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이게 나라다운 나라인가

나라가 두 동강이 났다. 진보와 보수의 분열이 아니다. 좌파와 우파의 대결도 아니다. 오직 조국 한 사람이 촉발한 분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은 '조국 수호'와 '조국 파면'을 외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대구에서도 그랬다. 평범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다. 평소 정당 활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3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의 판박이다. 나라의 시계는 미래가 아니라 좌우로 쪼개진 시위대가 극렬하게 충돌하던 60년 전으로 돌아갔다.국민을 거리로 내모는 정치는 실패다. 조국 사태는 두 달이 지나도록 이어지며 온 국민을 정치판에 옭아매고 있다. 조국을 욕하는 사람들과 검찰을 비난하는 사람 간 감정의 골은 깊게 패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골은 더 크고 깊어진다. 전 국민이 둘로 갈려 이토록 증오하고 반목하게 한 죄는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가뜩이나 내우외환에 빠진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이 많아졌다. 이 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은 곤두박질쳤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봇물을 이루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반 토막이 났다. 무디스는 한국 기업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지수가 치솟은 결과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한국이 주변 강대국 외교 무대에서 패싱당하는 일은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된다. 온 국민이 국익을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이다. 아까운 국력이 그렇게 소진되고 있다.그 중심에 조국이 있다. 그가 야기한 국가 분열은 이성적으로 설명 불가다. 그는 자신의 말과 글, 행동이 따로 노는 그저 그런 인물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를 둘러싼 해명은 지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자신으로 인해 온 나라가 불구덩이에 빨려들고 있는데도 자리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그 그릇의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조선시대 언관에게 탄핵당한 관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해야 했고 무고함이 밝혀진 후 복직했다"고 트위터에 올렸던 그다. "시민과 언론은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공인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부분적 허위가 있었음이 밝혀지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서는 안 된다"는 트윗도 했다.지금 정부 들어 윤석열의 검찰이 지은 죄를 찾기 어렵다. 애초 철저한 인사검증이 이뤄졌더라면 조국은 장관 꿈도 꾸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청와대가 못한 일을 지금 검찰이 하고 있다. 입장을 바꿔 전 정권에 대해 검찰이 그토록 악착같이 달려들지 않았더라면 현 정권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지금 검찰은 과거 정권에 매서운 칼날을 들이댔던 그 검찰이다. 과거 정권에 들이댔던 잣대를 지금 살아있는 권력에 들이댄다고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검찰 개혁'을 이야기한다면 그야말로 개혁 대상이다. 무엇보다 윤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던 것은 문 대통령 자신이다.이제 국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해주는 것이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이 거리로 나와 정치 걱정, 나라 걱정을 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 이야말로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길이며,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드는 길이고,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는 길이다. 그러잖으면 조국이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19-09-30 06:30:00

[관풍루] 조국 법무부 장관 몸담았던 참여연대 간부가 조 장관 옹호 인사들을 "위선자" "지저분한 X들"이라 부르며 맹비난

○…조국 법무부 장관 몸담았던 참여연대 간부가 조 장관 옹호 인사들을 "위선자" "지저분한 X들"이라 부르며 맹비난. 내가 하고 싶은 말 대신 잘해줬어요-국민.○…"한국 경제 전대미문의 위기" 생존 전략 찾으려고 동분서주하는 재계 총수들. 대통령이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했는데 무슨 걱정 그리 많으신지?○…국내에서 발병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살처분 대상 돼지 9만 마리 넘어. 1억5천만 마리 살처분한 중국 따라가는 것 아닌지 걱정이 태산.

2019-09-3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이 만든 패륜아

1702년 12월 14일 46인의 낭인(浪人)이 억울하게 할복을 강요당한 주군(主君)의 원수를 처단한 이른바 '추신구라(忠臣藏) 사건'은 당시 도쿠가와 츠나요시(德川綱吉) 막부(幕府)에 큰 충격을 줬다. 우선 막부 체제의 기반인 주군과 가신(家臣)이라는 주종 관계와 일본 전체를 규율하는 법률의 충돌이기 때문이었다.일본 지배층의 여론은 처음에는 동정적이었다. 그 요점은 주군에 대한 가신의 충성이 일본 전통이고 도쿠가와 막부가 통치 이념으로 중시해 온 유교 윤리 즉 군신 간의 공적 윤리와 가족 친구 간의 사적 윤리를 나란히 세우는 윤리 체계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이에 반대한 유학자가 공적 윤리와 사적 도덕은 같을 수 없다고 한 오규 소라이(荻生徂徠)이다. 그는 이 사건의 처리 방법에 대한 막부의 자문 요청에 응한 '소라이의율서'(徂徠擬律書)에서 낭인들은 할복해야 한다고 했다."의리는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하는 길이며 법은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따라야 하는 기준이다. 46인의 사무라이들이 주군을 위해 원수를 갚은 것은… 의롭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 무리(黨)에 한정되는 일이므로 궁극적으로 사적(私的)인 논의일 뿐이다.… 사사로운 논의를 가지고 공정한 논의를 해친다면 앞으로 천하의 법도가 서지 않게 될 것이다." 개인 도덕을 공무의 장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이는 공적 윤리를 사적 도덕 위에 놓아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가치의 경중(輕重)이나 우열(優劣)이 있는 게 아니라 영역이 다른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처결 방법으로 할복을 제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주군에 대한 충성이란 사적 윤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타협이었다. 막부는 소라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조국 법무부장관이 자택 압수수색을 지휘하는 검사에게 전화로 "신속하게 해달라"고 한 것을 두고 '수사 외압'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전화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비판 여론에 대해 "인륜의 문제"라고 한 것은 더 문제다. 사적 윤리를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나저나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은 딱하게 됐다. '패륜아'가 되게 생겼으니.

2019-09-28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옥상의 재발견

지난 봄, 대구 서구청에서 일하는 친구와 점심을 먹고 구청 옥상으로 안내받아 올라간 적이 있다. 옥상을 정원으로 꾸민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나다니며 늘 낡은 콘크리트 건물 외형만 봐온 터라 꼭대기 층에 갖가지 수목과 화초가 피고 벤치에다 산책 데크까지 오밀조밀 들어선 것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알고 보니 대구시가 옥상 녹화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보도다. 2007년 처음 착수해 지난해까지 22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도심 일반 건물과 공공기관 등 모두 665곳의 옥상에 녹지 공간을 만들었다. 그 면적도 축구장 17개 규모에 이른다. 올해도 11억원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67곳의 옥상 정원을 꾸밀 예정이다.물론 옥상에 잔디를 깔거나 채소와 꽃을 심는데는 예산이 쏠쏠하게 들어가고 유지관리에도 적지 않은 품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거의 쓸모 없는 공간으로 여겨졌던 옥상이 시민과 직원들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해 도시 일상에 활력을 준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삭막한 도시의 상징물인 건물의 옥상이 변신해 하나의 도시 인프라가 된다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옥상 공간의 재창조는 현재진행형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시의 경우 매년 6월 '옥상축제'를 개최할 정도다. 옥상을 다양한 형태의 녹지 공간으로 바꿔 시민이 공유하고 제2의 도시 물관리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등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뉴욕시도 하수 범람을 막기 위해 옥상 녹화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5년부터 추진해온 '6 슈퍼 소우킹(Super-Soaking)' 프로젝트가 좋은 예로 옥상 텃밭인 '루프탑 팜' 플랜이나 초화류만 심는 메도우(meadow) 가든 조성 등을 통해 빗물이 바로 하수관에 흘러가지 않게 막아 대규모 하수 배수관리 인프라를 대체하고 있다.땅의 제약이 큰 대도시에서 녹지 공간을 새로 확보해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 저감 효과까지 거두는 옥상 녹화사업은 의미가 크다. 전설처럼 전해오는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은 아니더라도 시민이 만족하고 일상에서 즐기는 옥상 공간이 더 많아진다면 그만큼 도시 생활의 만족도도 비례해 커질 것이다.

