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관풍루] 정부, 각종 당근책 제시하며 리쇼어링 기업에만 눈독 들이자 향토 중소기업들 ‘우리에게도 관심 좀 가져 달라’ 호소

○…정부, 각종 당근책 제시하며 리쇼어링 기업에만 눈독 들이자 향토 중소기업들 '우리에게도 관심 좀 가져 달라' 호소. 산토끼 잡는다고 집토끼 굶는 줄 모른다는 말씀.○…국방부,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 부지 선정과 관련, '우보 단독 후보지는 어렵다'는 입장 재확인. 이래도 저래도 안 될 것 같으면 차라리 확 엎어 새 판을 짜시지요.○…북한이 남한을 '적'이라 칭하며 남북 통신선 완전 차단해도 여권, 남북 합의 파기 유감 표명도 않고 대북 전단 탓만. 그리 큰소리 내는 것 보면 남쪽에 믿는 구석이 많은 모양.

2020-06-11 06:30:00

[데스크 칼럼] 대구놀이

[데스크 칼럼] 대구놀이

또 대구다. 이번엔 이용수 할머니다. 대구와 연결될 게 없는 거 같은데도 엮였다. 정의기억연대 및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관련 의혹을 제기한 기자회견 이후부터다.대구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순간 본질, 핵심은 흐려지고 진영, 이념 싸움으로 변질된다. 대구 비하 발언 등 비난과 비방이 쏟아진다. 그런데 주로 온라인상이라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다. 일일이 맞대응할 수도 없고, 대구 기질상 맞설 전투력도 약하다. 늘 그렇듯 '대구놀이'가 시작되면 게임은 끝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위안부 할머니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에 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가차 없이 대구 프레임이 씌워졌다. "어쩐지 기자회견을 대구에서 하더라" "참 대구스럽다" "대구가 대구했다" "대구 할매" 등 지역 비하·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할머니가 사는 곳이 대구고, 기자회견을 대구에서 했을 뿐인데 말이다. 대구 역시 어김없이 훼손됐다.이 할머니는 힘이 없는 국가 탓에 꽃다운 나이에 일본제국주의의 군홧발에 짓밟힌 우리의 자화상이자 자존심이다. 청춘은 도륙당했고, 평생 치욕의 삶을 살아야 했다. 이유는 하나. 조국이 지켜주지 못해서다.일제 치하에서 벗어났지만 지금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일본도 아닌 이 땅의 아들 딸, 손자 손녀 같은 이들로부터 정체성을 부정당하고 조롱을 당했지만 할머니 개인이 감당해야 했다. 여기에다 지역 프레임까지 더해졌다.일제강점기 때 할머니를 지켜주지 못했던 그 국가는 이번에도 힘이 없었다. 한 달 동안 보고만 있었다. 뭐라고 한마디 할 만한데도 침묵했다. 지난달 7일 이용수 할머니의 1차 기자회견 후 할머니에 대한 비방이 시작된 뒤 한 달 만인 지난 8일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다"라고 했을 뿐이다.이 할머니가 대구에 사신다는 이유로 욕을 먹어야 할 이유는 단연코 없다. 대구 또한 마찬가지다. 힘없는 나라 탓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하고도 위축되지 않고 평생을 위안부 활동가로 당당하게 살아오신 분이 대구에 계신 것은 자랑할 일이다. 대구 역시 국채보상운동, 독립운동 등 항일투쟁에 앞장선 자랑스러운 도시로 이 할머니에게 힘이 되는 곳이지 비아냥의 대상이 아니다.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 시민은 코로나는 물론 '대구 코로나'라는 조롱과도 싸워야 했다. 특정 종교로 인한 감염 확산인데도 욕은 대구가 먹어야 했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은 화살을 그들에게 돌리지 않았다. 그냥 맞았다. 지난 총선 직후엔 졸지에 일본의 한 도시가 될 뻔도 했다. 총선 결과를 두고 '독립해 일본 가라'는 말도 안 되는 막말까지 들었다. 어느 지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인데도 대구에서만 터지면 '고담'이 됐다.과도한 인신공격과 비방을 견디다 못한 할머니 측은 사실과 다른 도 넘은 비난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대구에 대한 근거 없는 명예훼손과 비방이 계속된다면 대구도 지역의 이름으로 집단 명예훼손 소송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대구 비방에는 정치적 이유, 현대사적 이유, 기질적 이유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더 이상도 아니다. '대구놀이', 이젠 그만할 때가 됐다.

2020-06-10 16:32:43

[관풍루] 문재인대통령,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고 윤미향 논란 관련 첫 언급

○…문재인 대통령,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고 윤미향 논란 관련 첫 언급. '30년 동안 이용만 당했다'는 이용수 할머니 손 들어 준 것 맞나요.○…감사원 월성1호기 감사 발표 늦어지면서 한수원이 폐쇄 결정 위해 경제성 평가 조작했다는 의혹 일파만파. 애초 검은 것을 검다 하고 흰 것을 희다 했으면 없었을 일.○…북 통신선 차단 발표에 민주당,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반발"이라며 전단 살포 금지 촉구. 북이 연신 미사일 쏘아 대도 아무 말 않더니 갑자기 웬 전단 탓.

2020-06-10 06:30:00

[시각과 전망] 지방 무시한 유턴 기업 정책

[시각과 전망] 지방 무시한 유턴 기업 정책

코로나19 이후 찾아올 극심한 경기침체를 선제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근 유턴 기업(리쇼어링: 외국에 투자한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제조업 기반 강화 및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유턴 기업 지원 정책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천억원을 들여 외국에 공장을 지었는데 해외 시장을 포기하면서 돌아오려는 기업은 아직까지 많지 않다.이런 상황에서 구자근 국회의원(미래통합당·구미갑)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김영식 국회의원(미래통합당·구미을)은 한국형 리쇼어링을 추진한다. 김 의원은 "지방 산단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더 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K-리쇼어링 정책 입법화를 위해 지역구 의원들과 손잡고 정책 연대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국회에 처음 입성한 구미 지역 국회의원 2명이 유턴 기업과 관련해 한목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구미가 처한 어려움이 있다. LG전자는 최근 구미 TV 생산 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 TV 공장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구미에 있는 대기업 계열사가 수도권으로 옮긴다는 소문도 솔솔 풍겨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은 부인하지만 이미 그룹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결정이 내려졌다는 말도 나온다.다소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온다. 구미산단 내 IT·가전용 소재 개발업체 아주스틸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내 복귀 기업 인증을 완료했다. 신규 투자 지역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스틸은 임직원 290명, 매출 4천5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필리핀 공장을 철수해 국내로 유턴하는 건축물 내장재 생산 공장은 스마트팩토리를 90% 정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아주스틸처럼 중국·베트남에 생산공장을 둔 구미산단 내 상당수 기업들도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있다면 국내 유턴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과감한 인센티브와 획기적인 규제 개선,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들이 유턴의 어려움 중 하나로 인건비 부담을 들고 있는데, 아주스틸처럼 스마트팩토리를 지원하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유턴 기업 지원책은 기업 유치의 작은 불씨나마 지피려는 비수도권 지역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국내 유턴 기업에 대한 입지·시설투자·이전비용 보조금을 비수도권은 2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수도권은 첨단산업이나 연구·개발(R&D)센터에 한정해 150억원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다.김영식 의원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과 연구·개발 영역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비수도권을 더욱 소외시키고, 수도권을 더욱 살찌게 하는 리쇼어링 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며 소신 발언을 했다.비수도권 지역들이 한목소리로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정부와 여당 어디에서도 이를 바로잡겠다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더 가관은 정부가 유턴 기업 지원을 명분으로 사실상 공장총량제 해제 등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만지작거리고, 유턴 기업을 수도권에 우선 배정하겠다는 언급까지 한 것이다. 게다가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라는 알맹이는 쏙 뺀 채 진행 중인 '혁신도시 시즌 2'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정부와 여당에 과연 지방은 어떤 의미일까. 국가 균형발전은 책상 밑에 붙여둔 씹다 버린 껌인가.

