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 대니얼 B. 보트킨 지음/ 박경선 옮김/ 개마고원 펴냄

'자연보호'라는 미명 아래 환경에 대한 미신 맹목적 추종 경계해야

최근 환경부 평가 결과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가 3년 연속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됐다고 부산시가 12일 밝혔다. 사진은 철새가 점령한 낙동강 하구. 자료사진 연합뉴스 최근 환경부 평가 결과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가 3년 연속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됐다고 부산시가 12일 밝혔다. 사진은 철새가 점령한 낙동강 하구. 자료사진 연합뉴스
신간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 신간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

'환경보호'는 전 세계적으로 금과옥조로 여겨지는 가치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비과학적인 믿음, 즉 미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환경과 관련된 믿음 가운데 일부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진실로 여겨지며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환경과 생태에 관해 45년간 연구해온 저자 대니얼 B. 보트킨은 이런 미신들이 우리의 사고는 물론 환경 관련 정책과 법 제도의 근간을 이루면서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도리어 방해가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지구의 자연적 변화, 재해로 여기는 인간

'자연은 균형적이나 인간이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인간의 개입이 없다면 지구의 기후는 안정적일 것이다' '기후변화가 수많은 멸종을 야기할 것이다'. 이 명제들 가운데 진실인 것은 놀랍게도 단 하나도 없다. 지구는 언제나 변화해왔고 인간을 비롯한 생물은 그에 적응해왔다는 것이 진실이다. 그러나 지구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재해'로 여기는 인간의 시선이 미신을 만들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런 잘못된 시선은 지구의 환경이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하고, 자연의 실제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도 방해가 된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해지면서 환경을 지나치게 연약한 것으로 간주하고, 환경 파괴에 대한 반성이 커지면서 모든 자연재해를 인간 탓으로 돌리는 근거 없는 죄의식까지 생겨난다. 이는 나아가 우리의 사고는 물론 환경 관련 정책과 법 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태학자인 저자는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 오늘날 오히려 기후변화에 대한 과민반응을 경계하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자연보호'라는 미명 아래 자연과 환경, 생태에 대한 미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현실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용기있는 목소리를 냈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황새(천연기념물 199호)가 최근 전남 진도의 한 들녘에서 한가롭게 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황새(천연기념물 199호)가 최근 전남 진도의 한 들녘에서 한가롭게 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기후변화≠재앙"…생태학자의 관점 비틀기

책은 잘못된 관점에서 비롯된 자연에 대한 25가지 미신을 차례로 깨부순다. 그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그렇게 파멸적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최근 많은 이들이 지구 기온의 상승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하며 기후변화가 수많은 멸종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사실 매우 빈약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중세 온난기와 소빙하기 등 기후변화에도 생물종은 거의 멸종하지 않았으며 마지막 빙하기 동안 북미에서는 식물 1종만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종의 존속을 위협하는 것은 기후변화가 아니라 외래종의 침입과 서식지 파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자연의 균형은 모든 생명에게 유일무이한 최선의 조건이다'라는 명제도 대표적 미신으로 꼽힌다. 불가피한 자연 현상인 태풍, 해일, 자연 산불, 지진, 산사태, 화산 폭발, 유행병, 빙하기와 같은 자연적인 요인으로 인해 생태계는 수없이 교란되는데, 이런 교란은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생물종의 진화를 이끌어 궁극적으로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킨다.

'멸종은 부자연스럽고 나쁜 것이지만 쉽게 일어난다'는 믿음도 타파돼야 할 미신이다. 환경주의 담론은 곧잘 멸종에 대한 책임을 인간에게 묻지만 저자는 멸종 문제에 대해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생물종을 ▷어쩔 도리 없이 절멸할 종 ▷환경과 인간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든 존속할 종 ▷인간의 도움이 있어야만 존속할 수 있는 종으로 나눠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고 유효한 종의 존속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저자를 두고 얼핏 반환경주의자로 의심할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적극적으로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다만 우리가 기후변화 문제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에너지, 서식지 파괴, 침입종, 멸종 위기종, 독성 오염물질 등 다른 시급한 환경문제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환경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등 이데올로기로 삼을 것이 아니라 과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제대로 접근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464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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