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핫키워드] 회오기

[핫키워드] 회오기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옥중 회고록을 썼다.출판계에 따르면 최 씨의 회고록은 8일 출간된다. 최 씨는 구치소에서 재판에 나가는 날을 빼고는 공책에 회고록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300여 쪽 분량인 회고록에는 최 씨의 부친 최태민 씨와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 독일 생활, 특검 조사 등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최 씨는 자신의 회고록을 '회오기'(悔悟記)라고 이름 붙였다. '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이라는 뜻인데 공개된 목차에는 검찰과 특검 수사에 대한 불만이 드러나는 대목도 있다.출판사 측은 서평을 통해 "사실 최 씨는 부정적 평가가 많은 인물이나 부정적 평가와 비난은 언론과 소문에 의해 왜곡된 근거에 의한 것도 많다"며 "이제 처음으로 인간 '최서원'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독자들에게 전한다"고 했다.

2020-06-05 17:39:11

[책] "당신이 지닌 그것을 기도로 만드세요"…마더 테레사의 또 다른 가르침

[책] "당신이 지닌 그것을 기도로 만드세요"…마더 테레사의 또 다른 가르침

한 여인이 어느 가게에 들어가 주인에게 아이가 굶고 있으니 빵을 기부해주십사 청했다. 이 주인은 여인에게 나가라고 호통치고 침을 뱉으며 모욕을 주었지만 여인은 다시 한 번 주인에게 사정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가 울컥하는 마음에 "굴욕스럽지 않으시냐"고 묻자 여인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는 빵을 구하러 왔지, 자존심을 구하러 온 게 아닙니다."남들이 '가난한 이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라'고 말할 때도 "가난한 내 이웃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한다. 나는 그들에게 물고기를 주겠다"고 말한 여인. 이 여인은 세인트 테레사(마더 테레사)다.'빈자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로 불린 테레사 수녀의 성인 추대를 기념하여 테레사 수녀의 묵상집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가 재출간됐다. 1999년 국내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천사를 수록해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를 만난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추천사에서 "테레사 수녀가 세상을 향해 베푼 자비는 '모든 어둠을 밝히는 빛'이었으며 그녀의 정신을 이어받아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녀가 사람들에게 건넨 미소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전달하자"고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마더 테레사의 두 번째 기적을 인정하고, 그녀를 성인으로 추대한 바 있다. 가톨릭 성인이 되려면 두 개 이상의 기적을 인정받아야 한다."여러분과 나는 고귀한 일을 하기 위해 창조되었습니다…그 위대한 목적이란 곧 사랑하는 것, 사랑받는 것이 아닐는지요."(p.60)테레사 수녀는 이 책을 통해 모든 이들에 대한 사랑을 전한다. 사람은 종교, 교육 수준, 신분, 처해 있는 고통이 다르지만 모두 차별 없이 사랑과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함으로, 더 많이 사랑하려는 순수한 열망으로, 지금 이 순간 기도하십시오. 사랑받지 못한 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려는 열망을 지니십시오." (p.116)아울러 테레사 수녀는 기도야말로 자신을 비롯한 타인과 세상을 향한 사랑의 시작임을 강조하며, 사랑의 기쁨, 희생과 봉사의 소중함, 기도하는 마음 등 인류의 공통 가치를 잔잔하게 전파한다.특히 아프고 가난한 사람이 늘어나는 시기야말로 종파를 떠나 모든 사람을 향한 기도가 필요한 순간임을 역설한다. 그녀는 책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당신이 할 수 있고,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할 수 있기에 서로 보완해 나간다면 함께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건넨다.이 책에서 말하는 기도란 특정 종교인만을 위한 기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테레사 수녀는 종교를 초월해 모두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그것'을 기도로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을 엮은 앤서니 스턴 역시 일상생활에서 초월적인 힘이 있는 어떤 큰 존재를 가리키는 데 적당한 말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신'을 그 단어로 바꾸어 사용해도 좋다고 말한다.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이해인 수녀가 번역을 맡았다. 이해인 수녀는 "요즘처럼 안팎으로 힘든 때일수록 기도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며 독자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212쪽, 1만3천800원.

2020-06-05 17:30:00

[반갑다 새책]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허영만·TV조선 제작팀 지음/ 가디언 펴냄

[반갑다 새책]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허영만·TV조선 제작팀 지음/ 가디언 펴냄

이 책이라면 한 권쯤 차 안에 두고 짬 날 때마다 임의로 펼친 페이지에 나오는 식당을 찾아 무작정 길을 나서는 여유를 갖고 싶다.2019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1주년을 기념해 식객의 먹방 여행을 소책자로 출간했다. 지난 1년간 식객이 전국을 돌며 직접 맛 본 음식 중 '최고 중의 최고 맛집' 200곳을 뽑은 것이다.식객의 맛집 선정 기준은 첫째, 집밥 같은 백반: 첫 술을 뜨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이 떠오른다. 둘째, 놀라운 가성비: 이 값에 이 한 상이 가능한가 싶다. 셋째, 그럼에도 놀라운 맛: 맛집은 무조건 맛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는 세 가지로 삼았다.이 기준이라면 집밥처럼 편안하고 값도 착한데 맛은 더욱 놀랍다. 식객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니 믿고 먹을 수 있겠구나 싶다.서울, 인천·경기, 강원, 대전·충청, 부산·대구·경상, 광주·전라, 제주 등 모두 7개 지역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음식점별로 주요 메뉴와 방문 정보, 메뉴 꿀팁이 소개되어 있으며 식객이 음식을 맛본 뒤 직접 그리고 쓴 그림과 음식 평을 함께 실었다.누구에게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는 '취미'이자 '소확행'이다."어머니는 있는 것들만으로도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셨다. 그렇게 차려진 밥상을 찾아 떠난 백반기행은 어머니의 손맛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채반에 고봉으로 담겨 나오는 어머니의 정성을 무엇에 비기겠는가. 골골마다 집집마다 제철에 나는 것들로 차려진 밥상을 마주보면 나는 행복해진다."책 머리말에 쓴 허 화백의 고백에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만남과 여행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따뜻한 말 한 마디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주는 음식,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음식, 그럼에도 믿기 어려운 저렴한 가격은 가게 문을 나선 뒤에도 언젠가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식객이 이 책에서 소개한 음식점들의 공통점이다. 그러니 서둘러 가면 좋고, 당장이 아니어도 꼭 가보기를 권한다. 어머니의 밥상을 찾아서. 352쪽, 1만7천원.

2020-06-05 17:30:00

이번 주 베스트셀러

1. 더 해빙 이서윤·홍주연 수오서재2.코로나 이후의 세계 제이슨 솅커 미디어숲3.기억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4.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놀5.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위즈덤하우스6.돈의 속성 김승호 스노우폭스북스7.룬 샷 사피 바칼 흐름출판8.코로나 투자전쟁 정채진 외 페이지2북스9.해빙노트 이서윤 수오서재10.언컨택트 김용섭 퍼블리온

2020-06-05 15:01:02

[영상] 대구 시인 '이장희 기념사업'을 만나다

[영상] 대구 시인 '이장희 기념사업'을 만나다

한국 근대 문학에 유미주의 감각시의 새로운 경지를 연 천재시인 고월 이장희를 대구에서 만나봤습니다.29살에 요절한 천재시인인 이장희는 김영랑과 정지용 시인의 모델이 됐던 훌륭한 시인이지만 동시대에 살았던 이상화, 현진건 시인에 가려져 대구에서 제대로 챙김을 받지 못한 불우한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이에 유관기관과 작가들의 참여를 통해 해당사업에 대한 의미있는 논의가 이어졌으며 관련자들은 이장희 시인에 관심있는 이들의 소셜 펀딩을 기획하고 있습니다.이 동영상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제작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김중기

2020-05-31 21:30:00

[책] 'ODA의 상징' 아프리카 우물이 버려지고 있다

[책] 'ODA의 상징' 아프리카 우물이 버려지고 있다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고자 우물을 설치해준 각종 구호단체의 소식을 들으며 우리는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그들의 삶이 한층 나아질 거라는 기대와 그들을 가난에서 구제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희망이 부풀어오르며 괜시리 뿌듯해지기도 한다.그러나 현실은 상상과 많이 다르다. 한 사례를 살펴보자. 에포사 오조모는 30만달러가 넘는 기금을 어렵게 모아 나이지리아의 다섯 곳에 우물을 설치했지만, 6개월 만에 우물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현재 겨우 하나만 정상 작동한다. 이렇게 버려진 우물이 아프리카에 5만 개가 넘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버려진 우물…원조로는 가난 구제 못 해신간 '번영의 역설'은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에 대한 공적 개발 원조(ODA)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한다. 그토록 오랫동안 원조가 지속돼왔는데도 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이쯤이면 저개발국가 구제에 대한 접근법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그렇다면 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은 "가난의 해결책은 단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불편한 문제들을 해소하거나 제거하는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 우물 설치하기 등 눈에 보이는 가난의 징표들을 바로잡는 데 투자하는 방식의 해결책은 가난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바꾸어 놓지는 못한다.지금까지 저소득 국가들의 열악한 인프라 개선에서부터 각종 제도 정비, 해외 원조 증대, 대외 무역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지만 결과는 우물 설치하기와 다를 바 없었다. 저자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은 여러 자원을 피폐한 지역으로 투입하기만 하면 가난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 전략은 가난을 만성 질환처럼 여기는 것이어서 고통은 다스릴 수 있을지언정 질병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1998년 모 이브라힘이 아프리카에 휴대전화 회사 셀텔을 창업했을 때, 사람들은 그에게 "정신이 나갔다"고 했다. 인프라조차 마련돼있지 않은 곳에서 그는 '편리함을 제공하겠다'는 신념 하에 사업을 강행했다. 그 결과 셀텔은 가장 가난한 나라들에서 수십억달러의 가치를 창출했다.이처럼 지속적인 번영은 가난을 바로잡는 '전통 개발 기반 해결책'을 통해 찾아오지 않는다. 번영은 나라에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 즉 '시장 기반 해결책'에 투자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하다. 앞에서 제시한 첫번째 사례는 전통 개발 기반 해결책, 두번째 사례는 시장 기반 해결책을 각각 상징한다.◆시장 창조, 인프라·제도·문화 변화 이끈다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7일을 걸어야 하는 한 아프리카인을 보며 통신의 필요성, 즉 잠재적 수요를 발굴해 휴대폰 시장을 만들어준 것이 우물을 만들어주는 것보다 더 주효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는 우리가 저소득 국가의 발전을 위해 전통적으로 행해오던 원조나 개발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일상의 힘겨운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시장'이 창조되면, 이 시장은 자체 생존을 위해 필요한 다른 요소, 즉 인프라와 교육과 제도 그리고 심지어 문화의 변화까지 자연스레 이끌어낸다. 이것이 한 사회의 진행 궤도가 바뀌도록 유도하는 제대로 된 해결책이다.이러한 시장 창조 혁신은 세 가지 결실을 이끌어낸다. 첫째는 '수익'이고 둘째는 '일자리'이며 마지막은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문화 변화'다. 이 세 가지가 하나로 뭉쳐 성장의 굳건한 토대를 만든다.시장을 창조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나라가 장기적인 번영을 누리려면 궁극적으로 혁신의 문화를 강화하고 지원하는 좋은 정부가 있어야 한다.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가들이 맨 처음 작은 불 하나를 붙이면 이를 거대한 불길로 키우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혁신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저자의 저서답게 이 책에는 이밖에도 혁신과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가득하다. 미국과 일본, 한국이 혁신을 통해 번영에 이른 방식을 소개하며, 각종 혁신의 범주를 세 가지(지속성, 효율성, 시장 창조)로 나눠 유형화하기도 한다. 아울러 번영의 장벽으로 꼽히는 ▷제도의 결여 ▷ 부패 ▷인프라 우선주의에 대한 뼈 있는 통찰도 제시한다.이 책은 매우 친절하다. 1장에서 두꺼운 책에 담긴 방대한 내용의 핵심만 요약해 요즘말로 제대로 '스포일러'를 해준다. 즉 1장만 읽어도 '왜 가난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총 12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모든 장마다 가장 앞 페이지에 요약글을 적어 놓아 예습할 수 있도록 했다. 472쪽, 1만9천800원.