2020-06-10 06:30:00

[야고부] 백선엽과 만네르하임

[야고부] 백선엽과 만네르하임

칼 구스타브 만네르하임. 핀란드의 군인으로 '겨울전쟁'(1939.11.30~1940.3.13)에서 소련을 패퇴시킨 전쟁 영웅이자 제6대 대통령이며 2차 대전 후 소련과 협상으로 핀란드의 소련 합병을 막은 인물이다. 이런 공로로 핀란드에서는 '국부'로 추앙되고 있다. 만약 그가 이 땅에서 태어났다면 필경 추앙은커녕 '민족 반역자'로 매도당했을 것이다.그가 태어났을 때 핀란드는 러시아 지배하에 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자치가 허용됐는지, 러시아의 지휘 통제를 받는 핀란드군 장교의 양성이 목적이었지만 핀란드 군사학교가 있었다. 만네르하임은 여기로 진학했다가 적응을 못 해 퇴교당하고 러시아의 니콜라이 기병학교에 입학해 전교 10등이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이후 러시아 황제 근위대 기병장교로 임관해 러일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에서 큰 전공을 세우며 중장까지 진급했다. 한국으로 치면 일본 육사를 나와서 일본군 남방총군(南方總軍) 총사령부 병참총감까지 승진한 홍사익(洪思翊) 중장과 같은 행로를 갔다고 할까. 물론 홍 중장은 마닐라 전범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으나 만네르하임은 러시아 2월 혁명 후 퇴역하고 핀란드로 돌아가 핀란드군 최고 지휘관으로 추대되는 영광의 '인생 2모작'을 일궜다는 근본적인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한국의 진보·좌파의 기준에서는 홍 중장도 마찬가지이지만(홍 중장의 생은 단순히 친일이란 잣대로 재단하기 어렵다는 국내외의 의견이 있었지만,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작성한 705명의 친일파 명단에 들어갔다) 만네르하임의 '친러' 경력은 그가 절대로 '국부'가 될 수 없는 조건이다. 핀란드 국민의 '민족정신'은 썩어 문드러진 것인가?만네르하임이 핀란드 국민에게 받는 대접과 대비해 백선엽 장군의 처지는 참으로 가슴 아프다.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6·25 전쟁 영웅임에도 만주군 '간도특설대'에 근무했기 때문에(하지만 그가 독립군과 전투를 했다는 증거는 없다) 현충원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공격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배은망덕한 세력이 판을 치게 됐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2020-06-09 21:03:38

[취재현장] 악의 평범성

[취재현장] 악의 평범성

일본 극우 세력의 헤이트 스피치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모임 페이스북에 쏟아진 수많은 망발 중 하나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5월 초 윤미향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의혹을 처음 제기한 후 이곳에서 온갖 혐오 표현과 인신공격에 노출되고 있다. 최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영미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이 할머니가 결국 사람을 죽게 하는구나' '오기와 노욕에 가득 찼다' '돈 욕심에 헛소리를 한다' 등 반인륜적 혐오 표현의 강도가 더욱 거세졌다.일부 친여(親與) 인사의 궤변이 이 할머니를 향한 막말을 부채질했다.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좋다는 마음이 아니라 할머니는 특이하게 이걸 배신의 프레임으로 정했다'(우상호), '할머니가 고령으로 기억력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우희종), '기자회견문을 할머니가 직접 쓴 게 아닌 것이 명백하다'(김어준) 등 이들은 메시지보다 메신저를 공격하기 바빴다.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변영주 감독조차 "당신들의 친할머니들도 만날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나. 그걸 받아 적는 언론이 문제"라고 했다.민주당 지도부는 침묵 아닌 침묵으로 이를 방조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 할머니가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사실 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만 되풀이하다 최근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윤 의원을 감싸고 나섰다.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어쨌든 윤 의원은 국민이 선출하신 분이다.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윤 의원을 지지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이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당 지도부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냈다.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다. '21대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당선된 윤 의원과 그 지지 세력들이 이제 이 할머니에게 진짜 위안부가 맞냐며 일본 극우와 한목소리를 낸다. 이 할머니를 '참 대구스럽다'며 지역 비하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이 여전히 친일과 반일의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있는 동안 오히려 이 할머니는 "데모(시위) 방식을 바꾸고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서로 왕래하면서 제대로 된 역사를 알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내일을 내다본다.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다.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며 이 할머니를 치켜세웠다. 이를 두고 강성 지지층의 이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문 대통령이 '중단' 지시를 내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경기가) 거지 같다"고 말했다가 지지 세력들로부터 이른바 '신상털기'를 당한 한 반찬가게 주인과 관련해 "그분이 공격받는 게 안타깝다"고 밝혀 사태 진화에 나선 바 있다.이처럼 자신이 숭배하는 권력자의 입을 맹목적으로 쳐다보고 그 권력을 비판하는 이에겐 조리돌림을 가하는 행태를 전문가들은 일종의 좀비 정치이자 전체주의 전조 현상으로 본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을 소개했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가 저지르는 게 아니라 공감과 사유 능력이 부족한 평범한 사람들이 국가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순응할 때 발생한다는 설명이다.이 할머니를 향한 2차 가해가 수그러들더라도 악마의 잔상은 생생히 남을 듯하다.

2020-06-09 15:08:05

[야고부] 현충일에 읽은 글

[야고부] 현충일에 읽은 글

"…멀리 있는 당신에게 일자(一字) 서신(書信)을 통(通)하오니 희심견득(喜心見得)하여 객지(客地)에 있는 졸부(拙夫)를 상봉(相逢)한 듯이 바다주소서… 아무쪼록 몸 성히 잘 잇긔를 부탁합니다… 객지에 있는 졸부가 귀가(歸家)할 때까지 신체건강(身體健康)하여 주기 바란다…."1953년 어느 날, '객지에 있는 졸부'가 '멀리서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영수 엄마 앞'으로 보낸 편지를 아내는 8월 19일에 받았다. 1953년 4월 12일 강원도 금화지구 전투에서 전사해, '귀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남편의 편지를 '영수 엄마'는 고이 간직하다 1998년 남편 곁으로 떠나면서 며느리에게 가보(家寶)로 물려줬고 이는 세상에 알려졌다.낡은 누런 종이에 한글과 한자를 섞어 '새삼스러이 백운(白雲)으로 하여금 동행(同行)하여 멀리 있는 당신'에게 안부를 전하는 남편은 '매일 고지에서 백병전(白兵戰)으로… 오랑캐를 무찌르고 있으니 안심(安心)하소서'라며 아내 걱정을 덜어주려 했다. 하지만 '영수, 민수'라는 두 자녀로 보이는 이름에 동그라미까지 친 '졸부'의 마음은 어땠을까.주인공 김종섭 하사 같은 '객지 졸부'의 가슴 아린 사연의 편지와 이야기가 어디 이뿐일까. 남과 북으로 허리 잘린 채 다시 맞은 6·25전쟁 70주년 현충일, 6일 오전 10시 추념의 소리는 도심 소음 속에서도 1분간 울려 퍼졌다. 조기(弔旗)를 단 집은 비록 띄엄띄엄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날을 잊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증거니 다행이랄까.이런 현충일에 읽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절절히 읊은 경북 성주 출신 김태수 시인의 시집 '외가 가는 길, 홀아비바람꽃'은 우연인가, 인연인가. 전쟁 직전 북쪽 평안북도 희천에서 만난 총각의 고향, 성주로 시집가는 딸의 신행(新行)을 따라왔다가 결국 6·25로 죽어서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시인 외할머니의 애절한 망향가(望鄕歌)가 애달프다.가보가 된 김종섭 하사의 편지와 남북 이산의 아픔과 함께 망향의 슬픔을 담은 시집 한 권으로 70주년을 맞은 6·25를 다시 생각한다. 현충일 조기를 내리는 늦은 시간, 어둠 속에 사라진 낮이 다시 밝은 새 아침이 되듯 잘린 허리는 다시 하나로 이어지겠지. 김 시인의 절규처럼 '압록강이건 두만강을 건널' 때도 오리라. 언젠가는 꼭.

