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이석수 교육학술부장

[데스크칼럼] '캐슬'과 '모래성'

"아빠도 못 올라간 피라미드 꼭대기를 왜 우리 보고 올라가래."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TV 드라마 'SKY캐슬'의 인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요즘도 식지 않고 있다. 시청률이 20%를 넘어 종편 채널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울 태세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이라는 소개가 붙는다.입시 문제가 가족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부모의 욕망을 자녀의 목표에 일치시키면서 명예, 권력, 부의 세습을 향해 돌진한다. 이들의 무조건적 성공을 위한 과정은 가족의 현실적 행복이라는 포장으로 지배를 이어간다. 드라마 속 한 아버지의 대사처럼 "남들의 시선이 뭐가 중요해? 내가 좋으면 그만인데". 그들만의 강박은 시청 순간순간 작은 소름마저 돋게 만든다.계층적 특권을 대물림해서 위세를 보여야 가족 모두의 성취를 느끼는 강박적 욕망에 지배되는 한 자아실현과 같은 교육 본연의 목표는 그저 수사(修辭)일 뿐이다. 교육부 장관조차 'SKY캐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어 드라마를 봤다"면서 "과도한 부분이 있긴 한데 어쨌든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명문대 진학에 매몰된 입시 교육의 병폐와 모순은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SKY'라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 외에 또 다른 의미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견고한 성벽을 오르기 위해 '코디'의 힘을 빌려야 하고 '쌍둥이 아빠'의 지위도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그들만의 리그'가 존속되는 한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고들 한다.개천이 말라버린 것일까, 이무기로 퇴화하는 것일까. 드라마의 인기를 틈 타 '여러 종사자'들이 입시와 교육의 현실에 대해 맹공을 쏟아낸다. 아이들이 애써 쓴 자기소개서를 '자소설'이라 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학교소설기록부'라고 쉽게 부른다. 한때는 교단에 몸 담았다고 과시하듯 경력으로 내건 사교육 인사들도 가세한다. 학교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다. 불안이 커져야 반사이익을 누리는 잇속도 보인다.모두를 만족시키는 입시란 애초 불가능하다. 어쩌면 차악(次惡)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예측 가능한 입시,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결과를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의 출발점은 학교여야 한다. 개혁의 어떤 이유를 붙여도 흔들어서 안 될 곳은 바로 학교라는 사실이다. 입시제도의 정파성을 떠나 교사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고, 학교 교육의 무력감을 해소해야 올바른 개혁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드라마처럼 S대 의대 입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이 쌓은 '캐슬'이 어쩌면 '모래성'일지 모른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학생의 자기주도성이 결여된 입시 과정은 공허한 결과와 마주쳐야 옳지 않을까. 학부모가 기댈 곳이 학교와 교사가 아니라 사교육이라면 공교육 불신이라는 괴물만 양산할 뿐이다.이제는 학교가 답할 차례다. 교육의 기회만큼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부여되어야 하며, 당당하게 겨루고 노력하는 모두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좌우하는 비정상적인 입시판이 펼쳐지고 있다는 믿음이 화석처럼 굳어지기 전에.

2019-01-16 17:44:22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쓰레기 대란

과거 농경시대에는 쓰레기가 없었다. 낡은 옷이 해지면 몇 번이고 기워서 입다가 종내에는 걸레로 활용했다. 음식물 찌꺼기는 소죽 끓이는 데 사용했고 어쩌다 나오는 생선 뼈다귀마저 멍멍이들이 처리했다. 뒷간 분뇨나 마구간에서 나오는 소똥 거름마저 발효시켜서 퇴비로 사용했다. 집을 짓는 자재는 물론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 모두가 천연재료였으니 산업폐기물이 생성될 까닭도 없었다.쓰레기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부산물이다. 자본주의적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부추기며 엄청난 쓰레기 발생을 부채질해왔다. 그렇게 자연환경을 무차별로 파괴해온 인류의 횡포가 초래한 업보는 막중하다. 쓰레기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 곳곳에서 대재앙의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인류 또한 이제야 대자연의 신음을 감지하기 시작했다.매일 100t 안팎의 쓰레기가 발생했던 필리핀 보카라이는 관광지 폐쇄로 한동안 휴식기를 가지면서 하루 관광객 수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은 한 해에 2만 명의 관광객만 받는다. 자국민들의 평온한 삶과 환경보호를 위해서다. 갈라파고스제도에는 자연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해야 들어갈 수 있다.세계의 여러 나라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쓰레기 감소와 처리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자 동남아가 밀려드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환경부가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불법 수출된 쓰레기를 국내로 다시 가져와 처리하는 한편 히말라야 산악 지역의 폐기물 관리 용역사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쓰레기 불법 수출국의 오명을 쓰레기 처리 선진국의 이미지로 상쇄하려는 모양이다.경북 의성에서 7만t이 넘는 쓰레기 더미에 한 달 이상 화재가 계속되고 있어 주민들이 매연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부에서 폭발하는 불길을 잡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양산한 쓰레기의 반격과 자연의 분노가 이제 우리 주변까지 다가온 느낌이다.

2019-01-16 06:30:00

[관풍루] '초계기 갈등' 관련 한'일 장성급 협의에서 일본측이 광개토대왕함 레이더 정보 전체 공개 요구

○…'초계기 갈등' 관련 한일 장성급 협의에서 일본 측이 광개토대왕함 레이더 정보 전체 공개 요구. 우공(牛公)이 웃으시고 견공(犬公)이 하품할 소리.○…국방부, '북한은 우리의 적'이란 표현 삭제되고 '대한민국 위협 세력은 적'이란 표현 들어간 2018 국방백서 발간. 그런데 '대한민국 위협 세력'은 누구지?○…블룸버그 통신, 북한 핵 프로그램이 무기 강화와 대량생산의 새 단계로 진입했다고 보도. 이 판국에 문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2019-01-16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세풍] 집권 세력의 고질병 세 가지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이 무겁지 싶다. 국정에서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구체적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데드크로스까지 발생한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하면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자칫하다간 그렇게 목매던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가 수포가 되는 상황마저 닥쳐올 수 있다. 새해 벽두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문 대통령의 절박감이 반영된 것이다.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정부 여당 등 집권 세력이 성과를 보여주려 발버둥 치겠지만 그리 녹록지 않다. 대내외적 여건도 난관이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금껏 집권 세력이 보여준 행태들이 되풀이된다면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고질병(痼疾病)을 고치지 않는 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집권 세력의 첫째 고질병은 내 편, 네 편에 따라 확연하게 다른 이중적 태도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차갑게 대하라고 했건만 집권 세력은 정반대다. 오죽하면 신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말을 꺼냈을까. 적으로 간주하는 진영의 허물엔 가을 서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냉혹하다. 이 탓에 안타까운 죽음들이 속출했다. 같은 편의 잘못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 청와대 특감반 사태, 육군참모총장을 휴일에 카페로 불러낸 청와대 행정관 등 사례를 들자면 숨이 찰 정도다. 집권 세력은 내로남불이란 말을 정권이 끝나는 날까지 들으려는 모양새다.둘째는 불통이다. 박근혜 정부를 불통정권이라 그렇게도 비판하던 집권 세력이 어느새 스스로가 불통정권이 됐다. 한술 더 뜬다는 소리마저 나온다. 탈원전, 최저임금 인상 등 사안마다 독선과 아집이 도를 넘었다.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터지면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전전·전 정권, 야당,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래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셋째는 공감과 행동 결여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 일부를 인용했다.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혼자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이 시에 나오는 할머니와 주인공이 집권 세력의 모습이다. 장터에 가서 거지들은 차가운 밤을 어떻게 보내는지 살펴보고 그들을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지는 않고 이불 속에서 말로만 걱정하고 잠을 잘 뿐이다. 시장 공장 편의점 식당 등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책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문 대통령은 공감과 소통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했다. 공감과 소통은 상대의 아픔을 헤아리고 같이하는 데서 출발한다. 집권 세력은 공감과 소통에서 낙제점 수준이다. 그토록 싫어하는 어느 전직 대통령의 "내가 해봐서 잘 아는데"와 뭣이 다른가.집권 세력이 고질병을 고쳐 성과를 보여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온몸에 뿌리내린 고질병이 쉽게 고쳐질 리 만무하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쓴소리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2019-01-15 06:30:00

