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이대현 논설위원

[세풍] 2020년 총선, 과거 집착 세력에 대한 심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세력에게 정치적 자산(資産)을 물려준 동시에 집단 트라우마(trauma)를 안겨줬다. 정권을 잃고 당했던 참혹한 경험들이 뇌리에 각인돼 공통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고 있다. 트라우마는 정신을 지배하고 행동을 결정짓는 법. 필연적으로 집권 세력은 "정권을 잃으면 다 죽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20년을 넘어 50년·100년 집권론을 들고나온 것도 집단 트라우마의 표출로 봐야 한다.문 대통령을 필두로 한 집권 세력에게 2020년 국회의원 선거는 중차대하다. 국정 수행 동력을 확보하려면 총선 승리가 필요하다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총선 승패가 다음 대통령 선거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만큼 정권 연장을 위해 집권 세력은 총선 승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이 공천 파동으로 총선에서 패한 것은 물론 정권마저 몰락한 것을 생생하게 지켜봤고 그 덕을 본 것이 지금의 집권 세력이다.총선 승리를 위한 '절대반지'가 필요하지만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에겐 국민 마음을 돌릴 마땅한 카드가 없다. 북한 문제는 북한 비핵화 진척은 전혀 없이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는 신세가 됐다. 한·미 동맹은 균열이 갔고 안보에 대한 국민 우려는 팽배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 경제 문제 역시 좌초 상태다. 먹고사는 문제 하나만으로도 정권에 등을 돌린 사람이 부지기수다. 집권 세력 텃밭인 부산·경남은 물론 서울·경기 등 수도권 민심마저 사나워졌다. 지금 상태가 지속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필패(必敗)다.궁즉통(窮則通), 궁하면 곧 통한다고 했던가.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내년 총선의 해법을 다른 데서 찾았다. 문 대통령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 "낡은 이념의 잣대를 그만 버려달라"고 쏘아붙였다. 누가 봐도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말이다. 대통령 측근인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도 "다음 총선은 과거로 가는 정당이냐, 미래로 가는 정당이냐는 대결 구도로 갈 것"이라고 거들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광주에서 '독재자의 후예'를 들고나왔다. '민주당은 미래, 한국당은 과거'란 총선 프레임 짜기에 두 사람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한국당을 겨냥한 집권 세력의 과거 프레임 씌우기가 내년 총선에서 효과를 볼 것인가? 오히려 민주당에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국민 대다수가 과거에 집착한 것은 한국당이 아니라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문 정부는 출범 후 3년째 '적폐(積弊) 청산'을 명목으로 검찰과 경찰, 정부 기관 등을 앞세워 '과거 캐기'에 열 올리고 있다. 내 편은 쏙 빼놓은 채 네 편만 공격하다 보니 '적폐(敵弊) 청산'이란 말까지 생겼다. 과거사 청산은 전·전전 정부를 넘어 5·18과 6·25, 해방 직후 사건, 일제강점기, 구한말까지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까지 건드릴 것이란 비아냥까지 나온다. 집권 세력은 말로는 미래를 외치고 있지만 정책과 정치 행태는 철저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나폴레옹은 "지도자는 꿈을 파는 상인(商人)"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국민에게 꿈을 안겨주고 있는가? 꿈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있다.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미래는 없다. 과거에 집착한 것을 넘어 과거를 '악용'하는 세력을 국민은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2019-05-2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넘친, 한 수녀의 포대

'홀씨 되어….'안동에 아시아 본부를 둔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해외 선교지 소식지의 올해 봄호 제목이다. 16쪽짜리 작고 가벼운 겉모양과 달리, 속은 크고 높은 뜻의 묵직한 내용이 여럿이다. 한국 본원(本院) 안동에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아시아 캄보디아의 두 분원(分院)에 파견된 수녀 등의 봉사 활동이 실려 있다.또 수녀회 도움으로 다친 다리를 자르지 않고 치료받은 뒤 고통에 신음하는 고국 코트디부아르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안고 인근 부르키나파소의 간호대학에 유학 중인 한 젊은이의 각오와 감사의 글도 있다. 일흔 넘었지만 코트디부아르 현지 봉사를 마다치 않은 이춘자 아녜스 수녀의 절절한 체험담도 물론이다.특히 작은 상처 하나를 제때 고치지 못해 그냥 두는 바람에 결국 팔과 다리를 잘라야만 하는 젊은이들의 비참함을 본대로 차마 소식지에 못다 쓴, 이 수녀의 기도와 서원(誓願)은 간절했다. 굳이 사지를 절단 않고도 잘 치료를 받게 하여 새 삶을 살도록 희망을 주는 일, 치료비 600만원 모금이었다.올 2월 귀국한 뒤 이 수녀는 지난 세월 맺은 뭇 인연을 통해 이런 사연을 알리는 데 마음을 쏟았고 사람들, 특히 대구경북인은 이 수녀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았다. 일찍이 불교라는 외래 종교가 들어오고부터 이곳 백성들이 불사(佛事)에 나선 스님과 비구니의 염원을 모른 척 않고 나섰던 것처럼.옛 스님이 지팡이에 빈 포대를 내걸자 정성을 모아 채웠고, 절 꾸미는 돈이 없어 애태우는 비구니에게 신령스러운 지신(地神)이 금붙이를 내놓았고, 서침은 달성 터를 나라에 바치고 대신 대구 백성의 세금을 덜어 주었고, 경주 최부자는 사방 100리 안에 굶는 이웃이 없게 하는 일을 대대로 옮겼던 터가 대구경북이지 않았던가.이 수녀의 마음이 전파되고 정성이 쌓여 올해 젊은이 10명을 구할 모금 서원은 마침내 이뤄지고 젊은이 2명을 더 구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힘든 요즘, 이 수녀 포대가 이곳 사람들의 배려로 꽉 차 넘치게 됐으니 '홀씨 되어…'라는 소식지 제목이 더욱 와 닿는다. 이 수녀와 이곳 사람들의 마음씨는 과연 홀씨가 될 만하다.

2019-05-28 06:30:00

[관풍루] 세계보건기구(WTO)가 '게임 중독=신종 질병'이라는데 만장일치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신종 질병'이라는데 만장일치. 내로남불과 자가당착에 빠져 국민 건강을 해치는 패거리 정치도 좀 심의해주시길….○…빈자(貧者)의 미학과 종교 화합으로 이루어낸 '하양무학로' 작은 교회의 큰 울림. 물신주의와 배타주의에 빠진 대형 교회를 향한 죽비가 여기 있었군!○…음식점 업주와 포스코 구매 담당 직원으로 납품 비리 저지른 아버지와 딸이 나란히 법정에 서서 공모관계를 인정. 부전여전(父傳女傳)이 따로 없네.

