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정인열 논설위원

[세풍] 부산의 꿈, 과연 누굴 위해선가

부산 사람이 달라 보인다. 지도자, 특히 정치인이 그렇다. 그들은 새로운 꿈에 젖어 있다. '한국 제2의 도시'라는 낡은 외투를 벗고 걸맞은 새로운 수식어를 찾는 꿈이다. 그 꿈은 '내륙 수도 서울 다음의 부산'이 아니다. 정치, 경제 등 모두를 가진 서울 권력에 목을 매는 수동적 도시에서 벗어나 나라 정책조차 뒤집는 힘 있는 독립된 도시, '해양 수도 부산'을 만드는 것이리라. 꿈을 이룰 터는 바다의 가덕도 신공항일 듯하다.부산은 오랜 세월 수모였다. 강산의 끝자락으로 중심이 아닌, 역사의 주변이었다. 왕조 시절 도읍의 외딴 끝에서 왜구 같은 해양 세력과 제국주의 침략에 시달렸다. 땅끝이지만, 거꾸로 드넓은 해양 세계로 가는 출구였음에도 그런 지정학적 이점을 살릴 기회를 갖지 못했다. 조선조 끝 무렵부터는 경부선 철도와 부관(釜關) 연락선 등으로 일제 대륙침략 병참기지 노릇도 했다. 광복 뒤 북한 남침으로 부산은 다시 미군·UN군의 군사기지화 운명에 빠졌다.그래선지 부산 특유의 이적(利的) 감각은 유산이 됐다. 일찍 일본 왜관(倭館)을 통한 교역, 침략기 일본(상)인들의 유입에 따른 상업문화의 영향이리라. 한국과 중국 자원 수탈을 위해 깐 경부선 철도와 한·일을 잇는 부관 여객선으로 쉼 없이 오가는 상업세력과의 잦은 만남으로 생존과 이(利)를 좇고 이에 민감했을 만하다. 여기엔 정부 차별을 장사로 버틴, 개성 송상(松商)과 의주(義州) 만상(灣商)과 함께 이름을 날린 동래상(東萊商) 영향도 끼쳤을 터이다.부산의 이적 감각 유산은, 부산경남 배경인 조식의 가르침인 '마땅함' 즉 의(義)나, 대구경북 연고의 이황의 정신인 '삼가함' 즉 경(敬)과는 다른 성격이다. 같은 경상도 대구경북과 차별되는 부산의 이런 이적 감각은 자본주의, 산업화 시대 흐름과도 잘 어울렸고 부산은 무역 관문으로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경상도를 중심으로 감영이 있고 약령시로 국제도시 역할을 한 옛 대구와는 달랐다.부산은 이런 경제적 토대 위에 정치 자산도 쌓았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대구경북 배경의 대통령 배출처럼 부산경남 바탕의 정치인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을 잇는 대통령의 등장이 그렇다. 개방적 문화로 정치색과 정치 지형도 대구경북보다 다양했다. 특유의 이적 감각 유산과 경제 토대 위에 쌓은 정치 다양성은 부산의 자산이다. 정경(政經)의 조화를 활용한 부산 지도자, 정치인의 응결된 힘이 두드러지는 까닭이다.그 주체할 수 없는 힘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분출될 만도 하다. 실제 그들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정책을 뒤집고 있다. 정부 결정 수용이라는 2016년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도 외면했다. 대신 부산·울산·경남 지도자는 똘똘 뭉쳤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응답하는 꼴이다. 여당 대표도 거들고 가덕도 신공항 반대의 국토부 장관도 입장을 바꾸니 가덕도 신공항을 통한 비상(飛翔)을 바라는 부산의 꿈은 점차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특유의 이적 감각을 앞세워 자신들 꿈을 이루기 위한 부산 지도자, 정치인의 행태는 문제가 많다. 다른 지역의 배려는 아예 없다. 지금의 이들 모습은, 이웃을 희생시켜 잇속을 채운 옛 나라의 악습과 다르지 않다. 뒷날 심각한 후유증은 자명하다. 이웃 사람은 희생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9-06-04 06:30:00

[관풍루] 고용참사 경고음 외면하던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이제야 최저임금 과속 인상 부작용을 인정하는 분위기

○…고용 참사 경고음 외면하던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이제야 최저임금 과속 인상 부작용을 인정하는 분위기. 사또 떠난 뒤에 나팔 부는 격이 따로 없군.○…한국당의 '꼰대 정당 탈출 전략'에 영남권 OB 배제 발언 나오자 TK 노장들 총선 채비로 분주. 부대가 새로워진 게 없으니 술도 옛 술 타령이 나오는 것.○…내년부터 노인 48만 명씩 늘어나 6년 후에는 '노인 인구 1천만 시대'로 접어든다고.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이라는데 '노인 주도 성장'도 밀어붙이면 될 일….

2019-06-04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탈이 난 대한민국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fallacy of hasty generalization)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탈' 자를 꼽고 싶다. 탈이란 한 글자로 들여다보면 나라 돌아가는 꼴이 보인다는 말이다.우선 돈·기업·사람의 탈(脫)한국이다. 작년 해외 직접투자액이 478억달러(55조5천억원)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직접투자는 기업, 개인이 외국에서 기업을 인수하거나 현지 법인을 세우려고 부지 매입과 공장 건립 등에 쓴 돈이다. 또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이 해외에 신규로 설립한 법인은 3천540개였다. 한국인 해외 이주자는 6천257명으로 2017년 1천443명보다 330%가량 증가했다.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각종 규제에다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말미암은 돈·기업·사람의 엑소더스(exodus·대탈출)다. 이 흐름은 가속할 게 분명하다.탈원전·탈동맹도 탈 자가 붙었다. 탈원전 부작용과 폐해들은 벌써 산처럼 쌓였다. 원전을 포기하는 바람에 1년 6개월 동안 증가한 비용이 1조2천억원이나 된다. 치열한 고민 없이 졸속 결정한 탈원전으로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더 큰 우려는 닥쳐올 부작용과 손실, 폐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한국·미국·일본 3국 동맹에서 사실상 한국은 탈동맹 상태다. 미국·일본 책임도 있지만 문재인 정권의 탈동맹 기류가 더 크게 작용했다. 이 나라의 자유와 번영을 일궈낸 한·미·일 동맹이 붕괴하면 나라의 장래를 담보하기 어렵다.이 정부 들어 '적폐 청산' 대상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5명이다. 적폐 수사로 감옥에 간 사람과 그 형량의 합이 역대 정권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사안에 대해선 검찰은 '탈탈 터는 식'으로 수사하고 있다. 탈원전으로 미래 세대의 먹을거리를 빼앗고 소득주도성장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기업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그야말로 빼앗을 탈(奪)이다.나라가 단단히 탈이 났다. 정치에서 비롯한 탈이 경제, 사회, 외교 등 전방위로 확산해 온 나라가 탈이 나고 말았다. 참으로 걱정이다.

2019-06-03 06:30:00

[관풍루] 홍남기 경제부총리 "정년 65세로 늘리면 노인 부양비 증가 최소 9년 늦춘다며 사회적 논의 필요" 언급

○…홍남기 경제부총리 "정년 65세로 늘리면 노인부양비 증가 최소 9년 늦춘다며 사회적 논의 필요" 언급. 어려운 청년실업 생각하면 정년 연장은 결국 자루 없는 칼 쥐기.○…부다페스트 유람선 참사, 다뉴브강 수위 높고 물살도 빨라 실종자 수색 계속 난항. 누구보다 애타는 피해자 가족 위해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손흥민, 2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날카로운 활약에도 아깝게 우승컵 놓치며 시즌 마감. 지금은 꿈을 이루지 못했어도 계속 꿈꾸면 현실이 될 날 오겠지~.

