리 향교한글학교 권영화(84) 할머니의 시 '옆자리 친구'에서 따왔다.'내 친구 이름은 배말남 성주댁/가을을 조아해요/얼구리 애뻐요/성주댁 이를 잘해요/친구가 있어 조아요'.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구석구석 눈에 띄지만 친구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 만은 듬뿍 묻어나 정겹다.북삼읍 숭오1리 태평서당의 이명순(83) 할머니는 '양파'라는 제목의 시를 실었다. 당뇨병 치료에 양파의 효능이 탁월하다는 얘기를 듣고 양파를 많이 먹어 빨리 병이 나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쓴 시다.약목면 복성리 배움학교의 안윤선(86) 할머니는 '우서버 죽게따'라는 시에서 '배불러 죽겠고/ 배고파도 죽게따/ 더버 죽겠고/ 추버도 죽겠다/ 조아 죽겠고/ 미버도 죽겠다/ 쓰고보이 우서버 죽겠다'고 썼다.한편 칠곡군은 2006년부터 마을학당을 열어 성인문해교육을 펼쳐왔다. 현재는 27개 마을학당에서 평균 연령 78세의 할매 시인 400여 명이 늦깎이 공부를 하고 있다.이들 할머니는 2015년 할매시집 1권 '시가 뭐고?'를 출간, 경상도 친구 하나는 있어야 이해하는 재미난 시집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2016년에는 할매시집 2권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를 펴냈다.

2019-01-18 06:30:00

김천도서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도서대출 두배로' 행사

김천시립도서관이 올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1인 5권으로 한정된 도서 대출을 10권까지 확대하는 '도서대출 두배로' 이벤트를 진행한다.이번 이벤트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시립도서관이 동참하고 김천 시민들의 풍요로운 독서활동을 위해 마련됐다.'도서대출 두배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김천시립도서관 보관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드림밸리 작은도서관 오전 10시부터, 그 외 작은도서관 9개 소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이용 가능하다.신동균 시립도서관 관장은 "이번 이벤트가 시민들이 도서관을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시민 독서생활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2019-01-18 06:30:00

[책] 참모로 산다는 것/신병주 지음/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우리는 태블릿PC에서 흘러나온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목격했다. 대통령의 참모들이 국정농단에 눈을 감거나 오히려 거들면서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며 '훌륭한 참모가 있었더라면…'하는 안타까움을 세어나온다.조선시대에도 왕을 보좌하던 참모, 왕의 남자들이 있었다. 왕들은 참모를 최대한 활용해 국정을 운영했다. 조선시대 전문가로 이름난 지은이 신병주는 이 때문에 조선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왕'과 함께 '참모'라는 키워드를 제기했다. '참모로 산다는 것'에는 치열했던 40명의 참모들을 통해 조선을 역사를 들여다 본다.◆과거 참모들에게 배우는 교훈역사는 반복된다. 그래서 조선시대 참모들의 삶은 이 시대에도 큰 의미를 던져준다. 실제로 정치가 움직이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지금의 정치와 닮아있다. 당쟁이라는 이름의 참모들 간의 갈등도, 임금을 조종해 국정을 농단하는 간신의 모습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그렇기에 과거는 오늘날에 큰 의미가 있다.책은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당대에 활약했던 참모들을 소개하고 있다.새 왕조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과 하륜, 황희, 장영실, 성삼문, 신숙주, 갓 마련한 기틀을 다졌던 서거정, 강희맹, 한명회, 김종직, 김일손, 성현 등이 있었다. 이어 연산군 폭정 시대의 주역들인 장녹수,임사홍, 남곤, 조광조, 김인후, 조식 등이 소개되고, 임진왜란 위기에 대처했던 이이, 정철, 조헌, 김충선, 이산해, 류성룡 등이 조명된다.또 광해군의 참모로 이덕형, 허균, 정인홍, 김개시, 이원익 등이, 인조반정 당시 활약했던 장만, 이귀, 김신국, 조경, 최명길 등을, 당쟁 갈등의 중심에 섰던 허목, 김석주, 송시열, 최석정, 정약용, 이건창 등의 공과도 소개한다.이들 40명의 참모 중에는 충신도 있었지만, 임금을 망친 간신도 있었다. 능력도 없으면서 그저 아첨하기에 바쁜 참모, 타인을 짓밟고 왕 마저 밀어내려는 참모, 미인계로 보이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는 참모가 있는가 하면 묵묵하게 왕을 보좌하거나, 왕을 위한 쓴 소리로 미움을 산 참모, 왕 대신 죽음까지 맞이한 참모도 있다.◆조선의 건국과 위기를 함께한 참모들정도전은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개국한 '천재 참모'였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 임금의 하늘'이라는 정도전의 민본사상은 500년이라는 세계사적으로도 흔치 않은 역사를 가진 왕조를 지탱했다. 하지만 '신권(臣權)'을 강조한 소신이 화를 불렀고 결국 이방원 의해 제거됐다.정도전과 동시대 관료이자 '정적'이었던 하륜은 모사로서의 능력이 뛰어났다. 태종의 '왕자의 난' 당시 정도전과 방석을 해치우는 과정에서 모사 역할을 했다. 태종은 하륜이 있었기에 왕위에 오를 수 있었고, 하륜은 태종을 이용해 라이벌 정도전을 없앨 수 있었다.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최악의 형벌인 '부관참시'까지 당한 참모들은 권력의 무서움을 보여준다.영남 사림파의 영수 김종직은 그 유명한 '조의제문'(숙부 항우에 살해당한 초나라 의제를 조문한 글로 사실은 선왕 세조의 단종 시해를 에둘러 비판하는 내용)을 작성해 사후인 1498년 무오사화의 실마리를 제공했고 결국 부관참시를 당했다.나라가 위기를 맞았을 때 참모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다.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정치가인 율곡 이이와 서애 유성룡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위기에서 대응했다. 율곡은 임진왜란을 앞두고 '십만 양병설'을 제안한다. 기록에는 율곡이 1583년 경연에서 10만명 병사를 양성하자고 주장하자 서애가 평화의 시기에 양병은 오히려 화를 부른다는 취지로 맞섰다고 돼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 서애는 누구보다 중요한 참모가 된다. 정치적 입지가 약한 이순신을 천거했으며, 영의정으로 전쟁 수행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들을 담당했다.제 역할을 다했던 참모들이 있었는가 하면 간신들도 눈에 띈다. 기생에서 후궁의 반열에 올라 연산군의 마음을 좌지우지했던 장녹수와 광해군 말기에 인사권, 청탁권을 모두 주무른 김개시 같은 상궁도 소개된다. ▷지은이 신병주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다. KBS '역사저널 그날', KBS라디오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의 방송 출연을 통해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를 쉽게 전달해주고 있다.현재 한국문화재재단 이사, 문화재청 궁능활용 심의위원, 외교부 의전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조선 산책', '왕으로 산다는 것', '조선을 움직인 사건들' 등이 있다.