2019-05-28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세금을 덜 풀어 경제가 안 풀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 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 발행 없이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하다. 이렇게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면 정부의 직무유기고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많이 들어본 듯한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올해가 아니다. 2년 전. 정확히 2017년 6월 12일 국회에서다. 소위 일자리 추경을 요구하며 했던 말이다.일자리 추경에 반대하는 야당을 향해 대통령은 일갈했다. "해법은 딱 하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경제는 적정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재난 수준의 경제 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지도 모른다."갓 취임한 대통령의 지지도가 80%를 넘어설 때다. 일자리 창출이란 명분은 컸다. 국회는 11조2천억원의 일자리 추경안을 통과시켰다.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일자리 사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일자리는 사라졌고 분배는 악화했다.문 대통령은 실용적이지 않다. 올해도 또 추경안을 국회에 넘겼다. 취임 후 내리 3년째다. 이번에는 6조7천억원짜리다. 여기엔 3조6천억원의 적자 국채 발행까지 예고돼 있다. 올해 본예산은 역대 최대인 470조원 규모로 슈퍼예산이라 불렸다. 이 역시 아직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도 "추경은 타이밍과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추경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효과가 반감되고 선제적 경기 대응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국회를 닦달하고 있다. 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 이달 들어서만 여섯 번이다. 이쯤 되니 경제 실정을 추경을 제때 통과시키지 않은 야당 탓으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인다. 추경을 하지 않아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면 앞에 벌어진 일이 뒤따른 일의 원인이라고 착각하는 전형적인 인과 설정의 오류다.호미를 들먹이며 천문학적 세금을 썼지만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3월 기준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5.1%로 최악이다. 세금으로 만든 60대 이상 취업자는 30만 명이 늘었고 30, 40대 일자리는 2개월 연속 20만 명대로 감소했다. 세금을 퍼부어 노인 일자리는 만들었어도 좋은 일자리는 만들지 못했다. 수출은 부진하고 경상흑자는 6년 9개월 만에 최저다. 올 1분기엔 우리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OECD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까지 낮췄다. 경제정책에 F학점을 주며 대한민국 부도 위기를 거론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돈을 더 풀자 국가 채무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만 키웠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GDP 대비 국가 채무 40% 선을 넘기면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커진다. 문 대통령 스스로 야당의원 시절 이를 질타한 바 있다. 이미 이 비율은 40% 문턱에 와 있다.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이면 41.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세금을 덜 써서 경제가 나빠진 것이 아니라 정책 실패로 나빠진 것이다. 세금으로 일부 경제지표를 눈속임할 수는 있어도 경제 실정을 다 가릴 수 없다. 돈 더 쓰게 해 달라고 야당을 들볶기보다 대통령이 이 사실을 깨우치는 것이 먼저다. 그래도 가래로 막을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한 것이 작금의 우리나라 경제 현실이다.

2019-05-27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황교안과 종교

"큰누나가 알사탕 2개 값인 10환으로 어렸을 적 나를 꾀어내 교회에 데려갔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세 때 교회에 처음 나간 계기다. 황 대표는 교회 간증 등에서 못살고 공부도 못하던 월남민의 자식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법무부 장관국무총리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털어놓곤 했다."직장과 가정, 여러 관계에서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은혜를 하나님이 주셨다. 언제나 하나님 중심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황 대표는 독실한 신자다. 가능하면 새벽 기도에 나갔고, 50년 동안 주일 예배를 한 번도 빠트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 활동을 해온 것은 유명하다. 1998년 당시 한 기독교 언론은 황 대표에 대해 "11년 동안 매일 저녁 9시에 잠든 뒤 새벽 2시에 일어나 교회에서 가르칠 성경 교재를 만드는 생활을 지속했다"고 썼다. 바쁜 검사 시절에도 이 정도로 신앙생활에 열정을 쏟았다면 단순하게 독실하다는 의미를 뛰어넘는 수준이다.황 대표가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에 불교 의례를 거부한 것은 그의 종교관에 비춰 자연스러운 제스처인지 모른다. 역대 정치 지도자들이 상당수 종교를 가졌지만, 이만큼 열정적인 신자는 일찍이 없었다. 개신교 장로 출신의 대통령은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이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독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기독교계의 평가다.진보 언론은 황 대표를 두고 '기독교 근본주의 세계관을 가진 야당 대표'라고 공격한다. 근본주의는 '복음주의'의 다른 말이고, 모든 세상을 하나님의 뜻대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황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처럼 '대한민국을 하나님에게 봉헌하겠다'고 선언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황 대표의 종교 편향성을 두고 불교계와 보수 기독교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종교 간 싸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총리를 지낸 황 대표가 정계에 입문한 이유는 대권 때문이다. 황 대표가 종교 편향성 문제를 명쾌하게 매듭짓지 않으면 대권은커녕 종교 간 싸움만 조장할 뿐이다.

2019-05-27 06:30:00

[관풍루] '국회 정상화' 여야 3당 실무협상에도 여전히 해법 못찾으며 27일 정부 추경안 시정연설도 어려울 듯

○…'국회 정상화' 여야 3당 실무협상에도 여전히 해법 못 찾으며 27일 정부 추경안 시정연설도 어려울 듯. 밀고 당기다 봄날 벌써 갔는데 이러다 여름도 후딱 갈 판.○…트럼프, 중국 제품 무차별 관세 부과와 화웨이 제재도 모자라 이제는 환율 전쟁 포문. 모난 돌이 정 맞고, 그 튄 돌에 엉뚱하게도 한국이 맞는 일은 없어야지?○…봉준호 감독 '기생충'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 수상. 12살 '대구 시네마 키즈'가 꿈꿔온 영화 최고봉 등극, 축하 또 축하!

2019-05-27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사오정과 고구마

어느 자리에서 들은 '사오정 시리즈' 중 하나.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은 사오정이 정수기 위에 붙은 '물은 각자가'란 글자를 보고 소리쳤다. "각자야! 여기 물 좀 갖다 줘."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사오정 뺨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다른 것은 제쳐놓고 경제 관련 발언만 봐도 딱 그렇다.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 4월 실업률이 19년 만의 최고인 4.4%로 발표됐다. 실업자 수는 124만 명으로 2000년 이후 최고치에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5.2%로 통계 작성 후 최악이었다. "거시적으로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했다"고 했지만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16년 만에 마이너스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 말에 국민은 어리둥절함을 넘어 답답할 뿐이다.사실과 다른 발언이 문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까닭은 뭘까.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인데 지금 (문 대통령의) 측근들이 원수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엉터리 보고를 한 청와대 참모들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권력의 이너서클(핵심 세력)이 얼마나 국정을 이끄는 실력과 비전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현 정권은 이것이 부족하고 그 증거의 하나가 대통령의 얼토당토않은 발언이란 분석도 있다.일리가 있지만 참모의 잘못을 떠나 본질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문 대통령 자신이 현실을 잘 모를 수 있다. 아니면 "나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심리에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행위가 결합한 때문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다녀온 사회 원로 중 일부가 문 대통령 태도를 보면 경청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하면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집권 2년이 지났지만 국민은 경제 성과 체감은커녕 하루하루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와중에 대통령 발언은 국민 염장을 지르다 못해 기절하게 하고 있다. 국민은 고구마를 잔뜩 먹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고구마에겐 죄가 없다.

