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한국과 일본의 전쟁

베스트셀러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1993년)에는 흥미롭지만 진부한 장면이 나온다. 일본이 독도를 점령하자, 한국 공군 조종사들이 자신의 비행기를 몰고 적함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다.'명령을 따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뜨거운 남자의 가슴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차례차례 동해상에 불꽃이 피어났다.' 한국 조종사의 자살 공격은 가미카제 특공대를 닮은 듯해 숭고함보다는 오히려 웃음이 나는 장면이다.대부분 가상 전쟁 소설을 보면 한국은 '정신력'과 '애국심', 일본은 '무기의 우월함' '기술력'을 앞세워 맞붙지만, 결국에는 정신력의 한국이 이긴다는 줄거리다. 이런 사상의 원류는 황당하게도 일본 제국주의 시대다. 태평양전쟁 당시 최강국 미국과 맞선 일본이 '정신력'만으로 전쟁에 이길 것처럼 광분했지만, 결과는 아는 바와 같다.'한일 간 군사력 비교'나 '한일 간 전쟁 시나리오'는 밀리터리 사이트의 단골 소재지만, 몇몇 애국심에 불타는 네티즌을 제외하고 한국의 손을 들어주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해·공군력의 열세는 물론이고 첨단 무기는 아예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지스함만 해도 한국 3척, 일본 8척이고, 주력 전투기인 한국의 F15K는 40대, 동일 기종인 일본의 F15J는 200여 대다. 차세대 F35 스텔스 전투기는 한국은 40대를 가질 예정이지만, 일본은 32대를 운용 중이고 5년 안에 147대를 보유할 예정이다.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책 '일본 자위대 그 막강한 군사력'에서 "일본 군사력은 중국과 비교해도 한 단계 앞선 첨단 무기들의 집합체"라고 했다. '일본은 스텔스 전투기까지 포착하는 세계 최고의 레이더 FCS-5, 중국 잠수함의 천적인 대잠초계기 P-1,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소류급 잠수함, 북한 김정은 위원장까지 살필 수 있는 10기의 첩보 위성 등을 갖고 있다.' 더구나 군사력의 기반이 되는 경제력은 한국이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요즘 일본의 무역 제재와 관련해 반일 강경론이 대두하고 있다. 소수지만, 전쟁 같은 위험천만한 얘기까지 나온다. 감정적인 대응은 '가미카제식' 자살 공격일 뿐이다. 반일은 '입'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이를 악물고 실력을 키우는 것뿐이다.

2019-07-08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다시 끄집어 낸 영남권신공항 용역 보고서

2016년 6월 나온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 보고서'는 방대하다. 분량만 3권 787쪽에 이른다. 보고서는 국토교통부와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로 국제 입찰을 통해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만들었다.앞서 영남권시장도지사협의회는 2014년 10월 2일과 2015년 1월 19일 두 차례 한자리에 모였다. 영남권 신공항 갈등이 10년 가까이 계속되며 지역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였다. 진화가 필요했다. 5개 시·도 단체장은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은 정부가 외국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결정하도록 일임"하고, "정부의 입지 선정 결과 수용"에 극적으로 합의했다.그 결과 ADPi가 2015년 5월 용역기관으로 최종 낙찰됐다. ADPi는 베이징신공항을 비롯해 두바이, 상하이 푸둥공항 등 100여 개 공항 설계 공정에 참여하고 공항 관련 프로젝트 수주만 700개를 넘긴 세계적인 업체로 평가된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그 전문성과 권위에 토를 달지 않았다. 게다가 이 용역엔 5개 시도가 추천한 전문가들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용역 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장치를 더한 셈이다.정부는 용역비로 물경 20억원을 썼다. 잠시 거액 용역 논란이 일었지만 세계적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겨 갈등을 그만 끝내자는 염원이 컸다. 결과에 대한 수긍과 갈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조사를 해야 했고, 독립된 해외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것이 제격이었다.ADPi는 기대에 걸맞은 보고서를 냈다. 분석 결과는 객관적이고 전문적이었다. 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모든 전문적·보편적 지식을 이 한 편의 보고서에 쏟아부었다. 보고서를 받아 든 국토부 관계자들이 그 정교함과 전문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가덕도 유치에 시장직까지 걸었던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도 결국 승복했다.입지 평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연방항공청(FAA),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정한 국제 가이드라인에 맞췄다. 일본 간사이공항 등 이전 공항 입지 선정 사례들을 무수히 벤치마킹했다.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과 효율,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를 따진 입지의 잠재성, 소음·문화유산 등 사회적 비용과 경제 환경에 대한 영향, 비용과 리스크 등 세부 항목을 일일이 찾아 계량화했다.그 결과로 나온 것이 김해신공항안이었다. 기존 2본 활주로에 1본을 추가하는 확장안이 805점을 얻었다. 압도적 1위였다. 2위가 밀양(활주로 2본 687점, 1본 686점), 가덕도(1본 619점, 2본 574점)는 꼴찌였다.이렇듯 어렵게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재검증 논란이 나오는 것부터가 소모적이다. 김해공항도 부산 강서구에 있고, 가덕도도 부산 강서구에 있다. 가덕도로 공항을 옮기면 대다수 부산 시민들에게 접근성은 떨어진다. 모든 울산 시민들도 더 불편해진다. 경남도 역시 다수인 북부에서의 접근성이 현저히 나빠진다. 보고서는 이 역시 잘 지적하고 있다.논란을 부를 때는 심사숙고해야 하고 논란만큼의 이익이 따라야 한다. '총리실 재검증' 운을 떼 논란에 불을 붙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 보고서를 읽어 보았는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일독을 권한다. 김해신공항은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내놓은 최선안이다. 이보다 더 공정하고 전문적인 검증단을 꾸리고 결과를 뒤집을 자신이 없다면 욕심은 버리는 것이 옳다. 입지의 타당성을 무시하고 정치적 이유로 지은 공항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2019-07-08 06:30:00

[관풍루] 자유한국당, 국회 예결위원장·국토교통위원장 자리 놓고 "내가 하겠다" "6개월 더 하겠다" 다투며 내분

○…자유한국당, 국회 예결위원장·국토교통위원장 자리 놓고 "내가 하겠다" "6개월 더 하겠다" 다투며 내분. 정당 지지율 20%로 여당의 절반에 그친 제1야당의 현주소.○…대한항공, 적자 이유로 10월부터 대구공항 등 지방 공항 화물 운송 중단 발표하자 지역 업계 비상. 온갖 갑질로 미운털 박히더니 이제는 양지만 골라 밟겠다?○…중국·동남아국가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하자 OECD 배출 폐플라스틱 한국 반입 급증. 재활용 후 90%가 쓰레기로 남는데 이제 전국 곳곳에 '쓰레기 산' 생기겠네.

