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이슈 풀이] <5> '브렉시트' 총정리 …'합의 이혼' 가능할까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합의문 서명을 위한 특별정상회의를 오는 25일 개최하겠다고 일정을 확정했다. 투스크 의장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각으로부터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에 대한 지지를 끌어낸 뒤 하루만인 이날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투스크 의장이 이날 브뤼셀에서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왼쪽)에게서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을 건네 받고 넘겨보는 모습. 연합뉴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합의문 서명을 위한 특별정상회의를 오는 25일 개최하겠다고 일정을 확정했다. 투스크 의장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각으로부터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에 대한 지지를 끌어낸 뒤 하루만인 이날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투스크 의장이 이날 브뤼셀에서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왼쪽)에게서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을 건네 받고 넘겨보는 모습. 연합뉴스

'46년 만의 이혼, 아름답게 끝날까.'

영국과 EU가 최근 길고 긴 협상 끝에 '브렉시트'(Brexit·Britain+Exit의 줄임말로 영국의 EU 탈퇴를 의미)에 대한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2016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약 29개월, 양측이 협상을 시작한 지 약 17개월 만에 나온 터라 전 세계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합의문 초안은 14일(현지 시간) 5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영국 내각을 통과했다. 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천신만고 끝에 끌어낸 합의 초안이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EU 또한 협상 마무리를 통한 내부 논의를 시작, 25일쯤 열리는 긴급 EU 정상회담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영국과 EU의 합의문 초안이 비준을 거치면 내년 3월 영국이 EU에 가입한 지 46년 만에 '합의 이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 공개 후 후폭풍이 거세 합의에 의한 브렉시트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낙관할 수 없다.

◆합의문 초안 어떤 내용 담았나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 주요 내용. 연합뉴스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 주요 내용. 연합뉴스

585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번 초안은 영국 내각 구성원과 EU 관계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내용을 알지 못한다.

다만, 언론에 공개된 일부 내용을 보면 양측이 협상 막판까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의 국경 및 시장 문제는 당분간 현재 수준의 개방성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일랜드와 영국 간의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한 '백스톱'(backst op·안전장치) 설치다. 이에 따라 북아일랜드는 현재의 EU 관세동맹을 '전부' 준수하되 영국 본토는 EU 관세동맹의 '기본사항'만 준수하는 식의 '제3의 안'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의 국경 및 시장 문제가 왜 쟁점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 옆에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로 나뉘어 있는 '아일랜드' 섬이 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이고, 아일랜드는 EU 회원국인 독립국이다. 만약 영국이 EU를 완전히 탈퇴하면 국경을 넘을 때마다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람과 물건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약을 받게 되는 일명 '하드보더'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영국이 별도의 국가로 EU와 거래하지만, 북아일랜드만은 예외로 방안이 이번 초안에 담겼다.

애초 영국은 이 방안을 거부했다. 이 방안대로 실행되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가 경제적으로 사실상 나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대안으로 '체커스 계획' (Chequers plan)을 제시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전체가 EU와의 상품 교역은 지금처럼 무관세로 자유롭게 하되 인력 이동만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안전장치의 대상을 영국 전체로 확대하자는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이다.

그러자 EU는 반발했다. 영국의 제안은 사실상 EU의 조건에서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제안이 수용되면 이탈리아나 체코 등 EU에 회의적이었던 회원국들이 영국과 같은 조건을 요구하면서 EU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따라서 이번 초안은 양측의 요구를 조금씩 수용한 중재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초안에는 영국이 EU와의 새 무역협상을 체결할 때까지 현재 EU의 노동·환경 규제 등을 모두 준수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새 무역협상은 2020년 말로 설정된 전환기간 동안 이뤄지며 시간이 필요하면 추후 양측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도 있다. 전환기간이 끝날 때까지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시민은 현재와 변동 없이 거주하게 된다. EU 회원국에 거주하는 영국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소위 '이혼 합의금'이라 불리는 EU 탈퇴 재정부담금은 350억 파운드(약 51조5천억원)~390억 파운드(약 57조4천억원)로 한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합의 실행까지 '산 넘어 산'

브렉시트 절차. 연합뉴스 브렉시트 절차. 연합뉴스

이번 합의는 내년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을 앞두고 영국과 EU 간의 사실상 1차 협상 국면이 마무리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EU 역사상 첫 회원국 탈퇴 사례인 브렉시트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제는 협상 국면에서 벗어나 합의 내용을 놓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 비준절차를 마무리 짓는 2단계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실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4일(현지시간)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EU와 영국은 이날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 짓고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 서명을 위한 절차에 사실상 착수했다.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4일(현지시간)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EU와 영국은 이날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 짓고 브렉시트 협상 합의문 서명을 위한 절차에 사실상 착수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합의 초안은 양측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합의안'이라는 데 그 한계가 있다. 떠나는 입장인 영국과 떠나 보내는 EU는 지금까지 '윈-윈 게임'이 아닌 '제로섬 싸움'을 벌여야 했다. 떠난 후에도 더 많은 것을 누리려는 영국과, '집 단속'을 위해 징벌적 조치가 불가피했던 EU는 협상 초기부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터라 애초부터 '아름다운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어렵사리 일궈낸 합의지만 내년 3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며 극심한 혼란을 가져오는 '노 딜(No Deal)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누구 하나 만족하게 하지 못하는 방안이다 보니 영국은 물론, EU 내에서도 각각 반발이 거세다. 메이 영국 총리가 이번 초안에 대해 영국 내각의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내각 회의 하루 만인 지난 15일(현지시간) 드미니크 랍 영국 브렉시트 장관과 에스더 맥베이 노동·연금 장관 등이 합의안에 반발, 사퇴했다. 또한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합의안이 영국을 EU의 속국 상태로 둘 것"이라며 총리 불신임을 추진하고 있으며 야당인 노동당 역시 이번 합의안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EU 내에서도 반발이 만만찮다. 특히 지브롤터 문제에 대한 스페인의 반발이 큰 '암초'다.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은 지브롤터 영역에 관한 논의는 '별도의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스페인은 끊임없이 영국에 대해 반환을 주장해온 지브롤터의 미래에 관한 논의가 어떻게 다뤄질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합의문 초안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브롤터 해협의 스페인 쪽에 속한 지브롤터는 영국이 1700년대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 때 개입해 획득한 영토로,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에 의해 영국의 주권이 공식화됐다. 영국이 지정학적 요충지로 손꼽는 지브롤터에서 1967년과 2002년에 주민투표를 한 결과, 대다수가 영국에 잔류하는 쪽을 선택한 바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영국산업연맹(CBI) 연례회의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협상 합의 이후 정치권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 메이 총리는 이날 기업에 미칠 합의안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기업인들에게 지지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영국산업연맹(CBI) 연례회의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협상 합의 이후 정치권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 메이 총리는 이날 기업에 미칠 합의안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기업인들에게 지지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이런 반발에도 영국 내각과 EU는 합의문 초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 메이 영국 총리는 21일 오후(현지시간) 이번 합의문 초안에 대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데 이어 24일 다시 재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와 영국은 오는 25일 EU 특별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협정안과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관계의 큰 틀을 정치선언으로 정식 승인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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