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하영의 우리말 장맞이] <2>혼용되는 '엮었다' '얽었다'

'책을 엮은이' vs '싸움에 얽혀' 긍정·부정 의미로 구분

 

 

 

한때 탄핵 정국과 관련하여,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무고함을 강변하던 말이 있었다. 바로 "무고한 사람을 어거지로 엮었다"란 구절이다.

'어거지'는 잘되지 않은 일을 무리하게 해내려는 고집을 이르는 '억지'의 잘못된 표현이다. 또한 '엮었다'는 '얽었다'는 낱말과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엮었다·얽었다'는 '엮다·얽다'에서 각각 활용된 말이다.

'이 책을 엮은이가 그 유명한 홍길도 박사이다'처럼 쓰는 긍정적 의미의 말인데 비해, '얽다'는 '애먼 죄를 얽어 감옥에 잡아넣는 바람에 전과자 딱지가 붙었다'와 같이 통상 부정적 개념으로 쓰이는 말이다. '어거지로 엮었다'는 '억지로 얽었다'로 표기해야 제격이다. '얽히고 설키다. 재수없이 남의 싸움에 얽혀 덤터기만 뒤집어섰다. 집안 일에 얽매여 나들이는 꿈도 못꾸다'등의 예문에서 쓰인다.

뿐만 아니라, 어법상 그릇된 말이 오랜기간 상용, 고착화 됨으로써 되레 표준어를 무색케하여 역기능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1960년도 대중가요계의 황금시대를 열며 모 가수가 불렀던 "♪♪저 푸른 초원위에···· 멋쟁이 높은 빌딩 으시대지만···· ♬"에 나오는 노래 가사 중, '으시대지만'이란 표현 역시, 잘못된 것으로, '으스대지만'으로 써야 옳다.

'으스대지만'이란 본디 '부자연스럽거나 어울리지 않게 어깨나 손 따위를 위로 올리거나 내리곤 하는 동작을 곁들여 자기가 제일인 척하고, 뻐기고, 뽐내고, 우쭐거린다'는 의미의 '으스대다'에서 활용된 말이다. '으스대지만'으로 써야 맞다. 또한 '으쓱대다. 으쓱거리다'는 '으스대다'와 그 뜻이 일맥상통한다.

'철수는 팔씨름만은 늘 자기가 천하장사라며 으스댔다'처럼 쓰인다. 또한 유명 앵커들조차 무심중에 가끔 발음상 오류를 범할 때가 있다. '우리의 바람은 통일'이라고 할 때의 '바람'이 '바램'으로 그릇 사용되는 경우이다.

이때의 '바람'은 '바라는일·희망·소망·소원·염원'등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트로트 열풍에 힘입어 '으시대지만'과 '바램' 같이 두말의 사용 빈도 이어지고 있다.이를 두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고 했던가?

일상 대화시 서로 마주하는 대상을 '정도 이상으로 또는 약간 쑥스럽거나 조금 부끄러울 정도로 칭찬해 줌'으로써 상대를 기분좋게 만드는 말로 '추어주다. 추어올리다. 치켜세우다'등이 그 대표적 단어로써 같은 뜻으로 두루 쓰인다. '이 회사의 보배같은 존재라며 추어주었더니, 그 아가씨는 겸연쩍은 듯이 두 뺨에 발그레한 홍조를 띠고, 살짝 웃었다.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가마를 태우며 치켜세웠다.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 침이 마르게 추어주었더니, 입이 대문짝 만하게 벌어지면서 파안대소했다'처럼 감칠맛 나고 익살스런 표현도 있다.

그리고 언뜻 보면 닮은꼴 같지만 기실은 칭찬과 전혀 무관한 단어들도 있다. '바짓자락을 추켜올리다'처럼 '무엇을 위로 솟구쳐 올린다'는 뜻의 '추켜올리다'와 '추켜올려서 세운다'는 뜻의 '추켜세우다'가 여기에 해당한다. '영희는 발뒤꿈치를 추켜세워 까치발을 하고 담 너머로 밖을 살펴 보았다'와 같이 쓴다.

차제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말 한 도막, '특히 남을 일부러 일삼아 굳이 자주 칭찬하다'를 나태내는 '추다'란 단어는 주로 '추어 놓고'의 꼴로 쓰이는바 이때는,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앞에서 풀이한 '추어주다'와 혼동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앞에서는 추어 놓고 뒤에서는 비웃는다'처럼 사용되는 이 말은 오해나 불신·불쾌감을 촉발할 소지가 있어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 우리말 연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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