2019-07-0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부산 정치, 정글인가

어느 지역 사람들의 특징을 흔히 기질(氣質)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장단점이 녹아 있는 그런 기질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사는 곳의 숱한 환경과 요소가 버무려져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질에 대한 연구조사는 지역민들의 자긍심 앙양이나 정체성 확립과 같은 목적에 쓰이거나 다른 곳과 차별화하는 잣대로 삼기도 한다.그런 면에서 과거 부산 토박이 65명과 부산 거주 외지인 65명 등 대졸 이상 중산층 부산인 130명 대상의 조사에서 나타난 부산인 특징(응답자 112명)은 흥미롭다. 특히 이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 울산과 경남도 정치인까지 동원한 부산의 정치 지도자의 행태와 비교하면 부산인의 특징과는 너무 어긋나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물론 이들 조사에서는 단점도 있지만, 부산 고유의 좋은 성격이라 할 만한 특성은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손꼽은 반응은 '정이 많고, 의리가 있고, 뒤끝이 없고, 화끈하다'는 데로 모였다. 부산 사람과의 교류나 친교 기회를 가진 경험자는 이런 응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을 듯하다.하지만 부산의 행정, 정치 지도자의 최근 행동은 부산인 기질로 봐도 손색없을 좋은 특성과는 아예 먼 거리다. 정부의 김해 신공항 결정과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3년 전 뜻을 모은 합의문조차 휴지 조각으로 만들 만큼 상도(常道)에서 벗어난 뻔뻔함을 서슴지 않는 일이 그렇다. 부산인의 좋은 기질 어디에도 없던 모습이다.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부울경 동남권 신공항 관문공항 검증단장)의 주장은 더욱 가관이다. 대구경북이 합의 위반을 지적하자 "남의 밥상에 배 놔라 감 놔라 훈수질"이란 막말까지 했다. 또 언론에 "대구경북의 반발은 명분이 없다"거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지원을 더 받기 위한 꼼수, 예산을 더 따내려는 의도"로 폄훼했다.문재인 대통령의 현재 권력을 믿고 설치는 부산의 정치 지도자 모습은 힘을 앞세워 약자를 먹이로 삼는 정글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이들이 휘젓는 지금의 부산은 여러 좋은 특징적인 기질이 사라진 정글인가. 정녕 그런가.

2019-07-06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양산과 반바지

2018-2019년 시즌이 끝난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축구경기장에서 며칠 전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가 열렸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메인 스타디움이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을 임시 개조해 이틀간 메이저리그(MLB) 정규 시즌 경기를 치른 것이다. 야구 관심도가 낮은 유럽에서 MLB 공식 경기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른바 이 '런던 시리즈'에는 미국 동부지역의 최대 라이벌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맞붙었다. 이 두 팀은 MLB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구단답게 팀 색깔은 물론 선수들 개성 또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한 예로 양키스는 매일 수염을 깨끗이 깎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불문율이다. 또 경기에 나서면서 치렁치렁한 목걸이 차림이나 유니폼 단추 하나라도 풀어헤치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1973년 양키스를 인수한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성향을 반영한 팀 전통이다. 2010년 그가 타계한 후 아들 할 스타인브레너도 이런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반면 레드삭스는 선수 옷차림에서부터 덕아웃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양키스와 대비된다. 레드삭스 홈경기장의 상징이자 기형적으로 높은 좌측 외야 펜스의 별칭인 '그린 몬스터'처럼 선수들 행동거지나 스타일이 자유분방하고 유별나다. MLB 전체 30개 구단 25인 선수 명단 중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선수가 가장 많은 팀이 바로 레드삭스다.마른장마 탓에 30℃를 넘는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자 폭염 대비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삼성, LG, SK 등 많은 기업들이 반바지에 샌들 차림의 출퇴근을 허용하는가 하면 대구시는 남성도 양산을 쓸 것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통념상 좀체 시도하기 힘든 일들이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변화다.개성을 떠나 규칙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환경에서는 비록 싫더라도 전통을 따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환경과 여건이 안 될 경우 상황에 맞게 변신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양키스의 예처럼 전통을 지키는 것도 미덕이지만 현실에 맞는 새로운 시도나 변신도 필요한 법이다. 양산 쓰기나 반바지는 더위에 대한 인간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가 됐다. 부채는 되는데 양산은 안 될 이유는 없다.

2019-07-05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과 오찬에서 "사회 통합에 기독교계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

○…문재인 대통령,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과 오찬에서 "사회 통합에 기독교계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 그런 부탁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것.○…정의당,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국회 연설을 "피해 의식과 망상으로 가득한 말폭탄"이라고 비판. 민주당 2중대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군.○…홍남기 경제부총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본의 일방적 수출 규제 조치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 지금까지 한 걸로 봐서 잘도 하겠다.

2019-07-05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의 공상(空想)

핵무기가 개발된 이후 지금까지 핵전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공포의 균형', 내가 핵 공격을 하면 상대방도 핵 보복으로 나를 절멸시킬 수 있다는 공포감이다. 여기서 생겨난 전략 이론이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이다. 선제 핵 공격을 받아도 남은 핵전력으로 상대방을 보복할 수 있다면 핵무기의 선제 사용은 쌍방 모두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1970년대 이후 미소 간 '데탕트'(긴장 완화)는 이를 바탕으로 했다. 상호 절멸의 공포심 때문에 핵무기를 쌓아놓고도 사용할 수 없다면 이런 상태는 영원히 지속돼도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다르게 생각했다. 데탕트는 냉전을 영속시켰고 또 영속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데탕트를 소멸시켜야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이것이 우주에서 소련 핵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SDI)이 의도했던 것으로, 핵무기와 데탕트의 공존을 당연하게 여긴 시대의 통념을 깨는 정치적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현실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수준에서 미국은 소련을 압도하고 있었고 소련도 이를 알고 있었다.SDI에 대한 소련의 공포가 얼마나 컸던지 당시 유리 안드로포프 공산당 서기장은 레이건이 소련을 기습 공격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소련의 기술 수준이 더 우수했다면 레이건의 구상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이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판문점 번개회동'을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치켜세우며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의 해결을 위해 끊임없는 상상력의 발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열망은 이해하겠지만 상상력의 발동만으로 평화체제가 온다면 얼마나 좋겠나?레이건이 보여줬듯 상식을 깨는 정치적 상상력은 상상하는 주체가 현실을 바꿀 힘이 있을 때만 변화를 낳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상상은 '공상'이나 '망상'일 뿐이다.

2019-07-04 06:30:00

[관풍루] 학교비정규직 파업으로 3일부터 대구경북 206개교 등 전국 3천857개 초중고교 급식 차질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3일부터 대구경북 206개교 등 전국 3천857개 초중고교 급식 차질. 일하는 사람도 먹어야 하고 학생도 먹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공시지가 대폭 올라 종부세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작년보다 2조556억원 늘어. 세금 더 내도 제대로 쓰이면 입댈 게 없지만 엉뚱한데 줄줄 새니 문제.○…법원, 외국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한 한진그룹 일가에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형과 사회봉사명령. 돈 많으니 몸으로 때우라면서 또 상투적인 집행유예 처방.