2019-01-17 11:17:26

[반갑다 새책]판다와 사자/박방희 지음/유진희 그림/청개구리 펴냄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00번째 도서로 펴낸 책으로 지은이의 열 번째 동시집이기도 하다.'퐁, 퐁, 퐁/강을 건너며/넓이를 재나 했는데/퐁당,/밑으로/가라앉는다/깊이가/더 궁금하였나 보다' 많은 시인들이 애용하는 소재인 '물수제비' 전문이다.이 동시를 보노라면 혼자 물가에 서서 조용히 물수제비를 하는 한 아이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자신이 던진 돌멩이는 몇 번을 튀기며 나아가더라도 결국은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이 광경을 보며 아이는 자신의 돌멩이는 강의 넓이보다는 깊이가 더 궁금했을 거라고 짐작한다. 이때 '넓이'와 '깊이'는 '양과 질'처럼 또 다른 가치를 비유한다고 볼 수 있다.지은이의 작품에 있어서 이 같은 특징은 평범한 사물이나 현상을 뒤집어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이다.'태초 이래/단 한 번도/중단된 적 없는/빛과/어둠의/줄다리기/오늘은/딱 절반에서/새도록 팽팽하다' '반달의 전문이다. 이 또한 우리가 달을 보며 떠올리는 고정관념과 대치된다. 114쪽, 1만500원

2019-01-16 18:10:48

한국시(詩)터치예술협회 창립총회

한국시(詩)터치예술협회(회장 제니스리)는 15일 팔레스호텔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대구문인협회 박방희 회장, 황인동 수석부회장, 김순동 대구가톨릭대 교수, 김혁문 전 대구시립예술단 사무국장, 김선명 전 대구시의원 등 50여 명이 함께했다.

2019-01-16 14:01:31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스티븐 호킹 유작'배지은 옮김/까치 펴냄

"나는 위대한 과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반에서 겨우 중간 정도 가는 수준이었고 숙제는 항상 엉망이었고 손 글씨도 매우 잘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습니다. 특히 우주의 기원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때가 내 꿈이 시작된 때였고 그 꿈이 이루어져서 나는 무척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21살 때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일명 루게릭병)에 걸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움직일 수 없는 몸, 그래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외관. 하지만 결연한 눈빛으로 컴퓨터로 합성된 목소리와 유난히 표정이 풍부한 눈썹으로 세상과 소통하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그가 과학자, 기술 사업가, 재계거물급 인사들로부터 오늘날 거대한 질문 즉 '빅 퀘스천'(Big Question)에 대한 견해요청에 다양한 형식으로 대답했고 개인적으로 보관한 자료에서 발췌한 유작이 책으로 엮어졌다.호킹은 호킹 복사, 호킹 온도, 무경계 이론, 정보모순 등 획기적 물리학 이론을 제시하면서 양자이론과 상대성이론의 통합을 시도한 양자중력이론의 개척자였으며 나아가 인류의 근원적 문제인 빅 퀘스천에 대한 답을 모색함으로써 '과학자'를 넘어 '도전하는 철학자'의 모습을 우리에게 각인시키고 있다.빅 퀘스천는 ▷신은 존재하는가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블랙홀 안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우주에는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우리는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하는가 ▷인공지능은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 등 모두 10개이다.호킹은 이들 문제에 대해 철저히 천체물리학과 양자역학을 동원해 '과학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책은 다소 어려운 물리학 이론과 용어들이 등장해 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인내심을 갖고 읽어내려 가다보면 거대한 질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과 사고의 실마리를 건질 수 있다.예로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서, 호킹은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만 엄청나게 복잡한 방정식들로 인해 현실적으로 우리가 가진 미래 예측능력이 심각하게 제약을 받는다고 보았다. '시간여행이 가능한가'란 주제에 대해서는 시간여행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빛보다 빨리 가는 우주선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우주선을 빛의 속도로 가속하려면 무한대의 힘이 든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인공지능이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에 대해선 그는 인공지능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한다면 기존의 지능을 증폭시켜 과학과 사회 전 분야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인간과 대등하거나 인간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창조되었을 때의 결과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1000년 안에 어떤 식이든 필연적으로 지구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고, 그전까지 독창적인 인간들이 지구의 무정한 속박에서 벗어나서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이처럼 호킹은 제시된 빅 퀘스천에 대해 어떤 것은 그가 연구했던 과학에 깊숙이 뿌리를 두고 답하고 있으며, 그가 추구한 과학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어떤 것들에 대해서도 지혜로운 답변을 내놓고 있다.그럼에도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메시지는 '독자 모두가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우리의 실존에 관한 거대한 문제를 고심함에 있어 우주는 과학을 통해 이성적 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나는 이 행성(지구)에서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았고 물리학 법칙과 머릿속 생각을 이용해 우주를 여행하며 살았습니다."생의 막바지에서 토해낸 호킹의 고백은 지구를 포함한 우주를 바라보며 살았던 한 천체물리학자의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의 탄성이라면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상상력을 가두어두지 말라.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책 말미의 호소는 인류에게 던지는 그의 웅변이다.호킹은 2018년 3월 76세를 일기로 웨스트민스트 사원에서 영면했다.앞으로 우리가 양자중력법칙을 완성하고 우리 우주의 탄생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게 되면 그 성과는 대부분 호킹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이루어 낸 성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298쪽, 1만7천원

2019-01-16 11:20:45

행복북구문화재단, 3개 도서관 평생교육프로그램 강사 모집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 구수산·대현·태전도서관은 2019년도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역량 있는 강사를 공개 모집한다.대상은 ▷영·유아 19개 ▷초·중등 15개 ▷성인 26개 강좌이며, 지원 자격은 해당 분야 전공자, 자격증 소지자 또는 실무 경험자 등으로 서류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신청방법은 각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관련 서식을 다운로드해 18일까지 이메일(booze0731@hbcf.or.kr)로 접수하면 된다. 최종 선발자에게는 29일 개별 연락할 예정이다. 신청기간 이후에도 연중 수시로 재능기부자를 모집한다.구수산·대현·태전도서관은 지역주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하여 전 연령을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할 예정이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대현도서관 평생교육담당(053-320-5173)으로 문의하면 된다. 

