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계산동 스케치] 보복과 증오의 끝은?

복수만큼 달콤하고 짜릿한 욕망은 없다. 대중의 분노를 사는 인물이나 자신을 모욕한 상대방이 서서히 파멸해 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그래서 '내가 복수한 뒤라면 세상은 사라져도 좋다'는 말이 있는 모양이다. 누구나 용서보다 복수 내지 보복에 열광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모두 '잠재적 복수자'로 규정한다.과거 국가가 개인의 복수를 법으로 인정한 곳이 있었다. 일본 에도시대에 복수를 의미하는 '가타키우치'(敵討)는 무사의 특권이었다. '무사가 복수를 하려면 막부에 청원해 허가를 받아야 했다. 청원이 막부의 공식 장부에 기록되면 언제 어디서나 합법적인 복수를 할 수 있었다. 복수자는 친족·동료의 환송을 받으며 복수행을 떠나, 복수할 대상이 사는 곳에 도착하면 그 지역의 행정 책임자에게 신고해야 했다. 복수는 일대일 결투보다는 상대방이 방심하고 있을 때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일본의 무사도, 구태훈 지음〉국가가 복수 행위를 제도의 틀에 묶어둔 것을 보면 지극히 일본스럽다. 무가 사회라고 해도 무차별 복수는 허용되지 않았고, 몇 가지 금도가 있었다. 복수자는 피해자의 아랫사람이어야 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복수를, 동생은 형의 복수를, 가신은 주군의 복수를 할 수 있을 뿐, 그 반대는 불법이었다. 복수는 1회에 한한다는 점도 중요한 불문율이었다. 이 금도가 없다면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영원히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규정을 일일이 지켜야 하는 '관제 복수극'은 관객의 흥미를 떨어뜨리긴 하지만, 복수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서양 영화에는 귀족·신사 등이 일대일로 결투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실제로 16~19세기 초반까지 유럽·미국에서는 자신이나 가문의 명예가 손상됐을 때 결투를 통한 복수가 관습적으로 행해졌다. 총이나 칼로 하는 결투이긴 했지만, 꼭 상대를 죽이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결투 예절의 교과서인 '결투 규정'에는 여러 가지 룰이 나온다. '결투 전이나 중간에 진심 어린 사과가 있을 경우 분쟁이 해결될 수 있고, 입회인을 통해 화해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손이 떨릴 정도의 부상이 있으면 그날의 결투는 종료한다.'그 시대에도 서양이든 일본이든 복수에는 금도와 불문율이 존재했다. 절제되지 않은 복수는 용인되지 않았고, 패거리로 싸우는 복수는 범죄로 간주됐다. 언제나 분노에 휩싸여 복수를 감행하지만, 막상 복수가 끝나고 나면 허탈함과 자괴감에 빠지는 것은 옛날이나 현재나 마찬가지다.가장 이상적인 복수자로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 슈퍼히어로를 꼽는 시각도 있다. '슈퍼히어로는 법, 정치 등이 정의 구현에 실패할 때 홀연히 나타나 범죄자를 응징한다. 이들은 정확히 얼마만큼의 보복이 필요한지, 언제 멈춰야 할지 귀신같이 안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복수의 심리학, 스티븐 파인먼 지음〉슈퍼히어로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집권 세력이 적폐 청산, 정의 구현의 기치를 든 지 2년이 됐지만, 언제까지 칼을 휘두를지 기약이 없다. 집권 세력은 '구악'을 일소하겠다고 했고, 반대편은 '정치 보복'이라고 반박한다. 문제는 스스로 피해자라고 여기는 이들이 공공연하게 '복수'를 다짐한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 보복의 악순환이라는 음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는 훗날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고 현 집권 세력이 정권을 잃는다면 한 가지만은 단언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감옥까지는 몰라도 검찰에 불려 다니는 치욕은 피할 수 없다. 보복과 증오에 영원한 승자가 있을 수 없다. 칼을 쥔 자가 내려놓고 악수를 청하는 방법밖에 없다. 보복과 증오는 원초적 욕구의 발산이지만, 용서와 화해는 성숙한 어른의 행동임을 인식했으면 좋으련만…. 박병선 논설위원

2019-04-22 18:00:00

김교영 편집국편집부국장

[매일칼럼] 공유경제는 '착한 경제'가 아니다

150여 년 전 영국 런던. 마차(馬車)에 탄 사람이 붉은 깃발을 들고 증기자동차를 선도했다. 엉뚱한 풍경이지만, 이유가 있다. 첫째, 차의 속도와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다. 둘째, 마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셋째, 마차 사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배려다.'붉은 깃발 조례'(Red Flag Act)를 얘기한 것이다. 이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1865년) 제정됐다. 조례에 따르면 증기차 1대를 운행하려면 운전사, 기관원, 기수 등 3명을 고용해야 했다. 시가지에선 시속 3.2㎞ 이하로 속도를 제한했다. 기수는 붉은 깃발(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55m 앞에서 차를 이끌도록 했다.30년간 유지된 이 제도는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명사로 꼽힌다. 영국 자동차산업 발전을 지체시켰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신산업(자동차)과 기존 산업(마차)의 이해 충돌을 완화한 정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붉은 깃발 조례는 공유경제가 논의될 때 자주 언급된다.공유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해 사용자를 모집, 유휴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숙박, 사무실, 주방 등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라는 책에서 '2050년엔 공유경제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공유경제는 복음일까? 한국개발연구원('공유경제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2016)이 국내 경제학자 200명에게 물어봤다. 93.5%가 '공유경제가 사회 후생에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착한 경제'라는 환상은 금물이다. 공유경제는 사회적 경제, 혹은 자본주의의 대안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저성장 시대에 새롭게 적응한 비즈니스다.공유경제로 말미암은 사회적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가 확산된 국가에서는 주택 임대료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 집주인들이 기존 장기 임대보다 수익률 높은 단기 임대(공유숙박)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차량 공유의 경우 '우버'가 허용된 국가들의 택시 기사 소득이 평균 10% 하락했다. 우버 소속 기사들 역시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다.국내에서도 공유경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풀 서비스'. 택시업계는 카풀 도입에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택시 기사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카풀택시업계 대표는 지난 3월 7일 사회적 합의를 했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공유숙박'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도시 지역 내국인의 공유숙박 허용(연간 180일 이내)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숙박업소 업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숙박업소 공실률은 지금도 50%에 이른다. 숙박업계는 공유숙박이 본격화되면 '줄초상이 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공유경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공유경제는 누군가에겐 편익을 주지만, 다른 누군가의 일자리를 뺏어간다. 카풀과 공유숙박을 둘러싼 갈등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유경제가 기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사회적 토론과 대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공유경제가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자본의 배만 불리게 된다면, 사회적 재앙이다. 그것은 건강한 공동체의 갈 길이 아니다.

2019-04-22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경찰의 두 얼굴

1993년 개봉한 영화 '투캅스'는 경찰관 두 명이 주인공이다. 부패한 조 형사(안성기 분)와 강직한 강 형사(박중훈 분) 두 사람이 좌충우돌하다 범죄 소탕에 성공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10만 명이 넘는 경찰 가운데 강 형사와 같은 이들이 훨씬 많다. 하지만 같은 콩나물시루에서도 누워서 크는 콩나물이 있듯이 조 형사와 같은 이들도 없지 않다. 경찰의 버닝썬 유착 의혹을 두고 정의당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곰팡이"라고 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진주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 경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욕을 하고 오물을 뿌리는 피의자를 주민들이 5차례나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서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4건은 아예 사건 처리를 하지 않았고 오물 투척 난동에 대해서만 입건해 사건 처리가 진행 중이었다. "누구 한 명 죽어 나가야 경찰이 움직이겠다"는 말까지 사건 발생 전에 나돌았다고 한다.합동분향소를 찾은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고개 숙여 사과했으나 유족들의 울분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유족은 "만약에 우리가 임대아파트가 아니었고 부자 동네였으면 그런 일이 일어났겠어요?"라고 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신을 흉내 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풍자한 대자보를 전국 대학가에 붙인 대학생 모임 '전대협'에 대한 경찰의 과잉 수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단순한 패러디를 두고 '민간인 사찰'을 방불케 하는 대대적인 수사를 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과 함께 막무가내식 수사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경찰관 두 명은 대자보를 운반한 사람의 집을 찾아가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무단 가택 침입 논란까지 빚으며 수사를 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인권을 뭉개는 행위다.꼭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경찰이어선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경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영화 '투캅스'에서 강 형사가 한 대사를 모든 경찰이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경찰이 경찰다워야지."

