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해서 더 맛있다" 커피로 인생 2모작 어르신들

청 앞치마 두르고 미소로 무장…맛·친절함 입소문 이용객 많아
아메리카노·라테 브랜드 뺨쳐…이 나이에 일할 수 있어 행복해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면서 커피 내리는 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커피바리스타 김순동 씨(왼쪽)과 오세자 씨. 최재수 기자

 

대구시 동구 아양로에 있는 2·28기념학생도서관 1층에 자리잡은 '카페누리'. 이곳은 60세 이상 어르신 커피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이다. 검은 바지에 흰 셔츠, 그리고 청 앞치마를 단정하게 두른 어르신들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손님들을 맞는다. 커피 내리고 스무디를 만드는 손놀림도 능숙능란하다. 서빙도 직접한다. 오세자(66) 씨는 "그 전까지 커피는 물에 타먹는 커피밖에 몰랐는데, 이젠 아메리카노, 카페라떼란 말이 정답기만 하다"면서 "도서관에 오는 젊은이들과 같이 어울리니까 나 자신도 젊어지고 정말 좋다. 여기 나온 게 제2인생을 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어르신이 직접 내린 아메리카노

카페누리가 생긴 것은 2019년 4월. 대구시 동구 지역내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고 있는 동구시니어클럽이 '시장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가게를 만들고 어르신들을 고용하면서 시작됐다. 1년이 채 안 됐지만 이제는 커피가 맛있고 어르신들이 친절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어르신은 모두 9명. 모두 커피 이론에 이어 제조 과정 등을 두루 익혀 커피바리스타 자격증을 소유한 실력파다. 개점에 앞서 전문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또 받았다. 또 손님접대와 메이크업 교육도 이수했으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펼쳐 합격점을 받았다.

어르신들은 월요일부터 일요일(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은 휴무)까지 1명씩 교대로 일한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다. 하루 네 시간 정도 근무하지만 근무시간이 겹치는 1시간 30분은 2명이 일한다. 손님 김성주(69) 씨는 "어르신들이 친절하고 특히, 아메리카노와 라테는 유명 커피 브랜드 못지않게 맛이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동구시니어클럽 이옥주 복지사는 "작은 커피전문점이지만 할머니 어르신들의 친절함과 친근함에 인근 사무실과 도서관 이용객들이 자주 애용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편안해서 그런지 단골도 많다"며 "어르신들이 일을 통해 넓어진 대인관계뿐 아니라 사회참여 보람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일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커피 향도 좋고 출근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

어르신들은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면서 커피 내리는 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커피바리스타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유명 브랜드 커피보다 맛있다는 손님들의 말에 힘을 얻고, 손님과 대화하면서 일하는 자체만으로 힘든 줄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순동(65) 씨은 오묘한 커피 매력에 푹 빠져 산다고 했다.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일을 시작했는데 힘은 들지만 너무 좋다. 즐겁고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무엇보다 좋은 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외롭지 않다. 또 일 한만큼 보수도 따르고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김 씨는 또 "집에만 있으면 무료해 축 늘어져 기분이 다운되는데 이곳에 오면 나도 모르게 성격이 밝아지는 것 같다"며 "출근시간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김 씨은 이어 "커피를 잘 마시지는 않지만 내릴 때 풍겨져 나오는 향이 너무 좋다. 아침에 그 향을 맡으면 하루 내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최명순(65) 씨는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게 너무 좋다. 그리고 날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도 좋고. 우리 세대가 다 그렇듯 자식들 다 컸고, 할 일도 딱히 없어 시간 보내기가 무료하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 하지만 세상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일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가족들도 그런 나를 보고 멋있다고 격려해준다"고 했다. 최 씨는 젊은 엄마와 학생들과의 만나는 것도 설레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도서관이다보니 젊음엄마와 학생들이 많이 와 그들에게서 많이 배운다. 처음 오는 손님에겐 도서관 안내, 홍보도 한다. 근무 시간이 짧아 다소 아쉽다"고 했다.

서애숙(67) 씨는 "커피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자체를 좋아한다. 이 일은 나에게 딱인 것 같다. 출근해 커피향을 맡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종일 기분이 업된다"며 "남편도 아침에 화장을 하고 예쁘게 출근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말했다.

오세자 씨는 학교예절센터에서 학생들에게 전통예절과 다도 교육을 해온터라 친절이 몸에 배어 있다. "라떼 하트 모양을 만드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손님이 '하트 모양이 예쁘다'고 말할 때는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다. 오 씨는 "손님이 커피를 음미하면서 환한 표정을 지으면 바리스타가 된 보람이 생긴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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