2020-05-29 17:30:00

베스트 셀러 5월 다섯째주

1. 더 해빙(The Having) 이서윤 수오서재2. 코로나 투자 전쟁 정채진외 페이지2북스3. 룬샷 사피 바칼 흐름출판4. 지리의 힘 팀 마샬 사이5.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외 문학동네6. 마법천자문. 48 김현수 북이십일아울북7. 1cm 다이빙 태수·문정 피카8. 코로나 이후의 세계 제이슨 솅커 미디어숲9. 언컨택트 김용섭 퍼블리온10.오래 준비해온 대답 김영하 복복서가※교보문고

2020-05-29 15:26:50

[반갑다 새책] 문도선행록/ 김미루 지음/ 통나무 펴냄

[반갑다 새책] 문도선행록/ 김미루 지음/ 통나무 펴냄

"도시의 삶은 과도한 감관의 피로를 강요하고, 의미 없는 인간관계를 계속 엮어나간다. 사막은 나에게 위대한 해독제였다. 매우 평범한 사막의 유목민처럼 고독하게 청춘의 3년을 유랑한 나의 삶은 해독의 한 극단적 실험이었다."지은이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3년간의 사막의 고행은 나를 보다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최종적인 소득이라면 나의 삶과 나의 예술이 하나로 되었다는 것이다."라고.책이름 '문도선행록'(問道禪行錄)은 '도를 물어 선적으로 걸어간 기록'이란 뜻이다.원래 그림을 그리다가 사진이라는 새로운 예술형식을 발견하고 행위예술의 생동하는 가치에 눈을 뜬 지은이는 전 세계 유명 사막을 둘러보며 사막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자기 삶의 행위로써 재현하는 아슬아슬한 고행을 겪는다. 36송으로 된 책은 서문에서부터 지은이의 여행 계기와 미지에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발가벗겨지듯 다가오면서 쉽게 책장을 덮게 해주질 않는다.누구나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오지의 세계에 대한 여행을 한 번쯤 꿈꾸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녹록치 않다. 세상을 바라보는 유일한 인식의 차이는 머릿속에만 그리느냐 아니면 몸으로 직접 때워보느냐에 달려있다.이런 관점에서 지은이는 '실천하는 예술'의 선구자이다. 지구상을 대표하는 사막의 문화와 그 속에서 삶을 누려가는 사막인들의 생활을 마치 눈으로 보듯 자세하고 친절하고 맛깔 나는 언어로 표현했으며 사진가답게 많은 사진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우리의 눈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평소 여행을 통해 영혼의 소리를 듣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을 정도다. 미국에서 태어나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를 보내고 다시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후, 의학을 배우다가 서양화를 공부하는 등 다양한 지적 경험도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여행의 경로를 따라 가다보면 독자들도 어느 새 지은이를 따라 추경험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658쪽, 3만2천원.

2020-05-22 17:30:00

코로나 전쟁 최전방에서 희망의 싹 틔우다

코로나 전쟁 최전방에서 희망의 싹 틔우다

대구1생활치료센터 운영이 종료된 지난달 29일 한 의료인의 모습이 널리 회자됐다. 치료를 마치지 못한 채 센터를 떠나는 환자를 배웅하며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그들은 환자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서도 완치시켜주지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이처럼 코로나19 현장에서 대구 의료진은 그야말로 최선을 다했다. 그들을 우리는 사진으로나마 접하며 응원해왔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는 흔치 않았다. 사진에 담기지 못한 의료진 저마다의 사연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 출간됐다. 코로나19로 폐허가 된 대구에 희망을 심은 35명의 의료인의 기록, 신간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다.◆생생하게 펼쳐지는 코로나19와의 사투 현장코로나19 파견 근무를 뜯어말리는 아버지 몰래 자원한 간호사, 임종을 맞은 환자와 가족 간 통화를 들으며 눈물 훔친 간호사, 10여년간 의사 생활을 했지만 미지의 바이러스 앞에서 두려움부터 엄습했다는 의사, 파견 후순위였지만 순번을 바꿔 가장 먼저 대구로 달려온 타 지역 의사, 병원 근처 원룸에서 숙식하며 환자를 실어나른 환자이송팀.이처럼 책에는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한 의료진들의 노고가 담긴 일상, 긴박했던 상황, 환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느낀 소회 등 소중한 경험이 기록됐다. 특히 의료진이 신천지 환자들에 대해 '그들도 신천지이기 전에 환자였다'고 적은 기록 앞에서는 우리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고글, 마스크 등 보호구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얼굴, 보람과 노고가 한데 뒤섞인 표정, 잠시 쉬는 동안 지쳐 주저앉아있다가도 환자를 만나러 가기 위해 다시금 몸을 일으키는 의료진. 우리가 사진으로만 봐오던 그들의 얘기는 책에서 더 자세하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현장의 긴박감이 그대로 전해져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된다."숨을 참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은 끝이 없었고, 때로는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온몸의 땀구멍이 한 번에 열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고글과 마스크로 눌리는 탓에 통증으로 얼굴의 여기저기에다 테이핑해보지만 피할 방법은 없었다."한 간호사는 책에서 방호복을 처음 입은 날의 고통을 이렇게 서술했다. 이 밖에도 원래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더해지며 가중되는 업무, 파견 근무 종료 후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옮길까 하는 걱정 등 여러 가지가 그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환자가 아프고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무력감이었다.◆코로나19 사태 속 리틀 빅 히어로…"의료진 덕분에"'대구시 의사회장의 호소'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 개소' '생활치료센터의 탄생' '영남대병원 검사실 오염 소동' '코로나19로 사망한 의사' 등 코로나19 사태 속 역사적 순간들의 뒷이야기도 책에 고스란히 실렸다.코로나19로 아수라장이던 시기에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스스로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자원했을 뿐만 아니라, 대구시 의사, 전국의 의사에게 지원을 호소하며 엄청난 호응을 끌어냈다. 평범한 의사로 살아온 그가 위기 상황에서 발휘한 행동력이 그를 '리틀 빅 히어로'로 만들었다.김성호 영남대병원장은 검사실이 바이러스로 오염됐다는 중대본 판단을 전해 듣고 병원 식구들 모두 의기소침, 망연자실했다고 회고하며 사건(?)의 전말을 담담히 풀어낸다. 중대본의 최종 조사 결과 기존 검사에 문제는 없었으며, 검사실 신뢰도가 높다고 발표됐으나 김 병원장은 오보에 대한 해명, 억울함을 소명하라는 요구, 격려 전화 등으로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 했다.환자를 진료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세상을 떠난 고 허영구 원장을 향해 권태환 경북대병원 교수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고인에게 '진료는 잠시 접어두시고 나들이라도 다녀오시라' 권하고 싶다며 아픈 가슴을 쥐었다. 권 교수는 고인에 대해 "무더운 여름철, 큰 체구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던 의사"라고 추모했다.코로나19와 싸워 이겨낸 환자들의 의료진을 향한 감사 인사가 책의 대미를 장식한다. 전염병에 고통받는 환자이면서도 스스로 민폐를 끼친 죄인이라는 죄의식까지 지녀야 했던 환자들은 의료인 덕분에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다.코로나19는 종식될까. 종식이 된다 한들 다른 전염병은 또다시 우리를 덮칠 것이다. 이 책은 의료진, 환자, 시민, 정부 기관이 끝없이 우리를 괴롭힐 전염병에 배려, 희생, 용기로 맞서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끈질기게 싸워 결국은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을 엿보게 된다. "지더라도 끝까지. 대구 만세!" 352쪽, 1만8천500원.

