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견과 식용견

개시장에 끌려갈까봐 무서워요

 

무척이나 쾌활한 짱구(3살, 발발이)가 가족들과 함께 내원했다. 짱구의 활달한 성격 만큼이나 초등학교 형들도 무척 밝고 활기찼다. 아이들이 질문했다.

◆ 선생님 먹는 개는 어떤 개예요?

당황하는 나에게 아버님이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셨다. 며칠 전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을 지나치는데 철장에 갇혀있는 개들을 안타까워하는 아이들에게 마땅히 설명해주기 어려워 그 개들은 먹을려고 키운 개라고 얘기하셨단다.

나도 아이들에게 먹는 개가 어떤 개인지를 설명하지 못했다. 개식용과 관련된 갈등을 하나하나 설명해 줄 자신이 없었다. 그저 아이들의 마음을 공감해주었다. '그러게 개를 먹는 사람이 아직도 있나 보네, 아무도 먹지 않으면 먹는 개도 사라질텐데...'

◆ 개는 축산법에서 가축으로 분류한다

개는 '축산법' 제2조에 규정된 가축에 명시되어 있다. 반면에 사육.도축.가공.유통을 규정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적용 대상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사회 통념이 더 이상 개고기를 확산시키지 말자는 취지였지만, 정작 국가는 '축산법'에 근거하여 개농장을 축산업으로 인정하고 개의 도축.가공.유통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묵인해주고 있다. 개식용이 근절되지 못하는 근본 이유이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HIS는 전세계에서 대규모 개농장에서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매년 약 200만 마리의 식용견이 양산되어 불법적으로 도축되어 식용으로 쓰여지고 있다고 파악한다.

◆ 반려견이 식용견이 되기도 한다.

개가 음성적으로 도축. 유통되는 과정을 국가가 묵인하다 보니 돈벌이에 혈안인 '개장수'는 반려견이나 유기견도 포획하여 개시장에 팔아 넘기기도 한다. 덩치 큰 순둥이 반려견들이 개장수의 주 타킷이 된다. 반려견을 잃어버린 반려인이 유기견 보호소에 구조가 확인되지 않으면 마음 쫄이며 개시장을 수색하는 이유이다.

반려견 새끼를 생산하는 강아지 공장에서는 가치가 떨어진 개들을 개장수에게 넘기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유기견보호소가 보호기간이 지난 개들을 개장수에게 넘겨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개를 축산물, 돈벌이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반려견과 식용견은 구분할 이유가 없다.

◆ 개식용은 전통이 아니다

세계사를 들여다보면 전쟁과 기근에 시달릴 때, 농경 사회에서 고기 단백질원이 부족할 때 개식용 기록들이 더 많이 관찰된다. 개에 대한 종교, 철학적인 가치도 영향을 끼친다. 개와 동물을 미천한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일수록 개식용이 만연했다.

우리 역사에 개고기(단고기)를 즐겼다는 기록은 유교를 집권 사상으로 받아들인 조선시대부터 자주 등장한다. 왕권과 신분 제도를 받쳐줄 예를 중시하는 유교 사상에서 동물은 미물로 취급된다. 공자 마저도 개고기를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다. 그 시대 천민의 삶을 가늠하면 개를 어떻게 취급하였을 지 상상이 된다. 농사를 지으며 궁핍하게 살아야 했던 평민들도 섭취할 수 있었던 고기 단백질은 개와 닭 정도였다. 일본 식민지 시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영양이 결핍된 국민들이 개고기를 먹고 기력을 보충하였던 절박함은 안타까움이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한국의 개식용 관습을 비난하는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도 이러한 사례들은 관찰된다. 과거 로마를 비롯하여, 스페인, 스위스, 프랑스 등에서도 궁핍한 시기 개식용이 성행했던 기록들이 있다. 다만 이 나라들은 개식용을 전통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과거의 관습은 존중하지만 먹거리가 풍요로워진 현대에 기호성이나 정력을 핑계로 개를 잡아 먹는 행위는 단호하게 비난한다.

