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목민심서’

21세기에도 빛나는 공직자의 이상…다산정신에서 공직자의 길을 찾다

 

경북대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는 '목민심서' 고서(1901)와 완역본(1956) 경북대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는 '목민심서' 고서(1901)와 완역본(1956)

"공직자는 늘 두려워해야 한다. 지금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행동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 공직을 수행하면서 백성들의 마음에 어긋나지 않는지…" (목민심서, 율기 육조)

경북대 도서관은 '목민심서'에 관한 자료를 가장 많이 가진 공간 중 하나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의 1818년 저술로, 그의 500여 저서 가운데 오늘날까지도 가장 많이 읽히는 고전이다. 목민(牧民) 즉 백성을 이끌고, 심서(心書) 즉 마음에 새긴다는 뜻이 우러난다. 18년 귀양살이의 끝 무렵이었던 당시 다산이 직접 행정을 할 수는 없었던 처지였는데, 젊은 시절 자신의 공직 생활을 되돌아보며 쓴 것이다. 국가 제도의 대폭 개혁을 부르짖은 '경세유표'(1817)에 뒤이어 지방행정의 지침서로 자리잡았다.

'목민심서'는 관리가 걸어야 할 올바른 길 즉 솔선수범, 청렴 등 공직윤리를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행정절차와 행정방식을 자세히 기술하면서 지방자치를 비추기도 한다. 많은 백성들이 문맹(文盲)이던 시절이라 목민이라 하였지만, 오늘의 맥락에서는 애민(愛民)으로 통할 수 있다. 실제로 노인 봉양, 빈민 및 재난 구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도 많다.

총 350만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경북대 도서관에서는 '목민심서'와 직접 관련하여 고서 4점을 비롯하여, 단행본, 소설, DVD, 디지털자료 등 400점이 넘는 자료를 볼 수 있다. 단행본에는 방대한 번역·주석서와 함께 이를 쉽게 전달하려는 해설서가 있으며, 또 원본을 현대적 시각으로 해석한 다양한 책이 많다. 도서관 홈페이지를 검색하거나, 분위기 있는 1층 카페에서 책을 넘겨보시라.

경북대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는 '목민심서' 고서(1901)와 완역본(1956) 경북대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는 '목민심서' 고서(1901)와 완역본(1956)

수많은 단행본 중 관심을 끄는 것은 '목민심서'의 영어 번역본이다. 호남대 최병현 교수가 10년에 걸쳐 번역한 책으로 미국의 명문 UC 버클리대학에서 출판되었다. 서양학자들이 이 책을 보면 '목민심서'가 근대 행정학의 효시임을 당장 알아차릴 것이다. 독일의 슈타인(L. Stein) 행정학(1865, 1870)과 굿나우(F. Goodnow) 행정학(1900) 같은 서구의 저서보다 50~80년을 앞섰기 때문이다. '목민심서'는 20세기의 가장 청빈한 국가 지도자로 알려진 베트남 호치민(1890~1969)의 애독서였다는 주장도 진위를 떠나 관심을 끈다.

경북대가 소장한 '목민심서'는 개교 이후 75년간 경대인과 지역민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강조한 이 책은 27만 경대인, 특히 공직에 진출하려는 학생들의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경북대는 전통적으로 공직 진출 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데(5급 이상 공무원 출신대학 전국 8위), 그 중요한 축으로 올해 출범 50주년인 행정학부가 있다. 아울러 '백학재' 고시원은 행정고시, 입법고시 등 5급 공채 출신 장·차관과 국회의원 등 150명 이상의 고위공직자를 배출해 왔으며, 2019년에는 전국 수석을 배출하기도 했다. 경향 각지의 공직자들이 다산의 가르침에 따라 봉사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배경에 '목민심서'와 경북대 도서관이 자리한 것으로 믿는다.

김석태 경북대 명예교수

호남대 최병현 교수가 10년에 걸쳐 번역한 '목민심서' 영어 번역본(2010) 호남대 최병현 교수가 10년에 걸쳐 번역한 '목민심서' 영어 번역본(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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