2019-07-04 06:30:00

한윤조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이해와 배려, 선진국의 품격

외국을 처음 나가 본 것이 대학교 3학년 때 일이다. 어학연수라는 명목으로 부모님께 목돈을 받아 8개월간 영국에서 땡땡이를 칠수 있게 된 것이다.굳이 뭔가를 배우려 하지 않아도 낯선 곳에서의 경험은 인생에 상당한 가르침을 남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8개월간의 난생처음 외국살이 속에서 정말 선연한 충격으로 뇌리에 박힌 한 사건이 있다.그중 하나가 파업을 벌이고, 이를 대하는 영국인들의 태도였다.당시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전국적인 파업을 벌이면서 영국 전체의 물류 기능이 완전히 멈춰 섰다. 대형마트와 슈퍼의 물건은 동이 났고, 주유소 저유고도 바닥을 드러냈다.먼저 놀란 건 화물차 운전사들이 파업을 벌인 이유였다. 이들은 '더 많은 월급과 복지 혜택을 달라'고 파업한 것이 아니라 일자리 쪼개기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꺼이 자신의 월급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주장이었다.하나라도 더 움켜쥐기 위해 아득바득 다툼을 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때까지 듣도 보도 못한 정말 '경이로운' 파업 사유였다. 더구나 고액 연봉을 받는 여유 있는 이들이 아니라,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펼쳐 보인 파업 '철학'이어서 더욱 충격적으로 와닿았다.파업을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홈스테이를 하던 집에는 두 돌 된 아이가 있었는데, 태국 출신의 호스트마더는 "아이에게 줄 우유가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반면 영국인인 호스트파더는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니 조금의 불편은 참고 견디고 응원해야 한다"고 다독였다. 주변에 "왜 파업했냐, 불편하다"고 비난을 퍼붓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그때 한창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혈기 넘치는 20대 초반이었던 나는 '선진국'이란 단어에 상당한 반감을 가졌다. 경쟁으로만 내모는 정부의 '세계화, 국제화' 구호에 질렸고, 그 끝무렵 벌어진 IMF 사태를 목격하면서 "대체 롤모델로 삼아야 할 선진국이란 무엇인가"는 의문이 깊었던 탓이다.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아, 바로 이런 태도가 선진국이구나"를 체감할 수 있었다. 노동을 대하는 그들의 가치와, 사회 문화 깊숙이 배어 있는 이해와 배려가 느껴졌다.사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분야를 막론하고 파업이 벌어졌을 때 가장 먼저 들려오는 단어는 '시민 불편'이다.다행인 건 지난 20년 세월 동안 우리 시민사회가 상당히 많이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가자 언론은 '급식 대란'을 부각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고된 노동을 하고도 9급 공무원 64%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이들의 현실도 알렸다.또 '불편이기보단 누군가의 권리를 지켜주는 일이라 생각해달라'며 가정통신문을 보낸 교장 선생님에서부터, '불편해도 괜찮아요'라고 메모지를 써 응원하는 학생들을 보며 새삼 20년 전 문화 충격이 다시 떠올랐다.우린 아직 갈 길이 멀다. 넘어야 할 갈등과 반목의 숙제도 많이 남았다. 다만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 사회가 이해와 배려를 향해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음을, 더구나 어린 학생들이 보다 넓은 포용력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도 그저 반갑다.

2019-07-03 19:26:24

[관풍루] 강경화 외교부장관, 2일 일본의 경제보복에 "상황 보면서 연구해야 할 것"이라 발언

○…강경화 외교부 장관, 2일 일본의 경제 보복에 "상황 보면서 연구해야 할 것"이라 발언. 국방부는 북한 '발사체' 정체 조사로 세월 보내더니 외교부는 연구로 허송세월?○…자유한국당, 20대 국회 마지막 상임위원장직 두고 내부 갈등 격화로 감정 싸움. 국민, 서로 나라 위한다며 싸우겠지만 감투에 따른 곶감 빼먹으려는 속셈이죠.○…대구도시철도 3호선, 지난달 30일 부품 고장에 2분간 갑자기 운행 중단. 시민들, 지난해 계약한 싱가포르 모노레일 유지 관리 성공 수행 위한 실험은 아니지요.

2019-07-03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문산호 선원의 부활

1950년 여름이 무르익으면서 한반도의 포성은 더욱 거세졌다. 전선이 남쪽으로 확대되자 전투 인력은 물론 운송 장비도 모두 전장에 긴급 투입되었다. 2천700t급 LST(상륙선) '문산호'도 그중의 하나였다. 문산호는 동해안에서 석탄을 실어 나르던 민간 수송선이었다. 그런데 6·25전쟁이 터지자 참전 장병을 이송하는 군용선이 된 것이다.그해 9월 문산호는 800여 명의 학도병과 해군 지원병들을 싣고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안에 도착했다. 이른바 '장사상륙작전'의 모선(母船)이 된 것이다. 장사상륙작전은 인민군에 대한 기만전술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양동작전의 하나였다. 작전명령은 '장사 해안에 적전상륙, 보급로를 차단하고 후방을 교란하라'는 것이었다.그러나 때마침 동해안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배가 암초에 걸린 가운데, 빗발치는 인민군의 총탄 속에 필사적인 상륙이 감행되었다. 10시간의 악전고투 끝에 고지를 점령하면서 보급로 차단과 교란작전은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서 140명에 이르는 학도병이 꽃잎처럼 스러져갔다. 학도병뿐만 아니었다. 선원 10여 명도 함께 싸우다 총탄에 쓰러지고 파도에 휩쓸렸다. 그중에는 열아홉 살 소년도, 백일 된 딸을 둔 스물네 살 선원도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전사자 명단에 없었다. 선원들의 이름을 찾아 69년 만에 훈장을 안겨준 사람은 6·25 참전 용사로 문산호에 함께 있었던 한 예비역 해군 대령이었다. 지난주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열린 '6·25전쟁 장사상륙작전 문산호 전사자 서훈식'에서 해군은 바닷속에 잠겼던 선원 1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다.참석한 유족들은 "우리 아부지 69년 잠수 타다 이제 올라와 빛을 보네"라고 했다. 국가는 이렇게 무심했다. 전사(戰史)에서조차 외면당했던 장사상륙작전 현장에 전몰용사위령탑을 세운 것도 살아남은 학도병 전우들이었다. 총성과 포연으로 얼룩졌던 문산호, 그리고 학도병과 선원들의 선혈이 낭자했던 장사리 해안을 기억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2019-07-03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인구는 늘지 않는다

성장만을 경험하면 현 상태가 유지되거나 정체된 것을 두려워하고, 유지에 익숙해지면 감소나 하락을 실패와 파국으로 인식하게 된다. 세상만사가 다 이러하겠지만 특히 경제 분야에선 더욱 잘 적용되는 말이다. 인류는 최근 몇 세기 동안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인구와 자본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1세기로 접어들 무렵부터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이 일부 국가에서 멈춰서기 시작했다.통계청이 지난달 27일 '장래인구특별추계'(시도편)를 내놓았다. 시도별 장래인구추계는 5년 주기로 작성돼 2022년 공표 예정이었으나, 최근 심각한 초저출산 상황을 반영해 특별추계를 발표한 것이다. 출산율, 기대수명, 국내순이동을 중간 정도로 예측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7년 총인구는 5천136만 명에서 2028년 5천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7년 4천891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영남권의 인구 감소폭은 더 크다. 2047년 중부권 인구는 27만 명(3.8%) 증가하는데 반해 영남권은 무려 199만 명, 즉 현재 인구 1천306만 명보다 15.2%나 줄어든다. 호남권도 감소하지만 그 폭은 51만 명(-8.9%)으로 훨씬 적다. 대구는 246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경북은 268만 명에서 238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출산율과 기대수명을 더 낮게 본, 즉 더 나쁜 시나리오로 가정한 저위 추계에 따르면 대구 인구는 200만 명 선이 무너진 188만 명에 그친다.생산연령인구는 더 급격히 줄어든다. 30년 뒤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 전체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금보다 30% 넘게 감소한다.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의 경우 생산연령인구 10명 중 4명이 사라진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뿐 아니라 인구 이동까지 감안해 발생한 결과다.우리나라 인구가 4천만 명을 넘어섰을 때만 해도 정부는 인구 폭발을 우려하면서 아이를 더 낳는 것을 무지몽매한 범죄처럼 치부했다. 그런데 5천만 명을 훌쩍 넘어 5천200만 명을 바라보는 지금에 와선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마치 저 혼자만 잘 살겠다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감소가 곧 파국이자 재앙인 것처럼 야단법석을 피우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이들이 손가락질 받도록 만들고 있다.극적인 반전 없이는 장래 인구 추이는 유지될 것이다.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부양 부담의 증가, 내수시장 위축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구가 줄면 위험하다고 겁만 잔뜩 줘서 해결될 문제인가. 10년 넘게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돈이 130조원이 넘지만 신생아 수는 같은 달 기준 36개월 연속 최소 기록을 경신 중이다.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줄어든 몸집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경제정책이 나와야 하고, 생산인구 감소를 보완할 정년 연장 등의 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하며, 이에 따른 세대·계층 간 갈등을 해소할 혜안도 필요하다. 보채거나 윽박지른다고 애를 더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은가.

