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조원진·유승민과 보수대통합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조원진 국회의원(3선)과 새로운보수당의 창업주 유승민 국회의원(4선). 대구 출신인 두 사람은 우리나라 보수계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지만 서로 엄청 싫어하는 사이다. 유 의원은 조 의원을 무게감이 떨어지는 데다 '건너야 할 탄핵의 강'을 가로막고 있는 친박 세력의 잔당쯤으로 분류한다. 그는 우리공화당이 포함되는 보수통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반면 조 의원은 'TV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인 중 퇴출돼야 할 3인의 정치인 중 1인으로 유 의원을 꼽았다.조원진 의원은 수구꼴통으로 통했다. 촛불 정국 이후 탄핵은 정당화됐고, 조원진과 태극기부대들은 '교주 박근혜'를 추앙하는 소수 극우집단 취급을 받았다. 일부 참석자들의 적절치 못한 행동이 전체 태극기부대원들을 양식 있는 시민에게서 더 멀어지게도 했다.그러나 요즘 조원진 의원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달라졌다. 그는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교류를 등한시하지 않는다. 사소한 약속도 지킨다. 지역의 주요 행사도 적극적으로 챙긴다. 집회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일부의 행위도 과감하게 정리해버렸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계속되면서 태극기부대에 참여하는 인원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당원 증가 속도가 기존 정당 중 최고라고 자평한다.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다른 건 몰라도 남자다' '의리가 있다' '만나 보니 괜찮더라'는 얘기가 퍼지면서 그의 주가는 상승 국면이다.유승민 의원은 개혁 보수를 대표한다. 박근혜 정권 때부터 바른말 하는 이미지로 그려졌다. 대학생들을 찾아 특강도 자주 다니고 발언도 개혁적이다. 국회의원 8명에 불과한 '꼬마 정당'의 창업주이지만 그의 파괴력은 상당하다. 그래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에 큰 방점을 둔다. 이를 알기에 유 의원은 자신의 요구 수위를 높여가며 통합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 한다.하지만 대구경북에서 유 의원은 여전히 심판의 대상자로 찍혀 있다. 어떤 정당의 간판을 달아도 대구경북에서 유승민에게 따라다니는 것은 '배신' 이미지이다. 이 때문에 결국 개혁 이미지가 먹힐 수 있는 수도권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많이 나온다.이는 유 의원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는 많이 신중하다. 가까이 해야 할 지역 언론과의 접촉은 가능하면 삼간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 중 유 의원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2주 전 저녁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있었던 '재경대구경북민 신년교례회'에도 약속과 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황이 변했다면 알려주는 것이 도리인 데도 주최 측이 행사 직전 확인 전화를 하자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다"고 비서진이 알려줬다.유 의원의 불참 소식에 대다수가 "보수통합을 원하면 보수적 유권자가 다수 모이는 자리에 오는 것이 도움이 될 터인데…"라며 많이 아쉽다는 반응들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유 의원의 능력과 진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보수 유권자가 절대다수인 대구경북민들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만이 보수대통합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태극기 집회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끊임없이 거론하고 마침내 이를 여론화시킨 세력도 보수대통합의 당당한 일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지금 시점에서 보수 지지층의 목전 바람은 총선 승리이지 대선주자 선출이 아니다.

2020-01-28 18:48:42

박상구 경제부 기자

[취재현장] 대구 전기차생산, 좌절하긴 이르다

지난달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전기 화물차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포터2 일렉트릭'을 출시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6일 기아차도 '봉고3 EV'를 내놨다.작년 5월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제인모터스가 1t 전기 화물차 '칼마토' 양산을 시작하며 국내 최초 전기 화물차 생산 도시라는 타이틀에 들떠 있던 대구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격, 최대 주행거리 등 비교 항목 상당 부문에서 칼마토가 포터2 일렉트릭, 봉고3 EV 등 경쟁 차량보다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대구시와 제인모터스는 완성차 업체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는 분위기다. 제인모터스는 특장차 분야와 전기 경운기 등 틈새시장 공략으로 방향을 틀었고, 대구시도 올해 들어 자율주행차산업 육성, 자동차 튜닝을 비롯한 대체부품산업 활성화 등 다른 분야 지원을 확대하는 모양새다.그럼에도 대구 자동차부품업계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오히려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 화물차 양산으로 기존 협력업체였던 곳들은 수주 물량 증가를 예상하는 곳도 적잖다. 대기업에서 전기 화물차 생산에 뛰어든 것이 대구 경제 전반의 악재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품목 전환을 모색하던 업체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대구시가 전기차 생산에 손을 놓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달성군 소재 한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는 "대구에서 전기 화물차 생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업 규모가 크지 않고, 차체를 현대차 포터 그대로 쓰다 보니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오히려 전기차 저변이 넓어지면 대구 자동차부품업체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여전히 대구 주력 업종이 자동차부품인 만큼 전기차 생산에 대한 지원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실제로 완성차 생산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구 주요 협력업체들은 전기차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삼보모터스는 전기차 시장이 막 생겨나던 2015년 감속기 사업부를 신설해 지금까지 양산하고 있다. 평화오일씰공업은 수소차 전기발생장치인 스택에 들어가는 부품 '가스켓'을 개발해 현대차에 단독 납품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업체들 얘기대로 여전히 대구 대표 산업은 자동차부품 업종이다. 전기차와 더불어 대구 미래차 육성 업종의 한 축인 자율주행차 부문에도 유망 기업이 많지만, 상당수가 IT기업으로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그런 의미에서 작년 대구시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경창산업과 업무협약을 맺어 원천특허기술인 차세대 전기모터기술을 이전키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내연차 시장 부진으로 지역 업계에서 '상장폐지 위기'라는 얘기까지 나왔던 경창산업 입장에서도 오히려 전기차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됐다.전기차 생산에서도 선도 도시가 되겠다는 대구시의 목표는 아직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이를 위해선 자체 연구역량을 갖춘 곳보다 당장 어려움을 겪는 2, 3차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원이 급선무다. 전기차 경우 배터리·모터 등 핵심 부품을 제외하면 생산구조가 내연차에 비해 단순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들도 뛰어들 여지가 충분한 시장이다. 자율차 육성에 나서되 수천 곳에 달하는 대구 자동차부품업체들이 고사하지 않도록 기술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2020-01-28 16:01:16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경자년 서생원

쥐와 인간의 역사는 애증의 쌍곡선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쥐처럼 상반된 이미지와 캐릭터를 지닌 동물도 드물다. 인류가 좀 더 원시적인 동물이었을 때는 쥐와의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별 위험 부담 없이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식량 자원이었다. 그런데 인류가 한데 머물며 농사를 짓고 생산물을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쥐는 도적으로 변했다.인간과 유사한 잡식성으로 인간의 생활권을 맴돌며 주로 양곡과 음식물을 훔쳐 먹고 살아온 것이다. 땅밑 음습한 곳을 본거지로 살아가는 야행성 동물이어서 각종 질병의 매개체가 되었다.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고간 페스트 역시 쥐가 주범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유해조수인 쥐를 박멸하기 위해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적인 쥐잡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그러나 쥐가 인간에게 유용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생명공학의 시대를 선도하는 실험용 흰쥐는 질병 연구와 신약개발에 긴요한 동물이다. 더구나 아프리카산 쥐는 지뢰 제거에 각별한 능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인명 구조 훈련에도 참여하고 있다. '미키마우스'나 '톰과 제리'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20세기 최고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이다. 조선시대에는 서생원(鼠生員)이란 명칭으로 품격있는 대우를 받기도 했다.극단의 이미지와 오지랖 넓은 속성 때문에 한국인의 생활 속에는 쥐와 관련된 속담이 숱하다. '독 안에 든 쥐' '쥐뿔도 모른다' '쥐 잡듯하다' '쥐 죽은 듯'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서생원의 지상천국은 인도에 있다. 까르니마따라는 힌두교 사원은 쥐를 신(神)의 사자로 추앙하며 신성시한다. 평생 먹을 것을 주며 상전으로 받든다고 하니, 그곳에 태어난 쥐들은 또 무슨 인연의 결과일까.인간 사회에서 쥐는 여전히 애증이 교차하는 동물이다. '쥐새끼'라는 천대에서 '서생원'과 '십이지신'(十二支神)의 첫 번째 대우에 이르기까지 쥐는 '도적, 탐욕, 간신'의 이미지에서 '지혜, 예지, 신성'의 상징이라는 극단을 오간다. 명실공히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쥐의 단점보다는 서생원의 장점과 이미지가 부각되며 국정 혼란과 국운 쇠진을 다스리고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증진하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2020-01-28 06:30:00

[관풍루] 북한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생산공장서 차량 활동 포착, 미사일 시험 준비 가능성.