2019-04-22 06:30:00

[관풍루] 우리 군사 활동 트집 잡아 북 관영 매체로 24차례 비방할 동안 정부는 계속 묵묵불언

○…우리 군사 활동 트집 잡아 북 관영 매체로 24차례 비방할 동안 정부는 계속 묵묵불언. 맞대응 한 번 못 하고 알아서 처신하니 '오지랖 넓은 대통령' 막말이나 듣지.○…국토부, 진주 안인득 사건 계기로 임대아파트 '위험 인물' 강제 퇴거 가능하게 법 개정 추진. 꼭 일 터지고 나서야 마지못해 바꾸겠다 나서는 뒷북 행정.○…'가이드 폭행'으로 옷 벗은 전 예천 군의원들 제명 취소 소송 내자 군민들 주민소환 추진. 군민 명예 회복이냐, 의원 신분 회복이냐 외나무다리 싸움.

2019-04-22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공상허언증

'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이란 게 있다. 순간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 자기만족을 얻는 충동적 허언증이나 거짓말을 숨기려고 다시 거짓말을 하는 습관적 허언증과 달리 자신이 꾸며낸 거짓을 진짜로 인식해버리는 증상을 말한다. 그러나 그 밖의 행동은 정상적이어서 쉽게 구별해내기 어렵다.1891년 안톤 델브뤼크라는 의사가 처음으로 개념화했는데 질병은 아니고 거짓말과 '망상' 중간 정도의 정신병리학적 증후군으로 분류된다. 지난 2007년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한사코 이를 부인한 신정아 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예일대 박사학위가 없음이 드러났는데도 '증명'하겠다며 미국을 오갔고 캔자스대를 나오지 않았는데도 '확인 중'이라고 둘러댔다. 이를 두고 국내 정신과 전문의들은 공상허언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이 증상의 특징 중 하나는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왜곡한 사실을 진실이라 믿으니 당연하다. 거짓말을 하면 호흡, 심장 박동수, 혈압 등에서 변화가 생긴다. 공상허언증은 이런 생리적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8일 한 포럼에서 "(북한 김정은이)지난해부터 기존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버리고 경제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과 전혀 다른 소리다. 김정은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경제)병진의 위대한 대업 성취" "(미국의)핵 위협을 핵으로 종식" 운운하며 핵 무력을 과시했다.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의 시정연설을 두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김정은의 연설 그 어디에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은 없다. 오히려 "근본 이익과 관련한 문제에선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파탄나고 있는 대북정책을 변호하려는 몸부림인가 아니면 공상허언증인가. 전자라도 걱정, 후자라면 더 걱정이다.

2019-04-20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일당독재를 꿈꾸는가

'정권을 오래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핵심 지지자에게 충분히 보상하는 것이 좋다. 보상하지 않으면 지지자들이 도리어 적이 되기 쉽다. 장기간 권좌를 유지한 독재자들이 실천적으로 입증한 노하우다.〈독재자의 핸드북, 브루스 메스키타·알라스테어 스미스 지음〉권력을 잡고 유지하는데 가장 필요한 지지자의 충성심은 보상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지자에게 자리, 돈, 명예 등 무엇으로든 되갚지 않으면 정권은 버텨내지 못한다. 역대 정권이 그러했듯, 문재인 정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친문 세력, 사회단체 등에서 별다른 능력도 없는 인사들이 정부·공기업·유관단체 등에 대거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다. 정권에 가까운 자들이 뒷구멍에서 어떤 이권을 노리며 설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보수니 진보니 하면서 상대적인 도덕성을 비교하지만, 권력의 속성과 인간 본성을 감안하면 그리 큰 차이가 없다.일인독재나 일당독재가 위험한 것은 민주주의 가치 위반일 뿐 아니라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인이나 정당 구성원이 뛰어나더라도, 단기간은 몰라도 장기간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측근과 실무자들이 타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일당독재는 국가를 나락으로 몰아넣는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원외지구당 총회에 참석해 "내년 총선은 260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지역구 의석 115석에 원외지구당 125명, 비례대표 20석을 합치면 260석쯤 될 것이라고 했다. 전체 국회 의석 300석의 87%를 싹쓸이하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망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특정 정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곳은 북한, 쿠바, 중국, 베트남 등 일당독재 국가밖에 없다.이 대표가 얼마 전 '20년 집권론' '50년 집권론'을 얘기할 때는 그냥 하는 소리이겠거니 했지만, 이번 '망언'을 볼 때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여당 대표의 가치관이 '일당독재'를 꿈꾸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시중에서 회자하는 '나이 탓'이길 바랄 뿐이다.

2019-04-19 06:30:00

[관풍루] 김연철 통일부장관,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노선 버리고 경제건설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 노선 버리고 경제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 얼마 전 시정연설에서 "(핵·경제)병진의 역사적 대업 성취"라고 했는데?○…여당, 총선 앞두고 17개 시도가 요구한 134조원 사업비 대부분 수용. 하긴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지어준다고 약속하는 게 정치인이라고 했으니….○…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3차 북미회담 열려면 북한이 핵 포기할 것이란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혀. 문 대통령도 4차 남북회담 제안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야.

2019-04-19 06:30:00

장성현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대구 분양 시장 활황, 언제까지 갈까

며칠 전 만난 지역 건설사 임원은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 건설사는 올 하반기 대구에서 5개 아파트 단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분양 시점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릴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꺾일 것이라는 건 확실한데, 과연 그 시기가 언제냐는 거죠."요즘 지역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는 건 '불안감'이다. 주택 시장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 있다. 견본주택을 가득 메운 방문객들을 보면서도 건설사들이 최대한 분양 일정을 앞당기려 애쓰는 이유다.요즘 대구 부동산 시장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대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보합으로 전주와 변동이 없었다. 거래 시장은 얼어붙었다. 지난달 대구 아파트 거래량은 1천8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천454건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주택 시장 호황의 유통기한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긍정론을 설파하는 이들은 적어도 올해는 매매 시장이 버틸 것으로 본다. 공급과잉으로 보기엔 아직 여유가 있다는 게 이유다. 올해 대구의 입주 예정 물량은 1만3천여 가구로 평년 수준과 다르지 않다. 신규 공급 물량 역시 1만5천~1만6천 가구로 감내할 수준이라는 것이다.서비스 업종 위주인 대구는 제조업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수성구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구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도 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섞여 있다.그러나 부정적인 신호도 끊임없이 감지된다. 우선 거래량이 줄었다. 지난달 대구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2천3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천444건)과 비교해 30.5% 감소했다.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와 정부 규제가 맞물리면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다.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대구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억6천738만원으로 1년 전보다 5.5% 상승했다. 특히 중구(3억6천만원)는 16.1% 급등했고, 수성구(3억9천750만원)도 전년 동기 대비 11.9% 올랐다. 일부에서는 주택 가격 약세와 분양 시장 호황이 이어지다가 5, 6월쯤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전망한다.부동산 투자에 대한 불안감은 기존 주택 매매 시장을 억누르는 요인이 된다. 과거에는 새 아파트가 분양하면 주변의 기존 아파트도 가격이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 침체와 함께 기존 주택 가격은 제자리를 맴돌 가능성이 높다. 땅값과 노무비 상승으로 신규 분양가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 아파트로 이사가려는 이들은 더욱 부담을 느끼게 된다.시장 침체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장이 조정기로 접어들면 정말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건설사들도 신규 분양 아파트의 입지와 분양가 등 분양성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게 돼 전반적인 상품성도 높아진다. 견본주택 공개 일정조차 하루 전에 공개하는 공급자 위주의 분양 행태도 사라지게 된다.대구 주택 시장의 '나홀로 호황'은 머잖아 막을 내릴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연착륙 시키느냐'다. 정부의 선제 조치와 투자자들의 혜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2019-04-18 17:36:5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4대 주정차 금지

