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사랑을 싸랑한 거야/ 정미 지음/ 특별한서재 펴냄

[서평] 사랑을 싸랑한 거야/ 정미 지음/ 특별한서재 펴냄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스라엘 다윗 왕을 위한 반지에 새길 문구로 솔로몬 왕자가 제안했다는 문장이다.어른들에게 청소년의 아픔과 고민은 '나도 한 번쯤 겪었던' 하찮은 걱정일 수 있다. 그러나 힘든 상황에 처음 부닥친 청소년들에겐 인생 최대의 고통을 헤쳐나갈 현실적 힘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장은 그래서 누군가에겐 마법의 주문과도 같은 힘을 불러올 수 있다.세상에 완전한 어른은 없다. 모두가 삶의 해답을 미처 알지 못한 채 고통과 근심을 맞닥뜨리며 차근차근 배우고 성장한다. 그런 성장 과정에 있는 청소년과, 청소년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해야 할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다.◆빚더미에 앉은 청소년 자매, 둘에게 사랑으로 찾아온 한 남자어지혜, 어지원 자매에게 갑자기 큰 위기가 닥친다. 사업에 실패한 아빠가 갑자기 종적을 감췄고, 빚쟁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집에 쳐들어와 채무 상환을 독촉한다. 자매와 엄마는 이들을 피해 할아버지가 살던 동네로 이사한다. 빚을 갚으려 할아버지는 힘든 몸을 이끌고 폐지를 주우러 다닌다. 결혼 전 직장생활 경험이 없던 엄마는 새벽까지 식당일을 한다.얼마 후 두물머리에 사진을 찍으려 산책갔던 '지원'은 키가 훤칠하고 얼굴도 잘생긴 '찬혁'에게 첫눈에 반한다. 맘 붙일 곳 없던 지원은 찬혁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혼자 마음을 키운다. 그러면서 자기보다 예쁜 언니 '지혜'와 찬혁이 만나면 그를 뺏길까 노심초사하며 그의 존재를 숨긴다.한편, 자매는 빚쟁이에게 사는 곳을 들킬까봐 학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다. 이들은 짧은 시간 내 빚을 갚으려면 로또 1등 당첨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돈 없는 미성년자 신분으로는 로또복권을 사는 것조차 어렵자 낙심한다. 그런 가운데 언니 지혜를 눈여겨 보던 사채업자 '강철'이 "로또 복권을 사 주겠다"며 노래주점 아르바이트를 제안, 자매가 모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번 돈을 로또 구입에 몽땅 썼지만 당첨은 쉽지 않았다. 어느날, 자매는 노래주점에 들어갔다가 찬혁이 지병인 간질로 심하게 발작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놀라 어쩔 줄 몰랐던 지원과 달리 지혜는 침착하고 의연하게 119에 신고해 구급요청을 한다. 이후 지혜는 찬혁을 좋아하게 되고, 지원은 언니 앞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자신의 사랑이 정말 사랑이었는지 되돌아보기 시작한다.◆소설보다 더 독한 현실, '삶을 살아갈 이유' 보여줘"학교, 학원, 집에서 귀가 따갑도록 공부, 공부, 공부…. 대핛에 들어가면 또 취업 공부. 계속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에요? 드라마처럼 달달한 사랑 얘기를 써주세요. 책 읽는 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고 딴 세계에서 행복할 수 있게요.'살아남기'에도 바쁜 요즘 청소년들의 고민을 접하며, 작가는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더 이상 '어른'으로서 모른척 하거나 외면하고 싶지 않아 천신만고 끝에 이 소설을 썼다.'사랑을 싸랑한 거야'는 그저 소설로만 만든 허구가 아니다. 사회가 외면하고 어른이 눈 돌려 온, 소설보다 더 '독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지은이는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는 아이들 이야기를 어렵게 끄집어냈다.힘든 시기를 겪는 청소년들의 이런 질문에 저자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태풍처럼, 이 또한 지나가 버린단다"고 얼버무렸을 뿐, 명쾌한 해답을 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이에 '삶을 계속 살아갈 이유'와 '사랑의 힘'을 주제로 소설을 풀어냈다.지은이는 "어느 구석진 자리에 앉아 웅크린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세상의 달콤함을 맛보기도 전에, 세상의 쓴맛을 먼저 알아버린 당신은 어쩌면 남들보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패막이를 하나 더 얻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222쪽, 1만2천원. ▷정미경기도 안양에서 자라 고려대 인문정보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했다. 200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시인이, 2009년 아테나아동문학상 대상 수상으로 작가가 됐다. 작가는 되는 게 아니라 되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학생들과 신나게 놀고 있다. 2013년 경기도문학상 아동소설 부문, 2015년 양평예술대상, 2018년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작가상 등을 받았다. 시집 '개미는 시동을 끄지 않는다', 장편동화 '이대로도 괜찮아', 청소년 테마 소설집 '마음먹다'(공저) 등이 있다.

2019-11-16 06:30:00

[반갑다 새책]신 없음의 과학/리처드 도킨스'대니얼 데닛'샘 해리스'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김영사 펴냄

2007년 미 워싱턴 D'C에서 역사적 대담이 열렸다.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한 자리에 모여 현대 무신론의 시동을 건 획기적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지적 탐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모습으로 현대 무신론을 이루는 가닥들이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낱낱이 보여주었다.이 책은 그날 대화 이후 이들의 진화된 사고를 담은 새로운 에세이를 한데 묶은 것이다.에세이의 내용은 주로 ▷정말로 우주를 만든 초자연적 창조자가 있는가? ▷성경과 코란이 모든 것을 아는 자의 산물이라는 증거가 있는가? ▷종교와 과학은 겸손과 오만의 관점에서 어떻게 다른가? 등을 흥미진진한 이야기체로 이어나간다.이들이 중심적인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면, 도킨스는 종교와 과학에 대해 "과학자들은 답을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며 증거가 확실할 때 알려진 사실을 말하는 것은 오만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히친스는 믿음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중장부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살아간다"고 꼬집는다. 데닛은 종교의 유무해성에 대해 "물론 우리는 차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항상 균형잡힌 태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리스는 영성과 신비에 대해 "허튼소리를 전제하지 않아야겠죠. 나는 심오한 뭔가를 추구하는 것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고 피력한다.종교적 믿음은 신을 믿든 믿지 않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직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직시해야할 현실이다. 왜냐하면 종교와 무신론, 과학과 이성에 대해 모든 의견이 현시대의 현안에도 똑같이 긴급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과학과 종교를 둘러싼 열띤 탐구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할 것이다. 208쪽, 1만4천800원

2019-11-16 06:30:00

[반갑다 새책2]건강의 비결/임영호 글'그림/도서출판 한비 펴냄

지은이는 올해 87세로 68년 동안 아동복지원과 요양원을 운영하면서 복지 환경의 어려움과 보람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동복지원과 요양원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지은이가 사회복지에 대한 사명과 보람에도 있지만 철저히 지켜온 건강관리 덕분이라고 밝히고 있다.이에 지은이는 자신이 실천한 건강의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아침을 꼭 먹어라' '후루룩 삼킬 수 있는 음식이 좋다' '고기를 즐기자' '콩은 뇌 건강에 으뜸' '비타민은 필수' '뇌가 좋아하는 술의 양은 따로 있다'처럼 뇌 건강에 좋은 식습관 편에서 보듯이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치매와 당뇨 등 건강 전체에 대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강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381쪽, 2만원

2019-11-09 06:30:00

[반갑다 새책 1]하얀 나비/박일아 시집/문예미학사 펴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류시인이 지은이가 첫 시집 '하루치의 무게'이후 5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첫 시집에서 보여준 소박함과 구도(求道) 의지를 이어가면서 자기 색깔을 좀 더 선명하게 갖고자 하는 욕구이다. 이런 이유로 2009년 '사람과 문학'으로 등단한 지은이는 이번 시집을 통해 자본과 물질의 쓰나미 속에서도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세계관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시냇물에 발을 담그고/찰방찰방 걸어가면/조약돌이 간지럽다고/까르르 까르르 웃지요'(조약돌)지은이는 일상의 소중함을 시를 통해 더욱 깊이 인식하고 만나는 사물과 생명에 대한 연민을 차분한 마음으로 관조하며 이를 언어적 조형미로 표현하고 있다. 106쪽, 9천원

2019-11-09 06:30:00

윤한주 저 '한국의 단군 사묘'