○…북한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생산공장서 차량 활동 포착, 미사일 시험 준비 가능성. 무슨 짓을 해도 '평화'만 강조하는 문 정권있으니 딴 걱정일랑 붙들어 매고.○…불출마 선언했던 임종석 전 청 비서실장, 검찰의 권력형 비리수사 무력화 되자마자 민주당 정강·정책 방송연설자로 컴백. 누가 그랬나 '문 패밀리들 제 세상 만났다'고.○…사외이사 6년 임기 명시한 상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로 대기업 상장사들 사외이사 모시기 비상. 제 편 자리를 기업 경영의 자유와 맞바꾸는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

2020-01-28 06:30:00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27일 오후 서울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세풍] 역병(疫病)의 추억

본능적으로 인간은 아픈 기억을 잊고 싶어 한다. 1918~19년 전 세계에 창궐한 스페인독감이 그랬다. 스페인독감은 6억 명에 이르는 감염자와 최소 2천500만 명, 최대 1억 명으로 추산되는 사망자를 발생시킨 전대미문의 대역병(大疫病)이었다. 스페인독감이 휩쓸고 지나간 곳은 목불인견의 지옥도가 펼쳐졌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폐가 피에 잠겨 고통 속에 죽었다. 대혼돈 속에 망자(亡者)들은 최소한의 예우조차 받지 못하고 버려졌다. 그 장면을 봐야 하는 산 자가 죽은 자를 오히려 부러워했다고 전해진다.하지만 불과 100년 전에 일어난 일인 데도 스페인독감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14세기 유럽을 덮친 흑사병(페스트) 등과 견주어 봐서도 매우 이례적이다. 인류는 너무나 끔찍했던 스페인독감의 참상을 기억에서 애써 숨겨 놓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잊고 싶다고 해서 쉬 잊히는 것이 인간사인가. 끔찍한 대재앙의 기억은 인류 의식 깊은 곳에 강한 트라우마를 남겨 놓았다.이후 1세기가 지나는 동안 에이즈(AIDS)와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여러 종류의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했고 인류는 그때마다 스페인독감의 공포를 떠올렸다. 신종 바이러스들 대부분은 가축이나 야생동물들을 매개체로 삼아 잠복해 있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 몸에 침투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신종 바이러스는 그에 대한 면역체계를 갖추지 못한 인류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여러 신종 바이러스가 출몰했지만 다행히도 스페인독감과 같은 대재앙급 사태는 재발되지 않았다. 국제화가 1세기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성화됐기에 자칫 통제가 안 됐다면 스페인독감 때와 같은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의료기술이 발달했고 개인위생 환경이 개선됐으며 보건당국이 기민하게 대응한 덕분이다.그런 가운데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가 하나 더 출현했다. '우한 폐렴'이라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정확한 발생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의 수산시장에서 식용으로 취급하는 야생 박쥐로부터 사람에게 옮겨졌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우한에 있는 생화학세균연구시설에서 누출됐다는 설 등 추정만 분분하다. 향후 추가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전파율과 치사율 면에서 사스와 메르스 중간 정도인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27일 현재 중국에서 80명의 사망자가 났고 우리나라에서도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스와 메르스도 극복해냈듯 우한 폐렴 역시 수습 가능한 전염병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우한 폐렴의 경우 증세가 발현되지 않은 잠복기의 감염자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에 확인돼서 그렇다. 역대 여느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없던 특징이다.항간에서는 중국인의 우리나라 입국 자체를 막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고 의사협회조차 같은 주장을 펴고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법으로도 문제가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효과가 없다며 권장하지 않기에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야 할 조치이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옳다. 개인은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되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지금 인류는 우한 폐렴이 조기에 진압되느냐, 세계로 확산하느냐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2020-01-27 18:34:13

[관풍루]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대구경북 현역 국회의원 70% 물갈이' 엄포…

○…조국 사건은 대검 반부패부장과 중앙지검장이 뭉개고, 유재수 비리 수사는 동부지검장이 방어. 검찰(檢察) 요직에 검사는 없고 정치꾼 뿐이니, 이 참에 간판을 '정찰'(政察)로 바꾸는게...○…자유한국당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대구경북 현역 국회의원 70% 물갈이' 엄포에도 당사자들은 요지부동. 그런 '똥배짱'을 진작 써먹었으면 지금처럼 초라하진 않을텐데...○…경북대 의과대학이 2020년 의사국가고시에서 합격률 90.4%로 전국 최하위권 추락. 과거의 명성이 무색한 최악의 성적표에 불러야 할 노래는 오로지 '아! 옛날이여~'

2020-01-24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생환의 설 낭보를 빌며

'좀 더 높이 올라가야지….' '꼭 살아서 돌아가야지….'2000년 8월 25일. 새로운 천년의 설렘을 안고 대구의 20~60대 산악인 17명은 '새천년 초모랑마 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의 으뜸인 초모랑마(珠穆朗玛) 오르기에 나섰다. 흔히 에베레스트라고 부른 초모랑마는 티베트에선 '대지의 어머니'로 통했다.10월 15일 대구 귀환 때까지 52일 일정에서 5차례 8,848m 등정 도전은 헛되었지만 대원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이런 감사는 원정 중 일어난 60대 최고령 참가 대원의 예기치 못한 사고 때문에 더욱 그랬다.짐을 푼 5,400m 첫 출발 기지(BC)에서 29㎞ 떨어진 6,300m 전진기지(ABC)에서 정상 등반을 준비하던 중 고소(高所) 적응을 위해 4,000m 현지 마을로 하산하는 젊은 대원들과 달리 홀로 늦게 떠난 그가 앞선 대원들과 연락이 끊겼다 자정쯤 합류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날씨의 변덕과 오를 때 익숙한 길이 없어지곤 하는 산악지형 변화에다 발을 잘못 딛는 실수로 순식간에 눈밑 얼음 구멍으로 빠진 것이다. 미국 최고봉 맥킨리 정상도 밟았던 그였지만 당황해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무사히 탈출, 눈물로 해후한 일은 바로 기적이었다.생환(生還) 비결은 회자되곤 했다. 얼음 구멍 속에서 오직 보고픈 가족만을 떠올렸고, 아내와 자녀들 이름을 번갈아 불렀다. 그의 간절한 외침에 '대지의 어머니'도 외면하지 않았다. 지팡이에 기대 조금씩 발을 내딛고 마침내 얼음 구멍 속을 빠져나와 젊은 대원들을 울렸다.이후 정상 도전의 꿈은 접었지만 출발지 대구공항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애타게 불렀던 가족들과 극적인 재회를 했고 생업을 이어갔다.지난 17일 교육봉사활동에 나선 한국 교사 4명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로 실종, 아직 찾지 못해 국민을 애타게 하고 있다. 특히 설밑 들뜬 사람들과 달리 가족들의 속타는 심정은 어찌 다 헤아릴까.히말라야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자연 앞에서 무기력한 사람의 한계를 생각하면 '대지의 어머니'가 대구 원로 산악인에게 베푼 자비의 기적이 이들에게도 일어나길 비는 마음이다. 하늘이여, 그들 모두가 사랑하는 가족 이름으로 버티어 꼭 생환의 낭보 기적을 누리게 하소서!