2019-06-03 06:30:00

[매일칼럼] 아첨과 독재

"천재적인 예지와 탁월한 영군술, 무비의 담력과 필승의 신념을 지니시고… 조국 통일의 밝은 앞길을 열어 나가시는 위대한 은인, 불세출의 영장.""우리의 희망의 등불이요, 국난 극복을 해결해 줄 구세주.""100년마다, 1세기마다 사람이 하나 난다 그러는데 건국 100년, 3·1절 100년(에) 나타난 분."언뜻 들어보면 이런 발언들의 화자(話者)나 대상을 따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첫 발언은 북한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 최고사령관 추대 7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12월 30일 김 위원장을 한껏 치켜세운 선전 문구다.뒤 발언은 지난달 유림 단체 두 인사가 경북 안동을 방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각각 던진 용비어천가다.기독교 단체를 대표하는 한 인사도 지난 3월 황 대표에게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 주셨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란 표현을 쏟아냈다.정치판에 아첨과 아부의 말이 판을 친다.60여 년을 세습 독재 체제로 이어온 북한은 그렇다 치더라도 21세기 한국 정치·종교계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상황은 볼썽사납기 그지없다.국내에서 일본 제국주의 치하와 독재 정권 시절, 아첨하고 알랑거렸던 교언영색의 모양새는 언론과 종교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우리나라 대표적 한 중앙 일간지는 1936년부터 5년 동안 매해 신년마다 일본 왕의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 심지어 1936년 신년호에는 "우리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으로서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하겠다"는 요지의 사설도 냈다.일제와 독재 정권 아래에서 권력이나 부의 찌꺼기라도 받아 챙기려고 횡행하던 행태를 50년, 100년이 지난 지금 이어가는 당사자들은 낯부끄럽지 않은지 모를 일이다.언론이나 종교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릴 때 독재 정권을 낳을 소지가 크다는 것은 한국 근현대사는 물론 세계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이 그렇고 나치 독일이 그랬다. 역사적으로 편향된 언론과 종교가 나팔수로 동원돼 독재 정권을 낳기도 하고, 거꾸로 독재 정권이 언론과 종교를 장악해 핵심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언론과 종교가 특정 정파에 편향돼 아첨을 일삼을 때 독재의 싹이 트고, 균형을 잡고 바른 말을 할 때 민주주의가 꽃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성싶다. 두 집단은 민주주의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역으로 국가 지도자나 회사 CEO가 아첨꾼의 달콤한 언사에만 빠져 지내다가는 나라나 회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황제 유선이 환관 황호의 아첨에 현혹돼 지내다 결국 위나라에 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듣기 좋은 말 하는 사람들만 끌어안고 쓴 말 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내치면서 작금의 불행한 사태를 자초했다.아내에게 아부하고 남편에게 아첨하는 것은 가정의 행복 윤활유가 되겠지만, 정치판이나 국가권력 주변에서 난무하는 아부와 아첨은 민주주의의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되새기게 하는 요즈음이다.

2019-06-02 18:31:34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조강지첩?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요?"일상 대화가 아니다. 1884년 미국 제22대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이 공식으로 채택한 구호다. 상대 후보인 민주당 그로버 클리블랜드의 혼전 관계를 공격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었다. 민주당은 "아빠는 백악관에 갔단다"라고 맞받아쳤다.미혼인 클리블랜드는 젊을 때 과부와 관계를 맺어 아들이 있었고, 생활비까지 주고 있었다. 공화당은 그를 '파렴치한'으로 흠집내는 데 진력했다. "미국인은 창녀를 데려와 백악관 근처에 살림을 차릴 저속한 난봉꾼을 뽑지 않을 것이다."클리블랜드는 간신히 승리해 다음 해 백악관에서 거창한 결혼식을 올렸는데,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신부가 친구 딸이자 27세 연하의 프랜시스(22세)였기 때문이다. 하객들은 과부인 프랜시스의 엄마가 신부인 줄 알고 있다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둘은 사이좋게 살았다.'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근엄한 교수 출신이다. 재임 중 부인과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부인 이디스에게 열중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915년 1면 기사에 코미디 같은 오보를 냈다. "대통령은 저녁 시간 대부분을 이디스에게 '삽입'(entering)하는 데 보낸다." '즐겁게 하는 데'(entertaining)의 오자였다.미국인은 가정을 '사회의 기초' '가치의 원천'이라 말하지만, 이면에는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도 동거녀를 세상에 공개한 용기 있는(?) 재벌 총수가 등장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참석해 "저와는 반대인 사람을 만나 사회적 기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불륜을 미화하지 말라' '동거인이 아니라 첩이다' '노소영 씨에게 회사를 넘겨라' 등등…. 공인에게 도덕적 의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조강지처 버리면 벌 받는다'는 통념이 지배적인 것 같다.

2019-06-01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맹모학군지교(孟母學群之敎)

왕도정치를 표방했던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孟子)는 어머니의 교육열이 남달랐다. 한때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어린 맹자가 곡을 하며 장사 지내는 흉내를 내자, 시장 부근으로 이사를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 놀이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어머니는 다시 서당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겼다. 그제야 맹자는 글을 읽고 예법을 논하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었다.어머니는 서당 주변이 아들 교육을 위한 최적의 주거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오래 머물러 살았다. 이 같은 노력이 맹자를 유가(儒家)의 대학자로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이른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일화이다. 오늘날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도 2천년 전 맹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명문 학군이니 위장 전입이니 하는 것들도 현대판 맹모들의 교육 과열에서 파생된 것이다.학교가 인접한 소위 '학세권' 아파트의 청약 경쟁이 치열하고,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교가 있는 곳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되었다. 특히 자녀들에게 쾌적한 교육 여건이나 안전한 통학 환경을 마련해주려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막을 도리가 없다. 따라서 학군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역 발전과도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국토교통부가 최근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문화센터와 의료시설을 확충할 것이라는 정주 여건 개선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구체적인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혁신도시에 맹모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비책은 오로지 학교 유치뿐이다. 대구 동구청이 최근 신서혁신도시 교육 여건 개선 문제를 다시 들고나온 이유이다.동구청은 특히 안심지역 학생들의 통학 불편과 타지역 유출 등 교육 불균형과 격차 해소를 위해 유명 사립고 이전이나 명문고 설립 등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구청의 노력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일도 되게 하는 적극적인 교육행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교육이라는 노른자위가 빠진 혁신도시 정주 여건 개선책은 늘 속빈 강정일 뿐이다.

2019-05-31 06:30:00

[관풍루] 민주당 이해찬 대표, "제1야당 장외활동으로 황금 같은 5월 다 보냈다"며 한국당을 공격

○…민주당 이해찬 대표, "제1야당 장외 활동으로 황금 같은 5월 다 보냈다"며 한국당을 공격. 국민, 말하자면 제1야당 끌어안지 못한 여당의 정치 무능 자기 고백.○…외교부, 30일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 주미 대사관 소속 참사관 파면 결정. 유림, 침묵은 금(金)이고 입(口)은 재앙 부르는 문(門)이란 옛말 왜 몰랐던고?○…경북대, 지난해 5천500만원으로 '경북대 70년사' 펴냈으나 책을 본 사람은 없어 물의. 출판계, 돈만 삼키고 책은 없는 신출귀몰 출판 기술은 국제 특허감.

