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부산 출신 이옥선 할머니가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 선고 관련 뉴스를 시청한 후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29명과 유족 12명이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연합뉴스

일본은 왜 식민지 역사를 외면하나?…'역사 피로감'의 실체

지난해 출판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반일 종족주의'에 정면으로 맞선 신간이 출시됐다.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은 '반일 종족주의' 수요 현상의 실체는 일본 우익세력이 주도하는 역사수정주의가 한국에 수출된 뒤 일본 자본에 의해 다시 역수입돼 일본 내 역사수정주의의 부활에 이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특히 이 책은 야스쿠니 신사, 전후 협정 등 일본 근현대사의 핵심주제를 파헤쳐 일본 우익세력의 왜곡된 주장을 드러내면서 일본 전체를 '악의 세력'으로 매도하기보다는 일본 내 양심세력과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일본은 왜 식민지 역사 외면하나?일본 내에 팽배한 '역사 피로감'이라는 말은 주로 일본 우익세력의 입에서 나오지만, 일본인 다수의 정서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전쟁이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일본인마저 '일본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일본 정부가 한일 역사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자국에 곤란한 사실은 숨기는 등 이중적인 여론 작업을 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일본은 여러차례의 사죄 기회를 저버림으로써 역사를 반성할 기회마저 잃고 말았다. 도쿄재판,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1965년 한일기본조약 등 식민지배 사과와 배상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마다 일본은 매번 책임을 회피하면서 오히려 식민지배를 부정하는 논리를 펴고 '사죄할 일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위안부 역사를 보편적 인권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자국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일본 우익세력의 편협한 종족주의가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특히 '반일종족주의'는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 시기의 경제발전에 대해 일본 극우세력의 입장을 베끼다시피 했다고 책은 지적하고 있다.◆돌아온 일본 극우세력일본에서 다시금 극우세력이 패권을 장악한 것은 90년대 이후 이어진 긴 불황과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 재해의 결과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대규모 재해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일본에 '위대한 일본의 재건'을 주창한 아베 총리가 등장하면서 '강한 일본'을 동경하는 일본 국민들의 제국주의적 노스텔지어를 자극했다는 것이다.일본의 진보적 사회운동은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보수를 대신할 새로운 사회 비전을 제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사회당‧민주당 등 제도권의 야당 세력은 동일본 대지진을 거치며 해체하거나 군소 정당으로 전락했고, 안보투쟁 등 주요한 계기가 되었던 사건들에서 패배해온 역사도 대안세력을 더욱 위축시키고 말았다.이런 현실 속에서 정치적 대안을 갈망하는 일본 국민의 이성적이고 진보적인 선택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일본의 민주주의의 회복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전망하고 있다.◆한일 관계 해답은? 결국 '연대'저자가 이 책을 통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결국 '오늘날의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이다. 우리에게 남은 희망은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 시민세력과 연대를 맺는 것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우리가 잘 몰랐던 일본 사회의 내면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바탕으로 그들과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재일조선인 문제 등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가 일본 사회의 변화와 직결되어 있으며, 촛불혁명을 거친 한국 사회운동과 지역사회 운동에서 단단한 경험을 가진 일본 사회운동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충분히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다.'한국에게 일본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잠시 고민해보자. '동반자' 혹은 '라이벌'과 같은 단편적인 단어로는 한일 관계를 정의하긴 힘들다.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일본을 포기한다면 미국·중국 등 강대국의 대립에 끼어 영원히 분단을 강요당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반목·갈등을 넘어선 협력·연대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근대사 문제가 한일관계의 위기가 된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양국 시민사회의 연대를 새롭고 공고하게 다질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88쪽, 1만6천원.

2020-01-18 06:30:00

[책]소셜임팩트

[책] 소셜임팩트

[소셜임팩트]이상일·최승범·박창수 지음/ 한국경제신문 한경BP 펴냄 기업이 오랫동안 번성하기 위해서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의 효용을 극대화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세상이 바뀌었고, 또 급속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의 대표적 캡슐커피 회사 '큐리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고성장을 거듭하던 큐리그는 프라스틱 캡슐용기 쓰레기 배출에 따른 환경오염 개선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못매를 맞고 6분기 연속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세계 최고의 유니콘 기업으로 현대자동차의 2배가 넘는 기업가치를 자랑하던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는 2017년 갑자기 창업자가 무기 휴직에 들어가고, 임원들도 줄줄이 사퇴했다. 사내 성희롱과 갑질논란 탓이다.이같은 사례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오너일가의 갑질논란으로 위기를 맞았고,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호식이두마리치킨 역시 같은 이유로 위기를 겪고 있다.◆사회적으로 유익한 기업이 선택 받는다과거의 기업과 브랜드가 상품적 혜택과 감성적 혜택을 주는 것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으로 유익한 기업과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소비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소비자'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오늘날 소셜임팩트(사회적 평판)는 구글 검색에서 17억 건이나 쏟아져 나올 정도로 폭발적으로 회자되는 단어가 되었다. 긍정적 영향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소셜임팩트는 ▷조직·지역·세계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 ▷지속가능성이 있을 것 등 2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기업이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와 인권, 빈부격차 해소 등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던 가치추구의 시대가 있었다. 기업이 환경단체나 인권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소비자들은 그 이상을 요구한다. 인권단체에 기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을 직접 채용하라고 요구한다. 기업이 직접 인종간 남녀간 임금격차를 줄이고, 소수자의 임원 비율을 높이라고 요구한다. 이제 '가치'를 넘어 기업의 '존제 목적'이 사회와 소비자들에게 유익한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경제력 갖춘 오피니언 리더, 소셜임팩트 주도소셜임팩트의 거대한 파도는 일부 선진국을 비롯한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다. '2019년 소셜임팩트 국민의식 및 사회적 신뢰 브랜드' 조사(2019년 7월 입소스코리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87%가 비재무적 평가, 즉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제품을 구매할 때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이 82.8%에 달했다.소셜임팩트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바라는 기업은 과연 누가 소셜임팩트를 주도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관심이 높은 소셜임팩트 주도층은 전체 국민의 34.3%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수도권' '남자 40~50대' '여자 30~50대' '대졸 이상 고학력자' '화이트칼라' '주부' '월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제품 구매력도 높으며, 소위 오피니언 리더 그룹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여기에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소셜임팩트가 지속가능한 사회에 목적을 둔 시대적 흐름이라면 굳이 경제영역의 활동에만 국한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소셜임팩트의 핵심 정서는 공감이며, 환경·윤리·인권·불평등의 문제를 일부 사람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직접 행동에 나서고 공유하면서 세상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그 출발선이다.◆소셜임팩트, 정치도 예외 아니다때문에 정치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소셜임팩트의 프리즘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포퓰리즘을 바라보면, 기존의 엘리트 정치가 외면한 대중의 목소리가 뭉쳐진 결과일 수 있다. 부의 크기나 교육 수준과 무관하게 참정권이 모든 시민에게 주어진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 시민, 대중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치가 끌려가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등장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엄청난 혼란과 시련을 맞고 있다. 자유·보수·우파의 위기도 심화하고 있다. '소셜임팩트'와 '포퓰리즘'의 화두는 비단 기업 경영에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자유·보수·우파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낡은 과거의 성장논리 만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개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76쪽, 1만6천원.

2020-01-18 06:30:00

[책] 대중지성, 소세키와 만나다

[반갑다 새책] 대중지성, 소세키와 만나다

대중지성, 소세키와 만나다박성옥 지음/ 북드라망 펴냄감이당 감성프로그램의 결과물인 감성(감이당 대중지성)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감성프로그램은 봄-여름-가을-겨울 4학기를 1년 코스로 철학·문학·인류학 등 고전을 읽고 쓰고 낭독하는 프로그램이다. 고전 중 하나를 선택해서 거기에 담긴 지혜와 비전을 우리시대의 삶의 현장에 생생하게 연결하는 글쓰기를 지향한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 대중이 인문학을 깊이 공부하면서 자신의 삶과 고전을 연결해 내는 셈이다.저자 박성옥은 감이당 대중지성에서 공부하기 위해 잘 나가는 학원사업을 접었다. 4년 간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인문학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일본의 근대를 연 작자 나쓰메 소세키를 만났다.이 책의 부제는 '현대인의 불안과 소세키의 질문들'이다. 소세키 소설의 매력은 한마디로 말하긴 애매하지만, 인간의 심연을 투사한다고 할 수 있다. 옆에서 누가 암에 걸렸다고 해도 당장 내 손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프고, 배짱 없고 우유부단한 사람이 겪는 마음의 지옥을 보여준다.인간의 마음을 믿을 수 있는지, 죄의식에서 자신을 구원할 길은 있는지, 결혼의 엉킨 실타래를 풀 단서는 있는지, 세상과 섞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에 대한 소세키의 질문과 그 대답을 소세키의 소설 속에서, 또 필자의 삶 속에서 찾아보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소세키와 새로운 만남을 경험할 수 있다.대책도 없이 그냥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는 절박감에 강력히 사로잡혀 삶의 밑바닥으로 전락하는 19세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갱부', 소세키 작품 중 가장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분량도 많으며, 가장 드라마틱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명암' 등이 소재가 된다. '명암'에는 노골적으로 반목하는 시누이와 올케, 은밀하게 신경전을 펼치는 부부, 남의 인생에 끼어드는 오지랖 대마왕, 과거를 빌미 삼아 삥을 뜯는 친구를 비롯한 온갖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 248쪽, 1만4천500원.