2019-01-16 11:04:53

2019 매일신춘문예 시상식이 14일 오후 매일신문에서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명은숙(동화 부문), 이현정(시조 부문), 김애경(수필 부문), 이상택 매일신문 사장, 복거일 심사위원장, 이주호(희곡 부문), 김혜지(단편소설 부문), 박지영(동시 부문), 권기선(시 부문)를 비롯한 수상자와 내빈들이 시상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19 매일신문춘예 시상식, 7명 신인작가 배출

2019 매일신춘문예 시상식이 14일 오후 3시 매일신문 8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매일신춘문예에는 7개 부문에 걸쳐 모두 4천782편이 접수돼 7명의 신인 작가를 배출했다.단편소설 부문에 김혜지(35) 씨의 '꽃', 시 부문에 권기선(26) 씨의 '사과 따는 일', 시조 부문에 이현정(36) 씨의 '세신사', 동시 부문에 박지영(50) 씨의 '액자 속의 나', 수필 부문에 김애경(59) 씨의 '포물선, 마주보기', 동화 부문에 명은숙(46) 씨의 '늑대가 나타났다', 그리고 올해 신설된 희곡·시나리오 부문에는 이주호(32·필명) 씨의 '밀항'이 각각 당선돼 수상자들은 당선패 및 상금을 받았다. 단편소설 부문의 김혜지는 현진건문학상 신인상 수상의 영예도 함께 안았다.시상식에는 복거일 소설가 등 심사위원들이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전했고, 박방희 대구문인협회 회장과 송일호 소설가, 하청호 아동문학가, 윤장근 소설가, 장하빈 시인, 김경주 시인 등도 시상식을 찾아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이상택 매일신문 사장은 "매일신춘문예는 올해로 62번째를 맞았다. 신춘문예 등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수상자 모두에게 축하드린다"고 축사를 전했다.

2019-01-14 17:06:15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열망']①

1. 어린 시절교실 복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위로 번쩍 들고 있는 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급우들은 모두 중학교에 간다고 마음이 들떠 너도나도 얼굴을 마주보며 재잘거렸고 나와 가장 친한 성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너 또 월사금 못 냈어?" "그래서 벌서는 거야?" 내 곁을 스쳐 지나며 한마디씩 던지는 말들이 내 심장을 찔렀다. 돈이 없어 월사금을 못낸 건데 그게 무슨 죄가 된다고 벌을 서야하는가. 내 마음 안에서 알 수 없는 불만이 한없이 쏟아져 나왔다. 아직 어린 초등학교 6학년이었지만 묘한 자존심에 내 얼굴은 화끈거렸다. 하굣길에 나는 졸졸 흘러내리는 개울물에 연신 두 손을 적셔 눈물을 닦아냈다. 마음한구석이 아릿하고 아파왔다. 우리 집은 왜 가난할까. 뭣 땜에 돈이 없는 걸까.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 봐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긴 친구인 성자네도 잘 사는 건 아니다. 어느 때는 초근목피로 끼니를 때우는 때가 허다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헌데도 성자 아버지 어머니는 죽을 힘을 다해 자식들을 공부시키려 노력하는 거 같다. "사람은 배워야해. 그렇지 않음 짐승과 다를 바 없지. 한 끼 굶어도 머릿속에 먹물을 넣어야지 어디 배만 부르면 되는감." 늘 성자아버지는 이렇듯 말하곤 했다. "암요. 배워야 사람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법이지요. 성자 너도 아버지 말 1씀 명심하고 새겨듣도록 해. 배움이 적으면 나중에 똥지게 꾼한테 시집가게 될 테니 그리 알고." 성자어머니도 한몫 거들며 힘을 보탰다. 나는 아침 등굣길에 성자와 나란히 길을 걸으며 마음속으로 성자가 무척 부러울 뿐이었다. 사실 성자는 나보다 공부도 못하고 어리숙한 편이었다. 하지만 부모를 잘 만나 얼마 후면 중학교에 입학한다. 이 생각에 머물자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길가의 돌멩이를 확 걷어찼다. 돌멩이는 저만큼 멀리 굴러갔지만 내 발가락은 몹시 아팠다. "나도 중학교 보내줘!" 집으로 들어서자 나는 대뜸 어머니 앞으로 달려가 목소리를 냈다. 어머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도 중학교에 가고 싶단 말이야!" 연이어지는 내 목소리에 어머니가 그때야 반응을 보였다. "이 가시나가 미쳤나?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겨? 먹고 살기도 바듯한데, 그딴 소리 하려거든 일이나 해!" 내 등짝을 탁 소리가 나도록 때리며 어머니는 두 눈을 부라렸다. "일만하면 장땡인감. 성자아버지는 사람은 모름지기 배워야 한다는데." "그럼 성자네로 가 살던지. 우린 가난해서 월사금 낼 돈 없으니까." 계속 두런거리는 내 등 뒤에서 어머니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책보자기를 마루에 휙 집어던지고 잽싸게 어머니의 눈앞을 벗어났다. 자칫 머뭇거렸단 또 어머니의 매서운 손길이 내 등을 때릴 게 빤하기 때문이었다. 뒤꼍에 앉아 하염없이 감나무를 바라보며 눈물지었다. 감은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잎사귀만 새파랗게 매달려있었다. 나는 어느 순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반드 2시 배울 것이다. 그래서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는 뒷마당에 쌓여있는 모래를 한줌 집어 닭들을 향해 홱 뿌렸다. 닭들은 허겁지겁 달려들어 연신 부리로 쪼아 먹는다. 먹을 것밖에 모르는 짐승들이다. 머릿속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고 오로지 뱃속만 채우는 실속 없는 짐승들, 마땅히 사람과는 구별됨이 옳지 않겠는가. 나는 조금 배고프고 헐벗더라도 머릿속을 채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리라, 굳은 결심이 내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다. 들녘의 파릇한 풀밭에 앉아 영어 단어를 외우고 냇가에서 빨래를 하며 친구 성자가 알려준 한 글자 한 글자를 머릿속으로 더듬적거리며 읽어 내렸다. 성자는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로 우리 바로 옆집에 살았다. 성자네도 우리 집과 비슷한 처지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살았지만 아버지가 교육열이 남달랐던 탓에 늘 배움을 중요시하며 딸이지만 편견 없이 공부를 시켰다. 나는 성자가 너무도 부럽고 인간답게 사는 거 같아 가끔 비교해보며 눈물짓곤 했다. "넌 좋겠다. 중학교에 다닐 수 있어." "너도 배워. 내가 가르쳐 줄게." 이렇게 시작된 내 공부는 식을 줄 모르고 끊임없이 계속됐다. 밤마다 몰래 집을 빠져나가 성자네 집 호롱불아래서 나는 성자로부터 영어와 수학공식을 깨우치기에 이르렀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때 내 선생님이었던 성자는 공부를 더 많이 하겠노라 도회지로 나갔고 결국 선생이 됐다는 후문을 들었다. 그러므로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남녀불문하고 사람은 배워야한다는 거, 배우지 않고는 가난도 결코 벗어날 수 없고 어두운 길을 끝없이 헤매며 걸어야한다는 사실, 나는 일찍이 깨닫고 그 길을 선택했던 사람 중 한명이 됐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에 매달렸다. 어느 때는 학교 교실 유리창 밖에서 또 어느 날은 개울을 건너며 중얼거렸던 글자들을 나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손가락으로 때로는 나무막대기나 돌멩이로 쓰고 지우고 또 쓰기를 반복하곤 했다.

2019-01-14 13:33:24

계간 문장 신인상 시상식

계간 문장(대표 장호병)은 11일 팔레스호텔에서 문장 신인상 시상식을 열었다. 시 부문 김형신·김윤호·박희규, 수필 부문 류승화·김경언·이태희, 시조 부문 이재영 씨 등이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2019-01-12 22:34:00

죽순문학회, 죽순 52호 출판 기념회

죽순문학회(회장 장호병)는 10일 대구문학관에서 죽순 52호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최규목 이상화기념사업회 회장, 하청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박복조 대구펜 회장, 장사현 영남문학 대표 등 50여 명이 함께했다.

