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길 찾고, 온몸으로 오르고"…실내클라이밍 체험기

[이연정 기자의 취미 탐구 백서] 실내클라이밍
2∼3m 높이 낭떠러지처럼 느껴져…떨어질 때 손 짚을 경우 부상 위험

이연정 기자(오른쪽)가 허영욱 점프클라이밍짐 대표(왼쪽)의 지도를 받아 클라이밍 체험을 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이연정 기자(오른쪽)가 허영욱 점프클라이밍짐 대표(왼쪽)의 지도를 받아 클라이밍 체험을 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한 번 해보고싶은데, 막상 도전하기 두려운 스포츠 종목이 몇가지 있다. 그 중 클라이밍이 손에 꼽힌다. 몸 전체를 지탱할 힘은 물론, 높은 곳을 두려워하지 않을 담력도 필요할 것 같아서다.

다행히 최근에는 김자인, 천종원 선수 등을 통해 클라이밍 종목이 비교적 친숙하게 느껴지고 있고, 산 암벽이 아니라 실내에서 클라이밍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달서구 본동에 위치한 점프클라이밍짐에서 실내 클라이밍을 체험해봤다.

클라이밍화. 벨크로와 끈 등 종류와 디자인이 다양하다. 발가락이 조금 접힐 정도로 작은 사이즈를 신어야 손처럼 활용할 수 있다. 이채근 기자 클라이밍화. 벨크로와 끈 등 종류와 디자인이 다양하다. 발가락이 조금 접힐 정도로 작은 사이즈를 신어야 손처럼 활용할 수 있다. 이채근 기자

◆발은 '제2의 손'

허영욱 점프클라이밍짐 대표가 커다란 바구니에 신발과 주머니 등을 담아와 앞에 펼쳐보였다. 그가 손바닥만한 돌 모양의 물건을 들어보였다. "이것이 실내 클라이밍할 때 잡고 오르는 '홀드'입니다. 손으로 잡아 매달릴 수 있게 윗부분에 홈이 움푹 패여있죠. 잡기는 쉽지만,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히기 쉽습니다." 그가 또 다른 홀드를 들어보였다. 어라, 이건 그냥 그릇을 엎어놓은 모양이다. "이건 홈이 없어서 잡기가 어렵겠죠. 손끝으로 버텨야하기 때문에 숙련자일수록 손바닥보다 손끝 지문이 닳아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어 그가 든 것은 장비를 담아온 커다란 바구니, '볼륨'이다. 홀드의 10배 이상 크기다. 체육관을 한번 쓱 둘러보자 다양한 크기의 볼륨과 홀드가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볼륨 역시 표면이 거칠해 홀드처럼 손으로 짚거나 발로 밟아 오를 수 있다.

허영욱 점프클라이밍짐 대표가 홀드(왼쪽)과 볼륨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채근 기자 허영욱 점프클라이밍짐 대표가 홀드(왼쪽)과 볼륨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채근 기자

허 대표가 가져온 주머니를 열었다. 흰색 가루가 들었다. 그는 "맨손으로 오를 때 손에 발라 밀착감을 높이는 초크다. 마그네슘 가루로, 인체에 무해해 먹을 수 있을 정도"라며 손으로 찍어 혀에 댔다.

마지막으로 그가 소개한 것은 클라이밍화. 최근에는 신기 불편한 끈보다 벨크로로 된 것을 많이 신는단다. 신발을 들던 허 대표가 갑자기 문제를 냈다. "왜 신발 뒤에 작은 고리가 두 개나 붙어있을까요?" 안전을 위해 로프 고리라도 매는 것일까.

허 대표는 "클라이밍화는 보통 발가락이 살짝 접힐 정도로 작은 사이즈를 신는다. 때문에 뒤에 작은 고리에 손가락을 넣고 잡아당겨야만 신발을 신을 수가 있는 것"이라며 "신발을 작게 신는 이유는 클라이밍에서는 발이 손 역할을 대신하므로, 유연하게 활용해야해서다. 발이 제2의 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허영욱 점프클라이밍짐 대표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채근 기자 허영욱 점프클라이밍짐 대표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채근 기자

◆'삼지점'이 기본이자 끝

드디어 실전. 클라이밍화를 신으니 발가락이 접혀 발 전체가 예민해졌다. 더욱이 기자는 평소에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저질체력'. 걱정스러운 표정의 기자에게 허 대표가 "클라이밍은 힘이 센 사람보다 유연한 사람이 유리하고, 팔 힘보다 코어 힘이 강해야 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떨어질 때는 절대 손을 짚으면 안된다. 부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먼저 나서 '삼지점' 시범을 보였다. 삼지점은 클라이밍의 기본이자 끝. 손을 모아 매달리고 발을 양쪽으로 벌려 몸 전체를 삼각형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형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이동해야 한 손을 놓아도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 다리를 교차하거나 손을 교차하는 변형 삼지점도 다양하다.

