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매일칼럼] 50년 숙원, K2 공군기지 이전

한국전쟁 이후 1958년 허허벌판이던 대구 동구에 군기지(제11전투비행장)가 들어섰다. K2 공군기지다. 1961년 이 자리에 대구공항이 부산비행장 대구출장소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공군군수지원사령부도 자리 잡았다. 645㏊(195만 평)가량의 상당한 면적이다.1970년대부터 기지 주변에 주택이 하나둘 들어섰고, 1980년대부터 전투기 소음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50년이 지난 현재 황량했던 대구공항 주변은 주택과 학교, 의류단지 등이 둘러싸며 건물로 빼곡히 들어찼다.1988년 첫 직선제로 뽑힌 노태우 전 대통령은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K2 이전을 공약했다. 하지만 군사 요충지를 명분으로 한 공군의 반대에 밀려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1990년대에도 끊임없이 기지 이전이 거론됐지만, 공군이 군사 요충지라는 명분을 내세울 뿐 아니라 이전 비용을 점점 높게 추산(4조원→5조원 등)하면서 대구시나 지역 정치권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동구 주민들은 국방부의 주변 학교 방음창 설치나 소음 피해 정도에 따른 일부 배상비 지급에 불만을 삭이면서 지속적인 소음을 감내해야만 했다. 고도 제한에 따라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은 물론 전투기 굉음으로 참으로 지난한 고통을 겪어왔다.전투기 소음은 동구 주민뿐 아니라 항로에 인접한 수성구, 북구 일부 주민들의 생활에도 지금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2008년 동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유승민 의원도 소음 피해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K2 이전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회 상임위 자리 중 국방위원회만 맡으면서 줄기차게 노력했다. 유 의원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마련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뒀지만, K2가 영남권 신공항 논란에 함께 휩싸이면서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그동안 K2의 경북 외곽 이전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경북 지방자치단체들은 소음을 유발하는 군 공항 유입을 한사코 반대해 왔다.2019년 현재 드디어 K2 이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민간 공항과 군 공항의 묶음(패키지) 이전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군 공항 소음 피해 지역을 최소화하는 대신 민간 공항 유치에 따른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대구시와 경상북도, 군위군과 의성군이 통합신공항(민간 공항+K2) 이전에 적극 나선 것은 다행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군위와 의성이 통합신공항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고무적이다.다만, 대구시와 경북도가 연내 이전지 선정에 동의하면서도 최근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의 입장이 완벽한 일치를 보이지 않고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듯해 우려스럽다.국방부도 자치단체 간 이견을 빌미로 통합공항 이전을 더 이상 미적대서는 안 된다.군위군수와 의성군수가 서로 자기 지역에 공항을 유치하려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혹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까지 이번 사안을 대구경북 통합공항이라는 큰 틀에서 보지 않고 대구와 경북이라는 분리된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곤란하다.두 단체장은 대구경북이 경제 통합을 넘어서 행정 통합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이 통합신공항은 경북의 공항, 대구의 공항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구경북의 공항이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지역민들의 50년 숙원 해결이 자칫 두 단체장의 미묘한 입장 차로 늦춰진다면 그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2019-10-20 18:08:08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100년이 서글픈 구미

'100년 전 오늘,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100년 전 오늘, 남과 북도 없었습니다… 통일도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올해 온 나라가 하나가 돼 기렸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해가 다 가도록 그럴 것이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 우리는 하나였고, 남북도 없었던 100년 전을 떠올렸다. 그리고 통일도 먼 데 있지 않음을 믿었다. 그래서 바꿀 수 없는 지난 과거를 바탕 삼아 다가올 미래를 바꿀 수 있음을 3·1절을 맞아 당당히 선언했다.나라와 온 국민은 100년 전 그랬던 것처럼, 모두 하나가 되어 통일된 남북이라는 바뀐 미래로 달리기 위해 독립운동과 관련한 많은 일을 했다. 정부와 전국 지자체는 물론, 민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행사를 가졌고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특히 어느 곳보다 두드러진 독립운동을 펼쳤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연초부터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그들 활동을 평가하는 책을 내거나 학술 행사 등 숱한 일로 그들 정신을 잊지 않고 미래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오늘도 그러고 있다.지난 12일 경북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에서 열린 정훈모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념비 제막식 행사도 그렇고, 19일 오후 3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되는 우재룡 독립운동가를 조명한 책 '대한광복회 우재룡'의 출판기념회, 11월 4·5일 대구와 경북 안동에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독립정신 계승발전 국제 학술 모임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대구경북의 이런 독립운동 기리기 흐름과 다른 돌출 행동 하나로 구미가 갈등의 나날이다. 장세용 구미시장으로부터 빚어진 일로, 과거 전임 시장 때 결정한 허위 독립운동가의 호를 딴 공원 내 '왕산' 명칭 변경이다. 93세 손자 부부와 구미의 계속된 반대 여론조차도 무시하고 장 시장은 막무가내다. 100주년이 서글픈 구미다. 대통령과 달리 굳이 과거를 바꿔 장 시장이 바꾸려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2019-10-18 19:15:02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文의 책임 회피 Ⅱ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전후해 정치와 군사의 중추에 있었던 인물들이 패전 책임을 지고 잇따라 자살했다. 육군대신 아나미 고레치카(阿南惟幾)는 14일,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의 아버지' 오니시 다키지로(大西瀧治郞)는 15일 각각 할복했다. 이들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측근이 뒤에서 목을 쳐주는 '가이샤쿠'(介錯) 없이 할복해 극심한 고통 끝에 사망했다.또 일본 본토 결전을 위해 조직된 제1총군 사령관 스기야마 하지메(杉山元)가 9월 12일 권총으로 자살했고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의 문부대신 하시다 구니히코(橋田邦彦)와 군사참의관을 지낸 시노즈카 요시오(篠塚義男)도 같은 달 14일과 17일 자살했다. 이들을 포함해 자살한 사람은 장성급만 십수 명에 달했다.이런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도조는 왜 자살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태평양전쟁 개전 당시 총리, 내무·육군대신에다 육군참모총장까지 겸임한 최고 책임자였으니 당연했다. 육군 장교인 그의 사위는 이미 자살한 터였다. 그러나 도조는 머뭇거렸다. 차남까지 "함께 자결하자"고 했으나 "내 일은 내게 맡겨라"며 듣지 않았다.그러다 미군 헌병대가 체포하러 도조의 집에 들이닥친 9월 11일 자살을 시도했으나 그마저도 실패했다. 심장 위치에 그려 놓은 동그라미에 대고 권총을 쐈으나 빗나간 것이다. 이에 "연극이 아니냐"며 도조의 비겁함을 조롱하는 소리가 일본 전역에 진동했다. 관자놀이를 쏘면 확실하게 끝냈을 것이니 그럴 만했다. 이에 대한 도조의 변명이 기가 막혔다. "머리를 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내 모습을 알아보고 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였다."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부마 항쟁 기념식에서 "유신 독재 피해자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조국 사태'를 야기한 책임에 대해서는 아직 일언반구도 없다. 남이 한 일은 사과하고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사과는 뭉개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당에서는 조국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책임질 위치에 있는 인사들은 책임지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부터 그러니 뭘 더 바랄까.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는 여당 의원의 개탄 그대로다.

2019-10-18 06:30:00

[관풍루] 달서구와 달성군, 대구시청 신청사 입지 선정 앞두고 한 주 걸러 '전국노래자랑' 개최하며 장외 유치전 치열

○…'조국 장관 사퇴' 리얼미터 설문조사 결과 광주·전라(45.0%)와 30대(48.8%) 연령층만 빼고 모두 '잘한 결정' 우세. 조국 사태로 사면초가 신세 여당이 두 팔을 든 이유.○…평양 원정 월드컵 축구 대표팀, 공항에서 '생떼' 검사받느라 3시간 발묶이고 음식재료 압수 등 곤욕. 앞으로 월드컵·올림픽에 출전 말고 인민체육대회만 하라고 해~.○…달서구와 달성군, 대구시청 신청사 입지 선정 앞두고 한 주 걸러 '전국노래자랑' 개최하며 장외 유치전 치열. 90대 노령 사회자 전국 왔다갔다 힘들까봐 배려인가?

2019-10-18 06:30:00

유튜브 B 공식채널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요한 진짜 이유' 캡처.