2020-01-18 06:30:00

스무살, 나답게 산다는 것

[책 체크] 스무살, 나답게 산다는 것

영남대 신입생들에게는 다른 대학에서 좀처럼 맛 보기 힘든 특권이 있다. 매년 봄학기가 시작되면 500명의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대규모 교양강좌 '스무 살의 인문학'이 펼쳐진다.스무 살의 청춘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은 다양하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 청춘이 삶을 끝까지 스스로 살아내는 것, 살아가는 것이 스스로에게 '답'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기성의 '썰'과 '카더라'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외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가라고 권한다. '나답게' 산다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나답게 죽어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나아갈 방향을 못잡고 허우적거릴 때, 이미 청춘을 겪은 선배들의 조언은 인생의 네비게이션이 될 수 있다. 물론 최종 목적지에 대한 선택은 청춘 본인에게 달렸다. 박홍규 영남대 교수(교양학부), 백승대 영남대 교수(사회학), 박일우 계명대 교수, 허재윤 국악예술단 동동 대표, 김훈호 순천대 교수(중어중문), 남정섭 영남대 교수(영어영문), 최문기 경산 M피트니스 대표, 임병덕 영남대 교수(기계공학), 함성호 건축가·시인, 이현 영남대 교수(성악과), 박철홍 영남대 교수(교육학)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224쪽, 1만3천원.

2020-01-18 06:30:00

오철환 신임 대구소설가협회장

[인터뷰] 오철환 "현진건 현창 사업 원고료 인상 추진"

"현진건 선생을 현창하는 사업에 좀 더 주력할 계획입니다. 현진건 선생은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로서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 대부분의 유명 작가들이 일본제국주의의 회유와 압력에 굴복했던 것과 달리 끝까지 절개를 지킨 드문 인물입니다. 이상화 시인과 더불어 대구의 정신과 기개를 대표할 만한 문학인입니다."오철환 신임 대구소설가협회장 겸 현진건문학상 운영위원장은 16일 인터뷰에서 "현진건 선생은 일제 강점기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우리 민족의 비참한 삶과 가난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 일제에 저항했다"면서 "대구 정신과 기개의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도 지방정부 차원의 현창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현진건 선생은 대구의 유복한 가정 출신이었지만, 형제들이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동아일보 사회부장 시절 손기정 선생의 올릭픽 마라톤 금메달 수상 사진에서 일장기를 없애버린 '일장기 말소사건'의 주역이기도 하다.신문사에서 쫓겨난 현진건 선생은 실업자로 지내며 민중들의 비참한 삶을 처절하게 경험했고, 이같은 생생한 체험은 그의 작품 세계를 구성했다. 그러나 혹독한 가난과 핍박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일제의 회유에 굴복하지 않았다.오 신임 회장은 또 "소설은 특성상 전업을 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작품을 쓰기 어렵다"며 "소설가들의 문학 활동을 활성화 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원고료 인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대구 소설가들 간의 교류 활성화와 화합, 청년작가의 발굴 역시 새 집행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혼자 작업하는 소설의 특성상 회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이 사실이지만, 교류를 더욱 활성화 함으로써 어려움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오 신임 회장은 대륜고와 영남대(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구시의원(6·7대)을 지냈으며, 현재 대구일보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근로자예술제 수필부문 당선을 시작으로 대구문학 신인상(수필), 문학세계 신인상(소설), 대구문학상을 수상했다. 임기는 올해부터 3년 간이다.저서로는 소설집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오늘' '검은 옷을 입은 여자', 스토리텔링집 '대구는 살아있다', 수필집 '아직도 할 일이 많다' 등이 있다.

2020-01-16 13:51:53

2020 매일신춘문예 시상식이 15일 오후 매일신문 8층 강당에서 열렸다. 강복영(동시 부문), 김옥자(수필 부문), 최란주(시 부문), 정승애(희곡 부문), 고수경(단편소설 부문), 나동광(시조 부문), 송선금(동화 부문·앞줄 왼쪽부터) 씨 등 각 부문 수상자들이 매일신문 이상택 사장, 심사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20 매일신춘문예 시상식…고수경 씨 등 작가 7명 배출

2020 매일신춘문예 시상식이 15일 오후 매일신문 8층 강당에서 열렸다.2020 매일신춘문예에는 7개 부문 4천652편이 접수됐으며, 7명의 신인 작가를 배출했다.단편소설 부문에 고수경(29) 씨가 '옆사람', 시 부문에 최란주(53) 씨가 '남쪽의 집수리', 시조 부문에 나동광(63) 씨가 '비누, 마리안느와 마가렛', 동시 부문에 강복영(61) 씨가 '응', 수필 부문에 김옥자(56) 씨가 '아버지 게밥 짓는다', 동화 부문에 송선금(45) 씨가 '하늘을 달리다', 희곡·시나리오 부문에 정승애(21) 씨가 '32일의 식탁'으로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매일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고수경 씨는 현진건문학상 신인상 수상의 영예도 함께 안았다.시상식에서 박기섭 시조시인 등 심사위원들이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전했다. 박방희 대구문인협회 회장과 최규목 이상화기념사업회 회장, 박미영 아트센터 달 대표를 비롯해 송일호 소설가, 도광의 시인, 이정환 시조시인 등이 시상식을 찾아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고수경 씨는 "신춘문예 당선으로 많은 축하를 받았고 오늘 시상식에도 모든 가족과 지인들이 모여 축하해주시니 마치 소설과 저의 결혼식 같은 느낌이 든다"며 "앞으로 소설과의 전쟁 같은 부부 생활을 열심히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이상택 매일신문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춘문예 출품작은 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인간의 자기 표현 욕구,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공간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문인들께서는 힘든 순간마다 오늘의 영광을 기억해주시고 정진해주시길 바란다"고 축사를 전했다.

2020-01-15 17:13:09

일본에서 K-문학(한국문학)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 김승복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 '쿠온' 대표의 특별강의가 17일 오후 7시 대구 동구 율하동 반계공원 산책로 작은서점에서 열린다. 사진은 관련 포스터.

일본 속 K-문학 열풍 주역, 김승복 대구 특별강연

일본에서 K-문학(한국문학)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 김승복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 '쿠온' 대표의 특별강의가 대구에서 열린다.17일 (금) 오후 7시 대구시 동구 율하동 반계공원 산책로의 작은 서점(동네책방협동조합)에서 열리는 이번 강연의 주제는 '문학의 힘은 어떻게 국경을 넘어서는가'이다.김승복 '쿠온' 대표는 일본 도쿄 한복판 고서점 거리인 진보초에서 서점 '책거리'를 함께 운영하면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일본어로 번역해 1만 부 넘게 판매하는 등 한국 드라마와 한국 가요에 이어 한국 문학으로 일본인의 감성을 사로잡고 있다.특히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 한 한국의 노재팬 열기에도 불구하고, 김승복 대표는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K-Book 페스티벌을 성황리에 개최했다.동네책방협동조합 박주연 씨는 "겨울방학을 맞아 자녀들과 더불어 일본 속 한국문학의 열풍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재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53)982-0100.

2020-01-14 11:44:51

최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글판에 대구 출신 작가의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찬 의지를 담은 글귀가 걸렸다. 박상희 씨 제공

"새 하늘이 밝다"…대구 시인 박상희 작품, 새해 글판 장식

"새 하늘이 밝다. 웃음을 가득 담아 보자."경자년 새해를 맞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글판에 대구 시인의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찬 의지를 담은 글귀가 걸려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이는 대구 시인이자 작가인 박상희 씨의 작품이다. 해당 글귀는 박 씨의 '새해 아침'이라는 시에 등장하는 구절로 이달 말까지 글판에 전시된다.박 씨는 "2007년쯤 새해를 맞으면서 쓴 시"라며 "살다 보면 좋은 일도 많지만 힘든 일도 많다. 해가 바뀌는 만큼 새 마음 새 뜻으로 웃음이 가득한 새해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박 씨의 다른 작품도 2014년 수원시청 희망 글판에 소개된 적이 있다. 당시 글판에 실린 '지친 나그네 덥석 주저앉아도 초록으로 다독다독 감싸주렴'이라는 문구는 '여름 숲'이라는 작품의 한 구절이다. 따뜻한 위로를 담은 이 문구는 서울 동대문구 글판, 용산 전쟁기념관 글판도 장식했다.박 씨는 1952년 칠곡 출생으로 수필 '운명이었을까'로 2003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같은 해 시 '민들레 홀씨 되어'로 한맥문학 신인문학상도 받았다.작가는 경북문협 공로상, 황희문화예술상, 매월당김시습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시집 '숲은 밤새 품었던 새를 날려보낸다', 수필집 '밤하늘에 등불 하나 걸어두고'가 대표작이다. 현재는 블로그 '이슬나라 시인 박상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박 씨는 "비록 시의 짧은 한 구절이지만 누군가가 이를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내가 쓴 글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0-01-12 17:21:08

신간 '배움의 발견'

[책] 배움의 발견/타라 웨스트오버 지음/열린책들 펴냄

열여섯 살까지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독학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해 1년 만에 미국 유타주 브리검 영 대학에 입학해 최우등으로 졸업했고 명문대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내내 장학금을 받아 가며 공부해 28세로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미국 아이다호주 산골 출신 타라 웨스트오버가 쓴 '배움의 발견'(원제 Educated)은 우리네 흔한 입시 성공담과 얼핏 비슷해보이지만 그의 인생은 한국의 평균적인 또래 청년들은 경험하지 못할 난관의 연속이었다.타라는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로서 정부와 병원, 교육 시스템을 사탄 또는 사회주의자 기구라고 불신한 아버지는 자식들이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보내지 않고 출생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타라의 가족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폐철처리장에서 폐기 처리된 자동차와 고물 등을 절단하고 재분류하는 고된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아버지의 성격을 물려받은 오빠 션은 화가 나면 타라의 팔을 등 뒤로 꺾고 얼굴을 변기에 처박는 폭력을 행사했다. 타라는 이 집과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뿐임을 깨닫는다. 배움이란 새로운 인생을 향한 문이나 다름 없었다.미국 대학입학시험(ACT)을 준비해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곳은 브리검 영 대학이었다. 기초 학력 부족과 돈 문제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타라는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마침내 교수 추천으로 케임브리지대학 대학원에 장학생으로 진학했으며 역사학 박사가 됐다. 그러나 이는 이 책의 결말이 아니다.타라는 가족들 앞에서 션 오빠의 폭력을 폭로하고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받은 많은 가르침이 옳지 않았음을 선언하지만 종교적 확신을 가진 부모와 가족은 타라에게서 등을 돌렸다.이 책은 한 여성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투쟁의 이야기다. 타라에게 배움은 단순히 좋은 대학에서 학위를 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깊고 더 넓게 보는 눈을 뜨고 자신을 재발견하는 일이었다.타라의 인생 이야기는 어떤 소설보다 극적이지만 결론은 그다지 '소설적'이지 않다. 인생이란 소설처럼 어느 시점에 덮고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0년, 아니면 20년 뒤가 될지 모르지만 타라의 그 뒤 인생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김희정 옮김. 520쪽. 1만8천원.