운전에서 룰과 상식이 밥이라면 여유 있는 운전 자세는 반찬과 같다. 면허증을 받고 운전대를 쥐면 누구나 교통 규칙을 숙지하고 그대로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도로교통법으로 일일이 규정하기 힘든 부분은 상식과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해 해결하면 된다. 여기에다 여유로운 자세와 양보 운전이 더해지면 거의 탈이 없다.우연히 캐나다에서 53피트 대형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한국인 유튜브 영상을 접했다. 매일 에피소드가 바뀌는데 건너뛰지 않고 보는 편이다. 채소나 아이스크림, 가구 등을 싣고 미국·캐나다 국경을 넘어 대륙을 횡단하면서 이민·취업 정보와 북미 운송업 실태, 교통 규칙, 운전 문화 등을 로드 무비 형식으로 소개하는 브이로그(Vlog)다.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북미지역 대형트럭은 과로나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법정 운전 허용 시간을 체크하는 전자로그가 필수다. 로그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소속 운송회사에 전송돼 위·변조가 어렵다. 트럭뿐 아니라 일반 캐나다 운전자들의 안전 의식과 철저한 교통 규칙 준수는 낮은 교통사고율과 '운전 스트레스'가 낮은 사회를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행정안전부가 17일부터 '4대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소화전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내 주정차 금지가 내용이다. 만약 이 금지 구역에 1분 이상 차를 세우다 적발되면 2장의 사진을 첨부해 스마트폰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하면 된다. 현장 단속 없이 4만원의 과태료를 자동으로 물리는 주민신고제다.현재 블랙박스 등을 이용한 교통 공익신고제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넘치는 불법 주정차나 난폭·얌체 운전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교통 선진국은 대부분 주민신고가 활발한 나라들이다. 독일·스위스 등은 공회전을 오래 해도 바로 신고가 들어간다. 교통 규칙을 위반해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대충 넘어가다보니 '교통문화 후진국' 오명은 그대로다. 게다가 회전교차로나 비보호 좌회전 통행 방법조차 모르는 '물면허' 운전자가 태반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부러움보다 '운전 잘하는 한국인' 소리 듣는 게 더 큰 자랑 아닐까.

2019-04-18 06:30:00

[관풍루] 민주당 이해찬 대표, 내년 총선에서 총 300석 중 지역 240·비례 20석 차지 주문

○…이해찬 민주당 대표, 내년 총선에서 총 300석 중 지역 240·비례 20석 차지 주문. 야당, 그래도 40석은 양보한다니 마음 씀씀이는 일당 독점 북한보다 낫군!○…경실련,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설문조사 결과 10점 만점에 인사는 평균 3.9점 최하 공개. 일(국정)은 사람 몫인데 인사가 이러니 일자리(경제)난은 자업자득.○…포스코, 일방적 설계 변경 요구·추가 비용 미지급 횡포로 협력업체 겹고통. 포스코 경영진, 우리 갑질 생리 모른 업체 잘못이니 그리 알고 미리 대처하세요.

2019-04-18 06:30:00

최경철 서울정경부장 겸 편집위원

[데스크칼럼] "나는 참 무서웠다"

"그런데 그 군중이 나는 참 무서웠어. 군중이 혼란을 일으키면 결국 무력을 동원해야 진정이 되어요. 내가 4·19 때 부산 계엄사무소장이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았어요. 내가 정복을 입고 군중 앞으로 나아가서 '같이 만세를 부르자'고 하여 진정을 시켰어요."위의 글은 언론인 조갑제 씨가 쓴 '박정희'에 나오는 박정희 대통령(이하 박 대통령)의 회고다. 1960년 4·19혁명 당시 부산계엄사무소장으로 있으면서 계엄사무를 총괄했던 그는 4·19 당시를 이렇게 회상하며 '무서웠다'는 표현을 사용했다.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고 인권 탄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철권 통치'라는 비판에 휩싸였던 박 대통령조차 군중이 무서웠다고 털어놓은 것이다."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모셔왔으나 그처럼 경제에 대해 초조해하고 자신 없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1970년대 후반, 잇따른 오일 쇼크로 경제가 휘청거렸을 때 김용환 당시 재무부 장관의 증언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면서 경제 총사령관을 자처했던 박 대통령은 경제가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자 강한 두려움을 느꼈던 것일까?박 대통령을 연구했던 적잖은 학자들의 논문은 그가 실적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영업사원처럼 '국민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음을 당시 관료들의 입을 빌려 기술하고 있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깡마른 모습의 5·16 거사 직후 사진으로 각인되는 박 대통령의 강인한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대목이다.쿠데타 이후 정권을 장악한 직후 박 대통령은 당시 우리나라의 실상을 두고 "마치 도둑맞은 폐가를 인수한 것 같았다"고 실토(1963년에 펴낸 '국가와 혁명과 나'에 나오는 대목)했다. 폐가를 번듯한 양옥집으로 바꿔놓지 못한다면 자신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라고 여겼을지 모른다.인권 탄압 등을 내세우며 박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재야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박 대통령은 더욱 경제 성과 도출에 매진했다.그가 권력을 잡은 직후인 1963년부터 통치 기간이 끝나기 1년 전인 1978년까지 한국 경제는 연평균 9.7%의 기록적 성장을 나타냈고 수출은 연평균 30%이상의 신장률(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으면서 진보적 경제학자로 불리는 김대환 전 인하대 교수의 1993년 논문)을 보였다. 김 교수는 여러 문제점도 있지만 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치적으로 평가된다고 했다.재야의 민주화 투쟁이 격화될수록 박 대통령은 더욱 경제에 매달리면서 민주화 투쟁이 그 역할을 한 단계 전이시켜 경제 발전으로까지 선순환했다는 이른바 민주화운동의 '영역 전이' 현상도 많은 정치 학자들이 발견해냈다. 반민주적 독재라는 비판 속에서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진행, 그 성과 만큼이나 혹독한 비난에 휩싸였던 통치권자조차 실제로는 국민을 두려워하면서 밤낮없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박 대통령을 느닷없이 호명(呼名)한 이유는 절반 넘는 응답자들이 "안 된다"고 말한 여론조사가 나왔는데도 특정 인사를 거듭 밀어붙이는 요즘 청와대의 '오기'를 보면서다.아무리 힘센 통치 권력이라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무조건 이긴다는 계약서 제목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2019-04-17 18:56:23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의 Focus On] 대구경북혁신인재양성사업 (휴스타)