[청라언덕] 불쑥불쑥 나오는 부산발 '신공항 가짜뉴스'

지난 13일 부산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는 민간 항공사 기장의 인터뷰 영상이 올랐다.20년 이상 민간 항공기를 조종했다는 해당 기장은 "도심 속에 있는 김해공항을 대체할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며 "공항 건설 문제를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해공항 확장만으로는 새로운 동남권 관문 공항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항만 물류와 시너지를 낼 수 있고 24시간 운행 가능한 가덕도 입지에 대해 찬성한다"고 말했다.각설하고,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은 가덕도 신공항을 집요하게 재추진하고 있는 부산시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다. 부산시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연고가 없는 민간 항공사 기장의 인터뷰를 통해 '왜 동남권 관문 공항인가'에 대한 외부의 객관적 시각을 담아냈다"며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외부의 객관적 시각에서 봐도 가덕도가 최고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라는 부산의 주장은 명백한 가짜 뉴스다. 앞뒤 자르고 조종사 인터뷰 하나로 사실 관계를 호도할 문제가 아니다.지난 2012년 12월 매일신문 영남권 신공항 특별취재팀은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 현장을 찾았다.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가 '밀양'(대구경북·경남·울산)과 '가덕도'(부산)로 갈라져 갈등을 거듭하던 시기였다.'공항 입지'로서 가덕도 현장은 그야말로 낙제점이다.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는 부산의 땅끝마을로 불리는 대항마을 앞바다 일대. 예나 지금이나 이곳 바다를 흙으로 메워 공항을 만들고, 땅에는 공항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낸다는 게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구상이다.2016년 영남권 신공항 용역 조사를 통해 '김해 신공항 확장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냈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도 김해, 밀양, 가덕도 등 신공항 후보지 3곳을 10차례 넘게 답사한 끝에, 가덕도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바다 한가운데 공항을 만들어야 하는 가덕도는 처음부터 공항이 들어설 만한 입지가 아니라는 게 ADPi의 판단이었다. 가덕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결코 공항 경제성을 충족할 수 없다는 의미다.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 김해신공항 재검토와 관련,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 약속을 먼저 어긴 것은 대구경북이라고 억지를 부린 것이다.부산발 신공항 가짜 뉴스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는 김해신공항에 대한 국무총리실 검증 과정이 부산시 주장대로 흘러가지 않는 탓이다.총리실은 김해신공항 재검증 기준을 오로지 기술 검증에 맞추고, 정책적 판단을 배제하고 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패키지로 내건 부산의 전략전술이 먹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영남권 5개 시도는 신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 가덕도와 밀양으로 갈라져 10년 동안 갈등을 빚었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서야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기존 김해공항 확장에 합의하면서 기나긴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여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자치단체장이 5개 시도 합의 정신을 내팽개쳤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오거돈 부산시장이 올해 초부터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고, 울산경남이 편승하면서 결국 정부가 검증 요구를 받아들였다.영남권 갈라치기, TK와 PK의 10년 묵은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부상시킨 정치적 산물, 이것이 바로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둘러싼 팩트다.

2019-10-17 16:40:45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曺國)은 어디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의 시 '낙화' 중 한 구절이다. 법무부 장관을 사퇴한 조국 씨의 뒷모습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가야 할 때를 한참이나 놓쳤기 때문이다. 조 씨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검찰 개혁을 들먹이며 장관 사퇴를 분식(粉飾)하려 애썼지만 구차한 변명에 불과했다. '가는 곳마다 둘로 갈라 놓는다'는 조 씨가 앞으로 어디로 갈지에 관심이 갈 뿐이다.①서울대로=조 씨는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한 지 20여 분 만에 서울대에 복직을 신청했다. 신고만 하면 복직이 가능한 만큼 조 씨는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돌아가게 됐다. 2학기가 시작돼 강의를 새로 개설할 수 없어 조 씨는 내년 1학기 개강 전까지 연구교수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상당수 서울대 학생들이 조 씨의 복직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등·공정·정의를 내팽개친 장본인이자 부끄러운 동문 1위로 꼽힌 조 씨가 평등·공정·정의를 가르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②총선·대선으로=조 씨는 장관 지명 발표 전 고향 부산을 찾아 대통령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듯한 행동을 했다. 소주 세 병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왼쪽부터 상표를 차례로 읽으면 '대선, 진로, 좋은데이'였다. 조 씨가 부산에서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고 대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있다. 대립과 분열의 아이콘이 된 조 씨가 정치인이 돼서도 대립·분열을 촉발할지 걱정이다.③집으로=조 씨는 사퇴의 변(辯)에서 가족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것을 고려하면 조 씨는 아버지, 남편으로서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가장으로서 만신창이가 된 가족을 잘 다독이기 바란다.④서울중앙지검으로=조 씨는 수많은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검찰은 사퇴와 관계없이 계획대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고 곧 조 씨를 소환할 예정이다. 조 씨는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 후에야 서울대 복직, 정치 입문이 가능할 것이다. 조 씨의 앞으로 행보는 검찰 수사 결과에 달렸다.

2019-10-17 06:30:00

[관풍루] 김부겸 전 장관, 김경수·안희정·이재명·조국 등 여권 잠재 대권주자 악재 속 관심 인물로 부각

○…문재인 대통령, 16일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강조. 국민, 백번 지당한 말씀 같긴 한데 과연 지금까지 그러한 권력이 있었던가요?○…조선중앙통신,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 첫눈 맞으며 백마 탄' 백두산 등정 보도. 국내 추종자, "이제 연내 한라산 눈 맞으며 백마 탄 한라산 등정만 남았시요!"○…김부겸 전 장관, 김경수·안희정·이재명·조국 등 여권 잠재 대권주자 악재 속 관심 인물로 부각. 대구 유권자, 문밖이 곧 저승이고 지뢰밭 정치판이니 부디 단디 하소.

2019-10-17 06:30:00

이석수 선임기자

[데스크 칼럼] '발암 약' 바꿔준다면 끝인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한국 출장소는 아니지 않은가. 국민 생명을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하는데 언제까지 외국 기관의 뒤꽁무니만 쫓는 후속 조치를 할 것인가?"최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식약처에 대해 질타를 쏟아냈다.식약처는 지난달 위장약 성분 중 하나인 '라니티딘'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며 원료 의약품 269개 품목에 대해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앞서 미국과 유럽에서 라니티딘 관련 발암물질 검출 보도가 나왔지만, 식약처는 1차 검사한 결과 발암물질 검출은 없었다고 '발 빠르게' 발표했다. 그러다 열흘 만에 국내 유통 제품 수거 검사 후 스스로의 입장을 뒤집어 버렸다.지난해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 사태'도 주말에 발암물질 검출을 서둘러 발표했다가 월요일부터 의료기관 마비를 불렀다. 당시 해당 약품 리스트가 바뀌어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적극적, 신속한 대응을 해왔다고 자화자찬을 해 빈축을 사왔다.이러한 식약처의 '위기 대처 부재'는 인보사, 인공 유방 등의 관련 사안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국감에서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식약처의 늑장으로 국내 임상 연구를 포기하고, 인보사 투여 환자에 대한 어떠한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을 다루는 식약처의 안일함과 무책임성은 내부 고발로도 터져나왔다. 한 임상심사위원은 식약처장을 포함한 공무원 12명을 직무 유기 혐의로 검찰에 직접 고발했다.발사르탄에 이어 라니티딘 처방약 회수 조치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약품 안전 관리의 총체적 위기를 보여준 '참사'라고 비판했다. 식약처가 허가해 준 약을 믿고 처방한 의사 역시 발암 행정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의사들이 현장에서 쏟아지는 혼란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고, 환자들의 불만과 오해를 감당하는 것도 의사들 몫이라고 목청을 높였다.그러면서 의협은 전국의 회원들에게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처럼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상황을 안내하지 않아도 된다"고 긴급 메시지를 돌렸다.또 "이미 복용한 라니티딘 위장약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환자가 불안해하거나 안전성에 대해 문의하면 기존 처방에 라니티딘 포함 여부를 확인하고 추가 복용에 대해 설명하면 된다"고 대응 지침까지 하달했다.의료 정책에 대해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의협이 전가의 보도처럼 '국민 안전'을 외치면서, 굳이 '환자들에게 연락하지 마라'고 의사들에게 긴급히 연락할 필요가 있었을까.식약처의 라니티딘 판매 중지 발표 당시 해당 성분 약품을 처방받아 복용 중인 환자는 144만3천여 명. 처방 의료기관은 2만4천300여 곳, 조제 약국은 1만9천900여 곳이었다.물론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양식 있는 의료인들은 의협 지시를 '거부'하고, 자신이 처방한 환자에게 약을 바꿔 가라고 알렸을 것이다.뒷북 행정을 일삼는 식약처도 한심하지만, 의협 역시 환자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의사들이 겪을 불편함만 먼저 헤아리고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이 아니었을까. 당초 의협, 약사회 등은 재처방, 재조제에 따른 본인부담금 면제에 반대했다고 한다.국민 대부분은 라니티딘이 뭔지 모른다. 연락조차 못 받고 병원에서 처방해 준 발암 위장약을 다 먹었다면? 동네 병원에 대한 의료 소비자의 불신은 이렇게 깊어진다. 한 번이라도 다녀간 환자에게 병원 이전 소식은 잘도 전해 준다.

2019-10-16 16:00:27

[관풍루] 대구공항 통합이전지 대구시 중재안, 군위군 거부에 따라 시도민 전체 의견 물어 결정하기로

○…당정청, 조국 사태 후 2025년까지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할 계획' 논의 중. 학종이 문제라는데 불똥은 특목고로 튀니 또 어인 일.○…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면직안 재가한 지 20여 분 만에 팩스로 서울대에 복직 신청. '서울대 교수'가 '무직'보단 이래저래 유리할 터.○…대구공항 통합이전지 대구시 중재안, 군위군 거부에 따라 시도민 전체 의견 물어 결정하기로. 군위군으로선 울고 싶은데 뺨이라도 때려 달라는 말.