2019-01-11 13:20:30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박앤디 지음/북클라우드 펴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는 오래됐다. 그만큼 과거보다 이직이 잦아졌고, 취업난을 뚫고 어렵게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들이 회사에 다니면서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취반생'(취업반수생),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아 퇴사 후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가는 '돌취생'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 4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년차 미만의 신입사원 10명 중 6명은 '다시 취업 준비 중'이라고 답했을 정도다.오늘도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머릿 속에는 '이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앞으로 뭐해먹고 살아야할지'라는 고민이 떠오른다.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는 이런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커리어 처방'이다.이 책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무작정 외치지도, "회사생활 다 힘들다, 너만 그러니?"라고 냉정한 일침을 가하지도, "아프니깐 직장인이야"라고 어설픈 위로를 하지도 않는다. 하루 8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을 위해 나답게 일하고 하루하도 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돕는다.◆회사쇼핑을 통한 '마이너스 이직'은 그만매주 일요일 '퇴사학교'에서 '강점기반 커리어설계' 워크숍을 진행하는 지은이 박앤디는 한사람 한사람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해주는 성향 분석 전문가이자 미국 갤럽 인증 강점코치다. 그는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부터 현직 직장인, 퇴임을 앞둔 기업 임원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 성향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법을 전파해왔다. 카카오, 현대카드, BMW, 웅진 등 국내외 기업에서도 강점 개발과 조직문화 컨설팅을 하고 있다.워크숍을 찾은 사람들은 그에게 "왜 일하는지 모르겠어요", "회사를 옮겨도 여전히 힘든 이유는 뭘까요?", "그만두고 싶은데 딱히 갈 곳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다녀요"라며 답답하다는 듯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럴때마다 지은이는 '다음엔 어디로 옮길까?'라는 생각으로 회사 쇼핑을 하기보다는, 나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해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일하라고 조언한다. 회사에 맞춰 일하지 않고 나에게 맞춰 일할 때, 몰입은 저절로 되고 지긋지긋한 직장인 사춘기를 끝낼 수 있다는 것.지은이는 나의 성향에 맞지 않는 회사로 옮기는 것을 '마이너스 이직'이라 표현한다. 연봉을 깎거나 복지가 안 좋은 회사로 간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방향과 맞지 않는 방식으로 억지로 일하는 것, 그것이 마이너스 이직이다.마이너스 이직은 진정 내가 가야 할 길과 더 멀어지거나 보류 상태에 빠지게 한다. 일관성 없이 잡다한 일만 하다가 퇴사 후에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 되거나, 또는 의도하지 않은 분야에서 너무 오래 일하다 보니 싫어도 그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마이너스 이직의 또 다른 폐해는 자신에게 맞는 직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상사나 회사가 자신과 안 맞는다는 이유로 어딘가에 있을 낙원을 찾아 '회사 쇼핑'에 나선다는 점이다. '어느 회사로 옮길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시작 단계에서부터 이미 실패한 이직이라 할 수 있다.◆9단계 커리어 수업을 통해 나의 커리어 설계 하기한 취업 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평균 이직 준비 기간은 4.3개월에 불과하고, 이직자 중 60%가 이직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감정적인 결정과 준비 없는 이직은 후회를 불러오고 장기적으로는 커리어를 망칠 수 있다.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을 발견하고 '나답게' 일해야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일과 직장을 선택할 때 연봉과 복지, 출퇴근 거리는 고려하더라도 정작 자신의 성향과 회사 또는 일이 잘 맞는지는 제대로 고려하는 않는다. 하지만 성향을 무시한 채 커리어를 설계하면 외적 조건에 만족하더라도 몇개월 혹은 몇 년 뒤에 만족도가 쉽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책에서는 '나의 성향'을 찾고 '일의 성향'과 '회사의 성향'까지 파악해, 나-일-회사의 적합성을 서서히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과정을 '9단계 커리어 수업'을 통한 직장인들의 실제 사례를 제시한다. 9단계 커리어 수업은 ▷내가 진짜 원하는게 무엇일까 ▷나는 매일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왜 이렇게 출근하기 싫을까 ▷그럼에도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평범한 이력서에서 나의 잠재력 찾기 ▷내가 하는 일의 정체를 밝히기 ▷이 일이 정말 나와 맞는 걸까 ▷그 회사, 그 상사 나와 잘 맞을까 ▷평생 나를 이끌어 줄 커리어를 찾아서 등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9단계 커리어 수업은 획일적인 커리어 컨설팅이 아닌 개개인에 맞춤한 설계법이다. 책 마지막에는 독자들이 직접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도록 '셀프체크 리스트'를 제공한다. 또 실무자 인터뷰, 커리어 스토리텔링 등 커리어 설계 이후 검증해볼 수 있는 방법들도 담았다.지은이는 '당장의 현실에 타협하는 것'과 '완벽하게 나에게 맞는 일을 바로 찾는 것'처럼 모 아니면 도의 극단적인 옵션만 놓고 결정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그는 "최대한 현재 나에게 주어진 자원을 활용하여 점진적으로 적합성과 만족도를 높여나가는 방법이 옳다. 처음에는 일과 나와의 궁합이 30% 정도였다면, 다음 이직에서는 40%로, 그다음 직장에서는 50%로, 조금씩 높이며 이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라고 말한다.

2019-01-10 11:56:40

[반갑다 새책]한번만 잡아줘 그림공감에세이/전성찬 지음/부카 펴냄

이 책은 명화감상을 통해 마음을 치유한 지은이의 에세이를 읽고 독자가 스스로 에세이를 쓰게끔 편집돼 있다. 먼저 그림이 등장하고 이어 지은이의 그림에 대한 정보가 짧은 글로 소개된다. 이어 다음 페이지에 독자가 직접 해당 그림에 대한 감상을 쓸 수 있는 란을 비워두었다.대학시절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지은이는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고 지역 문화재단에서 10년 근무 후 현재 광역시의회에서 문화관광체육 분야의 입법 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나는 그림 같은 삶을 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림 같은 삶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며 돌아본 나의 삶은 그림 같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지은의 이 말처럼 책은 한 번에 다 읽어도 공감되고 곁에 두고 한편씩 읽어도 감성적 포근함이 유지된다.이 책은 가히 명화가 주는 마음의 치유효과를 단순히 독서로 경험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직접 글을 써봄으로써 보다 실천적인 그림감상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144쪽, 1만3천500원