지금껏 대구경북은 구미산업단지의 삼성과 LG, 포항의 포스코, 울산의 현대차에서 이어져온 자동차부품산업벨트 덕분에 먹고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 섬유 역시 1960~80년대까지 중요한 산업 축이었지만, 혁신에 실패하고 현재는 거의 존재감을 상실한 상황이다. 이뿐이 아니다. 구미의 삼성과 LG는 베트남과 수도권으로 떠나갔고, 포스코도 예전 같지 않다. 한국자동차 산업의 상징인 현대차의 침체로 협력업체 매출은 20~30%씩 뚝뚝 떨어진다고 한다.이제 대구경북에 무엇이 남았나? 기자는 대구경북에 남아 있는 마지막 보루는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수도권 블랙홀로 지방대의 위상이 추락했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우수한 인재의 상당수가 대학에 남았다. 교수진은 명실 공히 한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다. 대학이 아니면 서울이 모든 걸 빨아들이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인적자원을 보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구경북의 희망과 미래는 대학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심각한 문제는 대학이 지역사회와 분리되어 '섬'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상아탑이라는 대학에 대한 전통적 사고가 여전히 지역대학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원인이 있다. 그러나 20년이 넘는 산학협력의 역사 속에서 좀처럼 대학과 지역사회의 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되지 못한 이유를 지역 내에서만 찾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나라 산학협력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10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대학들은 정부 프로젝트 수주에 사활을 건다. 각종 산학협력사업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대학은 지역사회가 아니라 돈줄을 쥐고 있는 서울의 중앙정부만 바라보게 된다. 지역밀착형 산학협력이 말뿐, 겉도는 원인이다. 대학이 하는 산학협력 사업마다 다 성공적인데 지역사회는 날로 침체하는 상황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그래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무려 1천600억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 지역혁신인재 3천명을 양성하려는 사업(휴스타)은 예전에 없던 발상의 전환이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지역 현실을 더 잘 알고, 더 지역밀착형으로 산학협력을 추진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지역사회(지역기업·산업·일자리)가 있어야 한다.지역대학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대학-지역기업-지역안착 연계 못지않게 글로벌 인재 양성도 지역대학의 몫이다. 국내외에서 경험과 기술, 실력을 쌓은 인재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과 제2, 제3의 인생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도 지역대학이 나서야 한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과 비전을 제시하는 기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는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는 지름길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대구경북 시도민의 피땀 어린 예산으로 휴스타 사업을 시작한다. 지역대학이 지역민의 바람에 부응하기를 기대해 본다.

2019-04-17 16:04: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오지랖 대통령

'오지랖도 병이다/ 그 일에 왜 끼어들어 생고생할까/ 다른 사람에게는 마치 간 빼주듯 잘해주면서/ 정작 가족에겐 소홀한 사람 보면 그렇다//…주제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다 보면/ 나중에 쓸데없는 일 겪게 된다//…손해 보면서도 오지랖 넓다 보면/ 호의에도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 만난다//….' '오지랖 넓은 사람'이란 어느 시인의 시 구절이다.아동문학가 이규희의 작품 중에 '오지랖 왕자와 푼수 공주'란 동화가 있다.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나서기 좋아하는 동화 속 주인공들에게 붙인 별명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이미지의 별명에도 불구하고 '오지랖 왕자'와 '푼수 공주'는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녔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친구들의 고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한다. 동심의 세계에서나 가능할 일이다.정작 갑남을녀가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일상에서 오지랖이 넓으면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기 마련이다. 여러 문학 작품 속의 뉘앙스도 그렇다. '넌 얼마나 오지랖이 넓기에 남의 일에 그렇게 미주알고주알…'(심훈 '영원의 미소'), '무슨 여편네가 이렇게 오지랖이 넓담…'(박완서 '미망') 등이 그렇다.'오지랖'이란 윗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오지랖이 넓다'는 것은 앞자락이 넓어 안에 있는 다른 옷을 덮게 되는데, 그것을 자신과는 상관없는 남의 일에 참견하고 나서는 것으로 비유한 것이다. 오지랖 넓게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오지랖이 넓다'고 말할 때는 발음에도 주의를 해야 한다. '오지랖'이 'ㅍ' 받침으로 끝나므로 '오지라비 널따'가 아니라 '오지라피 널따'로 소리내야 한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모욕적인 언사이다. 퍼주고 뺨을 맞아도 유분수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적·문화적 강국을 이루어낸 대한민국이 인민을 굶기고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의 공산왕조에 무슨 약점을 잡혔기에 대꾸 한마디 못하는가.

2019-04-17 06:30:00

[관풍루] 내년부터 국채보상운동기념일이자 대구시민주간 첫 날인 2월 21일로 변경

○…38년간 지켜온 '대구시민의 날'(10월 8일), 내년부터 국채보상운동기념일이자 대구시민주간 첫날인 2월 21일로 변경. 별 뜻 없는 생일과 의미 있는 생일의 차이.○…'주식 논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적격성 묻는 여론조사에서 '부적격' 응답 54.6%로 '적격'보다 2배 더 높아. 임명 강행은 결국 민심 거스르는 일.○…세계문화유산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첨탑 붕괴 등 큰 피해 내면서 전 세계가 탄식. 2008년 숭례문을 화재로 잃고 크게 상심한 우리와는 동병상련.

2019-04-17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TK 공직자들을 국회로 내몰지 말라

다소 뜬금없지만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 김현기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한공식 국회 입법차장에 대한 소문을 정리해보자.대구경북 출신인 이들에게 차기 총선 출마를 권유하는 지인들이 많다고 한다. 현직에 있는 본인들은 처신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며 강력히 부인한단다. 하지만 주변에선 어쩔 수 없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더 나은 곳으로 갈 보직이 거의 없기 때문.문재인 정권 출범 2년 만에 공직자들에게 'TK'라는 꼬리표는 커다란 장애물이 돼버렸다. 적폐 정권 본산으로 낙인찍힌 대구경북은 성지(聖地)에서 혐지(嫌地)로 바뀌었다.중앙 부처에서 노른자위로 통하는 보직에 TK 출신이 배제되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이렇다 보니 젊고 유능한 인재들에게 선출직은 유일한 탈출구로 인식되고 있다.대구에선 지금까지 행정·경제 부시장이 동시에 총선 유력 주자로 거론된 적이 없었을 정도로 두 부시장은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이상길 부시장은 조직 장악력, 업무 능력, 직원들의 신망 등에서 역대 최고 부시장으로 평가받는다.이승호 부시장은 대구시 출신이면서도 국토교통부 실장을 거쳐 SRT를 운영하는 공기업 사장에 발탁됐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쫓겨나다시피 자리에서 물러 나왔다.경북도 행정부지사를 거친 김현기 실장은 부처 내에서 'TK 출신이 아니라면 벌써 차관이 됐을 것'이라고 인정받을 만큼 능력과 인품을 겸비했다.차관급인 한공식 국회 입법차장은 철도고를 나와 입법고시를 통해 국회 사무처에 들어온 이래 사무처 직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정도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작금의 정치 상황은 '반(反)문재인' 기류가 상당히 강해지는 추세. '겸손과 소통'에서 2년 만에 '오만과 불통'으로 바뀐 청와대 탓이 크다.이는 내년 총선 때 대구경북에서 보수의 압도적 우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불행히도 이런 현상은 대구경북의 정치 퇴보와 직결된다. 약간의 변화를 보인 20대 총선과 달리 내년 총선 때 다시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시절로 간다면 대구경북의 미래는 없다. 더욱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친박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기에 또 친박이 활개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지역민들이 많다.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건전한 보수의 등장을 염원하고 있고, 보수의 총선 승리를 위해 위에 열거된 인사들의 출마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들이 야당 국회의원이 된다면 정권의 강력한 저격수로 등장할 것이다. 뛰어난 업무 역량을 바탕으로 정권 공격 선봉에 선다면 정부 여당은 엄청 곤혹스러울 것이다.그러나 이들을 모두 정치판으로 내모는 것은 나라의 손실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인재 등용 때 이제는 대구경북에 대한 차별을 없애자. TK 출신 공직자들이 행정 관료로 남아 끝까지 국가에 헌신토록 하자. 나라의 기둥이 될 재목들을 진흙탕 싸움이 난무하는 국회로만 보내는 것은 지역에도, 국가에도 손해다.인재 등용을 출신 지역과 이념에만 치중하는 이 정권의 인사 정책이 국정 혼란을 더 야기하고, 지지도를 더욱 떨어뜨린다.