2020-06-09 06:30:00

[관풍루] 군위·의성군수 빠진 경북 21개 지자체장 경북도청에 모여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선정 촉구 결의문’ 채택

○…군위·의성군수 빠진 경북 21개 지자체장 경북도청에 모여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선정 촉구 결의문' 채택. 아무리 촉구해 봐야 후보 지역 군수들 빠지면 공염불.○…이용수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제 행사'서 "위안부 팔아먹은 수요집회 중단하라" 오열. 그래도 수요집회 계속하겠다는 것 보면 밥줄이 질기긴 질긴 모양.○…북, 대북 전단 살포 두고 우리 정부 향해 "철퇴로 대갈통을 부수겠다"며 맹비난. 서둘러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만들려는 것이 '대갈통' 부서질까 겁이 나서였어(?).

2020-06-09 06:30:00

[세풍] 文 대통령은 무엇을 팔고 있나

[세풍] 文 대통령은 무엇을 팔고 있나

철학자 미셀 푸코의 역사에 대한 정의는 신랄(辛辣)하다. 그는 "역사란 객관적인 과학이 아니라 한 계급, 혹은 한 세력의 이데올로기 투쟁의 도구"라고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문재인 정권의 '역사 뒤집기'가 푸코의 명제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집권 세력에게 역사는 반대 세력을 제압하는 '투쟁의 도구(道具)' 역할을 하고 있다.총선에서 177석으로 몸집을 불린 더불어민주당이 '적폐 청산 시즌 2' 깃발을 올렸다. 시즌 1에선 전·전전 정권 단죄(斷罪)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역사 뒤집기를 무기로 들고나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선전포고는 섬뜩하다. 그는 의원들에게 "잘못된 현대사에서 왜곡된 것들을 하나씩 바로잡아 가는 막중한 책무가 여러분에게 있다"고 했다. 여당은 역사 바로잡기라고 강변하지만 역사 뒤집기다.민주당이 고쳐 쓰려는 역사는 나열하기가 숨이 찰 정도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 5·18 민주화운동, 유신, 여순 사건, 제주 4·3 사건에다 구한말 동학운동까지 들먹이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등 현충원에 묻힌 인사들을 타깃(target)으로 한 친일파 파묘(破墓) 법안 제정도 서두르고 있다.집권 세력의 역사 뒤집기는 오랜 시간 뜸을 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직전 대담집에서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주류 세력 교체"라고 했다. 갈아치우고 싶은 주류 세력은 보수·산업화 세력이다. 이들에게 친일·독재·부패의 낙인을 찍어 주류 세력 교체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역사 뒤집기가 목표로 하는 것은 명확하다. 집권 세력의 정권 연장 도구이자 반대 세력의 집권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수단이다. 문제는 정권이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역사를 활용할 때 일어나는 '역사의 정치적 남용'(political abuse of history)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조사한 KAL 858기 폭파 사건 결과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 판결마저 뒤집겠다는 것이 딱 그렇다. 조선시대 사화(士禍), 부관참시(剖棺斬屍)가 재연될 판이다. 역사의 정치적 남용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념·진영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역사에 대한 집권 세력의 해석 독점과 이중 잣대도 문제다. 우파 흠집 내기에는 집요한 반면 좌파의 흑역사에 대해서는 모르쇠를 넘어 관대하다. 대법원에서 진보 성향 대법관까지 만장일치로 판결한 한 전 총리 사건은 다시 들추면서 위안부 할머니를 수십 년간 정치적·사적으로 이용한 의혹을 산 윤미향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감싸기에 급급하다.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다.문 정권의 역사 뒤집기 종착역이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만드는 데 있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권을 잡은 세력이 정치적 이익에 따라 역사를 뒤집는 악순환이 반복하는 길을 문 정권이 활짝 열었다.힘을 모아 위기 극복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과거를 다시 들추는 프레임으로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력을 소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부터 '6·25 남침 주역'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로 칭송하고, 툭하면 친일 잔재 청산을 들먹이는 등 과거로 달려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롤 모델(role model)이자 경제 대공황을 극복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희망이 없는 국민은 반드시 멸망한다"고 했다. 나폴레옹은 "지도자는 꿈을 파는 상인(商人)"이라고 했다. 희망·꿈은 과거에 있지 않고 미래에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 국민에게 무엇을 팔고 있나?

2020-06-08 18:51:24

[매일칼럼] 기본소득 논의 가당찮다

[매일칼럼] 기본소득 논의 가당찮다

정치인들이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선심성 현금 살포가 세금과 빚으로 국민들에게 되돌아가리란 사실이다. 그 빚이 머잖은 미래 국민의 몫이라는 말은 더더욱 않는다.1차(11조2천억원), 2차(12조2천억원)에 이어 3차 추경(35조3천억원)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한 해 동안 59조원 가까운 추경을 한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거니와 절반이 훌쩍 넘는 37조5천억원은 빚에서 나온다. 갈수록 절대 규모가 늘고 국채 발행은 대담해진다. 정치인들은 국민 세금을 제 호주머니 속 쌈짓돈 쓰듯 뿌린다. 국민들은 빚의 향연에 길들어간다.전 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돌아갔다. 정치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한 결과다. 이를 위한 추경 적자가 37조5천억원이다. 이로써 빚이 국민 1인당 72만원, 4인 가구 기준 290만원씩 늘어났다. 100만원을 받자고 290만원 나랏빚 내는 것을 눈감은 꼴이다.그런데도 정치인 어느 누구도 '이젠 그만'이라고 외칠 생각이 없다. 돈은 뿌린 만큼 거둔다는 민주주의의 역설을 이미 지난 선거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2022년이면 또 대선이다. 여당 정치인은 당·청에 찍힐까 눈을 감고, 야당은 민심을 잃을까 입을 닫는다.'그만'은커녕 말을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고 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약은 민심을 읽은 정치인들이 오히려 국민 기본소득 주장을 더 강화하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본소득 물꼬를 튼 뒤 이슈를 선점했다며 고무돼 있다. 너도나도 이제 본격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거드는 형국이다. 도지사에 장관까지 지낸 한 여당 실세는 나라 곳간지기를 향해 '곳간 안에 든 재원이 본인 거라고 오해하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제2, 제3의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주장에서 나아가 매달 주자는 주장이 꼬리를 문다.하지만 선진국의 국민 기본소득 실험은 실패했다. 1960년대 '빈곤과의 전쟁'을 벌이던 미국은 자녀가 있는 모든 가구에 연 1천600달러(현 시세 한화 약 1천340만원)를 주는 기본소득 논의를 벌였지만 '근로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문제를 극복할 수 없어 논의를 중단했다. 이후 핀란드가 2017~2018년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 실험을 한 후 최근 "취업 의지를 북돋우는 효과는 별로 없었다"는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앞서 스위스는 2016년 전 국민에게 매달 2천500스위스 프랑(한화 약 320만원)의 기본소득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됐다.우리나라에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빚 외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 국민 1인당 30만원을 지급할 경우 연간 187조원이 필요하고 40만원을 지급하면 249조원이 필요하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이 512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치 않은 돈이다.가뜩이나 올해는 세수가 급전직하다. 세수 펑크 우려가 크다. 세수는 2016~2018년 매년 예산안 대비 19.6조~25.5조원 흑자를 달성했으나 지난해 -1.3조원으로 돌아섰다. 올해는 세수 부족분이 -18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쓰는 돈은 연신 사상 최대를 갈아 치우는데 세수 부족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데 기본소득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이러니 현재를 탕진하고 미래를 착취하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프랑스 왕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은 '7년 전쟁'에서 패배 후 낙담하는 루이 15세를 이렇게 위로했다고 한다. "우리 뒤에 대홍수(우리 죽은 후에 대홍수가 나든 말든)." 지금 정치인들이 퐁파두르 같은 생각을 하며 정치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2020-06-08 06:30:00

[관풍루] 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정의기억연대 마포쉼터 소장 죽음과 위안부 할머니 성금 의혹 등에 침묵 일관.

