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①]김정곤

◆이 세상 모든 신께 넝쿨 장미와 아카시아향이 온 누리에 은은하고 찬란한 아침 해가 환희의 봄을 노래하는 이 시각 이 세상 모든 신께 기도드립니다.저를 질투하지 마십시오.쌍둥이로 태어나 짝을 잃은 슬픔을 겪었습니다.중학교 3학년 때 척추를 다쳐 2급 지체장애자가 되었습니다.절망에 빠져 여섯 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의사의 권익을 찾는 의권 투쟁을 하다 수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위암으로 위 절제수술을 받고 얼마 후 장 중첩증으로 소장 절제술을 받기도 했습니다.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어버릴 뻔도 했습니다.키 158cm에 체중이 45kg밖에 되지 않는 자그만 체구로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는몸을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이제는 칠순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낍니다.이 늙은이에게 찾아오는 환우들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찡그리고 왔다가 밝은 얼굴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지혜와 건강을 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가정에 평화를 주시고 두 아들이 활기차게 사회인으로서 제 몫을 다 할 수 있게 해주셔서 또 감사드립니다.아내와 40년을 웃으며 바라본 것에 감사드립니다.내년 3월 칠순 잔치 대신 미흡하나마 자그마한 시집 한 권으로 지인들께 그 동안의 은혜 갚게 하옵소서.지금 이 순간 제 일생 가장 행복합니다.신이시여!이제는 더 이상 저를 질투하지 마십시오.지는 해가 떠오르는 해보다 더 아름답다 했습니다.하루를 아니 한 평생을 열정적으로 살다지는 해처럼 아름답게 사라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설령 내일 이승을 떠난다하더라도 밝은 미소와 맑은 눈빛으로 작별하게 하소서!이 세상 모든 신이시여.제발 더 이상 질투만을 하지 말아주시옵소서!◆엄마와의 영원한 이별 신록의 계절 6월을 만끽하고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무엇인가어두운 기운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한참을 침묵하던 누나는 다짜고짜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교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입으려 하자 그때야 울음을 터트리며 새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엄마가 돌아가셨단다.청천벽력도 유분수지 등교할 때만 해도 건강하시던 엄마가 돌아가셨다니….명문 중학교에 입학하고 신입생대표로 '' 신입생은 말 한다''는 글이 학교신문에 실리기도 하고 초등학교 같은 반에서 함께 진학한 친구도 많아서 그야말로 꽃피는 봄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열세 살 꿈 많은 소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그러나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장례식을 치르고 와서도 학교를 다녀와서는 무심코 ''엄마''하고 안방 문을 연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따뜻한 양지 볕에서 엄마 무릎에 누워 귓밥을 파주는 사랑의 손을 만지며 어리광 피우던 호사는 이제는 내 것이 아니었다.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웃는 일도 시들해지고 등교조차하기 싫어진 즈음 엄마와의 영원한 이별보다 더 큰일이 벌어졌다. ◆골목길 고향 집 골목길을 돌고 돈다어디 정겹지 않은 골목길이 있을까마는반백 년 흐른 후에 찾아온 골목길 자국 자국마다켜켜이 쌓여있는 추억의 편린술래잡기하던 친구들 웃음소리 가득하고싸움박질 하던 친구들 고함에새들은 달아나고 열일 곱 어린 나이에엄마 영정 들고 울먹이며 걷던 형 얼굴어리둥절 뒤따르던 동생 얼굴 아직도 떠날 줄 모르고덩달아 나도 엉거주춤 머무는애잔함이 짙게 묻어나는그 골목길 ◆아버지의 무단가출 엄마가 돌아가시고 미처 숨 고르기도 전에 아버지가 ''돈 벌어 올게''라는 지극히 간단한 메모 한 장을 남기고 무단가출을 하셨다.졸지에 고아가 된 오 남매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오남매가 의논한 결과 각자도생을 위해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누나는 명문 여고를 다녀 가정교사로 입주하고 형도 가정교사를 했지만 나와 쌍둥이 동생 그리고 초등학교 다니던 막냇동생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그러나 학업의 끈은 놓을 수 없어 등교는 꼬박꼬박했다.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몇 푼의 생활비로는 언제까지 견딜 수는 없었다. ◆잊지 못할 선생님 중2가 되자 집안 살림은 더 궁색해지고 등록금을 못 내고 결국에는 등교정지 처분을 받았다.그러나 비록 출석을 불리지는 않았지만, 꼬박꼬박 학교는 갔다.수업도 수업이지만 점심시간에 무료급식으로 나오는 식빵 한 조각과 한 통의 우유를 얻어먹기 위해서.연속해서 몇 번의 등교정지를 당하자 더는 배짱을 부릴 수가 없었다.며칠을 결석 아닌 결석을 하자 담임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오셨다.집안 사정을 이해한 선생님이 가시면서 선생님 호주머니에 있던 돈을 몽땅 주고 가셨다.''힘내라. 살아 못할 일은 없다. 네 꿈인 육군사관학교를 가려면 일단 중학을 졸업해야지''라는 격려 말씀과 함께.(4월9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늦깎이 인생' 2회가 게재됩니다)

2019-04-01 17:30:00

[논픽션 "늦깎이 인생" 당선소감] 김정곤

헐벗고 배고픈 시대를 살아온 시니어세대 모두가 숱한 상처를 안고 있으며 적지 않은 절망감에 좌절도 한두 번 경험하지 않았을 터.막상 전기나 다름없는 제 자신의 이야기를 보내놓고 난 후 스스로 발가벗은 것 같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굴곡진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가 같은 시대를 살아온분들께 동병상련이 되고 다음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는 글이 된다면 제 부끄러움은 감수하기로 했습니다.미흡하고 누추한 글에 당선이라는 영광스러운 옷을 입혀주신 심사위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65세 시인으로 늦깎이 등단 후 끊임없이 격려해주시고 성원해주신 '영남문학예술인협회' 회원님 '문학과시선'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지체장애인 남편을 40년 넘게 한결같이 웃음으로 내조해준 내 사랑 그리고 내 희망, 내 등불인 두 아들에게도 고맙고 고맙다고 전합니다.이번 당선에 힘입어 더욱 따뜻하고 포근한 글이 나올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늘 찡그리고 왔다가 웃으면서 돌아갈 수 있는 진료실이 되도록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의 소임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설령 내일 이승을 떠난다하더라도 후회가 없도록 기도하듯이 일하고 일하듯 기도하는 하루 하루를 살겠습니다.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김정곤

2019-04-01 17:30:00

3월 4째주 베스트셀러

1.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곰돌이 푸'알에이치 코리아)2.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다산초당)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하완'울진지식하우스)4.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혜민 스님·수오서재)5.인어가 잠든 집(히가시노 게이고·재인)6.아주 작은 습관의 힘(제임스 클리어·비즈니스북스)7.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오프라 윈프리'북하우스)8.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1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김수현·마음의숲)9.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김영사)10.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1 (설민석·아이휴먼)

2019-03-29 13:26:30

자유의 여신상. 매일신문DB

[서평]미국을 움직이는 네가지 힘/ 김봉중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미국의 역사는 짧지만 어느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은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정권이 세 번 교체하는 동안 미국은 9·11테러 이전의 미국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여전히 미국은 세계정세를 좌우하고 있으며 국제 분쟁이나 군사 문제, 경제 협약 등 다양한 국가와 관계를 유지하며 담대한 도약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을 움직이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미처 몰랐던 미국만의 특별함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이 책은 지금의 미국을 만든 특별 의식, 우리가 알지 못했던 미국의 정체성을 네 가지 역사적 코드로 재발견한다. 서부 불모지를 개척한 '프론티어', 자유와 평등을 주창한 '민주주의', 분열과 연합을 반복한 '지역 정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하나로 수용한 '다문화주의'로 꼽고 있다.◆서부서 시작된 개척의 힘 '프론티어''프론티어'는 1600년대 서부에서 자리잡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했던 영국의 민간인들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다. 1787년 북서부영지법, 1803년 루이지애나주 매입 전까지 무질서했던 사회는 안정을 찾았고 아메리카 드림을 찾아 일확천금을 노린 이민자들, 카우보이들 등이 광활한 대지를 개척하며 그들만의 문명을 만들어냈다. 이런 그들의 노력은 도전과 개척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인들의 문화와 정신으로 이어졌다. 서부 개척사에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19세기 말 남태평양 철도 건설에 중국인 1만명이 동원됐다. 전체 노동력의 10분의 9를 차지했다.◆자유와 평등의 힘 '민주주의'토크빌은 근대 유럽 민주주의의 여정에서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는 귀족주의의 관습에 대한 식상함에서 미국 민주주의를 발견한다. 미국은 자유스러운 관습이 자유스러운 제도를 만들었지만 프랑스는 자유 제도가 자유 관습을 만들려고 발버둥쳤다고 했다. 또 독립전쟁을 계기로 보편성 속에 개별적인 특수성이 흡수될 수 있는 협약, 즉 연방헌법의 탄생이 미국을 결속시켰다고 봤다. 자연환경에 대한 거친 생활 방식과 습관, 누구나 평등하고 계급없는 자유, 보편화된 실용주의로 인한 지적 평등,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든 종교와 정치의 분리, 대중의 참여 민주주의 등 특화된 개인주의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분열과 연합 반복한 '지역 정서'미국 북부는 동적인 진보 활동이 강하다. 사람들은 물질적 충족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며 자연에 도전함으로써 인간의 행복을 추구한다. 반면 남부는 정적인 보수 활동이 강하다. 인간의 목표가 물질적 생산을 증가시키거나 문화의 척도가 물질적인 부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의 지역 정서는 남북전쟁에서 찾고 있다. 건국 초기 남북 갈등은 주로 정치적 문제였다. 해밀턴은 강한 중앙 정부 중심의 연방주의를 주창했고, 제퍼슨은 권력분산과 지방중심적인 주권론을 주창했다. 남북 갈등의 핵심은 노예문제였다. 지식인 개리슨은 남부의 노예제도는 비도덕적인 것이라며 당장 철폐를 주장했다. 변호사 피츠휴는 노예제도는 역사적 흐름에 나타난 자연적 질서로 가장 능동적인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했다.◆전 세계 인종 포용한 '다문화주의'신대륙 발견 이후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의 일차적 목적은 개인적 성공이었다. 영국의 아메리카 식민지는 그 정착에서부터 인종, 민족, 종교가 존립한 다문화사회였다. 런던회사에 의해 정착된 최초의 식민지는 버지니아였다. 뉴욕에 가장 먼저 정착했던 국가는 네덜란드였으며 이후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 등에서 건너와 인종시장을 이루었다. 1664년 뉴욕이 영국령이 되었지만 거주자들에게 차별정책을 펴지 않았다. 그러면 이주해온 유럽인들이 미국인이라는 동질적 정체성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신대륙의 광활한 대지, 공동의 적인 인디언, 식민지인들의 경제적 야망을 꼽고 있다. 그러나 히스패닉계 이민자와 흑인의 빈부격차 및 차별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지은이는 미국은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에 있고, 이미 완성된 나라가 아니라고 말한다. 만약 미국이 특별했다면 지금까지 동적인 전통을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도 지켜왔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미국을 가장 미국답게 만든, 미국을 특별하게 만든 정체성은 역사의 긍정성을 믿고 부단한 도전과 경계 없는 공존을 동시에 선택한 미국인들의 정신에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428쪽 1만6천원.

