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가 물건?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

 

체리(푸들,2Y)가 교통사고로 내원하였다.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대기실이 소란스러워서 나와보니 사고차량 운전자와 보호자 간에 언성이 높아 있었다. 치료비를 보상할 수 없다는 사고차량 운전자의 주장과 아이가 다쳤는데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는 보호자의 주장이 맞물렸다. 급기야 경찰이 왔고 서로의 신상을 확인한 후에야 소동은 가라앉았다. 보호자는 개가 다쳐서 당황스러운 마당에 사고차량 운전자가 위로는 커녕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대하는 태도 때문에 더 화가 치밀었다 하셨다. 경찰의 판단은 냉정했다. 개 교통사고는 인명사고가 아니라 대물사고니까 보호자는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와 협의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보호자는 크게 낙담하셨다. 내 개가 물건이라고?

우리나라는 민법 상에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보호를 당연시하는 국민 정서와는 상반되게 법적 동물의 권리는 주인의 소유물에 불과하다.(사진출처 shutterstock.com ) 우리나라는 민법 상에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보호를 당연시하는 국민 정서와는 상반되게 법적 동물의 권리는 주인의 소유물에 불과하다.(사진출처 shutterstock.com )

우리나라는 민법에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호칭하는 국민 정서와는 상반되게 법적 동물의 권리는 물건에 불과하다. 체리의 경우도 보험가입자인 운전자가 누군가의 물건을 훼손시켰으니 보험사가 운전자의 과실을 고려하여 해당되는 비율의 동물 치료비, 동물을 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보상해주는 식이다.

1991년 5월 31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려던 한국 정부로서는 한국의 보신탕과 동물학대 문화를 반대하며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는 유럽의 동물보호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정부는 보신탕집을 서울의 대로변에서 퇴출시키고 동물학대를 처벌한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했다. 달랑 14개 항의 법조문으로 구성된 원론적인 동물보호법이 태동하게 된 배경이었다.

 

초기 2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하였던 동물학대 금지 처벌 기준이 몇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2년 이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2016년 SBS TV동물농장을 통해 방영된 2016년 SBS TV동물농장을 통해 방영된 "강아지 공장"은 동물을 돈벌이로 삼는 인간들이 얼마나 잔혹하게 동물들을 학대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후 동물학대와 반려동물 불법자가진료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되었다.(사진출처 shutterstock.com )

 

2016년 "강아지 공장 사건"은 동물을 돈벌이로 삼는 인간들이 얼마나 잔혹하게 동물을 학대하는지를 확인시켜주었다. 평생을 뜰창에서 살아가는 번식견의 처참한 모습과 잔혹한 불법 제왕절개와 반윤리적인 자가치료 행위들이 만연해 있었다. 전 국민의 공분을 사며 고발된 번식업자에는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만 가해졌다. 당시 동물학대죄는 경미한 벌금형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불법 제왕절개와 자가진료 행위가 수의사법 위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축산인을 배려한 "가축에 대한 자가진료 허용 규정"을 면죄부 삼아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동물권 단체는 불법자가진료를 또 다른 형태의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였다. 국민들의 청원이 들끓고 나서야 농축식품부는 동물학대 처벌을 강화하고, 수의사법 개정을 통해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진료할 수 있는 범위를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서 "가축"(소,돼지.닭,오리,말,염소,당나귀, 토끼 등)"으로 제한하였다.

따라서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 행위는 불법자가진료로 규정되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되었다. 동물학대죄와 형량이 동일하다. 하지만 동물학대와 불법자가진료의 처벌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2014년 부터 2018년 까지 경찰에 의해 동물보호헙 위반으로 기소 송치된 1908명 중 구속 기소된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했고,, 대부분 경미한 벌금형에 처해졌다는 사실은 여전히 법에서 동물은 물건 이상의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동물학대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법원은 재물손괴죄를 가중 적용하여 실형을 선고하는 선례가 나타났다. 2019년 7월 발생한 "경의선 고양이 살해사건"은 범인이 가게에서 기르던 고양이를 철길로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기존의 동물학대범들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선례들을 고려하면 벌금형에 그칠 수도 있었지만, 재판부는 범인에게 재물손괴죄를 가중 적용하여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지금까지 동물학대범에 대한 처벌 중 가장 엄중한 판례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소유주가 있어서 재물손괴죄가 가중 처벌될 수 있었다. 자신이 키우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또는 주인이 없는 동물을 학대한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엄중한 처벌이 쉽지 않음을 예상할 수 있다. 생명을 학대한 죄가 재산을 손괴시킨 죄보다 경미하다는 모순이 존재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자가진료 행위를 또 다른 형태의 동물학대 행위로 규정한다. 동물을 소유물로 만 이해하다 보면 동물에 대한 자가진료를 가볍게 여기는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사진출처 shutterstock.com )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자가진료 행위를 또 다른 형태의 동물학대 행위로 규정한다. 동물을 소유물로 만 이해하다 보면 동물에 대한 자가진료를 가볍게 여기는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사진출처 shutterstock.com )

동물을 소유물로 이해하다보니 동물에 대한 자가진료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동물약국에서는 소비자의 편의와 동물진료비 경감을 위해 백신을 사서 개와 고양이에게 직접 주사하라고 권장한다. 어느 부모가 돈이 아까워 아이에게 백신을 주사할까? 정상적인 부모라면 생각조차 않듯이 반려인이 반려동물에게 백신을 주사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동물학대일 수 있다.