2020-01-11 06:30:00

[책] 국가와 공직

국가와 공직에 대해 쉽고 재미있는 책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이 책은 ▷국가는 國家 ▷제2장 국가는 헌법인 ▷국가와 국민 ▷국가의 통치기구 ▷국가와 극장모형 ▷공직과 인생2막 ▷사명자의 길 ▷대통령과 인사정치 ▷내가 본 이명박 대통령 ▷인생3막을 시작하며 등으로 이뤄졌다.이 책은 국가가 무엇이며 국민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라는 기본적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하고 있다. 먼저 한자어 '국가(國家)'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국가가 설립된 배경과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는 헌법과 함께 존재하는 인격체라는 측면에서 '헌법인(憲法人)'의 개념을 도입해 국가를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국가의 사명은 국경을 튼튼하게 지켜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체 특히 국민이 자기의 생명과 재산을 뺏길 걱정 없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면서 행복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17쪽)지은이가 말하는 국가에 대한 정의는 모든 공직자와 국민이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다.지은이는 국민이 국가를 잘 알면 국정의 책임성을 확보하는 초석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정을 맡아 수행하는 공직자는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신탁을 받은 대리인이라는 것이다. 대리인이 투철한 국가관과 공직관 위에서 윤리관이 확립돼 있다면 국민은 기꺼이 세금을 낼 것이다.지은이는 효과적인 행정통제는 국정운영의 핵심 정보와 메카니즘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했다.이 책은 지은의의 학문적 성과와 공직 경험의 산물이다.지은이는 1980년부터 33년간 중앙정부에서 일하면서 국정운영 시스템을 다양하게 체험했다. 특히 공직생활의 마지막 5년간 이명박정부의 청와대 인사비서관과 인사기획관을 역임하면서 국정 전반을 바라볼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공직자의 자세는 물론 총무처와 중앙인사위원회 등에서 행정실무를 담당하면서 내재화된 공직윤리의 모형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2020-01-11 06:30:00

너에게 가는 길_하승미

[내가 읽은 책]쉼표 한 잔

너에게 가려 한다. 내 안의 나인 너, 지금보다 나은 나인 너를 향해 간다. 아직 너에게 닿지 못했으니 오늘도 걷는다. 내일도 꾹꾹 눌러 걷는다. 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른 길을 낼 뿐입니다(5쪽). 수필의 샛길 하나 내고 싶다는 이미영 작가는 대구사람이다. 2019년 '빛나는 수필가 60인'에 선정된 그녀는 201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2년 동리목월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두 번째 수필집인 『너에게 가는 길』은 글쓰기 전부터 사용한 그녀의 닉네임이다. 매일 읽고 생각하며 즐겁게 쓰는 삶을 통해 하루하루 더 나은 내가 되기를 소망하는 저자의 글 속에는 사람의 향기가 가득하다.41편의 수필은 '돌이 기도한다, 삼김시대, 간병일기, 포장의 달인, 어름' 다섯 묶음으로 모여 있다. 수필들 사이를 산책하다 보면 나에게로 가는 걸음, 가족을 위한 두 손, 그리고 이웃을 향한 눈빛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나에게로 가는 걸음. 「갱년기 여행」을 통해 가 본 적 없는 길을 아는 채 하지 않는 경구로 삼을 줄 아는 작가는 복이 와서 웃는 것이 아닌 웃으면 복이 오는 「포장의 달인」을 꿈꾼다. 험한 산을 넘고 고산병까지 견뎌야 갈 수 있는 바다 「성숙해」는 황하의 발원지를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다. 삶의 구석구석에서 더 나은 나, 너에게 방점을 두고 매 순간 싸우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누가 좀 알아달라고 시를 외우고 책을 뒤적이던 나를 생각한다(120쪽. 「별을 새기다」 中). 말의 속성이 입술의 성질을 닮은 것이라면 거울을 꼭 챙기고 다니면 큰 탈은 없으려니 싶다(51쪽. 「입」 中).가족을 위한 두 손. 병환으로 날로 쇠약해져 홀로 걸을 수 없는 아버지에게 커플 댄스를 추듯 걷자고 손을 내민다. 한 쌍의 두루미가 춤을 추면 주변의 다른 녀석들도 춤추게 만들듯 잿빛 병실에 손을 잡고 군무를 이루도록 그녀는 자꾸만 「춤을 추겠소」 한다. 병간호가 삶의 일부인 이들은 가족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부단히 지고 가는 「간병 일기」의 주인공이다.나는 오래전 내가 돌아가고 싶었던 집이 되어 있었다. 익숙한 냄새를 풍기며 주문하지 않아도 입맛 당기는 밥상이 알아서 나오고 마음이 놓여 절로 잠이 쏟아지는 그런 터가 되었다(13쪽. 「집이 되다」 中).이웃을 향한 눈빛. 꼬리부터 먹을지 머리부터 먹을지 찬바람 가르며 고민하던 붕어빵을 구워내던 동네 맛집 「황금마차」가 돌아오지 않음이 애석하다. 허전한 속을 삼각김밥으로 달래는 입시지옥의 학생, 직업훈련 중인 아이, 립스틱 짙은 친구는 모두 같은 거리 「삼김시대」를 살아가는 동네 아이들이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일상 안에 우린 함께 서 있다. 누군가의 절실함을 바로 앞에서 외면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다. 중학교 때 짝꿍이 노동시장으로 내몰렸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 시위대 중간에 그 애가 낀 것 같아서 더 그렇다(153쪽. 「건너편에 서 있다」 中) 느리게 읽자. 한 번에 다 읽기보다 한 편 읽고 음미하고 또 하나 보고 생각에 잠기길 바란다. 화장실이나 식탁, 자동차 어딘가에 두고 잔잔한 쉼표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꺼내 들면 좋겠다. 기계같은 일상에서 나와 우리에게 다가설 수 있는 따스한 바람 한 줌 선사하고 남을 터이다.하승미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20-01-11 06:30:00

우리 몸과 각 신체 기관.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책] 우리 뇌의 8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유전자에서부터 언어 능력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몸은 한 편의 경이로운 작품이나 다름 없다. 우리는 하나뿐인 몸으로 평생을 살아가지만 정작 몸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몸의 구성요소를 촘촘히 분석하고 몸을 잘 쓰기 위한 유의사항을 빽빽한 한 권의 책에 실은 내 몸 사용설명서. 신간 '바디 : 우리 몸 안내서'는 우리의 몸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얼마나 놀라운 치유 능력을 가졌는지, 또 얼마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를 군더더기 없는 명쾌한 문체로 담아냈다.이 책은 무지와 무관심으로 스스로 몸을 망치고 있는 우리에게 따끔한 질책과 유용한 가르침을 동시에 제공한다.◆색다른 접근, 숫자 활용…저자의 표현법저자는 우리 몸의 각 신체 기관과 생리 현상 등을 모두 23개 장으로 나눠 차례로 설명해나간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몸에 대한 신비하고도 인상적인 사실들이 쉼없이 열거되는데, 이는 기승전결이라는 서사적 구성에 기대지 않은 심심한 전개의 자연과학 서적임에도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사람의 몸을 만드는 59가지 원소,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기관인 피부, 약 80%가 물로 이뤄져있는 뇌, 균형을 잡으며 중력에 끝없이 맞서야만 가능한 직립보행,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 엄청난 확률을 뚫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임신. 이처럼 저자는 익숙하게만 여겨졌던 우리 몸에 대한 색다른 접근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저자는 몸에 대한 묘사에 숫자를 적극 활용한다. 예컨대 '평균적인 몸집의 남성은 소화관의 길이가 12m에 이르며, 남성의 경우 음식물이 입에서 항문에 도달하는 데에 평균 55시간이 걸린다'는 식의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뇌는 우리 몸무게의 2%를 차지할 뿐이지만 에너지의 20%를 쓰는데, 뇌의 피질 1㎣는 2000TB의 정보를 저장한다'는 류의 과학적 사실들은 숫자로 표현되면서 더욱 명확하고도 흥미롭게 다가온다.◆인간의 주요 관심사 '성'과 '암' 톺아보기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인간의 주요 관심사인 성과 암에 대한 내용이다. 책은 우리의 몸의 가장 큰 수수께끼인 성과 생식 기관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인류는 놀라울 만큼 최근에야 성염색체를 알게 되었고, 여전히 남녀의 생식기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큼 아는 것이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염색체가 발견된 것은 1880년대지만 정확히 남녀의 성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무려 100여년이 지난 1990년에야 알아냈다.무병장수가 꿈인 인간의 최대 고민거리인 암에 대해서도 다룬다. 20세기 초 암보다 무서운 것은 파상풍, 익사, 광견병이었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상당수의 질병이 정복되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암은 인류의 가장 무서운 적으로 떠올랐다. 저자는 암을 '섬뜩하게도 자신을 죽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자신의 몸'이라고 정의했다. 암은 나이, 생활습관, 환경 노출과 깊은 관련이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운이 나쁘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이와 무관하게 발병되기도 한다.◆몸에 대한 속설 탐구…책의 또 다른 묘미저자는 상식처럼 알고 있었던 '하루에 1만 보를 걸으면 건강해진다'거나 '하루에 물을 8잔 마셔야 한다' '모든 사람은 하룻밤에 7~9시간을 자야 한다'는 등의 속설들도 파헤친다.이 책을 통해 파킨슨·알츠하이머 등 낯선 질병에 대한 정보와 '곰은 사실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조류와 해양 포유류는 뇌의 절반만 잠을 잔다' 등 인간과 동물의 몸에 관한 새로운 사실과도 조우하게 된다.'인간은 왜 잠을 자야 할까' '하품은 피로와 관련이 있을까' 등의 의문점에 대하여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고 설명하는 구절은 책의 전반에 걸쳐 수없이 등장한다. 우리 몸에 대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이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자 경이로운 세계인 우리 몸에 대한 연구와 탐험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베스트셀러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의 역사를 집대성했던 저자 빌 브라이슨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을 몸의 세계로 초대한다. 브라이슨은 특유의 재치 넘치는 표현력과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진실을 선별하는 통찰력으로 몸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펼쳐낸다. 576쪽, 2만3천원.