[책] 한국의 단군 사묘/ 윤한주 지음/ 덕주 펴냄

오늘날 한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으나, 국민 누구나 그 뿌리가 하나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다. 이런 믿음은 환인과 환웅, 곰과 호랑이로 묘사되는 단군신화(고조선 건국신화)를 기반으로 한다.한반도 내, 심지어 북한에도 단군 영정이나 위패 등을 모신 전각, '단군 사묘'가 있다. 임진·정유재란으로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들도 큐슈 가고시마현에 단군을 모신 옥산궁을 지었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 독립군도 국내외에서 민족 뿌리와 민족정신을 되새기는 매개체로 단군을 기렸다.책은 전국 46개 단군사묘를 답사하고 그 내력을 소개해 민족 뿌리를 되새기게끔 했다.◆일본신사 바꿔 지은 대구 단군성전대구 수성구에 있는 단군성전(용학로 116-34)은 광복 후 1946년 정운일과 최항묵 등 지역 유지들이 모여 당시 달성공원에 있던 일본신사를 단군전으로 바꾸자고 결의한 데서 유래했다. 이들은 당시 대구시장에게 단군전 건립을 건의했고, 기금 조달을 위해 모금 운동도 벌였다.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 계획이 다시 추진됐다. 새로이 조직한 단군성조봉성회가 150만원을 모아 신사 건물을 개수하고 이듬해 9월 단군을 모시는 '천진 봉안식'을 거행했다. 그러나 봉성회가 확보한 건물에 대종교 경북도본사가 자리잡자 개신교·천주교계는 단군전 건립을 일종의 종교단체 포교로 보고 철폐를 주장했다.봉성회 측에 단군전 이전을 권하던 대구시는 1966년 달성공원 공원화 계획을 들어 강제 철거에 나섰고, 이후 수성못 뒤편 법이산에 이전터를 마련해 줘 1968년 7월 지금의 단군성전이 자리잡았다.성전 양 기둥엔 원방각기와 태극기가 펄럭이고, 매년 어천절(음력 3월 15일)과 개천절에 제례를 올리고 있다. 여러 사람 손을 거쳐 관리되던 이곳은 2014년 이후 김숙자 씨가 시봉을 맡았으며 단군성전 후원회인 숭모회 등이 개인 차원에서 이곳을 꾸려가고 있다.◆독립운동가 조용승 주도로 건립, 칠곡 국조전경북 칠곡군청 앞 삼거리 '국조전'이라 쓴 도로 안내판을 따라 자고산에 오르면 국조전(석전로15길 20)에 이를 수 있다.경북 김천 출신 독립운동가 조용승은 단군성조를 숭배해 민족정신 통일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지리산 기슭에 제단을 만들어 단군에 대한 기도수련을 한 뒤 국조 단군 숭배를 중심으로 하는 '수국회'를 발기했고, 칠곡을 중심으로 경북 여러 지역에서 동지를 모아 '단민회'를 조직했다.관의 협력으로 국조전건립기성회를 조직한 뒤 군민 성금을 걷어 1957년 왜관읍 석전동에 국조전 본관과 정문을 준공했으며, 1989년 주변에 민가가 많이 들어섰고 건물도 협소하고 낡자 도비와 군비, 성금을 모아 1993년 현재 자리로 이전 건립했다.국조전 수호비문에는 독립운동가 조용승의 뜻이 담겨 있다. 그의 딸인 조윤남은 1988년 74세 나이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관 용신봉사상을 받았다.◆국학박사가 발로 뛰어 찾은 전국 46개 단군사묘저자인 윤한주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박사 연구에 따르면 국내 단군 사묘는 모두 46곳에 건립됐다. 1909년부터 광복 이전까지 6곳, 이후 1999년까지 31곳이다. 2000년 이후에도 더 건립된 것으로 조사됐다.지역별로 보면 대구, 칠곡을 비롯한 경상도 7곳, 강원도 2곳, 대전·충청도 14곳, 광주·전라도 16곳, 서울 4곳, 경기도 3곳 등이 있다.전라도민은 국조를 모시는 것이 사대주의 배격이자 민족 주체성 확립이라 여겼고, 충청도에선 독립운동가가 일제 탄압에 맞서 단군전을 지키며 독립을 염원했다. 경기도는 전국 유일하게 박물관 내 단군사묘가 있다.윤 박사는 앞서 이강오 전북대 교수가 유일하게 1980년까지 30여 사묘를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관련자 인터뷰, 새로운 자료 발굴 등을 통해 내용을 바로잡아 이번 성과를 내놨다.윤 박사는 "유서깊은 사찰, 향교에 대한 책은 많지만 단군사묘를 다룬 것은 안내서조차 찾기 힘들다"며 "책을 계기로 지역민들이 한 번쯤 우리 고장의 소중한 문화재 단군 사묘를 찾아 선조의 뜻을 기렸으면 한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336쪽, 3만5천원. ▷윤한주는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 덕분에 글쓰기 적성을 발견하고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출판, 홍보 업무를 거쳐 신문기자로 일했고, 기자 시절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찾아서' 등을 보도했다. 우리나라 고유 역사이자 철학인 국학을 연구해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11-09 06:30:00

푸른 시간에 갇혀 책표지

[책 체크] 푸른 시간에 갇혀] 박동미 지음/ 서쪽나무 펴냄

'그대는 아이 울음처럼/ 날마다 잘라나는 성장통/ 밝음과 어둠 섞이는/ 뒤안길에서/ 피는 꽃의 두근거림으로/ 햇볕 바람 그냥 통과했으면// 들릴 듯, 들리는 듯/ 헐벗은 가난이여!/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마음 뒤꼍 돌아/ 가슴으로 흐르는 강물/ 징글징글한/ 봄날은 잠깐이었다.'-박동미 시 '강물'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회원인 박동미 시인이 10년 만에 두 번째 시집 '푸른 시간에 갇혀'를 내놓았다. 시인은 청하백일장 일반 대상, 대한민국 편지쓰기 금상, 인천시민문예대전 수필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시집에는 1부 '꽃은 첫 마음으로 핀다', 2부 봄꽃 번지듯', 3부 '노을이 만든 길' 등 3부로 나눠 한층 깊어진 근원에 대한 사유와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시 70여 편이 담겨 있다.시인은 "세상을 한 바퀴 돌아 두 번의 서른을 지나서 남은 기쁨은 '시를 쓰는 일', '이 비밀스러운 기쁨을 위해 오늘 밤도 따뜻한 등불 속'으로 드는 것이다"고 말한다. 103쪽 8천원.

2019-11-02 06:30:00

[반갑다 새책] 세 개의 거울/양선규 산문집/소소담담 펴냄

지은이가 지난 5년 동안 신문 지상을 통해 발표한 글들을 한데 묶은 인문학 산문집이다. 그의 인문학 글쓰기는 특별하다. 인문을 삶의 무늬라 했을 때 그의 글쓰기는 지금껏 아무도 그려내지 못한 삶의 무늬를 찾아 떠나는 노마드의 끝없는 여로라 할 수 있다.책 제목은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따왔다. 계모가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고 물었을 때 거울은 "백설공주요"라고 답한다. 이른바 검은 거울이다. 이런 의미에서 백설공주 이야기 속 거울은 무의식의 반영이고 윤리적 교시이고 문화의 힘이다.따라서 '세 개의 거울'은 지은이가 그려내는 우리네 삶의 무늬가 대체로 그 세 가지 관점에서 포획되는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지은이의 글은 처음 대하는 이들은 그가 그려내는 삶의 무늬가 난생 처음 보는 것들이라 순간 당황한다. 그러나 관습적으로 주어진 도상이 아니라 그가 새로이 찾아낸 상징들을 통해 그려지는 아름다운 우리네 삶의 무늬에 곧 매혹된다. 256쪽, 1만4천원

2019-11-02 06:30:00

도시 수달 달수네 아파트 책표지

[책 체크] 도시 수달 달수네 아파트/정종영 지음/ 파란자전거 펴냄

대구 도심에 수달이 산다. 열 마리도 넘는다고 한다. 수달이 도시에 사는 게 뭐 그리 대단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대구의 신천은 조금 다르다. 사람이 만든 인공하천이기 때문이다. 수중보 때문에 물고기가 넘어가지 못하고 촘촘히 쌓아 놓은 블록 때문에 동물이 집을 짓지 못하고 있다.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 생물들의 현주소를 동화로 알아보고 전문가의 목소리로 실천 방안과 생물의 정보를 알려주는 '우리 땅 우리 생명'의 네 번째 이야기로 수달이 주인공인 '도시 수달 달수네 아파트'가 나왔다.수달의 몸짓과 목소리로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우리 옆에서 그들이 품은 고민과 고민을 해결하기 위래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준다.지은이는 "사라졌던 야생 동물이 하나 둘 돌아오고 있지만, 그들이 설 자리는 아직 비좁다. 로드킬 방지용 반사판은 더 늘려야 하고, 수중보의 이동 통로도 수월하게 보완해야 한다.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생태섬은 더욱 풍성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154쪽 1만1천900원.

2019-11-02 06:30:00

지성인들의 도시 아카이브-01 풍운의 도시, 난징

[서평] 지성인들의 도시 아카이브-01 풍운의 도시, 난징/ 신경란 지음/ 보고사 펴냄

'지성인들의 도시 아카이브' 시리즈 그 첫번째 책이다. 시리즈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기획된 것이다.처음 소개하는 도시 '난징'(南京)은 중국사에서 10개 나라가 수도로 삼았던 데다 수도가 아니었을 때도 문화 중심지였다. 삼국시대 오나라 손권이 수도로 정해 급속 발전한 난진은 남북조 시대를 거치며 남조 귀족 문화의 중심지이자 당시 세상의 중심이 됐다.아픔도 많다. 중화민족 수도였던 이곳은 중일전쟁 때 난징대학살이라는 참사를 겪었다. 일본군이 운영한 난징위안소까지 이곳에 자리잡으면서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기도 했다. ◆새 수도 '북경'의 남쪽 오랜 수도 '남경'난징의 이름은 어떻게 해서 붙은 것일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고려 때 지명도 남경(南京)이었다. 도읍인 개경을 보완하는 여러 부도시 가운데 남쪽에 있다는 이유였다. 일본 도쿄(東京) 또한 메이지유신 때 천황(일왕)이 교토를 떠나면서 동쪽 에도(도쿄의 옛 이름)에 새 서울을 만들며 이름붙였다.난징은 1368년 주원장이 이곳을 명나라 도읍지로 택할 때까지 금릉 또는 강녕이라 불렀다. 주원장은 '천명에 응한다'는 뜻에서 도읍 이름을 '응천'(應天)이라 정했다.이곳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였다. 그러나 주원장이 죽자 정권에 권력다툼이 생기면서 남북전쟁이 발발, 북평(北平, 오늘날 베이징北京)에 근거지를 뒀던 주체(영락제)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대 사람들이 새로운 도읍지 북평을 '응천 북쪽에 있다' 하여 북경(베이징)으로 불렀고, 북경이 생기자 남쪽의 응천은 자연히 남경(난징)이 됐다.이렇게 생겨난 베이징과 난징이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명을 유지하고 있다. 난징은 19세기 태평천국의 수도가 되면서 잠시 천경(天京)으로 불렸으나 다시 난징으로 바뀌었고, 신해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중화민국의 수도가 됐다. 북경은 명, 청대를 지나 중화인민공화국 수도가 됐다.오늘날로부터 1천500년 전 당시 세계를 휘어잡은 선진국의 수도 난징. 중국을 집어삼키려던 대영제국이 아편전쟁을 일으켜 '난징조약'을 체결하고 중국 근현대사 문을 연 도시. 남경의 젖줄로 밤뱃놀이의 절경을 자랑하는 강 '진회하'(秦淮河), 진회하 근처에 자리잡은 공자 사당 '부자묘'(夫子廟)와 축구장 42개 규모 초대형 부지를 자랑하는 옛 과거시험장 '공원'(貢院). 중국의 3천600여 년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난징에는 이처럼 수많은 이들의 흔적이 흩어져 있다.◆일제 침탈 상흔 깊은 곳, 우리 민족이 숱하게 다녀간 곳난징은 우리 민족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신라 최치원이 당나라 빈공과에 급제해 이곳에서 율수현위로 부임하고 백제 사신이 오갔으며 원나라 요청을 받은 2만3천 고려군이 이곳으로 원정을 떠났기 때문만은 아니다.이곳은 근대 일본 제국군의 침탈을 받아 우리와 비슷한 근현대사 상처를 안고 있다. 중일전쟁 때 처참히 파괴되고 난징대학살을 당했다. 일본군이 전쟁 중 만든 위안소에서 조선인과 중국인, 일본인이 무차별로 끌려와 비인간적 학대를 당했다. 일본군이 당시 설치한 위안소 가운데 가장 큰 곳이 오늘날 전시관으로 남았고 조선인으로 당시의 참상을 고발한 유일한 증인 '박영심'의 이름도 고스란히 기록했다. 우리 민족의 항일운동 거점 중 하나로도 큰 역할을 했다. 김구는 1930년대 난징에서 정치 지도자로 가장 빛나는 시절을 보냈다. 김원봉의 의열단이 중심이 돼 좌파 '혁명'과 우파 '민족'이 합작, '민족혁명당'을 결성하기도 했다. 책은 이처럼 난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되 중국사와 한중의 관계사라는 두 가지 기준을 중점으로 서술했다. 아울러 난징박물관, 총통부, 부자묘, 진회하 등 난징의 여러 명소, 관광지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다뤘다.지은이는 "난징은 이야기가 풍성한 곳이나, 재주가 부족해 그 이야기를 책에 모두 담지 못했다"고 겸손을 표하면서도 "난징은 중국 고대사부터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터널이자, 고구려와 백제 이후 역대에 걸쳐 우리 국제 활동 무대였다. 이 책이 독자를 실망시킬지언정, 찾는 만큼 보물을 캐낼 수 있는 도시 난징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 자부했다.304쪽. 1만6천원. ※신경란은=대구에서 태어나 열여덟 해를 지낸 후 객지살이를 시작, 지금까지 여러 도시를 떠돌았다. 서울과 베이징을 거쳐 난징에서 지낸 십여 년 삶이 이 책을 쓴 원동력이 됐다. 서울에서는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했고, 중국에서는 번역 일을 주로 했다. 현재는 '한서'를 번역 중이다.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뒤지고 뒤지면 제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집단지성의 문명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

