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당신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입니까

대구의료원 감염병관리센터 간호사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기 위해 음압병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의료원 감염병관리센터 간호사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기 위해 음압병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한윤조 사회부 차장 한윤조 사회부 차장

코로나19로 인해 '공공 의료'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감염병이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고착화하는 엔데믹(endemic) 시대에 대비하고, 민간 의료 시장이 가장 발달해 있다고 하는 미국(23%)과 일본(18%)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져 고작 5.5%에 불과한 국내 공공 의료 비중을 이번 기회에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 의료 확충은 필요하다. 하지만 과연 대구경북의 공공 의료 수준을 높이는 데 '공공 의료원' 추가 건립만이 정답인지는 의문부호다. 돈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들 문제를 해결하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3주 전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뉴 암스테르담'이라는 제목의 넷플릭스 드라마를 접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늘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뉴욕의 공립 병원에 무엇보다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신념 강한 의료팀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보다 '돈'의 논리가 훨씬 강하게 작용하는 미국 사회에서 공공 의료라는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너무 궁금해 드라마 시즌2까지 한 번에 정주행했다.

새로운 의료팀장과 손발을 맞추는 뉴 암스테르담의 의료진은 가히 슈퍼맨급이다. 임금은 열악하고 환자 수는 많은 공공 병원에 근무하고 싶어 하는 뚜렷한 소신을 가졌고, 명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 탁월한 의학 지식이 있으며, 무엇보다 환자의 목소리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심지어 수익에만 불을 켜는 대형 제약사와 보험사에도 맞선다.

자신이 암에 걸리고, 아내를 잃은 뒤 홀로 갓난쟁이를 키우는 와중에도 의료팀장은 함께 일하는 동료와 환자는 물론이고 잡역부들에게까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끊임없이 묻는다.

건강보험 제도 덕분에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에 있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힐 만큼 뛰어난 수준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큰 병원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비급여 진료비는 부담스럽고, 병원들은 수익을 위해 과잉 진료나 과소 진료를 하고, 의료 취약계층은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아야 진정한 의미의 공공 의료 확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급여와 의료보호 계층에 대한 정부 지원액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매년 여름이 지날 무렵이면 예산이 고갈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대구의 경우 현행 대구의료원 한 곳으로만 한정돼 있는 지원 경로를 좀 더 다각화할 필요도 있다. 대구의료원에서 치료가 어려워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 조치되는 순간 환자들에게 더 이상 보호막은 없다. 대구의료원을 거쳤건 말건 외면받긴 마찬가지인 상황에 대한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

1·2차급의 공공 의료기관 확충도 필요하다. 만성질환자들은 잠시의 진료를 위해 먼 곳에 있는 큰 병원이 아닌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자주 찾을 수 있는 병원을 원한다.

"우리 시스템이 바뀌기엔 너무 크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우리가 곧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바뀌어야 해요. 문제를 일으켜 봅시다. 다시 의사가 되자고요."

드라마 시작부에 신임 의료과장이 했던 멘트다. 지금보다 국민의 건강보험 부담은 가중시키지 않으면서 보다 질 좋고 저렴한 의료 서비스라는 '파레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낼 방법을 아는 것은 의료진 그들이다.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바탕에 깔고 있는 의료의 본질로 돌아가 고민해 보자. 당신은 괜찮은 의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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