오랜 임상 경험을 가진 본인도 예방주사는 늘 조심스럽다. 백신을 주사한 동물의 10% 정도가 발열과 식욕부진, 구토, 두드러기 등의 접종앓이를 호소한다. 급성 과민증으로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진찰을 하였지만 잠복되어 있던 질병을 예측하지 못한 탓이다. 건강해지라고 접종한 예방백신으로 인해 생명을 잃게 만든 자책과 보호자의 책망을 오랫동안 감내하여야 했다.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생물학적 주사제재는 일반인이 유통하기가 조심스럽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약독화하거나 사독화시킨 생물학 제재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감염물질이 묻어있는 주사바늘과 백신약병은 위해성 의료폐기물로 구분되며 별도로 분류하여 의료폐기물 위탁업체에 전달한다. 위해성 의료폐기물이 생활쓰레기로 처리되어서는 곤란하다.

2016년 "강아지 공장 사건"처럼 동물을 돈벌이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동물자가진료를 만연시킬까 염려스럽다. 동물을 소유물로 이해하는 순간 반려인도 편의가 앞서는 주인일 뿐이다.

2019년 전국민의 약 30% 가 반려인이다. 반려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이면에는 동물을 즉흥적으로 입양하거나 소유물 정도로 대하는 반려인도 많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펫티켓, 물림사고, 동물유기가 해소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사진출처 shutterstock.com ) 2019년 전국민의 약 30% 가 반려인이다. 반려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이면에는 동물을 즉흥적으로 입양하거나 소유물 정도로 대하는 반려인도 많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펫티켓, 물림사고, 동물유기가 해소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사진출처 shutterstock.com )

이번 4월 국회의원선거 기간 중 동물권 단체들은 각 정당에 동물권 공약을 제시하였다. 헌법에 동물보호를 명시하고, 민법에 물건과 구분되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동물의 임의도살을 금지시켜 줄 것을 각 당에 요청하였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차 수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헌법에 동물보호를 명시한 나라는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인도, 브라질, 룩셈부르크, 이집트 등이 있다. 오스트리아는 1988년3월10일 세계에서 최초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생명은 보호하여야 할 대상임을 법으로 규정하였다. 독일은 1990년, 스위스는 2002년 민법을 개정하여 동물을 물건에서 제외시켰다.

영국은 2016년 부터 강아지나 고양이를 상업적으로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2017년 부터는 동물학대 처벌을 징역 5년으로 강화하였다.

미국은 2017년 부터 동물학대 행위자가 반사회적 범죄자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보고 모든 주 정부에 동물학대 사건 가해자를 반드시 FBI에 보고하도록 조치하였다. 2019년 11월에는 연방정부가 동물학대범을 처벌하는 팩트법(PACT Act·Preventing Animal Cruelty and Torture)을 통과시켜 동물을 압사시키거나 태우는 일, 익사 또는 질식시키는 행위 등의 폭력적인 행위를 할 경우 최대 지역 7년형에 처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도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2020~2024년)"에 의거하여 향후 동물학대 처벌을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강화시킬 방침이라지만, 근본적으로 법이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은 동물학대 행위자를 중엄하게 처벌하기는 쉽지않을 전망이다.

동물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반려동물 의료보험의 보급이 시급하다.. 법적으로 동물의 권리를 명시하여 반려인이라면 의무적으로 동물의료보함에 가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가입자가 많을 수록 개인부담감은 줄고 보험 혜택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shutterstock.com ) 동물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반려동물 의료보험의 보급이 시급하다.. 법적으로 동물의 권리를 명시하여 반려인이라면 의무적으로 동물의료보함에 가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가입자가 많을 수록 개인부담감은 줄고 보험 혜택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shutterstock.com )

법적으로 동물이 물건으로 규정되어 있다보니 반려동물의료보험(펫보험)은 물건의 손실을 보상하는 손해보험사가 보험을 운영할 수 있다. 생명보험사는 참여할 수 없다. 동물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반려동물 의료보험의 보급이 시급하다. 법적으로 동물의 권리를 명시하여 반려인이라면 의무적으로 동물의료보험에 가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가입자가 많을수록 개인부담감은 줄고 보험 혜택이 커지기 때문이다.

2019년 농축식품부의 통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에 해당되는 591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반려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이면에는 동물을 즉흥적으로 입양하거나 소유물 정도로 대하는 반려인도 많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펫티켓, 개물림사고, 동물유기가 해소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생명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법적으로 명시하여 반려인의 책임과 의무를 보다 더 강화시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순석 박순석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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