2020-01-24 06:30:00

한윤조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데이터 홍수 시대다. 아침 출근길 교통 이동 경로부터 카드 결제, 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용, 스마트폰 검색 내역 등 한 개인에게서만도 매일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새롭게 생성되고 그 내역들은 대부분 기업·정부 등에 의해 차곡차곡 쌓인다.이렇게 특정 개인에게서 파생되는 다양한 디지털 정보는 과연 '내 것'일까, 아니면 소유권 개념을 논의할 수 없는 무형물일까.과거에는 '자원'이라고 하면 석탄·석유·광물 등을 맨 먼저 떠올렸지만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데이터가 황금알을 낳는 최고의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있다. 여기서 디지털 데이터는 '원유'에 비유되기도 하고, '21세기 자본'으로 불리기도 한다.얼마든지 돈이 되는 데이터는 우리 사회에 이미 넘쳐난다. 비즈니스의 데이터화에다 사물통신 사용 등이 급증하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조사기관 IDC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연간 디지털 데이터가 2025년에는 163조 기가바이트(GB)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풀HD급 영화 44조 편에 달하는 분량이다.계속 국회를 표류하던 '데이터 3법'이 연초 통과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숙제가 '데이터 소유권'이다.앞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가명정보'는 지금까지의 '익명정보'와는 그 양상이 사뭇 달라 일각에서는 그 부정적인 영향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익명정보는 식별자가 완전히 삭제되고 범주화된 정보이지만 가명정보는 좀 더 자세하다.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만 암호화해 알아볼 수 없게 처리했을 뿐 실존하는 인물의 정보 그대로인 것이다. 그래서 가명정보 데이터들은 몇 번의 분석과 처리 과정을 거치면 누구 정보인지 특정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은행이나 포털사이트, SNS 등을 통한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빈발한 탓에 우리나라의 가장 고유한 개인식별정보인 주민등록번호까지도 나만의 것이 아닌 현실을 감안한다면 가명정보를 통한 개인 식별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더구나 지금까지 개인정보 이용은 동의하에 이뤄졌지만 가명정보는 동의 없이도 활용될 수 있다 보니 내 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쓰고 있는지도 알 수 없어 불안감을 키운다.이번 데이터 3법 통과로 나에게서 생성된 소비 패턴부터 민감한 신용·의료정보까지 온갖 정보들이 기업의 돈벌이에 이윤 창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는 시행령 마련 등 후속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데이터 자원이 가진 가능성으로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갈 장밋빛 전망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데이터 소유권' 문제부터 공론의 장에 올려 시민사회 합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이미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민법상 '물건'의 개념에 데이터를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기도 하다.또 데이터와 개인정보 규제 완화가 개인의 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데이터는 잘 쓰면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삶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2020-01-23 15:28:4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 지지율의 비밀

경제는 '폭망' 수준이고, 정권을 휘청거리게 하는 대형 게이트들은 줄을 잇고,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고 폭주를 하는데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철옹성'이다. 이번 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45.6%로 지난주보다 1.2%포인트 올랐다. 총체적인 국정 실패를 고려하면 지지율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정도로 고공행진 중이다.국민이 체감하는 현장 민심과 문 대통령 지지율이 워낙 괴리가 크다 보니 여론조사를 아예 못 믿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조작설까지 언급한다. 석 달도 안 남은 총선에서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와 다르게 더불어민주당이 패하는 결과가 나오면 여론조사 기관들을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 득표율 41.1%보다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는 것은 미스터리(mystery)다.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 중 상당수가 대통령에 실망해 지지를 철회한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는 새로운 지지층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론을 하지 않을 수 없다.올해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지난해 대비 12% 증가한 180조5천억원에 달한다. 국가 예산 512조원의 35%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돈을 쥐여주는 현금성 직접지원사업 예산이 54조3천17억원이나 된다. 현금성 예산은 2017년만 해도 전년 대비 5.9% 증가에 그쳤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14.9%, 2019년 16.6%, 올해엔 12.5% 등 해마다 큰 폭 증가했다. 이 결과 정부로부터 현금 지원을 받는 국민이 1천200만 명에 달하는 실정이다.돈을 안겨주는 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복지를 빙자해 국민 세금을 때려 부은 문재인 정권의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로부터 현금 살포 혜택을 받은 사람 중 다는 아니겠지만 일부가 대통령 지지층에 새로 편입됐을 개연성이 크다. 정권은 싫어하지만 나라에서 나오는 돈이 끊길까 하는 걱정에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선거에서 유권자에게 돈을 주고 표를 사는 것만이 매표(買票)가 아니다. 나라 살림과 국민의 삶이 엉망이 되든 말든 나랏돈을 풀어 지지층을 늘리고, 정권을 연장하려는 것은 매표를 넘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국가를 파멸로 몰고 가는 범죄다.

2020-01-23 06:30:00

[관풍루] 지난해 경제 성장률 2.0%로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최저치.

○…민주당,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세습 공천' 파동 겪고도 DJ·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과 사위 공천 추진. 계획대로라면 30년 집권이 아니라 대대손손 영구 집권도 가능할 듯.○…지난해 경제 성장률 2.0%로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최저치. 대통령은 "우리 경제 좋아지고 있다"는데 통계는 거꾸로이면 둘 중 하나가 거짓말.○…북 당국, '우한 폐렴' 확산 우려해 중국인 관광객 북한 입국 무기한 중단. 감염병 예방 통제력 취약하니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아예 봉쇄하는 게 때로는 상책.

2020-01-23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반려곤충 귀뚜라미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가슴 깊이 파고드는데, 들리지 않은 그 목소리에 스쳐가는 바람소리뿐….' 1980년대 감미로운 목소리와 애수 어린 감성으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 백영규의 노래 '슬픈 계절에 만나요'는 이렇게 귀뚜라미 울음소리로 시작한다. 수컷이 암컷에게 보내는 사랑의 노래가 인간의 정서에 부합해서인지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고적한 가을밤의 외로움을 달래는 자연의 멜로디이다.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을을 상징하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문학이나 음악의 소재로 널리 등장하며 계절의 순환과 인생의 무상감을 대변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왕실은 물론 귀족사회에서도 귀뚜라미를 애완용으로 기르며 귀뚜라미 싸움을 즐기기도 했다. 삼국지를 그린 대하드라마에서 적벽대전 패배 직후 등장하는 조조의 아들 조비가 귀뚜라미 싸움을 보며 히히덕거리는 장면이 그 좋은 사례이다.관우의 복수를 위해 오나라 손권을 공격한 이릉전투 참패 후 스러져가는 아버지 유비의 백제성 호출을 받은 유선이 제갈공명 앞에서 애완 곤충인 귀뚜라미를 가져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눈물을 찔끔거리는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인들의 귀뚜라미 애호 행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산둥성 닝양현에 있는 한 마을은 최상급 귀뚜라미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이 때문에 가을이 되면 전국의 귀뚜라미 판매상이 몰려들면서 100곳이 넘는 귀뚜라미 판매점이 개설된다고 한다. 귀뚜라미 싸움에 거액이 오가는 도박판이 횡행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궁녀나 귀족들이 귀뚜라미를 잡아넣은 금롱(禁籠)을 머리맡에 두고 밤마다 울음소리를 들으며 고독을 달랬다고 한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나오는 내용이다.농촌진흥청과 경북대병원 공동 연구진이 '귀뚜라미 키우기'가 특히 노인들의 외로움을 치유하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귀뚜라미의 이 같은 심리 치유 기능이 노인학 분야 국제 학술지에도 게재되었다고 한다. 공간적 제약과 경제적 부담이 적은 것도 큰 장점이다. 반려동물에 집착하고 반려곤충까지 절실한 것은 현대인들의 삶이 그만큼 삭막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2020-01-22 06:30:00

[관풍루] 노동당 간부 출신 대구 60대 새터민, 야산서 외로이 숨진 채 발견

○…문재인 대통령, 21일 세종청사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검찰개혁 후속 조치에 전력 당부. 국민, 결국 손발 잘린 윤석열 검찰총장 쫓아내라는 주문이니 법무장관 인사 칼춤만 남았군!○…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 21일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의 아버지 지역구 출마 준비 비판. 북한, 우린 김일성 3대(代) 세습도 하는데 쫀쫀하게 그깟 부자(父子) 세습쯤 어때서?○…노동당 간부 출신 60대 새터민, 17일 대구 수성구의 한 야산에서 외롭게 숨진채 발견. 탈북민, 북쪽 김정은 눈치만 보지 말고 사선(死線) 넘어 남쪽 나라 온 우리도 봐주오.