2019-09-27 06:30:00

[관풍루] 국토부 무순위 청약 당첨자 현황 보니 대구 '줍줍'아파트 절반은 현금부자…

○…국토부 무순위 청약 당첨자 현황 보니 대구 '줍줍' 아파트 절반은 현금 부자 부모 두었을 법한 '2030'이 가져가. 이러다 '돈도 실력'이란 말 또 유행할라.○…학령인구 절벽 현실화하면서 폐교 후 대책 없이 방치되는 대학 사례 줄줄이 쏟아져.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예고돼 왔던 폭탄 돌리기의 종착역은 어디.○…대안정치 표방하며 호기롭게 출발했던 군소 정당들 잇단 내홍과 분당 사태로 위기.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할 패스트트랙법에 더 목을 매야 하겠네.

2019-09-27 06:30:00

최두성 정치부 차장

[청라언덕] 한국당에 두는 훈수

자유한국당 인사들에게서 모처럼 '활기'를 본다. 말이 많아졌고, 목소리도 예전에 없던 힘이 들어간다. '조국 정국'이 바꿔 놓은 변화다.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사실로 확정하며 그를 '위선자'로, 그를 두둔하는 여당과 청와대를 질책하는 재미로 하루를 보낸다는 인사도 있다.당원 A씨는 여권 인사의 조 장관 옹호 발언, 검찰 비판 말을 들을 땐 화가 나지만 받아칠 말이 있고 맞장구쳐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어 즐겁다고 했다."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에 등 돌렸던 언론이 '우리 편'이 된 듯하고 불공정과 불법, 비리 등 기득권의 적폐 청산을 내세우며 '개혁과 공정성, 도덕성'의 깃발을 든 진보 진영의 실상이 조국 사태로 그 민낯이 까발려지는 것 같아 통쾌함을 느낀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기력한 당 모습에 정치 이야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던 그였다.한국당은 '조국' 하나만 보고 가고 있다. 조 장관 임명에 삭발·1인 시위 릴레이로 모은 당심을 정기국회에 쏟아부을 태세다. 국정감사를 '조국 청문회 2라운드'로 끌고가겠다는 선언도 했다.한국당으로선 청와대가 점화한 조국 사태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건수다. 21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만한 선거운동도 없다.그런데 민심은 '꿈에서 깨라'고 한다.청와대가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여당은 이를 비호하기 위해 비상식적 발언과 행동을 일삼아 싫으나 한국당도 아니란다.칸타코리아가 SBS 의뢰로 이달 9~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38.5%로 한 달 사이 3.7%포인트 증가한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18.8%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는 게 그 방증이다.무당층은 정치적 무관심층이 아니다. 다만 지금은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정치 참여 행동파다. 이들은 기성정당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당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무당층 B씨는 "자주 가는 식당에 문제가 생겨 실망했다고 해서 맛 없고 먹을 것 없는 식당의 단골이 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B씨 말대로 한국당은 탄핵이 휩쓴 식당을 정리하지도, 손님 입맛을 끌 신메뉴 개발도 하지 않았다.문재인 정부의 경제 파탄, 패스트트랙 파동, 외교 실패, 북한 어선 삼척항 입항 등 많은 호재에도 한국당은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인재 영입은 전무했고, 당과 보수 재건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인사도 한 명 없었다. 격 없는 막말 퍼레이드로 되레 비난을 받고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7월에 있은 여론조사서 한국당의 비호감 지수는 65%에 달했다.인적 쇄신을 이룰 공천룰, 선거 구도를 좌우할 수 있는 보수 대통합 문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문제 등 총선 과제가 발 앞에 놓여 있는데도 옆 식당에 문제 있다고 고함만 친다.삭발로, 장외집회 참석으로 공천 충성도를 체크해선 혁신, 인적 쇄신은 물 건너간다.세대 교체에 방점이 찍힌 1996년 총선(15대), '차떼기당' 오명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맞아 최대 위기에 빠졌지만 40대 정치 신인들을 전진 배치하며 돌파구를 찾았던 2004년 17대 총선 공천은 본보기다.매력적인 비전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투쟁으로 일관하면 민심을 끌어올 수 없다. 상대의 허물 캐기가 득이 되는 시대도 지났다. 지금은 자신을 찍게 만드는 매력 발산 시대다.한국당에 두는 훈수다.

2019-09-26 18:18:45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국민체조, 어때서?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대구 도심의 한 지하상가 내 매장에서는 직원 출근시간 즈음에 옛 세대에 낯익은 '국민체조'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직원들은 옛 음악과 구령에 맞춰 흘러간 국민체조의 여럿 동작 가운데 8가지로 몸부터 풀고 하루를 맞는다. 근육을 풀어주고 업무 시작을 위한 준비여서 그런지 직원 반응이 좋단다.1970년대 보급, 유행되다 이후 정권의 부침에 따라 국민을 위한 체조의 이름도, 모양도 바뀌었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지난 정부에서처럼 강제성을 띨 수도 없고, 그럴 만한 시대도 아니다. 그런 요즘에 옛 유신정부 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는 국민체조는 어울릴 법하지 않지만 좋아서 소환하니 어쩌랴.흘러간 국민체조가 아직도 되살아 쓰이듯이 대구경북, 특히 구미에서는 다른 곳과 달리 역사 속의 새마을운동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왕산 허위 독립운동가는 특별히 마음에 간직하는 역사적 일이고 인물이다. 지역 사람들의 특별한 감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그런데 이를 멀리하고 홀대한 장세용 구미시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이로 인해 자주 이름과 얼굴을 알려 자신을 드러낸 데는 성공(?)한 듯하다. 이미 그는 대구경북 33명 자치단체장 중 유일 여당 소속이라 '백로 속 까마귀'나 '까마귀 속 백로'만큼 관심인데, 지역 정서를 외면한 이런 행보로 더 알려져야 하나.새마을과 폐지 시도에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는, 구미산단 50주년 영상물에서 박 전 대통령을 뺀 대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현직 대통령을 소개한 사례가 그렇다. 왕산 허위 독립운동가를 기려 지난 남유진 시장 시절 결정된 공원의 '왕산' 광장의 이름 변경도 같다.국민체조의 부침(浮沈)처럼 세월의 흐름과 함께 지난날의 일과 역사도 다르지 않다. 쓰임이 없거나 아끼고 기리는 사람이 없으면 자연히 잊힐 터이지만 지역과 환경에 따라 같지 않다. 대통령이, 시장이 바뀌었다고 멋대로 지우고 강제할 성격이 아니다. 장 시장의 지난 행동은 임기 내 단기간 스스로 드러내고 싶은 안달증 때문이리라. 물론 그런다고 될 일도 아니다. 장 시장의 구미가 아닌, 구미의 장 시장임을 알면 좋겠다.

2019-09-26 06:30:00

[관풍루] 수조원 예산 들어갈 고교 무상교육 법률안, 한국당 퇴장한 뒤 국회 교육위 통과

○…수조원 예산 들어갈 고교 무상교육 법률안, 한국당 퇴장한 뒤 국회 교육위 통과. 내 호주머니 돈 나갈 일 없고, 표는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일, 다음달 열릴 해상자위대주최 관함식에 중국 해군은 초청하며 한국은 아예 초청 대상서 제외. 초대장 받은 한국 갈까 말까 고민 덜어주려고.○…트럼프 미 대통령, '노벨위원회는 공평하지 않다'며 '그랬다면 나는 벌써 노벨상 받았을 것'이라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손부터 내민 격.