2019-11-02 06:30:00

나쁜 정치가는 어떻게 세상을 망치는가

[책] 나쁜 정치가는 어떻게 세상을 망치는가/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강희영 옮김/ 바오 펴냄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다. 역사는 오직 승리자만 응시하며 패배자들을 어둠 속에 남겨둔다. 근대 민주주의 서막을 알린 프랑스 혁명사의 주인공들, 즉 로베스피에르, 당통,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 등은 역사의 굵은 활자로 기록돼 있다. 당대 유럽을 지배했던 나폴레옹과 수많은 장군들의 무용담은 신화가 되어 지금도 전해진다. 그러나 역사는 왕과 영웅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면에는 실제 주인공들이 숨어 있다.이 책은 로베스피에르를 단두대에 보내고, 나폴레옹을 붕괴시키며 오로지 권력만을 향해 나아갔던 흑막의 정치가 조제프 푸셰의 생애를 추적해 그의 심리세계와 각 인물간의 갈등구조를 생동감 있는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조제프 푸셰는 누구인가"1790년에는 수도원의 교사였고, 불과 2년 후인 1792년에는 교회의 겁탈자가 되었고, 1793년에는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그로부터 5년 후에는 백만장자가, 그리고 10년 후에는 오트란토 공작, 그리고 마침내 임시내각의 수반으로 권력의 1인자가 되었다."푸셰의 파란만장한 삶이다. 푸셰는 1759년 프랑스 낭트에서 선원의 아들로 태어나 1820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숨을 거두었다. 60여 년에 걸친 그의 생애는 프랑스혁명과 그에 뒤이은 루이 16세의 처형, 자코뱅의 공포정치, 나폴레옹의 등장과 유럽전쟁, 그리고 나폴레옹의 백일천하와 왕정복고라는 격동의 시기와 맞물려 있다. 그런 시대에 푸셰는 세기 전환의 한복판에서 모든 당파를 이끌고 그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단 한명의 남자였다. 그가 충성했던 단 하나의 대상은 권력이었다. 그는 권력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근대의 가장 완벽한 마키아벨리스트였다. ◆푸셰는 기회주의자의 화신푸셰는 죽는 순간까지 권력을 추구한 처세의 달인이자 기회주의자 중의 기회주의자였다. 이념과 상관없이 언제나 다수당을 선택했고, 혼란의 시기에는 승자가 확연히 드러날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렸다. 그는 인류 역사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변절과 배신의 귀재였다. 혁명가들이 대세를 장악할 때는 공산주의가 되었다가, 반동 쿠데타가 일어나면 손바닥 뒤집듯 혁명을 좌절시켰다. 그는 의형제를 맺었던 로베스피에르를 단두대에 세웠으며, 자신을 출세시킨 바라스를 권좌에서 추출했다. 또 리옹 학살의 책임을 동료에게 떠넘겼으며, 충성을 맹세했던 나폴레옹의 배후를 위협하며 그의 권력을 붕괴시켰다. 심지어 그는 임시내각의 수반이 된 뒤에는 루이 18세에게 권력을 팔아넘기기까지 했다. 그에게는 어떤 숭고한 가치나 이념도 없이 오로지 맹목적인 생존의지와 권력의지밖에 없었다. 루이 18세는 "푸셰처럼 교활하고 약삭빠른 놈은 이 세상에 다시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푸셰는 최초의 정보기관장푸셰보다 정보의 힘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테르미도르 쿠데타 후 총재정부에서 처음 경무대신이 되었고, 이후 나폴레옹과 루이 18세 치하에서도 그 직위를 맡았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을 발탁한 정부가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정보를 활용했다. 프랑스 전역에 거미줄처럼 깔아놓은 스파이망을 통해 모든 것을 엿듣고 감시했으며, 권력자들의 뒤를 캐내 약점을 틀어쥐었다. 그의 촉수가 뻗치지 않는 곳은 없었으며, 정적인 나폴레옹의 아내 조세핀마저도 그에게 정보를 팔아넘겼다. 모두가 푸셰에게 고개를 숙였고, 나폴레옹도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푸셰를 가장 두려워했다. 이는 푸셰가 당대에 가장 막강했던 권력자인 나폴레옹과의 목숨을 건 권력투쟁에서 끝내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푸셰를 근대사회에서 최초로 정보의 힘을 이용해 권력의 정점에 오른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푸셰의 후예?정치가 푸셰의 삶은 우리에게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권력만이 충성의 대상이었던 푸셰의 정치에 국민은 없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푸셰 같은 정치가의 머릿속에 그려진 지도를 따라 우리는 걸어온 것이 아닌가. 때로 그들이 지옥을 향할지라도 우리는 천국으로 간다고 착각하고 있지 않은가.우리의 정치무대를 장식하는 정치가들의 삶에서 푸셰를 읽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언제나 권력의 중심에서 맴돌던 정치가, 음습한 공작정치를 획책했던 정치가, 변절과 배반을 일삼았던 정치가, 매일 언론에 등장해서 입버릇처럼 국민을 내세우는 정치가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푸셰의 얼굴을 본다. 과거에 토했던 무수한 말들을 배반하고, 인기에 영합하고, 명백한 실책과 잘못을 바로잡기보다는 천박한 진영논리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나쁜 정치가들을 보고 있다. 그런 정치가를 준엄하게 심판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모두 푸셰의 후예일 뿐이다. 388쪽 1만5천원. ▷지은이 슈테판 츠바이크=188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부유한 유대계 방직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수학 후 1904년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차 대전 기간에는 반전운동에 참여했다. 소설가이자 희곡 작가, 전기 작가로서 생동감 있는 문체와 섬세한 감정 묘사, 뛰어난 구성 능력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저서로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발자크' '광기와 우연의 역사' '어제의 세계' 등이 있다.

2019-11-02 05:30:00

소설 남중 표지

[책]남중(南中)/하응백 지음/휴먼앤북스 펴냄

문학평론가 하응백이 연작소설 '남중(南中)'을 펴냈다. 자신의 첫 소설작품이자 자전소설이다. '김벽선 여사 한평생', '하영감의 신나는 한평생', '남중'이라는 3편의 작품이 연작소설 '남중'을 구성하고 있다.'남중'은 일제 강점기와 6.25 때부터 최근의 문인 블랙리스트 사건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이야기를 싣고 있지만, 순식간에 읽히는 흡인력이 있다. 작가 하응백은 "묘사를 제외하고 스토리 위주로 승부했다"고 말했다.첫 번째 소설, '김벽선 여사 한평생'은 1929년생 여인의 한 평생에 관한 이야기다. 남편이 6·25 때 전사하고, 이후 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 이 여인은 나이가 든 후, 법원의 허락을 받아 전사한 남편과 혼인신고를 한다. 죽은 사람과 혼인하기 위해 법원의 허락을 받는 과정이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이 과정을 바라보는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드러난다.두 번째 소설, '하영감의 신나는 한평생'은 1899년생 북한 신의주 출신 한 남자가 월남하며 여러 여인을 만나 살다간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전편에서 여인이 남편 전사 후 만난 남자가 바로 하영감이다. 하영감의 일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웃기면서도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일종의 행장(行狀) 소설이다.세 번째 소설, '남중'은 김벽선 여사와 하영감의 아들이 문학평론가가 되어, 문학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로 문학평론가 하응백의 자전소설이다. 작가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설가 황순원과 김남천, 시인 박정만 등 여러 시인과 작가의 인연이 전개되며, 한편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본인이 특검에서 한 진술과 법정 증언이 문학적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이 세 편의 소설은 제 각각의 작품이지만, 내적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라는 화자가 동일 인물이기도 하고, 내용상으로도 연결 고리가 있다. 작가는 "여러 편 장편으로 쓰는 건 이미 유행이 지났다고 본다. 소설을 쓰면서 생략하고 빠뜨리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기려고 애썼다. 그렇게 앙상한 뼈들 중 하나씩을 서로 걸치게 해 연작소설이라고 우기는 걸로 봐 주시면 된다"고 말한다.문학평론가가 소설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자신의 가족사를 가감 없이 드러낸 예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문학평론가란 사람들은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만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응백은 왜 이런 작업을 감당했을까?"이 소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구상했습니다. 평론을 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숙제를 하지 못했다는 미진함이 있었어요. 이제 후련합니다. 소설을 써보니 묘미가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몇 편은 더 쓸 것 같습니다. 소설을 쓴 것은 처음인데 독자들의 호응이 좋아서 다행입니다."이 작품 '남중'은 '나는 왜 태어났는가'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소설적 통찰이다. 동시에 혼란한 시대를 본능으로 관통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삶, 그들이 잉태한 한 생명이 무슨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제목 '남중(南中)'은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 위치한 바로 그 순간을 지칭한다. 작가는 "남중은 삶의 순간적 황홀이다. 우주적 질서 속에서 태양과 지구와 당신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절대적인 순간이다."고 말한다.176쪽, 1만2천500원. ▷ 하응백1961년 대구 출생. 대건고등학교 문예반 '태동기'에서 활동했다. 태동기 동인으로 문학평론가 박덕규, 시인 안도현 등 많은 문인이 있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으로 당선, 문학평론집으로 '문학으로 가는 길', '낮은 목소리의 비평', 문인들과의 대담집 '친구야, 다리를 건너거라', 국악가사 해설집 '창악집성', 낚시 에세이 '나는 낚시다' 등을 썼다.

