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태국으로 번지는 반정부 시위, "군주제 개혁" 역린 건드리나

태국 왕궁. 게티이미지뱅크 태국 왕궁.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장기화 하는 가운데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이웃 국가 태국에서도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방콕 시내 왕궁 인근에서 1천명 가량의 시위대가 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하면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최근 군부가 제정한 헌법 개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고, 왕실 모독죄 등으로 기소된 시위 지도부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자 이에 대한 반감이 시위 행렬의 불을 지핀 것이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세상은 변했고, 우리도 서구 국가들과 같은 군주제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가 벌어진 사남 루엉 광장 인근의 국왕 초상화 위에도 시위대 주장을 담은 스티커가 붙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태국 경찰은 "거리에 있으면 누구든지 체포하겠다"고 대형 확성기로 경고 방송을 한 뒤에도 시위대가 해산 명령에 응하지 않자 물대포를 발사했다.

이어 최루탄은 물론 고무탄도 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시위대가 쇠막대와 돌 등을 경찰을 향해 던져서 강력히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 26일 밤 방콕 시내에 있는 독일 대사관 앞에서 '군주제 개혁'이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독일 대사관에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의 독일 체류와 관련한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전달했다. 독일은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일 년 중 상당 기간을 체류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 26일 밤 방콕 시내에 있는 독일 대사관 앞에서 '군주제 개혁'이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독일 대사관에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의 독일 체류와 관련한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전달했다. 독일은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일 년 중 상당 기간을 체류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 리뎀(Redem)은 '민주주의를 회복하자'(Restore Democracy)는 영어 문구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들은 군주제 개혁 요구를 자신들의 핵심 요구 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리뎀측은 시위를 앞두고 반정부 시위 핵심 인사로 인권변호사인 아논 남파가 지난해 8월 초 반정부 집회에서 군주제 개혁 등을 내용으로 한 연설문을 출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경찰은 수색영장을 받아 해당 출판사를 압수 수색하는 등 가로막고 있다.

태국 민주화운동 주역으로 활동한 점을 인정받아 5·18 기념재단에 의해 올해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논 남파는 지난달 초 왕실 모독죄 등의 혐의로 기소돼 현재 한 달 넘게 구금 중이다.

입헌군주국인 태국에서 태국 왕실이나 왕족들을 비판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로 취급된다.

대다수 태국 국민들은 지난 2016년 별세한 푸미폰 국왕 치세에서 왕실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와 존경을 보내왔지만 그의 외아들 와치랄롱꼰 왕세자가 국왕으로 즉위하고 나서부턴 반왕실 움직임이 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군주제 개혁 역시 태국에선 '금기 사항'이었지만,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해 하반기 이를 정면에 내세우면서 태국 정부도 2년여간 적용하지 않았던 왕실모독죄로 시위대 처벌에 나섰다.

태국 형법 112조에 규정된 이른바 '왕실 모독죄'는 왕과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이 혐의로 지난해 11월 이후 기소된 이는 73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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