2019-09-26 06:30:00

모현철 정치부장

[데스크칼럼] 조국과 총선

'구미국가산단 50주년' 행사가 최근 경북 구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념식장에서 상영된 홍보 영상이 발단이 됐다. 이 홍보 영상에 구미산단을 설립한 공로가 큰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내용이 빠진 탓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만 등장했다. 보수단체들은 구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미산단을 설립한 것에 따른 공로는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권의 반발도 거셌다. 구미지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구미시장의 행보를 '박정희 지우기'로 간주해 성명서를 내는 등 '박정희 지키기'에 나섰다.수년 전에는 당시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96회 탄신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이라고 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세운 업적을 칭송하면서 나온 얘기였다. 오래전부터 박 전 대통령 탄생 기념 행사 때마다 헌사가 수없이 쏟아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칭송은 끝도 없이 올라가 결국 '반신반인'이라는 말로 정점을 찍었다.이처럼 보수 또는 진보 진영에서 상징이 되어 있는 인물이나 대상을 건드리면 상대편은 화를 내며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 올 초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한 전현직 의원도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상징화돼 있는 금기를 건드려 비난을 자초했다. 현재 영어의 몸으로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태극기 부대'로부터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 있다.한국 사회에서는 중도 세력과 함께 보수, 진보 세력이 존재한다. 갈수록 보수, 진보 진영이 상대의 얘기를 듣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8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 발표 이후 한국 사회는 '조국 지지' 또는 '조국 반대'를 외치는 양 극단의 사회로 변해버렸다. 조국 장관 임명 이후 보수, 진보 진영의 '이념 전쟁'은 더욱 격화했다.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조국 장관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한다. 검찰이 조국 장관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조 장관이 위기에 처하자, 여권에서는 조국 지키기에 올인을 하고 있다. 일부 여당 국회의원은 이미 "조국은 촛불 정권의 상징"이라면서 조국 장관을 적극 옹호해왔다.문 대통령도 조국 장관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정통성을 국민에 의한 촛불 혁명이었다고 했다. 여당은 촛불 정신을 조국 장관에게 대입시켜 촛불 정권의 상징으로 만드는 듯하다. 시대정신을 상징화한 인물은 절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로 들린다. 시대정신의 상징을 향한 모든 공격은 핍박이고 고난이며 탄압을 받고 있다는 논리를 편다.내년 총선이 이제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양 진영의 싸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부 진영이 보기에 조국 장관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받는 검찰의 수사가 촛불 정신이라는 시대정신에 대한 탄압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조국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 릴레이 투쟁을 하고 있다.조국 사태의 핵심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와 진보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 진영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조국 사태에 대한 지역 민심이 악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역 민심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19-09-25 17:38:47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사문진 르네상스

일제강점기에 개봉한 무성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는 뱃사공 부녀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민족의 암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향토색과 서정성까지 갖춘 우리 영화사의 걸작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당시 동아일보와 매일신보도 '민족의식과 저항정신 발산'에 주목했다. 부녀가 떠난 뒤 나루터에 외롭게 남아 물결 따라 속절없이 흔들리는 임자 없는 나룻배. 그 마지막 장면은 나라 잃은 겨레의 설움을 상징하기에 충분했다.영화를 만든 이규환 감독 또한 3·1만세운동을 벌였던 대구 계성중 출신이어서 지역민들에게는 정감을 더한다. 일제 식민통치 시절에 민족의 비애와 울분을 대변했던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의 촬영 현장이 바로 달성 화원에 있는 사문진(沙門津) 나루터였다. 사문진은 민족정신을 표현하는 영화의 무대로 등장할 만했다. 사문진은 하천 교통의 요충지였다. 낙동강 뱃길의 중간 기착지였다. 대구로 통하는 관문이었다.남해에서 해산물을 실은 배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국내외 상인들의 물품 수송로 역할을 하며 왜물고(倭物庫)와 화원창(花園倉)을 두기도 했다. 사문진을 거쳐 대구로 물자가 들어왔으며, 낙동강 상·하류 지역으로 물건이 실려나갔다. 사문진은 서양 신문화 유입의 길목이기도 했다. 대구에 처음으로 피아노가 들어온 경로 또한 사문진 나루터였다.1900년 대구로 부임한 미국인 선교사 부부가 피아노를 들여온 역사적인 장소인 것이다. 20여 명의 짐꾼들이 사문진에서 대구 종로의 선교사 집으로 피아노를 옮겼는데, 피아노 소리를 처음 들은 주민들이 빈 나무통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매우 신기하게 여겼다. 그래서 '귀신통'이라 불렀다. 달성의 '100대 피아노 콘서트' 공연과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의 제작 배경이다.달성문화재단이 오는 28, 29일 사문진에서 '2019 달성 100대 피아노'의 향연을 펼친다. 달성군 개청 100년을 맞아 개최한 이래 올해로 8회째이다. 100대에서 울려 퍼지는 유례없는 피아노 선율은 웅장하면서도 신비롭다. 달성 사람들은 이 같은 문화적인 르네상스에 이어, 올해는 대구시 신청사 유치 운동과도 결부해 명실공히 대구의 관문으로서 사문진 르네상스를 희구하는 분위기이다.

2019-09-25 06:30:00

[관풍루]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군위의성 두 지역 주민투표 후 찬성률 높은 지역 선정키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군위의성 두 지역 주민투표 후 찬성률 높은 지역 선정키로 극적 합의. 돌고 돌아 결국 의지할 것은 민주주의뿐.○…국정원, '비핵화 협상 따라 오는 11월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담에 김정은 참석 가능성 있다'고. 비핵화 협상 관계없이 학수고대하는 것은 아니고요.○…블리더 개방으로 대기오염물질 무단 배출 논란 빚은 포스코, 이참에 블리더 개방 합법화 추진. 그렇게만 하면 불법 논란 아예 없어지겠구먼.

2019-09-25 06:30:00

전병용 경북부 기자

[취재현장] 道公 사태 해결 수장(首長)으로서의 모습 보여라

어제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同苦同樂)했던 근로자가 오늘은 불법 점거 농성자가 됐다.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의 김천 본사 점거 농성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도로공사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민주노총과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등 250여 명은 9일 '1천500명을 직접 고용하라'며 도로공사 본사 2층 로비를 점거하고 1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민주노총과 요금 수납원들은 대법원 판결이 난 근로자와 같이 1·2심 소송 중인 근로자들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렇지만 점거 농성이 길어지면서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요금 수납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청소, 방역이 안 돼 공기가 탁해지면서 감기 환자와 피부병 등을 앓는 환자가 속출하는 등 몸이 아파도 제때 의약품 공급이 안 되고, 식사는 배달되는 도시락과 빵 등에 의존해야 한다.잠도 콘크리트 바닥에서 자야 하고 씻는 것도 악취가 나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농성이 시작되자 도로공사는 전기를 차단해 노조원들은 무더위와 싸워야 하고, 화장실 및 로비 등의 청소가 안 돼 악취와 먼지투성이인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게다가 밤이면 불이 꺼진 3·4층 화장실을 사용하는 등 여성 요금 수납원들은 안전에도 위협을 받고 있다.불편하기는 도로공사 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직원들은 야간근무는 물론 집에도 제때 가지 못하고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정상적인 업무는 아예 못 하고 있다.경찰도 민주노총과 요금 수납원들의 본사 건물 진입을 막기 위해 매일 800여 명의 경찰 인력을 동원하면서 피로감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 이처럼 도로공사는 물론 치안에 힘을 쏟아야 할 경찰도 정상적인 업무가 되지 않아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그러나 도로공사 측은 이강래 사장이 발표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근로자(499명)와 달리 1·2심 소송이 진행 중인 1천47명은 직접 고용을 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도로공사 측은 "1·2심이 진행 중인 요금 수납원들은 소송의 개별적 특성이 다르고,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임금 청구 소송이 병합돼 있다"며 "자회사 전환 동의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볼 필요가 있어 확대 적용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또 도로공사는 "요금 수납원들이 진입 과정에서 시설물을 파손해 5천만원가량의 재산적 피해가 발생하고 직원들이 다쳤다"며 "국정감사 준비 등 현안 업무와 고속도로 유지관리 및 교통관리 업무 등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했다.따라서 도로공사는 요금 수납원들의 불법 행위와 업무 방해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 나간다고 밝혔다.이처럼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꼬여 가고 있는데 이 사장은 모습도 보이지 않으며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전혀 없다. 어찌 보면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이 지쳐 제 발로 본사 건물을 걸어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공기업 수장(首長)이 보일 모습은 아닌 것 같다.어제까지 매연을 마시며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받던 가족 같은 근로자들이었다. 이들의 이야기에 한 번쯤 귀 기울일 필요도 있다고 본다.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의 본사 점거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19-09-25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무너진 코리안 드림