2019-07-02 17:18:38

김근우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몇 살까지 운전대를 잡으시겠습니까?

지난 4월 19일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의 한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교통사고가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놨다. 올해 87세인 전직 고위 관료 이이즈카 고조(飯塚幸三) 씨가 모는 승용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시속 100㎞에 이르는 고속으로 횡단보도를 덮쳐 길을 건너던 여성(31)과 딸(3)이 그 자리에서 숨진 사고였다.백발이 성성한 피의자는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경찰관의 부축을 받은 채 조사를 받으러 나타나 공분을 샀다. 그는 "가속 페달이 눌린 채 돌아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었다. "고령인 피의자가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자 고령 운전자의 운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숨진 모녀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마츠나가(松永) 씨는 영결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자청해 딸과 아내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사고를 계기로 여러 가지 논의가 이뤄져 교통사고 희생자가 줄어들길 바라며 사진을 공개한다"며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운전을 하지 말아달라.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나는 언제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까?" 기사로 고령 운전자 문제를 짚어 나가며 독자들이 이런 의문을 갖길 바랐다. 신체·정신적으로 몇 살까지 운전을 해도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적어도 나이가 들수록 반응속도나 순발력, 시력 등 운전에 필요한 능력이 점차 떨어진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에 가깝다.2006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보다는 덜하지만, 우리나라도 지난 2017년부터 노인 인구가 14%를 넘어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며 관련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 등록된 전체 면허 소지자 156만3천551명 가운데 약 10%인 15만3천263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지난 5월에는 경남 양산시 통도사에서 A(75) 씨가 순간적인 착각으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2명이 숨지는 사고를 일으켜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정부는 뒤늦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인지능력 진단 등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흐름이 그저 노인을 운전을 해선 안 되는 '잠재적 교통사고 피의자'로 취급하는 감정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이는 결국 노인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차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예컨대 지난달 초 당진~대전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역주행 교통사고를 일으킨 이는 40대였지만, 조현병 치료를 제때 받지 않아 결국 사고를 일으켰다. 고령 운전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부적격 운전자'를 걸러낼 실효성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작고한 기자의 할아버지는 80세가 되던 해까지 구형 '씨에로' 승용차를 몰고 '마실'을 나가시곤 했지만, 어느 순간 운전대를 놓으셨다. 브레이크를 살짝 늦게 밟아 정지선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모든 고령자가 이런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결국 사회문화를 바꾸는 것은 제도와 시스템이다. 안전한 도로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2019-07-02 14:21:08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집권플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첩을 통해 인물을 발탁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발탁하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의 독서가 인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 인사'란 말까지 나온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보좌관 등 많은 인사가 이런 방식으로 문 대통령 부름을 받았다.문 대통령의 '독서 인사' 원조는 조국(曺國)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2010년 책 '진보집권플랜'을 낸 조 수석은 이 책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문 대통령에게 보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문 대통령이 정계 투신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시기였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책 '운명' 끝자락에 '진보집권플랜'을 "아주 좋은 책"이라고 칭찬했다. 2015년 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조 수석을 발탁했다.'진보집권플랜'은 이명박 정권이 한국 사회를 10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것으로 진단하고 정권에 대한 비판과 분노 표출은 물론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를 평가한 대담집이다. 2012년 혹은 2017년을 대비해 진보가 집권하기 위한 플랜과 함께 집권했을 때 써야 할 정책이 분야별로 망라돼 있다.조 수석의 그동안 행보에 대한 연원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책 곳곳에 담겨 있어 흥미롭다. 조 수석은 "5년 임기 대통령 경우 3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온다. 따라서 초기 1, 2년 내에 진보를 위한 '제도적 말뚝'을 박아야 한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검경수사권 조정 등 조 수석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안들이 오래전부터 그의 뇌리에서 잉태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 수석의 '제도적 말뚝'은 노 전 대통령의 '대못'과 닮았다. 조 수석 자신도 "노 전 대통령은 '대못'이라고 했는데 나는 '말뚝'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 기용설이 나오는 조 수석을 두고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 수석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을 생각하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도 아닌 것 같다.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 '조국집권플랜'이란 책이 이미 들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9-07-02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세풍] 부울경의 그물에 걸린 권 시장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한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의 생떼가 점입가경이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불가능한 일에 매달려 '분탕질'을 놓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부울경의 요구가 관철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부울경은 지난달 20일 국토교통부와 김해신공항 재검증 문제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하기로 합의했으니,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는 떼쓰기가 결국 통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국토부 관료들이 "2016년 결정된 국가사업을 되돌려선 안 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청와대·여당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 공무원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부울경은 김해신공항 재검증 문제에 대해 애초부터 국토부를 패싱하고 총리실로 이관하는데 사활을 걸었으니 자신들의 계획대로 순항하고 있는 셈이다.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여권 고위 관계자는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여권 내부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다만 백지화 이후 동남권 신공항 입지가 가덕도로 될지, 다른 곳으로 될지는 알 수 없다." 청와대·여당은 대강의 시나리오를 짜놓고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필자가 이 얘기를 듣고 '놀랍다'고 하지 않고 '흥미롭다'고 표현한 이유는 신공항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2월 문재인 대통령의 '김해신공항 검증' 발언, 3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동남권 신공항 적극 지원' 발언도 있지만, 현 정권의 속성을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현 정권은 '정권 유지'라는 지상 명제에 부합하는 일 빼고는 관심이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가 되는 일'에 몰두할 뿐, 국가 운영의 원칙이라든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정책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다.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달콤한 꿈에 젖어 있는데 반해 대구는 통합신공항 이전 문제에 온통 매달려 있다. 대구시는 몇 달 전만 해도 정부가 이전 후보지 선정에 아예 꿈쩍도 하지 않더니, 이제는 오히려 적극적이라며 즐거운 표정이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 방문 후 정부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권영진 시장이 잘해서도 아니고, 시민의 정성에 감동했기 때문도 아니다. 지역의 반발을 잠재우면서 가덕도 신공항으로 가는 길을 열려는 시나리오일 뿐이다. 부울경이 'TK는 TK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각자 공항을 하면 그만'이라고 논리를 펴는 만큼 대구는 완전히 그물에 걸려들었다.대구시는 엉뚱하게도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통합신공항 이전 문제는 순풍에 돛 단 듯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지만, 이렇게 순진무구하고 세상 물정에 어두워서야 무슨 일을 할까. 어디에서 나온 낙관론인지 모르겠으나, 대구의 미래를 망치는 길로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가덕도 신공항이 생기면 군위·의성에 들어서는 통합신공항은 '동네 공항'으로 전락한다.권 시장은 이전 추진 작업을 그만 둘 수도 없고, 계속하기도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였지만, 성향에 비춰 '계속 추진'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 권 시장이 새로운 투쟁 방향을 세우고 공론을 모으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우환을 남길지 모른다. 공항 이전은 K2 부지를 팔아 짓는 만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한 템포 쉬며 대세를 관망하는 것도 지혜다.

