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정부, '시다바리' 될라?

"'내가 니 시다바리가?'는 부산말의 전 국민화에 큰 공을 세웠다."부산일보는 2006년 3월 기사에서 2001년 개봉, 최고 흥행을 올린 영화 '친구'의 대사인 '내가 니 시다바리가?'를 "전국에 퍼뜨린 부산 사투리"라고 보도했다. 이어 상대를 '넘어서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 내뱉은' 이 대사의 뜻을 "대수롭지 않은 심부름을 시키는 동료나 후배에게 이 말을 즐겨 썼다"고 덧붙였다.상업도시 부산은 해륙(海陸) 문화를 갖춰 개방적인 반면 조사 자료처럼 급함도 있다. 안전한 뭍의 삶터와 변덕스러운 바다와 싸워 앞길을 뚫는 뱃사람들이 어울린 도시의 영향이리라. 모험과 도전적인 긍정의 시각에서 보면 '내가 시다바리가'에 담긴 도전과 도발의 반항적 뜻도 나름 이해할 만하다.이를 4·19혁명과 10·26사태, 부마 항쟁, 부산 미(美) 문화원 방화사건 등과 연결, 부산이 지닌 '전복성'(顚覆性)의 한 단면으로 보는 연구 맥락과도 통한다. 즉 상업도시 부산 특유의 현상으로 볼 만큼 좋은 측면일 수 있다. 아울러 부산으로선 비록 영화 대사이나 보도처럼 자긍심을 가질 만도 하다.부산은 다른 모습도 드러냈다. 지난 1992년 12월 대선 바로 밑에 터진 '초원복국 사건'이 그렇다. 장관 1명과 부산의 내로라할 관민(官民) 기관단체장이 김영삼 대통령 후보 당선을 위한 비밀 모임을 가졌다가 물의를 빚은 일로, 당시 나돈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과 함께 지역감정을 자극한 나쁜 선거 활동의 사례로 꼽히게 됐다.지금 부산의 지도자, 정치인이 목을 매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보면 '시다바리' 대사가 떠오른다. 과거 정부가 폐기하고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로 백지화된 가덕도 신공항을 위해 대통령, 총리, 장관, 여당 대표까지 동원해 정부 정책을 뒤집는 부산의 작업은 영화보다 더욱 극적이다.자칫 정부가 '시다바리' 될까 걱정이다. 영화 '친구'의 다른 대사 '친구 아이가'나 '우리가 남이가'처럼 한편 부드럽지만 잘못 쓰면 남을 베는 칼이 되듯, '내가 시다바리가'의 전복성도 그렇다. 급해 지나치면, 역사를 거스를 뿐이다. 모르고 그렇다면 안타깝고, 알고도 그러면 새 적폐를 쌓는 꼴이다.

2019-06-10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3국 국빈방문 차 서울공항 출발

○…문재인 대통령,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3국 국빈 방문차 서울공항 출발. 촛불 민심, 3국 돌며 꽉 막혀 꼬인 정치 꽝 뚫고 풀 답안 없이 오시면 각오하소!○…북한, 을지태극연습 두고 "우리를 주적으로 정해 벌인 도발적 군사연습"이라 비난. '북한=주적'이라 명기하지 않은 교재라도 보내 드릴까?○…대구, 대표 업종이 치킨집에서 커피전문점으로 옮겨가는 추세. 대구시민들, 대구 무더위로 얻은 '대프리카'에 커피 종주 대륙인 아프리카와의 절묘한 만남.

2019-06-10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순한' 금연 광고

미국 치료심리학자 하워드 레벤탈이 파상풍의 위험성과 예방 접종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일종의 '공포실험'으로 한 실험군에는 예방주사에 대한 자세한 안내문을 주었는데 파상풍 환자 사진과 보건소 정보 등을 담았다. 반면 대조 실험군에는 간략한 안내문만 주었다.실험 결과 구체적인 안내문을 접한 피실험자의 28%가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대조 실험군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은 고작 3%였다. 정보의 구체성이 인간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포 심리나 자극적인 정보가 사람의 행동과 의사결정 구조에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준 실험이다.보건복지부가 최근 제조사의 담배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표준담뱃갑' 도입 등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끔찍하고 독한' 금연 광고에서 이달부터 흡연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호소형' 금연 광고를 시작해 효과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이른바 '순한' 금연 광고인데 2014년 이후 정부의 '불편한' 금연 광고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이런 선례가 없지는 않다. 2015년 국립발레단을 동원한 금연 캠페인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2002년 코미디언 이주일이 등장한 '담담한' 금연 광고도 효과를 봤다. 당시 70%에 가깝던 남성 흡연율이 50%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줄담배 줄초상' 'Smoking Smokill' 등 줄임말로 흡연 폐해를 패러디하기도 했다.그렇지만 혐오스럽고 자극적인 사진영상을 동원한 금연 광고가 여전히 대세다. 미국의 경우 흡연 질환자를 등장시킨 직접 화법의 금연 광고로 160만 명이 금연을 시도하고, 이 중 22만 명이 3개월 이상 담배를 끊는 데 성공했다는 통계도 있다.현재 10억 명의 흡연자가 존재하고, 그 절반이 아시아에 산다. 국내에도 약 900만 명이 있는데 매일 159명이 흡연으로 죽는다. 흡연 문화가 계속 바뀌듯 금연에 대한 인식과 금연 대책도 한 방향에 고정될 수는 없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2019-06-08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참새와 똥철의 역설

18세기 유럽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자신이 아끼는 버찌를 참새가 종종 먹어 치우는데 화가 나서 참새 소탕령을 내렸다. 그런데 참새가 사라진 벚나무에는 해충이 생겨 겨울눈과 새잎마저 성한게 없을 정도였다. 참새 사냥에 관한 최대의 역설은 1960년을 전후한 중국 대륙에서 벌어졌다.농공업 부흥을 위한 대약진운동을 일으킨 마오쩌둥은 인민의 곡식을 축내는 참새를 적폐의 동물로 낙인찍었다. 그러자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결성되고 새총과 그물, 독극물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한 해에 2억 마리가 넘는 참새가 사라졌다. 그런데 수확량이 늘어나기는 커녕 메뚜기와 해충이 창궐해 벼를 갉아먹으면서 최악의 흉작을 기록하고 말았다.무분별한 참새 사냥의 결과는 수천만명에 이르는 인민이 굶어죽는 대재앙으로 돌아왔다. 참새 박멸작전을 중단하고 소련에서 20만 마리의 참새를 들여오는 촌극까지 연출했지만, 참혹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다. 마오쩌둥은 철강생산 증대의 구호 아래 마을마다 '토법고로'(土法高爐)라는 소형 용광로를 만들도록 했다. 농민들에게 철 생산을 강요하고 할당량을 부과하니 농기구는 물론 솥과 수저까지 고로에 넣고 녹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나온게 쓸모없는 '똥철'이었다.당시에는 아무도 그 어이없는 폐해를 지적할 수가 없었다. 부패한 국민당군을 몰아내고 중국을 통일한 혁명가의 지령이었기 때문이다. 정의를 자처한 혁명정권도 비현실적인 정책에서는 이렇게 처참한 역효과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촛불혁명을 되뇌는 문재인 정권이 강행하는 정책들은 어떤가.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올렸다.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며 근로시간을 칼같이 줄이고 있다. 영화를 보니 너무 위험하더라며 멀쩡한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신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있다. 그 결과 고용 참사와 제조업 위기로 경제가 흔들리고,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원전 생태계가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참새와 똥철의 데자뷔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19-06-07 06:30:00