2019-03-28 10:18:10

레오나르도 다빈치/월터 아이작슨 지음/아르테 펴냄

한 사람이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과학자, 문학가, 해부학자, 천문학자, 심지어는 요리사로 까지 이름을 남겼다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중 하나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2019년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0주기가 되는 해다. 1452년 태어나 1519년 6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 500년이 지났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과 그의 삶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월터 아이작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7천200페이지 분량의 노트를 연구한 끝에 그의 작품과 삶을 아우르는 전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내놓았다.◆21세기에도 가장 혁신적인 15세기 인물20여 년간 '타임' 지의 편집장을 역임하고, CNN의 CEO를 지낸 저널리스트이자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 그는 이 시대의 핵심은 '창의성'이며, 다양한 분야 사이의 접점을 찾는 데서 창의성이 비롯한다고 말한다. 창의성에 가장 큰 재능을 보인 인물이 바로 15세기를 살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것.레오나르도는 천재다. 지은이는 그의 천재성을 '인간적 성격'을 띠었다고 말한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처럼 초인적인 두뇌를 타고난 게 아니라 학교 교육을 거의 못 받다시피 했고, 라틴어를 읽거나 복잡한 나눗셈을 할 줄 몰랐다. 그는 타고난 천재이기보다는 끊임없는 호기심을 상상력과 노력으로 해결하며 스스로 천재가 된 인물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것은 그가 작성한 방대한 양의 수첩에 그대로 드러난다.책은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로 전 세계인에게 깊은 감명을 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도 소개한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여기는 천재성, 즉 노력 없이 주어지는 능력에 말미암은 것이 아니다. 걸작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지치지 않는 관찰과 연구, 그리고 경계 없는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는 많은 미완성작을 남겼는데, 선입견이라는 것이 없었으며 진리는 늘 새로이 발견되는 것이었기에, 작품은 늘 완성으로 가는 과정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이 맺는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과학적인 사고를 통해 이성적인 판단을 했으며, 종교적 사유도 거침없이 뒤집었다. ◆인간적인 모습의 레오나르도 다빈치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상상력과 창의력은 자주 요구되는 핵심 자질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개인의 역량인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지은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통해 창의성이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할 때 더욱 크게 발휘되며, 혁신은 바로 그 현장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혼자 작업하기보다는 늘 동료와 제자,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그 분야에 더 박식한 사람을 찾아 질문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던 시대에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늘 가까이 일했고, 여유 시간에는 광장으로 몰려가 어떤 주제로든 토론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이질적인 분야의 아이디어를 융합하고 창의력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그를 있게 한 것이다.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재능뿐 아니라 멋진 외모, 근육질 몸매, 다정한 성격 등 매력이 넘쳤고, 동시대를 살았던 저명한 지식인 수십 명의 편지에서 '소중하고 사랑받는 친구'로 언급된다. 하지만 그가 가진 조건은 사랑스럽지만은 않았다. 사생아로 태어났고, 동성애자라는 설도 존재한다. 또 동물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은 후 채식주의자로 살았고, 이성적 사고를 중시하다 보니 종교적 시선에서는 이단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루 사랑과 존경을 받고, 권력자들의 후원을 받았다.지은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천재성이 돋보이는 지점뿐만 아니라 실수나 좌절, 고통의 순간 등 '인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습을 그려냈다. '코덱스 레스터'라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첩을 소장할 만큼 그에게 큰 관심을 가진 빌 게이츠는 "수년간 레오나르도에 관한 상당히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러나 한번도 그의 삶과 작품의 다른 면모에 대해 만족스러울 만큼 잘 살핀 책은 찾지 못했다"며 "독자들에게 레오나르도가 얼마나 인간적인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를 알려줄 것"이라고 서평을 남겼다. 720쪽, 5만5천원.

2019-03-28 10:17:28

왜 마음챙김 명상인가?

[책 체크]왜 마음챙김 명상인가?/ 존 카밧진 지음/ 엄성수 옮김/ 불광출판사 펴냄

'호흡은 한 번에 오랜 시간 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호흡을 통해 현재 순간으로 돌아오는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 전혀 아니며, 집중 대상을 바꾸는 일일 뿐이다. 그러나 당신이 시간을 조금 들여 매 순간 호흡을 하면서 알아차림의 순간들을 하나로 엮는다면, 당신 앞에 멋진 모험들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지은이는 과학자이자 작가이며 명상 전문가다. 그가 개발한 마음챙김에 의한 스트레스 완화(MBSR) 클리닉은 각국 기업, 병원, 학교, 교도소, 군대, 프로스포츠 팀 등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30초간 품위 있게 앉아보라. 기분이 어떤지 주목하라. 품위 있게 서 있으면서 그렇게 해보라. 당신의 어깨는 어떻게 돼 있는가? 당신의 척추는, 당신의 머리는? 품위 있게 걷는다는 건 무슨 의미이겠는가?'이 책은 스트레스나 통증, 질병같은 당면 문제들이 지배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살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에게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과 그 활용법을 쉽게 설명해준다. 352쪽 1만7천원.

2019-03-27 17:36:51

[반갑다 새책]중년 혁명/오채령 지음/바른북 펴냄

"내 삶이 향기 나는 삶이 아니어도 나는 나를 사랑할 의무가 있다." 책 표지에 부제처럼 쓰인 글이다.이 책은 대구가톨릭대 다문화학 박사과정의 만학도로 공부하면서 쉰의 고개를 넘은 지은이가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밥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자신의 인생에 대입해보는 에세이 형식의 자기계발서이다.100세 시대 재도전을 꿈꾸는 중년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중후함이 깃든 재창조의 피조물로 탄생할 중년혁명의 비결을 담았다.현재의 중년은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자랐고 20대 사회 초년생 시절에 역사상 처음으로 컴퓨터를 만났고 30대와 40대엔 디지털 문명시대에 살다가 이제 신중년의 인생 3모작을 준비하는 시점에 또 다시금 블록체인이 가져올 문명의 전환기 앞에 서 있다.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이 엄청난 파고 앞에 겁에 질려 주저앉지 말고 당당하게 한몫을 하며 준비된 새로운 시대를 함께 향유할 권리를 찾아 나서야 함을 자각하게 된다. '혁명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으키는 것이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이미 당신은 중년혁명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특히 '지금 20대로 되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그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하자'는 장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라지 않다."사랑하는 친구를 만나고 또 함께 일하는 동료를 귀한 존재로 여기고 가족들을 끝없이 보듬고 사랑하자. 우리가 자란 아날로그 시대의 유년시절의 추억을 가끔씩 떠올리며 봄을 맞이하자. 멀리 함께 갈 사람을 마음으로 섬기고 배려하며 축복하자."(본문 중에서)차가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랑'으로 결론을 내리는 이 시대의 '중년혁명'은 귀담아 볼 가치가 충분하다. 281쪽, 1만3천800원

2019-03-27 11:14:28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⑩열망. 김영숙

"그래도 난 앞으로 태어날 내 자식한테만은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버둥거려봤지만 벗어날 수 없었던 가난, 그 중에도 제일 하고 싶던 공부를 맘껏 하지 못해 마음에 한이 됐어. 때론 부모님이 원망스럽고 왜 내가 태어났는지 불만스럽기 그지없던 때도 있었어. 그래서 맘 독하게 먹고 우리자식한테는 대물려 주지 말자, 하고 생각한 끝에 선택한 길이야."나는 마음과는 달리 그를 잡을 수가 없었다.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머나먼 월남의 전쟁터로 떠난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나는 잠시 억장이 무너져 입을 딱 벌린 채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진정 내 마음속엔 어디든 가서 돈만 많이 벌어온다면 하는 얄팍한 계산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용병, 그는 드디어 나라를 위해서도 떠나야했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돈을 벌기위해 그 길을 순순히 택했는지도 차마 알 수 없는 일이었다.8. 세월은 흐르고경상북도 영천시 고경면에 있는 육군 제3사관학교에서 초대장을 보내왔다. 생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치러지는 행사였다. 들뜬 마음으로 향했다. 아련한 기억이 머릿속을 채워온다. 언제였던가. 벌써 44년이 흐른 세월이다. 뱃고동소리가 멀어지는 부둣가, 많은 군인들이 몸을 싣고 향하는 곳은 월남의 전쟁터였다. 못내 아쉬운 가족을 뒤로하고 이별의 순간 어금니를 깨물던 당신과 나의 모습,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 내 가슴에 머문다."자유통일 위해서 조국을 지킵시다/ 조국의 이름으로 임들은 뽑혔으니/ 그 이름 맹호부대 맹호부대 용사들아/ 가시는 곳 월남 땅 하늘은 멀더라도/ 한결 같은 겨레마음 임의 뒤를 따르리라/ 한결 같은 겨레마음 임의 뒤를 따르리라"귓속을 파고들며 쟁쟁하게 울려오던 서글픈 시간, 나는 몸을 움츠리고 가슴을 떨었다. 과연 살아 돌아올 것인가, 하는 불안함이 엄습해오고 제발 무사귀환을 빌었던 내 작은 소망이 무너지는 그날이 또다시 스멀스멀 내 머릿속을 채워온다.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라고 했다. 물론 그는 지키고 싶었겠지만 상황이 여건이 안 됐을 것이다. 나는 그 점을 이해하면서도 서운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가끔 눈물짓곤 한다."꼭 살아 돌아오세요.""알았어. 반드시 다시 올게."그는 떠났고 나는 홀로 남았다. 하지만 그는 '살아'만 빼고 약속을 지켰다. 돌아오긴 했으니까. 한줌 재로 그는 국립묘지에 묻혔다. 만 2개월 만에...... 졸지에 유복자가 된 내 아들은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육군 제3사관학교에 입학한 뒤 평생 군인의 길을 걷겠다고 한다.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사관생도들이 씩씩한 걸음걸이로 앞을 향해 질서정연하게 행진을 한다. 하얀색 상하의에 군모만이 색깔을 달리한 모습들이다. 나는 그 옛날이 자꾸만 떠올라 눈물을 내비쳤다. 어머니는 강하다. 군인의 아내나 어머니는 더더욱 강하다. 그러므로 결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내비쳐서는 안 된다. 이런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결국 소리 내 울고 말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오른 탓이었다. 주변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나는 의식하지 않고 연신 훌쩍였다. 늠름하고 장한 내 아들보다 먼 날 나를 홀로 두고 떠나버린 남편이 사무치게 떠올라서였다. 그는 왜 꼭 월남으로 떠나야만 했던가. 물론 나라의 부름도 있었겠지만 가난이 그를 용병으로 등 떠밀었는지도 모른다. 1960년대 지긋지긋한 가난이 삶도 뒤죽박죽 만들어버렸고 사랑도 결코 온전히 지켜낼 수 없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배고픔이 우선이었기에 피폐된 정신은 여러 가지 행태로 나타나곤 했다. 단 돈 몇 푼에 여자는 술집으로 식모로 팔려가기도 했고 남자는 일자리를 찾아 먼 외국으로 즉 사우디 같은 중동으로 노가다현장을 뛰기도 했던 것이다. 이제 정녕 먼 얘기다. 먹을 것이 넘쳐흘러 먹기 싫어 안 먹는다. 부지런한 자에게는 언제나 풍족한 삶이 보장되는 세상, 배우고 싶으면 아무 때고 공부할 수 있는 지금의 시대가 나는 너무도 좋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그가 내 곁을 떠나고 난 다음 나는 한동안 실의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마냥 그럴 수만은 없었다. 어느 때는 목숨을 끊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엔 이미 내 뱃속에 죄 없는 한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그래, 한번 살아보자. 이보다 더한 삶도 살아왔는데 못살게 뭐 있겠는가. 모든 거 훌훌 털고 새롭게 일어서보자. 굳은 각오가 내 가슴속에서 피어올랐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언젠가 태어날 자식을 생각하며 나는 다시 한 번 용기를 가졌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는 날도 나는 모진 맘으로 세상과 부딪쳤다. 그러다보니 세월은 흐르고 어느새 세상 밖으로 나온 내 아들은 무럭무럭 자라나 성장하고 있었다.모든 근심걱정을 접은 뒤 어느 정도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마음이 평온해지자 나는 다시금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이 되살아났다. 아들이 군에 입대한 다음이었다. 망설임 없이 학원 문을 두드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에 전념했다. 그 결과 드디어 나는 정규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모두들 환호를 하면서도 의아한 눈빛을 날렸다. 나이 50이 넘어 대학생이라니, 손자 벌 되는 학생들과 어찌 함께 공부를 한단 말인가. 등록금으로 맛있는 거 사먹고 여행이나 다닐 일이지, 하고 만류하는 친구 이웃 그리고 여러 지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당당하게 강의를 듣고 책을 옆구리에 낀 채 교정을 드나들었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모 대학 강사로 강단에 섰다. 상담학을 전공한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접하며 색다르고 즐거운 인생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날의 서글픈 과거는 잊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내가 한없이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나이가 무슨 문제이겠는가. 배움의 문턱이 조금 높기는 하지만 열심히만 한다면 아무런 걸림이 없다. 그러므로 내 현재의 삶은 평화롭고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이승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얼마만큼 남았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남은 생 더욱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죽는 그 순간까지 나는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련다. 100세 시대, 그 절반이상을 살아버린 내가 이제 무엇을 더 바라고 욕심을 부리겠는가. 지금의 나는 진정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다만 남은 꿈과 희망이 있다면 자식 건강하고 내 생애 최고인 공부만이 있을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행복한 시간들이다.〈끝〉(4월2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김정곤의 '늦깎이 인생' 첫 회가 게재됩니다)