2019-10-16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스칸달론

어느 나라든 정치판이 요동을 치고 국민이 흥분하는 데는 몇 가지 단골 메뉴가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나 인종 차별, 증세(增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의 부정부패 등 각종 추문도 이에 못지 않게 사회적 격동과 큰 잡음을 만들어낸다.사회 지도층 인사가 직간접으로 연루된 충격적이고 비윤리적인 사건을 흔히 스캔들(Scandal)이라고 부르는데 그리스어 'skandalon'에서 유래한 말이다. 거꾸로 매달아 올리는 덫이나 그물에 걸려 뭇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된다는 뜻이다.요즘 미국 정가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하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스캔들 진원지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 탄핵 조사에 들어가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도 모자라 우크라이나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의 늪에 한 발짝 더 빠져들어간 모양새다.이번 스캔들의 시발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다. 트럼프는 이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이 연관된 '우크라이나 의혹'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신속히 수사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통화 기록마저 은폐하려 했다는 내부고발장이 접수되면서 미국 정가를 왈칵 뒤집어 놓은 것이다.무엇보다 바이든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후보라는 점에서 정적 제거를 위한 트럼프의 정치 공작 냄새가 짙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위는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촉발한 '워터게이트 사건'과 빼닮았다는 점에서 스스로 탄핵의 스칸달론을 더 세게 잡아당긴 꼴이 됐다.지난 두 달여 동안 한국 사회를 양분시킨 혼란의 매듭이 겨우 하나 풀렸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35일 만에 옷을 벗은 것이다. 진영 논리를 떠나 보통 사람의 분개 등 반조(反曺)의 물결이 더 거셌다. 그렇지만 그가 살아오면서 덕지덕지 쌓아온 허물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그는 퇴임하면서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조국'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무너뜨리는 불쏘시개가 됐다는 점에서 뒷맛이 쓰다.

2019-10-16 06: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전망] 국밥에도 정의가 있는데…

도덕의 첫머리는 나쁜 짓 하지 않는 것이다. 나쁜 짓에는 도둑질 등 부정한 범죄 행위가 포함될 것이고, 모든 범죄 행위는 거짓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사회생활을 하면서 도덕적으로 살기는 정말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선생님으로부터 '거짓말, 나쁜 짓 하지 말라'는 얘기를 가훈·교훈처럼 듣지만 우리는 잘못된 행동으로 혼나며 성장한다. 철이 들면서부터는 '선의의 거짓말'이란 핑곗거리를 자연스럽게 학습한다.기자는 요즘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386세대'이기에 20대 자식 세대들이 비난하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한다. 그럼에도 수시로 '꼰대'가 되고 있음에 헛웃음이 나올 따름이다.휴대전화를 교체하면서 대리점 폰 매니저의 거짓말에 속은 사람들의 하소연을 가끔 듣는다. 혼탁한 통신 시장이 가져온 현실이다.얼마 전 휴대전화를 신형으로 바꾸면서 미끼에 걸린 붕어 신세가 된 적이 있다. 미끼였음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었고 허우적거리며 기분 나빠 했다. 휴대전화를 예약 구입하고 두 번째 요금 청구서를 받아볼 때까지 폰 매니저의 무지가 포함된 계속된 거짓말에 고생했고 급기야 사회 초년병인 그에게 한마디 했다."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 같은데 거짓말은 하지 말아요. 잘 몰라서 한 거짓말로 여기지만 알고 속이면 나쁜 행동이라는 걸 명심하세요."그의 삶에 도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지만, 이 또한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꼰대' 짓은 아니었을까.평범한 시민의 일상이 이러한대 정치인과 관료, 국가 지도자의 거짓말이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몇 달째 이어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통해 도덕적 가치가 땅에 떨어진 현실에 신음했다.개인과 가족의 성공적인 삶에 사회적 가치인 도덕이나 정의 따위가 뭔 문제가 되느냐는 반문이다. 부정한 행위를 하더라도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우리 삶 저변에 깊이 깔려 있다. 성공을 향한 이기주의적 사고 덕분에 단기간의 급속한 국가 발전을 가져왔다는 평가마저 있다.이런 인식에 동조하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내가 지금 잘못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다수 국민은 끊임없이 이어진 조국 가족의 거짓말에 넌더리를 냈다. 하지만 그는 가족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며 법을 어긴 죄가 아니라고 항변했다.현 정부와 여권 관계자를 비롯해 상당수 국민은 조국의 거짓말을 알고도 이념과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그를 지지했다.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마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현실은 우리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져도 좌와 우의 이념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형국이다. 사생결단식 정치 상황에 시민들은 나라 걱정을 하며 광장으로 나가야만 했다.검찰의 힘을 빼는 검찰 개혁이 중요하지만 거짓된 삶으로 얼룩진 조국 사태 해결이 우선이었다. 법 이전에 도덕 있고, 법 위에 도덕 있다.대구 향토 음식 중 따로국밥이 있는데, 국 따로 밥 따로 주기에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따로국밥은 국물 맛을 내기 위한 방편이지만 한편으로 이래저래 섞이기 싫어하고 거짓과 부정에 맞서 살아온 대구시민의 정의로운 마음가짐을 반영하고 있다.성공적으로 보이는 번지르르한 삶과 거리를 둔 시민의 정의가 조국 사퇴를 가져왔다고 본다.

2019-10-15 19:47:51

홍준표 서울정경부 기자

[취재현장] 이것이 대구경북이다

10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말다툼이 벌어졌다.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권영진 대구시장을 향해 칭찬을 이어가던 중 "광주시와 달빛동맹,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이른바 '5·18 망언'에 대한 사과 등 '대구는 수구 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시킨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보수나 새마을 같은 단어 말고 진보·개혁·혁신 같은 단어가 대구를 상징하길 바란다"고 했다.그러자 권 시장은 "수구·보수라는 표현에 대해 대구시민이 억울해한다"고 했고, 지역구가 대구인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이 같은 보도가 나간 후 여러 기사의 인터넷 댓글창을 봤다. '맞잖아. 경상도는 수꼴(수구꼴통) 토왜(토착왜구)'라는 말이 보였다.이 대목에서 다음 두 장면이 떠올랐다.#1. "서울, 충청에서 기자 생활하는 대학 동기들이랑 안동을 다녀왔는데 가장 호응이 좋았던 곳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이었어요."고향이 대구경북인 A기자가 커피를 마시다 대뜸 이같이 말했다. A기자는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대학 동기들과 안동에서 모임을 하며 하회마을, 병산서원 등 안동 곳곳을 둘러봤다고 했다. 그가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고 묻자 이러한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A기자는 "걔들은 독립기념관이라면 천안밖에 몰랐던 거죠. 그리고 경북이 전국에서 독립유공자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고 놀랐나 봐요"라고 했다.#2. "안동이 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를 내세우는지 모르겠어요. '독립운동의 성지'를 부각하면 더 좋을 텐데."이 말을 한 사람은 민주당 소속 B국회의원이다. 그는 안동 출신도, 경북 지역구 의원도 아니지만 경북 독립운동사를 훤히 꿰고 있었다. 그는 점심을 먹는 내내 일타강사(1등 스타강사)라도 된 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모티브가 안동이라는 점, 단일 마을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안동 내앞마을 이야기, 3·1운동 당시 경북의 학생과 유림이 앞장서 두 달 동안 80여 곳에서 90여 차례 만세운동을 벌인 일 등을 들려줬다.B의원은 "시·군 단위의 독립유공자 수는 평균 30명 안팎인데 안동은 올해 기준 36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그다음인 영덕은 219명이나 있다. 심지어 광역단체인 제주보다 많다"고 했다.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김 의원이 한 말이 폄하 발언이냐는 차치하더라도 대구경북의 역사와 역할에 무지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대구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효시인 2·28 민주운동이 일어난 곳이고, 일제 침략에 맞선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이다. 경북은 1894년 갑오의병을 통해 51년 독립운동사 시발점이 된 곳이자 자정(自靖) 순국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이를 김영호 의원에게 일깨우고자 했을까. 14일부터 국회에서 김광림 한국당 의원 주최, 한국국학진흥원·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주관으로 경북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하는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이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소중히 여기는 그곳, 안동 임청각이 생가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이 1911년 1월 압록강을 건너며 읊었던 도강시 구절을 목판으로 재현해 선보인다.석주 선생은 이 시에서 "목이 잘릴지언정 종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것이 대구경북이다.

2019-10-15 16:06:48

[관풍루] 당정청, 검찰개혁 핵심인 특별수사부 3개로 축소하며 부산은 없애고 대구는 살려

○…당정청, 검찰 개혁 핵심인 특별수사부 3개로 축소하며 부산은 없애고 대구는 살려. 정권 창출 도시 부산에 특수부 살려 두는 것이 달갑잖았던 모양.○…대구 신청사 추진공론화위 이번 주 후보지 신청 접수 공고 예정, 최대 변수는 '과열 유치 행위 감점' 될 듯. 어디까지가 과열인지 잣대가 알쏭달쏭.○…조국 동생 영장 기각 비판했던 이충상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 '구속영장 발부 기준 공개하라' 친정 작심 비판. '건강상 이유'가 기각 사유인지 밝히라니까.