[관풍루] 이해찬 민주당 대표 신년회견에서 '김태우·신재민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신년회견에서 '김태우·신재민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 시대를 잘 만났으면 '의로운 사람' '양심 호루라기'가 되었을 걸….○…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직 분리 약속 뒤엎고 후보추천위원회 통해 대구은행장 겸임 욕심 드러내.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게 인지상정?○…울진 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들 '원전 전문가의 꿈 꺾지 말아달라'는 손편지 170통 청와대 발송 예정. '사람이 먼저'라던 대통령의 반응이 궁금!

2019-01-15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나비를 부르지 못할망정

"여보, 우리 집 마당에 나비를 불러들이겠소!" "아니, 당신이 무슨 요술쟁이요. 글쎄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2016년 가을, 칠곡 왜관의 정재우 한의사는 아내에게 약속했다. 농약 사용과 환경 변화로 농촌의 나비와 곤충도 사라지는 판인데, 느닷없이 자기 집 마당에 나비를 불러들이겠다는 남편의 생뚱맞은 약속과 장담에 아내의 미덥지 못한 반응은 마땅히 그럴 만했다.그리고 2017년 여름에 이어 2018년 같은 즈음, 그의 마당에는 '꼬리명주나비' 무리들이 훨훨 날아다니는 동화가 이어졌다. 남편은 약속을 지켰고, 아내에게 한 장담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보기 드문 꼬리명주나비는 그렇게 칠곡의 매원마을 손님이 되었다.사실 정재우 한의사는 꼼꼼했다. 무엇보다 귀한 존재의 나비를 모시는(?) 준비부터 철저했다. 꼬리명주나비가 먹이로 하는 식물 즉 식초(食草) 공부에 나섰다. 이어 오랜 발품 끝에 군위 부계 한밤마을 울타리 여기저기에서 자라던 '쥐방울덩굴'이 그 식초임을 알고 구해 집 담장에 심었다.그의 정성에 쥐방울덩굴은 담장 아래 움을 텄고 어느 순간, 잎에는 무슨 알들로 소복했다. 곧 애벌레가 되더니 마침내 검은 갈색 무늬에 노란띠를 두른 꼬리명주나비들이 마당과 담장을 넘나들며 춤쳤다. 1년 넘는 그의 간절한 나비 초청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그의 논리는 분명했다. 먼저 나비를 부를 터부터 닦고 나비가 머물 뭇 조건을 갖추는 일이었다. 그랬더니 쥐방울덩굴은 특유의 내뿜는 냄새로 나비를 불렀고, 어디선가 찾아온 나비는 여러 판단 끝에 알을 낳고 애벌레는 식초로 배를 불리며 새 삶터로 삼은 셈이다.아내와 한 약속을 지키고 자신이 뿌리내린 삶터까지 가꾸고자 하는 그의 행동을 떠올린 것은 최근 대구은행장 사태가 생각나서다.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의 분리에 대한 대구시민과의 약속조차 하루아침에 팽개치고 되레 지역사회에 갈등만 일으키는, 꿍꿍이를 알 수 없는 두 인물의 행태가 그렇다. 대구은행을 찾는 나비를 길러도 아쉬울 터인데 그러기는커녕 내쫓을 그런 모습이 그저 씁쓸할 뿐이다.

2019-01-15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왕(王)실장'의 귀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만큼 극심한 영욕을 맛본 인물도 드물다. 1972년 검사 시절 유신헌법 제정에 참여한 이후 승승장구해 검찰총장·법무부장관, 3선 국회의원 등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것으로 마무리했으면 '대단한 인물'로 기억될 텐데, 2013년 박근혜 정부 제2대 비서실장에 취임한 것은 최악의 한 수였다. 만 74세로 역대 최고령 비서실장이었던 만큼 세간에는 '노욕'(老慾)으로 비쳤지만, 본인은 '마지막 봉사'라고 주장했다.그의 별명은 '왕실장' '기춘대원군'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과 충성심, 인맥 등을 활용해 당정청(黨政靑)을 한손에 장악한, 명실상부한 '정권 2인자'였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보좌를 제대로 못 한 '실세 비서실장'의 책임은 엄중했다. 그는 1년 8개월의 마지막 공직 생활로 인해 80세 노구를 이끌고 감옥에 드나드는 신세가 됐으니 '인생무상' '권력무상'을 절절히 곱씹을 만했다.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비서실장의 권력이 막강하고 중요하다. 모든 국정 현안이 비서실장에게 집중되고 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통치 철학, 정권의 국정 방향까지 좌우할 수 있는 자리가 비서실장이다.미국은 1938년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비서실의 행동 규범을 제한하는 규범을 만들었다. 브라운로우(Brownlow)위원회가 만든 '백악관 운영 규범'에는 비서실장에 대해 '전면에 나서지 말 것' '명령이나 결정을 내리지 말 것' '공적인 발언을 삼갈 것'이라고 규정했다.〈문재철의 책 '권력'〉 한국과는 달리, 비서실장을 놓고 '왕실장'이니 '실세 실장'이니 하면서 비꼴 수 없는 구조다.8일 노영민 주중대사가 비서실장에 임명되자, 일부 언론은 그를 '실세 왕실장'이라고 지칭했다. '왕실장'이라는 말에 '실세'가 덧붙을 정도이니 엄청난 파워를 가진 비서실장임이 분명하다. '친문' 핵심인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기춘대원군'에 전혀 꿀리지 않는 위상이다. '실세 왕실장'이 문 대통령을 어떻게 보좌할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2019-01-14 06:30:00

[관풍루] 文 대통령, 신년 회견에서 "권력기관이 국민을 실망시킨 일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확언

○…문 대통령, 신년 회견에서 "권력기관이 국민을 실망시킨 일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확언. 정의로운 정치세력 이끄는 착한 대통령의 지당하신 말씀?○…김천시의회, 집행부 인사에 딴지 걸었다가 '인사 개입' 스스로 인정하는 꼴 되면서 되레 여론의 역풍. 지방의회는 지금 '제 코가 석 자'인데….○…잇따른 추문과 폭로로 연일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빙상'은 올겨울이 사상 최고의 혹한일 듯. 부디 그게 '빙산의 일각'이 아니길!