2020-05-22 17:30:00

제2회 정음시조문학상에 임채성 시조시인

제2회 정음시조문학상에 임채성 시조시인

경남 남해 출신 임채성(53) 시조시인이 제2회 정음시조문학상(운영위원장 이정환)의 영광을 안았다. 정음시조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2천여 편의 신작 중 정음시조 창간호에 수록된 임 시인의 작품 '꽃마니'를 올해 수상작으로 결정했다.심사위원은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뛰어난 작품이 많았다"면서 "그 중에서 임 시인의 작품 '꽃마니'는 익숙한 듯 새로운 정형시의 확장을 보여주는 수작"이라고 평했다.임 시인은 "'바른 소리'와 '옳은 소리'의 목청을 가다듬으며 죄어드는 현실의 난장에서도 싱싱한 균형감각을 키워가겠다"면서 "모국어의 위의(威儀)를 드높이고, 살아있는 정신의 최대 발현이라는 숙제를 위해 날마다 '정음정신'을 새기고 또 새기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정음시조문학상은 전년 4월부터 금년 3월까지 각종 지면(시조집 제외)에 5편 이상 신작 시조를 발표한 등단 15년 미만 시인의 작품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상금은 500만원이다. 시상식은 6월 27일(수) 오후 3시 대구 한영아트홀에서 열린다.

2020-05-20 16:46:42

'대구의 뿌리 달성 산책' 17~21권 발간…달성의 인물, 역사, 풍경

'대구의 뿌리 달성 산책' 17~21권 발간…달성의 인물, 역사, 풍경

달성문화재단이 기획한 인문학 총서 시리즈 '대구의 뿌리 달성 산책' 제17~21권이 최근 발간됐다.지역을 주제로 한 대규모 인문학 총서인 '대구의 뿌리 달성 산책'은 총 50권으로 기획돼 지난 2015년부터 차례로 발간되고 있다. 달성의 전통과 문화 자료를 기록, 보존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고 위상을 정립할 계획이다.이번에 발간된 책에는 달성군과 관련된 인물, 역사, 풍경이 담겼다. 인물을 다룬 책은 17, 18, 20권이다. '제17권 실천하는 도학자 김굉필'은 한국 성리학의 근본정신 형성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소학동자 한훤당 김굉필 선생에 관한 일대기와 가르침을 다뤘다. '제18권 비슬산의 도인, 일연선사'는 삼국유사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민족적 정체성과 문화적 자존감을 심은 위인인 일연선사의 흔적을 찾아본다. '제20권 팔능거사 석재 서병오'는 시와 서예, 사군자화에 뛰어난 삼절(三絶)의 시인이자 서화가로 근현대기 대구 전통화단의 발전과 한국 미술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바 있는 석재 서병오의 예술세계를 조망한다.19권과 21권은 각각 달성의 역사와 풍경을 다뤘다. '제19권 역사와 삶의 땅, 달성'은 가창면, 화원읍, 구지면, 현풍읍, 하빈면의 문화유산과 전설 등 달성군의 읍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제21권 달성의 풍경(風景), 풍경(風磬)을 담다'는 달성군을 여행하며 발길이 머물렀던 곳에서 마주했던 작가의 진솔한 마음이 묻어난다.이경우 전 매일신문 논설위원이 제17권, 홍종흠 전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이 제18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에 선정된 박시윤 작가가 제19권, 심후섭 대구아동문학회장이 제20권, 서소희 문화재수리기술자(단청)와 서정길 달성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제21권의 작가로 참여했다.하반기에는 제22~27권을 추가로 발간할 예정이다. 문의 달성문화재단(053-659-4293).

2020-05-20 14:50:17

[반갑다 새책]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동시집/ 톡 펴냄

[반갑다 새책]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동시집/ 톡 펴냄

'무심히 지나치는/골목길/두껍고 단단한/아스팔트 각질을 버리고/솟아오르는/새싹의 촉을 본다/얼랄라/저 여리고/부드러운 것이!/한 개의 촉 끝에/지구를 들어올리는/힘이 숨어있다'(동시 '촉')책은 어른을 위한 풀꽃시인 나태주의 동시집이다. 책 표지 글에 지은이는 "동시는 마음의 샘물입니다. 샘물 중에서도 사막 가운데서 만나는 오아시스입니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가 늘 기쁘고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때로는 불안하고 불행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동시를 드립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일까? 시인의 동시를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팍팍한 삶에 살아갈 용기와 위로를 받는 것 같다.시 쓰기 60년을 기념하는 이번 작품집은 시인이 직접 골랐다. 따라서 그의 시가 일관되고도 본질적으로 추구해온 '사랑'의 실타래로 매듭지은 선물 꾸러미인 셈이다.'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좋지 않는 것을 좋게/생각해 주는 것이/사랑이다/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그렇게 하는 것이/사랑이다'(동시 '사랑에 답함')책명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도 시의 한 구절로 43년 교직 생활을 통해 아이들이 준 선물이라고 밝힌 지은이는 "사람은 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인간의 오감 가운데 7할 정도가 보는 감각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보는 것을 통해서 우리의 삶이 결정되고 우리의 세상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보아서는 안 됩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예쁘게 보이고 사랑스럽게 보입니다"라고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지은이는 좋은 시를 읽으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지은이는 가뜩이나 우울한 세상. 어두운 마음을 동시의 등불로 밝히길 원하며 엄마와 아빠, 아이가 손잡고 서로의 마음을 느끼기를 희망하고 있다. 200쪽, 1만3천500원.

2020-05-15 17:30:00

[책] "조기교육의 신화를 깨라"…그들의 성공 비결은? '샘플링'

[책] "조기교육의 신화를 깨라"…그들의 성공 비결은? '샘플링'

'위대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 그들의 업적은 과연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맹신하는 조기교육(혹은 조기전문화)의 결실이었을까?고흐는 자신의 화풍을 완성하기까지 미술상, 교사, 서점 점원, 유망한 목사, 순회 전도사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페더러는 어릴 적 각종 구기종목을 비롯해 스쿼시, 레슬링, 수영, 스키, 스케이트보드 등 여러 스포츠를 즐겼고 10대에 들어설 무렵에야 테니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인생이 꽃 피기까지 그들은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고 꾸준히 한 우물만 판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기저기 한 눈을 팔면서 자신의 적성에 대해 충분히 탐구하는 '샘플링' 시간을 거쳤다.◆나의 길을 찾는 샘플링 기간우리는 인생 성공 전략은 조기교육, 즉 누구보다 일찍 전공을 정하고, 그 일에만 집중해 능률을 극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간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의 저자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다양한 사례와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조기 교육의 신화를 깨뜨리고 이를 맹신하는 세태에 일침을 가한다.저자는 방대한 문헌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운동선수, 예술가, 발명가, 미래 예측가, 과학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각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사람들은 일찍이 협소한 분야에 집중적인 훈련을 쏟아 부은 '올깎이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지닌 '늦깎이 제너럴리스트'라는 사실을 발견했다.저자의 주장의 핵심은 "인생의 성공은 빠른 출발(조기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관심 영역을 폭넓게 탐사하는 기간(샘플링)이 좌우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폭넓은 경험을 쌓고 늦게 시작하라'는 말이다.'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조기교육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상당수의 운동 선수들은 우즈의 방식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엘리트 운동선수들은 유·청소년 시절 동안 훗날 자신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분야에 쏟은 시간이 준엘리트 선수들에 비해 적었다. 대신 페더러가 그랬듯 준비되지 않은 환경에서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는 샘플링 기간을 거쳤다. 이는 '우즈 방식'보단 '페더러 방식'이 성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기 교육이라는 신화 깨기조기교육의 맹점은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다는 점이다. 전문가는 경험을 통한 학습은 완벽하게 할 수 있지만, 경험한 세계 그 이상을 보진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도전 과제가 명확하지 않고 엄정한 규칙도 없는 '사악한 세계'를 살고 있다. 이는 곧 불확실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때 우리에겐 다양한 경험을 엮고 새로운 개념들을 연관 짓는 종합적 문제 해결 능력, 즉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역량이 필요함을 의미한다.특히 반복을 통해 금방 습득할 수 있는 '닫힌 기능'을 조기교육을 통해 가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모든 아이들은 자연히 그 기능을 습득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조기 교육은 아이에게 좀 더 일찍 걸음마를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걸음마를 일찍 떼는 것이 성공 요건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뿐만 아니라 저자는 장기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성취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단기간에 성적을 높여주는 쪽집게 교사보단 제자에게 산파술을 통해 진리를 설파한 소크라테스가 더 훌륭한 선생이 아니겠는가. 제자들에게 고기를 잡아주기보단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 소크라테스의 학습법은 제자로 하여금 훗날의 혜택(장기적 성공)을 위해 현재의 수행 성과(단기적 성취)를 의도적으로 희생할 것을 요구하는 방식이다.저자가 우리 시대 필요한 인재는 늦깎이 제너럴리스트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전문가들이 다른 분야에 담을 쌓고 있는 동안, 인공지능(AI)은 과거엔 한 분야만 깊이 파고드는 사람이 갖추었을 전문 기술을 습득해 가며 그들보다 더 나은 전문가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따라잡지 못할 인간은 바로 전문가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라는 것이다.사회 통념상 '늦깎이'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오히려 소소한 실패는 무언가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은 우리 내면에 고스란히 축적된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생의 전환점에서 갈 길을 잃은 독자들에게도 큰 가르침을 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경구를 소환하며 모두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464쪽. 2만원.