2019-03-25 11:25:13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와카미야 마사코 지음/가나출판사 펴냄

80대 노인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왠지 거리가 멀어보인다. 그런데 2017년 7월 애플에서 개최하는 세계개발자회의에 만 82세의 일본 여성이 '세계 최고령 앱 개발자'로 소개됐다. 당시 애플의 팀 쿡 CEO가 직접 인터뷰에 나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이 여성의 이름은 와카미야 마사코. '마짱'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녀는 '노인들도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만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었다. 6개월간 코딩을 공부한 마짱은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폰 게임 앱 '하나단'을 출시했다.와카미야 마사코의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는 82세 컴맹 할머니가 아이폰 게임 앱을 개발하게 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에세이다. ◆컴맹에서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까지환갑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구입할 정도로 컴퓨터와 무관한 삶을 살았던 지은이는 디지털 기술이 은퇴 이후 자신의 삶에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아이패드로 고전악기 연주를 배우고, 엑셀로 자신만의 액세서리를 디자인하고,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사귀고, 구글 번역기를 들고 자유여행을 떠나는 등 흔히 생각하는 노년의 삶과는 다른 지은이의 인생을 담아내고 있다.지은이는 정년퇴직할 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거의 사용한 적이 없는 '컴맹'이었다. 그러다 정년퇴직 후 어머니의 간병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만나기가 어려워지면서 컴퓨터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평소 수다떨기를 좋아하던 지은이가 집에서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려면 컴퓨터가 제격이었다. '수다 떨기'와 '어머니 간병'을 함께 하기 위해 컴퓨터를 구입하는 그는 3개월의 고군분투 끝에 컴퓨터 설치에 성공,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컴퓨터를 통해 만난 세상은 상상 이상,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날 이후 컴퓨터는 날개가 되어 그의 세상을 넓혀주고 있다.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구글 번역기 도움을 받아 해외여행을 가고, 앱 개발에 도전하고,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지은이의 모습은 호기심을 간직한 노후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유연하고 긍정적 사고로, 활력있는 노년40년을 은행에서 근무하며 성실하게 지냈던 저자가 정년퇴직 후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모험을 즐기며 사는 모습은 나이 듦을 두려워하던 독자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녀가 평범한 노인에서 게임 앱 개발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특유의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그의 인생 철학은 ▷싫은 일은 굳이 하지 않기 ▷오전의 실패는 오전 중에 잊기 ▷규칙적으로 지내려 노력하지 않기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시작하기 ▷완벽을 추구하지 않기 ▷'나는 나'라는 생각으로 뻔뻔해지기 등은 이런 유연한 사고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은이는 건강을 위해 지나치게 식단을 조절하거나 잠자는 시간을 준수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무언가 할지 말지를 선택할 때 그저 '자신이 즐거운가'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말한다.비혼인 지은이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 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고독'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든이 넘는 나이에 혼자 살고 있지만 외로울 시간 따위 없다. 그녀가 고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왕성한 호기심으로 무장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뛰어드는 것이다. 이때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지 말고 조금 뻔뻔해지는 것도 필요하다.자기 의지 이외의 요인 때문에 주저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지은이는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런 생각을 버리고 어떻게든 한 발 앞으로 나아가보라고, 몇 살이 되었든 누구나 스타트라인에 설 수 있다고 말한다. 시작할지 말지는 자기가 결정할 일이라고, 누군가 비웃거든 같이 웃어넘겨버리라고 말이다. ▷지은이 와카미야 마사코는 1935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교육대 부속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쓰비시 은행에서 60세까지 근무했다. 정년퇴직 후 어머니 간병으로 인해 외출이 자유롭지 않게 된 것을 계기로 집안에서도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컴퓨터를 시작한 뒤 게임 앱까지 개발하게 되고, '일본의 스티브 잡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일본에서 '인생 100세 시대의 롤모델상'을 수상하기도 한 지은이는 노인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코딩 강연을 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9-03-21 11:19:50

[반갑다 새책] 번민-고전에 답이 있다/김가원 지음/해조음 펴냄

살면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마음의 번민, 옛사람들은 그 의미가 어땠을까?"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얻어지는 게 있을 것을 확신한다. 특히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의 갈등이나 번민 등이 문제가 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지은이 자신이 책 서문에서 밝힌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자부심이다. 삶이 힘들고 괴로워질 때, 마음의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마음을 붙들어주고 돌파구를 찾게 만들어주는 책이라는 것이다.책은 상편 49, 하편 41개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상편이 불교 이치를 중심으로 고전에서 제시하는 마음의 속성과 원리를 다루고 있다면 하편은 그 같은 마음의 원리에 바탕을 둔 이치의 활용을 주역을 기본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지은이는 오랫동안 고전에 몸담고 살아오면서 유교 불교 도교가 지닌 마음의 원리에 주목한 삶을 살아왔다. 이론과 실천을 기본으로 한 책이므로 사회 도처에서 들불처럼 번져가는 인문학 열풍 때문이 아니라도 번민 없는 삶의 평온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귀를 기울여 볼 만한 양서임에는 틀림없다. 336쪽, 1만5천원

2019-03-19 17:21:14

유교 인문학의 이념과 방법/임헌규 지음/파라아카데미 펴냄

유교 인문학은 모두가 선한 본성을 회복하여 기질에 물든 선악의 차이가 없어지고 귀천과 화이의 차별이 없어져서 천하가 정의롭게 운행되는 대동세계의 건설을 목표로 한다.이 책은 유교에 대한 정의와 유교 인문학의 이념과 목표, 인문학적 방법에 대해 서양철학과 비교분석해 그 의의를 분명히 했고 유교의 핵심사상인 인(仁), 인간관계론, 정치이념, 가족주의적 이념 등을 유교의 근본에 근거해 인문학적인 본래의 의의를 드러냄과 동시에 역사적 맥락에서도 살펴보고 있다.지은이는 강남대 철학교수로 "유교는 인간 본성에 따르는 길을 혼자가 아닌 함께 감으로써 지극히 선한 공동체를 건설하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어 인문학을 "인간이 그 본성으로부터 유래한 길을 따라 아름답고 선하고 빛나는 인간다운 문화세계를 함께 건설하기 위해 널리 배우고 살펴 묻고 신중히 사려하고 밝게 분별하여 돈독하게 실천하는 행위의 총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312쪽, 1만9천800원

2019-03-19 17:20:51

달구벌수필문학회, 강문숙 시인 초청 특강

달구벌수필문학회(회장 신은순)는 18일 대구교육대학교 강의실에서 강문숙 시인 초청 특강을 열었다. 이날 특강에는 은종일, 원용수, 피귀자, 김정호 수필가 등 40여 명이 참가했다.

2019-03-19 10:00:32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당선작]⑨김영숙 열망

나는 지화영의 긴 말이 끝나자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일으켜 세우고 문지방을 넘어 방 밖으로 나왔다. 몸을 가눌 수가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미 신경세포가 모두 죽어버린 느낌뿐이다. 내 등 뒤에서 지화영의 슬픈 목소리가 또다시 귓전을 때린다."하지만 진짜 미안해. 그때 그 순간은 정말로 사랑했는지도 모르는데."나는 휘청거리는 두 다리를 옮기며 술집 밖으로 나오자 먼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그때야 내 얼굴이 온통 눈물로 젖어있다는 걸 알았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이 사건, 과연 누구의 죄일까. 사랑보다 진실보다 가난이 죄인 거 같다. 나는 이렇듯 결론짓고 하늘에서 눈을 뗀 다음 천천히 공장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야학교엔 갈 수 없다. 곧 작업이 시작될 시간이므로. 새벽이 걷혀가는 하늘은 동이 트는지 먼 곳에서부터 밝아오는 거 같았다.7. 이별그해 가을도 다 지나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한겨울 밤, 나는 야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공장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눈은 엄청 쏟아져 내렸다. 나는 목도리를 코 위까지 올려 두르고 옷에 묻은 눈을 수시로 털어내며 간신히 공장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공장 문 앞에서 신발을 툭툭 턴 다음 머리에 쌓인 눈을 고개를 세차게 몇 번 흔들어 흩날려버렸다. 그 시간에도 계속 눈은 멈추지 않고 내리는 중이었다. 하얀 눈발 때문인지 주변이 그다지 어둡지는 않았다. 나는 무심코 막 공장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서려다 묘한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홱 돌렸다. 누군가 서있다. 덩치가 약간 큰 남자로 보였다.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 눈꼬리를 올리고 자세히 살펴봤다. 남자가 분명했다."누구?"나는 그때야 목소리를 냈다. 엉거주춤 다가오는 남자, 뜻밖에 서강우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밤 야학교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었다. 나는 궁금한 마음에 여러 사람에게 물었지만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 그가 지금 이곳에 우두커니 서있다."웬일?"내 물음은 왜 이 시간에 공장 앞에 서있느냐는 뜻이었다. 대답이 없다. 서강우는 한참동안 내 앞에서 말없이 나를 주시하더니 이내 내 손목을 잡아끌고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뭐야? 왜 이래?" 나는 엉겁결에 서강우에게 끌려 발을 내디디며 떨리는 음성으로 물음을 던졌다. "잠깐이면 돼. 할 얘기가 있어."그는 숨을 헐떡이며 애원하는 어조로 말했다. 순간 의외로 그의 손길이 따사로웠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괜스레 마음도 후들후들 떨렸다. 생각지도 않던 감정이 내 가슴 끝에서 해일처럼 일어났다. 순간, 그가 나를 확 잡아당겨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얼떨결에 나는 아얏,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의 가슴에 안겨 거친 숨을 내뿜었다. 그의 뺨이 내 입술 언저리를 스쳐 지났다. 연이어 뜨거운 호흡이 내 전신을 마비시켰다. 이미 조금은 예감했던 서로의 시작이었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서강우의 눈빛을 읽고 있었다. 나도 별로 거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던 탓에 묘한 자존심을 앞세우며 차일피일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지 않았던 거 뿐이었는데 다행히 그가 먼저 다가와 줘 나는 못이기는 척 안겼는지도 모른다. 가슴을 짓눌러오는 격한 감정은 온 누리를 평화롭고 아늑하게 느끼게 했다. 하얀 눈 더미가 싸늘함을 뒤로하고 훈훈하게 적셔온다. 백색의 고운 눈발이 끝없이 휘날리며 코언저리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잠시 후,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를 내 몸에서 떼어냈다. 서강우는 말없이 나를 뒤로했다. 서운한 생각이 잠깐 내 가슴을 휩쓸고 지났다. 저만큼 멀어져가는 서강우의 등 뒤에서 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비밀 지켜줘."나는 뜨끔 뒷일이 걱정됐다. 서강우가 슬쩍 뒤돌아보고 다시 앞을 향해 천천히 걷는다. 평소 말수가 적은 서강우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밤이었고 더욱이 눈보라치는 날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발길을 돌렸다. 서강우, 그의 모습은 서서히 사라져버린 후였다.또다시 전신이 후끈 달아올랐다. 내 귓불에 대고 서강우가 속삭이던 "사랑해."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까닭이다. 유독 밤하늘이 맑고 곱게 보였다.꿈과 희망에 벅차있던 내 마음은 이제 사랑까지 얻어 세상을 전부 독차지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람에겐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인 거 같았다. 코피를 쏟으면서까지 열심히 했던 내 공부는 빛을 봤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영원히 내 곁에 머물지 않았다. 결혼을 약속했던 서강우가 군에 입대한 뒤 나는 사뭇 들뜬 마음으로 이제 학생을 뛰어넘어 야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한몫 거들고 나섰다. 드디어 중학교조차 가지 못했던 내가 선생이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거듭되는 검정고시 합격을 거쳐 나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정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난의 가시밭길이 있었던가. 눈치를 보며 유독 눈엣가시로 여기던 공장의 감독과 여러 시선들, 나는 한껏 주눅이 들어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늘 기죽어 살아왔다. 거기에 시기질투는 또 어떠했는가. 어느 때는 책이 찢겨져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고 모두들 쑥덕거리며 손가락질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는 의식하지 않고 꿋꿋한 심정으로 오직 한길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현재는 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 어느 날인가는 정규학교에서 제대로 된 모습으로 교단에 설 날이 반드시 있으리라 여기며 나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더욱 열심히 공부에 임했다.그러던 어느 날, 모처럼 첫 번째 휴가를 나왔다는 서강우, 그의 연락을 받고 나는 부리나케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이 자못 들떠 몸은 이미 붕붕 떠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약속한 지하다방으로 들어서자 벌써부터 애절한 음색의 팝송이 내 귓전을 파고들었다. 평소 라디오에서 많이 들었던 '탐 존스'의 '딜라일라'였다. 서강우는 언제 왔는지 먼저 한곳에 자리를 하고 앉아있었다. 나는 얼른 그 앞으로 다가가 맞은편 의자에 몸을 앉혔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 잔이 서강우와 내 앞에 각 자 한잔씩 놓였다. 나는 무심코 내 앞에 놓인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 마신다음 다시 접시위에 내려놨다. 서강우는 전혀 마실 생각이 없는 듯 계속 커피 잔을 만지작거렸다."무슨 일 있어요? 심각해 보이는데.""......"서강우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답답한 심정에 재차 다그쳤다."말해 봐요, 무슨 일인데?""며칠 후에 나 월남으로 떠나." 그때야 서강우가 입을 열었다."네에?"나는 화들짝 놀라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갑자기 왜?"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다시금 확인 차 물음을 던졌다."어쩔 수 없이 다녀와야만 될 거 같아. 결혼식은 다녀온 다음 하기로 해. 지금으로선 형편이 안 되잖아."침울한 목소리로 이렇듯 말하는 서강우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보였다."형편이 무슨 필요예요. 있는 그대로 하면 되는 거지."내가 울먹이며 말했다.(3월26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열망' 마지막 회가 게재됩니다)