2019-10-15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文의 책임 회피

지배층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 가장 뻔뻔한 사례를 꼽으라고 하면 일본의 무조건 항복 후 미군 제1진이 일본에 상륙한 1945년 8월 28일, 당시 히가시쿠니노미야 나루히코(東久邇宮稔彦) 총리가 발표한 '1억 총참회론'를 들 수 있겠다. "…일이 여기에 이른 것은 물론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이 도의를 잃은 것도 (패전의) 한 원인이다. 일억 총참회야말로 국가 재건의 첫걸음이자 단결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궁극적으로 히로히토(裕仁) 천황(天皇)이 져야 할 침략전쟁의 책임을 희석하는 것으로, 이를 두고 일본 역사소설가 한도 가즈토시(半藤一利)는 모두가 나빴으니 서로 책망하는 것은 그만두자는 '대충주의'로 귀결돼 천황에 대한 처벌 장애물로 기능했다고 비판한다. 저명한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도 나치 패망 뒤 독일 일각에서 제기됐던, '독일인 전체의 죄'라는 호소에 같은 비판을 했다. "우리 모두에게 죄가 있다"는 소리는 독일인이란 집단 중에서 실제로 죄를 지은 개인을 숨겨줄 뿐이라는 것이다.히로히토의 '죄'를 희석하는 작업에 지식인들도 가담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임나일본부설'을 조작하는 등 조선 식민사학을 만든 쓰다 소치키(律田左右吉)이다. 그는 1946년 4월에 발표한 '건국의 사정과 만세일계의 사상'이란 논문을 통해 '1억 총참회론'을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요약하면 이렇다. "일본을 잘못된 길로 이끈 것은 '다수 국민'에게 그 책임이 있다. 황실(皇室)은 시대 추세의 변화에 순응해 그때그때의 정치 형태로 적합했으나, 국민은 그렇지 않았다. 국민은 위정자에게 국가를 맡겼고, 결국 그들로 인해 국가가 궁지에 빠졌기 때문에 천황을 비난할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스스로 반성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변'(辯)은 이런 책임 회피의 전형이다. '조국 사태'로 우리 사회가 큰 진통을 겪은 데 대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면서도 정작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그 진통을 야기한 자신의 '근원적' 책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특히 언론이 신뢰받도록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 달라며 언론에 화살을 돌린 것은 일본 위정자들의 '국민 탓'의 '문재인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2019-10-15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세계적인 동화작가 루이스 캐럴이 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꿈속에서 토끼굴에 떨어진 한 소녀가 이상한 나라로 여행하면서 겪는 신기한 일들을 실감나게 그렸다. 담배 피우는 애벌레, 가발 쓴 두꺼비, 신출귀몰하는 고양이 등 허무맹랑한 동물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다.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눈물의 연못에 빠지기도 한다. 가는 곳마다 기상천외한 갖가지 사건들과 마주친다.터무니없는 오해에다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한다. 일상 사회와는 전혀 상반되는 일들이 한없이 뒤죽박죽 얽히며 이상한 재판에도 참석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까지 매료시켰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꿈속의 이야기이고 동화일 뿐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지금도 꿈꾸고 있다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 '이상한 나라'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그러나 현실과는 영 동떨어진 몽상가적 발상과 발언 그리고 황당무계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을 보면 그 유사성을 부인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나라 안팎의 모든 영역에서 불협화음이 갈수록 높아지며, 벌이는 일마다 뒤틀려 국민들이 탄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만사형통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이른바 한반도 프로세스로 돌아온 것은 북한의 핵 무장과 노골적인 욕설뿐이다. 외교와 안보는 어떤가. 동맹인 미국과의 불협화음 속에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의 집단 린치만 당하고 있는 꼴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며 기업과 가계에 망조를 일으켜 국가경제가 시들어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내팽개치고 신재생에너지를 한다며 산업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정치도 경제도 안보도 외교도 멀쩡한 것이 없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가슴이 뜨겁다'고 딴 세상 사람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얼마나 더 망가져야 그런 나라가 되는지, 이 모든 것이 그냥 한바탕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국민이 많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압권은 단연코 조국 사태였다.악마는 스스로의 악행을 알까 모를까? 독일의 문호 괴테는 희곡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통해 이 오래된 질문에 호응한다. 학문적인 경지에 이르렀지만 영원한 진리에 목말라했던 파우스트를 악으로 유혹하는 메피스토펠레스는 자신의 악행을 인식하고 있다. 비록 악마이지만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대해 솔직해서 차라리 시원하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혼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온, 일반인의 상식과 상상조차 뛰어넘은 한 인간의 그 거짓과 위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던 그 뻔뻔함에, 숯덩이가 껌정을 지우겠다고 날뛰던 적반하장의 망동에 국민들은 현기증과 더불어 구역질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 판국이면 차라리 메피스토펠레스가 그리울 지경이었다.그런데 그 궤변과 요설을 한사코 옹호하던 세력들은 또 뭔가. '우리가 조국' '정경심 사랑'을 외치던 사람들은 누구인가. 평범한 일상에 충실한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정신세계이다. 상식과 통념마저 흔들리는 정신적 혼란과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도 너무도 당당하던 그들의 모습에, 멀쩡한 국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가 이상한가?'라고 반문하곤 했다. 참 이상한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2019-10-14 19:21:08

[관풍루] 대구 이월드, 노동청 국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 사고와 임금체불 등 지적에 "개선점 완벽하게 이행" 답변

○…국군, 2022년 말까지 병력 10만 명 줄이는 대신 전력 정예화와 무기 첨단화 방침 국회에 보고. 병력 줄여 정예병 되면 더 바랄 게 없는데 자칫 약군(弱軍) 될라 걱정.○…휴전선 접경지역 야생 멧돼지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 잇따라 검출돼 방역 초비상. 발 달린 짐승 붙들어 맬 수는 없으니 집돼지라도 잘 간수하는 수밖에….○…대구 이월드, 고용청 국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 사고와 임금체불 등 지적에 "개선점 완벽하게 이행" 답변. 소 잃고 외양간 백번 고쳐도 소는 이미 잃었다는 사실 명심.

2019-10-14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먼저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혹시 기억하지 못할까 몇 가지만 추려본다."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 취임식에서 했던 말이다. 이 말은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앞서 한 방송사에 출연해서는 "만약 문재인 하야 시위가 일어난다면 광화문 광장에 나가 끝장 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말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줄 때는 "권력 눈치 보지 말고,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불과 석 달 전이다.문 대통령의 어록은 주옥같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힘주어 말 할 때 국민들은 감동했다.화려한 수사(修辭)가 진실을 가린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하지만 진실을 아는데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이제 그 말의 성찬은 감동이 아닌 분노가 되었다. 화려했던 수사는 부메랑이 되어 문대통령을 향해 날고 있다.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자니 화병이 날 것 같아' 광화문 '조국 파면' 집회에 참석한다는 국민이 많다. '문재인 하야' 소리가 집회 때 마다 나온다.평범한 국민조차 문 정권이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으려 들고', '상식대로 하면 손해만 보는 세상'을 만들었음을 직감한다. 침묵하던 대통령은 '끝장 토론'에 나서기는커녕 검찰총장에게 '검찰 개혁'을 '지시'하며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렸다.일찍이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놓치지 않아야 할 감각으로 사물과 인간에 대해 거리감과 균형감을 갖는 '목측능력(目測能力)' 즉 '눈대중'을 꼽은 바 있다. 정치인이라면 모든 것을 자로 재 듯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눈대중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대다수 국민이 조국은 아니라는데 조국만 쳐다보고, 광화문에 모인 성난 군중을 보고도 '국민분열이 아니다'는 대통령의 눈대중은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국민 눈에도 한참을 못 미친다. 베버의 시각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적어도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인 셈이다.그래서인가 지금 세상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상식과 거리가 먼 일들이 너무나도 자주, 태연히 벌어진다. 권력 한복판에 선 조국 장관의 동생은 구속영장실질심사조차 포기했음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풀려났다. 조국 부인의 증거인멸은 또 다른 유력자의 입을 빌리는 순간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전 시도가 된다. 검찰은 의혹 당사자인 조국부부의 휴대폰조차 압수수색하지 못했다. 부부에 대한 계좌추적 역시 손도 못대고 있다. 그 사이 이 권력실세는 '깨끗한 사람'이 된다. 죄도 없이 온가족이 검찰에 탈탈 털린 피해자로 둔갑한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일가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을 향해 조급한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일들이다.국민들은 상식의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서울대총학생회가 조국 사퇴를 촉구하며 내세운 구호가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다. 의사 5천명이상이 서명한 선언문 제목에도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등장한다.독일 법학자 게오르크 옐리네크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 했고, 또 상식은 도덕의 최소한이라 할 수 있다. 그리 보면 상식은 법의 최소한의 최소한인 셈이다. 그런 상식이 허물어지면 그 빈자리는 혼란이 밀고 들어올 것이다. 다시 '상식이 통하는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2019-10-14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윤석열·조국 대전

