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헌혈

[서평] 선물 관계/ 리처드 M. 티트머스 지음/ 앤 오클리 외 엮음/ 김윤태 외 옮김/ 이학사 펴냄

혈액을 선물하는 행위, 즉 헌혈은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다른 상품과 달리 낯선 이에게 주는 '선물'의 형태로 전달되고 있다. 만약 혈액 공급자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혈액을 자유롭게 사고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혈액 사고팔 때보다 자발적 기증할 때 더 건강한 사회영국에선 한국에서처럼 자발적 헌혈자에게 의존해 피를 주고받지만, 미국에선 영리기업이 혈액 공급을 관리한다. 미국에선 수혈 1건당, 또는 특정 기준에 따라 모든 혈액 공급자에게 개인별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처리와 분배에 대해서도 많은 업무가 영리 목적으로 수행된다.경제 논리로 비춰 봤을 땐 미국 시스템이 질적으로 뛰어나고 수요에 더 정확히 대응해 낭비도 덜 초래하는 등 효율적일 것처럼 여겨진다.그러나 틀렸다. 현실에선 영국에서 더욱 양질의 혈액이 안정적으로 공급됐다.영국 헌혈자의 99%는 자발적으로 피를 나눠줬으나 미국에선 자발적 헌혈자가 7~9%에 그쳤다. 영국보다 미국에서 혈액 공급 가격이 최대 15배 더 높았고, 미국의 혈액이 영국 혈액과 비교해 수혈자를 간염에 감염시킬 가능성도 약 4배가량 높았다. 영리를 취하고자 간염 보유자도, 혈액 공급 기관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헌혈하거나 이를 도왔던 것.실제 과거 한 미국 병원에서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보수를 받은 헌혈자 혈액을 수혈받은 이의 53%는 B형 간염에 감염됐으나 자발적 헌혈자의 혈액을 수혈받은 이는 아무도 감염되지 않았다.기꺼이 베풀고자 하는 마음은 헌혈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영국인의 4분의 3은 사후 장기를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반면 미국에선 절반 이하기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다. 헌혈자들 사이에선 혈액 기증이 곧 생명을 선물하는 것이라는 정서가 공유된다.◆효율주의 넘어서는 이타주의적 사회체계이론가로서 20세기 후반 영국 복지국가를 설계한 저자는 1970년 처음 출간한 당시 이 책을 통해 영국과 미국의 헌헐체계를 비교했다.표면적으로 이 책은 영국과 미국의 헌혈 체계를 비교 연구한 것처럼 보인다. 그 이면을 보면 책은 인간사에서 이타주의가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더욱 일반론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미국이 사유화한 자유 시장경제 체계로 이해 이타주의를 보건과 복지 체계에 적용하기라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와 달리 영국에선 이 책이 처음 나오고 수 해에 걸쳐 저자의 이로이 복지 공급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이타주의가 도덕적으로 건전하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라는 책 속 이론이 영국의 복지국가 발전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1980년대 말 일부 비판가들은 '선물 관계'의 논점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면 혈우병 환자가 수혈 과정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이즈)에 전염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책의 돌풍은 미국의 헌혈 체계를 바꿔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닉슨 행정부는 저자에게 자문을 구해 국가혈액정책을 도입, 자발적 헌혈 시스템을 확대했다. 혈액은행의 운영을 적극 감시하는 한편 자발적 헌혈 혈액에 이름표를 붙였다. 미국 혈액시장 내 상업적 기업이 차지하던 점유율은 1970년대 초반 30%에서 1970년대 후반 5%로 떨어졌다.출산율이 급락하면서 건강 욕구가 강화되는 오늘날 이 책은 더욱 많은 문제점을 시사한다. 죽음과 장애의 주 요인은 전염병에서 퇴행성 질병으로 바뀌었다. 국가는 한정된 자원 내에서 환자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상업성을 고려한 합리화가 공공 정신을 위협하는 가운데, 이타적 베풂과 헌신의 원칙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저자이 주장이 다시금 대두되는 이유다.519쪽. 3만원. ▷리처드 티트머스는14세에 학교를 자퇴하고 대학에 가지 못했으나 독학과 사회학적 탐구에 대한 열렬한 욕구만으로 사회학 이론을 정립한 학자다. 65세 암으로 사망할 당시까지 영국 런던정경대학 사회행정학과 교수로 재임, 복지곡가의 옹호자이자 분석가로 국제적 명성을 떨쳤다. 사회정책과 사회행정을 과학적 학문 분야로 확립하고,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저술 활동을 하며 제자들을 육성했으며, 영국과 해외 정부를 돕는 자문 역할을 하며 국내외에서 존경받았다.

2019-10-19 06:30:00

에펠탑

[책] 건축사의 진짜 이야기/ 우르술라 무쉘러 지음/ 김수은 옮김/ 열대림 펴냄

위대한 건축물에는 건축주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예술혼에 불타는 뛰어난 건축가가 있었다. 건축가들은 때로 건축주의 주목을 받기 위해 무자비한 경쟁과 암투를 벌이기도 했으며, 건축사에 길이 업적을 남기겠다는 야망에 불타 자신의 영혼을 팔고 폭군을 위해 아방궁처럼 호화로운 궁전을 짓기도 했다. 파리 하늘에 우뚝 서서 세계인을 유혹하는 에펠탑, 호사롭고 사치스러운 베르사유 궁전, 동화 속 궁전 같은 바이에른 성, 불가사의한 건축물 피라미드…. 이 위대한 건축물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며 우리를 열광시킨다.이 책은 건축 현장의 무대 뒤편으로 시선을 돌려 명예와 권력, 열정과 갈채, 시기와 질투, 영광과 좌절로 점철된 건축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부터 계획도시 브라질리아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가장 유명한 31편의 건축물에 얽힌 수천 년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거대한 피라미드의 두 얼굴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건축가는 이집트의 임호텝이다. 임호텝은 최초의 거대 석조 건축물인 사카라의 계단식 피라미드를 설계한 사람이다. 이 피라미드를 통해 왕가의 무덤 양식에서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 임호텝은 매장실과 연결된 지하 28m 깊이에 통로를 만들고 여섯 계단으로 이루어진 60m 높이의 피라미드를 쌓았다. 피라미드는 이집트인들의 깊은 신앙심의 문화적 표출이었다. 아직 살아 있는 왕을 위해 건립했지만 왕이 죽은 후에 미라로 만든 육체를 위해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내세의 현존을 보증하고 태양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제식적인 숭배의 의미를 지녔다. 피라미드는 사후에 신으로 승격되는 왕의 현존을 상징화했다. 그러나 피라미드에 대한 그리이스인들의 평가는 이중적이었다. 열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폭정과 착취의 결과물로 생각했다. 로마에서는 더욱 비판적이어서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왕의 부귀영화를 과시한,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건축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잔혹한 건축주 네로의 폭정네로 황제 역시 고대 로마의 미덕과 윤리에서 거리가 멀었다. 네로는 네로폴리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혹은 단지 새로운 왕궁을 지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불을 질렀다고 한다. 네로가 자신을 위해 짓도록 한 '도무스 아우레아'라는 왕궁은 50㏊의 땅 위에 건물, 정원, 공원, 온천, 인공호수가 펼쳐져 있는 엉청난 크기의 왕궁이었다. 왕궁 내부만 해도 방이 150개가 있어서 으리으리한 접견실, 거실, 관리실 등으로 쓰였다. 건물 전체의 길이도 엄청나서 3개의 열주로 구성된 홀은 길이가 1천480m에 이르렀고, 또 바다차럼 넓은 호수가 건물을 둘러쌌다. 이 웅장한 기획을 위해 네로는 착취, 박해, 살해 등을 통해서 재정을 확보했다. 건축가 알베르티는 "네로가 건설했던 모든 것은 금과 보석으로 장식돼 있어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네로는 사람이 결코 할 수 없는 일만을 떠올리는 아주 기이한 건축가들에게만 일을 맡겼다"고 했다. ◆이웃사랑의 과업 아비뇽다리다리 건설은 중세의 기술력으로는 어렵고도 비용이 많이 드는 모험이었다. 로마의 거의 모든 다리는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항상 화재의 위험이 뒤따랐다. 최초의 중세 석조 다리는 론강 위의 아비뇽에 세워진 퐁 생 베네제였다. 베네제는 친구와 후원자로 구성된 일종의 교단인 소위 '다리형제회'를 조직했다. 이 조직은 기부금, 유증, 유언장 처분액 등을 받았고 공사를 이웃사랑의 과업으로 승화시켰다. 1178년부터 1185년까지 공사가 진행되었던 아비뇽의 생 베네제다리는 뛰어난 건축물이었다. 돌로 만든 22개 아치가 론강 위에 놓여 있었고, 넓은 기둥들 때문에 아치가 더욱 좁아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다리는 기록적인 시간 내에 완성되었다. 공사는 쉬지 않고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건축주와 건축기술자의 죽음, 화재, 붕괴, 자금 중단 등 예측하지 않았던 일도 항상 계산에 넣었던 게 분명하다.◆호평과 혹평 사이의 에펠탑프랑스 제3공화국 정부는 프랑스대혁명 백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거행하고 1870~1871년 전쟁 패배 이후 다시 강력해진 프랑스를 과시하고자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맞춰 상징적인 건축물을 짓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수많은 기념물 설계공모 중 샹 드 마르에 300m 높이의 철제구조탑 건설을 제안한 기술자 알렉상드로 구스타브 에펠의 계획을 채택했다. 기술적 정확도와 과학적 정밀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수많은 지성인과 예술가들은 탑 건설을 반대했다. 그들은 탑이 무용하며 지독하게 추하고 야만스러운 철 덩어리며 파리의 수치라고 생각했다. 모파상은 에펠탑을 "철제 사다리로 만든 비쩍 마른 피라미드"라며 당장 철거를 주장했다. 하지만 1889년 에펠탑이 완성된 후에는 시민들과 언론들은 기술진보의 표출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하인리히 슐리만은 탑 건축가를 찬양하면서 '엔지니어링 기술'의 놀라운 작품이라고 칭송했다. 352쪽 1만6천800원.▷지은이 우르술라 무쉘러=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건축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 '독일 건축과 도시건설에 사용된 개념과 모델'을 발표했다. 독일 건축가협회 소속 건축가로서 여러 건축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1992년부터 뒤셀도르프에서 건축과 도시건설 업무를 다루는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2019-10-19 06:30:00

안동탈놀이단 공연 모습. 영주시 제공

풍기인삼축제 '품앗이 공연' 구경오세요

"경북 영주 풍기인삼축제장에 '품앗이 공연' 구경오세요!"세계인의 건강축제 2019경북영주 풍기인삼축제장에서는 경북 대표축제 얼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얼라이언스(품앗이)'는 결연, 동맹, 협력이라는 뜻으로 경북 시군에서 개최되는 축제간 교류협력 강화사업으로 상호 벤치마킹과 건전한 동맹을 통한 축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건전한 경쟁을 통한 경북 관광활성화를 위해 추진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풍기인삼 축제장에서는 문화예술 품앗이 공연으로 안동탈놀이단과 예천활공연단이 참여한다. 16일 오후 6시에는 예천활공연단의 공연이 예정돼 있고 20일 오후 1시에는 안동탈놀이단 공연이 펼쳐진다.안동대학교 학생 40여 명으로 구성된 안동탈놀이단은 고전 복장에 탈을 쓰고 축제장 곳곳을 다니며 퍼레이드를 펼치고 포토존에서 관람객들과 사진 촬영도 한다.이번 탈춤은 안동 고유의 탈춤이 아닌 학생들이 개발한 창작안무로 관광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예천세계활축제를 대표하는 예천활공연단은 지역예술 인력으로 구성된 전문공연단체다. 활이라는 전통적인 소재와 비보이, 힙합, 얼반 등과 같은 현대적인 댄스장르를 가미해 지역적 특색을 살린 색다른 퓨전퍼포먼스를 연출한다.영주시 관계자는 "얼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통해 경북지역축제들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관람을 바란다"고 말했다.