[관풍루] 르노삼성 노조 전면 파업에 반기 든 노조원들 절반 넘게 조업 참여해 파란

○…르노삼성 노조 전면 파업에 반기 든 노조원들 절반 넘게 조업 참여해 파란. 싸워도 형편 봐가며 싸우고, 비빌 언덕 없는 투쟁은 곧 빈털터리라는 그런 말씀.○…내년부터 고액 상습 체납자 최장 30일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 제도 도입한다고. 세금 안 내기로 작정한 사람들 아예 통 크게 평생 공짜로 콩밥 먹이고 재워~.○…봉준호 감독 '기생충' 국내 개봉 8일 만에 관객 500만 명 돌파. 상 받은 영화 많았어도 반응 시큰둥했는데 '황금종려상' 이름값이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

2019-06-07 06:30:00

이상준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그들만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문재인 정부는 출범 100일을 맞은 2017년 8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신설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모토로, 별도 가입 없이 SNS 계정으로 로그인해 누구나 청원을 제기할 수 있다.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의 경우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올해 2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김해신공항 반대 100만 국민청원운동'이라는 청원 글이 올랐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3개 자치단체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요구에 편승한 부울경 시민단체가 추진한 청원운동이다.그러나 3월 27일까지 한 달간 청원 기간에 참여한 최종 인원은 고작 4천905명. 100만 명 목표치의 0.5%에 불과한 수치로, 청와대 답변을 들을 수 있는 20만 명 동의에도 완전히 실패했다.김해신공항은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국책 프로젝트로, 2016년 6월 영남권 5개 시도가 영남권 신공항의 대안으로 합의했다. 지난 10여 년간 밀양(대구경북·경남·울산) 대 가덕도(부산)로 갈라진 영남권 신공항 갈등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차선책이었다.이후 국토교통부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간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난항을 맞았다.대통령과 여권을 등에 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3개 자치단체장이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과 여권이 다가오는 총선을 겨냥해 부울경 지역 '표끌이' 수단으로 1단계 김해신공항 백지화→2단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라는 시나리오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이 대목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건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그들만의 정치 논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여권은 몰라도 결코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을 순 없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김해신공항 반대 청원운동이 철저하게 실패한 이유다.대구시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기치로 내건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위원회가 최근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위해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 등 국가정책을 바꾸는 데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잘하는 일'이라고 답한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절반에 달하는 50% 이상이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했다.경남과 울산 지역민을 대상으로 김해공항 확장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는 '김해공항 확장'(52%)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41.8%)을 앞질렀다.여기에 김해공항과 가덕도를 지역구로 둔 노기태 부산 강서구청장조차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되지도 않을, 돼서는 안 될 일(가덕도 신공항)로 돈과 시간, 국력을 소모하는 걸 중단하고 김해신공항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무엇보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요구에는 '대구경북'이 없다. 김해신공항 건설은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오랜 갈등 끝에 해당 영남권 5개 시도가 합의한 국책사업이다. 대구경북은 5개 시도 합의 정신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절대 동의할 수 없고, 동의해서도 안 된다.

2019-06-06 17:27:26

[관풍루] 정부가 '원전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라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

○…정부가 '원전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라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확정. 자신 있는 과목 두고 어려운 과목 택하는 수험생 보는 듯!○…지난해 발간한 '경북대학교 70년사' 실종 사태와 함께 전임 총장 명예훼손 논란까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라도 나서야 할 판.○…'홍카레오'에서 '끝장토론'으로 맞붙은 홍준표와 유시민이 북핵 문제를 두고 대립. 결국은 대한민국 운명이 김정은의 '인격'에 달렸다는 말씀?

2019-06-06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대통령의 협상

"낙원의 새를 잡을 수 없다면 비 맞은 암탉을 잡는 것이 더 낫다."협상에서 최선이 불가능하면 차선을 택하라는 뜻이다. 소련공산당 서기장이던 니키타 흐루쇼프의 말이다. 그는 좌충우돌하는 성격이었지만, 의외로 협상을 중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보다 먼저 개발해 핵전쟁의 공포를 안겨주며 '협박을 통한 협상'을 추구한 인물이다.협상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눈길을 끄는 관련 서적이 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쓴 '대통령의 협상'(위즈덤하우스 간)이다. '노무현과 문재인, 무엇으로 마음을 움직이는가'라는 부제만 봐도,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저자의 집필 의도를 쉬이 짐작할 수 있다.조 교수는 협상 전문가인 로저 피셔 하버드대 교수의 협상 원칙을 제시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분석했다. 인세를 노무현 재단에 기부한다는 말이 있는 만큼 당연히 호평 일색이다. 조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을 타고난 전략가로, 문 대통령을 바둑으로 다져진 후천적 전략가로 칭했다.문 대통령에 대해 '협상 당사자의 태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중략) 문 대통령만큼 진정성 있고 그 진정성이 잘 전달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고 썼다. 과거에는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돋보였을지 모르지만, 요즘 문 대통령의 협상 능력은 거의 낙제점 수준이다. 한 달 가까이 여야 대표 회담의 형식을 놓고 벌이는 한국당과의 협상 과정은 누가 봐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문 대통령이 한국당을 겨냥해 공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황교안 대표를 회담에 참석하길 바라는 것만 봐도 협상의 기본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피셔 교수가 제시한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라'는 첫 번째 원칙과 거리가 먼 행동이다. 청와대가 경제가 급하고 추경 통과를 원하면서도 회담 형식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피셔 교수의 두세 번째 원칙 '협상의 목적, 즉 이익에 초점을 맞춰라' '상호 이익이 되는 옵션을 개발하라' 와도 배치된다. 조 교수가 몇 년 후 문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평가하면 지금과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2019-06-06 06:30:00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판정은 공정했고 결과는 정의로웠나

손흥민·이강인·류현진도 응원해야 하고 태극 낭자들도 지켜봐야 하고…. 계속되는 밤샘 응원으로 다크서클이 짙어지고 머릿속이 몽롱하다. 그렇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멋진 활약을 펼친 손흥민, U-20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꺾은 데 이어 숙적 일본까지 격파한 어린 태극 전사들의 모습은 달콤한 잠도 아깝지 않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이 삶의 활력소가 됐는데 '이거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사나' 벌써 걱정이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초부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대구FC 경기가 있어서다. 세징야·에드가·김대원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그런데 대구FC 경기를 보다 보면 가끔 불편해질 때가 있다. 유독 대구에게만 불리하게 느껴지는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 탓이다. 지난달 11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 경기만 해도 그렇다. 대구 선수들에게 너무 경고가 쉽게 주어졌지만, 상대 팀의 과격한 플레이에는 별다른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 막판에는 수비수 정태욱 선수의 코뼈까지 부러졌지만, 파울은커녕 경기조차 멈추지 않았다. 결국 1대 2로 패배한 후 안드레 감독은 작심 발언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축구연맹에서도 이날 오심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심판에 대한 처벌은커녕 오심 자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팍'에서 열린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경기에서 대구의 에이스 세징야는 쓰러지고 또 쓰러졌다. 심판을 향해 수차례 항의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경고는 나오지 않았다. 경기 막판. 상대 수비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을 때 홈 팬들은 경고 누적으로 (상대 수비수의) 퇴장을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심판의 어색한 미소가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다.대구FC가 심판 판정으로 불이익을 당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승격 첫해인 지난 2017년에는 중요한 경기에서 2골이나 취소되는 일이 있었고 지난해에도 세징야가 억울하게 퇴장당하기도 했다.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스포츠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말이다. 오심을 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심판 판정에 깨끗이 승복하자는 뜻일 게다. 심판도 사람이니 얼마든지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심이 편파 판정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평한 운동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은 명백한 반칙이고 부정이다. 과거에도 오심은 있었다. 그러나 생생한 TV 중계와 느린 화면 등으로 오심이나 편파 판정이 뚜렷이 보이는 시대가 됐다.지난해부터는 K리그에 본격적으로 비디오 판독까지 도입됐다. 달라진 시대에 맞춰 오심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K리그에 찾아온 봄날은 한 방에 '훅' 가고 말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양 팀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고 판정은 공정하게, 경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할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스포츠 경기에서만큼은 그러했으면 한다.