윤석열 검찰총장의 어록(語錄)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못지않게 강렬하다. 윤 총장은 별장 접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명언을 또 하나 남겼다. "나는 건설업자 별장에 놀러다닐 정도로 대충 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좁게 보면 의혹을 부인한 말이지만 넓게 보면 59년을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자신감이 담긴 발언이다.2013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윤 총장은 지금까지 회자(膾炙)하는 명언을 남겼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그는 당시 여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면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이란 권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해온 윤 총장은 말과 행동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윤 총장의 성정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언행일치(言行一致) 측면에서 윤 총장의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이 조국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교수 시절 사회 지도층 인사 특히 보수 정권 사람들을 향해 트위터를 통해 독설(毒舌)과 비판을 쏟아냈다. 1만5천 건을 넘은 조 장관 글에 많은 사람이 통쾌함을 느꼈고, 어느 사이 그는 진보의 아이콘이 됐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는 시구(詩句)에 빗댄다면 '조국을 키운 건 팔 할이 트위터 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조 장관과 가족이 그의 글과는 정반대되는 삶을 살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관을 물러나야 할 지경에 몰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특권적 반칙과 일탈 행위도 문제인데다 조 장관이 쏟아냈던 수많은 글이 불난 데 기름을 부어 국민적 저항을 불러왔다. 오죽하면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조만대장경'(조국+팔만대장경) '조스트라다무스'(조국+노스트라다무스) 같은 말이 나왔을까.한 사람의 말이나 글이 세상의 빛이 되려면 그 사람의 인생이 그 어록에 어느 정도는 들어맞아야 한다. 일제강점기 때 명필(名筆)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완용의 글씨가 평가 대상조차 안 되는 게 이런 연유에서다. 조 장관이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그의 어록과 그의 삶이 너무나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윤석열·조국 대전(大戰)에서 조 장관이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2019-10-14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유튜브 권력

'유튜브가 교사'라는 말이 나온 지도 꽤 오래됐다. 몇 년 전만 해도 뭐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어를 치는 게 대세였다. '검색의 생활화'가 유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긴가민가하는 주위 사람에게 묻는 것보다 검색이 더 빠르다는 의미다.하지만 요즘은 포털보다 유튜브가 한 수 위다. 기성 매체를 통해서는 좀체 접하기 힘든 영상들이 유튜브에는 지천이다. 기존 플랫폼이 따라갈 수 없는 강점을 무기로 트렌드를 바로바로 쫓아가는 1인 크리에이터의 주 활동 무대가 되면서 새로운 콘텐츠 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대중의 눈길을 끄는 개성 있는 콘텐츠 생산을 통한 치열한 경쟁 구도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진화력을 극대화시켰다. 이런 매체 특성 때문에 기존의 매체를 뛰어넘어 '유튜브 권력'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TV에서 높은 지명도를 자랑해온 소위 '예능 스타'들이 유튜브에 잇따라 입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종원의 요리비책' 채널은 구독자 수 285만 명, 최다 조회수 547만 명, 누적 조회수 9천336만 회에 이를 정도다.구글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인이 만든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는 채널은 2015년 367개, 2016년 674개, 2017년 1천275개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구글과의 광고 수익 배분과 후원, 상품 판매 등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그제 국회 기재위 국감에서 일부 인기 유튜버의 탈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년여간 탈세 혐의가 짙은 유튜버 7명이 총 45억원의 소득을 탈루했다가 적발된 것이다. 고소득 유튜버의 소득과 탈세 규모가 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국세청은 이들에게 총 1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관련 세무 규정의 미비에다 '신종 사업자'의 소득 파악이 어려운 점을 틈타 일부 유튜버들이 탈세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은 큰 문제다. 같은 1인 미디어 채널인 아프리카TV가 세금을 원천 징수하는 투명한 구조인 반면 구글 유튜브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탈세도 문제이지만 탈세를 부추기는 잘못된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

2019-10-11 20:33:06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흙떡' 맞은 삶

'시주하고 흙떡을 맞다.'1902년 18세에 결혼해 군인이 되었다. 그러나 1907년 23세 때 군대 해산, 이듬해 의병으로 싸우다 잡혀 종신형으로 옥에 갇혔다. 1910년 26세에 나라가 망하자 오히려 풀려났다. 다시 1913년 29세에 독립운동을 하며 비밀결사 참여와 친일파 처단, 독립자금 마련 등으로 세월을 보냈다. 1921년 37세에 또다시 잡혀 사형 구형, 무기징역 선고, 감형으로 1937년 53세에 풀려나자 독립운동을 준비했다.1945년 61세, 환갑 지나 해방됐지만 너무 많이 잃었다. 의병 투쟁 중 아내를 여의고, 다시 만난 아내마저도 무기징역 옥살이에 1남 1녀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떴다. 불행은 이어졌다. 가정은 비록 다시 꾸렸지만 투옥으로 제대로 살피지 못한 딸과 아들이 폐결핵으로 차례로 곁을 떠났으니 말이다.게다가 광복은 됐지만 옛 동지들과 재건한 독립운동단체가 곧바로 해산당했다. 6·25전쟁 전후에는 사회주의자로 몰려 가족과 헤어져 도망다녀야 했다. 이미 민족 지도자 여운형·김구 같은 인물의 암살에서처럼 친일 세력의 보복이 일제만큼 두려웠던 시절이었다.그에게, 되찾은 조국의 분위기는 '독립운동가의 삶이 시주하고 흙떡을 맞은 격'이었다. 일제에 맞서 버티던 그였지만, 1955년 71세가 되자 그런 세월을 견딜 수 없었던지, 남은 삶의 짧음을 느껴선지,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 옛일을 구술 기록으로 남기고 조용히 숨을 거뒀다.되찾은 나라에서 맛본 배신과 표변(豹變)의 사회를 살아갈 아들이 눈에 밟힌 듯 그가 되풀이한 이야기는 믿음이다. 그래서 그 아들이 기억하는 아버지 말씀은 '친구는 죽음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들이 자라 아버지 유훈을 새겨 지금도 간직하는 까닭이다."얼굴을 아는 사람이 온 세상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사람과 잘 사귀는 데는 신의(信義)가 제일이니라."그는 독립운동가 우재룡으로, 1915년 대구 달성공원에서 결성된 대한광복회 지휘장이다. 그를 기려 아들(우대현)이 최근 '대한광복회 우재룡'을 펴냈다. 3·1운동 100년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대한광복회 결성지 대구에서 발간됐으니 반기고 축하할 일이다.

2019-10-11 06:30:00

[관풍루] 정부, 전국 23개 예타 면제 사업에 24조원 뿌리기로 했지만 막상 지역 기업엔 '그림의 떡'

○…나라 쪼개져 두 동강 났다는 지적에 정치학자들, '여당이 나서 통합안 내야'. 글쎄요, 대통령은 국론분열 아니라는데 쪼개진 것이 있어야 통합하든지 하지.○…정부, 전국 23개 예타 면제 사업에 24조원 뿌리기로 했지만 막상 지역 기업엔 '그림의 떡'. 자기들끼리 떡 다 먹을 거면 지역기업 들러리 세우지나 말 일.○…이낙연 총리, 22일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한국대표로 참석해 화해의 메시지 전할지 이목집중. 죽창가 외치던 사람은 잊고 그저 국익만 챙기시길.

2019-10-11 06:30:00

채정민 사회부 교육팀 차장

[청라언덕] 번역이 한글의 경쟁력 높인다

9일은 한글날이었다. 이맘때면 늘 나오는 게 한글의 과학성, 우수성 얘기다. 그런 건 식상하다. 거짓이라는 말이 아니다. 당연한 걸 자꾸 되새김질할 필요가 없다. 1970년대 나온 자동차 포니보다 신형 쏘나타가 우수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한글은 서양의 알파벳보다 한참 뒤에 만들어진 '최신' 글자다.정작 말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한글로 된 자료가 얼마나 풍부한가다. '아우토반'이 깔려 있으면 뭐 할까. 그 위를 내달릴 자동차가 없다면. 한글이 과학적이라고 백날 떠들어댄들 한글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한글로 적힌 자료만 봐도 고급 지식을 얻는 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한글의 위상이 진정 달라진다. 그러나 현실은 어둡다. 글자 자체는 우수한데 그 글자가 담아내는 내용, 즉 '콘텐츠'가 부실하다. 박상익 우석대 교수가 책 '번역청을 설립하라'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은 아랍어 자료를 라틴어로 번역하는 데 힘을 쏟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는 그런 장면들이 묘사된다. 근대 이전만 해도 이슬람 문명에 비하면 서유럽은 야만 상태나 마찬가지였다.이슬람 세계는 고대 그리스의 과학과 철학을 번역, 자기 것으로 소화해냈다. 그리고 7~12세기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다. 뒤를 잇는 건 중세 서유럽. 이슬람의 학문적 성과를 번역, 소화하면서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됐다. 이 둘의 공통점은 '번역'을 통해 앞선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 덕분에 번영했다는 것이다.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의 사례만 봐도 된다. 19세기 말 메이지 유신 무렵 일본 정부는 번역국을 두고 서양 고전 수만 종을 번역했다. 그게 근대화의 바탕이 됐다. 그리고 일본어로만 공부해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학문적 수준'에 도달했다.일본 학자들은 서양의 개념을 한자어로 번역하는데 힘을 쏟았다. 'society'를 '사회(社會)'로 옮기는 등 그들이 만들어 쓴 단어는 한두 개가 아니다. 우린 그런 말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과거 일제 치하에선 어쩔 수 없었다 치자. 문제는 그런 흐름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번역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탓이다.요즘엔 아예 영어를 그대로 쓴다. 연구를 좀 해보려 하면 영어 원서가 앞을 막는다. 내용을 소화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외국어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는다. 지식과 정보를 쉽게 접하려면 언어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 도로, 철도처럼 번역도 사회간접자본이다. 그게 외국 고전과 최신 지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집단 지성'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도 번역은 활성화돼야 한다. 한글로 된 자료를 쉽게 나눠 읽고, 생각하고, 토론해야 집단 지성이 만들어진다. 영어로 논문을 쓰는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선 창의성도 발현되기 어렵다.다들 '조국 사태'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펜을 들고 칼처럼 이곳저곳 마구 휘두른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이내 다른 걸 또 찌른다. 잘못 찔러 생긴 상처에 대한 미안함, 반성 따윈 없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나 내뱉을 말들이 지면에 난무한다. 감정 과잉 상태에서 칼춤을 춰댄다.이 와중에 번역과 한글 얘기가 뜬금 없이 들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누군가 해야 할 말이고, 짚어야 할 문제다. 더구나 한글날이 엊그제 아닌가. 광화문 앞을 점령한 채 폭언을 남발하는 이들 사이에 세종대왕상이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며칠 사이 더 처연해 보인다.