2019-01-09 13:37:17

[반갑다 새책]히말라야 언저리를 맴돌다/이도국 지음/세종 펴냄

이 책은 인도 미얀마 태국 라오스 윈난 중원 티베트 실크로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을 발로 밟아가며 여행을 이어간 지은이의 여행기이면서 각 지역마다 얽혀 있는 역사적 통찰력마저 돋보이는 역작이다.지은이는 삶과 죽음이 혼재한 갠지스강의 바라나시에서 시작해 인도의 종교와 복잡한 여러 왕조를 이야기하고 골든 트라이앵글에서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양귀비가 7세기에 중국에 전해진 이야기를 하며 근현대사를 넘나든다.타지마할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실제로 공중정원을 눈에 보는듯한 유쾌함도 느낀다. 뿐만 아니라 그 나라, 그 지역에 관계된 명시와 한시, 팝송, 영화대사 등을 인용해 문학적 재미도 첨가했다. 이 때문에 다만 낯선 곳을 찾고 풍광을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역사, 문화사, 문학을 섞여 여행의 미학을 드러낸 책이다.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지은이는 2012년 퇴직 후 배낭을 둘러메도 역사 여행을 다니고 있다.265쪽, 1만5천원

2019-01-09 13:36:24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견부문 당선작](⑧·끝)노병의 증언/ 김길영

▶실종 40여 일우리 일행 일곱 명은 대구에 도착하여 8사단 보충대에 입소했다. 나와 고향 전우 박준영 외 5명은 횡성 전투에서 실종됐다가 40여 일 만에 8사단 16연대로 복귀한 것이다. 사단 보충대에서는 우리 일행을 데리고 빈 창고로 가서 분사기로 DDT를 뿌려댔다. 머리도 군인답게 잘라주었다. 그리고 온수목욕탕에서 때를 밀었다. 전쟁터 화약 냄새며, 중공군 노린내도 씻어 냈다. 새 군복으로 갈아입고 특별 신체검사를 받았다. 모두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다. 40여 일 동안 짐승처럼 마른 풀을 씹어 먹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은 목숨들이었다. 꽁꽁 언 밥솥에 물을 붓고 끓여 허기를 채웠다. 어딘가 모자라거나 병이 생길만했다. 그런데 멀쩡한 군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우리 부대는 2월 11일 강원도 횡성에서 전면 피습당한 후, 3월 3일 대구에서 재편성하고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부모님 면회훈련을 마친 2월 말, 우리 8사단은 11사단과 교대하여 지리산전투사령부를 설치하고 공비토벌작전을 펼치기 위해 열차편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경산역에서 잠시 정차하는 동안 역무원을 통하여 고향에 엽서 한 장을 띄우게 되었다. 내가 일선에 있을 때에는 매일 같이 군사우편을 이용하여 소식을 전해드렸으나 포로가 된 40여 일 동안 편지를 띄우지 못했다. 고향집에서는 오매불망 내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내 편지가 끊기고 소식이 두절되었을 때 후방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8사단이 전멸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불길한 소문이 후방에 퍼져가던 차에 내 엽서를 받아 본 우리 가족들은 부리나케 봇짐을 메고 우리 부대가 있는 진주까지 찾아 오셨다. 죽었다고 생각한 아들이 어머니 품에 안긴 것이다. 이때 고향 전우 박준영이도 함께 면회를 했다.▶연락병51년 3월 30일. 우리 8사단은 지리산공비토벌에 참가했다. 전주에 사단본부가 주둔하고 10연대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서북지역, 21연대는 동부지역, 내가 속한 16연대는 동남부지역인 경남 진주농업시험장으로 가게 되었다. 전주 사단본부와 16연대가 있는 진주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전령이 당일 왕복하기가 힘들었다. 지금처럼 장거리 버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군용차량이 수시로 왕래하지도 않았다. 험한 재를 넘어야하는 경우가 많아서 연락업무가 불편했다. 그래서 막중한 연락업무를 당일 처리하지 못했다. 16연대는 전주와 진주 중간 지점인 전라북도 남원에 중간 연락소를 설치하고 전주 사단본부와 진주 16연대를 왕래하면서 연락업무를 수행하게 됐다.▶부대전방으로 이동하다51년 5월 19일. 8사단은 지리산토벌작전 중에 강원도 인제 기린면 현리 북방 주저항선으로 긴급히 이동했다. 5월 25일 용포리 일대의 전투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북진했다. 연대 CP를 성화리로 이동하고 장기 주둔했다. 우리 연대는 서화면 노전편 전투에서 중공군과 인민군이 합세한 적군과 한 달여 동안 혈전을 벌였다. 유엔군의 전폭기와 동해 함포사격 지원을 받으며 맹공을 가했다. 중공군은 사상자가 많았다. 보급품 수송이 차단되고 전세가 불리해지자 소련이 유엔을 통하여 51년 7월 10일 휴전회담을 요청해오고 개성에서 회담을 개최한 바 있었다.51년 9월 22일. 16연대는 4개월간 혈투를 거듭하던 인제 작전을 다른 사단에게 인계하고 양구 고방산 전투에 투입되었다. 이곳에서는 중공군 패잔병과 인민군혼합부대와 약 2개월 간 공방전이 벌어졌는데, 결국 기세를 꺾어 놓는데 성공했다. 우리 부대는 2개월간 사수한 양구지역을 또 다른 사단에게 넘겨주고 우리 부대는 춘천으로 이동했다. 소양강변 백사장에 주둔하면서 부대 점검에 들어갔다.▶다시 지리산공비토벌작전51년 9월 26일. 우리 부대는 다시 지리산공비토벌작전명령을 받았다. 춘천에서 서울. 서대전. 전주를 거쳐 남원에 도착했다. 남원농림학교 후방에 CP를 두고 28일 임실군 갈평리를 통과해서 어느 냇가에 전방 CP를 설치하고 작전준비에 들어갔다. 16연대 작전지역은 임실. 순창. 담양. 장성 일대의 지역으로 작전범위가 매우 넓었다. 지리산 동남부를 총괄하는 범위였다. 밤이 되면 공비들이 부락으로 내려와 식량을 약탈하고 방화 후, 짐을 싣고 도망치면서 부녀자를 납치하는 만행도 저질렀다.51년 12월 1일을 기해 정부군 2개 사단과 전투경찰대를 총지휘하는 야전사령관에 백선엽 소장을 임명하고 지리산 공비소탕작전에 총력전이 시작되었다. 이 작전으로 공비사살 438명, 생포 528명의 전과를 올렸다. 이로써 4개 군 지역의 주민들에겐 평화를 되찾게 하였다.52년 2월 5일. 우리 16연대는 2차 지리산토벌작전을 마치고 다시 정읍을 출발하여 청량리에 도착 했다. 수송부대 차량으로 포천군 오점포에서 6주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포천에서 인제군 서화면으로 부대 이동했다.52년 5월 30일. 당시 서화초등학교 운동장에 연대본부를 설치하고 대형 천막 10동을 세웠다. 그리고 16연대는 52년 8월부터 인제군 서화면 가전. 대왕산 전투에서 요충지 확보를 위해 격렬한 전투가 연일 이어졌다.▶수도고지52년 9월 23일. 16연대가 김화전선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맡고 있는 수도고지에서 중공군은 하루 6백여 발의 포사격을 퍼부으며 공격해 왔다. 고지를 빼앗기고 되찾기를 열네 번이나 거듭하다보니 산은 민둥민둥해졌다. 그만큼 쌍방 간 병력 손실이 컸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아군은 휴전협정이 임박해지자 한 치의 땅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결사적으로 방어를 했다.53년 7월 초순. 중공군과 인민군 합동 대공세에 밀려 수도고지를 포기하고 20킬로미터나 후퇴했다. 김화읍 금곡. 방통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 지금의 휴전선으로 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휴전협정이 이루어졌다. 나는 휴전협정이 이뤄지기 약 4개월 전에 의병제대 했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발발해선 아니 될 일이다. 나와 같이 평생을 전쟁의 기억 속에 살고 있는 병사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규락1950년 8월 30일 입영 ~ 1953년 4월 1일 전역(의병제대)군번: 0141497병과: 100계급: 육군하사*1951년 2월 12일 횡성 전투에서 실종~1951년 3월 22일 귀대