2019-03-18 10:55:54

종전의 설계자들/하세가와 쓰요시 지음/메디치 펴냄

우리가 알고 있는 태평양 전쟁의 끝은 1945년 8월 15일이었다. 그해 8월 6일과 9일 두차례 원폭, 그리고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선언이 있었다. 9월 2일 미주리호 함상에서 맥아더 연합국 최고사령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항복문서 조인식이 있었다. 그렇게 태평양전쟁은 일본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일본 대표단이 항복문서에 서명한 뒤에 쿠릴열도를 점령하기 위한 스탈린이 작전이 계속됐고, 태평양전쟁이 실제로 종결된 것은 소련이 쿠릴작전을 완수한 9월 5일이라는 것이다.하세가와 쓰요시는 미국과 소련, 일본이 치열하게 싸운 전쟁의 마지막 4개월을 이야기를 '종전의 설계자들'을 통해 담아냈다.◆미국의 원폭 VS 소련의 참전200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역사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일본을 항복하게 만든 것이 미국의 원폭이었다는 '미국의 종전 신화'를 부정하고, 소련의 태평양전쟁 참전이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책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 항복의 역사를 미국과 소련이 서로 의심하는 가운데 아시아에서 이권을 확대하기 위한 경쟁이라 설명한다.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 세 정상은 1945년 2월 11일 얄타에서 극동 문제를 논의했다. 소련의 대일전 참전에 대한 보상조건에 대해 미국와 소련은 서로 협의했고, '얄타밀약'으로 알려진 두 정상 사이의 약속은 이후 전쟁 종결 과정에서 벌어진 당사국들 사이의 치열한 각축과 암투를 예고하는 것이었다.1945년 4월 미국에서는 루스벨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부통령 트루먼이 제33대 대통령에 취임했고, 소련은 태평양전쟁에 참전할 시기와 방법을 조율하고 있었다. 책은 대일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탈린과 트루먼이 벌인 복잡한 암투, 전황이 불리해질수록 소련의 중립에 사활을 걸었던 일본의 패착과 그런 일본의 상황을 전쟁 준비 전까지 교묘하게 이용하려 한 소련의 책략, 그리고 일본 내부에서 하루빨리 전쟁을 종결시키려 했던 화평파와 끝까지 적의 침공에 맞서 싸우겠다는 계전파의 각축을 그려내고 있다.◆태평양 전쟁이 남긴 부정적 유산일본의 패전까지 각국의 군사, 외교, 정치 지도자들은 설전을 벌였다. 미국은 일본에 최후통첩을 보내기 전 천황제 폐지까지 함축하는 '무조건 항복'을 주장하는 이들과 전쟁을 빨리 종결짓기 위해서라도 항복 조건을 완화해야한다는 이들이 맞섰다. 소련은 일본과 맺은 중립조약의 구속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얄타밀약의 전제조건인 중국과의 교섭을 어떻게 성사시킬 것인가를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7월 17일 트루먼, 스탈린, 처칠이 태평양전쟁 종결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포츠담에 모였다. 여기서 일본에 대한 최후통첩인 '포츠담 선언'이 나왔다. 트루먼은 이 때 원폭실험 성공 소식을 듣고, 소련의 참전 없이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선언문 서명을 거부했다.이후 트루먼과 스탈린은 다름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은 소련의 도움없이 원폭만으로 일본에 항복을 받아내길 원했고, 원폭 투하 전 일본이 항복하는 일이 없도록 최후통첩을 했다. 반면 소련은 자신들이 참전하기 전 일본이 항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치밀한 외교전을 펼쳤다.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됐다. 이틀 뒤 소련이 선전포고문을 낭독했고, 미국의 두 번째 원폭을 실은 전투기가 이륙했다. 결국 소련은 얄타에서 약속받은 이권을 챙겼고, 미국은 소련의 팽창을 막을 방어막으로 일반명령 1호를 발령해 38도선 이남을 지켰다. 태평양전쟁의 마지막 장이 새로운 전쟁, 즉 냉전의 서막으로 접어드는 순간이었다.지은이는 태평양전쟁 종결의 부정적 유산에 대해 언급한다. 인류애 자체를 시험하게 만든 원폭과 북방영토 문제, 그리고 전쟁에 대한 책임 대신 스스로를 피해자화한 일본의 역사의식이 그것이다. 여기에 한반도의 분단도 덧붙여진다. 책 곳곳에서 미국과 소련 사이를 오고 간 한반도의 운명이 등장한다. 720쪽, 3만3천원.▷지은이 하세가와 쓰요시는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 교양학부를 졸업한 뒤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캠퍼스 역사학과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현재는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러시아사를 전공한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국제정치 관점에서 러시아사와 전후 냉전사를 연구해왔다.

2019-03-14 11:22:57

[반갑다 새책]석재 서병오 필묵에 정을 담다/이인숙 지음/중문 펴냄

"서병오는 20C초까지 지역 화단이나 지역 미술가의 존재가 미미했던 대구에서 이름이 크게 드러난 최초의 대구출신 작가이다."이 책은 미술학 박사로 조선시대와 근현대기 서예와 수묵화, 전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은이 이인숙이 서'서'화 삼절의 석재 서병오(1862~1936)의 작가상과 작품세계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쓴 것이다.석재 선생은 삼절 중 특히 시짓기를 좋아해 자신의 서재이름을 '유마시루'(維摩詩樓)라 칭했고 최현달은 그의 시를 '거리낌 없이 자유롭고' '타고난 정취가 호탕하며' '가락이 뛰어난' '진(眞)'의 시라고 평했다. 글씨는 짙고 풍성한 농묵을 사용해 무겁고 둔탁하면서도 감정이 물씬 우러나는 천연한 글씨로 파토스가 있는 서예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림은 묵죽과 묵란 등 사군자로 시작해 중국과 일본에까지 유명세를 떨칠 만큼 호쾌한 필력과 정감 있는 창윤한 필묵세계를 이루었다.타고난 총명과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석재는 또한 다재다능했던 풍류객으로 '뜻대로 즐겁고 기쁘게 사는 것이 곧 상류 인생'이라는 시구를 남길 만큼 생애를 풍류와 멋으로 엮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논거로 석재의 시서화에는 22명의 기생 이름이 명시되고 있다.그림이 그려진 화면 위에 화가가 써 넣은 글인 화제(畫題)는 한자문화권 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시서화의 융합, 그 중에서도 작가 자신의 창작시를 써 넣은 그림은 지식층 회화가 고도로 완성된 형식이다.지은이에 따르면 석재의 그림 300여점을 조사해 화제를 확인해 본 결과, 창작시로 화제를 쓴 경우는 15점이다. 이는 특별한 경우에만 화제시를 창작했던 것으로 짐작되는 일이다. 석재의 창작 화제시는 감사의 마음 표현, 만남을 기념한 교유의 산물로 여겨진다.시와 그림이 의미와 이미지로 호응하고 그림과 글씨가 같은 필성으로 혼연히 어울리며 시서화가 융합된 화면이 다름 아닌 석재의 필묵세계인 것이다. 책 제목 '석재 서병오 필묵에 정을 담다'는 곧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온축한 것이다. 193쪽, 1만5천원