2019-01-14 06:30:00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매일칼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승민이라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8년 4월 총선으로 4당 체제가 되면서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맞는다. 제3당의 당수로 추락한 김영삼 앞에 놓인 선택은 대통령 꿈을 접든지, 정치 지형 자체를 바꾸든가 둘 중 하나뿐이었다. 결국 김영삼은 1990년 3당(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합당을 결행한다. 김영삼은 '반호남 지역연합'이라는 퇴행적 지역 구도를 가동해 대선 후보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에 오른다.김영삼은 '보수 야합'이라고 격렬한 비판을 받은 합당의 명분으로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간 것'이라고 응수했다. 1995년 대통령이 된 김영삼은 보란 듯 군사정권 시절 부정 축재한 군부 출신 정치인을 솎아내고, 전두환 정권을 탄생시킨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했다. 또 금융실명제로 경제 시스템을 크게 바꿔 국민들의 환호를 받았다.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요즘 신세가 제3당의 당수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 처지와 비슷하다. 유 의원을 굳이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로 부른 것은 그가 언젠가 다시 한 번 보수우파의 '혁신 기수'로 역할을 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도 명분만 만들어지면 한국당에 입당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유 의원은 대구경북(TK)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콘텐츠와 정치적 신념만 보자면 갈 길 잃은 TK 정치권에서 유 의원을 넘어설 정치인은 없다. 그러나 유 의원은 정치인의 핵심 덕목인 소통 능력과 타이밍 감각에서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또 큰 리더가 되려면 '결단'도 중요한 자질이다. 이 부분에서 유 의원은 아직도 많은 담금질이 필요하고 자기와의 싸움을 처절하게 벌여야만 한다.현재 유 의원은 고립무원의 처지다. 함께 보수를 바꿔 보자며 도원결의를 했던 동지들이 하나둘씩 그의 곁을 떠나 한국당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당은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조만간 입당 후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후문이다.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은 양날의 칼이다. 박근혜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막판에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한 그의 입당은 일정 부분 보수 결집과 전당대회 흥행 효과는 있겠지만 보수의 외연 확장과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다.이 대목에서 그토록 보수 혁신을 외쳤던 유 의원의 심중이 궁금하다. 명분은 만드는 것이다. 궤변이라도 좋으니 스스로 명분을 제시하고 보수의 본 진영으로 들어가 싸워라. 설령 무릎 꿇고 들어갈지언정 부끄러움도, 소신 없음도 아니다. 적어도 보수 혁신의 꿈과 대의를 간직하고 있다면 말이다.결단의 시점이 왔다. 더 이상 머뭇거리는 것은 정치적 직무 유기요, 유 의원이 혐오하는 비겁함이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져라. 그래야 유 의원도 살고, 한국 보수도 국민을 위한 정치로 되살아날 수 있다.-----------------------------------------------------------------------------------------------------지난 1년 동안 저의 '每日칼럼'에 성원과 질책을 아낌없이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인사 이동으로 동부지역본부장을 맡게 돼 다른 칼럼으로 찾아뵙겠습니다.

2019-01-13 17:29:52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뒷날의 조짐은?

'1호선 1단계로 경북기계공고~대구역 9㎞…착공을 하였는데…노태우 대통령을 모시고 1호선 기공식을 개최하였다…사고를 예상했는지는 몰라도…당일…한 업체에서 피우는 연막이 터지지 않았다.'1991년 12월 7일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경북기계공고 운동장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지하철 1호선 기공식이 열렸다. 당시 공구가 5개로 분할됐는데 연막점화 행사 때 공교롭게도 1곳의 연막이 불발(不發)이었다.이날 불상사(?)가 뒷날 불행의 조짐은 결코 아니겠지만 현장을 지켜본 누군가는 1995년 4월 28일 터진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참사의 전조쯤으로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앞에 소개한 퇴직 대구시 공직자의 기록을 보면 그렇다.이날 기공식 연막 불발의 기억처럼, 대구지하철은 조해녕 전 대구시장에게도 악몽이었다. 1995년 상인동 참사 당시, 시장 퇴임 후 시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고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때는 현직 시장이었던 악연 탓이다.그러나 조 전 시장은 이런 기억하기 싫은 아픔에도 퇴임 이후 대구에 남았다. 퇴임 뒤 대구를 떠나거나 조용한 새 삶을 누리는 안일(安逸)과 달리 대구의 공동체를 위해 궂은일도 맡는 그런 기여의 모습이었다.그런데 최근 그는 전혀 다른 이야기에 휩싸였다. 바로 대구은행장 인사를 둘러싼 그의 부정적 소문과 역할이다. 풍부한 경험에 균형 감각을 갖춘 그답지 않게 특정 인연에 치우쳤다는 소식으로 안타깝게 하고 있다.게다가 그가 당초 DG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 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의 분리 입장을 바꿔 지주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말하니 소문은 악화되는 꼴이다. 비록 은행 개혁의 뜻이겠지만 특정 인맥 편향 시각은 더욱 퍼질 뿐이다.앞으로 조 의장의 대구은행 활동이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일로 옛날을 한번 되돌아보면 어떨까 싶다. 이번 일이 자칫 또 다른 악몽의 어떤 조짐은 아닐지 말이다.

2019-01-12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문지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과 관리의 폭정을 규명한 저서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문졸(門卒)이란 잡역에 종사하던 하급 군관으로 관청의 아전과 하인 중에서도 가장 교화에 따르지 않는 자이다'(門卒者 古之所謂皁隷也 於官屬之中 最不率敎)라고 했다. 그런데도 혼권(閽權), 장권(杖權), 옥권(獄權), 저권(邸權), 포권(捕權)을 틀어쥐고 행패가 극심했다는 것이다.관문 통제에서부터 곤장의 경중과 죄인 관리, 세금 수령, 도둑 체포 등의 권한을 가진 문지기의 적폐를 수령된 자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으니 백성들의 고초가 오죽했을까. 2019년 새해 벽두에 '문지기'라는 말이 새삼 회자하고 있는 것은 '왕실장의 귀환'이란 형용사를 달고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노영민 전 주중대사의 권력 심층부 입성 때문이다.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선 노 실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저는 사실 부족한 사람"이라며 "어떤 주제든, 누구든, 어떤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경청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실장이 됐든, 수석이 됐든 비서일 뿐"이라며 "그것을 항상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은 백범 김구 선생의 문지기론을 방불케 하는 의지의 표명이다.학생운동권 출신의 정치인인 그에게 '문지기'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들)라는 친문 모임을 만들어 그 좌장을 맡으면서다. 그는 2017년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의 중앙선대본부 공동 조직본부장을 맡았던 '원조 친문'이다. 대통령이 중요 정치 현안을 상의했던 가장 신임하는 인물이 궐문을 장악했으니 또 한 사람의 '왕실장'이 등장한 셈이다.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를 선거 전에 걸러내는 정당의 문지기(gate keeper) 기능이 약해질 때 위험한 권력자가 나온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의 문지기 힘이 강해질 때 정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전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왕실장과 문고리 3인방의 득세와 몰락을 적나라하게 지켜봤다.

