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SKY'를 움직이나…『대학과 권력』

학교 역사와 뗄 수 없는 재단-정부-시장 권력… 100년간 자율성 못 지켜

대학과 권력/김정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서울대 OO명 합격!" 해마다 대학 합격자가 발표될 즈음이면 일선 고교나 학원에서는 서울대 합격자 수로 학교의 명성을 드높이려 한다. 10여 년 전쯤부터는 대학보다 의대, 건축, 글로벌 경영, 미술, 특수교육, 경찰행정 등 전공을 중시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성세대에게 서울대-고려대-연세대는 대한민국 1류 스카이(SKY) 대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대학교가 굳건한 대학권력의 상징이라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학이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로부터 출발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최초로 대학이 형성되기 시작했던 식민지 시기부터 1990년대까지. 대학권력-국가권력-시장권력이라는 키워드로 한국 대학을 보여준다. 더불어 현재 대학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대학사 100년을 돌아보며, 문제점과 해결책까지 짚어본다.

저자에게 대학은 스무 살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대학교수로 강단에 서 있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삶의 현장이자 학문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녹을 먹으며, 끊임없이 대학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로 이 책을 썼다. 고민 끝에 찾아난 하나의 명제. 한국 대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권력 집단의 힘'을 찾아냈다. 이를 포착하기 위해 '대학권력-국가권력-시장권력'이라는 권력의 3주체를 중심으로 한국 대학의 역사를 톺아본다.

한국 대학의 역사를 살펴보려면 '권력'이라는 키워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4시기로 나누어, 식민권력과 타자적권력-사학권력-국가권력-시장권력이 작동했던 시기를 연대기 순으로 돌아본다. 한국의 대학사는 그야말로 '권력 집단의 힘'에 의한 수난의 역사였다. 식민지 시기에는 식민 권력이라는 주체가, 해방 후에는 미군정이라는 타자적권력이, 1950년대에는 사학권력이, 1970, 80년대에는 국가권력이 대학을 장악하며 고등교육이나 지성, 학술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닌 권력집단의 이익수단으로서 대학이 권력에 좌우됐다. 1990년대 이후에는 신자유주의 아래 자본권력에 의해 또다시 대학의 자율성은 무시된 채 시장화되었다.

저자는 대학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해방 이후 미국은 정치적'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한국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며 "아쉽게도 식민권력이라는 타율적 권력이 경성제국 대학을 세운 이래 100년 동안 대학은 대학 본연의 가치인 자치와 자율성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의 대학은 시장권력, 즉 자본이 현실 권력 그 자체로 등장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을 움직이는 힘이 대학의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의 자치로부터 나오지 않고, 재단과 정부, 시장이라는 권력에서 나온다는 점이 절망스럽지만 엄연한 현실임을 지적한다.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대학 구조조정은 신자유주의 확산과 함께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한'중'일 3국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현상이 대학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대학 수는 크게 늘어났다.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춘천교육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저자 김정인은 "사립대학을 늘려놓고는 국가가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시장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대학의 자화상"이라고 강조했다. 380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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