2019-03-13 17:47:37

일러스트 전숙경 (아트그룬)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열망']⑧김영숙

번연히 시집가 잘 사는 줄만 알았는데 겨우 인생의 막다른 길, 니나노 집에서 몸을 파는 여자가 돼 있다니. 나는 나도 모르는 순간 악! 하고 비명을 지를 만큼 마음속이 들끓고 분함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듯했다.갑자기 눈앞에 안재민이 떠오른다. 죽은 그의 환영이 어른어른 계속해 얼비친다. 숨이 막혀 도저히 제대로 쉴 수가 없다. 나는 멈춰 세운 발을 단 한걸음도 더 이상 떼지 못하고 마치 석고대상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 늦은 밤 찬이슬에 몸을 맡겼다.새벽녘, 남자가 허름한 문을 밀치고 나왔다. 그리고 어디론가 쏜살같이 몸을 감췄다. 덩치가 크고 우람한 체구의 남자였다. 지화영은 여린 몸매에 얼굴이 참 예뻤던 걸로 기억됐다. 마치 계란처럼 타원형에 매끈한 결이 유독 흰 피부와 함께 어우러져 우리 모두는 늘 감탄하며 부러움의 눈초리로 바라보곤 했었다. 안재민이 반할만도 했던 지화영, 그녀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이어지는 궁금증을 견딜 길 없어 무작정 그녀가 몸담고 있는 술집 안으로 쑥 몸을 들이밀었다. 조용했다. 인기척이 들렸을 텐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나는 좀 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안쪽에 있는 허술한 방문을 살며시 열어봤다. 널브러진 옷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화영의 흐트러진 머릿결도 눈 속에 빨려 흡수됐다. 나는 심호흡을 거듭했다. 아직 세상만사 모르고 잠에 취해있는 지화영, 그녀의 꼴이 정말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살며시 방안으로 들어가 그녀 곁에 섰다. 그런 다음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이불도 덮지 않고 완전 나체로 뒤엎어져 자고 있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흔들어 깨웠다.부스스 눈을 뜨고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누구? 하는 눈초리다. 나는 또 한 번 숨을 내뿜었다. 그때야 그녀가 눈을 부비고 나를 찬찬히 쳐다본다. 순간 눈이 마주치자 지화영의 표정이 일순 바뀌었다. 자못 놀란 모양이다. 화들짝 몸을 일으켜 이불을 끌어당겨 덮는다. 알몸을 가리고자함인 거 같다. 그렇다고 더러운 사생활이 감춰지겠는가. 곳곳에 속옷이 나뒹군다. 유독 역한 화장품냄새와 술 냄새가 뒤섞여 후각을 파고든다. 나는 일순 상을 찌푸렸다. 그때 지화영이 입을 열고 나를 향해 말을 던졌다. 뜻밖이었다."너, 뭐야?" 눈초리가 매섭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뭐냐고!"갑자기 지화영이 목소리 톤을 높여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는 머뭇거림 없이 대뜸 반문했다."나, 모르겠어?"지화영이 눈망울을 굴렸다. 아무래도 기억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안재민 공장장이 다니던 가발공장, 그래도 모르겠어? 그렇담 '김숙자'하면 생각날까?"내가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순간 지화영의 얼굴색이 새하얗게 변해갔다.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난 지금 이 순간 뭐라 할 말이 없는 듯 보였다. 입술이 새파랗다. 나는 큰 숨을 다시 한 번 들이 내쉬고 그녀 앞에 몸을 턱 앉혔다. 그녀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몹시 아팠다. 동정과 연민이 함께 믹서 돼 내 가슴 한곳을 마구 흔들어댔다. 나도 따라 울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지화영이 입을 열고 말하기 시작했다. 변명인지 억울함인지 모를 애매한 하소연인 듯싶었다."내가 무조건 배반했을까? 남녀 간의 일은 누구도 모르는 법이지. 물론 난 재민오빠의 덕으로 공부했고 잠시 행복할 수 있었어. 하지만 내 꿈은 어쩌라고. 처음엔 소박했지만 머릿속에 먹물이 들어가고 좀 더 넓은 세상을 접하다보니 난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걸 깨닫게 됐지. 그때부터 벗어나고 싶은 소망이 내 마음 안에 자리하게 됐던 거야. 이보다 더 크고 환한 세상 그걸 꿈꾸며 숨죽이고 살았는지도 몰라.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나도 피해자야. 모두가 돌멩이를 던졌지만 난 묵묵히 참아냈어. 그동안 베풀어준 은혜에 보답코자 견뎌낸 거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상대하면 뭘 할까싶어 그랬던 거지. 지금 생각하면 확 쏟아내고 말걸 그게 악영향이 돼 결국 요 모양이 되고 말았지만." 그녀는 계속 울며 말을 멈추지 않고 이었다. "지금은 팔자려니 해. 아님 업보겠지. 다른 사람들은 인과응보라고 할 테고. 하지만 억울해." 지화영이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뭐가?" "일방적으로 나한테만 욕하잖아. 진짜 내막은 알지 못하면서."내 물음에 지화영은 코를 씰룩거리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진짜 내막? 그게 뭔데?"나도 콧바람을 날리며 물었다."열네 살에 재민오빠 만나 내 사춘기를 잃었어. 뭐가 억울하고 손해 봤는데? 내 몸 망가진 건 생각 안 해? 그것 땜에 결국 남자로부터 버림받았어. 그 알량한 과거 땜에."그녀가 또다시 흐느꼈다. 자신의 말끝에 감정이 복받친 모양 같았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망연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까지 한쪽 편에서 일방적으로 욕하고 탓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가해자로 알고 있던 지화영이 지금 이 순간 자신도 피해자라고 서러움을 토해내며 말하고 있다. 재삼자인 내 입장에서 어찌 생각해야할까. 망자는 말이 없다. 오직 살아있는 자만이 변명이나마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렇게 오랫동안 멍을 때리고 있었다. 한참 뒤, 다시금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귓전으로 흘러들었다."물론 내 잘못이 더 크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땐 너무 어렸고 삶이 힘들었고 배가 고팠어. 그리고 배우고도 싶었고. 그렇지만 절대로 재민오빠를 이용할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어. 진심이야. 은혜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거쯤 나도 알고 있어. 헌데 많이 배우고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보니 정말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 보이지 뭐겠어. 우물 안의 개구리가 그곳이 온 우주고 전 세계인줄 알고 살아가듯 난 그 당시만 해도 재민오빠가 내 전부라고 여겼거든. 그래서 무작정 뛰어들고 품에 안겼는데 후일 되돌아보니 그게 아니었어. 억울한 생각도 들고 이용당했다는 기분도 떨쳐버릴 수가 없더라고. 한창 사춘기 그 시절을 몽땅 재민오빠한테 바쳤다고 생각하니 분하기 그지없었으니까. 밤마다 맘껏 주무르고 핥고 난 마치 노예처럼 아니 받아먹는 돈만큼 대가를 치러야만 했던 거 같아. 나는 뒤늦게 깨달았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거."(3월19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열망' 9회가 게재됩니다)

2019-03-11 19:30:00

뮤지컬 배우 조형균과 차지연이 밀리의 서재가 제작하는 뮤지컬 'HOPE'의 리딩북에 리더로서 참여했다. 밀리의 서재 제공.

밀리의 서재 "카프카 원작, 배우 조형균과 차지연 참여 리딩북으로 뮤지컬처럼 즐겨요"

월정액 독서앱 밀리의 서재가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뮤지컬)과 함께 한 카프카의 소설 스페셜 리딩북 '변신'과 '소송'을 지난 8일 공개했다.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기존 오디오북과 달리 리딩북은 전문가 또는 유명인이 책의 핵심만 30분 내외로 요약해서 읽고 해설해주는 서비스다. 이번 달 8일 공개된 카프카 소설 리딩북은 뮤지컬 'HOPE'에 출연하는 배우 조형균과 차지연이 리더(Reader)로 참여했다. 뮤지컬 'HOPE'는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와 소유권을 둘러싼 '카프카 유작 원고 반환 소송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리딩북의 리더로 참여한 차지연과 조형균은 각각 뮤지컬 'HOPE'에서 원고를 지켜 온 인물 호프(차지연 분)와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조형균 분)를 맡았다. 녹음에 참여한 차지연은 "카프카 유작 반환 소송을 모티브로 한 'HOPE'에 출연하고 있는 만큼 글로 만난 카프카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조형균 역시 "카프카의 소설을 먼저 읽고 'HOPE'를 관람한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했다.밀리의 서재에 따르면, 한 리딩북 제작에 2인의 리더가 동시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즉, 2인의 배우 출신 리더가 참여하면서 소설 속 인물들의 대사를 서로 주고받는 연기가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마치 '라디오 드라마'나 '뮤지컬'처럼 보다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다고 밀리의 서재 측은 말했다.밀리의 서재 콘텐츠전략팀 김태형 팀장은 "리더 1인이 읽어주면서 해설해줬던 기존 리딩북과 달리 이번 리딩북은 색다른 변화를 시도했는데, 이용자들께서 만족하니 다행이다"며 "앞으로도 일반 이용자가 읽어주는 리딩북, 한 책을 여러 리더가 본인만의 해설과 요약으로 읽어주는 리딩북 등 서비스 다변화를 시도하겠다"고 말했다.현재 밀리의 서재는 3만여 권의 전자책과 300종의 리딩북을 서비스 중이다. 나아가 밀리 매거진, 밀리 오리지널 등 책을 기반으로 한 2차 콘텐츠 개발과 자체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다.

2019-03-11 14:25:49

우남희 작 '푸른 동해'

[내가 읽은 책] 가슴으로 바다를 읽는다/곽재구의 포구기행/곽재구/열림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 '세상의 모든 것은 책 속에 존재한다.'를 비롯해 독서에 대한 명언은 무수히 많다. 이렇듯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과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오래 전, 책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삶을 윤택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있었다. MBC! 느낌표'책을 읽읍시다.'이다.'곽재구의 포구기행'은 이 느낌표에 선정된 기행 산문집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지만 현실에 발목 잡혀 끙끙거린 적이 있었다. 그 때 만난 책이 이 책이다.저자 곽재구는 토착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진지한 서민들의 삶을 표현하는 작가다. 신춘문예 당선작이기도 한 '사평역에서'의 시집을 비롯해 '전장포 아리랑'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등과 동화집 '낙타풀의 사랑' '아기 참새 찌꾸' 산문집으로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등을 냈다. 그의 작품들이 교과서에 많이 실려 교과서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학기가 시작되고 만물이 소생하는 또 다른 시작점 3월.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따뜻한 세상, 차별받지 않는 공평한 세상, 서민들의 삶이 윤택했으면 하는 근원적인 바람을 안고 다시 길 위에 섰다.길이 산을 만나면 고개가 되고, 물을 만나면 나루가 되고, 포구가 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포구가 많다. 포구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하고 아늑하다. 삶이 고달프거나 외롭고 힘들 때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식처인 고향을 찾고 어머니를 찾듯, 생존의 바다로 나갔던 배들도 포근하고 아늑한 포구에 고단함을 내려놓고 안식에 깃든다.평온한 노동이 어디 있을까. 바다를 터전으로 하는 사람들의 삶은 거칠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비단 갯사람들만은 아니지만 망망대해에서 얼기설기 얽힌 그물에 생을 걸어야 하는 그들의 삶은 고단하면서도 희망차다."나는 사람들 틈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멸치배의 그물 터는 풍경 속에 내가 지닌 가장 따분하고 어리석었던 시간들을 날려 보냈다."(p79)" 몇 십 년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어쩌면 우리들의 삶을 영속시키는 힘인지도 모른다. 보리피리를 불며 아이들은 돌아갈 그리움이 있다. 그 그리움이 쌓이고 쌓여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어떤 힘들고 추한 시간들과 부딪쳤을 때 스스로 그것들을 훌훌 털고 일어설 힘을 지니게."(p126)하는 것도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이 책은 작가의 말 '섬에서 보낸 엽서'에 이어,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3장으로 이루어졌지만 삼면을 각각 하나의 장으로 분류한 것은 아니다. 1,2장은 지리적 공간을 이웃 지면으로 좁혀 삼면을 아우르고, 3장은 서· 남해뿐만 아니라 제주 대정읍의 사계포와 우도, 조천포구까지 그 영역을 넓힌다.사진으로 바다를 본다. 적멸의 세계, 노을로 인해 활활 타오르는 불바다, 멸치를 터는 역동적인 삶, 달리아 꽃처럼 싱싱한 마을 불빛, 파도의 꽃 이파리, 땅바닥에 순풍순풍 꽃을 피운 동백이 독자들을 길 위에 서게 한다. 길 위에 선 모든 이들은 시인이 된다.우남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2019-03-09 02:30:00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가야문헌과 발굴기록을 총정리한 '가야자료총서'를 발간했다. 사진은 고령군 지산동 대가야고분군 모습. 고령군 제공

가야와 관련된 문헌·발굴기록 집대성한 '가야 자료 총서'가 발간됐다.

가야와 관련한 국내 자료를 모아 정리한 '가야 자료 총서'(전7권)가 발간됐다.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최근 문헌 사료편, 일제강점기 자료편, 유적 자료편, 논저 목록편으로 이뤄진 3천342쪽 분량의 자료집을 펴냈다고 밝혔다.가야 자료 총서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와 함께 한국 고대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가야와 관련한 문헌·금석문 등 각종 사료와 가야 유적에 대한 발굴 조사자료 및 논저목록 등 국내에 있는 가야 관련 모든 자료를 총망라한 것이다.문헌 사료편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일본서기, 삼국지에 나오는 사료 904권을 '수로왕 가락국을 건국하다', '신라의 침입에 가야가 굳게 지켰다' 같은 표제로 묶은 뒤 이를 시간순으로 편집해 가야사의 흐름을 쉽게 파악하도록 했다.일제강점기 자료편은 금관가야 성립과 대외관계를 보여주는 대가야 무덤 떼인 고령 지산동 고분군과 김해 봉황동 패총 등 일제가 1907년부터 1939년까지 유적 33곳에서 진행한 발굴조사 자료를 담았다. 또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엽서나 관찰 기록부 내용을 통해 조사 당시의 구체적인 모습도 포함했다.발굴조사 자료편은 영·호남 38개 기초지자단체에 있는 가야 유적 638곳을 조사한 자료와 가야 유물이 나온 서울·충청·강원 지역 유적 90곳에 관한 정보를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유적이 있는 정확한 지점과 범위를 표시해 학술 연구 자료뿐만 아니라 정비·보존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논저 목록편은 가야와 관련된 문헌과 금석문, 발굴조사 보고서, 도록을 망라하고, 가야 논저 5천164건을 정치·사회·문화·경제·지리·교통·종교 등 주제별로 분류했다.연구소는 총서를 도서관과 지자체에 배포하고, 누리집(nrich.go.kr/gaya)에도 게시했다.