2019-07-02 06:30:00

[관풍루] 트럼프 대통령, 한국 기업인 간담회에서 미국에 투자 많이 한 재벌 총수들 칭찬하는 비즈니스 행보

○…트럼프 대통령, 한국 기업인 간담회에서 미국에 투자 많이 한 재벌 총수들 칭찬하는 비즈니스 행보. 안에서 박대받는 기업인이 밖에서 칭찬 듣는 나라!○…일본의 첨단 재료 수출 규제 방침에 우리 경제 큰 손실 우려. 중국 화웨이 압력에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대처하라던 정부, 이번에는 또 뭐라고 할까?○…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불가' 예측이 빗나간 강효상 한국당 의원, "예상이 틀려서 다행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변명. 달성공원 앞에 돗자리 깔 뻔했는데….

2019-07-02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기본소득 실험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사전'에서 '모든 사람이 직장을 가질 필요가 없다. 단지 필요한 것은 소득일 뿐이다'고 정의했다. 노동과 일자리의 변화에 맞춰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의 예측대로 지금은 소득이 발생하면 일자리의 형태는 문제가 되지 않고 노동과 실업의 개념도 계속 진화하는 게 현실이다.눈에 띄는 예측이 또 하나 있다. '실업자는 고용될 수 없는 사람이다. 이들은 보편적인 기본 생활비만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기본 생활비는 핀란드 캐나다 등 일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험중 인 '기본소득'과 맥이 닿는다. "인공지능(AI)과 기본소득 도입은 인류 최대의 혁명"이라는 주장이 나올 만큼 기본소득 개념은 핫 이슈다.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최초로 실험한 사례가 핀란드다. 2017년부터 2년간 25~58세 장기 실업자 2천 명에게 매달 560유로를 지급했다. 이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시는 600~900명의 시민을 유형별로 나눠 매달 현금을 지급하는 실험을 했고, 바르셀로나시도 950명에게 매달 1천유로를 지급했다. 알려진 대로 스위스는 2015년 기본소득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반대표가 훨씬 더 많았다.청년실업이 심각한 우리도 기본소득과는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정책 실험이 활발한 편이다. 2016년 서울과 성남시가 도입한 청년수당, 올해 6월 말 전남 해남군이 도입한 농민수당이 그렇다. 해남군은 1만2천487명에게 연 2회, 각 30만원씩 지급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봉화군과 청송군도 가구당 연간 50만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기본소득의 전제는 빈곤과 실업, 소득 격차 등 문제점의 해소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면 재원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지급 규모나 방식 등에 세심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고, 기본소득이 과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어떻든 저성장·고실업 시대에 기본소득은 유용한 정책 대안임은 분명하다. 모든 복지 시스템은 노동할 수 없는 사람의 불균형 해소가 출발점이다. 그렇다해도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공감대 없이는 실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2019-07-01 06:30:00

[관풍루] 일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 문제를 다시 언급.

○…일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 문제를 다시 언급. 북핵은 묵인하면서 사드는 철폐하라니. 미국이 그랬다면 촛불시위감!○…국방부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 절차에 동참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부·울·경의 가덕도 신공항에 끌려가는 분위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박원순 서울시장과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가 서울 광화문 천막 철거 과정의 충돌 사태를 두고 검·경에 서로 고소·고발 경쟁. 언제부터 그렇게 법을 따졌지?

2019-07-01 06:30:00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매일칼럼] 부울경의 생떼

집권당으로 당선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단체장들이 3년 6개월 전의 대국민 약속을 깨고 '신공항 생떼'를 부리고 있다.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고향 PK 표를 의식해 이 생떼에 선뜻 부응했다. 꼿꼿해 보이던 국토교통부는 한발을 빼고, 국무총리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십수조원의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거나 되돌려 놓는다면 앞으로 어떤 국책사업인들 제대로 굴러갈 지 국민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개탄스럽기 그지없다.부울경의 속셈은 뻔하다.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아니 영남권 신공항으로서 부적합하다고 우겨 이를 폐기하고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하지만 부울경과 정부가 명심해야 할 명약관화한 사실 하나는 김해신공항이 부울경만의 신공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해신공항은 밀양과 가덕도를 대상으로 신공항 후보지 평가를 벌이다 외국 전문기관이 대안으로 제시한 신공항이고, 또 영남권 5개 지역이 이를 수용했던 영남권 전체의 신공항이란 점이다. 따라서 김해신공항이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부울경만이 아니라 부울경과 대구경북(TK)의 공동 합의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TK가 합의하지 않는 그 어떤 결정도 의미나 효력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백번 양보해 영남권 5개 지역이 김해신공항이 영남권 관문공항으로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대안으로 가덕도는 제외해야 한다. 가덕도를 빼고 밀양 등 다른 지역의 신청을 받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왜냐하면 가덕도는 2016년 6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용역 결과 후보지 평가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꼴찌인 데다 안전이 전혀 담보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가덕도 1㎞ 이내 낙동강 하구에 국내 최대 철새 서식지가 있어 철새와 항공기 충돌,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 우려가 높다. 또 대형 선박의 가덕 수로 통항량이 연간 4천 회가 넘어 '선박 충돌'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평균 수심 18m인 일본 간사이공항이 개항 6년 새 11m나 침하했고 지금도 계속 가라앉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평균 수심이 16~35m인 가덕도의 침하는 불 보 듯 뻔하다. 가덕도 해상의 비행 경로가 김해공항과 일부 겹치는 것도 안전에 치명적 요소의 하나다.또 하나, 부울경이 김해신공항에 대한 TK의 관심을 애써 돌리려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얘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영남권 관문공항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으로, K2 비행장의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30여 년 전부터 대구 시민들이 이전을 요구해온 숙원사업일 뿐이다. 통합신공항은 영남권 관문공항과는 상관없는 대구경북의 신공항으로, 부울경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부울경과 정부는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당장 그만 두든지, 아니면 내년 총선 이후 대구경북이 참여한 가운데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총선용 야합'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된 생떼'란 비난을 피해갈 수 있다.