2019-10-15 18:31:17

책 '조금 지난 뉴-쓰'

[서평] 조금 지난 뉴-쓰/ 박창원 지음/ 아인커뮤니케이션즈 펴냄

# '금전으로 입학하는 예는 과거 왜놈들이 하였으니 해방 후 조선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구체적인 실례가 있다면 철저 적발 처단하겠다. 돈으로 입학하는 것은 소위 유지신사 자제들이 많으나 그자들은 두뇌가 학습 불량 하다고 본다.' (남선경제신문 1948년 6월 30일자)해방 직후 언론은 '실력 대신 돈을 주고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조선인이 해서는 안될 일, 왜놈들 짓'이라 했다. 일본인을 업신여겨 낮잡아 부르는 '왜놈'이라는 말까지 써서 강도 높게 비방한 것이다.당시 돈을 주고 아이를 상급학교에 보내는 일에는 마을에서 힘 깨나 쓴다는 동네 유지들이 앞장서 있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 없이 돈을 펑펑 쏟아 붓고, 인맥을 동원하는 반칙에도 거리낌 없었다. 지난해 국내 부유층의 고액 입시 코디네이터 고용을 소재로 광풍을 일으킨 드라마 'SKY캐슬'은 오늘날 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전회 무료로 생각하였으나 당국에서 너무 미안타고 해서 일원씩을 받게 된 것은 죄송타고 생각한다. 만일 당 극장이 적산(일제나 일본인이 남긴 재산)이 아니면 노동자들에게 가장 적은 요금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하였으면 한 적산인고로 여의치 못함은 유감이다.'(남선경제신문 1946년 9월 19일자)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해소하고자 경북도는 극장에 소정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도민에게 이를 무료 개방해 노동자가 영화 등 대중 오락을 즐기도록 했다. 관객은 영화 속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 현실의 시름을 잊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도시 노동자들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오락거리로 영화만한 게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해방 직후 쌀 부족에 따른 굶주림과 물가 폭등, 그에 맞물린 경제난은 가뜩이나 가난하던 노동자 삶을 이미 나락에 빠뜨린 뒤였다. 노동 여건이 일제 때만 못할 정도였고 공짜 영화 한 번 본다고 위안받을 수 없었다. 노동자들이 오늘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봤다면, "우리 현실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했을 지도 모른다.◆해방기 대구경북 지역사 생생히 소개우리 역사에서 지역사는 좀처럼 조명받기 어렵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것이 권력층, 지도층의 역사도 아닌 서민들의 생활사라면 말이다.대구경북에도 삶은 존재했다. 해방 직후 일제 탄압기에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터진 봇물처럼 쏟아진 신문들이 크고작은 지역사를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민성일보, 대구시보, 영남일보, 부녀일보, 남선경제신문 등 많은 지역지 창간이 잇따랐고, 각 신문 기사를 통해 당시 우리네 생활상을 오늘날까지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저자는 이처럼 해방기 대구에서 나온 신문보도를 통해 대구경북 사회상과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신문기사를 소개만 하고 그치지 않는다. 기사 원문을 소개하고 그에 얽힌 배경을 당시 사료를 참고해 알기 쉬운 단어로 바꾸며 한 편의 이야기로 엮어낸 것이 특징이다.'쥐 한 마리 5원', '멀미나는 부영버스', '기생아씨들의 반기', '영화 보다 젖 물리느 엄마', '서문시장 어린이 노숙인' 등 책 속 36편의 이야기를 완독하고 나면 독자는 마치 당시의 사회상을 영화 필름 돌려본 듯, 할머니 무릎을 베고 옛 이야기를 듣듯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다. 그리 오래지 않았지만 직접 겪지는 못했을 해방 직후의 지역사를 말이다.◆오늘날을 만든 과거, 신문 기록으로 반추저자가 해방기(1945~1948년)의 지역사를 주 소재로 삼은 것은 당대가 우리 오늘날 삶의 얼개를 만든 시기라고 봤기 때문이다.35년 간의 일제 지배로부터 벗어난 당시는 대한민국의 첫 단추를 꿰고 첫걸음을 떼는 시작이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앞으로 걸어갈 길과 맞닿아 있다. 미래는 현재의 전망이지만 현재는 과거를 성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에 저자는 책 속 '조금 지난 뉴-쓰'들은 과거이지만 오늘과 맞닿은 내일의 이야기라 본 것이다.대구에서는 1945년 9월 15일 미군정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민성일보를 시작으로 대구시보, 영남일보, 부녀일보 등 여러 신문이 잇따라 창간했다. 또 1946년에는 해방기 경제난의 극복을 주창하며 지금의 매일신문 전신인 남선경제신문이 발행됐다.신문은 자잘한 일상부터 사회적 이슈까지 온전히 담아내 왔다. 억울렸던 압제의 울분도 신문 같은 매체를 통해 분출되곤 했다. 이런 기록성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역사적 가치를 지녔다.적지 않은 신문이 세월의 부침과 경영난 등을 견디다 못해 사라졌다. 당시 신문이 남아 있더라도 보관 상태가 나빠 해독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저자는 한문 투성이라 해독이 더딘, 만지기만 해도 바스라질 만큼 오랜 옛 신문을 서울까지 찾아가 일일이 뒤지며 크고작은 지역사를 발굴해 옮겼다.저자는 "옛 신문을 뒤적여 대구경북의 어제를 확인하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200쪽, 1만4천500원. ▷박창원은언론학 박사이자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도시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언론에 다양한 대구경북 과거사를 소개해 왔다. 현재 계명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2019-10-12 06:30:00

[베스트 셀러]10월 둘 째주

책명 저자 출판사1.흔한 남매 흔한 남매(원) 아이세움2.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웨일북3.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 강한별4.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5.혼자가 혼자에게 이명률 달6.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7.베스트 셀프 마이크 베이어 안드로메디안8.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민음사9.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세계사10.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트롤 아이세움

2019-10-11 10:42:32

[속보] 노벨문학상 올해 수상자 한드케·지난해 수상자 토카르추크 동시 선정.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노벨문학상 2019년 한드케·2018년 토카르추크

올해와 작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오스트리아의 페터 한트케와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추크에게 각각 돌아갔다.스웨덴 한림원은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오스트리아 작가 한트케를 선정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시상을 건너뛴 작년도 수상자는 폴란드 소설가 토카르추크로 선정됐다.한림원은 한트케가 "인간 체험의 뻗어 나간 갈래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고 평가했다.대표작은 '관객모독', '반복', '여전히 폭풍' 등이며 국내에서는 연극 '관객모독'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감독 빔 벤더스와 함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각본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지난 2014년 국제입센상을 수상했다.토카르추크는 "경계를 가로지르는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백과사전 같은 열정으로 표현했다"고 한림원은 평가했다.토카르추크는 올해 발표된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첫 여성이며,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16명 가운데 열다섯번째로 이름을 올린 여성이다.현재 폴란드 대표작가로 꼽히는 토카르추크는 지난해 맨부커상을 받았으며, '플라이츠', '태고의 시간들', '야곱의 책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국내에는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라는 단편집 등으로 그의 작품이 소개됐다.이로써 토카르추크는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프랑스 콩쿠르상을 제외하고 노벨문학상과 맨부커상 두 개를 석권했다.한림원은 지난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파문으로 심사위원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작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하지 못해서 올해 한꺼번에 2년 치 수상자를 선정했다.한편, 노벨상 수상자들은 총 상금 900만크로나(약 10억9천만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 및 증서를 받는다.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2019-10-10 20:06:03

소설가 김연수

소설가 김연수, 대구 청년과 문학을 마주하다

소설가 김연수가 대구 청년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청년, 문학을 마주하다'가 10일 오후 6시 청년공감공간 '다온나그래'에서 열린다.대구시청년센터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청춘 선배(40세 이상)와 청춘 후배(19~39세)들을 연결하는 '책으로 마음 잇기, 책으로 세대 잇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이번 캠페인을 통해 지역 청춘 선배 64명이 책의 날인 지난 4월 23일부터 100일간 대구시청년센터의 청년공감공간 '다온나그래' 독서존에 총 86권의 책을 기부했다.김연수 작가는 '청년에게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경북 김천 출신인 김 작가는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를 거쳐 1993년 시 '강화에 대하여'로 시인으로 등단했다.이듬해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기도 했다. '네가 누구든 얼마든 외롭든' '파라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원더보이' '청춘의 문장들' 등을 집필했다.김 작가와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책으로 마음 잇기'를 통해 청춘 선배와 청춘 후배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하나의 책도 만들어 본다.'청년, 문학을 마주하다'는 온라인으로 신청서(https://forms.gle/4GrMCDFWT7dTqzqX9)를 제출하면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053)427-1938.

2019-10-08 11:23:17

황석영·공지영·안도현. 매일신문DB

황석영 등 문학인 1276명 "검찰개혁" "조국지지" 성명

황석영·공지영·안도현 등 다수 문학인의 이름이 7일 온라인에서 '핫'했다. 이들을 포함한 문학인 1천276명이 검찰 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 지지 성명을 발표해서다. '조국지지 검찰 개혁을 위해 모인 문학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을 지지한다. 검찰 개혁 완수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성명 대표 발의자 6인 가운데 대중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소설가 황석영·공지영, 시인 안도현이어서 네티즌들의 검색이 집중됐다. 특히 공지영의 경우 조국 정국 관련 SNS 활동, 집회 참가 등을 통해 언론의 조명을 먼저 받은 바 있다. 이 밖에도 권오삼, 이경자, 최인석, 양귀자, 하응백, 송지나, 이동순 등의 문학인이 이번 성명에 동참했다.