2019-11-02 05:30:00

대구문화재단, 대구교육누리 '대구에서 전태일을 기억하기'

보수 도시인가…'전태일로 본 대구정체성' 발간

대구문화재단과 대구교육누리는 대구 출신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생애를 본격적으로 연구, 조명한 대구 최초의 도서 '대구에서 전태일을 기억하기-전태일로 본 대구정체성'을 발간했다.책은 대구시가 대구시민주간(매년 2월 21~28일)마다 실시하는 시민참여형 '대구정체성 확산 및 실행' 사업 결과로 집필됐다. 해당 사업은 20세기 이후 대구에서 태어났거나 지역에서 학업을 쌓은, 또는 주요하게 활동한 역사적 인물을 발굴해 조명하고 그들의 삶과 생애로 대구정체성의 한 자락을 밝히는 것이 목표다.'대구에서 전태일을 기억하기'를 주제로 기획된 이 책은 대구에서 태어나 오늘날 전태일을 있게 한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다뤘다. 아울러 대구에서 태어나 최초로 '전태일 평전'을 저술하고, 변호사로서 처음 공익 변론 활동을 한 조영래 변호사를 조명했다.그간 전태일 관련 책자와 자료집, 신문 보도와 방송 프로그램, 영화·연극 등 문화콘테츠 대부분이 서울에서 주로 제작됐다 보니 시민과 학생들이 대구 출신인 전태일과 이소선, 조영래를 깊이있게 알기 힘들었다.이에 대구문화재단과 대구교육누리는 지난 3월 이동진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집필한 가운데 기존 저술 자료와 보도, 방송 프로그램을 수집, 연구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책자 발간 단체인 대구교육누리의 류병윤 집행위원장은 "대구는 근현대사에서 수많은 역사적 인물과 선구자를 배출했다. 그럼에도 어려운 경제·사회적 여건과 '보수적 도시'라는 편견 등에 저평가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고자 책자 발간을 기획했다"면서 "앞으로 학교과 도서관, 각종 단체·기관에 책을 보급해 대구 정체성을 확산하겠다"고 말했다.286쪽. 비매품. 문의 대구문화재단 생활문화팀 053)430-1257.

2019-10-30 11:01:47

[반갑다 새책]문화분권4/발행인 김용락'편집인 김태용/문예미학사 펴냄

"서울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지역(방)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눈은 세계로 가령 뉴욕이나 파리로 향해 있을지언정 지역의 어떤 도시도 생각하고 있지 았다는 것이다."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을 보임하게 된 이 책 발행인 김용락 원장의 머리말 중 일부이다.지방분권과 문화분권은 나라 전체를 위해서는 중요한 것이고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민주적이고 평등하고 조화로운 삶을 구현하는 책임은 아무래도 지역의 문화예술인에게 더 크게 있다는 게 또한 김 원장의 생각이다.이 책은 이런 대의에 복무하려는 작은 몸부림의 결과이다.책의 첫 장 대담 편에서는 이런 주제로 김용락 원장이 시인 유안진과 '문화는 다양하고 다채로워야'를 주제로, 시인 정훈교와 '지역문학의 파수꾼'을 주제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이어 시 편에서는 박정남의 '진안에서 만나는 귀', 황명자의 '우물의 역할', 이정환의 '다색' 등의 주옥같은 시가 줄을 서 있고, 소설 편에서는 배남효의 '2019 경주의 봄날'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4명의 논객이 펼치는 논단 편에서는 특히 김두관 의원이 '지역이 살아야 문화가 산다'를 웅변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르네상스의 출발은 지방과 분권"이었음을 역설하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왜 하필 지방의 현실은 이다지도 힘든 것인지를 물으며 모든 게 '수도권 집중'의 우리나라 경제, 정치, 사회적 현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고 있다.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산문 편에서는 황한수 씨는 '현대사회에서 스포츠인간이 지닌 인격적 한계'라는 글을 통해 현대사회가 육체적 건강의 추구는 모든 진리에 우선하는 공리적 사실임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236쪽, 1만5천원

2019-10-26 06:30:00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한송정 노래(한송정곡, 寒松亭曲) - 장연우

달 밝은 한송정(寒松亭)의 밤 / 월백한송야(月白寒松夜)파도 잔잔한 경포대(鏡浦臺)의 가을 / 파안경포추(波安鏡浦秋) 애달프게 울면서 오고가는 건 / 애명래우거(哀鳴來又去)한 마리 신의 있는 모래 갈매기 / 유신일사구(有信一沙鷗)고려전기의 시인 장연우(張延祐, ?~1015)의 작품이다. 이런 시를 읽고, "정말 싱거운 시가 다 있군. 이 작품의 주제가 도대체 뭐야? 그래서 도대체 어쨌다는 건데?" 라고 말하지는 마시기 바란다. 그것이 궁금하면 이해의 열쇠가 숨겨져 있는 3, 4구를 되새김질 해보면 되니까.신의가 있는 모래 갈매기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애달프게 울어대며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걸까? 제 짝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작품 속의 갈매기는 잃어버린 제 짝을 찾아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갈매기가 신의가 있다고 한 것도 제 짝을 찾아 구슬프게 헤매는 바로 그 일편단심(一片丹心) 때문이다.신의가 있는 것이 갈매기라면 신의가 없는 것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한번 떠난 뒤에 감감 무소식인 작중 화자의 사랑하는 님이다. 요컨대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짝을 찾아 헤매는 갈매기를 노래하고 있지만, 실상 매정하게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님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그럼 왜 난데없이 한송정과 경포대가 등장할까? 님과 함께 놀았던 추억의 현장이기 때문일 게다. 달 밝은 밤에 솔바람 소리가 줄 없는 거문고를 연주하는 한송정을 함께 거닐기도 했고, 파도가 잔잔한 가을날에는 팔짱 끼고 경포대를 돌기도 했고. 한송정과 경포대가 강릉에 있었으니, 이 시의 화자는 아마도 강릉 사람일 게다."한송정 달 밝은 밤에 경포에 물이 잔 제 / 유신(有信)한 백구(白鷗)는 오락가락 하건마는 / 어찌다 우리 왕손(王孫, 님)은 가고 아니 오는고?"위의 한시를 번역한 강릉 명기(名妓) 홍장(紅粧)의 시조다. 비교해보면 한시의 내용은 초장과 중장 속에 다 들어 있다. 그럼 종장은 무엇인가? 언어가 끝난 뒤의 여백에 숨어 있는 화자의 마음을 알아챈 홍장이, 미주알고주알 그것까지 죄다 번역한 것이다.이렇게 볼 때 위의 한시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시의 전형이고, 말이 끝난 데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라고 할 수도 있다. 말하지 않고 말한 가운데 숨어있는 마음을 포착하지 못하면, "정말 싱거운 시가 다 있군. 그래서 도대체 어쨌다는 건데?" 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말로 다 할 수 있다면 꽃이 왜 붉으랴" 시조시인 이정환의 '서시'(序詩)의 전부다. 말로 다 할 수 있다면, 꽃이 도대체 왜 붉겠는가.이종문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10-26 06:30:00

이리아 마라뇬, '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서평] 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이리아 마라뇬 지음/ 김유경 옮김/북멘토 펴냄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최근 개봉하면서 온라인 상 남녀 설전이 거세다.남성임을 주장하는 누리꾼은 "해당 작품은 70년대 이전까지의 옛 일, 80년대 생이 일생에 걸쳐 숱한 성차별을 겪을 만큼 불평등이 심각하지 않다"며 "페미니즘은 여성이 우위에 서고자 남성을 탄압하는 해약"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여성임을 주장하는 누리꾼은 "아직도 남성은 여성이 맡은 육아와 집안일을 '함께 하'지 않고 '돕는다'고 표현한다. 출산과 육아로 사회 진출이 가로막히거나 직업을 중도 포기하는 일도 없다"며 "페미니즘은 성평등 운동"이라고 맞선다.이런 가운데 책은 '페미니스트'가 남성우월주의의 반대말(여성우월주의)이 절대 아니며, 남성우월주의를 타개하려는 것이라 바로잡는다. 아울러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가운데도 여성은 다양한 개인적, 구조적 차별에 놓이며, 그것이 어릴 적 사회화를 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성별에 따라 달리 내재화한 결과라고 지적한다.◆남아는 모험적 로봇, 여아는 가정적 인형1990년대 소비 경제와 자본주의 성장으로 완구 회사들은 아이들을 자극해 상품 판매량을 늘릴 방안에 골몰했다. 그 결과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수요 제품을 구분했다.사회학자 엘리자베스 스위트에 따르면 1960년대까지 광고는 성별에 따라 장난감에 색상(남아는 파랑, 여아는 분홍 등)을 입히지 않았지만 성 역할 관념(여아는 집안일 관련, 남아는 기계 관련)에 따라 편향적으로 이뤄졌다.1990년대 이후로는 아예 여아용, 남아용 장난감에 색상 구분까지 가미됐다.이에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가 그렇듯 여자 아이는 인형 소꿉놀이를, 남자 아이는 슈퍼히어로, 군인, 축구 선수 놀이를 하며 놀게 하는(노는) 데 익숙할 것이다. 여아가 운동장 한 귀퉁에에서 고무줄놀이나 피구를 하고 놀 때 남아는 넓은 운동장의 중심부를 누비며 1인당 비교적 넓은 공간을 점유한 채 공을 차고 논다.나아가 남아는 다른 남아, 또는 여아가 고무줄놀이를 하느라 차지한 활동 공간을 점령하거나 빼앗아 노는 데 익숙한 반면, 여아는 그런 침범에 크게 저항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공간을 빼앗기고 마는 일도 다반사다.어릴 적 같은 성별의 친구와 끼리끼리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란 남자는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리는 책임 있는 자리를 맡고 넓은 영역을 종횡무진하거나 모험하는 삶을 산다. 작게는 대중교통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않아 옆사람의 공간을 침범하고, 크게는 원하는 것을 얻고자 다소 폭력적인 방법(언성 높이기, 위협, 무력)을 일삼는 사례도 생긴다.반대로 여아들은 더 낮은 직급에서 일하거나 집안일과 육아를 맡고 돌봄받는 일에 익숙해 진다.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가 하면, 위험이나 갈등에 휘말릴까 늘 '조심'해서 살기도 한다.수 세기에 걸쳐 대물림한 성역할과 성별에 따라 달리 한 장난감 놀이는 어린이가 성인이 될 때쯤, 누군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선언하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 개개인에게 남성우월주의로 뿌리내린다.◆모험심 지닌 여아, 존중심 지닌 남아로 키워야스페인에서는 여아가 태어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귀를 뚫어 주고 분홍색 치마를 입히며 남아는 파란색 발싸개를 감싸준다. 저자는 이런 관습이 사회 외부요소에 따라 우리의 젠더(사회적 성)가 처음 만들어지는 순간이라고 지적한다.스페인에서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페미니스트 작가로 오늘날을 사는 저자는 이처럼 사회적으로 학습한 젠더 차이를 통해 우리는 저도 모르게 사회가 만든 남성으로, 여성으로 자란다고 지적한다. 울어서는 안 되는 남성, 자기 의견을 표출해서는 안 되는 여성으로 사회화한다는 것이다."여성은 (가정 손빨래를 해 대느라) 세탁기 발명 전까지 참정권을 위한 캠페인이 참여할 수 없었다"는 케이틀린 모란의 말처럼, 신체적 차이로 인해 여성은 오랜 세월 남성에게 의존해 왔다.즉, 발명과 제도 발전이 선행하고서야 여성도 점차 사회 진출의 장벽을 하나하나 부수고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찾아 왔다. 지금도 전 세계 많은 여성이 여전히 그 과정에 있다.저자는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자신의 본성에 맞서고 도전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꼭 '인간적인' 모습은 아니며, 일단 생물학적 요인의 한계가 극복되면 더 이상 여성에 대한 억압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저자는 이런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성별의 아이에게든 구분 없이 페미니즘과 평등, 존중, 비폭력으로 교육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책 곳곳에 독자가 생활 속에서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페미니즘 교육 방법도 실렸다. 248쪽. 1만5천원.