경북 영덕 한 오징어가공업체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지하 폐기물 탱크에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차례로 쓰러져 숨졌다. 이들은 지난 10일 오후 2시 30분쯤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깊이 3m, 가로·세로 3~4m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탱크에서 작업을 하다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에 의해 질식해 숨졌다.지하 탱크로 처음 내려간 노동자가 갑자기 쓰러졌고, 다른 3명이 황급히 구하러 들어갔지만 현장에 있던 업체 대표는 이를 막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업체 대표를 수사 중이다.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는 영덕 사건을 '예고된 살인'이라고 밝혔다. 지하 3m 수산물 폐기물 탱크를 청소하려면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안전보호구를 착용해야 하지만 마스크조차 지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작업을 지시받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고령 제지공장 원료 탱크 질식 사망사고, 2017년 군위와 경기 여주 양돈 농가 사망사고 등 이주노동자 질식 사망사고와 똑같은 모습이다. 이들 사건 모두 밀폐된 공간에 쌓인 황화수소가 사망 원인이었다.유기물이 썩는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황화수소는 썩은 달걀 냄새처럼 악취를 내뿜고, 공기보다 무거워 밀폐된 공간의 바닥에 쌓인다. 하지만 황화수소가 일정 농도 이상 누출되기 전까지는 냄새를 맡을 수 없고, 임계치를 넘어서면 냄새를 잠시 느꼈더라도 바로 후각신경이 마비된다. 황화수소 농도가 100ppm 이상이면 후각신경이 마비되고, 700ppm 이상에 노출되면 노출 즉시 호흡 정지로 숨질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영덕 사고 현장을 감식한 결과 탱크 내부의 황화수소 농도는 3천ppm에 달했다. 갑자기 쓰러진 동료를 구하려다가 '집단 참사'가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슬러지가 쌓여 있고 밀폐된 곳에 무방비로 들어가도록 한 자체가 살인행위라고 말한다. 연대회의는 "이주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달아 일어나도 사업주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원, 인력을 핑계로 관리감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고용부, 노동자의 생명보다는 기업의 이윤이 우선이라는 사업주의 생각들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법무부의 '비전문취업(E-9)자격자 국내 체류 중 사망 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9년 8월까지 비전문취업 이주노동자 1천137명이 숨졌다.한때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독일로 중동으로 꿈을 좇아 떠났다. 비록 모든 것이 낯선 타국이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가족을 위해 나 하나쯤 고생해도 괜찮다고 그렇게 위로하고 다짐했다. 독가스에 중독돼 외마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짧은 생을 덧없이 마감한 이주노동자들도 대한민국으로 찾아오면서 그렇게 위로하고 다짐했으리라.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딸이었으며, 부모였던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기회의 땅이자 꿈의 발판이었다.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들을 독가스로 가득 찬 돼지분뇨통으로, 폐기물 탱크로 몰아넣어 한 가족의 유일한 희망을 앗아가 버렸다. 잠시 여론이 들끓겠지만 이내 사그라질 터이다.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다툼이 온 나라를 집어삼켜버렸다. 그렇게 젊은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이 잊혀져가는 사이 누군가 다시 꿈을 찾아 대한민국으로 향할 것이다. 최소한의 생존 장비도 없이 독가스 탱크로 내모는 죽음의 나라로.

2019-09-24 18:42:02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박정희 사진의 숙청

'사진까지도 숙청된다.' 과거 공산 국가에서 숙청된 사람은 모든 기록물에서 사진까지도 삭제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후 덩샤오핑(鄧小平)에게 숙청된 장칭(江靑) 등 4인방은 좋은 예다. 1976년 9월 18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마오의 추도식에 4인방을 포함한 20여 명의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이 장면은 중국 관영 신문에 실렸다. 그러나 4인방이 실각한 뒤 11월 이후 공개된 사진에는 4인방이 지워지고 그들이 서 있던 자리는 비어 있다. '포토샵'도 하지 않은 것이다. 새 권력은 4인방이 말 그대로 지워졌음을 천명한 것이다.4인방도 그렇게 했다. 대약진운동이 시작된 1958년 베이징 시장이었던 펑전(彭眞)이 그 희생자다. 1958년 그가 마오와 함께 삽질을 하는 사진이 있는데 마오가 사망한 1976년 공개된 사진에는 그가 사라졌다. 펑은 4인방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1966년 숙청됐다.볼셰비키는 그 선구자다. 1920년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연단에서 폴란드로 출정하는 병사들에게 연설하는 레닌의 사진이 있다. 원본에는 레닌 곁에서 연설 차례를 기다리는 트로츠키와 카메네프가 있었는데 스탈린 집권 후에는 그들이 지워져 있다. 두 사람은 레닌 사후 권력을 놓고 스탈린과 경쟁하다 패배해 카메네프는 처형됐고 트로츠키는 스탈린이 보낸 자객에게 살해됐다.스탈린의 충견으로 내무인민위원회(NKVD) 수장으로 있으면서 스탈린을 위해 68만여 명의 '반동분자'를 처형한 '피 칠갑을 한 난쟁이'(Bloody Dwarf, 키가 151㎝였다) 니콜라이 예조프도 같은 길을 갔다. 그가 스탈린과 함께 볼가강 운하를 따라 산책하는 사진이 있는데 숙청된 뒤에는 그가 지워져 있다.구미시가 구미공단 설립 50주년을 맞아 제작한 홍보 영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련 내용을 모조리 빼버렸다. 구미공단을 설계하고 만든 주인공을 지워버린 것이다. 시는 제작업체의 실수라고 하지만 두 차례의 시사회까지 한 것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지금 구미시장은 여당 소속으로 '박정희 지우기'를 추진해왔다. 제작업체의 '실수'는 그 일환으로 보인다. 과거 공산국가에서나 있었던 '사진 숙청'이 민주국가에서 버젓이 재연되는 개탄스러운 시대다.