2019-04-17 06:30:00

엄재진 경북부 기자

[취재현장] 경쟁자들의 의미있는 '포옹'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말한다. 주권을 가진 국민들이 주인 되는 축제라고도 말한다.하지만 선거판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연·학연·혈연에 얽매이고, 세균처럼 솟아나는 각종 선거 브로커들에 의해 민심이 갈라진다. 네 편, 내 편이 명확해지고, 이웃 간에도 내 편이 아니면 원수처럼 으르렁대고 할퀴어댄다.그러니 선거가 끝나면 승자도, 패자도 결국엔 피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몸과 마음에 파인 깊은 생채기를 안고 어떻게 건전한 정책을 만들고, 건강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는가?인구 1만7천 명. 대도시 아파트 한 개 단지에 불과한 전국 최소 규모 영양군은 그동안 선거로 인한 편 가르기가 심각했다. 인구가 많은 지역보다 주민들끼리 갈등하고 반목하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컸다.선거 결과, 승자는 공직사회와 지역사회의 각종 공공단체를 점령군처럼 자기 사람들로 장악했고, 이는 패자들을 곧바로 지역 개발의 반대편으로 만들어냈다. 그러니 지역이 사그라들고 지역 소멸 위기가 바로 눈앞에 다가와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15일 영양군청 대회의실에서는 이런 영양의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의미 있는 '포옹'이 있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맞붙어 경쟁했던 오도창 영양군수와 박홍열 영천시장애인복지관장이 지역 발전을 위해 손을 맞잡고 포옹한 것이다.선거가 끝난 지 300여 일 만이다. 두 사람은 50여 명의 기자와 20여 명의 지역 어르신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갈등을 조장하거나 화합을 저해하는 어떤 말이나 행위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이날의 '포옹'은 선거 역사상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일대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적 뒷거래'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석' '오 군수 딸의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한 뒷돈 거래' 등 억측들이 난무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맞잡은 손 어디에도 그런 구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어려워지는 지역 현실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이 서로를 향했던 것이다. 오 군수는 선거로 인해 상처를 준 선배인 박 관장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박 관장은 모든 것을 털고 오 군수의 손을 잡은 것이다.이들이 3년여 후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다시 경쟁자로 맞붙을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이날의 '포옹'은 지역 발전이나 개인의 정치적 행보로나 단연 필요했고, 진작 했어야 할 일이었다.박 관장은 이날을 위해 일주일여를 영양으로 퇴근해 지지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켰다. 오 군수 딸의 연설과 동영상 배포가 59표 차 석패의 이유라 믿고 있는 지지자들을 지역 발전 동반자로 돌려세우기란 힘들었을 것이다.이제, 공은 오 군수에게 넘어갔다. 군정을 책임진 사람으로 이날 '포옹'의 의미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약속대로 공직사회나 지역사회에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어떤 행위도 경계해야 한다.특히 오 군수 주변에서 논공행상으로 호가호위하면서 '인의 장벽'을 치고 있는 몇몇 인사들부터 스스로 지역과 오 군수의 성공을 위해 물러서야 한다.

2019-04-16 11:09:58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중재자? 아니 당사자

1908년 9월 러시아 외무장관 이즈볼스키와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에렌탈은 양국 모두에 좋은 밀약(密約)을 맺었다. 러시아는 그 얼마 전에 있었던 오스트리아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병합을 인정하고 오스트리아는 오스만 터키의 영토 안에 있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에 대한 러시아의 '권리'를 용인한다는 것으로, 1905년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과 대한제국의 지배권을 상호 인정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유라시아판(版)이었다.독일의 폭로 위협으로 없었던 일이 되기는 했지만, 이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문제의 당사자였던 세르비아에 대한 러시아의 배신이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수복해야 할 영토로 여겼던 세르비아는 병합을 인정하지 않았고, 러시아는 남 슬라브인의 '큰 형님'으로 자처하며 그런 세르비아를 후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스만 터키에도 이 밀약은 자국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점령을 인정한 범죄행위였다.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인이 다수 거주하는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텐란트를 독일에 넘겨준 1938년 뮌헨협정도 당사자를 배제한 제3국끼리의 더러운 거래였다. 이즈볼스키-에렌탈 밀약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사자인 체코슬로바키아가 공개리에 배제됐다는 것이다.그 바탕은 자국을 위해서라면 우방국도 팔아넘긴다는 추잡한 이기심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프랑스의 동맹국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항거했지만, 영국과 프랑스에 체코슬로바키아의 운명은 관심 밖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한 언론 보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에드바르트 베네시(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를 위해 프랑스인이 죽어야 하나?"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론'이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사실상 거부당했다. 김정은에게서는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중재자론은 처음부터 난센스였다. 우리는 북핵 문제 당사자이지 중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당사자가 자신의 의지에 반해 자기 문제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제발 주제 파악 좀 했으면 좋겠다.

2019-04-16 06:30:00

[관풍루] '전대협'이 김정은 편지형식의 여권 비판 대자보를 붙인 것에 대해 경찰이 가택을 무단 진입 조사해 논란

○…'전대협'이 김정은 편지 형식의 여권 비판 대자보를 붙인 것에 대해 경찰이 가택을 무단 진입 조사해 논란. 혹시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찾아온 건 아니겠지….○…김천혁신도시의 한국도로공사가 외부와는 담쌓고 사는 사장 때문에 '불통기관'으로 전락. '소통'을 버리고 '불통'을 고집하는 도로공사, 존재 이유는?○…예천군의회의 해외연수 추태에 이어, 이번에는 칠곡군의회가 '꼼수' 해외연수 논란에다 거짓 해명과 욕설 파문까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2019-04-16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세풍] 대한민국, 지난 100년 다가올 100년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명언의 주어를 대한민국으로 바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써왔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기점으로 지난 100년 동안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은 기적 그 자체다. 식민 지배와 가난, 전쟁 등 질곡의 사슬을 끊고 산업화·민주화를 같이 성취한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오늘의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흘린 피와 땀, 눈물의 총합(總合·the sum)이다. 제대로 된 나라를 아들, 딸에게 물려주려는 간절한 마음들과 행동들이 100년이란 긴 시간에 걸쳐 거대한 용광로에 결집했다. 온갖 것들이 용광로에 들어갔고 서로 섞이고 충돌한 끝에 대한민국이란 결정체를 만들어냈다. 지고지선한 것들만 들어가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 역사의 섭리다.문재인 대통령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했다. 또 "지난 100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이룬 국가적 성취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일부에서 우리 역사를 역사 그대로 보지 않고 국민이 이룩한 성취를 깎아내리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란 발언도 했으나 지난 100년을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못한 시대로 규정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문 대통령을 비롯해 진보가 기술하는 지난 100년 역사는 보수와 궤를 달리한다. 3·1운동→독립투쟁→4·19혁명→5·18민주화운동→6월항쟁→'촛불혁명'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파악한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6·25전쟁에서의 국가 수호, 산업화 등은 부정과 배척의 대상일 뿐이다.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홀대와 모욕, 6·25에 책임이 있는 김원봉에 대한 서훈 추진 등은 진보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받은 협력자금으로 만든 포스코도 들어내자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더 큰 우려는 진보 정권이 그들만의 잣대로 지난 100년에 대해 '역사공정'을 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마저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보수 정권에서 이룩한 원전 강국을 계승할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고 이것이 탈원전으로 표출됐다. 산업화에 편승해 탄생한 재벌은 척결의 대상이다. 미국과의 동맹은 헌신짝처럼 버려도 되는 것이고 일본은 '나쁜 나라'로 치부한다. 참사를 빚고 있는 코드 맞춤 인사, 북한에 대한 지나친 경도, 허물어진 안보, 포퓰리즘 정책들 역시 그 뿌리가 외눈박이 역사관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문 대통령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했지만 정작 대통령의 언행은 미래보다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르크스가 역사는 '나선형 발전'을 한다고 했는데도 대한민국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미세먼지가 없어졌지만 국민이 여전히 답답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소설가 김원우는 소설 '우국(憂國)의 바다'에서 조선이 망하는 과정을 그렸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은 나라가 망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들이다. 구한말처럼 대한민국 앞날을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지난 100년을 헤쳐온 선조가 그랬듯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도 더 나은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이를 자각(自覺)하고 방법을 찾아 실천하라는 것이 지난 100년 역사가 가르쳐주는 진짜 교훈이다.