2019-10-26 06:30:00

김현철 저 '교회음악의 명곡·명연'. 예솔

김현철 계명의대 명예교수, '교회음악 명곡°명연' 출간

김현철 계명의대 명예교수가 최근 서양 교회음악을 집대성한 도서 '교회음악의 명곡·명연'을 출간했다.김 교수는 신장 전문의이자 대구 클래식 아카데미 회장, 대구 CBS 혼성합창단 단장을 맡고 있으며 음악 애호가로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와 음악인 후원에 힘쓴 인물이다. 이번 책은 김 교수가 '르네상스 음악의 즐거움' 이후 6번째로 내놓은 음악 저서다.서양 클래식 음악은 교회음악을 중심으로 발전해 둘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에 김 교수는 바로크에서 고전, 낭만파로 이어지는 클래식 음악 역사를 따라가며 각 시대 전설적인 작곡가들의 대표적인 교회음악 명곡을 집대성했다.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베르디, 푸치니까지 누구나 아는 대작곡가의 교회음악 명곡을 모아 소개하며, 해당 곡의 명연이 실린 음반을 엄선하고 각각에 대한 연주평을 남겨 독자들이 클래식 교회음악에 쉽게 친숙해질 수 있도록 했다.책은 '바로크'와 '고전·낭만' 총 2권으로 구성됐다. 합창이나 교회음악을 공부하는 음악도들, 교회음악을 본격적으로 알아가고자 하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까지 모두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예솔 펴냄, 전 2권, 각 528쪽·656쪽, 6만원.

2019-10-25 11:50:48

헌혈

[서평] 선물 관계/ 리처드 M. 티트머스 지음/ 앤 오클리 외 엮음/ 김윤태 외 옮김/ 이학사 펴냄

혈액을 선물하는 행위, 즉 헌혈은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다른 상품과 달리 낯선 이에게 주는 '선물'의 형태로 전달되고 있다. 만약 혈액 공급자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혈액을 자유롭게 사고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혈액 사고팔 때보다 자발적 기증할 때 더 건강한 사회영국에선 한국에서처럼 자발적 헌혈자에게 의존해 피를 주고받지만, 미국에선 영리기업이 혈액 공급을 관리한다. 미국에선 수혈 1건당, 또는 특정 기준에 따라 모든 혈액 공급자에게 개인별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처리와 분배에 대해서도 많은 업무가 영리 목적으로 수행된다.경제 논리로 비춰 봤을 땐 미국 시스템이 질적으로 뛰어나고 수요에 더 정확히 대응해 낭비도 덜 초래하는 등 효율적일 것처럼 여겨진다.그러나 틀렸다. 현실에선 영국에서 더욱 양질의 혈액이 안정적으로 공급됐다.영국 헌혈자의 99%는 자발적으로 피를 나눠줬으나 미국에선 자발적 헌혈자가 7~9%에 그쳤다. 영국보다 미국에서 혈액 공급 가격이 최대 15배 더 높았고, 미국의 혈액이 영국 혈액과 비교해 수혈자를 간염에 감염시킬 가능성도 약 4배가량 높았다. 영리를 취하고자 간염 보유자도, 혈액 공급 기관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헌혈하거나 이를 도왔던 것.실제 과거 한 미국 병원에서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보수를 받은 헌혈자 혈액을 수혈받은 이의 53%는 B형 간염에 감염됐으나 자발적 헌혈자의 혈액을 수혈받은 이는 아무도 감염되지 않았다.기꺼이 베풀고자 하는 마음은 헌혈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영국인의 4분의 3은 사후 장기를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반면 미국에선 절반 이하기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다. 헌혈자들 사이에선 혈액 기증이 곧 생명을 선물하는 것이라는 정서가 공유된다.◆효율주의 넘어서는 이타주의적 사회체계이론가로서 20세기 후반 영국 복지국가를 설계한 저자는 1970년 처음 출간한 당시 이 책을 통해 영국과 미국의 헌헐체계를 비교했다.표면적으로 이 책은 영국과 미국의 헌혈 체계를 비교 연구한 것처럼 보인다. 그 이면을 보면 책은 인간사에서 이타주의가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더욱 일반론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미국이 사유화한 자유 시장경제 체계로 이해 이타주의를 보건과 복지 체계에 적용하기라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와 달리 영국에선 이 책이 처음 나오고 수 해에 걸쳐 저자의 이로이 복지 공급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이타주의가 도덕적으로 건전하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라는 책 속 이론이 영국의 복지국가 발전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1980년대 말 일부 비판가들은 '선물 관계'의 논점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면 혈우병 환자가 수혈 과정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이즈)에 전염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책의 돌풍은 미국의 헌혈 체계를 바꿔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닉슨 행정부는 저자에게 자문을 구해 국가혈액정책을 도입, 자발적 헌혈 시스템을 확대했다. 혈액은행의 운영을 적극 감시하는 한편 자발적 헌혈 혈액에 이름표를 붙였다. 미국 혈액시장 내 상업적 기업이 차지하던 점유율은 1970년대 초반 30%에서 1970년대 후반 5%로 떨어졌다.출산율이 급락하면서 건강 욕구가 강화되는 오늘날 이 책은 더욱 많은 문제점을 시사한다. 죽음과 장애의 주 요인은 전염병에서 퇴행성 질병으로 바뀌었다. 국가는 한정된 자원 내에서 환자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상업성을 고려한 합리화가 공공 정신을 위협하는 가운데, 이타적 베풂과 헌신의 원칙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저자이 주장이 다시금 대두되는 이유다.519쪽. 3만원. ▷리처드 티트머스는14세에 학교를 자퇴하고 대학에 가지 못했으나 독학과 사회학적 탐구에 대한 열렬한 욕구만으로 사회학 이론을 정립한 학자다. 65세 암으로 사망할 당시까지 영국 런던정경대학 사회행정학과 교수로 재임, 복지곡가의 옹호자이자 분석가로 국제적 명성을 떨쳤다. 사회정책과 사회행정을 과학적 학문 분야로 확립하고,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저술 활동을 하며 제자들을 육성했으며, 영국과 해외 정부를 돕는 자문 역할을 하며 국내외에서 존경받았다.

2019-10-19 06:30:00

에펠탑

[책] 건축사의 진짜 이야기/ 우르술라 무쉘러 지음/ 김수은 옮김/ 열대림 펴냄

위대한 건축물에는 건축주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예술혼에 불타는 뛰어난 건축가가 있었다. 건축가들은 때로 건축주의 주목을 받기 위해 무자비한 경쟁과 암투를 벌이기도 했으며, 건축사에 길이 업적을 남기겠다는 야망에 불타 자신의 영혼을 팔고 폭군을 위해 아방궁처럼 호화로운 궁전을 짓기도 했다. 파리 하늘에 우뚝 서서 세계인을 유혹하는 에펠탑, 호사롭고 사치스러운 베르사유 궁전, 동화 속 궁전 같은 바이에른 성, 불가사의한 건축물 피라미드…. 이 위대한 건축물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며 우리를 열광시킨다.이 책은 건축 현장의 무대 뒤편으로 시선을 돌려 명예와 권력, 열정과 갈채, 시기와 질투, 영광과 좌절로 점철된 건축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부터 계획도시 브라질리아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가장 유명한 31편의 건축물에 얽힌 수천 년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거대한 피라미드의 두 얼굴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건축가는 이집트의 임호텝이다. 임호텝은 최초의 거대 석조 건축물인 사카라의 계단식 피라미드를 설계한 사람이다. 이 피라미드를 통해 왕가의 무덤 양식에서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 임호텝은 매장실과 연결된 지하 28m 깊이에 통로를 만들고 여섯 계단으로 이루어진 60m 높이의 피라미드를 쌓았다. 피라미드는 이집트인들의 깊은 신앙심의 문화적 표출이었다. 아직 살아 있는 왕을 위해 건립했지만 왕이 죽은 후에 미라로 만든 육체를 위해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내세의 현존을 보증하고 태양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제식적인 숭배의 의미를 지녔다. 피라미드는 사후에 신으로 승격되는 왕의 현존을 상징화했다. 그러나 피라미드에 대한 그리이스인들의 평가는 이중적이었다. 열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폭정과 착취의 결과물로 생각했다. 로마에서는 더욱 비판적이어서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왕의 부귀영화를 과시한,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건축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잔혹한 건축주 네로의 폭정네로 황제 역시 고대 로마의 미덕과 윤리에서 거리가 멀었다. 네로는 네로폴리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혹은 단지 새로운 왕궁을 지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불을 질렀다고 한다. 네로가 자신을 위해 짓도록 한 '도무스 아우레아'라는 왕궁은 50㏊의 땅 위에 건물, 정원, 공원, 온천, 인공호수가 펼쳐져 있는 엉청난 크기의 왕궁이었다. 왕궁 내부만 해도 방이 150개가 있어서 으리으리한 접견실, 거실, 관리실 등으로 쓰였다. 건물 전체의 길이도 엄청나서 3개의 열주로 구성된 홀은 길이가 1천480m에 이르렀고, 또 바다차럼 넓은 호수가 건물을 둘러쌌다. 이 웅장한 기획을 위해 네로는 착취, 박해, 살해 등을 통해서 재정을 확보했다. 건축가 알베르티는 "네로가 건설했던 모든 것은 금과 보석으로 장식돼 있어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네로는 사람이 결코 할 수 없는 일만을 떠올리는 아주 기이한 건축가들에게만 일을 맡겼다"고 했다. ◆이웃사랑의 과업 아비뇽다리다리 건설은 중세의 기술력으로는 어렵고도 비용이 많이 드는 모험이었다. 로마의 거의 모든 다리는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항상 화재의 위험이 뒤따랐다. 최초의 중세 석조 다리는 론강 위의 아비뇽에 세워진 퐁 생 베네제였다. 베네제는 친구와 후원자로 구성된 일종의 교단인 소위 '다리형제회'를 조직했다. 이 조직은 기부금, 유증, 유언장 처분액 등을 받았고 공사를 이웃사랑의 과업으로 승화시켰다. 1178년부터 1185년까지 공사가 진행되었던 아비뇽의 생 베네제다리는 뛰어난 건축물이었다. 돌로 만든 22개 아치가 론강 위에 놓여 있었고, 넓은 기둥들 때문에 아치가 더욱 좁아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다리는 기록적인 시간 내에 완성되었다. 공사는 쉬지 않고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건축주와 건축기술자의 죽음, 화재, 붕괴, 자금 중단 등 예측하지 않았던 일도 항상 계산에 넣었던 게 분명하다.◆호평과 혹평 사이의 에펠탑프랑스 제3공화국 정부는 프랑스대혁명 백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거행하고 1870~1871년 전쟁 패배 이후 다시 강력해진 프랑스를 과시하고자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맞춰 상징적인 건축물을 짓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수많은 기념물 설계공모 중 샹 드 마르에 300m 높이의 철제구조탑 건설을 제안한 기술자 알렉상드로 구스타브 에펠의 계획을 채택했다. 기술적 정확도와 과학적 정밀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수많은 지성인과 예술가들은 탑 건설을 반대했다. 그들은 탑이 무용하며 지독하게 추하고 야만스러운 철 덩어리며 파리의 수치라고 생각했다. 모파상은 에펠탑을 "철제 사다리로 만든 비쩍 마른 피라미드"라며 당장 철거를 주장했다. 하지만 1889년 에펠탑이 완성된 후에는 시민들과 언론들은 기술진보의 표출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하인리히 슐리만은 탑 건축가를 찬양하면서 '엔지니어링 기술'의 놀라운 작품이라고 칭송했다. 352쪽 1만6천800원.▷지은이 우르술라 무쉘러=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건축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 '독일 건축과 도시건설에 사용된 개념과 모델'을 발표했다. 독일 건축가협회 소속 건축가로서 여러 건축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1992년부터 뒤셀도르프에서 건축과 도시건설 업무를 다루는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2019-10-19 06:30:00