2019-05-25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브레이킹 볼

요즘 류현진이 눈부시다. '야구깨나 한다'는 선수들만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부문 각종 지표를 휩쓸고 있어서다. 23일 기준 6승 1패로 공동 4위이지만 평균자책점(1.52)은 1위다. 9이닝당 평균자책점이 1점대인 '짠물' 투수는 리그 통틀어 3명이 전부다.여기에다 이닝당 안타·볼넷 허용률(WHIP)이 0.74로 저스틴 벌랜더(0.73)에 이어 2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지만 당대 초특급 투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발투수가 내준 '볼넷 4개' 수치는 경이로울 정도다. 특히 31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 행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최장 기록이다.미국 언론이 류현진을 '거장' '소리 없는 강자'로 연일 치켜세우는 것도 엄청난 성적 때문이다. 2015년 어깨 수술 이후 평균 수준의 투수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올해 성적만 보면 벌써 연봉 약 200억원(1천790만달러) 값어치를 다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류현진이 잘하는 이유를 세밀히 분석하는 기사도 계속 이어진다. 그제 영국 '더 가디언'은 투수의 '빠른 공'을 주제로 한 이안 맥마흔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에서 맥마흔은 '스피드만으로는 뛰어난 투수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속 100마일(160㎞)의 빠른 공이 특급 투수의 절대 기준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면서 류현진이 90마일 초반의 공으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비결을 해부했다.바로 '브레이킹 볼' 능력이다. 여러 구질의 '변화구'를 능숙하게 던지는 그의 자질에 주목한 것이다. 포심·투심 패스트볼과 커터,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공을 홈플레이트 구석구석에 던져넣으니 타자 입장에서 '팔색조' 류현진과의 승부가 어려운 이유다.국가 정책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들은 '속도전'의 희생물이 됐다. 부작용이 눈에 뻔한데도 집권 여당은 밀어붙이면 된다는 인식에 사로잡혔다. 최근 경고음이 계속 울리자 뒤늦게 조금 속도를 늦추는 모양새다. 빠른 공이 투수에게 중요하지만 절대 요소는 될 수 없다. 속도는 조금 처지더라도 날카로운 제구력과 여러 구질을 배합하고 완급을 조절해 던지는 능력이 더 중요함을 정부 여당도 이제 깨달을 때가 됐다.

2019-05-24 06:30:00

[관풍루] 문희상 국회의장, 23일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

○…문희상 국회의장, 23일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 국민, '과연 여러분도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우는지?' 자문(自問)부터.○…여야, 4월 25일 국회 보낸 6조7천억원 규모 정부 추경 예산안 29일째 방치. 공기업, 이리 놀고도 한 달 봉급 받으니 신(神)조차 진짜 탐낼 만한 일터.○…대구 기초의회, 특정당 일색 벗고 여야 섞이자 조례 제·개정 2.7배 증가. 대구시민, 그대들 뽑은 유권자 민심 잘 받들어 힘든 대구 기(氣) 좀 살려주소!

2019-05-24 06:30:00

최두성 정치부 차장

[청라언덕] '막말' 쏟아내는 정치인

한동안 미세먼지가 숨을 쉬기 어렵게 하더니 최근엔 정치인들의 험한 말이 귀를 따갑게 한다. '좌파 독재' '도둑놈들' '사이코패스' '한센병 환자' '달창' '독재자의 후예'…. 내뱉는 말마다 가시가 돋쳤고 되받아치는 말은 더욱 자극적이다. 아무리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이라지만, 서민 시름을 내팽개치고 '막말 배틀'로 국회를 공회전시키며 매연을 뿜고 있으니 정치가 민생난 오염원이요, 반목과 혐오를 부추기는 진앙이라 불릴 만하다.말(언어)이 지닌 힘과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조돼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야기하는 동물'이라 일컬었고,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철학적 함의가 있지만, 말이 사람의 됨됨이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과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수많은 사자성어와 속담, 격언이 입(말)조심을 당부하고, 세 치 혀를 잘못 놀렸다 혹독한 대가를 치른 이야기도 수두룩하다.다섯 왕조, 열 한 명의 군주를 모신 중국 재상 풍도(馮道)는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고 했고, '설망어검'(舌芒於劍·혀는 칼보다 날카롭다)은 말조심을 각인시키고자 자주 인용되는 사자성어다.그럼에도 정치인의 극언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막말이 끊이지 않는 것은 '득'(得)이 '실'(失)보다 크다고 여기는 인식 탓이다. 무리한 비유, 정제되지 않은 단어, 상대를 자극하는 말이 일으킬 파장을 알면서도 그것으로 주목받으니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는 남는 장사다. 여기에 환호하는 지지자도 있으니 지지층 결집 면에서도 나쁠 게 없다.막말이 반복되는 건 잠시 숙이면 그뿐이라는 학습 효과도 기인한다. 분란을 일으켜놓고 '사과' 한마디로 퉁 치려는 경우를 수없이 봐 오지 않았는가.저급한 막말이 지지층에게 갈증을 풀어주는 '사이다'가 될지 모르나 마셔보지 않았던가, 탄산음료가 주는 청량함은 그때뿐인 것을. 과다 음용 시에는 이가 썩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알지 않나.막말로 홍역을 치른 일본의 집권 여당 자민당은 최근 '실언 방지 매뉴얼'을 만들어 소속 의원이나 예비 후보들에게 돌렸다고 한다. 7월에 있을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표를 까먹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데 여기에는 약자에 관한 표현이나 지지자들 사이에서 쓰는 특정 표현을 유의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링컨-더글라스' 일화는 국회 문을 닫고 막말 경연을 일삼는 우리 정치권에 교훈을 준다.미국의 링컨 전 대통령은 1858년 상원의원 선거 토론회에서 정적인 스티븐 더글라스가 자신을 이중인격자라고 비난하면서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고 하자 "제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이 얼굴(못생긴)을 하고 있겠냐"고 응수했다.이후 링컨은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 됐지만 더글라스는 그의 생애를 넘어 그의 후손대까지, 160여 년 넘게 막말의 대명사로 회자되고 있다.국가 번영과 국민 안녕을 위해서라면 정치인은 싸워야 한다. 무기는 논리와 설득이 돼야 한다. 잘못 놀린 혀로 대대손손 소환되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2019-05-23 16:49:49

이대현

[야고부] 노무현과 그 멘티들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 청색은 쪽에서 나왔으나 쪽빛보다 더 푸르다고 했는데 정치판에선 이 말이 들어맞지 않은 것 같다. 멘토(mentor)·멘티(mentee)로 연결되는 정치인들을 살펴보면 멘토를 뛰어넘은 멘티를 찾아볼 수 없다. 학문이나 예술 분야에선 스승을 능가한 제자가 숱하게 많은데 왜 정치판에선 멘토를 뛰어넘은 멘티가 나오지 않을까?정치판에서 멘토·멘티로 먼저 거론할 수 있는 인물이 부녀(父女) 사이인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과 용인술을 딸인 박 전 대통령은 보여주지 못했다. 아버지의 부정적 모습을 빼닮았다.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운 김무성 의원도 김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으로 대변되는 통 큰 기질을 계승하기는커녕 마음에 안 들면 들고 튀는 것과 같은 단점을 이어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지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김 전 대통령의 인내와 끈기 대신 박 의원은 말 바꾸기 등 좋지 않은 점을 닮았다. 이회창 전 총재와 그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유승민 의원 등 정치판의 멘토·멘티 대부분이 오십보백보다.오늘로 서거 10주기를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멘토로 하는 멘티는 두 사람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안타깝게도 두 사람 모두 노 전 대통령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신은 통합과 실용, 두 가지다. 국민통합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은 떨어질 줄 알면서도 부산에서 출마하는 등 지역주의 벽을 깨고자 노력했다. 또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국익을 우선하는 실용을 택했다. 한·미 FTA 체결, 이라크 파병 등이 대표적이다.통합과 실용이란 두 잣대로 지난 2년 문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평가하면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진영 논리에 파묻혀 분열을 촉발하고 실패한 정책들을 고집하는 등 통합과 실용에 배치되는 행보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눈 맞추지 말고, 악수하지 말고, 뒤돌아서서 등만 보고 가게 하자고 광주 시민들에게 행동 지침을 얘기한 유 이사장도 매한가지다. 두 사람 모두 노 전 대통령엔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2019-05-23 06:30:00

[관풍루] 무디스·LG연구원에 이어 OECD, KDI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2.4%로 낮춰 잡아

○…무디스·LG연구원에 이어 OECD, KDI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2.4%로 낮춰 잡아. 체온 떨어지는데 해열제 처방만 고집하고 있으니 결과는 보나 마나.○…보건복지부, 흡연 경고 그림 담뱃갑 절반 이상 채우고 2025년까지 실내 흡연실 모두 폐쇄하는 금연 대책 확정. 물 완전히 말려 가재 튀어나오게 만들겠다?○…국내 멸종된 천연기념물 따오기, 10년 복원 끝에 창녕 우포늪에 처음 방사. 노랫말에는 '따옥따옥~ 처량한 소리'랬지만 40년 만에 듣는 반가운 소리.