○…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정의기억연대 마포쉼터 소장 죽음과 위안부 할머니 성금 의혹 등에 침묵 일관. 국민, 침묵은 금(金)이니 국회 4년 임기 내내 돈(金) 축내며 그리 마칠 셈(?).○…정세균 총리, "방역수칙 지키지 않는 경우 단호한 법적 조처 할 것"이라 강조. 여당 모 의원, 법 어기고 여당 소속으로 뽑힌 제가 듣기에도 민망하니 제발 그만요!○…경북 마스크 생산업체, 현재 500원인 비말차단용 마스크 6월 말부터 400원대 판매 시작. 외지인, 나라가 못할 때 대구경북이 나서더니 코로나 마스크 대책도 또 그렇네.

2020-06-08 06:30:00

[야고부] 전단(傳單)

[야고부] 전단(傳單)

전단(傳單)은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낱장의 종이 인쇄물을 말한다. 주로 상업적 목적의 홍보 수단으로 널리 쓰이는데 속칭 '지라시'라고도 불린다. 지라시는 일본말로 '흩뜨림'이라는 뜻이다.일제강점기 때 유입돼 널리 쓰인 '삐라'도 전단의 일종이다. 삐라의 정확한 유래를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19세기 말 일본에서 계산서나 청구서의 뜻을 가진 영어의 '빌'(bill)을 '비라'라 발음하면서 이후 된소리인 '삐라'로 변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공교롭게도 빌의 라틴어 어원이 '빌라'(billa)다. 빌은 전단, 광고, 벽보의 뜻도 있다.한국전쟁 당시 심리전 수단으로 삐라가 널리 쓰였다. 적진을 동요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내용을 담은 삐라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해 비정규전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이 기간 남북한 곳곳에 뿌려진 삐라만도 자그마치 30억 장에 이른다고 한다.1960, 70년대를 되돌아보면 각 정당들이 공식·비공식으로 정치적 선전 목적의 삐라를 살포한 사례가 흔했다. 대학가 운동권 조직의 선전 수단으로 대자보가 자리 잡기 전까지 삐라가 널리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어 순화 운동과 행정 용어 기준이 바뀌면서 현재 '삐라'라는 말은 거의 사라지고 '전단'이 대세다.최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계속 말썽이다. 대북 전단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근래 들어 북한 수뇌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부각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당국은 며칠 전 김여정 명의로 담화를 내고 '똥개들'(탈북민 단체를 지칭)의 망동을 막지 못했다며 대놓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이에 정부가 무차별적인 전단 살포로 인한 남북관계 경색과 접경 지역민 안전을 이유로 '대북 전단 금지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자 미래통합당이 즉각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빈정대며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전단과 삐라가 선전과 표현의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조건 막고 금지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대를 자극하는 대북 전단 살포로 남북관계 단절을 부를 위험성이 크다면 이는 결코 현명한 행위가 아니다. 분별 없는 전단 살포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2020-06-07 18:58:16

[야고부] 착잡한 현충일

[야고부] 착잡한 현충일

'피아(彼我)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多富院)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조지훈의 시 '다부원에서' 중 일부다. 6·25전쟁 때 공군 종군문인단에 소속된 조 시인은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에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 보고 이 시를 썼다. 다부동으로도 불리는 이곳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기 위해 국군·미군 1만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다부동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은 북한 수중에 떨어졌을 것이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 백선엽 장군이다. 그는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 최대 격전인 다부동전투에서 8천200여 명의 병력으로 북한군 2만1천여 명의 총공세를 한 달 이상 막아냈다. 공포에 질린 병사들이 도망치려 하자 백 장군이 맨 앞에 나서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고 독려해 승리를 이끌어냈다.국가보훈처가 6·25전쟁 영웅인 백 장군 측에 "장군이 돌아가시면 서울 현충원에는 자리가 없어 대전 현충원에 모실 수밖에 없다"면서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해 논란을 빚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백 장군이 사후(死後) 현충원에 안장되더라도 친일파로 찍혀 뽑혀나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왔다.오늘은 현충일. 대한민국을 지켜낸 100세 호국 원로가 조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현실이 참담하다. 백 장군이 나라를 위해 세운 공(功)은 그의 허물보다 훨씬 높고 크다. 호국영령들의 안식처인 현충원에 백 장군이 들어가지 못한다면 누가 들어갈 수 있나. 자신을 '토착 왜구' '민족 반역자'로 매도하는 좌파 인사들을 보며 백 장군은 어떤 생각을 할까. 호국영령들이 하늘에서 이 모습을 내려다보며 뭐라 할지 마음이 착잡해지는 현충일이다.

2020-06-05 19:56:29

[야고부] 기억과 트라우마

[야고부] 기억과 트라우마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육체적 충격은 마음의 상처 즉, 트라우마를 남긴다. 전문 용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도 한다. PTSD 증상은 개인에 따라 충격을 겪은 즉시 시작될 수도 있고 수일, 수주, 수개월 또는 수년~수십 년이 지나서 나타날 수도 있다.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트라우마를 겪은 뇌는 기억을 다르게 처리한다고 한다. 어떤 것은 너무 과하게 기억하고, 어떤 것은 너무 적게 기억한다. 기억이 파편화된 나머지 트라우마의 원인이 된 사건을 논리적으로, 순차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컨대 성폭행 피해 여성이 범인의 냄새 같은 것은 수십 년이 지나도 생생히 기억하는 반면, 사건 후 누가 자신을 병원으로 데려갔는지 등과 같은 사항을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식이다.정의기억연대(정의연) 운영 난맥상을 폭로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일본군과 영혼결혼식을 올렸다' '친일파다' '대구스럽다' '치매에 걸렸다'는 등 왜곡과 비하, 혐오도 서슴지 않는다. 혹자는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겪은 과거에 대한 인터뷰 진술이 엇갈리거나 세부 내용에 다른 점이 있다며 '위안부로 끌려간 게 맞느냐'는 식의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성폭력 피해자의 진정성과 신뢰성은 진술과 증언의 '비일관성'에 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문화비평가 슬라보예 지젝(71)은 이와 관련해 이렇게 지적했다. "강간당한 여성의 진술에 진정성이 있다고 우리가 판단하는 것은 그 진술이 현실적으로 믿기 어렵고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주체가 자신의 경험을 진술할 때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면이야말로 그 진술에 진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나머지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몸과 마음이 짓밟히는 질곡을 겪었으면서도 평생을 죄지은 사람처럼 살아온 할머니들이다. 그들의 트라우마 기억이 조각나 있거나 변형돼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할머니들로서는 위안부 피해 실상을 세상에 증언하기 위해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고통일 수 있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야만적 2차 가해는 중단해야 한다.

2020-06-05 06:30:00

[관풍루] 네덜란드 아동인권단체, 아동인권 평가결과 한국 13위·일본 28위·중국 109위·북한 111위 기록 공개

○…네덜란드 아동인권단체, 아동인권 평가 결과 한국 13위·일본 28위·중국 109위·북한 111위 기록 공개. 행복이 성적순 아니듯 잦은 아동학대 보면 숫자로 으쓱댈 일은 아니죠!○…청와대, 북한 김여정의 탈북민 대북 전단 살포 문제 제기에 "백해무익한 행동"이라 화답. 탈북민, 이제 무해백익(無害百益)한 김정은 찬양 전단 보낼 테니 격려해 주시지요.○…대구경북학회·대구경북연구원, 대구·경북 행정통합 모색 합동 행사로 큰 틀 밑그림 제시. 다른 시·도민, 합치면 공무원 일자리 줄어 반(反)정부 행위로 찍힐 텐데….