2020-01-22 06:30:00

김수용 서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무엇을 겨냥한 부동산 정책인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언급하고 나섰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9억원 초과 주택으로 대폭 확대하고, 심지어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원상회복돼야 한다"면서 강력한 대책을 계속 내놓겠다고 했다.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새 정책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추이를 관망하다가 다시 기승을 부렸고, 정부는 맞대응 정책을 내놓기를 되풀이했다. 집값이 폭등해 시세 차익이 큰 폭으로 커졌을 때 거래세를 인상하는 식이다. 정부는 2021년 이후 양도분부터 2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인상하기로 하고 법 개정을 추진한다. 세율은 최고 50%다.그런데 정부 정책이 늘 일관성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가라앉으면 경기 부양을 위해 세율을 조절하기도 한다. 이런 기억이 있는 주택 소유자들은 집을 내놓지 않고 숨죽여 기다린다. 수요는 여전한데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지면 특히 학군과 교통까지 갖춘 노른자위 지역은 하루에 1억~2억원씩 오르며 부르는 게 값이 된다.그러자 정부는 거래세가 아닌 보유세를 손대기 시작한다. 비싼 집을 갖고만 있어도 엄청난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은퇴자가 세금 내려고 재취업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그런데 이들은 보유세가 올라도 집을 못 판다. 주변 집값이 다 올라서 내 집을 팔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느끼기에 주거 환경이 나쁜 곳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다.그러다가 불황이 닥쳐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집값이 급락하면 정부 정책은 한 걸음 물러서고, 현금 부자들은 집을 사 모은다. 그러자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투기 세력까지 등장해 하루가 멀다하고 집값을 올린다. 정부는 거래세와 보유세 카드를 번갈아 또는 동시에 꺼내든다. 정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이런 식의 사이클을 되풀이한다.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는데, 청와대가 나서 '강남, 9억원' 등으로 편을 갈라 '총선 마케팅'을 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물론 집값 폭등이 이번 정부의 책임만은 아니며, 집값 안정이라는 큰 틀의 목표는 누가 정권을 잡느냐를 떠나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계산이 깔린 부동산 정책이라면 국민들은 용납할 수 없고, 더구나 어설픈 협박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부터 진단해야 한다. 대입 제도 변화, 과세 형평성 논란, 지역별 인구 추이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입 제도를 손보겠다며 지난 2018년 공론화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결국 수시모집 비율도 줄어들지 않고 흐지부지 마무리되자 내신 성적 받기에 유리한 지역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조국 사태 이후 여론이 들끓자 대입제도 개편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고, 결국 정시모집 비율을 늘렸다. 그러자 강남 8학군과 수성구 등지의 학교가 다시 주목받게 됐고, 해당 지역 집값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냥 어설프다고 혀만 차기에는 도가 지나치다.정부가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온다. 보유세가 부담스러워 집을 팔려니 양도소득세가 무섭고, 양도소득세를 내고 나면 근처에 매입할 수 있는 집이 없다. 결론은 어떻게든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평 과세가 이뤄지고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인다면 그나마 용인할 수 있겠지만 행여 누군가의 우려처럼 총선 마케팅용 푯값으로 쓰일까 봐 걱정스럽다.

2020-01-21 19:09:57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文대통령과 영화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12월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분으로 부산에서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30㎞ 내에 부산, 울산, 양산 시민 340만 명이 살아요. 만에 하나 그런 사고가 발생하면 이거는 뭐 인류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최대, 최고, 최악의 원전 사고가 되는 거거든요."취임 한 달여 뒤인 2017년 6월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발표하고 탈원전을 선포했다. KBS가 팩트체크라며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탈원전을 공약한 만큼 영화 '판도라'와 탈원전은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판도라'를 본 문 대통령이 탈원전 결심을 확실하게 굳혔다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영화 관람으로 문 대통령이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경우가 잦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후 문 대통령은 "아직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고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하고서는 "(역사는) 이렇게 뚜벅뚜벅 발전해오고 있는 거다. 우리가 노력하면 바뀐다"고 밝혔다. 이어진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예술인들과의 점심 자리에서는 더 강한 발언이 나왔다. "책임 있는 사람들, 벌 받을 사람들. 확실히 책임지고 벌 받게 하는 그게 해야 될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문 대통령이 지난 주말 영화 '천문'을 관람했다. 신분과 상관없이 실력만으로 인재를 발탁해 과학 발전을 이룬 세종대왕과 노비 출신 천재 과학자 장영실을 다룬 영화다. 온라인에선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자들을 언급하며 "애가 탄다"고 했던 점을 지적하며 영화 관람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영화 '판도라'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의 탈원전을 꼬집는 댓글도 있었다. "세종대왕 시절은 우리 역사상 과학기술이 융성했던 시기"라는 문 대통령 발언과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을 폐기하는 탈원전이 모순된다는 것이다.견강부회일지 모르지만 문 대통령의 '천문' 관람 목적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세종=문재인, 장영실=조국, 과학 발전=검찰 개혁'이란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지 진영 논리를 담은 영화를 편식(偏食) 관람하는 대통령 탓에 온갖 추리를 하게 된다.

2020-01-21 06:30:00

[관풍루]리얼미터 여론조사, 20대 국회의 여야 정당 간 '협치'에 대한 부정 평가 답변 90.6% 기록.

○…북한, '1세대' 항일 혁명 투사라며 황순희 장례식을 19일 평양 국장으로 치렀다고 20일 보도. 생존 한국 항일 독립투사, 같은 나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우리도 저리 해줄까?○…리얼미터 여론조사, 20대 국회의 여야 정당 간 '협치'에 대한 부정 평가 답변 90.6% 기록. 국민, 우리 국회에 너무 낯선 '협치'라는 질문을 던진 여론조사 기관이 더 문제네요.○…대만 관광객, 지난해 대구 찾은 외국인 관광객 70만의 절반 가까운 30만명에 육박. 대구시민들, 비단 장수 왕서방 '띵호아'가 아니라 대만인 여러분 '띵하오'(頂好)입니다!

2020-01-21 06:30:00

홍준표 서울정경부 기자

[취재현장] 정종섭, 또 다시 'TK 물갈이' 신호탄?

'정종섭 사퇴…與 TK 물갈이 신호탄?'이 제목에 눈길이 간다. 이유는 이렇다. 2015년 11월 9일 보도전문채널의 보도인데 정종섭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이 2016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듯 장관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다. 2020년 1월 19일에는 '정종섭 "21대 총선 불출마"…TK·진박 물갈이 쇄신론 확산되나'라는 기사가 나왔다.친박(친박근혜)을 넘어 '진박'(진짜 친박)으로 불리는 정종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대구 동갑)이 이날 대구경북(TK)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4·15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미있게도 두 보도가 20대 총선, 21대 총선을 앞뒀다는 시점만 다르지 프레임은 하나다.다시 정 의원 사정에 집중해본다. 정 의원은 지난해 7월 재선 도전에 강한 의욕을 보이며 지역 사정에 밝은 4급 보좌관 한 명을 영입했다. 이달 3일만 해도 'TK 한국당 현역 100% 물갈이설'에 "이해당사자인 TK 의원들이 반발하자니 변화를 거부하는 듯한 모양새라서 처신도 참 곤란하다"는 한편으론 "소문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그랬던 그가 실은 3주 전 즈음부터 불출마 선언문을 만지작거렸단다. 배경이 궁금했다. 그래서 측근에게 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 그리고 보수 통합 문제를 두고 고민하던 차에 언론에서 연초부터 TK 정치권을 향해 총선 불출마 선언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탓으로 보인다"고 했다.새해 들어 서울 언론과 정치권이 부쩍 'TK 물갈이'를 외친다. 조선일보는 18일 자 신문에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인터뷰를 실었는데, "공천받으면 무조건 된다고 생각하니까 안 물러나는 것 같다"며 "나라를 위해 불출마가 명예이고 영광이란 생각을 해야 한다. TK 지역 '컷오프' 비율에 대해선 따로 생각하는 게 있다"고 직격했다.중앙일보는 20일 'TK에 눈물의 칼 휘두르는 게 내 운명'이라는 제목으로 김 위원장 인터뷰를 게재했다. '칼자루'를 쥔 이들에게 TK는 지난 총선 당시 공천 파동의 중심지였으며, 총선 패배의 단초를 제공한 곳이다. 분당 사태와 박 전 대통령 탄핵, 대선·지방선거 패배를 거치며 보수 진영 몰락 원인의 한 축이다. 그래서 '폐족'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당 쇄신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결국 앓는 소리가 나온다. TK 한국당 한 보좌진도 "만만한 게 홍어"라며 정색한다. TK 한 중진 의원은 "서울 언론이 '물갈이'를 이야기해도 지역 언론만은 키울 사람을 키우고 지켜줘야 한다. 그래야 TK 정치력이 살아난다"고 호소한다.아마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칼자루를 TK가 쥐고 있지 않아서다. 더 우울한 것은 향후 10년 이내에 TK 정치권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가능성도 극히 낮다는 점이다. 서울 여의도 정가에서는 "TK 3선은 수도권 초선만 못하다"는 시각이 이미 진부한 이야기일 정도다. 심지어 어떤 이는 "지금 신세라면 부끄러워야 하는데 TK 정치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더 망가지고, 더 큰 수모를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TK 한 초선 의원도 "이제 TK가 보수의 주역이던 한 시대가 끝나감을 느낀다"고 푸념할 지경이다.그래서 조언한다. 부디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 모른 채 '공직 생활 시즌2'를 하는 일은 그만두시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이 치욕스럽더라도 왜 재선·3선을 해야 하는지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 보이길 바란다. 그 끝에 'TK 물갈이' 탈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