2019-05-31 06:30:00

박상전 서울지사 정경부 차장

[청라언덕] 황교안과 각설이

2007년 11월쯤이다.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였던 서상기 의원은 기자와 차를 마시다 갑자기 걸려 온 전화 한 통화에 황급히 외투를 걸쳤다. 2008년 총선에 나서려는 지역구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기자가 알기엔 행사 주최 측의 공식 초청은 없었다. '초청도 받지 못한 행사인데 왜 굳이 가려느냐'고 묻자 숨도 쉬지 않고 대답했다."어데요. 각설이가 구걸하러 가는데 주인 허락 맡고 다닙니까. 무조건 가서 주인 기분 맞춰 주고 와야죠."'정치인=각설이' '주인=지역 주민' '구걸=득표 행위'로 표현한 명쾌한 비유였다.각설이는 통상 '있어 보이는 집'을 찾아 주인장의 기분을 '염탐'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어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타령을 목이 터져라 불러 젖힌다. 그렇게 주인의 흥을 한껏 돋운 후에야 겨우 찬밥 한 덩이를 얻을 수 있었다.정치인을 각설이로 보는 시선이라면, 득표 활동은 장소와 상황에 맞춰 최대한 실례되지 않게 유권자들의 기분을 맞추면서 진행해야 하는 법이다.그런 면에서 보면 경북 은해사를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끝까지 '합장'을 하지 않은 점은 충분히 비판 대상이 될 법하다. 남의 집에 찾아간 각설이가 노래도 안 하고 주인의 흥을 돋워주기는커녕 오히려 불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배고프니 밥 달라'는 일방적인 떼쓰기만 한 셈이 됐다.논란이 확산되자 황 대표는 뒤늦게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며 진화에 나섰다.하지만 불교계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특히 사과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이라고 가정해 아직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합장 논란 발생 지점이 TK였다는 것은 우려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TK는 한국당의 전통적 지지층이자 불심 또한 강한 지역이다. 외연 확장을 꾀하는 한국당과 황 대표는 이번 '합장 논란'으로 자칫 집토끼까지 놓칠 위기에 처했다.곽대훈 대구시당 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와 만나 "로마법을 제대로 인지하거나 지키지 않을 거면서 왜 로마(사찰)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합장 논란이 벌어진) 영천 은해사를 방문하지 않았던 것이 나을 뻔했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합장 논란은 발생한 지 20여 일이 지나 핵심 이슈로는 더 이상 부상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언제든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황 대표의 '사과' 표명이 있기 전 불교계와 친분이 두터운 주호영 의원은 "(사찰 예절을) 모르고서 안 했다면 몰라도 알고서도 하지 않았다면 문제"라며 "본인이 끝까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려고 한다면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말로 설득하려 해도 소용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다양한 종교가 성행하고 세대와 지역으로 다분화된 대한민국의 야당 수장이자 나아가 대통령까지 되려고 한다면, 국민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기꺼이 민초들의 눈높이에도 맞출 줄 알아야 한다.

2019-05-31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프랜차이즈 감독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 위상이 매우 높지만 대우만큼은 선수보다 아랫자리다. 국내 프로야구만 해도 수백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가 적지 않으나 감독은 계약금을 포함해도 수십억원에 그친다. 게다가 성적이 나쁘면 가장 먼저 책임을 지는 자리가 감독이다.그러나 감독은 '아무나'의 자리가 아니다.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인기를 끈 선수가 은퇴 후 반드시 감독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현역 때는 빛을 보지 못했어도 감독이 된 이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다. 물론 선수나 지도자로 두루 자격과 매력을 갖춘다면 더 바랄 게 없겠으나 선수 때 뛰어난 기록과 감독으로서의 리더십, 전술적 이해도, 팀 성적은 별개의 문제다.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감독 인선은 늘 말이 많다. 특히 최고 인기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감독 선임 방식이 유별나다. 프랜차이즈 선수 가운데 일찌감치 재목을 골라 감독으로 키우는 방식을 고집한다. '미스터 자이언츠' 나가시마 시게오는 1974년 은퇴하자마자 감독이 돼 큰 화제를 뿌렸다. 2002년 이후 세 차례나 감독이 된 하라 다쓰노리나 다카하시 요시노부 등 요미우리 멤버들이 감독을 대물림하다시피 했다.때로는 인기 영합적인 감독 선정이 팀을 망쳤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요미우리의 색깔을 분명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기량이 출중한 선수는 많은 연봉을 주고 영입해 쓸 수 있지만 감독 자리는 돈만으로는 모두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제 음주운전으로 전격 은퇴한 박한이 선수도 구단에서 지도자 재목으로 눈여겨보고 기대를 가진 선수였다. 그만큼 꾸준하고 자기 관리를 잘해왔다는 뜻이다. 2001년 삼성에 입단해 19년간 2천174안타(역대 3위)의 기록에다 7차례 리그 우승에도 기여했다.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삼성 구단 네 번째 '영구 결번'(33번)까지 거론될 정도였다.2011년 시즌부터 이어진 류중일-김한수 감독 체제에 이어 앞으로 이승엽이나 박한이 등 프랜차이즈 선수가 팀을 이끌어가는 계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야구팬과 대구시민의 관심이 큰 것만은 사실이다.

2019-05-30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평화의 여정에도 국가안보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문 대통령,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평화의 여정에도 국가안보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고도 못하면서 무슨 소리 하시나?○…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국정원장과 사적 만남 관련 "기자 있는데서 총선 얘기 했겠나. 상식으로 판단해달라". 그쪽 사람들 언행이 상식적이어야 그 말을 믿지.○…자유한국당, 강원도 산불 피해 후속 대책회의에 관련 부처 공무원유관 기관 관계자 초청했으나 모두 불참. 높은 분 지시 받았나 알아서 기었나.

2019-05-30 06:30:00

이상헌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과자로 만든 집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독일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무대는 어느 깊은 숲이다. 같은 이름의 오페라에선 아버지 페터와 아들 헨젤이 숲에서 주워온 재료로 빗자루를 만들어 판다. 동화에서나 오페라에서나 아이들이 숲에서 길을 잃고 마녀와 조우한다는 설정은 같다.어쨌거나 그들은 몹시 가난했다. 아이들조차 일해야 겨우 끼니를 이을 수 있었다. 숲 끄트머리에 사는 가족이 만든 빗자루가 조그마한 시골 장터에서 과연 몇 개나 팔렸을까?그런데 헨젤과 그레텔에게 온라인 쇼핑몰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테다. 지난 2월 화제를 모았던 '영주대장간 호미'의 성공처럼 말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위시한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는 가공스러운 데가 있다.미국에서는 전체 소매 판매 가운데 온라인 쇼핑 비중이 이미 오프라인 비중을 앞질렀다. 재래식 상점 수만 곳이 조만간 폐업 위기에 몰린다는 예측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월마트·코스트코 등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위기에 놓인 54개 기업의 주가지수를 일컫는 '아마존 공포종목지수'란 섬뜩한 용어도 등장했다.기존 소매점들이 직면한 위기는 한국에서도 뚜렷하다. 오프라인 유통 최강자인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주가는 실적 부진 탓에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총 111조8천939억원으로 2001년에 비해 33배나 증가했다.26일 막을 내린 대구국제뷰티엑스포에서 아마존이 주목받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마존 한국법인 측이 마련한 입점 설명회에는 대구경북 기업 10여 곳이 신청해 상담을 받았다. 입점 과정·비용·서비스 등을 자세히 알아보는 등 분위기는 뜨거웠다.우리 정부 역시 아마존처럼 성공한 혁신기업이 어서 등장하기를 몹시 갈망하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제2벤처붐 확산전략 대국민 보고회,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연거푸 아마존을 언급했다. 아마존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정부가 앞장서고 금융권이 도우면 벤처 덕분에 우리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였다.그러나 성과는 의문이다. 새로운 경제 주체의 성장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민간 중심의 투자가 아닌 관(官) 주도의 밀어붙이기는 신기루로 끝날 위험이 있다. 보여주기식 성과에만 집착하다 보면 20년 전 벤처 태동기 때처럼 옥석 가리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창업했을 무렵 국내에 전자상거래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기업)을 찾겠다고 욕심부리는 것보다 우리 옆의 헨젤과 그레텔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먹을거리를 찾으러 숲에 들어갔다가 마녀에게 잡아먹히도록 둬서는 안 된다. 세계적 경영 사상가인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석좌교수는 성공하는 브랜드는 '와우 모멘트'(wow moment·놀라운 경험의 순간)를 스스로 창조한다고 설파했는데, 정부가 그런 일을 해낸다고?29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도소매·숙박·음식점의 대출 잔액은 205조8천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무려 5조6천억원 증가했다. 경기 악화로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어린 시절 가고 싶어도 가선 안 됐던 '과자로 만든 집'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19-05-30 06:30:00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대구 축구의 봄날