안동탈놀이단 공연 모습. 영주시 제공

풍기인삼축제 '품앗이 공연' 구경오세요

"경북 영주 풍기인삼축제장에 '품앗이 공연' 구경오세요!"세계인의 건강축제 2019경북영주 풍기인삼축제장에서는 경북 대표축제 얼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얼라이언스(품앗이)'는 결연, 동맹, 협력이라는 뜻으로 경북 시군에서 개최되는 축제간 교류협력 강화사업으로 상호 벤치마킹과 건전한 동맹을 통한 축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건전한 경쟁을 통한 경북 관광활성화를 위해 추진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풍기인삼 축제장에서는 문화예술 품앗이 공연으로 안동탈놀이단과 예천활공연단이 참여한다. 16일 오후 6시에는 예천활공연단의 공연이 예정돼 있고 20일 오후 1시에는 안동탈놀이단 공연이 펼쳐진다.안동대학교 학생 40여 명으로 구성된 안동탈놀이단은 고전 복장에 탈을 쓰고 축제장 곳곳을 다니며 퍼레이드를 펼치고 포토존에서 관람객들과 사진 촬영도 한다.이번 탈춤은 안동 고유의 탈춤이 아닌 학생들이 개발한 창작안무로 관광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예천세계활축제를 대표하는 예천활공연단은 지역예술 인력으로 구성된 전문공연단체다. 활이라는 전통적인 소재와 비보이, 힙합, 얼반 등과 같은 현대적인 댄스장르를 가미해 지역적 특색을 살린 색다른 퓨전퍼포먼스를 연출한다.영주시 관계자는 "얼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통해 경북지역축제들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관람을 바란다"고 말했다.

2019-10-15 18:31:17

책 '조금 지난 뉴-쓰'

[서평] 조금 지난 뉴-쓰/ 박창원 지음/ 아인커뮤니케이션즈 펴냄

# '금전으로 입학하는 예는 과거 왜놈들이 하였으니 해방 후 조선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구체적인 실례가 있다면 철저 적발 처단하겠다. 돈으로 입학하는 것은 소위 유지신사 자제들이 많으나 그자들은 두뇌가 학습 불량 하다고 본다.' (남선경제신문 1948년 6월 30일자)해방 직후 언론은 '실력 대신 돈을 주고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조선인이 해서는 안될 일, 왜놈들 짓'이라 했다. 일본인을 업신여겨 낮잡아 부르는 '왜놈'이라는 말까지 써서 강도 높게 비방한 것이다.당시 돈을 주고 아이를 상급학교에 보내는 일에는 마을에서 힘 깨나 쓴다는 동네 유지들이 앞장서 있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 없이 돈을 펑펑 쏟아 붓고, 인맥을 동원하는 반칙에도 거리낌 없었다. 지난해 국내 부유층의 고액 입시 코디네이터 고용을 소재로 광풍을 일으킨 드라마 'SKY캐슬'은 오늘날 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전회 무료로 생각하였으나 당국에서 너무 미안타고 해서 일원씩을 받게 된 것은 죄송타고 생각한다. 만일 당 극장이 적산(일제나 일본인이 남긴 재산)이 아니면 노동자들에게 가장 적은 요금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하였으면 한 적산인고로 여의치 못함은 유감이다.'(남선경제신문 1946년 9월 19일자)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해소하고자 경북도는 극장에 소정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도민에게 이를 무료 개방해 노동자가 영화 등 대중 오락을 즐기도록 했다. 관객은 영화 속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 현실의 시름을 잊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도시 노동자들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오락거리로 영화만한 게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해방 직후 쌀 부족에 따른 굶주림과 물가 폭등, 그에 맞물린 경제난은 가뜩이나 가난하던 노동자 삶을 이미 나락에 빠뜨린 뒤였다. 노동 여건이 일제 때만 못할 정도였고 공짜 영화 한 번 본다고 위안받을 수 없었다. 노동자들이 오늘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봤다면, "우리 현실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했을 지도 모른다.◆해방기 대구경북 지역사 생생히 소개우리 역사에서 지역사는 좀처럼 조명받기 어렵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것이 권력층, 지도층의 역사도 아닌 서민들의 생활사라면 말이다.대구경북에도 삶은 존재했다. 해방 직후 일제 탄압기에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터진 봇물처럼 쏟아진 신문들이 크고작은 지역사를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민성일보, 대구시보, 영남일보, 부녀일보, 남선경제신문 등 많은 지역지 창간이 잇따랐고, 각 신문 기사를 통해 당시 우리네 생활상을 오늘날까지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저자는 이처럼 해방기 대구에서 나온 신문보도를 통해 대구경북 사회상과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신문기사를 소개만 하고 그치지 않는다. 기사 원문을 소개하고 그에 얽힌 배경을 당시 사료를 참고해 알기 쉬운 단어로 바꾸며 한 편의 이야기로 엮어낸 것이 특징이다.'쥐 한 마리 5원', '멀미나는 부영버스', '기생아씨들의 반기', '영화 보다 젖 물리느 엄마', '서문시장 어린이 노숙인' 등 책 속 36편의 이야기를 완독하고 나면 독자는 마치 당시의 사회상을 영화 필름 돌려본 듯, 할머니 무릎을 베고 옛 이야기를 듣듯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다. 그리 오래지 않았지만 직접 겪지는 못했을 해방 직후의 지역사를 말이다.◆오늘날을 만든 과거, 신문 기록으로 반추저자가 해방기(1945~1948년)의 지역사를 주 소재로 삼은 것은 당대가 우리 오늘날 삶의 얼개를 만든 시기라고 봤기 때문이다.35년 간의 일제 지배로부터 벗어난 당시는 대한민국의 첫 단추를 꿰고 첫걸음을 떼는 시작이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앞으로 걸어갈 길과 맞닿아 있다. 미래는 현재의 전망이지만 현재는 과거를 성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에 저자는 책 속 '조금 지난 뉴-쓰'들은 과거이지만 오늘과 맞닿은 내일의 이야기라 본 것이다.대구에서는 1945년 9월 15일 미군정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민성일보를 시작으로 대구시보, 영남일보, 부녀일보 등 여러 신문이 잇따라 창간했다. 또 1946년에는 해방기 경제난의 극복을 주창하며 지금의 매일신문 전신인 남선경제신문이 발행됐다.신문은 자잘한 일상부터 사회적 이슈까지 온전히 담아내 왔다. 억울렸던 압제의 울분도 신문 같은 매체를 통해 분출되곤 했다. 이런 기록성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역사적 가치를 지녔다.적지 않은 신문이 세월의 부침과 경영난 등을 견디다 못해 사라졌다. 당시 신문이 남아 있더라도 보관 상태가 나빠 해독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저자는 한문 투성이라 해독이 더딘, 만지기만 해도 바스라질 만큼 오랜 옛 신문을 서울까지 찾아가 일일이 뒤지며 크고작은 지역사를 발굴해 옮겼다.저자는 "옛 신문을 뒤적여 대구경북의 어제를 확인하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200쪽, 1만4천500원. ▷박창원은언론학 박사이자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도시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언론에 다양한 대구경북 과거사를 소개해 왔다. 현재 계명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2019-10-12 06:30:00

[베스트 셀러]10월 둘 째주

책명 저자 출판사1.흔한 남매 흔한 남매(원) 아이세움2.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웨일북3.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 강한별4.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5.혼자가 혼자에게 이명률 달6.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7.베스트 셀프 마이크 베이어 안드로메디안8.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민음사9.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세계사10.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트롤 아이세움

2019-10-11 10:42:32

[속보] 노벨문학상 올해 수상자 한드케·지난해 수상자 토카르추크 동시 선정.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노벨문학상 2019년 한드케·2018년 토카르추크