2020-01-21 05:00:0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뭘 잊어달라는 건가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많은 말을 했다. 그중 "대통령 끝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가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세간의 반응은 한결같다. "잊어달라고? 왜 그래야 하는데?" 그렇다. 쓰레기통에서 피워낸 우리 민주주의를 다시 쓰레기통으로 처박고, 법치를 파괴했으며, 국민 경제를 거덜냈고,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가리 찢어놓았으며, 북한에 굴종하며 국가안보를 김정은에게 저당잡힌 그 반(反)민주적, 반(反)양심적, 반(反)공동체적, 반(反)역사적 행적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나?문 대통령의 모든 행적을 잊을 수 없지만 특히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동일한 문제라도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 말과 행동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바꾸는 기만성이다. '윤석열 검찰 대학살'은 이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 때 "MB(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2017년 대선 때도 "권력 눈치 안 보는 성역 없는 수사기관을 만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그러나 '우리 총장님 윤석열'이 "살아있는 권력에도 똑같이 하라"는 당부를 실천에 옮기자 '윤석열 사단'을 해체해버렸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이다. 그러나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조롱당하고 있다. 인사권 행사로 발탁된 친문 검찰 간부는 "조국을 무혐의 처리하자"고 했다가 후배 검사에게 "네가 검사냐" "조국 변호인이냐"는 반말을 들었다.또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의 압수수색을 청와대가 거부하자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방해하고 그것을 통해 탄핵을 모면하고 사법 처리를 모면하려는 행태" "정말 개탄스러운 일"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청와대'는 검찰이 법원의 허락을 받은 합법적 압수수색을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은 위법한 수사"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이런 이중성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체질화돼 있는 듯하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기각하자 "헌재의 결론이 일반 국민의 상식과 똑같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180도 달랐다.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과 국회에 헌재가 어떻게 맞서느냐는 거다. 이런 논리는 마침내 헌재는 선출된 권력은 탄핵할 수 없다는 반(反)헌법적 결론에 이른다."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는 다행히 기각됐다. 하지만 인용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실제로 헌법재판관 2명은 인용 의견이었다. 같은 의견을 가진 재판관이 다수였다면 대통령은 탄핵되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줬을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권한의 정당성이 어디 있을까? 국민이 그들을 헌법재판관으로 선출한 것도 아니다."('문재인의 운명')이 논리대로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은 정당하지 않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국민의 힘으로 가능했다"며 쌍수로 환영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하지 않고 세습이라도 했나? 국민이 지금 문 대통령에게서 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기만성의 확대재생산이다. 지긋지긋하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영화 제목이 생각난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2020-01-20 19:10:34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나눠 산 대구 어머니

"어느 날…두 거지가 왔다…'아주머니, 도와주세요'라고 구걸하였다.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순간 나는 마음이 아팠다…내가 울면서 재차 빌자 어머니는…눈물을 닦아 주었다…'착한 아들, 난 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장난쳤던 거야…너의 눈물에서 동정심이 보여 엄마는 정말 흐뭇하구나. 너는 이런 동정심으로…모든 민족, 인류를 위한 마음을 키워야 한단다!'라고 말하면서 쌀을 두둑하게 거지에게 주었다…."대구 달성군 출신 독립운동가 이두산은 1939년 3월 1일 중국에서 펴낸 잡지 '동방전우'의 '어머니의 얼굴'이란 글에서 '어머님의 가르침 아래 나의 혁명 사상은 나날이 성숙해졌다'고 썼다. 또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난관을 뚫고 나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뒷날 귀국, 고향 어머니 산소를 찾은 그는 '묘비에 박힌 글을 어루만지며 어머니를 떠올렸고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며 대성통곡했다.'우리 어머니에겐 이처럼 나눔의 피가 흐른 듯하다. 이미 국채보상운동 때 반찬 줄이기, 쌀 한 숟가락 모으기, 비녀와 패물 등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지 않았던가. 나라가 망하자 천도교에서는 10년 안에 나라를 찾겠다며 쌀 한 줌의 성미(誠米)운동을 벌여 3·1운동 밑자금을 모았다. 새마을운동 때, 농촌 부인네는 쌀을 모아 '좀도리 저축'에 나섰고, 전북 여성은 1980년 전국체전 때 그렇게 모은 돈에서 1억원 성금을 내놓은 사례가 오늘까지 전한다.지난해 11월 20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달 31일 마감 예정으로 시작한 '희망 2020 나눔'의 '사랑의 온도탑'이 58일 만인 지난 16일, 목표액 100억2천만원을 훌쩍 넘긴 100억9천200만원을 기록했다. 마감까지 12일 남은 만큼 기록 경신은 진행 중인 셈이다. 지난해보다 14%(12억3천만원)나 목표가 늘었지만 일찌감치 앞당겨 채웠다.대구의 이런 행적은 대구 어머니의 나눔 가르침에다 국채보상운동 같은 자랑스러운 기부 역사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심한 정치적 핍박에다 가뜩이나 전국 최악의 경제지표 같은 힘든 지역 경제 살림 속에 일군 이런 나눔의 대구 흐름은 놀라운 일이다. 이런 나눔이 다른 분야로까지 더욱 퍼지면 대구는 분명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걸으리라 믿는다.

2020-01-20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어설픈 경제 낙관론이 나라를 망친다

국민은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거리마다 빈 점포를 보기가 어렵지 않다. 텅 빈 가게엔 어김없이 임대를 알리는 쪽지나 현수막이 붙어 있다. 그 빛이 바래도록 가게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한다. 영업하는 가게들도 손님이 줄었다고 아우성이다. 한때 잘나가던 상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내수 부진에다 높은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매일매일 폐업을 고민한다. 이들의 몰락은 수치로 확인된다.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소득 상위 20%)에서 자영업자는 지난해 5만700가구가 줄었다.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소득 하위 20%)는 6만6천400가구가 늘었다. 소득이 한두 단계씩 내려앉으면서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청년들은 '일자리 정부'가 만들어 낸 고용절벽에 허우적대고 있다. 직업도 없는데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어쩌다 결혼해도 아이 낳기가 겁난다.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3%다. 청년 4, 5명 중 한 명꼴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2016년 이후 내리 4년째 실업자 수는 100만 명 이상이다. 경제 활동의 허리인 40대는 민간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은퇴한 60대를 세금으로 유혹해 일자리 머릿수를 채우고 있다. 경제는 어렵고 국민은 걱정이 많다.거시경제라고 다를 바 없다.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긴다. 한국은행은 지난 한 해 동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네 번이나 낮췄다. 그렇게 낮춘 목표가 2%다. 정부는 이나마 달성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 한다. 그래도 한국의 잠재성장률 2.5%에는 한참을 못 미친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이의 하락은 경제성장의 둔화를 뜻한다. 한국은 2년 연속 성장률도 떨어지고 잠재성장률도 하락했다. 반면 미국,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잠재성장률이 올랐다. 최근 2년간 한국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나라는 OECD 국가 중 터키와 아일랜드뿐이다.수출로 일으킨 나라에서 수출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018년 6천억달러를 달성했던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0%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세계와 함께'라면 좋겠지만 지난해 전 세계 10대 수출국 중 한국의 수출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한국이 경제 대국에서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지금 한국은 절벽에 서 있다. 떨어지지 않으려면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시경제가 좋아진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용지표가 브이(V)자 반등에 성공했다'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매달 발행하는 'KDI 경제 동향'에서 '경기 부진'이란 표현을 '낮은 성장세'로 바꿨다. 대통령과 관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제 낙관론을 펼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늘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고 시간이 흐르면 하향 조정하는 것을 반복해 왔다. 고성장을 말하고 저성장에 그치는 정부는 양치기 소년일 뿐이다. 낙관론의 근거 역시 지난해 고용이건, 수출이건 워낙 부진했던 데 대한 기저효과일 가능성이 크다.어설픈 경제 낙관론은 나라를 망친다. 여기에 기대다 보면 대책을 내놓을 수 없고, 대책을 내놓아도 현실과 동떨어지기 쉽다. 핑크빛 경제 전망에 민심이 차가운 이유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청와대, 그 주변 관료들의 부창부수는 계속된다. 아! 그러고 보니 4월 선거가 코앞이다.