2019-04-15 18:03:54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김부겸의 현수막

귀향(歸鄕)의 의미는 누군가에게는 각별하고 누군가에게는 잔인하다. 군대에서 '고향 앞으로'라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뛰었다. 오랜 외국 생활이나 타지에서 고생할 때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잘나가던 공직자에게 '고향 앞으로'는 '옷을 벗으라'는 최악의 순간이다. 고려시대만 해도 '귀향'은 형벌의 일종이었다. 관리·승려가 죄를 지으면 '본관(本貫)으로 돌려보내는' 벌을 내렸는데, 도성에서의 지위와 특권을 박탈하는 의미였다.요즘 김부겸 국회의원(대구 수성갑)의 귀향이 화제다. 22개월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고 지역구 의원으로 복귀해 '잠룡' 행보에 나섰으니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지역구 곳곳에는 '김부겸, 장관직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라는 큼직한 현수막이 내걸려 귀향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근데, 김 의원의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을 것 같다. 대구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국 최저인 데다, 김 의원이 자유한국당의 표적이 돼 있어 악전고투할 가능성이 높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수성갑에 뜻이 없다'고 했지만, 재대결을 고심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뜻이 없지 않다고 전해진다.3년 전 총선에서는 김 의원은 대구시민에게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가운데 반드시 당선시켜야 할 사람으로 통했다. 이제는 그런 공감대가 많이 퇴색됐고, 오히려 쫓기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김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대구를 위해 한 일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관직에 오래 머물면서 시간이 부족한 것도 있고, 정권의 'TK 패싱' 기조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당내 위상과도 관련이 있다. 김 의원이 지역의 소중한 인적 자산임은 분명하지만, 그의 성패는 대구를 위해 얼마나 뛸 수 있을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오늘 아침만 해도 김 의원의 '귀향 신고' 현수막이 도로변에 걸려 있더니 오후에는 보이지 않았다. 낮에 바람이 세게 불었기 때문에 그런가 했는데, 알고 보니 허가받지 않은 불법 현수막이라 구청 단속을 받은 모양이다. 김 의원의 귀향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2019-04-15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헐어 쓰고 빌려 쓰며 당당한 나라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은 1인당 3천260만원의 빚을 안고 세상에 나왔다. 2016년생 아이들은 2천796만원씩이었다. 불과 2년 만에 빚이 17% 늘어난 셈이다. 빚은 빛의 속도로 늘고 있다. 아이의 부모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똑같은 빚을 지고 있다. 4인 가족이라면 그 빚이 1억3천40만원이다. 물론 이는 나랏빚이다. 빚은 나라가 안겼지만 갚는 것은 오롯이 미래 세대 몫이다. 그 빚이 빠르게 늘고 있다면 걱정해야 한다.문재인 정부는 천하태평이다. 걱정하는 기색이 없다. 이 순간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금고를 연다.정부가 봄 추경 편성 방침을 정한 것은 그래서 비관적이다. 경기 대응과 일자리 지원, 미세먼지, 포항지진 대책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자그마치 6조원이다. 이를 맞추려면 빚을 더 내야 할 것이다. 문 정부는 이미 470조원에 이르는 슈퍼예산을 편성해 나랏돈 씀씀이를 보여줬다. 그중 일자리 예산만 23조원이다. 미세먼지 예산도 1조9천억원이 들어가 있다. 아직 지난해 편성한 예산 집행도 지지부진하다. 여기다가 또 예산 덧칠을 하겠다고 나섰다. IMF와 같은 경제 위기 때가 아니고선 봄 추경은 유례가 없다. 당정청은 이런 추경안을 이달 중 처리하겠다고 한다.그러잖아도 문 정부는 나라 곳간을 허는 데는 귀신이고, 쌓는 데는 등신이다. 국민의료 혜택을 늘리는데 5년간 41조원을 쓰기로 했다. 국민의료 혜택을 늘리는 것을 마다할 수는 없지만 쌓아 둔 돈을 헐어 쓰자니 문제다. 지난해 건보는 2010년 이후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적자 규모가 3조원을 훌쩍 넘기게 생겼다. 20조원이 넘게 쌓였던 적립금은 2026년이면 바닥이 난다. 보험료를 해마다 3.49%씩 올리고도 빚어질 일이다.국민연금은 늦어도 2057년이면 끝장난다. 고갈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춰보려던 시도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대신 현 정부는 연금 지급 보장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이를 믿었다간 장래 똥바가지를 덮어쓸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공무원 증원도 문제다. 당장의 급여도 문제거니와 이들이 평생 받아갈 연금 충당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충당 부채만 94조원 늘어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나랏돈을 물 쓰듯 하려면 그만큼 벌어오면 된다. 그런데 돈 버는 일엔 젬병이다. 흑자를 내던 공기업들이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다. 2016년 10조9천억원의 흑자를 냈던 자산 2조원 이상 시장형 공기업 16곳은 지난해 1조1천362억원의 적자를 냈다. 2년 만에 12조원 이상을 까먹었다. 원전 산업이 대표적이다. 원전은 그동안 R&D에서 투자 대비 경제 성과가 16배에 달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런 거위의 배부터 갈랐다.지금처럼 하면 미래세대가 아무 문제없이 이를 떠안을 가능성은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이었다. 이대로라면 50년도 안 돼 인구는 반 토막이 난다. 우리나라의 총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2065년이면 OECD 국가 중 꼴찌로 전락한다.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떠안아야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이런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 빌리고 헐어 쓰면서도 당당하면 미래는 그야말로 '헬조선'이다. 지금 우리는 그런 정부와 함께하고 있다.

2019-04-15 06:30:00

[관풍루] 정부, 유류세 인하 오는 8월말까지 4개월 연장하는 대신 인하 폭은 15%에서 7%로

○…정부, 유류세 인하 오는 8월 말까지 4개월 연장하는 대신 인하 폭은 15%에서 7%로 절반 낮추기로. 총선 1년 앞두고 여론 반발은 무섭고 세수 감소는 걱정되고….○…영풍석포제련소 정수 처리한 방류수에서 허용기준치 2배 넘는 불소 검출돼 또 개선명령. 자체 점검 때는 문제가 없었다는데 불소가 스스로 조화를 부린 모양.○…청와대와 민주당, 유튜브·페이스북 등에 '강원도 산불 가짜뉴스' 게시·유포한 75명 고발. 똑같이 한번 당해 보라는 심보가 만든 참 '찌질한' 가짜뉴스.