2019-05-23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계산동스케치] 정주영·이병철을 10만 원권 인물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중 한 명을 언젠가 발행될 10만원권 지폐 인물로 하면 어떨까? 모르긴 해도, 국민의 80% 이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상당수는 "백범 김구 같은 애국자를 놔두고 자기 욕심만 차린 기업가를 감히…"라며 분노할 것이 뻔하다. 반기업적 정서가 노골적인 이번 정권에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이런 뜬금없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일본이 2024년부터 새로운 1만엔권 지폐 인물로 기업가인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1840~1931)를 택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좌파 성향 학자들이 '국가 주도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며 비판했지만, 소수일 뿐이고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작, 한국에서는 조선의 경제 침탈에 앞장선 제국주의 시대 인물을 택한 것은 일본의 의도된 도발이라며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극우 성향에 비춰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렇다고 시부사와는 낮춰 볼 만한 인물이 아니다.게이오대학에서 경제사를 공부한 김명수 교수(계명대 일본학과)는 시부사와를 이렇게 평했다. "일본 자본주의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지만, 오늘날 일본만의 독특한 경영 풍토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500여 개 회사 설립에 관여하면서 자신이 소유·경영하기보다는 인재를 유학 보내고 능력에 맞춰 경영을 맡길 정도로 혁신적이었고,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에 따라 600여 개 학교·복지기관 등의 설립에 참여한 선구적인 기업가였다."시부사와의 경영 철학은 어릴 때 공부한 유교를 기반으로 한 '도덕경제합일설'(道德經濟合一說)이다. '공익이 될 정도의 사익이 아니라면 진정한 사익이라 할 수 없다. 부를 쌓고 영달하는 행위와 인간의 도리인 인의도덕은 합치 병행할 수 있다.' 이쯤 되면 기업가가 아니라 고매한 사상가를 연상시킨다.(시부사와 에이이치 기념재단에서 발행한 전기집은 무려 권당 700쪽이 넘는 책 68권으로 구성돼 있다.)그는 당시 '사농공상' 신분 서열에서 제일 밑바닥인 상인의 지위를 가장 위층으로 끌어 올린 인물이다. 1899년 도쿄고등상업학교(현재 히토쓰바시 대학) 졸업식에서 이렇게 축사했다. "상인이 명예로운 지위가 아니라고 누가 말했나? 상업으로 국가의 홍익(鴻益)을 가져오고 공업으로 국가의 부강을 도모할 수 있다. 상공업자의 실력은 능히 국가의 위치를 높이 올리는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라 기업조직가이자 사상가이면서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일본에는 '경영의 신'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1989), '혁신 기업가의 표상'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1906~1991) 같은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 기업가가 여럿 있다. 이들은 '기업은 공공재'라는 철학을 가졌으며, 고생하면서 기업을 일궜지만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에서 기업가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과 달리, 한국인은 원래부터 기업가를 질시하고 미워하는 DNA를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기업을 자신과 가족의 배만 불리는 수단으로 여기거나 공익 기여도가 미미한 풍토이다 보니 존경받는 기업인이 거의 없다.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만 해도 젊을 때에는 존경·명예 따위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가 무료'로 인식되던 시절, 소프트웨어를 상업화해 야유받았고, 워런 버핏은 주식 투기꾼일 뿐이다. 이들은 나이 들어 천문학적인 기부와 공익 봉사에 나서면서 신망을 얻었으니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의 전형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지폐 인물이 될 만한 '존경받는' 경제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한국의 불행이 아니겠는가.

2019-05-22 18:00:00

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청춘, 희망이 먼저다.

얼마 전 후배 기자가 쓴 '취직 대신 취가로 눈 돌리는 젊은 남성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고 웃었다. '취가'는 예전 여성들이 힘든 취업 대신 시집가기를 택하는 것을 지칭한 '취집'을 남성의 사례에 빗댄 신조어란다. 요즘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힘든 취업 준비를 할 게 아니라 살림을 배워 '백마 탄 공주님'을 찾는 게 빠르겠다는 얘기가 많이 회자하는 모양이다.이 얘길 듣고 대학교수 지인 A씨가 최근 강의 중 일화를 소개했다. 2000년생 제자들이 1990년대를 많이 그리워한다는 얘기였다. 한 학생은 하루만이라도 그 시절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시절 대학에 다녔던 터라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느려 터진 PC통신은 고사하고, 휴대전화도 없어 연락 한번 하려면 공중전화 부스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으며, 심지어 한 주에 하루 놀았던 그때가 뭐가 그리 좋았는지.A씨는 "1990년대는 그래도 희망이 있던 시절이었다. 열심히 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내년이 올해보다 더 잘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저성장, 장기 불황에 접어든 현재를 사는 제자들에겐 천국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A씨의 말을 듣고 보니 이는 20·30대에게만 국한된 얘긴 아닌 듯싶다. 40대인 나도 부럽긴 하니. 그땐 월급쟁이도 재산 불려 잘살 수 있다는 기대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요즘은 계층 사다리가 끊어져 월급쟁이가 부자 되기는 정말 어려운 세상이 됐다.최근 한 독자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화가 잔뜩 난 표정이 수화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신문 진짜 이렇게 만들 거요? 맨날 경제가 어렵다, 일자리가 줄었다, 출산율이 사상 최저다, 아니면 이놈 저놈 욕하는 얘기뿐이고. 애들 교육용으로 신문 받고 있는데, 이럴 거면 당장 끊겠소."다 맞는 말이라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지난주 통계청은 '2019년 4월 고용동향'을 통해 3월 실업자 수가 124만5천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 명대로 후퇴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IMF) 발발 이전의 61만6천 명이던 실업자 수에서 두 배 늘어난 수치다. 특히 3월 20대 실업률은 11.7%를 나타내 IMF 직후인 1998년(11.3%) 이후 최악의 지표를 넘어섰다. 왜 20대들이 취직보다 재력 있는 이성과의 결혼을 꿈꾸고,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지 이해가 됐다.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직장인들의 소득과 삶의 질은 분명히 개선됐다"며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재정의 역할을 키울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20대 젊은이들은 취업 문이 막혀 먹고살기 힘들어졌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정부만 아니라고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5월 가정의 달, 한 가정과 사회의 미래가 되어야 할 20대 젊은이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아닌 희망찬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을 정부가 제시해줬으면 한다.