2019-06-05 19:00:56

[관풍루] 문 대통령,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마음을 보듬는 정부가 되겠다".

○…문 대통령,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 마음을 보듬는 정부가 되겠다". 아하! 그래서 심사 6번 떨어진 좌익 전력 손혜원 의원 부(父) 국가유공자로 만들었군.○…올 1분기 경제성장률 -0.4%에 실질 국민총소득도 0.3% 감소. 이래도 "총체적으로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청개구리들….○…국방부, "한미연합사 평택으로 이전해도 한미연합 방위 태세 문제없다"고 거듭 강조. 자체 판단인가, 더 높은 곳에서 그렇게 말하라고 했나.

2019-06-05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일모도원

일모도원 도행역시(日暮途遠 倒行逆施)는 춘추시대 정치가 오자서로부터 유래했다. 초나라를 정벌한 오자서가 원수인 평왕의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직접 300대에 이르는 매질을 했다. 너무 심하다는 친구 말에 오자서는 "해는 저물려 하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문재인 대통령의 요즘 심경이 일모도원이 아닐까 싶다. 임기 반환점이 가까워졌지만 국민에게 내세울 만한 국정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다. 대북 문제와 경제 등 어느 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게 없고 전망도 어둡다. 총선은 일 년도 안 남았고 곳곳에서 레임덕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부쩍 강경해진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일모도원 심리의 표출로 보지 않을 수 없다.1987년 대통령 직선제 후 역대 대통령 모두 집권 3년 차 증후군에 시달렸다. 인사·정책 실패, 공직 기강 해이, 당·청 갈등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레임덕에 빠졌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을 할 정도로 권력 기반이 취약해졌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지방선거 패배에다 대형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총선 패배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재보궐선거 연패 후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지방선거 패배, 민간인 사찰 논란을 겪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 대응 실패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 등으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문 대통령도 집권 3년 차 증후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사·정책 실패, 공직 기강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 폐기·수정 요구가 거세졌다. 툭 하면 비밀 유출을 일삼는 관료 사회는 무기력·무책임·무소신 등 3무(三無)에 빠졌다.열쇠는 문 대통령 자신이 갖고 있다. 소통과 협치 대신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자만·독선으로는 3년 차 증후군을 극복할 수 없다. 나는 잘못한 게 없고 너희가 바뀌어야 한다는 기득권 논리가 아닌 나부터 변한다는 자기 혁신의 논리로 가는 게 정도(正道)다. 문 대통령이 통 큰 리더십, 파격·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다.

2019-06-05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자동차보험료가 계속 오르는 이유

'우회전하던 차량이 직진 차량과 접촉 사고가 났다.' 이 한 문장으로 교통사고는 정리된다. 우회전 차량 과실 80%, 직진 차량 과실 20%. 보험사를 불러서 사고 처리하면 딱 이렇게 나온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거의 틀림없다.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보험사 직원은 사고 동영상을 보거나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8대 2'라고 얘기했고, 항의 끝에 경찰서를 찾아가고 현장을 답사한 뒤에도 '8대 2'라고 했다.사고 당시 우회전 차량이 직진 차로에 완전히 진입했다거나, 직진 차량이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그대로 달려왔다고 해명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 무슨 노래 제목도 아니고, 보험사 담당 직원이 바뀌어도 '무조건 8대 2야'를 외쳤다. '많이 억울하시겠지만 8대 2', '도로교통법상 어쩔 수 없이 8대 2', '조금 애매하지만 8대 2'.사고 직후 직진 차량 탑승자들은 병원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 양팔에 문신을 가득 새긴 건장한 체격의 청년들이었다. 우회전 차량은 시속 5㎞로 주행 중이었고, 차량 피해도 범퍼가 긁힌 정도였다. 나중에 보험사가 알려준 사고처리내역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직진 차량의 대물 피해액은 렌트비까지 포함해 100만원이 채 안 됐다. 그런데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객 3명이 받아간 합의금은 한 사람당 220만~250만원씩 700만원 정도였다.사실 사고 직후 보험사기가 의심스러워 경찰에 사고를 접수했다.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순진한 기대와는 달리 보험사기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교통사고 '가해자'가 돼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벌점에다 범칙금까지 물었다. 억울함을 호소했더니 경찰관은 "알아보고 신고하지 그랬어요? 아는 경찰도 없어요?"라고 했다.손해보험사들이 이달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최고 1.6% 인상한다.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인상이고, 올해 안에 세 번째 인상이 있을 수 있다. 장사도 이런 편한 장사가 없다. 손해 난다 싶으면 보험료만 올리면 된다. 이런 배짱 장사의 배경에는 여러 조력자들이 있다. 우선 번거롭고 귀찮다며 교통사고 신고 안 하는 운전자들이다. 이들 덕분에 누군가 보험사기 수십 건을 저질러도 경찰 사고 기록이 깨끗하다. 게다가 철저한 공무원 정신에 입각해 해당 사고만 법대로 처리한다는 경찰관, 교통사고 환자라면 봉이라도 잡은 듯 지극정성을 다 해서 온갖 치료를 제공하는 일부 얌체 의사와 한의사들도 있다.2018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7천983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고, 이 중 자동차 보험사기는 41.6%(3천321억원)를 차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년 최초로 공개한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정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동차 사고 진료 환자는 204만 명, 진료비는 1조6천586억원에 달한다. 한방 진료비는 2014년 2천722억원에서 2016년 4천598억원으로 69% 증가했고, 의·치과 진료비는 1조1천512억원에서 1조1천988억원으로 4% 증가했다.모두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해마다 물가인상률 반영하듯 보험료를 올려도 아무 소리 못하는 순진하고 선량한 운전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