올해와 작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오스트리아의 페터 한트케와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추크에게 각각 돌아갔다.스웨덴 한림원은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오스트리아 작가 한트케를 선정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시상을 건너뛴 작년도 수상자는 폴란드 소설가 토카르추크로 선정됐다.한림원은 한트케가 "인간 체험의 뻗어 나간 갈래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고 평가했다.대표작은 '관객모독', '반복', '여전히 폭풍' 등이며 국내에서는 연극 '관객모독'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감독 빔 벤더스와 함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각본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지난 2014년 국제입센상을 수상했다.토카르추크는 "경계를 가로지르는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백과사전 같은 열정으로 표현했다"고 한림원은 평가했다.토카르추크는 올해 발표된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첫 여성이며,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16명 가운데 열다섯번째로 이름을 올린 여성이다.현재 폴란드 대표작가로 꼽히는 토카르추크는 지난해 맨부커상을 받았으며, '플라이츠', '태고의 시간들', '야곱의 책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국내에는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라는 단편집 등으로 그의 작품이 소개됐다.이로써 토카르추크는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프랑스 콩쿠르상을 제외하고 노벨문학상과 맨부커상 두 개를 석권했다.한림원은 지난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파문으로 심사위원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작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하지 못해서 올해 한꺼번에 2년 치 수상자를 선정했다.한편, 노벨상 수상자들은 총 상금 900만크로나(약 10억9천만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 및 증서를 받는다.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2019-10-10 20:06:03

소설가 김연수

소설가 김연수, 대구 청년과 문학을 마주하다

소설가 김연수가 대구 청년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청년, 문학을 마주하다'가 10일 오후 6시 청년공감공간 '다온나그래'에서 열린다.대구시청년센터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청춘 선배(40세 이상)와 청춘 후배(19~39세)들을 연결하는 '책으로 마음 잇기, 책으로 세대 잇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이번 캠페인을 통해 지역 청춘 선배 64명이 책의 날인 지난 4월 23일부터 100일간 대구시청년센터의 청년공감공간 '다온나그래' 독서존에 총 86권의 책을 기부했다.김연수 작가는 '청년에게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경북 김천 출신인 김 작가는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를 거쳐 1993년 시 '강화에 대하여'로 시인으로 등단했다.이듬해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기도 했다. '네가 누구든 얼마든 외롭든' '파라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원더보이' '청춘의 문장들' 등을 집필했다.김 작가와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책으로 마음 잇기'를 통해 청춘 선배와 청춘 후배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하나의 책도 만들어 본다.'청년, 문학을 마주하다'는 온라인으로 신청서(https://forms.gle/4GrMCDFWT7dTqzqX9)를 제출하면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053)427-1938.

2019-10-08 11:23:17

황석영·공지영·안도현. 매일신문DB

황석영 등 문학인 1276명 "검찰개혁" "조국지지" 성명

황석영·공지영·안도현 등 다수 문학인의 이름이 7일 온라인에서 '핫'했다. 이들을 포함한 문학인 1천276명이 검찰 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 지지 성명을 발표해서다. '조국지지 검찰 개혁을 위해 모인 문학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을 지지한다. 검찰 개혁 완수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성명 대표 발의자 6인 가운데 대중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소설가 황석영·공지영, 시인 안도현이어서 네티즌들의 검색이 집중됐다. 특히 공지영의 경우 조국 정국 관련 SNS 활동, 집회 참가 등을 통해 언론의 조명을 먼저 받은 바 있다. 이 밖에도 권오삼, 이경자, 최인석, 양귀자, 하응백, 송지나, 이동순 등의 문학인이 이번 성명에 동참했다.

2019-10-07 16:47:52

[반갑다 새책]대한광복회 우재룡/이성우 지음/도서출판 선인 펴냄

1910년대 항일 결사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단체는 대한광복회였다. 이 단체는 당시 국내 독립운동의 공백을 메우고 민족역량이 3'1운동으로 계승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대한광복회가 전개한 의협 투쟁은 1920년대 의열 투쟁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이 책은 독립지사 우재룡 평전이다. 그는 20대 중반 산남의진 연습장 및 선봉장으로 일본과 싸웠고, 30대 초반 광복회 지휘장으로 일본과 투쟁했으며, 30대 중반 광복회 재건과 임정과 연계한 주비단 활동을 했으며, 60대 초반 재건광복회 결성 활동과 암살 위협으로부터 도피생활을 했었다.1884년 경남 창녕에서 출생한 우재룡은 24세 때 일제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년 후 한일합방 특사로 석방됐다. 이후 그는 구한말 의병대장 허위의 수제자인 박상진과 의기투합해 만주와 국내를 오가며 항일투쟁을 재개했다.특히 1915년 8월 25일 대구 달성공원에서 결성된 광복회는 구한말 의병의 후신이자 1920년대 의열단의 전신이었다. 광복회는 군자금을 모아 만주의 독립운동가들에게 전달하고 의연금 모금에 협조하지 않은 친일 부호들을 처단했으며 세금 수송차량을 탈취하고 헌병 초소를 공격하기도 했다.우재룡은 이런 활약 덕분으로 37세 때 일제에 붙잡혀 사형을 구형받고 이어 무기징역 선고를 받아 원산형무소에서 투옥생활을 했다. 이어 16년간의 옥고 끝에 감형 받아 석방되었으나 환갑을 넘겨서도 그는 다시 재건광복회 조직을 준비하고 활동을 시작했다.하지만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재건광복회는 곧 해산되었다. 광복을 위해 한평생 투사의 길을 걸어온 우재룡은 해방 후에도 평소 자녀들에게 "아직 독립이 되지 않았다. 통일이 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독립이다"는 말을 남겼다. 415쪽, 3만8천원

2019-10-05 06:30:00

협상5

[서평] 협상5-트럼프·김정은·문재인의 협상 삼국지/ 권신일 지음/ 시간의물레 펴냄

'북핵 협상'을 다루는 책이다. 지은이가 하버드 로스쿨 협상연구소(PON)에서 협상 원칙들을 직접 배우고 커뮤니케이션 업무현장에서 느꼈던 점을 토대로 선정한 준비-기준(근거)-노딜-라포-대안 등 5가지 툴로 북핵 협상을 설명하고 있다.◆北 비밀 핵무기 개발, 중국서 배우다모택동과 김일성은 한국전쟁 직후 나란히 핵무기 개발에 비밀스럽게 모든 국력을 기울였다. 중국은 초기 소련이 핵무기 개발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가 거부한 1959년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596공정'이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64년 10월 16일 공식 핵실험 성공을 선언했다. 전세계 5번째 핵보유국이 된 셈이다. 북한도 이후 50년 이상을 비밀스럽게 핵실험을 해오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성공을 선언하게 된다. 이후에도 2017년 9월까지 10년 넘게 국제사회에 핵무기 포기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11년간 비밀스럽게 준비해온 과정을 6차례나 핵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가 2017년 9월 전세계를 상대로 한 최종 핵실험 성공발표였다. 북한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무기를 보유하는 비밀 과정을 철저히 답습했다. 중국이 소련의 반대에도 몰래 성공하는 사례처럼 중국의 반대와 비난에도 몰래 핵보유국 지위를 달성해왔다.◆중재자-촉진자보다 조정자 역할 필요원활한 협상을 위해 제3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1993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선 이스라엘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 아라파트 의장의 평화협상도 그중 하나다. 클린턴 대통령이 중간에서 팔을 벌리고 서있고, 두 나라 대표가 악수하는 그 장면이다. 우리도 북미 핵 협상에 중재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클린턴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나라를 압박하는 카드를 찾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최근 우리 정부는 '촉진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촉진자 의미는 스스로 낮추는 기능적인 표현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창의적인 대안을 내는 조정자 역할이 필요하다. 북미도 강제로 따를 필요는 없기에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될 수 있다. 조정자로서의 자세는 민감한 시기에는 오해를 사지 안도록 침묵하고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서는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노딜이 오히려 딜을 불러 올 수 있다북한의 상대 무시 전술은 악명 높다. 태영호 전 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보면 북한 담당자들은 협상장뿐만 아니라 평소 언행까지 일일이 감시되고 있는 처지라 한다. 무조건 자신들 입장만 큰소리 치는 벼랑 끝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렉스 교수도 북한이 자신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을 하는, 즉 협상 본연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 "세계에서 협상을 가장 잘 못하는 나라"라고 평한 바 있다. 최근 싱가포르 1차 북미 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김계관 외교상과 김선희 부상이 막말을 했다. 그러자 트럼프가 회담을 취소하고 "당신들 핵무기보다 우리 것이 강력하고 나는 이를 사용하지 않게 되기를 신에게 기도한다"라고 경고했다. 그 이후 상황은 잘 알려진 대로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적인 직접 사과편지였다. 지금 협상에서 가장 아쉬운 사람은 북한이다. 협상당국자들은 모든 패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지 말고, 상대의 전술을 이용하는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 ◆북핵 협상에 北 달래기는 차선이다상대가 감당할 수 없는 나의 대안은 협상력을 더 크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반면에 상대가 힘으로 나올 때 내가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모습은 상대에게 오판의 빌미를 줄 수 있다. 협상에서도 대안은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보다 나은 옵션(수단)을 갖고 벌이는 협상이 상책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안으로 상대를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6자회담처럼 상대에게 시간과 핵무기만 챙기게 해주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북핵은 늘 한국 정부보다 미국 등 전세계를 겨냥하고 있다. 남한의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북한 비핵화가 미국과 북한에 달려 있는 것은 부끄럽기도 하다. 미국도 남한을 위한 북핵 협상을 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따라서 북핵 협상에서 북한을 달래는 것보다는 미국의 이익과 우리의 이익이 잘 맞는 논리와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미국과 한국의 이익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대안이 없이, 북한과 직접 협상을 늘려간다면 남한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240쪽 1만2천원.※지은이 권신일=글로벌커뮤니케이션 마케팅 회사의 갈등관리연구소를 총괄하고 있다.

2019-10-05 06:30:00

이재순

[책 체크] 나비 도서관/ 이재순 지음/ 청개구리 펴냄

'맨발로/ 자근자근/ 소리길 걷는데// 발바닥이/ 간질간질/콧구멍이/ 간질간질// 발바닥이/ 웃으니/ 온몸이 웃네.'-이재순 동시 '간질간질'안동 출신인 이재순은 1991년 월간 '한국시' 동시부문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40여 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만나며 꾸준히 동시를 창작해온 그는 퇴직 후에도 쉬지 않은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은 책은 동시집 '별이 뜨는 교실' 큰일 날 뻔했다' '집으로 가는 길'과 동시조집 '귀가 밝은 지팡이'가 있다. 영남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창작상, 한국문협작가상 등을 받았고, 2019년 올해의 좋은 동시집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다섯 번째로 엮은 동시집 '나비 도서관'은 1부 '시간의 발자국', 2부 '나비 도서관', 3부 '얼마나 좋을까', 4부 '또 다른 말'로 나눠 자연과 일상에서 튀밥처럼 팡팡 터지는 동심으로 건져올린 60여 편이 책갈피 속에 노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나비와 꽃, 은행나무, 가랑비, 호수, 수양버들, 바닷가 몽돌, 시골 시냇물 등 소재를 고도의 함축된 언어로 담아내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이번 시집의 특징은 우선 못말리는 동심에서 발화된 동시가 많다. '간질간질' '마음 좋은 호수' 등 작품은 장난스러운 어린이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 '목발' '유리컵' 밤비' 등 작품에서 보듯 사물과 소통을 시도하는 동시들도 있다. 성숙한 사회의식을 보여주는 시들도 여러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월요병' '말씨' '돌탑'같은 작품들이다. 순우리말 중에서 골라 쓴 제목 '잠비'(잠자라고 오는 비)는 말 부림의 묘미로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마지막으로 오붓한 가족이야기를 다룬 작품도 많은데 '천사 그리기' '갓바위 오르는 길' '일자리' 등을 꼽을 수 있다.지은이는 "어제는 밉던 친구가 오늘은 예쁘게 보일 수 있듯, 기쁨 마음으로 보면 누구나 반갑고 소중하다"며 "이번 시집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동시로 옮겼다"고 했다. 117쪽 1만500원.