2019-01-11 06:30:00

[관풍루] 예천군의회 사태에도 경북 23개 시·군의회 의장단 관광 성격의 베트남 연수 강행해 또 물의

○…예천군의회 사태에도 경북 23개 시·군의회 의장단 관광 성격의 베트남 연수 강행해 또 물의. 내 주머닛돈 안 나가니 욕먹어도 해외 구경은 하겠다는 심보.○…서울시 시무식에서 대통령 행사곡 '미스터 프레지던트' 연주 뒤늦게 알려져 박원순 시장 사과. 김칫국 마시고 예행연습도 했으니 옥좌는 떼어 놓은 당상?○…제주 검찰, 종교적 병역거부자 진실 여부 가리기 위해 '총쏘기 게임 접속' 확인한다고. 백 마디 말보다 진정한 '양심' 들여다보겠다는 검찰의 '신의 한 수'.

2019-01-11 06:30:00

권성훈 문화부 차장

[청라언덕]양두구육과 지록위마

시중에는 문재인 정부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권이라 비꼬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다 보면 이 말로는 뭔가 성에 안 찬다고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지난 연말 자유한국당 새 원내 사령탑이 된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마지막 날 열린 '청(靑) 민간인 사찰 의혹 규명' 국회 운영위원회 자리에서 현 정부를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험한(?) 사자성어를 동원해, 일침을 날렸다. 지역의 보수적인 인사들은 이 사자성어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 점수를 80점 정도 줬다. '양의 머리를 문에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이 말은 현 정부의 이중성(겉은 선한데, 속은 거짓과 속임수로 꽉 참)을 드러내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양두구육'의 유래를 살피자면,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 때의 남장 여인 스토리다. 영공이 궁 안에서 남장 여인을 만들어 즐긴다는 소문이 퍼져, 나라 도처에 유행처럼 남장 여인이 넘쳐났다. 이 소문을 듣고 영공은 왕명으로 남장 여인을 금지했는데, 영이 서지 않았다. 지혜로운 충신인 안자는 "폐하(陛下)께서 궁중 안에 남장 여인을 허용하시면서, 궁 밖에서는 금하시는 것은 마치 양의 머리를 문에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다"고 조언했다.'지록위마'(指鹿爲馬) 정권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는 뜻이다. 사전적으로는 사실(事實)이 아닌 것을 사실(事實)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만드는 의미다.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 직원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김태우 전 청와대 감찰반원이 폭로한 '청와대 각종 비리의혹 폭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발설한 '적자국채 발행 의혹 및 KT&G 사장 교체 부당개입' 등의 사태를 지켜볼 때, 현 정권과 여당(더불어민주당)은 '지록위마'라고 미리 해석·판단을 다 내린 후에 메신저(내부 고발자)를 무차별 공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지록위마'는 사기(史記)의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 나오는 얘기다. 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趙高)는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린 호해(胡亥)를 황제로 삼았다. 조고는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폐하(陛下), 말(馬)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시오소서." 이후 조고는 '말'이라고 긍정한 이들은 살려두고, '사슴'이라고 부정한 이들은 누명을 씌워 다 죽였다. 그 후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권력은 양날의 칼이다. 전 정권을 적폐로 몰아세워 휘둘렀던 서슬 퍼런 칼이 도로 현 정부를 향하고 있는 형국이다. 차라리 '견두구육'(개의 머리를 올려 놓고, 개고기를 판다)이라고 하면, 그나마 '양두구육'이라는 조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정부에 불리한 사건이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메신저나 내부 고발자를 공격하기보다 실체 파악이 우선이라는 자세를 가질 때 '지록위마'라는 비꼼을 피해갈 수 있다. 적어도 도덕적이고 깨끗한 정부를 지향한다면, '내로남불'이라는 단어조차 입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진실하게 국민 앞에 다가서야 한다.

2019-01-10 12:20:11

이상헌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바모스(Vamos) 대구! 파이팅 대구FC!

올해는 스포츠 팬들이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스포츠사(史)에 남을 굵직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이어졌던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그렇다. 적어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챙기느라 밤잠을 설칠 일은 없다.2019년에 눈길을 끌 만한 국제대회는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1월 프리미어 12(야구 국가대항전) 정도다. 7월에 세계수영선수권이 광주에서, 9월에 세계육상선수권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지만 한국 선수 입상 가능성이 크지 않아 아무래도 주목도는 떨어질 전망이다.하지만 대구경북으로 한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2018 대한축구협회(FA)컵 정상에 오른 대구FC의 사상 첫 AFC 챔피언스리그(ACL) 도전이다. 간발의 차이로 티켓을 놓친 포항스틸러스까지 진출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역 축구 팬들로선 결코 놓칠 수 없는 무대다.더욱이 ACL 데뷔를 새로 문 여는 축구 전용경기장에서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만큼 대구의 숨은 매력을 알려 침체한 지역 관광산업을 업그레이드할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대구국제공항 운항 노선 확대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공교롭게도 대구FC가 속한 F조 팀들은 모두 대구에서 직항편이 없는 도시들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 슈퍼리그의 광저우 에버그란데, 호주 A리그의 멜버른 빅토리가 그렇다. 다음 달에 열리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합류할 가능성이 큰 일본 J리그의 산프레체 히로시마도 마찬가지다.오는 3월 12일 대구FC의 역사적인 첫 ACL 홈경기 상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세계 프로축구클럽(풋볼 월드 랭킹·9일 기준) 86위로 대구FC(96위)보다 순위가 높다. 이달 16일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맞붙을 중국의 대표 공격수 가오린이 뛰고 있다. 또 멜버른 빅토리는 일본 축구 간판 스타인 혼다 게이스케의 소속 팀이다. 구단과 선수 개개인의 인기를 감안한다면 해외응원단 특수 대박마저 점쳐진다.그러나 아시안컵에서의 국가대표팀 선전이 ACL 흥행 호조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굴러들어온 복에 감탄만 할 때가 아니다. 애물단지 전락 위기에 놓인 대구스타디움의 향후 활용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시급하다. 무려 3천억원 가까이 들여 지은 지역 명소임에도 대구FC 홈구장 이전 이후에는 공동화가 불가피한 탓이다.활용 방안을 놓고선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의뢰로 대구교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9월 실시한 '대구스타디움 등 공공체육시설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 중 시민 설문조사(900명 대상) 결과를 보면 다기능·다목적 복합공간으로 운영, 주 경기장 개방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종합생활체육관으로 리모델링한다면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란 스타디움 본연의 목적은 훼손된다. 시민 전체를 위한 공간 대신 인근 주민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라고 강조했다. 대구시가 모처럼 창의성을 발휘해 시민 모두의 사랑을 받는 대구스타디움 활성화 묘안을 찾아 스포츠 행정의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2019-01-1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의 책임회피