2019-06-04 18:30:00

유광준 서울정경부 기자

[취재현장]냉정과 열정 사이

"정치 무대에선 삐치면 자기만 손해다. 잠시 선명함을 과시할 수 있지만, 그뿐이다. 다소 겸연쩍더라도 논의의 장에 비집고 들어가야 작은 이익이라도 챙길 수 있다. 최종 합의는 참석자 사이의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자리에 없는 사람까지 챙기는 인심은 적어도 '여의도'(정치권)에는 없다."최근 만난 이상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하며 한 말이다.국회로 돌아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을 설득하라는 취지다. 지금처럼 박차고 나간 자리에서 국회를 향해 손가락질만 해서는 원내 의석 113석의 제1야당이라도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는 훈수도 담겼다.한국당을 보면 대구경북이 떠오른다. 어떤 일을 도모하고자 공을 들이다가도 빈정이 상하면 '됐다, 치아뿌라. 나중에 어디 두고 보자'로 응수하기도 하는 곳이다.협상장에서 손익을 계산하고 주고받기를 통해 지역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섬세한 시도는 '쭈글시럽다'거나 '쪼잔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손해도 많이 봤다. 디테일에서 승부가 갈리는 세상인데도 '묻지 마 의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의 인공지진이 촉발한 것'이라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결론이 나오자 지역 주민들은 환호했다.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여론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후속 조치를 깔끔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법치국가에서 공무원은 법에 따라 움직인다. 포항지진 지원특별법을 만들어야 일이 풀린다. 청와대 청원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참여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포항지진 지원특별법을 다루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역의 이익을 관철하고자 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예산을 아끼려는 정부와 '포항만 힘드냐'고 견제하는 타 지역 정치인을 어르고 달래며 실속을 챙겨야 한다.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구경북이 남다른 열정으로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는 동안 충청 지역은 냉정함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선택과 투표'로 지역 이익을 지켰다. 세종특별자치시의 탄생 배경이다. 광주·전남도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하며 호남을 잡아 놓은 물고기로 취급하던 민주당에 경종을 울렸다.그칠 줄 모르는 적폐 논쟁과 경기 침체에 지친 지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심판론이 비등하자 지역의 정치 신인들이 대구 수성갑(김부겸)과 북을(홍의락)로 몰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문재인 정부 임기는 2022년 5월까지다. 별일 없으면 제21대 국회의원 임기의 절반은 민주당이 여당이다.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김부겸·홍의락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선수를 더하면 여당 대선주자와 상임위원장이 된다"며 "야당의 어떤 후보가 여당 대선주자와 상임위원장이 될 두 사람보다 지역 이익을 더 챙길 수 있을지에 대한 지역민의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지역 유권자들이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2019-06-04 16:41:06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곡학아권(曲學阿權)

구소련에는 공산독재 체제를 비꼬는 '웃픈' 농담이 많았다. 다음 농담도 그중 하나. 1930년대 어느 해 소비에트연방 고스플란(Gosplan·국가계획위원회) 사무실에서 통계실장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이 치러졌다. 면접관: "동지, 2 더하기 2는 무엇이요?" 첫 번째 후보: "5입니다." 면접관: "동지, 혁명적 열정은 높이 사오만, 이 자리는 셈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오." 후보는 정중하게 문밖으로 안내됐다.두 번째 후보: "3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어린 간부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놈을 체포하라! 혁명의 성과를 깎아내리다니! 이런 식의 반혁명적 선전 공세는 좌시할 수 없다." 후보는 경비에게 끌려나갔다. 세 번째 후보: "물론 4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학자티가 나는 간부가 후보에게 형식 논리에 집착하는 부르주아적 과학의 한계에 대해 따끔하게 연설을 했다. 후보는 수치감으로 고개를 떨군 채 방을 걸어나갔다. 이제 네 번째 후보: "몇이길 원하십니까?"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 나오는 내용으로, 소련이 '지상 천국'임을 증명하기 위해 경제 현실의 왜곡을 지시하고 학자와 전문 관료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서글픈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학자와 관료의 이런 순응은 생존을 위한 체제 적응이자 승진·출세를 노린 '곡학아권'(曲學阿權)이기도 했다.소련이 심했지만 소련만 이런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다. 특히 정치적 필요 때문에 경제 현실을 왜곡 선전하려는 유혹에 빠질 때 관료의 '곡학아권'은 고개를 든다.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최근 행보가 바로 그렇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 비율을 40% 초반으로 유지하겠다"고 보고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그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따지자 2주 만에 "2, 3년 뒤면 국가채무 비율이 40%대 중반이 될 듯하다"며 말을 바꿨다. 2일 KBS에 출연해서는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에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총체적으로 보아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듯하다. 기자의 낯이 화끈거린다.

2019-06-04 06:30:00

[관풍루] 고용참사 경고음 외면하던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이제야 최저임금 과속 인상 부작용을 인정하는 분위기

○…고용 참사 경고음 외면하던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이제야 최저임금 과속 인상 부작용을 인정하는 분위기. 사또 떠난 뒤에 나팔 부는 격이 따로 없군.○…한국당의 '꼰대 정당 탈출 전략'에 영남권 OB 배제 발언 나오자 TK 노장들 총선 채비로 분주. 부대가 새로워진 게 없으니 술도 옛 술 타령이 나오는 것.○…내년부터 노인 48만 명씩 늘어나 6년 후에는 '노인 인구 1천만 시대'로 접어든다고.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이라는데 '노인 주도 성장'도 밀어붙이면 될 일….

2019-06-04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세풍] 부산의 꿈, 과연 누굴 위해선가

부산 사람이 달라 보인다. 지도자, 특히 정치인이 그렇다. 그들은 새로운 꿈에 젖어 있다. '한국 제2의 도시'라는 낡은 외투를 벗고 걸맞은 새로운 수식어를 찾는 꿈이다. 그 꿈은 '내륙 수도 서울 다음의 부산'이 아니다. 정치, 경제 등 모두를 가진 서울 권력에 목을 매는 수동적 도시에서 벗어나 나라 정책조차 뒤집는 힘 있는 독립된 도시, '해양 수도 부산'을 만드는 것이리라. 꿈을 이룰 터는 바다의 가덕도 신공항일 듯하다.부산은 오랜 세월 수모였다. 강산의 끝자락으로 중심이 아닌, 역사의 주변이었다. 왕조 시절 도읍의 외딴 끝에서 왜구 같은 해양 세력과 제국주의 침략에 시달렸다. 땅끝이지만, 거꾸로 드넓은 해양 세계로 가는 출구였음에도 그런 지정학적 이점을 살릴 기회를 갖지 못했다. 조선조 끝 무렵부터는 경부선 철도와 부관(釜關) 연락선 등으로 일제 대륙침략 병참기지 노릇도 했다. 광복 뒤 북한 남침으로 부산은 다시 미군·UN군의 군사기지화 운명에 빠졌다.그래선지 부산 특유의 이적(利的) 감각은 유산이 됐다. 일찍 일본 왜관(倭館)을 통한 교역, 침략기 일본(상)인들의 유입에 따른 상업문화의 영향이리라. 한국과 중국 자원 수탈을 위해 깐 경부선 철도와 한·일을 잇는 부관 여객선으로 쉼 없이 오가는 상업세력과의 잦은 만남으로 생존과 이(利)를 좇고 이에 민감했을 만하다. 여기엔 정부 차별을 장사로 버틴, 개성 송상(松商)과 의주(義州) 만상(灣商)과 함께 이름을 날린 동래상(東萊商) 영향도 끼쳤을 터이다.부산의 이적 감각 유산은, 부산경남 배경인 조식의 가르침인 '마땅함' 즉 의(義)나, 대구경북 연고의 이황의 정신인 '삼가함' 즉 경(敬)과는 다른 성격이다. 같은 경상도 대구경북과 차별되는 부산의 이런 이적 감각은 자본주의, 산업화 시대 흐름과도 잘 어울렸고 부산은 무역 관문으로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경상도를 중심으로 감영이 있고 약령시로 국제도시 역할을 한 옛 대구와는 달랐다.부산은 이런 경제적 토대 위에 정치 자산도 쌓았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대구경북 배경의 대통령 배출처럼 부산경남 바탕의 정치인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을 잇는 대통령의 등장이 그렇다. 개방적 문화로 정치색과 정치 지형도 대구경북보다 다양했다. 특유의 이적 감각 유산과 경제 토대 위에 쌓은 정치 다양성은 부산의 자산이다. 정경(政經)의 조화를 활용한 부산 지도자, 정치인의 응결된 힘이 두드러지는 까닭이다.그 주체할 수 없는 힘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분출될 만도 하다. 실제 그들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정책을 뒤집고 있다. 정부 결정 수용이라는 2016년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도 외면했다. 대신 부산·울산·경남 지도자는 똘똘 뭉쳤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응답하는 꼴이다. 여당 대표도 거들고 가덕도 신공항 반대의 국토부 장관도 입장을 바꾸니 가덕도 신공항을 통한 비상(飛翔)을 바라는 부산의 꿈은 점차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특유의 이적 감각을 앞세워 자신들 꿈을 이루기 위한 부산 지도자, 정치인의 행태는 문제가 많다. 다른 지역의 배려는 아예 없다. 지금의 이들 모습은, 이웃을 희생시켜 잇속을 채운 옛 나라의 악습과 다르지 않다. 뒷날 심각한 후유증은 자명하다. 이웃 사람은 희생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9-06-04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탈이 난 대한민국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fallacy of hasty generalization)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탈' 자를 꼽고 싶다. 탈이란 한 글자로 들여다보면 나라 돌아가는 꼴이 보인다는 말이다.우선 돈·기업·사람의 탈(脫)한국이다. 작년 해외 직접투자액이 478억달러(55조5천억원)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직접투자는 기업, 개인이 외국에서 기업을 인수하거나 현지 법인을 세우려고 부지 매입과 공장 건립 등에 쓴 돈이다. 또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이 해외에 신규로 설립한 법인은 3천540개였다. 한국인 해외 이주자는 6천257명으로 2017년 1천443명보다 330%가량 증가했다.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각종 규제에다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말미암은 돈·기업·사람의 엑소더스(exodus·대탈출)다. 이 흐름은 가속할 게 분명하다.탈원전·탈동맹도 탈 자가 붙었다. 탈원전 부작용과 폐해들은 벌써 산처럼 쌓였다. 원전을 포기하는 바람에 1년 6개월 동안 증가한 비용이 1조2천억원이나 된다. 치열한 고민 없이 졸속 결정한 탈원전으로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더 큰 우려는 닥쳐올 부작용과 손실, 폐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한국·미국·일본 3국 동맹에서 사실상 한국은 탈동맹 상태다. 미국·일본 책임도 있지만 문재인 정권의 탈동맹 기류가 더 크게 작용했다. 이 나라의 자유와 번영을 일궈낸 한·미·일 동맹이 붕괴하면 나라의 장래를 담보하기 어렵다.이 정부 들어 '적폐 청산' 대상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5명이다. 적폐 수사로 감옥에 간 사람과 그 형량의 합이 역대 정권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사안에 대해선 검찰은 '탈탈 터는 식'으로 수사하고 있다. 탈원전으로 미래 세대의 먹을거리를 빼앗고 소득주도성장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기업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그야말로 빼앗을 탈(奪)이다.나라가 단단히 탈이 났다. 정치에서 비롯한 탈이 경제, 사회, 외교 등 전방위로 확산해 온 나라가 탈이 나고 말았다. 참으로 걱정이다.