2019-10-10 15:55:59

[관풍루] 일자리 안정자금 등 부정한 수법으로 받아 쓴 정부 보조금 올들어 7월까지만도 1천854억원 적발

○…유시민 "검찰 증거 조작 막으려 정경심 PC 옮긴 것" 주장하고는 핵심 증인인 증권사 직원 유튜브 인터뷰. 이번에는 "검찰 진술 조작 막기 위한 인터뷰" 소리 나오겠군.○…일자리 안정자금 등 부정한 수법으로 받아 쓴 정부 보조금 올 들어 7월까지만도 1천854억원 적발. 눈먼 돈이 된 국민 세금, 그런데 태양광 보조금은?○…대구 자영업자 밀집도 전국에서 세 번째 높고 1㎢당 창업자 188.9명꼴로 매년 증가세. 변변한 직장 없고 그나마 문턱 낮은 게 자영업뿐인데 경쟁은 안드로메다급.

2019-10-10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한국판 홍위병'

'대약진운동' 실패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은 '문화대혁명'으로 위기 탈출을 도모했다. 대륙 전역의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홍위병(紅衛兵)이란 이름으로 동원해 '정신상태가 불순한 지도층 인사'를 직접 구타하고 때려서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광풍(狂風)을 일으켰다.홍위병에 의해 희생된 대표적 인물이 마오로부터 국가주석을 물려받은 류샤오치(劉少奇)였다. 류를 비판한 마오의 글이 발표되자 홍위병들은 류와 부인을 거리로 끌어내 수모를 줬다. 홍위병은 마오에 의해 '주자파(走資派) 수괴 1호'로 꼽힌 류의 모자를 벗겨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류는 신발을 한 짝만 신은 채로 비난을 들어야 했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했다. "이 녀석들아! 나는 엄연한 이 나라의 국가주석이다"는 류의 외침도 소용없었다. 마오의 고향 후배이자 혁명 동지인 류는 지방 소도시에 가택연금을 당했다가 숨졌다. 홍위병들에게 체포될 때 걸렸던 심한 감기가 폐렴으로 이어져 사망했다.친문(親文) 좌파 진영이 어린이들에게 욕설이 섞인 '검찰 비하 노래'를 합창시키고 이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온라인에 유포했다. '한국판 홍위병'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검찰 개혁 동요 메들리'란 영상에서 어린이들은 "적폐검찰 오냐오냐 기밀누설 꿀꿀꿀" "석열아 석열아 어디를 가느냐, 국민 눈을 피해 어디를 가느냐" 등의 가사로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 얼굴도 안 가리고 정치 선동에 이용했다" "북한과 뭐가 다르냐" 등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아무리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호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을 비판하고 싶더라도 어린이들을 동원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어른들의 이전투구에 어린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아이들에 '증오의 동요'를 합창하도록 한 사람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1천만 명이 넘는 홍위병이 가져온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420만 명이 투옥 및 조사를 받았고 17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처형된 사람이 13만 명을 넘었다. 검찰을 비하하는 어린이들의 합창을 담은 영상이 홍위병 출현 전조(前兆)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좌파의 선전·선동이 어느 지경까지 갈지 걱정이다.

2019-10-10 06:30:00

석민 선임기자

[데스크칼럼] 거짓과 위선의 가짜 촛불은 가라

조국 사태가 거짓과 진실,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식과 정의의 관념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든지 반대했든지 관계없이 그가 꿈꾸었던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이 우리 국민이 바라는 바람직한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쳤던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반대하는 보수·우파 역시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좌·우, 보수·진보에 관계없이 이것은 대한민국의 상식이었다.조국 사태는 그동안의 상식과 정의를 뒤엎었다. 대를 이은 조국 가족의 웅동학원 비리 혐의에다, 조국 자녀 입시 부정 의혹, 정권 실세의 자리에 있으면서 사모펀드를 운영한 의혹 등 온갖 범죄의 피의자가 법무부 장관이 된 대한민국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시절에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가 되었다. 대한민국 법무부(法務部)가 법무부(法無部)로 바뀐 셈이다. 조국 법무부(法無部) 장관 부인 정경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 그동안 아무도 피하지 못했던 '검찰 포토라인'을 무력화시키며 황제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그들만의 특권과 반칙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통곡할 노릇이다.더욱 가관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런 조국을 두둔하며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으로 나름 대접받고 있는 사람들이 궤변과 요설의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심지어 초·중학생들까지 동원해 동요를 개사해 부르게 하며 조국의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 정말, 역겹고 극악무도한 '조국스러운 짓거리'를 서슴지 않는 이들의 정체는 뭘까?소위 좌파·진보 세력이라고 해서 모두가 상식과 정의를 내동댕이친 건 아니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조국 사태에 침묵하는 좌파를 비판했고,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조국을 뇌물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와 '민주'를 입에 달고 살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종교계 단체를 비롯한 각종 좌파·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꿀먹은 벙어리이다. 오히려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촛불집회를 열며 '우리가 조국이다'를 외친다. 그들이 조국만큼 특권과 반칙을 누리면서 호의호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조국스러운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역사는 말한다. 숱한 진실이 역사 속에 묻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한 번 드러난 진실이 결코 다시 역사 속에 묻힌 적은 없다. 조국스러운 자들의 거짓과 위선은 언젠가 만천하에 그 추악한 실체가 밝혀지게 될 것이다. 아니, 지금 그 괴물스러운 정체를 하나씩 드러내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의 싸움은 그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아직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살아 있다면 말이다.조국 사태로부터 양심 있는 진보·좌파 세력은 물론, 보수·우파 역시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성공적 산업화의 강한 빛 반대쪽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조국스러운 자들'은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민주화의 가면과 위선으로 어둠의 세력을 키워온 것이다. 조국 사태를 극복한 새로운 대한민국이 산업화의 그늘과 민주화의 그늘을 모두 치유해야 하는 이유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개인이나 그 가족에 대한 정의의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조국스러운 자들'을 양산해 내는 그 어둠에 빛을 비추어야 한다.

2019-10-09 08:39:43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청와대로 간 차사(差使)

자식들간에 벌어진 왕자의 난에 울분을 참지 못한 조선 태조 이성계는 왕위를 내려놓고 고향인 함흥으로 가버렸다. 형제들을 죽이고 왕좌를 거머쥔 태종 이방원은 아버지를 궁궐로 모셔오려고 애를 썼다. 왕위 계승의 정당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성계는 한양에서 특별한 임무를 띠고 오는 차사를 죽이거나 가둬버리고 돌려보내지 않았다.그래서 생긴 말이 함흥차사(咸興差使)이다. 한 번 가면 소식이 없거나, 심부름을 간 사람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를 두고 함흥차사라 부른 것이다. 그로부터 70년 후인 성종 때에는 함안차사(咸安差使)라는 말이 또 생겨났다. 경남 함안에 절세 미녀인 딸을 둔 자가 큰 죄를 짓는 바람에 조정에서 판관을 내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는 사람마다 재색을 겸비한 여인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죄인의 딸이 된 노아라는 여인은 부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기생이 되었던 것이다. 판관들은 매력적인 미모에 한시를 지을 정도의 학식까지 갖춘 그녀에게 홀려 하룻밤만 보내고 나면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의기양양하게 임지로 떠난 젊은 관리조차 노아의 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전철을 밟자, 조정에서는 강직하고 엄격하기로 이름난 위인을 특별히 선임해서 보냈다.그러나 준엄한 왕명을 받들고 일도양단의 각오로 내려온 그 판관 또한 역참에서 일하는 시골 아낙네로 변신한 노아의 의도적인 매력 발산에 이끌리고 말았다. 결국은 역원(驛院)에서 노아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애틋한 밤을 잊지 않기 위해 판관은 그녀의 팔뚝에 자신의 이름까지 새겨넣었다. 이튿날 함안 관아에 도착한 판관은 죄인의 딸부터 잡아들이고는 단칼에 처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여인의 팔뚝에 드러난 자신의 이름을 보고는, 노아를 풀어주고 판결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함안군 읍지에 전하는 일화이다.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고 특별한 임지로 부임했다가 함흥차사나 함안차사가 되는 사례가 옛일만은 아닌 듯하다.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안고 국리민복을 호언장담하며 청와대로 입성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부끄러운 말로를 보면 그렇다. 작금의 혼란한 정국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어쩌면 '청와대로 간 차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2019-10-09 06:30:00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대왕(한석규 분). tv 화면 캡처