2019-05-22 15:27:58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멍청한 질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와 유진 파머 시카고대 교수가 2013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3명 중 2명으로 선정된 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경제학은 과학인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두 수상자가 금융시장의 작동 방식에 대해 전혀 상반된 견해를 보이면서 경제학의 '과학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었다. 결론은 없었다. 서로 자기 말이 맞다는 입씨름만 있었을 뿐이다.과연 경제학은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엄밀 과학인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연구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엄밀 과학은 자연현상을 탐구하지만, 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활동을 연구한다. 그런데 인간의 경제활동은 정치적, 도덕적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경제학에는 자연과학처럼 가치판단이 개입할 수 없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할 수 없다.이런 본질적 한계 때문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지 과학이 아니며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겉보기에 아무리 중립적인 결정이라도 정치적, 윤리적 판단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미국 뉴스쿨대학의 던컨 폴리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간다. "경제학은 과학이기 이전에 (그런 면도 일부 있으나) 자본주의적인 경제적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복잡하고도 모순적인 경험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한 논의"로 "과학이 아니라 사변적인 철학 담론"이라고 한다.('아담의 오류: 경제신학 안내서')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가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무엇이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책망성 질문이 화제다. 경제학은 과학일 수 없다. 따라서 어떤 경제적 주장도 '과학적 근거'가 있을 수 없다. 국가 재정이 건전하려면 국가채무비율이 40% 이내여야 한다는 국제기구의 권고 역시 과학적 근거가 있을 리 없다. 그것은 그렇게 해야 경제 위기가 닥칠 때 재정이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경험칙일 뿐이다. 문 대통령의 질문은 굉장히 '과학적'인 듯 보이지만 실은 멍청한 질문이었다.

2019-05-22 06:30:00

[취재현장]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으려면…

"대구 수출 지표는 앞으로 나빠질 겁니다. 자동차 부품, 섬유 등 기존 주력 산업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지난해 대구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80억달러를 돌파했다는 통계가 나온 올해 초,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당시에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대구 수출이 1년 새 12.3%나 뛰어오르며 큰 성장세를 보인 데다 수출 상승을 주도한 것도 주력 품목인 자동차 부품과 산업기계였기 때문이다. 왜 수출이 늘었고, 어떤 업종이 선전했다는 긍정적 얘기만 나올 줄 알았던 자리에서 갑작스레 '대구 수출 위기론'을 언급한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 지난 1분기 수출 성적표를 받아 들 때까지도 대구 수출 호조는 이어졌다. 1분기 대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19억3천만달러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전국 수출액이 8.5%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하지만 지난달은 달랐다. 수출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지난 17일 대구세관에 따르면 4월 대구 수출액은 6억3천만달러로 지난해 4월보다 10.1%나 줄었다. 자동차 부품 업체가 상당수 포함된 금속제품 업종 수출이 30% 줄었고 전기전자제품과 기계·정밀기기 업종 수출도 각각 29%, 14% 감소했다.이는 대(對)중국 수출이 크게 준 탓이다. 대구 전체 수출에서 23%를 차지하는 중국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8.8% 줄면서 전체 수출 부진을 이끌었다.지역 기업들이 국내 완성차 업체로부터 지난해 초 수주한 물량이 최근 납품을 마치고 새 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가 내수·수출 전반에서 큰 어려움을 겪으며 협력업체에 발주하는 물량이 다소 줄었기 때문이다.대구 경제 전반이 일부 국가와 대기업에 휘둘리는 모양새다. 의존도가 높은 국가나 대기업이 설비 투자를 늘리거나 증산 계획을 밝히면 혜택을 누리는 반면 반대 상황일 경우 훨씬 큰 어려움을 겪는 구조다. 대구 중소기업 상당수가 일종의 '낙수효과'를 바라보고 있는 협력업체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재는 작게, 악재는 크게 작용할 가능성도 적잖다. 결국 수출 판로를 다변화하고 대기업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고, 해답은 지역 기업들의 업종 고도화와 기술력 확보이다. 다른 곳에서 못 만드는 물건을 만들어야 대기업과의 계약에서 '을'의 위치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기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실제로 특별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에 이번 수출 지표는 남의 얘기다. 전기차에 쓰이는 부품을 생산하는 한 지역 업체는 오히려 올해 공장 규모를 키워 생산량을 늘리기로 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러 특허로 무장한 의료기기 업체나 식품 업체들은 대구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남미, 중동 등에까지 수출한다. 대기업을 통하지 않으니 납품 과정에서 '양보'할 일도 없다.4월 대구 수출이 줄어든 것은 지역 업체들의 역량이 갑자기 나빠졌다거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등장해서가 아니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꺾인 점과 미중 무역분쟁, 대기업 부진의 영향이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기술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9-05-22 06:30:00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적폐 없애려 적폐만 쌓는 문 정부

'취업은 알바레오, 통계는 바꿀레오, 경제는 망칠레오, 북한은 퍼줄레오, 세금은 올릴레오, 자영업자는 울릴레오'.유시민의 유튜브 '알릴레오' 등장에 맞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빗댄 인터넷 댓글이다. 민심은 정치적 적폐, 사회 구조적 적폐 청산도 필요하지만 적폐 청산을 빌미로 국민의 삶이 고단해지거나, 궁핍해져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이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악질적이고 근본적인 적폐는 '국민의 삶을 곤궁하게 만들고 정치적 혐오를 갖게 하는 정치적 행위'임을 보여준다.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감히 약속드린다. 2017년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오늘부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도 진심으로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그는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하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반대 세력에 대한 인적 청산과 처벌 위주의 적폐 청산, 무리하고 졸속적인 탈원전 정책, 현실을 도외시한 소득주도성장 등을 밀어붙임으로써 그의 약속은 대부분 공염불이 됐다.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시작된 적폐 청산 작업으로 수사받은 전(前) 정권 인사만 110명이 넘는다. 징역형 합계가 130년을 넘겼다. 4명이 자살했고, 1명은 국가기관의 공격을 받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대통령이 지시한 박찬주 전 대장 수사, 기무사 계엄 문건 수사 등은 용두사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고(誣告)에 가까운 것이었다."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 대원칙으로 삼겠다"는 약속도 허언에 그쳤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는 '코드인사'가 판을 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의 국정 운영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은 사실상 '내 편이냐, 아니냐' 뿐이었다. 내 편이면 헌법재판관조차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문 대통령 친구들은 쉽사리 한 자리씩 맡고 법무법인의 동료는 법제처장, 심지어 사무장까지 공기업 이사가 됐다. 이러면서 취임사에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은 어떤가. 현 집권 세력은 자기네들은 위장 전입하면서 남은 징역형 때리고, 자기네들은 편법 증여를 일삼으면서 다른 사람은 못 하게 하는 법 만들고, 제 자식은 외고 보내면서 남의 자식은 자사고도 못 가게 하고, 자기 세력은 집 두 채, 세 채 갖고 임대업자들에겐 집 팔라고 한다.자기들은 체크리스트이지만 다른 정부가 하면 블랙리스트이고, 자기들 댓글 조작은 괜찮고 남은 불법이라 한다. 자기들은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가면서, 다른 이들은 1만2천700원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 삼아 쫓아냈다. 이러면서 공정과 정의를 약속했고 실천한다고 선전한다.현 정부 좌파 권력 실세들에겐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면 모두 적폐였다. 적폐 청산은 집권 세력 자신의 살을 먼저 도려내는 솔선수범과 그 주체의 높은 도덕성이 담보됐을 때만 가능하다. 적폐로 적폐를 청산할 수는 없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은 먼저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롭게 비쳐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적폐 청산은 또 다른 적폐를 쌓는 일이다.

2019-05-21 19:07:49

[관풍루]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 조짐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우려하는 목소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 조짐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우려하는 목소리. 등도 걱정이지만 서로 쥐어뜯은 가슴도 이미 정상이 아닌 듯.○…금값이 오르면서 금에 대한 직접 투자와 거래는 물론 간접 투자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경제 불안과 사회 혼란에 믿을 것은 묵직한 금덩이뿐.○…손학규 대표의 당직 임명 강행에 바른정당계가 즉각 반발하는 등 바른미래당 내홍이 점입가경.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는데, 살림 꼴이 어찌 될는지?