2019-06-03 06:30:00

[관풍루] 홍남기 경제부총리 "정년 65세로 늘리면 노인 부양비 증가 최소 9년 늦춘다며 사회적 논의 필요" 언급

○…홍남기 경제부총리 "정년 65세로 늘리면 노인부양비 증가 최소 9년 늦춘다며 사회적 논의 필요" 언급. 어려운 청년실업 생각하면 정년 연장은 결국 자루 없는 칼 쥐기.○…부다페스트 유람선 참사, 다뉴브강 수위 높고 물살도 빨라 실종자 수색 계속 난항. 누구보다 애타는 피해자 가족 위해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손흥민, 2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날카로운 활약에도 아깝게 우승컵 놓치며 시즌 마감. 지금은 꿈을 이루지 못했어도 계속 꿈꾸면 현실이 될 날 오겠지~.

2019-06-03 06:30:00

[매일칼럼] 아첨과 독재

"천재적인 예지와 탁월한 영군술, 무비의 담력과 필승의 신념을 지니시고… 조국 통일의 밝은 앞길을 열어 나가시는 위대한 은인, 불세출의 영장.""우리의 희망의 등불이요, 국난 극복을 해결해 줄 구세주.""100년마다, 1세기마다 사람이 하나 난다 그러는데 건국 100년, 3·1절 100년(에) 나타난 분."언뜻 들어보면 이런 발언들의 화자(話者)나 대상을 따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첫 발언은 북한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 최고사령관 추대 7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12월 30일 김 위원장을 한껏 치켜세운 선전 문구다.뒤 발언은 지난달 유림 단체 두 인사가 경북 안동을 방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각각 던진 용비어천가다.기독교 단체를 대표하는 한 인사도 지난 3월 황 대표에게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 주셨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란 표현을 쏟아냈다.정치판에 아첨과 아부의 말이 판을 친다.60여 년을 세습 독재 체제로 이어온 북한은 그렇다 치더라도 21세기 한국 정치·종교계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상황은 볼썽사납기 그지없다.국내에서 일본 제국주의 치하와 독재 정권 시절, 아첨하고 알랑거렸던 교언영색의 모양새는 언론과 종교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우리나라 대표적 한 중앙 일간지는 1936년부터 5년 동안 매해 신년마다 일본 왕의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 심지어 1936년 신년호에는 "우리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으로서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하겠다"는 요지의 사설도 냈다.일제와 독재 정권 아래에서 권력이나 부의 찌꺼기라도 받아 챙기려고 횡행하던 행태를 50년, 100년이 지난 지금 이어가는 당사자들은 낯부끄럽지 않은지 모를 일이다.언론이나 종교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릴 때 독재 정권을 낳을 소지가 크다는 것은 한국 근현대사는 물론 세계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이 그렇고 나치 독일이 그랬다. 역사적으로 편향된 언론과 종교가 나팔수로 동원돼 독재 정권을 낳기도 하고, 거꾸로 독재 정권이 언론과 종교를 장악해 핵심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언론과 종교가 특정 정파에 편향돼 아첨을 일삼을 때 독재의 싹이 트고, 균형을 잡고 바른 말을 할 때 민주주의가 꽃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성싶다. 두 집단은 민주주의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역으로 국가 지도자나 회사 CEO가 아첨꾼의 달콤한 언사에만 빠져 지내다가는 나라나 회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황제 유선이 환관 황호의 아첨에 현혹돼 지내다 결국 위나라에 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듣기 좋은 말 하는 사람들만 끌어안고 쓴 말 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내치면서 작금의 불행한 사태를 자초했다.아내에게 아부하고 남편에게 아첨하는 것은 가정의 행복 윤활유가 되겠지만, 정치판이나 국가권력 주변에서 난무하는 아부와 아첨은 민주주의의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되새기게 하는 요즈음이다.