2020-05-15 17:30:00

[책] 태어나줘서 고마워

[책]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워지는 저출산 시대, 생과 사의 경계에 위태롭게 선 수많은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를 구하기 위해 날마다 분투하는 의사가 있다. 이 책을 쓴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가 바로 그 의사다. 저자는 스무 해가 넘도록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며 만나온 수많은 고위험 임산부와 손끝으로 받아낸 아기들을 마음에 품고, 기억을 기록했다. 이 책에는 '생명의 탄생'을 함께하는 산부인과에서 고위험 임산부를 진료하면서 느낀 순간순간이 담겨 있다. 길 한복판에서 애걸복걸하며 택시를 타고 달려가 응급수술을 했던 날, 생후 채 몇 시간을 살 수 없을지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아이를 낳고 싶다는 임산부의 수술을 집도한 날, 여섯 번의 유산 끝에 아기를 품에 안고 울었던 산모의 배를 봉합한 날 등등 저자가 거쳐온 이 모든 날의 이야기에는 의료진의 가쁜 숨과 더없이 애틋한 부모의 마음, 갓난아기의 어여쁜 첫울음이 깊게 배어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 가장 먼저 만난 사람임신과 출산을 직접 겪지 않았다면, '산부인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말이 그저 막연하고 경이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놀랍고 가슴 뛰는 산부인과의 이야기를,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로 바꾸어 놓는다. 탯줄이 목에 네 번이나 감긴 채 기적처럼 태어난 아기의 이야기를 보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고, 거의 매일 힘겨운 투석을 하며 태아와 자신을 지켜낸 임산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저절로 응원의 말이 나온다.'대량 출혈이 발생한 임산부를 수술하면서 걱정과 근심이 가득했는데 눈을 떠 보니 꿈이었다'는 대목에서는 의사의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 곳곳에 수술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함과 소중한 생명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책을 읽다 보면 생명의 가치와, 이를 지키기 위한 부모와 의료진의 간절한 소망과 노력이 독자의 마음에 닿는다.◆작은 확률 뚫고 찾아와줘 고마워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흔히 기대하는 것만큼 순조롭지 않다. 임신 초기에 질 출혈이 있는 경우만도 4분의 1에 이르고, 산부인과 교과서에 따르면 생리적 유산까지 합할 경우 모든 임신의 반은 유산으로 끝난다. 조산의 빈도는 약 8~10%, 임신중독증의 빈도는 약 6~8%, 임신성당뇨의 빈도는 약 5~10%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임신이 '생리적인 과정인 동시에 병적인 과정'이라서다. 그러니 임신의 합병증이 생기더라도 불필요한 죄책감을 갖거나 '정상'에 연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저자는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태어나는 아기들을 기준으로 100명 중 2, 3명은 주된 기형이 발생하며, 태아의 이상(異常)은 많은 경우 출생 뒤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상황들이 임산부와 보호자에게 힘들 수 있지만, 누구의 잘못도 실패도 아니며 궁극적으로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당부한다.이를 위해 책 속에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의학 상식을 갖출 수 있도록 부록을 더했다. 데이터만이 아니라 여러 사례를 더함으로써 마치 진료실에 앉아 저자의 손짓 발짓까지 더해진 설명을 생생하게 듣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도록, 그동안 믿고 따라와준 수많은 임산부에게 감사를 전하는 저자의 마음도 담겨 있다. 328쪽, 1만6천원.

2020-05-14 15:13:18

[책] 건축을 통한 세상 읽기…유현준 교수의 '공간이 만든 공간'

[책] 건축을 통한 세상 읽기…유현준 교수의 '공간이 만든 공간'

'인문건축학'. 어디서 들어봤다 싶으면서도 어쩐지 낯설다. 건축은 인간이 지리, 기후, 환경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태어났으며 역사와 문화, 과학 등이 복합된 문명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은 인간의 산물이자 문명의 결정체다. 이는 건축, 즉 공간의 변화를 통해 문화의 진화를 이해하고 당대 사람들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인문건축학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건축에 대한 공학적 접근을 배제한 인문건축학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도 있다. 그럼에도 인문건축학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 이유는 건축 그 자체를 완벽히 해석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인간과 우리네 인생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건축적 관점에서 세상 탐구해보기인문건축가로 일컬어지는 유현준 교수가 신간 '공간이 만든 공간'을 펴냈다. 저자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문화나 생각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건축적 관점에서 탐구하고자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건축의 변화를 총망라해 한권의 역사책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건축과 관련된 상당한 정보가 사진과 함께 정리돼있어 백과사전 같기도 하다. 책은 '왜 메소포타미아에서 최초의 문명이 발생했는가' '동양은 왜 풍수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등의 흥미로운 질문에 대해서도 풀어낸다.피타고라스, 석가모니, 공자 등 위대한 사상가들이 나타난 시대로부터 출발해보면 당대는 지리적·기후적인 특성이 사람들의 생각을 좌우하고 각 지역의 문화적 특징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강수량이라는 기후적 차이로부터 동·서양의 건축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띄게 된다. 비가 적게 오는 서양의 땅은 단단해 돌이나 벽돌 같은 무겁지만 단단한 건축 재료를 이용해 벽으로 지붕을 받치는 벽 중심의 건축을 했다.반면 비가 많이 오는 동양은 장마철에 땅이 물러지기 때문에 가벼운 나무를 사용했고, 나무 기둥이 비에 젖지 않도록 처마로 비를 막고 지붕의 경사를 만들어 빗물이 잘 흐르게 하는 기둥 중심 건축을 택했다. 기둥 중심의 건축물은 정자나 툇마루처럼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으로 개방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만족시켰다.동서양의 차이는 비단 건축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책은 동서양의 다른 유전자에 대해 한 장(章)을 할애해 설명한다. 알파벳과 한자, 체스와 바둑, 남북으로 흐르는 나일강과 동서로 흐르는 황하를 비교하면서 동서양의 문화적 성격의 차이를 풀어낸다.◆융합을 거듭하며 발전한 건축…미래는?교통의 발달로 동서양이 서로 교류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이종교배한 '변종'이 탄생하게 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코르뷔지에 등 건축의 거장들도 동양의 건축양식을 받아들였는데 데크(테라스)가 대표작이다. 안도 다다오는 기존 건축가들과는 또 다른 동서양의 건축적 요소를 융합한 건축물을 만들어 세계적인 거장의 대열에 합류했다.20세기 중반에는 세계 어디에서나 건축물을 똑같은 양식으로 짓는 '국제주의 양식'이 팽배하며 건축은 발전의 정체기를 맞는다. 건축가들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고자 끊임없이 고민했고 마침내 미술, 철학, 패션, IT 등 다른 분야를 접목시켜 새로운 개척지를 찾게 된다. 물론 모든 융합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건축에 철학을 접목시킨 해체주의 건축은 현실과 거리가 먼 공간을 만들어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고 말았다.기술 발달은 과거에는 구현할 수 없던 형태의 건축물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게 해 줬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IT와 건축의 결합으로 탄생한 것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더불어 많은 건축가들은 3D 프린터와 자율 주행 자동차를 이용해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처럼 머릿 속 구상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컴퓨터의 상상력을 빌리는 단계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 인공지능(AI)과 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다가오는 미래에는 건축은 무엇과 결합해 공간을 창조하게 될까? 저자는 디지털 기계와 아날로그 인간의 융합이 있는 곳에 새로운 문화가 나타날 거라고 주장하며, 기술에만 의존하면 다양성이 사라진다고 경고하면서 인간다움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생각이라고 말한다. 408쪽, 1만6천500원.

2020-05-08 17:30:00

[반갑다 새책] 영남좌도 역사산책/ 이도국 지음/ 도서출판세종신서 펴냄

[반갑다 새책] 영남좌도 역사산책/ 이도국 지음/ 도서출판세종신서 펴냄

영남좌도는 서울의 관점에서 보아 낙동강 좌측(동쪽)에 있는 37개 고을을 말한다. 크게 안동권, 대구권, 경주권이 속해 있다. 이 중에서도 이 책에는 안동권 이야기가 많다.'역사는 사람의 이야기다'라는 명제로 낙동강 유역의 선비와 조상 이야기를 풀어낸 이 책은 느릿한 걸음으로 산책하듯 때로는 격정의 문장으로 토해내기에 술술 잘 넘어가는 특징이 있다.지은이는 경북 청도 출생으로 경주에 살며 역사 지리 애호가로서 역사기행과 배낭여행으로 인생 2막을 가꾸고 있다.특이한 점은 글에서 쓰고 그려낼 수 없는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그림에서 느껴보라고 야생화 그림을 쉼터처럼 많이 넣었다는 것이다. 그림은 김성복 한국화가가 그린 작품들이다.'문중에서 내리는 가장 심한 벌은 할보(割譜)라 부르는 족보에서 이름을 지워 친족관계를 끊는 것이다.(중략) 유림사회의 향벌 중 훼가출향(毁家出鄕)이 가장 무서운 벌이다. 훼가출향은 살던 집을 부수어 버리고 향리 밖으로 쫓아내는 벌이다.'책의 내용 중 일부이다. 책은 '선비의 노래' '사랑과 한' '영남좌도는 꽃길이다' '역사는 따뜻하다'의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전부 21개의 이야깃거리를 싣고 있는 데, 역사책 밖에 숨어 있는 조상의 이야기를 감질나게 찾아낸 지은이의 솜씨도 좋거니와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보이는 야생화 그림도 싱그럽다. 책의 부제가 '따뜻한 역사와 따뜻한 그림'인 것이 우연이 아니다.과거는 먼저 온 오늘이요, 조상은 앞서 산 우리들이기에 역사는 결국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런 견지에서 볼 때 '안동에서 만난 네 명의 조선여인'에 등장한 '약봉가의 어머니 고성이씨' '무실정려각 의성김씨 김옥정' '음식디미방 안동장씨 장계향' '400년 만에 외출, 원이엄마'의 이야기는 여성의 활동에 제약이 컸던 유교사회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정, 절개, 재능 발휘, 사랑을 맛깔나게 풀어내고 있다. 335쪽, 1만6천원.