2019-06-30 14:46:47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비목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가곡 비목(碑木)의 노랫말은 읽는 것만으로도 비감이 엄습한다. 1960년대 중반, 비무장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작사가가 무명 용사의 돌무덤 위에 선 여윈 십자나무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내용이다.잡초 우거진 적막한 산모퉁이에 호젓이 남은 이름 모를 비목.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어간 젊은 넋의 표상. 그것은 소리없는 통곡이었다. 노랫말에 실은 곡조는 단조 특유의 애조와 우수의 서정이 공감을 일으키며 비목을 국민 가곡으로 부상시켰다. 참혹한 전쟁이 파생한 비목의 처연함은 우리의 일상에도 남아 있다. 소년병의 눈물이 그것이다.소년병(少年兵)은 6·25전쟁 당시 학도병 중에서도 병역의무가 없었던 14~17세의 지원병이었다. 훈련도 받지 못하고 무장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전선으로 나갔던 홍안(紅顔)의 병사들. 달빛 교교한 초소에서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며 눈시울을 붉히고, 얼떨결에 총으로 쏜 인민군의 앳된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가슴 한쪽이 아려오던 사춘기 소년들이었다.낙동강 방어선에는 군번도 계급도 없는 소년병들이 숱하게 참전했다. 수천 명이 산화했고,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소년병들도 이제는 백발이 되었다. 이들의 생전 소망은 오로지 '역사와 국민이 소년병을 기억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낙동강승전기념관에서 열린 '순국소년병위령제'에서 소년병 전우회장은 "아직도 국가가 소년병의 공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소년병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떠날 날이 머잖은 백발의 노병들에게 조국은 무엇이었나. 비목 작사가의 넋두리처럼 그 순연한 청춘들의 부토 위에 오늘 우리가 이렇게 경제적·민주적 호사(豪奢)를 누리는 게 아닌가. 소년병의 눈물도 여울져 흐르는 6월 산하의 끝자락, 평화를 구걸하는 남북관계의 얄궂은 운명 속에 비목은 정녕 사위어가는 호곡성일 뿐인가.

2019-06-29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어리석은 믿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순진했다. 2차 대전 승전국으로서 폴란드를 포함해 과거 러시아 제국 시절 잃어버린 영토를 모두 되찾겠다는 스탈린의 속셈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처칠에게 쓴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단언했다. "내가 스탈린에게 모든 것을 주고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면 그는 땅을 차지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민주주의 세계와 평화를 위해 나와 손을 잡을 것입니다."어리석은 믿음이었다. 1945년 2월 얄타회담에서 스탈린은 소련이 점령한 폴란드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의한 정부 수립에 합의했지만 지키지 않은 것이다. 1945년 2월 23일 얄타 합의대로 폴란드에서 자유선거를 위한 국제감시단이 발족하자 당시 소련 외상(外相) 몰로토프는 "선거는 소비에트 방식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2년 후 선거는 그렇게 치러졌고, 결과는 폴란드 국민이 결사반대한 공산화였다.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가문의 멸족(滅族)도 어리석은 믿음 때문이다. 히데요시가 죽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전국(戰國) 통일의 점정(點睛)을 위해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秀頼)가 머물고 있는 오사카 성을 공격한다. 그러나 오사카 성은 '넘사벽'이었다. 성을 둘러싼 깊고 넓은 해자(垓子) 때문이었다.그래서 도쿠가와는 해자를 메우면 군사를 물리겠다고 히데요리에게 제안했다. 히데요리는 제안대로 했지만 도쿠가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성은 함락됐고 히데요리는 자결했다. 이에 히데요리 측 무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비겁자들"이라고 하자 도쿠가와는 이렇게 비웃었다. "세상에 적의 말을 믿는 바보가 어디 있나? 적장의 말을 믿는 바보는 죽어 마땅하다."문재인 대통령이 26일 7개국 뉴스통신사와 합동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고 했다. 세 차례의 회담에서 김정은이 빠른 시기에 비핵화 과정을 끝내고 경제 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음은 세상이 다 안다. 행동 없는 의지는 사기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들었으면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다.

2019-06-28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국내외 통신사와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 거듭 강조

○…문 대통령, 국내외 통신사와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고 거듭 강조. 그렇게 발등을 찍히고도 믿는 도끼는 오로지 김정은뿐….○…이해찬 민주당 대표 "당리당략을 위해 파업을 일삼는 의원 솎아내야 한다"고 한국당 겨냥. "느그는 야당 때 안 그랬나"라고 묻는다면, 어떤 답을 내놓을지!○…세계탈문화예술연맹 사무총장의 외유성 해외 출장 등 일탈행위 논란으로 안동지역이 시끌. 탈을 쓰고 한바탕 신명나게 놀았는데, 탈이 죄인가 사람이 죄인가?

2019-06-28 06:30:00

장성현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25일 대구시와 이래AMS 노사, 한국산업은행, KEB하나은행, DGB대구은행,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발표한 미래형 일자리 상생 협약. 협약식은 1시간 만에 끝났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이래AMS의 시작은 1984년 대우그룹과 GM이 합작 설립한 대우자동차부품과 대우HMS다. 1989년 두 회사는 합병해 대우기전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2000년 한국델파이로 이름이 변경됐다.한국델파이는 2011년 이래CS로 주인이 바뀌었다. 2015년에는 사명을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으로 변경했다.이래오토모티브는 한국GM의 실적 하락과 함께 경영난에 직면했다. 2014~2017년 직원 연봉을 동결했고, 2015년에는 400여 명을 구조조정했다. 그래도 경영난은 계속됐다.2017년에는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의 공조사업부를 분할해 이래AMS라는 법인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래AMS의 매출은 2017년 4천820억원에서 지난해 4천606억원으로 떨어졌다. 회사 존폐가 위협받던 지난해 11월, 이래AMS는 크라이슬러와 폭스바겐으로부터 1조4천억원 규모의 부품 납품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1천억원에 이르는 추가 설비 자금과 경영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이래그룹은 또다시 회사 분할을 시도했다. 이래AMS의 핵심 사업 분야인 구동사업부를 분할한 뒤 지분 매각을 추진한 것. 구동사업부가 생산하는 하프 샤프트(휠을 구동하는 독립 현가장치의 차축)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독자 생존이 가능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구동사업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껍데기로 전락할 처지였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전에 회사 분할과 구조조정을 겪은 터라 물러설 곳이 없었다.이래AMS의 처지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문 대통령은 "1조원 수주를 한 기업이 설비 투자 비용 때문에 문을 닫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벼랑 끝에 몰린 금속노조 이래오토모티브지회 관계자들도 대구시를 찾아가 "일자리를 잃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회사 측과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유보하는 내용의 상생 협약도 맺었다.따지고 보면 놀랄만한 일이다. 금속노조는 민주노총 내 산별노조 중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통한다. 이래오토모티브지회는 대구 금속노조 산하 지회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장이다.대구시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은행, 청와대를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가 읍소했다. 막상 실사를 한 산업은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3년 연속 적자라 신규 대출이 안 되는데다 이미 부채가 많아 담보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어렵사리 기존 담보 대출을 대환을 통해 청산한 뒤 이래AMS와 모회사인 이래CS, 이래CS의 미국법인까지 묶어서 담보 대출을 하는 유례없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다. 자금을 마련한 사측은 '원·하청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신규 일자리 창출, 상생펀드 조성을 약속했다.대구 미래형 일자리는 암흑 같은 터널을 노·사·정이 손을 잡고 통과한 성과다. 그 길에는 희생을 감수하며 회사 살리기에 나선 노동자들과 경영 안정화를 위해 땀을 쏟은 사용자, 기업과 일자리 살리기를 위해 땀을 쏟은 대구시, 정부, 금융기관의 의지가 있었다.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 여기에 있다.