2019-05-21 18:13:15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북녘의 밤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일제의 식민지 노예로 전락한 우리 민족의 애환과 비애를 극적으로 형상화한 김동환의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은 이렇게 어두운 막을 연다. 작품의 무대가 깊은 밤 두만강변이다. 산천이 어둠에 휩싸인 국경의 밤은 곧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현실을 웅변하며 한 줄기 빛이라도 희구하는 민족의 염원을 머금었다.소설이나 시 작품 속에서는 깜깜한 밤을 가리켜 '칠흑 같은 밤'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검고 윤기 있는 머리카락을 일러 '칠흑 같은 머리카락'이라고도 한다. 어두운 밤이 있어야 달빛이 교교하고 별빛은 영롱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늘날 도시의 밤은 너무 밝아서 탈이다. 이른바 불야성(不夜城)이다. 밤낮이 따로 없다.인공위성에서 열화상 기법으로 촬영한 지구의 밤 풍경은 빈부의 격차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잘사는 나라들은 캄캄해야 할 밤이 너무 밝아서 문제가 된다. 수컷 반딧불이는 밤이 어두울수록 암컷에게 자신의 존재를 잘 드러낼 수 있다. 부엉이와 올빼미는 밤이 되어야 먹이 활동을 벌이며 새끼들을 키운다. 맹금류의 공격을 피해 밤중에 움직이는 약한 동물도 많다.그런데 자연의 질서를 역행하는 강렬한 야간 인공조명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이제 곧 도시의 매미들은 밤낮 구별을 못하고 울어댈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빛 공해가 소리 공해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환한 밤은 인간의 신진대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밝은 태양이 생존의 필수조건이지만, 어두운 밤도 필요하다.그런데 북한의 밤은 빛이 너무 없다. 칠흑 같은 밤이다. 위성사진을 보면 북녘은 평양을 빼고는 암흑천지이다. 마치 남한 땅이 섬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최근 어느 데이터 분석 업체가 야간 위성사진에 찍힌 '불빛'을 토대로 경제 규모를 추정했는데,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천400달러였다. 세계 10대 빈곤국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래서 한 줄기 빛을 찾아 탈북을 기도하는 주민이 그치지 않는다. 북녘의 밤이 일제 치하 국경의 밤과 무엇이 다른가.

2019-05-21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세풍] 문재인 박근혜, 왜 그리 빼닮았나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음을 느낀다. '욕하면서 배운다' '혹독한 시집살이한 며느리가 모진 시어머니 된다'. 이런 속담이 생각나는 이유는 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그리 빼닮았는가 하는 의문점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최순실 없는 것 빼고는 박 전 대통령과 똑같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데, 단순한 우스개가 아니라 아무리 봐도 두 사람은 유사점이 많다. 둘의 사상·가치관은 대척점에 있지만, 행동 양식이나 상황 인식 면에서 거의 흡사한 모습을 보여 놀랄 정도다.둘에게서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불통과 독선이다. '불통'과 '독선'은 박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였으나 언제부턴가 문 대통령도 같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둘은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전형적인 '꼰대'의 기질을 보여준다.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 비해 덜 폐쇄적이라고 하지만, 여론 수렴이나 상대 진영을 인정하지 않는 기질은 그에 못지않다. 문 대통령은 부드러운 외모와는 달리 고지식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다. '문 대통령은 남의 얘기를 인내심 있게 잘 듣는다. 막상 결정할 때는 자신 맘대로 한다.'온 국민이 경기 침체를 체감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 홀로 '경제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참모들에게 '경제정책이 잘된 점을 적극 홍보하라'고 하니 경제부총리나 일자리수석비서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얼마 후면 구조 개선의 변화를 실감할 것이다' '일자리의 질이 개선됐다'는 망발을 내놓고 있다.역사관마저 닮은꼴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애국' '뉴라이트사관'에 경도돼 역사 교과서를 손대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친중 반일' '역사 바로 세우기'로 대표되는 '관제 민족주의'에 열중한다. 방향만 다를 뿐, 개방개혁 시대에 과거사를 껴안고 미래를 소홀히 여기는 것도 판박이다.불통과 독선은 국민뿐만 아니라 같은 편에게도 적용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이가 있었던가. 이들에게도 친척·친구가 있고 지역 구민을 만나는데,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모를 리 없다. 2015년 박 전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유승민 의원에 대해 '배신의 정치'라고 일갈하고 원내대표직에서 쫓아낸 것을 기억한다면 누가 감히 신념에 가득 찬 대통령에게 고언을 하겠는가.둘의 닮은꼴은 아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내세우며 '친문'으로 물갈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한 최측근 양정철 씨가 '친정체제 강화'를 내세우면 '친문'과 '비문'의 공천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6년 총선 때 당시 새누리당이 180~200석을 예상하다가 '공천 파동'으로 제2당으로 내려앉았던 때를 기억한다. 내년 총선에 '친문'을 넘어 '진문'(眞文)이 등장하지 않을까 궁금해진다.둘이 닮은 이유는 개인 자체의 문제인지, 국민 수준의 문제인지 헷갈리지만, 결국은 문 대통령에 대한 모욕으로 귀결된다. 이웃을 만나도, 택시를 타도, 서울 친구를 만나도 문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비판으로 넘쳐난다. 야당이 좋아서 혹은 보수 성향이라서 하는 비판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퇴보와 직결된다. 집권 2년을 돌아보고 새롭게 출발했으면 좋겠다.

2019-05-21 06:30:00

[관풍루] 북한 식량지원 여론조사에서 전국 47%, 대구경북 거주자 58%가 부정적인 반응

○…북한 식량 지원 여론조사에서 전국 47%, 대구경북 거주자 58%가 부정적인 반응. 돈은 꿔줘도 앉아서 주는 법인데 쌀 주고 욕먹으니 고개 가로저을밖에.○…1분기 경제성장률 공개한 OECD 22개국 가운데 한국 성장률이 -0.34%로 최하위. 모두들 비 온다고 우산 받쳐 드는데 정부만 선글라스 차림이니 그게 더 큰 문제.○…류현진, 20일 신시내티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6승 수확, 평균자책점 1.52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 류현진 손흥민 활약이 잠시나마 민생고 잊게 하는 청량제.

2019-05-21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228번과 518번 버스

지난달 26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광주광역시를 찾았다. 이달 18일부터 광주 시내를 누빌 228번 버스 명명식과 시승 행사 때문이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권 시장과 나란히 버스에 올라 228번 시내버스 장정에 큰 기대를 표시했다. 달구벌과 빛고을의 상생 협력의 결실 중 하나인 '달빛 버스'의 시작이다.228번은 대구 2·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숫자다. 그런 228번이 광주 5·18민주화운동 주요 사적지를 오가는 시내버스 번호로 채택된 것이다. 기존 151번에서 새 이름을 얻은 228번 버스는 북구 동림동을 기점으로 무등야구장과 옛 전남도청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남대병원, 동구 학동시장, 지하철 1호선 소태역을 지나 화순군까지 연결된다.대구는 518번 버스를 품에 안았다. 5·18민주화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함이다. 간선 518번 버스는 삼익THK 성서2공장 앞을 출발해 도시철도 1호선 안심역까지 운행되는데 계명대 성서캠퍼스와 서부정류장, 반월당 등을 거쳐 2·28기념중앙공원 앞을 경유한다. 5·18과 2·28이 극적으로 만나는 동행길인 셈이다.대구경북에서 5·18의 위상과 달리 광주전남에서 2·28은 꽤 낯설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음에도 2·28을 잘 아는 호남인은 그리 많지 않다. 228번 버스가 광주 시내를 오가게 되면서 학생들이 중심이 된 '대구 민주운동'임을 알게 됐다는 반응도 많다.그제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와 대구, 두 도시 이야기를 꺼냈다. "두 도시가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과를 낸 '달빛동맹' 협력사업과 최근 5·18 망언 등 정치권의 반목과 대립을 대비시킨 것이다.2·28과 5·18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향한 시민사회의 몸부림이었다. 당연히 광주와 대구 시민이 느끼는 동병상련과 두터운 공감대는 정치권의 낮은 역사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비록 지금은 우리 현대사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못했지만 '518' '228' 버스처럼 징검다리 돌이 하나씩 놓인다면 회복의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2019-05-20 06:30:00