2019-06-02 18:31:34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조강지첩?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요?"일상 대화가 아니다. 1884년 미국 제22대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이 공식으로 채택한 구호다. 상대 후보인 민주당 그로버 클리블랜드의 혼전 관계를 공격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었다. 민주당은 "아빠는 백악관에 갔단다"라고 맞받아쳤다.미혼인 클리블랜드는 젊을 때 과부와 관계를 맺어 아들이 있었고, 생활비까지 주고 있었다. 공화당은 그를 '파렴치한'으로 흠집내는 데 진력했다. "미국인은 창녀를 데려와 백악관 근처에 살림을 차릴 저속한 난봉꾼을 뽑지 않을 것이다."클리블랜드는 간신히 승리해 다음 해 백악관에서 거창한 결혼식을 올렸는데,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신부가 친구 딸이자 27세 연하의 프랜시스(22세)였기 때문이다. 하객들은 과부인 프랜시스의 엄마가 신부인 줄 알고 있다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둘은 사이좋게 살았다.'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근엄한 교수 출신이다. 재임 중 부인과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부인 이디스에게 열중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915년 1면 기사에 코미디 같은 오보를 냈다. "대통령은 저녁 시간 대부분을 이디스에게 '삽입'(entering)하는 데 보낸다." '즐겁게 하는 데'(entertaining)의 오자였다.미국인은 가정을 '사회의 기초' '가치의 원천'이라 말하지만, 이면에는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도 동거녀를 세상에 공개한 용기 있는(?) 재벌 총수가 등장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참석해 "저와는 반대인 사람을 만나 사회적 기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불륜을 미화하지 말라' '동거인이 아니라 첩이다' '노소영 씨에게 회사를 넘겨라' 등등…. 공인에게 도덕적 의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조강지처 버리면 벌 받는다'는 통념이 지배적인 것 같다.

2019-06-01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맹모학군지교(孟母學群之敎)

왕도정치를 표방했던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孟子)는 어머니의 교육열이 남달랐다. 한때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어린 맹자가 곡을 하며 장사 지내는 흉내를 내자, 시장 부근으로 이사를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 놀이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어머니는 다시 서당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겼다. 그제야 맹자는 글을 읽고 예법을 논하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었다.어머니는 서당 주변이 아들 교육을 위한 최적의 주거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오래 머물러 살았다. 이 같은 노력이 맹자를 유가(儒家)의 대학자로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이른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일화이다. 오늘날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도 2천년 전 맹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명문 학군이니 위장 전입이니 하는 것들도 현대판 맹모들의 교육 과열에서 파생된 것이다.학교가 인접한 소위 '학세권' 아파트의 청약 경쟁이 치열하고,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교가 있는 곳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되었다. 특히 자녀들에게 쾌적한 교육 여건이나 안전한 통학 환경을 마련해주려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막을 도리가 없다. 따라서 학군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역 발전과도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국토교통부가 최근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문화센터와 의료시설을 확충할 것이라는 정주 여건 개선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구체적인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혁신도시에 맹모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비책은 오로지 학교 유치뿐이다. 대구 동구청이 최근 신서혁신도시 교육 여건 개선 문제를 다시 들고나온 이유이다.동구청은 특히 안심지역 학생들의 통학 불편과 타지역 유출 등 교육 불균형과 격차 해소를 위해 유명 사립고 이전이나 명문고 설립 등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구청의 노력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일도 되게 하는 적극적인 교육행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교육이라는 노른자위가 빠진 혁신도시 정주 여건 개선책은 늘 속빈 강정일 뿐이다.

2019-05-31 06:30:00

[관풍루] 민주당 이해찬 대표, "제1야당 장외활동으로 황금 같은 5월 다 보냈다"며 한국당을 공격

○…민주당 이해찬 대표, "제1야당 장외 활동으로 황금 같은 5월 다 보냈다"며 한국당을 공격. 국민, 말하자면 제1야당 끌어안지 못한 여당의 정치 무능 자기 고백.○…외교부, 30일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 주미 대사관 소속 참사관 파면 결정. 유림, 침묵은 금(金)이고 입(口)은 재앙 부르는 문(門)이란 옛말 왜 몰랐던고?○…경북대, 지난해 5천500만원으로 '경북대 70년사' 펴냈으나 책을 본 사람은 없어 물의. 출판계, 돈만 삼키고 책은 없는 신출귀몰 출판 기술은 국제 특허감.

2019-05-31 06:30:00

박상전 서울지사 정경부 차장

[청라언덕] 황교안과 각설이

2007년 11월쯤이다.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였던 서상기 의원은 기자와 차를 마시다 갑자기 걸려 온 전화 한 통화에 황급히 외투를 걸쳤다. 2008년 총선에 나서려는 지역구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기자가 알기엔 행사 주최 측의 공식 초청은 없었다. '초청도 받지 못한 행사인데 왜 굳이 가려느냐'고 묻자 숨도 쉬지 않고 대답했다."어데요. 각설이가 구걸하러 가는데 주인 허락 맡고 다닙니까. 무조건 가서 주인 기분 맞춰 주고 와야죠."'정치인=각설이' '주인=지역 주민' '구걸=득표 행위'로 표현한 명쾌한 비유였다.각설이는 통상 '있어 보이는 집'을 찾아 주인장의 기분을 '염탐'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어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타령을 목이 터져라 불러 젖힌다. 그렇게 주인의 흥을 한껏 돋운 후에야 겨우 찬밥 한 덩이를 얻을 수 있었다.정치인을 각설이로 보는 시선이라면, 득표 활동은 장소와 상황에 맞춰 최대한 실례되지 않게 유권자들의 기분을 맞추면서 진행해야 하는 법이다.그런 면에서 보면 경북 은해사를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끝까지 '합장'을 하지 않은 점은 충분히 비판 대상이 될 법하다. 남의 집에 찾아간 각설이가 노래도 안 하고 주인의 흥을 돋워주기는커녕 오히려 불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배고프니 밥 달라'는 일방적인 떼쓰기만 한 셈이 됐다.논란이 확산되자 황 대표는 뒤늦게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며 진화에 나섰다.하지만 불교계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특히 사과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이라고 가정해 아직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합장 논란 발생 지점이 TK였다는 것은 우려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TK는 한국당의 전통적 지지층이자 불심 또한 강한 지역이다. 외연 확장을 꾀하는 한국당과 황 대표는 이번 '합장 논란'으로 자칫 집토끼까지 놓칠 위기에 처했다.곽대훈 대구시당 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와 만나 "로마법을 제대로 인지하거나 지키지 않을 거면서 왜 로마(사찰)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합장 논란이 벌어진) 영천 은해사를 방문하지 않았던 것이 나을 뻔했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합장 논란은 발생한 지 20여 일이 지나 핵심 이슈로는 더 이상 부상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언제든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황 대표의 '사과' 표명이 있기 전 불교계와 친분이 두터운 주호영 의원은 "(사찰 예절을) 모르고서 안 했다면 몰라도 알고서도 하지 않았다면 문제"라며 "본인이 끝까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려고 한다면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말로 설득하려 해도 소용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다양한 종교가 성행하고 세대와 지역으로 다분화된 대한민국의 야당 수장이자 나아가 대통령까지 되려고 한다면, 국민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기꺼이 민초들의 눈높이에도 맞출 줄 알아야 한다.