2019-10-07 16:47:52

이재순

[책 체크] 나비 도서관/ 이재순 지음/ 청개구리 펴냄

'맨발로/ 자근자근/ 소리길 걷는데// 발바닥이/ 간질간질/콧구멍이/ 간질간질// 발바닥이/ 웃으니/ 온몸이 웃네.'-이재순 동시 '간질간질'안동 출신인 이재순은 1991년 월간 '한국시' 동시부문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40여 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만나며 꾸준히 동시를 창작해온 그는 퇴직 후에도 쉬지 않은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은 책은 동시집 '별이 뜨는 교실' 큰일 날 뻔했다' '집으로 가는 길'과 동시조집 '귀가 밝은 지팡이'가 있다. 영남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창작상, 한국문협작가상 등을 받았고, 2019년 올해의 좋은 동시집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다섯 번째로 엮은 동시집 '나비 도서관'은 1부 '시간의 발자국', 2부 '나비 도서관', 3부 '얼마나 좋을까', 4부 '또 다른 말'로 나눠 자연과 일상에서 튀밥처럼 팡팡 터지는 동심으로 건져올린 60여 편이 책갈피 속에 노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나비와 꽃, 은행나무, 가랑비, 호수, 수양버들, 바닷가 몽돌, 시골 시냇물 등 소재를 고도의 함축된 언어로 담아내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이번 시집의 특징은 우선 못말리는 동심에서 발화된 동시가 많다. '간질간질' '마음 좋은 호수' 등 작품은 장난스러운 어린이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 '목발' '유리컵' 밤비' 등 작품에서 보듯 사물과 소통을 시도하는 동시들도 있다. 성숙한 사회의식을 보여주는 시들도 여러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월요병' '말씨' '돌탑'같은 작품들이다. 순우리말 중에서 골라 쓴 제목 '잠비'(잠자라고 오는 비)는 말 부림의 묘미로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마지막으로 오붓한 가족이야기를 다룬 작품도 많은데 '천사 그리기' '갓바위 오르는 길' '일자리' 등을 꼽을 수 있다.지은이는 "어제는 밉던 친구가 오늘은 예쁘게 보일 수 있듯, 기쁨 마음으로 보면 누구나 반갑고 소중하다"며 "이번 시집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동시로 옮겼다"고 했다. 117쪽 1만500원.

2019-10-05 06:30:00

협상5

[서평] 협상5-트럼프·김정은·문재인의 협상 삼국지/ 권신일 지음/ 시간의물레 펴냄

'북핵 협상'을 다루는 책이다. 지은이가 하버드 로스쿨 협상연구소(PON)에서 협상 원칙들을 직접 배우고 커뮤니케이션 업무현장에서 느꼈던 점을 토대로 선정한 준비-기준(근거)-노딜-라포-대안 등 5가지 툴로 북핵 협상을 설명하고 있다.◆北 비밀 핵무기 개발, 중국서 배우다모택동과 김일성은 한국전쟁 직후 나란히 핵무기 개발에 비밀스럽게 모든 국력을 기울였다. 중국은 초기 소련이 핵무기 개발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가 거부한 1959년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596공정'이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64년 10월 16일 공식 핵실험 성공을 선언했다. 전세계 5번째 핵보유국이 된 셈이다. 북한도 이후 50년 이상을 비밀스럽게 핵실험을 해오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성공을 선언하게 된다. 이후에도 2017년 9월까지 10년 넘게 국제사회에 핵무기 포기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11년간 비밀스럽게 준비해온 과정을 6차례나 핵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가 2017년 9월 전세계를 상대로 한 최종 핵실험 성공발표였다. 북한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무기를 보유하는 비밀 과정을 철저히 답습했다. 중국이 소련의 반대에도 몰래 성공하는 사례처럼 중국의 반대와 비난에도 몰래 핵보유국 지위를 달성해왔다.◆중재자-촉진자보다 조정자 역할 필요원활한 협상을 위해 제3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1993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선 이스라엘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 아라파트 의장의 평화협상도 그중 하나다. 클린턴 대통령이 중간에서 팔을 벌리고 서있고, 두 나라 대표가 악수하는 그 장면이다. 우리도 북미 핵 협상에 중재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클린턴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나라를 압박하는 카드를 찾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최근 우리 정부는 '촉진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촉진자 의미는 스스로 낮추는 기능적인 표현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창의적인 대안을 내는 조정자 역할이 필요하다. 북미도 강제로 따를 필요는 없기에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될 수 있다. 조정자로서의 자세는 민감한 시기에는 오해를 사지 안도록 침묵하고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서는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노딜이 오히려 딜을 불러 올 수 있다북한의 상대 무시 전술은 악명 높다. 태영호 전 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보면 북한 담당자들은 협상장뿐만 아니라 평소 언행까지 일일이 감시되고 있는 처지라 한다. 무조건 자신들 입장만 큰소리 치는 벼랑 끝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렉스 교수도 북한이 자신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을 하는, 즉 협상 본연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 "세계에서 협상을 가장 잘 못하는 나라"라고 평한 바 있다. 최근 싱가포르 1차 북미 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김계관 외교상과 김선희 부상이 막말을 했다. 그러자 트럼프가 회담을 취소하고 "당신들 핵무기보다 우리 것이 강력하고 나는 이를 사용하지 않게 되기를 신에게 기도한다"라고 경고했다. 그 이후 상황은 잘 알려진 대로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적인 직접 사과편지였다. 지금 협상에서 가장 아쉬운 사람은 북한이다. 협상당국자들은 모든 패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지 말고, 상대의 전술을 이용하는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 ◆북핵 협상에 北 달래기는 차선이다상대가 감당할 수 없는 나의 대안은 협상력을 더 크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반면에 상대가 힘으로 나올 때 내가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모습은 상대에게 오판의 빌미를 줄 수 있다. 협상에서도 대안은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보다 나은 옵션(수단)을 갖고 벌이는 협상이 상책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안으로 상대를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6자회담처럼 상대에게 시간과 핵무기만 챙기게 해주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북핵은 늘 한국 정부보다 미국 등 전세계를 겨냥하고 있다. 남한의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북한 비핵화가 미국과 북한에 달려 있는 것은 부끄럽기도 하다. 미국도 남한을 위한 북핵 협상을 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따라서 북핵 협상에서 북한을 달래는 것보다는 미국의 이익과 우리의 이익이 잘 맞는 논리와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미국과 한국의 이익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대안이 없이, 북한과 직접 협상을 늘려간다면 남한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240쪽 1만2천원.※지은이 권신일=글로벌커뮤니케이션 마케팅 회사의 갈등관리연구소를 총괄하고 있다.

2019-10-05 06:30:00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박김수진 지음/씽크스마트 펴냄

최근 폐사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국내에서 처음 확인되자 벌써 수천마리 돼지가 살처분되고 있다.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때는 약 300만 마리의 동물이 생매장되는 비극이 있었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동물을 살처분하는 것을 중단할 방법은 없을까?조류독감, 돼지독감 등 바이러스성 질환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원인은 근본적으로 공장식 밀집사육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으로 동물의 면역력과 건강이 파괴되는 동물 학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더 넓혀야 한다.'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선 권리 개념인 동물권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동물권 입문서다.◆채식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책은 동물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철학과 사상의 흐름,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이 겪는 처참한 현실, 일상용품이나 전시물로 희생되는 동물 문제,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의 문제, 비인간동물(인간이 아닌 동물)에 대한 이중 잣대의 모순과 이중인식의 정체 등을 다루고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바탕으로 동물에 대한 이중인식을 극복하는 방법 등 담고 있다.또 지은이가 비인간동물에 대해 갖는 인간동물의 '이중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과 이중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시도한 적이 있거나, 채식을 하고 있는 열 명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록으로 '무엇'보다는 '왜'를 파고들며 핵심을 찌르는 질문과 5만자에 달하는 분량 등 동물권 관련 국내서 가운데 최초로 시도된 작업이다.인터뷰 기록은 동물권에 대해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심자, 동물권이라는 주제에 대해 어떤 방향이든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 이성적 혹은 윤리적 입장을 세우지 못한 채 연민하는 마음으로만 동물을 보는 사람들, 지식과 정보는 어느 정도 있으나 논리를 더 확장해나가지 못하는 사람들, 동물권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상당하지만 비거니즘을 실천하면서 벽에 부딪힌 경우 등 저마다 다른 입장에서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고 참고삼을 가치가 있는 자료다.◆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책에서 지은이는 '인간'을 '인간동물'로, '동물'을 '비인간동물'로 지칭한다. 동물이라는 범주 안에 인간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인간이 얼마나 인간중심의 정의와 해석에 익숙해져 있는지, 얼마나 많은 동물이 인간에 의해 대상화, 도구화되어 왔는지 드러내려는 의도에서다.우리는 왜 동물을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로 나누고, 비인간동물 중에서도 착취할 수 있는 동물과 사랑해 마지않는 동물로 나누는가, 왜 우리 사회는 똑같은 종인 개를 두고도 '반려동물'과 '식용견'으로 나누는가. 어떻게 인간은 양 목장에 관광하러 올라가서 양을 귀여워하다가 내려와서는 아래에서 판매하는 양고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낮에는 구제역으로 생매장당하는 돼지들을 보며 눈물짓다가 저녁이 되면 황사로 칼칼해진 목을 위한다며 삼겹살집에 들러 즐거운 회식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 비인간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는 일관적이지 않다. 이러한 이중 인식과 태도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비인간동물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일관성을 가질 수 있을까.싸움닭의 말로는 비참하지만, 싸움판 위에 오르기 전까지 투계들은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햇빛을 만끽하고, 사람들보다도 나은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치맥'용 닭은 "상상 못 할 정도로 불결한 환경에서 지내는 동안 다리가 쑤시고 폐에 통증을 느끼며, 하늘은 구경도 못 하고, 풀밭을 거닐거나 교미하거나 벌레를 잡아먹지도 못한 채 매일 넌더리 나는 먹이를 42일간 받다가 비좁은 상자에 담겨 트럭에 실린 후 공장으로 이동해서는 거꾸로 매달린 채 감전사당해 목을 잘리게" 된다. 어떤 닭의 일생이 더 나은 걸까. 말하자면 투계꾼이 더 나쁜가, 치맥에 열광하는 우리가 더 나쁜가. 동물학대 가해자의 범주 안에 나는 없었는가, 없는가, 없을 것인가.이 책은 지은이가 자신에게 또 독자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232쪽, 1만5천원.