2019-04-15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화목(花木)

도심을 수놓던 벚꽃도 이제 붉은 기운만 조금 남았다. 산불과 폭설의 시련에도 화사한 꽃의 향연은 계속 이어진다. 라일락과 철쭉, 복사꽃, 진달래, 이팝나무꽃이 색과 향기로 가득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이맘때 경산 남산면 반곡지는 전국의 상춘객이 찾는 명소다. 진분홍 복사꽃과 푸릇푸릇한 왕버들 세상이다. 대구 도심 동네 주변에도 꽃구경 명소들이 많이 생겨났다. 시청 별관 앞 신천동로변 벚꽃이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3월 말 만개한 벚꽃을 보려는 시민들로 붐빈다.달구벌대로도 변신을 시작한다. 싱그러운 잎을 뻗어내는 느티나무와 조금씩 움을 틔우는 양버즘나무도 봄맞이가 한창이다. 5월 초 입하(立夏) 무렵 남산동 인쇄골목길 등 시내 곳곳의 이팝나무가 하얗게 거리를 수놓을 것이다.이팝나무는 요즘 크게 뜨는 화목이다. 최근 10년간 대구시 가로수 식재 현황을 보면 이팝나무는 약 1만8천 그루가 늘어 가장 인기 있는 가로수로 이름을 올렸다. 수목 특성상 옮겨심기가 어려웠지만 수종 개량에 성공하면서 가로수로 가능해진 때문이다. 전체로 보면 여전히 은행나무가 23.3%로 가장 많고 느티나무(20.9%), 양버즘나무(13.5%), 벚나무(12.3%), 이팝나무(10.6%) 순이다.지난해 벚꽃 구경(하나미·花見)을 위해 일본을 찾은 외국 관광객 중 한국인이 120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는 보도다. 600여 개 벚꽃 명소에서 일본인 포함 6천300만 명의 관광객이 쓴 돈만 3조원, 모두 6조6천억원의 경제효과가 있단다. 이쯤 되면 꽃구경이 그냥 꽃놀이가 아니다.달성군 옥포면 교항리 이팝나무 군락지에는 300년이 넘는 33그루 등 약 500그루가 자생한다. 경산 자인면 계정숲도 50여 그루의 이팝나무 군락지다. 이제는 이팝나무를 가로수뿐 아니라 대규모 군락지를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키워나가면 어떨까. 산림유산자원으로 보호만 할 게 아니라 지역 전체로 확산해 상징물로, 경제 활력을 키우는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2019-04-13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방(房)의 쇠락

고려 무신정권 100년의 권력자들은 '방'(房)의 정치를 선호했다. 주로 군 수뇌부의 회의기구인 중방(重房)을 중심으로 정사를 펼쳤다. 정중부를 제거하고 권좌에 오른 젊은 무장 경대승은 사병조직인 도방(都房)을 설치했다. 최충헌의 권력을 물려받은 집권자 최우는 정방(政房)이라는 기구를 두고 사저에서 백관의 인사를 처리했다. 방은 이렇게 공식기구가 아닌 독자적인 집정부로 비밀스러운 성격을 지녔다.온돌 문화에서 살아온 우리 한국인들에게 '방'의 개념은 특별하다. 방이란 공개적이기보다는 뭔가 저마다의 내밀한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집안의 중심이자 안주인의 공간인 안방과 가장의 거처이며 손님을 접대하는 사랑방도 그렇다. 우리는 유난히도 특정한 역할을 하는 공간에 '방'자를 붙이고 그 특유한 문화를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방의 속성상 아무래도 그곳은 음성적이거나 부정적인 뉘앙스가 짙은 경우도 적잖았다.안방술집인 요정이나 룸살롱도 방의 그늘진 분위기를 고스란히 지녔고, 도시 골목 귀퉁이마다 자리하며 서민들의 삶을 밀고 당겨온 복덕방과 그 변종인 떴다방도 어김없이 방의 이름을 달고 있다. 영화 '7번 방의 선물'에서 보듯이 감방은 죄수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요, 쪽방과 옥탑방은 늙고 소외된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가녀린 삶의 끈을 이어가는 곳이다.최근 우리 사회를 풍미해온 방 문화는 뭐니 뭐니 해도 '노래방'과 'PC방'일 것이다. 골목마다 건물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던 이 방들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회식 문화의 위축과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른 모바일 게임 성행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영원한 방은 없는 법이다.방 문화의 변천은 시대의 변화를 방증한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아파트 생활이 안방과 사랑방을 지워버렸고, 술 문화가 바뀌면서 요정집의 내밀한 정서도 사라졌다. 그러나 사람들의 탐욕과 일탈의 욕구는 또 다른 그들만의 방을 만들어낼 것이다. 독재 정권의 폐쇄적인 정치 문화와 당파 정권의 코드 인사 또한 방 문화의 현대적 변주에 다름 아니다.

2019-04-12 06:30:00

[관풍루] 부동산 문제로 사퇴한 김의겸 전 대변인은 "아내가 했다", 주식 논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는 "남편이 했다"고.

○…부동산 문제로 사퇴한 김의겸 전 대변인은 "아내가 했다", 주식 논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는 "남편이 했다"고. 부부 일심동체에서 일 터지면 이심이체(二心異體)?○…3월 고용동향 조사에서 '사실상 실업자' 지표인 15~29세 확장실업률 25.1%. 청년 넷 중 하나가 백수이면 나라 돌아가는 사정, 말 안 해도 뻔할 뻔 자.○…한국 천문학자 참여한 국제 가상망원경 연구진, 거대 은하의 블랙홀 최초로 관측해 영상 공개. 실물 블랙홀 저리 가라는 '한국 정치판' 바로 옆에 두고 웬 고생.

2019-04-12 06:30:00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의 Focus On] 메디시티 대구와 기업가적 의사

메디시티는 대구의 현실이자 미래이다.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이 5개나 되고, 대구한의대 부속 대구한방병원까지 양·한방이 어우러져 있다. 경북대병원은 우리나라 현대 의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가 조성된 것도 10년이 지났다. 2016년부터 2년 연속 비수도권 최초로 의료관광객 2만명 유치를 달성했다. 그동안 9개 나라 20곳에 메디시티 대구의 의료관광을 알리는 해외홍보센터를 구축했다.대구의 의료헬스케어 기기 관련 업체도 180여 개나 된다(식약처 등록 기준). 경북 80여 개와 의료기 도시라는 명성을 가진 원주 40여 개에 비해 압도적이다. 대구경북이 사실상 같은 경제권인 만큼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중추도시가 대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그런데 문제는 대구, 경북, 원주의 매출 규모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대구의 의료헬스케어 기기 산업이 상대적으로 영세하다는 뜻이다.괜찮은 제품을 만들어도 마케팅이 잘 안 된다는 것이 업계 하소연이다. 반대로 소비자와 의료계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관련된 의료 분야인 만큼 그 어느 곳보다 보수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부정적인 현실을 뒤집어 보면 희망이 보이는 듯도 하다. 어쨌든 대구에 많은 의료헬스케어 기기 업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려움 속에서도 나름 생존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돌파구만 찾는다면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최근 '2018 의료헬스케어산업 성과확산 워크숍'에 참석, 그 돌파구의 가능성을 봤다. (주)파인메딕스 사례이다. 내시경 시술 도구를 국산화함으로써 지난해 6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창업자가 칠곡경북대병원 교수라는 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대형 대학병원에서 직접 시술을 하고 있는 의사이기 때문에 제품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이런 점이 마케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임은 분명하다.물론 모든 의사가 창업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계 최고 의과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 메디컬 스쿨 박사과정 졸업생의 50% 정도가 창업을 희망한다는 뉴스는 솔직히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하지만 '메디시티 대구의 의사'는 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기회가 주어진다면 창업을 주저하지 않고, 산학협력을 적극 받아들여 기업가를 동업자로 삼고, 대구에서 개발된 제품이 부족하면 적극 조언하여 더 나은 글로벌 혁신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기업가적 의사'의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의료가 서비스를 넘어 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그 핵심은 선진국처럼 '기업가적 의사'일 수밖에 없다.