2019-05-31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프랜차이즈 감독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 위상이 매우 높지만 대우만큼은 선수보다 아랫자리다. 국내 프로야구만 해도 수백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가 적지 않으나 감독은 계약금을 포함해도 수십억원에 그친다. 게다가 성적이 나쁘면 가장 먼저 책임을 지는 자리가 감독이다.그러나 감독은 '아무나'의 자리가 아니다.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인기를 끈 선수가 은퇴 후 반드시 감독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현역 때는 빛을 보지 못했어도 감독이 된 이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다. 물론 선수나 지도자로 두루 자격과 매력을 갖춘다면 더 바랄 게 없겠으나 선수 때 뛰어난 기록과 감독으로서의 리더십, 전술적 이해도, 팀 성적은 별개의 문제다.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감독 인선은 늘 말이 많다. 특히 최고 인기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감독 선임 방식이 유별나다. 프랜차이즈 선수 가운데 일찌감치 재목을 골라 감독으로 키우는 방식을 고집한다. '미스터 자이언츠' 나가시마 시게오는 1974년 은퇴하자마자 감독이 돼 큰 화제를 뿌렸다. 2002년 이후 세 차례나 감독이 된 하라 다쓰노리나 다카하시 요시노부 등 요미우리 멤버들이 감독을 대물림하다시피 했다.때로는 인기 영합적인 감독 선정이 팀을 망쳤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요미우리의 색깔을 분명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기량이 출중한 선수는 많은 연봉을 주고 영입해 쓸 수 있지만 감독 자리는 돈만으로는 모두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제 음주운전으로 전격 은퇴한 박한이 선수도 구단에서 지도자 재목으로 눈여겨보고 기대를 가진 선수였다. 그만큼 꾸준하고 자기 관리를 잘해왔다는 뜻이다. 2001년 삼성에 입단해 19년간 2천174안타(역대 3위)의 기록에다 7차례 리그 우승에도 기여했다.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삼성 구단 네 번째 '영구 결번'(33번)까지 거론될 정도였다.2011년 시즌부터 이어진 류중일-김한수 감독 체제에 이어 앞으로 이승엽이나 박한이 등 프랜차이즈 선수가 팀을 이끌어가는 계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야구팬과 대구시민의 관심이 큰 것만은 사실이다.

2019-05-30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평화의 여정에도 국가안보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문 대통령,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평화의 여정에도 국가안보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고도 못하면서 무슨 소리 하시나?○…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국정원장과 사적 만남 관련 "기자 있는데서 총선 얘기 했겠나. 상식으로 판단해달라". 그쪽 사람들 언행이 상식적이어야 그 말을 믿지.○…자유한국당, 강원도 산불 피해 후속 대책회의에 관련 부처 공무원유관 기관 관계자 초청했으나 모두 불참. 높은 분 지시 받았나 알아서 기었나.

2019-05-30 06:30:00

이상헌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과자로 만든 집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독일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무대는 어느 깊은 숲이다. 같은 이름의 오페라에선 아버지 페터와 아들 헨젤이 숲에서 주워온 재료로 빗자루를 만들어 판다. 동화에서나 오페라에서나 아이들이 숲에서 길을 잃고 마녀와 조우한다는 설정은 같다.어쨌거나 그들은 몹시 가난했다. 아이들조차 일해야 겨우 끼니를 이을 수 있었다. 숲 끄트머리에 사는 가족이 만든 빗자루가 조그마한 시골 장터에서 과연 몇 개나 팔렸을까?그런데 헨젤과 그레텔에게 온라인 쇼핑몰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테다. 지난 2월 화제를 모았던 '영주대장간 호미'의 성공처럼 말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위시한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는 가공스러운 데가 있다.미국에서는 전체 소매 판매 가운데 온라인 쇼핑 비중이 이미 오프라인 비중을 앞질렀다. 재래식 상점 수만 곳이 조만간 폐업 위기에 몰린다는 예측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월마트·코스트코 등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위기에 놓인 54개 기업의 주가지수를 일컫는 '아마존 공포종목지수'란 섬뜩한 용어도 등장했다.기존 소매점들이 직면한 위기는 한국에서도 뚜렷하다. 오프라인 유통 최강자인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주가는 실적 부진 탓에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총 111조8천939억원으로 2001년에 비해 33배나 증가했다.26일 막을 내린 대구국제뷰티엑스포에서 아마존이 주목받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마존 한국법인 측이 마련한 입점 설명회에는 대구경북 기업 10여 곳이 신청해 상담을 받았다. 입점 과정·비용·서비스 등을 자세히 알아보는 등 분위기는 뜨거웠다.우리 정부 역시 아마존처럼 성공한 혁신기업이 어서 등장하기를 몹시 갈망하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제2벤처붐 확산전략 대국민 보고회,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연거푸 아마존을 언급했다. 아마존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정부가 앞장서고 금융권이 도우면 벤처 덕분에 우리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였다.그러나 성과는 의문이다. 새로운 경제 주체의 성장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민간 중심의 투자가 아닌 관(官) 주도의 밀어붙이기는 신기루로 끝날 위험이 있다. 보여주기식 성과에만 집착하다 보면 20년 전 벤처 태동기 때처럼 옥석 가리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창업했을 무렵 국내에 전자상거래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기업)을 찾겠다고 욕심부리는 것보다 우리 옆의 헨젤과 그레텔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먹을거리를 찾으러 숲에 들어갔다가 마녀에게 잡아먹히도록 둬서는 안 된다. 세계적 경영 사상가인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석좌교수는 성공하는 브랜드는 '와우 모멘트'(wow moment·놀라운 경험의 순간)를 스스로 창조한다고 설파했는데, 정부가 그런 일을 해낸다고?29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도소매·숙박·음식점의 대출 잔액은 205조8천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무려 5조6천억원 증가했다. 경기 악화로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어린 시절 가고 싶어도 가선 안 됐던 '과자로 만든 집'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19-05-3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문 정부의 사대 근성

우크라이나의 리비우는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유대인 학살 책임자를 단죄한 법률적·윤리적 프레임인 '제노사이드'(genocide, 종족 말살)와 '반 인류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각각 창안한 라파엘 렘킨과 허쉬 라우터파트가 법률 공부를 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근세 들어 지명(地名)이 어지럽게 바뀐 것으로도 유명하다.1914년부터 1944년까지 리비우의 주인은 오스트리아→러시아→오스트리아→우크라이나→폴란드→독일→소련→우크라이나로 여덟 번이나 바뀌었다. 그때마다 도시 이름은 렘베르크(독일어), 리보프(러시아어), 르부프(폴란드어), 리비우(우크라이나어)로 바뀌었다. 모두 전쟁의 승자가 자국어 표기로 바꾼 것이다.일본은 한 발 더 나아갔다. 1942년 2월 15일 싱가포르 점령 뒤 '쇼난'(昭南)으로 바꿨다. 당시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年號)인 '쇼와'(昭和)에서 따온 것으로, '쇼와 시대에 얻은 남쪽의 섬'(昭和の時代に得た南の島)의 줄임말이다.국내의 정변(政變)이나 혁명으로도 지명은 바뀐다. 러시아 볼가강 연안의 공업도시로 독소전(獨蘇戰)의 격전지였던 볼고그라드가 대표적이다. 원래 지명은 차리친이었으나 1925년 '스탈린그라드'로 바뀌었고, 흐루쇼프가 스탈린 격하운동을 벌이면서 1961년 볼고그라드로 바뀌었다.이렇게 전쟁이나 정변으로 지명이 바뀐 예는 있어도 독립국이 타국의 강요나 압력을 받아 지명을 바꾼 예는 거의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바로 그런 굴욕을 실천하려 하고 있다. 6·25전쟁 때 국군과 UN군이 중공군을 궤멸시킨 전적지로, 전후 이승만 대통령이 명명한 '오랑캐(虜)를 쳐부쉈다(破)'는 뜻의 '파로호'(破虜湖)를 지우고 '대붕호'(大鵬湖)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그 이유가 중국이 불쾌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니 기가 막힌다. 영락없는 사대 근성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대붕호'가 1944년 일제가 화천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조성한 인공호수에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심기를 편안케 하려고 일제 잔재를 부활시키겠다는 소리 아닌가.