2019-01-07 19:30:00

내 치즈는 어디서 왔을까/스펜서 존슨 지음/인플루엔셜 펴냄

20년 전 등장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짧은 이야기로 큰 공감을 얻었다. 부지런한 두 생쥐와 두 꼬마인간이 급격한 변화에 맞서 각자 어떻게 대처해갔는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단순한 메시지였지만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전 세계 2천800만부가 팔려나갔으며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지은이 스펜서 존슨이 책이 나온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고집스럽게 홀로 남은 '헴'은 어떻게 됐나요?"였다. 생쥐들과 친구 '허'가 새로운 치즈를 찾기 위해 떠났지만 헴은 홀로 남아 있었던 것. 그래서 지은이는 20년 만에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로 사람들의 질문에 답한다.◆스펜서 존슨이 남긴 마지막 '치즈 이야기'생쥐들과 허가 떠난 뒤 홀로 남은 헴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안절부절 못하며 돌아오지 않는 친구들을 원망하던 헴은 마침내 자신도 더 많은 새 치즈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책은 헴의 여정을 통해 '헴은 왜 새 치즈를 찾아 나선 것일까', '과연 치즈는 어디서 온 것일까', '어떻게 해야 미로를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가 믿고 있는 사실이 항상 옳은 걸까'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간다.전작에서는 '생존하기 위해서 과거는 잊고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것'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우리 삶은 계속 변화하고,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받아들이고 신속히 대응해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헴은 그렇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혹은 어떤 때에는 허처럼 변화에 잘 적응해나가지만, 헴처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이번 책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을 대하는 우리의 '사고의 전환'을 다룬 이야기다. 전작처럼 빠른 시간 내에 읽을 수 있는 짧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우리의 운명을 바꿀 만큼 심오하고 강력하다.이 책은 스펜서 존슨이 남긴 유작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이 책의 출간을 준비 중이던 2017년 7월 췌장암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책을 추천한 김소영 아나운서는 "우리가 지금 미로 속을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시간이다. 한계가 없는 미래를 꿈꾸며, 무엇이든 실행하고 경험하고 즐기고자 하는 이가 결국 미로의 출구를 찾아낼 수 있다"며 자신 역시 미로 밖 세상을 그려보려 한다고 말했다. 또 김지영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는 이전 책을 읽고는 네덜란드로 떠나는 도전을 감행했다면, 이번 책을 읽고는 생각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며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계속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새로운 신념으로 생각을 전환하라이번 작품에서는 다시 한번 '치즈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신념'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홀로 남은 헴이 허가 돌아오지 않자 '허가 나를 피해 숨었다', '친구면서 어떻게 나를 배신하는가' 등의 생각으로 화를 내며 상황을 '불공평하다'고 까지 여긴다. 책은 이처럼 간혹 '착각하는 것'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모습을 통해 사실을 제대로 봐야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허는 헴이 싫어서 떠난 것도, 친구관계를 저버린 것도 아니었다. 허가 떠난 이유는 그저 '치즈가 거기 없었기' 때문이었다.헴은 허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 대해 질문을 바꿨다. 왜 자신은 치즈를 찾으러 가지 않았는지, 왜 친구와 함께 가지 않았는지. 감정 대신 사고의 전환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더 많은 새 치즈를 찾아 미로로 떠난 헴은 허가 남긴 '과거의 신념은 우리를 새 치즈로 이끌지 않는다'라는 글귀를 보게 된다. 헴에게 허가 남긴 글귀는 생뚱맞아 보였지만 점차 깨닫게 된다. 자신이 '과거의 신념', 즉 '낡은 신념'이라는 감옥 안에 갇혀 있었음을. 헴은 변화와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신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신념을 획득하는 과정을 터득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헴은 전작에는 없었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에 그 치즈는 어디서 왔던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미로 '안'에서 치즈 찾기에 골몰하던 헴은 미로 '밖' 세상을 꿈꾸게 된다. 눈에 보이는 치즈만 찾던 헴이 눈에 보이지 않는 치즈가 있는 곳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48쪽, 1만3천800원.▷지은이 스펜서 존슨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아일랜드 왕립외과대학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메디컬 스쿨과 미국 최고의 병원인 메이오클리닉에서 수련 과정을 마쳤으며, 하버드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리더십 특별연구원을 역임했다. 하버드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공공리더십센터 고문,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스펜서 존슨 파트너스의 회장이었다. 세계적 밀리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외에도 '1분 의사결정', '1분 자기혁명', '1분 경영' 등 1분 시리즈와 '선물', '선택' 등을 펴내기도 했다.

2019-01-03 10:15:16

[반갑다 새책]위단의 장자심득/위단 지음'이성희 옮김/시그마북스 펴냄

왜 지금 우리는 장자를 읽어야 하는가?현대를 살면서 우리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외부 세계에 어떻게 적응하고 그러면서도 마음을 어떻게 변하지 않도록 지키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평안하고 굳건하게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아마도 장가가 이 물음에 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장자의 글은 기세가 힘차고 웅장하며 생각에 제한이 없다. 그의 우화는 기발한 상상력 속에 심오함을 담고 있다. 그 무엇에도 얽매임이 없다. 돈과 관직 보기를 돌을 보듯 했으며 심지어 죽음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얼핏 보면 모두 '허무맹랑한 말이요 황당하고 과장된 이야기 도를 넘어선 발언'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그 속에 커다란 지혜가 감추어져 있다. 그가 말하는 인생 최고의 경지는 천지 사이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것이다.지은이는 "삶의 매분 매초 진정 즐거워하고 순응하며 생사가 엇갈리는 변화 속에서 내 인생에 아무런 후회가 없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다보면 길은 반드시 열린다. 이게 장자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296쪽, 1만5천원