[시사뒷담] 한글 파괴가 어때서? 뻔한 한글날 기사는 그만

매년 10월 9일 한글날만 되면 '한글 파괴'를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한 예로 지난해 한글날, 즉 2018년 10월 9일 연합뉴스는 ''세종대왕님이 우신다'…한글 파괴 앞장서는 지자체들'이라는 기사를 내놨다.이 기사에서는 '한글 대체가 가능한 행정용어를 외래어로 쓰거나, 한글과 외국어를 혼용해 신조어를 만드는 지자체의 한글 파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과학적인 문자를 갖고도 굳이 의미가 불분명한 외래어를 행정용어로 고집하는 지자체의 관행에 개선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해당 연합뉴스 기사에서는 글자(한글)와 언어(국어, 우리말)의 개념을 혼동해 썼습니다. 가령 '한글과 외국어를 혼용해'라는 표현은 '국어(한국어)와 외국어를 혼용해' 또는 '한글과 알파벳·한자 따위의 외국 문자를 혼용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독자들께 뒤늦게나마 연합뉴스 대신 양해를 구합니다.▶기사에서 제기한 일부 지적에는 고개를 끄덕일만하다.한 예로 공문서에 쓰이는 '가내시'(假內示)는 '임시통보'라는 뜻이다. 풀어 쓰면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에 몰래 알림'이다.'가내시' '임시통보'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에 몰래 알림'.3개 표현 가운데 쓰기 편리한 것은 무엇일까? 다시 설명할 필요가 거의 없고 짧기도 한 것 말이다. 임시통보가 아닐까? '임시'와 '통보'는 꽤 잘 알려져 있는 쉬운 단어이다. 상대적으로 낯선 '가내시'에 승리. 그리고 짧은 걸로 따지면 4자라서 '공식적으로~알림'(14자)에 승리.따라서 공무원들은 물론 시민들도 열람하는 공문서에는 가내시 대신 임시통보라는 표기를 쓰는 게 합리적으로 옳다. 아울러 공문서에 혹시나 많은 수의 '활자'가 들어가 복잡해질 것을 감안하면 긴 '공식적으로~알림'보다는 짧은 임시통보라는 표기를 쓰는 게 역시 합리적으로 옳다.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가내시는 퇴출될만하다.▶문제는 이런 경우 말고, 외래어나 혼용 신조어의 표기라는 이유로 무조건 쓰지 말자는 어조의 기사 속 주장이다.기사에서는 '블루시티(Blue-city) 거제' '로맨틱(Romantic) 춘천' '원더풀(wonderful) 삼척' '레인보우(Rainbow) 영동' '드림허브(Dream hub) 군산' 같은 지자체 슬로건들을 문제 삼았는데, 문제될 게 없다. 가령 우리말만큼 친숙한 외래어나 외국어라면 붙여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쓸 수 있고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들을 대상으로도 쓸 수 있으니 지자체 입장에서는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외래어·외국어가 요긴할 수 있다.무엇보다도 저 슬로건들이 문제될 게 없는 것은, 외래어·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했다는 점이다. 우리말이든 외래어든 외국어든 뭐든 능히 담아내며 한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게 한글 파괴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한글 파괴 문제를 다루는 기사에서 어김없이 제시하는 해결책 중 하나가 '한글 순화'이다.연합뉴스 기사에서는 공문서 작성 시 한자어 행정용어를 한글 행정용어로 고쳐 쓰도록 개선안을 만들고 그걸 직원들에게 교육한 지자체 사례를 전했다. 한 예로 '양도양수'를 '주고받음'이라고 고쳤다고 했다.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양도양수와 주고받음 둘 다 한글 표기라는 것이다. 양도양수는 讓渡讓受를 한글로 적은 것이다. 다수가 잘 모르는 한자를 다수가 잘 아는 한글로 바꿔 적어 공문서에서 쓴다. 한글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이걸 다시 주고받음으로 고친다면? 일부에서는 뜻이 쉽게 통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양도양수는 업계에서도 이미 그렇게 쓰고 있고 법원 같은 공공기관에서도 이미 그렇게 쓰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공유되며 원활한 업무를 가능케 해주는 단어로 양도양수가 다수에게 선택된 상황인데, 지자체만 쌩뚱맞게 주고받음이라고 쓰기 시작할 경우 오히려 지자체~업계~법원 같은 공공기관 등 간의 소통에 걸림돌이 돼 자칫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호환이 잘 되던 걸 가로막으니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양도양수의 뜻이 주고받음이라는 이해는 이미 폭넓게 공유돼 있다. 그걸 기반으로 양도양수가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이다.또 하나의 사례로 'Well-being'(웰빙)이 있다. 유럽에서 1980년대 중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2000년대에 본연의 모습을 갖춘 개념이다. 우리나라에는 없다시피 한 개념인 이 웰빙이 들어오자 국립국어원은 굳이 '참살이'라고 순화해 표기하자고 했다. 웰빙이라는 한글 표기가 미디어와 관련 업계에 자주 노출돼 대중은 퍽 익숙해져 있는데, 낯선 신조어를 제시해 오히려 헛갈리게 만들었다. 외국어였던 웰빙은 이제 외래어 웰빙으로 정착했다. 참살인지 참소준지 하루살인지보다 사람들에게 익숙하다는 얘기다. 다만 '참으로 사는 것' 식의 참살이와 닮은 설명이 필요하다면 해 줄 수는 있겠다. 참고로 여러 사전에서 가리키는 웰빙의 뜻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즉, 한글은 이런 게 아닐까. 한자 讓渡讓受를 양도양수라고 한글로 표기할 수 있으면 되는 거다. 영문 Well-being을 웰빙이라고 한글로 적을 수 있으면 되는 거다. 그렇게 한글은 자기 임무를 수행한다.그럼에도 괜히 언론이 나서서, 국립국어원이 개입해서 긁어 부스럼 식 혼란을 종종 만든다. 외국어를 한글이 오롯이 담아냈는데, 외래어란 한글이 외국어를 오롯이 담아내 널리 쓰이고 있는 증거인데, 이들을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낯선 단어로 바꾸자고 말이다. 또한 한글 곁에는 알파벳 같은 외국 문자가 아예 붙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물론 각종 인권을 짓밟는 표기의 개선, 일제어 표기 잔재 문제 해결, 가내시 같은 불합리한 행정용어 표기의 합리적 교체 등의 일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외래어·외국어 표기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게 아니라면, 대부분 글자 표기는 쓰던 대로 쓰는 게 소통에 가장 좋다.▶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한글 파괴 문제를 얘기할 때 주 근거가 돼서다.일단 표준국어대사전은 한글 및 국어의 뜻을 명확히 설명해주고, 풍부한 해설도 곁들이며, 특히 초심자 내지는 잘못 알고 쓰는 사람들에게 누구보다도 정확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꾸준한 연구의 성과물이어서 만드는 데 들어간 세금이 아깝지 않다.그러나 이게 헌법처럼 군림해서야 될 일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이 무슨 법전인가 말이다. 국립국어원이 마치 헌법재판소처럼 이건 맞고 저건 틀렸다 그러면서 한글을 자유롭게 조합하고 표현하는 국민들에게 가하는 '꼰대짓'에는 세금이 아깝다.또한 시대가 변화하며 새롭게 생겨나는 의미들을 한글이 신속하게 잘 담아내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신조어인데, 그게 당장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적하는 등 표준국어대사전을 진리 삼아 보도하는 언론 기사에는 휴대전화 데이터 요금이 아깝다.▶세종대왕은 후대에게 'ㄱㄴㄷㄹㅁㅂㅅ' 자유롭게 쓰라고, 필요하면 파괴의 미학도 즐기라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파괴는 글자의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좀 별로인 파괴는 글자의 시장에서 퇴출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게 우리 삶 내지는 문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마도 한글을 만들었을 것인데, 정작 그걸 제한하고 재단하는 국립국어원과 언론 때문에 우시지 않을까.그래서 한글 파괴에 대해 이젠 좀 달리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젊은 세대의 외계어, 야민정음 따위는 그들의 문화를 표현하고자 탄생해 한글에 담겨 공유된다. 이런 표기는 기성 세대가 단순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말살돼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세대 간 소통을 통해 이해될 필요가 있다.물론 이해하기 싫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젊은 세대의 한글 파괴 표기는 또래끼리 '암호 교환'을 닮은 소통을 하려는, 즉 기성 세대가 읽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한 목적일 수 있다. 그러니까 애초에 어른들은 이해하지 말라고 쓰는 것이고, 그 역시 한글을 가지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행위이다. 단, 이걸 모든 사람이 쉽게 읽어야 하는 공문서에 쓴다면, 기성 세대 위주인 심사위원들이 읽는 취업 이력서에 쓴다면, 쓴 사람은 질책을 받거나 손해를 볼 것이다. 그러니 젊은 세대는 그런 표기를 주로 친교와 유희에만 쓴다. 이렇게 가려서 한다면 한글 파괴가 뭐가 문제란 말인가.▶외계어, 야민정음 같은 걸 주고받던 젊은 세대는 언젠가 기성 세대가 돼 다시 젊은 세대의 '이해하기 힘든' 한글 표기를 접할 것이다. 그렇게 세대와 세대와 세대의 한글은 다른 결을 나타내지만, 같은 한글을 이래저래 조합해 표현하는 것이기에 마냥 단절은 아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모두 한글이다.한글은 먼저 사전에 기록된 표기를 엄준하게 지키면서도, 그게 양지와 음지 가릴 것 없는 다양한 영역의 표현들과 싸우기도 하고 물들기도 하고 포용도 하면서, 계속 변화하고 있다. 한글날은 그런 '역동성'과 '유연함'을 조명하는 날이지 파괴하는 날은 아닐 것이다.