2020-06-05 06:30:00

[청라언덕] 대구의 시민 의식은 세계 최고다

[청라언덕] 대구의 시민 의식은 세계 최고다

전국으로 확산된 세입자 월세 감면 운동은 지난 2월 대구에서 시작됐다. 서문시장의 한 상가 주인이 "월세를 받지 않겠다"며 20여 명의 세입자에게 돌린 문자가 발단이 됐다. 건물주는 "그동안 도움받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돌려주는 것"이라며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끝까지 꺼렸다.이번 사례만 보더라도 코로나 정국에서 보여준 대구의 시민 의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할 만하다. 적어도 서울에서 태어나 이제 막 대구 생활 6개월 차에 접어든 기자의 시각에선 말이다.직업 특성상 서울-대구 간 왕래가 잦은데, 가장 큰 차이점은 택시운전사들의 마스크 착용이다. 수도권에선 답답하다는 이유로 절반가량은 착용하지 않지만 지난 4개월간 대구에서는 같은 상황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좁은 차 안에서 내만 편하자고 (마스크) 벗으마 어데 내만 걸리능교. 내 손님, 그 가족들, 싹 다 안 걸리겠능교." 오랜 마스크 착용으로 귀에 진물까지 보이던 한 대구의 운전기사 말이다.대구의 거리두기 운동은 어느 지역보다 철저했다. 젊음의 상징인 동성로는 한산했고, 경로당은 폐쇄하는 등 거리두기에 남녀노소가 없었다.월세 감면에도 서문시장 상인들은 스스로 문을 닫았다. 손님의 드문 발길도 그렇지만 방역 취약 지역으로 판단해 6·25전쟁 통에도 하지 않았던 임시 폐업을 상인들이 나서서 결정한 것이다. 다른 상권도 방역을 이유로 한동안 문을 닫았고, 교회·사찰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등 대구 시민들은 한동안 금전과 '믿음'까지 양보하며 코로나와 싸웠다.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대중교통 이용 금지 등 코로나 방역 대책도 대구가 선도했다. 대책 마련을 공부하다 '역학조사' 전문가가 된 권영진 시장은 5개월째 시청 집무실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증 치매 환자인 어머니와도 생이별 중이다. 그러면서 휴일에 제 돈 내고 지인과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수족과 같은 공직자를 잘라내는 등 코로나에 있어서만큼은 엄격한 행정 기준을 적용했다.이 같은 시민 의식이 '총선 싹쓸이'로 인해 또다시 '보수꼴통'으로 폄훼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총선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25곳의 TK 지역구 가운데 무려 9명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0% 이상의 득표를 기록해, 당선 가능 고지에 올라섰다. 또 경북 경주 1곳을 제외하면 민주당 후보 전원은 15% 이상을 득표해 선거 비용을 모두 돌려받았다. 선거비 보전은 다음 총선 도전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득표 기준이다. 자칫 상대를 헐뜯는 것 같아서 정확한 수치를 비교 않겠으나, 호남에서 통합당 후보들이 얻어낸 결과와는 크게 다른 점은 확실하다.특히 중요한 점은 지역에서 진보 정당 후보자들의 득표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경북이 어찌 꼴통일 수가 있겠는가? 오히려 1인 승자 독식 구조의 현행 선거법 허점으로 책임을 돌려야 하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 아닐까 싶다.바닥을 치는 지역 경제를 볼 때 21대 국회에서 TK 위상은 시급한 숙제다. 민주당의 전 상임위원장 독식이 현실화되거나, 미래통합당이 중도를 표방하며 보수층을 소외시킬 경우 지역의 설 자리는 사라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이제는 당당히 외치며 대외 설득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대구경북은 꼴통 보수가 아니라고! 코로나와 싸워 온 정직하고 착한 시민이 있을 뿐이라고! '개발'이란 유혹을 뿌리치고 후세대를 위한 근대 유산을 가장 많이 보전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말이다.

2020-06-04 17:59:16

[야고부] 문 정권의 과거 지배

[야고부] 문 정권의 과거 지배

지금의 중국은 2차대전 승전국이 아니다.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부다. 공산당은 국민당과 국공 합작으로 항일전쟁에 나섰으나 전투를 최대한 피하면서 전력을 보전했다. 국민당의 무능·부패와 함께 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발판이다. 이게 알려지면 공산당의 정통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중국이 '과거 세탁'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참가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개최한 '항일전쟁 승전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승전 70주년 기념식'은 좋은 예다. 공산당이 항일전쟁을 이끌었다는 소리다. 중공이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단 한 번도 '항일전쟁승리기념일'을 경축하지 않았다. 장(蔣)에 대한 찬양이 되기 때문이다. 1995년부터 중공은 일변했다. 그해 9월 3일 처음으로 '한일전쟁승리기념일'과 '반파시즘전쟁승리기념일'을 합쳐 치렀다. 1987년 천안문 학살로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이 의심받자 이를 막기 위해 장쩌민(江澤民)이 기획한 '애국주의 교육'의 일환이었다.과거 세탁은 푸틴의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푸틴은 처음 집권했을 때는 스탈린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스탈린 시대를 미화하고 오점은 지워 나갔다. 스탈린을 치켜세워 자신의 권위주의 통치를 방어하기 위함이었다.대표적인 사례가 강제노동수용소 중 유일하게 남은 '페름 36 수용소'의 변모다. 이 수용소는 1995년 박물관으로 개조돼 스탈린의 잔혹함을 생생히 알려줬다. 하지만 푸틴이 재집권한 2012년 지방정부에 몰수된 뒤 폭압 통치의 증거는 제거되고 '17세기부터 존재했으며 소련은 단순히 교정 시설로 활용한' 시설이 됐다.문재인 정권도 과거 세탁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낸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로 치켜세웠다. 이어 여당은 전직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말끔히 지우려 하고, 급기야 그 대표는 "잘못된 현대사에서 왜곡된 것을 하나씩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했다. 우리 현대사 전체에 대한 지배의 선포나 진배없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고 했다. 이 정권의 과거 지배 기도를 접하면서 그 탁견(卓見)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2020-06-04 06:30:00

[관풍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다수당이 상임위원장 모두 맡는 게 관행” 발언하자 미래통합당 “다 주고 책임 묻자” 이구동성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다수당이 상임위원장 모두 맡는 게 관행" 발언하자 미래통합당 "다 주고 책임 묻자" 이구동성. 배부르게 먹고 탈 나면 치료비는 자부담이라는 말.○…민주당 대구시당, 월권갑질 등 부적절한 행동 계속해 온 민부기 대구 서구의원 제명 의결. 레드 카드 받을 정도로 앞뒤 분간도 않고 혼자 그리 열일하는지….○…트럼프, 폭력 시위 커지자 "연방군 동원해 저지하겠다" 경고, 뉴욕시는 77년 만에 통금 조치. 요란하게 임기 시작하더니 코로나에 폭동까지 마무리도 조용한 법이 없어.