2019-09-24 06:30:00

이대현

[세풍] 문재인 대통령의 '죄과(罪過)들'

노무현·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죄과(罪過·죄가 될 만한 허물)를 저질렀다. 누구에게 뭘 받았느냐 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한 주범(主犯)이란 죄과가 훨씬 더 중하다.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이 없었다면, 박근혜가 빌미를 주지 않았다면 문 정권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세력이 이 나라를 미증유의 혼돈으로 몰아넣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지경으로 끌고 간 탓에 두 전직 대통령의 죄과는 더 무거워졌다.체크 리스트(check list)를 갖고 문 대통령의 집권 2년 5개월을 평가하면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단순한 잘못이나 허물 수준을 넘어 죄과가 갈수록 쌓이고 있다.급기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조국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조 장관에게 있지만 근본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과 '무슨 공동체'이기에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을 이렇게나 비호하는지 국민은 매우 궁금하다.지난 한 달여 동안 조 장관과 가족, 문 대통령 탓에 국민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졌다.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된 것은 조 장관이 아니라 국민이다. 검찰 수사 대상자가 검찰 개혁에 나선 기가 막힌 상황에 국민은 "나라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란 자괴감마저 느끼고 있다. 조 장관 자신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한데 왜 국민이 부끄러워해야 하고 고통받아야 하나. 문 대통령과 정권이 내세운 평등, 공정, 정의는 시궁창으로 굴러떨어졌다. 국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준 죄과를 문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약속을 제대로 지켰나.조국 사태 하나만 보더라도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자신을 지지하는 진영만을 염두에 두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도모하려 조 장관을 감싸고돌고 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를 포기했다. 이렇게 국민이 갈래갈래 찢어지고 격렬히 싸운 적이 있었던가.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 국가 발전에 앞장서야 하는 대통령(大統領) 책무를 문 대통령은 방기(放棄)했다. 이 또한 죄과다.세계가 부러워하던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나라'로 만든 것도 문 대통령의 죄과 중 하나다.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으로 경제가 망가지고 국민 삶은 피폐해졌다. 세금 펑펑 쓰는 것밖에 모르는 정권 탓에 국가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미래세대에 큰 짐이 됐다. 탈원전으로 국부(國富)를 축적할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찼다.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갔고 미사일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일본 등 우방과의 관계가 틀어져 국제 무대에서 외톨이 신세가 됐다. '국민 불안(不安)지수'를 매긴다면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다.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위대하고 번영하는 나라 대신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통령'을 갖고 말았다. 죄과로 얼룩진 대통령 말이다. 임기가 반(半) 남은 문 대통령이 죄과를 줄이고 성과를 내려면 이제라도 결단해야 한다. 첫 결단은 '조국과의 결별'이다. 나라가 나라 꼴이 되려면, 국민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듬으려면 조 장관을 하루빨리 경질하는 게 맞다.

2019-09-24 06:30:00

[관풍루] 조국 자택 압수수색에 작가 공지영, 윤석열은 배신자라며 맹비난

○…조국 자택 압수수색에 작가 공지영, 윤석열은 배신자라며 맹비난. '진보집권플랜' 책 한 권으로 민정수석 이어 법무부 장관 오른 조국이 부러웠던 모양.○…비핵화 협상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라며 남은 나서지 말라던 북, 돌연 "미국이 남북 문제 간섭하고 있다" 비판. 외교 저울질은 이렇게 하는 것이란 가르침.○…내년 총선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 인재풀 없어 고민 또 고민. 지난 총선, 지선 때 TK 교두보 확보하며 좋아했더니 문재인 정부 실정에 '아 옛날이여'.

2019-09-24 06:30:00

윤석열(1960~), 사마의(179~251).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시사 삼국지] 윤석열의 쿠데타? 사마의의 고평릉사변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2~26일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제74차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서다.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을 떠난 직후 이어지는 뉴스에 시선이 향한다.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의 출국 바로 다음 날인 9월 23일 월요일 아침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대대적 압수수색에 나섰기 때문이다.이날 검찰은 조국 장관의 서울시 강남구 방배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조국 장관 주변을 '털었던' 검찰은 처음으로 조국 장관을 직접 '턴' 셈이다. 법무부 현직 수장이 산하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이로써 조국 장관 부부(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자녀 등 가족 모두가 공식적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매일신문은 지난 9월 8일 '[시사 삼국지] 윤석열과 사마의' 기사에서 중국의 삼국지 시대 위나라의 사마의가 정권을 잡은 쿠데타(사변(事變))인 '고평릉사변'을 주목한 바 있다.당시 위나라의 어린 황제 조방의 가까운 친척이자 후견인이었던 조상이 권력을 잡은 상황. 이에 사마의는 249년 조상이 조방을 데리고 명제(조방의 아버지 조예, 즉 조조의 손자. 조방은 조조의 증손자이다)의 무덤인 고평릉으로 참배를 간 사이, 심복들과 함께 사병 수천을 동원해 위나라 수도 낙양을 점거해버린다. 이후 사마의는 승상으로 임명받으면서 조상으로부터 실권을 빼앗는다. 이 쿠데타는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의 진나라 건국 작업 첫 단추로 평가받는다.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장으로 있는 검찰이 하필 문재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조국 장관 턱밑까지 칼을 들이대는 압수수색을 신속히 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과거 사마의의 고평릉 사변과 '타이밍'이 흡사해서다.물론 현실에서는 역사 속 쿠데타처럼 누가 죽고 정권이 전복되는 등의 상황이 똑같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을 보인다. 즉, 쿠데타는 일종의 비유적 표현이다. 이게 이미 쓰이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 윤리강령 위반으로 감찰 청원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공유하면서 "검찰 쿠데타를 막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아무튼 문재인 대통령 부재 중 검찰의 행보는, 법무부 수장 조국 장관과 산하 검찰 수장 윤석열이 형성하고 있는 '구도'에 대한 언론 등 세간의 시선을 분명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까지 남은 사흘여 동안 또 어떤 깜짝 놀랄 뉴스가 '검찰발 속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국민들에게 전해질 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19-09-23 14:47:09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쓰게구치' 칼럼

일본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중 하나가 '잇쇼겐메이'(一生懸命)다. 목숨을 걸고 평생 하나에 몰입하겠다는 뜻이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일본 운동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백이면 백, 가장 먼저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다.그런데 이 말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과 반응이 재미있다. 이 말만 꺼내면 덮어놓고 겸손하고 진지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모양새다. 입에 발린 이야기인데도 일본인은 이 말에 거의 최면상태에 빠지는 듯하다. 반면 조금 다른, 튀는 말을 하면 '아주 잘났군' 투의 비판이 여지없이 뒤따른다. 메이저리그 투수인 다르비시 유가 대표적 사례로 그는 일본 사람이 듣고 싶어하는 상투적인 대답을 좀체 하지 않아 미운털이 박혔다.이런 사례는 언어가 의사 표현의 수단을 넘어 인간 심리와 관념을 통제하는 사회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일본말 중에는 말의 본뜻보다는 일본인 특유의 집단심리가 먼저 개입되는 용어가 수두룩하다.'구로다 망언' 근거지인 일본 극우 매체 산케이신문이 또다시 한국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와 내년 도쿄올림픽 때 경기장에 전범기 반입을 허용한 일본의 결정을 문제 삼고 나서자 "쓰게구치(告げ口·고자질)를 하고 있다"며 반발한 것이다. 나무라(名村) 서울지국장은 그저께 칼럼에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공개 비판하며 우려를 과장하는 것은 고자질을 넘어선 노골적인 선동"이라며 불평했다.그동안 일본 정부와 언론은 한국을 겨냥해 '쓰게구치 외교' 용어를 들먹이며 국제사회에 과거사 문제를 확산시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유독 한국만 일본의 잘못을 들춰내자 거꾸로 '고자질' 프레임을 씌워 분풀이를 해대고 있는 것이다.일본 우익 성향 시사평론가 후루야 쓰네히라가 최근 자기 트위터에 올린 글은 산케이의 불만에 대한 답이 될 듯하다. 그는 '일본인이 세계에서 가장 예의 바르고 정직하다는 명제는 구역질나는 거짓이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도 개의치 않는데 어떻게 국민성이 좋은 건가'고 되묻는다. 결국 '혐한 비즈니스'로 먹고사는 3류 신문 산케이의 '고자질' 운운은 혐한이 판을 치는 일본 국내용 '쓰게구치 칼럼'에 불과하다.