2019-04-12 06:30:00

이창환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권력 구조, 개편해야 한다

최근 사석에서 여권 인사를 만났다. 오랜 당 생활 덕분에 여권 내부 기류에 밝았다. "정권을 뺏기면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소신껏 일을 해서 정권 재창출을 하면 다행이고 못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 적폐 청산이 가져올 후폭풍에 적잖은 부담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정권을 뺏기면 또 다른 적폐로 몰릴 것이란 우려가 강했다.여권은 정권 재창출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 정책까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구체적 예산 확보 방안 없이 올해 2학기부터 고교 3년생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내년 선거를 겨냥한 지지층 확대라는 해석이 강하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논란과 부실한 장관 후보자 검증에 대한 청와대와 여권의 해명이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이유도 정권 재창출 프레임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맹공에 밀리면 정치 일정에 차질을 빚는다는 조급함이 결기 묻은 반박에 드러난다. 어떻게 해서든 정권 재창출로 적폐로 몰리는 상황만은 피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인다.반대로 한국당이 정권을 가져와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권 인사는 대거 내몰리고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앞선 정권의 정책은 싫든 좋든 문패를 바꿔 달게 되고 정권 재창출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 반복된다.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이런 극단적 정치에 언제까지 국민들은 마음을 졸여야 하나?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 국가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전부'를 가지거나, 아무것도 없는 '전무'인 승자 독식 구조다.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적폐로 내몰리는 비정치적이고, 대결적인 정치 문화가 일상화되고 있다.이런 정치 문화에서는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환호와 분노를 동시에 분출하는 영원한 상극 관계로 지내야 한다. 윈윈은 절대 나올 수 없다.대통령이 모든 권력의 정점에 서는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이 나와도 현 권력 구조에서는 국민 통합은 요원하고 반목과 갈등이 분출한다. 대통령의 인기가 높을 때는 그나마 국정이 운영되지만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여야는 정쟁에 시간을 다 소비한다. 여야 간 악다구니로 국회의 제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다.이런 국회에 실질적인 권한은 막강하다. 대통령의 핵심 정책도 국회가 거부하면 안 되고, 국무총리도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임명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정부 조직 개편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취임 한 달 동안 국무회의조차 열지 못했다.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국회가 권한만큼 책임을 가져야 한다. 국회의 책임 정치를 높이지 않고 현행 정치시스템이 지속되면 극단의 정치를 종식시킬 수 없다.대런 애스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에서 한 나라가 어떤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를 채택하는지에 따라 번영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고 했다. 헌법경제학 창시자로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1919~2013)은 정치 실패도, 경제 실패도 근본 원인은 헌법의 실패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 헌법상 권력 구조를 바꿔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2019-04-11 16:57:42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말이야? 방귀야?"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의 발언은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오히려 국민 부아만 치밀게 한다. 시쳇말로 "말이야? 방귀야?"란 비판까지 나온다.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설화(舌禍)를 일으킨 청와대 참모가 한둘이 아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낙마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 "집을 세 채 보유했다는 것이 과연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인지는 이론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포르셰 논란'과 함께 그의 발언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 장관 후보자 두 명이 동시에 낙마했으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청와대 홍보책임자 역할일 텐데 그런 자세는 찾기 힘들었다. 직함에서 '소통'을 떼야 하지 않나.재임 중 문제 발언으로 숱한 논란을 일으킨 김의겸 전 대변인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나면서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했다. 국민 대다수가 "그게 가능한 일이냐.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청와대 참모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발언해야 한다. 개인 생각을 강조하다 보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인사가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신남방국가로 가라"고 했다가 사퇴한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이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 저도 거기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한 장하성 전 정책실장도 마찬가지다.같이 통음했다는 윤 수석과 김 전 대변인처럼 586세대가 주축인 청와대 참모들은 퇴근 후 술자리에서 자주 토론할 것이다. 그 자리에선 숱한 말들이 오갈 게 분명하다. 문제는 지난밤 오간 말들이 전혀 정제되지 않은 채 다음 날 청와대 참모들 입을 통해 국민을 향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윤 수석과 김 전 경제보좌관 발언이 딱 그렇다.더 큰 우려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생각하고 말한 바를 참모들이 발언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청와대 내부 논리에 매몰된 발언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이런 추측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다. 청와대 사람들끼리는 통할지 몰라도 국민 공감은 하나도 얻지 못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발언, 그만 나오기 바란다.

2019-04-11 06:30:00

[관풍루] '투기 청와대 대변인' '北 대변인 장관' '경호실 특혜 승진'…

○…'투기 청와대 대변인' '북 대변인 장관' '경호실 특혜 승진' '반칙 헌법재판관' 등 '내로남불' 횡행에도 괜찮아, 괜찮아, 뭐가 문제야? 코드만 맞으면 돼….○…문재인 대통령, 하노이에서 꺼져버린 북미 간 핵 협상 불씨 다시 지피기 위해 방미 일정 시작. 촛불로 등장한 정권이니 불 지피는 데는 일가견이 있겠지!○…강원도 산불 여파로 '달구벌 관등놀이 축제'의 '소원풍등 날리기' 행사 앞둔 대구시는 걱정이 태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건 당연지사.

2019-04-11 06:30:00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데스크칼럼] 디지털 시대 시니어들

흔히 2G폰이라 불리는 피처폰을 잘 사용하시던 어머니가 언제부턴가 불평하기 시작하셨다. 배터리가 금방 닳는다든가, 폰이 자꾸 꺼져버린다고 툴툴대신다. 휴대전화가 오래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셨던 거였다. 복지관 친구들이 모두 다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신다는 거였다. 자식들이 사주더라며 자랑하시는데, 당신만 구식 폰이신 게 은근히 부아가 나셨던 모양이다.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아 헐한 걸로 하나를 사드렸다. 고맙다며 들고 다니시지만 전화기 용도 외에는 별로 쓰시는 것 같지 않다. 문자메시지는 1년에 서너 번 정도 아들이나 손자에게 보내신다.우리나라 성인들의 93%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대와 30대, 40대에서 각각 100%, 99%, 99%의 스마트폰 사용률을 보였고 50대 이상이 96%, 60대 이상도 77%나 되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세상이다. 은행 업무, 영화관 예약, 음식 배달, 호텔 예약도 이것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OK다. 웬만한 비즈니스도 손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50,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60대 이상 인구의 77%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이들의 스마트폰은 별로 '스마트'하지가 않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 매일신문에 고령자들의 모바일 뱅킹 이용 실태가 보도되었다. 20~40대 이용자가 76~89%인데 반해, 50대는 52%, 60대 이상은 13%만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령자의 대다수가 통장을 들고 은행 창구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 업무뿐만이 아니다. 기차표의 경우 코레일 모바일 앱 '코레일톡'을 통해 판매되는 비율이 전체 좌석의 67%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 고령자들에게 모바일 예매는 낯설 뿐이다. 그들은 표를 사기 위해 직접 역에 나가야 한다. 출발 한두 시간 전 일찍 나가 보지만 주말에는 매진되었거나 입석밖에 없을 때가 많다.세상은 급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다. 모든 정보가 디지털 기반으로 확산되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생활 서비스가 모바일 중심으로 제공되는 현대에서 고령자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이는 고령자들의 삶의 질이 걸린 문제이다.고령자들의 '디지털 사각(死角)'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만, 상당수는 배우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낯선 용어에 낯선 사용자 환경이 그들을 괴롭힌다. 고령자에겐 뭐니뭐니 해도 현장에서 하는 직접 교육이 가장 효과가 높다. 일대일로 물어보고 조언을 들으며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게 최고다. 그래서 복지관이나 도서관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 배우는 강좌의 인기가 높다.하지만 문제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노인복지관 등에서 그런 혜택을 받는 고령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통계다. 복지관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령자가 84%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었다. 민간단체를 활용한 일대일 방문교육 같은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2019-04-10 16: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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