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조인성 씨 부친 故 조대형 씨

그리운 나의 아버지

1967년 5월 11일 故 조대형 씨가 영월 장릉((단종의 무덤)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가족제공. 1967년 5월 11일 故 조대형 씨가 영월 장릉((단종의 무덤)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가족제공.

봄이면 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라는 노랫말처럼 나는 산골 시골에서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자랐다. 그때 그 시절 친구들과 우리 집 뒷산에 올라 참꽃(진달래꽃)을 따다 보면 정신이 팔려 산천을 헤매고 다니다 지치면 하산해 들에 지천으로 피어 나는 봄나물 한 소쿠리 캐어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때 저멀리 서산엔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걸려있었다.
어머니는 깨끗하게 다듬어 오지 않았다고 다 버려야 한다고 하면 아버지는 너무 잘 캐 왔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나의 아버지는 사시사철 어머니보다 먼저 일어나셔서 마당 청소를 하셨다. 겨울에는 가마솥에 물을 한 솥 데워 놓으시면, 어머니는 부엌에 나가 식사 준비하셨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한 번도 겨울철에 찬물로 씻게 하지 않으셨고 늘 따뜻한 물로 씻고 등교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중학교 때는 냇가를 건너며 등교할 수 있도록 업어주셨다. 이른 봄 산골짝에서 내려오는 물은 차디차 뼛속까지 시렸을 텐데, 그땐 어른은 발이 시리지 않은 줄로만 알았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나의 아버지가 내 아버지였으면 좋겠다. 이런 부모 다시 없을 것이고 나는 내 자식한테 이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인자하신 나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다들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나의 부모님은 자식들을 굶기지 않으시려고 최선을 다하셨고 늘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셨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봄의 소식을 알리는 노란 산수유화가 점점 더 짙어 가고, 앞 뒷산 진달래가 만발할 때쯤 아버지는 꽃과 함께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는 아버지의 소중함도 몰랐고 당연히 항상 자식 옆에 계실 줄만 알았다. 입만 열면 다 들어주는 것이 당연했으니...

이제 내가 자라서 고희를 눈앞에 두고 보니 매년 봄이 돌아오면 아버지가 더 그리워진다. 모든 부모님이 다 그러하듯 우리 아버지의 자식 사랑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다.
특히 꽃들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우리 집 마당 한쪽 꽃밭에 핀 옥매화를 너무너무 좋아하셨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가까워져 오면 꽃밭에 핀 채송화 봉숭아 접시꽃 등 일년살이 꽃들과 가을의 향기 국화꽃을 가꾸셨다. 아버지의 정성 덕분에 시골집 좁은 방안에 겨우내 국화 화분이 가득했다.

아버지는 어린시절 철없던 내게 꽃밭에 물주는 것을 도와 달라하셨고, 나는 우물 두래박올리는게 팔 빠질 정도로 아프다며 꾀를 부려도 성 한번 내지 않고 우리 딸이 최고라 하셨다.
고등학교 입학 할 때도 나는 아버지가 참석하셨다. 내 친구들은 지금도 입학식 때 따라 온 나의 아버지를 기억하면서 정말 좋은 아버지라 말한다. 언니랑 자취하게 되었는데 부모님이 자주 오시고 아버지만 오실 때도 있는데 학교에서 돌아와 보면 부엌을 말끔하게 정리해놓고 간식을 챙겨서 우리를 기다리신다. 그래서 나는 정말이지 어린시절 형제 중에 내가 제일 잘난 지 알았다. 똑똑한 동생들은 공부를 잘해도 우리 아버지는 내가 최고라 했다. 이렇게 자존감을 올려주고 자신감을 갖게 키워주신 덕에 요즘도 잘난 척? 하면서 살고 있지만, 자존감은 누구보다도 높은 것 같다. 아버지 덕분에 지금은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

아버지는 내가 결혼해서 몇 년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고, 이제 보고 싶고 효도하고 싶어도 내 옆에 계시지 않으시니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할 수 없다. 그렇게 좋아하시는 참꽃 화전도 이제는 해 드릴 수 없어 아쉽다.
봄이 오니 아버지가 더 그리워진다. 아버지를 생각만 해도 그냥 맘속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와 눈가가 촉촉이 적셔진다. 오늘도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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