2019-09-23 06:30:00

[관풍루] 문재인 대통령, 22일 출국하며 "아프리카 돼지열병·태풍·평화시장 화재 잘 챙겨달라"고 당부

○…문재인 대통령, 22일 출국하며 "아프리카 돼지열병·태풍·평화시장 화재 잘 챙겨달라"고 당부. 검찰, 진짜 걱정은 조국 장관이겠지만 잘 챙길 테니 우리만 믿고 다녀오세요.○…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의 미국 원정 출산 의혹에 나 대표 아들 국적 공개 요구. 독신, 딸과 아들로 욕보는 조국 장관과 나 대표 보면 역시 무자식 상팔자.○…장세용 구미시장, 구미의 '왕산' 광장 명칭 변경 두고 왕산 손자 부부와 벌인 실랑이에 대해 사과. 시장님, 할아버지도 독립운동하셨다는데 혹 다른 목적은 아니겠지요?

2019-09-23 06:30:00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매일칼럼] 삭발, 그 뒷얘기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정치권의 삭발은 낯설다.삭발은 그동안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1970, 80년대 운동권 학생들과 민주화 인사, 노동자·농민단체들이 자신들의 주장과 저항의 결기를 삭발이나 단식 등을 통해 표현해왔기 때문이다.하지만 강요된 삭발이나 단발은 일본 제국주의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구한말 단발령, 일제 치하 학생들의 단발, 군사정권하의 두발 단속 등은 모두 일제에 의해 강요됐거나 일제 잔재의 하나였다.1895년 일제의 강요로 고종이 먼저 단발한 뒤 전국적으로 단발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는 유교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저항을 불렀다. 일제 치하 초·중·고 학생들이나 1970, 80년대 청소년들에 대한 두발 단속도 특정 집단을 단일 규제로 묶으려는 정치·사회권력의 대표적 통제 문화의 하나로 꼽힌다.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언론과 여론의 관심 속에 삭발을 단행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따내야 할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등 상당수도 자리를 함께했다. 원내 사령탑인 나경원 원내대표도 눈에 띄었다.이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2년 5개월 만에 어깨 수술을 위해 구치소를 나오는 날이기도 했다. 태극기 부대를 비롯한 일부 지지자들이 '박근혜 석방' 등 구호를 외쳤지만 황 대표의 삭발 소식에 가려 메아리는 크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때 대통령과 국무총리로 국정 파트너였지만, 이날은 투쟁하는 제1 야당 대표와 질환에 고통받는 수감자로서 각자의 길을 나설 뿐 상호 교감이나 관심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황 대표는 왜 하필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를 나오는 날 삭발을 감행했을까. 이날 오후 5시에 할 삭발을 오전부터 대대적으로 예고하면서까지. 여기에는 의도성이 다분하다는 시각도 있다.황 대표의 삭발 이후 한국당 인사들의 삭발이 이어지고 있다.상대적으로 공천권 확보가 여의치 않은 비례대표나 원외 인사들이 초반 삭발을 주도하다 뒤늦게 일부 지역구 의원들까지 뒤따르는 모양새다.황 대표는 삭발 릴레이가 계속되자 '공천을 위한 퍼포먼스 삭발'이란 역풍을 우려해 최근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 본인으로서는 이제 삭발 효과는 충분히 거둘 만큼 거뒀다고 판단한 셈이다.그도 그럴 것이 삭발을 통해 구치소 밖 병원 입원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쏠릴 여론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황 대표로서는 '박근혜 신당설'을 비롯해 보수층의 관심이 박 전 대통령 쪽으로 모이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더욱이 총리 시절 황 대표에 대한 '문자 해임통보'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치소 의자 반입 불허'로 얽힌 양측의 좋지 않은 감정이 지금까지 계속 쌓여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나 원내대표도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대권에 관심을 품고 있는 그로서는 원내에서의 정책 투쟁이야말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투쟁은 광화문이나 청와대 집회, 삭발 등 장외로만 향하고 있어 곤혹스러운 지경이다. 이런 투쟁에 대한 관심과 공은 오롯이 황 대표에게로 돌아가기 마련이기에 떨떠름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 안에서 장외 투쟁이 반복되는 것을 반대해온 나 원내대표의 속내이기도 하다.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이번 삭발을 통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제1 야당 대표로서의 투쟁 결기는 물론 박 전 대통령과 나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 등 일석삼조를 거뒀다는 뒷얘기가 나온다.

2019-09-22 16:18:07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돼지열병과 북한

옛날 탁리국에서 왕의 시녀가 아이를 낳았는데 왕이 아이를 죽이려고 돼지우리에 버렸다. 그러나 돼지가 입김을 불어넣어 죽지 않았다. 돼지가 살려준 아이가 부여(夫餘)를 건국한 동명(東明)이다. 중국 후한의 왕충이 쓴 '논형'(論衡)에 나오는 부여의 건국신화다. 부여는 돼지와 깊은 인연을 가진 나라였다. 말, 소, 개, 돼지 등의 이름을 따서 마가(馬加) 우가(牛加) 구가(狗加) 저가(猪加)와 같은 관명(官名)을 만들었다.돼지는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동물 중 대표주자다. 복과 다산(多産)을 상징한다. 돼지꿈을 꾸면 좋다고 여기고, 복권 당첨자 중에 돼지꿈을 꾼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돼지고기도 좋아해 소비량이 닭고기, 소고기를 능가한다.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 사육 두수가 1천227만 마리에 이르는 양돈업계가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소·돼지 350만 마리를 살처분한 2011년 구제역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돼지열병으로 9개월 동안 전체 돼지의 3분의 1인 1억3천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중국 돼지고기 값이 지난 2월보다 90% 이상 뛰었다. 확산을 막지 못하면 한반도에서 돼지가 멸종되고 양돈산업이 끝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를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돼지열병이 연천·파주 등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것을 두고 북한에서 넘어온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내려온 야생 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올 초부터 노동신문에 돼지열병 관련 기사가 보도됐고, 북한이 이례적으로 국제기구에 발병 사실을 보고했다는 점으로 볼 때 북한에 돼지열병이 확산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북한 돼지열병 발생 확인 후 북측에 방역 협력을 제안했지만 응답을 하지 않은 것도 의심스럽다.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향해 지극정성을 다하는데도 북한은 툭하면 미사일을 쏘고,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로 되갚고 있다. 이제는 돼지열병 유입 경로 의심까지 사고 있다. 이래저래 북한은 화근(禍根)덩어리인 것 같다.

2019-09-21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삭발(削髮)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의 시 '승무'(僧舞)는 세속의 번뇌를 떨치고 종교적인 초월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여승의 고뇌에 찬 열망의 몸짓을 심미적으로 그렸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의 애련한 정서는 오래전 개봉한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서도 느낀 적이 있다.주연 여배우 강수연이 영화 속에서 출가에 따른 실제 삭발 장면을 보여준 것이다. 당시만 해도 여배우가 연기를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프로 정신의 발현이었다. 비록 연기의 연장이라 해도 삭발은 결연함과 비장미가 감돌기 마련이다. 그래서인가 강수연은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 하여 욕망과 번뇌의 상징으로 여긴다. 따라서 출가 승려의 삭발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자르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세속의 명리를 잊고 오직 수행에 정진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삭발은 곧 출가 정신의 발로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삭발의 초발심을 잊지 않고 청정한 수행자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삭발은 요식행위나 쇼로 전락한다.동서양의 여러 신화 속에 등장하는 머리카락은 권위와 신분 그리고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삭발은 저항의 표시이자 항변의 수단이기도 하다. 스포츠인도 새로운 결기를 드러내기 위해 머리를 깎은 사례가 있다.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는 삭발 투혼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다. 정치인의 삭발은 비교적 익숙하다. 그럴 때마다 평가 또한 엇갈렸다. 자칫 정치적인 쇼라는 비아냥이 뒤따르기 십상이다.최근 조국 사태에 즈음한 야당 정치인들의 잇따른 삭발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예사롭지가 않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중진들의 릴레이 삭발이 정국 변화의 분수령을 이룰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관건은 국민의 공감과 호응이다. 진정성이 필요한 것이다. 떨어지는 머리카락과 함께 기득권도 내려놓아야 한다. 삭발을 구국의 결단으로 승화시키는 길이다.

