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미중 '백신 외교 경쟁'

바이든 "전 세계를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될 것"
중국, 자국산 백신 '일대일로' 연계해 개도국에 집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의 해외 지원과 관련한 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의 해외 지원과 관련한 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 외교'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일본, 유럽연합(EU) 등 핵심 동맹국을 중심으로 백신을 지원하면서 중국 견제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관이 용이한 자국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집중적으로 풀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자국민 접종에 활용해온 백신 2천만 회 접종분을 6월 말까지 타국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앞서 지원을 약속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천만 회분을 더한 8천만 회 접종분은 중국과 러시아가 지금까지 제공한 1천500만 회분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를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백신 추가 지원 입장을 밝힌 것은 자국 내 접종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보다 국제사회 기여도가 낮다는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보건을 위한 헌신에 감사하다. 세계 각국의 연대만이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중국은 그동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동남부 유럽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통해 영향력을 넓혀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반중 감정이 커지면서 위기에 봉착하자 자국산 백신 지원을 앞세워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재건에 나선 상황이다.

1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아프가니스탄의 하니프 아트마르 외무장관, 모히브 국가안전보장회의 고문과 잇따라 통화하며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아프간과 남아시아에 방역물품을 계속 제공하고 아프간의 테러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돕겠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앞서 지난 1월 나이지리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하며 백신의 우선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 상반기 동남아시아, 중동 순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도 백신을 개도국에 지원하겠다는 '백신 공공재'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중국은 이미 80여 국가와 3개 국제기구에 백신을 지원했으며, 50여 국가에 백신을 수출했다. 더욱이 최근 시노팜(중국의약그룹) 백신이 WHO로부터 긴급사용 허가까지 받으면서 백신 외교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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