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문재인의 ‘껄껄껄’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지만 '후회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는 우스개가 있다. 사람이 '껄껄껄' 하며 죽는다는 얘기다. 호탕하게 웃으면서 죽는 게 아니라 세 가지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삶을 마감한다는 것이다. 세 가지는 '보다 베풀고 살걸(껄)' '보다 용서하고 살걸(껄)' '보다 재미있게 살걸(껄)'이다.

범부(凡夫)에 비할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은 후회할 일도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최고 권력자로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국가 발전에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 싶었겠지만 5년 임기를 마무리하면서는 '껄껄껄' 후회하기 십상이다. 대통령들의 퇴임사는 이런 심경을 조금이나마 엿보여준다. 김영삼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영광의 시간은 짧았지만 고통과 고뇌의 시간은 길었다"고 토로했다. 후회와 회한이 절절히 묻어난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2개월가량 남았다. 문 대통령이 어떤 퇴임사를 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껄껄껄' 잣대를 적용하면 후회가 없지 않을 것 같다. '보다 재미있게 살걸'은 논외로 하고 '보다 베풀고 살걸' '보다 용서하고 살걸'에서는 낙제점이다. 자기 편 사람들에게는 베풀고 용서한 반면, 반대 편에는 베풀기는커녕 가혹했고, 용서하기는커녕 무자비했다. 정치 보복의 진폭을 키웠고, 최악의 국가 분열을 낳았다. 문 대통령 입에서 '보다 베풀걸' '보다 용서할걸'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책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에서 저자들은 21세기가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정치 문화는 대통령이 양방향 소통으로 건설적인 타협을 이끌어내는 모습이라고 규정했다. 소통의 일차적 책임이 본인에게 있음을 알고,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함께 민주적 절차와 관행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따져 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반대편과의 소통과 타협에 나서야 한다. 청와대에서 나오는 날 문 대통령 입에서 '껄껄껄' 탄식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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