2019 시즌 프로축구 무대에서 대구FC가 대세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이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인기 구단으로 주목받았던 시절을 보는 듯하다.올 시즌 개장한 축구 전용경기장인 DGB대구은행파크(대구 북구 고성동). 경기 때마다 축구 팬으로 관람석이 가득 찬다. 외지인들도 많이 찾는다. 직접 관전해야 만족하는 '축구 성지'로 자리 잡고 있다.원정 경기에서도 대구FC를 응원하는 타지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대구 축구의 봄날이다.지난해 후반기부터 시작된 대구FC 돌풍은 올 시즌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구FC는 2018년 정규 시즌 K리그1(총 12개 팀)에서 전반기까지만 해도 하위권을 전전하다 후반기 반전에 성공한 뒤 7위로 시즌을 마쳤다.지난해 대구FC는 프로, 아마를 망라해 챔피언을 뽑는 대한축구협회 FA컵 우승으로 반전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2003년 프로축구 무대에 뛰어든 후 16시즌 만에 수집한 첫 우승 트로피다. FA컵 우승 자격으로 대구FC는 2019 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주목받았다.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구FC는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조성된 국내 축구 열기에 편승해 창단했지만 이렇다 할 조명을 받지 못했다. 어쩌면 주식 공모에 따른 국내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창단 당시 한·일 월드컵으로 정점에 오른 우리나라 축구 열기는 비정상적이었다. 프로축구 흥행을 통해 조성된 열기가 아니라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에 대한 민족주의적 관심에서 비롯한 열기였다.허술한 바탕에서 출발했기에 대구FC는 금세 시민과 축구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대다수 홈 경기 관람객은 수백~수천 명에 머물렀다. 100여 명의 관람객을 두고 치른 경기도 있었다.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적을 내는 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구단 운영의 두 축인 단장과 감독의 잦은 교체로 살림살이는 뒤죽박죽이었다. 홈그라운드인 대구스타디움은 육상 트랙을 둔 7만 명 수용 가능한 종합경기장이라 관람 편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팬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그런데 홈에서 7경기를 치른 대구의 2019 시즌 평균 관중은 1만704명이다. 4경기는 만원사례를 빚었다. ACL 홈 3경기 평균 관중도 9천831명이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단순히 운 좋게 이뤄진 일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계속된 덕분이다.전·현직 김범일·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 체육 인프라를 크게 개선했다. DGB대구은행파크는 축구를 좋아하는 권 시장의 작품이다. '축구 장인(匠人)' 조광래 단장이 2014년부터 권 시장과 임기를 함께하면서 구단을 이끄는 점도 성공 요인이다.앞서 초대 이대섭 단장, 제3대 김재하 단장의 숨은 노력은 오늘의 대구FC를 있게 했다. 김재하 단장은 부단히 시민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큰 자산인 후원 모임 '엔젤클럽'의 탄생을 이끌었다.하지만 지금 대구FC의 인기에는 거품이 포함돼 있다. 거품이 빠진 대구FC 모습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구단주인 대구시는 비전을 제시하고 선수단과 프런트에 더 투자해야 한다. 대구FC를 앞세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도 없어져야 한다.

2019-05-29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문 정부의 사대 근성

우크라이나의 리비우는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유대인 학살 책임자를 단죄한 법률적·윤리적 프레임인 '제노사이드'(genocide, 종족 말살)와 '반 인류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각각 창안한 라파엘 렘킨과 허쉬 라우터파트가 법률 공부를 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근세 들어 지명(地名)이 어지럽게 바뀐 것으로도 유명하다.1914년부터 1944년까지 리비우의 주인은 오스트리아→러시아→오스트리아→우크라이나→폴란드→독일→소련→우크라이나로 여덟 번이나 바뀌었다. 그때마다 도시 이름은 렘베르크(독일어), 리보프(러시아어), 르부프(폴란드어), 리비우(우크라이나어)로 바뀌었다. 모두 전쟁의 승자가 자국어 표기로 바꾼 것이다.일본은 한 발 더 나아갔다. 1942년 2월 15일 싱가포르 점령 뒤 '쇼난'(昭南)으로 바꿨다. 당시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年號)인 '쇼와'(昭和)에서 따온 것으로, '쇼와 시대에 얻은 남쪽의 섬'(昭和の時代に得た南の島)의 줄임말이다.국내의 정변(政變)이나 혁명으로도 지명은 바뀐다. 러시아 볼가강 연안의 공업도시로 독소전(獨蘇戰)의 격전지였던 볼고그라드가 대표적이다. 원래 지명은 차리친이었으나 1925년 '스탈린그라드'로 바뀌었고, 흐루쇼프가 스탈린 격하운동을 벌이면서 1961년 볼고그라드로 바뀌었다.이렇게 전쟁이나 정변으로 지명이 바뀐 예는 있어도 독립국이 타국의 강요나 압력을 받아 지명을 바꾼 예는 거의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바로 그런 굴욕을 실천하려 하고 있다. 6·25전쟁 때 국군과 UN군이 중공군을 궤멸시킨 전적지로, 전후 이승만 대통령이 명명한 '오랑캐(虜)를 쳐부쉈다(破)'는 뜻의 '파로호'(破虜湖)를 지우고 '대붕호'(大鵬湖)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그 이유가 중국이 불쾌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니 기가 막힌다. 영락없는 사대 근성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대붕호'가 1944년 일제가 화천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조성한 인공호수에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심기를 편안케 하려고 일제 잔재를 부활시키겠다는 소리 아닌가.

2019-05-29 06:30:00

[관풍루]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28일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인사로 심려 끼쳐 유감"이라며 퇴임 인사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28일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인사로 심려 끼쳐 유감"이라며 퇴임 인사. 국민, 지금껏 국민 눈높이 무시하더니 떠나며 빌면 용서되는 나라군!○…감사원, 지난 3년간 부적격자 정부 포상 수여 사례 13건 적발. 여당, 내년 총선 때 자격없이 포상받은 비법을 공개, 전 공무원 포상받는 공약은 어떨지요?○…대구 20대 젊은이, 24년 동안 15만3천 명 서울 등으로 탈출. 시민들, 고향 팔아 출세한 정치인·지도자가 고향 팽개치면 '대구 꼴' 난다며 관광 상품화할 만하네.