2020-01-11 06:30:00

판례로 본 송대사회

[반갑다 새책] 판례로 본 송대사회/임대희 경북대 교수 엮음/민속원 펴냄

송나라 인종 시절 판관이었던 포청천의 공명정대한 판결을 다룬 드라마 '포청천'. 이처럼 중국에서 송대(宋代)의 법 제도와 판결을 주제로 당시 시대를 조명한 드라마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런 작품은 대중적 인기를 끄는 데도 성공했다.국내에 발간된 책을 통해서도 송나라 시대상을 엿볼 수 있게 됐다. '판례로 본 송대사회'는 송대의 판례가 담긴 '명공서판청명집(이하 청명집)'을 연구한 21편의 학술논문을 엮은 책이다. 당시의 민사법과 가족제도·형벌과 사법제도 등에 관한 판례와 사료가 실렸다.엮은이 임대희 경북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꾸려 청명집을 심층 연구했으며, 그 연구 결과가 방대한 분량의 책으로 완성된 셈이다.중국 문화가 꽃피었던 송나라 시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다투고 송사를 벌였을까? 이 책은 여러 재판 사례들을 통해 당시 생활상과 사람들의 이해관계·제도의 운영실태 등을 생생하게 담았다.특히 책에는 당시 부동산 거래 계약서 위조 양상이나 송나라 여성의 재혼과 재산 문제 등 우리네 현실과 가까운 판례도 소개돼 공감을 끌어낸다.전통시대의 법률은 역사 속에서 지나간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현행 법률에서도 형식으로나마 남아 있다. 중국의 현행법이 서구의 요소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형식적인 틀에서는 중국 전통법의 형식을 갖고 있는 점이 많다. 그런 점에서 중국 전통법의 운영과정에 대한 이해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엮은이는 말한다.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거리가 느껴지더라도 청명집이라는 하나의 사료를 깊이 연구한 결실이라는 점에서 국내 학술사에서 높이 평가될 만한 작품이다. 특히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894쪽. 8만5천원.

2020-01-11 06:30:00

선비, 그 위대한 뿌리

이상길 대구부시장이 쓴 책 '선비, 그 위대한 뿌리'

문화탐험가를 자처하는 이상길의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이나 답사기가 아니다. 생각하는 여행, 살아 움직이는 답사, 기억의 반추와 삶을 전망하는 여행과 답사의 전형을 제시한 인문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의 눈으로 숨어 있던 역사와 전설도 짚어내고 있다.고령의 장기리 암각화를 탐방하고 난 뒤 적은 감상을 보자. 저자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늑골이 아리고 둔중하다"고 고백했다. 고령 장기리의 암각화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못지 않게 풍부한 예술적 감각을 자랑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좌우대칭의 균형이 엿보이는 검파형문, 태양을 상징하는 동심원문, 후세에 전하는 메시지임이 분명한 듯한 선각문과 원문들을 자세히 보면서 환각에 빠져들어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고 토로했다.대구미술관에 전시된 박생광(1904~1985) 선생의 작품을 보고 오면서 "한국의 피카소라고? 아니다. 박생광은 그냥 한국의 박생광이다"는 말을 되뇌었다. 박생광 선생을 누구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선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물질적 풍요 속에서 혐오에 가까운 극심한 세대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불공정과 불평등에 대한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럴 때일수록 과거의 경험을 거울 삼아 그 해법을 모색하려는 경향성이 강해진다. 온고지신(溫故知新) 법고창신(法古創新)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기업문화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는 노력 역시 가속화 하고 있다.저자 이상길은 "미래는 아직 개척되지 않았다. 과거의 좋은 경험들을 소환하여 원동력으로 삼아, 기계적인 해결이 아닌 인간 본질을 추구하려는 궁극적인 갈망을 작동시켜야 한다"면서 "과거 없는 미래는 있을 수 없다. 미래는 과거에서 꾸준하게 성찰과 반성을 얻음으로써 더 인간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320쪽, 2만원. [지은이 이상길은?]고령 출생으로 고령 성산중과 대구 성광고, 경북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석사), 미국 시라큐스대학(행정학)을 졸업했다. 사병으로 군복무를 한 뒤, 1992년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의 길로 들어섰다. 대구시 체육진흥과장·과학기술팀장·정책기획관·첨단의료복합단지추진단장·기획조정실장과 행정안전부 재정관리과장·지방행정연수원 기획부장·지방재정정책관 등을 역임하고, 현재 대구시 행정부시장으로 재직하고 있다.2004년~2006년 사이 미국연수를 비롯해 일본, 프랑스, 스위스, 대만 등을 시찰했으며, 교관연찬대회우수상(내무부장관상), 공무원교육훈련유공표창(중앙공무원교육원장상), 녹조근정훈장(대통령) 등을 수상했다.

2020-01-11 06:30:00

인구감소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책 체크] 인구감소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이 책의 제목은 다소 역설적이다. 우치다 다쓰루는 인구감소를 문명사적 규모의 문제로 파악한다. 결혼이나 출산 장려, 육아대책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의미이다. 또한 인구감소에 따른 시장의 축소로 인해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 상당수는 퇴출 당하거나 근본적인 변화를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 관념에 비춰볼 때 인구감소는 분명 엄청난 위기이고 위험이다.저자는 다가오는 위기를 모르는 척 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다. 인구감소는 천재지변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구감소로 인한 사회구조의 극적 변화와 수많은 사회제도의 기능장애, 특정 산업분야의 소멸 등은 피할 수 없겠지만 피해를 최소화 하고 파국적 사태를 피할 수 있는 연차륙 대책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일본의 지성'이라 불리는 우치다 다쓰루가 편저로 참여한 이 책은 인류학·사회학·지역학·정치학 등 각 분야별 10인의 전문가들이 일본의 인구 감소 문제를 주제로 쓴 논의들을 엮었다. 두뇌자본주의, 축소사회, 도시와 지방을 살리는 건축, 문화, 관계인구 등이 핵심 개념으로 등장한다. 294쪽, 1만5천원

2020-01-11 06:30:00

박정남 시인

수성문화재단 용학도서관, 1월 이달의 시인 '박정남' 선정

(재)수성문화재단 용학도서관은 박정남 시인(사진)을 2020년 1월 '이 달의 시인'으로 선정했다.이에 따라 용학도서관은 1월 한달간 시(詩)라키비움에서 박 시인의 시집과 육필원고, 시선집, 동인지, 사진, 상패, 동영상 등 50여 점의 자료를 전시한다.또 이달 30일(목) 오후 7시 창의체험실(4층)에서 '여성으로 치환된 디오니소스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김상환 시인의 진행에 따라 '시인과의 만남'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박정남 시인은 1951년 경북 구미 출생으로, 197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효성여고 교사, 대구대 강사 등을 역임하였으며 대구시인협회상(1992), 금복문화예술상(2005), 상화시인상(2010)을 수상한 바 있다.저서로는 시집 〈숯검정이 여자〉, 〈길은 붉고 따뜻하다〉, 〈이팝나무길을 가다〉, 〈명자〉, 〈옻고름〉, 〈꽃을 물었다〉 등이 있다.

2020-01-09 14:44:30

장하빈 시인

장하빈 시인, 다락헌시인학교 3기 수강생 모집

팔공산 문학의 집 '다락헌'에서 제3기 다락헌시인학교 시창작 강좌 3기 수강생을 모집한다.이번 강좌는 오는 3월 4일부터 12월 23일까지 10개월 동안 40강으로 이루어지며,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한다. 〈저녁의 시인들〉(대구문화예술회관 펴냄)을 강의 교재로 채택, 시창작 강의와 창작시제를 제시한 시쓰기 및 작품토론 등으로 강의를 구성할 예정이다.특히 초대강연으로 '시인의 체험적 시쓰기' 및 '시인과 독자와의 대화'가 계획되어 있으며, 초대시인은 이태수(3월 25일), 이진흥(5월 27일), 이진엽(6월 24일), 김선굉(8월 26일), 이정환(9월 23일), 이무열(11월 25일) 등 6명이다.장하빈(사진) 시인은 지난해 '카르페 디엠(Carpe diem), 카르페 포엠(Carpe poem)'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다락헌시인학교를 출범했다.수강료 80만원(교재비 및 특강비 포함), 문의: 010-2522-7590

2020-01-09 14:43:15

강복순

디자이너 박동준을 키운 엄마 '김옥순'의 직업은?