2019-06-27 19:59:46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문재인, '부산'스럽나?

대구와 부산. 닮고 다른 점이 여럿이고 많다. 두 도시 사람의 출신 비율을 보자. 대구는 대구경북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84%나 된다. 부산은 부산과 울산, 경남(부울경) 출신이 65%에 이른다. 즉 대구와 부산은 같은 생활권인 인근 지역 출신 사람의 차지 비율이 높은 도시라는 뜻이다.반면 대구에 사는 부울경 출신은 8.3%(대구경북연구원), 기타 8%쯤이다. 부산 경우 한 대학이 지난 2014~2017년 부산의 885명 대학생 부모 출신 조사 자료를 보면 부울경 출신이 70%고, 대구경북 10%, 호남·기타 출신이 20%다. 두 도시 내에 사는 다른 곳 출신을 알 만하다.이런 구성의 부산인의 장단점은 큰 차이 없다. (성)급한 단점 외 큰 장점은 정(情) 또는 의리(義理)로 손꼽힌다. 부산인의 좋은 기질이 될 만한 정과 의리는 영남 유림의 큰 산맥을 이룬 남명 조식이 목숨처럼 여긴 의(義)로움 즉 마땅함과 상통하는 흐름인 듯하다.부산의 이런 장점을 살피면 문재인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일부 행위는 이해된다. 탈 많은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 등 인재 등용을 보면 더욱 분명하다. 사람의 씀씀이보다는 '네 편, 내 편'의 진영 논리로 인재를 뽑고 쓰지만 정과 의리에서 그럴 수도 있다.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처럼 지난 정부 결정을 뒤집고 5개 영남권 시도지사 합의조차 뭉개고 국책 사업 뒤집기는 부산인의 정신과 어긋난다. 사람 기용은 마음 탓이니 정의 질긴 인연을 끊기 힘들다 할지라도, 국가정책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의리와도 결코 맞지 않다.나라 경영자로서 이런 뒤집기는 잘못이자 재앙이 될 수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2016년 6월 김해공항 확장의 정부 공식 발표 전, 그해 3월에 총선용으로 '신공항의 박근혜 정부 임기 중 착공'을 공약했다. 그러나 뒷날 정부 정책이 바뀌었으니 앞선 공약 변경은 마땅하다.문 대통령은 자기 공약을 지키고 정과 의리를 위해 정부, 여당을 압박해 신공항을 만들고 싶겠지만 이제라도 그만 둘 일이다. 그럴수록 부산의 정신과 멀어질 뿐이다. 자칫 사람들 손가락질까지 받을지도 모른다. 이는 결코 부산스럽지 않음을 깨달아야 할 때다.

2019-06-27 06:30:00

[관풍루]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굿뉴스와 배드뉴스가 있는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굿뉴스와 배드뉴스가 있는데, 굿뉴스는 문재인 정권이 2년 지난 것이고, 배드뉴스는 아직 3년 남은 것"이라고. 마냥 '세월이 약'은 아닌 듯.○…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서 한일 정상회담 끝내 무산될 듯.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표에 도움이 됐지만 아베와의 정상회담은 표에 도움이 안 된다(?).○…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에 3년 선배인 김호철 대구고검장 사의. 선배가 되어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성한다'는 그분 말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

2019-06-27 06:30:00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데스크칼럼] 운전대 놓고 싶지만…

#1. 대구 도심에 거주하는 70대 A씨는 이제 운전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타던 차는 몇 년 전 손녀에게 물려줘버렸다. 지하철이나 버스, 도보로 시내 어디든 열심히 다니며 재미나게 공부하고 즐기며 지낸다.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이분이 면허증을 아예 반납했는지는 모르겠다. 운전을 그만둔 후 불편하진 않은지 물었다. 처음엔 움직이기가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내 괜찮아지더라고 했다. 가까운 곳은 걸어서 다니니 건강도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2. 경북의 면 단위 작은 마을에 사는 B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80세를 넘긴 고령이지만 여전히 운전대를 놓지 못한다. 이따금 대구를 오가야 하는 볼일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여러 가지 자잘한 일까지 스스로 다 처리해야 하는 그에게 자동차는 손발이나 다름없다. 혼자 사는 그에게 자동차가 없다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중교통 수단이 많지도 않은 조그만 시골 마을에 살자면 자동차는 이동에 필수적인 도구이다. 안전 문제가 늘 마음에 걸리지만 별 도리가 없다. 해 저문 이후에는 가급적 운전을 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반납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고령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시작된 논란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고령 운전자 사고 문제에 우리 사회가 한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예 면허를 박탈해버리고 싶다는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고령 운전자들이 '공공의 적'이라도 된 듯하다.운전면허 연장 조건을 까다롭게 한 조치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75세 이상인 운전자의 경우 적성검사 기간이 단축되었고 교통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게 됐다. 면허 반납 혜택을 늘리겠다며 교통카드를 보상으로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왜 그럴까. 고령자들의 이동권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선 두 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 고령자들이 바깥 나들이를 쉽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가 여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인 것 같다.사통팔달 대중교통 망이 발달한 대구 같은 대도시에서야 자동차가 없어도 별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다. 게다가 곳곳을 연결하는 도시철도는 공짜이기까지 하다. 어쩌면 자동차가 더 불편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시골은 어떤가. 읍내나 가까운 도시로 나들이라도 할라치면 하루 몇 번 다니지도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마저도 이용객이 줄면서 노선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가고 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령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면허만 내놓으라는 식의 정책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고령자들의 사회 활동이 제한되고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병원에도 가야 하고 마트에도, 관공서에도 불편 없이 갈 수 있어야 한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들여 고령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고령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농어촌 지역에서 보다 확대되었으면 하는 정책이다. 고령자들도 '발'이 필요하다. '고령 운전자=잠재적 사고 운전자'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2019-06-26 17:55:43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내 고장부터 알자