2019-05-29 06:30:00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교수

[경제 칼럼] 미래 자동차의 모습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자

1880년 런던에서는 매일 5만 마리의 말이 사람과 상품을 실어 날랐다. 뉴욕에서는 10만 마리의 말이 하루 7~15㎏의 똥과 1ℓ가 넘는 오줌을 쏟아내 뉴욕은 하루 1천t이 넘는 말똥으로 넘쳐났다.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50년 안에 런던의 모든 거리는 3m 높이 말똥에 파묻히는 '말똥 재난'이 닥쳐온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말똥 문제는 1886년 독일의 칼 벤츠가 발명한 자동차에 의해 말끔히 해결됐다.우리는 인구 70억 명, 자동차 보유 대수 13억 대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매년 자동차 사고로 130만 명이 사망하고, 2천만 명에서 5천만 명이 부상을 당하며, 자동차 사고 처리에 523조원을 사용한다.그런데 자동차 사고의 98.7%는 인간의 실수로 일어난다. 자동차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고, 자동차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수천만t에 이른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배출량의 25%가 자동차이다. 말똥 문제를 해결해 준 고마운 자동차가 130년이 지난 오늘 오염물질 배출 주범이 됐으며, 차똥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덩어리가 되어 버렸다.5월은 아직 봄이지만 이미 대구는 35℃에 가까운 한여름이고, 우리는 매일 미세먼지의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고 있다. 자동차 사고와 차똥 문제를 풀어줄 미래 자동차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해답은 한정된 에너지원과 환경오염으로부터의 자유로움(친환경 자동차), 운전의 불편함과 사고 위험으로부터의 자유로움(자율주행차), 필요할 때 쉽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유로움(공유형 차), 일상과 차 안에서 생활의 경계가 없는 자유로움(커넥티드카)을 모두 충족시킨 자동차이다. 한마디로 미래자동차는 공유형 자율주행 전기차(Shared Autonomous Electric Vehicle·SAEV) 이다.'2020~2030 운송산업: 대변혁과 내연기관 자동차산업, 석유산업의 붕괴'라는 제목의 Rethink X 보고서는 실로 충격적이어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2030년 미국 내 자동차 주행거리의 95%는 SAEV가 차지한다. 2021년 SAEV 이용 비용은 신차 구매 비용의 10%에 불과하고 유지, 보수, 충전 등 비용도 25~50% 수준이지만 가동률이 10배에 이르러 차량 소유 대신 차량 공유를 택하게 된다.미국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20년 2억4천700만 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30년에는 82%가 감소한 4천400만 대로 줄어든다. 자동차 딜러, 유지 및 보수, 정유회사 등 자동차산업 가치 사슬이 붕괴되고 세계 석유 수요는 2020년 하루 1억 배럴에서 2030년 7천만 배럴로 감소한다. 주차 공간 수요가 감소해 부동산 분야도 변화가 예상된다.자동차 제조, 정비, 운전, 석유 업종 일자리는 크게 감소한다. 차량 운행 시스템, 컴퓨터 플랫폼, 공유 서비스, 자율주행으로 자동차 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기술·서비스 업종이 창출된다.보고서 예측대로 미래 운송산업이 전개된다면 실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인구 3억3천 명이 4천400만 대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면 7.5명이 1대의 자동차를 가지는 셈이 된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는 2.3명이 1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공기 좋은 시골 전원주택으로 공유형 차를 호출, 자율주행 모드 전기차를 타고 부족한 잠을 자거나 모닝 커피와 함께 신문을 보면서 출퇴근하면 된다.5월 초에 경상북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미래 자동차 기술과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3시간 동안 강의를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자율주행 등을 학습하여 새로운 미래 사회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이 목표라고 했다. 미래는 미리 준비하는 자에게는 희망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절망이 된다.

2019-05-29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넘친, 한 수녀의 포대

'홀씨 되어….'안동에 아시아 본부를 둔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해외 선교지 소식지의 올해 봄호 제목이다. 16쪽짜리 작고 가벼운 겉모양과 달리, 속은 크고 높은 뜻의 묵직한 내용이 여럿이다. 한국 본원(本院) 안동에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아시아 캄보디아의 두 분원(分院)에 파견된 수녀 등의 봉사 활동이 실려 있다.또 수녀회 도움으로 다친 다리를 자르지 않고 치료받은 뒤 고통에 신음하는 고국 코트디부아르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안고 인근 부르키나파소의 간호대학에 유학 중인 한 젊은이의 각오와 감사의 글도 있다. 일흔 넘었지만 코트디부아르 현지 봉사를 마다치 않은 이춘자 아녜스 수녀의 절절한 체험담도 물론이다.특히 작은 상처 하나를 제때 고치지 못해 그냥 두는 바람에 결국 팔과 다리를 잘라야만 하는 젊은이들의 비참함을 본대로 차마 소식지에 못다 쓴, 이 수녀의 기도와 서원(誓願)은 간절했다. 굳이 사지를 절단 않고도 잘 치료를 받게 하여 새 삶을 살도록 희망을 주는 일, 치료비 600만원 모금이었다.올 2월 귀국한 뒤 이 수녀는 지난 세월 맺은 뭇 인연을 통해 이런 사연을 알리는 데 마음을 쏟았고 사람들, 특히 대구경북인은 이 수녀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았다. 일찍이 불교라는 외래 종교가 들어오고부터 이곳 백성들이 불사(佛事)에 나선 스님과 비구니의 염원을 모른 척 않고 나섰던 것처럼.옛 스님이 지팡이에 빈 포대를 내걸자 정성을 모아 채웠고, 절 꾸미는 돈이 없어 애태우는 비구니에게 신령스러운 지신(地神)이 금붙이를 내놓았고, 서침은 달성 터를 나라에 바치고 대신 대구 백성의 세금을 덜어 주었고, 경주 최부자는 사방 100리 안에 굶는 이웃이 없게 하는 일을 대대로 옮겼던 터가 대구경북이지 않았던가.이 수녀의 마음이 전파되고 정성이 쌓여 올해 젊은이 10명을 구할 모금 서원은 마침내 이뤄지고 젊은이 2명을 더 구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힘든 요즘, 이 수녀 포대가 이곳 사람들의 배려로 꽉 차 넘치게 됐으니 '홀씨 되어…'라는 소식지 제목이 더욱 와 닿는다. 이 수녀와 이곳 사람들의 마음씨는 과연 홀씨가 될 만하다.

2019-05-28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세풍] 2020년 총선, 과거 집착 세력에 대한 심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세력에게 정치적 자산(資産)을 물려준 동시에 집단 트라우마(trauma)를 안겨줬다. 정권을 잃고 당했던 참혹한 경험들이 뇌리에 각인돼 공통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고 있다. 트라우마는 정신을 지배하고 행동을 결정짓는 법. 필연적으로 집권 세력은 "정권을 잃으면 다 죽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20년을 넘어 50년·100년 집권론을 들고나온 것도 집단 트라우마의 표출로 봐야 한다.문 대통령을 필두로 한 집권 세력에게 2020년 국회의원 선거는 중차대하다. 국정 수행 동력을 확보하려면 총선 승리가 필요하다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총선 승패가 다음 대통령 선거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만큼 정권 연장을 위해 집권 세력은 총선 승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이 공천 파동으로 총선에서 패한 것은 물론 정권마저 몰락한 것을 생생하게 지켜봤고 그 덕을 본 것이 지금의 집권 세력이다.총선 승리를 위한 '절대반지'가 필요하지만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에겐 국민 마음을 돌릴 마땅한 카드가 없다. 북한 문제는 북한 비핵화 진척은 전혀 없이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는 신세가 됐다. 한·미 동맹은 균열이 갔고 안보에 대한 국민 우려는 팽배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 경제 문제 역시 좌초 상태다. 먹고사는 문제 하나만으로도 정권에 등을 돌린 사람이 부지기수다. 집권 세력 텃밭인 부산·경남은 물론 서울·경기 등 수도권 민심마저 사나워졌다. 지금 상태가 지속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필패(必敗)다.궁즉통(窮則通), 궁하면 곧 통한다고 했던가.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내년 총선의 해법을 다른 데서 찾았다. 문 대통령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 "낡은 이념의 잣대를 그만 버려달라"고 쏘아붙였다. 누가 봐도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말이다. 대통령 측근인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도 "다음 총선은 과거로 가는 정당이냐, 미래로 가는 정당이냐는 대결 구도로 갈 것"이라고 거들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광주에서 '독재자의 후예'를 들고나왔다. '민주당은 미래, 한국당은 과거'란 총선 프레임 짜기에 두 사람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한국당을 겨냥한 집권 세력의 과거 프레임 씌우기가 내년 총선에서 효과를 볼 것인가? 오히려 민주당에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국민 대다수가 과거에 집착한 것은 한국당이 아니라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문 정부는 출범 후 3년째 '적폐(積弊) 청산'을 명목으로 검찰과 경찰, 정부 기관 등을 앞세워 '과거 캐기'에 열 올리고 있다. 내 편은 쏙 빼놓은 채 네 편만 공격하다 보니 '적폐(敵弊) 청산'이란 말까지 생겼다. 과거사 청산은 전·전전 정부를 넘어 5·18과 6·25, 해방 직후 사건, 일제강점기, 구한말까지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까지 건드릴 것이란 비아냥까지 나온다. 집권 세력은 말로는 미래를 외치고 있지만 정책과 정치 행태는 철저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나폴레옹은 "지도자는 꿈을 파는 상인(商人)"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국민에게 꿈을 안겨주고 있는가? 꿈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있다.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미래는 없다. 과거에 집착한 것을 넘어 과거를 '악용'하는 세력을 국민은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2019-05-28 06:30:00

[관풍루] 세계보건기구(WTO)가 '게임 중독=신종 질병'이라는데 만장일치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신종 질병'이라는데 만장일치. 내로남불과 자가당착에 빠져 국민 건강을 해치는 패거리 정치도 좀 심의해주시길….○…빈자(貧者)의 미학과 종교 화합으로 이루어낸 '하양무학로' 작은 교회의 큰 울림. 물신주의와 배타주의에 빠진 대형 교회를 향한 죽비가 여기 있었군!○…음식점 업주와 포스코 구매 담당 직원으로 납품 비리 저지른 아버지와 딸이 나란히 법정에 서서 공모관계를 인정. 부전여전(父傳女傳)이 따로 없네.