시범대로 홀드를 잡고 매달렸다. 팔을 쭉 뻗고 엉덩이를 내려 무게중심을 완전히 아래로 둬야했다. 허 대표가 짚어주는 홀드를 따라 한 손, 한 발씩 이동했다. 생각보다 쉬웠지만 높이가 문제였다. 고작 2~3m 높이의 벽이 천길 낭떠러지처럼 느껴졌다. 되도록 아래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손으로는 비교적 잡기 쉽게 돼있는 홀드를 하나하나 잡고, 발은 엄지발가락 안쪽을 디딘 채 45도 각도를 유지하며 올라갔다.

마침내 가장 위에 있는 홀드를 잡는 데 성공. 클라이밍은 두 손을 모두 홀드나 볼륨에 터치해야 끝이다. 짧은 기쁨 뒤에 다시 무서움이 몰려왔다. 내려오는 것이 더 고역이었다. 허 대표의 지도로 겨우 발을 땅에 내려놓자마자 발을 죄고 있던 클라이밍화를 벗었다.

이연정 기자가 파란색 볼륨을 잡고 올라가는 클라이밍 체험을 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이연정 기자가 파란색 볼륨을 잡고 올라가는 클라이밍 체험을 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힘만 쓰는 운동? 두뇌운동!

국내외 클라이밍 대회는 크게 세가지 부문으로 나눠진다. 15m의 암벽을 6분 안에 최대한 높이 오르는 '리드'가 첫번째. '클라이밍 여제'로 불리는 김자인 선수가 이 부문의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외에 4~5m의 벽을 장비 없이 오르는 '볼더링', 15m 벽을 동시에 올라 승자를 가리는 '스피드' 등이 있다.

이 중 많은 인기를 끄는 것은 볼더링이다. 홀더와 볼륨을 어렵게 구성해 다양한 기술을 쓸 수 있어서다. 볼륨이 있는 벽에서 볼더링을 연습해보기로 했다.

현란한 벽을 찬찬히 살펴보니, 볼륨마다 색색의 테이프가 붙어있다. 허 대표는 "테이프 갯수는 곧 한번에 짚어야하는 손·발 갯수를 의미한다.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하도록 하기 위해 붙인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 볼륨부터 같은 색의 볼륨을 잡고 밟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홀드보다 잡는 면적이 훨씬 크다보니 손이 미끄러질 것만 같았다. 볼륨의 간격도 더욱 넓어졌다. 높은 곳을 잡으려면 몸을 완전히 낮췄다가 반동을 이용해 다리부터 쭉 뻗어야했다. 매달린 채 다리 힘으로 몸을 밀어 일으키려니 뒷허벅지와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신체 사용도가 '상체 30, 하체 70'이라는 허 대표의 말을 실감했다.

벽이 앞으로 경사진 탓에 올라갈수록 무서움이 더해졌다. 몸에 힘이 들어가자 팔이 후들거렸다. 겨우 맨 위의 홀더를 터치했다.

다시 내려와, 올라갔던 볼륨을 짚어봤다. 허 대표의 지도대로 정신 없이 올라간 탓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길'이 보였다. 힘만 쓰는 운동인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머리를 써야하는 운동이었다.

허 대표는 "사실 클라이밍벽은 다양한 문제들이 모인 시험지다. 무작정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색깔의 홀드와 볼륨을 어떤 동작으로 올라갈지 먼저 생각해야한다"며 "문제 낸 의도를 빨리 파악할수록 빨리 풀 수 있다. 클라이밍을 한 지 2주된 회원이 문제를 푸는 반면, 3년된 회원은 못풀기도 한다"고 했다.

때문에 허 대표는 한 달에 한 번씩, 문제를 바꾼다. 그는 "같은 색의 홀드와 볼륨을 따라가다보면 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하게될 때도 있는데, 그렇게 다양한 동작을 익혀가는 것이다. 나도 한 문제를 푸는 데 40~50분이 걸릴 때가 있다. 상상력이 풍부해야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체육관 한켠에서 회원들이 서로를 응원하며 어떤 볼륨을 짚어야할지 의논하는 모습이 보였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는 여럿이 응원하거나 영상을 찍어주며 함께 클라이밍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나홀로 올라가야하는 클라이밍이 자신과의 싸움이자 혼자만의 운동이라고 여겼던 편견이 보기좋게 깨졌다. 클라이밍은 여러모로, '반전' 가득한 운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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