2020-01-19 19:57:52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국민이 암행어사'

치솟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던가. 지난 13일 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축하 파티를 열었다. 서울 한 남도 음식점에서 '2020 신년 만찬'이란 명분으로 열린 파티엔 여당 지도부와 의원 50여 명이 모여 "검찰 개혁" "총선 압승"을 소리 높여 외쳤다. 한 의원은 "총선에서 우리가 다 당선돼서 17개 시·도에서 맛있는 것을 다 가져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기염을 토했다.민주당이 파티를 연 2020년 1월 13일은 문재인 정권엔 '환희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여당과 위성 야당들은 이날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지휘부 대학살에 이어 이날 검찰 수사 조직을 대거 폐지하는 직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권 심장부를 향해 칼을 겨눈 검찰의 힘을 빼는 데 성공한 정권으로서는 축배의 잔을 들기에 충분했다.여당의 축하 파티 소식을 듣고 춘향전에 나오는 변사또 잔치를 떠올린 사람이 많았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저들이 변사또처럼 잔치를 벌이며 웃음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를 날이 도래하고 말 것"이라며 변사또 잔치에서 암행어사 이몽룡이 지은 한시를 인용해 민주당에 경고장을 날렸다.'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天人血·금잔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옥쟁반에 담긴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촉루락시민루락(燭淚落時民淚落·촛대에 촛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망 소리 드높도다)'. 국민은 눈물, 원성을 쏟아내는데 교만한 정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잔치판을 벌이는 현실. 참담 그 자체다.이몽룡은 암행어사 출두로 춘향을 구해내고, 변사또를 엄벌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이 나라엔 암행어사가 보이지 않는다. 사분오열된 야당들은 정권 폭주를 견제하지 못하고 검찰은 손발이 잘렸다. 4월 총선에서 표를 가진 국민이 암행어사가 돼 정권을 치죄(治罪)해야 하는 지경이다.

2020-01-17 19:47:19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노인과 시니어

며칠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읽은 글이다. 젊은 회사원인 글쓴이가 지하철을 탔는데 마침 자리가 하나 비면서 옆에 서 계시던 노인에게 양보했더니 "일하느라 고생하고 힘든 사람이 앉아야지, 나 같은 사람은 조금 서서 가도 된다"며 되레 자리를 권하더라는 사연이다. 글쓴이는 이 경험을 계기로 그동안 노인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되돌아보게 됐고, 젊은이를 배려하고 포용하는 '어르신'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하지만 세대 간 벽을 뛰어넘는 이런 훈훈한 사연은 가물에 콩 나듯 접하는 사례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노인 이미지는 이와는 정반대다. 무례하고 시끄러운 철면피의 인상이 더 강하다. 이런 노인의 공통점은 나이를 마치 훈장으로 여기거나 주변 사람과의 공감 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밉상' 노인들이라는 점이다.최근 통계를 보면 국내 65세 이상 노년 인구는 800만 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15.4%다. 문제는 올해부터다. 앞으로 10년간 베이비부머(1955~1964년생) 세대가 노인 인구에 계속 합류하는데 그 수가 무려 805만 명이다. 연평균 80만 명꼴로 그동안 한 해 40만~50만 명씩 늘던 것이 올해부터는 두 배씩 늘어나는 '노인 인구붐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고령화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 1천50만 명,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의미한다.이런 현실에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나 이미지 제고를 통한 세대 간 '격차'나 '불화' 해소가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호칭을 둘러싼 고민도 그중 하나다. 법적·행정적 용어로 만 65세 이상 연령층을 흔히 '노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말 그대로 '늙은이'를 뜻하는 이 용어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더러 '어르신'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높임말이 불편하다는 반응도 많다.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고령자' '시니어' 같은 의미 중립적인 용어다. 알게 모르게 특정 용어나 호칭이 주는 선입견과 차별 의식 등 부작용을 감안하면 노인에 대한 호칭은 신중할수록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에게서 존경받을 만한 따뜻한 심성의 노인, 즉 시니어가 되는 길이다. 노인도 이제 연습이 필요한 때다.

2020-01-17 06:30:00

[관풍루] 이해찬 민주당 대표, 선천적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비판에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적 발언"이라고 해명.

○…이해찬 민주당 대표, 선천적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비판에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적 발언"이라고 해명. 무의식적 행동은 의식의 누적적 결과라고들 하지.○…리얼미터,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 51.2% 긍정평가 45.1%로, 부정평가가 8주만에 과반 넘었다고 발표. 51.2%? 역시 '구라미터' 답군.○…감사원, 16일 공금으로 선박 관광 등 33건 해외 주재 공관 관리 부실 적발. 너도나도 나랏돈 빼먹는데 혈안이니 곳간 거덜나는 것은 시간문제.

2020-01-17 06:30:00

장성현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CES, 참가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CES 2020'이 한창이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크 이스트(Tech East) 내 사우스플라자(South Plaza). 18만 명이 몰려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박람회'답지 않게 전시장 안은 꽤 한산했다.주로 디자인과 조달 분야 업체들이 배치되는 사우스플라자는 가건물에 테크 이스트 내에서도 외곽에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었다.이곳에 마련된 대구경북공동관을 찾는 해외 바이어들도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 스타트업이나 아직 해외 시장 인지도가 높지 않은 업체들이 다수인 점도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역시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한 '테크 웨스트'(Tech West) 내 샌즈 엑스포로 들어서자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통로를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인파가 붐볐다.이곳에는 3D 프린팅과 무선 디바이스, 드론, 건강, 웨어러블, 피트니스, 센서, 스마트홈, 수면 분야 업체들이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중견기업인 바디프렌드와 코웨이가 전시장을 꾸렸고, 대구테크노파크 스포츠융복합산업지원센터가 마련한 홍보관에도 10개 업체가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설립 5년 미만의 스타트업 기업들로 구성된 '유레카관'도 인산인해였다. 올해 처음 CES에 참가한 서울시는 '스마트시티, 스마트라이프'를 주제로 공동관을 차리고 수많은 관람객을 맞았다.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삼성전자 C-랩,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의 지원을 받은 국내 업체들도 'KOREA'라는 이름 아래 유레카관에서 기술을 선보이고 있었다.그렇다면 대구경북공동관은 왜 한산한 사우스플라자에 자리를 잡았을까. CES를 주최하는 CTA(전미소비자기술협회)가 대구경북공동관을 사우스플라자에 배정한 건 공동관의 참가 주체가 지방정부이기 때문이다.CES는 철저하게 기업과 기술 위주의 전시다. 분야별 참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전시는 주요 전시장에 들어가기 어렵다. 서울시가 '유레카관'에 공동관을 차린 건 설립 5년 미만의 스타트업만 모은 덕분이다.공동관에 참가한 대구 기업 25곳 중 10곳은 설립 5년 이하의 스타트업이었다. 제품과 기술도 AI와 진단 및 의료기기, 스마트도시, 드론, 사물인터넷, AR 등 분야별로 다양했다.대구경북이 만약 분야별로 기업들을 모아 여러 곳의 공동관을 마련했다면 사우스플라자가 아닌 본 전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국내 지자체 중 가장 일찍부터 CES에 참가했지만, 성과를 거둘 전략은 부실했다는 뜻이 된다.다행히 'CES 2021'에서는 대구경북공동관이 가건물 신세를 면할 가능성이 높다. CTA는 내년 CES에서 국가관을 사우스플라자 대신 테크 이스트 내 사우스홀로 옮기기로 정책을 수정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안심할 건 아니다. 사우스홀 역시 관람객들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전시장 중 하나다. CES 2021은 전체 부스 중 절반 이상이 이미 자리 배치도 끝난 상태다.대구시는 벌써 3회째 CES에 참가했다. 참가에 의의를 둘 시기는 지났다.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대구경북공동관을 분야별·주제별로 묶어서 참가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목 좋은 자리는 참가 횟수가 늘어날수록 차지할 가능성도 커진다. 내년 CES에서는 대구경북 기업들의 전시장이 관람객들로 붐비길 기대한다.