2019-05-28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황교안과 종교

"큰누나가 알사탕 2개 값인 10환으로 어렸을 적 나를 꾀어내 교회에 데려갔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세 때 교회에 처음 나간 계기다. 황 대표는 교회 간증 등에서 못살고 공부도 못하던 월남민의 자식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법무부 장관국무총리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털어놓곤 했다."직장과 가정, 여러 관계에서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은혜를 하나님이 주셨다. 언제나 하나님 중심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황 대표는 독실한 신자다. 가능하면 새벽 기도에 나갔고, 50년 동안 주일 예배를 한 번도 빠트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 활동을 해온 것은 유명하다. 1998년 당시 한 기독교 언론은 황 대표에 대해 "11년 동안 매일 저녁 9시에 잠든 뒤 새벽 2시에 일어나 교회에서 가르칠 성경 교재를 만드는 생활을 지속했다"고 썼다. 바쁜 검사 시절에도 이 정도로 신앙생활에 열정을 쏟았다면 단순하게 독실하다는 의미를 뛰어넘는 수준이다.황 대표가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에 불교 의례를 거부한 것은 그의 종교관에 비춰 자연스러운 제스처인지 모른다. 역대 정치 지도자들이 상당수 종교를 가졌지만, 이만큼 열정적인 신자는 일찍이 없었다. 개신교 장로 출신의 대통령은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이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독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기독교계의 평가다.진보 언론은 황 대표를 두고 '기독교 근본주의 세계관을 가진 야당 대표'라고 공격한다. 근본주의는 '복음주의'의 다른 말이고, 모든 세상을 하나님의 뜻대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황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처럼 '대한민국을 하나님에게 봉헌하겠다'고 선언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황 대표의 종교 편향성을 두고 불교계와 보수 기독교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종교 간 싸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총리를 지낸 황 대표가 정계에 입문한 이유는 대권 때문이다. 황 대표가 종교 편향성 문제를 명쾌하게 매듭짓지 않으면 대권은커녕 종교 간 싸움만 조장할 뿐이다.

2019-05-27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세금을 덜 풀어 경제가 안 풀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 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 발행 없이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하다. 이렇게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면 정부의 직무유기고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많이 들어본 듯한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올해가 아니다. 2년 전. 정확히 2017년 6월 12일 국회에서다. 소위 일자리 추경을 요구하며 했던 말이다.일자리 추경에 반대하는 야당을 향해 대통령은 일갈했다. "해법은 딱 하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경제는 적정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재난 수준의 경제 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지도 모른다."갓 취임한 대통령의 지지도가 80%를 넘어설 때다. 일자리 창출이란 명분은 컸다. 국회는 11조2천억원의 일자리 추경안을 통과시켰다.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일자리 사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일자리는 사라졌고 분배는 악화했다.문 대통령은 실용적이지 않다. 올해도 또 추경안을 국회에 넘겼다. 취임 후 내리 3년째다. 이번에는 6조7천억원짜리다. 여기엔 3조6천억원의 적자 국채 발행까지 예고돼 있다. 올해 본예산은 역대 최대인 470조원 규모로 슈퍼예산이라 불렸다. 이 역시 아직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도 "추경은 타이밍과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추경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효과가 반감되고 선제적 경기 대응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국회를 닦달하고 있다. 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 이달 들어서만 여섯 번이다. 이쯤 되니 경제 실정을 추경을 제때 통과시키지 않은 야당 탓으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인다. 추경을 하지 않아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면 앞에 벌어진 일이 뒤따른 일의 원인이라고 착각하는 전형적인 인과 설정의 오류다.호미를 들먹이며 천문학적 세금을 썼지만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3월 기준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5.1%로 최악이다. 세금으로 만든 60대 이상 취업자는 30만 명이 늘었고 30, 40대 일자리는 2개월 연속 20만 명대로 감소했다. 세금을 퍼부어 노인 일자리는 만들었어도 좋은 일자리는 만들지 못했다. 수출은 부진하고 경상흑자는 6년 9개월 만에 최저다. 올 1분기엔 우리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OECD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까지 낮췄다. 경제정책에 F학점을 주며 대한민국 부도 위기를 거론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돈을 더 풀자 국가 채무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만 키웠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GDP 대비 국가 채무 40% 선을 넘기면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커진다. 문 대통령 스스로 야당의원 시절 이를 질타한 바 있다. 이미 이 비율은 40% 문턱에 와 있다.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이면 41.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세금을 덜 써서 경제가 나빠진 것이 아니라 정책 실패로 나빠진 것이다. 세금으로 일부 경제지표를 눈속임할 수는 있어도 경제 실정을 다 가릴 수 없다. 돈 더 쓰게 해 달라고 야당을 들볶기보다 대통령이 이 사실을 깨우치는 것이 먼저다. 그래도 가래로 막을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한 것이 작금의 우리나라 경제 현실이다.

2019-05-27 06:30:00

[관풍루] '국회 정상화' 여야 3당 실무협상에도 여전히 해법 못찾으며 27일 정부 추경안 시정연설도 어려울 듯

○…'국회 정상화' 여야 3당 실무협상에도 여전히 해법 못 찾으며 27일 정부 추경안 시정연설도 어려울 듯. 밀고 당기다 봄날 벌써 갔는데 이러다 여름도 후딱 갈 판.○…트럼프, 중국 제품 무차별 관세 부과와 화웨이 제재도 모자라 이제는 환율 전쟁 포문. 모난 돌이 정 맞고, 그 튄 돌에 엉뚱하게도 한국이 맞는 일은 없어야지?○…봉준호 감독 '기생충'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 수상. 12살 '대구 시네마 키즈'가 꿈꿔온 영화 최고봉 등극, 축하 또 축하!

2019-05-27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사오정과 고구마

어느 자리에서 들은 '사오정 시리즈' 중 하나.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은 사오정이 정수기 위에 붙은 '물은 각자가'란 글자를 보고 소리쳤다. "각자야! 여기 물 좀 갖다 줘."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사오정 뺨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다른 것은 제쳐놓고 경제 관련 발언만 봐도 딱 그렇다.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 4월 실업률이 19년 만의 최고인 4.4%로 발표됐다. 실업자 수는 124만 명으로 2000년 이후 최고치에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5.2%로 통계 작성 후 최악이었다. "거시적으로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했다"고 했지만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16년 만에 마이너스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 말에 국민은 어리둥절함을 넘어 답답할 뿐이다.사실과 다른 발언이 문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까닭은 뭘까.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인데 지금 (문 대통령의) 측근들이 원수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엉터리 보고를 한 청와대 참모들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권력의 이너서클(핵심 세력)이 얼마나 국정을 이끄는 실력과 비전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현 정권은 이것이 부족하고 그 증거의 하나가 대통령의 얼토당토않은 발언이란 분석도 있다.일리가 있지만 참모의 잘못을 떠나 본질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문 대통령 자신이 현실을 잘 모를 수 있다. 아니면 "나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심리에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행위가 결합한 때문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다녀온 사회 원로 중 일부가 문 대통령 태도를 보면 경청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하면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집권 2년이 지났지만 국민은 경제 성과 체감은커녕 하루하루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와중에 대통령 발언은 국민 염장을 지르다 못해 기절하게 하고 있다. 국민은 고구마를 잔뜩 먹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고구마에겐 죄가 없다.