2019-03-07 11:42:54

신의 멘탈/호시 와타루 지음/21세기북스 펴냄

우리는 새해가 되면 '새해 목표'를 세운다. 올해도 매일 운동하기, 금연하기, 한해동안 1천만원 모으기 등 크고 작은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3월에 접어든 지금 목표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열정이 부족해서일까?'신의 멘탈'은 사람들이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원인이 노력이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닌 바로 '멘탈'의 차이라고 말한다. 수천명의 멘탈을 컨설팅한 멘탈 컨설턴트 '호시 와타루'는 뇌를 속여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이루는 '멘탈의 신(神)'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 미래의 내가 되어 사는 멘탈의 신쏟아져나오는 자기계발서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라고 종용하거나,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라고 강요하곤 한다. '신의 멘탈'은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의지력을 높이고, 목표를 이루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책은 우리가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변화를 강력하게 거부하게끔 설계된 뇌와 다양한 심리 기제들 때문이라고 밝힌다. 따라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멘탈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역으로 이용해야만 한다고 설명한다.지은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멘탈 컨설팅을 통해 한번 결심한 목표는 반드시 이루는 사람들, 즉 멘탈이 강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미래의 내가 되어 오늘을 산다'는 것이다. 항상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은 미래의 자기 모습으로 살고 있다. 이미 목표를 달성한 자신의 모습을 멘탈에 새긴 뒤, '성공한 미래의 나'의 입장에서 오늘의 할 일들을 완수하는 것이다.멘탈이 약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나는 할 수 없어', '실패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며 선택과 행동이 목표 달성에서 벗어나기 쉽다. 결국 '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반면 '미래의 나'로 사는 마음이 강한 사람은 '목표 달성을 한 나라면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할까?'를 기준으로 모든 일을 판단하기 때문에 '현실이 미래의 자기평가를 따라오는' 감각으로 목표한 것을 실현해나간다.◆유리멘탈을 탈출하는 방법들책은 자신감이 없고 유리 멘탈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멘탈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1장 '멘탈이 인생의 90퍼센트를 결정한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호하게 목표를 잘못 설정하고 있기에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마음먹은 대로 목표를 달성하는 공식을 알려준다. 2장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결심의 뇌과학'에서는 왜 우리가 결심만 반복하고 막상 변하는 것이 없는지 그 원인을 변화를 거부하는 뇌의 특징에서 찾고, 그에 맞춰 뇌를 속여 애쓰지 않아도 목표를 이루게끔 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3장 '최강의 행동력이 신의 멘탈을 만든다'에서는 최강의 행동력을 손에 넣고 멘탈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4장 '미래의 나로 살면 현실의 내가 따라온다'에서는 자신감이 생기는 원리를 보여주며, 미래의 자신이 되어서 살면 현실이 변화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짚어본다.5장 '긍정의 말로 멘탈을 훈련한다'에서는 말의 힘이 현실을 바꾸는 과학적인 이유와 일상에서 긍정적인 말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알아본다. 6장 '신의 멘탈로 감정을 관리하다'에서는 고민의 씨앗이 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제거하고, 신의 멘탈을 갖추는 방법을 설명한다. 마지막 7장에서는 신의 멘탈을 갖춘 뒤에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책은 '빈 의자 앉기', '미래의 나를 인터뷰하기', '긍정의 말을 뇌에 새기는 법' 등 일, 건강, 돈, 인간관계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누구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또 과학적인 원리와 함께 실제 변화 사례가 풍부하게 더해져 작심삼일로 결심만 반복하는 '유리멘탈'들에게 멘탈 관리 지침서가 될 것이다. 208쪽, 1만5천원.▷지은이 호시 와타루는 컨설팅업체 라이징스타의 대표로 일본 최고의 멘탈 컨설턴트로 불리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겪은 뒤, 이제부터 남은 인생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멘탈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인지심리학과 뇌과학, 신경언어프로그래밍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이를 바탕으로 멘탈을 단련하고 의지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개인 창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어 지금까지 그가 육성한 창업가의 수는 700여 명에 이른다. 현재 개인 및 기업을 대상으로 멘탈 컨설팅을 실시하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2019-03-07 10:27:04

침묵이 침묵에게

[책 체크]침묵이 침묵에게/ 이향 시집/ 문학실험실 펴냄

'슬픔이 찾아오지 않은 지 오래다/ 두려움이 커지면 창을 만드네/ 늦은 밤 가게들의 문 닫는 소리/ 밤을 뒤지는 눈빛/ 사라진 골목을 짖어대는 개들/ 창은 무얼 찾아 돌아다니는 걸까'(중략) -이향 시 '유리문 안에서1'사람이 자신이기 위하여 늘 저편 삶의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마도 인간적인 소여일 것이다. 창문이 있어야 하고 그 너머 바라보는 구도가 필요한 것이다.1964년 경북 감포에서 태어난 이향 시인은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이 시집에은 고요한 응시와 호흡으로 살아낸 '비탈' '목마름' '비늘' '별' '깃털' '물가의 밤' 등 60편의 시가 4부에 걸쳐 가지런히 실려 있다.이향 시인은 "시로 삶을 뭉개기도 하고 삶 속으로 시를 끌고 들어와 그 안에 이원의 세계를 꿈꾸었다. 믿음에서 진실이 생겨나는 것처럼 시를 믿으며 시 안에서 진실을 찾으려고 헤매었다"고 한다. 141쪽 1만원.

2019-03-06 18:27:44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열망']⑦김영숙

6. 가난은 죄 내가 들풀이라는 야학교에 다니며 공부에 열중할 때 나를 눈여겨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치 송충이처럼 들러붙어 돈을 뜯어가는 아저씨라는 사람, 바로 내가 맨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우연히 도움을 받았던 그 사람이 나를 괴롭히는 걸 목격한 서강우가 앞장서 떼어내 줌으로서 나는 그때부터 서강우를 조금 색다른 눈으로 봤고 시간이 흐르면서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법은 당신 같은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인간벌레들 말입니다. 더 이상 숙자씨를 괴롭히면 제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하세요. 이제까지면 됐지 계속 돈을 뜯어 가면 되겠습니까. 은혜를 입었다니 도리 상 그동안은 어쩔 수 없다지만 이제부터 또다시 그런 행위를 계속한다면 법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알겠습니까? 당장 돌아가세요. 그리고 다시는 오지마세요."처음엔 건방진 자식 네가 뭔데, 하고 대들던 아저씨라는 사람은 서강우의 단호한 태도와 법적대응이라는 말에 움찔 몸을 사리더니 이내 돌아서 가버린 뒤 전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배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무슨 말로도 무시하고 들으려고 조차 하지 않던 내 경우와 사뭇 다른 대처방법, 그렇다! 그래서 사람은 배워야한다! 말이 있지 않은가,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그동안 알지 못했기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살았던 모든 점이 새삼 내 가슴을 두드리고 강한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고마워요."나는 부끄러운 내 일면이 드러났으나 어려운 입장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서강우를 향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서강우는 당연하다는 듯 별로 큰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점이 더욱 좋았다. 그리고 한편으로 여러 사람과 비교해 보며 역시 배운 사람과 배우지 못한 사람의 차이를 절감할 수 있었다. 더욱 배움에 대한 열망이 내 가슴 안에 꿈틀거렸다. 나는 잠시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잠을 잘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여전히 내 머릿속엔 영어단어와 국어책속 글자들이 아른거렸고 입으로도 연신 외우며 공부에 최선을 다했다.그러던 어느 날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야학교를 가기위해 거리로 나오니 미군지프차가 달린다. 아이들이 그 뒤를 쫓아간다. 미군들이 기묘한 웃음을 얼굴에 담고 가끔 초콜릿을 던져준다. 아이들은 환호하며 줍기 바쁘다. 배고픈 시절, 미군들의 존재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비렁뱅이, 구두닦이, 양아치들이 득실거리는 거리의 풍경, 코를 질질 흘리며 머리엔 기계독이 올라 마치 버짐 꽃처럼 군데군데 벗겨진 허연 상태에서 그래도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미군지프차를 뒤쫓는 많은 아이들이 내 눈 속에 담겼다. 거기에 장터 비슷한 골목길에는 하얀 국수를 나무채반에 받쳐두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멸치육수를 끓이느라 분주하다. 가장 인기가 좋은 부대찌개도 한 몫을 하며 잘 팔려나간다. 일명 부대찌개는 미군식당에서 음식물쓰레기를 거둬 모아 소독 차 팔팔 끓이면 그게 바로 부대찌개였다. 개나 돼지 같은 짐승한테는 그냥 주고 그나마 사람들이 먹는 것은 열을 가해 살균했던 것이다. 그것도 없어 못 먹는다. 가끔 생산지를 떠나 어딘가 시장을 향해 이동하는 말 수레에서 고구마 말린 걸 던져줄 때는 아이들이 우르르 한데 몰려 우왕좌왕 난리법석을 부리고 장난기가 발동한 어느 인부가 커다란 생고구마를 힘껏 아이들을 향해 던지는 경우 느닷없이 이마에 맞고 나뒹구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눈을 한쪽 손으로 가리고 다른 한손으로 더듬거리며 고구마를 찾는 아이, 나는 이런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 오늘도 여전히 아이들이 몰려다닌다. 나는 한숨을 푹 쏟아냈다. 가슴한편이 아릿하고 아팠다. 넓은 길을 벗어나자 좁은 골목사이로 연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여자의 목소리도 들린다. 깔깔대며 웃는 소리 뭐라고 연신 재잘거리는 소리, 거기에 남자의 목소리도 가끔 섞여있다. 무척 즐거운 듯하다. 나는 귀를 쫑긋했지만 무슨 얘긴지 내용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공장에서 야학교로 가는 길은 두 갈래가 있었는데 신작로로 가는 거보단 골목길로 가는 게 훨씬 가까웠다. 그런고로 나는 매번 좁은 길을 택해 야학교를 향하곤 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책보자기를 싸들고 야학교를 향하는 중이다. 그때였다. 골목길로 막 접어드는데 간드러진 여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나는 순간 멈칫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왜이래, 간지럽게. 하지 말라니까.""가만있어, 튕기긴. 돈이 적어서 그래? 더 줄게. 얼마주면 돼? 달라는 대로 줄테니 고분고분 말 들어."남자의 목소리가 음흉하게 뒤섞인다."아이, 정말 왜이래. 술집여자는 자존심도 없는 줄 아는 감. 창녀하곤 급이 다르다고 몇 번을 얘기해야 알까나.""알지. 그러니까 내가 자주 찾는 거 아냐. 요즘은 창녀보다 더 더러운 게 양색시지만."남자의 음성이 사뭇 진지하게 들려왔다."어디 비교할 때가 없어 양갈보람. 치!""고럼, 고럼.""엄연히 차원이 다르다고 했을 텐데. 그보다 난 학벌 미모 어디한곳 나무랄 데 없는 귀재라는 거 몰라? 그리고 무엇보다 순정파라고 얘기했는데 잊어버렸남?"여자가 눈을 흘기는 모양 같다."잊긴. 머릿속에 입력된 지 언젠데. 흐흐."남자가 웃음을 흘렸다."일편단심 민들레, 맞지?""기억력 하나는 알아줘야해." 까르르 소리를 내며 여자가 곧 숨이 넘어갈 듯 웃어재낀다. "이젠 그만 애태우고 빨리 불 꺼. 내 사랑 그대여.""참, 고양반 보채긴. 알았으니 옷이나 벗어. 술상은 치워야할 거 아냐.""치우긴 뭘 치워. 막걸리냄새가 더욱 성욕을 돋워준다는 거 잘 알면서."남자가 확 덮치는지 요란한 쟁반소리와 막걸리사발 뒤집어지는 소리가 함께 들려온다."까르르, 깔깔!"그러고 보니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다. 누구지? 나는 자못 긴장된 눈초리로 그곳을 연신 주시하며 숨을 죽이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기억날 듯 말 듯 한 어지러움이 연속해 이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확실하게 연결돼 떠오르는 얼굴, 그리고 목소리! 나는 한 손을 들어 이마를 탁, 하고 때렸다. 분명하다. 그 언젠가 변소에서 목매달아 죽은 안재민의 여자 지화영, 바로 그 여자인 것이다. 나는 어질어질한 정신을 바로 할 수 없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어찌 이런 해괴망측한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3월12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열망' 8회가 게재됩니다)

