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뇌질환을 치료하는 약이 있을까?

 

 

알약을 하나 먹으면 뇌 신경세포가 생겨나 똑똑해지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알약을 하나 먹으면 뇌 신경세포가 생겨나 똑똑해지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런 약이 있으면 좋겠다. 알약 하나 먹으면 내 머릿속에서 뇌세포가 마구마구 생겨나서 더 똑똑해지도록 만들어주는 약 말이다. 그럼 골치아픈 공부하느라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고 뭐든지 쉽게 풀어버리고 할텐데.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에서 속시원하게 머리가 좋아지는 약에 대한 흥미진진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학습과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신경세포를 새로 만들도록 하는 약이 개발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만약 이런 약이 개발된다면 보통사람이 더 똑똑해지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뇌졸중과 같은 뇌질환을 치료하는 약으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러한 약을 개발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뇌 신경세포가 새로 생기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제 그들이 무슨 약을 만들었는지 그 실험실을 들여다 보자.

 

 

◆당뇨병 약이 뇌졸중을 고친다?

가끔 엉뚱한 발견이 생각지도 않았던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제약회사 화이자에서 심장 질환인 협심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실데나필 성분의 약을 1996년에 개발했다. 이 약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부작용이 발견되었는데 이 임상시험에 참가한 남자들의 발기부전이 치료되었다. 그래서 화이자는 이 약을 협심증 치료제가 아닌 발기부전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판매해서 대박을 터뜨렸다. 이것이 바로 비아그라다.

이와 비슷하게 당뇨병 약이 뇌졸중 치료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연구는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신디 모르쉐드 연구팀이 진행하였는데 당뇨병 약인 메트포르민이 손상된 쥐의 뇌를 복구한다는 연구결과를 얻어서 '사이언스 어드벤스' 학술지에 2019년 9월에 발표했다. 바로 당뇨병 약인 메트포르민이 어른 쥐의 뇌 복구를 촉진하여 쥐의 인지기능이 좋아지도록 해준다는 것을 이 연구팀이 발견했다.

 

연구원들은 뇌졸중에 걸린 쥐에게 매일 메트포르민을 먹이면서 쥐에게 퍼즐 박스 테스트를 시켰다. 이 실험 쥐의 학습과 기억력이 좋아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퍼즐 박스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메트포르민이 뇌에서 신경줄기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인지기능을 향상시켰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직 암컷 쥐에게만 좋은 결과가 나왔다. 연구원들이 좀 더 신중하게 조사해봤더니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이 뇌 복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뇌 복구 과정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그래서 메트포르민이 뇌를 복구하는 좋은 결과가 오직 암컷 쥐에게서만 일어났던 것이다.

이 연구는 뇌졸중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향후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것인데, 나중에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더라도 오직 여성에게만 효과가 있고 남성에게는 효과가 없을 것 같다. 그럼 남성 뇌졸중 환자는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최근에 보고된 다른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남녀 구분없이 뇌를 복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관심을 끈다.

 

 

◆뇌 신경세포를 만드는 약물 칵테일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뇌질환이 생기면 뇌 신경세포가 많이 죽는다. 가장 좋은 뇌질환 치료법은 죽은 뇌 신경세포를 대신할 신경세포들이 새로 생기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뇌 신경세포를 새로 생기도록 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것이어서 이러한 약이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뇌의 신경세포가 새로 만들어지도록 하는 약물 칵테일을 개발한 과학자들이 등장하였다. 바로 미국의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공 첸 교수 연구팀인데 이 연구결과를 '스템 셀 리포츠' 학술지에 2019년 2월에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뇌에 있는 신경아교세포를 신경세포로 바꿔주는 약물 칵테일을 개발했다. 뇌에는 신경세포와 함께 신경아교세포가 있다. 이 신경아교세포는 신경세포 주위에 있으면서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아교세포를 신경세포로 바꿔줄 가능성이 있는 수백 개의 분자 조합을 연구원들이 시험했다. 드디어 9개 분자 조합으로 이뤄진 약물을 이용해서 신경아교세포를 신경세포로 바꾸는 것을 이전 연구에서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는 9개가 아닌 4개의 분자 조합으로 이뤄진 약물을 이용해서 신경아교세포를 신경세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팀은 4개의 분자 조합으로 이뤄진 약물 칵테일을 이용해서 뇌의 신경아교세포를 신경세포로 바꾸는 것을 최대 70%까지 성공했다.

4개 분자 약물 칵테일을 어른 쥐에 주입했을 때 뇌의 해마 부위에서 새로운 뇌세포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을 연구원들이 관찰했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신경세포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다른 신경세포들과도 전기적인 신호와 화학적인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연구원들이 확인했다.

 

제브라피시 물고기.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제브라피시 물고기.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물고기에서 찾은 뇌질환 치료 가능성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 병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 제브라피시 물고기를 열심히 들여다 보며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뇌세포가 손상되면 제대로 복구하기 어렵지만 제브라피시는 뇌의 손상된 신경세포를 바로 복구해내는 놀라운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DZNE 연구센터 카겐 키질 박사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새로운 치료법의 단서를 제브라피시 물고기에서 찾아서 '셀 리포츠' 학술지에 2019년 4월에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제브라피시의 뇌에서 신경세포가 다시 재생되는 과정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여덟 개의 소단위로 구성된 전구세포가 새로운 신경세포를 어떻게 만드는지와 세포 간이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밝혀졌다.

또한 영국의 에딘버러 대학의 토마스 베커 박사팀이 제브라피시 뇌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연구하여 '신경과학' 학술지에 2019년 4월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파킨슨 병 환자를 치료하는 기술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뇌의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약이 개발되었다는 것을 살펴봤다. 또한 제브라피시를 이용해서 뇌질환 치료의 단서를 찾아가는 연구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이러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하여 뇌졸중,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 등 뇌질환을 치료하는 약이 하루 빨리 개발되면 좋겠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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