대구여성가족재단은 대구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책인 대구여성생애구술사 '대구 방문판매 여성'을 발간했다.대구여성가족재단은 2014년부터 대구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대구여성생애구술사'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2014년은 '섬유', 2015년 '시장', 2016년 '의료', 2017년 '예술', 2018년 '패션・미용', 2019년 '방문판매'의 키워드를 정해 특정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했던 여성들을 찾아 대구의 역사와 여성의 삶이 교차되는 부분을 담아냈다.올해 발간한 대구여성생애구술사에는 '대구 방문판매 여성'을 주제로 6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강복순(86·보험상품 판매), 공순규(85·양말, 의류, 건어물 방문판매), 김옥순(92·수입화장품, 수입옷감 방문판매), 박백합자(81·화장품 방문판매), 석명분(78·화장품 방문판매), 정태극(69·야쿠르트 방문판매) 씨가 주인공이다.공순규 씨는 1979년 지인을 따라 장사의 길에 접어들었다. 당시 대구의 주요 산업이었던 양말 및 겨울 니트 의류가 주요 품목이었다. 여름에는 기차를 타고 부산, 마산, 충무 등지로 양말 공장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다니며 양말을 판매했고 추석을 기점으로 겨울 니트 의류가 생산되지 않는 전라도 지역을 다니며 3개월가량 겨울 의류를 판매했다. 설을 쇠고 나면 건어물을 트럭에 싣고 안동, 영주, 풍기 태백 등지로 다니며 판매했다. 추석과 설을 기점으로 품목을 바꾸어가며 물류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물건을 직접 들고 전국을 다니며 판매했다. 35년간 타지로 다니는 장사를 하다가 70세부터 80세까지 10년동안 대구 오일장을 중심으로 건어물을 판매했고 80세가 되던 해에 장사를 그만두었다.김옥순 씨는 1928년 만주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살았지만 해방이 되면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1962년 수입 화장품 판매를 시작했으며 1963년에는 수입 옷감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매우 뛰어났으며 화려한 외모와 언변,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신뢰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부산, 서울, 대구를 오가며 옷감을 판매했다. 특히 외제 물품은 사치품이라고 해서 판매를 금지했고 단속이 심하던 시절이라 오히려 고급 수입 원단은 더욱 인기가 있었다. 옷감 방문 판매를 하다가 물건값을 대신해 양장점을 인수했으며 큰 딸인 박동준을 디자이너로 키우고 양장점을 운영했다.일본에서 태어난 박백합자 씨는 1979년 처음 화장품 방문판매를 시작해 1992년 교통사고가 나서 그만둘 때까지 13년간 방문판매를 했다. 가방 가득 화장품을 들고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도둑 누명을 쓴 적도 있었고 물건값을 수금하는 것이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 당시 화장품값을 치르지 않고 갑자기 이사를 해버린 고객을 온갖 방법으로 찾아내 '형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이밖에도 금융이 발달하기 이전 매달 보험금을 받아 은행에 입금시켜야 했던 보험상품 방문판매를 했던 이야기(강복순), 화장품 방문 판매와 레코드 도매업을 했던 이야기(석명분), 야쿠르트를 판매하고 있는 이야기(정태극) 등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 취업이 어렵던 시절 방문판매 종사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으며 특히 40, 50대 기혼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방문판매 직업군은 한국 유통사뿐만 아니라 여성 직업의 역사에서 특이한 위상을 점한다"면서 "이번 방문판매 주제를 통해 1960년대부터 1980년대를 관통해 방문판매에 나섰던 여성 여섯 분의 육성이 담긴 생애사를 채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대구여성생애구술사 책 '대구 방문판매 여성'은 비매품으로, 책에 관한 문의는 전화(053-219-9976) 또는 이메일(bird@dwff.or.kr)로 하면 된다.

2020-01-09 14:11:32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눈보라 치는 밤 누가 돌아오는가 - 유장경

날 저물자 푸른 산 멀어져가고 / 日暮蒼山遠(일모창산원)찬 하늘, 가난한 하얀 초가집 / 天寒白屋貧(천한백옥빈)사립문 멍멍이가 멍멍 짖으니 / 柴門聞犬吠(시문문견폐)눈보라 치는 밤 누가 돌아오는가 / 風雪夜歸人(풍설야귀인)* 원제: 逢雪宿芙蓉山(봉설숙부용산: 눈을 만나 부용산에서 자다.)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폴 발레리는 노벨문학상을 타야 마땅한데 상복이 없어서 못 탄 사람이다. "내 시는 그것을 읽는 독자들이 부여하는 의미를 지닌다." 바로 그 상복 없는 시인이 남긴 명언이다. 그러니까 시의 의미는 처음부터 확고하게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 의하여 부여되는 것이라는 뜻이 되겠다.발레리의 말이 아니더라도 시는 일단 발표되고 나면, 더 이상 시인의 시가 아니라 독자들의 시다. 그 시를 읽는 독자들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양하게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사 시인의 의도와 다르게 읽혔다고 하더라도 그게 큰 문제가 될 일도 없다. 오히려 다양하게 읽힐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야말로 훌륭한 작품일 가능성이 높고, 세계의 명작들도 대부분 그런 작품이다.당나라의 시인 유장경(劉長卿)이 지은 위의 시도 이해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작품이다. 대번에 그림이 떠오르지만, 독자마다 그 그림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물론 상상하기 나름이다. 실제로 이 시를 소재로 한 그림 '풍설야귀도(風雪夜歸圖)'가 많이 남아 있는데, 그들은 모두 천차만별의 다양한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마당개가 짖고 있는 초가로 누군가가 돌아오고 있는 것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나, 그 초가 앞으로 나그네가 그냥 지나가고 있는 그림도 있다.조선 후기의 화가 최북(崔北)의 '풍설야귀도'가 그런 경우다. 최북의 그림 속에는 개가 대문 밖까지 쫓아 나와 맹렬하게 짖어대고 있는데, 노인과 아이가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짖고 있는 개를 지나가고 있다. 한밤중 혹독한 추위 속에서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갈까? 이 첩첩산중에 어디 갈 데가 있기는 할까? 저러다가 혹시 얼어 죽지는 않을는지, 겁이 덜컥 나는 상황이다. 최북은 왜 그렇게 그렸을까? 가혹하고 혹독했던 그의 생애가 이 시의 이해에 은연중에 반영된 결과일 게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실제로 오랜 굶주림 끝에, 그림 한 장 팔아서 술을 퍼마시고 돌아가다가 눈보라 속에서 얼어 죽어버렸다. 새해 벽두부터 날씨가 찬데, 돌아갈 데도 없으면서 돌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자꾸 눈에 밟히는 연유다.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20-01-04 06:30:00

[반갑다 새책]명예훼손소송과 오신의 상당성/배병일 지음/영남대학교출판부 펴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지은이가 언론이 명예훼손소송을 당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리를 서술하고 있다. 언론은 취재하거나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언론윤리 규범을 준수하여야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전문 용어나 어휘 선택 등의 잘못으로 그 진의와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언론사 기자에게는 언론 자유를 위한 투쟁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부정과 불의에 대항해서 두려움 없이 정론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위를 인정해 주기 위한 법리가 필요하다.이때 언론은 위법성조각사유라는 면책사유로 버틸 수 있지만 그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따라서 좀 더 완화된 면책사유가 필요하다. 강구된 법리로서 언론이 갖고 있는 언론의 숨구멍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오신의 상당성이다.책은 언론 자유의 주체로서 언론은 명예훼손소송에서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 오신의 상당성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들을 이 책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했다.사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영향력은 중요하고 지대한 만큼 공공의 이익뿐 아니라 개인의 명예 보호 등 타인의 기본권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경우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명예 보호에 의해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한 것임은 명백하다. 기자가 취재보도과정상에 가하는 명예훼손과 일반 시민이 다른 사람에게 가하는 명예훼손을 동일하게 취재해서는 안 되고 달리 취급돼야 함은 마땅하기 때문이다.책은 여론의 형성과정부터 시작해서 명예훼손과 법적 구제, 민법과 형법 및 특별법에 의한 구제,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과 기사삭제청구권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412쪽, 2만3천원

2020-01-04 06:30:00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

[책] 만들어진 성장/ 데이비드 필링 지음/ 조진서 옮김/ 이콘 펴냄

지난 70여년, 세계 경제를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라는 지표가 주도했다. 이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이것이 오르면 오를수록 좋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GDP가 성장한 정도에 비례해 실제 우리 삶이 나아지진 않았다. 경제학자들이 정한 전문적 수치가 현실과 괴리돼 있었다는 것이다.◆"정부 지출 배제" 쿠즈네츠 vs "정부 경제가 필수" 케인스경제 관점에서만 보면 세계 경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인류의 구매력 또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소득의 불평등'과 같은 중요한 문제들이 가려지고 있다. GDP가 성장할수록 부자들만 점점 더 부자가 되고, 당신의 생활 수준에는 변화가 없다면 당신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성장이라는 것은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가?'GDP는 1930년대 전 세계를 휩쓴 대공황에 대응하고자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만든 척도다. 쿠즈네츠의 경제 측정 방식은 당시 정보가 부족했던 국가의 경제라는 영역을 가늠케 하는 시도였다. 그의 보고서는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가 반토막났다는 걸 알려줬다. 이후 공공사업에 큰 비용을 투자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2차 뉴딜 정책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이는 경제 상황을 측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하지만 쿠즈네츠의 GDP는 곧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다. 쿠즈네츠는 정부 지출과 사회적 후생에 저해되는 경제적 수치를 GDP 계산에서 제외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동시대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정부가 경제에서 필수적 역할을 한다는, 쿠즈네츠와 반대되는 새로운 경제관을 내놨다. 케인스의 영향력과 제2차 세계대전, 현실적 필요성 등과 맞물려 쿠즈네츠의 방식보다는 케인스의 방식이 인정받아 그를 중심으로 한 GDP가 서구로부터 전 세계에 뿌리내렸다.◆'경제성장'으로 보였던 아이슬란드, 아무런 경고도 못 받아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세계는 경제성장 만능주의에 빠져 경제를 부풀리는 데 혈안을 올렸다.아이슬란드 역시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치며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은행 시스템 확장을 시도하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은행들은 서로 돈을 빌려주며 유럽 전역의 자산을 인수했고 일반 시민들도 곧 같은 방법으로 주식시장 돈을 쏟아부었다. 아이슬란드 경제는 고삐가 풀린 것처럼 성장해 이내 세계에서 6번째로 부유한 나라가 됐다.하지만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금융위기가 닥쳤다. 아이슬란드는 한 달만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를 요청하는 신세로 전락했다.소위 '전문가들'이라 불리는 경제학자들은 당시 아무런 경고도 주지 못했다. 그저 GDP만 봤을 때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경제의 덩치는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더 큰 문제는 이런 한계를 보여준 방식이 여전히 국가 경제 지표로 쓰인다는 점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GDP의 허점을 노려 어마어마한 이득을 취하기도 했으며,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측정한 경제 통계는 놀랍도록 부정확한 상황이다.◆자연자산, 행복 등 가치 반영해 GDP 수정해야GDP는 국가 차원 문제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개인의 경제 활동에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생산성 경계'가 변화하면서 지금껏 GDP가 집계해 온 활동만으로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집계하지 못하는 것이다.예를 들어 과거엔 항공사 직원이 보딩패스를 출력했으나 지금은 개인이 혼자서도 뽑을 수 있게 됐다. GDP는 이를 오히려 직원 일이 사라져 경제활동이 축소된 것이라 측정한다.인터넷 상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위키피디아에서 지식을 찾거나 페이스타임, 카카오톡 영상통화 등을 이용하고 메신저로 대화하는 활동 또한 GDP는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책은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도 GDP를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연자본과 행복에 대해 그렇다. 저자는 벤담의 행복론과 국가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GNH)이라는 지수를 중심으로 행복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제성장이라는 고정된 가치를 내려놓고, 새로운 시야에서 미래를 살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360쪽, 1만8천원.※ 데이비드 필링은파이낸셜타임즈에서 약 30년 근무한 기자이자 에디터.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여러 대륙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비즈니스, 투자, 정치, 경제 칼럼을 썼다. 전세계 지도자와 경영자, 경제학자 등과 수십 번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파이낸셜타임즈 주요 칼럼니스트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