2019-05-25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브레이킹 볼

요즘 류현진이 눈부시다. '야구깨나 한다'는 선수들만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부문 각종 지표를 휩쓸고 있어서다. 23일 기준 6승 1패로 공동 4위이지만 평균자책점(1.52)은 1위다. 9이닝당 평균자책점이 1점대인 '짠물' 투수는 리그 통틀어 3명이 전부다.여기에다 이닝당 안타·볼넷 허용률(WHIP)이 0.74로 저스틴 벌랜더(0.73)에 이어 2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지만 당대 초특급 투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발투수가 내준 '볼넷 4개' 수치는 경이로울 정도다. 특히 31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 행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최장 기록이다.미국 언론이 류현진을 '거장' '소리 없는 강자'로 연일 치켜세우는 것도 엄청난 성적 때문이다. 2015년 어깨 수술 이후 평균 수준의 투수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올해 성적만 보면 벌써 연봉 약 200억원(1천790만달러) 값어치를 다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류현진이 잘하는 이유를 세밀히 분석하는 기사도 계속 이어진다. 그제 영국 '더 가디언'은 투수의 '빠른 공'을 주제로 한 이안 맥마흔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에서 맥마흔은 '스피드만으로는 뛰어난 투수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속 100마일(160㎞)의 빠른 공이 특급 투수의 절대 기준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면서 류현진이 90마일 초반의 공으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비결을 해부했다.바로 '브레이킹 볼' 능력이다. 여러 구질의 '변화구'를 능숙하게 던지는 그의 자질에 주목한 것이다. 포심·투심 패스트볼과 커터,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공을 홈플레이트 구석구석에 던져넣으니 타자 입장에서 '팔색조' 류현진과의 승부가 어려운 이유다.국가 정책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들은 '속도전'의 희생물이 됐다. 부작용이 눈에 뻔한데도 집권 여당은 밀어붙이면 된다는 인식에 사로잡혔다. 최근 경고음이 계속 울리자 뒤늦게 조금 속도를 늦추는 모양새다. 빠른 공이 투수에게 중요하지만 절대 요소는 될 수 없다. 속도는 조금 처지더라도 날카로운 제구력과 여러 구질을 배합하고 완급을 조절해 던지는 능력이 더 중요함을 정부 여당도 이제 깨달을 때가 됐다.

2019-05-24 06:30:00

[관풍루] 문희상 국회의장, 23일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

○…문희상 국회의장, 23일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 국민, '과연 여러분도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우는지?' 자문(自問)부터.○…여야, 4월 25일 국회 보낸 6조7천억원 규모 정부 추경 예산안 29일째 방치. 공기업, 이리 놀고도 한 달 봉급 받으니 신(神)조차 진짜 탐낼 만한 일터.○…대구 기초의회, 특정당 일색 벗고 여야 섞이자 조례 제·개정 2.7배 증가. 대구시민, 그대들 뽑은 유권자 민심 잘 받들어 힘든 대구 기(氣) 좀 살려주소!

2019-05-24 06:30:00

최두성 정치부 차장

[청라언덕] '막말' 쏟아내는 정치인

한동안 미세먼지가 숨을 쉬기 어렵게 하더니 최근엔 정치인들의 험한 말이 귀를 따갑게 한다. '좌파 독재' '도둑놈들' '사이코패스' '한센병 환자' '달창' '독재자의 후예'…. 내뱉는 말마다 가시가 돋쳤고 되받아치는 말은 더욱 자극적이다. 아무리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이라지만, 서민 시름을 내팽개치고 '막말 배틀'로 국회를 공회전시키며 매연을 뿜고 있으니 정치가 민생난 오염원이요, 반목과 혐오를 부추기는 진앙이라 불릴 만하다.말(언어)이 지닌 힘과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조돼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야기하는 동물'이라 일컬었고,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철학적 함의가 있지만, 말이 사람의 됨됨이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과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수많은 사자성어와 속담, 격언이 입(말)조심을 당부하고, 세 치 혀를 잘못 놀렸다 혹독한 대가를 치른 이야기도 수두룩하다.다섯 왕조, 열 한 명의 군주를 모신 중국 재상 풍도(馮道)는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고 했고, '설망어검'(舌芒於劍·혀는 칼보다 날카롭다)은 말조심을 각인시키고자 자주 인용되는 사자성어다.그럼에도 정치인의 극언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막말이 끊이지 않는 것은 '득'(得)이 '실'(失)보다 크다고 여기는 인식 탓이다. 무리한 비유, 정제되지 않은 단어, 상대를 자극하는 말이 일으킬 파장을 알면서도 그것으로 주목받으니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는 남는 장사다. 여기에 환호하는 지지자도 있으니 지지층 결집 면에서도 나쁠 게 없다.막말이 반복되는 건 잠시 숙이면 그뿐이라는 학습 효과도 기인한다. 분란을 일으켜놓고 '사과' 한마디로 퉁 치려는 경우를 수없이 봐 오지 않았는가.저급한 막말이 지지층에게 갈증을 풀어주는 '사이다'가 될지 모르나 마셔보지 않았던가, 탄산음료가 주는 청량함은 그때뿐인 것을. 과다 음용 시에는 이가 썩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알지 않나.막말로 홍역을 치른 일본의 집권 여당 자민당은 최근 '실언 방지 매뉴얼'을 만들어 소속 의원이나 예비 후보들에게 돌렸다고 한다. 7월에 있을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표를 까먹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데 여기에는 약자에 관한 표현이나 지지자들 사이에서 쓰는 특정 표현을 유의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링컨-더글라스' 일화는 국회 문을 닫고 막말 경연을 일삼는 우리 정치권에 교훈을 준다.미국의 링컨 전 대통령은 1858년 상원의원 선거 토론회에서 정적인 스티븐 더글라스가 자신을 이중인격자라고 비난하면서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고 하자 "제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이 얼굴(못생긴)을 하고 있겠냐"고 응수했다.이후 링컨은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 됐지만 더글라스는 그의 생애를 넘어 그의 후손대까지, 160여 년 넘게 막말의 대명사로 회자되고 있다.국가 번영과 국민 안녕을 위해서라면 정치인은 싸워야 한다. 무기는 논리와 설득이 돼야 한다. 잘못 놀린 혀로 대대손손 소환되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2019-05-23 16:49:49

이대현

[야고부] 노무현과 그 멘티들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 청색은 쪽에서 나왔으나 쪽빛보다 더 푸르다고 했는데 정치판에선 이 말이 들어맞지 않은 것 같다. 멘토(mentor)·멘티(mentee)로 연결되는 정치인들을 살펴보면 멘토를 뛰어넘은 멘티를 찾아볼 수 없다. 학문이나 예술 분야에선 스승을 능가한 제자가 숱하게 많은데 왜 정치판에선 멘토를 뛰어넘은 멘티가 나오지 않을까?정치판에서 멘토·멘티로 먼저 거론할 수 있는 인물이 부녀(父女) 사이인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과 용인술을 딸인 박 전 대통령은 보여주지 못했다. 아버지의 부정적 모습을 빼닮았다.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운 김무성 의원도 김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으로 대변되는 통 큰 기질을 계승하기는커녕 마음에 안 들면 들고 튀는 것과 같은 단점을 이어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지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김 전 대통령의 인내와 끈기 대신 박 의원은 말 바꾸기 등 좋지 않은 점을 닮았다. 이회창 전 총재와 그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유승민 의원 등 정치판의 멘토·멘티 대부분이 오십보백보다.오늘로 서거 10주기를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멘토로 하는 멘티는 두 사람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안타깝게도 두 사람 모두 노 전 대통령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신은 통합과 실용, 두 가지다. 국민통합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은 떨어질 줄 알면서도 부산에서 출마하는 등 지역주의 벽을 깨고자 노력했다. 또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국익을 우선하는 실용을 택했다. 한·미 FTA 체결, 이라크 파병 등이 대표적이다.통합과 실용이란 두 잣대로 지난 2년 문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평가하면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진영 논리에 파묻혀 분열을 촉발하고 실패한 정책들을 고집하는 등 통합과 실용에 배치되는 행보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눈 맞추지 말고, 악수하지 말고, 뒤돌아서서 등만 보고 가게 하자고 광주 시민들에게 행동 지침을 얘기한 유 이사장도 매한가지다. 두 사람 모두 노 전 대통령엔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2019-05-23 06:30:00