2019-03-04 19:30:00

[책] 교수는 무엇으로 사는가/변창구 지음/한국학술정보 펴냄

38년간 대학 교단에 섰던 변창구 교수가 퇴직과 동시에 대학과 교수 사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밝히는 책을 펴냈다.변창구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의 '교수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대학의 위기 속에서 '교수다운 교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행복한 교수 생활을 했다고 자부하는 지은이는 대학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위기 극복과 보람된 교수 생활의 비법이라 전한다.책에서는 '교육, 연구, 봉사'를 교수의 3대 책무로 보고, 이를 중심으로 자신의 경험과 현직 교수들의 현실에 대해 분석한다.1부 '교수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교수란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대학의 위기 상황에서 왜 교수에게 '딸깍발이 선비정신'이 요구되는지에 대해 다룬다. 2부 '대학에서의 교수'는 성과연봉제, 강의평가, 보직과 캠퍼스 내 정치 등 대학과 교수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3부에서는 봉사자로서의 교수에 대해 다루며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polifessor)에 대해 비판한다. 후배 교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4부 '교수의 보람과 행복'에서 편지글 형식으로 담고 있다.퇴임을 앞두고 연구실에서 쓴 서문에서는 "38년 동안이나 교수라는 특혜를 입었으니 책임이 무겁다. 오늘날 대학의 위기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흔들리고 있는 후배 교수들에게 선험자의 경험을 통해 '교수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그 책임의 일부라도 행하고 싶다"고 책을 쓴 이유를 설명했다.지은이 변창구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경북대학교 정치학박사를 거쳐 부산교육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1987년부터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올해 2월 퇴임했다. 186쪽, 1만2천원.

2019-03-04 11:10:32

지난해에 고령군 각 읍면별 평생학습 축제에 참석한 연리의 노래교실 팀. 고령군 제공

고령군, 인문학마을 만들기 자리잡아

"우리 마을은 인문학으로 놀아요."2017년 시작된 고령군 '인문학마을 만들기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인문학마을이란 '사람과 삶' 중심의 마을살이를 함으로써 서로의 존재를 배우고 어울리며, 서로 협력해 나가는 사업이다. 고령군은 2017년 인문학마을 선진지인 칠곡군과 MOU체결로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인문학 리더 교육을 받은 13개 고령지역 마을 리더들이 인문학마을 만들기에 눈을 뜨면서 역동적이고 활기찬 인문학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이다.인문학사업 초기에는 '생각밥상' 아이템을 중심으로 10개 마을이 참여했으며, 지난해에는 마을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12개 마을에서 사업을 신청, 확대 진행됐다.주요 프로그램은 ▷짚공예·풍물놀이(대가야읍 중화1리) ▷추억의 사진첩 만들기·행복밥상(덕곡면 옥계리) ▷천연 방향제 및 비누 만들기(운수면 봉평1리) ▷한지공예·에코가방 제작(다산면 호촌1리) ▷지지배배 소품만들기(상곡3리) ▷마을꾸미기(벽화·상곡5리) ▷생활난타(노곡리) ▷천연화장품 만들기(나정2리) ▷비누공예·캘리그라피(개진면 인안2리) ▷장아찌 및 생각밥상(우곡면 도진리) ▷건강밥상·노래교실(연리) ▷건강체조·행복밥상(쌍림면 월막리) 등이 있다.지난 2017년 '인문학마을 축제'가 열렸으며, 지난해에는 읍면별 평생학습 축제에도 빠짐없이 참여해 농촌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또 인문학리더 자료집 '동고동락(東高東樂)-고령에서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출판하기도 했다.신재현 여성청소년과장은 "앞으로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지역특화된 프로그램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마을주도적인 평생교육을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2019-02-28 17:21:06

빅히트샵, 방탄소년단 세계관 담은 '화양연화' 다음주 화요일 출간

빅히트샵이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담은 도서 '화양연화 THE NOTES 1(화양연화 더 노트 1)'의 발행일이 다가오면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지난 21일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하는 온라인몰 '빅히트샵'에는 '화양연화 더 노트 1'이 예약 판매 상품으로 등록됐다.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하는 단어로, 2015년 발매된 방탄소년단 미니 3,4집의 앨범 명이기도 하다. 이번에 예약 판매를 시작하는 '화양연화 더 노트'는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에 대해 담은 책으로 알려졌다. 3개국어 버전으로 출간되는 이 책의 한국어 버전의 가격은 1만5천원, 영어와 일본어 버전은 각각 2만2천300원, 2만400원이다. 정식 발행일은 오는 3월 5일이며, 예약 구매자 한정 스폐셜 무지 노트를 증정한다.

2019-02-28 11:33:11

'영화의 심장소리Ⅱ'는 심리학을 공부한 시인이 자신의 삶과 영화를 버무린 이야기다. 사진은 책 속에서 다뤄진 영화 '500일의 썸머'.

영화의 심장소리Ⅱ/김은경 지음/따스한 이야기 펴냄

우리는 '영화같은 삶'을 꿈꾸곤 한다. 우연히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드라마틱한 행운이 찾아오는 상상을 한다. 전업주부 시인은 '삶같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지만 소중한 삶의 가치를 담고 있는 영화들을 자신의 삶에 녹여 풀어낸다.2016년 영화 에세이집 '영화의 심장소리'로 잔잔하고 따뜻한 영화 이야기를 전했던 김은경이 '영화의 심장소리Ⅱ'를 내놨다.◆삶을 돌아보게 하는 55편의 영화겉표지에 적힌 '도심 한가운데서 맞닥뜨리는 프리허그처럼,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영화가 건네는 작은 위로'라는 문구는 이 책을 잘 대변한다.지은이는 서문을 통해 "영화란 '아름다움과 사랑과 낭만입니다. 그리고 꿈입니다. 부디 영화를 잊지 않고 살기를 바랍니다. 영화를 보는 것이 쉼이 되고 회복이 되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바라건대 함부로 영화를 보지 마세요. 마음이 정화되고 힘이 나게 하는 영화를 애써 찾아서 보시기 바랍니다"라며 독자들이 영화에서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책은 총 55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휘발성이 강하고 자극적인 영화는 최대한 배제하고, 삶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주로 다뤘다. '사운드오브뮤직', '라라랜드', '리틀 포레스트' 처럼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들부터 접할 기회가 드문 유럽 영화들까지 다양하게 소개한다. 낯선 영화라도 간결한 설명과 풍부한 배경지식으로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다.1부 '모든 여행은 비밀 목적지가 있다'에서는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로, 2부 '영혼이 허기를 채울 시간'은 상처입고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힐링영화, 3부 '삶은 때론 견디는 것'은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전하는 영화, 마지막 4부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길고 험한 인생살이 중 한순간 빛나는 찰나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루는 영화로 구분해 소개한다. ◆영화 속에 숨겨진 '삶의 진리'지은이는 영화 속 가치를 포착해낸다. 영화의 스토리나 대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삶의 진리'를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전한다.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본 지은이는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 영화 그저 로맨틱 코미디로 바라보기 보다는 남들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지 않고 자신으로 살아가는 브리짓의 모습에 자신도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던 경험들을 떠올렸다."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천방지축 사고뭉치 브리짓이 비로소 성숙해 보이는 시점이었다. 브리짓이 사랑하는 남자를 두고 돌아서는 장면, 즉 홀로서기를 하는 장면에서 였다.…'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 즉 자연스럽다는 것은 가장 큰 미덕이고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비록 실수투성이라 해도,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그모습은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된다."책은 하나의 영화를 소개하면서 그 영화뿐만 아니라 또 다른 영화, 영화배우, 책, 명언 등을 통해 이야기를 더욱 확장하기도 한다.헝가리 출신 작가 임레 케르테스가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체험을 담은 소설 '운명'을 통해서는 영화 '글루선데이'의 온갖 비극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일로나'를 설명하고, 애니메이션 '아노말리사'의 우울과 권태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5번 자살시도 끝에 죽은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와 비교했다.또 음악을 사랑하는 중년 아저씨들이 바실리타카를 횡단하는 영화 '이탈리아 횡단밴드'에서는 여행을 통해 의도치 않게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비밀 목적지를 가지고 있다"는 마르틴 부버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책은 영화를 작품 차원에서 분석하기보다는 지은이의 삶과 연결지어 소개한다. 영화 줄거리를 파악하기 위해 이 책을 본다면 불친절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와 지은이의 삶, 나아가 우리의 삶까지 들여다보고 나면 책에 나오는 영화를 찾아보고 싶어질 것이다. ▷지은이 김은경=평범한 주부로 두 아이를 기르다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그림 동시집 '동시 속 숨은그림찾기', 시집 '사랑의 방식', 영화에세이 '영화의 심장소리' 등을 출판했다. 현재는 문화센터 및 도서관 등에서 영화 관련 강의와 신문과 사보 등 각종 매체에 영화 관련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2019-02-28 11:15:02

[반갑다 새책]'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차분 8권/김광순 역주자 대표/대구광역시'택민국학연구원 펴냄

김광순 경북대 명예교수가 고소설 필사본 5차 역주작업으로 8권의 책을 펴냈다.'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은 발품을 팔아 수집한 474종의 고소설 중 100종을 선택했고 그중 우선 14종을 해제와 현대어역, 15세기 한글 원문으로 실어 8권을 발간한 것이다.우리나라 고소설의 대부분은 필사본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한지에 필사자가 개성 있는 독특한 흘림체 붓글씨로 썼기 때문에 필사본이라고 한다.필사본 고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대부분 흘려 쓴 글자인데다 띄어쓰기가 없고 오'탈자가 많으며 보존과 관리 부실로 인해 온전하게 전승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공자조차 난감할 때가 있다.소장자이자 역주자 대표인 김광순 교수는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이자 퇴계학진흥협회 이사, 택민국학연구원장으로 고전적 가치가 있는 고소설을 엄선하고 집필진을 꾸려 고소설 번역 사업에 헌신하고 있다."문화가 상품의 생산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참신한 재료가 공급되어야 한다.… 조상들이 쌓아온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고, 그 속에서 참신한 재료를 발굴해야만 진정한 우리 것이 될 수 있다.… 이제 고소설에서 그러한 가치를 발굴함으로써 문화 산업화 대열에 합류하고자 한다."간행사에서 역주자 대표 김광순 교수가 필사본 고소설의 콘텐츠화를 역설하듯 고소설의 내용은 현대에서 다시 스토리텔링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심청전에서 명비전, 구운몽, 유충렬전을 거쳐 화용도전에 이르기까지 현실과 이상을 오가며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는 오늘날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흥밋거리와 탄탄한 구성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이번에 펴낸 8권의 제목과 역주자는 다음과 같다.'심청전'옥란전'명비전' 김광순 역주, '어득강전'숙향전' 김동협 역주. '구운몽(하)' 정병호 역주, '수매청심록' 신태수 역주, '유충렬전' 권영호 역주, '최호양문록'옹고집전' 강영숙 역주, '장국증전'임시각전' 백운용 역주, '화용도'화용도전' 박진아 역주.