2020-05-08 17:30:00

먹고 마시며 행복했던 기록…작가 이미나의 '식후감상문'

먹고 마시며 행복했던 기록…작가 이미나의 '식후감상문'

가장 원초적인 행복은? 무엇보다 먹는 즐거움이 아닐까.'먹는 시간만큼은 내가 주인이 된다'는 깨달음을 얻은 작가 이미나가 먹고 마시며 행복했던 기록들을 모아 신간 '식후감상문'을 펴냈다.책의 여는 글은 "나는 원래 뚱뚱했다"라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작가는 먹는 것을 좋아해 건강을 해칠 정도로 살이 쪘었고, 혹독한 다이어트로 몸의 건강은 찾았을지언정 행복을 잃어버렸던 옛일을 고백한다. 그런 그는 용기를 내 가족에게 손을 내밀고, 다시금 먹는 행복을 통해 '나'를 채워나간다.'식후감상문'은 누구나 겪어봤을 상황과 모든 이가 먹어봤을 음식을 다룬다. 퇴근 뒤 느긋하게 즐기는 혼밥, 여름밤 영화 보며 마시는 맥주, 일요일 늦잠 자고 끓여 먹는 라면, 토요일 밤 TV 보며 먹는 통닭까지. 작가가 그러했듯 우리는 화가 날 때 매운 음식을 찾고, 우울할 때 초콜릿을 먹으며, 자신을 위로하고 싶을 때는 술에 기댄다. 결국 행복하기 위해, 나를 지키기 위해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이다.그렇게 보편성을 갖추게 된 이야기는 마치 내 얘기인 양 누구나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음식을 통해 얻게 된 소소한 일상 속 깨달음에 독자들은 어떤 대목에서는 웃음이 났다가, 눈물이 나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 감정을 함께 느끼기도 할 것이다.저자는 "엄마가 끓여준 흰죽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공감으로 당신이 조금이나마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선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132쪽. 1만2천원.

2020-05-08 14:19:06

[책]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추모, 미출간 법문과 강연 수록 “고독과 수행 끝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의 메아리”

[책]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추모, 미출간 법문과 강연 수록 “고독과 수행 끝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의 메아리”

이 책은 우리 시대 마지막 큰 어른이었던 법정 스님의 열반 10주기를 맞아 생전에 법회와 강연을 통해 큰 울림을 주었던 메시지를 엮은 것으로 31편의 미출간 법문이 실려 있다. 생전에 '밥값은 하고 가겠다'는 스스로의 뜻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했던 스님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님 특유의 아포리즘(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을 유지하면서도 병든 세상을 치유하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회복할 명징한 방향을 제시한다.◆"세상을 치유할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신앙생활을 하는 불자로,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질문에 맞닥뜨린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청정한 존재로서 희구하는 올바른 길과 속인으로서 갖게 되는 욕구 사이에서 길을 잃고 만다. 스님은 개인의 정진을 넘어 중생을 구할 생각과 행(行)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수행했고, 이 책에 나오는 법문은 그 수행의 결과물이다. 스님은 이 법문집에서 올바르게 살아가고 세상을 치유할 명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스님은 살아가는 일이란 무언가를 더하고 보태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고 버리는 것이며, 본래 우리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과 청정함을 캐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또 현대인의 숙명적인 공허함과 외로움, 자아 상실, 도덕적 해이와 환경 문제, 물질을 숭배하는 세태, 점점 희미해져 가는 행복과 자유, 그리고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역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법문집에 실린 글들은 미려한 문체로 그린 아름다운 수필인 동시에 혼탁한 세상에 던지는 날카로운 충고이며, '나'를 잃어 가는 이들에게 바치는 깊은 위로다.◆"받는 쪽보다 주는 쪽이 더 충만해지는 것"스님은 시종일관 나눔을 통해 개별적인 자아가 우주적인 존재로 확장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또 신앙생활의 도량이 되는 절과 교회는 호사스러움을 벗고 스스로 청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눔'과 '맑은 가난'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화두이자, 스님이 전 생애에 걸쳐 견지했던 삶의 질서였다. 스님은 또한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점점 파괴되어 가는 자연환경을 우려하는 차원을 넘어 그릇된 국제 질서와 사회 시스템을 고발함으로써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대량 소비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 시장 확대를 꾀하는 강대국들의 지배 전략,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소비 시스템을 꾸짖는다. 사람이 먹어야 할 곡물과 물을 가축에게 먹여서 고기를 취하는 육가공 산업과 육식 위주의 식단을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가난한 나라의 식량난과 식수난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고든다. 이런 식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우리의 육신이 돌아가 쉴 곳인 고향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우리의 영혼을 망가뜨리는 일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스님의 가르침"승려이자 만인의 사랑을 받던 수필가를 넘어 구도자이며 사회 운동자였던 스님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해방과 휴전 이후 거세게 밀어닥친 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통 사회가 파괴되고 자아를 상실하는 세태를 목격하며 스님은 말과 글과 행동으로 대중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애썼다.이 법문집에서 스님은 행복과 자유를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어린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 주려는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으로 세상을 치유하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회복할 명징한 방법을 제시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빛을 발하는 가르침을 주었기에 법정 스님은 영원한 스승으로 우리 곁에 지금도 머물고 있다. 392쪽, 1만7천원. ※법정 스님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상과대학을 다니던 중 출가를 결심했다. 1956년 고승 효봉으로부터 사미계를 받고, 1959년에 비구계를 받았다. 교단 안팎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중 1975년부터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1976년 출간한 수필집 '무소유'가 입소문을 타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이후 펴낸 책들 대부분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수필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78세(법랍 54세)로 입적했다. '무소유'를 비롯해 '오두박 편지', '물소리 바람소리', '홀로 사는 즐거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등의 저서가 있다.

2020-05-07 14:30:38

[책] 딸의 시선으로 그려낸 두 화가…박수근·장욱진

[책] 딸의 시선으로 그려낸 두 화가…박수근·장욱진

당대를 대표하는 화가의 일대기를 딸이 직접 쓴다면? 그의 미술사적 업적보다 인간적 면모가 더 빛나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움까지 잔뜩 배인 '자(子)서전'이 될 것이다. 화가 박수근과 장욱진의 붓을 통해 한 폭의 그림에 담겼던 딸 박인숙과 장경수가 각자 펜을 들었다. 그들 아버지의 인생사를 한 권의 책으로 그려내기 위함이다.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으로 꼽히는 박수근은 식사를 준비하는 아내의 귀를 잘근잘근 깨물며 애정행각의 모범을 보이는 남편이었다. 소박하고 순수한 세계를 꿈꾸던 화가 장욱진은 결혼기념일과 아내의 생일에 맞춰 전시회를 여는,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로맨티스트였다.신간 '내 아버지 박수근' '내 아버지 장욱진'에는 두 화가의 내밀하고도 소박한 인생사가 딸들의 진솔한 목소리로 펼쳐진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손 때 묻은 가족앨범을 넘겨보는 듯한 기분 좋은 따스함이 전해진다.◆내 아버지 박수근저자 박인숙 씨가 아버지를 떠올리며 하나 둘 끄집어낸 추억이 300여 쪽에 걸친 화가 박수근의 가족사이자 회고록 '내 아버지 박수근'으로 탄생했다.박수근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거치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풍경을 소재 삼아 '사실 그대로의 진실'을 담담히 그려냈던 화가로 "한국의 서정을 성실히 표현한 작가(후원자 마거릿 밀러)"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해 왕성한 활동을 했으나 생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후대에야 빛을 본, 슬픈 운명의 화가였다.'밀레를 만난 소년' '화가를 꿈꾸는 방랑자' '화가의 첫 출근은 PX' '장군도 부러워한 가난의 행복' '인기폭발 내 아버지' 등 소제목을 보면 박수근이라는 사람의 인생이 자연히 머릿속에 그려진다. 인물과 성품이 출중해 이웃 여성들이 "저 남자와 살아보면 소원이 없겠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막상 창가 너머로 도둑을 발견하자 턱을 덜덜 떨며 "도, 도, 도, 도둑이다"라고 가족들에게 속삭였던 일화를 보면 반전매력에 웃음이 난다.살아생전 박수근은 유명인이라는 지위를 누려본 적이 없다. 그런 그의 인생엔 거창한 목적이나 근사한 사건들이 없다. 예고없이 찾아든 삶의 고비를 열심히 견뎌내고, 시대의 여파를 묵묵히 받아들였으며 그렇게 켜켜이 쌓인 가족사를 저자는 묵혀둔 일기를 읽어내리듯 이야기한다. 그의 인생과 함께 펼쳐지는 격변의 한국 근현대사는 그저 배경일 뿐이다.화가 박수근을 딸은 어떤 사람으로 회고할까. 저자는 아버지를 '대자연'이었다고 표현한다. 저자는 "(아버지는) 언제나 스스로 계시고자 했던 큰 존재이며 울림이며 바탕이었다. 대자연의 품속에서 나는 한 사람의 어른이자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내 아버지 장욱진이 책은 장욱진이 별세한 그날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큰 상징이다. 저자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버지에 대해 그리기로 결심한 것이다.'내 아버지 장욱진'의 저자 장경수는 한국 현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화가 장욱진의 큰딸로, 아버지 장욱진의 삶과 그림에 대한 태도,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장욱진의 그림과 사진들과 함께 실었다.장욱진은 순수하고 자유로운 세계를 사랑해 까치와 나무, 해와 새를 많이 그렸고 가족 역시 즐겨 그렸다. 이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 가족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피란 생활 등 고단하고 힘든 시기에 화가로 일생을 보낸 말수 적은 그가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려야겠다"라거나 "나는 그림 그린 죄밖에 없다"고 말한 것은 화가로서 그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그는 단출한 생활을 하며 일생 명예나 돈을 좇지 않고 붓 하나에 의지하며 살았다. 서울대교수를 지냈지만 자신을 언제나 '환쟁이'라 칭했던 그는 출근을 할 때도 낡은 양복에 고무신을 신었고, 가족들 어느 누구도 아버지가 교수라고 자랑하듯 떠들지 않았다.교수직을 사퇴한 후로 오로지 그림에만 몰두하며 살았던 그는 많은 작품을 남겼다. 어떤 작품에는 아내와 오 남매와 향한 사랑과 정성이 진하게 묻어있다. 일주일동안 냉골에 식음을 전폐하며 그린 작품 '진진묘'는 아내 이순경 씨를 향한 헌사다. 불경을 외우는 아내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그린 이 아내의 초상화를 완성하자마자 그는 쓰러져 오래 앓아야 했다.저자는 아버지 장욱진이 일생을 걸고 걸어온 화가로서의 발자취와 그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삶과 그림에 대한 태도를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한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대충 보지 말고, 작은 것들도 친절하게 봐라"라고 평소에 이야기한 것처럼 장욱진은 미술사조가 물밀 듯이 밀려와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갔다.이 책들은 어쩐지 '독자를 위한 책'보다는 '저자를 위한 책'이라는 수식이 어울린다. 책을 덮으며 '자식이 부모에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효도란 부모의 발자취를 가슴 깊이 새기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각 1만6천500원.