2020-01-04 06:30:00

문재인 독해법

정치PD의 눈-문재인 독해법

문재인 정부가 집권 4년차를 맞고, 21대 총선을 앞둔 가운데 보수진영에서 나온 정치 비평집에 관심이 쏠린다.이 책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에 연재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비평 72선을 엮었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치를 만들 수 있는 대안을 '정치PD'의 시선으로 제시하고 있다.이 책은 ▷좌파 독재와 좌파 포퓰리즘 ▷조급한 좌파의 빈곤한 철학 ▷부끄러운 역사는 반복된다 ▷문재인 스톱(STOP), 국민심판 ▷보수 총결집, 그리고 보수 빅텐트 ▷에필로그 대한민국에서 산적을 몰아내야 한다 등으로 구성됐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는 물론 좌파 이념의 한계를 심층 분석했다는 평을 들었다.지은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흥분한 민심은 따져 보지도 않고 문재인 정부를 선택했다"며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필연적인 결과였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은, 그를 신뢰해서가 아닌 박근혜 정부 심판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이어 "총선은 승패의 향배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기로에 섰다. 국민에게 길을 묻고, 공인은 심판 받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지은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자신의 능력과 비전, 진정성을 입증하지 않고도 이른바 '반사이익'으로 대권을 쥐었다는 것이다.지은이는 집권 4년차를 맞은 현 정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와 안보, 소통과 통합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이 지은이의 분석이다.지은이는 "내년 총선과 함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치를 만드려면 제도권 정당과 보수논객, 1인 방송인 등 진영의 역량을 모두 합쳐야 한다"면서 "정치인은 정책을, 국민은 콘텐츠 소비와 응원으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 책이 그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추천사를 통해 "많은 국민, 특히 자유우파 시민이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한다"며 "현 정권을 알고 견제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같은 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날카롭고 해박한 정치PD의 눈으로 문재인 정권의 신 좌파 독재의 문제점과 실정을 분석하고 있다. 정치인은 물론 나라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께 이 책을 추천한다"고 했다.도서출판 데일리안. 362쪽. 1만5천원.▷김우석은대표적인 합리적 보수논객으로 공중파와 종편 및 케이블 방송 등에서 예리한 정치평론을 하며 인터넷신문 '데일리안'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정치평론가' 보다는 '정치PD'라는 명칭으로 불려지길 원한다. 지금은 한가하게 평론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인 것 같다.

2020-01-04 06:30:00

연잎차

[내가 읽은 책]다시(茶詩)를 드십시오

누군가를 만나려고 할 때 '차 한잔하자'고 한다. 책을 한 권 손에 들면서 우리는 찻잔을 함께 든다. 사람으로 사람을 만날 때, 책으로 세상을 만날 때 우리는 왜 차를 대동하는 것일까. 마음 문을 열고 진리를 향해 가는 길에, 차는 그보다 좋은 이 없을 참 도반이 되기 때문이다.차나 한 잔 드시게 그냥 들면 되나요 꽉 찬 의문 차 마시茶 제풀에 풀리듯이 가게나 차 맛 속으로 저 안에 나我 있는가 「끽다거喫茶去」 전문『사질토 분청 찻잔』은 시인이자 다인(茶人) 오영환이 등단 20년 만에 출간한 첫 시집이다. 읍을 하듯 정성스럽게 독자들에게 올리는 이 한 권의 시집은 마치 오랜 행다(行茶)의 과정 후 나온 오롯한 한 잔의 차와 같다. '내 시는 물을 끓여 식히고 우려내어/차 한 잔 목구멍으로 삼키듯이 푸는 거다'(서시 「茶」 중에서)라고 했듯이 말이다. 1999년 현대시조 신인상 수상 이후 기나긴 수행의 심호흡과 굴신(屈身)으로 기운을 모아 드디어 일보(一步)를 딛었기에, 오영환의 시집은 그 호흡의 길이와 무게감이 엄청나다. 그의 시 한 수를 읽다 보면 한 줄 한 줄 행간의 호흡이 상당히 길다는 것을 느낀다. 바쁜 일상 속에서 흘깃 읽어서는 그 시의 맛을 전혀 알 수가 없다. 마치 너무 급해 뜨거운 차가 무미(無味)한 것처럼, 혹은 바빠서 못다 마시고 두었다 식어버린 차가 고삽미(苦澁味)만 남은 것처럼, 제 맛을 잃어버린다. 그의 시는 한 잔의 차 같아서 마음의 온도를 맞추고 마음이 넘치지 않을 때 그 색, 향, 미를 제대로 음미할 수가 있다.엄지만 한 찻잔에 한가로운 마음 줄기 온 숨이 멈춰 서서 어린 살결 설레는 젖빛 향 운무 서리어 적막에 들고 있다 「차·1」 전문시집 『사질토 분청 찻잔』은 서시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무심차'에는 백차, 진여금차(眞如金茶) 등 차를 소재로 한 시 16편이 담겨있다. 2장 '차 만나러 가는 길'에는 차와 관련된 삶과 인연에 대한 시 15편이 수록되어 있다. 깨진 사질토 분청 찻잔을 만난 사연, 찻그릇에 비유한 어머니에 대한 정, 차를 만드는 과정 등 다인의 삶이 그려져 있다. 3장 '비움에 대하여'에서는 비움과 하심(下心)과 행보(行步)에 대한 이야기들, 수행의 과정에서 얻은 명철과 통찰이 담겨 있다. 4장 '행주를 삶으며'에서는 시인, 다인으로서의 삶을 지탱하는 바탕의 자아인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의 삶이 배어 있다. 전반적으로 다향이 가득하고 깊이가 있어 청소년들에게 읽히기에는 난해한 감수성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중학교 인성센터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학생들과 함께 분주한 아침을 시 한 수로 열어보려 했지만, 그날은 마음이 급하고 떠있었던 것일까. 조용히 혼자 앉아 다시 읽다 보니 시구(詩句) 곳곳에 도전이고 가르침이다.어린순을 따면서 마음으로 묻는다 뜨거운 불과 물을 견딜 수 있겠는가 「차를 만들며」 중에서배움의 자리는 비단 청소년의 자리만은 아닐 것이다. 달려가는 청년들에게도, 여전히 청년 정신으로 가득한 우리네 부모님들 마음에도, 세대를 아울러 이 한 권의 시집이 주는 여운과 내면세계의 고요함은 우리에게 울림 있는 가르침을 준다.온갖 자리 내려놓고 바라보는 창 아래키 낮은 들꽃 무리 말없이 나를 본다가을 든 고운 이파리 제 발등을 덮는 오후 「하심창下心窓」 전문 이 시집은 반드시 시간을 두고 음미하실 것을 권해드린다. 마음이 차분하고 고요하게 되어 선정(禪定)으로 인도받으실 터이다.김서윤(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20-01-04 06:30:00

왕녀 운모

[책 체크] 왕녀 운모/ 한은희 지음/ 학이사어린이 펴냄

왕녀 운모는 화랑세기에 나오는 실존인물로서, 조문국이 멸망하던 당시 조문국을 치러 왔던 사로국의 대장군 구도와 함께 사로국으로 건너가 혼인을 한다. 둘 사이에서 난 수많은 후손이 신라가 끝나기까지 끊임없이 왕과 왕비가 되었는데, 이것은 조문국의 나라가 사라진 뒤에도 실질적으로 신라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책은 1800년 전 의성군 금성면 일대에 있었던 소왕국으로, 당시 세력을 넓히기 위해 북쪽으로 진출하려던 사로국(초기의 신라)에게 멸망하고 만 조문국과 그 나라의 마지막 공주 운모에 관한 이야기를 동화로 엮은 것이다. 한 나라의 찬란했던 정신과 문화가 어떻게 소멸되지 않고 영원히 후대로 전해지는가를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녹아있다.작가는 동화집 '의병과 풍각쟁이' '아기 혼령 려려' '명성황후 그분을 찾아서' '숲 속의 학 이야기' 등과 청소년 소설 '네버 불링 스토리', 동시집 '테크노 쥬쥬' '분꽃귀걸이'가 있다. 대구문학상 수상, 경상북도스토리콘텐츠공모전 수상, 대구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136쪽, 1만1천원.