2020-01-16 17:29:47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억울한 옥살이

프랑스 왕정복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정치적 음모에 휘말린 한 사나이의 억울한 옥살이와 기적적인 탈옥 그리고 통쾌한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빠삐용'도 억울한 옥살이가 모티브이다. 살인죄 누명을 쓰고 악명 높은 감옥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감내하다가 끝내 탈출에 성공한 어느 종신수의 이야기이다.아내를 살해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지옥 같은 감옥에 갇혀 있다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탈출해 자유의 몸이 되는 줄거리의 영화 '쇼생크 탈출'도 억울한 옥살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 현대의 사법체계와 교정시설에서 탈옥(脫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억울한 옥살이의 사연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잊을만하면 한번씩 불거진다.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윤모(53) 씨의 경우도 그렇다. 그가 이춘재의 자백을 계기로 무죄를 주장하며 법원에 청구한 재심 개시가 지난 14일 결정되었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수사기관의 짜맞추기 조사로 연쇄 성폭행범으로 몰려 2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캐나다의 60대 남성이 당국을 상대로 배상 소송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예나 지금이나 재력과 권력이 옥살이의 유무와 경중을 좌우하는 행태는 여전한 듯하다. 탈옥 후 도심 한복판에서 인질극을 벌였던 지강헌이 남긴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제는 '유력무죄 무력유죄'(有力無罪 無力有罪)가 더 통용되는 시대이다. 특히 정치적인 성향을 지닌 사안의 유무죄(有無罪)는 권력의 향배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2015년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혐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징역형이 확정되자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 보복'이라 억울해하며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로 치부했다. 그 정당이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고 촛불 시위에 힘입어 권력을 거머쥐자 소위 '적폐 청산' 명목으로 숱한 반대 세력들을 감옥으로 보냈다. '억울한 옥살이'의 개념을 스스로 흔들어 놓았다.

2020-01-16 06:30:00

[관풍루] 김부겸 민주당 의원, 윤석열 검찰총장 향해 "대통령, 국민, 법무부 장관과 쓸데없는 갈등 일으킬 필요없다"고 말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문 대통령의 '조국 고초' 운운에 대해 "인간적 미안함을 솔직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해설. 조국에게 상처받은 국민에겐 미안하지 않고?○…김부겸 민주당 의원, 윤석열 검찰총장 향해 "대통령, 국민, 법무부 장관과 쓸데없는 갈등 일으킬 필요없다"고 말해. 쓸데없는 갈등은 대통령이 유발했지.○…'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 만들겠다"며 총선 출마 선언. 그 놈의 세상 참으로 정의롭고 공정하기도 하겠다!

2020-01-16 06:30:00

[데스크 칼럼]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가꿔야 한다

늘 놀라운 소신 발언으로 국민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떠오른 건 아쉽게도 펭수가 아니라 팽글로스였다. 그는 18세기 프랑스 작가 볼테르가 쓴 소설 '캉디드'에 나오는 세상 둘도 없는 낙천주의자다. 'Panglossian'(근거 없이 낙천적인 사람)이라는 영어 단어도 그의 이름에서 유래됐다.세상을 밝게 보는 게 뭐 나쁘냐고? 귀족 가문의 가정교사로서 순박한 청년 하인 캉디드에게 사상적 영향을 미치는 정도라면 괜찮다. 하지만 행정 수반으로서 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긍정론을 고집한다면 국가적 불행이다.대통령은 그제 회견에서 남북 관계, 경제 문제를 언급할 때 '낙관' '긍정' 같은 단어를 자주 썼다. 공교롭게도 각종 설문조사에서 시민들이 가장 자주 꼽는 대통령의 실책 분야다. '모든 것은 최선의 상태에 있다'는 팽글로스의 가르침과 달리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대통령의 발언 중 그나마 주목할 만한 대목은 수도권 집중 해소였다. 그러나 대안으로 제시한 혁신도시 추가 지정 및 공공기관 이전도 행간에선 총선용, 특히 스윙 보터(swing voter)로 분류되는 충청권을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과정에서 저지른 인권침해를 조사해달라'고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를 겁박하는 청와대이니 억측은 아닐 테다.사실 오늘부터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또한 수도권의 일방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제대로 된 국제공항만이 떠나간 인재와 기업을 다시 불러들여 고사 위기에 놓인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과열 유치 경쟁 탓에 나온 잡음은 안타깝지만,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푸줏간·술도가·빵집 주인의 애타심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덕분"이라고 갈파한 걸 떠올리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최근 목소리를 높이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역시 '지방도 먹고살자'란 의미에서 같은 맥락이다. 두 지역을 하나의 광역행정권으로 묶어야 수도권은 물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는 14일 매일신문이 주최한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선 "대구와 경북이 통합되면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 530만 명의 노르웨이 등 선진국과 경쟁 가능하다"고 주장했다.우려하는 점은 구체적 비전이 있느냐다. 뭉치면 뭐라도 낫겠지 하는 기대감만 줘서는 부족하다. 2018년 기준 지역별 경제성장률이 제주와 함께 전국에서 유이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북이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만년 꼴찌인 대구와 물리적으로 결합한다고 해서 엄청난 반전이 있으리라곤 생각하기 어렵다.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의 대전·충남 혁신도시 추진처럼 정치적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가뜩이나 경북도가 행정통합 시기로 내심 목표하는 2022년에는 대선(3월)과 지방선거(6월)가 연달아 치러진다. 이번 총선이 지나면 그해 양대 선거를 동시에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질 테고, 이 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입장에선 행정통합 이슈만 잘 마무리한다면 인물 없는 보수 진영의 대권 카드로 떠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혹여 진정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라면 권 시장과 이 도지사는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회를 갈 게 아니다.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 아니라 막 잉태되고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 연구실에 가야 한다. 미망(迷妄)에서 깨어난 캉디드가 말한대로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0-01-15 19:40:33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달나라 사람의 헛소리

프랑스의 시인으로 공산주의자였던 폴 엘뤼아르는 1948년 10월 스탈린주의 정권의 루마니아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는 누구도 웃지 않는 나라에서 왔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노래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어둠 속에 있다. 그러나 당신들은 행복의 빛을 발견했다." 이를 두고 2010년 타계한 영국 역사학자 토니 주트는 "청중은 분명히 망연자실했을 것이다"라고 평했다."소련과 우호 관계를 맺는 데 단서는 없다. 러시아 국민의 희생은 그 지도자들이 국민의 희망을 체현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소련을 무조건 옹호했던 사르트르 유(類)의 좌파 지식인인 시몬 드 보부아르가 회고록에서 한 말이다. '반동'으로 몰려 처형되거나 시베리아 유형에 처해진 수많은 러시아 국민을 망연자실케 하는 헛소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1960년대 서독 학생운동의 지도자 루디 두치케도 마찬가지다. 그는 체코 민주화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1968년 봄 프라하를 방문해 현지 학생들에게 "다원적 민주주의가 진짜 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체코 학생들은 당황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다원적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다.세계적인 역사학자로 공산권 붕괴에도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았던 에릭 홉스봄의 헛소리도 가히 압권이다. 그는 1994년 BBC방송 인터뷰에서 "스탈린 치하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이 사망했더라도 진정한 공산사회 건설로 이어졌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소련의 붕괴를 안타까워하면서 "이 세계는 사회주의인가 야만인가라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제시한 양자택일에 직면하여 사회주의를 반대하기로 결정했던 것을 조만간 후회할지 모른다"고도 했다.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많은 말을 쏟아냈다. 듣는 것 자체가 고역인, 국민을 망연자실케 하는 헛소리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검찰 인사는 (청와대) 수사와 별개로 이뤄진 것"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인사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줬다" 등등. 특히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것만으로도 아주 큰 마음의 빚을 졌다"는 대목은 역시 '달나라 사람'답다고 할 만하다. 이번 기자회견 뒤 사이다 판매량이 급증했을 것이란 생각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2020-01-15 06:30:00

[관풍루] 한 해 국내 사기 범죄 27만 건 중 대구가 1만5천건으로 매년 증가세에 수법도 날로 진화.