1917년 혁명 후 소련의 경제 혼란은 극심했다. 계급 청소로 기존 '부르주아 전문가'들이 쫓겨나면서 어중이떠중이들이 국영기업과 공장 관리자가 됐다. 생산량이 줄고 비용은 증가하는 등 경영이 극도의 비효율로 치닫는 것은 당연했다. 그 결과 사회주의에 대한 인민들의 불신은 커져만 갔다.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스탈린이 꺼내 든 카드는 배신자들의 '사보타주'나 '손괴행위'였다. 소련의 붕괴를 바라는 내부 배신자들이 고의로 작업을 지연시키거나 산업시설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소련 경제를 마비시키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설명만이 정책 실패를 은폐하면서 경제 혼란의 원인을 꾸며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이런 시나리오에 따른 첫 공개재판이 1928년 '샤흐티 재판'이다. 1937~1938년 사이 3차례에 걸친 본격적인 숙청 재판에 앞서 열렸다고 해서 역사가들은 '예열(豫熱) 재판'이라고도 하는데 캅카스 북부 탄광 도시 샤흐티가 그 무대다. 당시 샤흐티 탄광에는 수십 명의 국내외 기술자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석탄 생산량이 줄자 소련은 53명의 기술자를 기소해 5명을 총살하고 44명은 감옥으로 보냈다. 죄목은 기술자들이 혁명 이전의 광산 소유주들과 공모해 소련 경제의 사보타주를 기도했다는 것이었다.이로부터 2년 뒤에 열린 '산업당 재판'(Industrial Party)도 똑같은 시나리오에 의한 희생양 만들기다. 소련 검찰이 제기한 혐의는 소련 내에 당원이 2천 명에 이르는 '산업당'이란 지하 정당이 존재하며, 이들은 프랑스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아 파리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반소 러시아인들과 함께 소련을 무너뜨리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당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문재인 대통령이 8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경제정책의 성과가 나왔는데도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 지난해 말의 '언론 탓'의 연장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성과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성과 자체가 없다. 그 이유는 잘못된 정책이지 언론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가짜뉴스' 프레임은 정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한 저급한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2019-01-10 06:30:00

[관풍루]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비서실 3대 원칙으로 '성과·경청·규율' 강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비서실 3대 원칙으로 '성과·경청·규율' 강조. 그동안 여론 등지고 쇠귀에 경 읽기에다 뒤죽박죽 했으니 원칙 소리 나올 법도….○…대구경북여성단체, "접대부 불러달라" 요구한 예천군의회 권도식 의원 사퇴 촉구. 거창하게 '공무국외연수' 들먹이더니 '세금 쓴 유람' 빼도 박도 못할 증거.○…20~44세 미혼 인구 급증하면서 2015년부터 일본 미혼율도 추월, 10명 중 서너 명만 이성 교제. 임을 볼 처지가 안 되니 뽕 못 따는 건 물어보나 마나.

2019-01-10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개 발에 편자

1991년 1월, 3주가량 유럽의 지방자치 현장을 둘러본 적이 있다. 우리 지방자치 시대 개막을 앞두고 선진국 지방자치 실태 취재가 목적이었다. 1960년 12월, 3차 지방선거를 끝으로 맥이 끊긴 한국의 지방자치제가 31년 만에 지방선거(1991년 3월 26일 기초의원 선거) 실시로 부활을 앞두면서 국민들 관심과 우려가 자연스레 지방자치에 쏠린 때였다.당시 유럽 출장에서 받은 가장 강한 인상은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 각국의 지방자치 역사나 전통, 시스템이 아니었다. 바로 주민 대표이자 지방의회를 지탱해나가는 의원들이었다. 그들은 정치에 인이 박이고 정당 색이 강한, 특출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낮에는 생업을 꾸리고, 저녁에 시간을 쪼개 의회에 나와 지역 현안을 토론하고 처리한 보통사람들이었다.그들에게 수천만원의 의정비나 수당은 꿈에도 없는 일이었다. 고작 메모지와 필기구, 홍보 스티커가 보상의 전부였다. 지역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이 때로는 심야까지 의회 불을 밝혔고, 우리 동네를 바꿔나간다는 사명감이 건너뛴 저녁 식탁의 메뉴가 됐다. 그들은 약사나 제빵사, 편의점주, 대학생까지 거리에서 늘 마주치는 장삼이사였다. 유럽 지방자치의 힘은 이들의 상식과 교양, 이성과 합리가 작용하고 굳어진 결과다.지난 연말 미국·캐나다로 연수차 외유에 나선 예천군의회 사태가 뒤늦게 이슈가 되면서 연일 활자와 전파가 달아올랐다. 국민 혈세로 외유에 나선 것도 뒤가 켕기는 일인데 연일 술판을 벌이고 접대부 수소문에다 급기야 가이드 폭행 등 만행까지 벌였다니 이들의 추태에 국민 뒷목이 뻣뻣할 지경이다.이런 분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옮겨붙었다. '지방의원 해외연수 금지' '기초의원제 폐지' 등 관련 청원만 여러 건이다. 몇몇 몰지각한 의원들 탓에 전체 지방의원이 앉아서 욕을 먹는 꼴이다. 그렇지만 예천군의원들이 보여준 수준이 바로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미꾸라지가 흐린 물'에 혀를 차고 끝낼 문제는 아니다. 지금 지방의원 수준으로는 한국의 지방자치는 '개 발에 편자'다. 곪아 터지기 전에 서둘러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2019-01-09 06:30:00

[관풍루] 김정은 국무위원장, 7일부터 10일까지 4번째 중국 방문 일정 시작

○…김정은 국무위원장, 7일부터 10일까지 네 번째 중국 방문 일정 시작. 독도 도발 중인 아베 일본 총리, 남북 두 정상이 작년부터 바쁜데 왜 내 배는 자꾸 아프지?○…한국당 뺀 야당·민주당, 8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때 의원 정수 확대 목소리. 촛불 민심, 이번은 의원 정수 확대 반대하는 외로운 한국당 지지 촛불이요.○…예천군 의회, 해외 연수 중 안내인 폭행 물의에다 '접대부 요구' 논란 겹쳐 망신살. 군민, 자칫 단술처럼 달다는 '예'(醴)가 다른 나쁜 뜻 글자로 대체될까 두렵소.

2019-01-09 06:30:00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친환경 생활에 관한 오해들

1월 1일부터 대형마트나 165㎡(50평)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마트에서 유상이든 무상이든 비닐봉지를 제공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3월 말까지 계도 기간)환경오염이 심각하니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마늘이나 양파는 수확 후 적절히 건조해서 보관하면 상당 기간 저장 가능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양파나 마늘 까는 걸 싫어하니, 대형마트에서는 깐마늘과 깐양파를 판매한다. 미리 껍질을 까서 내놓으니 신선도와 저장성이 금방 떨어지고, 이를 조금이라도 상쇄하려고 비닐 랩으로 둘러싼다. 이런 비닐은 금지 대상도 아니다.가을 무 역시 흙이 묻은 채로 저온 보관하면 오랫동안 신선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흙 묻은 무를 싫어하니 생산자들은 무를 박박 씻어서 내놓고, 그러다 보니 신선도가 금세 떨어진다. 그래서 또 얇은 비닐로 둘러싼다. 불편을 감수하지 않는 한 환경보호는 난망한 것이다.일회용 비닐봉지 대안으로 제시되는 에코백이나 플라스틱 장바구니, 일회용 컵 대신 권하는 텀블러에도 함정이 있다.(제품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에코백이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환경친화적이려면 130회 이상 사용해야 한다. 텀블러가 일회용 종이컵보다 친환경적이려면 1천 회 이상을 써야 한다.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환경을 해치기 때문이다.'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는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운반된 거리에 수송량(t)을 곱한 값을 말한다. 운반 거리가 멀수록, 운반량이 많을수록 환경을 더 많이 해친다. 그래서 우리는 소비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좀 더 친환경적이라고 흔히 생각한다.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농약과 비닐을 사용해 채소를 재배했다면, 운반 거리는 짧지만 환경에는 더 많은 해악을 끼친다. 농약과 농사용 비닐을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생각해보면 된다. 푸드마일리지가 짧다고 곧 친환경은 아닌 것이다.일회용 비닐봉지를 대체할 '친환경 가방'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 마크'가 붙은 제품을 쓰는 것이 곧 친환경 생활은 아니다.기업은 '친환경' 증표를 단 제품들이 몇 회나,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이나 컵보다 환경친화적일 수 있는지를 제품의 유통기한처럼 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는 친환경이고 뒤로는 환경을 더 해칠 수도 있다.2015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은 약 414장이다. 온 국민이 하루에 한 번씩 장을 봐도 연간 414장을 소비하지는 못한다. 결국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제공하는 운반용 비닐봉지가 핵심은 아니라는 얘기다.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자면 불편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하고, 그러자면 소비자가 변해야 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눈길이 향하는 곳을 좇기 마련이다. 더불어 '친환경 제품'이 오염원을 다른 단계, 다른 장소에 전가하는 '가짜 친환경'은 아닌지도 알뜰히 살펴야 한다.