2019-10-05 06:30:00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박김수진 지음/씽크스마트 펴냄

최근 폐사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국내에서 처음 확인되자 벌써 수천마리 돼지가 살처분되고 있다.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때는 약 300만 마리의 동물이 생매장되는 비극이 있었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동물을 살처분하는 것을 중단할 방법은 없을까?조류독감, 돼지독감 등 바이러스성 질환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원인은 근본적으로 공장식 밀집사육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으로 동물의 면역력과 건강이 파괴되는 동물 학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더 넓혀야 한다.'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선 권리 개념인 동물권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동물권 입문서다.◆채식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책은 동물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철학과 사상의 흐름,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이 겪는 처참한 현실, 일상용품이나 전시물로 희생되는 동물 문제,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의 문제, 비인간동물(인간이 아닌 동물)에 대한 이중 잣대의 모순과 이중인식의 정체 등을 다루고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바탕으로 동물에 대한 이중인식을 극복하는 방법 등 담고 있다.또 지은이가 비인간동물에 대해 갖는 인간동물의 '이중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과 이중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시도한 적이 있거나, 채식을 하고 있는 열 명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록으로 '무엇'보다는 '왜'를 파고들며 핵심을 찌르는 질문과 5만자에 달하는 분량 등 동물권 관련 국내서 가운데 최초로 시도된 작업이다.인터뷰 기록은 동물권에 대해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심자, 동물권이라는 주제에 대해 어떤 방향이든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 이성적 혹은 윤리적 입장을 세우지 못한 채 연민하는 마음으로만 동물을 보는 사람들, 지식과 정보는 어느 정도 있으나 논리를 더 확장해나가지 못하는 사람들, 동물권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상당하지만 비거니즘을 실천하면서 벽에 부딪힌 경우 등 저마다 다른 입장에서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고 참고삼을 가치가 있는 자료다.◆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책에서 지은이는 '인간'을 '인간동물'로, '동물'을 '비인간동물'로 지칭한다. 동물이라는 범주 안에 인간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인간이 얼마나 인간중심의 정의와 해석에 익숙해져 있는지, 얼마나 많은 동물이 인간에 의해 대상화, 도구화되어 왔는지 드러내려는 의도에서다.우리는 왜 동물을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로 나누고, 비인간동물 중에서도 착취할 수 있는 동물과 사랑해 마지않는 동물로 나누는가, 왜 우리 사회는 똑같은 종인 개를 두고도 '반려동물'과 '식용견'으로 나누는가. 어떻게 인간은 양 목장에 관광하러 올라가서 양을 귀여워하다가 내려와서는 아래에서 판매하는 양고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낮에는 구제역으로 생매장당하는 돼지들을 보며 눈물짓다가 저녁이 되면 황사로 칼칼해진 목을 위한다며 삼겹살집에 들러 즐거운 회식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 비인간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는 일관적이지 않다. 이러한 이중 인식과 태도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비인간동물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일관성을 가질 수 있을까.싸움닭의 말로는 비참하지만, 싸움판 위에 오르기 전까지 투계들은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햇빛을 만끽하고, 사람들보다도 나은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치맥'용 닭은 "상상 못 할 정도로 불결한 환경에서 지내는 동안 다리가 쑤시고 폐에 통증을 느끼며, 하늘은 구경도 못 하고, 풀밭을 거닐거나 교미하거나 벌레를 잡아먹지도 못한 채 매일 넌더리 나는 먹이를 42일간 받다가 비좁은 상자에 담겨 트럭에 실린 후 공장으로 이동해서는 거꾸로 매달린 채 감전사당해 목을 잘리게" 된다. 어떤 닭의 일생이 더 나은 걸까. 말하자면 투계꾼이 더 나쁜가, 치맥에 열광하는 우리가 더 나쁜가. 동물학대 가해자의 범주 안에 나는 없었는가, 없는가, 없을 것인가.이 책은 지은이가 자신에게 또 독자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232쪽, 1만5천원.

2019-10-05 06:30:00

[반갑다 새책]강제이주열차/이동순 지음/창비 펴냄

'살아선 세상에 갇혔고/죽어서는 쇠 울타리에 갇혔네/얼굴과 이름 새긴 돌비 하나 누가 세웠으나/더 큰 풀 돋아나 다시 묻혔네/(중략)/곧 쏟아질 눈발이/그대 어깨 위에 나비처럼 사뿐 내려앉아/내 모든 사연 낱낱이 일러주리니/결코 나를 서럽게 여겨 울지 말거라'(고려인 무덤 중에서)시인 이동순의 신작이자 그의 18번째 시집이다. 구소련 시절 스탈린 정권이 자행한 고려인 강제 이주사를 다룬 연작 작품집으로 강제이주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슬픈 영혼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다."이 시집에 담긴 작품들은 우리 민족이 연해주와 사할린, 중앙아시아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과 시련,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만 두고 차마 꺼내지 못했던 애환을 내가 시인으로서 대신 불러내고 모셔온 것이다. 당시 강제이주열차에서 목숨을 잃은 2만여 슬픈 영혼들께 이 시집을 바친다."지은이의 말처럼 고려인 강제이주 문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의의 자체가 각별한 동시에 희생당한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 그 모두의 애끓는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 시인의 정성과 내공이 문학적으로 빛을 발하는 성과물이다.제1부는 제목 그대로 강제 이주사에 집중하고 있으며 하루아침에 수만 킬로 떨어진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으로 내몰려야 했던 장삼이사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제2부는 무수한 일제 강제징용자들의 아픔이 서려 있다. 지은이는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만리타향에 뼈를 묻은' 사할린 한인들의 기구한 세월을 그려내고 있다.제3부는 2018년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려인 묘지에 나란히 묻힌 두 혁명가 홍범도와 계봉우를 기리기도 하며 오늘날 한반도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등을 싣고 있다.지은이는 이번 시집을 쓰면서 "가슴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무엇이 울컥 쏟아져 들어오는 놀라운 충격을 자주 겪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만큼 강제이수에 대해 당시 현실과 정황을 시로 복원하는데 정성을 쏟았던 것이다. 208쪽, 1만3천원

2019-09-28 06:30:00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유정식 지음/부키 펴냄

많은 사람이 과학을 일상과 동떨어진 분야로 여긴다. 더욱이 조직을 이끌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업무적 역량을 높이는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적인 기업의 창업자나 최고 경영자들은 과학책을 탐독한다.경영컨설턴트인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는 과학이야 말로 우리에게 진짜로 '밥을 먹여주는' 1차적 학문이라 강조하며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를 펴냈다.◆세계적 CEO는 과학책을 읽는다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유명한 독서광이다. 그는 '게이츠 노트'(The Gates Notes)라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읽은 책과 리뷰를 소개하고 있는데 과학책이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구글의 지주 회사인 알파벳의 CEO 래리 페이지,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도 여러 과학책을 추천한 바 있다. 이 책은 지은이가 뽑은 55개의 '생활밀착형' 과학 이슈를 통해 과학 지식과 그 속에 숨은 비즈니스 및 자기 계발 인사이트를 선사한다. 예를 들면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서 진정한 리더십과 협력의 가치를 발견하고,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와 정크 DNA의 정체를 통해 발전적인 조직 운영 방법을 모색하며, 비효율과 우연을 불편해하는 인간의 심리와 뇌 과학 연구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선택 과정을 살펴본다. 빠르게 퍼져 나가는 입소문 마케팅의 성질을 지진과 산불의 네트워크 원리로 설명하는가 하면, 작심삼일로 그치고 마는 운동과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비법도 알려 준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수면, 커피, 미세 먼지, 복권, 진통제, 다이어리, 텔레파시, 미신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 속에서 조직 경영과 자기 경영의 함의를 찾았다.덕분에 전문 경영인은 물론이고 '일잘러'가 되고 싶은 직장인과 한층 더 성장하고 싶은 학생들은 기업 경영과 조직 관리, 리더십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경영하고 혁신할 수 있는 과학적 전략을 배울 수 있다. ◆과학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1, 2, 3, 4, 5, 6'과 '2, 16, 21, 24, 33, 42'이라는 숫자 조합 중에서 어떤 것이 로또 당첨 번호로 나올 가능성이 높을까? 두 조합은 어디까지나 각각의 사건이기 때문에 추첨될 확률도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전자를 부자연스러운 '우연의 일치'로 여기고 후자보다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뇌 과학자 빌라야누르 S. 라마찬드란은 이러한 착각이 '우연의 일치'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혐오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비즈니스의 세계 곳곳에는 이런 수학적 오류와 통계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리더의 객관적 분석과 냉철한 판단을 방해한다. 이 책은 리더가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학적 통찰력을 제공한다.뿐만 아니라 과학으로 나를 바꾸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팁도 제시한다. 운동, 다이어트, 금연, 영어 공부, 독서 등이 작심삼일로 그치는 것이 단순히 개인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딱 5분만'으로 벗어나는 작심삼일의 덫 ▷스트레스, 맞서는 것보다 피하는 게 상책 ▷우리 뇌의 피로를 풀어 줄 도파민 샤워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진화심리학적 차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부담을 분산시켜라 ▷과도한 목표가 우리를 실패자로 만든다 등 각종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경영 컨설턴트인 지은이는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기아자동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LG CNS를 거쳐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과 왓슨와이어트에서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았다. 인사 및 전략 전문 컨설팅 회사인 인퓨처컨설팅을 설립해 현재 대표를 맡고 있으며 시나리오 플래닝, HR 전략, 경영 전략, 문제 해결력 등을 주제로 국내 유수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착각하는 CEO',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전략가의 시나리오,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등이 있다.

2019-09-2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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