[관풍루] 송영무 전 국방장관, "핵 무장과 화생방 무기만 빼면 북한을 겁낼 이유가 없다"고

○…송영무 전 국방장관, "핵 무장과 화생방 무기만 빼면 북한을 겁낼 이유가 없다"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람이 국방을 맡았다니… 기가 막히는 국민들.○…부동산 경기 침체로 취득세 징수 금액이 줄어들자 경북도와 시군 자치단체들이 세수 감소로 울상. 헛기침은 수도권에서 했는데 목이 잠기는 것은 지방이로군.○…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진통제만 주고 있다"며 현 정권의 경제 실정을 비판. 진통제값이나 비싸지 않으면 밉지나 덜하지….

2019-05-20 06:30:00

김교영 편집부국장

[매일칼럼] 구미 경제는 한국의 미래다

성형외과 의사인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밥벌이가 어떻냐고 안부를 물었다. 후배는 "대구의 개업 의사인 제가 구미와 한국의 경제를 걱정할 줄은 몰랐습니다"라고 했다. 무슨 말을 하나 싶었다. 이어진 얘기로 궁금증은 풀렸다. "환자 중에 구미의 LG, 삼성에 다니는 여성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한 명도 없습니다. 공장 이전, 희망퇴직이다 해서 난리라고 하더군요. 동료 의사들도 구미 불황으로 환자가 많이 줄었다고 걱정합니다."대구에서도 구미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 대구와 구미는 '경제 공동체'다. 산업기지 구미의 베드타운이 대구다. 대구~구미 통근자는 어림잡아 5만 명. 이들이 구미에서 돈을 벌어 대구에서 쓴다는 얘기다. 대구에는 구미 소재 대기업의 협력업체도 많다.구미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는 1999년 단일 산단 최초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 LG 등 대기업 사업장이 핫바지 방귀 새듯 해외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구미산단은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옛 명성에 비해 현재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수출액은 2013년 367억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지난해는 259억달러까지 떨어졌다.구미산단 내 공장 가동률은 2014년 말 80%에서 지난 2월 55.5%로 추락했다. 근로자 50인 미만 업체(산단업체의 88%)의 가동률은 불과 33.7%. 구미산단 근로자 수는 9만 명 선이 무너졌다. 최근 4년 새 1만2천 명이 줄었다.구미산단의 불황은 지역 상권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임대매매'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다. 원룸이 많은 구평동 일대는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인동에서 식당을 하는 지인은 "인동의 밤거리는 젊은 직장인들로 술렁였던 곳이다. 지금은 적막강산이다"며 "장사를 접고 싶어도 가게를 인수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구미시는 몇 년 전부터 정부에 '산업 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 요청을 했다. 정부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시민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생각이 지역에 퍼졌다. 그런 민심이 6·13 지방선거에서 장세용 구미시장을 만든 것이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보수의 핵심'. 이런 곳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시장 당선은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이다.장 시장은 구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청와대정부 인사, 여당 인사들을 만나 도움을 구했다. 여당과 정부도 구미에 관심을 보였다. 작년 8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첫 최고위원 회의를 구미서 열었다. 이 대표는 전략적으로 구미를 지원하겠다고 했다.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구미시민들이 염원했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는 경기도 용인으로 결정됐다. 정부, 여당 관계자가 '구미형 일자리' 사업을 언급했다. 19일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6월 내에 제2 광주형 일자리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구미산단이 녹슬어서는 안 된다. 구미는 훌륭한 산업 인프라를 갖춘 곳이다. 50년 축적된 우수한 기술과 연구 인력이 있다. 신산업을 발굴하고 노후 산단을 재건해야 한다. 구미 경제의 회생은 한국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말부조'는 지겹다. 구미시민들은 너무 지쳐 있다. 장 시장의 어깨는 그만큼 무겁다.

2019-05-19 14:41:09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합장(合掌)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승무'(僧舞)는 인간의 세속적 번뇌를 종교적인 춤으로 승화시킨 시 작품이다. 불교적인 소재를 인용한 까닭에 '합장'(合掌)이란 용어도 어김없이 들어 있다. 시 속에 은근히 녹아 있는 민족적인 정서와 인간적인 아름다움 또한 불교의 오랜 역사성을 대변한다.음유시인이자 가수인 정태춘의 노래 '합장'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탑 돌아 불어오는 바람결에, 너울진 소맷자락 날리고, 새하얀 고깔 아래 동그란 얼굴만, 연꽃잎처럼 화사한데. 그 고운 눈빛 속에 회한이사 없으랴만….'불교적 예법인 합장은 외면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낮춘다는 하심(下心)의 뜻을 담고 있다. 내면적으로는 흩어진 마음을 청정한 일심(一心)으로 모아 인간의 숭고한 본래 모습에 귀명하는 경지를 나타낸다. 아무튼 합장은 불교적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신을 겸양하면서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의 표시임을 느낄 수 있다.가슴 앞으로 두 손바닥을 합치고 좌우 열 손가락을 펴서 포개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인도의 예법이라고 한다. '나마스테'(공경의 표현)라는 말과 함께 서로 합장을 하는 것은 인도에서뿐만 아니라 스리랑카·미얀마·태국·베트남 등지에서도 평소 인사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려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처님오신날' 사찰의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도 합장을 하지 않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이명박 전 대통령도 개신교 신자로 종교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말로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역시 개신교 신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합장 대신 묵례를 했지만, 종교적 배타성은 없었다. 정치인의 드러난 종교적 편향성은 자신에게도 불리할뿐더러 국민 통합에도 역행하는 처사이다.