2019-01-08 17:20:29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청와대 권력

헬기를 타고 가던 사단장이 아래를 내려보다 거수경례를 하는 병사를 봤다. 사단장 왈(曰). "충성심이 남다른 저 병사에게 포상 휴가를 줘라." 뜻밖의 휴가를 얻은 그 병사, 사실은 헬기 소리에 하늘을 올려보다 눈이 부셔서 눈썹 위에 손을 올린 것뿐이었다.정권이 바뀌었어도 '청와대 권력'이 세긴 센 모양이다. 2017년 9월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토요일 국방부 근처 카페에서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다. 육군 인사 선발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며 행정관이 육참총장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실무자급에 확인할 수 있는데도 나이가 30대 중반인 행정관이 예순을 바라보는 육군 최고 책임자를 불러낸 것이다. 청와대 권력을 보여주는 만남이다.만나게 된 과정도 문제이거니와 성격과 내용, 끝맺음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장성급 인사 절차가 진행되는 시기에 육참총장이 청와대 행정관과 사전에 만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두 사람은 인사 자료를 가지고 장성 진급 인사 범위와 대상에 대해 논의했다. 만남에 동행한 다른 청와대 행정관은 장군 진급 심사 대상자였고 같은 해 연말 진급했다. 육참총장을 불러내 만난 그 행정관은 만남 후 군 인사 파일을 분실해 의원면직됐다.청와대 해명은 더 가관이다. 행정관이 의욕적으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군 인사 전반에 대한 파악이 필요해 육참총장에게 의견을 청취한 것이라고 했다. 4급 행정관이든 인사수석이든 똑같이 대통령 지침을 받아 수행하는 비서라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성 진급 대상자에 대한 검증은 해당 행정관의 고유 업무가 아니었다. 청와대 인사 검증은 인사수석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한다.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적자 국채 발행 압박 의혹 등 청와대 권력의 어두운 면들이 속속 노출되고 있다. 청와대의 권력 독점 현상을 지적한 정치학자 박상훈은 저서 '청와대 정부'에서 청와대가 내각을 수직적으로 지휘하는 정부 운영 방식은 비(非)민주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가 보수판 청와대 정부라면 지금은 진보판 청와대 정부라고 규정했다. 인적 쇄신을 통해 청와대가 얼마나 달라질지 두고 볼 일이다.

2019-01-08 06:30:00

[관풍루] 최저임금 정책 강행으로 연초부터 생활 현장에서 비명소리 빈발

○…최저임금 정책 강행으로 연초부터 생활 현장에서 비명소리 빈발. 경제 약자 위한다는 정책이 서민 잡는 사태 속출. '사람이 먼저'라더니 정책이 우선이군.○…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앞두고 최대 주주인 대구경북은 인물난으로 들러리 신세. 타짜판에 주력 선수가 약하니 하우스 개장해 놓고 '광'이나 팔아야 하는가.○…인터넷 개인방송 '알릴레오'로 대박 난 유시민, 가짜 뉴스 바로잡는 유튜브 '고칠레오'도 공개 예정. 이제 정계 복귀 선언 위한 '나갈레오'만 남았네.

2019-01-08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세풍] 촛불혁명은 실패했나?

2년 전 이맘때 신문을 펼쳤다. 주요 뉴스는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정유라 체포 등이었고 탄핵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1월 7일에는 세월호 1천 일을 기념한 11차 촛불집회, 14일에는 체감온도 영하 13도임에도 12차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불과 2년 전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인데도,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금세 잊어버리는 한국인 특유의 냄비 기질 때문인지, 그간 경천동지할 사건이 줄줄이 터졌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 기억만큼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 당시 몇몇 친구들은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사회에서 제법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임에도, 그런 꿈을 꾸고 있었으니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이들은 1987년 6·10항쟁을 대학 시절에 경험했기에 변화의 욕구가 강렬했다. 이제 편법과 부정이 없고 노력하면 잘사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었으니 철이 없다고 해야 할까.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권 탄생 등 촛불혁명의 결과물을 두고 친구들은 환호했지만 필자는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그 전리품을 챙긴 정치권의 권력욕과 무능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열망을 훼손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새 정부가 기득권층의 끝없는 탐욕을 제어하고 올바른 사회로 이끌 수 있을지 기대 반, 의심 반이었다.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사회의 표정은 어떠한가. 새로운 희망과 소망을 노래하기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우울한 분위기다. 문재인 정권은 한마디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열망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라고 자랑하고는, 남북관계만 일부 진전시켰을 뿐, 무엇하나 고치고 개혁한 것이 없다.재벌 개혁을 한다고 떠들더니 감정풀이 비슷하게 변죽만 울리고 있다. 공교육이 사라진 학교교육은 물론이고, 학생을 지옥에 빠트리는 입시 개혁도 손조차 대지 못했다. 검찰 개혁한다고 해놓고 '적폐 청산'의 첨병처럼 부리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다. 이미 기득권 세력이 된 노조·시민단체 등을 우군이라는 이유로 옹호하기에 바쁘다. 일자리수석,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고는, 취업자 수가 더 감소한 것은 희대의 코미디다. 처음부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책과 자원을 총동원해야 함에도, 다른 곳에 이리저리 분배하고 같은 편 챙겨주다보니 마이너스 수치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현 정권은 촛불혁명의 과실만 따먹고는, 정신은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정신을 살릴 생각조차 없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촛불 정신을 계승했다는 이들이 이렇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까. 그저 보수 세력 쫓아내고 '자리 옮기기' '이권 챙기기'에만 관심 있을 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능력도, 의욕도 없는 것 같다. 결국,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고도 노태우 정권을 탄생시켰듯,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한국의 불행이다.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잘하고 있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항변한다. 2년 전보다 팍팍하고 힘든 사회가 돼 있음을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데, 헛웃음만 나온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문 대통령에게는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죽 쑤어 개 줬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 추위에 떨며 촛불을 든 시민들의 열망을 떠올리길 바란다.

2019-01-08 06:30:00

[관풍루] 손혜원 민주당 의원,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를 '양아치 짓'이라고 악담

○…문재인 대통령 10일 신년 기자회견 열어 집권 중반 국정운영 방향 설명한다고. 자화자찬, 아전인수, 유체이탈 화법으로 국민 복장 터지게 하려면 아예 말고.○…손혜원 민주당 의원, 모 역사학자 글 인용해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를 '양아치 짓'이라고 악담. 돼지 눈에는 돼지, 양아치 눈에는 양아치 만 보이지.○…청와대, 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 관계자 간담회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배제키로 하루 전 번복. 이렇게 해서 대통령의 눈과 귀는 또 가려지는군.