2019-01-02 17:57:01

[반갑다 새책]포항의 기인 권달삼 이야기/박창원 지음/포항문화원 펴냄

권달삼(1881~1952)은 생존 당시 포항지역에서 '산에는 산삼, 바다에는 해삼, 육지에는 달삼'이란 말이 돌 정도로 해학가로 명성이 높았던 기인이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 6'25전쟁을 거치는 암울한 시기에 지역민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고 사람들에게 낙천적 인생관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했다.이 책은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인 지은이가 20여 년 전 사람들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발품을 팔아 수집하고 정리한 것으로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봉이 김선달 빰치는 듯한 일화들이 신선하다.모두 4부로 구성된 내용 중 특히 2부에 소개된 권달삼의 일화 40편은 편마다 한편의 코미디 같은 이야기들로 해학과 기지, 풍자가 넘쳐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어 3부는 권달삼 전설에 대한 연구 논문이며 4부는 1990년대 제보자들로부터 녹취한 자료 55편을 그대로 옮겨 쓴 것이다. 187쪽, 비매품. 054)242-4711

2019-01-02 17:56:47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지은이 오카다 다카시/북라이프 펴냄

우리에게 '우울증'은 일상에서나 뉴스에서나 자주 마주치는 말이 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우울증에 대한 편견은 상당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평생동안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유병률은 5% 수준으로 프랑스(17%), 미국(15%) 등에 비해 낮은데, 이는 우울증이라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일본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의 '선생님 저 우울증 인가요?'는 현대인에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우울증과 기분장애를 풍부한 데이터를 통해 다룬다. 또 실제 치료 사례를 통해 우울이나 기분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조울증이었던 괴테, 우울증이었던 소노 아야코'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으로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괴테에게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다. 바로 일정한 주기로 두 가지 모습이 번갈아 나타났다는 것. 기분이 좋을 때는 일을 내팽개치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거나 여자아이에게 청혼하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였고, 기분이 저기압일 때는 자살 충동을 심하게 느끼고 집에 틀어박힌 채 지냈다. 이렇듯 반복되는 기분은 2년, 5년씩 번갈아 나타났는데 괴테가 18세였을 때를 기점으로 총 7번 되풀이돼 74세까지 이어졌다.베스트셀러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쓴 소노 아야코 역시 기분의 족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젊은 시절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며 생긴 불안감, '착한 딸'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 육아와 집필로 인한 고립감 등이 그 원인이었다. 그녀는 여행을 통해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고 활력을 되찾았다.괴테와 소노 아야코는 둘 다 기분장애를 앓았는데, 괴테는 조울증, 소노 아야코는 우울증이다. 기분장애라는 범주에 있지만 겉으로 보인 양상은 극명하게 달랐던 것이다.책은 기분장애라고 하면 흔히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러갈래 나뉜다고 설명한다. 우울증만 해도 멜랑콜리형 우울증, 정신병적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으로 다양하게 나눠지며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조울증, 즉 양극성 장애도 제1형 양극성 장애와 제2형 양극성 장애 등으로 세분화된다. 단순히 기분이 침울하다고 해서 우울증이라 단정할 수 없고, 우울증인 사람에게 '마음을 편히 가지라'거나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약물치료도 필요, 생활습관의 변화로 극복이 책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분장애,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변화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나을 수 있고, 우울증을 비롯한 기분장애에 대한 하나하나씩 자세히 설명해준다. 우울증과 기분장애의 사례, 기분장애의 역사, 우울증과 조증일 때 나타나는 증상과 유형‧원인, 기분장애가 발생하기 쉬운 사회적 배경, 기분장애의 다양한 유형을 특징에 맞게 세분화해 보여주고 그에 따라 필요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등도 증상별로 담아냈다.지은이는 우울증 치료의 기본을 약물치료로 제시하면서, 맹신과 부작용에 대한 위험성도 경고한다. 환자 중 3분의 2는 항우울제에 반응을 보여 8주 이내에 개선효과가 나타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고, 증상 중에서 일부 증상은 개선되지만 쉽게 낫지 않는 증상도 있으며, 항우울제가 오히려 자살위험을 높이는 우려까지 나온다는 것.또 현대인에게 우울증과 기분장애가 급증하는 원인 중 하나를 생활습관 변화로 진단한다. 수렵민·채집민의 식생활, 운동, 새로운 경험과 자극, 사람들과 관계맺어 고립피하기 등 우울증이나 기분장애에 잘 걸리지 않는 생활습관을 들일 것을 제안한다.이 책을 감수한 김병수 정신과의사는 "우울증을 위로의 말로 치유하겠다는 건, 폐렴 환자가 물수건을 올려놓고 완치되길 바라는 것과 같다. 만약 당신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위로의 책은 옆으로 제쳐두고 우선 이 책부터 읽어라. 단언컨대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해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대중서적보다 낫다. 전문적인 내용인데도 읽기 쉽고, 정확성 또한 뛰어나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272쪽. 1만4천800원 ▷지은이 오카다 다카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다. 도쿄대학교 철학과를 중퇴하고 다시 교토대학교 의학부에 입학해 정신의학을 공부했고, 동 대학원 고차뇌과학강좌 신경생물학교실과 뇌병태생리학강좌 정신의학교실에서 연구한 뒤 교토의료소년원 교토부립라쿠난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 현재 오카다 클리닉 원장이자 야마가타대학교 객원교수를 겸하고 있다.2013년 상처받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오카다 클리닉'을 개원하고 인격장애, 발달장애 등 현대인이 겪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민함 내려놓기',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등이 있다.

2018-12-27 11:56:48

[반갑다 새책]도해 금강경/원역 구마라집/편저 시칭시/번역 김진무'류화송/불광출판사 펴냄

금강경을 둘러싼 기본적인 교법에서부터 말법시대의 개념과 같은 상식적인 지점 혹은 불교 또는 금강경의 전래, 걸식'의복의 개념과 같은 불교의 역사'문화에 대한 설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각으로 경전을 다룬 책이다.이 책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특징은 역대 금강경의 역본이 모두 실려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흔히 접할 수 없었던 '금강반야바라밀경미륵보살게송'과 '양조부대사송금강경'도 수록, 역대로 금강경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작용한 문헌도 우리말 번역을 만나 볼 수 있다.원역자 구마라집은 인도 구자국 출신으로 중국의 대표적 역경가이며 불교의 주요 경전 300권 이상을 번역해 중국불교의 초석을 놓아 대승불교철학의 진수를 이해하는 가교역할을 했다. 편저자 시칭시는 언론 관련 일을 해 왔으며 중국에서 불교 보급 도서를 여러 권 출간했다.536쪽, 2만8천원

2018-12-26 16:56:48

[반갑다 새책]걷고 웃고 읽으며 한 손으로 버티기/김원중 지음/몽트 펴냄

"나는 요즘 내가 은퇴 후 스스로 정해 둔 생활신조 세 가지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즉 "걸어라, 웃어라. 읽어라"이다"이 책은 전 포항공대 명예교수이며 시인이자 수필가인 지은이 김원중이 필생의 작품을 수필집으로 엮은 것으로 노교수가 80여년 인생에서 맺은 아름다운 인연을 회고하는 글이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조건 없이 남을 돕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했다. 도움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닌 그냥, 돕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어떤 힘, 또는 더 큰 마음이 뒤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노년의 삶을 살고 있는 노교수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인연을 소중히 여기라는 잠언이 이 책에 담겨있다. 지은이는 어릴 때 소년 가장으로 중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지는 역경을 한결같이 걷고 웃고 읽으며 세상을 버텨왔다. 후유증으로 한 쪽 팔과 다리가 불편하지만 한 손으로 세상을 버티는 해학의 내용이 담긴 에세이다. 262쪽, 1만3천800원