개식용은 전통이 아니다. 전통은 시대가 변해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로움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 개와 인간 공존의 시작

개와 인간이 공생하는 가장 오래된 증거는 프랑스 남부의 쇼베 동굴에서 발견 되었다. 30,000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동굴벽화로 유명한 쇼베 동물을 연구하던중, 아이의 발자국 위에 중첩된 강아지 발자국들을 발견하였다. 개가 아이를 따라 가거나, 아이가 개를 이끌고 다녔음을 의미한다. 벽에 낮은 횃불 그을음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아이가 횃불을 들고 개는 아이를 따라 동굴 속을 함께 걸어간 고대의 흔적이다.

◆ 개는 인간과 감정을 교감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헬싱키 대학의 연구는 인간과 개 사이에는 생리학적 감정 교감이 깊어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아기의 눈을 마주하면 옥시토신이 방출된다. 옥시토신은 인간에게 따뜻함과 애정을 유발하는 호르몬이다. 모성애 유발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주인이 개의 눈을 들여다 보아도 옥시토신 혈중 수치가 높아진다고 한다. 반대로 개가 인간의 미소를 볼 때도 개의 옥시토신 혈중 수치가 상승한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 생성되는 행복 호르몬이 개와 사람 사이에서도 상호 분출되는 셈이다. 개를 인간과 감정을 교감하는 유일한 동물이라 주장하는 이유이다.

그림 1. 현대인과 네안데르탈 인 (위) 및 개와 늑대 (아래) 사이의 두드러진 두개골의 안면 차이.Michael Klymkowsky,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미국2017. 그림 1. 현대인과 네안데르탈 인 (위) 및 개와 늑대 (아래) 사이의 두드러진 두개골의 안면 차이.Michael Klymkowsky,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미국2017.

 

◆ 인간화 되어가는 개의 진화 흔적

미국 콜로라도대학 Michael Klymkowsky의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에 비해 현대인의 두개골은 눈두덩이가 낮고, 치아와 악관절이 작아지며 여성화되어졌다고 한다. 개의 두개골을 선조격인 늑대의 두개골과 비교해보면 인간 두개골 진화와 유사하게 골격의 중성화가 이루어져 왔음을 관찰할 수 있다. 인간은 지능과 학습에 통해 스스로 진화가 이루어진 반면, 개는 인간을 의존하며 인간의 선택을 통해 진화가 이루어졌지만 개의 진화의 패턴은 인간과 매우 닮아 있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Juliane Kaminski의 연구에 따르면 수 천년에 걸쳐 개의 눈썹 근육은 극적으로 발달하였다고 한다. 개는 눈썹 주변의 근육들이 발달한 덕분에 개의 눈은 늑대에 비해 크고 둥글게 보여지며, 흰자위를 더 많이 노출시켜 흡사 인간의 눈을 닮아가고 있다. 사람처럼 눈두덩이를 들어 올리기도 한다. 인간의 감정을 눈을 통해 읽어내면서 스스로도 눈을 이용한 감정 표현을 시도하려는 진화의 흔적이다.
◆ 인권과 동물권

인권이 열악하면 개보다 못하다는 표현을 쓴다. 개를 질투할 필요는 없다. 인권이 허술한 나라의 동물권은 더 더욱 허술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회적 약자를 우선 보호하는 나라는 동물권도 잘 보장되어 있다. 인권과 동물권 모두 약한 이웃, 약한 동물을 배려하고 보호할려는 측은지심에서 발원하기 때문이다.

◆ 개식용 근절을 위한 움직임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토리라는 유기견과 찡찡이라는 유기묘를 입양하였다.이재명 경기지사는 2016년 12월, 성남시장 재임시기 국내 최대의 모란 개시장을 폐쇄하였다. 부산시는 2019년 7월, 구포 개시장을 폐쇄하고 해당 부지 내에 동물보호센터 건립을 추진중이다.

서울시는 2019년 10월,개도살 '제로' 도시를 선언하였다.한정애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2020년 12월, 개와 고양이 도살과 식용을 근절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칠성 개시장

서울 경동 개시장, 성남 모란 개시장, 부산 구포 개시장은 지자체, 상인, 동물보호단체가 협의체를 구성하여 업종 전환을 유도하거나 자진 폐업을 통해 개시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전국에는 유일하게 대구 칠성 개시장 만이 남아있다. '동물이 공존하는 도시'라는 대구시의 위상을 고려해서라도 칠성 개시장이 하루빨리 폐쇄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박순석 박순석

 

박순석

수의학박사

서울특별시 동물복지위원

SBS TV 동물농장 수의자문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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