2019-10-05 06:30:00

[반갑다 새책]대한광복회 우재룡/이성우 지음/도서출판 선인 펴냄

1910년대 항일 결사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단체는 대한광복회였다. 이 단체는 당시 국내 독립운동의 공백을 메우고 민족역량이 3'1운동으로 계승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대한광복회가 전개한 의협 투쟁은 1920년대 의열 투쟁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이 책은 독립지사 우재룡 평전이다. 그는 20대 중반 산남의진 연습장 및 선봉장으로 일본과 싸웠고, 30대 초반 광복회 지휘장으로 일본과 투쟁했으며, 30대 중반 광복회 재건과 임정과 연계한 주비단 활동을 했으며, 60대 초반 재건광복회 결성 활동과 암살 위협으로부터 도피생활을 했었다.1884년 경남 창녕에서 출생한 우재룡은 24세 때 일제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년 후 한일합방 특사로 석방됐다. 이후 그는 구한말 의병대장 허위의 수제자인 박상진과 의기투합해 만주와 국내를 오가며 항일투쟁을 재개했다.특히 1915년 8월 25일 대구 달성공원에서 결성된 광복회는 구한말 의병의 후신이자 1920년대 의열단의 전신이었다. 광복회는 군자금을 모아 만주의 독립운동가들에게 전달하고 의연금 모금에 협조하지 않은 친일 부호들을 처단했으며 세금 수송차량을 탈취하고 헌병 초소를 공격하기도 했다.우재룡은 이런 활약 덕분으로 37세 때 일제에 붙잡혀 사형을 구형받고 이어 무기징역 선고를 받아 원산형무소에서 투옥생활을 했다. 이어 16년간의 옥고 끝에 감형 받아 석방되었으나 환갑을 넘겨서도 그는 다시 재건광복회 조직을 준비하고 활동을 시작했다.하지만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재건광복회는 곧 해산되었다. 광복을 위해 한평생 투사의 길을 걸어온 우재룡은 해방 후에도 평소 자녀들에게 "아직 독립이 되지 않았다. 통일이 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독립이다"는 말을 남겼다. 415쪽, 3만8천원

2019-10-05 06:30:00

[반갑다 새책]강제이주열차/이동순 지음/창비 펴냄

'살아선 세상에 갇혔고/죽어서는 쇠 울타리에 갇혔네/얼굴과 이름 새긴 돌비 하나 누가 세웠으나/더 큰 풀 돋아나 다시 묻혔네/(중략)/곧 쏟아질 눈발이/그대 어깨 위에 나비처럼 사뿐 내려앉아/내 모든 사연 낱낱이 일러주리니/결코 나를 서럽게 여겨 울지 말거라'(고려인 무덤 중에서)시인 이동순의 신작이자 그의 18번째 시집이다. 구소련 시절 스탈린 정권이 자행한 고려인 강제 이주사를 다룬 연작 작품집으로 강제이주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슬픈 영혼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다."이 시집에 담긴 작품들은 우리 민족이 연해주와 사할린, 중앙아시아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과 시련,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만 두고 차마 꺼내지 못했던 애환을 내가 시인으로서 대신 불러내고 모셔온 것이다. 당시 강제이주열차에서 목숨을 잃은 2만여 슬픈 영혼들께 이 시집을 바친다."지은이의 말처럼 고려인 강제이주 문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의의 자체가 각별한 동시에 희생당한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 그 모두의 애끓는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 시인의 정성과 내공이 문학적으로 빛을 발하는 성과물이다.제1부는 제목 그대로 강제 이주사에 집중하고 있으며 하루아침에 수만 킬로 떨어진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으로 내몰려야 했던 장삼이사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제2부는 무수한 일제 강제징용자들의 아픔이 서려 있다. 지은이는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만리타향에 뼈를 묻은' 사할린 한인들의 기구한 세월을 그려내고 있다.제3부는 2018년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려인 묘지에 나란히 묻힌 두 혁명가 홍범도와 계봉우를 기리기도 하며 오늘날 한반도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등을 싣고 있다.지은이는 이번 시집을 쓰면서 "가슴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무엇이 울컥 쏟아져 들어오는 놀라운 충격을 자주 겪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만큼 강제이수에 대해 당시 현실과 정황을 시로 복원하는데 정성을 쏟았던 것이다. 208쪽, 1만3천원

2019-09-28 06:30:00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유정식 지음/부키 펴냄

많은 사람이 과학을 일상과 동떨어진 분야로 여긴다. 더욱이 조직을 이끌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업무적 역량을 높이는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적인 기업의 창업자나 최고 경영자들은 과학책을 탐독한다.경영컨설턴트인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는 과학이야 말로 우리에게 진짜로 '밥을 먹여주는' 1차적 학문이라 강조하며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를 펴냈다.◆세계적 CEO는 과학책을 읽는다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유명한 독서광이다. 그는 '게이츠 노트'(The Gates Notes)라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읽은 책과 리뷰를 소개하고 있는데 과학책이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구글의 지주 회사인 알파벳의 CEO 래리 페이지,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도 여러 과학책을 추천한 바 있다. 이 책은 지은이가 뽑은 55개의 '생활밀착형' 과학 이슈를 통해 과학 지식과 그 속에 숨은 비즈니스 및 자기 계발 인사이트를 선사한다. 예를 들면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서 진정한 리더십과 협력의 가치를 발견하고,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와 정크 DNA의 정체를 통해 발전적인 조직 운영 방법을 모색하며, 비효율과 우연을 불편해하는 인간의 심리와 뇌 과학 연구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선택 과정을 살펴본다. 빠르게 퍼져 나가는 입소문 마케팅의 성질을 지진과 산불의 네트워크 원리로 설명하는가 하면, 작심삼일로 그치고 마는 운동과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비법도 알려 준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수면, 커피, 미세 먼지, 복권, 진통제, 다이어리, 텔레파시, 미신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 속에서 조직 경영과 자기 경영의 함의를 찾았다.덕분에 전문 경영인은 물론이고 '일잘러'가 되고 싶은 직장인과 한층 더 성장하고 싶은 학생들은 기업 경영과 조직 관리, 리더십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경영하고 혁신할 수 있는 과학적 전략을 배울 수 있다. ◆과학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1, 2, 3, 4, 5, 6'과 '2, 16, 21, 24, 33, 42'이라는 숫자 조합 중에서 어떤 것이 로또 당첨 번호로 나올 가능성이 높을까? 두 조합은 어디까지나 각각의 사건이기 때문에 추첨될 확률도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전자를 부자연스러운 '우연의 일치'로 여기고 후자보다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뇌 과학자 빌라야누르 S. 라마찬드란은 이러한 착각이 '우연의 일치'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혐오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비즈니스의 세계 곳곳에는 이런 수학적 오류와 통계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리더의 객관적 분석과 냉철한 판단을 방해한다. 이 책은 리더가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학적 통찰력을 제공한다.뿐만 아니라 과학으로 나를 바꾸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팁도 제시한다. 운동, 다이어트, 금연, 영어 공부, 독서 등이 작심삼일로 그치는 것이 단순히 개인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딱 5분만'으로 벗어나는 작심삼일의 덫 ▷스트레스, 맞서는 것보다 피하는 게 상책 ▷우리 뇌의 피로를 풀어 줄 도파민 샤워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진화심리학적 차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부담을 분산시켜라 ▷과도한 목표가 우리를 실패자로 만든다 등 각종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경영 컨설턴트인 지은이는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기아자동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LG CNS를 거쳐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과 왓슨와이어트에서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았다. 인사 및 전략 전문 컨설팅 회사인 인퓨처컨설팅을 설립해 현재 대표를 맡고 있으며 시나리오 플래닝, HR 전략, 경영 전략, 문제 해결력 등을 주제로 국내 유수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착각하는 CEO', '당신들은 늘 착각 속에 산다', '전략가의 시나리오,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등이 있다.

2019-09-28 06:30:00

1987년 여름 대구시내 주택가에서 주부들을 상대로 한 방문판매원이 책을 펼치며 설명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타임캡슐] "잠깐만 보세요" 1987년 방문판매의 추억

1987년 여름의 사진이다. 영재발굴단 뺨치는 눈썰미를 무기로 대구시내 주택가를 돌며 방문판매에 나섰던 도서판매원이 학부모들의 눈과 귀를 잡아끈다. '잠깐만 보라'고 시작하지만 책을 펴는 순간, 학부모의 교육열이 타오른다는 걸 판매원들은 직감적으로 알아챈다.많은 말을 하진 않았다. 말을 잘하는 약장수 곁에는 구경꾼들이 몰리지만 약을 잘 파는 약장수에겐 실제로 좋은 약이 있다는 논리다. '애들 키우는 집에는 한 질씩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집에 애를 보니 똑똑하네. 벽에 걸린 상장이 이만큼이나 되네. 누구를 닮아서 이러냐"로 구성지게 이어지는 상찬은 "4~5학년 되면 꼭 필요하다. 저쪽 집에 누구도 벌써 샀다"는 마무리로 미묘한 경쟁 심리를 자극했다.마지막에는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집이 달라 보인다"는 인테리어 조언도 덧붙였다. 아동문학전집이나 백과사전류였다. 가계부에 한 획을 그을 가격이었지만 엄마들의 저변에는 대의, '자식을 위해서라면'이 깔려 있었다.전자상거래가 자리 잡고 중고판매가 활발해지면서 도서판매원은 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세일즈의 기본은 방문판매라고 하지 않던가. 녹즙, 요쿠르트 등 건강음료와 화장품 그리고 보험은 방문판매가 여전히 주요 축이다. 엄밀히 말해 주부판매원들의 활약에 업계 매출이 달렸다.주부판매원의 활약이 두드러진 생명보험업계에서는 흥미로운 통설이 있다. 보험왕치고 미인이나 달변가가 없다는 것이다. '구매자를 속이지 못할 것 같은 판매자와 계약한다'는 풀이가 들어간다. 말끔한 외모와 술술 썰을 풀어내는 입심보다 일상적인 이웃 같은 인상에 마음을 연다는 것이다. ※'타임캡슐'은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 역사가 있는 사진 등 소재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연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좋습니다. 짧은 사진 소개와 함께 사진(파일), 연락처를 본지 특집기획부(dokj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소개는 언제쯤, 어디쯤에서, 누군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사진 원본은 돌려드립니다. 문의=특집기획부 053)251-1580.

2019-09-27 18:00:00

이동춘 작가

이동춘 사진작가, LA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의 종가'라는 주제로 사진전 열어

LA 한국문화원은 한국전통주간을 맞아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 LA 한국문화원 2층 아트갤러리에서 '한국의 종가'를 주제로 이동춘 작가 사진전을 개최한다.이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고교사진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어린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아 성장해 월간 여성지 기자로 일했다.이후 이 작가는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한옥에 매료돼 2005년부터 서울과 안동을 오가며 전통 한옥을 담는 작업을 했고 몇 년 전부터는 주소를 경북도청 신도시로 옮겨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그는 ▷오래 묵은 오늘, 한옥 ▷선비정신과 예를 간직한 집 '종가' ▷섬김과 나눔의 리더십, 종부 ▷도산구곡, 예뎐길 ▷그림속을 걸어 가다 등의 제목으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차와 더불어 삶 ▷오래 묵은 오늘, 한옥 ▷도산구곡 예던 길 ▷선비의 마음과 예를 간직한집 '종가' ▷성낙윤이 만든 우리이불 우리소품 ▷경주, 풍경과 사람들 ▷신라왕이 몰래 간 맛 집 ▷태사묘 ▷안동식혜 등을 출간했다.LA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대부분이 안동의 종가와 고택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이 작가의 열정과 예술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미국 사회에 안동의 전통 고택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9-09-25 11:42:35