2019-02-26 11:22:14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당선작 '열망']⑥

다행히 고아였던 안재민은 가족이라는 부담감은 없었던 터라 오로지 그녀에게 전부를 쏟았다. 그러나 지화영은 안재민과 동거생활을 하면서도 늘 가슴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좀 더 나은 사람 많이 배우고 물질적으로 풍족한 배우자를 원하며 끝없는 갈망의 늪을 헤맸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자 안재민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대학선배인 남자친구와 과감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말았다. 안재민은 소식을 듣자마자 기겁을 하고 달려가 울며 자신에게 돌아와 줄 것을 호소하고 매달렸지만 지화영은 냉정하게 그를 뿌리쳤다. "왜 이래! 우리인연은 여기까지야. 난 가난도 싫고 비전 없는 당신도 싫어. 머릿속이 텅 빈 사람 평생 뭘 보고 따라 살아? 지긋지긋해. 먹고 자고 싸고 오직 동물적 본능만 충족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비정하고 매정한 그녀의 독언에 안재민은 당장의 감정대로라면 비수를 뽑아들어 목을 찔러버리고 싶었지만 너무도 사랑했던 그녀였기에 찢어지는 가슴을 끌어안고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서러움과 배반감에 치를 떨던 그가 겨우 선택한 마지막 방법은 목을 매달아 죽는 길 뿐이었던 거 같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을 결심한 그날 밤 그는 먼 하늘을 우러러 마치 황소 같은 울음을 토해냈다. 7년, 적잖은 세월을 오로지 한 여자를 향한 일편단심으로 더위와 추위를 잊고 살아왔던 그, 서글픔의 끝은 참으로 비참한 것이었다. 이승을 하직하지 않고는 도저히 지울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순정의 사나이 안재민, 그는 이 세상의 모든 나머지 희망과 꿈을 접은 채 그렇듯 세상을 떠나고만 것이다. 도대체 그의 마음속에 그 여자는 무슨 존재였을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보다 더 휘황찬란한 빛이라고 그는 가끔 말하곤 했다."그러므로 키워서 잡아먹는다?" 누군가 동료공원이 비아냥거릴 때면 그는 만면에 웃음기를 머금고 "벌써 먹힌걸, 뭐." 하며 수줍은 낯빛을 드러내 보이곤 했던 것이다."좋겠다, 영계하고 살아."동료공원들의 장난기는 계속됐고 안재민은 그럴 때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히죽히죽 웃으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고 어딘가로 모습을 감추며 만족한 표정을 남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여자 지화영은 자신의 남자 안재민의 죽음에도 눈썹하나 까딱 않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또 다른 남자에게로 날아가 버렸다."나쁜 년, 지극정성 뒷바라지했건만 개죽 쒀서 남 준 꼴이지 뭐야.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배신을 해. 에이, 벼락 맞을 년.""그러게.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하긴 착한 게 탈이지. 적당하게 가르쳐놨으면 그럴 리 있어. 말이 있잖아. 끼리끼리 산다고. 분수에 넘치면 화를 부르는 거야. 무슨 득을 보겠다고 먹을 거 못 먹고 입을 거 입지 않고 그리도 열심히 뒷바라지하더니만 결국 낙동강 오리알 되고 말았네. 어디 그뿐이야? 하나밖에 없는 목숨 끊어버리면 자기만 손해지 뭐겠어. 그 여자는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살게 됐으니 좀 좋겠어, 끙."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그 여자 지화영에 대한 욕지거리가 여러 사람의 입줄에 오르내리며 공장안은 한동안 술렁거렸다. 안재민은 오랫동안 공장에 근무하면서도 돈벌이에만 열중했지 공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까막눈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그는 글에 대한 열망이 전혀 없었다. 언제나 상대가 자신보다 많이 배우면 된다는 소박한 심성으로 그녀 지화영을 위해 불철주야 야근을 해가며 돈을 버는 일에만 열중했다. 돈은 남의 손에 있으면 소용없다. 배움도 남의 머릿속에 든 건 무용지물인 셈이다. 내 손에 내 머리에 있는 것만이 결국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소중한 그 여자 지화영에게 모든 걸 다 바쳐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 모든 게 어느 날인가는 자신의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착각의 기대 속에서.그의 시신이 수습되고 뒷동네 야산에 묻어졌다. 슬퍼해줄 가족도 친구들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가까이 지내던 동료 몇 명과 야학생들이 그의 상여를 따랐을 뿐이다. 상여라기보다 손수레에 불과한 초라한 행렬, 곡소리도 묘한 분위기의 서글픈 그의 마지막 길, 하늘은 높은 곳에서 음울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야학 교사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집안이 가난해 배움의 시기를 놓치고 어렵고 힘든 공장생활을 하며 돈벌이에 나선 어린 공원들의 머리를 깨우쳐주기 위해 그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앞장섰다. 배움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먹고 자고 싸는 행위만을 전부로 알고 살아가는 무지한 공원들이 부지기수인 공장 내 분위기는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배고픈 게 우선이지 배워서 뭘 해. 공부가 밥 먹여줘? 배부르니 다 하는 짓이야. 난 돈 많이 벌어 반드시 성공하고 말거야.""맞아. 배고픈데 공부가 머리에 들어와? 나도 열심히 일하고 돈이나 벌래.""돈만 많음 뭘 해. 머릿속이 텅 빈 상태에서 배만 부르면 장땡인감. 난 늦었지만 배우고 싶어. 머리에 든 게 있어야 어디서든 큰소리칠 수 있을 거라 여기니까. 그리고 친구들 모두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얼마나 가슴 치며 가난을 원망했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해. 왜 우리 집은 가난할까, 돈이 없는 걸까, 울기도 많이 울었지. 헌데 이런 좋은 기회가 왔는데 배우지 않겠다고? 돈만 많이 벌어 부자로 살겠다고? 그런 생각 사고가 바로 배워야하는 이유야. 배우지 않으면 평생 판단능력이 부족해 짐승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그래도 그 중 머리에 조금 먹물이 든 공원 한명이 앞장서 공원들을 설득하는데 힘을 보탰다. 서강우는 거기에 힘입어 더욱 목소리를 냈다."그렇습니다, 여러분. 사람은 반드시 배워야합니다. 배우지 않으면 짐승이나 다를 바 없게 됩니다. 아는 것은 힘입니다. 돈이 제아무리 많아도 머리가 비어있으면 아무 소용도 없을 겁니다. 여러분, 조금 힘들고 고달파도 시간을 쪼개 배움의 터전으로 나오십시오. 그 길만이 살길이라고 여긴다면 여러분은 후일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배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리를 채우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깊이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서강우는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원들을 설득하기에 있는 힘을 다 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너무도 배가 고파 고통 받았다는 일부 공원들은 듣는 둥 마는 둥 관심도 두지 않고 등을 돌렸고 그 외의 또 다른 일부 공원들은 배움의 중요성 보다는 남들이 하니까, 라는 식으로 야학교를 들락거렸으며 또 어느 공원은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목말랐던 그동안의 마음을 털어놓으며 적극 야학을 지지하기도 했다. 나도 그 중 한사람으로 때로는 감독으로부터 야단도 맞고 주제파악을 못한다는 소리도 들으면서도 단 하루 빠지지 않고 야학교를 드나들었다. 오직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여겼기에.(3월6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논픽션 당선작 '열망'7회가 게재됩니다)

2019-02-25 11:57:19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100세 맞은 김형석 교수 쓴 책 '백년을 살아보니' 리커버 한정판 출간돼

연세대 김형석 명예 교수의 회고록 '백년을 살아보니'의 리커버 한정판이 올해 김 교수의 나이 100세를 맞아 출간됐다.저자는 이 책에서 먼저 100세 인생을 산 지혜를 담아 미래가 막막한 인생 후배들에게 들려준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행복인가 등 어떤 인생관과 가치관으로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백년을 살아보니'는 가정 문제, 사회 문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인생과 죽음까지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판단하고 처리하는 데 필요한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돌이켜 보면 힘들었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고 말하는 한 철학자의 고백은 쓸쓸하되 아름다운 울림을 선사한다. 김형석 교수는 현재도 저술과 강연으로 활동하고 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만 빼면 건강에 달리 문제도 없다고 한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고 말하는 김형석 교수, 그가 쓴 '백년을 살아보니'는 지금도 스테디셀러로 읽히고 있다.

2019-02-22 13:36:41

[책] 바벨탑 공화국/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

"피라미드 밑바닥에 있으면 짓눌리는 거고, 정상에 있으면 누리는 거야". 최근 종영한 드라마 'SKY 캐슬'에서 로스쿨 교수 차민혁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라'고 소리친다. 피라미드 모형까지 두고 경쟁에서 반드시 이기라고 말한다. 심지어 같은 반 친구가 살인범으로 몰리자 '경쟁자가 사라진 것'이라는 섬뜩한 말도 서슴치 않는다.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간 '바벨탑 공화국'에서 한국사회를 '바벨탑'에 빗대어 설명한다. 지은이는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각자도생형 투쟁이 결국 사회를 망가뜨린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이런 행태를 바벨탑에 빗대 탐욕스럽게 질주하는 '서열사회'의 심성과 행태, 서열이 소통을 대체한 불통사회를 가리키는 은유이자 상징이라고 표현한다.◆초집중화와 서열화로 빚어진 문제들지은이는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서열화돼있다고 말한다. 주거지에서부터 대학 입시, 취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에 서열은 있지만 우리 사회는 서열 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일본만 해도 중소기업의 연봉은 대기업의 80퍼센트를 넘지만, 한국은 겨우 절반 수준이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임금은 최대 4.2배 차이가 난다. 이같은 서열 격차로 우리 사회는 누구에겐 천국이지만 누구에겐 지옥이 됐다.우리 사회에서는 집도 서열화돼있다. 아파트 이름이 사회적 지위를 대변해주고, 고급아파트 주문들은 바로 옆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넘어 올 수 없게 담을 만든다. 서울 거주 20~34세 1인 가구 중 일명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으로 불리는 곳에 사는 주거 빈곤 가구 비율은 2005년 34%에서 2015년 37.2%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고시원의 3.3㎡ 당 월세는 13만6천으로 최고급 아파트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1만6천원)보다 더 비싸다.고시원이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건 '초(超)집중화(hyper-centralization)'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초집중화란 정치적 권력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자원들이 지리적·공간적으로 서울이라고 하는 단일 공간 내로 집중됨을 의미한다. 이런 중앙 집중은 집중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중첩되면서 집적되는 형태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2013년 억대 연봉자 70%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2015년 취업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기업들의 신규 채용공고의 73.3%가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갑질' 속에도 초집중화가 있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은 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국제 사회에서는 개천에서 난 용이었고, 주변에도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고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달라졌다. 게다가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는 누군가의 희생이 전제돼야한다. 세계 무대의 선두에서 맹활약하는 재벌 기업들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지금도 중소기업을 희생으로 한 각종 특혜를 누리고 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보통 사람들의 고연봉도 다른 사람들의 저임금이라는 희생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수평지향적 삶을 통해 바벨탑 무너뜨릴 수 있다 초집중화로 인한 서열격차는 한국을 누군가에겐 '천국'이지만 누군가에겐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한국은 음식 배달의 지상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입장을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천국'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하고 만다. 2011~2016년 23곳의 병원 응급실에서 집계한 교통사고는 총 26만 여 건인데, 이 중 배달 오토바이 사고 건수가 4천500건에 이르며 15~19세 사고자가 15퍼센트에 달한다. 또 싼 전기료의 뒤엔 최소한의 안전 대책도 없이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하청 노동자가 있었다. 이 밖에도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든 것이 그 이면을 살펴보면 예외 없이 누군가의 희생 또는 시장논리에 의한 사실상의 '수탈'이 숨어 있다. 우리는 한류에 대해 자랑스러워하지만, 이름 없는 영상 스태프 노동자들은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 한국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감정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가혹한 사회다.지은이는 상생을 거부하는 '탐욕'을 건전한 상식으로 만든 사회, 그 상식을 지키지 않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되는 사회를 대한민국의 민낯이라 말한다. 바벨탑 공화국의 시민들은 자신의 서열과 그에 따른 이익을 지키려는 데는 악착같고 집요하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마저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작은 바벨탑을 세우려고 하기 때문에 그것을 동력 삼아 바벨탑 공화국이 건재한 동시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게 된다. 책에서는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왜 아파트와 서울은 성역이 되었나', '왜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는가', '불로소득 부자를 양산한 약탈 체제', '미친 아파트값의 비밀', '강남에 집중되는 공공 인프라 건설사업', '왜 지방민은 지방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왜 한국은 야비하고 잔인한 갑질 공화국이 되었나' 등 우리 사회의 병폐로 지적되는 현안들을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같은 문제들은 바벨탑같은 수직지향적 삶을 수평지향적 삶으로 바꾸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는 없고 오직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바벨탑 멘털리티'에 근본 문제가 있으며, 오직 경쟁 일변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기존의 발상에 '협력'과 '공존'이라는 가치를 주입시켜야 한다고 제언한다. 284쪽. 1만5천원.

2019-02-21 11:53:1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