2018-12-26 16:56:00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⑦노병의 증언/ 김길영

▶인민위원회에 인계되다우리는 위기에 직면했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어떻게 하면 탈출할 것인지 궁리에 궁리를 더했다. 그곳에서 며칠을 지내던 어느 날, 군당위원회 직원이라는 자가 찾아와 쌀 두어 되를 주면서 밥을 해먹으라고 했다. 이것이 웬 떡이냐 하고 밥을 짓고 있었다. 다른 방공호에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잰걸음으로 다가와 정보를 주었다. 그 아주머니 말에 의하면 춘천에서 1.4후퇴 때 피난 와서 더 가지 못하고 홍천에서 머물고 있는 아주머니였다. 정보 내용인즉, '오늘 저녁밥을 먹고 군당위원회 살림살이와 모든 서류를 우리들에게 짊어지게 해서 춘천까지 후퇴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이 짊어질 물건들을 살폈더니, 모두 서류뭉치들이었다. 점령지에서 인민행동강령과 토지개혁요령 등의 유인물이었다. 우리들은 깜짝 놀라 긴급회의를 했다. 도망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어둠이 짙어질 무렵 밥을 짓는 척 하면서 서로 눈짓 손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우리들은 2개조로 나뉘어 남쪽 들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초병들이 달아나는 우리를 향해 총격을 가했지만, 어둠이 짙어서 더 이상 추격당하지 않았다.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약 2킬로미터를 죽기 살기로 뛰어 당도한 곳이 중공군 중대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부대와 맞닥뜨렸다. 황급히 다리 밑으로 몸을 숨겼다. 꼼짝 못하고 저녁 내내 물구덩이에서 발발 떨었다. 다리 위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가 급해 보였다. 중공군이 이동 중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출 때까지 숨어 있다가 다리 건너 홍천시내 남쪽 산 밑으로 숨었다. 그곳에는 드문드문 몇 채의 집이 있었고, 큰 길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집을 택해 피신처로 삼았다. 보아하니, 9중대 CP로 활용했던 집이었다. 그 집은 우리가 1차 탈출 때 은신처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다. 당분간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오래 잠복하는 길이 사는 길이라 생각했다. 기회가 올 때까지 이 집을 은신처로 결정했다.▶ 2차 탈출 성공운 좋게도 그 집에는 감자 구덩이도 있었고, 김치독도 묻혀있었다. 산골 살림치곤 괜찮은 살림 살이었다. 부엌 밥솥에는 밥이 꽁꽁 언 채로 있었다. 밥을 해놓고 미처 먹지 못하고 떠난 사람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른다. 밥솥에 물을 붓고 김치 독에서 김치를 꺼내왔다. 언 밥이 풀린 탓인지 전혀 배고픔을 달래주지 못했다. 그래도 마른 풀잎을 씹을 때보다, 소나무 껍질을 씹을 때보다도 먹을 만했다. 얼음덩이 밥 한 그릇일망정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우리는 그 집에서 끝장을 보기로 했다. 죽든 살든 더 이상 이동하지 말고 그 집을 지키기로 했다. 옆방을 화장실로 사용하기로 하고 숨소리 죽여 가며 숨어 있었다. 비무장 상태인 우리들은 중공군이나 인민군을 만나도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군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적군을 만나면 꼼짝 못하고 끌려갈 판이었다. 일단 하룻밤을 실컷 잤다. 몽롱한 머리가 맑아졌다. 북진하고 있을 때는 일주일 굶으면서 행군해도 배고픔을 몰랐다. 긴장이 풀린 탓도 있겠지만, 밥 몇 끼 굶었다고 맥이 풀려 버렸다. 우스꽝스럽게 변해버린 우리들은 사람의 탈을 썼을 뿐 짐승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일곱 명은 상처 하나 없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입었던 군복은 온데간데없이 인민군 복장도 아니고, 중공군 복장도 아닌 어중간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1차 포로로 잡혀갔을 때 중공군 방한복을 걸친 후, 인민군에 인계되었을 때 또 몇 가지 피복을 얻어 입었다. 그래서 우리가 어느 군대라고 밝히지 않으면 소속을 분간할 수 없었다.이튿날, 낮에는 아군 비행기가 홍천시내 외곽을 폭격했다. 폭탄이 투하될 때마다 우리가 거처하고 있는 집 천정과 벽이 흔들리며 흙이 떨어졌다. 방문이 저절로 여닫히기를 반복했다. 우리들은 납작 엎드려 폭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성난 폭격기가 화풀이 하듯 폭탄을 쏟아 붓더니 정찰기가 북쪽으로 날아가자 폭격기도 따라가면서 폭탄을 투하했다. 다음 날도 아군 비행기가 홍천시내를 정찰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홍천시내 남쪽에서 아군의 탱크가 들어와 몇 발의 사격을 퍼붓고는 물러났다. 최전선이 우리를 지나 북쪽으로 이동된 것 같았다. 그때서야 우리가 적군과 아군의 완충지대에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저녁 무렵에는 언덕에 올라 정찰하는 여유도 생겼다. 홍천 서쪽으로 약 2킬로미터 지점 하천가에는 유엔군 트럭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들은 말없이 부둥켜안고 안도의 눈물이었다. ▶유엔군을 만나다51년 3월 22일. 11시 경, 유엔군 수색대가 30미터 앞에 보인 곳에서 백기를 들고 다가갔다. 우리 일행을 발견한 유엔군 병사들은 적으로 오인하고 총을 겨누어 금방 쏠 자세였다. 우리는 다시 손을 번쩍 쳐들고 항복 시늉을 한 다음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포로로 잡혔다가 탈출해서 숨어 사는 며칠 동안 얼굴 한 번 씻지 못해 머리는 장발이 되었고 수염은 산적 같았다. 입고 있는 옷마저 각각 달라 몸에 걸치긴 했어도 옷이라 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러니까 40여 일을 굶고 지쳐서 눈은 칠팔십 리 들어가 있어서 사람과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포로로 시달린 40여 일, 총알이 빗발치고 파편들이 공중에서 날아 다녔는데도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남은 전우들이었다. 그 기쁨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미군 헌병대에서 강도 높은 심문과 심사를 받았다. 다시 우리는 헌병대에 인계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원대복귀 명령을 받았다. 원주에서 기차 화물칸에 몸을 싣고 제천역에서 잠시 정차했다. 역무원들이 우릴 보고 '포로 많이 잡았다'고 지껄였다. 우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역무원의 멱살을 낚아채고 땅바닥에 패대기쳐버렸다. 우리가 왜 포로인가.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2018-12-24 13:16:52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