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소박한 정원 (오경아/궁리출판/2019)

정원의 소리, 함께 들을까요?

자연 정원. 서강 자연 정원. 서강

소박한 정원(오경아/ 궁리출판/ 2019)

봄부터 시간의 흐름은 구부러져 지나갔다. 여름과 가을이 휘달려 지나고, 겨울이 눈앞이다. 계절이 바뀌었다. 깔깔대며, 매 순간을 기쁘게 맞던 때가 언제였던가! 아득하다. '소박한 정원' 속으로 급한 걸음으로 들어섰다. 정원의 동물과 식물이 내는 소리에 푹 잠기고도 싶다. 봄 그리고 여름,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날마다 정말 행복한 종소리가 들릴까, 귀가 저절로 쫑긋 기대에 부푼다.

'소박한 정원'은 정원 설계 회사를 설립, 가든 디자이너로 속초 '오경아의 정원학교'를 통해 다양한 가드닝과 가든 디자인을 전파 중인 저자의 개정판 정원 에세이다. '정원의 발견'과 '영국 정원 산책' 등 정원에 관한 책을 많이 저술한 저자는 영국 에식스 대학에서 조경학을 공부하고, 영국 왕립식물원 큐 가든의 인턴 정원사를 지내기도 했다.

무심코 걸어간다. 포플러 나무 앞에 선 정원사와 눈을 맞춘다. 오래 묵어 비에 부러진 버드나무를 손보는 정원사 곁에서 가지를 함께 잡아주었다. 가든 센터에서 정원용 삽을 흔드는 정원사와도 스쳐 지났다가, 문득 무릎 보호 방석이랑 실용적인 예쁜 장갑을 끼고 곁에 쪼그려 앉아보았다. 유채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와 속삭였다.

"정원은 단순히 예쁜 꽃을 심어놓고 그걸 보는 재미를 느끼는 공간은 아니다. 무얼 심을까 상상하는 즐거움, 심어놓은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시간의 즐거움, 흙을 일구며 땀 흘릴 수 있는 노동의 즐거움, 식물과 자연이 내게로 뭔가를 꾹꾹 넣어주는 충만의 즐거움, 정원은 그 모든 것을 즐기고 누리는 공간이다."(p.87)

저자는 '흙과 식물의 타고난 품성과 본성, 그 선량함을 이해하고 그들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정원사의 일'이라 한다.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는 일에 중요한 Garden Tips는 저자의 정원에 뜬 가로등 같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도 각박한 지구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식물은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거저 오는 삶은 없다. 다 힘들고 어렵다."(p.57)고 한다.

식물의 질병을 고치려고 며칠을 고민하는 정원사가 지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삼백예순다섯 번째 날을 여러 번 돌아서라도 이겨내기를 마음으로 응원한다. 꼭 함께 이겨나가야 할 고통을 겪어 본 같은 마음들을 모아 응원하자. 소박한 정원이 어느 순간 우렁찬 함성으로 나를 그리고 우리 모두를 불러 준다면, 정원사의 꿈속 사계와 함께 식물들의 소리로 가득 찬 잔치를 축하해 주자. 바람이 라벤더를 훑고 내 곁에 머물러 준다면 내가 만난 인연들에게 서로 인연의 향기를 입히는 노력 정도는 할 수도 있으니.

"딱 좋다. 삶의 온도도 이 갓 구운 빵의 온도만큼이면 충분하다 싶다. 세상이 아직 새벽의 쌀쌀맞음으로 손발 시리게 해도 딱 이만큼의 온기로 아직은 따뜻하다고 말해주는 무엇이 있다면 충분히 견뎌볼 만하겠다."(p.29)

내년이면 코로나19는 일상적인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감염병 예방 수칙과 함께하는 많은 것이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우리의 선량한 본성이 앞으로의 삶 속에 등불이 되고 갈 길 제대로 가는 길잡이로 서기를 기대한다. 더 이상 마음 급한 정원사가 아니고 싶다. 충분히 스스로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 정원이 전하는 작은 소리를 제대로 들어줄 정원사라 불릴 수 있기를 바란다.

서강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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