○…한국당·새보수당 보수대통합 공식 대화 착수, 총론은 공감하고 세부 사항에서는 아직 엇박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보다 세치 혀가 앞서는 통합 논의는 실패의 지름길.○…한 해 국내 사기 범죄 27만 건 중 대구가 1만5천건으로 매년 증가세에 수법도 날로 진화. 먹고 튀면 그만, 잡혀도 솜방망이 처벌이니 남는 장사 마다할 이유 있겠나.○…봉준호 감독 '기생충' 아카데미상 작품·감독·각본상 등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지명. 뚜껑 열어봐야 알 일이나 전세계가 엄지 세울 정도라면 반타작은 가능할 듯.

2020-01-15 06:30:00

이춘수 동부본부장

[시각과 전망] "바보야, 문제는 문 대통령이야!"

2019년 가을부터 지금까지도 수백 만 국민들이 광화문에 몰려들고 있다. 이들 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던 이들도 많다. 모두 '촛불 만능'의 문재인표 국정 파탄에 분노한 이들이다.한겨울에도 쉼없이 광화문에 나서는 이들은 '촛불 민심'이라는 미명하에 초법적인 적폐 청산을 자행하는데 분노했다. 사법부를 친위그룹으로 장악하고 검찰을 압박해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데 분노했다. 탈원전과 기업 경영 간섭을 통해 나라 경제를 뿌리째 좀먹어 들어가게 하는 문재인 정부의 좌파 포퓰리즘에 분노했다. 안보는 북한 김정은에게 볼모로 잡히고 자유민주적 교육생태계를 무너뜨리는데 분노했다.국민들이 더 절망스러워하는 것은 민심으로 잡은 정권이라면 집권 세력과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일은 다양한 계층의 서로 상충하는 목소리를 정의와 공동선(共同善)의 이름으로 조정해 내는 것일진대 나라와 국민을 지역, 이념, 계층, 세대, 그것도 모자라 코드와 네 편 내 편으로 서로 갈라서고 갈등하게 만든 것이다.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은 "국가가 지상 지옥이 된 것은 항상 국가를 천국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좌파들의 이상은 아름답다. 그러나 좌파는 현실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과 정반대의 길, 즉 마구잡이식 파괴의 길을 걷게 된다.이런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의 주체들은 공산국가의 몰락과 북한, 중국 등 공산 독재국가의 모습을 보면서도 평등주의니, 종북 주체사상이니 하는 낡은 이념을 버리지 못한 채 21세기 문명대전환 시대에 맞서 시대착오적 행태와 정책을 고집하기 때문이다.무엇보다 결정적이고, 이 정권 들어 생산되고 있는 수많은 역설과 궤변들 중의 압권은 검찰의 정치화에 대한 궤변이다. 국민 앞에 공개된 증거만 해도 청와대와 현 집권층의 불법 선거 개입과 비리가 명백해 검찰의 기소 사안임에도, 온갖 구실로 사실들을 뭉개고 변조시키고 있다. 오히려 검찰을 개혁의 대상이자 적폐로 몰고 있다.심지어 "살아있는 권력에도 칼을 대라"고 주문해 놓고는 뒤로 그 칼을 겨누는 검찰 수사팀을 해체시키는 위선과 독재는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희한한 수사학을 선보였다. 오죽하면 좌파라는 현직 부장판사가 이것은 '헌법위반'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겠나.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 난맥은 국회 탓, 경제는 언론 탓, 안보는 시간 탓, 심지어 조국 사태는 국민 탓으로 돌렸다. 청와대와 행정부, 여당이 총동원돼 조국 사태와 정권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면서 "윤석열이 검찰 개혁에 앞장서면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궤변으로 진실을 왜곡했다. 남 탓, 왜곡을 넘어 지지자들에게 현 정부의 생각을 주입하고, 세뇌시키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대중들 이른바 '문빠'(문재인 극성 지지층)나 '조국수호' 집단은 궤변을 진실인 양 받아들여서 나라를 망치는 우중(愚衆)으로 추락하고 있다.좌파로 분류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친문(親文) 세력에 대한 비판은 눈길을 끈다. 그는 검찰 윤석열 사단 해체에 대해 "친문 양아치들의 개그",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실패한 정권, 촛불사기당" "문 대통령은 일국의 대통령보다는 PK 친문 보스에 더 잘 어울린다"고 했다. 축약하면 "바보 국민들아,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야" 하고 일갈하는 듯하다.

2020-01-14 16:54:02

윤영민 기자

[취재현장] '빙공영사' 유해조수 포수들?

'빙공영사'(憑公營私)는 '공적인 일을 빙자해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꾀한다'는 뜻이다. 최근 경북 예천군에서 일부 포수들이 유해조수 포획포상금을 부정하게 수령했다는 논란에 어울리는 사자성어다.공익과 사익, 무엇이 우선이고 중요한가에 대한 답은 없지만 유해조수 포획포상금 부정 수령 논란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는 그야말로 범죄다. 유해조수 포획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포획 수를 부풀리고 사익(포상금)을 챙긴 범죄, 공익을 가장해 사익을 챙긴 사기에 가깝다.현재 경찰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포수를 찾는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경북도도 15일까지 울릉도를 제외한 22개 시·군에 대해 유해조수 포획포상금 지급 실태를 파악하는 전수조사에 나섰다.전수조사는 예천군에서 발생한 포획포상금 부정 수령 사례가 다른 시·군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시작됐다. 특히 이번 부정 수령 행위는 제도적 허점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커 전수조사가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다.매일신문 보도(1월 4일 자 6면 등) 이후 유해조수 포획포상금 지급 관련 문제는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는 말이 많았다. 포수의 비도덕적 양심도 문제지만 지방자치단체별 유해조수 포획포상금 지급 지침이 제각각이고 허술했기 때문이다.전국 각 지자체는 포수가 포획한 유해조수 사체 사진을 제출하거나, 사진과 함께 위치를 전송하는 등 증거 자료를 근거로 포상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사체 처리는 포획한 당사자가 주민과 협의해 알아서 소각하거나 매립하도록 규정해 사체 실물이 필요 없었던 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이를 악용한 사례도 물론 있었다. 2017년 부산시 기장군에서 다른 사람이 잡은 멧돼지를 본인이 잡은 것처럼 사진만 찍어 보내 포상금을 타낸 일이 발생했다. 준비된 멧돼지 사체 사진 한 장만으로 포상금을 받는 데 문제가 없었다.유해조수를 1마리만 잡고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며 포획 인증사진만 찍으면 손쉽게 더 많은 포상금을 타낼 수 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그나마 예천군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체 사진과 위치 전송은 물론 군이 지정한 냉동창고로 사체를 가져와 환경감시원의 감독하에 사체 숫자를 확인·기록한 후 입고하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돼 포획 수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포수들에게 더 큰 복마전을 제공했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예방 차원에서 멧돼지 1마리당 포획포상금을 기존 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하고 포획 수 제한을 없앤 게 화근이었다.경북 지역에서 지난해 포획한 멧돼지는 울릉도를 제외한 22개 시·군에서만 무려 2만2천847마리에 달한다. 그중 멧돼지 포획포상금이 오른 지난 두 달간 1만186마리가 잡혔다. 10개월 동안 포획한 멧돼지 수와 맞먹는다.예천군과 부산시의 사례 등을 보면 이 수치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포수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포획 수를 부풀린 만큼 전국에서 얼마나 이런 일이 벌어졌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속이는 포수가 나쁜 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정직한 포수들은 구멍이 숭숭 난 현재 시스템이 모든 포수를 부정한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더 많은 비도덕적 포수가 양산되기 전에 정부는 구멍난 시스템을 개선해 의혹을 씻어야 한다.

2020-01-14 14: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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