2019-09-20 06:30:00

[관풍루] 30년 묵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DNA 대조로 복역 중인 50대 용의자 특정

○…30년 묵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DNA 대조로 복역 중인 50대 용의자 특정. 3대 미제 '성서 개구리소년' 사건도 경찰청장이 28년 만에 첫 현장 방문한다니 다음 해결 차례?○…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릴레이 삭발 투쟁' 대구경북 정치권에서 급속히 확산. 서로 눈치보며 발만 구르더니 이제는 마치 봇물 터지듯 그 열기가 세차네.○…파주 이어 연천에서도 확진된 '돼지열병' 전국에 확산되면 '경제 손실 1조원' 추산. 경제적 손해도 아프지만 구제역 사태서 보듯 가축 살처분 후유증이 더 걱정.

2019-09-20 06:30:00

전창훈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개(犬) 조심' 팻말은 유효하다

예전에는 웬만한 집 대문에 '개(犬) 조심'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방문객이든 불청객이든 조심하라는 표현이자, 경고의 메시지였다. 당시엔 개가 크고 위협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개는 사람에게 인생을 반려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반려동물 인구 1천만 명 시대가 이를 대변한다. 하지만 개가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있고 친숙해졌기 때문일까. 예기치 않은 사건도 많이 벌어진다.지난 2일 경북 구미경찰서에 20대 여성이 대형견에 물려 큰 상처를 입었다는 고소가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충남 보령시의 한 자동차 튜닝숍을 찾은 A(24) 씨가 대형견에 물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 A씨를 문 개는 무게가 50㎏에 달하는 '알래스칸 맬러뮤트'였다고 한다. 구미에 사는 A씨는 당시 친구와 함께 튜닝숍에 들렀다가 화장실에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개 물림' 사고가 심상찮다.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손금주 의원(무소속)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개 물림 사고 피해자는 모두 1만614명에 달했다.특히 2014년 1천889건이던 개 물림 사고는 2016년 2천111건, 2017년 2천404건, 2018년 2천368건으로 집계됐다. 5년 동안 25%가량 급증한 것이다.최근 개 물림 사고는 공공장소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 7월 초에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폭스테리어'종 한 마리가 3살 여자아이를 물어 큰 상처를 낸 일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개 물림은 단순한 사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에게는 당시가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순간이다.A씨는 경찰 조사에서 "너무 무서워 대형견이 쓰는 개집으로 도망쳐 안에서 문을 잠근 채 덜덜 떨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사고 후에도 환청에 시달리는 등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한다. 개는 엄연히 본능에 충실한 동물임을 감안한다면 사고 당시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쉽게 그려볼 수 있다.개 물림 사고는 대부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우리 개는 순하다', '우리 개는 그렇지 않다'는 견주들의 안일한 생각과 방심이 이런 불행을 낳고 있다.지난달 초 부산 해운대해수욕장를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몸 길이가 족히 1m 넘는 개를 끌고 가는 한 40대 여성이 보였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목줄만으로는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더니 "(불쾌하다는 듯) 뭐가요"라고 하곤 유유히 가버리는 것이었다. 목줄 하나로는 전혀 통제가 안 될 것 같은 모습이 위태롭게만 보였다.예방 차원의 관리 규정도 느슨하다.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맹견 5종에만 외출 시 입마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어겼을 때는 과태료 부과 규정이 있지만 실제로 처벌받는 경우가 많지 않아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또한 이 5종에 포함되지 않으면 아무리 덩치가 크고 위협적인 개라도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현행 법이다.견주들의 전반적인 '펫티켓'(펫+에티켓)은 몇 년 사이에 크게 나아졌다.주변만 둘러봐도 공공장소에서 개가 크게 짖는 것을 제지하거나 개의 배설물을 치우는 행위는 자연스럽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개 물림에 대한 견주들의 경각심이다. 자신이 키우는 개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사람과 개 사이의 공존은 결국 견주들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2019-09-19 18:36:46

[관풍루] 돼지열병 발생 원인, 태풍 때 북서 떠내려 온 멧돼지 추정

○…경기도 파주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 원인, 지난 태풍 때 북에서 떠내려 온 멧돼지로 추정. 북에 퍼주기만 하더니 결국 받아낸 것이 있긴 있구먼.○…환경부, 영주댐 준공 3년 만에 담수 지시하며 "철거, 존치 등 처리 방안 정보 확보 차원"이라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심정 이해할 만.○…조국 장관 딸 고대 입시서 제1저자 등재로 논란 빚은 의학논문 제출한 사실 드러나자 고대생들, 입학 취소하라 거센 반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났겠느냐고.

2019-09-19 10:14:39

최경철서울정경부장 겸 편집위원

[데스크 칼럼] 대통령의 안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구속·수감된 지 900일 만에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 서울 강남의 성모병원으로 들어서는 박 전 대통령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재임 중 안경을 전혀 쓰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은 구속·수감된 뒤 법정에 출두할 때 이따금 안경을 착용했고 병원에 입원한 이날도 안경을 썼다.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안경을 쓴 사람은 거의 없다. 짧은 기간 재임했던 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비교적 긴 임기를 가졌던 대통령들은 거의 모두가 안경을 쓰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안경을 쓰기도 했지만 원래 모습은 나안(裸眼)이었다.안경 안 쓴 대통령 후보들이 대다수였기에 역대 대선 과정에서는 '안경의 저주'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안경을 착용했던 대선 후보들은 어김없이 패(敗)하는 경우가 많았던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국가 경영의 꿈을 키웠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대표적인 '안경의 저주'에 해당된다. 안경을 쓰지 않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결, 이른바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연거푸 고배를 마신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도 그 징크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19대 대선에서 승리, 청와대로 들어온 문재인 대통령도 18대 대선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졌다. '안경의 저주'에 한 번 휘말렸던 문 대통령이었지만 19대 대선에서는 안경 안 쓴 안철수 후보 등을 꺾고 무난히 승리, 안경 징크스를 깼다.대통령의 안경 얘기를 꺼내놓은 것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시각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기자가 봐 온 문 대통령의 '인격과 품성'을 감안할 때 사모펀드 등 숱한 의혹에 휩싸인 조 장관은 문 대통령의 '눈에 들지 않는' 후보자가 분명하다. 지명 철회 의견이 응답자의 과반을 넘긴 조사 결과가 셀 수 없을 정도였는데도 문 대통령은 여기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의 NH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에 투자하는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면서 금융상품 판매 직원이 주식·펀드 투자 경험을 묻자 "일체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평생 예·적금 외에 주식이나 펀드는 아예 쳐다보지를 않았던 것이다.판매 직원이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수준을 묻자 문 대통령은 '높은 수준'에 체크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숱하게 많은 투자 정보를 들었을 터. 변호사였으니 각종 사건 수임 과정에서 금융 지식도 쌓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금융상품을 모를 리 없다.그러나 문 대통령의 전 생애에 걸친 금융 장바구니에는 주식·펀드가 없었다. 이자가 미리 정해져 있는 예·적금과 달리 시시각각 변하는 수익률에 대해 '맹렬한 집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주식·펀드가 혹여 탐욕의 세상·천민자본주의의 세계로 자신을 오도할 수 있다는 경계심의 발동 때문이 아니었을까?문 대통령은 이런 기준을 세우고 살아왔건만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 재직 때 사모펀드에 가입했고 가족 펀드를 만들었다는 의심도 받으면서 위선자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는 조국 장관에 대해서는 왜 이리도 관대한 것일까?야당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 대통령의 안경이 혹시 잘못된 것이 아닌지, 지금 바로 고쳐 써야 되는 것이 아닌지?