2020-05-01 18:30:00

[반갑다 새책] 전영백의 발상의 전환/ 전영백 지음/ 열림원 펴냄

[반갑다 새책] 전영백의 발상의 전환/ 전영백 지음/ 열림원 펴냄

지은이에 따르면 미술 창작은 기존에 있던 생각을 바꾸는 일에서 비롯된다. 매번 수많은 작가가 수도 없이 많은 작품을 제작해내지만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도처에 흩어져 있는 작품들 중 특히 반짝이는 별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눈이 필요하다.이 책은 현대미술의 스타들 중 '발상의 전환'이라는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들 32명과 그들의 작품들을 뽑아 배경과 작품성을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발상의 전환 문제에서도 개인, 미학, 문화, 도시, 사회·공공이라는 5개의 범주에 따라 발상의 전환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또한 어떻게 작품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책의 첫 시작은 지극히 비밀스럽고 개인적인 것의 공유로 38세에 에이즈로 요절한 작가의 사랑과 죽음을 지극히 체험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데 그 작품이라는 게 막 자고 일어난 흔적이 뚜렷한 두 동성연인의 베개와 침대 사진을 공공의 장소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지은이는 이 사진이 대중들에게 은밀한 위안이 되고 사회적 편견을 벗겨내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실체 없이 기억으로만 남는 작품도 소개한다. 통념상 미술작품이란 형태를 지니기 마련인데 작가 스스로가 퍼포머가 되어 한 번의 실행으로 끝나는 것도 있는데, 이 때 작품 대부분은 비디오로 기록되면서 그 내용의 저작권이 보장된다는 말이다.현대 예술에 종사하는 작가들은 왜 낯설고 이상하고 불편한 작업에 천착하는 걸까?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고정관념을 깨부수어야 비로소 그 작품성이 보이는 게 현대미술의 한 단면이다.이 때문에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발상의 전환'은 예술성의 원천일 수밖에 없으며, 무한경쟁의 예술세계에서 세인의 주목을 받고 동시에 작품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 창작성이 돋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일상의 익숙함 뒤에 숨어있는 진실한 삶에 대한 사유를 보려면 어렵지만 현대미술의 세계로 한번쯤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320쪽, 1만6천원.

2020-05-01 18:30:00

[책] 물리 법칙 파괴한 양자 세계… 어벤져스 시간여행 가능케 했다

[책] 물리 법칙 파괴한 양자 세계… 어벤져스 시간여행 가능케 했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앤트맨이 몸집을 키웠다 줄이고, 어벤져스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던 원리는 무엇일까? 이는 '양자역학'이라는 편리한(?) 장치를 통해 모두 쉽게 이뤄질 수 있었다(물론 영화적 요소가 가미됐다). 앤트맨은 원자 간 간격을 조절해 신체 크기를 바꿨으며,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이 파동이라면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평행우주론'을 토대로 시간여행을 가능케 했다.이렇듯 양자역학에서는 현실 세계의 물리법칙으로 불가능한 현상도 발생 확률이 0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있다. 단지 확률이 지극히 낮아 일상에서 마주할 수 없을 뿐이다. 양자역학 이론으로 예측한 결과는 상식을 크게 벗어나기에 언뜻 양자역학은 초현실세계, 초능력을 설명하는 신비의 학문 정도로 치부되기도 한다.양자역학이라는 낯선 개념을 최대한 알기 쉽게 풀어낸 양자역학의 고전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서'가 새옷을 갈아입고 출간됐다. '상식은 모두 잊고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가보자.◆양자역학…뉴턴 물리학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20세기까지 과학은 뉴턴 물리학이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성, 가속도, 작용반작용으로 대표되는 뉴턴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알고 있으면 이들의 미래 역시 운동법칙을 통해 결정될 수 있다. 이는 우주의 미래가 결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결정론적 우주관'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나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그러나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 '양자'(물질량의 최소 단위)가 완전히 다른 과학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다. 양자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거시 세계와는 영역이 다른 미시 세계이며, 기존의 뉴턴 물리학 법칙은 이 세계에서 적용되지 않는다.양자역학은 이렇듯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의 세계를 탐구한다. 공식을 거쳐 답이 나오듯 모든 것이 결정돼 있는 물리학과는 달리 양자역학은 확률의 세계다. 모든 사건은 확률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에 양자역학의 토대를 마련한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놀음(확률)을 하지 않는다"며 양자역학의 불확실성과 확률의 개념을 끝까지 거부하기도 했다.'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이런 양자 세계(미시 세계)가 현실 세계(거시 세계)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사고실험으로, 양자 세계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모든 사건은 확률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양자역학은 단순히 과학의 한 분야가 아니라, 상대성이론과 함께 물리학의 기초를 떠받치는 학문이다. 양자역학이 없었다면 화학은 지금도 여전히 암흑기에서 정체 중일 것이며, 분자생물학 같은 분야는 아예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양자역학에 한 발 다가서는 입문서낯선 개념인 양자역학을 대중에게 설명하고자 저자인 존 그리빈은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우리가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알려주는 방법을 택했다. 존 그리빈은 양자역학을 마주한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가장 취약한지 간파해 독자들이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데 제일 적합한 구성으로 내용을 설명한다.그는 책에서 "대부분의 교과서에는 양자역학이 단계적으로 발전한 것처럼 서술돼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발견된 순서로 나열하면 논리가 중구난방으로 섞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양자역학을 설명하기 전 기본 개념을 하나씩 짚고 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또한 그는 비유를 통해 과학적 개념을 설명하는 데에 탁월하다. 에너지가 특정한 크기의 덩어리로 존재한다는 것을 은행의 현금인출기가 돈을 5파운드 단위로만 내주는 것에 비유하고, 페르미온과 보손의 차이를 각각 공연장에서 티켓값이 가장 비싼 좌석부터 순차적으로 앉아 있는 관객과 신나는 노래에 무대 앞으로 뛰쳐나가는 관객에 비유한다. 이런 비유는 물리학적 배경이 충분하지 않은 독자들로 하여금 과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서'가 출간되고 36년이 지나는 동안 양자역학 분야에선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초끈이론'과 '힉스입자의 발견'은 큰 변화로 손꼽힌다. 양자역학 표준 모형의 대안으로 등장한 초끈이론은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끊임없이 진동하는 끈으로 보고 원리를 밝히려는 이론이다. 이는 이론물리학의 판도를 뒤집었으며 전통을 고수하는 양자물리학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모든 소립자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입자는 2012년에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발견돼 양자역학 표준모형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는 옮긴이 해제에서 살짝 언급된다. 400쪽. 2만1천원.

2020-04-24 14:30:00

[책] 일급경고: 쓰레기 대란이 온다, 그 실상과 해법

[책] 일급경고: 쓰레기 대란이 온다, 그 실상과 해법

중국 우한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의 모습이 많이 바뀌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택배물량 급증에 따른 포장재 사용의 증가와 사라져 가던 카페 내의 종이컵 재등장 등 생활쓰레기의 폭증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이 책 '일급경고'는 쓰레기에 대한 문제제기와 해법을 담고 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쓰레기의 문제는 잠시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엄청난 재앙임을 쉽게 알 수 있다.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몰려살고 있는 서울·경기·인천의 쓰레기를 수용하는 수도권 제3 매립지의 수명은 채 5년이 남지 않았다. 그런데 새로운 매립지를 만드는 데는 7~10년이 걸린다. 더 큰 문제는 서울엔 쓰레기 매립장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경기와 인천에서 새로운 매립지를 찾는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어느 주민이 '쓰레기 매립장'을 환영할 것인가.쓰레기 대란의 전조는 이미 벌어졌다. 매립지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는 올해부터 수도권 매립지에 들어오는 생활쓰레기의 양을 지자체별로 제한하는 '반입총량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화성시가 먼저 문제를 일으켰다. 반입총량제 시행 3개월 만에 1년 반입 총량을 넘긴 것이다. 규정대로라면 내년에 일정 기간 동안 쓰레기 매립지에 페기물을 반입하지 못하는 벌칙을 받아야 한다.화성시의 쓰레기 대란이 예고된 셈이다. 화성만이 아니다. 조만간 반입 총량을 지키지 못하는 수도권 지자체들이 잇따라 등장할 전망이다. 어쩌면 반입총량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화 되고, 작은 재앙을 회피하면서 대재앙을 앞당기는 임기응변이 대책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쓰레기 대재앙은 비단 수도권의 문제만이 아니다. CNN 방송을 타고 화제가 되었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선 '의성 쓰레기 산' 문제와 일본 쓰레기 수입 및 한국 쓰레기 필리핀 수출 등 전국적이면서 전 세계적 관심사이다.지난 20년간 쓰레기 문제 관련 환경운동을 펼쳐온 저자는 단순히 문제제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법까지 제시하고 있어 돋보인다. 쓰레기 매립지 반입 물량의 50% 정도가 건설폐기물인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 해결이 쓰레기 대란의 숨통을 열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사용 가능한 골재는 70년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건설폐기물의 재활용은 쓰레기 대란의 완화와 함께 후손들이 사용할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건축물 해체 단계에서의 분리선별이다. 건설폐기물에 유리, 석고보드, 헌 옷 등 다량의 혼합폐기물이 섞여 있으면 순환골재의 품질이 떨어져 제대로 된 재활용이 어렵다. 더욱이 순환골재 안에 든 시멘트의 독성 탓에 재활용을 위한 재활용은 또 다른 재앙을 낳는다. 2008년 시화호에서 1천여 마리의 철새가 떼죽음을 당한 원인은 재활용 골재의 독성 때문이었다. 정부가 건축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세밀한 정책 추진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저자는 '소비는 곧 쓰레기'라고 말한다. 우리가 구입하고 사용한 것들은 언젠가 쓰레기로 변한다. 때문에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고 우리 삶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금 더 소박한 삶'이라는 불편함을 살아갈 용기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320쪽, 2만원.