2020-06-04 06:30:00

[데스크칼럼] 코로나19와 경제 양극화

[데스크칼럼] 코로나19와 경제 양극화

코로나19 시국에 몇몇 '줄 서기'가 화제가 됐다. 3일 오픈한 신세계 재고 면세품 온라인몰에 15만 명이 동시 접속하면서 사이트가 마비됐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명품들을 백화점 정상가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사이트 신규 회원은 이달 들어 10배 이상 증가했다.지난달엔 명품 브랜드 샤넬 재테크를 위한 행렬이 새벽부터 백화점 앞에 이어졌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싸게(?) 샤넬 백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서울 백화점뿐 아니라 대구에서도 긴 줄을 이뤘다. '10억 로또'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의 한 아파트 줍줍 현장은 미계약분 3가구 모집에 26만 명이 몰려 8만대 1 이상을 기록했다. 가구당 최소 분양가가 17억원임을 감안하면 수억원대 계약금 마련이 가능한 이들이다.내 돈으로 명품 사는 데 남 눈치 볼 일 없고, 시세 차익을 노린 줍줍 아파트 열기는 지역에서도 낯선 일이 아니다.하지만 씁쓸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대구 남구의 한 주민센터 앞을 지나다 건물 밖 의자에 줄지어 앉은 수십 명의 어르신들을 봤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상품권으로 받으려고 주민센터 문도 열리기 전에 아침부터 저렇게 줄을 섰으리라. 수십만원의 지원금은 생계와 직결되는 돈일 것이다.경제위기가 깊어질수록 경제 격차는 더 표면화하고 박탈감을 자극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자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라고 했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코로나19 타격은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통계청의 올해 1분기 소득 10분위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1분위만 작년 같은 분기보다 소득이 3.6% 줄었다. 전체 소득 중 근로소득이 약 30%나 감소했다. 임시직, 비정규직 등 저소득층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나머지 대부분 계층은 모두 소득이 증가했다. 하위 10% 저소득층과 상위 10% 고소득층 간 소득 격차는 6배 넘게 벌어졌다.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대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1만4천 명(0.5%)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 중소 사업체는 37만9천 명(2.4%) 감소했다. 숙박·음식업 종사자, 도·소매업 등 서비스 업종에서 감원이 대량 발생했다.경제위기 때마다 양극화는 심화됐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최상위 계층 20%의 소득을 최하위 계층 20% 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외환위기 전인 1997년에 3.8배였으나, 1998년 4.55배,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88배, 2009년 4.97배로 커졌다고 한다.오늘(3일) 정부가 35조3천억원짜리 3차 추경 편성을 발표했다. 약 23조원의 적자 국채로 마련한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지역 경제에 배정된 돈은 1조원도 채 안 된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코로나19 대책에서마저 지방은 뒷전인가 씁쓸함을 떨칠 수 없다. 일례로 해외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또한 수도권 공장 부지를 우선으로 한 현 정부 아닌가.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서 빈부 격차나 양극화 심화 등 국민 삶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양극화는 가계, 기업의 일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수도권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지방을 위한 재원 배분이 절실하다. 지방이 빨리 회복해야 우리 경제 전체의 회복 체감도가 높아진다.

2020-06-03 16:26:44

[야고부] 대구니 ‘대구스럽지!’

[야고부] 대구니 ‘대구스럽지!’

"이 사람을 반드시 보고자 한다."조선의 정조 임금이 대구에 사는 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벼슬 자리도 주려 했다. 정조가 만나려 했던 사람은 최흥원이다. 굳이 왜 멀리 팔공산 자락 대구에 사는 그를 보려 했을까. 정조가 밝힌 이유는 간단했다.그의 행실이다. 그는 오늘날의 기금(基金)과 같은 선공고(先公庫)와 휼빈고(恤貧庫)를 만들었다. 이름처럼 '공적인 일에 먼저 쓰는 곳간'인 선공고는 흉년과 풍년에 이자를 달리하여 받은 수익을 떼내 마을 주민 세금으로 썼다. 또 휼빈고를 통해서는 땅을 나눠 주며 생계를 잇게 했다.오랫동안 당파의 부패한 집권 세력이 유난히 차별하고 멀리했던 남쪽의 외진 남인(南人) 고을인 대구의 한 선비가, 나라도 못 하는 일을 몸소 하니 어찌 고맙고 기쁘지 않았겠는가. 물론 최흥원의 마을 공동체 배려는 앞선 세종 시절 나라 안보에 필요하다는 말에 오늘날 달성공원 땅까지 바치고도 대신 대구 백성의 세금 부담을 덜게 해 달라고 했던 서침 같은 사람의 정신과도 통한다.대구에서는 이처럼 나라와 이웃을 헤아린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1907년 나랏빚을 갚자고 술 담배를 끊었던 대구 남자들, 비녀와 반지까지 내놓았던 대구 여인들, 일제 압박 속에 마을 공동체의 대동(大同) 사회 건설을 위해 뭉쳤던 대구의 청년 지사들의 행적 등 숱하다. 특히 이런 흐름은 경제난에도 지금껏 이어진 대구 기부 문화와도 이어져 다른 곳보다 돋보인다.이런 대구를 이를 때 어울리는 말이 '대구스럽다'이다. 그런데 요즘 여성인권활동가의 삶을 사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두고 온라인에 떠도는 말이 너무 험악하고 도를 넘고 있다. 게다가 대구를 끌어들여 허접한 말과 글로 할머니와 대구를 함께 겨냥하며 조롱한다. 그러나 대구의 역사적 배경과 할머니의 힘들었던 옛 삶을 떠올린다면 함부로 내뱉을 말은 결코 아니다.대구와 할머니를 폄훼하고 싶은 새가슴의 사람이라도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이 과연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를 돌아보고 비록 가상 공간이긴 하지만 말과 글을 쓰레기 버리듯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정녕 그러고 싶다면 대구에 한번 들러 '대구스럽다'는 말뜻부터 새기고 나서 그리하길 바란다.

2020-06-03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경제 위기 극복 위해 5년간 76조원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에 국가 미래 걸겠다고

○…문재인 대통령, 경제 위기 극복 위해 5년간 76조원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에 국가 미래 걸겠다고. 항상 말은 그럴 듯했으나 신통한 결과 내놓는 것 못 봤으니 믿거나 말거나.○…수출 2개월 연속 20%대 급감, 소비·투자 부진에다 수출 부진까지 삼중고가 겹쳤으니 한국 경제 앞날이 캄캄. 아직 '한국 경제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말 유효한가요.○…정부,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2.4%서 0.1%로, 취업 증가는 25만 명서 0명으로 전망치 수정.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결국 이런 것이었나.

2020-06-03 06:30:00

[시각과 전망]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가자

[시각과 전망]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가자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 인구는 올해 5월까지만 지난해보다 1만5천명 줄었다. 2018년 269만여 명, 2019년엔 266만5천명이었다. 경북 인구는 2015년에 27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고 있다.대구의 인구 감소추세도 확연하다. 2018년 말 247만5천 명, 2019년 말 243만8천 명이었다. 대구의 총인구수는 지난 2010년 251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5월 현재 대구와 경북의 인구를 합치면 508만여 명이다. 이 추세라면 5년내 500만명 선이 붕괴된다.10년 뒤 인구감소에 의한 대구와 경북도의 쇠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20년 내에 대구경북(TK) 인구는 450만 명에 수렴할 것으로 예측된다.TK 인구가 500만 명을 넘지 않고 나아가 400만 명대 진입이 눈 앞일 진대, 대구가 광역시로 독립해 따로 갈 필요가 있을까.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쪼개어져 있다.관광 등의 분야에서 대구와 경북이 경제통합이란 이름아래 협력하고 있지만 정작 함께 해야 할 핵심적인 사업은 하지도 못하고 있다.대구경북은 좋은 일자리와 핵심인재 부족에다 지역브랜드의 경쟁력 약하고, 지리적으로 불리한 입지를 갖고 있다. 2000년대 들면서 대구경북의 선도산업이었던 철강, 모바일,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로 이전했다.뿐만 아니라 지역은 글로벌 접근성이 취약하고 관광지로서의 선호도도 감소하고 있다. 포항·경주 지진, 지하철·서문시장 화재, 구미 불산사고 등으로 지역 이미지와 브랜드도 매력적이지 못하다.그러나 다른 지역은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이 초광역 수도권화하고, 부산, 울산, 경남이 부·울·경 경제권을 구축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호남권도 중국을 염두에 둔 서해안 시대를 열고 있다.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한 광역경제권이 아니고서는 국내 경쟁에서는 물론 글로벌 경쟁에서 설자리가 없다.대구경북 두 지역이 딴 살림으로는 10년 뒤, 20년 뒤에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 대안이다. 대구의 중추도시 파워와 경북의 산업인프라와 문화관광·생태자원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대구경북의 에너지가 폭발하도록 해야 한다. 답보상태인 대구공항 이전 문제를 완결지어 신공항 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대구, 경북이 통합돼야 한다.이에 더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 표준과 4차산업 발전을 주도하기 위해서도 대구경북이 특별자치도란 우산아래 함께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지방 권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분야별로 수도권 특히 서울과 버금가는 거점도시, 종주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특정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거점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제조업의 4차 산업 진화와 선도 역할은 대구-포항-구미가 서울수도권과 강력하게 경쟁하고 문화예술은 광주가, 금융·무역은 부산이 서울과 이원적 쌍두마차의 거점이 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대구경북의 경쟁력을 위해 2006년 특별자치도가 된 제주도 모델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자치입법권을 비롯해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등 자치권이 강화되고 교육자치도 일반 자치에 통합됐다. 또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관광·교육·의료·청정산업, 그리고 IT·BT 등 첨단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는 '국제자유도시'로서의 발전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정치권, 자치단체장, 지역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구경북특별자치도를 향해 분연히 일어설 때다.