일본 뒤집기

[서평] 일본 뒤집기/ 호사카 유지 지음/ 북스코리아 펴냄

최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해 화이트 리스트(수출 우대국) 제외 등 강도 높은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후 나라 안팎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반발한 한국 국민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해 그 규모가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한국인이 80%를 넘었으며,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국내 여행으로 바꾼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됐다.지은이 호사카 유지 교수는 정치외교, 정치경제, 영유권 문제, 한일 문화비교 분야 전문가이다. 30여 년간 한일관계를 연구해온 호사카 교수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특성 차이를 비교분석함은 물론 일본이 침략 사상을 갖게 된 근원을 역사적 사실과 함께 면밀하게 밝히고 있다. ◆먼저 상대방 연구 하는 일본일본인들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미리부터 세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치밀한 준비를 한다. 연초에는 한 해 동안의 모든 계획이 나오고, 세워놓은 계획에 맞춰 순서대로 일을 진행해 나간다. 그리고 이익이 있을 거라는 계산이 나오지 않으면 절대로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하면 모험정신이 없다. 그래서 일본 내에는 벤처기업이 그다지 번성하지 못한다. 일본은 남을 이기기 위해서,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정한 공식을 갖고 산다. 또 일본인에게는 속마음(혼네)과 겉마음(다테마에)이라는 삶의 방식이 있다. 일본인들은 상대방에 대해서도 먼저 상세히 연구한다. 상대방을 파악한 후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서면 일본은 선제공격을 시작한다. 진주만 공격 같은 선제공격 형태가 일본의 병학정신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인은 평화사상을 기초로 하는 유교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선제공격이라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상대를 연구하여 파고들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다. ◆적을 이기면 선(善), 지면 악(惡)일본인에게는 무사시대, 무사들의 경전 이었던 '손자병법' 정신이 깔려 있다. 손자병법은 침략을 악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타국을 침략하여 영토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가르치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 일본은 조선을 비롯해 아시아를 침략했던 일을 '나쁘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침략'이란 영토 확장을 위한 병학적 전략이 성공한 결과일 뿐이었다. 중국에서 생겨난 주자학은 한국에서 더 깊이 발전되어 한국의 국교까지 되었다. 중국에서 유교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손자병법은 일본에서 더욱 발전되어 일본 사상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병법에서 말하는 선이란 전쟁에 나가 이겨야 하는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이기기만 하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선인 것이다. 적의 인권 같은 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병법에서 악이란 전쟁에서 지는 것이다. 그리고 무력을 쓸데없이 소모시키는 것도 악이다. 이처럼 일본은 오랜 세월동안 전쟁에서의 승리를 중심으로 한 선악의 기준을 윤리기준에도 꿰맞춰왔다. 그래서 일본에는 인도적이고 보편적인 선악의 기준이 매우 미약하다.◆일본의 한반도 경시사상은 언제?근접해 있는 나라끼리는 대부분 사이가 나쁘다. 섬나라인 일본은 대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한반도가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다. 일본인의 가슴 밑바닥에 한국을 경시하는 원인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백제와 일본은 원래 형제처럼 친밀한 관계였다. 백제가 당나라 군대와 손을 잡은 신라에게 함락되자 일본은 백제를 구하려고 수차례 군대를 보냈지만 나당 연합군에 무참히 전멸당하고 백제도 멸망해 버린다. 나당 연합군이 일본으로 쳐들어올까 위협을 느낀 일본은 그로부터 한반도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그리고 일본은 국가를 새로 정비하고 대대적인 역사서 편찬 작업을 행한다. 국학 사상의 2대 성전인 '기기(記紀)'를 712년, 720년 완성한다. 그런데 기기의 역사 속에 '일본의 한국 경시 사상과 침략사상'이 들어 있다. 한반도에서 패배했으면서도 반대로 한반도를 점령했다는 식으로 바꿔서 기술해 놓았다. 일본은 한반도를 강력하게 무시함으로써 일본을 하나의 덩어리로 힘을 모으려고 꾸몄던 픽션이 결국 이데올로기로 변해버린 것이다. ◆평화 철학이 없는 일본 국가신도일본인도 평화를 사랑하지만, 일본에는 평화를 확립하는 철학이 없다. 일본 메이지 정부는 사실상의 국교로서 '국가신도(國家神道)'를 설립했다. 국가신도는 일본인 조상신인 아마테라스를 신봉하고, 그 직계 자손이라고 일컬어지는 일왕을 신으로 숭배하는 종교다. 아마테라스는 빛나는 아름다움을 지닌 여신이다. 신칙에는 '무한한 하늘의 나라를 통치하는 아마테라스의 직계자손이 지상 세계 또한 영원히 통치해야 한다'고 돼있다. 국가신도는 일본 신의 직계 자손인 일왕이 일본뿐 아니라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신칙에는 종교적 메시지가 아닌 통치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이 부분을 '해외팽창' 정책을 취하려던 일본 정부가 유용하게 꿰맞춰 침략 이데올로기로 발전시켰다. 이처럼 일본 국가 신도 속에는 개인에 대한 구제사상이라든가 대외적인 평화사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독재사상과 대외 침략사상으로 이어진 피비린내가 눌러 붙어 있다.지은이는 "한국이 일본에게 또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인권과 평화를 존중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선악의 기준을 확고히 세움과 동시에 일본에게 약점을 이용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270쪽 1만5천원.

2019-09-21 06:30:00

[반갑다 새책]불길순례/박영익 지음/행복에너지 펴냄

우리나라에서 봉수대는 약 120년 전까지 사용됐던 통신방법이다. 봉수대는 전국에 600곳 이상이다. 지은이는 학생들과 봉수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직접 발로 뛰면서 전국의 주요 봉수대를 탐방했다.책은 봉수대의 흔적을 찾아 떠난 목적이외 부차적으로 그 주변의 멋진 자연 경관과 서정, 전설 등도 함께 기록해 책 읽는 흥취를 더해주고 있다. 또 사라져 가는 과거 문화재에 대해 단순한 연민을 떠나서 학술적인 가치의 질량도 풍부하게 담고 있다.특히 해박한 한학 지식을 활용해 봉수대와 관련한 지명과 유래에 대해 조어의 구성과 사물이 가리키는 설화적 의미까지 파악하고 쉽게 풀이하고 있다. 그 예로 봉수가 밀집된 '간봉 9노선'의 경우 '황간 소이산' '문의 소이산' '진천 소이산'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소이'가 '-쇠'의 어원으로부터 비롯한 것임을 규명하고 있다. '-쇠'는 신분이 낮은 양민 계열의 봉수군을 가리키는 말로 일정 기간 봉수대를 지키며 이들이 부역 또는 군역을 담당한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쇠'들이 머물러 있는 곳이 '소이산'이었던 것이고 역사 속에서 왜구의 침략이 잦았을 때 봉수는 나라를 든든히 지켜주는 최전방의 군사와 마찬가지였던 셈이다.봉수제도는 1895년 을미개혁으로 폐지됨으로써 제 기능을 잃고 간난신고했던 겨레의 근대사와 수난을 함께했다.세월의 풍화, 무지로 인한 훼손, 전쟁과 군사시설로 부서지면서 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져 간 봉수대. 역사의 기록을 통해 조상들의 향내가 느껴지는 책의 구성은 단순 팩트를 떠나 모두에게 민족의 얼을 은은하게 느끼게 한다.지은이는 30여 년간 대구에서 중등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봉수에 대한 관심도 학생들과의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비롯됐으며 조부에게서 배운 천자문이 인연이 돼 오랫동안 한학에 힘썼다. 420쪽, 2만5천원

2019-09-17 11:31:13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의 지은이 김경욱이 운영하는 군산 '우리들마트'. 지은이는 이곳에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경영과 함께 각종 이벤트와 감성적 접근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들마트 블로그 제공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김경욱 지음/왓어북 펴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사표를 간직하고 산다. 하지만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까닭은 '회사 안이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도 퇴사 행렬은 이어진다. 개인의 성장과 가치 실현을 더 중요시하는 직원들은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기대와 다른 현실을 겪은 후 회사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는 대기업을 퇴사한 청년이 마트를 창업하고 고군분투하며 자리 잡는 과정을 담고 있다.◆대기업 다니다 군산으로 내려간 청년해수욕장, 새만금 방조제, 100년 된 빵집 이성당으로 유명한 전북 군산. 군산은 빼어난 자연 경관과 맛집을 갖춘 관광 도시일 뿐 아니라 한국GM 군산공장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있어 경제적으로도 활기찬 지역이었다. 하지만 2017년 7월 조선소 가동이 중단되고, 2018년 5월에는 한국GM 공장마저 폐쇄되면서 수많은 직원들이 실업자가 되고, 군산을 떠나갔다. 한국GM 공장의 매각으로 재가동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군산의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곳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한 것 외엔 장사 한번 해본 적 없는 청년이 동네 마트를 열었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군산에 마트를 연 것일까?주변의 걱정을 뒤로 하고 이 청년이 연 마트는 3년 만에 하루 평균 손님 800명, 평균 영업이익률 7%를 달성하며 지역 거점 마트로 자리잡았다.책을 쓴 김경욱 씨는 처음 창업을 고려할 때는 스타트업에 염두해뒀다. 하지만 미래의 큰 수익을 노리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적자를 견디는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판단에 꾸준히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전통적인 자영업을 선택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고 전략을 실행했을 때 성과가 바로 보이는 마트업이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했다.책은 이렇듯 창업의 핵심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마트의 입지를 고려했을 때 군산이 서울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주저없이 군산으로 떠났고, 남들이 말하는 전망 좋은 업종이 아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또 온전히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에 창업과 운영이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낼 수 있는 동력을 갖출 수 있었다. ◆데이터 기반 운영과 감성적 접근이 책은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걸 보여주는 만능 창업 지침서가 아니다. 안정적인 트랙을 열심히 따라가다가 이탈한 청년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하나씩 실행해나간 창업 분투기에 가깝다. 그가 하루하루 전쟁 같은 일과를 끝내고 틈틈이 출판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한 글은 누적 조회수 116만을 돌파하며 브런치북 프로젝트 6회 대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지은이는 퇴사를 권하지도, 창업을 부추기지도 않는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나답게 살면서 내 방식대로 돈을 버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줄 뿐이다. 이 책에는 '진짜 내 일'을 찾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인 팁이 풍부하다.창업 전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중소형 마트 12곳의 재무제표를 검색해 각각의 매출,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이익 등을 산출했다. 마트를 시작한 후에는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에 기반해 운영 방향을 정했다. 향후 매출을 예측하기 위해서 단순히 하루 매출이나 객수보다는 고객들의 평균 구매주기, 신규 고객 수, 이탈 고객 수를 중점적으로 파악해 마트 이용 고객이 꾸준히 느는지, 각 고객의 재방문 횟수가 높아지는지 확인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전략을 실행했다. 상시적인 가격 할인 행사를 유지해 신규 고객을 계속해서 유치하고, 적은 금액을 쓰더라도 사은품을 제공해 고객에게 재방문 요인을 제공했다. 광고 알림 문자 말미에 따뜻한 글귀를 곁들이고 계산대에 싱싱한 꽃을 꽂아 놓는 감성적인 접근까지 더해 그의 마트는 오픈 4개월 만에 월간활성고객수(MAU)가 매월 평균 24%씩 가파르게 증가했다.책은 마트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과 장사를 해본 후 비로소 깨달은 점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고객을 돈으로 보지 않으려는 마음, 손님의 폭언에 상처 입어도 다시 한번 웃어보이는 노력,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이 악물고 버티는 자세, 장사의 고단함과 동네 사람들과 교감하며 즐거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276쪽, 1만4천원.

2019-09-05 11:17:18

대학생들이 1980년대에 민주화를 위해 데모를 하고 있는 모습.