2020-04-24 14:30:00

[반갑다 새책] Uncontact/ 김용섭 지음/ 퍼블리온 펴냄

[반갑다 새책] Uncontact/ 김용섭 지음/ 퍼블리온 펴냄

2015년 6월 19일자 매일신문 1면에 실린 톱 사진 한 장이 세간을 떠들썩한 적이 있다. 강력한 전염력을 지닌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대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키스하는 연인의 사진이었던, 이른바 '마스크 키스'는 그 해 한국편집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사진' 최고 작품으로 꼽히기도 했다.우리 사회는 최근 두 달여간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함에 따라 분명히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책은 이러한 사회적 'Uncontact'(비접촉 또는 비대면)를 미래로 가는 트렌드로 분석하고 있다. 문명발달사에서 전쟁과 같은 사회나 국가적 재난은 언제나 재난 이후 일상의 변혁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지은이는 "강력한 변화일수록 저항이 크기 때문에 특별한 계기가 꼭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언컨택트 사회로 가는 방아쇠로 작용하고 있으며 2020년 전 세계는 언컨택트의 티핑 포인트를 맞이했다"고 규정하면서 "컨택트 사회에서의 언컨택트 사회로 전환되는 시점에 살고 있고 생활 방식과 문화, 비즈니스까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언컨택트는 서로 단절되어 고립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선택된 트렌드이다. 불안과 위험의 시대, 사람들은 편리하고 안전한 컨택트를 위해 언컨택트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택배와 배달 주문이 급증하는 등 사회적 언컨택트는 코로나19의 기승 속에 우리의 일상이 되기도 했다. 다만 기존의 사회적·인간적 연결고리나 접촉방식이 바뀌는 것일 뿐, 사회적 동물로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사람끼리 연결되고 함께 살고,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부제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 전환 코드'가 말하듯 3개 파트에 거쳐 45개의 변화 혹은 변화에 앞선 조짐으로서의 사례들은 지은이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312쪽, 1만8천원.

2020-04-24 14:30:00

구자형 작가, 방탄소년단 세번째 평전 BTS7 출간

구자형 작가, 방탄소년단 세번째 평전 BTS7 출간

방탄소년단 세 번째 평전 'BTS 7'이 출간된다.스타 방송작가 구자형은 지난 2018년 'BTS 어서와 방탄은 처음이지'와 2019년 음악소설 'BTS&비틀즈'에 이어 방탄소년단 세 번째 평전 'BTS 7'을 출간했다.이번 책은 고통을 오히려 음악 에너지로 삼아 사랑, 희망, 감사를 이끌어내는 BTS의 놀라운 음악적 가치를 베테랑 방송작가의 예리한 눈으로 추출해낸다.지난 2월 21일 발매한 BTS 'Map of the Soul 7'앨범 리뷰와 함께 신곡'ON'과 김소월의 시'진달래꽃', 그리고 BTS 음악과 '처용가'와의 기발한 연관성을 이끌어낸다.또한 BTS와 비틀즈를 비롯, 기타의 신 지미헨드릭스와 Hope, 빌리조엘과 RM, 프린스와 지민, 조지마이클과 슈가, 엘비스프레슬리와 진, 마이클잭슨과 정국, 레너드코헨과 뷔 등 각 멤버들과 월드 레전드들의 비교 분석도 흥미롭다.아미들에 대한 사랑과 평화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시는 코로나로 답답해하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기대한다.구자형 작가의 BTS 책들은 미국, 일본, 베트남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이번 BTS7도 해외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이 논의중이다.한편, 구자형 작가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송승환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로 유명하다. 특히 전인권, 한영애 등이 참여했던 한국모던포크 음악운동 모임 '참새를 태운 잠수함'을 이끈 주역이기도하다.

2020-04-22 10:26:05

[책] 만화로 만나는 가슴 뛰는 역사의 그날…4·19 혁명을 기리며

[책] 만화로 만나는 가슴 뛰는 역사의 그날…4·19 혁명을 기리며

4·15 총선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다시금 소환한 이유는 4·19 혁명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선거로 상징되는 민주주의를 우리가 그저 거저 얻은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까지 불빛 한 점 없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듯 수많은 역경과 맞서야 했다. 민주주의는 평범한 시민들이 부정한 권력의 억압에 민주화운동으로 대항해 쟁취해냈다. 유권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유권자의 표가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꽃(선거)을 피운 것은 민주화운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그저 기록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를 위해 역사를 올바르게, 역사적 장면들을 생생히 전달하고자 기획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가 출간됐다.◆역사적 의미와 만화적 재미 동시에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등 네 작가가 참여해 각각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배경으로 만화를 그렸다. 올해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이 작품의 출시는 더 뜻 깊다.기획에 참여한 네 작가는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재창조했다. 역사적 사건들을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조명함으로써 역사적 의미와 만화적 재미를 고루 담았다.김홍모는 제주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해 그려내는 상상력을 발휘해 해녀들의 목소리로 제주4·3을 회고한다. 윤태호는 전쟁 체험 세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4·19혁명이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경험되지 않았음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마영신은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하하는 사회의 단면을 녹여내고 40년 전 광주를 지금 우리가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6·10민주항쟁 현장을 뛰어다녔던 유승하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87년 그날 다 함께 목놓아 외쳤던 함성을 고스란히 전한다.사업회는 기획의 말에서 "민주주의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다룬 이 네 권의 만화는 우리 사회가 지금에 도달하기 까지 거쳐온 노정이다. 이 책들이 우리 민주주의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어제의 이야기가 미래 세대에게 내일의 희망을 전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윤태호 작품으로 만나는 4·19혁명그 중 4·19혁명을 다룬 윤태호 작가의 작품 '사일구'를 들여다보자. 1960년 4월 19일, 학생들과 시민들이 3‧15부정선거와 이승만의 독재에 항거하여 일제히 거리로 나선다. 윤태호의 '사일구'는 일제강점기부터 4‧19혁명까지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잉태한 민주주의의 성장과 그를 이룩해낸 시민들에 주목한다.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이들에게 과연 4‧19혁명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주인공 김현용의 인생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대신할 수 있을테다. 김현용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의미도 모르는 채 해방과 전쟁을 경험했다. 공습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린 나이에 징집되어 총탄이 날아드는 전쟁터에서 생존해 돌아온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문장은 오로지 '살아남아야 한다'였다.3‧15부정선거를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드높던 1960년, 사는 데 급급했던 현용은 부당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겁쟁이'로 살아남았다. 4.19혁명의 그 날, 광장으로 나가 정의를 외치는 동생 현석을 말리느라 지척에서 총을 맞고 죽어가는 친구 석민을 외면해야 했던 현용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현용은 이렇게 독백한다. "죄송합니다. 수천번 사죄해도, 돌이킬 수 없는 일. 그때도 몰랐고 꽤 오랫동안 몰랐지. 그 희생을 왜 가치 있게 느끼지 못했는지…."격변의 현대사를 살아내며 초로의 노인이 된 그는 2016년 겨울, 촛불을 들고 광장을 조용히 찾는다. 촛불을 든 현용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4.19혁명에 동참하지 못한 부채감과 친구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을 광장에서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었을까.'사일구'는 역사 속 개인이 저마다의 처지에서 4‧19혁명을 경험했음을 말한다. 또 투쟁과 항거로 이룩한 민주주의의 열매를 누리고 있는 우리는 역사 속 그들에게 빚지고 있음을 역설한다. 역사의 뒤편에서 민주주의의 성장을 목격해온 주인공의 고백은 역사에 빚을 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전4권. 각 1만4천원.

2020-04-17 14:30:00

[반갑다 새책] 운명의 그림/ 나카노 교쿄 지음/ 최재혁 옮김/ 세미콜론 펴냄

[반갑다 새책] 운명의 그림/ 나카노 교쿄 지음/ 최재혁 옮김/ 세미콜론 펴냄

국가의 장래를 결정지은 영웅의 선택, 역사의 흐름을 한순간에 뒤바꿔 놓은 결전의 현장, 거대한 자연재해에 맞선 인간의 운명 등 23점의 서양회화 속에 감추어진 역사 속 운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책으로, 지은이는 이러한 운명의 본질과 인간이 운명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일례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뭉크의 작품 '절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지은이는 뭉크의 '절규'에 관해 익히 알려진 뭉크의 일대기에 주목하는 대신 이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진 도난 사건에 주목한다. 뭉크는 '절규'를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했는데 전체 4점으로 제작된 작품 가운데 두 점이 도난당하는 운명에 처했다. 이 도난 사건으로 인해 뭉크의 작품은 더 큰 유명세를 얻었고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어마어마한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또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에게도 인생의 전환점이 될 운명의 그림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바로 '샤르팡티에 부인과 아이들'이라는 그림인데, 샤르팡티에 부부는 르누아르에게 가족의 초상화를 의뢰했고 이 그림을 시작으로 르누아르는 출세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그림 속 주인공이자 르누아르의 후원자였던 샤르팡티에 가문은 쇠락하기 시작하는 운명의 아이러니가 인상적이다.지은이 나카노 교쿄는 와세다 대학에서 독일문학을 전공한 후 대학에서 강의하며 다양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역사와 문화, 예술에 대한 폭넓은 배경 지식과 읽는 이를 끌어들이는 흡인력 있는 글 솜씨로 예술서 분야의 새 장을 열고 있으며, 특히 명화를 비롯해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시선과 해설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232쪽, 1만5천원.