2019-05-29 06:30:00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교수

[경제 칼럼] 미래 자동차의 모습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자

1880년 런던에서는 매일 5만 마리의 말이 사람과 상품을 실어 날랐다. 뉴욕에서는 10만 마리의 말이 하루 7~15㎏의 똥과 1ℓ가 넘는 오줌을 쏟아내 뉴욕은 하루 1천t이 넘는 말똥으로 넘쳐났다.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50년 안에 런던의 모든 거리는 3m 높이 말똥에 파묻히는 '말똥 재난'이 닥쳐온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말똥 문제는 1886년 독일의 칼 벤츠가 발명한 자동차에 의해 말끔히 해결됐다.우리는 인구 70억 명, 자동차 보유 대수 13억 대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매년 자동차 사고로 130만 명이 사망하고, 2천만 명에서 5천만 명이 부상을 당하며, 자동차 사고 처리에 523조원을 사용한다.그런데 자동차 사고의 98.7%는 인간의 실수로 일어난다. 자동차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고, 자동차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수천만t에 이른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배출량의 25%가 자동차이다. 말똥 문제를 해결해 준 고마운 자동차가 130년이 지난 오늘 오염물질 배출 주범이 됐으며, 차똥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덩어리가 되어 버렸다.5월은 아직 봄이지만 이미 대구는 35℃에 가까운 한여름이고, 우리는 매일 미세먼지의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고 있다. 자동차 사고와 차똥 문제를 풀어줄 미래 자동차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해답은 한정된 에너지원과 환경오염으로부터의 자유로움(친환경 자동차), 운전의 불편함과 사고 위험으로부터의 자유로움(자율주행차), 필요할 때 쉽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유로움(공유형 차), 일상과 차 안에서 생활의 경계가 없는 자유로움(커넥티드카)을 모두 충족시킨 자동차이다. 한마디로 미래자동차는 공유형 자율주행 전기차(Shared Autonomous Electric Vehicle·SAEV) 이다.'2020~2030 운송산업: 대변혁과 내연기관 자동차산업, 석유산업의 붕괴'라는 제목의 Rethink X 보고서는 실로 충격적이어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2030년 미국 내 자동차 주행거리의 95%는 SAEV가 차지한다. 2021년 SAEV 이용 비용은 신차 구매 비용의 10%에 불과하고 유지, 보수, 충전 등 비용도 25~50% 수준이지만 가동률이 10배에 이르러 차량 소유 대신 차량 공유를 택하게 된다.미국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20년 2억4천700만 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30년에는 82%가 감소한 4천400만 대로 줄어든다. 자동차 딜러, 유지 및 보수, 정유회사 등 자동차산업 가치 사슬이 붕괴되고 세계 석유 수요는 2020년 하루 1억 배럴에서 2030년 7천만 배럴로 감소한다. 주차 공간 수요가 감소해 부동산 분야도 변화가 예상된다.자동차 제조, 정비, 운전, 석유 업종 일자리는 크게 감소한다. 차량 운행 시스템, 컴퓨터 플랫폼, 공유 서비스, 자율주행으로 자동차 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기술·서비스 업종이 창출된다.보고서 예측대로 미래 운송산업이 전개된다면 실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인구 3억3천 명이 4천400만 대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면 7.5명이 1대의 자동차를 가지는 셈이 된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는 2.3명이 1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공기 좋은 시골 전원주택으로 공유형 차를 호출, 자율주행 모드 전기차를 타고 부족한 잠을 자거나 모닝 커피와 함께 신문을 보면서 출퇴근하면 된다.5월 초에 경상북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미래 자동차 기술과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3시간 동안 강의를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자율주행 등을 학습하여 새로운 미래 사회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이 목표라고 했다. 미래는 미리 준비하는 자에게는 희망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절망이 된다.

2019-05-29 06:30:00

[관풍루]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28일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인사로 심려 끼쳐 유감"이라며 퇴임 인사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28일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인사로 심려 끼쳐 유감"이라며 퇴임 인사. 국민, 지금껏 국민 눈높이 무시하더니 떠나며 빌면 용서되는 나라군!○…감사원, 지난 3년간 부적격자 정부 포상 수여 사례 13건 적발. 여당, 내년 총선 때 자격없이 포상받은 비법을 공개, 전 공무원 포상받는 공약은 어떨지요?○…대구 20대 젊은이, 24년 동안 15만3천 명 서울 등으로 탈출. 시민들, 고향 팔아 출세한 정치인·지도자가 고향 팽개치면 '대구 꼴' 난다며 관광 상품화할 만하네.

2019-05-29 06:30:00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대구 축구의 봄날

2019 시즌 프로축구 무대에서 대구FC가 대세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이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인기 구단으로 주목받았던 시절을 보는 듯하다.올 시즌 개장한 축구 전용경기장인 DGB대구은행파크(대구 북구 고성동). 경기 때마다 축구 팬으로 관람석이 가득 찬다. 외지인들도 많이 찾는다. 직접 관전해야 만족하는 '축구 성지'로 자리 잡고 있다.원정 경기에서도 대구FC를 응원하는 타지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대구 축구의 봄날이다.지난해 후반기부터 시작된 대구FC 돌풍은 올 시즌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구FC는 2018년 정규 시즌 K리그1(총 12개 팀)에서 전반기까지만 해도 하위권을 전전하다 후반기 반전에 성공한 뒤 7위로 시즌을 마쳤다.지난해 대구FC는 프로, 아마를 망라해 챔피언을 뽑는 대한축구협회 FA컵 우승으로 반전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2003년 프로축구 무대에 뛰어든 후 16시즌 만에 수집한 첫 우승 트로피다. FA컵 우승 자격으로 대구FC는 2019 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주목받았다.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구FC는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조성된 국내 축구 열기에 편승해 창단했지만 이렇다 할 조명을 받지 못했다. 어쩌면 주식 공모에 따른 국내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창단 당시 한·일 월드컵으로 정점에 오른 우리나라 축구 열기는 비정상적이었다. 프로축구 흥행을 통해 조성된 열기가 아니라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에 대한 민족주의적 관심에서 비롯한 열기였다.허술한 바탕에서 출발했기에 대구FC는 금세 시민과 축구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대다수 홈 경기 관람객은 수백~수천 명에 머물렀다. 100여 명의 관람객을 두고 치른 경기도 있었다.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적을 내는 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구단 운영의 두 축인 단장과 감독의 잦은 교체로 살림살이는 뒤죽박죽이었다. 홈그라운드인 대구스타디움은 육상 트랙을 둔 7만 명 수용 가능한 종합경기장이라 관람 편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팬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그런데 홈에서 7경기를 치른 대구의 2019 시즌 평균 관중은 1만704명이다. 4경기는 만원사례를 빚었다. ACL 홈 3경기 평균 관중도 9천831명이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단순히 운 좋게 이뤄진 일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계속된 덕분이다.전·현직 김범일·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 체육 인프라를 크게 개선했다. DGB대구은행파크는 축구를 좋아하는 권 시장의 작품이다. '축구 장인(匠人)' 조광래 단장이 2014년부터 권 시장과 임기를 함께하면서 구단을 이끄는 점도 성공 요인이다.앞서 초대 이대섭 단장, 제3대 김재하 단장의 숨은 노력은 오늘의 대구FC를 있게 했다. 김재하 단장은 부단히 시민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큰 자산인 후원 모임 '엔젤클럽'의 탄생을 이끌었다.하지만 지금 대구FC의 인기에는 거품이 포함돼 있다. 거품이 빠진 대구FC 모습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구단주인 대구시는 비전을 제시하고 선수단과 프런트에 더 투자해야 한다. 대구FC를 앞세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도 없어져야 한다.

2019-05-2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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