[관풍루] 무디스·LG연구원에 이어 OECD, KDI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2.4%로 낮춰 잡아

○…무디스·LG연구원에 이어 OECD, KDI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2.4%로 낮춰 잡아. 체온 떨어지는데 해열제 처방만 고집하고 있으니 결과는 보나 마나.○…보건복지부, 흡연 경고 그림 담뱃갑 절반 이상 채우고 2025년까지 실내 흡연실 모두 폐쇄하는 금연 대책 확정. 물 완전히 말려 가재 튀어나오게 만들겠다?○…국내 멸종된 천연기념물 따오기, 10년 복원 끝에 창녕 우포늪에 처음 방사. 노랫말에는 '따옥따옥~ 처량한 소리'랬지만 40년 만에 듣는 반가운 소리.

2019-05-23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계산동스케치] 정주영·이병철을 10만 원권 인물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중 한 명을 언젠가 발행될 10만원권 지폐 인물로 하면 어떨까? 모르긴 해도, 국민의 80% 이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상당수는 "백범 김구 같은 애국자를 놔두고 자기 욕심만 차린 기업가를 감히…"라며 분노할 것이 뻔하다. 반기업적 정서가 노골적인 이번 정권에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이런 뜬금없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일본이 2024년부터 새로운 1만엔권 지폐 인물로 기업가인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1840~1931)를 택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좌파 성향 학자들이 '국가 주도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며 비판했지만, 소수일 뿐이고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작, 한국에서는 조선의 경제 침탈에 앞장선 제국주의 시대 인물을 택한 것은 일본의 의도된 도발이라며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극우 성향에 비춰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렇다고 시부사와는 낮춰 볼 만한 인물이 아니다.게이오대학에서 경제사를 공부한 김명수 교수(계명대 일본학과)는 시부사와를 이렇게 평했다. "일본 자본주의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지만, 오늘날 일본만의 독특한 경영 풍토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500여 개 회사 설립에 관여하면서 자신이 소유·경영하기보다는 인재를 유학 보내고 능력에 맞춰 경영을 맡길 정도로 혁신적이었고,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에 따라 600여 개 학교·복지기관 등의 설립에 참여한 선구적인 기업가였다."시부사와의 경영 철학은 어릴 때 공부한 유교를 기반으로 한 '도덕경제합일설'(道德經濟合一說)이다. '공익이 될 정도의 사익이 아니라면 진정한 사익이라 할 수 없다. 부를 쌓고 영달하는 행위와 인간의 도리인 인의도덕은 합치 병행할 수 있다.' 이쯤 되면 기업가가 아니라 고매한 사상가를 연상시킨다.(시부사와 에이이치 기념재단에서 발행한 전기집은 무려 권당 700쪽이 넘는 책 68권으로 구성돼 있다.)그는 당시 '사농공상' 신분 서열에서 제일 밑바닥인 상인의 지위를 가장 위층으로 끌어 올린 인물이다. 1899년 도쿄고등상업학교(현재 히토쓰바시 대학) 졸업식에서 이렇게 축사했다. "상인이 명예로운 지위가 아니라고 누가 말했나? 상업으로 국가의 홍익(鴻益)을 가져오고 공업으로 국가의 부강을 도모할 수 있다. 상공업자의 실력은 능히 국가의 위치를 높이 올리는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라 기업조직가이자 사상가이면서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일본에는 '경영의 신'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1989), '혁신 기업가의 표상'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1906~1991) 같은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 기업가가 여럿 있다. 이들은 '기업은 공공재'라는 철학을 가졌으며, 고생하면서 기업을 일궜지만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에서 기업가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과 달리, 한국인은 원래부터 기업가를 질시하고 미워하는 DNA를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기업을 자신과 가족의 배만 불리는 수단으로 여기거나 공익 기여도가 미미한 풍토이다 보니 존경받는 기업인이 거의 없다.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만 해도 젊을 때에는 존경·명예 따위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가 무료'로 인식되던 시절, 소프트웨어를 상업화해 야유받았고, 워런 버핏은 주식 투기꾼일 뿐이다. 이들은 나이 들어 천문학적인 기부와 공익 봉사에 나서면서 신망을 얻었으니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의 전형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지폐 인물이 될 만한 '존경받는' 경제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한국의 불행이 아니겠는가.

2019-05-22 18:00:00

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청춘, 희망이 먼저다.

얼마 전 후배 기자가 쓴 '취직 대신 취가로 눈 돌리는 젊은 남성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고 웃었다. '취가'는 예전 여성들이 힘든 취업 대신 시집가기를 택하는 것을 지칭한 '취집'을 남성의 사례에 빗댄 신조어란다. 요즘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힘든 취업 준비를 할 게 아니라 살림을 배워 '백마 탄 공주님'을 찾는 게 빠르겠다는 얘기가 많이 회자하는 모양이다.이 얘길 듣고 대학교수 지인 A씨가 최근 강의 중 일화를 소개했다. 2000년생 제자들이 1990년대를 많이 그리워한다는 얘기였다. 한 학생은 하루만이라도 그 시절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시절 대학에 다녔던 터라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느려 터진 PC통신은 고사하고, 휴대전화도 없어 연락 한번 하려면 공중전화 부스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으며, 심지어 한 주에 하루 놀았던 그때가 뭐가 그리 좋았는지.A씨는 "1990년대는 그래도 희망이 있던 시절이었다. 열심히 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내년이 올해보다 더 잘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저성장, 장기 불황에 접어든 현재를 사는 제자들에겐 천국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A씨의 말을 듣고 보니 이는 20·30대에게만 국한된 얘긴 아닌 듯싶다. 40대인 나도 부럽긴 하니. 그땐 월급쟁이도 재산 불려 잘살 수 있다는 기대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요즘은 계층 사다리가 끊어져 월급쟁이가 부자 되기는 정말 어려운 세상이 됐다.최근 한 독자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화가 잔뜩 난 표정이 수화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신문 진짜 이렇게 만들 거요? 맨날 경제가 어렵다, 일자리가 줄었다, 출산율이 사상 최저다, 아니면 이놈 저놈 욕하는 얘기뿐이고. 애들 교육용으로 신문 받고 있는데, 이럴 거면 당장 끊겠소."다 맞는 말이라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지난주 통계청은 '2019년 4월 고용동향'을 통해 3월 실업자 수가 124만5천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 명대로 후퇴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IMF) 발발 이전의 61만6천 명이던 실업자 수에서 두 배 늘어난 수치다. 특히 3월 20대 실업률은 11.7%를 나타내 IMF 직후인 1998년(11.3%) 이후 최악의 지표를 넘어섰다. 왜 20대들이 취직보다 재력 있는 이성과의 결혼을 꿈꾸고,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지 이해가 됐다.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직장인들의 소득과 삶의 질은 분명히 개선됐다"며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재정의 역할을 키울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20대 젊은이들은 취업 문이 막혀 먹고살기 힘들어졌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정부만 아니라고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5월 가정의 달, 한 가정과 사회의 미래가 되어야 할 20대 젊은이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아닌 희망찬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을 정부가 제시해줬으면 한다.

2019-05-22 15: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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