[서평]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바야흐로 386세대라고들 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가? 왜 386세대가 권력의 중추에 진입했는데 언론, 학계, 관계, 재계가 덩달아 들썩이고 있는가? 그것은 그들의 친구가, 친구의 친구가 권력을 쥐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86세대가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왜 여전히, 어쩌면 더욱 심화된 불평등 구조를 갖게 되었는가. 민주화와 경제발전이 한국 사회에 더 많은 소통, 더 많은 자유, 더 공정하고 평등한 분배구조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왜 우리는 날로 증대되는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가.지은이는 386세대가 한국 사회의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을 독점해온 과정과 그로 인해 어떻게 세대간 불평등을 야기해왔는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명쾌하게 알려주고 있다.◆386세대, 어떻게 권력을 형성했나산업화 세대가 경제성장의 수혜를 40대에 진입하면서 최초의 자산축적을 통해 경험했다면, 386세대는 70, 80년대를 한층 넉넉해진 가정경제, 넘치는 일자리, 더 늘어난 계층 상승의 기회를 통해 경험했다. 386세대의 리더들은 '이념'을 통해 산업화 세대가 스스로를 파편화한 학연, 지연, 혈연의 네트워크를 가로지르는 '연대'의 원리를 터득했다. 이들은 이러한 이념, 조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민사회를 형성한 후, 국가에 대한 점유 작전에 집합적으로 돌입했다. 다른 세대의 정체성이 사회적 변동 과정을 겪으면서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 세대의 정체성은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민주화 운동을 통해 사회 변동을 이끌어낸 능동적 정체성이다. 또 도시 빈민 및 노동자 계층과 중산층의 연대를 시도함으로써 자본주의하 시민사회를 조직화한 첫 지식인 그룹이다. ◆386세대 리더들의 정치권력 분포산업화 세대의 리더들이 권위주의 체제를 통해 소수만이 권력을 독점하고 향유하며 불균등하고 불공정한 원리에 의해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분배해왔다면, 386세대들은 어떻게 권력을 분배하고 있을까. 386세대는 90년대를 기점으로 급속히 정치권력을 향해 줄달음 친다. 20대와 30대 때 시민사회를 조직하는데 헌신했던 386세대가 486이 된 2004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526명의 입후보자(40%)를 내고 대거 정치권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2016년에 이르면 50대가 된 386세대는 사실상 산업화 세력을 몰아낸다. 수적으로 524명의 입후보자를 내고 역사상 가장 높은 입후보자 점유율(48%)을 자랑하며 정치권력을 장악한다. 산업화 세대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90년대에 30대였던 386세대가 정치판에 16% 차지했는 반면, 2010년대 정치판에서는 30대는 거의 사라져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386세대, 어떻게 시장을 장악했나한국 대기업들은 90년대 들어서부터 일본 모델을 따라 생산 및 판매 시스템을 전 지구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노력을, 이 시도를 기업에서 주도한 세대가 다름 아닌 386세대의 리더들이다. 1997~1998년 금융위기는 기업내에서 이들의 권력을 극적으로 강화했다. 금융위기는 산업화 세대의 머리 위에서 폭발했다. 당시 이들은 추풍낙엽처럼 노동시장에서 퇴출됐다. 반면 30대로 기업조직의 밑바닥부터 중간 허리까지 구성하고 있던 386세대는 이 칼날을 무사히 비켜나며 대부분 생존했다. 권력 강화의 또다른 요인은 금융위기로 기업들이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정규직 사원을 채용하지 않았다. 386세대는 졸지에 아래위가 모두 잘려나가면서 기업조직에 사실상 홀로 남겨진 '거대한 세대의 네트워크 블록'이 돼버렸다. 2000년대 이후 정보화물결이 가속화되면서 386세대가 산업화 후기 세대를 경영 전면에서 몰아냈다. ◆한국형 위계구조의 희생자는 누구?산업화 세대가 첫 삽을 뜨고 386세대가 완성한 한국형 위계구조인 '네트워크 위계'의 희생자는 누구일까. 그들은 동시대 청년과 여성이다. 한국형 위계 구조는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 위에 산업화 세대가 구축한 협업 머신이다. 네트워크 위계는 이 머신 위에 386세대가 이념·자원 동원 네트워크와 노동 유연화 위계를 장착시킨 보다 정교화된 착취 및 지배 구조다. 기업 수뇌부와 중간층까지 장악한 386세대는 자신들의 노령화에 따른 인건비를 유지하기 위해 젊은 세대 신규 채용을 줄였다. 이것이 오늘날 청년 고용 위기의 한 원인이다. 386세대 여성들도 소수만 상층 노동시장에 진입했고 진입한 여성들은 장기간 생존하지 못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청년 여성들의 양성평등 사회를 위한 투쟁의 가장 큰 장벽은 아마도 사회 각 분야에서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는 남성 중심 가부장 사회를 지향하는 386세대 남성들일 가능성이 크다. 361쪽 1만7천원. ※지은이 이승철=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복지국가, 노동시장 및 자산 불평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2006년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복지국가와 불평등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타대학교, 시카고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를 거쳐 시카고대학교 종신교수로 2017년까지 근무했다. 2011년, 2012년 전미사회학회 불평등과 사회이동, 정치사회학, 발전사회학, 노동사회학 분야에서 최우수 및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2019-09-04 17:14:21

브랜드 X팩터

[책 체크] 브랜드 X팩터/ 박찬정 지음/ 아템포 펴냄

"X팩터는 다른 말로 하면 돌연변이다. 돌연변이가 진화를 이끈다. 지적대로 평균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사고의 틀로 생각해야 한다. 무질서 공간에서 X팩터가 태어나고, X팩터가 경쟁 우위를 만들며, 그 경쟁 우위가 새로운 시장 질서를 구축한다. 그것이 바로 브랜드 X팩터 전략이며 브랜드 진화다."이 책은 '브랜드' 개념을 꼼꼼하게 짚으며, 심층 기반에서부터 모든 것이 변화한 '딥체인지' 시대의 브랜드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저자는 브랜드 X팩터의 성공조건 3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복잡한 시장에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진화가 필수적이다. 브랜드는 경쟁 우위 공간을 새로이 찾아내 무질서한 공간을 창출해냄으로써 진화할 수 있다. 또 브랜드는 소비자가 만든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 꼬리표가 없는 브랜드는 제품일 뿐이다. 꼬리표는 소비자 상호작용에 의해 생겨난다. 마지막은 소비자에 의한 '양(+)의 되먹임'이다. 양의 되먹임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촉매가 필요하다. 310쪽 1만7천원.

2019-09-04 17:06:38

[반갑다 새책]도해 운명을 바꾸는 법/석심전 편저'김진무 류화송 번역/불광출판사 펴냄

팍팍한 삶일수록 마음을 다잡고 살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힘든 삶의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한번쯤은 '난 왜 이런 팔자를 타고 났지?'라며 탓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해진 운명'이란 정말 있는 걸까? 애석하게도 붓다는 '그렇다'고 말한다.책의 서문에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이른바 행운아들은 번뇌가 없는 것 같지만 그들의 행운은 순전히 그들 자신의 좋은 마음 덕분이다'는 글귀가 있다. 그렇다. 이 책의 핵심이자 붓다 말하는 개운법의 핵심은 '마음'에 있다.편저자는 마음의 변화를 통해서 인생을 바꾸는 것은 이미 모두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권한다. 즉 생각이 인생의 재앙과 복을 결정짓는다. 마음이 바뀌면 태도도 따라 변하며, 태도가 변하면 우리의 습관도 따라서 변하고 습관이 변하면 우리의 성격도, 성격이 변하면 우리의 인생도 따라서 변한다. 결국 운명을 바꾸는 법은 마음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이처럼 마음의 구조와 특성을 알고 마음의 변화가 어떻게 인생에 행운을 불러오는 지에 대한 내용은 바로 이 책의 주요한 바탕이다.운명과 인생을 관리하기 위한 네 가지 사유법을 '사공가행'(四共加行)을 들 수 있다. 네 가지 사유란 '사람의 몸을 얻기 어려움'(人身難得), '생명은 무상함'(生命無常), '인과업보', '윤회의 허물과 우환'이다.편저자는 이 사공가행을 불교 모든 종파 수행자들이 행해야 할 필수 준비과정이라고 말하면서 이 사유법을 통해 어리석음 마음, 즉 범부의 마음을 진리로 향하게 할 수 있고 붓다의 지혜를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책은 하나의 절마다 그림과 도표를 배치해 독자들이 편안하게 독서할 수 있도록 구성됐고 초심자부터 열렬한 신동에 이르기까지 동양의 오랜 가르침을 통해 인생을 개척하는데 감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456쪽, 2만원

2019-09-04 11:25:44

배려하는 디자인/방일경 지음/미술문화 펴냄

아프리카의 한 마을. 식수가 부족한 이 곳에는 아이들이 아침 일찍 물동이를 지고 물을 긷기 위해 나선다. 몇 시간을 걸어가 물을 길어오지만, 무거운 무게 때문에 물은 절반이상 흘러버리고 없다. 딱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한 디자이너들이 드럼통 모양의 굴리는 물통 '큐드럼'을 만들었다.이후 아이들의 삶은 달라졌다. 아이들은 이전보다 짦은 시간에 더 많은 양의 물을 운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물동이를 놀이하듯 굴리게 됐다. 게다가 물을 긷느라 갈 수 없었던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면서 인생이 전체가 달라졌다. 이처럼 디자인으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배려하는 디자인'이 출간됐다.◆배려없는 디자인이 가져온 문제배려가 결여된 디자인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손실은 생각보다 크다. 비슷하게 생긴 약병 때문에 약을 잘못 복용하는 사례가 생기고,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아파트는 이웃 간의 소통을 단절하여 개인 소외를 낳았으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컵은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이는 아이디어나 기술이라기보다는 태도의 문제다. 인간과 사회, 그리고 환경을 배려하는 디자인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나간다. 미국의 사회적 기업 언차티드 플레이는 무엇이든 공처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행위에서 착안해 축구공 전구인 '싸켓'을 개발했다. 낮에 축구공으로 가지고 놀면 내부 메커니즘이 작동해 전기가 생성되어 밤에는 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인 컵클럽은 다회용 컵 테이크아웃 시스템을 구축해 일회용 컵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했지만, 인간과 환경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못했고 급기야 개인과 사회, 환경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책은 이런 현실을 꼬집고 디자인에 필요한 태도를 되살리기 위해 '인간적인', '우호적인', '생태적인'으로 목차를 구성했다. 그리고 슈퍼노멀 디자인, 실버 디자인, 도시재생 디자인, 에코 디자인, 제로 디자인 등 총 15가지의 디자인 개념과 여러 사례들을 소개한다.◆노인과 개발도상국, 환경을 위한 디자인인건비가 점점 증가면서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편리하기까지 때문이다. 하지만 기기 작동이 서툰 노년층은 키오스트 앞에서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키오스크는 노인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전락시킨다.반면 노인을 '배려하는 디자인'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란차베키아+와이'의 가구는 노인의 자립을 돕는다. '아순타 의자'는 앞으로 기울어질 뿐만 아니라 발판을 갖추어 노인이 혼자서도 쉽게 일어설 수 있도록 하고, '투게더 케인'은 지팡이에 수납 공간을 더해 노인의 활동 범위를 넓힌다.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 MVRDV가 암스테르담에 지은 '보조코 아파트'는 노인용 아파트로 편리함을 유지하되 모든 세대가 일조량을 확보하고, 소외되지 않은 채 공동체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디자인도 책을 통해 소개된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6년 기준 98.2㎏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트 감축하겠다는 환경부의 정책에 따라 일부 프랜차이즈는 종이 빨대를 도입했으나, 특유의 향과 내구성의 문제 때문에 크게 호응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의 스타트업인 롤리웨어가 개발한 '먹을 수 있는 빨대'는 이러한 현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유기농 사탕수수와 해조류인 한천 등 식재료를 주재료로 하여 100% 자연 분해되며 내구성 또한 뛰어나다. 생태적인 태도로 문제를 해결한 에코 디자인이자 제로 디자인이다.책은 22개국의 다양한 디자이너들로부터 일상과 사회,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배려하는 디자인'으로 사람과 사회, 환경이 공존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316쪽, 1만8천원.

