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정 기자의 취미 탐구 백서] 스트레스 '탕! 탕! 탕!'…사격 체험

대구사격장, 스크린·VR 등 체험형 사격과 클레이·권총 등 실탄 사격장 구비

이연정 기자가 클레이사격 체험을 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이연정 기자가 클레이사격 체험을 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사격은 다른 레포츠에 비해 비교적 덜 대중화한 종목이다. 총기를 소지해야 하고, 위험성 때문에 정해진 장소에서만 해야한다는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사격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이름을 알리고 있고, 실내사격장 등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늘고 있다.

2008년 개장한 이래 각종 국내외 대회를 개최해 온 대구사격장(북구 금호동)도 주말이면 사격을 체험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VR 사격 등 실내 놀이부터 실탄 사격까지 다양한 체험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지난 6일, 대구사격장을 찾아 사격 체험을 했다. 이날 체험에는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인 조현진 대구시설공단 클레이사격팀 감독과 박은영 대구 남구청 사격팀 감독이 동행했다.

이연정 기자가 대구사격장 내 BB탄 사격장에서 사격 체험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안전 고글을 착용하고 반드시 안전관리원의 지시에 따라야한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이연정 기자가 대구사격장 내 BB탄 사격장에서 사격 체험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안전 고글을 착용하고 반드시 안전관리원의 지시에 따라야한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실내 사격체험으로 몸 풀기

대구국제사격장은 크게 체험형 사격과 실탄 사격으로 나뉜다. 체험형 사격에는 ▷전투체험장 ▷스크린 사격 ▷BB탄 사격 ▷VR 사격 등이, 실탄 사격에는 ▷클레이 사격 ▷권총 사격 ▷공기소총 사격 등이 있다. 실탄 사격은 만 14세 이상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14세 미만 어린이와 함께 찾는 가족들은 체험형 사격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우선 체험형 사격으로 가볍게 몸을 풀어보기로 했다. VR 사격장에서 안전관리원의 안내에 따라 헤드기어를 착용했다. 눈 앞에 가상의 우주 공간이 펼쳐졌다. 앞뒤, 좌우를 둘러봐도 온통 별천지였다. 안전관리원이 손에 스틱을 쥐어줬다. 고전게임 '갤러그'처럼 날아다니는 비행물체를 맞히면 점수를 얻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대구사격장 내 VR체험장은 다른 사격보다 비교적 안전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대구사격장 내 VR체험장은 다른 사격보다 비교적 안전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몸을 향해 날아드는 비행물체를 피하느라 혼자 바쁘게 움직이다가 결국 소리를 지르며 우스꽝스럽게 마무리했다. 안전관리원이 "다른 사격보다 위험이 비교적 덜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체험으로, 신선한 박진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의 스크린 사격장은 실제 사격과 같은 재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 해놓았다. ▷타깃 ▷속사 ▷클레이 ▷실거리 등 4가지 버전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실거리 사격. 무작위로 나타나는 표적을 2초 안에 맞춰야한다.

이연정 기자가 스크린사격을 체험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이연정 기자가 스크린사격을 체험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조현진 감독이 플레이어로 함께 나서줬다. 2인용 실거리 사격은 타깃을 먼저 맞추는 사람이 득점하는 것. '감히 국가대표 감독과 대결을 하다니, 대충 감만 익혀야지'라는 생각은 게임을 시작한지 1분 만에 사라졌다. 은근히 승부욕이 생겼다. 정확도를 요구하는 원거리 타깃을 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플라스틱 총을 쥔 손에서 땀이 났다. 가까이서 튀어나오는 표적만을 '스피드'로 공략한 끝에 이겼다. 실제 사격도 아닌데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BB탄 사격장. 안전 고글을 쓴 뒤 사격장으로 들어섰다. 고정형, 이동형 표적을 30발 내에 최대한 많이 맞히는 게임. 표적을 맞히면 자동으로 태블릿 PC에 점수가 기록된다. 안전관리원이 BB탄은 총알이 잘 보이기 때문에 두 눈을 다 뜨고 총알이 어디에 맞는지 보면서 쏘는 것이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분명 두 눈으로 날아가는 총알을 확인하는 데도, 자꾸 표적을 제외한 벽에만 맞았다. 겨우 표적 하나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이연정 기자(오른쪽)가 신현우 클레이사격 선수의 코치를 받아 산탄총을 겨누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이연정 기자(오른쪽)가 신현우 클레이사격 선수의 코치를 받아 산탄총을 겨누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스트레스 날리는 실탄 사격

실내 체험으로 몸을 풀었다면 이제는 진짜 실탄 사격의 맛을 볼 차례. '사격의 꽃'으로 불리는 클레이 사격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클레이 사격은 지름 11cm인 주황색 접시 모양의 타깃을 쏘아 맞추는 경기. '클레이'는 바로 이 타깃이 점토와 석회 등으로 만들어진 데서 유래했다.