2019-05-1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수정] 한 수녀를 위한 포대

'오늘 제발 환자를 피하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 치료를 마칠 때까지 함께하도록 용기를 주십시오!'꼬박 이틀 걸려 도착한 아프리카 낯선 땅 코트디부아르에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이뤄진 체험 봉사가 끝날 때까지 붙잡고 놓지 않았던 이춘자 아녜스 수녀의 간절한 기도였다. 물벼룩에 물린 상처를 비롯, 간단한 치료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나쁜 환경으로 다친 몸을 그냥 둬야만 하는 사람들.그러다 마침내 팔과 다리까지 속절없이 자르는 고통을 선택하는 주민들. 온몸을 파고드는 병균을 치료 못하니 두고 볼 뿐이다. 그렇게 곪고 썩은 몸에서 나오는 많은 양의 피고름을 닦고 받아내고, 그 상처에서 기어 나오는 생물체들은 차마 볼 수 없었던 탓이다.게다가 일흔이 넘은 나이도 잊고 뜨거운 날씨 속에 봉사의 길을 자처했던 터였다. 그러니 하루하루 부딪치는 낯선 병자들의 아픔과 고통, 간단한 치료와 수술조차 먼 달나라 일만큼이나 힘든 날들이니, 이를 버티고 견디는 일은 간절한 기도와 아픔을 함께하는 마음 말고는 달리 길이 없었다.봉사를 마치고 소임지 안동으로 돌아온 이 수녀의 결심은 그럴 만했다. '상처 하나로 팔, 다리 자르는 불행은 막아보자.' 프랑스 옛 식민지 나라 사람들의 고통과 참상이 남의 일 같지도 않았으리라. 일제 식민지배 아픔을 겪은 나라 사람으로서 동병상련이리라.우선 600만원의 마련이다. 프랑스에 모원(母院)을, 1966년 안동에 본원(本院)을 둔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가 아프리카 현지에 세워 운영 중인 병원과 책임자 박달분 수녀에게 1년에 10명의 환자 치료와 수술을 위한 비용만이라도 모아 보내 그들을 구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도록 하기 위해서다.이 수녀의 절박한 서원은 이루어지리라. 이 땅, 대구경북의 사람과 신령마저 첫 외래 종교 불교의 스님과 비구니를 도운 아름다운 옛 인연 등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스님 양지는 지팡이에 포대를 내걸었더니 시주할 사람들이 절로 채웠고, 지혜라는 비구니는 절을 꾸밀 비용 마련에 고민하자 지신(地神)이 나서 도왔다지 않은가. 먼 나라 고통받는 사람을 도우려는 이 수녀의 포대도 그리 되리라.

2019-05-17 06:30:00

[관풍루] 이정미 정의당 대표 "5·18 기념식 위해 광주 간다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 사이코패스 수준" 막말

○…이정미 정의당 대표 "5·18 기념식 위해 광주 간다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 사이코패스 수준" 막말. 서울 무서워 남대문부터 길 수는 없는 노릇인데 무슨 험담.○…전국 41개 국공립대 교수들 "고등교육과 대학 위기 부른 교육부 폐지하라" 성토. 며느리 닦달하며 시집살이 시키자 "언제 가시나" 불평 듣는 시어머니 처지?○…대구시, 때 이른 더위에 '폭염 전담팀' 신설 등 폭염 종합대책 다음 주부터 본격 시행. 무서운 자연재난도 미리 대비만 잘하면 피해 줄어드는 게 이치.

2019-05-17 06:30:00

전창훈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정신적인 아픔에 왜 그리 모질까

이달 초 '컬투쇼'를 이끌었던 방송인 정찬우 씨의 근황을 들었다. 지난해 4월 정 씨가 갑자기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이유가 공황장애와 조울증 때문이라는 것이다. 컬투쇼 애청자로서 적잖은 충격이다. 겉모습, 행동과는 다르게 '정신적인 아픔'을 겪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이 소식에 과거 만난 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누구나 정신적인 아픔을 겪을 수 있다. 뜻밖에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거나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도 정신적인 아픔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누구는 짧은 기간에 극복하지만, 누구는 좀처럼 떨쳐내는 게 쉽지 않다. 그럴 때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데 사람들은 정신과를 찾는 자체를 극도로 꺼린다. 그래서 병을 키운다고 했다. 상담받거나 치료받는 사람 중 대다수는 가족에게조차 철저히 비밀에 부칠 정도다. '편견의 올가미'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15일 보건복지부는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요지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24시간 응급 대응체계를 갖추고,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을 대폭 확충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불거진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범죄'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긴급 처방이라 할 수 있다.이날 발표에서 국내에 조현병, 조울증, 재발성 우울증 등을 앓는 중증정신질환자는 50만 명 내외로 추정되지만,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환자는 17만 명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33만 명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환자 개인이나 환자의 가족에게 전적으로 관리를 떠맡겨온 셈이다. 지금까지의 정부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조현병 범죄가 연일 보도되면서 우리는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다양한 편견을 표출했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들은 과연 타인에게 지극히 공격적인가'다. 통계에 따르면 사뭇 다른 결과를 알려준다. 조현병으로 인한 타해보다는 자해나 자살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강력범죄에서 정신장애가 차지하는 비율은 0.5% 정도로 낮다.반면 세계적으로 조현병 환자의 5~10%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경찰청의 2016년 자살 주요동기 자료에서는 정신적 문제가 36.2%로 가장 많았다. 숫자로는 우울증이 많았지만, 환자 수 대비해서는 조현병이 자살 동기 1위였다.강제 입원 등 격리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일부 언론은 이번 정부 대책에서 강제 입원이 빠진 것이 아쉽다는 보도도 했다. 범죄를 저지른 이를 처벌하는 원칙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강제 입원 도입 등은 부작용을 키울 수 있어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단순히 범죄를 저질러 위험하니 격리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시각은 '조현병 환자=잠재적 범죄자'라는 편견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 또한 힘겹게 양지로 나와 치료받는 환자들까지 음지로 숨어버리게 할 수 있다.정신적인 아픔에 대한 우리네 인식을 곱씹어봤으면 한다. 신체적 아픔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정신적인 아픔엔 왜 그렇게 모진지. 편견과 무관심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십수 년째 이어지는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2019-05-16 17:24:43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발(發) 가짜 뉴스

'가짜 뉴스'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 시원은 1483년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 발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장도 있다. 인쇄술의 발명으로 종이에 인쇄된 뉴스가 널리 유포되면서 가짜 뉴스도 등장했다는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르네 홉스 로드 아일랜드대 교수 겸 미디어교육 연구소장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짜 뉴스는 미국 저널리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그런 사례 중 하나가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중 한 사람인 벤저민 프랭클린으로, 독립전쟁 당시 '머리 가죽을 벗기는 관습'을 가진 인디언들이 영국 국왕 편에 서 있다는 거짓을 꾸며냈다.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이 된 뒤에 그가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있을 때 썼다는 편지가 공개된 일도 있다. 그 내용은 독립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의 정적들은 이 편지를 공개하면서 워싱턴이 영국에 동조했다고 공격했다. 물론 '가짜 편지'를 이용한 '가짜 뉴스'였다.그러나 2016년 미국 대선 이전까지는 가짜 뉴스가 심각한 사회문제이긴 했지만 '진실'과 '사실'에 대한 근본적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았다.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에 한 발언의 70%가 거짓이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당선됐다. 이를 두고 '탈(脫)진실'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제 미국에서 사실과 진실은 정치적 입장과 무관한 게 아니라 바로 그 정치적 입장에 따라 '우리의 진실'과 '그들의 진실'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트럼프 취임식 때 백악관 대변인이 관중 규모를 부풀려 말한 것을 두고 백악관 선임고문 켈리앤 콘웨이가 '대안적 사실'이라고 한 것은 이런 시대상을 잘 말해준다.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KBS와 대담에서도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가 크게 성공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근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장률 등 거시 지표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명백한 '가짜 뉴스'다. 경제 현실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가짜 뉴스 생산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이 '탈진실' 시대를 열고 있다.

2019-05-16 06:30:00

[관풍루] 미·중 무역전쟁 돌입에 중국 외교부가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를 내세우며 인민전쟁을 선포

○…미·중 무역전쟁 돌입에 중국 외교부가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를 내세우며 인민전쟁을 선포. 사드 보복과 서해안 싹쓸이 조업도 합법이고 정당했던가!○…문재인 대통령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갈 수 없다"고 자유한국당의 장외 투쟁에 일갈. 입장 바꿔 생각해보세요. 사돈 남 말 하시는 게 아닌지….○…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대구 집회에서 '지난 선거 때 TK에서 이상한 표가 있었다'고. 이상하지 않은 표로 뽑힌 정치인은 모두 정상이었다는 말씀?

2019-05-1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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