2019-09-18 19:39:33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의 수신제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명제는 공직자가 반드시 따라야 할 도덕률로 과거는 물론 지금도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개인의 도덕적 정진은 정치·사회적 가치 실현의 전제조건으로, 전자가 완성되면 후자는 자동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주자(朱子)의 해석이다. 주자학을 종교의 반열에 올렸던 조선 유학자들은 이를 맹종했다.그러나 일본 에도(江戶)시대 유학자들은 이에 반기를 들면서 조선 같으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단죄됐을 '혁명적' 해석을 내놓았다. 야마가 소오코(山鹿素行) 같은 학자는 "몸을 닦는 것 한가지로써 천하의 일을 논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단지 몸을 닦는 것은 근본이고 기틀이며 시작일 뿐이다"라고 했다.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의 자동 연결을 끊어버린 것이다.정약용도 감탄한 오규 소라이(荻生徂徠)는 이런 해석을 극단으로 밀어붙였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행동거지가 바르지 않으면 아랫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믿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존경하고 믿지 않으면 명령이 행해지지 않으며 또 백성을 편안케 하는 공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몸을 닦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닦는 것을 밀고 나가면서 그 나머지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수신제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안민(安民)이라는 정치적 목적의 실현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도구적 합리성은 마침내 안민(安民)을 위해서는 '더러운 일'도 해야 한다는 데에까지 이른다. "군주(君主)된 이는 설령 도리(道理)에 벗어나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이라 하더라도 백성을 편안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레닌도 같은 말을 했다. "혁명은 궂은 사업이다. 흰 장갑을 끼고 혁명을 할 수는 없다."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개혁' 추진에 검찰 내부에서 "누가 누구를 개혁하나"라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수신제가도 못한 주제에 무슨 치국평천하란 말인가'쯤 되겠다. 오규 소라이의 말처럼 수신제가를 잘하면 곧바로 치국평천하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치국평천하의 '도구'로써 수신제가의 가치는 현대에도 살아 있다. 그런 점에서도 조국은 자격이 없다.

2019-09-18 19:24:43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약속 지킨(?) 文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임사 한 구절이 떠올랐다. 제1 야당 대표가 삭발한 것은 황 대표가 처음이다. 국민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야당 대표의 삭발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황 대표를 삭발하게 한 장본인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가 처음으로 삭발하게 하여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對)국민 약속을 지켰다.'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 약속을 문 대통령이 가장 잘 지킨 분야는 경제다.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보다 악화한 경제지표들을 줄줄이 쏟아내더니 급기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년 불황을 겪은 일본처럼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안겨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더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달나라에 산다'는 지적을 또 한 번 떠올리게 했다.서울 한복판에 북한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초상화와 인공기를 외벽에 그려 넣은 '북한식 주점'이 개업을 준비하는 것도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이다. 이를 본 주민이 관할 구청에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넣어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주도한 '남북 평화 쇼' 탓에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 압권(壓卷)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이다. 결격 사유가 차고도 넘치는 사람을 문 대통령이 장관에 임명한 바람에 한 달 넘게 온 나라가 파탄 지경이다. 장관 한 명 때문에 이렇게 국민이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나. 부인은 기소, 5촌 조카는 구속, 딸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도 자리를 지킨 장관이 있었던가.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은 힘을 합쳐 국민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확실하게 선사하고 있다.국민은 어느 정권 때보다 불안하다. 앞으로 어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 이런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기 바란다.

2019-09-18 06:30:00

[관풍루] 조국, "친인척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거나 보고받지 않을 것"이라며 "억측이나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조국, "친인척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거나 보고받지 않을 것"이라며 "억측이나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그동안의 '표리부동'부터 해소하고 할 말.○…국민은 살기 어렵다 난리인데 문 대통령은 또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달나라 대통령'이란 말, 청와대엔 전달되지 않는 모양.○…지난해 '9·19 합의' 후 1년간 북,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신형 무기 4종 세트 완성하며 남한 방공망 무력화. '소대가리' 소리 참아가며 이룬 평화의 산물(?).

2019-09-18 06: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도산대교를 보고 싶다

세계문화유산 도산서원(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을 가 본 사람은 시사단(試士壇)의 모습도 눈에 선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도산서원에서 낙동강 건너 서 있는 시사단(도산면 의촌리)은 주변 풍경과 어울려 운치를 뽐낸다. 시사단은 조선 정조 임금이 1792년 퇴계 이황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도산별과를 시행한 것을 기념해 1796년 세운 비각이다.도산서원에서 시사단에 한번 올라가 보려고 승용차를 타고 나선 적이 있다. 시사단에 대한 내비게이션 안내가 되지 않아 약간의 지리적 지식으로 나섰지만 퇴계종택~이육사박물관~원천교를 지나 원천리를 헤매다 포기하고 돌아선 적이 있다.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도산서원에서 눈앞에 보이는 곳을 내비게이션으로도 못 찾아간단 말인가. 속으로 웃음이 나와 모니터가 큰 데스크톱으로 지도 검색을 하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안동시내에서 시사단을 가려면 35번 국도를 따라 와룡면 소재지까지 간 뒤 933번 지방도와 예안면 소재지를 거치는 935번 지방도를 따라 돌고 돌아야 한다.역사적으로 한 몸인 도산서원과 시사단은 1974년 안동댐 준공으로 쉬이 오갈 수 없는 이웃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한때는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갈 수도 있었지만, 안동~임하댐 도수로 연결로 댐의 수위가 안정되면서 이제 배로만 바로 갈 수 있다.시사단 인근인 예안면 부포리에서 끊긴 935번 지방도를 도산면 분천리까지 연장하는 도산대교를 가설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도산대교가 만들어지면 935번 지방도는 강 건너 35번 국도와 연결된다.안동 출신 김명호 경북도의원이 얼마 전 도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안동댐 건설로 갈라진 도산면과 예안면을 잇는 도산대교를 가설하자"고 했다.935번 지방도를 연장하는 도산대교 건설 계획은 경상북도가 이미 2003년 확정한 사업이다. 2009년에는 착공 예산까지 배정된 적이 있다고 한다.어떤 이유로 이 사업이 중단된 채 표류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안동의 빛나는 문화유산을 탐방하는 관광객 입장에서 도산대교의 필요성을 느낀다.하물며 안동 시민들의 불편은 오죽할까. 도산면 의촌리 주민들은 지금도 직선거리 2.72㎞밖에 안 되는 면사무소를 43.8㎞나 돌아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안동이 지닌 최고의 자산은 문화유산이다. 도산서원 일대에는 유교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한국국학진흥원, 선비문화수련원 등 경북인의 정체성을 배우고 느끼는 현대적인 교육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더불어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 등 관광 시설을 2020년 준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기자는 1990년대 초반 취미 삼아 낚시를 다니면서 안동댐 일대의 형편없는 도로 사정을 체험했다. 그때 선착장에서 배로 이동하면서 곧 다리가 놓일 것으로 여겼으나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곳에는 다리가 없다.전라남도 목포시와 신안군, 영암군을 교량으로 잇는 바다 위 도로를 떠올려보며 다시금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낙후를 실감한다.안동댐 실향민들의 애환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안동의 문화유산이 바다가 아닌 강물에 단절됐다는 생각에 가슴 아프다.

2019-09-1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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