2020-01-04 06:30:00

AI시대의 저널리즘

[책 체크] AI시대의 저널리즘/ 김태균·권영전·박주현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로봇이 제공하는 정보 콘텐츠가 넘쳐나고 AI 포털 뉴스 편집이 보편화했다. 알고리즘과 AI 발전 앞에 기자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관측이 흔하다. KAIST의 연구 조사에서는 로봇 기자가 쓴 기사가 인간 기자가 쓴 기사보다 잘 읽히고 신뢰도도 높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반면 기계가 쏟아내는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는 뉴스가 흘러넘치는 인터넷 공간에서 차별점을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이 책은 고도 자동화 기술을 뉴스에 활용할 길을 찾던 현직 언론인 3명이 내놓은 현장 기록이다. 연합뉴스에서 자동화와 AI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부닥쳤던 주요 난제를 정리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해 현업에서 부상했던 주요 문제를 조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자동화나 AI 도입은 적당한 기술을 개발해 스위치만 켜면 되는 쉬운 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기 이식 수술에 비유해야 할 정도로 어렵다. '알고리즘은 저널리즘의 반대말'이라는 통념의 벽을 넘어 기계와 인간 기자의 '황금' 조합 비율을 찾으려는 좌충우돌 여정을 공유한다. 227쪽, 1만8천원.

2020-01-04 06:30:00

범죄수사 지문감식 장면

[책] 화학, 인문학과 첨단을 품다/ 전창림 지음/ 한국문학사 펴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행위, 즉 세탁하고 화장품 쓰고 요리하고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도 다 화학이며, 우리가 먹고 신고 쓰는 모든 물건들도 거의 다 화학의 산물이다. 생물학도, 물리학도, 수학도, 심지어는 음악, 미술, 체육까지도 화학 없이는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 삶을 점령하고 있는 화학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책은 화학이란 학문의 근본적인 성격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과 밀접하게 통섭하는 화학의 본질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맬서스 인구론 악몽 깬 질소비료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는 1798년 펴낸 '인구론'에서 지구 전체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그쳐, 결국 인류는 큰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류는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로 고질적인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획기적인 역할을 한 것이 질소비료의 생산이다. 식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으려면 질소가 필수다. 공기 중의 80%가 질소이지만 이 질소를 식물이 흡수할 수 없다. 질소를 고정화하는 과정을 통해 암모니아가 생성되어야 식물이 자랄 수 있다. 1915년 독일 프리츠 하버는 고온고압에서 촉매를 사용해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버의 질소비료 발명으로 인류는 식량부족의 악몽을 떨칠 수 있었다. 그 공로로 하버는 191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세제의 혁명 계명활성제자전거 체인을 만지고 나면 손에 기름이 묻는다. 물로 비비고 닦아도 기름때는 꿈쩍도 않지만 비누를 묻혀 씻으면 시원하게 씻긴다. 여기서 비누가 기름때를 제거하는 과정이 화학반응이다. 비누와 같은 친유성 부분과 친수성 부분을 함께 가진 분자를 화학적으로 계명활성제라 한다. 계명활성제는 비누, 세제, 샴푸 등에서 세탁과 세척을 하거나 화장품, 치약, 음식 등 액체로 된 상품에서 기름 성분과 수분이 잘 섞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산 비누는 잘 헹구어지지 않고 빨래 옷에 남아 섬유의 올 사이에 축적돼 옷을 상하게 한다. 그래서 석유에서 만든 것이 합성세제다. 합성세제는 비누보다 물에 잘 녹고 센물의 금속 이온과 만드는 염이 물에도 녹으므로 적은 양에도 세척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합성세제는 자연분해되지 않아 환격오염 문제를 야기한다. 그래서 요즘은 생분해성 합성세제인 계명활성제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지구 방위 활약 환경화학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환경문제다. 2030년에는 현재 65억 명인 인구가 82억 명으로 증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37% 증가하며,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52%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하고 있다. 도시의 대기오염은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와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 미세먼지가 전체 오염원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산업시설 배출가스 처리 방법에는 대체로 촉매를 이용한 화학처리를 사용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처리 방법은 배기가스 재연소, 산화촉매법, 요소 촉매법, 디젤 매연 여과법 등 모두 화학 촉매를 이용하고 있다. 식수 정화에도 마지막으로 염소에 의한 소독을 한다. 염소는 기체이기 때문에 수돗물을 받는 순간 공기중으로 날아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 또 화학은 오존층 파괴를 막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화학자들의 연구로 오존층 파괴 주범이 CFC(염화플루오린화탄소) 같은 냉매 물질이라는 것을 밝혀냈다.◆최첨단 과학수사도 화학이 선도범죄수사에서 지문 채취는 매우 중요하다. 지문이 묻은 지 얼마 안 되었다면 자외선 램프를 사용하거나 알루미늄, 흑연 등 미세한 분말을 뿌려서 지문을 채취할 수 있다. 지문에는 약간의 지방이 묻어 있기 때문에 분말이 붙는 것이다. 그런데 좀 오래된 지문은 지방이 없어져서 분말법으로 채취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주 적은 농도이지만 아미노산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것을 화학반응으로 잡아낸다. 혈액이나 체액이 묻은 곳에 닌히드린 용액을 뿌리면 체액에 포함된 소량의 아미노산과 반응해 아미노 이량체가 만들어지는데, 이때 보라색을 발생하여 지문이 드러난다. 그리고 과학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혈흔 감식이다. 범인이 혈흔을 닦거나 청소를 했을 경우 루미놀 반응을 가장 널리 쓴다. 또 시신이 백골화된 경우 변사자의 나이와 사망연도를 알아내기 위해 화학적 방법인 탄소 동위원소 분석을 사용한다.◆인상파 미술은 과학이 열었다빨강과 파랑 물감을 섞으면 보라색이 된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갈색 비슷한 색이 된다. 빨강과 파랑을 섞은 혼합 물감의 경우 빨간 물감은 빨간색을 제외한, 파란 물감은 파란색을 제외한 거의 모든 빛의 파장을 흡수해 무채색 비슷한 어두운 색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인상주의 이전 그림들은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어두웠다. 반면 인상주의 화가들은 자연의 색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했다. 이에 인상주의 화가들은 당시 태동하기 시작한 과학적 원리를 응용한 병치혼합을 생각해냈다. 빨강과 파랑을 미리 섞지 않고 두 색을 그냥 나란히 화면에 칠한 후 멀리서 바라보면 그 색이 섞여 보라색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모네도 고흐도 이런 방법으로 현란하고 밝은 화면을 창조했다. 인상주의가 극도로 발전해 후기 인상주의에 도달한 쇠라의 그림을 보면 아예 작은 점으로 색을 분할해 병치함으로써 색의 밝은 혼색을 만들었다. 408쪽, 1만6천800원.

2020-01-04 06:30:00

이광수 '무정'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근대문학을 읽다'를 마치면서

대학생들에게 이광수라는 이름을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같다. "친일파잖아요."물론 그들 대답대로다. 조선 청년들이 일본을 위한 전쟁에 끌려 나가 죽음을 맞던 일제말기, 이광수는 학도병 출전을 독려하는 연설을 했다.그렇다고 이광수가 친일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십대의 이광수는 자주적이고 근대적인 조선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힘썼다. 그는 근대조선을 향한 열망 속에서 우리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최초의 근대소설 '무정'을 썼다.최남선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일제말기 조선 청년의 전쟁 참여를 독려하고, 일본이 중국 땅에 세운 만주국을 '왕도낙토의 실험장'이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역시 젊은 시절 이광수와 함께 자주적이고 근대적인 조선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힘썼다. 그리고 최초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써서 우리 근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한국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두 사람 모두 친일의 길을 걸은 것은 공교로운 일이다. 이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주요한, 김동인을 비롯한 수많은 근대문학자 역시 이광수나 최남선처럼 친일의 길을 걸었다. 대다수의 작가들이 일본제국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그들의 신념도 허물어뜨렸다.그래서 근대문학의 흐름을 찬찬히 보게 되면 '힘'과 '이익'과 '세월' 앞에서 무너져간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읽을 수가 있다. 이육사나 현진건처럼 칼 날 같은 현실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던 작가들의 삶이 더 빛나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근대문학이란 결국 근대라는 한 시대를 살아간 인간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긴 세월 동안 이어진 식민지의 굴욕적 삶 속에서 살아간 인간들의 이야기가 거기 들어있다. 누군가는 마지막까지 저항했고, 누군가는 투항했다. 저항한 사람은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주었고, 투항한 사람은 인간의 약함과 시대의 잔혹함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우리가 근대문학을 읽으면서 실제로 그런 깨달음을 얻는 것은 쉽지가 않다. 작가들이 쓴 문학작품과 그들의 삶을 일제치하라는 시대 속에서 퍼즐을 맞추듯 복원해나가야 한다. 시대에 대한 세밀한 조사와 편견 없는 시선으로 문학 속 인물과 작가의 삶을 어렵게 따라가다 보면 그 나약함, 혹은 그 강함의 근거가 무엇인지 이해가 된다.그리고 어느 순간 그 이해라는 것이 근대라는 한 시대에 특정된 인간의 삶과 문학을 넘어 나 자신과 내 주변 사람들로 향하게 된다. 문학이 가지는 자기 치유의 힘이다.근대문학만이 아니라 모든 문학이 지닌 힘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근대문학 읽기란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의 삶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해는 '연민'을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한 것이다.5년 간에 걸친 '근대문학 읽기'를 통해서 내가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이 '연민'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이 칼럼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2019-12-28 06:30:00

김영호 저 '미래의료 4.0'