2019-10-08 20:08:04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국민은 도구가 아니다

"그 문재인이 이 문재인이맞느냐." "태어나 처음 집회에 왔다.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조국 법무부 장관 구속과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던 '10·3 광화문 국민집회'에 참석한 청중들의 전언이다.건국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평가받는 10·3 광화문 집회 후에도 문 대통령은 애써 무시하며 일언반구도 없다. 청와대 앞에서 수천 명이 주야 농성을 하는데도 대통령은 말이 없다.문 대통령은 직접적인 대응과 메시지는 내놓지 않으면서 "국론 분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서울 서초동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집회에 대해서는 "검찰 개혁을 원하는 민심의 반영"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검찰을 겁박하고 있다.문 대통령의 인식은 한 국가 지도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안이하고 편향적이다. 조 장관을 사이에 두고 좌우 두 세력이 광장에서 주말과 공휴일마다 극단의 세 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이게 국론 분열이 아니라는 말인가.문 대통령은 여론조사에 의존할 이슈가 아닌 '지소미아 파기'는 여론에 따르고, 여론에 따라야 하는 '조국 장관 임명'은 민심을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 문 대통령에겐 친문 진영과 얼치기 좌파 홍위 세력만 국민인가 보다.문 대통령은 2017년 2월 대선주자 당시 한 방송에서 "국민들이 모여 '문재인 퇴진'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문 대통령은 "(하야 집회가 열리는 일)그런 일이 없겠지만"이라면서도 "그래도 물러나라고 한다면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겠다. 시민들 앞에 서서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충분한 대화 시간도 가질 수 있다"고도 했다.이랬던 문 대통령이 현재의 문 대통령이 맞는가.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해질 뿐이다.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며 문 대통령이 격려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을 친문 진영이 똘똘 뭉쳐 순식간에 '적폐 중의 적폐'로 만드는 과정은 너무도 '조국스러운 모습'이다이런데도 집권 당·정·청 어디서도 반성과 쇄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자신들 입맛에 맞으면 "촛불 혁명"이라 치켜세우고,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정치 선동"이라고 몰아세운다.'(기회)평등과 (과정)공정과 (결과)정의가 살아 숨 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문 대통령의 요즘 언행과 판단을 보면 눈을 씻고 봐도,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오히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통령'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상식 있는 국민들의 눈엔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붕당 패권' '분열과 선동' '자파 기득권 수호'에 매몰된 것으로 비친다.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식들이 구속될 판인데도 검찰 수사에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조국이 어떤 존재이건대 국민을 분열시키고 분노케 한단 말인가. 문 대통령과 조국이 말하는 검찰 개혁은 우리 세력은 보호하고, 상대방 세력은 적폐로 몰아 수사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문재인 정권이 한쪽의 힘을 빌려 한쪽을 제압하려 한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다. 어떤 선동과 기망에도 우리 국민은 진실과 본질을 분명히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다. 이제라도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내 편, 네 편을 모두 설득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민심에 맞춰 생각을 바꾸는 것이 문 정권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아니라면 국민의 심판과 몰락뿐이다.

2019-10-08 19:04:04

[관풍루] 조국 장관 부인 2시간 40분 조사받고 조서 열람은 11시간…

○…조국 장관 부인 2시간 40분 조사받고 조서 열람은 11시간, 동생은 구속영장 심사 하루 앞두고 허리 수술 입원. '불러 조지는' 검찰도 두 손 두 발 다 든 '미뤄 조지는' 가족.○…대구 10억원 이상 실거래된 아파트 5년 새 10배 급증, 서울 경기에 이어 세 번째. 아파트값은 천정부지인데 소득 감소는 눈에 뻔히 보이니 그야말로 요지경.○…'슈퍼 태풍' 19호 하기비스, 대륙고기압 확장 탓에 도쿄로 방향 틀 것이라고 기상청 예측. '미탁' 피해 복구하느라 바쁜 줄 알고 이번에는 건너뛰니 범절을 아네~.

2019-10-08 18:05:38

2일 대구 동구의회 본회의장에서 한국당 소속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의장 불신임 결의안에 대한 안건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취재현장] "이러려고 뽑아줬나" 자괴감 들어

"동네 정치에는 정당이 없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가장 가까이에서 초당적으로 봉사하는 자리이기 때문이지요. 의장단을 별도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추대한 게 첫 출발입니다."지난해 7월 제8대 대구 동구의회가 출범할 당시 구의원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지역사회와 가장 밀접한 기초의회이기에 정당 간의 소모적 정쟁보다는 생산성 있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는 각오였다. 이런 각오는 원 구성 당시만 해도 '유효'한 것처럼 보였다. 동구의회는 더불어민주당 7명, 자유한국당 8명, 바른미래당 1명이 당선돼 의장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판단됐지만, 오히려 최초로 의장단을 만장일치로 선출해 눈길을 끌었다.지난 1월 오세호 전 동구의회 의장은 매일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의장단은 물론, 상임위원회 구성과 위원장 선출 과정에서도 큰 잡음이 없었다. 구의원 상호 간 배려와 화합, 소통을 중요시한 결과여서 의장으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 전 의장은 인터뷰가 게재된 지 불과 9개월 만에 타의로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한국당 소속 황종옥 전 운영위원장과 김태겸 구의원이 이재만 전 한국당 최고위원의 불법 선거운동 사건에 연루돼 의원직을 상실한 게 발단이었다.공석이 된 운영위원장 자리를 놓고 잠잠하던 '정쟁'이 고개를 들었다. 한국당 구의원들은 "이주용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다가 그의 거취가 확정되면 차기 위원장을 선출하자"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구의원들은 "이 부위원장 역시 선거법 위반 및 위증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직무대행에 부적합하니 새롭게 선출하자"고 요구했다. 이 부위원장은 한국당 소속이다. 결국 단 3석뿐인 상임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할지를 놓고 '원조 다수당' 한국당과 '새 다수당' 민주당이 힘겨루기를 벌인 것이다. '소모적 정쟁보다 생산적 의정활동'이라는 표어가 무색하게 의회는 한 달이나 공회전하다 사상 첫 '의장 불신임' 사태까지 일으키고는 반으로 쪼개졌다.이는 동구의회 소속 구의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당선 당시 내걸었던 초심을 모두 잊은 죄다. "동네 정치에 정당은 없다"는 호언과 달리 이들은 정당을 중심으로 뭉쳐 갈등을 극한까지 몰아붙였다. 행정사무감사를 비롯한 구의회 주요 업무가 마비됐고, 구의원 간 감정의 골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오 전 의장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장으로서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일방적으로 한국당 측 의견에 손을 들어주며 표결을 거부하는 등 사태를 더 키운 탓이다. 그는 이번 불신임에 대해 "다수당의 횡포"라며 반박 성명을 내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상대가 다수라는 점을 알면서도 한 치의 양보조차 거부하는 아마추어적인 정치로 극단적 결말을 자초한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재보궐선거를 치르면 한국당이 다시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지역사회 전반의 친(親)한국당 정서를 고려할 때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한국당은 다수당 지위를 잃고도 재보선까지 원 구성 변동을 원치 않았고, 민주당은 이를 극구 반대했다는 분석이다.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정치적 구도보다 "자괴감은 우리 몫"이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더 크다. 기껏 뽑아 놓은 구의원들이 본업인 동네 정치보다는 정당 간 편 가르기와 힘겨루기에 골몰하는 모습만 봤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커진 구의원들 간 감정의 골도 크지만, 구의회와 주민 사이에 벌어진 골을 메우는 일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2019-10-08 15: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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