2019-08-31 06:30:00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표지

[책 체크]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최영철 지음/ 더블:엔 펴냄

지금 당신은 스마트 폰을 끄고 반나절을 견딜 수 있습니까? 분명 당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스마트 폰 사용자들이 이 질문에 대해 확답하기가 꽤나 망설여질 것이다. 스마트 폰이 출시된 지 올해로 만 10년째라고 한다. 그 동안 스마트 폰은 현대인에게 '엄청난 변화'라는 표현도 모자랄 정도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변화'를 안겨주었다.그런 탓에 인간은 더 이상 세상의 중심도 표준도 기준도 아닌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자발적인 힘으로 전원을 끌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 지금,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일이 바로 '디지털 디톡스'다.지은이는 성공적인 디지털 디톡스의 습관으로 ▷스마트폰에 소진하고 있는 많은 시간 중 잠시라도 할애해 운동에 투자하자 ▷평소 내가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작은 행동들을 체크해보자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독서를 하자 ▷삼시세끼 밥 먹듯 자연스럽게 내 책을 써보자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등을 제시하고 있다. 218쪽 1만3천원.

2019-08-28 16:53:40

[반갑다 새책]격동의 수레바퀴 언론의 길 60년/박기병 지음/박기병 회장 미수기념문집 출판위원회 펴냄

지은이는 광복과 건국, 동족상잔의 참혹한 6'25전쟁을 몸소 겪은 언론인이다. 6'25전쟁 때는 학도병으로 참전했고 전역 후 신문기자로 출발해 한평생 언론 외길을 걸었다.현재는 자신이 설립한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장으로 매년 세계 각국 동포 언론사 간부들을 국내로 초청, 세미나를 열고, 6'25참전언론인회 회장으로 호국보훈정신 선양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쏟고 있다.책은 지은이가 각종 신문과 시사 잡지, 언론단체 및 동문회보 등에 기고했던 글 중에서 뽑아낸 것을 묶은 것이다. 지은이는 각지에 기고한 글이나 방송 인터뷰 기사와 각종 수첩 명단들을 차곡차곡 모아 둔 덕분에 이번 책을 낼 수 있었다. 이런 꼼꼼함 덕분에 책의 뒷면에 각종 단체 출입처의 기자들의 사진과 명단도 실려 있다.지은이는 한 기고문에서 "언론 60년 후회는 없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의 다양한 형태의 기고문과 기사 등은 격동의 우리나라 현대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직업적 꼼꼼함과 탐사정신 등이 마치 그때 그 시절을 마치 기록 영상처럼 보여주기 때문이다.특히 국내외 인사들과의 폭 넓은 인간 교류를 비롯해 투철한 국가관, 나라 사랑 정신 등은 타이의 귀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또한 강원도가 고향인 지은이는 고향사랑도 유별나 '태백언론인회'와 '동곡언론재단' 등의 창단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60년 언론인 생활 이후에도 현재 4개의 직책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465쪽, 1만9천원

2019-08-28 11:49:54

유발 하라리

유발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유발 하라리 지음/김영사 펴냄

'사피엔스'를 시작으로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까지 이른바 '인류 3부작'을 펴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책을 통해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보잘 것 없는 존재였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정복한 뒤 스스로 신의 자리를 넘보게 됐다는 대서사를 통해 불가해한 세상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탁월하고 대담한 이야기로 각계각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세상의 의미를 구하기 위해 '우리'의 역사를 쓴 셈이다.이번에는 유발 하라리가 '우리' 속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한다. 그는 개인의 정체성 문제를 파고들기 위해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이 남긴 회고록에 주목해 '유발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을 펴냈다.◆역사 속 '나'의 의미는 무엇인가'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의 본질적 차이', '역사의 진보와 방향성', '역사 속 행복의 문제' 등 광범위한 질문을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는 하라리는 기로에 선 21세기 사피엔스를 위해 인류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를 탐색한 '인류 3부작' 이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출간돼 1천600만 부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21세기 사상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 책은 인류 3부작의 사상적 배경이 되는 선행 연구로, 2002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하라리의 박사 논문이기도 하다.하라리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파고들기 위해 주목한 것이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이 남긴 회고록이다.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은 군인회고록은 1450년에서 1600년 사이 34명이 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영어 문헌으로, 17세기 중앙집권적 근대국가가 등장하기 전 역사(history)와 개인사(lifestory) 사이의 긴장 관계를 첨예하게 드러낸다.사실상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의 회고록은 오늘날 기준에서는 구색을 갖춘 글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과관계로 이어진 이야기라기보다 제각각인 에피소드의 나열이다. 역사적 사건과 자신의 현실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다. 또 그들은 회고록에서 사실을 감정이나 생각이라는 필터를 거쳐 묘사하지 않았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남겨두었다. 추상적인 경험보다 구체적인 행동이 명예의 준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은 역사와 개인사가 일치하는 나의 역사였고, 역사와 개인사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잣대로 손색이 없다.하라리는 역사 속 개인의 의미에 주목한다. 왕과 국가의 권력에 맞서 자신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세우려 했던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의 삶을 통해 역사 속 개인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논리적 인과관계 없는 군인들의 무용담 기록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찾아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르네상스 시대 군인은 명예를 목숨처럼 여긴 전사 귀족(warrior noblemen)이었다. 귀족이 아니면 역사 속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없었고, 정체성도 빼앗기고 말았다. 여기서 개인은 전사 귀족도 하급 전사도 모두 포함한다.◆'우리'의 역사와 '나'의 역사하라리는 "인간의 현실 중 '역사적인' 일부가 먼 과거에 속할 때는 '역사'라고 불리고, 가까운 과거나 현재나 미래에 속할 때는 '정치'라고 불린다"고 말한다. 역사적 현실의 경계선이 어디인가 하는 문제는 학문적인 질문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질문이다. 경계선 안의 사람과 사건들에서 새로운 권력과 역할이 생성된다. 반면 역사적 현실에서 밀려나면 정치의 세계에서도 밀려난다.그는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이 역사적 현실을 묘사하는 방식을 역사와 개인사의 동일시로 고찰한다. 일화 중심적인 역사는 기록 하나하나가 의미를 가지며, 언제라도 추가할 수 있게 결말이 열려 있다. 각자가 인과율의 억압 없이 자유로운 글을 쓸 수 있다면, 삶 또한 의미를 가지며, 닫히지 않을 것이다. '왕조-민족의 위대한 이야기'는 개인사는 분리되어 떨어져나간 '우리'의 역사다.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은 역사와 개인사가 일치하는 '나'의 역사다. 물론 당대 회고록 저자는 귀족 남성으로 정체성이 한정되었고, 역사의 내용은 명예로운 행동으로 국한되었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역사와 개인사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잣대로는 손색이 없다.하라리는 현재 역사가 결말을 열어둔 일화 모음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점친다. 르네상스 군인회고록이 개인사와 역사를 동일시했던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개인사가 역사보다 우위를 점하려 한다는 것이다. 역사가 개인사와 개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해야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는 이 논문을 쓰고 7년 뒤 '사피엔스'를 통해 역사의 흐름과 개인의 행복 사이에는 아직 커다란 공백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고, 이 공백을 채워나가야한다고 말한다. 516쪽, 2만2천원.

2019-08-22 11:24:15

[반갑다 새책]마음속 아이를 부탁해/한영임 지음/행복에너지 펴냄

모두가 살면서 경험하는 '고통'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차근차근 도와주는 수필이자 실용서로, 우리의 삶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통해 얼마든지 현재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지은이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갑자기 남편이 슈퍼마켓을 하자고 했다. 내성적이고 수줍은 나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결국 시작하게 됐다. 장사는 대성공이었다. 매일같이 손님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았다. 남편과 싸우게 되었고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본문 중에서)평범한 아주머니에서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불러 넣는 멘토로서 삶을 시작한 지은이는 힘든 시절을 거쳐 마음코칭 강사, 시낭송가, 창업지도사, 사회복지사, 장례복지사, 스포츠댄스 지도사로서 다채로운 삶을 쌓아가고 있다.우리 모두는 언제가 죽는다. 그 언젠가는 내일이 될 수도 있다. 시간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 유한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 나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지은이 역시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자신 속에 있던 어두운 기운을 몰아내자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보였다고 한다. 마음코칭을 통해 지은이의 마음 속 어린 아이가 울고 있었음을 깨달았고 문제의 요체는 바로 자신에게 있음을 알게 되자 세상은 다시 평온해졌던 것이다.'드림 리스트를 작성하라' '마음의 힘을 믿어라' '롤 모델을 모방하라' '운동은 필수다' '받고 싶은 만큼 주어라' '관심분야의 책을 읽어라' '소명을 찾아라' '감사 일기를 써라' 등 지은이가 책에서 주장하는 논지들은 모두 '마음 속 아이 돌보기'의 방법들로 차근히 따라가다 보면 진정으로 평안한 '나'를 찾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진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체험한 작고 소중한 깨달음과 평범한 이야기들이 함께 버무려 진다면 우리가 그렇게 찾고자 했던 삶의 진리는 어느 새 우리 가까이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299쪽, 1만5천원

2019-08-21 11:21:09

박현덕 시인, 2019 백수문학상 수상자. 한국시조시인협회 제공

박현덕 시인 제5회 백수문학상 수상

김천시가 지원하고 백수문화제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5회 백수문학상 본상에 박현덕 시인의 '저녁이 오는 시간 1-겨울 운주사'가, 신인상에는 구애영 시인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가 각각 선정됐다.백수문학상은 김천이 고향인 백수 정완영 선생님의 시조에 담긴 문학정신을 기리고, 세계화 시대에 맞는 현대시조의 역량 있는 우수 시인을 선정해 그 예술정신을 격려하고 널리 선양하기 제정된 문학상이다.올해 문학상 심사는 2018년 7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발표된 시조시인의 작품을 대상으로 정용국, 박성민, 정희경 시인의 예심 선고에 따라 백수문학상 후보자 9명, 신인상 12명이 추천되었고, 이근배, 김제현, 이승은 시인의 본심 심사에 의해 수상자가 결정됐다.전남 완도 출신인 박현덕 시인은 광주대 문창과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당선 .199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중앙시조대상, 한국시조 작품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조집 '겨울 삽화', '밤길', '주암댐, 수몰지구를 지나며', '스쿠터 언니', '1번 국도', '겨울 등광리', '야사리 은행나무'를 냈다.신인상 수상자 구애영 시인은 1947년 전남 목포 출생으로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돼 등단했다. 김상옥백자예술상 신인상 수상. 시조집으로 '모서리 이미지', '호루라기 둥근 소리' 등이 있다.시상식은 오는 8일 31일 김천 직지사문화공원에서 열리는 백수문화제에서 진행된다. 상금은 본상은 2천만원, 신인상은 500만원이다.박현덕 시인은 "백수 탄신100주년의 해에 수상을 해 기쁘다"며 "시조는 일상 속에서 순간의 찰나를 포착해 단아한 그릇에 담아냄과 동시에 그 경계를 넘어설 때 시적 성취로 연결된다. 앞으로도 철저히 고뇌하고 번민하면서 단순 서정에서 탈피, 존재론적 인식을 담아내고자 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19-08-20 14:58:28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홍익희 지음/행성B 펴냄