AI 의사 8초만에 치료법 제시하면 인간 의사 최종 결정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삶을 점진적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이 이미 산업과 접목됐고, 우리 건강과 질병도 더욱 똑똑하게 관리해 줄 의료기술이 등장했거나 할 예정이다.먼 미래 일이 아니다. 10년 전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래, 휴대전화기의 역할은 연락을 주고받는 데서 확장해 집에 있는 가전을 미리 작동시키거나, 집에서도 회사 컴퓨터에 접속해 원격 조작토록 하는 미니 컴퓨터 역할로까지 발전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첨단 기술도 이처럼 모든 사람이 이용하거나 그 혜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삶을 바꿔 놓을 것이라 예측된다.◆사람만큼 암 잘 찾는 AI 의사국내에선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의사'가 암 검진을 내리고 있다.대구가톨릭병원에서 2017년부터 일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은 의학 전문자료 1천500만 쪽 분량과 의학 학술지 300종을 습득했다. 앞서 2012년 3월부터 미국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고 MD엔더슨에서 훈련받으며 실력을 키워 의사가 됐다.왓슨은 환자 성별과 나이, 혈액검사, 조직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자료를 분석한 뒤 평균 8초 만에 '강력추천', '추천', '비추천'의 세 가지 치료법을 내놓는다. 이를 참고해 인간 의사가 최종 치료법을 결정한다.이미 전 세계 90개 이상 병원에서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 일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12월 가천대길병원을 시작으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등 전국 여러 병원이 왓슨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실력도 상당히 뛰어나다. 2014년 미국 종양학회 조사 결과 사람 의사와 왓슨의 암 진단 결과가 자궁경부암 100%, 대장암 98%, 직장암 96% 수준으로 일치했다. 또 2017년 가천대길병원 발표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 118명에 대한 왓슨의 '강력추천' 치료법과 사람 의사가 제시한 치료법의 55.9%가 일치했고, 대장암·위암에 대해 '추천'까지 포함한 치료법 일치 비율은 72% 일치했다.다만 미국에서 개발된 왓슨이 국내 환자의 특성을 완벽히 파악하진 못한 모습이다. 그러나 왓슨 도입 이후 가천대길병원에서 의사 진료에 대한 환자들 신뢰도가 증가했고, 왓슨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 것으로 보아 국내 환자에 대한 학습만 더해지면 긍정적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수술 로봇, 원격 수술, 뇌로 조작하는 로봇 팔도영화에서 나오듯 외모가 인간처럼 생기진 않았지만, 암을 수술하는 로봇도 이미 상용화했다. 2000년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 기업이 세계 최초 수술로봇으로 개발해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다빈치 수술 시스템'은 2005년 국내에 들어온 이후 여러 병원에서 암 수술에 쓰이고 있다.이보다 앞서 1986년 개발된 '로보닥'도 지금까지 정형외과에서 무릎, 엉덩이뼈,8 인공관절 수술에 즐겨 사용된다. 로보닥이 퇴행성 관절염 환자 무릎의 관절을 깎고 인공관절을 끼워넣는 수술 실력은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난 1월에는 5G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원격으로 로봇수술을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중국 화웨이 기업의 5G 기술로 의사는 푸젠성 차이나 유니콤둥난 연구소에 있으면서 50km 떨어진 푸젠 의과대학병원 수술실에서 로봇 수술을 실시, 1시간에 걸쳐 돼지 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런 기술은 향후 농촌이나 섬 등 외진 곳에 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을 전망이다.이 밖에도 환자를 돌보는 간호 로봇, 뇌와 연결하고 뇌파를 이용해 조작할 수 있는 로봇 팔, 3D 프린터로 섬세하게 출력한 손뼈과 머리뼈, 암 치료에 쓰는 자석 박테리아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책은 이 같은 미래의료기술을 종류별로 4부에 걸쳐 소개한다. 1부에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2부에선 고령사회에 대비한 간호로봇과 뇌-기계 연결 기술, 3부에선 인체 장기와 조직을 교체하는 3D 프린팅과 재생의료 기술, 4부에선 냄새와 박테리아를 활용한 최첨단 기술로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 등 순이다.책은 최첨단 기술을 거의 망라하고 있어 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오늘날 기술 트렌드를 가늠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첨단과학, 의료기술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유익한 정보를 줄 전망이다. 327쪽, 1만6천원. ※ 김영호는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는 과학자. 첨단과학을 전공하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국내외 다수 기관에서 연구했다. 경북대학교 연구교수, 겸임교수로 강의와 연구도 했다. 지금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칼럼을 40여 편 게재한 바 있다.

2019-12-28 06:30:00

경찰이 사기를 가르치다, 표지

경찰이 사기를 가르치다/박화진 지음/지식공감 펴냄

33년 경찰관으로 살아온 인생을 동양 최고의 역사서 '사기(史記)'를 통해 풀어낸 책으로, 부제는 '史記(사기)속에서 경찰의 길을 묻다' 이다. 지은이는 오랫동안 경찰생활을 하면서 여러 유형의 상사와 부하를 만났고, 다양한 사건을 수사했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 등장하는 월왕 구천과 범려, 한신과 유방의 일화 등 53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일과 경험을 재해석하고 있다.지은이는 경찰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부친, 백부, 친형, 사촌, 조카 등이 경찰이다. 자신은 70여 년의 현대 한국경찰사의 반을 관통하는 33년 9개월간 경찰관으로 재직했다. 인생의 반을 경찰관으로서 지내며 분단과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찰의 시대적 고뇌와 아픔을 겪었다. 굴곡의 세월을 견디고 명예로운 퇴직을 눈앞에 둔 시점에 광풍처럼 휘몰아친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었다.지은이는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경찰의 문턱을 넘어서려니 자꾸 뒤돌아보게 되었다. 비록 개인적인 경험과 시간일지라도 경찰후진들이 한국 경찰 역사의 한 모퉁이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글을 썼다."고 밝힌다.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결기로 궁형의 치욕을 견디며 '사기(史記)'를 완성한 사마천을 모델로 한국 경찰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낸 것이다. 지은이는 "오(誤)시범도 시범이라는 생각에 나의 경험과 시간들을 정리했다. 시민이 불편해하는 권력기관이 아닌 진정한 서비스기관으로 한국 경찰이 거듭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한다.첫 장 '안자지어(晏子之御)' 고사에서는 경찰관은 겸손함이 제일 우선할 덕목임을 역설한다. '안자지어'는 하찮은 지위에 만족하여 뻐기는 사람을 비판하는 고사다. '무립추지지(無立錐之地)'에서는 청렴한 공직자의 상을 제시하고, 사라지는 전경, 의경 제도를 되돌아보며 '순망치한(脣亡齒寒)' 고사를 떠올린다. 경찰사에서 전·의경들이 이룩한 큰 역할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다.'절영지연(絶纓之宴)' 고사를 통해 관리자의 '인(忍) 리더십'을 강조한다. 경찰수사권 독립을 위해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결기를 가져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하는가 하면 '상가지구(喪家之狗)' 같은 현재의 경찰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견(犬)찰이라는 비아냥거림이 공경 받을 경(敬)찰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 중간중간 시 형식의 짧은 글들을 통해 삶과 자연을 관조하는 모습도 보여준다.'경찰관 신분증을 마패라고 우쭐해 하며 신분증을 보여주며 위세를 떨던 경찰관도 있었습니다. 특권인 양 동료경찰관들의 묵인하에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당당하게 하던 시절도 있었으니 시민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가당찮은 일이었겠습니까? 급기야 시민단체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음주운전 경찰관이 마패를 제시하며 거들먹거리는 것을 적발하는 캠페인까지 했습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경찰관 신분을 은폐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은 시민으로부터 위탁받은 것에 불과합니다. 마치 자신의 권력인 양 허세를 부리는 일은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경찰을 비롯한 국가 공무원의 겸손한 자세야말로 시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책무라는 생각을 가져야겠습니다.' -20쪽 요약-지은이는 "경찰생활 경험을 사기(史記)의 고사성어에 빗대어 다소 견강부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험을 후진들에게 쉽게 전달함으로써 경찰관으로서 공직관, 경찰 관리자의 리더십, 경찰조직의 미래 등을 제시하고, 경찰이 시민을 위한 진정한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고 밝힌다. 288쪽, 1만6천원. ▷ 박화진지은이 박화진은 대구에서 출생, 경찰관이었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경찰의 길을 걸었다. 33년 9개월간 재직하고 치안감으로 퇴직했다. 경북지방경찰청장, 경찰인재개발원장, 경찰청 외사국장을 역임했다. 해외경찰주재관, 안전행정부 치안정책관, 대통령 치안비서관 등 경찰외부 기관에서도 근무했다. 틈틈이 글쓰기를 하여 수필가로 등단했다. 수필집 '마음이 따뜻한 경찰이 되고 싶다(2013)'를 비롯해, 오랜 투병 끝에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시집 '답장을 기다리지 않는 편지(2017)'를 펴내기도 했다.

2019-12-28 06:30:00

[반갑다 새책]그 여자가 울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윤혜란 수필집/에세이스트사 펴냄

"다시 길 위에 서다. 이제 수필의 길 위에 섰다. 또 다른 시작이다. 늘그막 내 인생의 행운이고 축복이다."초등학교 교사로 30년, 목욕탕 접수실에서 20년. 지은이 윤혜란의 이력이다.지은이에게서 수필집의 의미는 문학적 성취 이전에 평범하게 살아온 소시민적 시선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데 있다.그런데 지은이의 목소리를 따라가도 보면 결국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나의 언니이며 나의 엄마이고 바로 나 자신이다.찬찬히 수필집을 읽어나가 보노라면 아무것도 아니어서 모두가 될 수 있었던 이 시대의 평균치 주부이며 엄마이며 선생님인 지은이를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읽는 이들은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삶이란 매 순간이 새 출발점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목차를 보면 '남지장사' '사월초파일' '길 위의 점 하나'를 시작으로 '콩메뚜기의 변명' '암 병동에서' '남은 건 사랑뿐이네' '괜찮아 괜찮아' '두 외로움' '여섯 번째 메타세콰이어' 등 55편의 수필은 주로 지은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겪은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때로는 애정을 듬뿍 담은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그는 초등학교 교실의 작은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았고 지금 목욕탕 접수실의 더 작은 창을 통해 여전히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암 수술을 받았고 죽음의 목전을 오락가락하면서 자신이 걸어온 생의 더 작은 창을 만나서 이제껏 봤던 세상 풍경이 진짜가 아니었음을 철저하게 깨닫게 되었다.지은이는 대구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서 30년을 근무한 후 현재 대구에서 운영 중인 목욕탕을 동네 어르신들과 사랑방으로 쓰고 있으며, 2018년 격월간 '에세이스트'로 등단해 올해 '문제작가 신작 특집'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46쪽, 1만5천원

2019-12-2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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