취재와 여행은 다른 듯 같다. 어디를 간다는 의미에서 기자의 취재 행위는 여행 범주에 포함된다.기자를 하면 취재를 위해 여행을 많이 다닌다. 체육 담당을 오래 했기에 다른 분야 기자들보단 국내외를 더 많이 다녔다. 노트북을 들고 가는 스포츠 현장 취재는 여러모로 힘들기에 여행 기분을 반감시키지만 그래도 새로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는 여행이다.나이를 먹고 있다는 표시일까. 여행과 관광에 대한 생각도 조금 변했다. 유명한 곳이나 멀리 떨어진 곳을 찾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가 높아졌다.해외여행을 하자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우리 주변에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며 가끔 안내를 자처한다.주중 근무지인 안동은 타지보다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낙동강 상류에 자리 잡은 안동의 산수는 빼어나다. 조선시대 500년을 이끈 이념인 성리학의 터전이었기에 유교문화 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대중 교통망이 없는 불편은 있지만 승용차나 관광버스로 이동하는 가족이나 단체 여행객에겐 도로 사정이 나쁜 편은 아니다.경상북도가 도청을 안동·예천으로 옮기면서 기대한 인구 유입이나 산업 발전 등 신도시 조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행객은 확실히 늘어난 편이다. 신도시 인근의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안동댐 상류의 도산서원, 안동시내 임청각 등 어딜 가더라도 전국에서 온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다.관광객 활성화는 경상북도와 북부지역 시·군의 생존 과제다. 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경제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문화유산은 잘 관리만 하면 영원하다. 조상이 남긴 문화유산 덕분에 먹고사는 관광은 최고의 경제 수익 상품이다.지방자치단체나 산하 기관·단체의 관광객 유치 노력은 더 활성화해야 한다. 부가적인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경상북도교육청이 올해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안동에서 시행 중인 '청소년 유교문화 탐방'은 꽤 교육적인 효과를 내는 것 같다. 단순히 보는 관광에 머물지 않고 교육을 접목한 이번 행사는 청소년들의 인문정신 함양에 초점을 뒀다.유교문화탐방은 경북 지역 6개 학교 410명에 한해 시행되고 있는데 참가하려는 학교가 넘쳐 나 선착순 모집했다고 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외국 여행이나 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교육이 앞서야 한다.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 고취는 안동시가 대구 등의 출향인 가족을 대상으로 올해 3차례 시행하는 '안동인 뿌리 찾기 운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안동시는 뿌리 찾기 운동이 지역을 바로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올해 취임한 김성조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사장은 '내 고장부터 알자'고 강조한다. 우리 가까이 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겨 바로 알고 자주 찾자는 것이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최근 조직 개편으로 안동 소재 북부지사에 마케팅과를 신설하고 내 고장 알리기를 강화하기로 했다.안동댐 옆 도산서원 가는 길에 자리한 한국국학진흥원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출향인과 관광객·교육생 등을 유치, 안동의 유교문화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내가 살고 있는 곳의 가볼 만한 곳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가까이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나.

2019-06-26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정치인의 애물단지

자식을 '애물단지'라고들 한다. 애물단지는 '애물'의 낮춤말이고 몹시 애를 태우거나 성가시게 구는 사람이란 뜻이다. 오래전 유명한 대기업 회장이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평생 모든 걸 원하는 대로 다 이뤘다. 근데 두 가지만은 맘대로 되지 않더라. 하나는 자식이고, 하나는 골프다." 세상에 자식 걱정 없는 부모가 어디 있을 것이며, 멋대로 날아가는 공을 원망해보지 않은 주말 골퍼가 몇이나 되겠는가.정치인에게 자식이란 존재는 골칫거리에 가깝다. 사고를 치지 않으면 '효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인 속칭 '홍삼 트리오'는 모두 감옥살이를 했다.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두 차례나 대선 고지를 앞두고 아들 병역 문제의 늪에 빠져 실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위대한 아버지 덕분에 대통령까지 됐지만, 자기 관리에 실패해 아버지의 명예만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문재인 대통령의 자식 문제도 좀 껄끄럽다. 아들 문준용 씨가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 일반직 공채에 단독 응시해 합격한 것을 두고 아직도 야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딸 문다혜 씨 가족이 태국으로 이주한 것을 놓고도 온갖 소문이 나오지만, 정확한 실체는 알 수 없다. 청와대의 압력 때문인지, 관료들의 충성심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당국이 문 대통령 딸에 대한 정보를 흘린 사람을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일부는 처벌했다. 아무리 민감한 대통령 가족 문제라고 해도, 당국의 처사는 도가 지나치다.며칠 전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엉뚱하게 자식 자랑을 하는 바람에 '팔불출' 얘기를 듣고 있다. 황 대표는 "아들이 고스펙이 없는데도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그 아들은 연세대 법대 출신에 학점 3.29, 토익 925점이었다. 강연 중에 '엄친아'의 표본인 아들을 내세웠으니 네티즌의 질타를 받을 만했다. 정치판에서 자식 문제는 금기다. 자식을 입에 담는 순간 이익보다 손해가 많다. 황 대표가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2019-06-26 06:30:00

[관풍루] '북한 목선' 사태 둘러싸고 '안보 붕괴 사건'에다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주장까지 등장

○…'북한 목선' 사태 둘러싸고 '안보 붕괴 사건'에다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주장까지 등장. 군은 청와대 눈치 보고, 청와대는 김정은 눈치 보다 생긴 촌극?○…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전 정비 업무에서 오히려 우리 업체가 하도급 참여 신세로 전락. 원전이 위험하다며 탈원전 선언한 나라에 누가 정비를 맡기겠나!○…6·25전쟁에 참전한 수많은 소년병들(당시 중학생) "69년간 국가가 외면했지만 후회는 없다". 만약 민주화 운동이었다면 영웅이 되고도 남았을 일….

2019-06-26 06:30:00

경제부 김윤기 기자

[취재현장] 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 눈 가린 심판!

지난달 대구 시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선정 관련 문제를 취재하면서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과 대구시 감사 결과 등을 살펴봤다.자세히 들여다본 위탁관리업체 시장은 매우 혼탁했다. 청소나 경비 용역을 직영하는 조건으로 응찰한 후 해당 업무에 별도 수수료를 받는 이중계약을 맺거나 아파트 단지에 시설물이나 기금 등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따내는 사례가 흔했다. 모두 형식적으로만 입찰의 형태를 갖췄을 뿐 사실상 아파트 관리비의 투명한 집행을 방해하는 수의계약이다. 10원 차이에도 당락이 갈리는 위탁관리업체 입찰에서 낙찰 이후 계약금액을 별도로 합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추후 협의해 이익을 보전받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계약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는 낙찰받을 수 없는 구조였다.이처럼 불투명한 업체 선정은 결국 입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달성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위탁관리업체가 수천만원 상당의 청소 차량을 제공하는 조건을 걸었지만, 매월 부품비나 소모품비 등의 명목으로 20만~3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이 아파트의 용역단가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비교해 보니 인근 아파트단지에 비해 ㎡당 100원 정도의 관리비가 더 부과되고 있었다. 가구당 매달 1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더 내는 셈이었다.더욱 납득하기 힘든 것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들의 무성의한 대응이었다. 대구시는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식의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은 현재 대구에서 횡행하는 계약 방식을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해석했다. 대구시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도 대구시의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창원시 성산구의 경우 지난해 3월 크리스마스 행사비와 플래카드 설치비 등 상대적으로 소액의 금품 제공을 약정한 입주자대표회의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형사 고발했다.정말 제도적으로 미비해 제재가 어렵다면 대구시는 각 입주자대표회의에 입찰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할 것을 '권고'라도 했어야 한다. 그도 아니라면 입주민들에게 불투명한 업체 선정 방식의 문제점을 알려주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문제가 불거지고도 입주자대표회의와 접촉해 해결책을 찾으려 시늉이라도 한 행정기관은 일부에 불과했다.일각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감시해야 할 입주민들이 "권리 위에 잠자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복잡한 세상에서 바삐 움직이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련 계약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뿐더러 비전문가의 눈으로 문제를 찾아내기도 어렵다. 제도에 대해 잘 알고 공익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다행히 업계에서는 관리감독 당국을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사가 보도된 후 일부 업체들은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해 계약서를 교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대구시가 시민들의 고충을 의식해야 할 때다. 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이 아니라 눈 가린 심판이 문제라는 얘기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2019-06-25 1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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