2019-01-07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가지 않은 길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에서 숲속의 두 갈래 길을 보며 삶에 대한 희구와 인생행로에 대한 회고를 피력하고 있다. 두 길 중에서 사람이 적게 다니는 길을 택했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프로스트는 이 시에서 동시에 두 길을 갈 수 없는 인생의 고뇌와 인간적인 한계를 시사했다.대권을 추구하던 정치인 안철수는 2015년 겨울 정치적인 변신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올린 적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는 구절을 강조하며 자신의 정치적 결단을 은근히 미화한 것이다. 중대한 갈림길에 설 때마다 안철수는 어느 한 길을 선택했고 그로 인해 그의 삶이 송두리째 달라진 것 또한 사실이다.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눈앞의 시장 자리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한 그는 거침없는 대통령 직행 코스를 택했다. 그로부터 7년 후에는 오히려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면서 대권행 우회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가 걸었던 정치 행로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만약 7년 전에 서울시장을 거치는 우회로를 택했다면 오늘날 안철수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2012년 대선 때 안철수는 문재인과 같은 길을 간다고 했다. 그러나 2017년 대선 정국에서는 서로 다른 길에서 맞섰다. 안철수의 좌절은 개인의 실패요 한 정치 세력의 위축으로 국한된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통령의 실패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라와 민족을 담보로 한 일방통행은 그래서 용납될 수가 없는 것이다. 공동체의 합의를 통한 최선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현 정권의 정치적 지향성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못을 박았다.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이 선택한 길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도 '가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어느 길이든 후회와 미련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이 '가서는 안 될 길'이어서 국가와 국민의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질곡으로 몰아넣는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19-01-07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바보들이나 남 탓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이 걱정스럽다. 모두 경제를 살리라고 아우성인데 언론 탓을 하고 나섰다. 내용을 보면 이렇다.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유는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되는 상황' 때문이다. 요약하면 지금 우리 경제는 실패한 것이 아닌데 언론이 실패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웠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대통령의 말이다.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로 떠오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술 더 뜬다. '경제 위기를 조장하는 건 오염된 보도 때문'이라 했다. 현재의 경제 위기론이 '보수정당과 보수언론, 대기업의 이념동맹 결과물'이란다. 현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비판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명박·박근혜 때로 돌려놓기 위한 작업'이라 규정했다.과연 그런가. 2018년 이후 한국은 소득주도성장이란 '멍청한 이론'(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아서 래퍼의 발언)의 실험장이 됐다. 결과는 참담하다. 한국이 유례없는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지표는 넘쳐난다. 한창 일해야 할 청년 34만 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은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영업자마다 1명씩만 고용한다 해도 100만 일자리가 허공에 뜬 셈이다.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소득주도성장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세계는 호황을 누리는데 한국만 예외다. 20172018년 세계 경제가 각각 평균 3.7% 성장할 때 우리나라는 3.1%, 2.7% 성장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률 2.7%는 미국 4.1%보다도 한참 낮다. 1960년대 한국 경제의 도약이 시작된 후 한국 성장률이 미국에 뒤처진 것은 1026 후인 1980년, 환란위기던 1998년과 촛불시위로 얼룩진 2015년 세 차례뿐이었다.이런 지표를 두고 남 탓, 언론 탓은 가당찮다.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는 책을 쓴 미국 코넬대 출신 존 밀러의 지적이 따갑다. "국가 지도자들이 자신과 맞는 것만 좇아가며 맞지 않는 사람에게 모든 갈등의 원죄를 덮어씌우는 것은 바보처럼 어리석은 짓이다. 결국 국가와 조직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남 탓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수필 '7명의 바보들'을 쓴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말도 새겨봄직하다. '어제의 실수를 보면서 고치지 않는 사람'은 첫째 바보고, '자기 생각을 바꿀 용기가 없는 사람'은 셋째 바보다.언론은 민심의 전달자일 뿐이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한다. 언론이 있지도 않은 경제 실패 프레임에 가둔다고 국민이 따라올 리도 없다. 언론마다 해석을 달리 할 수는 있지만 본질은 하나다. 그 본질이 지금 나라 경제를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유 이사장은 "이런 경제 담론을 주도하는 분들이 거짓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분들이 만나는 사람, 삶의 터전, 공부한 것, 주고받는 정보가 편향돼 있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남 탓이 안 되려면 이 말은 먼저 스스로를 향해야 한다.'군자는 허물을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허물을 남에게서 구한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2019-01-07 06:30:00

최원제 대구광역시청소년수련시설 협회장

[기고] 청소년이 행복한 대구

대구시의 청소년 정책 비전은 '미래가 튼튼한 대구, 청소년이 행복한 대구'이다. 현재의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성장해야 미래의 대구가 튼튼해진다는 슬로건이다. 이 멋진 슬로건을 잘 구현하려면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우리 지역 청소년이 쓴 글을 소개한다.'하늘을 날며 지키는 파일럿/ 음식을 먹고 평가하는 미식가/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을 모두 다 만나보고 싶어라/ 연기를 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배우/ 한국의 말을 널리 알리고/ 가르쳐주는 한국어 선생님.'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라서 그런지 적어도 다섯 가지의 꿈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한 청소년이 쓴 이런 글도 있었다.'최상의 경치를 제공하는 두바이 여행사/ 공사현장에 도움이 되는 중장비 운전기사/ 아, 인문계를 가야 하는데 성적이 낮아서 걱정이다/ 부모님 체면도 세워드리고 효도도 하고 싶은데/ 대학도 들어가고 싶어요 결혼도 하고 싶어/ 돈도 잘 벌고 잘 살고 싶어 착하게 늙고 싶네.'마찬가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많은 것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의 체면도 세워드려야 하고, 현실적인 성공도 하고 싶은 청소년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잘 엿볼 수 있다.우리는 청소년의 부모로서, 또는 가족으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청소년을 대하면서 정작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을 나누는 일에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 생각해 본다. 학교와 학원으로 바쁘게 쳇바퀴를 돌리면서 장래의 성공을 위해 황금 같은 청소년기를 그저 참고 희생하라고 격려(?)하고 있지는 않은가.아마 대부분의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인심은 각박해지며 취업난이 심해지는 현실에서 공부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대부분 선거권을 갖지 못한 청소년들의 문제는 언제나 정책의 최후순위 또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9~18세 청소년은 2만 명으로 2년 전에 비해 무려 27%나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중학생 시기에는 적대적 반항장애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반면 일본에서는 14~19세 청소년이 범죄행위로 검거된 숫자가 1997년 1천 명당 17명에서 2016년에는 4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 이유가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 교사의 체벌과 가족 간의 갈등이 줄어드는 등 청소년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부드럽게 변하면서 아이들 역시 어른들에게 맞설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때마침 대구시에서는 조직 개편을 통해 청소년과를 신설했다. 이는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이다. 실제 내용 면에서 팀 구성이나 인력, 그리고 예산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어서 획기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장기적인 지역 청소년 정책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미래가 튼튼한 대구, 청소년이 행복한 대구'에 걸맞은 전향적인 청소년 정책을 기대해 본다.