2020-06-02 18:07:23

[야고부] 노벨상금 유감(遺憾)

[야고부] 노벨상금 유감(遺憾)

노벨상 상금 액수는 크다. 현재 900만스웨덴크로네(약 10억9천200만원)이다. 이를 공익적 용도로 쓴 경우는 물론 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경우도 있다.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인슈타인이 그랬다. 상금을 이혼 위자료로 준 것이다. 그는 여성 편력이 심했다. 1903년 밀레바 마리치와 결혼했으나 얼마 뒤부터 훗날 두 번째 부인이 되는 엘자 레벤탈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참다못한 밀레바는 1919년 이혼하면서 "노벨상을 받을 경우 전처에게 상금을 위자료로 준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밀레바는 아인슈타인의 노벨상 수상을 확신했다고 한다.'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활용해 합리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경제 행동을 한다'는 '합리적 기대 가설'의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가정은 뒤로하고 연구에만 전념했다. 이에 그의 부인은 '7년 내에 노벨상을 받으면 상금의 절반을 위자료로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이혼했고, 딱 7년 뒤인 1995년 루카스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러자 세간에서는 '합리적 기대 가설'을 전처가 '증명'했다는 농담이 회자됐다. 전처는 노벨상금을 이혼 위자료로 요구하면서 "당신같이 가정을 돌보지 않고 연구만 하는 사람은 언젠가 꼭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당시 루카스의 학자적 명성과 업적에 비춰 '합리적 기대'였다는 것이다.1953년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처칠 영국 총리도 상금을 개인적 용도, 빚 청산에 썼다. 처칠은 1929년 미국 증시에 투자했다가 대공황으로 '쪽박'을 찼다. 이후 평생을 돈에 쪼들리다 노벨문학상을 받고서야 돈 걱정에서 벗어났다고 한다.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가 남긴 유산을 놓고 배다른 형제끼리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이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DJ의 노벨평화상 상금이다. 11억원 중 현재 8억원가량 남아 있는데 삼남 홍걸 씨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전액 기부한다'는 이희호 여사의 유언에 따른 약속을 어기고 인출해 갔다는 것이다. 상금을 2001년 아태재단에 기탁했다가 2003년 재단이 연세대로 넘겨지면서 슬그머니 찾아온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DJ는 "국민에게, 민족에게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사정을 보면 정말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2020-06-02 06:30:00

[관풍루] 소득은 그대로인데 집값만 오르다보니 대구서 내 집 사는데 소득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0년 걸려

○…소득은 그대로인데 집값만 오르다 보니 대구서 내 집 사는 데 소득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0년 걸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소비하며 집 사려면 무덤이 내 집이라는 뜻.○…야당, '의혹 해소 안 돼 국회의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윤미향 퇴출 운동 나서자 여, '검찰 수사 지켜볼 것'이라며 엄호. 아직도 검찰에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민주당, '야당과 협상과 합의해 원 구성하겠다'면서도 법사위·예결위 등 핵심 상임위원장 모두 가져간다는 입장도 유지. 앞에서 협치 말하며 뒤로 호박씨 까겠다는 소리.

2020-06-02 06:30:00

[세풍] ‘18대 0’과 의회 민주주의

[세풍] ‘18대 0’과 의회 민주주의

21대 국회 4년 임기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다. 여야는 다음 주초 원 구성을 끝내고 국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법정시한인 5일 국회의장단 선출에 이어 8일까지 상임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21대 국회가 출발부터 삐걱댈 수밖에 없다.역대 국회가 그러했듯 21대 국회도 조짐이 좋지 않다. 개원에 앞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가 만만찮아서다. 177석으로 몸집을 불린 헤비급 여당과 위축될 대로 위축된 제1야당을 보면 국회 풍경은 뻔하다. 범여권(190석)까지 계산에 넣을 경우 보수의 단기필마인 미래통합당(110석)은 사실상 '곤마' 형세다. 이는 여당에 압도적인 힘을 실어준 국민 선택의 결과이지만 야당에는 4년 내내 악몽의 연속일 수 있다는 의미다.따지고 보면 지금의 야당 현실은 미래통합당이 자초한 결과다. 영남의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주었으나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을 바꿔 단 보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솔직히 그리 높지 않다. 보수의 신념과 지역색에 따라 선택지를 고정해 놓은 유권자를 빼면 마지못해 뽑아준 유권자가 적지 않다.특히 그동안 보수 정치 세력이 보여준 국정 운영 능력과 민주주의 인식은 누가 보더라도 낙제점이다. 이런 미래통합당의 위상과 정체성은 '보수=적폐'라는 패러다임으로 굳어졌다. 이런 국민적 시각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래통합당이 하루아침에 집권 세력을 견제하는 대안이자 민생 안정의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총선 투표함이 열리자마자 여당 지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180석의 의미'를 환기시킨 것도 야당에 끌려다니지 말고 엄하게 다루라는 신호탄이다.그런데 의회 정치의 무대인 국회의 운영 원칙은 '프리 플로우'(Free Flow)가 아니다. 프리 플로우는 교통 밀도가 낮은 도로에서 차량이 합류할 때 서로 별다른 방해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을 일컫는 용어다. 문제는 대부분의 도로 합류 구간은 프리 플로우 상태가 아니라 '멀지'(Merge)나 '일드'(Yield·양보) 규정이 적용될 만큼 복잡하다는 점이다. 멀지 구간의 경우 차량이 본선과 지선에서 서로 합류할 때 어느 차로에도 우선권을 주지 않는다. 지선 차량의 원활한 합류를 위해 본선 차량이 교통 흐름을 보고 차로를 바꾸도록 규정하고 있다.우리 국회에 이를 적용해 보면 한결 이해가 쉽다. 여야의 양상이 완전히 뒤바뀐 18대 국회도 좋은 참고 자료다. 당시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22석을 포함해 153석을 얻었다. 반면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은 81석에 그쳤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18개의 위원장 자리를 한나라당(11)과 통합민주당(6), 자유선진당(1)이 나눠 가졌다. 21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이 '야당 몫'이라고 주장하는 법사·예결위원장 자리도 여야가 나란히 나눴다.최근 여당 내부에서는 '18대 0' 소리가 공공연히 나온다. 물론 정치가 프리 플로우와 같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번거롭게 자리를 나누고 협력이니 견제니 따질 이유가 없다. 각자 제 노선대로 지지 세력의 입맛에 맞춰 파벌 정치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의회 민주주의는 정당이 협력하고 때로 견제하면서 합의를 이뤄가는 게 핵심이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에다 미·중 갈등 등 '전시 상황'과 마찬가지다. 여당은 책임 정당으로서 국정 주도권을 잡고 물샐틈없는 정책 수행에 나서야 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제 고집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협력 정치의 묘수를 찾아야 할 때다.