2020-04-17 14:30:00

방송기자 아들이 쓴 야당 운동 아버지의 '子서전'

방송기자 아들이 쓴 야당 운동 아버지의 '子서전'

경북에서 호남 텃밭 정당 정치인의 길을 고집한 이육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상임고문의 일생을 그의 장남 이성훈 전 대구MBC 보도국장이 책으로 펴냈다.'영남 인동초(忍冬草)'(이성훈 지음, 한국정보인쇄 펴냄, 1만8천원)는 야당 불모지 영남에서 독립운동하듯 야당 정치인의 험난한 삶을 살았던 이 고문의 일생을 다뤘다.그에게 영향을 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갖은 고초 속에서도 화합과 화해의 정신을 보인 '인동초'라면, 그 거목에서 영남으로 가지를 뻗은 이 고문의 삶은 '영남 인동초'라는 뜻에서 제목을 붙였다.이 고문은 1971년 대구일보 기자로 활동할 당시 대선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이른바 'DJ 정당'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구경북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10번의 선거를 치르며 40여 년간 지역주의 극복에 힘썼다.책 속의 이 고문은 ▷전쟁 고아와 함께한 청소년기 ▷불의에 맞서 정론직필에 나서던 기자 시절 ▷교사로 인성교육에 힘쓴 교단 생활 ▷질곡의 야당 정치인 시절 ▷삶의 의미를 찾는 황혼기 등 5개 범주별 에피소드를 통해 입체적으로 묘사됐다.이 전 보도국장은 아들로서 아버지의 삶을 다룬 평전(評傳)을 쓰면서도, 작가 스스로의 일생을 가상의 화자에게 맡겨 서술하는 탁전(託傳) 형식을 일부 차용했다. 이런 이유로 책 장르를 아들이 쓴 자서전, '자서전'(子敍傳)이라 명명했다.이 전 보도국장은 "아들과 대화하다 '할아버지 일대기를 내가 쓰면 너는 내 일대기를 써줄 수 있느냐'고 묻자 아들이 흔쾌히 수락했다. 이에 자식이 부모의 일생을 기록하는 '자(子)서전'을 가풍으로 이어가려고 그 프로젝트 1탄으로 세상에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그는 "이는 연로한 부모님께 최고의 효도 선물이며, 자식도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의 고단한 삶을 돌아보고 부모로부터 알게 모르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자연히 치유할 수 있다. 이런 책이 활발히 나오면 개인사들을 통해 시대의 역사 기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0-04-16 16:27:23

[책 CHECK] 김요아킴 시집 '공중부양사'

[책 CHECK] 김요아킴 시집 '공중부양사'

등단 이후 줄곧 삶에 대한 진지한 응시와 성찰, 그리고 사회적 쟁점이 발생하는 고비와 길목마다 현실참여와 문학적 응답을 회피하지 않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왔던 김요아킴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을 선보였다.이번 시집 역시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과 일상의 시공간을 직조하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만드는 데 마음을 다한다.새 시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3, 4부의 시편을 구성하는 '금곡동 아파트' 연작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연작시는 후기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소외 의식과 장소 상실감을 문명 비판적 시각에서 표현하며 부서진 '대지의 상상력'을 보여준다.시인은 경남 마산에서 출생해 고향에서 초·중·고를 다니고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2003년 계간 '시의나라'와 2010년 계간 '문학청춘'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현직교사로 활동하며 부산작가회의 사무국장과 이사, 부회장을 역임했고, 11년째 청소년 종합 문예지 '푸른글터' 편집위원 및 편집주간을 맡아오고 있다.시집 '가야산 호랑이' '어느 시낭송' '왼손잡이 투수' '행복한 목욕탕' '그녀의 시모노세끼항' 등이 있고, 산문집 '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와 서평집 '푸른 책 푸른 꿈(공저)'이 있다. 142쪽, 1만원.

2020-04-16 14:10:22

[책] 내 집에 갇힌 사회 '생존과 투기 사이에서'

[책] 내 집에 갇힌 사회 '생존과 투기 사이에서'

한국인은 왜 집(아파트)을 살까. 단순히 거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집을 산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이나 수도권 등 괜찮은 곳에 '내 아파트'를 장만하지 못하면 향후 생존경쟁에서 패배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집(아파트) 이야기는 서울 강남, 수도권, 그리고 일부 지방 대도시에 주로 해당하는 사안이다.)서울 핵심지역의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가격이 불과 몇 년 사이에 4억~5억원 이상 폭등하는 것을 지켜보는 서민들은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말을 실감한다. 서민들이 아무리 허리띠 졸라매고 근검절약 해봤자,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따라잡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내 집을 마련해야만 향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으면서 '부동산 폭망론'과 '조정 후 폭등론'이 다시 격렬히 맞붙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부동산이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현명한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서울대 사회학) 논문 '한국의 주거정치와 계층화: 자원동원형 사회서비스 공급과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탄생, 1970~2015'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는 수단으로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여다 쓴 대출)'을 하는 청년, '똘똘한 한 채'를 가진 회사원, 재건축 보상을 노리고 낡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의 행위에 녹아 있는 복잡다난한 투기 열망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한국 도시민이 맹목적인 내 집 마련을 추구하는 '소유자 가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처음 출현한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주택정책은 주로 민간자원을 동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공공자원 대부분이 산업화를 위한 성장산업에 집중되었던 시대였던 만큼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이처럼 민간 의존적 주택 공급 질서로 인해 정부는 주택생산 비용을 건설사 등 사적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주택공급으로 인해 생겨난 편익을 건설사와 주택 구매자에게 편중 할당하는 자원 동원 및 배분 기제를 용인하게 되고 이것을 저자는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라는 개념으로 규정한다.주택공급에 따른 편익(경제적 이익)을 대형 건설사에게는 이윤으로, 주택 구매자에게는 주거필요성 충족과 더불어 자본이득으로 제공하면서 주택(아파트)은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가족의 물질적 안전을 뒷받침하는 생계수단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에는 내부 모순이 존재했다. 편익 수혜에서 배제되고 주택소유를 통한 사적 재생산 경로에 진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거생활의 안정성마저 확보하기 힘들었던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치솟는 주거비용과 더불어 폭발한 것이다.철거민 저항운동, 토지공개념 입법을 둘러싼 마찰, 분양가 통제, 아파트 시공권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1980년대 말 한국사회를 들끓게 했다. 저자는 이 위기에 대한 정치적 조정과정은 비용-편익 구조의 제한적 합리화를 통해 공급연쇄의 안정화라는 역설적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분석했다. 장기 무주택자의 배분 순위 상향 조정, 분양 당첨자의 1순위 배제, 대규모 공급확대 정책 등을 통해 자가소유의 확대라는 결실을 거두었고, 이같은 체제 순응적 해법은 중간계급과 상층 노동계급으로 확대되면서 지배적 점유형태로 내 집 마련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는 것이다.1997년 IMF 외환위기는 변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채 의존적 수요관리(주택담보대출 비율 조정)와 그 수단으로써 주택금융이 부상했고, 이로 인해 그동안의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의 종식이 아니라 재조직을 통한 심화를 계기로 제공했다. 이제 주택(아파트)은 단순히 가격상승에 따른 가계 재무적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기적 가계금융의 지위까지 얻게 된 셈이다.이제 주택에 대한 자가소유권은 미래의 안전 수단을 넘어, 금융 관계 형성을 통해 가구경제의 존속을 보장하고 생활수준의 강화를 가능케 하는 필수조건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누적되면서 주택에 대한 시민들의 행동방식이 크게 바뀌었고, 가족의 사적 재생산과 자가소유권의 확보 및 행사에 몰두하는 '생존주의 주거전략'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내 집 마련이 사회적 지위 형성과 경제적 안전의 획득이라는 이중의 가족 사업을 완수하는 토대가 된 것이다.저자는 "개별 가구의 관점에서 이는 충분히 합리적인 생활전략일 수 있지만, 생존주의는 그 배타적 성격으로 인해 (무주택자에게 사회·경제적 부담을 전가함으로써) 사회의 균열을 조장하고 연대의 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코로나19 이후의 부동산 시장 전망에서 '폭망론'과 '폭등론'의 대립은 경제위기가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심화'라는 결과를 초래할지, 아니면 '대안적 주거전략'의 출발점이 될지에 대한 견해 차이로 보인다. 384면, 2만2천원.

2020-04-10 14:30:00

[반갑다 새책] 57일간의 배낭여행/ 손명락 김상기 황경엽 나식연 공저/ 성문출판사 펴냄

[반갑다 새책] 57일간의 배낭여행/ 손명락 김상기 황경엽 나식연 공저/ 성문출판사 펴냄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떠나는 해외여행. 누구나 한 번 쯤 꿈꾸는 일이다. 막연한 일상의 탈출이 아니라 책자나 모니터로 보아온 장소를 직접 찾아 느끼는 여행은 우선 설렘이 앞서기 마련이다.노년에 접어든 남자 4명이 주위의 걱정도 아랑곳 않고 목표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2019년 3월 18일부터 5월 13일까지 57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 것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의 구석구석을 다녔다. 산티아고 카미노를 완주한 후 사하라 사막도 체험했다. 항공권과 숙소를 인터넷으로 예약했고 여행 전 걷기 연습도 했다. 어찌 보면 먼 나라 여행이 즐거움보다 고행에 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은 정체된 생각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체험이었다.책은 글보다 사진이 더 많다. 그저 책장을 넘기기만 해도 이국의 정취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마치 여행일기를 쓰듯 날짜와 날씨, 시간, 그날의 일정이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책의 부록에는 여행비의 상세내용이 적혀있다. 4명의 남자가 57일간 3개 국을 훑은 비용은 모두 1천799만8천740원. 1인당 450만원꼴이 지출됐다. 여행을 시작하면서는 현금 분실 위험을 고려해 네 명이 각각 100유로씩 갹출해 리더가 지니고 사용했다. 모두 지출하면 다시 또 100유로를 갹출하는 식이었다. 퍽이나 효율적인 경비 사용법이다.여행는 단순히 눈의 구경만은 아니었다. 가는 곳마다 세계사적 사건과 역사적 이야기를 담아 간접 지식도 얻을 수 있도록 꾸몄다. 대항해시대니 스페인 국가에 대한 포괄적 역사는 인문학적 지평도 열어준다.이들은 다시 돌아온 일상의 자리에서 삶이 지칠 때마다 이번 여행에서 겪었던 추억의 조각들을 꺼내 새로운 활력을 얻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여행 중 언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만국공통어인 몸짓이 더 잘 통했다고 한다. 살면서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인 것 같다. 머뭇거리다 보면 어느 새 후회하는 하는 게 인생 아닌가? 552쪽, 비매품. 053)255-3889.

2020-04-10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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