종교를 떠올리면 우리는 흔히 교회나 절, 성당 등의 건축물이나 그 상징, 그리고 구성원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천국와 지옥같은 사후 세계의 교리나 종교 규범 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앙 체계로 여겨진다. 하지만 종교의 탄생과 발전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만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흐름과 함께 해왔다.종교를 한 걸음 물러나 인류 문명사의 흐름에서 바라본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가 출간됐다.◆문명의 흐름과 함께하는 종교베스트셀러 '세 종교 이야기'를 통해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을 다루면서 세계사의 흐름과 종교 분쟁의 근원을 짚어낸 홍익희가 인류 문명의 더 넓은 바다에서 세계 종교를 통찰한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로 돌아왔다. 책은 문명의 발생, 종교의 탄생, 제국들의 흥망과 함께한 종교의 역사를 통해 종교적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종교가 말하는 진리와 평화는 어디에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인류의 기원, 자연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 고대 신화의 탄생, 기후 변화에 따른 유목민족의 이동, 국가 체제 혹은 사회 제도를 뒷받침하는 사상의 수립, 제국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국가종교의 필요성 등을 통해 종교는 모양을 갖추었고 가다듬어졌다. 또 종교끼리도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종횡으로 영향을 미치며 형이상학적이고 제도적인 틀을 만들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인류의 종교 발자국을 따라가는 이야기이다.인류 문명사로 세계 종교를 바라볼 때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유목민족과 정주민족의 대결이다. 빙하기가 끝나고 드넓은 초원 지역이 형성되자 바이칼 호수 근처에는 몽골로이드계 유목민이, 흑해가 범람한 코카서스 지역에는 코카소이드계 유목민이 등장했다. 코카서스 초원의 유목민은 인도유럽어족으로 흔히 아리아인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것이 '쿠르간 가설'이다. 종교와 관련해 괴베클리 테페 유적이 이들의 발자국이다. 토테미즘의 효시인 이 유적은 농경생활 이전에 종교 공동체가 먼저 성립됐다는 점을 입증한다.초원의 유목민족은 정주민족이 살던 지역으로 들어가 지배계층이 되면서 새로운 사회질서를 세웠다. 고고학자 마리야 김부타스에 따르면 인류 초창기 유럽대륙에는 여신을 숭배하는 여성 중심의 평화로운 문명이 형성돼있었다. 하지만 기원전 3천500년을 전후로 호전적인 기마 문화인 코카서스 초원 문화가 서쪽으로 세력을 뻗쳐와 인도유럽어족의 유럽 확산으로 이어졌다. 이들이 가부장제와 부계체제를 앞세우면서 남신 숭배 사회가 됐다.아리안의 일부가 기원전 15세기경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인도 북부로 쳐들어 가면서 카스트 제도를 새로운 통치 체제로 구축했다. 그리고 이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대 페르시아 다신교를 조금 변형시킨 브라만교를 만들었다. 브라만교는 사상의 발전을 거듭하며 불교와 힌두교로 이어진다.◆제국과 왕, 그리고 종교이 책에서는 제국과 세계 종교의 관계도 다룬다. 인도유럽어족이 세운 히타이트의 최고신은 미트라였다. 자손과 가축을 내려주는 번영의 신이자 만물을 품은 빛의 신이었다. 미트라교는 고대 페르시아를 거쳐 그리스와 로마 시대까지 번성했고 초기 기독교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크리스마스와 일요일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공인을 받으며 미트라교는 쇠퇴했다.조로아스터교는 세계 종교 성립에 뿌리다. 키트라교도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았고, 유일신, 선악 이분법 등의 개념은 유대교는 물론 기독교까지 이어졌다. 중국으로도 전파돼 경교로 불렸고 미륵불과 정토 사상 등으로 불교에 파급됐다.조로아스터교도 비스타스파왕을 만나기 전까지는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자신의 종족에게서 거부당한 조로아스터는 박트리아의 비스타스파왕에게 전도하러 가지만 2년간 투옥을 당한다. 하지만 왕은 다신교보다 유일신교가 국가 운영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조로아스터교를 받아들이고, 이후 급속히 퍼져나간다. 비스타스파왕은 콘스탄티누스황제를 떠올리게 한다. 로마제국의 단독황제가 되는 계기였던 밀비우스 전투를 앞두고 꿈에서 승리의 계시를 받은 그는 313년 밀라노칙령으로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인한다.이처럼 이 책은 세계 문명사와 함께한 종교를 다룬다. 이 때문에 종교의 교리적 특징이나 차이점 등 다소 딱딱하고 추상적일 수 있는 내용들을 명쾌하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밖에도 '신라 기마인물상은 쿠르간 가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집트 신전과 콜로세움을 세운 민족은 누구인지', '콧수염을 기른 서양인 모습의 불상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준다. 660쪽, 2만8천원.

2019-08-15 14:30:57

로마 시가지

[서평] 로마인에게 배우는 경영의 지혜/ 김경준 지음/ 메이트북스 펴냄

2천년 전 로마인들의 성공스토리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라 오직 실력과 노력의 결과였다. 산적들과 양치기의 작은 촌락으로 시작한 로마가 700년의 성장기를 거쳐 서방세계 전역을 지배하는 패권국이 되고 300년 가까운 번영을 누린 것은 변방의 벤처기업이 M&A를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로마는 인류 역사상 최강의 조직으로 꼽힌다.지은이는 1천년의 역사를 유지하고 세계제국을 건설한 로마의 성공 원동력을 대담한 개방성, 탁월한 리더십, 체계적인 시스템, 철저한 실력주의라는 4개의 바퀴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로마인의 국가경영을 현대의 기업경영에 적용해 과거와 현재를 타임슬립 하듯 넘나들며 경영의 핵을 명확히 짚어내고 있다. ◆대담한 개방성이탈리아반도 중부의 조그만 마을에서 출발한 로마가 역사상 수없이 명멸했던 정복민족으로 끝나지 않고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에 걸쳐 다인종,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로 이뤄진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개방성이었다.로마인들은 건국 초기부터 정복한 부족의 유력자에게 원로원 의석을 제공해 지배계급으로 편입하는 전통이 있었다. 정복을 통한 영토확대가 로마의 하드웨어 M&A라면, 개방성으로 패배자를 동화시키는 정책은 로마의 소프트웨어 M&A였다고 할 수 있다.민주정치를 표방했던 그리스인에게 시민이란 '피를 나눈 자'였지만, 로마인이 생각하는 시민은 '뜻을 같이하는 자'였다. 로마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피부색과 출신지역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공동체에 기여한 정도에 다라 시민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펴갔다. 피를 흘리며 싸운 적국도 승리한 후 포용하는 대외적 개방성으로 공동체의 외연을 확대했다. 건국 초기 귀족들이 독점하던 정치적 기득권을 꾸준히 내부 개혁을 통해 평민들에 개방하면서 반체제를 체제 내로 흡수하고 인재 활용의 범위를 넓혔다. ◆탁월한 리더십조직의 수준은 곧 리더의 수준이다. 로마는 학교에서 배우는 고상한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서 체험을 쌓는 것을 중시했다. 로마의 명문가 젊은이들은 군대에서 지휘관으로 복무하고 말단 행정직을 경험한 후 단계별로 공직을 거치고 리더십을 검증받으면서 지도자로 성장한다. 이런 시스템은 우수한 지도자가 끊임없이 충원될 수 있었고, 현실과 유리된 이상론에 빠져든 선동가가 지도자가 되면서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로마사회는 실력에 기초한 힘의 논리가 지배했지만 지도층의 윤리의식이 리더십을 확보했다. 공화정 초기에 현직 집정관이 국법을 위반한 자신의 두 아들을 사형시키면서 법치주의 전통이 확립됐고, 전쟁이 나면 지도층이 가장 먼저 무기를 들고 달려나가 싸우면서 공동체를 위한 희생정신이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재산을 기부하고 공공시설을 건축해 권위와 명예를 쌓는 문화가 널리퍼져 있었다. 로마에는 확장 과정에 다양한 민족과 집단이 편입됐지만 다음 세대의 지도층을 육성하는 시스템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있었기에 리더십을 유지하고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체계적인 시스템시스템과 매뉴얼만 제대로 갖추면 어떤 조직이든 기본점수는 딴다. 로마군의 핵심역량이었던 강력한 군사력은 불굴의 의지를 강조하는 정신력이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과 매뉴얼에서 출발했다. 공화정 로마는 매년 군대를 재편성하는 시민군체제였다. 최고지휘관부터 일개 병사까지 완전히 바뀌는 상황에서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히 시스템과 매뉴얼이 갖춰졌다. "로마군은 곡괭이로 싸우고 병참으로 이겼다"라는 평판도 있다. 시스템과 매뉴얼로 양성된 군사력을 체계적 병참으로 지원해 대규모로 집중 투입하는 로마군의 전쟁방식이 '무적의 로마군단'이라는 명성의 근원이었다.이런 사고방식은 군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 확산되면서 로마의 무형자산이 되었다. 로마 전역을 핏줄처럼 연결한 가도와 도시기반시설인 상하수도 등 방대한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고 유지한 것은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또한 로마의 세금제도는 넓고 얕게 걷는 것으로 유명하다. 낮은 세율을 유지하면서 공동체의 번영을 이끌어낸 세제도 효율적인 국가영영시스템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철저한 실력주의로마가 개방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철저한 실력주의가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의 신분제는 꽉 막힌 분리벽이 아니라 소통되는 삼투막이었다. 기원전 367년 리키니우스-섹스티우스법이 제정되면서 평민도 국가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노예도 실력만 있으면 자유민이 되는 길을 개척할 수 있었다. 건국 초기 왕정에서도 왕위를 세습이 아니라 선거로 뽑았고, 매년 국가지도자를 선출하는 공화정은 당연히 실력주의 원칙이었다.재정시대에는 혈연을 후계자로 삼는 방식이 도입됐지만, 이런 경우에도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성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시민들에게 인정받아야 했다. 실력주의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 간의 분업 차원으로 확대됐다. 로마제국 내의 각 권역은 강점을 가진 분야를 특화해 국제분업구조에 참여했다. 시칠리아와 이집트는 밀을, 로마는 올리브와 포도를 생산했고, 그리스는 무역과 교육을, 갈리아와 게르만은 기병을 공급하는 형태다. 로마제국에 편입된 민족과 국가들에 적용된 '시장원리에 기반한 실력주의'는 개인은 물론 민족차원에서도 상호이익을 바탕으로 공존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368쪽 1만6천원.

2019-08-14 16: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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