이연정 기자가 산탄총을 어깨에 메고 있다. 연출된 사진으로, 실제 사격장 내부에서는 총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이연정 기자가 산탄총을 어깨에 메고 있다. 연출된 사진으로, 실제 사격장 내부에서는 총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대구사격장은 관광용 클레이 사격장과 훈련용 클레이 사격장을 따로 운영한다. 훈련용 사격장의 경우 75m 거리에서 시속 90km의 타깃을 맞춰야하는 반면, 관광용은 이보다 난이도를 낮춰 45m 거리에서 시속 60~70km의 타깃을 맞추도록 설정해놓았다. 선수보다 낮은 난이도의 이 종목을 '아메리칸트랩'이라고도 한다.

특히 이날은 대구시설공단 사격팀 선수인 신현우 선수(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더블트랩 종목 금메달)가 직접 코치에 나서줬다. 귀마개를 쓰고 안전조끼를 입은 뒤 사격장에 들어섰다. 생명과 직결되는 실탄 사격이기에 이곳에서는 안전관리원의 지시를 따라야한다. 음주 후 사격장을 찾거나, 마음대로 총구 방향을 바꾸는 행위도 금지다.

신 선수가 알려준대로 두 손으로 산탄총을 잡고 견착한 뒤, 목을 쭉 빼고 오른쪽 볼을 개머리판에 갖다댔다. 총의 무게가 상당해 팔이 후들거렸다. "타깃이 방출되면 총구를 타깃을 향해 올리고 방아쇠를 살짝 당기면 됩니다. 숨을 들이마신 뒤 반쯤 내쉰 상태에서 멈추고, 준비가 되면 '아'하고 신호를 주세요."

이연정 기자가 권총 체험장 앞에서 표적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이연정 기자가 권총 체험장 앞에서 표적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아' 소리를 내자 몸의 직선 방향으로 타깃이 날아올랐다. 이때다, 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온몸이 흔들리는 반동과 소리 때문에 눈이 동그래졌다. 민망함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다시 '아'. 방출된 타깃을 향해 시선 반, 직감 반으로 탄을 쐈다. 팍!하는 소리와 함께 타깃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명중했다는 성취감은 둘째 치고, 시각·청각적인 쾌감이 짜릿하게 느껴졌다. 실제 경기에서는 타깃 안에 색색의 파우더를 넣어, 타깃이 산산이 부서질 때 더욱 극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신 선수가 총을 꺾어 두 발의 탄피를 제거한 뒤, 다시 장전했다. 신 선수는 "생활체육 동호인들은 개인 총을 구매하기도 한다. 지금 쏘는 체험용 총은 300만 원 가량인데, 선수들이 보유한 총은 수천만원에 이른다. 직접 이탈리아에 가서 주문제작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숨을 고르고 방아쇠를 당겼다. 몸 전체가 뒤로 휘청이는 반동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타깃이 맞지 않았고, 곧바로 다음 발을 쐈다. 자세가 흐트러진 탓에 어깨와 아랫턱이 얼얼했다. 신 선수는 "급하게 쏘면 타깃도 놓칠뿐더러 부상의 위험이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어깨가 아파 20여발을 채 못쐈고 이중 6발이 적중했다. 타깃을 맞출 때마다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타깃이 날아오를 때는 순간적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하는데, 방아쇠를 당기기 전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세상이 고요해지는 듯한 느낌이 무척 묘했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재미가 속속 숨어있는 대구사격장은 가족, 연인, 친구 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코스를 마련해두고 있다.

커플이라면 스크린 사격으로 자세를 익힌 뒤 올림픽 정식 종목인 공기소총과 권총을 체험하고, 클레이 사격까지 해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친구들과 함께 찾는다면 공기소총으로 몸풀기한 뒤 권총, 클레이 사격을 해보고 전투체험으로 마무리하는 코스가 있다. 다만 전투체험은 최소 10명 이상 참여 가능하며 사전에 예약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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