2020-06-01 19:12:35

[야고부] ‘트인낭’ 트럼프

[야고부] ‘트인낭’ 트럼프

'트인낭'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이 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감독 알렉스 퍼거슨이 한 말에서 비롯됐다. 퍼거슨은 2011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인생에서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차라리 독서를 하기 바란다."퍼거슨의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 표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웨인 루니 선수에게 한 조언이었다. 루니가 트위터에서 어떤 팔로워와 논쟁을 벌이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10초 안에 널 때려 눕혀 주마. 이 계집애 같은 놈아"라는 글을 올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구단 감독으로서, 인생 선배로서 한 충고였다.유명 인사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렸다가 극단적 악플에 시달리거나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SNS가 일상생활 수단이 된 요즘, 언행에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 일깨워 주는 경구가 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쓴 편지다."이 편지가 사통오달한 번화가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 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수백 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받지 않을 만한 편지인가를 생각해야 한다."정약용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이 편지는 생각의 숙성 과정을 생략하고 SNS에 글을 너무 쉽게 올리는 현대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예언적 경구다. 편지를 보여주고픈 열혈 트위터 한 명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숨진 데 분노한 시위가 격렬해지자 트럼프는 트위터에 글을 썼다. "이들(흑인) 폭력배가 플로이드의 기억에 대한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다."트럼프의 이 글에 트위터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경고 딱지'를 붙였다. 사유는 '폭력 미화'다. 역시나 트럼프는 참지 못하고 분노의 트윗으로 대응했다. 소셜미디어 회사에 대한 면책권을 박탈해야 한다며 행정명령권까지 들먹이면서 트위터사를 압박했다. 명색이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의 트윗질이 점입가경이다. 신분이 신분인 만큼 그의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를 넘어 '인류의 낭비'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2020-06-01 06:30:00

[관풍루] 성주 사드 기지 노후 요격 미사일 교체에 중국 반발

○…성주 사드 기지 노후 요격 미사일 교체에 중국 반발. 한국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는 미사일망과 전역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까지 갖춘 나라가 할 소리는 아닌 듯.○…중견 기업 142곳 설문 결과 '정부 지원 확대'보다 주 52시간 등 '규제 풀어달라'는 의견이 두 배 가까이 많아. 세금 지원할 생각 말고 스스로 벌어먹게 해 달라고요.○…감정액 30억원 넘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와 8억원 노벨 평화상 상금 두고 DJ 2남 홍업 씨와 3남 홍걸 씨 법적 분쟁. 피는 물보다 진하다더니 피보다 더 진한 것이 돈(?).

2020-06-01 06:30:00

[매일칼럼] 위안부 할머니와 불나방

[매일칼럼] 위안부 할머니와 불나방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이른바 위안부 논란에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관심이 75~76년 전 일제 침탈기에 희생된 위안부 문제 해결과 향후 한일 관계 정립과는 한참 비껴나 있다는 점이다.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은 위안부 단체를 이끌었던 윤미향 국회의원 개인과 그 단체의 도덕성, 부패 의혹에 집중돼 있다.이 할머니와 윤 의원이 주고받은 기자회견은 30년 잘 지내오다 완전히 틀어진 고부 사이를 연상케 했다. 그 사이가 왜 틀어졌는지 두 당사자들은 잘 알겠지만, 제3자로선 정확하게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고부 사이는 남편이나 자식들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니만큼.이번 사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려와 희망이 서로 교차한다.우려되는 점은 이번 논란이 두 당사자 간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나 욕심에서 비롯됐을 경우다. 개인적인 권력욕이나 섭섭함 등 사적인 갈등으로 인해 빚어졌다면 주변에서 개입해 해결할 수도, 개입할 필요도 없겠다. 더욱이 이번 일로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의 수십 년 활동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들의 활동이 과대평가돼서도 안 되겠지만, 자기희생적인 오랜 활동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서는 더더욱 곤란하다.반면 희망적인 측면은 두 당사자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투쟁 방식이나 해결 방안에 대한 견해 차로 인해 갈등을 빚은 경우다. 이럴 경우 우리 사회가 이를 공론화해 민간과 정부가 함께 논의해 볼 여지가 높다.하지만 이 할머니의 첫 번째 기자회견 이후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불나방처럼 무작정 덤벼들고 있는 모양새다. 엄청난 양의 의혹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심지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 할머니와 윤 의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까지 난무하고 있다. 개인과 시민단체에 대한 온갖 의혹과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정작 위안부 문제 자체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이 할머니가 강조했던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 어린 사죄와 배상, 한일 학생 간 교류를 통한 역사 재인식,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의 재정립 등은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지는 듯하다.위안부 문제를 꺼내면서 온갖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과 정치권을 보면서 이들이 과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는지, 실제 해결 의지는 있는지 되묻고 싶다.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총선이 끝난 마당에 특정 세력이나 상대 진영에 화풀이식 공세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특정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식 공격이나 다른 진영이나 정치집단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으로 카타르시스를 얻으려고 한다면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서로 생채기만 낼 뿐이다.어떤 진영이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 양 호도해 마구잡이식 공격을 일삼는다면 그야말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음모론의 배후 세력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윤 의원과 해당 시민단체에 제기된 의혹은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에 맡기면 될 일이다.언론과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의혹 재생산과 정치 공방을 자제하고 80년 가까이 그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더 깊고 폭넓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불나방처럼 덤벼들다 불빛이 약해지면 다른 불빛을 찾아 흩어지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정부도 뒷짐 지듯 방관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2020-06-01 00:05:00

[야고부] 금호강 아리랑

[야고부] 금호강 아리랑

조선의 문인 서거정이 고향의 풍경과 감성을 담아 쓴 칠언절구 '대구십영'(大丘十詠)은 금호강과 관련된 내용 3수를 포함하고 있다. 달 밝은 복현 나루터에서 뱃놀이를 즐기던 '금호범주'(琴湖泛舟), 팔달교 부근에 있던 주막에서 서울로 떠나는 사람과 이별을 노래한 '노원송객'(櫓院送客), 오봉산에서 금호강 물결 너머 노을을 바라보며 가을의 서정을 노래한 '침산만조'(砧山晩照)가 그것이다.600년 전 서거정이 바라보던 금호강의 풍경은 오랜 세월의 간극 속에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300리 물길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함 없이 또 다른 정경을 연출하고 있다. 동촌유원지를 품은 구룡산 절벽 위에 서 있는 아양루는 금호강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이다.금호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아양기찻길은 사람의 행로와 자연의 물길이 만나는 곳이다. 북구 노곡동에 위치한 외딴 섬 하중도는 유채꽃과 코스모스가 철 따라 흐드러지는 시민의 휴식 공간이 되었다. 희귀 동식물의 보금자리인 달성습지를 지나 사문진에 이른 금호강은 숱한 이별과 만남의 서정을 남긴 채 대하무성(大河無聲)의 큰 흐름 속으로 합류한다.그렇다. 포항 죽장에서 발원한 금호강은 달성 화원에서 낙동강 본류로 흘러들며 유장한 발걸음의 보폭을 더 넓힌다. 금호강은 그 나름의 색깔을 지닌 채 대구를 감싸고 흐른다. 이뿐만 아니다. 영천 금호와 경산 하양 들녘에 젖줄을 형성하며 능금꽃을 피웠고, 포도밭·대추밭·묘목단지·연근단지를 일구고 있다. 습지의 다양한 야생 동식물에도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금호강변 야경이 화려한 빛으로 물들며 대구의 색다른 이미지가 투영될 전망이다. '밤이 아름다운 대구 만들기'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갈대가 흐느끼던 소리의 강변에 이제는 빛의 향연까지 어우러질 모양이다. 삶의 무늬는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겠지만, 무상한 강물에 기댄 사람의 행로는 늘 나그네일 수밖에 없다. 지난날 서거정의 심사도 그랬을 것이다.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2020-05-29 19: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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