2019-01-06 15:35:27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구미 한 초부의 꿈

'우리 구미도 전망이 좋은 지역에 탑을 세우고, 청백리 228명을 모시는 공원을 만든다면 좋은 교육용 관광상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지난해 12월 연말이 저물 즈음, 필자에게 한 권의 책이 배달됐다. 이종원(83) 전 구미문화원 이사가 지난 2011년 12월에 엮은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라는 제목의 책이다. 스스로 '나무하는 늙은이'라며 '초부'(樵夫)라고 소개한 그는 243쪽에 이르는 책을 엮은 까닭으로 청백(淸白)과 청풍(淸風)을 앞세웠다.구미에 청백공원과 청백탑이 세워지면 기릴 인물 228인은 조선조 선산(구미) 등 전국 청백리 219명에 정약용 등을 더한 숫자라고 했다. 그가 사비로 책을 출판한 것은 "청백은 후대에 물려줄 훌륭한 문화유산"이라 판단해서다.동서양의 여러 나라를 둘러보고 책을 냈다는 그의 설명에 따르더라도 그가 굳이 청백을 주제로 한 책을 낸 배경이 선뜻 이해되지 않지만 그가 살았고, 앞으로도 살아갈 삶터인 구미에 대한 국가의 청렴도 평가를 살피면 나름 이해할 만도 하다.정부 발표 청렴도에서 지난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의 구미시 성적은 초라하다. 2009년 5단계 평가에서 세 번째인 보통 또는 3등급이 2015년까지였다. 특히 2012년 5등 꼴찌 성적이 2016년부터 반복, 내리 3년째 이어졌으니 말이다.그가 이런 비참한 뒷날의 결과까지 미리 알고 이를 경계하기 위해 책을 엮지는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구미시의 청렴도 평가 결과를 보면 그가 일찍부터 청렴과 청백의 강조와 관광 상품화를 주장한 일은 되돌아볼 초부의 꿈이자 안목이 아닐 수 없다.비록 내용과 편집에서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세월 지난 그렇고 그런 종이 묶음에 그칠 수도 있는 책을 애써 소개한 까닭은 한 초부의 고향 앞날을 아끼고 걱정하는 한 조각 마음 씀씀이만큼은 그대로 묻어둘 수 없어서다. 또한 자신이 발을 딛고 머무는 터에 그만한 고민을 하는 초부가 새해에는 넘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담아서다.

2019-01-05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히든 피겨스

시어도어 멜피 감독이 2016년에 발표한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은 소위 '마이너리티'로 취급받아온 흑인 여성들이다. 인간 존재를 피부색으로 나누고, 여성이라는 굴레에 편견까지 덧씌워 차가운 시선으로 보던 1960년대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감독은 앵글에 사실적으로 담아낸다.1960년대 초 미국 내에서도 흑인 차별이 가장 심했던 버지니아주에서 '흑인+여성'이라는 조합은 말 그대로 최악이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일하는 공간은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던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라는 점은 단순히 차별과 편견이라는 말로는 다 설명하기 힘든 대척점 그 자체다. 그럼에도 이들은 남다른 재능과 꿈을 갖고 '백인+남성' 구도를 조금씩 허물고 영화 제목처럼 '숨은 영웅들'의 실화 스토리를 완성한다.이처럼 이중 핸디캡을 보기 좋게 극복해낸 이들은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매니저이자 전산 전문가 도로시 본, '인간 컴퓨터'로 궤도 비행 성공에 기여한 수학자 캐서린 존슨,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항공엔지니어 메리 잭슨이다. 이들은 미·소 우주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보하는 데 크게 공헌한 숨은 공로자다.하지만 이들의 공적은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다. '흑인 여성'이라는 프레임 탓이다. 1958년 나사 출범 초기 고용된 흑인 여성들은 별도의 분리된 시설에서 근무할 정도로 극심한 차별을 받았다. 지금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가 어려운 이유다.미국 뉴욕주가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기념일을 제정한다는 소식이다. 뉴욕주 상·하원은 3월 1일을 '유관순의 날'로 정하는 결의안을 이달 중에 상정키로 했다. 지난해 '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을 맞아 뉴욕타임스가 세계 역사에서 주목할만한 여성 15명을 선정해 추모 부고(訃告)를 연재하면서 유관순의 삶을 재조명한 것이 계기다.삶의 형태는 다르지만 억압과 차별을 뚫고 치열하게 나아갔던 히든 피겨스, 숨은 영웅들의 귀환은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

2019-01-04 06:30:00

[관풍루] 국방부, 3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명백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라 강조

○…국방부, 3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명백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라 강조. 도둑 제 발 저리다고 지금껏 이를 안 믿은 국방부 사람도 있었다는 고백이군.○…인구 1천만 미국 조지아주, '2019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한인 검사장 선정. 법조계, 사법 농단에 2만 명 법조인 자랑 말고 그에게 법 배우러 가세.○…대구경북신년회 인사들, 2일 "대한민국 재도약에 대구경북이 중심되자"고 다짐. 국민, 우리도 '힘들 땐 믿을 데라곤 대구경북뿐이네'란 옛 소리 다시 듣고 잡소!

2019-01-04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남 탓'만 하는 문 정권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오는 얘기다.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델포이 신탁(神託)을 받아보고 페르시아를 공격했다. 신탁은 "크로이소스가 페르시아로 출병(出兵)하면 대제국을 멸망케 할 것이다"였다. 그러나 크로이소스가 페르시아에 패해 리디아는 페르시아의 속주로 전락하게 된다.이에 크로이소스는 신을 탓했다. 그러나 델포이 무녀(巫女)의 대답은 가혹했다. "신탁은 대제국을 멸망케 할 것이라고만 했을 뿐이다. 크로이소스가 신중하게 생각했다면 대제국이 페르시아인지 리디아인지 물었어야 했다. 신탁의 뜻도 모르고, 살펴보지도 않은 자신에게 죄를 돌리는 것이 옳다."이 이야기에 내포된 의미는 분명하다. 자신의 결정과 행동은 온전히 자기 책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델포이 무녀의 말은 '거짓 신탁'에 대한 교활한 변명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대제국'이 페르시아라고 제멋대로 해석하고 확신한 잘못은 온전히 크로이소스의 몫이다.히틀러가 독소전쟁에서 패한 책임도 마찬가지다. 히틀러는 당초 작전 개시일을 1941년 5월 15일로 잡았으나 6월 22일로 연기했다. 그리스를 침공한 무솔리니가 대패해 돕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겨울이 오기 전에 전쟁을 끝낸다는 계획은 틀어졌다. 패배가 확실해지자 히틀러는 "이탈리아가 우리에게 해줄 수 있었던 최선의 도움은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었다"며 무솔리니를 탓했다.하지만 패배는 예정돼 있었다. 서쪽의 미국과 영국, 동쪽의 소련과 동시에 전쟁을 할 능력이 독일에는 없었다. 무솔리니를 도울 일이 없어 예정대로 5월 15일 소련으로 쳐들어갔어도 독일의 패배는 불가피했다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여당 지도부와 회동에서 경제 성과가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며 '언론 탓'을 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여당 원내대표가 고용난을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으로 돌렸다. '남 탓'은 비겁한 책임 회피이자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는 고백이다. 크로이소스는 무녀의 말을 전해 듣고 잘못은 신이 아니라 자기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문재인 정권에 이런 '내 탓'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인 듯하다.

2019-01-0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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